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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 수급 증가로 기초연금 25만원 다 못받는 노인 매년 늘어

    국민연금 수급 증가로 기초연금 25만원 다 못받는 노인 매년 늘어

    기초연금 전액 받는 단독가구 2.4%P↓ 감액 수급자 2014→2018년 41만여명↑ 소득역전 방지 등 숨은 감액장치 때문 국민연금 연계 감액제도 영향 가장 커 복지부 “연계 감액제 폐지 검토 단계 아냐 미래 세대 부담·노인 인구 증가 감안해야”국민연금 수급자 증가 등으로 기초연금 25만원을 다 받지 못하는 노인이 해마다 늘고 있다. 28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8~2027년 기초연금 재정소요 추계’에 따르면 기초연금을 전액 받는 단독가구 비중은 2014년 56.0%에서 2018년 53.6%로 2.4% 포인트 하락한 반면 기초연금 감액 수급자(부부 가구 포함)는 2014년 191만 5000명에서 2018년 233만 1000명으로 41만 6000명 증가했다. 전체 수급자 가운데 감액 수급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같은 기간 44.0%에서 46.4%로 2.4% 포인트 상승했다. 일부 노인에서 기초연금을 다 받지 못하는 감액 수급자가 발생한 이유는 소득역전방지 감액 제도, 부부 감액 제도(부부가 받으면 20% 감액),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른 연계 감액 제도 등 기초연금 제도 안에 숨은 감액 장치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의 영향이 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자가 늘면서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연계해 기초연금이 깎이는 수급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연계 조항은 2014년 7월 기초연금을 도입하면서 생겼다. 애초 박근혜 정부는 ‘모든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20만원씩 지급한다’고 공약했으나 소득하위 70% 노인으로 대상을 축소하고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2년을 넘으면 1년씩 길어질수록 기초연금액이 약 1만원씩 줄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제도를 유지하면 국민연금 연계 감액 수급자 수가 2019년 29만명에서 2022년 36만 2000명, 2025년 45만 3000명으로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2025년 국민연금 수급자 비율이 노인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6%로 증가하는 데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지난해 8월 현행 연계 제도가 복잡하고 국민연금 가입 유인을 저해하는 문제가 있어 “연계 폐지를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쥐꼬리만한 국민연금 때문에 기초연금 30만원을 다 못 받는다면 국민연금 가입을 포기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란 얘기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재정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를 폐지하면 2027년까지 연평균 6000억원이 더 든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 폐지는 아직 깊이 있게 검토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노인 빈곤이 심각하기는 하나 미래 세대 부담도 생각해야 하고, 일단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늘린 데다 노인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기초연금 예산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초연금은 오는 4월부터 월 25만원에서 25만 3750원으로 오른다. 정부는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기초연금을 올리고 있다. 다달이 들어오는 소득이 5만원 이하인 노인 단독가구, 8만원 이하인 부부 가구는 소득하위 20% 노인에게 주는 월 30만원의 기초연금을 다 받을 수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년 새 5만여명 줄어 158만명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년 새 5만여명 줄어 158만명

    공적자료 확보 늘어 재산·소득 추가 확인 부양의무자 파악 증가 보장 대상서 탈락 기초연금, 소득인정액 포함…신청 않기도정부로부터 생계비와 의료비 등을 지원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조건’인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도 2014년과 2016년 각각 5.4%로 가장 낮았으나 2017년 5.9%로 증가했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 5.9%로 반등 보건복지부가 27일 발표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18’에 따르면 2017년 기초생활수급자는 158만명(수급률 3.1%)으로 전년(163만 1000명) 대비 5만 1000명(0.1% 포인트) 감소했다. 2007년 155만명(3.2%)이었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011년 146만 9000명(2.9%)으로 하락한 데 이어 2013년 135만 1000명(2.6%)으로 떨어졌다. 급여 체계를 개편한 2015년 164만 6000명(3.2%)으로 늘었다가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줄어든 데에는 우선 2010년 ‘사회보장 정보시스템’(행복e음) 도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복e음 도입으로 공적자료 확보 범위가 넓어져 수급자가 등록하지 않은 소득과 재산이 추가로 확인되고, 취학 연령층의 자연 감소로 기초생활보장의 4대 급여(생계·주거·의료·교육) 가운데 교육급여만 받는 사람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행복e음 도입으로 부양의무자와의 관계 파악마저 쉬워졌다. 연락이 끊긴 자식이라도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못한다. 2014년 기초연금 도입 이후 매달 받는 기초연금이 전액 소득으로 잡혀 아예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상실한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기초연금은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연금 혜택을 제공해 노인 빈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만, 정작 최빈층인 기초생활수급 노인은 소득인정액에 기초연금이 포함돼 기초연금액만큼 차감된 생계급여를 받고 있다. 아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탈락하거나 수급 자격을 상실할까 두려워 기초연금을 신청하지 않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고시원 거주 늘어 비주택에 사는 가구 2% 지난해 4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와 하위 20%(1분위) 계층 사이의 소득 격차가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지는 등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려면 최하위 계층에 대한 공적부조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조사에서 주택이 아닌 곳에 사는 가구 비율은 약 2%로 나타났으며, 최근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복지부는 오는 4월부터 월 3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을 소득하위 노인 20%의 기준(저소득자 선정기준액)을 정했다. 노인 단독 가구는 다달이 호주머니로 들어오는 소득이 5만원, 배우자가 있는 부부 노인가구는 8만원 이하여야 월 30만원의 기초연금을 다 받을 수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김정은 경호 장갑차는 ‘메이드 인 코리아’

    김정은 경호 장갑차는 ‘메이드 인 코리아’

    국내 업체가 생산해 베트남에 수출한 장갑차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호에 투입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국내 특장차 제조업체인 S사가 수출한 차륜형 장갑차 ‘S5’는 지난 26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열차로 베트남 북부 동당역에 도착해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로 이동할 때 김 위원장의 전용차와 함께 움직여 눈길을 끌었다. 베트남 당국은 해당 장갑차를 동원해 김 위원장을 호위하고 호텔 주변에도 배치해 삼엄한 경계를 폈다. S사 관계자는 “2014년 10월에 베트남 경찰청에 S5 6대를 수출했다”며 “독자 개발한 제품으로 철갑탄 방어가 가능하고 전파방해장치가 장갑차 안에 있어 사제 폭발물을 방지할 수 있으며, 지뢰 방어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테러 작전에도 투입되는 S5는 장갑이 두꺼워 7.62㎜ 기관총 공격을 막아 낼 수 있고, 타이어에 구멍이 나도 기동할 수 있다. 장갑차 상부엔 12.7㎜ 기관총이 장착돼 있고 12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차량 속도는 시속 90㎞ 이상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주한 미국대사관을 경비하는 경찰특공대 전술팀 장갑차도 S5로 알려졌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결단·중재·협상’ 케미 통했다…北 경제·북미관계 훈풍

    ‘결단·중재·협상’ 케미 통했다…北 경제·북미관계 훈풍

    ■김정은, 체제 불안 감수한 통 큰 결정…남북경협 속도 실질적 성과땐 경제 총력 노선 박차 2차회담 이후 서울 답방 가능성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그 결과에 따라 북한이 목표로 하는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의 명운이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집권 후 최장 공백에 따른 불안과 위험을 감수하고 66시간에 걸친 ‘열차 행군’을 강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내년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인 만큼 올해 안으로 대북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 경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8개월 만에 두 지도자가 다시 마주 앉기까지의 8개월의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과 비핵화를 향한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을 통해 공개된 “내 아이들이 평생 핵을 지고 이고 사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도 간절함이 묻어 있다. 북한 국내 정치 측면에서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제재 완화와 관련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다면 김 위원장은 향후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와 개방을 반대하는 내부 세력에 본인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설득하려면 경제적인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4월 핵·경제 병진노선을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전환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2017년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3.5%로 추정했다. 1997년(-6.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내 판단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약속한 ‘서울 답방’도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철도, 도로, 사회간접자본(SOC)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속도가 붙어 북한 경제에 숨통을 터줄 수도 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는 ‘조건 없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에 진전을 내지 못하면 김 위원장이 천명한 ‘경제 총력’ 노선이 내부적으로 동력을 잃을 여지도 있다. 김 위원장이 올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한 만큼 북미 관계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문재인, 고비마다 ‘촉진자’ 역할…新한반도체제 날개 제재 완화·경협 화두로 막판 중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주도 의지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8개월여 만에 북미 정상이 27일 마주 앉기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가슴 졸이는 순간이 많았다. 북미 대화가 마찰음을 빚을 때마다 국내 보수진영과 미국의 일부 정치권·전문가 그룹에서 ‘비핵화 회의론’이 불거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여전히 남북 관계·북미 관계 개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발목을 잡으려는 사람이 있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고비마다 ‘대북 제재 완화 필요’, ‘교황 방북’, ‘김정은 연내 답방’, ‘남북경협’ 등 화두를 던져 북미 대화의 막힌 ‘혈’을 뚫으려 했다. 지난해 8월 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에 이어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맞물리면서 북미 대화의 소강 국면이 장기화됐다. 문 대통령은 9월 평양 정상회담 이후 일주일 만에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지를 담은 김 위원장의 비공개 메시지를 전했다. 10월 유럽 순방 때는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라면 유엔 제재 완화를 통해 비핵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설익은 구상’이라고 보수진영은 비판했지만 하노이선언에 대북 제재의 일부 완화가 포함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하노이 회담이 임박하자 ‘촉진자’로 나섰다.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부터 경협 사업까지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며 대북 제재 일부 완화를 제안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의 행보는 ‘신한반도체제 구상’에 맞춰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북한의 경제개방 상황을 상정하고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이며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노이선언에서 북미가 ‘종전’을 어떤 형태로 담아내든 1953년 이후 66년간 지속된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가 실질적으로 종식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종전선언은 필연적으로 남·북·미·중 등 6·25전쟁에 참전한 4자를 비롯해 다자가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는 평화체제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가 물꼬를 튼 국제질서 변화를 적극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청와대는 ‘포스트 북미 회담’ 행보와 직결된 신한반도 체제 구상의 디테일을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3·1절 기념사를 통해 밝히겠다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트럼프, 양면술로 북핵 해결 ‘전진’…노벨평화상 기대 승부사적 기질로 대북 회유·압박‘빅딜’ 성공땐 새 북미관계 수립 “내가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식은 아주 간단하고 분명하다. 목표를 높게 잡은 뒤 달성을 위해 전진에 전진을 거듭할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밝힌 이 원칙은 그가 어떤 생각으로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지난 8개월간 미국 내 강경파의 회의론을 뚫고 북핵 해결에 박차를 가해 왔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트럼프의 목표는 미국 전직 대통령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중동정책을 뒤엎고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는 등 파격적인 외교정책을 펴 왔지만 이는 오바마의 흔적을 지운 것뿐이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작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를 마련한다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외교 성과를 낸 첫 사례를 만들 수 있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 전에 ‘내가 오바마보다 낫다’고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합의로 노벨평화상이라도 받는다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뮬러 특검 리스크를 한번에 뒤엎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기회를 잡고자 승부사적 기질을 발동해 말 그대로 전진에 전진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 8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돌연 취소하고 추가 대북 제재 조치까지 내놓으며 북한을 압박해 협상의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미 행정부 내 강경파들은 북한 비핵화 회의론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며 제동을 걸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미공개 북한 미사일 기지 관련 보고서를 내고 뉴욕타임스가 곧바로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의 미사일 기지는 거대한 기만이라고 보도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김 위원장을 향해 “남은 합의를 마저 이행하면 바라는 것을 이뤄 주겠다”며 ‘회유와 압박’의 양면술을 폈다. 그의 행보와 미국의 정치적 일정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적어도 이번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사찰과 검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 동결을 약속받고 양국 간 연락사무소를 징검다리 삼아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이란 대형 이벤트를 연 것 자체에 ‘빅딜’에 합의할 것이란 자신감이 깔렸다. 북미 관계 개선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지정학적으로 이점을 가져올 수도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역사에 남을 지도자’ 트럼프 대통령의 꿈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원탁에 붙어 앉은 김정은·트럼프… 100분 첫 만찬서 친교 과시

    원탁에 붙어 앉은 김정은·트럼프… 100분 첫 만찬서 친교 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재진을 물리친 30분간 과연 어떤 ‘흥미로운’ 대화를 나눈 것일까.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후 7시 7분(현지시간)쯤 약 30분에 걸친 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 약식 단독회담을 마치고 배석자를 대동한 채 베트남 하노이의 메트로폴 1층에 마련한 만찬장 ‘라 베란다’에 나타났다. 단독회담 모두발언 때 다소 긴장한 듯 굳은 얼굴을 많이 보였던 김 위원장은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모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라고 묻고 뉴욕타임스의 사진기자 덕 밀스를 가리키며 김 위원장에게 “세계 최고의 사진가 중 하나다. 우리를 멋지게 보이게 해 준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 위원장은 “이제 우리가 그전에 한 15분, 아 20분 만났는데, 30분 제한시간 동안에 오늘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서 소리를 내 웃었다. 그는 ‘흥미로운’이라고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웃으면서 “그 대화를 들으려면 돈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내일 굉장히 바쁘다. 오늘은 간단한 저녁을 함께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진지한 대화를 할 것이다. 협상이 좋은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과 나의 관계는 매우 특별하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만찬장에 마련한 원탁에 나란히 앉아 친근함을 과시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오찬 당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사각 식탁에서 마주 보고 식사를 했었다. 만찬은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외에 2명의 양측 주요 인사가 참석하는 ‘3+3’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 위원장 오른쪽에는 북측 신혜영 통역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용호 외무상이 순서대로 앉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왼쪽에는 이연향 미 국무부 통역국장,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자리했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부터 협상을 끌어온 핵심 실무진이 첫 만찬에 총출동한 것이다. 때문에 형식은 친교 만찬이지만 사실상 확대회담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본격적인 회담을 앞둔 ‘워밍업’ 단계에서부터 ‘3+3 만찬’을 마련한 데에는 이번 회담을 압축적으로 진행해 성공적인 결과를 끌어내겠다는 양측의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첫날 만찬 분위기가 28일 본회담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부터 북미 협상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김 위원장과도 구면이다. 그는 지난 26일 하노이에 트럼프 대통령보다 먼저 도착해 북측과 ‘하노이선언’ 문안을 조율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부터 협상 상황을 보고받았다.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북측 김영철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다. 그동안 두 차례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고 북미 실무 협상을 이끌어 왔다. 만찬 전후로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이 비공개로 접촉해 하노이선언의 최종 문안을 조정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리용호 외무상은 대미 외교와 핵 협상 전문 외교 관료로 꼽힌다. 한편 만찬이 열린 라 베란다는 184㎡ 규모로 최대 1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이다. 만찬 식탁에는 새우와 아보카도를 곁들인 샐러드, 스테이크와 배로 만든 김치, 초콜릿 케이크, 수정과가 올랐다. 김 위원장이 익숙한 한식과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양식을 적절히 섞은 것으로 보인다. 식탁에 술병과 술잔은 없었다. 애주가인 김 위원장이 술을 마시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배려해 술 없는 만찬 형식으로 조율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이선, 소갈비요리, 돼지고기 요리 등을 먹었다. 앞서 CNN은 북미가 양 정상 및 배석자들에게 제공할 만찬 메뉴 선정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날 CNN에 따르면 메트로폴 호텔 요리사들은 만찬 시작 몇 시간 전까지 메뉴를 확정하지 못했다. 특히 백악관이 화려하지 않은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 달라고 고집했다. 양 정상은 예정시간을 넘겨 100분 이상 진행한 만찬을 마치고 오후 9시가 넘어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하노이 강신 기자 xin@seoul.co.kr 서울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폼페이오·멀베이니 vs 김영철·리용호…북미정상 만찬 배석

    폼페이오·멀베이니 vs 김영철·리용호…북미정상 만찬 배석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막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27일 첫날 만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외에 양측 2명의 주요 인사가 참석하는 ‘3+3’ 형식으로 진행됐다. 미국에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북측에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부터 협상을 끌어온 핵심 실무진이 첫 만찬에 총출동한 것이다. 형식은 친교 만찬이지만 사실상 확대회담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본격적인 회담을 앞둔 ‘워밍업’ 단계에서부터 ‘3+3 만찬’을 마련한 데에는 이번 회담을 압축적으로 진행해 성공적인 결과를 끌어내겠다는 양측의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첫날 만찬 분위기가 28일 본회담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부터 북미 협상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김 위원장과도 구면이다. 그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하노이에 트럼프 대통령보다 먼저 도착해 북측과 ‘하노이선언’ 문안을 조율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부터 협상 상황을 보고받았다.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북측 김영철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다. 그동안 두 차례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고 북미 실무 협상을 이끌어 왔다. 이날 만찬 전후로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이 비공개로 접촉해 하노이선언의 최종 문안을 조정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리용호 외무상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도 배석하는 북한 외교라인의 최고위급 인사다. 한국의 외교부 장관에 해당하며 대미 외교와 핵 협상 전문 외교 관료로 꼽힌다. 양측 핵심 실무진까지 한 테이블에 앉은 만큼 이번 회담에서 핵시설 신고·사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동결과 제재 해제 등 ‘빅딜’을 이룰지,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등 ‘스몰딜’에 머물지 조기에 가닥이 잡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여기는 중국] 외도한 남편·내연녀 옷 벗겨 나무에 묶은 아내

    [여기는 중국] 외도한 남편·내연녀 옷 벗겨 나무에 묶은 아내

    아내를 두고 외도를 한 남성과 그의 내연녀가 대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죗값을 치렀다. 베이징스젠(btime.com)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일, 구이저우성(貴州省) 후이수이현(惠水县) 경찰은 한 대로변에 남녀가 옷이 벗겨진 채 나무에 묶여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는 실제로 옷을 거의 입지 않은 남녀가 나무에 묶인 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주변에는 이를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나무에 묶여 있던 남성은 아내를 두고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웠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남성의 아내가 공개적인 망신을 주고 위해 이 같은 일을 계획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성과 함께 옷이 벗겨진 채 나무에 묶여 있던 여성은 내연녀였다. 경찰은 곧바로 이들을 옭아맨 밧줄을 풀고 여성과 남성에게 몸을 가릴 수 있는 옷을 준 뒤 경찰서로 이송했다. 경찰은 이들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으며, 이 일을 벌인 남성의 아내에게 처벌이 내려질지 여부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일은 현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알려졌고, 네티즌들은 바람을 피운 남편과 내연녀가 공개적으로 죗값을 치렀다며 해당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공유하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1970년대 빙속 스타 이영하, 담낭암으로 별세

    1970년대 빙속 스타 이영하, 담낭암으로 별세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1세대 스타였던 이영하 전 국가대표 감독이 25일 담낭암으로 타계했다. 63세. 고인의 둘째 아들 이현씨는 “아버지께서 오늘 오후 7시 20분에 별세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1970년대 한국 빙상의 간판이었으며 1985년 은퇴할 때까지 한국 신기록을 51차례나 경신할 정도로 대단한 족적을 남겼다. 경희고 3학년 때인 1976년 이탈리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남자 3000m와 5000m에서 우승하며 에릭 하이든을 종합 2위로 밀어냈다. 레이크플래시드동계올림픽 5관왕에 빛나며 당대 세계 최고로 군림하던 하이든을 제친 것은 빙속계의 커다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1991년부터 1994년까지는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올림픽 빙상에서 한국인 첫 메달을 일군 김윤만, 2000년대 빙상을 휩쓴 이규혁 등이 고인의 지도를 받았다. 빈소는 서울 강동구 경희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8일 오전 11시. (02)440-8800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공중보건장학제 시범사업 새달 시행… 먹튀엔 속수무책

    공중보건장학제 시범사업 새달 시행… 먹튀엔 속수무책

    공공병원·보건의료원 의사 충원 차원 1인당 연간 2040만원 장학금 지원 졸업후 공공의료기관 2~5년 의무복무 국립공공의료대 2022년 개교 준비 분주 ‘지역사회 의료 역량’ 갖춘 의대 드물어 기준 충족 대학 11곳뿐… “사립대 지원을”올해부터 공중보건장학제도 부활과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 등 공공 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교육 정책이 본궤도에 오른다. 공공보건의료업무에 종사하는 조건으로 정부가 장학금을 지원하는 공중보건장학제도 시범 사업이 다음달부터 시행되고, 국립공공의료대학 2022년 개교 시간표를 맞추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먼저 공공의료기관의 진료 환경을 개선하고 의대 졸업생들을 공공의료로 유인할 실질적 지원책을 함께 마련해야 공공의료 기피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2017년 기준으로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보건소 등에서 일하는 의사는 전체의 약 11%다. 25일 전국의 지역거점공공병원과 보건의료원의 부족한 의사수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공중보건의를 제외하고 286명이 더 필요하다. 공공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지방 소재 의료원은 수도권 의료원보다 연봉이 두 배 높은데도 특정 진료과목의 의사를 구하지 못해 진료를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공공병원의 의사 인력 현황을 보면, 경기·전남·전북·충남·경북 등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의대생 중 여학생이 증가하면서 2012년 이후 의료취약지 의료 공백을 메워 온 공중보건의(대체복무) 수가 평균 5000명대에서 3600명 수준으로 급감해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정부는 중단기적으로 부족한 인력을 메우려고 공중보건장학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에도 공중보건장학제도를 운용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서 장학금을 조기에 상환하고 의무 복무를 꺼리는 바람에 1996년에 중단됐다. 장학생을 선발해 한 사람당 연간 2040만원을 지원하고 졸업 후 2~5년간 공공보건의료 업무에 의무 복무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번 제도는 과거와 유사하나, 선발한 학생에게 공공의료를 집중 교육한다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여전히 장학금 상환 후 의무복무하지 않는 이른바 ‘먹튀’를 방지할 뾰족한 수단은 없다. 공중보건장학을 위한 특례법에 따라 의무 복무를 하지 않으면 정부가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도 있지만 과도한 제재라는 비판이 적지 않아 보건복지부도 개정을 검토 중이다. 공중보건장학제도가 중·단기 대안이라면 국립공공의료대 설립은 역학조사관을 비롯한 전문 공공의료인을 길러내기 위한 장기 대안이다. 국립의과대학이 공공 의료인 양성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지만 공공 의료에 특화한 교육과정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의사들이 의료 취약지인 지방 공공의료기관에는 근무하길 꺼려 한계가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전국 40개 의대·의전원 중 ‘지역사회 의료 역량’을 졸업 기준에 포함하는 대학은 11곳뿐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한 공공인력을 모두 확보할 수 없어 최소한 국립의대가 의무적으로 지역의료 필수선택 교육과정을 도입해 권역 내 공공의료 교육의 중심적 역할을 하고, 원하는 사립대학도 참여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시골로 가는 의사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국립·민간 의대에 투자해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비용적으로는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준섭 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기존 대학이 광역시 단위까지 지역 인재 배출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더 밑의 단위까지는 확산하지 못했다”며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해 국립공공의대처럼 특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미세먼지, 호흡기 환자에 더 치명적… 외출 때 치료약 챙기세요

    미세먼지, 호흡기 환자에 더 치명적… 외출 때 치료약 챙기세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먼지의 계절’이 있다.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더해져 호흡기 환자들에게는 지옥처럼 느껴지는 시기다. 황사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흙먼지로 토양 성분이 대부분이다. 미세먼지는 황산염과 질산염 등 오염 물질에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탄소류, 지표면 흙먼지에서 나온 광물 등이 주성분이어서 건강에 치명적이다. 서기 174년 신라에 “흙비(雨土)가 내렸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나올 정도로 황사는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최근에 와서야 심각성을 알게 됐다.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중국발(發) 미세먼지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높은 인구밀도 등으로 우리가 생산하는 단위 면적당 미세먼지 배출량도 상당하다. 2014년 황사를 포함한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보다 1.5배가량 높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보다 각각 2.1배, 2.3배 높았다. 공기는 더울수록 밀도가 낮아진다. 그래서 따뜻한 공기는 위로,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이동한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올라가기도 하는데 이를 ‘기온역전’이라고 한다. 기온역전은 일교차가 큰 계절이나 산간분지 지역에서 자주 발생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기온역전이 발생하면 고도가 낮은 쪽에 무거운 공기가, 높은 쪽에 가벼운 공기가 위치한다. 무거운 공기가 밑에 깔리다 보니 공기의 상하 이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지상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이 이동하지 않고 지상층에 계속 쌓이면서 농도가 짙어진다. 봄에는 이동성 저기압과 건조한 지표면의 영향으로 황사를 동반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철에는 대기오염 물질이 빗방울에 씻겨 다른 계절에 비해 대기가 깨끗한 편이다. 가을에는 기압계의 흐름이 빠르고 대기 순환이 원활해 상대적으로 미세먼지가 적다. 그러나 연료 사용이 증가하는 겨울이 되면 미세먼지 농도가 다시 높아진다. 여기에 겨울과 봄에는 비가 내리는 날이 적다 보니 세정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호흡을 통해 사람 몸속에 들어온 먼지는 대개 코털이나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져 배출된다. 하지만 미세먼지(PM10)는 입자의 지름이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1 수준인 10㎛보다 작아 코나 구강, 기관지를 그대로 통과해 몸속에 스며든다. 이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는 지름이 머리카락의 약 20분의1에 불과하다. 같은 농도라면 PM10보다 PM2.5에 더 많은 유해물질이 흡착될 수 있고, 입자 크기도 더 작아 기관지에서 다른 인체 기관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미세먼지가 몸으로 들어오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가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활동하는데, 이때 부작용인 염증 반응이 나타난다. 눈에는 알레르기성 결막염과 각막염이, 코에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기관지에는 기관지염과 폐기종, 천식이 나타날 수 있다. 어린이는 아직 폐를 비롯한 장기 발달이 다 이뤄지지 않아 미세먼지를 흡입하면 폐를 포함해 장기 발달과 성장에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임신부 역시 아직 명확하게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기오염 물질이 모체의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산소나 영양분 공급 능력을 감소시켜 태아의 발달과 성장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인은 당뇨와 고혈압 등 기저질환과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등의 중증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아 미세먼지에 특히 취약하다. 2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급속히 악화시키는데,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인한 입원율이 2.7%, 사망률이 1.1% 증가하고 폐암 발생률이 9%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뇌혈관질환 사망률은 10% 증가하고 뇌졸중 또한 20% 이상 증가한다. 따라서 호흡기 질환자와 심혈관 질환자 등 미세먼지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세먼지 예보등급이 ‘보통’일 때 일반인은 평소처럼 생활하면 되지만 민감군은 몸 상태에 따라 유의해 활동해야 한다. ‘나쁨’이면 천식 환자는 흡입기를 더 자주 사용해야 하고, ‘매우 나쁨’이면 실외 활동 때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는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인 날 부득이하게 외출할 때 치료약물(속효성 기관지 확장제)을 준비하는 게 좋다. 천식환자도 외출 때 천식 증상 완화제를 가지고 다니는 게 좋다. 어린이 천식 환자는 유치원이나 학교 보건실에 개인 증상 완화제를 맡겨 두고 필요할 때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실내도 안전하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기오염 보고서에서 2012년 기준 실외 대기오염으로 연간 300만명이, 실내 대기오염으로 350만명이 조기에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실외 미세먼지 농도가 짙을 때는 환기를 최소화해야 하지만 평소에는 창문을 열어 실내 공기를 주기적으로 내보내야 한다. 차량 이동이 많은 도로변에 주거지가 있다면 차량 이동이 적은 시간에 환기하거나 도로변이 아닌 쪽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게 좋다. 미세먼지는 가정에서 요리할 때도 발생할 수 있어 요리 후에는 반드시 환기를 해야 한다. 환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요리를 마친 뒤 환풍기라도 5분 이상 가동해야 한다. 조리법에 따라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정도도 다른데, 굽기나 튀김요리는 삶는 요리보다 평소보다 최소 2배에서 최대 60배 많은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 미세먼지가 많을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나 만성호흡기질환자나 천식 환자, 심혈관질환자가 마스크를 쓰면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 공기 순환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호흡 곤란, 두통 등이 오면 바로 벗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쓸 때는 사전에 의사에게 문의하는 게 좋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최대 6주까지 지속될 수 있다. 미세먼지에 노출된 후 호흡곤란, 가래, 기침, 발열 등 호흡기 증상이 악화했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먼지로 목이 텁텁해졌을 때 생강대추차를 마시면 도움이 된다. 생강은 폐를 건강하게 하고 대추는 면역력을 강화해 호흡기 질환에 좋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대학 밖에서 꿈을 찾는, 나는 비대학생입니다

    대학 밖에서 꿈을 찾는, 나는 비대학생입니다

    3월 대학 입학시즌이 다가왔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빠져나온 예비 대학생들은 인생의 봄이 오리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세상의 시선은 들뜬 캠퍼스에 쏠려 있지만 캠퍼스 밖에도 청년들은 있다. 2018년 대학 진학률은 69.7%. 청년 10명 중 3명은 대학에 가지 않았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 ‘청년=대학생’ 이라는 등식도 성립하지 않는다. 이들은 왜 대학에 가지 않았을까. 또 대학 밖에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을까.●입시지옥 다음 취업지옥 “네가 서태지라도 돼? 대학을 안 가게.” 성윤서(20)씨는 평범한 일반계고 학생이었다. 성적 등이 특별히 뛰어나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학창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2학년 때부터 학교 생활이 갑갑해지기 시작했다. 높은 수능 점수를 받아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었다. 그동안의 학교 생활이 대학 입시 하나로 요약되는 현실에 회의감이 들었다. 그 무렵 자퇴하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는 어려웠다. 대학 진학을 당연히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어차피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어쩌다 운을 떼면 “대학 안 가고 뭐하게?” “특별한 재능이나 계획이 있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스스로도 대학이 없는 미래가 막연히 두려웠다. 그렇게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치고 입학 원서도 썼다. 하지만 등 떠밀린 대학 입시 결과는 좋지 않았다. 대학에 떨어졌다. 부모는 재수를 권했다. 성씨는 대학에 갈 이유를 찾지 못한 채 무작정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결국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을 가지 않기로 했다. 이지우(20)씨는 고교 1학년 때 자퇴한 뒤 대학을 가지 않았다. 공부에 소질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중학교 때 전교 1등을 다툴 만큼 성적이 좋았지만 고교 진학 뒤 ‘남을 밟아야 하는 경쟁 체제를 버틸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교를 떠났다. 모범생 딸이 자퇴하겠다고 하자 부모는 “검정고시를 봐서 1년이라도 빨리 대학에 가려나 보다”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씨는 아직 대학에 갈 생각이 없다. 카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짬짬이 독서 모임 등에 참여하고 있다. 이씨는 “나중에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며 “지금은 해야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처럼 입시와 취업 경쟁을 거부한 청년들은 2000년대 중반 대안교육이 등장한 이후 차츰 늘고 있다. 기존 공교육의 틀을 벗어난 대안학교 등 교육기관이 속속 생겼고 이를 통해 사회에 자리잡는 선배들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안 대학 등에서 적성을 발견한 뒤 시민 사회 단체·교육·예술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다. 최은주 서울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 학습생태계 팀장은 “전문성을 갖춘 대안적 교육 공간들이 생겨나면서 대학 진학 대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원하는 활동을 탐색하는 청년들이 늘어났다”며 “최근에는 새로 생겨난 사회적기업이나 마을 사업에 몸담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대학이 영원한 거부의 대상은 아니다. 성씨와 이씨는 “단지 지금 당장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다닐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라며 “배우고 싶은 것이 생기거나 필요성을 느낄 때 자발적으로 가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등록금 낼 돈도 가치도 없어 대학 미진학 청년 중에는 성씨나 이씨처럼 자신의 적극적 선택으로 대학을 거부하는 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등록금 낼 돈이 없어서, 좋은 대학에 합격할 자신감이 없다는 이유 앞에 떠밀리듯 미진학을 택하게 된 청춘들도 많다. 최성호(22·가명)씨는 학창 시절 혼자 영어 단어를 외울 만큼 공부에 재미를 느꼈던 학생이다. 최씨는 대학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갖고 일반계고에 진학했다. 하지만 고교 진학 후 부모님의 사업이 기울며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원거리 통학까지 하게 돼 학교 수업에 도통 집중하기 어려웠다. 점차 공부에 흥미를 잃어갔다. 꼭 대학에 가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대졸자도 취업을 못하는 현실에 명문대에 갈 것도 아니면서 부모에게 등록금을 달라고 손 벌릴 수는 없었다. 오히려 부모를 돕기 위해 전단지 돌리기나 주방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을 벌었다. 최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요리에 취미를 붙였다. 고교 졸업 후 식당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하루 12시간 노동에 월급 160만원 박봉으로는 3개월을 버티기 어려웠다. 결국 최씨는 대기업 생산 공장에 비정규직으로 들어갔다. 꿈과는 먼 일이지만 잔업과 특근을 하면 200만원까지 벌 수 있어서다. 그는 “당장은 집안 경제가 안정되는 게 우선”이라며 “지금까지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현규(32·가명)씨는 대학에 합격했지만 진학을 포기한 경우다. 그는 경찰이 되고 싶어 경찰행정학과에 지원해 합격했다. 하지만 자영업에 종사하던 부모님이 급식비를 내주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졌고 결국 대입 대신 입대를 선택했다. 그는 “고졸이 부끄럽지는 않지만 시간이나 돈이 주어지면 대학에 가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경제난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한 청년들은 2008년 이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 진학률은 2008년 83.8%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09년부터 꾸준히 떨어졌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대학에 투자할 시간과 돈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대학 졸업자마저 취업난에 허덕이기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소가 만 15세에서 40세 사이 청년층의 대학 포기 이유를 분석한 결과 “빨리 돈을 벌고 싶어서”라고 답한 사람이 35.8%, “대학에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라는 답이 25.9%, “가정형편이 어려워서”라고 답한 청년이 15.8%였다.●저숙련 노동·사회적 편견 문제는 적지 않은 청년들이 취업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노동시장에 나오면서 저숙련 노동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일반계고 출신 청년들이 대학 졸업장 없이 취업할 수 있는 일터는 판매직·서빙·배달 등 일부 서비스업이나 육체 노동으로 제한된다. 처음부터 낮은 임금의 한정된 업종에 진입하다 보니 숙련도가 쌓이지 않으며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게 되는 것이다. 대안 교육을 경험한 청년들도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며 진로 탐색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이런 비대학 청년들의 노동 패턴은 결국 불안정한 일자리와 소득 격차로 이어진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의 2017년 분석에 따르면 고졸 출신 중 임시직·일용직 비율은 39%, 초대 졸 이상 중 임시·일용직 비율은 17.7%였다. 또 고졸 출신의 월급은 대졸 출신보다 정규직 43만원, 비정규직은 34만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격차를 메우려면 노동 시장에서 숙련도를 쌓는 것은 물론 진로를 모색할 기회도 제공돼야 한다. 그러나 대학 밖 청년들이 이런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다. 취업 정보나 교육적 자원, 인적 네트워크가 대학을 중심으로 공유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취업 성공 패키지 등 여러 지원 정책을 펴고 있지만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이 이를 활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제도 자체를 몰라 찾지 못하는 청년들도 많다. 중요한 사회적 자본인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기회도 부족하다. 자조 모임이나 동아리 모임 등 청년들을 연결해 줄 모임도 서울 등 일부 지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 사람, 불성실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시선은 또 다른 벽이다. 대학에 간 친구들과 비교되거나, 대학 간판이 없다는 이유로 불성실할 것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지우씨는 “어떤 학교에 어떤 과를 다닌다는 것이 성실함의 증거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을 안 갔다는 이유로 책임감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에 가지 않고 영상 작업을 하고 있는 옥의진(19)씨도 “내 결정을 하나의 선택으로 보지 않고 ‘실패한 인생이다, 정신 차려라’고 하면 상처가 될 때가 많다”며 “대학 밖에서 다양한 사회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청년 단체와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대학에 가지 않은 청년들을 포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나현우 청년유니온 기획팀장은 “학벌에 따라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치지만 사실상 취업 정책과 청년 정책은 대졸자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력 때문에 단순 노동 일자리만 계속 전전하는 구조를 바꿔야 청년 빈곤도 해결될 것”이라며 “숙련 형성을 위해 교육 훈련의 질을 높이고 장기적 진로 모색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미자 경기교육연구원 연구원은 “일반계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 기관이 아닌 공교육 기관이기 때문에 진학 결정과 상관없이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비진학 청년을 위해 내실 있는 교육 과정을 마련하거나 학교 밖 수업을 인정해주는 등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아르바이트와 직업 훈련을 병행하는 청년들이 일을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 도입 등 적극적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그래픽 이다현 기자 okong@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안도현 지음, 송필용 그림, 다선출판사 펴냄) 식물을 노래한 안도현 시인의 시 50편에 송필용 화백의 그림을 곁들인 시화선집. 서른다섯 살이 되어 애기똥풀을 처음 알았다는 시인은 “나는 식물의 이름을 하나 더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애기똥풀이라는 존재를 내 안에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썼다. 108쪽. 1만 2000원.가만한 나날(김세희 지음, 민음사 펴냄) 2015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연애, 취직, 결혼 등 사회초년생에게 막중한 과업이 된 사건을 통과하는 인물들을 통해 그리는 사소하지만 특별한 사회생활 보고서, 인간관계 관찰일지다. 328쪽. 1만 2000원.영어의 힘(멜빈 브래그 지음, 김명숙·문안나 옮김, 사이 펴냄) 영국 BBC에서 30년 이상 프로듀서로 일하며 영어에 관한 다양한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저자가 겨우 15만명이 쓰던 게르만어 방언에 불과했던 영어가 어떻게 세계를 정복하게 됐는지를 추적한 책이다. 504쪽. 1만 9500원.안 아프게 백년을 사는 생체리듬의 비밀(막시밀리안 모저 지음, 이덕임 옮김, 추수밭 펴냄) ‘시간치료학’을 개척한 의학자인 저자가 생체시계의 작동 원리와 이를 활용해 건강한 삶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안내한다. ‘최적의 업무 리듬은 90분 일하고 15분 쉬는 것이다’처럼 실생활에 유용한 팁들이 많다. 256쪽. 1만 5000원.중력(권기태 지음, 다산책방 펴냄) 2006년 ‘파라다이스 가든’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의 장편소설. 2006년 당시 대한민국 우주인 선발 경쟁을 가까이서 취재했던 기자 출신 작가는 굵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한 탈락자의 퇴장에 주목했다. 우주를 꿈꾸던 한 샐러리맨 연구원이 우주인 선발 경쟁에 도전,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동료들을 격려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그렸다. 456쪽. 1만 4800원.만화 우계 성혼(성기영 지음, 이현주 그림, 여름언덕 펴냄) 율곡 이이, 송강 정철과 더불어 학문적으로 깊게 교유했던 조선시대 성리학자 우계 성혼(1535~1598)의 삶과 학문 세계를 만화로 펴냈다. 성혼의 14대 손인 작가가 젊어서는 벼슬자리를 멀리한 채 학문에 정진하다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임금에게 직언하며 나라를 구하기 위해 애쓴 선조를 그렸다. 224쪽. 1만 2000원.
  • 5만원 더 줬다가 5만원 다시 뺏는 극빈층 속 뒤집는 ‘공적 부조’ 개선

    5만원 더 줬다가 5만원 다시 뺏는 극빈층 속 뒤집는 ‘공적 부조’ 개선

    지난해 4분기 소득 격차가 역대 최악으로 나타나자 정부는 해소 방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광주형 일자리’와 같은 상생형 지역일자리를 늘리고 사회안전망인 한국형 실업부조를 2020년 도입할 계획이다. 근로장려금(EITC) 확대, 실업급여 인상 등 지난해 도입된 저소득층 맞춤형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소득분배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고령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 소비패턴·일자리 수요 변화 등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영향을 종합 점검해 대응하기로 했다. 이날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 확산방안’도 발표됐다. 홍 부총리는 “상생형 지역일자리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라면서 “구미, 창원, 군산 등 고용산업 위기지역에 대해서는 조금 더 큰 개념으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사·민·정이 각자 역할을 충실히 규정하는 상생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정부는 다음달 중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해 올해 1분기 안에 입법을 끝낸다는 목표다. 정부는 또 신산업·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나올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해 주는 ‘규제 샌드박스’ 사례를 올해 안에 100건 이상 추진해 기업의 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고 신산업 일자리 창출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4분기 소득 격차가 크게 벌어진 원인으로는 저소득층에 대한 공적부조 정체 현상도 거론된다. 최하위 계층의 60% 이상은 65세 이상 1~2인 가구로, EITC 지원 대상이 아닌 비경제활동인구가 70%를 웃돈다. 근로소득이 거의 없어 정부의 복지 지원으로 생활을 유지한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 4대 급여(주거·교육·생계·의료) 중 생계급여 인상률은 지난해 1.16%, 올해 2.09%에 그쳤다. 생계급여는 중위소득(소득을 기준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오는 소득)을 기준으로 정하는데, 중위소득 인상률이 낮아 생계급여도 수급자들이 실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보다 낮게 지급되고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20%는 올해 4월부터 현재 25만원에서 5만원 오른 30만원을 기초연금으로 받는다. 하지만 기초연금이 전액 소득으로 인정돼 다음달 받는 생계급여액이 삭감돼 실익이 없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기초연금이 5만원 올랐지만 생계급여에서 5만원 깎이니까 기초연금 인상에 따른 가처분 소득 증가가 없고,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않는 그 위 계층은 가처분 소득이 5만원 늘게 된다”면서 “되레 기초연금 인상이 가처분 소득 격차를 더 늘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 산정에서 제외하는 다수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서울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SNS서 판매하는 ‘점 빼는 기계’ 대부분 무허가

    진피층 손상·감염·흉터 등 부작용 발생 온라인에서 허가받지 않은 일명 ‘점 빼는 기계’를 판매한 업체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판매되는 ‘점 빼는 기계’가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인지 확인하고자 지난달까지 온라인 사이트와 유통·판매 업체들을 점검한 결과 15종이 무허가 제품으로 드러났다고 20일 밝혔다. 점 등을 제거하기 위한 제품은 의료기기로 허가받아야 하는데, 국내에서 허가받은 제품은 전문의료인이 사용하는 3개뿐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개인이 셀프로 점이나 기미를 제거할 수 있도록 허가가 난 의료기기는 한 건도 없다”며 “SNS에서 흔히 광고하는 셀프 점 빼는 기계는 모두 무허가 제품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무허가 기기를 판매한 업체들은 페이스북 광고 등에서 집에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점 빼는 기계’를 사용해 점, 기미, 주근깨를 제거할 수 있다고 선전해 왔다. 식약처는 “가정에서 무허가 점 빼는 기기를 사용하면 진피층에 손상을 주고 감염, 흉터, 색소침착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의사 등 전문가와 상담해 올바른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모두 32곳이다. 적발된 무허가 기기는 ABODY, XPREEN, 뷰코스팟, 뷰티몬스터, 셀루스팟, 아트웨이브, 아지스팟, 잡티레이저, 잡티지우개, 퓨어스킨, 프리스팟, 플라즈마, 플라즈마스팟리무버, 플라즈마스팟클리어펜, 조본잡티제거기 등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23일부터 달걀 껍데기에 산란일자 표시

    한국양계협회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오는 23일부터 소비자가 달걀 생산 일자를 알 수 있도록 달걀 껍데기에 ‘산란일자’가 표시된다. 오래된 달걀이 유통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으로, 달걀 생산농가는 달걀 껍데기에 산란일 4자리 숫자를 적어야 한다. 산란일이 추가되면서 달걀에 표기되는 번호는 기존 생산자의 고유번호와 사육번호 6자리를 포함해 모두 10자리로 늘게 됐다. 예를 들어 2월 23일에 산란한 달걀이면 ‘0223’으로 표기된다. 생산날짜 옆의 생산자 고유번호 5자리(예:M3FDS)는 어느 지역의 어떤 농장에서 달걀이 생산됐는지를 나타낸다. 이 고유번호는 식품안전나라사이트(www.foodsafetykore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숫자 한 자리는 사육 환경을 의미한다. 숫자 ‘1’은 동물복지농장에 방목한 닭이 생산한 계란이고 ‘2’는 우리 안에 닭장(케이지)이 없는 평평한 축사, ‘3’은 닭이 좀 덜 들어가는 개선된 닭장, ‘4’는 기존 닭장을 의미한다. 즉 숫자가 작을수록 좋은 사육 환경에서 생산된 달걀이다. 이번 조치는 2017년 8월 달걀 살충제 파동 이후 소비자에게 달걀의 신선도와 생산환경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식품안전정책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됐다. 소비자 단체들은 산란일자 표시 시행을 반기고 있지만 양계 농민들은 울상이다. 출하가 며칠 밀렸다는 이유로 유통 상인들이 달걀값 할인을 요구하며 ‘가격 후려치기’를 할 수 있는 데다 산란일자가 좀 지나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양계협회는 산란일자를 표시하는 대신 포장지에 유통 기한을 적도록 하자며 ‘산란일자 표기 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내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조홍래 신임 이노비즈협회장 취임

    조홍래 신임 이노비즈협회장 취임

    이노비즈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제8·9대 협회장 이·취임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이현재 국회의원과 정부·유관기관 단체장, 이노비즈기업인 등 300 여명이 참석했다. 조 신임 회장은 1955년 경남 함안 출신으로 마산고와 영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한국도키멕을 설립해 유공압기기, 실린더, 산업용 첨단 로봇 등을 생산하고 있다. 조 회장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위원회 위원,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비상임 이사를 맡고 있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비상임 감사와 한국생산성본부 최고경영자 총교류회장을 역임했다. 조 회장은 취임식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창의’ ‘협업’ ‘융합’을 기반으로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견인하는 강한 이노비즈’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실현하기위해 ▲4차 산업혁명 주도 ▲기술 중심 글로벌 패러다임 구축 ▲미래지향적 일자리 창출 ▲혁신성장 허브 이노비즈라는 4대 의제와 8대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조 회장은 “고부가가치 사업을 선도하는 이노비즈기업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 기반 사업을 추진하고, 스마트 제조혁신을 위한 스마트공장 확대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또 “기술무역을 이끄는 혁신 수출기업군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기술 중심 글로벌 패러다임 구축을 위해 수출(초보)기업 발굴과 역량 강화, 기술 교류 기반, 신(新)시장 창출, 기술혁신표준화를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디지털 기술의 확산으로 제품뿐 아니라 기획·개발·생산·서비스 등 기업 내 모든 활동을 디지털 전환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든 시대”라며 “‘이노비즈, 혁신의 새로운 성장’이라는 슬로건 하에 이노비즈기업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성명기 전임회장은 2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여의시스템 대표이사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성 전 회장은 이날 명예회장으로 위촉됐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발달장애인 23만명에 전담 공무원 겨우 2명…국가정책은 ‘걸음마’

    발달장애인 23만명에 전담 공무원 겨우 2명…국가정책은 ‘걸음마’

    작년 복지부 전담부서 신설 요청 불허 담당자 1명 증원도 야당 반대로 무산 발달장애인 68% 부모가 직접 돌보고 52%는 우울증 의심…7%는 이혼·별거 돌봄 부담 커 가족 붕괴…목숨 끊기도 “치매처럼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보통의 부모는 아이가 어릴 때만 육아전쟁을 치르지만 발달장애(지체·지적장애)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 평생 육아를 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아직도 밥 먹이고 화장실 뒤처리하는 것까지 어른이 도와줘야 해요. 예전엔 항상 아이를 데리고 죽을 준비를 해 왔어요. 사회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내가 죽는 순간부터 아이에게 지옥이 펼쳐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죠.” 발달장애 자녀를 둔 류승연(43·여)씨의 삶은 아들 동환(10)이가 태어난 이후 180도 바뀌었다. 발달장애 아들을 돌보려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고, 좋은 기자가 되겠다는 꿈마저 접어야 했다. 지난해 3월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이라는 책을 낸 이후 세상을 향해 본격적으로 발달장애인 문제를 외치기 시작했지만, 사회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류씨는 19일 “지금 내가 하는 활동은 모두 아이를 데리고 죽지 않으려고 하는 싸움”이라고 말했다.●발달장애 年 3.6%P 늘어 전체 장애인의 9% 전국의 발달장애인은 지난해 말 기준 23만 3620명이다. 해마다 3.6% 포인트씩 늘어 전체 장애인의 9% 수준까지 증가했지만 정부의 발달장애인 정책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발달장애인 지원과 권리 보호를 위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시행한 지도 5년이 안 됐다. 불과 7~8년 전만 해도 발달장애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별도의 정책을 수립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지원법 시행 5년 안 돼 주영하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팀장은 “발달장애인도 치매 노인처럼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도입할 때”라고 밝혔다. 2012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68.8%(자폐성 장애 91.2%)는 부모가 돌보고 있다. 보호자의 52.0%는 우울증이 의심됐고, 44.6%는 발달장애인을 돌보느라 직장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7.1%는 이혼이나 별거를 경험했다. 치매 문제처럼 돌봄 부담이 가족의 붕괴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발달장애 자녀를 양육하던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원 서비스 하루 4시간… 올해 혜택 2500명뿐 정부도 다음달부터 성인 발달장애인의 낮시간 활동을 지원하는 ‘주간활동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지원 폭을 크게 확대하진 못했다. 서비스 이용 가능 시간은 하루 4시간이며, 대상도 올해 2500명밖에 안 된다. 시설에서 살거나 직업을 가진 성인 발달장애인을 뺀 나머지 4만 5000명 중 5.5%만 이용할 수 있다. 2022년까지 1만 7000명으로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10명 중 4명만 이용할 수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마저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23만여명이나 되는 발달장애인의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이 고작 장애인정책국 내 사무관 2명뿐이다. 지난해 발달장애인 전담부서 신설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우여곡절 끝에 전담 사무관을 1명 늘리는 안을 국회로 보냈지만 야당의 반대로 이마저도 무산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가 공무원 증원 숫자를 일괄적으로 20%가량 줄이면서 발달장애인 전담사무관 증원도 함께 날아갔다”며 “우리는 발달장애인 담당 인력 증원이 우선순위였는데 의견을 말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이 매년 늘고 있어 언젠가는 발달장애인 지원 욕구가 폭발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며 “정부를 비롯한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 문제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국가가 ‘온종일 돌봄’·고교 무상교육 책임진다

    국가가 ‘온종일 돌봄’·고교 무상교육 책임진다

    국공립 유치원 등 2022년까지 대폭 확충 남성 육아휴직자 지금보다 40% 가량 ↑ 취약 아동 의료인프라·자립 지원도 강화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까지 모든 국민이 기본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생애 전 주기를 뒷받침하겠다는 ‘포용국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건강과 안전, 소득과 환경, 주거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이 나아지도록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혁신성장이 없으면 포용국가도 어렵지만 포용이 없으면 혁신성장도 어렵다”며 “혁신성장도 포용국가도 사람이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초 외교에서 경제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긴 데 이어 사회안전망 구축도 핵심 과제로 틀어쥐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019년을 혁신적 포용국가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며 “정책 수요자인 국민 관점에서 전 생애 기본생활 보장을 목표로 관련 정책을 재구조화할 것”이라고 밝혔다.교육 분야에서는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과 고교 무상교육을 추진한다. 2022년 영유아 10명 중 4명이 국공립 시설에 다닐 수 있도록 올해부터 매년 국공립 유치원 500학급과 어린이집 500곳 이상을 확충한다. 또 2022년까지 34만명이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19만명은 지역아동센터 등 마을 돌봄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 교육부는 맞벌이 가정의 초등학생 10명 중 8명이 국가가 지원하는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배움’의 문턱을 낮추고 교육 격차도 줄인다. 2021년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관건은 안정적인 재원 확보다. 이날 한양대에서 열린 ‘고교 무상교육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2021년 고교 무상교육이 전면 시행되면 연간 2조 734억원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출산·양육 분야에선 남성 육아휴직자와 두 번째 육아휴직자를 2022년까지 현재보다 40%가량 끌어올리고, 오는 9월부터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기존 만 6세(72개월) 미만에서 7세(84개월) 미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맞춤형 보육체계도 12시간 종일 돌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고 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의료기관이 행정기관에 즉시 출산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출산통보제’ 도입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출생 단계부터 모든 아동이 공적으로 등록돼 보호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현재 출생신고는 부모(혼외자는 산모가 신고)가 출생 1개월 내에 해야 한다. 기한을 넘기면 과태료를 물지만 처벌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출생 신고가 안 된 아이들은 공적 보호의 테두리 밖에서 ‘투명인간’처럼 살아간다. 출생 신고 전 학대를 받아 숨져도 파악이 어렵다. 아동 학대에 노출될 위험이 클뿐더러 아동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각종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 병원에 출산 통보 의무를 부여하면 자동으로 출생 신고가 이뤄져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부모의 출생 신고 책임을 사회가 넘겨받는 것이다. 다만 산모가 출산 사실을 숨기려고 병원이 아닌 안전하지 못한 다른 곳에서 아이를 낳아 유기할 수 있고, 친생부모의 프라이버시를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불가피하게 출생 사실을 비밀에 부쳐야 하는 예외적인 사례도 함께 검토하고 외국에서 태어난 출생아의 출생 기록도 공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동 건강 정책도 강화한다. 그동안 민간에 의존했던 취약아동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을 비롯해 아동 전문 의료 인프라를 확대하고 소아당뇨 등 만성질환 아동을 상담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한다. 소아암과 희귀질환 등 중증질환 아동에 대한 의료비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늘어나는 비만 아동은 ‘비만 아동 통합관리체계’로 지원한다. 취약아동의 자립 지원도 강화한다. 아동양육시설에서 퇴소하는 아동에게 매월 30만원의 자립수당을 주고 주거, 취업연계,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치매환자 관리율은 2022년까지 지금보다 9.7% 포인트 높은 54.4%로 올린다. 실업급여액도 하반기부터 평균 임금 50%에서 60%로 인상한다. 문 대통령은 “상반기 중 중기재정계획을 마련하고 관련 법안과 예산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허술한 국적법·의료행정에… ‘검은머리 외국인’ 오늘도 건보 먹튀

    허술한 국적법·의료행정에… ‘검은머리 외국인’ 오늘도 건보 먹튀

    국적 상실 신고 않으면 내국인 동일 적용 한달 안에 미신고 땐 과태료 5만원만 부과 최근 6년간 건보증 대여·도용 29만건 적발 건보공단·정부·관계기관 합동대응 필요외국인이 한국에 단기 체류하며 건강보험 진료를 받고 출국해버리는 이른바 ‘건강보험 먹튀’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지난해 6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해야 외국인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했지만 국적법의 허점과 건강보험증 본인 확인을 하지 않는 허술한 의료행정 시스템을 악용한 건강보험 무임 승차까진 막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과 법무부, 외교부 등 관계 기관의 합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한인커뮤니티에서는 ‘(외국) 시민권을 따고 국적상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입국 다음날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서울신문 2월 16일 보도>는 이른바 ‘꼼수 팁’도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18일 “내국인이었던 사람이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국적상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서류상 한국 국적이 그대로 살아 있어 내국인과 똑같은 규정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적법 제15조에 따라 한국인이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그때부터 ‘외국인’이 된다. 다만 국적상실 신고를 할 때까진 한국 국적이 그대로 남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해당국에서 우리나라에 그 사실을 통보해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본인의 국적상실 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처리되지 않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국적상실 신고가 바로 이뤄진다면 외국인의 건강보험 부당 이용도 막을 수 있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1개월 내에 신고를 하지 않으면 5만원 이하 과태료만 부과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입국당국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 가운데 출국할 때는 미국 여권을, 입국할 때는 한국 여권을 사용하다가 적발되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한다. 적발되면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굳이 이런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국내 친인척의 건강보험증을 도용하는 이들도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3~2018년) 외국인을 포함한 6585명이 건강보험증을 도용하다 적발됐다. 적발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29만 4722건이다. 한 사람이 수차례 건강보험증을 도용했다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71억 5100만원의 건보재정이 빠져나갔고, 이 중 46.8%인 33억 4600만원밖에 회수하지 못했다.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증을 대여하거나 도용하는 부정 사용을 막고자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을 추진했으나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시민단체 반대에 부딪혀 더는 추진하지 않고 있다. 병원이 건강보험증 본인 확인을 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의료단체 등이 “보험자인 공단이 해야 할 일을 떠맡긴다”고 반발해 무산됐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병원이 본인 확인만 해도 건보재정 누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건강보험증을 빌려준 사람에게도 부당이득금에 대한 연대 책임을 묻고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1941년 태평양전쟁 발발하자… 임정, 마침내 日에 선전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1941년 태평양전쟁 발발하자… 임정, 마침내 日에 선전포고

    4부. 광복의 여명 : 충칭 시기 ② 일본의 패망1910년 한반도를 차지한 일본은 1931년 중국 만주를, 1937년 중국 대륙을 침략하며 제국주의 팽창 야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까지 점령한 뒤 “독일과 중동에서 만나겠다”며 버마(현 미얀마)·인도 전선까지 세력을 확대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마지막 정착지인 중국 충칭에서 당·정·군 체제를 갖춘 뒤 ‘전쟁 괴물’이 된 일본의 패망을 기다렸다. 해방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찾아왔다.●임정, 1945년 2월 28일 독일에도 선전포고 1937년 7월 일본이 중일전쟁을 일으키자 영국과 미국은 자신들이 선점한 중국 내 이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했다. 일본에 석유 수출을 금지했다. 이후 일본은 제조업 가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1941년 12월 미국의 해군기지인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했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석유금수 조치를 풀어 보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당시 두 나라 간 군사력 차이를 감안할 때 진주만 공습은 무모한 결정이었다. 미국은 즉각 일본과의 전면전을 선언하며 ‘태평양전쟁’(1941~1945)에 나섰다. 이 전쟁은 임정이 바라던 일이기도 했다. 광복군을 양성해 뒀다가 일본이 중국, 미국과의 전쟁에 나서면 이들을 도와 독립을 쟁취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임정은 일제가 진주만을 공격한 직후 주석 김구(1876~1949)와 외무부장 조소앙(1887~1958) 명의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일선전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가 3000만 한인과 정부를 대표해 중국과 영국, 미국 등 여러 나라와 함께 일본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일본을 격패시키고 동아시아를 재건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기에 민주진영의 최후 승리를 미리 축하한다.” 임정은 독일에 대해서도 선전포고했다. 1945년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연합국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는데, 이 회의에 참가하려면 3월 1일 이전에 독일에 선전포고를 해야 해 하루 전인 2월 28일 발표했다.●中 통제받은 광복군, 9개 조항 행동준승 논란 1940년 9월 태어난 광복군은 중국 국민당 정부의 도움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지원하던 또 다른 한인 부대였던 조선의용대 대원 상당수가 1941년 3~5월 본진을 이탈해 화베이 지역으로 떠나자 국민당 정부는 당황했다. 같은 해 11월 중국은 광복군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한국광복군 행동준승’이라는 9개 조항을 전달했다. 중국 중앙군 참모총장의 명령과 통제를 받아 광복군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었다. 독립운동사 전문가인 이현희(1937~2010) 전 성신여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이 준승은 광복군이 사실상 중국의 고용군이 된다는 것으로 매우 굴욕적인 군사협정이었다. 중국이 임정을 어떤 존재로 여겼는지 의심스럽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영토에서 활동하는 외국 군대를 통제하려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당시 한인 독립운동 세력이 중국으로부터 충분히 신뢰를 얻을 만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기에 어느 정도 간섭이 불가피했다는 반론도 있다. 임정은 중국의 준승 명령에 분개해 청사를 중국에서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자 주미외교위원부 위원장 이승만(1875~1965)과 협의하기도 했다. 결국 중국은 우리 측의 지속적인 요구로 1944년 8월 광복군 통제권을 임시정부에 돌려줬다.●광복군, 한지성·문응국 등 임팔전투 투입 일본은 1942년 1월 영국의 식민지 버마를 침공했다. 인도에 주둔해 있는 영국군이 즉각 대응에 나섰는데, 이를 버마 전투(1942~1945)라고 한다. 영국군은 영어와 일본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했다. 광복군은 영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인면전구공작대’를 꾸렸다. 인도와 버마 전선에서 활동하는 공작부대라는 뜻이다. 이들은 1943년 8월 영국군 총사령부가 있던 인도 캘커타에 도착했다. 한지성(1913~?)과 문응국(1921~1996) 등 9명이었다. 공작대는 영국군에게서 심리전 교육 등을 받고 1944년 초 임팔전선에 투입됐다. 임팔은 인도와 버마의 접경지역으로 열대밀림 산악 지대다. 광복군은 1945년 7월 일본군이 버마에서 완전히 패해 철수할 때까지 1년 넘게 영국군을 도왔다. 1945년 9월 이들은 충칭의 광복군 총사령부로 무사히 복귀했다. 한지성의 증언이다. “우리 공작대는 언제고 전투할 수 있도록 무장한 뒤 적(일본군)과 가장 가까운 진지에서 일본어로 방송을 했다. 선전문을 제작해 살포하고 일본군 문건을 번역하며 포로를 심문했다.”광복군은 미군과 함께 한반도 진공 작전도 추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사무국(OSS·1942~1945)과 함께 한반도와 일본 본토에서 지하공작에 나서는 것이었다. OSS 특수훈련을 받은 광복군 대원을 국내에 잠입시켜 여러 활동에 나서기로 했는데, 이를 ‘독수리 작전’이라고 불렀다. 1945년 4월 OSS 요인들이 충칭의 임정 청사로 찾아와 작전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고 김구는 이를 승인했다. 영화 ‘군함도’(2017)에서 독립운동 인사를 구출하고자 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섬(군함도)에 잠입한 박무영(송중기 분)이 광복군 소속 OSS 요원이다.OSS는 같은 해 5월부터 광복군 내 엘리트들을 차출해 군사훈련을 시켰다. 대표적인 이들이 훗날 고려대 총장을 지낸 김준엽(1920~ 2011)과 사회운동가로 활약한 장준하(1918~1975)다. 이들은 일본군 학도병으로 끌려갔다가 탈영해 광복군에 합류했다. 김준엽은 1987년 개헌 당시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조문을 삽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장준하는 박정희(1917~1979)의 독재에 반대하다가 1975년 의문사했다. ●승전국 지위 확보·강대국 간섭없이 독립 목표 임정은 미군의 지시로 국내에 진격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8월이 되자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히로시마(6일)와 나가사키(9일)에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8일에는 소련이 선전포고를 하며 만주국을 점령했다. 당시 일본 측 기록을 보면 일본군은 나가사키 원폭 투하보다 소련 참전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주변의 모든 나라가 적이 됐다는 사실을 깨달은 일본은 15일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광복군의 국내 진공 작전도 결국 무산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취재에 동행한 이원규(72) 작가는 “당시 임정은 한반도에 잠입해 2차 세계대전 승전국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면 강대국의 간섭 없이 한반도 독립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일본이 일주일만 늦게 항복해 광복군이 한반도에 참전했다면 대한민국의 역사가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일부 학계에서는 광복군이 미군과 공동 작전에 참가했더라도 그 수가 워낙 적어 승전국 지위를 확보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 그래도 임정이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해 일본과의 전쟁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외세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독립을 쟁취하고자 노력했다. 광복군의 국내 진공 작전을 무의미하다고 평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의 패망이 다가오던 1944년. 임정은 좀더 정교하고 구체적으로 새 나라의 밑그림을 그려야 했다. 1943년 ‘카이로선언’(미·영·중이 일본 문제 논의)으로 조선 독립을 보장받은 시기였기에 이를 반영해 헌법을 개정했다. 주석(대통령) 중심제를 기본으로 하되 의원내각제를 가미해 절충적 정부를 구성했다. 교육과 직장, 노약자 부양을 요구할 권리를 보장하고 파업권도 명시했다. 사회민주주의 형태의 국가다. 이는 1941년 임정이 조선민족혁명당과의 합작을 앞두고 좌우를 아우르기 위해 내놓은 ‘건국강령’의 영향이 컸다. 건국강령을 지은 이가 ‘사민주의자’ 조소앙(1887~1958)이다.●조소앙의 삼균주의, 건국 이념 기초로 작용 일본 메이지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1919년 3·1운동 뒤 중국으로 망명해 임시정부 수립에 참여했다. 1919년 스위스 루체른에서 열린 만국사회당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해 임정을 정식 국가로 승인해 줄 것을 호소했다. 1930년 한국독립당을 창당했다. 한독당은 1940년 5월 우파 통합정당의 이름으로 계승돼 임정의 여당이 됐다. 그는 개인과 개인,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가 모두 균등해지려면 정치와 경제, 교육의 세 가지 조건이 동등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것이 삼균주의인데, 훗날 건국강령의 이론적 기반이 됐다.●남한 단독정부 수립 반대… 한국전쟁 때 납북 해방 뒤 김구와 함께 한독당을 이끌었고, 1948년 12월 우리나라 최초의 좌파 정당인 사회당을 창당했다. 1950년 제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전국 최고득표율로 당선됐지만 6·25전쟁 때 납북됐다. 만약 임정의 ‘1944년 헌법’대로 해방 정부가 꾸려졌다면 지금쯤 우리는 독일이나 스웨덴을 모델로 한 사민주의 국가에 살고 있을 것이다. 조석곤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1948년 제헌헌법은 건국강령의 경제조항을 계승하고 있다. 그것은 장기간에 걸쳐 이룬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충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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