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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아동 즉각분리제는 행정 편의주의… 보호시설부터 늘려야”

    “피해아동 즉각분리제는 행정 편의주의… 보호시설부터 늘려야”

    사람은 누구나 아동기를 거친다. 적절한 훈육과 교육, 보호를 통해 건강한 성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간이다. 안타깝게도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어떤 아이는 끔찍한 폭력을 경험하고 몸과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새긴다. 전문가들은 어린 시기 상처를 겪은 아이는 심리적으로나 사회·경제적으로 악순환에 빠질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입을 모은다. 매년 아동학대 피해자는 약 3만명. 학대 피해자 수를 줄이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서울신문은 9일 김희진(가나다순) 국제아동인권센터 변호사, 정익중(전 한국아동복지학회장)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전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과 함께 아동학대 근절 방법과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대책을 논의했다. 대담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아동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충격적인 학대 사건이 발생한 이후 설익은 정책을 급하게 쏟아내지 말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아동학대 및 보호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예산과 기반시설부터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출생신고 등을 할 때 아동학대에 대한 부모 의무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지난 3월 30일 도입된 즉각분리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전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이하 한 본부장) 학대 환경으로부터 아동의 즉각적 분리는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기반시설 확충에 대해 충분한 고민을 하지 않고 급하게 실행하다 보니 학대피해 아동쉼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지역별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쉼터 확충, 담당 인력의 전문성 향상과 처우 개선 등의 구체적 실천이 필요하다.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이하 정 교수) 즉각분리의 적정성이 문제다. 신고가 한 번 되더라도 바로 분리할 수 있어야 하고, 여러 번 신고됐다 하더라도 분리가 필요 없는 사례도 있다. 전문가 판단에 따라 즉각분리가 적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우린 상담원 1인당 아동학대 사례 수가 약 64건이다. 12~17건인 미국에 비해 3~5배나 많다. 과중한 업무량과 열악한 처우, 가해자의 폭언과 신변 위협 등으로 상담원들의 이직률이 매우 높다. 적절한 인력과 그에 따른 보상이 필요하다.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변호사(이하 김 변호사) 즉각분리는 그 자체로 아동을 중심에 둔 정책이라 볼 수 없다. 즉각분리는 학대 피해아동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행정의 편의’를 우선시한 정책이다. 즉각분리를 선택하기에 앞서 아동학대가 발생한 가정의 복합적인 요인을 파악하고 필요한 사회복지서비스와 지원을 신속하게 연계하는 게 중요하다. 또 분리가 필요한 학대 피해아동에게 가정적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 -원가정 복귀는 아동보호정책의 대전제로 꼽힌다. 그러나 재학대 우려로 원가정 복귀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원가정 복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 교수 원가정 보호 원칙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학대 행위자를 범죄자로만 생각하면서 분리를 강조하던 과거 역사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모두 원가정 보호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이들을 범죄자로만 생각한다면 아동학대범죄 특례법이 따로 필요 없고 형법에서 직계비속 폭행을 가중처벌하면 된다. 그러나 학대행위자는 범죄자이면서 보호자이기도 하다. 이들을 상담, 교육, 치료 등의 과정을 통해 좋은 보호자로 만드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 과정이 실패할 때 원가정 완전 분리가 진행돼야 할 것 같다. 원가정 보호 원칙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분리해도 보호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원가정에 남기거나 혹은 단순히 법적 절차가 마무리됐다는 이유로 원가정의 회복 여부와 상관없이 돌려보내야 한다면 그 절차가 잘못된 것이다. 김 변호사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전문(前文)에서부터 ‘가정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정은 아동이 마주하는 첫 번째 사회이자 긍정적 발달을 위한 최적의 환경으로서, 국가는 가정환경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호자의 양육능력을 개선하고 지지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는 것이다. 아동보호를 위해 즉각적인 분리도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아동학대가 발생한 가정의 내·외적 요인을 살펴보고, 지속적인 상담과 조력을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 -원가정 복귀를 위해선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한 본부장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낮은 기소율(30% 미만)이 문제다. 기소되지 않는 가정에는 지자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의무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 이 경우 아동학대가 재발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기소율을 높여 지자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개입이 의무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다음 지자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개입(치료, 상담, 교육명령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학대행위자에 대한 제재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김 변호사 원가정 복귀를 위한 가정에 대한 지원은 개별 사례마다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다. 경제적 어려움이 요인일 수도 있고 부모와 자녀의 기질적 특성이 다른 가운데 부모의 양육기술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이혼과 별거 등 부모의 갈등요인이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고 복합적인 요인이 결부된 경우도 있다. 따라서 원가정 복귀 프로그램은 각 가정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적합한 지원이 신속히 연계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횟수로 측정하는 상담교육, 지식교육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원가정 복귀를 거부하는 아동의 경우 성인이 돼 자립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 보호종료아동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정 교수 우리나라는 가정 외 보호 종료를 자립과 같은 것으로 간주한다. 보호종료 청소년들은 자립준비가 부족해도 어쩔 수 없이 가정 외 보호 체계를 떠나 고군분투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개인마다 자립준비 수준 등이 다름에도 만 18세를 보호종료 연령으로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적정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가정 외 보호 종료 이후 단계적으로 자립을 이뤄 나갈 수 있도록 자립이행기 도입이 필요하다. 김 변호사 금전적 지원과 학업 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아동이 시설에서 살아가는 생활 전반에 삶의 주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운영구조를 혁신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퇴소한 이후에도 일정 기간 매칭 담당자와 상시로 상의하고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공적 지지체계’를 준비하는 것 또한 중요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못다한 말씀이 있다면. 정 교수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돌봄을 받는 아동은 이미 애착 대상인 부모와의 분리를 겪은 상처가 있는 아동이다. 또 빈곤이나 가정폭력 등 중복적 트라우마를 경험했다. 이 트라우마가 아동의 신체·정서·인지적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성인기에까지 미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이미 밝혀졌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년기 트라우마에 대한 초기 개입과 대응보다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난 후의 치료적 개입에 집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아동의 생존 보호에서 나아가 상처받은 아동의 마음까지 돌보며 발달이 정체된 부분에 힘을 실어 주는 더 촘촘한 돌봄이 필요하다. 아동보호체계의 다층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 변호사 한국은 민법 개정을 통해 전 세계 69번째 체벌금지 국가가 됐다. 그러나 법률 개정 사실을 모르거나 여전히 ‘사랑의 매’라는 명목으로 체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동을 동등한 주체로 바라보는 시각을 강화하는 노력과 함께, 달라진 법률의 내용과 그 의미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그때 비로소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변화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 한 본부장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어도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증설(쉼터 확충) 및 상담원 인력 충원을 통해 기본적인 인프라 망을 구축해야 한다. 아동학대 관련 종사자의 처우를 현실화해야 장기근속 유도와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성원·손지민 기자 lsw1469@seoul.co.kr
  • 창업하기 좋은 청년도시, SEOUL … 권역별 창업밸리 만든다

    서울시가 ‘창업하기 좋은 청년도시’를 만들기 위해 대학과 연계해 3개 권역별 청년 창업밸리 조성에 나선다. 오세훈 시장은 6일 고려대학교(SK미래관)에서 열린 제10회 서울캠퍼스타운 정책협의회에 참석 “오는 6월 중으로 마련할 서울캠퍼스타운 2.0 추진계획을 기반으로 권역별 캠퍼스타운 밸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권역별 창업밸리는 서북권 ‘청년창업 메카’(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 등) , 서남권 ‘R&D 거점’(서울대-숭실대-중앙대 등), 동북권 ‘대학-지역 연계 강화’(고려대-경희대-서울시립대 등) 등 3개 권역으로 나뉘어져 창업밸리가 조성된다. 지금까지 대학별로 ‘점 단위’로 조성했던 캠퍼스타운을 연계해 ‘선 단위’ 클러스터로 규모를 확장하고, 대학 간 연계를 통해 창업 시너지를 내고 지역균형발전 효과까지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또 청년이 창업한 기업이 향후 유니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미래혁신성장펀드, 대기업과 연계한 오픈이노베이션, R&D 지원프로그램 같은 서울시의 정책적 자원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이같은 기본 방향아래 이날 대학정책협의회에서 나온 의견과 대학, 자치구, 캠퍼스타운 사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청년들의 안정된 일자리 창출 방안의 하나로 적극적인 ‘창업’ 지원에 나서겠다”면서 “이번 서울캠퍼스타운 2.0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北 ‘한반도 비핵화’ 무반응… 美 두 번째 접촉도 무위로

    北 ‘한반도 비핵화’ 무반응… 美 두 번째 접촉도 무위로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검토를 완료한 새로운 대북정책을 북한에 설명하고자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는 4~5일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 G7으로부터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얻었지만, 정작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WP의 조시 로긴 외교·안보 칼럼니스트는 이날 미국 고위 당국자 두 명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의 최근 북한 접촉 시도 사실을 전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2월 중순 북한과 접촉하려 했지만 북한이 어떠한 답도 하지 않았다고 로이터가 3월 보도했는데, 로긴 칼럼니스트의 보도가 맞다면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 검토 시작 전과 완료 후 두 차례 북한과 접촉을 타진했으나 모두 실패한 셈이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북한에 대해 예전보다는 다소 유화적인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인 핵 폐기를 의미하는 ‘북한 비핵화’와 미국의 한반도 내 핵무기 반입 금지도 포함하는 ‘한반도 비핵화’ 용어를 혼용하다가 최근 ‘한반도 비핵화’로 정리한 모습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5일 트위터에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결과를 설명하며 “3국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3국 간 협력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쓴 것은 북한의 의견을 존중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라고 합의한 싱가포르 선언부터 시작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대북 적대시 정책의 선(先) 철회’를 요구하는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 접촉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국무부는 5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결과 보도자료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유엔 회원국이 (북한과) 관련된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억제를 강화하는 데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3국 장관들이 동의했다”고 했다.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고집하며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일본의 입장과 북미 대화의 조기 재개를 원하는 한국의 입장을 절충했다는 평가다. G7 외교·개발장관들도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북한의 모든 불법 대량파괴무기(WMD)와 탄도미사일을 폐기하는 목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도 북한이 먼저 대화에 나서길 기다리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WP는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 협상할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할 계획이 없다고 전하며 “북한이 바이든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낮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쪽이 자칫 강한 언행을 할 경우 상대가 의도를 오인해 강하게 대응한다면 북미가 대치 전선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상담원 1명당 아동학대 64건… “ADHD·장애는 안 받아줘요”

    상담원 1명당 아동학대 64건… “ADHD·장애는 안 받아줘요”

    심리치료 요청 후 3개월 지나서 첫 상담법적 후견인 되기까지 더 많은 시간 필요 보호전문기관 전국 69곳뿐… 절대 부족7인 미만 쉼터는 예산 부족·인력난 심화24시간 근무·열악한 처우에 퇴사율 높아 열두 살 지현이(가명)는 다섯 살이 되던 해 엄마와 제주도로 이사했다. 학창시절 햄스터를 70마리나 키울 정도로 심각한 애니멀호더(동물을 병적으로 수집한 후 방치하는 사람)였던 엄마는 제주도에서 고양이 10마리와 강아지 1마리를 키웠다. 물론 엄마는 고양이와 강아지뿐만 아니라 지현이조차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저장강박에 게임중독이었던 그는 지현이를 쓰레기와 동물 배설물이 가득한 집에 방치했다. 엄마는 초등학생인 지현이에게 직접 장을 보게 하고, 요리와 빨래도 시켰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아이를 때리고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다. 하루는 눈이 나쁜 지현이가 엄마 콘택트렌즈를 끼어 봤다는 이유로 엄마는 “손목을 잘라야겠다”면서 흉기를 든 채로 지현이를 질질 끌고 마당으로 나가기도 했다. 지현이가 자주 결석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담임선생님이 가정방문을 통해 지현이의 사정을 알게 됐고, 선생님의 신고로 지현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가게 됐다. 고맙게도 이모인 김주형(35·가명)씨가 지현이를 맡겠다고 나섰지만, 가정위탁 등록에만 1년이 걸렸다. 이모가 지현이의 법적 후견인이 되기까지는 또다시 지난한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 지현이는 심리치료도 요청한 지 3개월 만에 첫 상담이 시작됐다. 학원비 지원도 늦어졌고, 지현이 엄마가 “아이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며 김씨를 괴롭히고 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를 막아 줄 힘이 없다. 지현이는 쓰레기 집에서 구조돼 학대 가해자와 분리됐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피해 아동 보호 인프라는 제자리걸음 아동학대 사건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지만 지현이와 같은 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는 부족하다. 연 2회 이상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온 아동을 학대 가해자로부터 즉시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가 지난 3월 30일부터 시행됐지만 당장 분리된 아이들을 보살필 시설과 예산을 마련하는 속도는 더디다. 제도는 마련했지만 현실이 따라오지 못하는 셈이다. 아동학대 대부분이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즉각분리가 이뤄지는 경우 보호시설로 보내질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아동학대 행위자의 75.6%(2만 2700건)는 부모였다. 분리가 필요한 아이들이 넘쳐나지만 아동학대 대응 체계의 출발점인 아동보호전문기관부터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동복지법 제45조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시도 및 시군구에 1곳 이상 두도록 정하고 있지만 전국 229개 시군구 중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된 곳은 3분의1인 69곳에 불과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은 지난해 4월 기준 960명으로 1곳당 평균 14명꼴이다. 이 중 아동학대 사건을 직접 관리하는 사례관리 상담원은 절반 수준인 470명으로 상담원 1명당 약 64건의 아동학대 사례를 담당한다. 이는 미국의 아동복지연맹에서 권장하는 1명당 사례 건수 17건과 비교해 3~4배 많은 수준이다. 열악한 현실을 반영하듯 이직률도 28.5%에 달한다. 학대피해아동쉼터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쉼터는 7인 미만의 공동생활 가정 형식으로 운영된다. 2019년 기준 전국에 마련된 쉼터는 총 73곳으로 피해 아동 1044명을 보호했다. 2019년 분리조치가 결정된 아동이 3669명으로 집계된 것을 고려하면 나머지 2625명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셈이다. 쉼터가 부족하다 보니 아이가 한번도 생활해 본 적 없는 동떨어진 지역의 쉼터를 떠도는 경우도 생긴다. 강원의 한 청소년쉼터 보호상담원은 “수도권 쉼터의 경우 대기 아동이 많아 입소한 아이들이 일정 기간이 되면 쉼터를 나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런 경우 급히 강원도로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쉼터라는 새로운 환경도 적응하기 벅찬 아이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적응이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쉼터에서 근무자들은 예산 부족과 인력난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지방의 한 학대피해아동쉼터 원장은 필요한 지원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아이들의 사업비’라고 답했다. 6명이 정원인 이 쉼터의 아동 사업비는 연 3030만원이다. 3년 전 30만원이 올랐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사업비로는 아이들이 필요한 옷, 물품 등을 구매하는 것부터 학습 발달에 필요한 학원비, 정서적 활동에 필요한 나들이 비용까지 해결한다. 인력난 역시 고질적인 문제다. 이 원장이 운영하는 쉼터는 원장과 종사자 3명이 꾸려 간다. 쉼터의 아동들에게는 매일 24시간 보호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 4명이 교대로 근무하면서 아이들을 돌본다. 휴일에는 종사자 1명이 아이 6명을 모두 맡는다. 더 섬세한 돌봄이 필요한 영아나 장애 아동 등이 입소해 있으면 어려움은 가중된다. 이 원장은 “총 2명이 근무하던 6~7년 전과 비교하면 이것도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과 비교해 처우 개선도 더디다. 열악한 처우는 높은 퇴사율과 구인난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종사자 1명이 밀착해서 돌봐야 하는 장애 아동,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동 등은 더 갈 곳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전성원 강원도여자중장기청소년쉼터 소장은 “매일 24시간 일해야 하니 업무도 과중하고 종사자들의 퇴사율도 굉장히 높다”면서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ADHD나 장애 아동은 현실적으로 받을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분리는 끝이 아닌 시작…인적·물적 확대 필요 전문가들은 학대 피해 아동을 행위자와 분리하는 것으로 학대 사건이 끝났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살던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보내진 아이들에게 분리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아야 할 또 다른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분리 과정과 분리 이후의 생활에서도 아동의 욕구를 자세히 살피고, 존중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특히 신고 횟수로 기계적으로 아동을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동은 이미 분리했는데, 추후 학대 행위가 아니었음이 밝혀졌을 경우 이 아동을 다시 가정으로 되돌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예원 변호사는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생활하던 아이를 국가가 분리했으면 더 나은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졸속으로 분리된 아이들은 낯설고 열악한 곳에서 제대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절반 정도는 신고한 것을 후회한다”고 지적했다. 제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 등 인프라도 마련해야 한다. 아동학대 관련 전문 인력을 제대로 육성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일도 필요하다. 김희진 변호사는 “아동보호 체계에 관여하는 담당 공무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원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인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현재는 적정 인력과 예산이 가늠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기초 조사부터 시작해 세부적인 지침들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동 보호체계가 아동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대 신고를 받고 대처하는 데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조기에 징후를 발견하고 더 큰 학대를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세원 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보호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학대를 막기 위한 분리가 아동을 또 다른 위험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분리만 하면 끝인가요?…업무 과부하 걸린 아동보호체계

    분리만 하면 끝인가요?…업무 과부하 걸린 아동보호체계

    열두 살 지현이(가명)는 다섯 살이 되던 해 엄마와 제주도로 이사했다. 학창시절 햄스터를 70마리나 키울 정도로 심각한 애니멀호더(동물을 병적으로 수집한 후 방치하는 사람)였던 엄마는 제주도에서 고양이 10마리와 강아지 1마리를 키웠다. 물론 엄마는 고양이와 강아지뿐만 아니라 지현이조차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저장강박에 게임중독이었던 그는 지현이를 쓰레기와 동물 배설물이 가득한 집에 방치했다. 엄마는 초등학생인 지현이에게 직접 장을 보게 하고, 요리와 빨래도 시켰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아이를 때리고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다. 하루는 눈이 나쁜 지현이가 엄마 콘택트렌즈를 끼어 봤다는 이유로 엄마는 “손목을 잘라야겠다”면서 흉기를 든 채로 지현이를 질질 끌고 마당으로 나가기도 했다. 지현이가 자주 결석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담임선생님이 가정방문을 통해 지현이의 사정을 알게 됐고, 선생님의 신고로 지현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가게 됐다. 고맙게도 이모인 김주형(35·가명)씨가 지현이를 맡겠다고 나섰지만, 가정위탁 등록에만 1년이 걸렸다. 이모가 지현이의 법적 후견인이 되기까지는 또다시 지난한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 지현이는 심리치료도 요청한 지 3개월 만에 첫 상담이 시작됐다. 학원비 지원도 늦어졌고, 지현이 엄마가 “아이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며 김씨를 괴롭히고 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를 막아 줄 힘이 없다. 지현이는 쓰레기 집에서 구조돼 학대 가해자와 분리됐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분리하면 끝?…피해 아동 보호 인프라는 제자리걸음 아동학대 사건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지만 지현이와 같은 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는 부족하다. 연 2회 이상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온 아동을 학대 가해자로부터 즉시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가 지난 3월 30일부터 시행됐지만 당장 분리된 아이들을 보살필 시설과 예산을 마련하는 속도는 더디다. 제도는 마련했지만 현실이 따라오지 못하는 셈이다. 아동학대 대부분이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즉각분리가 이뤄지는 경우 보호시설로 보내질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아동학대 행위자의 75.6%(2만 2700건)는 부모였다. 분리가 필요한 아이들이 넘쳐나지만 아동학대 대응 체계의 출발점인 아동보호전문기관부터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동복지법 제45조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시도 및 시군구에 1곳 이상 두도록 정하고 있지만 전국 229개 시군구 중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된 곳은 3분의1인 69곳에 불과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은 지난해 4월 기준 960명으로 1곳당 평균 14명꼴이다. 이 중 아동학대 사건을 직접 관리하는 사례관리 상담원은 절반 수준인 470명으로 상담원 1명당 약 64건의 아동학대 사례를 담당한다. 이는 미국의 아동복지연맹에서 권장하는 1명당 사례 건수 17건과 비교해 3~4배 많은 수준이다. 열악한 현실을 반영하듯 이직률도 28.5%에 달한다. 학대피해아동쉼터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쉼터는 7인 미만의 공동생활 가정 형식으로 운영된다. 2019년 기준 전국에 마련된 쉼터는 총 73곳으로 피해 아동 1044명을 보호했다. 2019년 분리조치가 결정된 아동이 3669명으로 집계된 것을 고려하면 나머지 2625명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셈이다. 쉼터가 부족하다 보니 아이가 한번도 생활해 본 적 없는 동떨어진 지역의 쉼터를 떠도는 경우도 생긴다. 강원의 한 청소년쉼터 보호상담원은 “수도권 쉼터의 경우 대기 아동이 많아 입소한 아이들이 일정 기간이 되면 쉼터를 나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런 경우 급히 강원도로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쉼터라는 새로운 환경도 적응하기 벅찬 아이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적응이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쉼터에서 근무자들은 예산 부족과 인력난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지방의 한 학대피해아동쉼터 원장은 필요한 지원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아이들의 사업비’라고 답했다. 6명이 정원인 이 쉼터의 아동 사업비는 연 3030만원이다. 3년 전 30만원이 올랐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사업비로는 아이들이 필요한 옷, 물품 등을 구매하는 것부터 학습 발달에 필요한 학원비, 정서적 활동에 필요한 나들이 비용까지 해결한다. 인력난 역시 고질적인 문제다. 이 원장이 운영하는 쉼터는 원장과 종사자 3명이 꾸려 간다. 쉼터의 아동들에게는 매일 24시간 보호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 4명이 교대로 근무하면서 아이들을 돌본다. 휴일에는 종사자 1명이 아이 6명을 모두 맡는다. 더 섬세한 돌봄이 필요한 영아나 장애 아동 등이 입소해 있으면 어려움은 가중된다. 이 원장은 “총 2명이 근무하던 6~7년 전과 비교하면 이것도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과 비교해 처우 개선도 더디다. 열악한 처우는 높은 퇴사율과 구인난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종사자 1명이 밀착해서 돌봐야 하는 장애 아동,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동 등은 더 갈 곳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전성원 강원도여자중장기청소년쉼터 소장은 “매일 24시간 일해야 하니 업무도 과중하고 종사자들의 퇴사율도 굉장히 높다”면서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ADHD나 장애 아동은 현실적으로 받을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분리는 끝이 아닌 시작…인적·물적 확대 필요 전문가들은 학대 피해 아동을 행위자와 분리하는 것으로 학대 사건이 끝났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살던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보내진 아이들에게 분리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아야 할 또 다른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분리 과정과 분리 이후의 생활에서도 아동의 욕구를 자세히 살피고, 존중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특히 신고 횟수로 기계적으로 아동을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동은 이미 분리했는데, 추후 학대 행위가 아니었음이 밝혀졌을 경우 이 아동을 다시 가정으로 되돌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예원 변호사는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생활하던 아이를 국가가 분리했으면 더 나은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졸속으로 분리된 아이들은 낯설고 열악한 곳에서 제대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절반 정도는 신고한 것을 후회한다”고 지적했다. 제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 등 인프라도 마련해야 한다. 아동학대 관련 전문 인력을 제대로 육성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일도 필요하다. 김희진 변호사는 “아동보호 체계에 관여하는 담당 공무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원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인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현재는 적정 인력과 예산이 가늠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기초 조사부터 시작해 세부적인 지침들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동 보호체계가 아동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대 신고를 받고 대처하는 데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조기에 징후를 발견하고 더 큰 학대를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세원 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보호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학대를 막기 위한 분리가 아동을 또 다른 위험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배고프니까 청춘이다… ‘3000원 밥상’ 차린 신부님

    배고프니까 청춘이다… ‘3000원 밥상’ 차린 신부님

    굶주림으로 세상 떠난 청년의 죽음 계기김치찌개 1인분에 3000원 식당 만들어사회적 낙인 없이 드나들 수 있도록 배려“이달 말 2호점 예정… 더 많이 열고 싶어”두부와 고기가 넉넉히 들어간 김치찌개가 3000원, 무한리필 공깃밥은 공짜. 물가 비싼 서울에서 1000원짜리 지폐 3장으로 따뜻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에 있는 ‘청년밥상 문간’이다. 이곳을 찾는 10명 중 6~7명은 주머니 가벼운 10~30대 청년들이다. 지난 1일 이 식당에서 만난 프리랜서 신도영(29)씨는 “여기 오면 청년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위로를 받는다”면서 “자취를 하면 간단히 때울 때가 많은데 3000원에 든든한 집밥을 먹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세무사 시험 준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못하고 자취를 한다”는 취업준비생 김모(25)씨는 “월 100만원 안에서 생활하려다 보니 끼니를 거를 때도 있다”며 “이 식당은 취직할 때까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든든한 인심을 자랑하는 청년밥상 문간의 사장은 이문수 신부다. 그는 “2015년 6월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어느 청년이 굶주린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보고 2017년 식당을 열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하는 청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파는 것이 이 신부의 ‘경영철학’이다. 무료로 나눠 주는 양말도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출입구 바로 앞에 뒀다.이 신부의 바람대로 이 식당은 청년들 사이에서 ‘가성비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 경기 시흥시에서 친구와 방문한 고등학생 김서희(19)양은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맛집”이라면서 “평소 밥값이 부담됐는데 다음에 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생 송하윤(14)양도 “김치찌개를 좋아하지만 밖에서 사먹기엔 비싼 음식인데 떡볶이나 햄버거만큼 저렴해서 좋다”고 말했다. 하루 100명의 손님이 찾아오면 식재료값을 충당하고 적자가 나지 않는 구조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엔 하루 손님이 30명대로 떨어져 음식이 남는 날이 많았다. 다행히 이 신부가 지난달 tvN 예능프로그램인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면서 식당의 취지가 알려지자 매일 100명이 넘는 청년들이 문간을 드나들고 있다.여느 대학가 맛집처럼 벽 한쪽에는 “잘 먹고 간다”는 메모지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신부님 죄송합니다. 오늘 또 세 그릇 먹었습니다”라는 장난 섞인 후기부터 “모두의 모든 일이 잘되기를”이라는 따뜻한 응원 문구도 있었다. 이 신부는 ‘사업 확장’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이르면 이달 말 이화여대 인근에 2호점을 열 예정”이라며 “최대한 여러 곳에 청년밥상을 열어 청년들이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임혜숙, 딸 동행 외유출장 논란…“남편 출입기록도 일치”

    임혜숙, 딸 동행 외유출장 논란…“남편 출입기록도 일치”

    뉴질랜드·스페인은 학회 참석 대상하와이는 외유성 출장 의혹임 후보자 “자녀 동반 사실”“비용은 모두 개인이 지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이화여대 엘텍공과대학 차세대기술공학부 교수로 있으면서 나랏돈으로 두 딸을 데리고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그의 출국 기록과 남편의 출국 기록이 일치한다는 지적이 3일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임 후보자와 두 딸은 물론, 남편 역시 미국 하와이와 뉴질랜드 오클랜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간 출입국 기록이 일치했다. 임 후보자는 지난 5년간 한국연구재단에서 총 4316만원을 지원받아 외국 학회 세미나에 여섯 차례 참석했다. 특이한 점은 임 후보자의 출장 기간과 장녀(28), 차녀(23)의 입출국 날짜가 수차례 겹쳤다는 점이다. 임 후보자는 2016년 7월 10~13일 일본 오키나와 세미나에 참석하고 경비 115만원을 지원받았는데, 정확히 같은 날짜에 임 후보자 장녀가 일본에 다녀왔다. 또 임 후보자가 2018년 1월 23~29일 1639만원을 지원받아 미국 하와이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도 두 딸은 엄마보다 하루 먼저 미국으로 출국해 같은 날 귀국했다. 이 중 뉴질랜드와 스페인의 경우 남편 역시 교수로서 연구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실은 하와이의 경우 학회 참석 대상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야권이 국가지원 학회를 가족 여행의 일환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임 후보자는 “국제학회 때 자녀를 동반한 적은 있지만, 비용은 모두 개인이 지출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 의원은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임 후보자는 교수뿐만 아니라 공직자의 자격과 도덕성이 전혀 없다고 본다”며 “인사청문회에서 임 후보자의 부적격성에 대해서 낱낱이 파헤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사장님 된 신부님… 3000원 김치찌개 한상 찾는 청년들

    사장님 된 신부님… 3000원 김치찌개 한상 찾는 청년들

    두부와 고기가 넉넉히 들어간 김치찌개가 3000원, 무한리필 공깃밥은 공짜. 물가 비싼 서울에서 1000원짜리 지폐 3장으로 따뜻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에 있는 ‘청년밥상 문간’이다. 이곳을 찾는 10명 중 6~7명은 주머니 가벼운 10~30대 청년들이다. 지난 1일 이 식당에서 만난 프리랜서 신도영(29)씨는 “여기 오면 청년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위로를 받는다”면서 “자취를 하면 간단히 때울 때가 많은데 3000원에 든든한 집밥을 먹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세무사 시험 준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못하고 자취를 한다”는 취업준비생 김모(25)씨는 “월 100만원 안에서 생활하려다 보니 끼니를 거를 때도 있다”며 “이 식당은 취직할 때까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든든한 인심을 자랑하는 청년밥상 문간의 사장은 이문수 신부다. 그는 “2015년 6월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어느 청년이 굶주린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보고 2017년 식당을 열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하는 청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파는 것이 이 신부의 ‘경영철학’이다. 무료로 나눠 주는 양말도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출입구 바로 앞에 뒀다. 이 신부의 바람대로 이 식당은 청년들 사이에서 ‘가성비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 경기 시흥시에서 친구와 방문한 고등학생 김서희(19)양은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맛집”이라면서 “평소 밥값이 부담됐는데 다음에 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생 송하윤(14)양도 “김치찌개를 좋아하지만 밖에서 사먹기엔 비싼 음식인데 떡볶이나 햄버거만큼 저렴해서 좋다”고 말했다. 하루 100명의 손님이 찾아오면 식재료값을 충당하고 적자가 나지 않는 구조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엔 하루 손님이 30명대로 떨어져 음식이 남는 날이 많았다. 다행히 이 신부가 지난달 tvN 예능프로그램인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면서 식당의 취지가 알려지자 매일 100명이 넘는 청년들이 문간을 드나들고 있다. 여느 대학가 맛집처럼 벽 한쪽에는 “잘 먹고 간다”는 메모지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신부님 죄송합니다. 오늘 또 세 그릇 먹었습니다”라는 장난 섞인 후기부터 “모두의 모든 일이 잘되기를”이라는 따뜻한 응원 문구도 있었다. 이 신부는 ‘사업 확장’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이르면 이달 말 이화여대 인근에 2호점을 열 예정”이라며 “최대한 여러 곳에 청년밥상을 열어 청년들이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부고] 김수복씨 장인상, 류근환씨 별세, 최승균씨 부친상

    ■ 김수복(단국대 총장)씨 장인상 △ 신영선(전 서울 남부농협 전무)씨 별세, 신인섭(전 태영건설 이사)·신경희(전 이화여대 특임교수)·신화섭(전 좋은인상 대표)씨 부친상, 김한식(전 반포성당 사무장)·김수복(단국대 총장)씨 장인상, 4월30일 오전 11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3호실, 발인 4일 오전 7시. 02-2258-5925 ■ 류근환(전 국회의원)씨 별세 △ 류근환(제11·12대 국회의원<전국구·민주정의당>·전 한국가스공사 이사장)씨 별세, 신계선씨 남편상, 류병훈(류병훈성형외과 원장)·류경훈(재미)·류지화씨 부친상, 박영길(미국 브래들리대 교수)씨 장인상, 2일 0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4호실, 발인 4일 오전 6시, 장지 서울현충원. 02-3410-3151 ■ 최승균(매일경제 창원 주재기자)씨 부친상 △ 최혁씨 별세, 최승균(매일경제 창원 주재기자)씨 부친상, 2일 오전, 창원한마음병원 장례식장(신축), 발인 4일 오전 6시 30분, 055-225-1200
  • [신융아의 외교통일수첩] 북한인권, 남북 관계에 외통수 될까

    [신융아의 외교통일수첩] 북한인권, 남북 관계에 외통수 될까

    북한이 또 크게 반발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미국 대북정책의 윤곽이 드러나자마자 북한은 2일 조선중앙통신에 ‘트리플’ 담화를 발표하며 강한 경고를 발신했다. 특히 미국이 제기하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최고존엄까지 건드리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며 “목숨보다 더 귀중하고 가장 신성한 최고존엄을 건드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가장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달 28일 대북인권단체와 탈북자 단체 등이 주관한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낸 성명에서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 국가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또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북중 국경을 무단 침범하는 경우 사살하라고 명령한 것에 대해서도 “점점 더 가혹한 조치들에 경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 문제를 놓고 북미 간 갈등이 정면으로 표출되면서 우리 정부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 미국은 이미 지난 3월 한미 2+2 외교·국방장관 회담과 지난달 미 의회 톰랜토스인권위원회에서 개최한 우리나라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를 통해서도 우리 정부를 향해 북한 인권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공석으로 두었던 북한인권특사도 조만간 임명한다고 한다. 그러면 2017년 9월 이후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임명하지 않고 있는 우리 정부도 안팎으로부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설령 이번에 발표될 미국의 대북정책이나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에는 포함되지 않더라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교적 목표이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임기 내내 지속적이고 비중 있게 다뤄질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인권 문제가 북한을 자극하는 것을 피하려고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거나 회피, 유예하는 전략을 써 왔지만, 그럴수록 북한 인권은 남북 관계에 외통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에서도 지난 4년간 남북 관계 개선을 이유로 미뤄 왔던 북한인권법 시행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인권법에서 발간하도록 돼 있는 북한 인권에 관한 보고서는 4년째 공개되지 않았고, 탈북민의 증언을 수집해 북한의 인권 실태를 조사, 기록하는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역할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지난해 통일백서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내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개 보고서 발간을 준비 중에 있다”고 했던 통일부는 과거 독일의 사례를 들며 서독은 동독의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해 30년 이상 공개하지 않고 자료를 누적해 왔다고 하는데 궁색한 답변이다. 부분적으로 북한인권기록센터의 모델이 되기도 한 서독의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는 1961년부터 통일 후 1992년 해체될 때까지 모든 기록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동독에서 자행된 인권 탄압 사례를 조사하고 기록하면서 이를 근거로 언젠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렸다. 동독으로부터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이 기관의 존재만으로도 가해자에게는 경각심을 줘 탄압 행위를 억제하고 동독 주민들에게는 희망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존재는 우리 국민들조차 인지하기 어렵다. 홈페이지에는 2019년 6월 이후 활동 기록조차 없다. 북한 인권은 정권이나 정세에 따라 때로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고, 때로는 남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위해 무관심 속에 방치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책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외교적 전략 측면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 인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우리 정부도 최소한의 법 시행을 통해 북한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의식과 일관된 원칙은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고]

    ●신영선씨 별세 신인섭(전 태영건설 이사)·화섭(전 좋은인상 대표)·경희(전 이화여대 특임교수)씨 부친상 김한식(전 반포성당 사무장)·김수복(단국대 총장)씨 장인상 4월 30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4일 오전 6시 (031)8005-2005 ●권정의씨 별세 조용철(전 서천 서림농협 전무)·용찬(전 기업은행 부행장)·용국(전 한국주택금융공사 부장)·용덕(전 안양시의원)씨 모친상 1일 서천 서해병원, 발인 3일 오전 9시 (041)953-4440 ●김해권씨 별세 김경희·형순(도래샘리조트 대표)·형기(뉴시스 대표)씨 부친상 김구성씨 장인상 박영숙·여위순씨 시부상 4월 30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일 오전 (02)3410-3156 ●이래인씨 별세 김재동(전 공무원)씨 부인상 김충현(디지털스카이넷 사장)·진현(전 고양경찰서 경비교통과장)·삼현(전 명지대 강사)씨 모친상 1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3일 (02)2227-7547 ●강낙원씨 별세 강순연·성모(숭실사이버대 교수)·창모·열모·봉규·승연씨 부친상 김귀식(전 예천 은풍초 교장)·김종만(한국불교신문 편집국장)씨 장인상 1일 안동병원, 발인 3일 오전 7시 30분 (054)840-0010
  •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긴장 수위 높이는 北… 부담 커진 文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긴장 수위 높이는 北… 부담 커진 文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대북 정책 검토를 완료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북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미측이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타결’과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에 모두 선을 그은 채 단계적 접근을 통한 외교적 해법 모색을 공식화하자 북측이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모양새다. 결국 한미 정상이 북측에 협상 복귀 동기를 줄 수 있느냐에 따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운명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2일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한 북측 성명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그보다는 “우리의 접근법은 싱가포르 등 이전 합의에 기초할 것”이란 미측 메시지에 주목했다. 트럼프의 유산에 부정적이던 바이든 행정부의 유의미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얼굴)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 협상해 나간다면 좀더 속도 있게 북미·남북 대화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양보·보상을 동시에 주고받는 점진적·단계적 비핵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집요한 설득이 미측 결론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원칙만 제시했을 뿐 각론을 내놓지 않은 터라 정상회담에서 유인책을 끌어낼 수 있다면 대화 복원 모멘텀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하지만 북미 대화 전망은 불투명하다. 미측이 유연한 접근법을 내놓았지만, 선(先)적대시 정책 철회를 원하는 북측 눈높이에 못 미친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체제 보장과 관련한 ‘선보상’을 미측이 제시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게다가 청와대는 백신 협력을 끌어내면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견제 안보협의체 ‘쿼드’ 참여 요구에는 선을 그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전향적으로 나오긴 어렵더라도 화해 메시지가 발신될 수 있도록 하고, 인권 문제가 거론되지 않게 해야 한다”며 “여행금지 국가에서 풀어 준다거나 연례적 제재 추가 조치를 유보하는 등 관계 정상화 조치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에 대한 레버리지를 갖고 있는 중국을 끌어들여 4자(남북미중) 회담으로 가지 않는 한 동기부여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는 종전선언과 금강산·개성 제재 면제나 유예를 설득할 텐데 미국이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한국 때려 美 압박하는 北… 조평통·금강산관광기구 정리하나

    한국 때려 美 압박하는 北… 조평통·금강산관광기구 정리하나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일 담화에서 남한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상응한 행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표면적으로는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았지만, 같은 날 미국의 대북 정책과 북한 인권 문제제기를 비난하는 외무성 담화도 나왔다는 점에서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을 압박해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언급하며 “또다시 용납 못할 도발 행위를 감행하였다”면서 “우리가 어떤 결심과 행동을 하든 그로 인한 후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더러운 쓰레기들에 대한 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남조선 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25∼29일 비무장지대(DMZ) 인접 지역에서 대북 전단을 날렸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처를 할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 3월 15일 한미 연합훈련 비난 담화에서 언급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폐지와 금강산국제관광기구의 정리, 9·19 군사합의 파기 등이 거론된다. 특히 김 부부장의 담화가 외무성의 대미 담화와 달리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실렸다는 점에서도 ‘상응 행동’이 실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조평통과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남북교류협력기구들을 없애는 것은 남북 관계를 6·15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자 지금의 남북 관계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지난해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후 검토했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격 보류’ 결정을 내려 중단됐던 대남군사행동계획을 다시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시 북한군 총참모부는 ▲금강산·개성공업지구 군대 전개 ▲비무장지대 민경초소 진출 ▲접경지역 군사훈련 ▲대남전단 살포 지원 등을 거론했다. 북한이 남측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긴장을 높인 것은 미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북미 관계 개선 없이는 남북 관계 개선도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여정 담화와 외무성 담화가 같은 날 발표된 것은 대미 정책과 대남 정책의 연계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한반도 긴장 고조를 통해 최대치 요구를 관철하려는 북한의 전형적 행태”라고 분석했다. 한편 경찰청은 김창룡 경찰청장이 한미 정상회담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대북 전단과 관련한 초동 조치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며 안보 수사 담당자들을 질책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긴장 수위 높이는 北… 부담 커진 文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긴장 수위 높이는 北… 부담 커진 文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출범 100일 만에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북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미측이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 타결’과 오바마 행정부 당시 ‘전략적 인내’에 모두 선을 그은 채 단계적 접근을 통한 외교적 해법 모색을 공식화하자, 북측은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모양새다. 결국 한미 정상이 북측에 협상 복귀 동기를 줄 수 있느냐에 따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운명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2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한 북측 성명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통일부 담화로 갈음했다. 굳이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그보다는 “우리의 접근법은 싱가포르 등 이전 합의에 기초할 것”이란 미측 메시지에 주목했다. 트럼프의 유산인 싱가포르 합의에 부정적이었던 바이든 행정부의 유의미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얼굴) 대통령은 1월 신년회견에서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 협상해 나간다면 좀더 속도 있게 북미·남북대화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양보·보상을 동시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점진적·단계적인 비핵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의 집요한 설득이 미측 결론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대북정책 원칙만 제시했을 뿐 각론을 내놓지 않은 터라 정상회담에서 유인책을 끌어낼 수 있다면 대화 복원 모멘텀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하지만 북미대화 재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미측이 예상보다 유연한 접근법을 내놓았지만, 선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북측 눈높이에 못 미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나 첨단 전략자산 도입 금지 등 체제보장과 관련한 ‘선보상’을 미측이 제시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게다가 청와대는 백신 협력을 최대한 끌어내면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견제 안보협의체인 ‘쿼드’ 참여 요구에는 선을 그어야 한다.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를 갖고 있고, 참여 의지가 있는 중국을 끌어들여 4자(남북미중) 회담으로 가겠다는 합의를 도출하지 않는 한 북에 대한 동기부여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는 종전선언과 금강산·개성 제재 면제나 유예를 설득할 텐데 바이든 정부가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美에 북핵해법 설득 성공했지만, 부담은 더 커진 靑

    美에 북핵해법 설득 성공했지만, 부담은 더 커진 靑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출범 100일 만에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북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미측이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 타결’과 오바마 행정부 당시 ‘전략적 인내’에 모두 선을 그은 채 단계적 접근을 통한 외교적 해법 모색을 공식화하자, 북측은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모양새다. 결국 한미 정상이 북측에 협상테이블 복귀의 동기를 줄 수 있느냐에 따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운명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2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한 북측 성명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통일부 담화로 갈음했다. 굳이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그보다는 “우리의 접근법은 싱가포르 등 이전 합의에 기초할 것”이란 미측 메시지에 주목했다. 트럼프의 유산인 싱가포르 합의에 부정적이었던 바이든 행정부의 유의미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신년회견에서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 협상해 나간다면 좀더 속도 있게 북미·남북대화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양보·보상을 동시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점진적·단계적인 비핵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의 집요한 설득이 미측 결론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대북정책 원칙만 제시했을 뿐 각론을 내놓지 않은 터라 정상회담에서 유인책을 끌어낼 수 있다면 대화 복원 모멘텀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하지만 북미대화 재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미측이 예상보다 유연한 접근법을 내놓았지만, 선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북측 눈높이에 못 미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나 첨단 전략자산 도입 금지 등 체제보장과 관련한 ‘선보상’을 미측이 제시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게다가 청와대는 백신 협력을 최대한 끌어내면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견제 안보협의체인 ‘쿼드’ 참여 요구에는 선을 그어야 한다.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전향적으로 나오긴 어렵더라도 초기에 화해 메시지가 발신될 수 있도록 설득하는게 중요하고, 북한 인권 문제가 거론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여행금지 국가에서 풀어준다거나 연례적 대북제재 추가조치를 유보하는 등 관계 정상화 조치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를 갖고 있고, 참여 의지가 있는 중국을 끌어들여 4자(남북미중) 회담으로 가겠다는 합의를 도출하지 않는 한 북에 대한 동기부여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는 종전선언과 금강산·개성 제재 면제나 유예를 설득할 텐데 바이든 정부가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美 ‘대북정책 검토 완료’ 하루 만에… 北 “낡고 뒤떨어진 정책” 반발

    美 ‘대북정책 검토 완료’ 하루 만에… 北 “낡고 뒤떨어진 정책” 반발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정책 검토를 완료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북한은 이를 두고 “낡고 뒤떨어진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상응한 조치”를 예고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북한이 미국에 전향적 태도를 유도하려는 동시에 미국이 자신의 뜻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고강도 무력시위를 하기 위한 명분을 쌓고자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2일 담화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의회 연설만 언급했지만, 담화 발표 시점상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달 30일 밝힌 바이든 정부 대북 정책의 기조도 염두에 두고 반발했다는 관측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위협에 대처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외교’와 ‘억지’를 동일선상에 놨다. 다만 사키 대변인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이라며 ‘외교’에 무게중심을 두며 유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와 관련, 권 국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연설이 “대조선(대북) 적대시정책을 구태의연하게 추구하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는데, 사키 대변인이 밝힌 대북 정책의 기조도 큰 틀에서 이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달 28일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코로나19 방역 조치 등을 비판한 데 대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대북 적대시 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이라고 비난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사키 대변인이 유화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쳤지만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은 바이든 정부가 북미 협상 재개 전 선제적으로 대북 제재 완화,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같은 적대시 정책 철회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향후 대미 압박을 위한 무력 시위의 명분을 다지고자 비난 담화를 냈다는 분석이다. 권 국장과 외무성 대변인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과 북한 인권 비판에 대해 “상응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북한이 대미 비난 담화의 주체를 외무상이 아닌 국장과 대변인으로 낮췄고, 바이든 대통령의 실명은 언급하지 않은 채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언급을 ‘실언’이라고 평가절하하는 등 비난 수위를 조절함에 따라 정세를 관망하겠다는 여지도 보였다. 이에 바이든 정부 대북 정책의 구체적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 북한이 당장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하기보다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부터 단계적인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바이든 정부가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비핵화 초기 조치에 대한 보상을 더 많이 받기 위해 긴장을 조성할 것”이라며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이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으로 긴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임혜숙, 두 딸 동반 ‘외유성 출장’ 의혹…“자녀비용 개인지출”

    임혜숙, 두 딸 동반 ‘외유성 출장’ 의혹…“자녀비용 개인지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던 2016~2020년 국가지원금을 받아 참석한 일부 국외 세미나에 두 딸을 데리고 간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 보고서 내용도 부실해 학회 참석을 빙자해 가족들과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야당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임 후보자는 “자녀 관련 비용은 모두 개인 비용으로 지출했다”고 해명했다. 2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과기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 후보자는 지난 5년간 한국연구재단에서 총 4316만원의 경비를 지원받아 외국에서 열린 학회 세미나에 6차례 참석했다. 이 가운데 임 후보자의 출장 기간과 임 후보자 장녀(28), 차녀(23)의 입·출국 날짜가 여러차례 겹친 사실이 드러났다. 행선지도 일치했는데, 모두 관광지로 유명한 곳들이었다. 3차례는 두 딸과 나머지 한번은 장녀와 각각 동행한 것으로 보인다. ●박성중 “장녀와 차녀 동행…부실 보고서” 임 후보자는 2016년 7월 10일부터 13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하고 115만원의 경비를 지원받았는데, 정확히 같은 날짜에 임 후보자 장녀가 일본에 다녀온 사실이 출입국 기록으로 확인됐다. 또 임 후보자가 2018년 1월 23일부터 29일까지 1639만원을 지원받아 미국 하와이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장녀와 차녀는 임 후보자보다 하루 먼저 미국으로 출국해 같은 날 귀국했다. 2019년 1월 뉴질랜드 오클랜드 학회와 지난해 1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학회 참석 때도 임 후보자와 두 딸이 비슷한 출입국 패턴을 보였다. 학회 참석 후 제출한 결과 보고서도 매우 부실했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임 후보자는 1주간 하와이 출장을 다녀온 뒤 현지 체류 기간 날짜별로 ‘학회 참석’이라고만 적은 4줄짜리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자, 수집 자료, 획득 정보 등은 백지로 냈다. 오키나와 등 다른 출장 보고서도 비슷했다. 박 의원은 “임 후보자가 국가 예산으로 가족과 함께 국외 학회에 참석한 것으로 보여 도덕성이 의심스럽다”며 “이미 연구논문 쪼개기, 민주당 당적 보유 등으로 자질 논란이 불거진 만큼 지명 철회 내지 자진 사퇴를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임혜숙 “연구진 출장비까지 모두 포함돼 보도” 이에 대해 임 후보자는 이날 참고자료를 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제학회 참석을 위한 출장에 자녀를 동반한 적은 있으나 자녀 관련 비용은 모두 개인 비용으로 지출했다”고 해명했다. 출장 비용에 대해선 “보도된 출장 비용은 참여 연구진의 출장비까지 모두 포함된 금액이고 본인의 출장비는 6차례 총 2502만 6000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임 후보자는 “해당 국제학회에서 논문발표를 하거나 의장, 좌장 등으로 학술대회를 주관하는 등 연구활동을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부실한 출장 보고서에 대해서는 “행정적인 출장 증빙을 위해 온라인으로 입력하는 서식으로, 해당 부분 입력 글자 수가 한정돼 자세한 내용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열린세상] 중국인들이 진짜 놓치고 있는 것/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열린세상] 중국인들이 진짜 놓치고 있는 것/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요즘 ‘중국발 병’이 또 도진 것 같다. 무엇이든지 중국에서 비롯됐다고 하는 병 말이다. 태권도가 중국 거라고 하더니 이제는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와 한복마저 자기들 것이라고 우긴다. 이 같은 중국인들의 행태는 이전에도 있어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동북공정 등으로 만주에 있었던 고구려의 역사까지 자기네 역사로 편입시키는데 이런 개개물들이 중국에서 비롯됐다고 하는 것은 별일도 아니겠다. 중국인의 이런 모습을 보면 나는 그들이 지엽적인 것에만 신경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일 중국인이라면 중국의 전통문화 요소 가운데 진짜 중요한 것을 주변 나라에 빼앗겼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어떤 것을 빼앗겼다는 것일까? 태극과 선불교가 바로 그것이다. 태극은 한국에 빼앗겨(?) 한국 국기에 사용되고 있고, 선(禪)불교는 일본이 처음으로 전 세계에 소개하는 바람에 중국어인 ‘찬부디즘’이 아니라 일본어인 ‘젠(Zen)부디즘’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 그것을 말해 준다. 먼저 태극부터 보면 태극은 인류가 만들어 낸 상징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이라고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이 상징에 워낙 익숙해 있어 태극이 가진 뛰어난 점을 간과하고 있는데, 이것은 세상과 자연이 돌아가는 이치를 간명하면서도 가장 잘 표현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상징에 따르면 자연과 인간은 음과 양이라는 두 가지 힘(에너지)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두 요소는 경쟁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부드럽게 포괄하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태극의 핵심은 음과 양이 부드럽게 S 자 곡선을 이루면서 합체돼 있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태극의 이원론은 상보적인 이원론(complementing dualism)이라 하고 다른 보통 이원론은 투쟁하는(conflicting) 이원론이라고 부른다. 음과 양이라는 상반되는 기운을 상보적으로 파악한 중국인들의 해석은 매우 뛰어나다. 중국의 최고 천재들은 집단적 지성을 통해 이 같은 최고의 상징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최고의 상징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나라가 어딘가? 한국 아닌가? 일찍이 한국인들이 그들의 국기에 태극을 넣음으로써 이 상징은 한국 것이 돼 버렸다(여기서 괘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인류가 낳은 최고의 상징이 한국 것이 돼 버린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그다지 애석해하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문화는 쓰는 사람이 임자가 된다. 시원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중국 국기에 태극이 들어갔어야 했다. 그런데 그들이 마다했으니 한국인들에게 뭐라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미국 유학 시절 내 지도교수였던 푸웨이쉰(傅衛勳)이 나에게 ‘너희 나라 국기는 세계에서 가장 철학적인 국기일 것’이라고 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 선불교도 그렇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이 인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선불교라고 주장했다. 선불교는 종교 사상 가운데 명품 중의 명품이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도의 대승불교와 중국의 노장사상이라는 세계 최고 사상들이 창조적으로 섞이면서 생겨난 사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서양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불교는 선불교(그리고 티베트 불교)밖에 없다. 선불교가 워낙 명품이라 그 도도한 백인 문명도 뚫고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선불교를 미국에 제일 먼저 소개한 나라는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 그 유명한 스즈키 다이세쓰가 영문으로 선을 소개하는 책을 쓰면서 서양인들이 선을 알게 됐고 매료된 것이다. 이 때문에 선이 중국 발음인 ‘찬’이 아니라 일본 발음인 ‘젠’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그래서 미국의 젊은이들 가운데에는 이 선불교가 일본 것이라고 믿는 친구들도 많다. 이처럼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창출해 낸 불세출의 종교 전통인 선불교는 일본에 넘겨주고 최고 상징인 태극은 한국에 빼앗겼다. 그런데도 그들이 예의 ‘오리지널’ 타령을 하지 않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 워낙 선점하고 있어서 그럴 게다. 문화란 이렇듯 실제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지 그 시원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 “우리 목소리를 내겠다”…노년알바노조 준비위 출발

    “혼자서는 억울한 일이 있어도 얘기를 못하는데, 노동조합을 하면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말하고 싶어요.” 노년알바노조 공동준비위원장을 맡은 임진순(75)씨는 29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70대 청소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모인 노조는 “노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소외되지 않고 공동체 일원으로 살아가고자 한다”고 결성 계기를 설명했다. 임씨는 과거 연세대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할 때는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 학생들과 연대하면서 상아탑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을 공론화했다. 최저임금에 미달하던 임금도 점점 올랐다. 정년 70세가 되면서 연세대를 떠났지만, 그의 청소노동은 계속됐다. 또 다시 외로운 싸움의 시작이었다. 이날 발간된 구술기록집에서 임씨는 이렇게 회상했다. “이화여대의 꼭대기 빌딩에 세를 든 외국인 회사에서 3년을 일했는데, 사람들 통솔을 못한다고 해고한다고 했다. 이 일을 오래했으니까 나름의 노하우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무리하게 그만두라고 하니까 억울한 마음이 생겼죠. 거기는 노조가 없어서 내 편에서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그렇게 나와버린거죠.” 지금 임씨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빌딩에서 일한다. 임 위원장은 “코로나19가 터졌는데 마스크가 필요한데 회사는 챙겨주지 않아요. 그래서 노조를 얘기하면 다들 이 나이에 뭘 하겠그냐고 그래. 노인네들도 내가 움직이고 일하는 동안은 우리를 지켜줄 노조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구술기록집 ‘노동으로 일군 한평생’에는 임씨를 포함한 9명의 70대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이러한 사례가 소개됐다. 허영구 공동준비위원장은 “70대라는 이유로 법적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최저를 맞춰고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알바비를 이유로 노인기초연금이 삭감되는 구조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 준비위는 노년 노동과 복지, 생활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도 이어갈 계획이다. 청소 노동자 외에 고령 노동자가 많은 경비 노동자들도 노조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스마트폰 사용법 등 교양 강좌를 열어 노인들의 문화 생활을 돕는 등 활동도 할 계획이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신촌을 청년들의 창업 밸리로”… 일·꿈·쉼 담은 서대문 ‘에스큐브’

    “신촌을 청년들의 창업 밸리로”… 일·꿈·쉼 담은 서대문 ‘에스큐브’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사무실을 얻기가 어려웠어요. 학교나 카페를 전전했고 심지어 팀원 4명이 5평짜리 자취방에서 함께 살면서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해 12월 ‘에스큐브’에 입주하게 되면서 팀원들끼리 의기투합할 수 있었고 올 초 투자도 받았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바람산어린이공원 인근에 청년 예비·초기 창업자들을 위한 공간이 들어섰다. 연세대 캠퍼스타운 창업거점공간인 에스큐브다. 28일 구에 따르면 캠퍼스타운은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대학가에 창업 공간을 마련하고 청년 일자리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앞서 지난 22일 열린 에스큐브 개관식에 참석한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이곳에 입주한 쇼핑앱 ‘피오픽’ 제작사 ‘유어라운드’ 대표 김지수씨의 이 같은 입주 소감을 들으며 크게 반색했다. 문 구청장은 “이곳에 입주한 청년 사장님들이 자생력을 키우고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화답했다. 에스큐브는 옛 창천노인복지센터를 새롭게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기업 20곳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과 회의실, 편의시설 등을 갖췄다. 지난해 12월 완공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개관식은 연기해서 개최하게 됐다. 다음달에는 새로운 창업팀을 선발해 창업 교육을 비롯해 기술 멘토링, 창업팀 간의 네트워킹 등을 통해 창업가들을 육성한다. 문 구청장은 “에스큐브 인근에 있는 바람산공원과 창천근린공원은 접근성 등의 이유로 이용하는 주민이 적었다”면서 “두 공원을 쉼터와 작은 공연장 등을 갖춘 청년 문화 공간으로 재조성해서 청년들이 일과 휴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구는 신촌 지역 일대를 청년들이 창업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신촌 벤처 밸리’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에스큐브를 비롯해 이화여대 캠퍼스타운 사업, 숙박형 창업지원시설 청년창업꿈터 1·2호점, 스타트업 청년을 지원하는 청년주택 등을 연결해 청년 창업 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구는 공공임대상가 ‘신촌 박스퀘어’와 창작 공간 ‘신촌문화발전소’ 등 다른 청년 시설들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문 구청장은 “신촌 일대가 창업의 전진 기지가 될 수 있도록 튼튼한 기반을 마련해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동시에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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