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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서 발견된 ‘외계인 미라’ 논란…정체는?

    이집트서 발견된 ‘외계인 미라’ 논란…정체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을 통해 확산된 ‘외계인 미라’ 사진의 정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 미라는 이집트 엘 라훈에 있는 고대이집트 제12왕조 세누스레트 2세와 왕비가 잠들어 있는 주 피라미드 남쪽에 있는 한 작은 피라미드 내에서 발굴됐다. 이들은 자세한 내용과 사진은 제공했지만 익명을 요구한 이집트 유물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외계인처럼 보이는 미라는 약 2000년 전 사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미라의 키는 150~160cm로, 오늘날 작은 여성 정도의 몸집을 갖고 있다. 또한 이 미라가 들어 있던 금장으로 장식된 미라의 관 안에는 식별할 수 없는 여러 이상한 물체가 함께 매장돼 있었기 때문에 파라오의 고문으로 활동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식통은 이 미라를 발견한 사람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로 재직했던 고고학자 빅토르 루벡 박사라면서 현재 크로아티아의 한 도시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유물부는 수많은 권위있는 고고학자들과 논의했지만 누구도 미라의 발견을 상식 선에서 설명할 수 없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사실은, 미라를 본 모든 전문가는 지구의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도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피라미드에서 우주의 것이 나왔다는 것을 믿길 거부했다.”고 말했다. 위와 같은 소식은 지난달 말 해외 인터넷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확산됐고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논란이 됐다. 하지만 미스터리 전문매체인 디스클로즈 TV는 이 사진이 지난 2008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을 통해 보도된 것과 같다고 전했다. 당시 데일리메일은 피라미드에서 왕비의 두 딸이 발굴됐다면서 이들은 쌍둥이였다고 전했다. 또한 함께 공개된 페루의 외계인 미라 사진 역시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웹사이트에 ‘어린이 미라에 대한 실험’이란 연구 논문에 함께 공개된 사진이 페루의 외계인 미라가 시간이 지나 변하기 전의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경제정책 총괄장관 ‘주먹구구 전망’ 자인

    경제정책 총괄장관 ‘주먹구구 전망’ 자인

    “내년 성장률 4%는 무리 없는 수준이다.” (9월 25일 경기 화성 보육시설 방문 중) “전망치가 4%이지만 하방위험이 상당히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10월 5일 국정감사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4.0%보다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10월 24일 국정감사에서) ‘아니면 말고’ 식의 애널리스트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다. 박 장관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경기) 하방위험이 훨씬 크다는 것”이라면서 내년 성장률이 지난달 25일 내놓은 정부 전망치인 4%를 밑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9월 예산 편성 과정에서 주먹구구식으로 4%를 제시한 것”이라면서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현실적인 전망치를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정부가 ‘부실 전망’을 내놓았다고 자인한 셈이다. ‘올해 3.3% 성장률 전망치가 장밋빛’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 6월 정부가 전망할 때만 해도 국제통화기금(IMF)이나 한국은행 등의 전망치도 언저리에 있었다.”며 억울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부는 다른 경제 예측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난 뒤인 9월에도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았다. 당시 변명은 “정부는 성장률 전망 기관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재정당국 관계자는 “충분히 수정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올해 장밋빛 성장 수치를 고집하더니 이제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면서 “정부 논리대로라면 내년 성장률 전망도 수정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한 달 만에 박 장관이 전망 수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애초 전망이 주먹구구식으로 정했다는 방증이다. 지난달 전망 때와 지금 국내외 상황이 이렇다 할 만큼 바뀐 게 없기 때문이다. 한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성장률 전망은 나라살림(세수 예측)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재정부가 시장에 신뢰를 주기는커녕 되레 혼란을 키우고 있다.”면서 “성장률을 둘러싼 변명 대신 하향 조정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박 장관은 종합부동산세를 과거처럼 부과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는 “종부세는 과도한 징벌적 제도라서 지속 가능하지 않고 특정 계층에 가혹한 부담을 주는 동시에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매우 크다.”면서 “옛날(참여정부)처럼 부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지금&여기] 가면 쓴 乙씨, 甲씨 피해 대나무숲에 가다/김정은 사회부 기자

    [지금&여기] 가면 쓴 乙씨, 甲씨 피해 대나무숲에 가다/김정은 사회부 기자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이자 한때 할리우드 잉꼬부부였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동반 출연해 화제가 됐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 이 작품에서 ‘가면’(假面)은 영화를 풀어 가는 중요한 장치로 활용된다. 점잖고 도덕적인 양 굴던 사회 지도층들이 가면을 쓰는 순간 신분을 벗어던지고 나체 혼음 파티를 즐기는 변태 성욕자들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독일 시민운동의 대모 한나 아렌트는 사회적 약자들이 강자와 동등해지려면 때때로 차별받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가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대 위 배우들이 가면을 쓰는 순간 쉽게 다른 인격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트위터상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는 ‘OOO 옆 대나무숲’ 열풍을 보고 있자면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드러난 가면의 힘과 한나 아렌트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양한 주제로 개설된 대나무숲 트위터에선 누구나 같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익명성이란 보호막 아래 자연스레 조직 및 상사에 대한 원망과 불만 등을 주로 토로한다. 트위터 ‘공연장 옆 대나무숲’에서 자주 활동하는 지인에게 대나무숲 트위터를 활용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아무리 갑(甲·직장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을(乙·자신)이 그 앞에서 불만을 터뜨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직장 동료들과 친구 맺기를 해 놓은 상태라 상사를 욕했다가는 바로 검열이 들어와 응징당한다. 대나무숲을 이용하면 내가 쓴 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라고 했다. 상사에 대한 ‘뒷담화’를 표출해 답답함을 해결하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위로받기 위해 사이버 공간의 죽림(竹林)으로 찾아간다는 얘기였다. 대나무숲은 양날의 검(劍)과 같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위로의 마당이라는 순기능이 있는가 하면 뒷담화 문화의 양산 창구라는 역기능도 존재한다. 대나무숲이 비생산적인 불만의 하수구가 되느냐, 생산적인 변화의 치료제가 되느냐는 전적으로 쓰는 사람들의 손에 달렸다. 대나무숲이 바람직한 을의 가면이 되기 위해서는 갑도 그렇지만 을의 자정 노력도 중요해 보인다. kimje@seoul.co.kr
  • 인터넷엔 추가폭로… 교수들은 제보자 문의

    대학원생들이 교수의 개인비서 노릇을 하는 등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내용이 보도된 후 서울대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더 심한 일도 많다.”는 조교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설문을 진행한 인권센터에는 “우리 조교가 설문에 응했느냐.” 등 교수들의 확인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대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과 논문 대필, 제자 부리기 사례 등이 보도된 이후 서울대 인권센터와 학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추가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는 “교수님 자제분 결혼식에 학생들이 총동원돼 주차장 배차관리를 했다. 축의금도 냈는데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이삿짐 나르는 건 기본이고, 연구비 횡령은 애교다.”라는 사연부터 “교수 어머니 집에 프린터랑 인터넷이 안 되면 대학원생 연구실로 전화가 온다. 그럼 가서 고쳐주고 온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교수들은 익명 뒤에 숨은 학생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권센터에는 제보자를 찾으려는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변창구 서울대 교육부총장 겸 대학원장은 교수들에게 사과를 했다. 변 원장은 지난 12일 “전반적인 실태조사도 아닌 상태에서 보도돼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시는 교수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되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대학원 교수들에게 전송했다. 그는 인권실태 조사보도에 대해 “인권센터가 신설된 부서라 체계가 없고 업무가 미숙해 발생한 문제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면서 “앞으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라고 이해를 구했다. 하지만 이런 단체 사과 이메일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학교가 잘못된 문화를 바꾸려는 비판을 덮으려고만 한다는 내용이다. 이메일을 받은 교수는 “우리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하기보다 사태를 유야무야 넘기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375억원… 獨 리히터 추상화 생존작가 최고가

    독일의 추상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80)의 작품이 영국 런던의 소더비 경매에서 2100만 파운드(약 375억원)에 팔려 전 세계 생존 작가의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BBC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명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이 소장했던 ‘추상화 809-4’는 전날 경매에서 시작 5분 만에 익명의 소장가에게 낙찰됐다. 광적인 미술품 수집가로도 알려진 클랩턴은 최근 자신이 사용했던 기타들을 경매에서 팔아 1998년 설립한 약물·알코올 중독 치료 단체에 기부했었다. 당초 이 그림의 예상 가격은 900만~1200만 파운드였으나 실제 경매에서는 2배 가까이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이전 생존 작가 작품의 최고가는 2010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팔린 재스퍼 존스의 ‘깃발’로 낙찰가가 2860만 달러(약 316억원)였다. 이 그림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현대화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리히터가 1994년에 완성한 작품으로 적색과 황색, 흑색이 캔버스에 섞여 흘러내리면서 ‘혼돈’을 묘사하고 있다. 소더비 측은 “리히터의 원숙한 예술과 철학적 업적을 동시에 보여주며 그의 추상화 가운데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고 밝혔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Weekend inside] 지금 대나무숲에선 무슨 일이

    [Weekend inside] 지금 대나무숲에선 무슨 일이

    “트위터에 그 글 봤어? OOO 의원실 같은데….” “글쎄요. 저는 누구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던데요.”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간 국회의원 보좌진의 대화다. 이들이 화제로 삼은 것은 ‘국회 옆 대나무숲’이라는 트위터 계정이다. “오래된 보좌관들이나 비서관 중에 본인들이 의원인 줄 착각하는 분들이 많다.” “영감(국회의원)이 진상인 게 나을까, 보좌관이 진상인 게 나을까.”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리는 이들은 대부분 국회 8~9급 비서들로 보인다. 국회의원 모시랴, 상관(보좌관) 눈치 보랴…. 3대 헌법기관인 입법부의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멀게만 느껴졌던 여의도 정치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나무숲 현상’의 한 단면이다.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들이 하소연을 풀어놓는 이른바 ‘○○ 옆 대나무숲’ 계정이 트위터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전래동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주인공이 대나무숲에서 속 시원하게 임금님의 신체 비밀을 얘기한 것을 SNS상에 옮겨 놓은 것이다. 지난달 12일 첫 계정 ‘출판사 옆 대나무숲’이 생겨난 지 한 달 만인 12일 현재 70여개의 관련 트위터 계정이 만들어졌다. ‘촬영장 옆 대나무숲’ ‘디자인회사 옆 대나무숲’ ‘우골탑(대학) 옆 대나무숲’ ‘광고회사 옆 대나무숲’ ‘홍보회사 옆 대나무숲’ 등 관련 트위터 계정이 줄줄이 생성됐다. 트위터의 본고장 미국에도 없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한국만의 현상이다. 스마트폰 등 다양한 소통 도구를 가진 시대에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는 방증이다. 원조는 ‘출판사X’라는 트위터 계정이었다. 익명의 출판사 직원이 회사의 비리, 출판사 사장의 차명 재산 등을 SNS에 공개하는 글을 올리자 출판업계에서는 자연스럽게 소문이 퍼졌다. 문제의 출판사는 결국 직원 단속에 나섰다. ‘출판사X’는 “사장이 직원들을 소집했다.”는 마지막 글과 함께 사라졌다. 흔히 말하는 ‘계정이 폭파됐다’는 것이다. 그 이후 만들어진 계정이 바로 최초의 대나무숲인 ‘출판사 옆 대나무숲’이었다. 공개된 새 계정의 비밀번호는 97889였다. 국제표준도서번호(ISBN)의 시작 번호를 의미했다. 비밀번호를 알면 누구나 글을 남길 수 있었다. ‘출판사X’의 트위트를 보고 동조했던 이들이 직접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팔로어는 12일 오전 현재 4437명으로 다른 대나무숲 계정에 비해 월등히 많다. ●“OO 옆 대나무숲 들어봤어?” 하위직 직원들의 불만이 외부에 공개되면 상당한 파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지만 실명이나 (실제 인물이 추측이 가능한) 이니셜을 거론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는 운영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명예훼손 같은 시비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누구에겐 통쾌하고 다른 누구에겐 부담스러운 글이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올라오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글이 갑자기 삭제되거나 계정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비밀번호가 공개됐으니 아무나 들어가 글을 지울 수도 있고 계정을 없앨 수도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때로는 “글을 올리고 나니 부담스럽다.”며 트위트를 스스로 삭제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업계 비정규직 스태프가 만든 ‘촬영장 옆 대나무숲’과 광고업계 종사자가 만든 ‘광고회사 옆 대나무숲’ 등은 실제로 ‘폭파’되기도 했다. 누가, 왜 계정을 삭제했는지는 모르지만 대나무숲의 존재 자체가 부담스러운 해당 업계 관계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만 나돌 뿐이다. 이런 경우는 또 다른 누군가가 ‘OO 옆 대나무숲 2nd’ 등의 이름으로 유사한 계정을 다시 만들어 대나무숲을 부활시키기도 한다. 더불어 정치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대나무숲 계정을 만들지만 올라오는 글 대부분이 정치색을 띠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혼잣말이나 친구에게 풀어놓는 하소연, 자조 섞인 푸념 같은 글이 주를 이루지만 오히려 정치적인 주장이나 구호보다 더욱 공감을 얻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디자인회사에 다니는 정모(33)씨는 “노조 없는 디자이너들의 푸념 같은 글이 올라오는데 우리 업계를 오히려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면서 “정치적인 발언이나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닌데 더욱 공감이 가고 나를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 추석에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낮 12시에 집에서 나와 밤 10시까지 회사 협찬 행사 진행하는 데 불려 나가서 일하고 왔네요.”, “명절인데 보너스도 없음.…못 줄 거 같으면 미리 알려주든가.” 등의 글이 대나무숲에 등장했다. 연휴에도 쉬지 못하거나 월급이 나오지 않은 직종 종사자들의 푸념이었다. 또 추석에는 며느리들의 고충이 담긴 ‘시월드 옆 대나무숲’이 주목받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0일 ‘소방관 옆 대나무숲’이란 계정이 생겼다.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상향시켜라.”라는 첫 트위트가 올라온 후 “소방차, 앰뷸런스 비싼 거 알겠지만 내구연한 다 되면 알아서 바로바로 빠르게 좀 바꿔주면 안 되나.”, “대한민국 인구는 5000만명을 넘어가지만 소방관은 4만명도 안 된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직역과 계층에 상관없이 다양한 대나무숲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방방재청의 한 관계자는 “트위터를 할 줄도 모르고 대나무숲 트위터라는 말도 처음 듣는다.”면서 “국감을 앞두고 누군가 관심을 끌려고 만든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는 “진짜 소방관이 만든 계정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까지 대나무숲 계정을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다. ●전문가 “사회자 약자들이 저항하는 일상의 방식” 정치·사회학자들은 인터넷상의 대나무숲 현상을 사회적 약자가 저항하는 방식의 일종으로 해석했다. 미국 정치학자인 제임스 스콧 예일대 교수가 저서 ‘약자의 무기’에서 말한 사회적 약자가 할 수 있는 ‘일상 형식의 저항’이 바로 대나무숲 현상이라고 분석된다. 소소한 방식으로 ‘강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자신을 재확인한다는 약자의 행태가 SNS를 통해 새롭게 나타난 셈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 제도에서 대변되지 못하거나 홈페이지와 게시판을 가진 노조 같은 조직들과 달리 활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 새로운 공론의 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나무숲 현상이 출판업계에서 먼저 나타난 이유에 대한 분석도 제시됐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출판업계와 같은 일종의 지식 노동자들에게는 성찰적, 비판적 시각이 있다.”면서 “정보사회의 수평·분산적이고 횡적인 네트워크의 특징이 이들의 특성과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대나무숲 트위터상의 개인적인 하소연과 불만도 사적인 의미를 넘어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나타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 교수는 “(대나무숲 계정의 글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슈가 될 수도 있다.”면서 “명료하게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현 정권의 경제 정책, 실업 정책 등에 대한 불만이 은연중에 드러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터키, 시리아 여객기 강제착륙 ‘일촉즉발’

    터키, 시리아 여객기 강제착륙 ‘일촉즉발’

    터키가 러시아발 시리아 민간 항공기를 강제 착륙시켜 ‘터키 대 시리아’ 갈등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시리아는 이번 사태를 ‘공중 납치’로 규정하고 터키를 강력하게 비난한 가운데 터키 측은 앞으로도 자국 영공을 통과하는 시리아 민항기를 계속 조사하겠다고 ‘선전포고’해 양국 간 대결 구도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10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로 향하던 시리아항공 소속 에어버스 A320 여객기가 터키 영공에 진입하자 터키 정부는 F16 전투기 2대를 출격시켜 앙카라 에센보가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고 현지 국영방송 TRT가 보도했다. 여객기에 무기 등 군사장비가 실려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터키 당국은 8시간 넘게 여객기를 붙들어둔 채 기내를 수색하고 화물 일부를 압수했다. 이후 러시아인 17명 등 승객 35명이 탑승해 있던 여객기는 터키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아흐메트 다부토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우리는 국민을 상대로 잔혹한 학살을 벌이고 있는 국가(시리아)에 무기가 이송되는 것을 막기로 결정했다.”면서 “우리 영공을 이용해 무기를 전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터키 방송사 NTV는 11일 “여객기 안에 10개의 컨테이너가 발견됐으며 이 중 미사일 부품에 쓰이는 것으로 보이는 전파 장비와 안테나 등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전날 익명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 “여객기에는 무기는 물론 군사용 장비가 없었다.”고 전한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 보도 내용을 부인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시리아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러시아는 터키의 여객기 강제착륙에 발끈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15일로 예정된 터키 방문 계획을 전격 연기했다.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사건 직후 터키 외무부에 자국발 정기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킨 이유를 해명하라고 요구하고 에센보가 공항에 외교관들을 파견했다. 이에 대해 다부토을루 장관은 “이번 사건은 터키와 러시아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터키와 시리아는 지난 3일 시리아발 박격포로 터키 민간인 5명이 사망한 이후 국경지대에서 일주일째 포격을 주고받으며 역내 긴장을 고조시켜 왔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인수가격 2조 4000억 안팎” “배당금·이자 합하면 더 올라”

    “인수가격 2조 4000억 안팎” “배당금·이자 합하면 더 올라”

    ‘이번에는 진짜?’ 얀 호멘 ING그룹 회장이 이달 말 방한한다. 날짜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25~26일쯤으로 전해졌다. KB금융지주에 ING생명 한국법인을 파는 계약서에 드디어 ‘도장’을 찍는다는 얘기다. 곧 나올 듯하던 인수 발표가 계속 지연돼 온 터라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있지만 11월로 넘어가면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라 양측 모두 이달 내 마무리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인수전을 둘러싸고 여전히 뒷말이 무성하다. 8대 궁금증을 짚어 본다. 가장 말이 많은 대목은 인수가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10일 “2조 5000억원이니, 2조 7000억원이니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인수가격은 2조 5000억원을 넘지 않는다.”고 전했다. 2조 4000억원 안팎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또 다른 소식통은 “ING그룹 측이 ING생명의 올해 배당금과 계약 체결 이후 잔금에 대한 이자를 요구하고 있어 이 돈을 모두 합치면 실제 인수가격은 훨씬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협상 관계자는 “ING 측이 잔금 이자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집 판 사람이 계약금과 잔금 수령 사이 기간의 이자를 받는 것 봤느냐.”면서 “M&A에서도 잔금 이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수가격을 올리려는 ING 측의 꼼수라는 것이다. 배당금 지불 문제도 KB로서는 고민거리다. ING그룹은 KB지주 지분 5.02%를 가진 3대 주주이다. ING가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받은 공적자금 100억 유로를 갚기 위해 ‘KB지분’을 볼모로 배당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설사 이런 가욋돈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적정 인수가격’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2조 4000억원에 인수한다고 해도 지난해 ING생명의 순익이 241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예상 수익률(자기자본이익률)은 10%에 불과하다. 외환은행(순익 1조 7245억원) 지분 51%를 3조 9156억원에 인수한 하나금융의 수익률이 2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비싸게 샀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국민은행으로부터 1조원을 배당받아 인수자금을 마련하려던 계획도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KB 측은 “웅진 사태 때문에 이런저런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인수대금 마련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고가 인수’ 논란은 ‘타이밍’ 논란과도 이어진다. 국내외 할 것 없이 보험업계가 장기 저금리로 역마진 비상이 걸린 현 시점에서 굳이 2조원 이상을 들여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ING생명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남성 설계사들이 대거 이탈해 인수 매력도 반감된 만큼 좀 더 기다리면 싼값에 인수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ING생명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 변액연금을 집중적으로 팔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NG가 최저 수익 80%를 보장한 상품을 판 데다 (매각을 앞두고) 계약 밀어내기를 했다는 의혹도 있어 (인수 뒤) KB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NG생명 노조가 강성으로 꼽히는 점도 KB에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KB 측은 “그룹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3%로 쏠림이 너무 심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라도 보험사 인수가 꼭 필요하다.”면서 “보험사들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실제 주가는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저축성 보험 위주인 KB생명과 보장성 보험이 많은 ING생명이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외이사들도 인수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인수가격 등에 대해 일부 우려를 표명하는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ING생명 인수가 성사되면 어윤대 KB지주 회장의 사실상 첫 M&A 결실이 된다. 굵직한 ‘한 건’을 내놓기 위해 어 회장이 다소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인수전에 별 문제가 없는지 이례적으로 사전 점검에 착수한 금융감독원은 “인수에 따른 충당금 추가적립 부담 등 건전성 영향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애플, 10년전부터 특허戰 준비”

    애플이 10년 전부터 경쟁 업체의 시장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특허전쟁을 준비해 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직 애플 임원들의 폭로를 인용,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애플 임원은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우리는 아이폰과 관련한 모든 것에 대해 특허를 신청해야 한다.”며 무조건적인 특허 신청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엔지니어가 참석하는 애플 회의에는 특허 변호사들이 어김없이 참석했다. 2006년까지 애플에서 최고법률책임자를 지낸 낸시 하이넨은 “잡스의 태도는 애플에서 누가 뭔가를 생각해 냈다면, 바로 그에 대해 특허를 신청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면서 “특허를 따 놓으면 나중에 (경쟁 회사의 비슷한 제품 생산을 막기 위한)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전직 애플 변호사는 특허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특허를 무차별적으로 신청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2000년 이후 4100개의 특허를 취득했다. 애플이 특허를 따내기 위해 얼마나 집요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도 소개됐다. ‘시리’ 음성 검색 특허로 알려진 ‘컴퓨터 시스템 정보 검색을 위한 범용 인터페이스’(미국 특허번호 8086604)는 특허 심사원으로부터 현존하는 아이디어를 “명백하게 변형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특허 출원을 아홉 차례나 거부당했다. 하지만 애플은 지난해 또다시 미세한 조정을 거쳐 특허를 신청, 10번의 시도 끝에 해당 특허를 따냈다. 애플은 또 특허전쟁에서 대화·협상을 통한 해결 의지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타임스는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 특허가 이렇게 남발되는 소송 때문에 오히려 기술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韓·日 재무장관 내주 日서 회동”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일본의 조지마 고리키 재무상이 다음 주 일본에서 만나 한·일 통화스와프 확대 조치 연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고위 관리가 4일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현재 (양국 장관의) 회동을 준비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 오는 9일부터 도쿄에서 개최되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 총회에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앞서 일본 재무성은 한·일 통화스와프 확대 조치와 관련, 한국이 요청하지 않으면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 8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에 대한 보복으로 통화스와프 확대 조치의 중단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10월 통화스와프 규모를 13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로 늘렸으며 이달 31일 시한이 만료된다. 일본 정부가 통화스와프 확대 조치를 중단하면 양국의 통화 스와프 규모는 700억 달러에서 130억 달러로 줄어든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칭다오靑島 가는 길

    칭다오靑島 가는 길

    칭다오靑島 가는 길 황해 너머 칭다오로 가려거든 이 경고문을 숙지하라. ‘여행 중 바다와 맥주를 조심하시오.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로 중독될 수 있습니다’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위동항운 www.weidong.com 032-770-8000 1 위동훼리를 이용하면 인천에서 칭다오와 웨이하이로 여행할 수 있다 2 페리에서 본 인천대교 3 페리는 바다를 떠다니는 일종의 호텔이다 4 배 여행의 진미는 바다 구경이다 황해는 깊고 푸르다 인천에서 칭다오까지 비행기로 1시간 30분, 배로 최소 16시간. 합리주의자라면 당연히 비행기를 택할 터. 하지만 바다의 위로를 받고 싶은 날이 있다. 주저리주저리 어떤 넋두리를 풀어놓지 않아도 바다는 항상 “괜찮다, 다 괜찮다”고 토닥여 줬다. 그래, 배를 타자. 인천에서 칭다오, 웨이하이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위동훼리의 배편을 택했다. 공식 일정은 4박5일이었지만 이중 이틀 밤은 배 안에서 보내야 했다. 약 3만톤에 달하는 육중한 페리는 올해 초 경험했던 크루즈의 크기와 맞먹었다. 떠나기 전 멀미를 걱정했건만 덩치 큰 페리의 품에 안기자 오히려 긴장이 스르륵 풀렸다.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배가 인천항을 떠났다. “뒤로 젖힌 의자를 똑바로 하고 안전벨트를 꼭 매라”는 지시는 없었다. 오히려 페리는 자신의 구석구석을 탐하라고 종용했다. 페리는 깔끔하고 친근한 대형 게스트하우스였다. 익명의 승객이 함께 머무는 넉넉한 다인실부터 ‘바다 위 호텔’이라 불러도 좋을 로열석까지 다양한 객실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일상의 축제를 이 배에서도 한바탕 벌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짐을 선실에 간단히 풀고 편의점·면세점부터 영화관·노래방·대중 목욕탕까지 하나하나 구경했다. 세련된 시설은 아니었지만 긴 항해시간을 달래 주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목적지인 칭다오에 닿기도 전에 이미 여행의 반은 채운 느낌이었다. 중국 여행을 위해 배에 올랐건만 ‘굳이 중국을 가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배 여행의 진미는 바다 구경이다. 꽤 오랜 시간 객실 밖에 머물렀다. 사람을 취하게 하는 건 술뿐만이 아니다. 바다에도 취할 수 있다. 저게 황해로구나. 지리적으로 황해는 한반도의 서쪽이니 편의상 ‘서해西海’로 불린다. 그러나 서해라는 말보다 ‘황해黃海’라는 이름이 더 정감 갔다. 황허黃河, 황하의 토사가 흘러드는 ‘누런 바다’가 바로 황해다. 태평양이나 대서양은 푸른 물빛을 자랑하고 오호츠크해는 푸른빛도 모자라 심지어 초록빛마저 뽐낸다는데 황해 너는 어찌 이름이 황해더냐. ‘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황허는 맑을 날이 없다 했다. 그러나 배 위에서 내려다본 황해는 누렇기는커녕 깊고 더없이 푸르렀다. 황해를 가로지른 배가 긴 항해를 마치고 항구에 멈춰섰다. 그곳엔 이름조차 푸른 섬, ‘칭다오靑島, 청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칭다오에서 2시간이면 닿는 웨이하이의 항구는 아름답다 2 제2해수욕장에선 웨딩촬영 중인 신혼부부들을 볼 수 있다 3 여유로운 칭다오 사람들 4 역동적인 도시 칭다오는 파닥파닥 움직이는 물고기를 닮았다 5 해수온천을 즐길 수 있는 리조트가 늘어나고 있다 바다가 키운 도시 칭다오 칭다오는 항구도시다. 항구도시의 정체성은 바다가 규정했다. 밀물과 썰물처럼 무수히 많은 사람과 물자가 한번에 밀려왔다가 또 빠져나갔다. 반복되는 이별과 만남에 이골이 난 항구도시는 이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민첩했다. 그래서 칭다오는 다양한 재료가 독특한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는 퓨전 요리를 닮았다. 칭다오의 상징이 돼 버린 칭다오 맥주도 독일인이 칭다오에서 개발한 퓨전 술이다. 더구나 중국에서 바다라니. 평생 바다를 못 보고 눈 감는 중국인이 많다는데, 칭다오는 바다 없인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고장이었다. 관광지도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5·4광장은 이번 여행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광장에 서 있으니 다사다난했던 칭다오의 근현대사가 파노라마로 스쳐 지나갔다. 고삐 풀린 제국주의의 기운이 아시아 도처에 퍼진 1919년 5월4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학생들이 일어섰다. 광장의 새빨간 조형물은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형상화하고 있다. 당시 독일에 이어 일본의 지배에 시달렸던 칭다오는 지금, 파닥파닥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처럼 강한 기운을 뿜어낸다. 공원 앞 해수욕장에선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실제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요트 경기를 개최한 곳도 바로 칭다오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해수욕장은 소어산공원에서 내려다보이는 제1해수욕장과 빠다관八大關, 팔대관이 자리한 제2해수욕장이 손꼽혔다. 제1해수욕장부터 시작해 작정하고 몇날 며칠을 바다만 보며 걷고 싶었다. 뭐니 뭐니 해도 압권은 제2해수욕장이다. 백사장을 빼곡하게 메운 인파는 대부분 예비 신혼부부들이었다. 오로지 웨딩촬영을 위해 제주도까지 여행 오는 중국인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바로 그 웨딩촬영 현장을 직접 보니 더 충격적이었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사람도 결혼철이면 이곳까지 차를 몰고 와 웨딩촬영을 강행한다고 했다. 제2해수욕장의 몸값을 올린 데는 빠다관이 큰 몫을 했다. 한자를 풀어 보면 8개의 관문인 빠다관은 해수욕장을 끼고 형성된 일종의 별장촌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곳엔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덴마크 등 세계 도처의 건축가가 지은 고급주택이 늘어선지라 팔대관은 그 자체가 만국건축박람회장이라 할 만했다. 칭다오의 바다를 넘본 세력이 많았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별장 중에서도 유독 위용을 자랑하는 곳은 화스러우花石樓, 화석루였다. 국민당의 장제스蔣介石, 장개석가 타이완으로 도망치기 전 화스러우에 머물렀던 까닭에 이곳은 ‘장제스의 별장’으로도 불렸다. 해수욕장과 맞닿아 있는 통에 예비 신랑, 신부는 화스러우까지 침범해가며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Interview 칭다오의 친구들 칭다오의 오랜 벗이 한자리에 모였다. 주인공은 바로 위동훼리와 칭다오 맥주다. ‘위동훼리’는 직접 자신의 매력을 설파했고, ‘칭다오 맥주’는 인기 비결과 자신의 과거사를 털어 놓았다. ▶Interview 위동훼리 “안 타봤음 말을 하지 마세요” 올해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20주년이라네요. 감회가 남다르겠어요? 지금 저는 인천에서 산둥성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인 웨이하이와 칭다오로 운항 중이에요.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해가 1992년입니다. 제가 웨이하이로 처음 갔을 때는 1990년이죠. 수교 2년 전부터 저는 웨이하이와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단 말이죠. 그때만 해도 저를 이용하던 손님의 대다수가 보따리 상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짐을 한가득 업은 상인이 북적북적한 배를 상상하지 마세요. 20대 청춘남녀부터 나이 지긋한 노부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나를 애용해요. 선입견만큼 무서운 건 없습니다. 일단 나를 만나 보고 판단해 주세요. 요즘 광고만 봐도 알 수 있듯 대세는 “빠름 빠름 빠름”이죠. 당신은 너무 느린 거 아닌가요? 내 콘셉트지요. ‘느림의 미학’이란 말을 왜 잊고 삽니까. 배 여행은 느려서 즐겁고 느려서 아름다운 거요. 나는 자유주의자입니다. 비행기처럼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하지 않아요. 안전벨트 따윈 없어요. 술을 마시고 싶으면 술을 마시세요. 바다 바람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란 말입니다. 내게 안기면 당신의 가슴은 ‘뻥’ 시원하게 뚫릴 겁니다. 몸무게가 약 3만톤이라 들었는데 웬만한 크루즈만큼 덩치가 크네요? 그런데 왜 ‘페리’인가요? 크기가 크면 크루즈고, 크기가 작으면 페리라고요? 아닙니다. 쉽게 설명해 크루즈는 오로지 여행을 위해 태어난 아이지만 저 같은 페리는 특정 지역을 오가는 이동수단입니다. 저는 승객과 함께 화물도 싣습니다. 반면 크루즈는 유명한 항구도시를 돌면서 사람들을 내려주고 관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거든요. 그렇다고 페리는 여행자를 위하지 않는다? 그건 비약입니다. 위동훼리에서도 선상 불꽃놀이와 레크리에이션이 열려요. 웨이하이 배에선 삼겹살, 꼬치 등이 어우러진 맥주파티도 즐길 수 있답니다. 배 안에서 심심하진 않나요? 위동훼리에는 면세점, 편의점, 대중 목욕탕, 영화관, 노래방, 식당, 카페 등 다양한 시설이 있습니다. 노래방에서 목청껏 노래를 불러도 좋고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는 것도 최고죠. 솔직히 배 여행의 가장 큰 자산은 ‘바다’입니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온갖 걱정이 다 사라지죠. 제가 생각하는 좋은 여행은 ‘잘 먹고 잘 자기’거든요. 페리 여행은 그 조건을 갖췄나요? 그게 바로 저의 관심사입니다. 여행객이 잘 먹고 잘 잘 수 있도록 하자. 저를 이용하면 호화스러운 뷔페는 아니지만 깔끔한 한식 뷔페를 즐길 수 있습니다. 뽀얀 쌀밥과 따뜻한 국 그리고 정갈한 밑반찬을 상상해 보세요. 선실은 여러 종류가 있어요. 가장 고급 선실은 로열 클래스Royal Class입니다. 트윈침대, 테이블, TV, 개인 욕실 등이 모두 갖춰져 있습니다. 웨이하이 배의 로열석엔 바다를 볼 수 있는 베란다도 있어요. 친구나 가족끼리 묵으면 좋은 다다미방도 있으니 입맛대로 고르세요.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Interview 칭다오 맥주 “나는 독일 혈통을 이어받았어요” 솔직히 저, 맥주보다 소주가 좋거든요? 그런데 칭다오에선 당신에게 푹 빠졌어요. 마음을 빼앗은 비결이 있다면? 자극적으로 ‘톡’ 쏘지도 싱겁게 ‘픽’ 하고 무너지지도 않는 완벽한 ‘밀고 당기기’? 당신의 부모는 독일인이죠? 나를 두고 누가 그러더이다. ‘서세동점의 잔재물’이라고. 틀린 얘긴 아니지요. 나도 내 출신을 숨기지 않아요. 1897년 독일은 칭다오를 청나라로부터 빼앗았고, 6년 뒤 1903년 중국 최초의 맥주 공장을 이곳에 세웠습니다. 나를 만들기 위한 설비며 재료며 모두 독일에서 가져왔고요. 나는 동양에서 재탄생한 독일 맥주라 해도 무관합니다. 독일은 ‘맥주 순수령’까지 제정하며 맥주의 질을 관리했다잖아요. 나도 바로 그 혈통을 이어받은 셈이지요. 목으로 스르륵 넘어가는 나란 녀석은 내가 봐도 최고죠. 독일의 옥토버페스트와 함께 칭다오에서도 맥주축제가 열리는 거 다들 아시죠? 무슨 막장 드라마 주인공도 아니고, 당신의 출생은 왜 이리 복잡해요? 좀더 쉽게 이해할 방법은? 나의 슬픈 탄생기를 직접 보고 듣고 싶다면 칭다오 맥주 박물관으로 가야죠. 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A부터 Z까지 알 수 있습니다. 박물관이라 하여 지겹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입구부터 ‘빵’ 터지는 조형물이 기다립니다. 공장의 지붕 위로는 대형 맥주캔 모양의 설치물이 뭉툭한 뿔처럼 솟아올라 있고, 시원한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석조물도 다름 아닌 맥주병이랍니다. 여기엔 마르지 않는 샘물이, 아닌 마르지 않는 맥주가 흘러요. 노란 빛깔의 맥주가 줄줄 새어 나오는 수도꼭지 조형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신이 날 겁니다. 관람이 끝나면 널따란 시음장소가 있습니다. 나를 마음껏 느껴 보세요. 당신과 제대로 데이트하고 싶다면 칭다오 어디서 만나면 좋죠? 우리 지금 만나, 당장 칭다오 맥주거리에서 만나! 아까 말한 칭다오 맥주 박물관 근처가 바로 맥주거리랍니다. ‘Qingdao Beer Street’라는 대형 비석을 발견한다면 번지수를 제대로 찾은 겁니다. 길 곳곳에서 ‘맥주 한잔 어때’라는 유혹의 손길이 끊이지 않죠. 이곳의 아파트 벽면에는 맥주 모양으로 장식된 전선이 뒤엉켜 있고, 가게의 간판도 맥주 병뚜껑 모양이랍니다. 맨홀 뚜껑도 눈여겨보세요. 맥주 마시는 귀여운 동물이 그려져 있으니까요. 아! 청양구는 어떤가요. 한국인 입맛에 맞는 훠궈 전문점이 있죠. 중국식 샤부샤부인 ‘훠궈’ 국물이나 짭조름한 양꼬치 한 입과 나는 찰떡궁합이랍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3)음란물 중독, 증상 및 문제점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3)음란물 중독, 증상 및 문제점

    #1. 직장인 A(30)씨는 회식에 참석한 적이 없다. 오후 6시가 되면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한다. 회사에는 “편찮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고 거짓말을 해 놨다. A씨는 지하철에서 빵이나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원룸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켠다. 회사에서 남몰래 받아 놓은 따끈따끈한 동영상을 클릭하며 침을 꼴깍 삼킨다. 그렇게 새벽 1시까지 하루 6시간 넘게 야동(야한 동영상)에 탐닉한다. 주말엔 다른 약속도 없이 밤새도록 포르노만 본다. 숙맥이던 그는 군대 선임의 손에 이끌려 성매매 업소에서 원치 않는 첫 섹스를 한 뒤 음란물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포르노를 볼수록 평범한 이성 관계는 불가능해졌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여성의 치마를 들어 올리고 격렬하게 성폭행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A씨는 “나는 한심한 쓰레기”라면서 “이러다가 결혼도 못 하고 누군가를 강간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한다. #2. 중학생 B(14)군은 하루 많게는 5시간씩 야동·야사(야한 사진)·야설(야한 소설)을 탐닉한다. 수업시간에도, 학원에서도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은 포르노를 본다. 점점 자극적인 것을 찾다 보니 최근에는 강간물과 사디즘·마조히즘(SM)에 심취해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땐 ‘재미’로 같은 반 장애인 친구에게 자위행위를 시켜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자기 전에는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알게 된 또래 여중생과 성인들처럼 폰팅이나 영상 채팅을 한 뒤 잠든다. ‘야매’(야동 매니아)로 불리던 B군은 정도가 지나친 탓에 또래 집단에서도 은근히 따돌림을 받기 시작했다. 맞벌이 부모는 성적이 좋지 않은 아들이 머리가 나쁘다고만 생각한다. A군은 “밥을 먹을 때도, 수업 때도 깨어 있는 내내 포르노 생각뿐”이라면서 “야동 폐인으로 지내다 대학도 못 갈까 봐 두렵다.”고 했다. ●음란물 어릴 때부터, 자주 볼수록 위험 음란물은 성인들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는 건강한 해방구로 보는 시선이 일반적이다. 토크쇼에 출연한 연예인의 ‘야동 사랑’이 솔직한 고백으로 보도됐고, 인기 시트콤의 ‘야동 순재’ 캐릭터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포르노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음지의 중독자’도 늘고 있다. 강동우 성의학연구소장은 “한국인의 5% 정도가 음란물 중독으로 추산된다.”면서 “포르노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타인에게 혐오감이나 정신적 피해를 준다면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소장은 “음란물을 통해 타인의 성관계를 즐기는 관음증은 노출증, 성 도착증, 성범죄 등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발달과 무분별한 성매매, 폐쇄적인 성문화 때문에 한국의 음란물 중독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르노를 자주 보는 청소년이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에 실린 ‘고등학생들의 사이버 음란물 접촉과 성범죄와의 관계성 분석’에 따르면 음란물 접촉 빈도가 높을수록 강제적인 성접촉 등 성범죄를 일으키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의 7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53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음란물을 매일 3시간 이상 보는 학생 중 47.6%는 강제 키스나 애무를, 35.7%는 강간이나 준강간에 해당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답했다. 음란물을 매일 ‘30분 이내로 보거나 전혀 보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의 성범죄 비율은 2.9%를 기록했다. 초등학교 1~3학년 때 처음 음란물을 접한 학생들은 강제 키스·애무(26%), 성관계 강요(23.4%), 성적 접촉(11.7%) 등 성범죄를 행한 비율이 비교적 높았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7월 아동·청소년 1만 22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성인물 이용 실태조사’에서도 음란물을 경험한 청소년의 5%가 ‘성추행·성폭행 충동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성인물을 접하고서 실제 음란 채팅을 하거나(4.9%), 야한 문자·동영상을 전송하거나(4.7%), 몰래카메라를 촬영하는(1.9%)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대답도 적지 않았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가치관이 정립되기 전 음란물을 접하면 음란물 속 왜곡된 성의식을 마치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서 “여성은 남성을 만족하게 해 주는 도구나 강간을 당해도 결국에는 좋아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포르노를 보고 배설하듯 사정하는 건 윤택하고 행복한 성생활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부부관계보다 포르노가 좋아” 사춘기에 형성된 비뚤어진 성 관념이 성인까지 이어지는 게 더 큰 문제다. 성행위의 교감·소통·애정은 등한시하고 시각적인 자극과 쾌락에만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성에 무감각해지거나 일상적인 성관계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다. 서울 중독심리연구소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익명의 섹스 중독자모임’(SAA·Sex Addicts Anonymous)을 여는데 섹스·성매매·자위행위 등에 빠져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음란물 중독을 호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김형근 서울 중독심리연구소장은 “후회하고 자괴감을 느끼기까지 하지만 결국 음란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유외숙 성건강연구소장은 “음란물 중독자들은 파트너와의 관계보다 포르노를 통해 손쉽게 욕구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성은 본능, 쾌락, 수치심과 연결된 부분이라 다른 중독보다 훨씬 파괴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포르노 중독은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나 성 상담가에게 치료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이란, 영화 핑계로 ‘아랍의 봄’ 원천 차단

    이란 정부가 내년 3월까지 국내 인터넷망을 ‘월드와이드웹’(WWW) 대신 자국 전용 인터넷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부 당국은 이번 조치가 ‘사이버 보안 강화’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란 네티즌들은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려는 정부의 ‘꼼수’라고 비난했다. 알리 하킴 자바디 이란 정보통신부 차관은 이날 반관영 메르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정부 관련 기관의 인터넷이 국내 정보망으로 교체됐다.”면서 “2단계는 일반 시민의 인터넷 접속을 전용망으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레자 타키푸르 정통부 장관도 지난달 “2013년 3월까지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 사용을 중단하고 독자적 내부전산망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앞으로 몇 시간 안에 국내에서 구글의 검색엔진과 지메일이 중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란 언론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최근 전 세계 무슬림의 분노를 일으킨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 때문이라고 전했으나, 로이터 등 외신들은 현지인의 인터뷰를 인용해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시민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정부가 인터넷 검열을 강화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고객 정보 무방비 노출] 비밀번호 있으나 마나… 고객 증권 계좌내역 ‘손바닥 보듯’

    [고객 정보 무방비 노출] 비밀번호 있으나 마나… 고객 증권 계좌내역 ‘손바닥 보듯’

    50대 주부 A씨는 최근 증권사 직원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남편의 퇴직금을 자신의 증권 계좌에 일부 넣었는데 증권사 직원이 “여유 자금이 있을 때 관심 분야에 투자하라.”며 계좌 내역을 줄줄 읊었기 때문이다. 당황한 A씨는 “비밀번호도 안 가르쳐 줬는데 어떻게 보유주식 현황과 잔고까지 상세히 꿰뚫고 있느냐.”고 다그쳐 물었다. 그랬더니 “처음에 계좌를 개설할 때 개인 정보 활용에 동의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A씨는 “동의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기초 정보에 국한된 것일 뿐 계좌 내역 전부를 들여다봐도 괜찮다고 동의한 적은 없다.”고 항의했다. 직원에게 따질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A씨는 본사에 재차 전화를 걸어 “애초 동의를 구할 때 내 정보가 어떻게 어디까지 활용될 것인지 설명해 주고 약관에도 명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증권사는 “현행법에 관련 조항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며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이 아닌 만큼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투자자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B씨는 “정 필요하다면 연락처와 보유주식, 매수 날짜 정도만 알아도 되지 않느냐.”면서 “어떤 주식을 사고팔았는지 거래 내역과 잔고, 나아가 내 재산 정보가 전부 공개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거래 증권사에) 따졌더니 다른 증권사들도 모두 그렇게 한다는 어이없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권 투자로 정평이 난 유명 증권사에서 이렇게 고객 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란 B씨는 “고객의 의지와 상관없이 금융계좌 열람이 허용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B씨는 민원서에서 “고객별로 지정돼 있는 전담직원(관리자)은 물론 관리자가 아닌 직원도 손쉽게 고객의 개인 정보를 볼 수 있는 관행은 개인 정보 보호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부의 시책에 위배된다.”고 의견을 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직원은 “고객 관리나 영업에 필요한 정보 범위는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관리 편의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증권사의 관리 직원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이 주식이나 금융상품을 사고팔면 거래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거래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세 곳에 계좌가 있는 직장인 최모씨는 “증권사 직원이 내 거래 내역과 투자성향을 상세히 짚어가며 투자를 권유해 와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어떤 증권사는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일일이 (정보 열람 때) 내 허락을 구하는가 하면, 어떤 증권사는 멋대로 재산 정보를 본 뒤 투자를 권유해 와 한편으론 불쾌하고 찜찜했다.”고 말했다. 김병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약관이 모호하면 개인 정보 유출이나 투자 손실이 일어났을 경우 상당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에 기초해 정보 열람의 세부 기준과 수집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약관에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개인 정보도 유형마다 등급이 있는 만큼 (증권사 내부에) 정보 접근 권한을 따로 둬야 하며 그에 걸맞은 정보기술(IT) 보안 시스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다빈치 모나리자 ‘최초 버전’ 발견” 미술계 술렁

    “다빈치 모나리자 ‘최초 버전’ 발견” 미술계 술렁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의 초기 버전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와 미술계가 술렁이고 있다. ‘모나리자’ 보다 10년 앞선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영국 그레이트런던의 아일워스(Isleworth)에서 최초 발견돼 ‘아일워스 모나리자’라고 부른다. ‘아일워스 모나리자’는 ‘모나리자’ 작품보다 크고 주인공이 비교적 젊게 묘사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세계적인 다빈치 연구의 권위자이자 사립 다빈치 박물관 관장인 알레산드로 베초시(Alessandro Vezzsi)에 따르면 ‘아일워스 모나리자’는 제1차세계대전 이전 잉글랜드인 수집가인 휴 블레이커가 발견했다. 후에 블레이커는 미국인 수집가에게 이를 팔았고, 그가 사망한 뒤 익명의 단체에 넘겨져 40년 간 스위스 은행의 비밀금고에 잠들어 있었다. 미술 전문가들은 색감과 그림 속 여성의 표정, 자세 등을 미뤄 ‘아일워스 모나리자’가 ‘모나리자’ 실제 모델의 젊은 시절을 그린 또 하나의 모나리자라고 주장한다. 또 다빈치가 실제로는 ‘모나리자’의 모델인 ‘리자 델 지오콘도‘(Lisa del Giocondo)의 초상화를 두 장 그렸으며, 이중 하나는 루브르 박물관에, 또 다른 하나는 익명의 개인 또는 단체가 보관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나리자 재단 측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이를 증명할 것을 제안해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술역사학자 마틴 켐프는 “옷이나 헤어스타일, 배경 등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전 그림에서 매우 보기 드문 스타일”이라면서 “아일워스 모나리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나리자의 모델보다 훨씬 젊어 보이긴 하지만 이는 모사품이기 때문이며, 이는 모나리자가 그려진 뒤 수년 뒤 누군가 따라 그린 가짜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왼쪽은 아일워스 모나리자, 오른쪽은 모나리자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리비아, 불법 무장단체원 체포… 소탕 시동

    리비아 정부가 지난해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 축출 이후 정부의 공식 조직으로 편입되지 않은 불법 무장단체에 대한 통제에 나섰다. 통제 조치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3일(현지시간) 리비아 정부는 수도 트리폴리에서 무장단체 소탕작전에 나서며 고삐 죄기를 본격화했다. 지난 21일에는 리비아 제2도시 벵가지에서 시민들로 이뤄진 시위대의 습격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2곳이 자진 철수했다. 무함마드 알마가리프 리비아 제헌의회 의장은 22일 정부 관리들과 함께 벵가지에 있는 무장 단체의 대표들과 회동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무장 단체에 정부 산하 통합보안기구에 편입할 것을 명령하고, 이를 거부하면 강제 해산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무장단체의 주요 활동 무대인 벵가지에 군, 내무부 인력, 전직 반군들로 구성된 국방부 소속 여단들을 통합 관리하는 상황실을 설치하기로 했다. 리비아 군은 또 무장단체에 “현재 점유하고 있는 군 병영, 공공 건물, 카다피 정권의 일원이 소유한 부지에서 48시간 이내에 떠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다음 날인 23일 오전 리비아 군은 트리폴리 국제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에 자리한 군 단지에서 한 무장단체를 몰아냈다. 유세프 알만구시 군 최고사령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장대원들을 체포하고 이들의 무기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 장교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2~3주간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무장단체에 대해 이와 유사한 작전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21일에는 무장단체 아부 슬림 여단과 안사르 알샤리아가 리비아 동부 데르나에서 운영했던 병영 5곳을 해체하고 이 지역에서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안사르 알샤리아는 지난 11일 벵가지에서 발생한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이를 부인해 온 안사르 알샤리아는 벵가지 구원의 날로 명명된 21일 수백 명의 시위대가 벵가지의 본부에 난입해 건물과 차량에 불을 지르자 끝내 철수 입장을 밝혔다. 시위대는 무장단체 라프알라 샤하티의 벵가지 본부도 습격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중 일부 무장세력과 무장단체 대원들 간의 충돌로 최소 11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다쳤다. 이에 앞서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무장세력의 영향력 확대에 반대하는 3만여명의 시민들이 안사르 알샤리아 본부로 행진하는 시위를 벌였다. 리비아에서는 카다피 정권의 몰락 이후 공권력이 느슨해진 틈을 타 벵가지 등 일부 지역에서 혁명에 가담했던 무장 단체들이 불안을 조장한다는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가짜 학위로 교수된 남자 ‘승승장구’ 총장까지

    멕시코에서 대학총장 가짜학위 사건이 발생했다. 가짜학위로 교수가 된 남자는 15년 만에 캠퍼스 총장 자리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하다가 단번에 무너져내렸다. 대학은 형사 고발을 준비하고 있어 남자는 처벌을 받을 전망이다. 멕시코 과나후아토 대학 총장 후안 미겔 라미레스 산체스가 가짜학위로 대졸자 행세를 한 사실을 인정하고 지난 5월 사임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복수의 익명 제보가 거짓말로 잘 나가던 캠퍼스총장을 끌어내렸다. 대학 관계자는 “산체스 총장이 대학공부를 한 적이 없다는 익명의 제보가 많아 사실관계를 확인하던 중 당사자가 스스로 사임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산체스는 15년 전 과나후아토 대학에 교수로 채용됐다. 당시 이력서를 보면 그는 멕시코 푸에블라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981년 졸업장을 받았다고 적었다. 교수생활을 하면서 그는 실력을 인정받아 회계학과장을 지낸 뒤 2008년엔 셀라야-살바티에라 캠퍼스의 총장으로 선출됐다. 올해 4년 임기를 마친 그는 총장선거에 재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산체스는 대학 문턱을 넘어본 적이 없다.” “푸에블라 대학이 줬다는 졸업장은 가짜다.”라는 제보가 잇따라 대학에 접수되면서다. 대학은 은밀히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푸에블라 대학에 졸업자 확인작업을 요청하는 한편 교육부에도 학위등록 사실을 살펴봐달라고 했다. 충격스럽게 복수의 익명 제보는 사실이었다. 푸에블라 대학은 “졸업자 명단을 모두 확인했지만 그런 이름을 가진 졸업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조회결과를 통고했다. 과나후아토 대학은 조용히 산체스 총장을 불러 경위를 물었다. “대학을 다닌 적이 없다는데 어찌 된 일이냐?” 산체스 총장은 대답 대신 사임서를 제출했다. 대학은 산체스 총장을 형사고발할 예정이다. 멕시코에선 가짜학위를 구하기 쉽다. 인터넷에는 가짜 학위를 파는 사이트가 넘친다. 약 1만5000페소(약 120만원)만 주면 성적표까지 포함된 졸업장을 구입할 수 있다. 가짜 박사학위나 전문직 가짜자격증 등도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창업자금 투자보다 공익모금·지적재산 후원 소셜펀딩 ‘기부천사’로 진화

    창업자금 투자보다 공익모금·지적재산 후원 소셜펀딩 ‘기부천사’로 진화

    지난 8월 지식 공유 프로젝트 ‘오픈 렉처 라이브’(Open Lecture Live·올리브) 운영진인 주영민(26)·최지태(25)·문영석(25)씨는 고민에 빠졌다. 대학생 신분으로 비영리 사업을 하면서 홈페이지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강연이 10회 이상 진행되면서 강연을 단순히 듣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볼 수 있는 콘텐츠로 발전시키고 싶어 했던 세 사람은 ‘소셜펀딩’으로 비용 마련을 시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지식 공유와 나눔이라는 올리브의 뜻과도 맞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28일 소셜펀딩 전문 사이트 ‘텀블벅’에서 150만원을 목표로 시작한 펀딩은 기대 이상이었다. 44명의 후원자가 참여해 불과 열흘 만에 목표 금액을 초과 달성했다. 후원자 중에는 이들과 일면식도 없는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도 있었다. 주씨는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도와달라고 했으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을 테고, 모금 자체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투자 방식 정도로 여겨지던 소셜펀딩이 한국에서 나래를 펴고 있다. 소셜펀딩은 아이디어의 사업화나 기술 후원 등을 위해 불특정 대중으로부터 SNS 등을 이용해 소액을 모금하는 방식으로 2009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원래 소셜펀딩의 시초는 창업자금 등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투자자를 모으는 형태인 투자형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투자자에 대한 보상이나 사업화 과정의 투명성 등이 보장되지 않아 투자형은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 소셜펀딩은 사업 영역보다는 공익성 모금이나 창의적인 지적재산을 후원하는 후원형이 대세다. ‘1초 오심 논란’으로 화제가 됐던 국가대표 펜싱 선수 신아람에게 금메달을 만들어 전달하자는 모금 운동이나 ‘장미란 선수와 함께 비인기 종목 돕기’ 등도 소셜펀딩을 통해 진행됐다. 아예 기부 자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이트도 있다. ‘위제너레이션’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알리기 모금 캠페인 등을 벌이며 지하철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여름에는 독거 노인 선풍기 전달 캠페인을 진행했다. 지난 13일에는 국내 대표적 민간 공익재단인 아름다운재단이 ‘개미 스폰서’를 개설했다. 시민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든 공익사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 덕분에 사이트 개설 3일 만에 이미 20개가 넘는 사업에 3000여명의 후원자가 참여했다. 음반이나 영화도 소셜펀딩으로 나오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강풀의 만화 ‘26년’은 영화화 자금을 모으지 못해 제작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소셜펀딩을 통해 무려 4억원이라는 자금을 모아 촬영을 진행 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맞아 이달 초 발매된 ‘탈상-노무현을 위한 레퀴엠’ 음반 역시 소셜펀딩을 통해 시민 2300여명이 모금한 1억 6000만원으로 제작됐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특징인 익명성과 손쉬운 참여의 특성상 소셜펀딩이 앞으로 새로운 모금 문화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아직 기부 문화가 일상화되지 못해 약간의 불편함만 있어도 꺼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소셜펀딩은 SNS를 통한 손쉬운 참여에 더해 기부라는 행위 자체에서 얻을 수 있는 자기만족이 맞물려 새로운 기부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방송이나 신문 등에서 진행한 공익 모금은 자신의 지위 등에 따라 체면 때문에 일정 금액 이상을 내놓는 등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는데 소셜편딩의 경우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내가 바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클릭 한 번으로 5000원, 만원 등 똑같은 금액을 펀딩할 수 있는 구조가 소셜펀딩을 더욱 활발하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응답률 압박에 ‘학폭’ 가해·피해자 한 교실 조사

    지난달 일선 학교에서 시작된 학교폭력 실태 2차 전수조사가 상당수 학교에서 사실상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등 엉망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사방법에 대한 뚜렷한 지침 없이 응답률만 높이라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의 압박 때문에 당초 취지보다는 형식에만 급급한 본말전도의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 초 1차 조사에 이어 이번에도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 뻔하다. 전국 초·중·고교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6일까지 한 달 일정으로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생 558만여명을 대상으로 2차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 1월 25억원을 들여 우편으로 1차 전수조사를 실시했지만 응답률이 25% 수준에 머무르면서 예산낭비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설문조사를 학기 중에 온라인으로 진행하도록 방식을 변경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교과부의 의도와 전혀 다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교과부는 익명성 보장을 위해 실명 대신 인증번호를 받아 설문에 참여하도록 했지만,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수업시간에 일괄적으로 설문을 실시하는 경우가 흔하다. 학생들이 집에 있는 컴퓨터 등에서 하라고 하면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최모(33·여)씨는 “컴퓨터 활동 시간에 교내 컴퓨터실에서 각반이 돌아가면서 설문조사를 했다.”면서 “학교 차원에서 응답률을 높이라며 내놓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경기지역 고등학교 교사 박모(36)씨도 “학생들이 서로 의논해 설문한 내용을 공유하거나 옆 친구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알아서들 하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뒤섞여 한방에서 조사를 받다 보니 학교폭력 사실을 털어놓기가 1차 조사 때보다 더 힘들어졌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의 한 중학교 2학년 정모(14)군은 “폭력을 휘두르는 애들이 옆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데 굳이 신고를 해서 일을 크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털어놨다. 일부 교육청은 “학교별로 응답률이 일정 수준을 넘도록 하라.”며 목표치를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지역의 한 지역교육청은 지난달 지역 학교장과 생활지도 교사 400여명이 참석한 설명회에서 “반드시 재학생의 20% 이상이 설문에 참여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교과부가 ‘예방효과’를 내겠다며 설문조사 과정에 포함시킨 동영상 콘텐츠 역시 외면받기는 마찬가지다.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신모(12)군은 “개그맨이 나오는 동영상을 보기는 봤는데 다들 식상하다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설문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자체적으로 교과부 지시를 어기고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전북교육청은 관내 773개 학교 21만여명의 학생들에게 온라인조사 대신 서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교과부가 만든 설문지를 사용하지만 가정통신문 형식으로 나눠 준 뒤 집에서 작성해 학교에 배치된 수거함을 통해 회수하는 식이다. 또 표집학교 90개교를 선정해 교육청 관계자가 학교로 찾아가 직접 설문을 실시하는 방식도 병행한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가정의 컴퓨터를 활용해 참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학생이 인터넷 사용을 못하거나 컴퓨터가 없는 경우 학교 도서실, 컴퓨터 실습실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각 학교에 안내하고 있다.”면서 “원활한 조사를 위해 학교에서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 강제로 단체설문을 실시하는 경우는 없다.”고 해명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재산 기부는 내 평생 꿈… 과학기술 인재양성 보탬”

    “재산 기부는 내 평생 꿈… 과학기술 인재양성 보탬”

    신문기자 출신 여성 사업가가 80억원에 이르는 부동산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내놓았다. 지난 7일 익명의 독지가가 55억원 규모의 현금과 주식, 채권 등을 기부한 지 일주일 만이다. 서남표 총장의 개혁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이공계 인재를 지원하기 위한 기부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2006년 이후 KAIST가 기부받은 발전기금은 1900억원을 넘어섰다. “평생을 안 쓰고 열심히 모아서 구입한 부동산이지만, 재산이라는 것이 죽을 때 갖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곳에서나 함부로 낭비할 수도 없었죠.” 14일 오후 2시 대전 KAIST 행정본관에서 열린 발전기금 약정식에서 이수영(76·여) 광원산업 회장은 기부와 사회환원에 대한 평소 소신을 털어놓았다. 경기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 회장은 1963년 서울신문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디딘 뒤 한국경제신문과 서울경제신문을 거치는 등 1980년까지 17년간 취재현장을 누볐다. 기자생활을 하던 중인 1971년 광원목장을 세워 축산업을 시작했고 1988년에는 부동산 전문기업인 광원산업을 창업해 현재까지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회장은 창업 초창기부터 장학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1971년부터 1994년까지 서울대 법대 낙산장학회의 이사를 지냈고 이후에도 서울법대장학회 임원을 맡았다. 2010년부터는 서울법대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매년 1000만~3000만원씩을 장학회에 내놓으며 앞장서 기부를 실천해 왔다. 이 회장이 KAIST에 유증(유언으로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상으로 타인에게 증여)하겠다고 약정한 재산은 미국 LA에 있는 700만 달러(약 80억원) 상당의 부동산이다. 이 회장은 KAIST를 기부처로 선택한 데 대해 “과학기술의 힘이 대한민국 발전의 힘이며, 그 원동력이 KAIST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의 행동이 한국을 이끌 훌륭한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최근 몇 년간 KAIST의 발전 속도를 보면서 분명히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인 대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거기에 보탬이 되고 싶었습니다.” 서 총장은 “KAIST에 고액 기부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대학을 가져보자는 국민들의 염원과 열망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KAIST는 이 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KAIST-이수영 국제교육 프로그램’에 기부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활용한 스마트 러닝, 학생 주도 중심의 차세대 교수학습법인 ‘에듀케이션 3.0’ 등 다양한 글로벌 교육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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