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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투병 또래 위해 8년간 기른 머리 자르는 英 12세 소년

    암투병 또래 위해 8년간 기른 머리 자르는 英 12세 소년

    영국에서 한 소년이 암 투병 중인 또래 아이들을 돕기 위해 일부러 몇 년 동안 길러온 머리카락을 조만간 자른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메트로 등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버크셔주 뉴베리에 사는 12세 소년 버티 필킹턴은 오는 13일(현지시간) 4세 때부터 길러온 머리카락을 잘라 기부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버티의 어머니인 조 먼팅(49)은 “사실 아들은 머리카락을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자르지 않기로 마음먹었었다”면서 “네 살 때 머리카락이 너무 지저분해 보여서 내 권유로 한 번 잘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에 들어가자 많은 사람이 아들을 딸로 착각했다”면서 “운동을 좋아하지만 어떨 때는 긴 머리가 조금 방해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소년이 4세 때부터 길러온 머리카락은 금발로 허리춤에 닿을 만큼 길지만, 관리를 정성스럽게 해온 덕분인지 머릿결이 좋아 보인다. 이번에 소년이 자르는 머리카락은 자선단체 리틀 프린세스 트러스트(Little Princess Trust)에 기부될 예정이다.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이 익명으로 머리카락을 기부해오던 곳으로 유명한 이 단체는 암과 같은 질병의 영향으로 머리카락을 잃은 아이들에게 진짜 머리카락으로 제작한 가발을 선물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년은 머리카락을 기부하는 것만이 아니다. 소아암 치료를 위한 연구 기관에 지원금 550파운드(약 85만원)를 목표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저스트 기빙’에서 모금 행사를 진행해 지금까지 1000파운드(약 155만원)가 넘는 기부금을 모은 것으로 확인된다.소년이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영국 어린이 채널 CBBC의 특집 프로그램 ‘마이 라이프’에서 암과 싸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본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암 등 질병과 싸우는 아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미국 출신 간호사 진 바루크가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가 채혈부터 방사선 요법까지 각종 치료를 받았을 때 이를 극복해낸 증거로 구슬을 주는데 이를 목걸이 모양으로 완성해 치료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이 구슬은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수술 등 큰 치료를 받으면 특별한 것을 받을 수 있다. 이중에는 치료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을 잃었을 때 받는 구슬도 포함돼 있다. 소년은 “방송에 나온 여자아이의 구슬에는 머리카락이 있는 구슬과 없는 구슬이 서로 옆에 붙어 있었다. 그래서 암 치료로 머리카락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암이 아닌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를 알게 돼 그냥 뭔가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저스트 기빙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육참총장, 외출 막힌 장교들에 “애인, 딴 사람 만나고 있을 것” 훈시

    육참총장, 외출 막힌 장교들에 “애인, 딴 사람 만나고 있을 것” 훈시

    “여러분들이 여기서 못 나가고 있을 때 여러분들 여자친구, 남자친구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을 겁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두 달 가까이 외출과 외박이 통제된 채 훈련을 받고 있는 신임 장교들이 듣게 된 훈시 내용이다. 가까운 친구가 농담 삼아 한 이야기라도 기분 나쁠 발언을 한 사람은 다름아닌 육군참모총장이었다. 가뜩이나 과잉방역과 부실급식 등 부적절한 방역 조치로 질타를 받고 있는 육군의 수장이 신임 장교들을 다독이진 못할망정 조롱에 가까운 실언을 한 셈이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지난달 21일 전남 장성 육군 상무대를 찾아 갓 임관한 포병 장교 교육생의 야외 훈련을 참관한 뒤 10여분간 훈시를 했다. 당시 신임 장교들은 초급간부 지휘참모과정의 일환으로 상무대 예하 포병학교에서 교육을 받던 중이었으며, 약 200여명이 집합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같으면 훈련을 받는 신임 장교들도 주말에 외출·외박이 허용됐을 테지만, 당시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이들은 두 달 가까이 외출과 외박이 통제된 상황이었다. 이에 남영신 총장도 장교들에게 “3월부터 외출·외박을 못 나간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 “수료하고 6월에 자대 가기 전에 잠깐이라도 휴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이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힘든 생활을 다독였다. 여기에서 그쳤다면 장교들의 사기에 도움이 됐겠지만 문제의 발언이 다음에 나왔다. 남영신 총장은 “(장교들 중) 여자친구, 남자친구 있는 소위들이 많을 것”이라며 “그런데 여러분들 여기서 못 나가고 있을 때 여러분들 여자친구, 남자친구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을 거다”라고 한 뒤 훈시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익명의 제보자는 연합뉴스에 “아무런 맥락도 없이 갑자기 ‘막말’을 하고 바로 수고하라며 훈시를 끝내고 바로 퇴장했다”며 “처음에는 모두 말 그대로 귀를 의심했고, 훈시가 끝난 뒤 분노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 제보자는 “외출·외박도 나가지 못하고 열심히 훈련받던 교육생들에게 상당히 모욕적인 말”이라며 “신상이 노출될까 봐 두렵지만 군 장성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잘못된 성 인식과 언행을 조금이나마 고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용기를 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남영신 총장은 연합뉴스에 문자메시지로 보낸 사과문에서 “신임장교들의 경직된 마음을 다독이며,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친구를 예로 든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 언급됐다”고 시인했다. 이어 “현장에서 교육받고 있는 신임장교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한 ‘농담성 발언’이었다는 취지의 해명이다. 최근 군 내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며 제대로 된 격리시설이나 보급 체계도 갖추지 못해 장병들이 인권침해나 다름없는 격리 생활을 감내하는 상황에서 문제의 발언으로 군 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또 발언 그 자체만으로도 성인지 감수성 측면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모두 행복한 착한 시민 나눔이 순천형 권분운동… 전국 유행 기대”

    “모두 행복한 착한 시민 나눔이 순천형 권분운동… 전국 유행 기대”

    생필품 든 권분상자·마스크 나눔 이어자영업자 돕기 선결제 ‘시즌3’ 진행 중1인 월 1회 4개 품목 무료 권분가게도80대부터 코흘리개까지 기부 천사들 공약사항 5개 분야 73건 추진율 98.6%2023년 두 번째 정원박람회 시민이 주체‘3E 프로젝트’는 일자리·인구 유입 정책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대학 3학년 때 구로공단에 들어가 7년간 공장활동을 하는 등 20여년간 노동운동을 했던 허석 전남 순천시장은 ‘새로운 순천, 시민과 함께’라는 시정 목표를 내걸고 ‘혁신과 포용’의 정책을 펴고 있다. 허 시장은 정부보다 앞선 선도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을 통해 지역에서 4차례나 집단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을 원만히 해결해 모범적인 방역성공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에게는 단비와 같은 도움을 준 ‘권분운동’을 펼쳐 전국적 관심도 끌었다. 취임 후 일부 지자체장들이 암묵적으로 하는 승진 인사의 매관매직을 철저히 배격해 직원들에게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기초단체장으로는 드물게 2018년 지방선거에서 깨끗하고 투명한 선거를 위해 후원회를 꾸리지 않고, 펀드를 통해 선거 비용을 모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선 7기 공약사항 추진율 98.6%를 보이며, 시민들과의 약속 이행에도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경제 분야 전공이자 언론인, 문학인, 정치가라는 다양한 타이틀을 가진 허 시장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경제회복을 최우선 시정과제로 삼고, 또 한 번의 희망을 쏘아 올린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서울신문이 3일 허 시장을 만나 올해 시정 방향 등을 들어 봤다.-범사회적인 시민나눔운동으로 직접 제안해 추진한 권분운동이 전국에 소개되는 등 위기 시 리더십을 발휘했다. “‘권분’(勸分)은 글자 그대로 나눔을 권장하는 것으로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이 조금 덜 여유로운 사람들에게 가진 것을 나눠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에 제안했다. 어려운 때일수록 ‘철부지급’(轍之急)이라는 고사성어처럼 목마른 사람에게 당장 물 한 모금을 주는 신속함이 필요하다. 제안한 지 1주일 만에 권분상자가 1000가구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됐다. 이후 각 기관과 단체들의 참여가 줄을 이었고, 권분운동이 순천형 시민운동으로 전국에 알려졌다.” ●조금 여유 있는 사람이 가진 것 나눠주는 운동 -권분운동이 올해 시즌3로 진행됐다. 그동안 추진성과와 실적은. “지난해 3월 처음 시작한 권분운동 시즌1은 권분상자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 5500명에게 전달했다. 권분상자에는 쌀, 라면, 김, 마스크 등 생필품이 담겼다. 시즌2는 마스크 나눔 운동이었다. 출향 인사로부터 코흘리개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참여자가 더욱 확대됐다. 단기간에 147만장이 모였고, 전 시민 1인당 3장을 배부했다. 시즌3는 착한 선결제운동이다. 어려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위해 급여생활자가 중심이 돼 미리 선불로 결제하는 것이다.” -권분 운동에 이어 무료 나눔인 권분가게도 눈길을 끈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민들이 생필품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도록 ‘권분가게’를 지난 2월부터 운영 중이다. 1인당 월 1회, 3만원 상당의 4가지 품목을 자유롭게 가져간다. 성금 2억여원으로 준비했다. 그동안 8300여명이 이용했다. 80대 할머니가 직접 재배한 미나리를 기부하고, 익명의 가족이 100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권분운동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기부자, 봉사자, 수혜자 모두 순천시민이기 때문이다. 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기부자, 봉사자, 수혜자 모두가 행복한 권분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공약이행 사항은 어떻게 되나. “공약사항은 총 5개 분야 73건이다. 더 청렴한 신뢰도시 12건, 더 편안한 안전도시 16건, 더 따뜻한 복지도시 13건, 더 넉넉한 경제도시 22건, 더 행복한 문화도시 10건이다. 지난해 기준 완료 9건, 이행 후 계속추진 33건, 정상추진 29건, 일부추진 2건 등이다. 이행률 85.5%, 총정상추진율 98.6%의 진도를 보인다. 주요 핵심 공약인 광장토론 정례화, 전남도 동부권 통합청사 유치, 발효식품 산업화지원센터 건립, 호남권 최대 창업보육센터 설립 등도 가시화됐다. 시민과의 약속인 공약사항을 100% 이행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역량을 집중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전남 동부권 통합청사 유치 등 공약 가시화 -2013년에 이어 10년 만에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다시 열린다. “2023년에 두 번째로 열리는 정원박람회는 도심 곳곳에 꾸며진 정원이 주 무대다. 박람회 주제어도 ‘정원에 삽니다’다. 박람회가 시 전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시민 모두가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래서 부주제어는 ‘나만의 정원’이다. 29만 순천시민 누구나 저마다 정원을 가꾸는 데 동참한다. 정원이라고 해서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벽, 옥상, 베란다, 사무실, 심지어 한 뼘만한 공간에서도 정원을 가꾸면 된다. 이를 위해 24개 읍면동마다 ‘시민정원추진단’을 꾸렸다. 거버넌스형 정원박람회 모델을 제시하겠다. 첫 번째 열린 2013 박람회가 우리나라에 정원문화를 소개하는 것이었다면 두 번째 정원박람회는 정원산업을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산림청, 전남도와 순천시 전 부서, 전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행사로 차질 없이 준비해 가고 있다.” -평소에 ‘생태가 밥 먹여 준다’고 말씀하신다. 정원박람회도 그 하나인 것 같다. 3E 정책은. “전통적인 교육 도시인 순천의 교육(Education)을 중심으로 그동안 시민들이 가꿔 온 생태(Ecology)를 경제(Economy) 활력으로 이어 가는 ‘3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3개의 오아시스가 있다. 농업 바이오분야의 남해안권발효식품산업지원센터, 신성장 산업의 마그네슘소재부품산업클러스터, 청년 글로벌 창업의 한중창업혁신센터이다. 오아시스 주변으로 꽃씨가 날아들고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순천시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줄 오아시스는 일자리 창출과 인구유입으로 이어져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져올 것이다.” ●신대지구 의료융합타운 1조 7500억 투입 -신대지구에 가시화되는 의료융합타운 설립 영향은. “신대지구 의료부지에 1000병상 규모의 상급 종합 의료기관과 메디텔 600실 규모의 의료융합단지가 조성된다. 특히 순천과 여수 등 전남 동부권을 비롯해 경남 지역 주민들까지 이용할 수 있는 거점 의료시설로 추진한다. 이 사업에는 1조 7500억원이 투입된다. 약 600억원의 세수 확대와 지역사회에 2만 1000여명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인구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지갑 속으로 얼씬도 안 하시는 세종대왕님

    지갑 속으로 얼씬도 안 하시는 세종대왕님

    2011년 4월 전북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마늘밭에서 5만원권 현금다발이 무더기로 발견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40대였던 이모씨 형제가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으로 벌어들인 범죄 수익금을 땅속에 묻어 둔 것을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이 발견했다. 이들이 플라스틱 통 24개에 나눠 마늘밭에 숨긴 현금은 무려 110억 7800만원이나 됐다.종이돈 시대가 점차 저물어가면서 이 같은 일도 사라질 전망이다. 밀레니엄 세대인 대학생 A(20)군의 지갑에는 현금이 없다. 그의 안주머니에는 카드만 넣을 수 있는 작은 지갑이 전부다. 그마저 집에 놓고 나오곤 한다. 휴대전화만 들고 나와도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이 없기 때문이다. 식사, 대중교통 이용, 생필품 구매, 이체 등 모든 금융거래를 휴대전화에 저장된 신용카드와 모바일 뱅킹 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아예 지갑을 소지하지 않는 게 트렌드가 됐다. 이런 현상은 30~40대 직장인들에게도 일반화됐다.자영업자들도 현금을 만져 보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소액 결제를 하는 편의점과 커피숍 등에서도 점차 현금 거래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현금이 사라지면서 걸인도 동냥 깡통 대신 카드 단말기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의 걸인은 동냥을 받을 때 QR코드나 바코드로 받는다. ●코로나에 현금기피 현상 더 두드러져 신용카드부터 직불카드까지 각종 ‘플라스틱 머니’가 현금 거래를 대체한 지 오래다. 모바일 결제 솔루션까지 가세하면서 현금 수요는 급격히 줄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현금 실종을 가속화했다. ‘바이러스가 지폐에서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면서 현금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다. 현금 뭉치가 두둑한 지갑이 부의 상징이던 시대는 흘러간 옛 노래가 됐다. 계산대 앞에서 뭉칫돈을 세면, 한 세대 전에서 온 사람이거나 뒤가 구린 사람 취급을 받을 정도다. 최근 들어서는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광풍까지 몰아쳐 종이돈 시대의 종말을 예고했다.지갑 속 현금은 나이와 반비례한다. 디지털 시대를 앞서가는 젊은층일수록 현금을 적게 가지고 다닌다. 반면 장년과 노인들은 여전히 현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이는 화폐가 시대상을 반영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9세 이상 성인남녀 2650명을 대상으로 한 ‘2019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형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소 국민이 가지고 다니는 현금은 5만 3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8만원에 비해 2만 7000원이 줄어든 것이다. 나이별로는 50대가 평균 7만 1000원을 가지고 다니지만 20대는 2만 5000원으로 3분의1 수준이다. 화폐는 역사의 변천에 따라 변해 왔다. 물물교환을 했던 원시시대는 곡식이나 가축이 화폐 구실을 했다. 이후 소금이나 옷감, 가죽 같은 생활에 필요한 물품이 화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물 다음으로 발전한 화폐는 금속이다. 청동기시대는 청동검이, 철기시대는 철전이, 그 뒤에는 금·은이 사용됐다. 이후 지폐가 발명·통용됐다. 지폐 역시 시대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미 현금보다 디지털 화폐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동전이 먼저 퇴출당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2015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서 향후 추진 과제의 하나로 ‘동전 없는 사회’를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이를 위해 거스름돈을 카드에 충전하거나 계좌로 이체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과도기적 방안일 뿐, 결국 동전은 물론 종이돈도 사라질 것이라는 예고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언이다.●유럽 ‘현금 없는 국가’로 진일보 실제로 유럽 여러 나라는 ‘현금 없는 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2014년부터 지폐와 동전을 발행하지 않는 대신 최소의 필요량만 위탁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문가들은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가 세계에서 제일 먼저 ‘현금 없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종이돈 없는 세상이 SF소설 속에 나오는 얘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게 한다. 그 하나가 모든 거래가 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 화폐로 거래되는 세상이다. 여러 국가는 투명성과 정확성 때문에 현금 없는 사회를 지향한다. 디지털 화폐는 거래내용만 추적하면, 그 돈의 흐름을 알 수 있다. 디지털 화폐를 쓰면 탈세와 뇌물 공여 등 뒷거래가 불가능하다. 사실상 화폐 개혁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반면 국가가 모든 개인의 거래를 파악할 수 있어 국가 권력이 미치는 영향력과 범위가 급격히 증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 화폐는 디지털 거래 기록을 남기면서도 익명성을 보장한다. 비트코인은 중앙의 서버 없이 인터넷이 연결된 모든 곳에서 사용 가능하기에 국경도 없다. 국가가 관리할 수 없는 디지털 화폐인 셈이다. 현금 이후 시대인 디지털 화폐 세상을 예고하는 두 개의 화폐 체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가 기반의 디지털 화폐와 익명의 개인 네트워크로 이뤄진 글로벌 수준의 디지털 화폐가 그것이다. 이제는 동전(coin)의 시대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동전은 금속으로 만든 돈이 아니라 네트워크 속에서 진화하는 화폐들이다. 지갑에서 사라진 현금들이 또 다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현금을 세거나 카드로 계산하는 대신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시대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여기는 남미] 베네수엘라 최저임금 대폭 올렸지만…손에 쥔 건 우유 1리터

    [여기는 남미] 베네수엘라 최저임금 대폭 올렸지만…손에 쥔 건 우유 1리터

    베네수엘라가 노동절을 맞아 세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에두아르도 피냐테 베네수엘라 노동부장관은 1일(현지시간) 노동절 기념식에서 "5월부터 최저임금을 288% 인상한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의 최저임금 인상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이에 따라 4월까지 월 180만 볼리바르였던 베네수엘라의 최저임금은 이달부터 700만 볼리바르로 수직 상승하게 됐다. 이번 인상으로 미화로 환산할 때 센트 단위였던 최저임금은 비로소 달러 단위로 뛰게 됐다. 베네수엘라의 공식 환율을 적용하면 인상 전 최저임금은 미화 64센트(약 715원), 인상 후 최저임금은 2.4달러(약 2680원) 정도가 된다. 과거 우리나라로 치면 최저임금이 '전' 단위에서 '원' 단위로 올라선 셈이다. 베네수엘라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식권의 금액도 상향했다. 식권은 정부가 지급하는 식품 교환권으로 일종의 보조금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5월부터 최저임금을 수령하는 노동자의 가용 소득은 식권을 포함해 약 3.5달러로 늘어나게 됐다. 식권을 포함하면 소득이 300% 이상 늘어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노동자가 최저임금과 식권을 총동원해 살 수 있는 식품은 치즈 1kg와 우유 1리터뿐이다. 그나마 공무원들은 월급이 얼마나 오를지 아직 감도 잡지 못하고 있다. 피냐테 노동부장관은 노동절 기념식에서 민간부문 최저임금은 인상률을 확정해 발표했지만 공공부문에 대해선 "(인상률을) 검토하겠다"고만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5월 급여를 받아봐야 얼마나 올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발표가 있었으니 오르긴 하겠지만 민간부문보다는 인상률이 크게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공무원 월급은 민간보다 낮기로 악명이 높다. 공직에서 물러나 민간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현지 언론은 "살인적인 하이퍼인플레이션과 지독한 경기침체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가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며 "경제는 달러화되어가고 있지만 노동자는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현지 화폐로 임금을 받아 물가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투기투자의 경계선? 블록체인 생태계 핵심?… 코인, 넌 대체 누구냐

    투기투자의 경계선? 블록체인 생태계 핵심?… 코인, 넌 대체 누구냐

    가상자산(암호화폐)이 세계 금융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내재 가치를 부정하던 각국 정부도 암호화폐를 중앙은행의 통제하에 두기 위한 연구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과열됐다고 입을 모은다. 또 ‘투기냐, 투자냐’의 논쟁은 암호화폐를 둘러싼 주제 중 극히 지엽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블록체인 생태계의 핵심 개념으로 암호화폐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를 절로 외치게 하는 낯선 용어들과 개념들 사이에서 암호화폐란 도대체 무엇인지, 암호화폐는 우리를 어떤 미래로 데려다줄지도 짚어 봤다.통상 암호화폐를 지칭하는 단어로 코인과 토큰이 섞여 사용된다. 엄밀히 말하면 둘은 다른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은 거래 수수료나 채굴 보상 등을 위해 자체 지불 수단을 사용하는데, 이 플랫폼 메인넷에서 사용하는 지불 수단을 코인이라고 부른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 코인의 대표적인 예다. 코인이 자체적인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갖고 운용된다면 토큰은 코인의 기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빌려서 운용된다. 플랫폼 메인넷은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토큰은 이를 활용해 만들어지는 까닭이다. 흔히 언론에서 “코딩 초보자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고 하는 암호화폐는 토큰을 말한다. 시중에 거래되는 ‘잡코인’ 대다수가 이더리움이 제공하는 오픈 소스, 토큰 발행 프로토콜을 활용해 만들어 낸 토큰들이다. 토큰은 발행 이유, 즉 서비스 모델에 따라 유틸리티와 시큐리티, 페이먼트 토큰 등 세 가지로 다시 나뉜다. 유틸리티 토큰은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특정 플랫폼에서 발행한 토큰으로, 해당 네트워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재화에 대한 이용 권리를 갖고 있다. 백화점 상품권이나 골프장 회원권 등과 같은 개념이다. 시큐리티 토큰은 증권형 토큰이라고도 한다. 네트워크에 대한 법적인 소유권을 의미하며, 특정 네트워크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에 청구와 의사 결정의 권리를 가질 수 있다. 주식, 증권, 부동산 지분 등과 유사하다. 국내에선 거래소 등록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마지막으로 페이먼트 토큰은 상품의 결제 수단이나 송금 등에 사용하는 지불형 토큰이다. ●블록체인이 꽃 피울 미래의 금융 생태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존 금융기관에 대한 충격과 불신이 터져 나왔던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개발하면서 중앙의 통제에서 벗어나 모든 거래 참여자가 정보를 검증하는 방식을 택했다. 정보의 블록을 체인처럼 순서대로 엮어 모두가 해당 데이터에 대한 정보의 장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인 블록체인의 출발이었다. 중앙 금융기관을 배제한다는 것은 화폐 위조를 관리·감독해 주는 책임 기관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블록체인 기술은 체인처럼 연결된 조작 불가한 정보의 기록들을 바탕으로 이용자들이 ‘십시일반 운영하는 감시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근 루이비통, 까르띠에, 프라다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손잡고 블록체인 플랫폼 ‘아우라’에 대한 컨소시엄을 구축한 것도 블록체인의 기술적 특성을 활용해 명품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짝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대체불가 토큰’(NFT)도 이와 같다. NFT는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해 무한 복사가 가능한 디지털 정보 중에서도 ‘원본’의 가치를 부여하는 수단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여자친구이자 가수인 그라임스가 최근 NFT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그림 파일을 판매해 20분 만에 580만 달러(약 65억원)의 수익을 거둬 화제가 됐다. 또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어른이 잘못된 길을 알려 줘야 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자 블록체인 전문매체 ‘블록미디어’가 이를 다룬 기사를 NFT로 ‘박제’해 1이더리움(약 270만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특정 플랫폼에서 생기는 수익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개개인이 나눠 갖는 상생경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2일 “블록체인 기술의 대표적인 특징은 데이터의 불일치가 발생할 경우 인터넷 투표 기능이 동작해 다수결에 의해 데이터를 맞춰 나가도록 돼 있는 것”이라면서 “정보를 독점한 소수가 권력을 갖는 게 아닌 조합 형태의 기업이나 금융회사를 끼지 않고 결제, 송금, 예금, 대출, 투자 등 모든 금융 거래를 직접 할 수 있는 참여자 중심의 ‘디파이’(탈중앙화된 금융시스템)와 직접민주주의까지도 기술적으로 가능해진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박용범 단국대 자율형블록체인 연구소장은 “기존의 현금 없는 사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돈에 조건을 거는 ‘스마트 컨트렉트’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예컨대 가상자산으로 대금을 지불한 뒤 계약일이 지나야 돈이 활성화되도록 조건을 건다거나 차비로만 사용 가능한 화폐를 제공하는 등 용처나 상황에 맞게 돈을 통제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블록체인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블록체인으로 인한 혁신적 변화의 대전제가 탈중앙화인데, 현재의 가상자산을 보면 탈중앙화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금융기관이라는 기존의 거래 청산 주체에 대한 불신으로 시작했지만 되레 소수의 채굴자라는 검증되지 않은 청산 주체로 옮겨 간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탈중앙화를 외치는 암호화폐가 국가나 기업으로 편입될 때 가치를 인정받고, 가격이 치솟는 것 역시 이러한 딜레마를 보여 준다는 얘기다. ●한은도 디지털화폐 연구 “발행 전제는 아냐”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0년 지급결제보고서’에서 내년 1월까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모의실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BDC가 사용되는 가상환경을 조성한 뒤 제조, 발행, 유통, 환수 등 중앙은행의 업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토대로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위변조 방지를 위한 보안기술 등을 CBDC 시스템에 적용 가능한지 여부를 점검하고, 향후 다른 금융기관이나 정보기술(IT) 업체들과 함께 유통 과정에서의 송금, 대금 결제 등 서비스 프로세스를 실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한은은 “발행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개인정보 침해, 민간은행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위기 등 단점도 명백해 상용화를 위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한 까닭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다. CBDC가 상용화되면 진정한 의미의 ‘현금 없는 사회’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현금 없는 사회가 시중은행, 카드사 등 민간 금융기관이 현금 보관이나 지급 역할을 대행하는 것인 반면 CBDC를 이용하면 화폐를 은행 계좌에 보관하는 대신 개인 고유의 블록체인 지갑에 보관하고, 카드 결제 대신 지갑 간 전송으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어 금융기관의 역할까지 개인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중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중국은 2014년부터 연구에 착수해 지난해 10월 베이징, 선전, 쑤저우, 청두 등 주요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 3억 달러(약 3300억원)를 발행하고 CBDC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가상환경에서 CBDC를 개발·실험하는 ‘이 크로나’(e-Krona)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며, 유럽중앙은행(ECB)도 CBDC 관련 연구를 위해 회원국 중앙은행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디지털 유로의 필요성과 설계 요건, 원칙, 구조 등을 검토한 보고서를 내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일본은행 등도 실험에 착수했다. 박승호 샌드스퀘어 대표는 “CBDC가 자리잡으면 세금 처리, 회계, 기업 간 거래 등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신규 사업 모델이 등장해 새로운 디지털금융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럴 경우 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한 가치 분석평가 기준이 부재하다는 현행 암호화폐 시장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융시장의 ‘빅브러더’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승주 교수는 “암호화폐의 존재 이유는 추적이 어렵다는 것인데, 정부 입장에서는 탈세나 지하경제 같은 부작용을 걱정하는 만큼 익명성 기능을 제외한 디지털화폐를 발행해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남초사이트서 집단 성폭행 고백…“극악무도” 분노의 청원 [이슈픽]

    남초사이트서 집단 성폭행 고백…“극악무도” 분노의 청원 [이슈픽]

    ‘에펨코리아’에 데이트 성폭력 암시 글“명백한 성범죄…즉각 수사해야” 청원현재 8만여명 동의…경찰청, 내사 착수 한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에 여자친구를 상대로 집단 성폭행을 했다고 고백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글 게시자를 수사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8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은 가운데 경찰은 내사에 착수했다. 2일 경찰청은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복수의 성폭행 암시 게시글과 관련해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자신의 20대 여자친구에게 강제로 여러 남성과 성관계를 하도록 했다는 내용의 글이 지난 2~3월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에펨코리아 사이트에 올라온 성범죄 글을 수사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이날 현재 8만 3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100명 이상의 사전 동의를 얻어 현재 관리자가 공개를 검토 중이다.청원인은 “에펨코리아라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집단 강간 및 데이트 성폭력 고백글”이라며 해당 게시글을 공유했다. 청원인은 “가스라이팅과 협박을 이용한 가학적인 강간 및 집단 성폭행 행위를 범하였음을 스스로 인정했다”며 “명백한 성범죄이고 그 죄질과 방법이 계획적이고 극악무도하다. 반드시 즉각적인 수사 및 응당한 처벌을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원인이 공유한 글에 따르면 지난 3월 19일 에펨코리아에 한 글쓴이가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행한 가학적 성행위를 과시하는 듯한 내용을 올렸다. 게시글에는 “친구 여러 명과 여자친구와 관계를 맺었다”, “여자친구도 처음엔 많이 울었는데 내 취향이 그렇다니까 이제 그러려니 한다”, “끝나고 피가 나와서 병원에 갔다”, “내가 어쩌다 하루 잘해주는 기억으로 버티는 듯”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현재 이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익명 게시글들의 작성자가 동일 인물인지, 사건에 실체가 있는지 등을 확인 중”이라면서 “웹사이트 서버를 압수수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알고 보면 랭보도 주식 부자,,, 여성도 상업·예술 다 잡아야

    알고 보면 랭보도 주식 부자,,, 여성도 상업·예술 다 잡아야

    2016년 출간된 이래 64쇄, 7만 3000부가 팔린 책 ‘입트페’(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의 저자 이민경 작가는 여성주의 저서와 역서를 전방위적으로 출간하는 젊은 여성주의자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속 고립된 여성들과 연대하는 프로젝트로 이메일 서비스 ‘코로나 시대의 사랑’을 시작했다. ‘고사리박사’는 필명 말고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웹툰 작가다. 2018년부터 신생 독립 플랫폼 딜리헙에 연재한 웹툰 ‘극락왕생’은 이듬해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연재 10개월 만에 매출 2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불교 보살의 자비 아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해를 다시 살게 된 귀신 박자언의 이야기에는 딱 한 명의 협시 외에 부처와 보살 모두 여성이다. 여성주의 창작자이자 친구로 같은 길을 걸어가는 두 사람을 최근 서울 마포구 이 작가의 자택(이자 사무실)에서 만났다.-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민경 ‘코로나 시대의 사랑’ 단행본을 준비하고 있어요. 작년에 썼던 이메일 서비스와 석사 논문을 섞어 새 책으로 만들려고 해요. 지난달에 냈어야 하는데 잘 안 돼 괴로운 상태고요. 올 초 석사 학위(문화인류학)를 받았는데, 프랑스로 박사과정 진학을 준비 중이에요. 고사리박사 이달 말, 새달 초에 출간하는 문학동네 여성 작가 테마단편집에 실릴 원고 작업을 했고요. 5월 부처님오신날이 ‘극락왕생’의 크리스마스거든요. 의류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등 여러 이벤트를 준비 중이고요. ‘극락왕생’ 영상화도 결정돼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어요.●문체부 장관상 받은 ‘극락왕생’ 2019년, 함께 아는 지인을 통해, 말하자면 ‘소개팅’처럼 서로를 알게 된 두 사람은 사업 파트너이기도 하다. 이 작가가 지난달 만든 통번역 에이전시 ‘핫팟’은 ‘극락왕생’의 번역 작업을 전담하고 있다. 영어부터 시작해 일어, 중국어, 불어 등으로 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고사리박사님은 ‘극락왕생’에서 현재 시점으로 29살이 됐을 여고생들 이야기를 그렸고, 이 작가님은 꾸준히 ‘2030’ 여성 목소리를 모으는 작업을 하셨습니다. 여성들 이야기를 쓰고 다룰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요. 이민경 저는 의외로 ‘형식’이요. ‘저자로서의 인류학자’(클리퍼드 기어츠 저)라는 책을 봤는데 거기에 ‘작가는 무엇을 쓸 것인가 고민하고, 저자가 어떻게 쓸 것인지를 고민한다’고 적혀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제가 해 왔던 작업이 일종의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이냐’를 고민하는 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입트페’는 생각보다 형식이 되게 중요했어요. 온라인상에서 관련 발화가 많았지만 파급력이 없었어요. 매뉴얼, 회화서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유럽 낙태 여행’은 여행기, ‘탈코르셋: 도래한 상상’은 연극 또는 드라마,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편지글로 만들었고요. 고사리박사 저는 보편적인 경험을 디테일하게 구현하려고 해요. 만화라는 게 120%를 담아도 독자들이 80%밖에 못 느끼잖아요. 포맷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최대한 사실의 일이라고, 우리 함께 경험한 것이라고 느끼게 하려고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개인적인 기억을 더듬어요. 동시에 주변 여자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요. ‘극락왕생’에서는 작품에 나오는 (여자)고등학교 친구들끼리의 관계를 구현하는 일에 특히 공을 들였어요. 한국인의 학창 시절이 힘들잖아요. 자유롭지도 않고, 통제된 환경에서 스트레스가 쌓여요. 거기서 나를 견디게 해 준 게 동성 친구들이구요. 정상성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마땅히 그래야 하기 때문에’ 이성과 결혼하기 이전까지 내가 가장 정서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맺었던 건 그 시절의 (여자) 단짝 친구란 말이죠. 우리들만으로, 여자들만으로 충분했던 그 시절의 편안함과 안정감을 이야기에 담아 내기 위해 작품 초반에는 학창 시절의 재현에 초점을 많이 맞췄어요.●여성 서사의 계보 찾고 또 남겨야 -두 분은 공통적으로 여성 서사의 계보를 찾고, 기록하는 일에도 열심이에요.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왜 중요한가요. 이민경 저도 몰랐는데 ‘계보’가 계속된 제 테마네요. ‘유럽 낙태 여행’(2018)에서 (여성의 재생산권을 위해 싸워 온 유럽 활동가들에 관한 인터뷰집) 횡적인 역사를 조명하면서 다른 나라에도 이런 일이 존재했다고 얘기했어요.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은 역사에 걸쳐 익명의 존재였다”고 말하잖아요. 가부장제 안에서 여성에 대한 역사가 없던 게 아니고 지워졌다는 것이 피지배계급의 속성이에요. 남성들은 자신이 이룬 게 없더라도 계보 안에 들어가 있음으로 얻게 되는 안정감이 있어요. 앞으로 이렇게 살게 되리라는 비전 같은 거죠. 말하자면 이성애 규범적 생애 서사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일이 일어나도 가정이 유지되는 것처럼요. 그런데 여성은 황당한 거예요. ‘왜 살고 있지?’ 이해가 안 되는 거죠. 생물학적 몸이 존속하는 것과 별개로 사회적 삶이 유지 가능한가에 대한 불안이 항상 있어요. 생존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줘야 이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책들을 썼죠. 고사리박사 저도 계보가 있어야 낙관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실천은 구체적이어야 하지만, 신념은 추상적이어야 한다”고 많이 얘기하고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일들은 매일 구체적으로 힘들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도망쳐야 하는 우주적 낙관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게 신화니까. 이민경 여성들끼리 상호의존하던 역사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고 그걸 보여 주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임파워링’(Empowering)을 항상 견지해 왔는데요. 제가 역사를 좋아해서 역사화하는 게 아니고 낙관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보니까 ‘계보’로 돌아가는 거 같아요. “괜찮아, 원래 이런 거야” 하는 식의. 고사리박사 불교에서는 과거·현재·미래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것이 선형적이지도 않고 유기적으로 동시 존재한다고 묘사하거든요.●돈 모르는 작가가 멋지다는 착각 버려야 창작자인 두 사람의 재능이 교차하는 지점 또 하나는 사업가로서의 면모다. 이들은 초창기부터 판로 개척에 뛰어들었다. 이 작가는 출판사 봄알람을 만들어 텀블벅 펀딩을 통해 책을 다수 출간했다. 고사리박사는 ‘극락왕생’을 신생 독립 플랫폼인 딜리헙에 연재하며 회당 3300원이라는 ‘고가 마케팅’을 썼다. 지금은 웹툰 스튜디오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두 분 다 주체적으로 자기 작품의 판로를 만들어 왔어요. 이민경 작가를 꿈꾸는 여성들이 세상에 지분을 많이 못 갖잖아요. 여성들 사이에서 작가가 되기 위한 바람직한 태도로 글밖에 모르는, 달리 말해 돈을 모르는 사람이 멋진 작가라는 인식이 있어요. 반면 ‘잘 팔리는’ 남성 작가들은 세상의 물질적 토대와 깊이 연관돼 있고, 그걸 알고 있어요. 예를 들면 출판사에 돈을 벌어다 줬을 때 자기 지분을 요구한다거나, 임프린트를 만드는 식이죠. 여자 작가들은 자기 책이 잘 팔렸을 때 감사하다는 태도를 보이는데, 겸손한 마음을 갖는 것과 물질적 토대를 모르는 것은 다르죠. 고사리박사 중요한 지적이에요. 요즘은 지식재산(IP) 생산자들이 가장 경쟁력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작가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IP를 어떻게 활용할 건지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해요. 이민경 그걸 알고 있으면 비여성적으로 보이거든요. 처음에 시작할 때는 기성 출판사 눈치를 안 보겠다는 반항의 몸짓이었지만, 지금은 제가 책임지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사업체 만드는 일을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점점 하게 돼요. 제가 불문과였는데 랭보(1854~1891)가 유명한 시인이면서 주식 부자였더라고요. 그의 예술성과 상업성, 세속성은 같이 가거든요. 말하자면 남성은 자기 부피를 가진 사람이고, 밥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돈 버는 일에 관심을 가지면서 예술을 해요. 여성들은 거꾸로 남성 작가들이 살림 돌아가는 일에 무지하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돈의 흐름에 대해서는 차단이 돼 있어요.●여성 중심 콘텐츠가 안전할 수 있는 환경 -‘극락왕생’의 회당 3300원이라는 구독료는 얼핏 듣기에 비싸게 느껴지는데요. 고사리박사 일단 1만원을 결제해서 세 편을 보면 100원이 남잖아요. ‘100원 아까우니까 또 보겠지’ 하고 (가격을) 정했어요. 직관적으로 3300원은 비싼 듯하지만 못 낼 돈은 아니거든요. 보통 웹툰 한 편이 60~70컷 정도 되는데 ‘극락왕생’은 페이지 기준 80~100페이지니까 분량이 길기도 하고요. 또 진입장벽은 무조건 낮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진입장벽이) 높을수록 여성 중심의 콘텐츠는 안전한 환경을 보장받을 수가 있어요. 요즘 같은 때는 댓글도 웹툰의 주요 콘텐츠 중 하나거든요. 실제로 극락왕생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 개인의 생활, 그들 삶의 기록이 내밀하게 펼쳐지는 작품이고 그걸 보면서 사람들이 자기 경험을 편안하게 꺼낼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여성들끼리 또 다른 소통의 장을 보여 준 게 ‘극락왕생’ 세계관의 확장이에요. 이민경 저도 ‘코로나 시대의 사랑’ 이후에 독자들끼리 모임을 만들고 네이버 카페를 만드는 식의 확장이 일어났는데 이게 진짜 콘텐츠의 연장이라고 생각해요. 고사리박사 지금 와서 보면 ‘입트페’로 귀결되는 게 결국 여자들 스스로 발화하게 만들어야 해요. 내 작품을 읽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작품으로 자기 걸 떠올리게 되면 좋죠. 이게 완전히 없는 걸 지어내서 말하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알고 있고 당신도 아마 충분히 알고 있을 그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요. 대화는 내내 두 사람이 공유하는 모순되는 듯 확고한 가치로 귀결됐다. 서로가 “내가 맛이 가도 알려 줄 것 같은 동료”라는 믿음. “‘가부장제 타파하자’는 말만 반복하면 아무도 안 본다. 그래서 ‘잘해야’ 한다”는 창작자로서의 신념, 여성주의자임이 그 자체로 브랜드파워가 되는 세상이라는 경험적 근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기 위한 작품은 만들면 안 된다”는 엄격함까지. 둘은 지난여름 강릉의 바다에서 거짓말처럼 큰 새를 봤고, ‘우리가 함께 봤다’는 믿음이 여성주의 정치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극락왕생’ 속 자언이 말하는 ‘윙윙인간’(‘윈윈’하는 인간)이라는 실체가, 여기 있었다. 젠더연구소 기자 seulgi@seoul.co.kr
  • 조응천 “문파가 아닌 국민” 외침에도… 아무런 응답 없는 민주당

    조응천 “문파가 아닌 국민” 외침에도… 아무런 응답 없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당내 강성지지층, 이른바 ‘문파´를 거듭해서 작심 비판했다. 이처럼 강성당원과 검찰개혁에 대해 쓴소리를 해 온 조 의원은 재보선 패배 후 쇄신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누구도 응답하지 않아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치고 있다. 조 의원은 29일 CBS 라디오에서 강성당원을 옹호한 김용민 의원을 두고 “전당대회 성공방정식을 따라가는 것”이라며 “박주민 다음에 김종민 의원이 계속 1위를 했다. 그 성공방정식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주민·김종민 의원이 2018년과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최고위원에 선출된 점을 언급한 것이다. 또 “2000∼3000명 되는 강성 지지층이 너무나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권리당원 70만명의 목소리가 다 묻힌다”며 강성당원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는 점을 경계했다. 조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문파가 아닌 국민들께도 다가가서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좀 놓아 달라”며 “여러분이 문자행동을 하면 할수록, 여러분의 강력한 힘에 위축되는 의원이 많을수록 재집권의 꿈은 점점 멀어져 간다”고 일침했다. 이와 달리 김용민, 강병원, 김영배 등 최고위원에 출마한 의원들은 강성당원의 문자폭탄에 대해 “권장되어야 할 일”, “태극기 부대와 다르다”, “동의할 수 없다”며 두둔했다. 주류 의원들은 조 의원에게 날을 세웠다. 친문(친문재인) 핵심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선출직이라면 그 정도는 감당하고 가야 한다”고 직격했다. 윤 의원은 “의사 표현 수위와 내용이 욕설이나 인신 모독이라면 문제지만, 소속 의원들에 대해 의사를 표현하는 정도라면 그 자체를 비난할 수 없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문 의원도 “본인이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는지 먼저 돌아보길 바란다”며 “의원들끼리 실명을 거론하며 공격하는 것은 천박한 정치”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10~20명 규모의 쇄신파 의원 모임을 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재선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에서 40%가 박완주 의원을 지지하지 않았나. 쇄신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차기 당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 측 관계자는 “재보선 이후 ‘민주당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의원이 늘고 있다”며 “전당대회 후 부동산, 검찰개혁 등 현안과 당 쇄신안에 대해 의견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80대 한국여성 얼굴때리고 침뱉은 노숙자 불기소 처분

    80대 한국여성 얼굴때리고 침뱉은 노숙자 불기소 처분

    83세의 재미 한국 여성의 얼굴을 때리고 침을 뱉었던 미국 뉴욕의 노숙자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뉴욕 시 경찰은 지난 11일 낸시 도(83)씨에게 침을 뱉고 주먹질을 한 혐의로 글렌모어 넴버드(40)를 체포했다. 하지만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지방검사는 증거 불충분으로 넴버드를 기소하지 않겠다고 지난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넴버드는 여러 개의 폭력 전과가 있다. 그는 지난 9일 도씨의 코를 때려 정신을 잃게 만들었다. 도씨는 웨스트체스터몰의 노드스톰 매장 근처에서 오후 7시 30분쯤 캔과 병을 수집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피범벅이 된 도씨를 발견했으며,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머리에서 피가 마치 펌프처럼 솟아났다”고 ABC7 방송 뉴스에서 설명했다. 그녀는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병원 치료를 거부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뒤에 목격자 인터뷰와 보안카메라 등을 조사해 넴버드를 체포했다. 하지만 검찰은 “채택할 수 없는 신원 확인과 용의자가 기소된 혐의를 저질렀다는 합당한 의심 이상의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이 넴버드에 대한 기소를 중단함에 따라 도씨에 대한 혐오범죄 사건은 여전히 조사 중으로 남게 됐다. 검찰은 혐오 범죄 피해자를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영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로 제공되며 혐오 범죄 피해자는 익명 또는 연락처를 남기는 방식으로 피해 사실을 언제든 신고할 수 있다. 또 검찰청은 24시간 다언어 범죄 신고 전화를 열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문파’들 향한 조응천의 외침…불러도 대답 없는 민주당

    ‘문파’들 향한 조응천의 외침…불러도 대답 없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당내 강성지지층, 이른바 ‘문파‘를 거듭해서 작심 비판했다. 이처럼 강성당원과 검찰개혁에 대해 쓴소리를 해온 조 의원은 재보선 패배 후 쇄신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누구도 응답하지 않아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치고 있다.  조 의원은 29일 CBS 라디오에서 강성당원을 옹호한 김용민 의원을 두고 “전당대회 성공방정식을 따라가는 것”이라며 “박주민 다음에 김종민 의원이 계속 1위를 했다. 그 성공방정식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주민·김종민 의원이 2018년과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최고위원에 선출된 점을 언급한 것이다. 또 “2000∼3000명 되는 강성 지지층이 너무나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권리당원 70만명의 목소리가 다 묻힌다”며 강성당원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는 점을 경계했다.  조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문파가 아닌 국민들께도 다가가서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좀 놓아달라”며 “여러분이 문자행동을 하면 할수록, 여러분의 강력한 힘에 위축되는 의원이 많을수록 재집권의 꿈은 점점 멀어져간다”고 일침했다. 이와 달리 김용민, 강병원, 김영배 등 최고위원에 출마한 의원들은 강성당원의 문자폭탄에 대해 “권장되어야 할 일”, “태극기 부대와 다르다”, “동의할 수 없다”며 두둔했다.  주류 의원들은 조 의원에게 날을 세웠다. 친문 핵심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선출직이라면 그 정도는 감당하고 가야 한다”고 직격했다. 윤 의원은 “의사 표현 수위와 내용이 욕설이나 인신 모독이라면 문제지만, 소속 의원들에 대해 의사를 표현하는 정도라면 그 자체를 비난할 수 없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문 의원도 “본인이 균형잡힌 시각을 갖고 있는지 먼저 돌아보길 바란다”며 “의원들끼리 실명을 거론하며 공격하는 것은 천박한 정치”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10~20명 규모의 쇄신파 의원 모임을 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재선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에서 40%가 박완주 의원을 지지하지 않았나. 쇄신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차기 당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측 관계자는 “재보선 이후 ‘민주당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의원이 늘고 있다”며 “전당대회 후 부동산, 검찰개혁 등 현안과 당 쇄신안에 대해 의견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14개 지자체, 퇴직공무원 친목활동에 혈세 펑펑… 합법이라고?

    14개 지자체, 퇴직공무원 친목활동에 혈세 펑펑… 합법이라고?

    봉사·회보제작 등 지방행정동우회 활동에울산·경남 등 예산 1억 7000여만원 지원 ‘퇴직공무원 보조금 위법’ 大法 판례에도정태옥 발의로 작년 3월 슬그머니 통과 행안부는 ‘행정동우회 보조금 금지’ 삭제“지금이라도 법 폐기… 국회, 결자해지해야”동네 조기축구회나 등산모임에서 친목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한다면 십중팔구 예산 낭비나 특혜지원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친목모임이 전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법적으로는 완벽하게 문제가 없다. 20대 국회가 임기 종료 직전 별다른 공론화도 없이 통과시킨 법이 지방재정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7일 서울신문이 나라살림연구소와 함께 지방재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울산·경남·강원 등 14개 지자체가 퇴직한 지방직 공무원 친목모임인 ‘지방행정동우회’에 예산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액은 약 1억 7078만원으로, 3월 말 현재 1억 3629만원(79.80%)이 이미 지출됐다.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울산·강원이 각각 3000만원, 경남이 2600만원을 책정했다.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경기 화성시가 15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14개 지자체가 예산 지원을 한 명목은 봉사활동, 회보 및 회고록 제작, 작품전시회, 행정 선진지 견학 등으로 결국 퇴직 공무원들의 친목활동이 전부다. 다만 경기 파주시는 지방행정동우회 건물 보수 명목으로 예산 900만원을 편성했다. 김유리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파주시청은 ‘지방행정동우회 입주 건물이 시 소유 건물’이라고 답변했지만 지방행정동우회가 입주 건물에 임대료를 내는지, 민간단체 임대 건물 보수 비용을 지자체 예산으로 편성하는 근거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지만 완벽하게 합법인 불일치가 발생하게 된 시작은 정태옥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방행정동우회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한 2018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전 의원은 법안 제정 이유를 “전직 지방공무원들이 공직을 통해 쌓은 전문성을 이용해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하도록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고 지방행정동우회의 원활한 운영을 도모하려 함”이라고 밝혔다. 법안은 입법 과정부터 비판을 받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법안심사소위에서 “입법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좀 어렵다”고 대놓고 밝힐 정도였다. 당시 행정안전부 차관이었던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도 “유사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입법하는 이유는 국민들의 행복을 위한 건데 퇴직 공무원들의 행복을 위해 정부 재정을 지원해 달라고 하는 건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히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총선을 눈앞에 둔 어수선한 틈에 이 법안은 별다른 토론도 없이 지난해 3월 20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이 통과되자 행안부는 지난해 7월 각 지자체에 배부한 ‘2021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및 기금운용계획 수립 기준’에서 그 전까지 들어 있던 ‘행정동우회에 대한 보조금 예산 편성 금지’를 삭제했다. 그리고 올해 예산부터 지방행정동우회 예산 지원이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셈이다. 지방행정동우회법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제14조다. ‘지방행정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 주민을 위한 공익 봉사활동’에 한해 “사업 실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놨다. 그나마 당초 법안에는 운영비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가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삭제됐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이미 대법원이 2013년 판례를 통해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퇴직 공무원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든 건 특혜이자 위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면서 “국회의 입법은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 국회가 지금이라도 엉터리 법률을 폐기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자체 공무원은 “친목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법률을 이해해 줄 국민이 한 명이라도 있을지 의문”이라며 “당장 공무원인 나부터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우려가 현실로...지자체 퇴직공무원 친목단체인 행정동우회 지원액 왜 늘었나

    동네 조기축구회나 등산모임에서 친목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한다면 십중팔구 예산 낭비나 특혜지원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친목모임이 전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법적으로는 완벽하게 문제가 없다. 20대 국회가 임기 종료 직전 별다른 공론화도 없이 통과시킨 법이 지방재정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7일 서울신문이 나라살림연구소와 함께 지방재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울산·경남·강원 등 14개 지자체가 퇴직한 지방직 공무원 친목모임인 ‘지방행정동우회’에 예산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액은 약 1억 7078만원으로, 3월 말 현재 1억 3629만원(79.80%)이 이미 지출됐다.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울산·강원이 각각 3000만원, 경남이 2600만원을 책정했다.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경기 화성시가 1500백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14개 지자체가 예산 지원을 한 명목은 봉사활동, 회보 및 회고록 제작, 작품전시회, 행정 선진지 견학 등으로 결국 퇴직 공무원들의 친목활동이 전부다. 다만 경기 파주시는 지방행정동우회 건물 보수 명목으로 예산 900만원을 편성했다. 김유리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파주시청은 ‘지방행정동우회 입주 건물이 시 소유 건물’이라고 답변했지만 지방행정동우회가 입주 건물에 임대료를 내는지, 민간단체 임대 건물 보수 비용을 지자체 예산으로 편성하는 근거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지만 완벽하게 합법인 불일치가 발생하게 된 시작은 정태옥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방행정동우회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한 2018년 11월로 거슬러간다. 정 전 의원은 법안 제정 이유를 “전직 지방공무원들이 공직을 통해 쌓은 전문성을 이용해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하도록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고 지방행정동의회의 원활한 운영을 도모하려 함”이라고 밝혔다. 법안은 입법 과정부터 비판을 받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법안심사소위에서 “입법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좀 어렵다”라고 대놓고 밝힐 정도였다. 당시 행정안전부 차관이었던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도 “유사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입법하는 이유가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하는 건데 퇴직 공무원들의 행복을 위해 정부 재정을 지원해 달라고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히 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총선을 눈앞에 둔 어수선한 틈에 이 법안은 별다른 토론도 없이 지난해 3월 20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이 통과되자 행안부는 지난해 7월 각 지자체에 배부한 ‘2021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및 기금운용계획 수립 기준’에서 그 전까지 들어있던 ‘행정동우회에 대한 보조금 예산 편성 금지’를 삭제했다. 그리고 올해 예산부터 지방행정동우회 예산 지원이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셈이다. 지방행정동우회법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제14조다. ‘지방행정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 주민을 위한 공익 봉사활동’에 한해 “사업 실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놨다. 그나마 당초 법안에는 운영비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가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삭제됐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이미 대법원이 2013년 판례를 통해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퇴직 공무원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든 건 특혜이자 위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면서 “국회의 입법은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 국회가 지금이라도 엉터리 법률을 폐기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자체 공무원은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한명이라도 친목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법률을 이해해 줄지 의문”이라며 “당장 공무원인 나부터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경찰서장이 “AZ 전부 맞자” 강요 논란... “거부하면 불이익 의미”

    경찰서장이 “AZ 전부 맞자” 강요 논란... “거부하면 불이익 의미”

    “동대문경찰서, 경찰에 백신 맞아라 강요” 게시글“‘백신 안 맞으면 불이익 주겠다’는 말과 같아”동대문서 관계자 “전달사항일 뿐 공문 아냐”“단서 조항도 분명히 포함” 지난 26일부터 경찰관, 소방관 등 사회필수인력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강요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2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경찰관에게 백신 강제로 맞으라고 압박하는 동대문 경찰서장”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 따르면, 동대문경찰서장은 직원들에게 “희망자만 맞으라고 하니까 직원들이 그 중요성을 자각하지 못한다”며 “우리 동대문서는 전 직원이 맞도록 합시다”라는 내용의 문서를 배포했다. 동대문경찰서 소속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해당 문서를 공개하며 “전국 모든 경찰서장이 관서장을 압박하고 전화 돌려서 백신 맞으라고 종용하고 있다고 한다”며 “경찰서장이 파출소장, 지구대장 등 지역 관서장과 팀장들을 압박하고 권고하는 건 ‘너 백신 안 맞으면 고과로 불이익 줄 테니 그냥 맞아’라는 말과 똑같은 뜻인 걸 누가 모르나”고 비판했다. 이에 동대문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해당 문서는 동대문서 관할 지구대, 파출소장들에게 내려진 전달사항일 뿐 공문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기저질환이 있거나 백신 공포감이 있는 경찰은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단서조항도 분명히 포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경찰의 코로나19 예방 접종은 오는 5월 8일까지 2주동안 진행된다. 대상자는 만 30세 미만을 제외한 12만970명이다. 첫날인 26일 0시 기준 경찰을 포함한 필수인력 접종대상 17만6347명의 예약률은 57.4%에 그쳤다. 경찰은 지난 19일부터 접수 대상자들에게 개별 예약이 가능하다고 안내했지만 아직 상당수는 예약을 하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26일 김창룡 경찰청장은 서울 종로구 보건소를 찾아 직접 AZ 백신주사를 맞기도 했다. 김 청장은 접종 이후 “경찰의 백신 우선 접종은 국민안전 수호자에 대한 배려이자 사회적 책무”라며 “평온하고 안전한 일상으로의 신속한 복귀를 위해 백신 접종에 경찰 가족 모두 적극 참여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상담 전화했더니 “없는 번호입니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상담 전화했더니 “없는 번호입니다”

    백신 접종 후 받은 안내문엔강서구 이상반응상담 전화번호 명시실제 전화번호로 걸어보면 ‘없는 번호’구청 “15일 접종센터 개소로 번호 중지돼”구청측 뒤늦게 변경된 전화번호로 공지키로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접종한 뒤 이상 반응이 있어 상담을 하기 위해 접종 당시 받은 안내문에 기재된 보건당국의 연락처로 전화를 거니 ‘없는 번호’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한 직장인은 ‘몸소 체험한 K방역’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백신 맞고 5일째 숨가쁘고 현기증 증세 있어서, 강서구 이상 반응 상담에 전화했더니 없는 번호가 뭐냐”라며 지적했다. 이 직원이 받은 것은 서울 강서구청에서 접종 대상자에게 배포하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안내문’으로 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날시 기재된 연락처로 전화하라고 명시돼 있다. 실제 기자가 해당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없는 전화번호”라는 안내 음성이 들려왔다. 강서구청은 해당 안내문에 대해 지난 15일 강서구 예방접종센터 설치 전 백신 접종자에게 배부된 안내문으로, 센터 개소 뒤에는 이와 다른 전화번호가 안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 안내된 연락처는 센터 개소와 함께 사용이 중지된 상태였던 것이다. 구청은 뒤늦게 이런 사실을 파악해 15일 이전 접종자 대상 변경된 전화번호를 공지하기로 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이슈픽] “예산은 어디로…” 병사들의 초라한 생일상과 찬물샤워

    [이슈픽] “예산은 어디로…” 병사들의 초라한 생일상과 찬물샤워

    휴가 복귀 후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격리된 병사들의 열악한 급식 제보에 이어 1인당 1만5000원의 예산이 책정된 생일 특별식(특식)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는 제보가 나왔다. 25일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에는 대구 한 부대(5군지사, 육군 제5군수지원사령부)에서 생일을 맞은 병사들에게 평소 제공하던 케이크 대신 1000원 안팎 가격의 빵을 제공했다는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케이크 대신 PX(부대)에서 파는듯한 천원짜리 빵에 생일 초 1개를 꽂은 뒤 박수를 치는 병사들의 모습이 담겼다. 제보자는 “지난 3월 담당 군 간부가 케이크 줘봤자 어차피 남기니까 안 준거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처우는 4월부터는 종전처럼 케이크를 생일 병사들에게 지급하면서 정상화됐다. 작성자는 3월 한달 동안 1만5000원으로 책정된 생일 특별식을 지급받지 못한 병사들의 처우 문제를 지적했다. 국방부는 올해부터 병사 생일 특식 비용을 기존 1만1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인상해 적용하고 있다. 제보자는 “고작 케이크 하나 못 먹은 것이 억울한 게 아니라, 국민 세금, 용사들에게 1명당 사용돼야 하는 1만5000원 예산이 마땅히 사용되지 않고 불투명하게 (사용이) 이뤄지고 있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육군은 언론에 “해당 부대가 일시적으로 케이크 납품업체를 구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하면서 “조만간 납품업체와 계약을 하면 3월에 케이크를 받지 못한 병사들에게도 지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군은 “SNS에 게재된 사진은 제때에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부대 자체 운영비로 우선 빵을 구매해 생일자를 격려한 것으로 생일자 특식과는 무관하다”라며 “이번 게시글은 소통과정에서 일부 장병이 오해하여 발생한 것으로 장병들과 적극 소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부실 격리에 국방장관 신속 대응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일정 기간 격리되는 병사들에게 제공하는 급식이 열악하다는 제보가 잇따르자 국방장관이 신속 대응에 나섰다. 서욱 국방장관은 24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해군 상륙함이 속한 평택 2함대사령부를 찾아 격리 장병들에게 지원되는 도시락의 내용물, 포장 상태, 배송, 분배 절차 등을 확인했다. 서 장관은 지난 23일 주재한 긴급 주요지휘관회의에서는 “부대별로 지휘관이 직접 격리시설과 식단 등을 점검해 장병들이 불편함과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생활 여건을 적극 보장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격리 병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국군 장병들에게 기본 식단이 알맞게 제공되는 합당한 대우를 해달라”며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의 식단이 어째서 감옥에 있는 범죄자들 식단보다 부실한 건가”라고 비판했다.불편 사항 고발해야 개선하나 육군 관련 소식을 나누는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일주일째 온수가 나오지 않아 냉수 목욕 중”이라고 밝힌 12사단 예하부대 병사의 글이 올라왔다. 이 제보자는 “지난 18일부터 온수가 나오지 않아 이를 보고했지만 설비 관련 문제가 간단하지 않아 일주일째 냉수 목욕 중”이라며 “산속 오지에서 기약없는 찬물 샤워만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페이스북 관리자는 “12사단 예하부대의 병사가 익명 제보했다. ‘(SNS에) 글이 올라간 후 그날 밤부터 온수가 나온다고 하더라. 보고하면 일주일 걸리고, 제보하면 3시간(만에 조치된다)”이라고 말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여성 시위대 한명에 여경 6명 이상 몰리자 ‘여경 무용론’ 불거져

    여성 시위대 한명에 여경 6명 이상 몰리자 ‘여경 무용론’ 불거져

    시위 중인 여성 1명을 상대로 여성경찰관(여경) 9명이 제압하는 동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와 ‘여경 무용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오늘자 k-여경’, ‘오늘자 또 난리난 k-여경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과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는 “며칠 전이랑 비슷한데, 오늘자다. 여경 6명이서 여자 1명 제지 못해서 3명 추가. k-여경 든든합니다”라고 비아냥댔다. 해당 영상은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규탄 집회 중인 모습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영상에는 여경 6명이 시위 여성 1명을 둘러싸며 막는 가운데 추가로 여경 3명이 달려와 진압하는 모습이 담겼다. 진압하는 과정에 실랑이와 고성이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여경들에 의해 붙잡힌 시위 여성은 한쪽 다리가 들린 채 인도로 끌려나갔다. 게시물에는 6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으며 “저게 여경기동대 존재 이유고 경찰청장이 말한 여기동대 역할임”, “남자면 혼자하는 걸 인건비가 몇배로 드는거냐”, “남자 경찰은 보고 있을 수밖에 없고, 여경들은 제압 못하고” 등의 조롱성 댓글이 이어졌다. 앞서 지난 1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경찰기동대에서 남성 경찰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 작성자는 “같은 시설 근무인데 왜 남경은 8시부터 근무고 여경은 9시부터 근무 시작이냐”라며 “남경은 밤샘 근무를 시키고, 여경은 당직 근무 자체가 없는 거냐”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같은 기동대이지만 역할과 임무가 약간 다르다”며 “근무 방식이 완벽하게 다 똑같을 수 없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자 기동대보다 여자 기동대가 혜택받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시 한번 점검하고 이해 구할 부분은 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들이 72.5% 국민의힘을 지지한 이후 불거진 안티 페미니즘(반여권주의)에 대해 “여성을 해방시키는 싸움이 곧 남성 자신을 해방시키는 싸움”이라며 “억압하는 자, 스스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진 전 교수는 국민의힘이 여성할당제를 폐지할 모양이라고 우려하면서 “인구의 절반은 여성인데 그들이 공적부문과 민간부문에서 과소대표되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며 “여성할당제는 집단의 지능을 높여 기업과 조직의 효율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 누군가 손잡아 준다면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 누군가 손잡아 준다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고 10여개 언어로 번역된 에세이집 ‘공감연습’(2014) 등으로 주목받는 칼럼니스트 레슬리 제이미슨이 자신의 알코올중독 경험과 회복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12살에 첫 술을 시작으로 술독에 빠져 지낸 20대, 이후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A) 모임을 통해 중독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시간들을 풀어냈다. 저자 특유의 치밀함과 솔직함을 무기로 회고록에는 그가 술과 함께 느꼈던 모든 고통과 두려움, 욕망, 수치스러운 기억까지 여과 없이 담겼다. 특히 연인이었던 데이브와의 만남과 갈등, 이별, 재결합과 그 전후로 여러 인연들이 얽힌 사랑 이야기는 이 두꺼운 책을 계속 붙잡고 싶게 만드는 주요한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책은 저자의 사적 체험담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경험은 알코올중독을 다루는 시선을 더욱 날카롭게 벼렸고, 취재와 인터뷰, 아카이브 조사 연구 및 AA 모임에서 만난 수많은 중독자들의 다양한 사연은 탄탄한 데이터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사회문화적 쟁점들이 촘촘히 엮여 나간다. 알코올중독으로 잘 알려진 천재 작가들의 삶, 중독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역사, 알코올중독과 젠더·인종 차별의 관계 등 매우 광범위한 주제까지 뻗어 나간다. “모든 중독 이야기는 악당을 원한다. 그러나 미국은 중독자가 피해자인지 범죄자인지, 중독이 질병인지 범죄인지 한 번도 제대로 판단해 낸 적이 없다”는 저자의 지적은 중독 문제를 처음 바라보는 시선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무조건 처벌만 가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호전되게 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시각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독자들을 “안에서 바깥으로, 특수성에서 보편성으로, 독백에서 합창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거듭 이야기한다. 인간은 누구나 무엇에든 의존하고 중독될 수 있는 공허한 존재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영국 요크셔주 들판서 금속탐지기로 로마황제 흉상 발견

    영국 요크셔주 들판서 금속탐지기로 로마황제 흉상 발견

    영국 요크셔주에서 약 1900년 된 로마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청동 흉상이 발굴됐다. 21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높이 약 13㎝의 이 로마 황제 흉상은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나 화려하게 말린 머리카락과 수염이 여전히 잘 표현돼 있다. 발굴지에서는 이밖에도 그리스로마 신화 속 전쟁의 신 마르스가 말을 타고 있는 청동상과 말의 일부 모습으로 만든 검자루 그리고 건축용 측량 도구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다림추도 발견됐다.사실 네 개의 이 유물들은 지난해 노스요크셔 레이데일에 있는 한 들판에서 제임스 스파크와 마크 디드릭이라는 두 보물 사냥꾼이 금속 탐지기를 사용해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이 놀라운 수집품들이 다음 달 20일 영국 더비셔주 에트월에 본사를 둔 경매업체 핸슨스 욕셔니어스를 통해 경매로 판매될 예정이다. 낙찰 예상 금액은 총 9만 파운드(약 1억4000만 원)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핸슨스 옥셔니어스의 역사학 책임자인 애덤 스테이플스는 “이들 물건 덕에 우리 업체는 개인 수집가들과 박물관들 양측 모두로부터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이번 경매는 이 물건들을 소유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임자는 또 “이들 물건은 2000년 정도나 된 것으로 잘 보존돼 있다. 분명히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면서 “이는 고고학적 발견임과 동시에 예술 작품으로 예술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수집품은 함께 있어야 더 가치가 크므로 개별 판매가 아니라 묶음으로 판매될 것이다. 우리는 이 물건들이 로마의 종교적 과정의 일부분으로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매장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발굴자들을 알고 있고 그들은 이번 경매에 들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들 유물이 아우렐리우스의 통치 시작 직전 해인 서기 160년쯤 로마의 종교 의식 일부분으로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기 위해 묻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집품 중 가장 큰 아우렐리우스의 흉상은 경매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우렐리우스의 흉상은 1900년 전쯤 한 고위 군 지휘관이 소유한 화려한 지팡이의 끝에 부착한 장식품이었을 가능성이 크다.이들 유물은 금속 탐지기에 의한 발견을 기록하는 대영박물관의 고고유물 연감인 ‘포터블 앤티크 스킴’(PAS·Portable Antiquities Scheme)에 의해 진품으로 인증됐다. 하지만 이들 수집품을 발굴한 스파크와 디드릭은 익명을 요구한 토지 소유자와 판매 금액을 나눠야 한다. 한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제국의 제16대 황제(재위 161~180)로 5현제(賢帝)의 마지막 황제이며 후기 스토아파의 철학자로 ‘명상록’을 남겼다. 당시 경제적·군사적으로 어려운 시기였고 페스트의 유행으로 제국이 피폐해 그가 죽은 뒤 로마제국은 쇠퇴했다. 사진=제임스 스파크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녹슬지 않는 백년 디자인의 탄생

    녹슬지 않는 백년 디자인의 탄생

    베를린에 살면서 가장 좋은 순간은 기대를 뛰어넘는 멋진 작품과 예술을 접할 때이다. 특히 그 예술과 작품이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일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힘을 느낀다. 베를린에서 그렇게 느끼는 예술을 꼽으라면 바우하우스를 빼놓을 수 없다. 1919년 바이마르에서 시작해 1933년까지 운영된 예술 학교인 바우하우스는 건축과 디자인, 사진, 공예 등 많은 예술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하나의 양식이 됐다. 지난 1년간 연재해 온 글은 이번 바우하우스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짓게 됐다. 베를린을 이야기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기에 더 늦지 않고 쓰게 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17회에 이르기까지 읽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독자들께도 마지막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내 일상으로 들어온 바우하우스 2019년은 바우하우스 100주년이었다. 바우하우스의 100년 역사가 재조명되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고 나 역시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바우하우스의 역사와 이념 등에 대해 좀더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그해 바우하우스 역사의 중요한 현장이었던 바이마르와 데사우, 베를린에서는 많은 기념 전시와 행사도 열렸다. 좋은 점은 바우하우스와 관련된 공간과 전시를 지금도 꾸준히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까지 한 갤러리에서 열렸던 ‘뉴 바우하우스 우먼’ 사진 전시도 바우하우스 시대의 작품과 당대 익명의 여성들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새로운 작업이었다. 내가 바우하우스를 직접 접하게 된 건 5년 전 베를린에 있는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박물관’에서였다. 바우하우스 학교를 설립한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설계한 이 박물관은 건축 외관부터 매우 독특하다. 순백색의 건물 지붕 꼭대기는 톱날 모양으로 늘어서 있고 어느 면에서 봐도 시선을 압도한다. 마치 거대한 하나의 조형 작품을 보는 기분이 드는데, 1997년에는 베를린 건축 문화재로도 지정됐다. 내부로 들어가면 아카이브의 공간답게 바우하우스 사조와 관련된 방대한 문서와 자료들이 보관돼 있다. 바우하우스 시대의 마이스터(교수이자 명인)들과 학생들이 만든 대표 작품들도 있다. 모든 자료와 작품은 바우하우스의 교육 방법과 건축, 디자인으로 분야를 나눠 전시되고 있지만 해마다 보관해야 할 자료들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신축 건물을 공사 중이다. 2018년에 공모를 통한 공사가 시작됐고 2022년에 완공 예정이다.(때문에 100주년 때에도 이곳에서는 아무런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은 본래의 건물 앞쪽에 5층짜리 타워형 유리 건물이다. 기존 건물과 강가 쪽을 향한 산책로, 안뜰이 있는 지하 공간 등도 새로 보수하고 확장된다. 내년이면 벌써 공사가 끝나는 해인데, 베를린에서는 신공항도 그렇고 제때 완공된 건물이 거의 없어서 오픈이 가능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겠다. 아카이브 박물관 내에 있던 아트숍은 현재 베를린 서쪽 크네제베크 거리로 옮겨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우하우스 시대를 대표하는 제품과 엽서, 디자인 포스터, 그리고 기능적이면서도 단순한 디자인의 아이디어 제품과 공예 작품 등이 다양하게 판매된다. 3년 전 이곳에서 바우하우스 시대를 대표하는 조명을 샀다. 바겐펠트의 테이블 램프(Wagenfeld Table Lamp WG24)다. 서울의 유명 편집숍에서 100만원이 훌쩍 넘게 팔리지만, 베를린에서는 60만원대에 살 수 있다.바겐펠트 조명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오팔 유리와 니켈 금속으로 디자인된 제품은 막상 진열장에서 꺼내 보니 검은 전선이 투박하게 램프 기둥에 붙어 있었다. 다른 종류는 전선이 기둥 선반 아래로 숨어 있어 좀더 깔끔해 보이기도 했다. 30분 넘게 망설이다 나이 든 직원을 불렀다. “램프를 사려고 하는데 결정을 못 하겠어요. 오팔 유리의 은은한 초록색이 더 마음에 드는데, 이 검고 두꺼운 전선이 왠지 눈에 거슬려서요. 옆의 은색 원반은 선이 안 보여서 더 깔끔한 것도 같고.” “이 오팔 유리 조명이 먼저 만들어진 제품인 건 아시죠? 바우하우스 시대에는 이 검은 선이 나와 있는 부분까지 예술적인 것으로 봤어요. 기술적인 부분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냄으로써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한 것이 바우하우스 시대의 정신입니다. 오리지널리티를 찾는다면 이 오팔 유리 조명을 추천하고 싶네요.” 직원의 설명 덕분에 더이상 고민하지 않고 원래 사려던 오팔 유리 조명을 샀다. 그리고 한국까지 애지중지 들고 왔다. 내 일상에 바우하우스 제품을 들인 첫 순간이었다. 매일 밤 켜는 은은한 조명 빛은 시간이 갈수록 더 근사하고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램프를 산 지 2년도 안 돼서 다시 베를린으로 이사를 했다. 베를린에서 언제든 살 수 있는 조명을 또 갖고 오는 건 무모한 일이었다. 서울 집을 정리하면서 자식 떠나 보내는 심정으로 조명을 팔았다. 가지고 있던 물건에 이런 애착을 느낀 적도 처음이었다. 오리지널이 갖는 힘이 이런 것일까 하고 그때 잠시 생각했다.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기초 아트숍 직원의 설명처럼, 바우하우스는 ‘예술과 기술의 새로운 통합’을 위해 달려온 시대였다. 하지만 학교가 설립된 초창기부터 바로 시행된 것은 아니었다. 초기의 바우하우스는 “건축가, 조각가, 화가들은 모두 공예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쳤다. 제각각 흩어져 있던 미술 분야를 통합하고 공예가와 화가, 조각가들이 기술을 결합해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이 모든 창조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축을 위한 것이었다. 바우하우스 선언문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초창기부터 건축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진 못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고 카이저 황제가 퇴임하는 혼돈의 상황에서 교육을 위한 재정 여건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바우하우스는 학생들을 교육할 공간과 재료가 여유롭지 못한 탓에 특별한 시설이 필요 없는 이론 과목과 이념 교육에 집중했다. 그로피우스가 가장 중요시하던 건축 교육은 1927년이 돼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바이마르 도시에서 문을 연 바우하우스는 1925년 데사우로 이전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귀족적이고 고전적인 미술과 공예는 보다 확실하게 산업디자인으로 옮겨왔고, 일상생활 제품과 가구에서 공간까지 디자인이 확대됐다. 데사우에서는 그로피우스가 유리 정면과 철골 구조로 이루어진 새 바우하우스 건물도 완성할 수 있었고, 바우하우스 학생들과 협동해 지은 건축물도 여럿 있었다. 1928년에는 스위스 건축가인 하네스 마이어가 그로피우스의 후임 교장으로 선출됐으나 다른 교수들과 예술 이념의 차이로 2년 만에 해임됐다. 이후 독일 건축가인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마지막 교장이 돼 학교를 다시 베를린으로 옮겼으나 나치의 탄압과 감시 속에 결국 1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고 말았다. 독일에서 바우하우스가 존재한 건 총 14년뿐이었다. 하지만 미술 교육에 미친 영향은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오늘날 세계 각지의 미술대학들은 바우하우스 교육과정에서 그 기초를 따르고 있으며, 현대 건축과 디자인에도 바우하우스는 획기적인 영향을 주었다. 바우하우스 디자인의 특징은 기능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만 남기는 형태미를 추구한 것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처럼 최소한의 장식과 단순화된 디자인, 기능적 형태미를 중요시했으며 이는 전 세계 산업디자인의 시대를 열어 주었다. 때문에 바우하우스는 우리 생활 전반의 모든 공간과 디자인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우리가 지금 앉아 있는 의자부터 책상 위에서 쓰는 독서용 조명, 공동주택에 이르기까지 살고 있는 모든 것의 모양을 바꾸어 놓았으며, 그것은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바우하우스 시대에 발명된 작품은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와 마리안네 브란트의 MT49찻주전자, 빌헬름 바겐펠트의 조명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베를린에서 네 달 넘게 열렸던 ‘오리지널 바우하우스’ 전시에서는 바우하우스가 존재했던 14년 동안 발명된 14개의 핵심 작품을 소개하면서 그 작품의 원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전시를 통해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졌던 것은 ‘바우하우스와 여성’에 관한 관점이었다.바우하우스는 1900년대 초 독일에서 여성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 몇 안 되는 교육기관 중 하나였다. 때문에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많은 여학생들이 바우하우스에 지원했고, 1919년 여름학기에는 여학생 수가 87명으로, 79명인 남학생 수보다 많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여학생들의 바우하우스 생활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교육의 기회만 주어졌을 뿐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큰 시대였다. 바우하우스의 많은 여학생들은 여자들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는 직물 공방에 당연스레 배정됐다.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여학생들도 있었지만 반기지 않는 여학생들도 있었다. 마리안네 브란트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남학생들이 주로 작업하는 금속 공방으로 가길 원했다. 어렵게 배정받은 그곳에서 브란트에게 주어진 작업은 매우 단순한 것이었다. 투박한 금속 덩어리를 몇 날 며칠 동안 두들겨서 만질만질한 공의 형태로 만드는 것. 하지만 그는 이 단순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일을 끝까지 그만두지 않았다. 이 단순한 작업으로 어떤 특별한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브란트 스스로도 회의적인 순간이 많았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는 결국 바우하우스 시대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인정받는 MT49찻주전자를 탄생시켰다. 삼각형의 구멍이 나 있는 원형 모양의 재떨이나 전 세계에 8개밖에 없는 이 찻주전자는 모두 그가 매일같이 두들겨 댄 원형의 형태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기능주의 고전 을 만든 ‘불멸의 디자인 ’ 바우하우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수진 중에서도 여성은 많지 않았다. 바우하우스 시대에 가장 독창적인 직물가로 평가받은 군타 슈츨만이 그나마 이름을 알렸는데, 그마저도 대중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이처럼 바우하우스에는 당시 차별적인 시대 상황 때문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도 익명으로 남은 여성들이 많았다.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에 앉아 가면을 쓰고 있는 여성은 후에 그런 익명의 여성들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전통적인 목재로 가구를 만들던 당시 마르셀 브로이어가 발명한 바실리 체어는 매우 획기적인 디자인이었다. 무겁고 옮기기도 어려운 나무 대신 금속이나 천, 가죽을 이용해 만든 그의 의자는 큰 주목을 받았는데, 강철과 가죽을 이용해 만든 바실레 체어는 기존 의자의 상식을 깨는 혁신으로 훗날 모던 가구의 아이콘으로 꼽혔다.바실리 체어의 명성에 가려진 것 중엔 사진 속 여성이 입고 있는 민소매 원피스도 있었다. 팔다리를 드러내는 모습은 바우하우스 내에서도 이미 급진적이었고, 1920년 당시 상황에서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패브릭 디자인을 맡았던 리스 바이어가 민소매 원피스를 제작했고,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도 그였지만 당시 이 여성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나 이 여성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바우하우스의 한 축을 이루었으나 드러나지 못하고 익명으로 남은 여성들을 들여다보는 것도 바우하우스 100년 역사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다.바우하우스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표준을 만드는 교육 현장이었다. 바우하우스를 통해 기능주의의 고전이라 불리는 불멸의 디자인들이 탄생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활 속의 디자인’으로 사용되는 것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바우하우스 전시에서 들었던 도슨트의 마지막 말은 왜 바우하우스가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었다. “바우하우스의 오리지널이 발명된 이래 100년 동안 작품들이 재생산되고 복제품도 생겨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오리지널을 보러 찾아옵니다. 오리지널은 절대 구식이 되지 않죠.”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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