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죽은 저들이 먹고(金三雄 칼럼)
선조가 임진왜란으로 의주에서 피난생활을 할때 애타는 심정으로 쓴 한시 한 편이 전한다.
나라 일이 어지러운 때에 누가 옛날 당나라 李光弼 郭子儀 같은 충성을 다하겠느냐? 서울을 버리고 쫓겨는 왔으나 그래도 그것은 나라를 도로 찾자는 큰 뜻을 품고 한 것이니, 나라 회복은 오직 여러 사람을 기다릴 뿐이다. 관산에 달을 봐도 통곡이 나오고 압록강 건너오는 바람 쐬도 맘이 상할 뿐이로다. 여러 대신들아, 이 부끄러움이 쓰라림을 당하게 된 것은 다들 나라 생각않고 당파 싸움만 했기 때문인데, 이런 일 당하고도 또 동인이요 서인이요 하겠는가?(함석헌 선생 번역)
선조는 국난극복을 외면한채 파쟁만 일삼는 중신들을 지켜보면서 이같이 탄식했다. 7년만에 왜란은 종결되었지만, 국난을 겪고도 종결되지 않는 붕당싸움은 제2차 환난인 정묘·병자호란으로 이어지고 삼전도 항복을 불러왔다.
이후 조선은 청나라 속국이 되어 일본식민지가 될때까지 260여년 동안 그들의 종살이를 했다.
부끄러운 역사를 꺼낸것은 국난을 당해 백성과 수도를 버리고 피난지에 가서도 동인 서인하며 싸움질한 꼴이 제2국난을 맞은 오늘의 시대상과 하도 비슷해서이다.
실업자가 200만에 육박하고, 수재로 수백명이 죽거나 재산을 잃고,‘10월대란’이 우려될만큼 수출환경이 한계수위에 이르고, ‘러시아발(發) 세계공황’의 가설이 현실로 다가오고, 국제금융시장의 대혼란으로 제2환란이 우려 되는데도 국난관련자들은 도무지 속죄의식이나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
○부패타락 지도층 퇴출
실업으로 이혼율이 급증하면서 파산가정이 늘고, 중산층의 붕괴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IMF고금리 체제의 영향으로 1년 동안 최상위 10%계층을 제외한 나머지 90%는 일제히 소득이 감소되고, 이로 인해 가장 못사는 하위 10% 계층은 가장 잘사는 상위 10%계층보다 20%나 소득이 줄어들고, 이들 계층간 소득격차는 9.8배로 늘고있다. 심각한 계층분화 현상을 기득권층은 외면하면서 ‘이대로’를 즐긴다.
부패타락 지도층 퇴출정치가 더이상 정경유착의 온상이 되거나 타락기업인,부도덕한 지도층이 국민화합의 명분으로 보호돼서는 안된다.국난을 가져온 ‘金泳三 정부의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사과와 반성은 커녕 정부의 사정을 ‘우파에 대한 탄압’이라 억지쓰고, 개혁에 사사건건 발목잡고, 당권쟁탈에나 몰두하는 한심스런 행태를 새체제 출범을 계기로 청산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심스럽기는 국민회의와 자민련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르고 얻은 여야 정권교체인데 시대적 사명을 읽지 못하고, 일부 의원은 ‘지방토호’가 되거나 부패연루, 무사안일에 빠져 개혁법안도 정치력도 발휘하지 못한 ‘빈수레’정치를 지양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통령의 결단 필요
金大中 대통령은 10월의 정치개혁을 예고했다. 이번 기회를 잃으면 정치개혁은 물건너간다. 부패와 비능률, 개혁의 걸림돌이 되는 정치를 그대로 둔 개혁은 공염불이다.
활기에 넘쳐야 할 정권초기 단계가 무기력하게 움츠러들고 좌고우면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기를 놓치지 말고, 여야를 가리지 말고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 정쟁과 비능률의 국회를 국민통합과 효율의 국회로, 기회주의와 부도덕한 사회지도층을개혁과 참신한 인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실의와 분노에 찬 국민을 달래고 IMF체제를 벗어나 제2건국을 이룰 수 있다.
콩죽은 저들이 먹고 배탈은 국민이 앓는 억울하고 분통나는 일이 더이상 없도록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국난의 원인이 올해까지는 구정권에 귀책되지만 내년부터는 새정부의 몫이 된다. 개혁을 머뭇거릴 시간이 별로 없다. 정쟁을 개탄하는 위정자의 시는 선조의 한번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