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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기간에 관계 회복 어려워… 사드 불가피성 中에 설명하라”

    한·중이 24일 수교 25주년을 맞았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발(發) 냉기로 꽁꽁 얼어붙은 양국 관계는 여전히 해빙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 갈등이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며 사드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관계를 예전 같은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북핵 문제와 사드의 연관성을 꾸준히 설명하고 대국으로서 중국의 의연한 대응을 촉구하는 외교적 해법이 ‘정도’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다른 문제라면 우리가 원인 해소에 적극 노력할 수 있지만 사드는 우리 안보와 관련된 사안이라 중국이 뭐라 하든 배치를 철회할 수는 없다”며 “중국에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오히려 중국이 우리를 압박할 게 아니라 북한을 상대로 핵 문제 해결에 더 노력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아시아의 대국답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사드 이후 결국 한·중 관계에는 일본과의 역사 문제와 비슷하게 쉽게 풀기 어려운 현안들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양국 관계가 단기간에 해결되거나 예전 상태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안보적 차원의 갈등이기 때문에 결국은 북한 문제가 해결돼야 조금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이 중국의 민낯과 우리 외교의 현주소를 제대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사드 문제로 중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게 됐고 우리 외교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윤 전 원장은 한·중 갈등 해결은 양자 관계뿐 아니라 주변국들과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은 우리보다 인구 측면에서 30배가량 큰 나라인데 여기 대항하는 데는 한·미 동맹이 굉장히 중요한 안전판”이라면서 “중국은 또 인도, 러시아, 일본, 인도네시아 등 만만치 않은 나라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들과의 네트워킹을 잘하면 그게 우리 대중(對中) 외교의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사드라는 안보 이슈 하나로 양국 관계가 흔들리는 것은 그간 불편한 얘기를 안 하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봉합해 온 관계가 수명을 다했다는 것”이라며 “중국도 한국의 양보를 기대하기 전에 남북 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 정부에 협력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중 간 사드 논의의 방향을 사드 배치에서 ‘사드가 필요 없는 조건’ 쪽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사드를 피해 양국이 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해 양국이 입장을 분명히 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다면 양국이 이제는 사드가 필요 없는 조건을 만들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논의를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수 기준을 분명히 해 두면 중국과의 갈등도 완화될 수 있고 배치 명분이 결국은 북핵이었기 때문에 미국도 다른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갈등 완화를 위해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체면을 살려 줄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사드는 한·중 간 외교 이슈이지만 중국 내부 정치의 문제가 됐기 때문에 시 주석의 체면을 살려 줄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배치 시기를 오는 11월 중국 공산당 19차 전당대회 이후나 내년 3월 중국 양회 이후로 미루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사립대 27곳, 4년간 적립금 100억 이상 불려

    사립대 27곳, 4년간 적립금 100억 이상 불려

    홍익대 1312억원 늘어 최대2011년부터 2015년 사이 적립금이 100억원 이상 늘어난 사립대가 27곳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당국이 등록금 동결·인하 기조를 이어 왔는데도 이들 대학은 꼬박꼬박 자산을 늘려 온 셈이다. 적립금을 쌓느라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데는 소홀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한 부분이다. 23일 민간연구소인 대학교육연구소가 분석한 2011~2015년 4년제 사립대 153개교와 151개 법인의 이월·적립금 현황을 보면 2015년 기준 전체 규모가 9조 7723억원에 이르렀다. 2011년(10조 6676억원)에 비해서는 8953억원 줄었다. 이월금은 1조 8953억원에서 1조 608억원으로 대폭 감소했지만, 적립금은 8조 7723억원에서 8조 7115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이월금은 해당 연도에 사용하지 않아 다음 연도로 넘어간 것이고, 적립금은 특정 목적을 위해 별도 기금으로 축적한 것이다. 4년 동안 적립금이 가장 많이 증가한 대학은 홍익대였는데, 2011년 5860억원에서 2015년 7172억원으로 1312억원 늘었다. 이어 고려대가 936억원, 연세대 654억원, 성균관대가 647억원 많아졌다. 이월·적립금이 가장 많은 대학은 이화여대(7577억원)였고, 홍익대(7203억원), 연세대(6898억원), 수원대(4305억원)가 뒤를 이었다. 적립금이 늘었다는 것은 대학들이 학생들을 위한 비용 사용에 인색했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연구소 측은 “앞으로 급변하는 사회를 대비해 적립금이 필요하지만, 열악한 교육여건을 두고 적립금 축적을 우선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단독] 국가장학금 늘리자 교내 장학금 줄인 로스쿨

    [단독] 국가장학금 늘리자 교내 장학금 줄인 로스쿨

    장학금 지급률 평균 36%로 ‘뚝’…성대·이대·한양대 등 크게 줄어정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니는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해 국가장학금을 늘렸지만, 대학들은 이를 받고도 교내 장학금을 대폭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로스쿨 전체 장학금이 줄면서, 정부가 로스쿨에 혈세만 퍼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6 회계연도 결산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로스쿨 취약계층 장학금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국가유공자,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농어촌 출신, 다문화 가정, 북한이탈주민 등 출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사업으로, 25개 로스쿨에 지급된 규모가 37억 7600만원에 이른다. 교육부는 특별전형 인원과 선발비율, 편제정원 등을 고려해 대학별로 예산을 배정했으며, 학교당 4600만원에서 3억원까지 평균 1억 5100만원씩이 돌아갔다. 정부가 장학금 제도를 신설했는데도 로스쿨의 등록금 총액 대비 장학금 지급률은 2015년 평균 38.4%에서 지난해 36.9%로 떨어졌다. 10개 국립대 평균 지급률은 34.4%에서 37.4%로 올랐지만, 15개 사립대는 40.0%에서 36.7%로 낮아졌다. 특히 취약계층 장학금을 가장 많이 받은 성균관대(2억 5800만원), 이화여대(2억 3300만원), 한양대(2억 3000만원) 3곳의 장학금 비율이 다른 곳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성균관대의 경우 2015년 38.1%였던 장학금 비율이 30.0%까지 낮아졌다. 이는 교육부 이행점검기준의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 최저선이다. 이화여대는 같은 기간 43.4%에서 36.1%로 7.3% 포인트, 한양대는 50.4%에서 40.7%로 9.7% 포인트 낮췄다. 로스쿨이 이렇게 장학금 비율을 낮출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교육부의 허술한 관리가 있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5월 보도자료를 내면서 “전국 로스쿨이 대학 등록금을 동결·인하하기로 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로스쿨이 등록금을 동결·인하하는 대신 교내 장학금을 축소시키는 ‘꼼수’를 부려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예산정책처 측은 “로스쿨이 장학금 지급률을 낮춰도 이를 제재할 방안이 없어 등록금 동결·인하 효과가 제한적”이라면서 “자체 장학금과 매칭해 국고를 지원하는 등 전체 장학금 지급률이 낮아지지 않도록 배분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25일 14시 30분 이재용 운명의 날

    25일 14시 30분 이재용 운명의 날

    특검 “정경유착” 삼성 “李 무관” 뇌물 유무죄 따라 朴재판도 영향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총 433억원 규모의 뇌물을 제공하거나 약속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이 오는 25일 선고공판에서 결정된다. 닷새 앞으로 다가온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 삼성 측 변호인단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는 25일 오후 2시 30분부터 417호 대법정에서 이 부회장과 최지성(66)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박상진(64) 전 삼성전자 사장, 장충기(63)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황성수(55) 전 삼성전자 전무에 대한 선고공판을 연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비리와 블랙리스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있었지만, 특검으로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 관계를 밝히는 것이 국정농단 사건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박 특검도 지난 7일 결심공판에서 “이 사건은 전형적인 정경 유착에 따른 국민주권의 원칙과 경제민주화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하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은 정씨의 승마 훈련 지원을 위해 약속금액 135억 265만원을 포함해 총 433억 2800만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비롯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국회 위증 등 모두 5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특검 수사 결과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바로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 4월부터 5개월간 이어진 재판에서도 이 부분을 놓고 특검팀과 변호인단이 매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와주는 대가로 삼성이 정씨 승마 훈련과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지원했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삼성 측은 각 지원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는 박 전 대통령에게 준 뇌물이 아니라 최씨의 강요와 공갈에 의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또 이 부회장은 이 사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최 전 부회장이 책임자라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뇌물공여 혐의 자체의 양형은 높지 않지만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 관계가 어떻게 결론 날 것인지가 판결의 핵심이다. 특검과 변호인 측은 지난 7일 결심공판 이후 18일까지 17건씩의 의견서나 참고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며 장외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번 재판이 1심 재판으로는 최초로 생중계될지도 관심이다. 지난달 25일 대법원의 규칙 개정에 따라 1·2심 선고를 생중계할 수 있게 된 만큼 재판부도 고심하고 있다. 당초 중법정에서 열리던 재판은 높은 관심과 취재 열기 등을 고려해 150석 규모의 대법정에서 선고를 진행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식탁 덮친 ‘에그포비아’

    식탁 덮친 ‘에그포비아’

    달걀 함유 제품 SNS 공유·문의 쇄도 전문가 “유해성 여부 단정할 수는 없어” 두부·오리알·인조달걀 등 대체품 주목 ‘살충제 달걀’ 후폭풍이 빵과 김밥 등 음식에 이어 달걀 성분이 포함된 가공식품으로 번지고 있다. 각종 과자는 물론 국민 식품으로 꼽히는 라면, 분유에까지 달걀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당분간 계란을 먹지 않겠다”며 대체 식재료나 식품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18일 인터넷 육아·먹거리 카페 등에는 각종 가공식품 이름을 거론하며 먹어도 되는지를 문의하는 글이 쇄도했다. 달걀이 함유된 각종 제품의 명단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퍼지고 있다. 한 인터넷 육아 카페 회원들은 “(달걀 성분이 함유된) 분유를 먹이고 있는데 ‘멘붕’(멘탈붕괴)이다”, “눈물을 머금고 있던 거 버리고 (달걀 성분이 없는) 분유로 갈아탔다”는 등의 글을 남겼다. 또 현재 자녀에게 먹이고 있는 분유에 적힌 원재료명을 직접 카메라로 찍어 올리며 ‘달걀 성분’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공유하기도 했다. 7개월 된 아기가 있는 이모(28)씨는 “분유에 든 달걀 성분이 극히 미량이라곤 하지만 어린 아기가 먹는다고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걱정을 쉽게 거두지 못했다. 국내 분유 제조사들은 제품에 ‘달걀노른자’(난황)에서 추출한 레시틴 성분이 함유됐다는 소식이 확산되자 홈페이지에 “유해물질 검사 결과 ‘불검출’로 재확인됐으며, 안심하고 먹이셔도 문제가 없음을 알려 드린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라면에도 불똥이 튀었다. 라면의 면에 달걀 껍데기에서 추출한 ‘난각분’과 ‘난각칼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함유량은 1%에 불과하지만 살충제 성분이 묻은 달걀에서 추출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난황액을 주로 사용하는 마요네즈도 의심의 눈초리를 사고 있다. 앞서 오스트리아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된 마요네즈 18개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무엇보다 달걀을 대체할 수 있는 식품과 식재료에 대한 정보가 확산되면서 식생활 풍속도를 바꿀 기세다. 완두콩, 수수 등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인조달걀인 ‘비욘드 에그’와 메추리알, 오리알 등이 ‘유사품’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가격과 영양 측면에서 최적의 대체식품으로는 두부가 가장 많이 꼽힌다. 회사원 주모(47)씨는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 이후 과자를 사 먹을 때 달걀 성분이 들어갔는지를 살펴보고 살지 말지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46)씨는 “달걀을 먹지 않고 있다. 꼭 필요하면 메추리알이나 오리알 같은 대체 식품을 찾을 생각”이라면서 “앞으로 동물성 단백질보다는 콩이나 두부류 등 식물성 단백질로 식단을 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살충제 달걀로 인해 불거진 먹거리 논쟁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달걀에서 난황 레시틴을 추출했을 때 살충제 성분이 잔존해 있을지에 대해서는 분석된 바가 없어 (유해성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도 “분유 등에 사용하는 레시틴을 추출할 때 생달걀을 쓰는지 확인해 봐야 알 수 있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In&Out] 학교 내 종교 강요, 이대로 안 된다/류상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

    [In&Out] 학교 내 종교 강요, 이대로 안 된다/류상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

    지금은 거의 잊혀졌지만, 13년 전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종교 관련 사건이 있었다. 서울 대광고 3학년생이자 학생회장이었던 강의석군이 교내 방송을 통해 “강요되는 예배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강군은 46일간에 걸친 단식투쟁 끝에 예배선택권을 얻어 냈지만 학교가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이 문제는 이듬해에 법정으로 갔다. 5년이 지난 2010년 4월 22일 최종 판결이 나왔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강제로 종교교육을 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그러나 이 판결 이후 학생들에게 예배선택권을 준 기독교계 사립학교는 많지 않다.학교 내 종교 강요에 대한 대학생들의 저항은 강군 사건보다 앞선다. 1995년 숭실대 학생이 6학기 동안 채플(기독교 학교의 교내 예배의식) 이수를 졸업 요건으로 정한 학칙이 종교의 자유를 침범한 것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결과는 학생의 패소로 끝났다. 2003년에는 이화여대에서 ‘채플반대모임’이 결성됐다. “신을 위해 기도할 권리만큼 기도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나는 ‘나에게 존재하지 않는’ 신을 위해 기도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당시 채플반대모임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이다. 2003년 명지대, 2004년 연세대, 2006년 다시 숭실대에서 채플반대운동이 연이어 일어났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법적 소송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강의석군이 제기한 고교와는 달리 대학은 학생 스스로 학교를 선택해 입학했다는 이유에서다. 절대 강자인 학교와 약자인 학생 간의 불공정 계약이라는 학생들의 주장은 무시됐다. 대학생들의 채플반대운동은 2006년 숭실대 사건을 정점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학생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기독교 학교의 유연한 대응으로 학생들의 불만이 상당 부분 누그러졌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학뿐 아니라 중·고교도 종전 경직된 의식에서 벗어나 저명 인사 초청 강연, 뮤지컬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 학생들의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내용을 유연하게 바꾼다고 강제 참석제의 문제점이 사라지는 것일까? 기독교 학교 운영자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 기독교는 절대자를 인격신으로 고백한다. 예배의식은 그 신과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하느님에 대해 사랑을 고백하고 설교자를 통해 신의 음성을 듣는다. 죄를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다짐하는 결단도 예배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학생들의 기호에 맞춘 변형된 채플, 그대로 괜찮은 걸까. 예배의 중요 요소가 실종된 채 춤, 노래로 채워진 채플을 기독교 인격신은 어떤 마음으로 내려다보고 계실까. 어쩌면 그것이 기독교의 종교적 품위를 떨어뜨리고 하느님은 물론 경건해야 할 예배 자체까지 모독하는 건 아닐까. 기독교 학교의 정체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희망 학생만 자율적으로 참여토록 해 제대로 격식을 갖춰 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 미국 기독교 학교인 하버드대는 1986년 의무 채플을 중단했다. 일본의 대표적 기독교 학교 도시샤대학은 1960년대에 채플이 자율화됐다. 종교의 자유란 ‘종교를 선택할 자유’와 ‘종교를 거부할 자유’,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전할 자유’, ‘종교를 (합법적 범위 안에서) 교육할 자유’를 포함한다. 기독교 학교의 ‘종교교육을 할 권리’와 학생들의 ‘종교를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를 동시에 충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고교에선 대법원 판결대로 학생들에게 예배선택권을 주고, 대학에서는 필수 이수 과목인 채플을 선택 과목으로 바꾸는 것이다.
  • 생물자원 이용 승인·이익 공유 의무화… 한국도 種의 전쟁 가세

    생물자원 이용 승인·이익 공유 의무화… 한국도 種의 전쟁 가세

    # 2004년 에티오피아 농업연구기구(EARO)와 네덜란드 중소기업 헬스앤퍼포먼스푸드인터내셔널(HPFI)은 에티오피아인들이 주식으로 먹는 ‘테프’의 종자 개량 및 제품 개발에 관해 10년 기한의 이익 공유 협정을 맺었다. 이익 공유 등에 관한 협정 체결권을 에티오피아 생물다양성보전연구소(IBC)에 위임했으나 HPFI나 에이전트인 에티오피아대학 역시 간과했다. 이후 재협상을 통해 테프 종자 판매액의 30%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IBC에 지급하고, 원주민들의 경제환경 보호 강화를 위한 펀드(FiRST)에 HPFI가 순이익의 5% 또는 연간 2만 유로(약 2700만원)를 내기로 했다.# 다육식물인 ‘후디아’는 남아프리카 토속 부족인 샌족이 식욕 억제용으로 써왔다. 1995년 남아공 과학산업연구위원회(CSIR)는 샌족의 승인 없이 식욕 억제 효과가 있는 물질을 특허 등록, 1998년 영국계 기업인 파이토팜에 무료로 제공했다. 2004년 파이토팜은 유니레버와 식욕 억제 활성물질을 추출해 다이어트 식품으로 상업화하기 위한 공동개발협정을 맺었다. 남아공 비정부단체의 문제제기로 2003년 이익 공유 협상에서 샌족은 파이토팜이 CSIR에 지불한 로열티의 6%를 받고 제품 성공 시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수익의 8%를 갖기로 합의했다. # 1990년 일본 화장품회사인 시세이도는 인도네시아의 전통 약용식물인 ‘자무’를 이용한 화장품 원료 등으로 51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2000년대 들어 현지 비정부단체가 시세이도가 인도네시아 민간 생물자원에 대한 무단 사용을 생물해적행위로 규정하고 반대운동을 전개했다. 위법한 이용은 없었지만 시세이도는 기업 이미지를 고려해 2002년 특허를 철회했다.17일 한국이 전 세계에서 98번째로 ‘나고야의정서’ 당사국이 됐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유전자원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공유하도록 한 국제협약이다. 한국은 당사국으로서 국제적·의무적으로 이익 공유를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전처럼 해외에서 생물자원을 가져와 연구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및 판매는 가능하지만 생물자원 접근부터 연구개발, 제품화 등에 비용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사실상 ‘종(種)의 전쟁’에 참여한 것이다. ●中 절차 위반 벌금… 소송 등 피해 우려 생물자원을 이용하거나 침탈돼 희비가 엇갈린 사례는 수없이 많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미국의 바이오기업인 길리어드가 중국이 원산지인 팔각회향(스타아니스)을 이용해 만들었다. 다국적 제약사인 스위스 로슈사가 기술이전을 받아 연간 9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해열·진통·심혈관 질환 예방약인 ‘아스피린’은 1899년 독일 제약사인 바이엘이 버드나무 껍질 성분을 합성해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연간 5만t(1억알/일)이 팔리고 국내에서만 한 해 20억원 매출이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제약사인 동아ST가 한반도 서해안 지방에서 자생하는 쑥에서 ‘유파틸린’이란 성분을 추출해 위염치료제 ‘스틸렌정’을 개발했다. 2003년부터 시판된 후 2013년 연매출 633억원을 달성했다. 국내 천연물 신약 1호인 SK케미칼의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정’은 한약 제재인 위령선·괄루근·하고초를 혼합해 개발됐다. 반면 우리나라 고유종인 ‘구상나무’와 ‘털개회나무’는 과거 해외로 유출·개량된 뒤 오히려 사용료를 주고 역수입하는 상황이다. 구상나무가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종으로 전락했으나 미국에서 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 개량돼 국제적으로 확산됐다. 미국 식물채집가가 발견, 유출한 털개회나무는 원예종으로 개량(미스킴라일락)돼 1970년대부터 역수입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 적용 대상은 식물·동물·곤충을 포함한 유전자원 및 유전자원과 연관된 전통 지식까지 광범위하다. 당사국이 되면서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유전자원의 접근과 이용 현황을 파악하고 이익 공유를 요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문제는 해외 유전자원을 많이 쓰는 우리나라 생물산업계는 각국의 보호조치 강화에 따른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길영식 한국콜마 제재연구소장은 “수입국마다 이익 공유 계약을 맺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같은 효능이 있는 국내 자원에 대한 연구 및 활용 확대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등 나고야의정서 이행에 따른 생물산업계 추가 비용이 연간 3500억~5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 4월 28일부터 한 달간 국내외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바이오 산업계·연구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외 유전자원 조달국은 중국이 전체 57.5%를 차지했다. 특히 산업계의 수입 비중(49.2%)은 압도적이다. 특히 중국이 지난해 9월 나고야의정서 당사국 자격을 얻음에 따라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이다. 중국은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ABS) 조례뿐 아니라 전통지식 분류까지 마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생물자원 이용 시 중국기업과 합작해야 하고 중국 내 자국 직원이 실질적인 연구개발 활동에 참여하도록 명시했다. 이익 공유와 별도로 연간 이익발생금의 0.5~10%를 기금 명목으로 내야 한다. 절차 위반시 5만~20만 위안의 벌금이 부과된다. 보고서는 “중국이 연내 ABS 조례를 시행하면 생물유전자원 사용을 위한 로열티 상승과 자원수급 불안정, 연구개발 지연 등으로 국내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고 이해부족으로 소송과 같은 사후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적인 이용에 악영향을 들어 유전자원 등에 대한 접근 및 이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도 있다. ●로열티 등 불리한 점은 조정 권리 활용을 유전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제공국이 정한 절차에 따라 사전통고승인(PIC)을 받은 뒤 제공자와 로열티·기술이전·연구활동 지원 등 이익 공유와 관련한 상호합의조건(MAT)을 작성한다. 제공국의 ABS 관련 법규 의무도 준수토록 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화장품과 식품 등은 다양한 원료를 섞어 쓰기에 체계적인 분류·관리가 미흡할 뿐 아니라 계약서조차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사전 준비 미비로 어디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이 권리를 행사하거나 자원보유국의 이익 공유 요청 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고야의정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구 생태계 보존 의미와 합리적인 이익 공유를 추구한다. 그럼에도 자원 수입이 많은 우리나라는 생물자원 보호의 방어막보다 로열티 부담이 늘어나는 등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사국으로서 의무 이행과 함께 이익 공유 조건 등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조정’ 의견을 낼 수 있는 권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적한 변수 중 적용 대상과 시점이 핵심이다. 기름을 생산하는 콩이나 주스를 만드는 오렌지 등과 같이 연구개발행위가 수반되지 않으면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류의 질병 치료와 관련해서는 적용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수 국가에 퍼져 있는 ‘월경성 자원’의 활용에 대한 이익 공유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적용 시점을 놓고는 자원 보유국들은 생물다양성협약이 체결된 1992년을 기준으로 제시하는 반면 이용국들은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된 2014년 이후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최원목 교수는 “적용 시점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국제적 판단으로 자원국은 1992년 소급을 내세울 것”이라며 “중국이 기준을 정하지 않았지만 소급을 전제해 국내 기업들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체자원 발굴… 자원 부국과 협력 필요 정부는 해외 생물자원 대체자원 발굴과 유용성 분석, 증식·배양 등 기술개발 지원과 함께 자원 부국과의 협력네트워크를 확대키로 하는 등 국내외 생물자원을 기업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이 중 자원 부국과의 협력은 이익 공유에 반영할 수 있는 ‘교량’ 역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극적 추진 필요성이 제시된다. 백운석 국립생물자원관장은 “국내 기업의 경우 중개상을 통한 공급이 많기에 중개상이 제공국과 절차를 제대로 밟았는지에 대한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자원 수입국을 집중하기보다 다국화하는 것도 위험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부고]

    ●김영문(관세청장)씨 모친상 16일 울산 서울산보람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52)254-0444 ●조성현(GS건설 홍보팀 차장)승욱(미래신용정보 팀장)씨 부친상 천성훈(청신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씨 장인상 15일 순천향대 서울병원, 발인 18일 오전 (02)792-1420 ●권오선(전 대한축구협회 섭외부장)씨 별세 혁준(맥스사커 이사)혁재(맥스사커 대표이사)씨 부친상 1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30분 (02)2227-7572 ●조광재(NH투자증권 ECM본부장)씨 장모상 16일 동국대 일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30분 (031)961-9400, 9444 ●곽재근(거산농장 대표)호근(꿈스피부비뇨기과 원장)혜근(용암사 신도회 부회장)삼근(이화여대 교수)오근(미국 거주)씨 모친상 박동주(전 도화종합기술공사 전무)김배한(포르테라인 회장)권대봉(고려대 교수)조재호(서울탁주 사장)허숙(전 한국전력 원자력본부장)씨 장모상 1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3010-2000 ●신익수(메디퍼 대표)동화(중앙일보 일본지사 차장)씨 모친상 16일 대구 계산성당, 발인 18일 (053)256-2046
  • 백범 암살 배후 파헤치지 못한 기자의 늦은 참회록

    백범 암살 배후 파헤치지 못한 기자의 늦은 참회록

    백범 김구 암살범 안두희를 수차례 응징해 안두희의 ‘천적’으로 불렸던 권중희를 처음 본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였다. 그는 1970년대 말 이화여대 앞 로터리에서 조그만 기원을 운영했다. 바둑에 한창 재미를 붙일 때라 기원을 자주 찾았는데 말수가 적으면서도 인정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때문에 그가 1992년 안두희를 폭행한 뒤 경찰에 잡혔을 때 평범했던 ‘기원 아저씨’를 떠올리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그의 눈빛은 예전과는 달리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그는 “안두희가 미국으로의 이민을 시도하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읽은 뒤 13년에 걸친 ‘추적자’의 여정을 시작했다. 어릴 적 ‘백범일지’를 읽은 뒤 김구를 흠모하기는 했지만, 먹고살기도 힘든 판이어서 백범 암살에 관한 진상 규명은 ‘거창한’ 사람들이나 국가기관이 해줄 것으로 기대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국가기관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1983년 하던 일을 그만두고 홀로 안두희 추적·응징에 나섰다. 민족지도자를 시해했음에도 곧바로 사면을 받고 군 납품업체를 운영해 큰 돈을 번 뒤 군 사단장의 신임 인사를 받을 정도로 교만하게 살아온 안두희에게 비로소 ‘임자’가 등장한 것이다. 권중희는 집요한 추적 끝에 마침내 1992년 9월 23일 안두희로부터 ‘김구 암살의 배후는 이승만’이라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전까지 안두희는 “김구 암살은 개인 소신에 의한 것으로 배후는 전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해 왔다. 권중희가 당시 기자에게 전해준 안두희의 진술은 다음과 같다.“1949년 6월 20일(백범 암살 6일 전) 부대 안에 있는데 장은산 포병사령관실로 오라는 전갈이 왔다. 가보니 육군본부에서 나온 중위인지 대위인지 위관급 장교가 와 있었는데 장 사령관은 계급이 훨씬 높은데도 굽실거렸다. 채병덕 육군 참모총장의 연락장교 같았다. 경례를 붙였더니 그는 “총장 각하께서 부르신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사람이 타고온 지프차를 타고 삼각지에 있는 육군본부 참모총장실로 갔더니 채 총장과 신성모 국방장관이 함께 있었다. 신 장관은 날 보더니 “아, 자네가 포병 사격대회에서 관측장교상을 받은 안 소위지”라고 했다. 그 뒤 채 총장과 신 장관이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다가 불쑥 경무대 얘기를 꺼냈다. 채병덕이 “경무대 구경이나 갈까 한다”고 하자 신성모는 “마침 나도 보고할 게 있는데 같이 가자”고 말했다. 그러고는 나에게도 같이 갈 것을 권했다. 그것이 연극이라는 것을 내가 능히 감지할 정도였다.(안두희를 경무대에 데려가기로 맞춰놓고 실제 안두희 앞에서는 우연히 경무대 얘기가 나온 것처럼 각본을 짜놓았다는 의미) 경무대에 가니 미리 연락해 두었는지 비서가 맞이했으며 곧바로 대통령 접견실로 안내됐다. 신 장관이 “각하, 포병 사격대회에서 상을 받은 안두희 소위입니다”라고 소개하니까 이 대통령은 내 손을 잡으며 “장관으로부터 자네 얘기 많이 들었다”며 정겹게 말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더니 진중한 투로 “높은 사람이 시키는대로 말 잘 들어라”라고 말했다. 나에게 높은 사람이란 지휘계통인 장은산 포병사령관, 채병덕 참모총장 등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에도 이승만으로부터 김구 제거를 의미하는 듯한 말을 2∼3차례 들은 뒤 20∼30분 정도 있다가 나왔다. 그 당시 높은 사람들은 대개 그런 식으로 지시했다. ‘대충 언질만 주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경무대에서 나오니 퇴근 무렵이었다. 다시 부대로 가서 장은산 사령관에게 보고했더니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거봐 내 말이 맞지”라고 했다. 경무대에 다녀온 뒤 김구를 암살하기로 결심했다. 장은산은 내가 막상 암살 결행을 못하자 ‘배후에 거물이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며 여러 차례 회유했다. 결국 “내 말이 맞지”라는 장은산의 말은 “내 말대로 거물이 있지”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대통령이 일개 소위를 직접 만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안두희의 육성 녹음(8시간 분량)이 동반된 이 증언은 백범 암살사를 다시 쓰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나 결정타가 되지 못했다. 안두희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권중희의 폭행에 의한 허위 자백”이라고 번복했기 때문이다. 권중희는 1995년 기자에게 위의 안두희 진술 내용을 전해주면서 “내가 진술을 받을 당시 처음에 안두희를 때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안두희는 한번 말문이 터지자 묻지도 않은 말까지 자연스럽게 진술했다”면서 “경무대 접견실 배치도와 접대받은 차 종류 등 안두희가 당시 정황을 설명한 대목은 실제 겪지 않고서는 도저히 꾸며낼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이후 인천 신흥동 안두희 자택을 찾아 진술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 했지만 그는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아 결국 기사화하지 못했다. 워낙 큰 이슈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 안두희의 뚜렷한 진술이 필요했지만 끝내 얻어내지 못한 것이다. 안두희는 결국 1996년 10월 자택에서 권중희 추종자인 박기서에 의해 몽둥이로 살해됐다. 안두희의 빈소에는 단 한 명의 조문객도 찾지 않았다. 그의 후처인 김모씨만이 검시 때 잠깐 모습을 비췄을 뿐이다. 권중희는 뜻밖에도 안두희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다. 그는 “안두희에게 보약을 먹여서라도 오래 살게 해 역사적 진실을 끝까지 파헤쳐야 했는데…”라고 말했다. 권중희는 안두희가 살해된 뒤에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안두희를 추적하는 동안 조금 있던 재산을 모두 탕진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있는 농장의 소우리를 개조해 만든 단칸방에서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로 어렵게 지내다 2007년 11월 세상을 떠났다(향년 71세, 본관 안동). 타계하기 3년 전 서울신문사를 찾았을 때 기자가 차비나 하라며 돈을 조금 건넸더니 “늘 이렇게 남에게 신세를 끼치니…”라며 수줍어하던 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기자는 권중희 타계 후 부채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가 보여준 치열함의 반쯤이라도 기자정신을 지녔더라면 진실 규명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 때문이다. 기자가 권중희로부터 들은 안두희의 증언을 22년만에 공개하는 것은 김구 암살 배후에 대한 진상규명이 영원히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때문이다. 세상에는 권중희를 돈키호테나 테러범 쯤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기자는 그를 진정한 ‘의인(義人)’으로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일관되게 백범 암살사 규명에 진력함으로써 결코 가볍지 않은 증언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역사에 남을 큰 죄를 짓고도 교만하게 살아온 안두희에게 “죄를 지으면 이렇게 괴롭구나”라는 사실을 유일하게 깨우쳐 준 사람이다. 권중희는 지난날 기자에게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까지 설치됐는데 왜 이승만 백범 암살 개입설에는 무관심한지 모르겠다”면서 “아직 진실을 알만한 사람들이 일부 생존해 있으므로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로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도 이승만 김구 암살 개입설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들어 성역 없는 과거사 진상규명을 다짐하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백범 암살 배후 진상규명을 도외시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직무 유기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구달 박사 “지구 훔친 인류, 탐욕 줄여야”

    구달 박사 “지구 훔친 인류, 탐욕 줄여야”

    제자 최재천 교수와 이야기 나눠… “DMZ는 정말 흥미로운 생태계” “우리 세대가 후손에게서 지구를 훔쳤습니다.”환경생태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침팬지 할머니’로 유명한 제인 구달(83) 박사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에코 토크’에서 자연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구달 박사는 “인간이 사용할 물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남미의 산림이 크게 벌채되고 있다”면서 “보통 지구를 후손에게 빌렸다고 말하는데, 후손에게서 지구를 훔쳤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선 우리에게 필요한 것 이상을 얻으려고 자연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달 박사는 인간과 동물의 공존 방안에 대해 “동물과 인간이 경쟁하지 않고 공존하려면 탐욕을 줄여야 한다”면서 “각 나라 동물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점점 동물도 감정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 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비무장지대(DMZ)에 대해 “정말 흥미로운 생태계”라며 “자연은 회복력이 있기 때문에 가만히 두면 치유가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구달 박사는 꿈을 좇는 젊은이들을 향해 “서두르지 말고, 대학에서 벗어나 자원봉사를 하고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을 해 보면 내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달 박사와의 대담은 ‘에코 휴머니스트’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진행했다. 최 교수는 구달 박사가 이끌고 있는 환경운동 네트워크인 ‘뿌리와 새싹’에 대해 “동물과 자연을 보호하면서 우리 사회를 밝게 만드는 역할을 하며 국내에는 170개 정도의 조직이 있다”고 소개했다. 사단법인 아시아기자협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박주선 국회부의장과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저출산·고령화로 年 2조 8000억 재정 부담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우리나라 재정에 연평균 2조 8000억원의 추가 부담 요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송호신 이화여대 경제학과 부교수와 허준영 한국외대 경제학부 조교수는 10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인구구조 변화와 재정’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2016~2065년 50년 동안 인구구조 변화로 연평균 2조 8000억원의 재정 지출이 추가로 발생한다. 항목별로는 사회보호 및 보건 분야에서 고령화의 영향으로 연평균 5조 6000억원의 지출 증가가 예상됐다. 반면 저출산에 따라 교육 분야와 일반 공공서비스 분야 지출은 각각 연평균 5000억원, 2조 3000억원의 지출 감소가 예측됐다. 또 소비세를 제외한 세입은 2015년 기준 170조원에서 2065년에는 123조원으로 28%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저출산·고령화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대인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세입 규모는 감소하고 재정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며 “재정 정책 측면에서 장기적인 대응 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서울포토] 제인 구달과 최재천 교수의 ‘눈맞춤’

    [서울포토] 제인 구달과 최재천 교수의 ‘눈맞춤’

    10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 주최로 열린 에코 토크에서 환경생태학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사제지간인 ‘침팬지 할머니’ 제인 구달 박사와 ‘에코휴머니스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국정농단·국정원 댓글’ 수사한 검사들 윤석열과 다시 뭉쳤다

    ‘국정농단·국정원 댓글’ 수사한 검사들 윤석열과 다시 뭉쳤다

    법무부가 10일 발표한 검찰 인사를 보면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과거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 상당수가 서울중앙지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윤 지검장과 함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도 서울중앙지검에 합류했다.먼저 서울중앙지검에서 특수부를 지휘하는 3차장 자리에 한동훈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이 발탁됐다. 그는 지난해 특검팀에서 삼성그룹을 겨냥한 수사를 이끌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직접 맡고 그를 구속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특수 1~4부 중 3개 부서에도 특검팀 파견 검사들이 부장으로 보임했다. 신자용 특수1부장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대 입학·학사 특혜 비리 의혹 등을 수사했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을 구속했고, 지난 6월 1심에서 이대 비리 연루자 9명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특검에 파견된 양석조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장은 특수3부장을 맡게 됐다. 그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에 참여했고 특검팀에 남아 그동안 공소유지 업무를 맡았다. 특수4부장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부장 검사였던 김창진 검사가 보임됐다. 김 부장 역시 삼성그룹 수사에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 부회장 등의 구속기소에 참여했다. 특검에 파견됐던 이복현·박주성 검사도 서울각각 중앙지검 부부장으로 발탁됐다. 박 검사는 특검팀 파견을 유지한다. 이렇게 특검팀 파견 검사들이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서들을 꿰차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국정농단 재수사‘의 가능성이 커졌다. 윤 지검장과 함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했던 검사들도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전면에 배치됐다. 우선 지역에서 직접 수사대신 공소유지 업무에 주력했던 진재선 대전지검 공판부장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이 됐다. 홍성지청 김성훈 부장검사 역시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으로 복귀했다. 앞서 언급했던 이복현 검사의 경우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에도 참여한 바 있다. 과거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이던 윤 지검장과 팀원들이 재회함에 따라 향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명박 정부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가 현실화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여자대학 농구 9개 중 3개팀 해체 위기… 보고만 있어야 하나요

    아마추어 농구판에 해마다 날아들던 달갑잖은 소식이 올해도 찾아왔다. 용인대 여자농구팀이 지난해 이미 해체를 확정한 가운데 최근 한림성심대도 농구부를 없애겠다고 나섰다. 세한대의 경우 해체 방침은 없지만 팀에 신입생이 매년 줄어 고사를 걱정한다는 소식이다. 지금도 9개팀으로 겨우 명맥을 잇는 여자대학 농구부 중 수년 내 1~3개팀이 추가로 사라질 위기에 빠진 것이다. 팀을 없애기는 쉬워도 다시 만들긴 어렵기 때문에 농구인들이 걱정에 휩싸였다. 한림성심대의 경우 이미 2018년도 신입생 중 농구 체육특기자를 뽑지 않는 방향으로 선발전형을 확정했다. 결국 돈 때문이다. 팀 운영에는 연간 8500만원가량 소요되는데 5000만원을 강원도체육회에서 분담한다. 9년째 등록금을 동결하며 쪼들리는 학교 살림에 나머지 금액을 학교에서 부담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전민주 한림성심대 스포츠레저과 교수는 8일 “여자 농구부는 매번 예산 절감 리스트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다. ‘도대체 누가 한림성심대에 농구부가 있는 줄 아느냐’며 투자 대비 효과가 적다는 논리를 편다”고 말했다. 결국 강원도체육회에서 학교가 부담하는 4000만원마저도 지원한다며 팔을 걷고 나섰다. 현재 춘천시체육회와 이러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어 곧 가름될 것으로 보인다. 8월 말~9월쯤 학교 측과 다시 논의해야겠지만 추가 지원금이 전달되는 쪽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원도체육회 관계자는 “한림성심대가 도내 유일한 여대팀인데 없어질 경우 중·고교 선수들이 농구를 아예 포기할 수 있다”며 “어린 학생들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명문인 용인대 여자 농구팀도 2019년이면 없어지지만 감독과 선수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대회 성적이 좋으면 바뀌지 않을까 싶어 훈련에 비지땀을 쏟는다. 올해 대학농구리그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며 다음달 열리는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했다. 김성은 용인대 감독은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여자 농구 대표팀 감독 후보에 올랐지만 농구부 뒷일을 떠올리면 자리를 비울 수 없어 고사했다. 여대 농구부의 해체는 ‘도미노’와 같았다. 2002년 숙명여대, 2006년 이화여대, 2009년 성신여대 팀이 잇달아 사라졌다. 올해도 극동대의 해체설이 불거졌다가 유지로 일단락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대팀만 수백곳에 이르는 일본과의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 5월 ‘제40회 이상백배 한·일 남녀대학농구대회’에서 한국은 일본과의 1~3차전을 각각 33-90, 45-87, 32-85로 무너졌다. 힘 한번 못 썼다. 고태창 전주비전대 여자농구 감독은 “지금 상황으론 앞으로 20년간 일본 농구를 못 이길 것 같다”며 “선수층이 너무 얇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기도 했던 여자 농구가 이젠 올림픽 본선 진출마저 걱정하게 된 이유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어 보인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뉴스 분석] “교사 더 뽑아 ‘임용절벽’ 해결” “두 교사가 한 수업 땐 혼란 유발”

    [뉴스 분석] “교사 더 뽑아 ‘임용절벽’ 해결” “두 교사가 한 수업 땐 혼란 유발”

    서울시교육청 “내년 2학기 시행…보조교사는 모두 정교사로 채용”올해 초등교사 선발 인원이 급감하며 임용절벽을 맞닥뜨리자 교육당국이 ‘1수업 2교사제’의 조기 추진을 카드로 꺼냈지만 논란은 봉합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장 내년 2학기부터 초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자격 요건과 업무 등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 “교사 채용을 늘려 달라”고 주장해 온 교대생들도 급한 제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1수업 2교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놓은 정책으로, 학습부진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돕기 위한 제도다. 문 대통령은 보조교사로 정교사뿐 아니라 기간제·시간제 교사, 시간강사, 임용시험 합격 대기자, 교대·사범대 재학생 등을 두루 활용하겠다고 했다. 8일 교육부 관계자는 “강의하는 교사 외에 보조교사를 한 수업에 배치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 등을 막겠다는 취지”라며 올해 중 정책연구를 통해 1수업 2교사제의 운영 형태와 인력 충원 방안 등을 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교원 적체 해소 방안으로 1수업 2교사제의 조기 시행을 교육부에 건의하기로 하면서 혼란이 커졌다. 서울시내 모든 초교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교사 1만 5000명을 더 뽑아야 한다. 시 교육청은 현정부의 애초 공약과 달리 “보조교사는 모두 정교사로 채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용 시험 준비생을 달랠 수 있고 공공부문 정규직화 기조와도 맞다는 설명이다. 반면 교육부는 “교사 채용 형태 등에 대한 구체안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시 교육청이 시범운영 중인 ‘초등 협력교사제’에서도 정교사 자격증 없이 보조교사를 할 수 있다. 1수업 2교사제가 어떤 형태로 도입될지도 논쟁거리다. 미국 등에서 시행 중인 1수업 2교사제는 ▲주교사가 수업할 때 보조 교사가 교실을 돌아다니며 진도를 못 따라가는 학생을 지도하는 방식 ▲한 교실에서 동등한 지위의 두 교사가 각자 소그룹을 맡아 같은 내용을 강의하는 방식 ▲전공이 다른 두 교사가 한 교실에서 융합수업하는 방식 등 다양하다. 1교실 2교사제가 민감한 현안인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교육당국이 1수업 2교사제의 운영 방향도 정하지 못한 채 임용 준비생을 달래기 위해 졸속 도입하는 건 반대한다”고 밝혔다. 교대생들 사이에선 이 제도가 자칫 비정규직 강사 채용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현직 교사들은 “교육 철학이 다른 두 교사가 한 수업을 하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김정효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1수업 2교사제는 단순히 교사 임용 해결책이 아닌 4차산업 혁명 시대에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 따지는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면서 “교원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교과전담제 확대 등 다양한 방법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헌법재판관 후보에 이유정 이대 교수

    헌법재판관 후보에 이유정 이대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이유정(49·사법연수원 23기)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명했다.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는 여성·노동·아동·인권,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 등을 위해 헌신해 온 인권 변호사”라면서 “호주제 폐지, 인터넷 실명제,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 다수의 헌법 소송을 대리하며 공권력 견제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1월 말 퇴임한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 후임으로 지명됐다. 이 후보자가 국회 임명동의 과정을 거쳐 재판관으로 취임하면 박 전 소장 퇴임 이후 6개월 이상 지속된 헌법재판소의 ‘8인 체제’도 막을 내린다. 앞서 취임한 이선애 재판관에 이어 이 후보자가 합류하면 여성 헌법재판관은 2명이 된다. 이화여대 법학과 86학번인 이 후보자는 ‘운동권’ 출신으로 대학 시절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된 친구의 변호사를 구하는 과정에서 민변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94년부터 검사로 2년 재직하다 변호사가 됐다. 민변 여성인권위원장,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 등을 맡았고 2003년 호주제 폐지를 위한 법무부 가족법 개정위원회에 참여했다. 대법원 확정판결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돼 ‘사법살인’으로 불리는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인혁당) 사건 재심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이 후보자는 법무법인 원 소속이다.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인 강금실 변호사가 재직 중인 로펌이다. 이 후보자는 이 로펌이 만든 공익사단법인 ‘선’ 소속으로 이른바 기지국 수사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대리 중이다. 2015년 세월호 유가족 편에 서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했고,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을 대리했다. 이 후보자는 또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 한정후견, 최태원 SK 회장과 홍상수 영화감독 이혼소송 업무에도 관여했다. 이 후보자 발탁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고위 판검사 출신인 다른 재판관들보다 헌법재판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한편 헌재소장 공석 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19일 문 대통령이 김이수(64·9기) 소장 권한대행을 소장으로 지명했지만 인준을 위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석 달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세기의 재판’ 삼성 결심 공판] ‘30명 기소’ 특검 중간성적… 실형 54% 무죄 ‘0명’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30명의 1심 판결이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잇따른 실형 판결에 특검 내부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7일 한 특검 관계자는 “형량에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문화계 블랙리스트에서 대거 유죄가 나온 것이 결정적이었다”며 “삼성 뇌물죄 재판만 잘 마무리되면 1차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한 셈”이라고 말했다. ●수사 종료 후에도 파견 검사 유지 ‘효과’ 일각에서는 원활한 공소유지를 위해 수사 기간 종료 후에도 파견검사를 유지한 것이 효과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박영수 특검은 법무부로부터 총 12명의 검사를 파견받아 재판에 투입하고 있다. 과거 특검에서 파견검사 없이 소수의 특검보가 공소유지에 나선 것과는 다른 점이다. 실제 이날까지 1심 판결이 확정된 24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13명(54.2%)에 달한다. 나머지는 집행유예 8명(33.3%), 벌금형 3명(12.5%)이고 모든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경우는 한 명도 없다. 사건별로 보면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기소된 7명 중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소영(51)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을 제외한 5명이 실형을 받았고, 이화여대 입시 비리에 연루된 피의자 중에서도 4명이 실형 판결 뒤 복역 중이다. ●과거 11차례 특검에선 무죄·집유 속출 이는 과거 11차례 특검에서 기소 뒤 무죄와 집행유예가 속출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가장 최근인 2012년 ‘내곡동 특검’까지 역대 특검이 기소한 44명의 최종 판결을 보면 집행유예가 확정된 숫자가 23명(52.3%)으로 가장 많았다. 무죄를 선고받은 경우도 9명(20.5%)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6명(13.6%)보다 높은 수치다. 다만 항소심에서도 특검의 성적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 내부에서도 특검보 2명이 중도에 교체되는 등 인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검팀 고위 관계자는 “재판이 길어지면서 복귀하는 파견검사가 생길 수 있지만 필요할 경우 다시 합류를 요청하는 등 유기적으로 인력을 활용할 예정”이라며 “특검도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사례가 많은 만큼 형량이 늘어나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최저임금 인상에… 어린이집 ‘보육대란’오나

    최저임금 인상에… 어린이집 ‘보육대란’오나

    교사 감축·아동 정원 축소 우려 내년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1060원 인상(6470원→7530원)되면서 어린이집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인건비 인상으로 인한 보육교사 고용 감축과 어린이집 정원 축소 등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가정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신모(34·여)씨는 6명의 보육교사를 고용하고 있다. 구에서 지원을 받는 보육보조교사 2명을 제외한 4명의 급여를 내년부터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계산해 보니 매월 최소 100여만원, 연 1200여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씨는 “우리처럼 소규모 어린이집에서는 이 정도의 추가 비용만으로도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긴다”면서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숨을 쏟아냈다.  6일 보건복지부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의 ‘2015년 전국보육실태조사 어린이집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평균 급여가 가장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평균 급여는 173만 5800원, 법인·단체 소속 교사는 169만 2300원, 직장 어린이집 교사는 169만 1000원, 민간 어린이집 교사는 128만 4200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가정 어린이집 교사는 118만 3900원에 불과했다. 이는 당시 최저임금인 월 116만 6220원(시급 5580원 기준)을 살짝 넘는 수준이었다. 각 시·군·구에서 지원하는 교사처우개선비, 복지부에서 지원하는 근로환경개선비 등 약 50만원 안팎의 추가 지원금이 있지만 이 역시 지역별로 액수가 제각각이다.  문제는 전체 어린이집 가운데 가정 어린이집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가정 어린이집은 전국 2만 598곳으로 전체 어린이집(4만 1084곳)의 절반(50.1%)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민간 1만 4316곳(34.8%), 국공립 2859곳(7.0%), 사회복지법인 1402곳(3.4%), 직장 948곳(2.3%), 법인·단체 804곳(2.0%), 협동 157곳(0.4%) 순이었다.  최저임금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급여뿐 아니라 근무 환경도 좋지 않다. 서울의 한 가정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임모(35·여)씨는 “일주일에 세 번 야근을 하는데도 야근 수당은 아예 받지 못했다”면서 “대체 인력이 없다 보니 야근을 해도 다음날 정시에 출근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 임금까지 인상되면 어린이집 운영난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 원장들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아동 당 보육교사 수를 조정할 수 없어 본인들의 월급 분에서 이를 충당해야 하는 평편이다. 보육 서비스 역시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같은 비용으로 고용을 유지한다면 급식의 질 저하를 비롯해 각종 부작용이 터져나올 가능성도 있다.  노충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는 “민간 어린이집은 수익이 나지 않으면 운영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결국 정부가 공공 어린이집을 확대하고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보육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단독] 서울 초등교사 360명 추가 선발 추진

    [단독] 서울 초등교사 360명 추가 선발 추진

    올해 초등교사 신규 선발정원을 대폭 줄여 논란을 부른 서울시교육청이 360명 규모의 신규 정원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수요 예측 실패’라는 비난이 이어지자 꺼내든 고육지책으로, 난국을 타개할 카드로 작용할지 주목된다.시교육청 관계자는 6일 “올해 교육부의 초등교사 유보정원 가운데 최대 60명과 1수업 2교사제 조기 도입에 따른 올해 추가 정원 300명을 포함해 모두 360명의 신규 선발정원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이번 주초 교육부와 이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시교육청이 발표한 초등교원 신규 선발인원은 105명으로, 지난해 813명 대비 8분의1 정도다. 여기에 추가 인원을 합하면 올해 뽑는 인원은 465명이 된다. 지난 4일 서울교대와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학생들은 조 교육감과의 면담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550명 선발’을 주장하기도 했다. 시교육청이 대안으로 꺼낸 ‘유보정원’은 갑작스러운 수요 변화와 초등학교 개교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정원을 가리킨다. 보통 교육부가 학생수를 기준으로 시·도교육청별로 일정한 계산식에 따라 나눠 주지만, 올해는 수요가 부족한 곳에 몰아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교육청이 꺼낸 또 다른 카드인 ‘1수업 2교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학습부진아들을 대상으로 주 교사 외에 협력교사를 두는 정책이다. 현재 교육부가 적절한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시교육청은 이를 내년 2학기부터 초등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기 도입해 매년 300명씩 추가 임용하겠다는 의도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는 동시에 임용 대기자도 적절히 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도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어 문제가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교육청의 생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선발인원을 늘리고 1수업 2교사제를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교사 1인당 학생수를 개선하겠다는 대통령 공약에 따라 교원 증가를 위한 대책을 관련 부서와 이번 주부터 본격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졸업생만큼 선발 보장하라… 11일 대규모 집회”

    “졸업생만큼 선발 보장하라… 11일 대규모 집회”

    서울교육감 면담 등 문제 해결 촉구올해 초등교사 선발 인원 급감에 분노한 예비교사들이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학생들은 교육부와 각 교육청을 찾아 강하게 항의했고 대규모 상경 집회도 예고했다. 서울권 교원임용시험 준비생들과 서울교대·이화여대 초등교육과 학생 등 800여명(경찰 추산)은 4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 모였다. 올해 교원임용시험(11월 11일 예정)을 100일 앞두고 시험 준비에 집중할 시기이지만 거리로 나선 데 대해 학생들은 “올해 선발 예정 인원이 전년의 8분의1 수준인 105명으로 크게 줄었다는 소식을 듣고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서울교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올해 선발 인원이 서울교대 졸업예정자의 3분의1도 되지 않는다”면서 “교대는 초등 교원을 양성하는 특수 목적 국립대이기에 적어도 졸업생만큼의 선발 인원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정책 실패’, ‘책임 전가’ 등을 외치며 집회를 끝낸 직후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면담을 했다. 서울교대 학생대표인 박한솔(4학년)씨는 “교대는 (수요 예측에 따라) 지난 10년간 정원을 40% 감축했는데 교사 선발 인원까지 줄인 것은 예측 실패”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은 지난해(846명)의 3분의2 수준인 550여명을 선발하라고 요구했다. 조 교육감은 “문재인 정부 공약인 1교실 2교사 수업제가 희망을 갖게 하는 부분”이라면서 “이를 하려면 교원 1만 5000명을 증원해야 하는데 이 방안을 포함해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다음주 장휘국 광주교육감과 함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면담을 신청했다. 광주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올해 뽑는 인원이 단 5명이라 학생 불만이 터져 나왔다. 광주교대 총학생회는 이날 광주교육청을 방문해 수급 정책 실패에 항의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는 교사 1인당 학생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는데 초등교사 선발예정 인원을 크게 감축했다”면서 “교육 여건 개선 의지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전국 교대와 대학 초등교육과 학생들은 오는 11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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