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정상회담 4돌] 盧대통령·김정일·DJ의 ‘간접대화’
노무현 대통령과 6·15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인 김대중 전 대통령,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간접 대화를 나눴다.15일 남북공동선언 4주년 기념 국제토론회에 참석중인 북측 이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간접대화의 중개역이었다.
●친서 있었나,없었나
이 부위원장이 토론회에 앞서 오전 9시25분쯤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이 환담을 나누던 접견실을 찾으면서 ‘3인 정상간 간접대화’가 이뤄졌다.문밖에서 기다리던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의 안내를 받아 접견실로 들어선 이 부위원장은 먼저 김 전 대통령에게 “밤새 평안하셨습니까.”라고 인사를 건넸고 김 전 대통령은 “잘 쉬었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노 대통령은 “북쪽 사람을 오늘 처음 만난다.만나 보니 자주 보던 분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이에 이 부위원장은 탄핵정국을 염두에 둔 듯 “그 사이 아주 고생이 많으셨다.”고 인사를 했다.그는 이어 “장군님(김정일 위원장)께서 조국통일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신 분을 잊지 않는다.”면서 “6·15 행사가 서울에서 열려 저희들을 보내셨다.”고 김 위원장의 지시로 남측을 방문했음을 분명히 했다.
이어 풀기자가 퇴장한 뒤 이 부위원장은 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남북이 현재의 좋은 흐름을 계속 끌고 나가 남북관계를 크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에게 안부인사를 겸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6·15공동선언의 의의를 높이 평가하고 이를 이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남북간 신뢰와 약속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북핵 문제가 조속히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북핵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두 정상의 메시지가 서로 교환된 셈이다.
세 사람의 대화 시간은 8∼9분 정도였고,때문에 당초 9시30분 정각에 시작하려던 토론회는 늦어졌다.이 자리에는 권양숙 여사,이희호 여사,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임동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이종석 사무차장,북측 원동연 통일문제연구소 부소장 등이 있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친서전달 여부에 대해 윤태영 대변인은 “특별한 제안이나 현안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공개석상인 만큼 친서를 전달할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DJ는 철학이 있는 대통령”
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승계에 머무르지 않고 정상회담 성과를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실제로 남북관계를 해보니 김 전 대통령이 설계해 놓은 대로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아주 중요한 토대를 놓으셨다.”고 극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제가 다 한 것은 아니다.”면서 “설계보다는 건축이 중요하다.”고 마무리를 강조했다.노 대통령은 축사에서 “김 전 대통령은 철학이 있는 대통령이라고 저는 가끔 말했다.”며 존경심을 표시했다.이어 “남북한 정상이 서로 얼싸안는 사진은 제게 벅찬 감동으로 남아 있다.”면서 “그 사진 한 장은 온 겨레의 화합과 평화의 가능성을 심어준 희망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