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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마구잡이 동원으로 국민경선 하나

    민주신당은 현재 의석수가 143석인 원내 제1당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적을 갖고 있지 않고, 범여권이 복잡한 이합집산을 겪긴 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여당으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대통령선거가 넉달이 채 안 남은 시점에 이르러서야 9명의 대선 예비후보가 나서 경선레이스를 본격화한 것은 유권자들에게 대단한 결례다. 그나마 경선전 시작부터 온갖 불협화음을 내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민주신당이 새롭게 선보이겠다고 약속한 방식은 완전국민경선이다. 전원이 일반국민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을 200만명 정도 모집해 범국민적인 축제로 대선후보를 확정짓겠다는 발상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자발적 참여다. 하지만 벌써 동원선거 논란이 일면서 국민경선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각 후보 진영에서 마구잡이로 선거인단을 긁어모으면서 무늬만 국민경선이라는 비판이 당내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예비후보의 한 명인 이해찬 전 총리는 “하룻밤새 20만명에 이르는 접수가 이뤄졌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대리접수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면 공정성 시비가 경선과정 내내 이어질 것이다. 동원경쟁에는 금품살포와 조직가동이 필연적이다. 한 자릿수 지지율 후보들이 도토리 키재기 경쟁을 하면서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해 엉터리 선거인단을 양산해서야 되겠는가. 대리접수를 통해 유령 선거인단을 잔뜩 만들어 실제 투표율이 극히 저조하다면 유권자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할 게 틀림없다. 지지율 제고는 백년하청이 되고 만다. 민주신당 예비후보들은 경선 여론조사 방식과 지역순회 경선 일정 등 사안마다 부딪치고 있다. 늦게 시작한 경선에서 절차적인 문제로 치고받고 싸우니 후보들의 정책이 무엇인지 유권자들은 알 길이 없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정책과 비전으로써 큰 승부를 한다는 자세를 갖기 바란다.
  • [열린세상] 대형화라는 허구/이성형 이화여대 국제정치 교수

    [열린세상] 대형화라는 허구/이성형 이화여대 국제정치 교수

    어린아이에게 망치를 주지 말란 이야기가 있다. 망치의 용도를 잘 모르는 아이가 못이 아닌 유리창을 때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대형화’나 ‘선택과 집중’이란 용어도 마찬가지이다. 경영조직의 효율성 제고나 경쟁력 창달을 위한 이 용어가 가끔 오용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 하나가 내가 몸담고 있는 인문사회과학계의 연구 분야이다. 언제부터인가 인문사회과학의 연구과제들도 대형화 바람을 탔다. 우수한 연구자와 연구과제를 선택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해 주어서 국제 경쟁력을 갖추자는 취지일 것이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의 선정 과제들을 보면 규모가 연간 2억∼3억원을 넘는 과제가 많다. 조만간 인문학 분야에서 지원하는 연구과제도 대형으로 장기간 지원한다고 한다. 이런 지원사업이 인문사회 분야에서 전혀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간의 경향을 보면서 관찰자로서 느낀 불편한 소감을 간단히 피력하고자 한다. 첫째, 대형화의 폐해는 제한된 연구비를 몇가지 과제가 독식하여 창의적 연구과제의 진입 장벽을 높인다는 데 있다. 학진의 사회과학 과제 채택률은 겨우 20% 수준이다.10가지 연구과제 신청서가 경쟁한다면 2가지 정도가 채택된다는 이야기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좋은 연구 제안서를 써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밀려날 수밖에 없다. 대형의 다년도 과제가 더러 있다면 날이 갈수록 새로운 연구제안서가 채택될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둘째, 다년도 대형과제의 경우 인센티브 체계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대개 연구제안서는 미취업 박사들이 모여 쓸 가능성이 높다. 예외도 있겠지만 규모를 채우기 위해 여기저기서 주제와 거리가 있는 연구자들도 불러 모은다.2억∼3억원 규모의 연구과제를 만들기 위해 대충 10명가량이 모인다. 이 가운데 미취업 박사도 2∼3명 구한다. 연구주제에 기초하여 연구자들이 연결되는 수순이 아니라, 연구 규모에서 출발하여 연구주제와 연구자들이 이합집산하는 수순을 밟는다. 이 경우 연구주제와 연구자 전공의 엇박자도 문제가 될 것이고, 몇몇 참여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가 될 것이다. 셋째, 대형과제에는 빠짐없이 해외조사 연구비가 들어가 있다. 문헌연구로 족할 과제에도 해외조사가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집중적으로 인터뷰를 하거나 현지조사를 해야 하는 과제라면 모르되, 그렇지 않은 연구과제에도 대부분 해외여행 경비를 청구한다. 이런 부분이 심사과정에서 예산 심의를 통해 걸러지면 다행이지만, 관찰자가 보기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형화가 남긴 도덕적 해이이다. 인문사회과학은 자연과학이나 공학과 달리 대형화로 인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연구수준이 높아지지 않는다. 연구의 장(場)이 달리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형화한 연구팀이 자주 만난다면 차이보다는 동일성의 논리에 전염될 우려도 있다. 이는 오히려 창의적 연구를 제약할 우려마저 있다. 대형화보다는 네트워킹이 좀 더 나은 조직이 아닐까? 네트워킹을 통한 의견교환이면 충분할 것이다. 또 연구설계·문헌 읽기·인터뷰에서 논문 작성에 이르기까지 조교가 도울 수 있는 부분도 많지 않다. 대부분의 연구과제는 외롭게 연구실을 지키면서 수행해야 하는 장인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수공업적 장인에 어울리는 과제를 대형화한다면, 명장의 기예가 담긴 작품은 사라지고 자동차 공장에서 찍어내는 대량 생산물과 같은 표준화된 논문들만 범람할 것이다. 작금의 논문 생산과 소비방식이 그렇지 아니한가? 인문사회과학 연구지원 시에는 대형화보다는 중형화, 중형화보다는 소형화 연구지원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한다. 이성형 이화여대 국제정치 교수
  • “적도 동지도 없다”

    “적도 동지도 없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다음달 3일 시작될 대통합민주신당의 예비경선(컷오프)을 기점으로 후보간 합종연횡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본 경선에 돌입하면 이합집산이 더 복잡해질 양상이나 확고부동한 ‘연대’나 ‘적대’는 없을 전망이다. 후보들의 생존법에는 시기별·사안별 셈법만이 도사리고 있다. ●손학규-정동영, 상대적 경쟁 손학규·정동영 후보의 관계를 요약하면 ‘상대적 경쟁’이라 할 만하다. 컷오프 국면에 접어들면서 두 후보의 연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양강체제를 굳히기 위해 두 후보 공히 중·하위권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잠재적 유력후보(이해찬·유시민)를 탈락시키는 전술로도 유용한 측면이 있다. 하위 후보진영에서 두 후보 측에 러브콜을 보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두 사람은 정치적 기반과 지지층 성향이 확연하게 갈린다. 범여권 후보의 정통성을 기준으로 할 때 정 후보는 친노 후보들과 연대가 가능하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전통 지지층 복원이 과제가 되면 손 후보와 친노 후보의 조합이 더 가깝다. 호남 후보 필패론이 부상할 경우 손 후보가 친노 후보들과 힘을 보탤 공산이 커 보인다. 반면 두 후보의 최대공약수는 ‘반(反)한나라당 대표주자’다.‘비(非)노’후보이기도 하다. 두 후보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참여정부 승계를 일정부분 선언한 탓에, 최근 친노와 비노 구도를 없애는 데 공동보조를 취했다. 하지만 손 전 지사가 16일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실패론을 부각하면서 친노와 비노 구도는 다시 분명해졌다. 여기까지가 두 후보의 교집합이다. ●이해찬-유시민, 우호적 경쟁 이해찬 후보와 유시민 전 장관은 어찌됐든 본선까지는 우호적 연대가 불가피하다. 유력 주자들의 집중견제 대상이라서다. 서로 완충역할을 해야 한다. 컷오프에서 1인2표가 어디로든 새나가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양 진영에 도사리고 있다. 정치적 사제관계, 친노 대표주자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는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각자도생이다. 두 사람의 행보가 이를 예측하게 한다. 이 후보는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승계를 강조하면서 신당에 합류했다. 유 전 장관은 열린우리당을 ‘철거 대상’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최근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상승하면서 두 사람은 참여정부 ‘복제’와 ‘차별화’ 모두 어렵다는 인식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방법은 달리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적자라는 면을 부각시키는 반면, 유 전 장관은 정책 경쟁과 원샷 대통합을 주장하며 독자적인 지형형성에 몰두하고 있다. ●이해찬-한명숙, 일시적 연대 이 후보와 한명숙 후보는 최근 후보단일화를 기치로 일시적 연대를 이뤘다. 그러나 두 후보는 참여정부 총리 출신이다. 본선에 들어가면 내각 시절 공적을 놓고 선명성 경쟁을 피할 수 없을것 같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열린세상] 3金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강지원 변호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

    [열린세상] 3金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강지원 변호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

    이나라 정치판은 왜 이리도 살벌할까. 여야는 물론 당내에서도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끼리는 마치 전쟁터의 적군들 같다. 상대를 마치 사라져야 할 악당처럼 저주한다. 이 나라 정치판은 왜 이리도 패거리 작당과 이합집산이 횡행할까. 자고 일어나면 탈당이다, 창당이다, 신당이다, 합당이다 하며 난리다. 사람들이 저리도 부지런할까 싶을 정도다. 국민들은 또 어떠한가. 지금도 여론조사를 해보면 늘 한 쪽 지역은 거의 다 한 쪽 당이고, 다른 한 쪽 지역은 또 다른 한 쪽 당이다. 과거와는 꽤 달라졌다 해도 이번 대통령선거도 그 뚜껑을 열어 보면 아마도 그 색깔이 그 색깔일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과 국민들의 이런 행태는 과거 3김(金)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3김씨들이 그 뿌리가 아닌가 싶다.3김씨는 이 나라 민주화시대를 이끌어온 주역들이다.3대에 걸친 군사정권들을 타도한 후 이 나라 정치를 좌지우지해 왔다. 그들은 많은 업적도 남겼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들이 이 나라 정치판에 남긴 해괴한 행태들은 지금도 그대로 학습효과로 남겨져 있다. 그들은 1인 정당을 이끌었다. 정당이 있고 그 지도자 노릇을 한 것이 아니라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정당이었다. 그들은 정당안에서 절대자들이었고, 그들을 추종한 자들은 죄다 졸개들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특정 지역들을 확고하게 장악했다. 한때는 그 지역에서 그 당의 공천만 받으면 말뚝을 박아도 당선된다는, 웃지 못할 말까지 나돌았다. 지역민들은 모조리 그들의 볼모가 되었다. 그들은 권력을 위해 끊임없이 붙었다, 헤어졌다 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을 축출할 때는 YS와 DJ가 연합했다. 국민들은 그들을 민주화의 우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권력을 눈앞에 두고는 여지없이 갈라졌다. YS와 JP도 연합했다. 소위 3당 합당이란 것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얼마 안 가 깨어졌다. 그러다가 그 다음엔 DJ와 JP가 연합했다. 소위 DJP연합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또 얼마나 갔던가. 세 사람이 고루고루 연합했다가 고루고루 깨어지는 진기록을 세운 이들이다. 그들이 연합할 때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서로를 칭송했다. 그러나 갈라서서는 거의 독설에 가까운 악담을 내쏟았다. 그들은 정책과 이념을 기초로 정당활동을 한 이들이 아니었다. 정책이 아니라 눈앞의 권력을 위해 마구 연합했다 깨곤 했던 것이다. 그들은 또 수없이 많은 정당을 만들었다 부수었는데, 그들이 만든 정당 또한 온통 잡탕투성이였다. 그때그때 표를 긁어모으는 데 여념이 없었으므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닥치는 대로 긁어모았던 것이다.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와 정책정당운동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정당이 아니라 작당이었다. 최고지도자라는 이들의 행각을 보고 우리 국민들은 어떠했던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얼마나 똑같이 울고 웃었던가. 아직까지도 온 국민이 이처럼 갈기갈기 찢어져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선동술에 뛰어났는가도 뒤늦게 깨닫게 된다. 문제는 지금이다. 지금의 여야 정치인들을 보면 1인패거리작당과 이합집산, 적대적 대립과 선동술수까지 그대로 3김시대를 답습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험악한 경선과정이나 여권의 간판 바꿔달기 과정이 모두 그러하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도 아직까지 정책보다는 지역감정과 이미지에 현혹되어 비이성적이 되어 있다. 우리가 성숙한 민주정치로 가기 위해서는 이런 구태정치를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3김씨의 악폐가 죽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죽어야 할 것은 악폐다.3김씨는 부디 오래 사셔서 만수무강하시길 빈다. 강지원 변호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
  • [사설] 간판만 대통합 내건 범여 신당

    범여권 제3지대 신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어제 창당대회를 가졌다. 간판만 대통합이라고 달았을 뿐 범여권을 아우르는 면모를 갖추지 못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이합집산의 한 과정으로 비칠 뿐이다. 또 반(反) 한나라당이라는 목표 외에는 어떤 정책과 이념을 갖고 모였는지 불투명한 점도 민주신당 창당에 축하의 말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민주신당은 열린우리당을 순차적으로 탈당했던 의원들과 민주당 탈당 의원 등으로 85석의 국회 의석을 확보했다. 한나라당에 이어 원내 제2당이 되었다. 김한길 의원 그룹의 사례에서 보듯 짧은 기간에 탈당, 창당, 합당, 재탈당, 신당 합류 등의 과정을 거친 의원들이 꽤 있다. 의원 스스로 소속 당적을 혼란스러워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정치 철새도 이런 철새가 없다. 게다가 그만그만한 대선 예비후보끼리 신당 창당 방법론 갈등으로 친노(親盧) 주자들은 이번 창당에 가세하지 않았다. 친노 주자들이 남은 열린우리당, 박상천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 등을 감안할 때 범여권이 세갈래로 갈린 셈이다. 명분 측면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우월하다고 본다. 참여정부의 공과를 안고 가겠다는 친노 주자들의 태도는 책임정치에 부합한다. 조순형 의원을 비롯, 민주당 잔류 인사들은 잡탕식 통합에 반대하면서 이념·정책이 같은 이들끼리 모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 비해 새로 출범한 민주신당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합류했으면서 당헌·정강은 열린우리당 것을 대부분 베낄 정도로 정체성이 취약하다. 당대표도 창당 당일에 겨우 결정할 정도로 지분다툼이 극심했다. 민주신당은 노선을 분명히 함으로써 정치판을 더이상 혼란스럽게 하지 말아야 한다. 시민사회단체 일부가 함께 한 것으로 과거의 정치적 잘못이 덮어지지 않는다. 참여정부와의 관계와 당의 지향점을 분명히 한 뒤 국민의 판단을 물어야 할 것이다.
  • ‘범여 신당’ 닻 올렸지만…

    ‘범여 신당’ 닻 올렸지만…

    탈당과 합당, 재탈당 등으로 숨가쁜 이합집산을 펼쳐온 범여권의 개편작업이 5일 ‘대통합민주신당’(약칭 민주신당) 출범으로 민주신당, 열린우리당, 민주당 등 3개 정당의 정립구도로 형성됐다. 범여권의 세력 구도가 비노(非盧·민주신당)·친노(親盧·열린우리당)·반노(反盧·민주당) 진영의 비교적 공고한 틀을 갖춤에 따라 범여권이 추진해온 단일후보 선출 방식에도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범여권은 열린우리당 및 열린우리당 탈당파, 민주당 등 기존 정파의 모든 후보들이 국민참여경선(오픈프라이머리) 또는 예비경선제(컷오프 경선)를 통해 단일 후보를 선출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민주신당의 출범으로 사실상 3개 정당이 별도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를 선출한 뒤 대선을 앞두고 후보 단일화를 시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민주신당, 원내 2당으로 출범 열린우리당 및 통합민주당 탈당파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선진평화연대, 시민사회세력인 ‘미래창조연대’ 등이 참여한 ‘대통합민주신당’이 5일 창당대회를 갖고 85석의 원내 제2당으로 공식 출범했다. 민주신당은 이날 당 대표로 오충일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선출했다. 진보적 성향의 목사로 시민사회진영 내 재야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히는 오 신임대표는 진보적 개신교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회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6월사랑방 대표, 노동일보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2004년 11월부터는 국정원 과거사진상규명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과의 협의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대통합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신당 최고위원으로는 이미경·조일현 의원, 정균환 전 의원, 김상희 전 지속가능발전위원장, 양길승 녹색병원장이 선출됐다. ●미완의 대통합…후보 단일화는 민주신당은 조만간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 의원 등이 참여하는 대선후보 국민경선에 착수할 방침이어서 범여권도 본격적인 대선 경선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신당은 오는 25∼30일 여론조사 방식의 대선후보 예비경선(컷오프), 다음달 중순 본경선을 거쳐 10월 중순 대선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지만 범여권의 단일 후보를 뽑는 ‘통합 리그’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 열린우리당 소속 대선주자 6인이 신당이 ‘민주당 선(先)통합 추진’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으로 이날 행사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민주신당은 전대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과의 합당을 위해 수임기구를 상임중앙위원회에 위임한다.”는 내용의 부칙 조항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참여정부 계승론을 부정하고 특정 인사 배제론을 주장하는 신당 내부의 반발로 합당 논의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범여권 3개 세력이 독자 경선을 통해 후보 단일화 경로를 밟는 방안이 점차 유력해지고 있다. ●대표인선 막판까지 진통 민주신당 내부에서도 정파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점도 민주신당의 ‘순항’ 여부를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이다. 실제로 ‘오충일 단독 대표체제’로 결정하기까지 민주신당은 전당대회일인 5일 오전까지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 결국 소수파인 시민단체 출신 당 대표가 합당과 당직 인선 등 주요 실무과정을 진두지휘할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됨으로써 향후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을 놓고 계파간 지분싸움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종락 구혜영기자 jrlee@seoul.co.kr
  • [비하인드 뉴스] ‘재경부 인사 靑 입김?’ 설왕설래

    ●재경부 인사 다소 예상밖 진동수 재정경제부 2차관의 후임에 임영록 정책홍보관리실장이 기용되자 재경부 내부에선 인사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 임 신임 2차관의 능력이 뛰어나고 재경부에서 가장 다양한 경력을 지닌 관료라는 점을 수긍하면서도 김성진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이 승진하지 않은 것에 뜻밖이라는 반응.2차관이 국제금융과 FTA 등을 총괄하는 만큼 자리가 날 경우 김 차관보의 승진이 그동안 1순위로 거론됐던 것. 또한 권오규 부총리가 진동수 2차관과 끝까지 가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전격 교체됨으로써 이번 인사에 청와대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평소 원리·원칙을 강조해 온 진 차관이 갑자기 사의를 표명할 만한 어떤 잘못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결과적인 일이지만 이번 인사로 장관과 1·2차관, 차관보가 모두 경기고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대부업계도 규모따라 분리? 대부업법 이자상한선이 연 66%에서 49%로 조정되면서 대부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한마디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부업체 3분의2는 불법 영업으로 돌아서겠다는 ‘의지’까지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업계가 일사불란하게 이자상한선 하향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대형업체들은 공식적으로는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속내는 이참에 이합집산 격으로 난립해 있는 대부업계가 정리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영업에 대해서도 정부 당국의 단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자율 하락으로 당장의 수익은 줄겠지만 업계 ‘정화’에 따른 이미지 개선으로 미래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처럼 장기적으로 최고 이자율이 20% 정도로 떨어질 것이고, 이에 대한 내부 대비책을 수립한 상태”라면서 “금융당국은 이자상한선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 게 업계나 소비자를 위해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휴가철 바가지 요금 칼 드나? 휴가철을 맞아 공정거래위원회 안팎에서 해수욕장 민박 값 등 비싼 휴가지 물가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공정위 홈페이지 게시판 등을 통해 “해수욕장 민박 방값이 하루에 10만원을 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며 가격 담합 조사를 요구하는 실정. 이에 최근 들어 소비자의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의 가격담합 근절에 노력을 집중하는 공정위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경제부
  • 조석래 전경련회장 발언 파문

    조석래 전경련회장 발언 파문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25일 “다음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그것이 바로 국민의 뜻”이라고 잘라말했다. 조 회장은 이날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한 ‘2007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 회장은 ‘미래 한국 비전과 차기 지도자에게 드리는 제언’이라는 제목의 특별강연에서 정치권과 정부를 향해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내 파문이 일고 있다. ●“무균으로 자란 사람 있나” 조 회장은 먼저 차기 대통령의 자격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국가 지도자는 시장경제를 잘 알고 경제 제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지도자는 세계시장을 잘 알고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간의 검증공방과 관련,“외국사람에게 물어보니까 ‘무균(無菌)으로 자라온 사람이 있겠느냐.’고 했다.”면서 “(검증공방을)졸업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다. ●동생 조양래씨 이 후보와 사돈 조 회장의 친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과 이명박 후보는 사돈관계다. 조 회장은 범(汎) 여권에 대한 비판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탈당, 합당 등을 보면 국민들은 혼란스럽다.”면서 “정치인들이 정책중심으로 가줘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따라갈 수 있는데 자기네들 앞날을 위해 왔다갔다하는 것 같다.”고 원칙에서 벗어난 듯한 이합집산을 비판했다. 전경련 회장이 대선이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민감한 얘기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또 전경련 회장이 CEO포럼에서 1시간을 강연한 것은 지난 1987년 포럼이 생긴 이후 조 회장이 처음이다. 조 회장은 작심한 듯 정부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조 회장은 노사 문제와 관련,“불법을 엄단하겠다고 해놓고 결국 흐지부지한다.”면서 “이랜드 사태가 좋은 예”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도권 규제와 아파트 원가공개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면서 “시장원리에 맞는 게 국민의 뜻이고 이에 반하면 독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귀포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사설] 제3지대 신당으로 국민 눈 가려지나

    열린우리당 의원 15명과 통합민주당의 의원 4명이 어제 동반 탈당했다. 이른바 ‘제3지대 대통합신당’을 만들기 위해 ‘미래창조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준비위’에 합류하겠다는 명분이었다. 이들 이외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의원과 박준영 전남지사, 박광태 광주시장 등도 오늘 통합민주당을 탈당해 가세한다고 한다. 신당 창준위측은 이날 “어떠한 기득권도 없는 제3지대에서 대통합의 용광로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몇이나 될까. 시민사회 그룹을 제외한, 범여권 탈당파 의원들과 친정인 한나라당을 버린 손학규 전 경기지사 세력 등 참여인사들의 면면에서 대통합의 이미지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미리 조를 짜놓고 차례로 당을 떠나는 듯한 범여권의 ‘기획탈당’ 대열을 지켜보는 것도 국민들 입장에선 짜증나는 일이다. 더욱이 통합민주당 내 김한길 공동대표 등은 당적을 보유한 채 신당 창준위에 참여한다고 한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부화시키는 뻐꾸기처럼 ‘몸 따로, 마음 따로’상태에서 대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 편의주의적 발상도 문제이려니와 통합민주당내 파트너인 박상천 대표 등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방증이 아닌가. 범여권 통합 논의가 ‘도로 열린우리당’이냐,‘도로 민주당’이냐의 정체성 논란에서 한발짝도 더 나가지 못했다는 말이다. 범여권이 대통합에 앞서 해야 할 일은 신당의 노선과 정체성부터 정하는 일이다. 그 바탕 위에서 범여권내 제정당 당원들의 대의를 물어 그 뜻을 좇는 게 원칙이다. 당의 간판을 바꾸고 가건물을 지어 아무나 모이라는 것은 책임정치와 거리가 멀다. 인기가 떨어진 참여정부와 책임을 나눠갖지 않겠다는 눈가림임을 국민이 먼저 안다. 소속당 당원의 의사를 묻는,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도 존중하지 않은 의원들만의 이합집산에 누가 감동하겠나.
  • [정책선거 원년으로] ‘말싸움’ 대신 공약 듣고 싶다

    서울신문은 창간 103주년을 맞아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와 공동으로 역대 대선공약을 대해부한다. 역대 대선공약 점검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쏟아져 나올 공약이 실현성이 있는지를 국민들이 판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대선평가교수단이 참여한 역대 대선 공약 대해부는 10여회의 시리즈로 나눠 싣는다. 12·19 대선을 꼭 5개월 남겨놓고 있지만 예비 후보들의 공약을 찾아보기 어렵다. 검증공방과 통합논의 과정에서 정책선거는 실종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공약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던 데 비하면 ‘공약 기근’이라는 희한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18일 “야당은 사생결단식 ‘검증 공방’을 벌이고, 범여권은 ‘대통합’만 외칠 뿐 아니라, 전·현직 대통령까지 선거판에 뛰어들어 정책이 끼어들 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김수진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회 양극화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은 이를 완화할 정책을 갈망하고 있지만 후보들은 이에 화답할 자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려대 행정학과 염재호(한국정책학회장) 교수는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제시할 마당도 펼쳐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전이 뜨거워지면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이나, 선심성 개발공약, 예산을 고려하지 않는 주먹구구식 공약들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역대 대선에서 공약 마련의 핵심역할을 맡았던 이들은 ‘공약(空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97년 대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는 “더 이상 포퓰리스트 대통령이 나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노태우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입안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현 통합민주당 의원)은 “당선을 위해 급조된 공약을 다 지키면 나라가 거덜날 것”이라고 공약(空約)의 폐해를 지적했다. 1992년 당시 민자당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황인성 전 총리는 “3∼4개월 만에 공약 최종안이 나왔다.”면서 “세금은 줄이면서 돈은 많이 쓰겠다는 억지스러운 공약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정무담당특보를 지낸 이강래 의원은 “선심성 공약은 결국 특정 이해집단을 위한 것”이라면서 “국민들도 핵심이슈나 정서를 바탕으로 투표해 정책선거는 사실상 힘들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선이 검증공방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공약 대결로 가야 하고, 매니페스토(참공약실천) 운동을 통해 공약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희대 김민전 정치학과 교수는 “목표와 우선순위, 재정조달 등을 제시한 매니페스토 운동이 절실하다.”면서 “기존 공약이 심판받기도 전에 해체와 창당을 거듭하는 이합집산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 수에 따라 나눠주는 국고보조금 배분방식을 개혁하고, 미국처럼 경선일정을 법으로 정해 경선을 둘러싼 이전투구를 막고 정책개발을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구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매니페스토(Manifesto) 라틴어의 ‘손(manus)’과 ‘치다, 빠르게 움직이다(fendere)’가 합성된 말로 책임있는 약속·계약이란 뜻이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참공약실천운동으로 풀이된다. 영국에서 시작된 매니페스토 운동이 우리나라에 발을 붙인 것은 2년 전이다. 지난해에는 지방선거 직전에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사무총장 유문종)가 발족돼 공약의 이행가능성을 짚어보고, 정책선거가 되도록 하는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 [정책선거 원년으로] 역대 대선공약 대해부

    [정책선거 원년으로] 역대 대선공약 대해부

    ■ 김형준 명지대 교수가 본 ‘대선공약’ 대공황 시기에 치러진 1932년 미국 대선은 정초선거(foundation election)의 원형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15개의 혁명적인 법안을 통과시켜 경기부양과 실업대책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가 국가재건을 위한 이러한 과감한 변혁 조치를 신속하게 취할 수 있었던 근본 이유는 간단하다. 대선 기간 동안 국민에게 약속한 국가 발전 철학과 비전이 담겨 있는 공약을 실천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정초선거는 결코 공약(空約)에 바탕을 둔 구호가 아니라, 국민을 설득시키고 나라를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는 참 공약(公約)에서 나온다. ●美루스벨트, 국가비전 공약에 담아 한국의 민주주의는 1987년 민주화운동이후 동일한 헌법에서 4차례의 대선을 치를 정도로 절차적 민주주의는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대선 공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경제전반에 대한 영향이나 재원마련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고 표만 된다면 무조건 남발하는 ‘선심성 공약’, 정부지출의 확대를 약속하면서 오히려 세금을 깎겠다는 ‘허황된 공약’, 정책을 집행할 때 생길 수 있는 효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평가가 배제된 ‘한 줄짜리 부실공약’ 등이 한국 대선판을 요란하게 장식했다.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은 유권자의 선택 기준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선거가 끝나면 애물단지가 되거나 금방 잊혀버리는 소모품으로 전락했다. 안정된 정당체계 속에서 정당들이 공약 개발에 치중하기보다는 기존 정당을 깨고 신당을 만드는 이합집산에만 매몰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념과 노선이 다른 정당과 후보들이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무모한 ‘한탕주의식 선거연합’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는 정책보다 지역과 인물에 의해 지배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2007년 대선에서 그동안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선거가 실종되는 위기를 넘어, 어렵게 쌓아올린 선거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퇴보하는 불행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선거가 5개월밖에 남지 않았는 데도 이른바 범여권은 ‘대통합 신당창당’ 타령만 하고 있고, 대선 후보 윤곽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민주성장 불구 허황된 공약 남발 야당인 한나라당 경선은 ‘상생, 정책, 공정’이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정책공약에 대한 진솔한 검증은 없다. 금도가 실종된 상대방 죽이기식 네거티브 공방에만 매몰되어 있다. 정책은 없고 네거티브만이 판을 치는 진흙탕 선거에서는 포퓰리즘에 입각한 선심성 깜짝 공약이 부상되게 마련이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이러한 기우가 현실화될 개연성이 크다. 과거에는 보통 대선 7개월 전에 후보를 선출해서 공약을 준비했지만 부실 덩어리였다. 하물며 선거를 2∼4개월 남기고 선출된 후보들이 내실 있는 공약을 제시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하다. ●정책선거가 민주발전 지름길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를 정립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후보자와 정당이 목표, 우선순위, 절차, 기한, 재원 등 매니페스토 요건을 갖춘 공약만을 제시하도록 하고, 이를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절차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언론의 사명·역할과도 부합된다. 언론은 선거 결과보다는 선거 과정을 아름답게 하고,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 역대 대선공약 탄생의 비화 서울신문 취재팀은 역대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만든 핵심 브레인을 인터뷰해 공약이 나오기까지의 숨은 얘기를 들어봤다. ●친구들과 주고받은 농담이 공약으로 “뭘 그리 고민해. 일단 뽑아달라고 하고, 국민들이 일 못한다고 하면 그만둔다고 해.” 술자리에서 툭 던진 친구의 농담이 귓속을 파고 들었다.1987년 노태우 후보의 선거팀 ‘한가람기획’에서 일하던 전병민(현 한국정책연구원 고문)씨는 여기서 ‘중간평가’ 아이디어를 얻었다. 서울대 법대 교수 두 명에게 전화를 걸었다.“헌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맥이 풀렸다. 잠을 청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교수 중 한 명이 “헌법적으로는 안 되지만 정치적으로는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동이 트자마자 기획안을 만들어 당시 민정당 정세분석실장이었던 최병렬 의원에게 넘겼다.1987년 10월30일의 일이다. 노태우 후보는 선거 1주일 전 여의도 ‘100만명 집회’에서 중간평가 공약을 불쑥 내놨다.36.7%의 득표율로 아슬아슬하게 당선된 노태우 대통령은 ‘중간평가’ 공약으로 톡톡히 곤욕을 치른다. 전병민씨는 ‘중간평가대책단장’을 맡은 박철언씨를 비롯한 참모들에게 두고두고 욕을 먹어야 했다. 전병민 고문은 “박철언 주도의 3당합당이 성사되고,DJ의 20억원 수수설이 불거지면서 중간평가 논란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우리가 남이가”에 한 숨 돌린 YS 1992년 민자당 김영삼 대통령 후보는 검증된 ‘선거 기술자들’인 전병민 임팩트 코리아 대표와 최병렬 의원을 선거 캠프에 기용했다.YS 선거기획팀인 ‘동숭동팀’의 전병민씨는 “정주영 국민당 후보는 ‘주책없는 할아버지’로 몰아 세웠고,DJ와는 지역대결로 승부했다.”고 전했다. 대선 직전에 터진 ‘초원복집’ 사건은 YS 캠프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시장 등 지역기관장을 부산의 음식점 초원복집으로 불러 가진 대선 대책회의 내용이 정주영 후보 측의 도청으로 공개된 것이다. 최병렬 당시 선거대책위 기획위원장은 “유세를 마치고 돌아온 YS가 고래고래 소리치며 김기춘 장관을 욕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전했다. 그는 YS를 63빌딩으로 데려가 “결코 불리한 사건이 아닙니다. 두고 보십시오.”라고 위로했다.YS도 빙그레 웃었다. 다음날부터 경상도 민심은 ‘우리가 남이가’로 모아졌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부터 검토됐던 금융실명제는 YS의 단독 작품이었다. 황인성 전 총리는 “대통령에게 ‘언제 하실 겁니까.’라고 물으면 ‘하긴 합니다.’라는 대답만 했다.”고 회고했다. ●문구까지 감수한 ‘꼼꼼한 DJ’ 1997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대선 후보의 ‘준비된 대통령’론은 빈말이 아니었다.DJ는 1971년 처음 대선에 나간 이후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꼼꼼히 기록해 놓았다.DJ의 측근인 고재득 통합민주당 사무총장은 “DJ는 공약집 문장의 조사와 부사까지 바로잡고,500여개의 세부공약을 빠짐없이 외울 정도였다.”고 말했다.DJ는 전자정부 실현, 정보통신벤처기업 1만개 육성 등 정보통신국가로의 리모델링을 강조했다. 당시 정무담당특보였던 이강래 의원은 “IT강국은 DJ의 오랜 신념이었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이었던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는 “당시 세종대 재단이사장이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제안해 왔으나, 토목사업보다는 IT 육성이 더 시대에 맞는다고 판단해 공약으로 채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로드맵’속에서 길 잃은 참여정부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가장 중점을 뒀던 것은 ‘행정수도 이전’. 김병준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은 “‘균형발전’이라는 대통령의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공약 구상 단계에서는 깊은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브레인들은 ‘평화번영의 동북아시대’라는 공약에 무게를 뒀고,FTA의 대상을 아세안 국가나 일본으로 한정했으나 2005년 8월 갑자기 한·미 FTA가 핵심 정책으로 대두됐다고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전한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나 정 전 비서관 등 초기 브레인들이 청와대를 떠난 것도 이 즈음의 일이다. 이창구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 [본지-KSDC 공동여론조사] 여론조사 총평

    여름이 유난히도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아직도 대선 후보군이 가시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아직 범여권(반 한나라당) 진영에서는 정당들이 이합집산을 하며 자칭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태이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도 유력후보들이 검증 논란에 휩싸여 경선의 핵심인 정책 공방이 죽어 있는 상태이다. 선거를 바로 앞에 두고도 한 치 앞도 예견할 수 없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이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든다. 여권의 유력주자군이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 사이의 검증을 둘러싼 이전투구의 모습은 소위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야 성향의 유권자들을 매우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정권연장을 희망하는 여 성향의 유권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반한나라당의 기치 속에서 과연 후보단일화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 정치적 지분확보를 위한 경쟁 속에서 정당들의 통합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을지 아직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결과 한나라당 빅2 간의 지지도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검증공방이 시작되기 전에 비해 지지율 격차가 10% 정도 좁혀졌다. 검증의 초점이 아직 이명박 후보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가 검증과정에서 살아 남고 검증의 칼날이 박근혜 후보에게 집중될 때 지지율이 어떻게 변화할는지에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범여권 후보 군에서는 손학규 전 지사의 지지율이 29%를 상회함으로써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손 전 지사의 지지계층은 이념적으로 중도와 진보에서 두껍게 나타나고 있다. 유권자 중 가장 많은 분포를 가지고 있는 중도층에서 손 전 지사가 선전하고 있음은 손 전 지사의 범여권 내 경쟁력이 매우 견고함을 시사해 준다. 그러나 향후 호남유권자들의 정치적 향배와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 등 많은 변수들이 손 전 지사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경제를 살려 달라는 것이다. 소수의 기타 응답자와 무응답자를 제외하면, 경제, 사회, 정치외교 세 분야 중에서 무려 82%의 유권자가 경제분야를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민주주의의 공고화 과정에 있는 많은 나라들에서 유권자들이 경제분야에 민감해져 간다는 기존 연구결과들과 일치하는 결과이다. 아무튼 여야를 막론하고 현실성 있는 경제정책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고는 대통령선거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론적으로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는 발전해 간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선거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권이 선거과정에서 벌이는 무자비한 이전투구, 정치지분 챙기기, 만성적 병폐인 지역주의의 활용, 정당들의 이합집산 등이 아직 선거판에서 유효한 전술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경쟁을 통해 여야의 이념과 정책이 보다 세련화되어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조금 더 나은 선진정치를 구현하는 것이 아닌가? 선진정치를 주장하는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 [사설] 제헌절에 생각하는 헌법 존중

    오늘 제59돌 제헌절을 맞아 대한민국에서 헌법정신이 존중되고 있는지 되물어 본다. 대통령은 헌법수호라는 최우선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 어지러운 선거 국면에서 대선주자들은 헌법정신의 구현에 모범을 보이고 있는가. 일반 국민들은 헌법질서를 잘 지키고 있는가.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답변을 할 수 없음을 우리는 함께 부끄러워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초로 탄핵소추를 당한 대통령이었다. 헌재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은 탄핵소추의 정당성 논란을 떠나 법을 무시하는 듯한 노 대통령의 언행은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통령의 대선 중립을 요구한 선거법이 옳지 않다면서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권위를 흔들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법치주의에 대항해서는 안 된다. 법률에 의한 통치와 행정이라는 헌법의 기본이념은 임기 막바지까지 지켜져야 한다. 대선을 앞둔 정치판 역시 헌법정신이 실종되고 있다. 범여권의 이합집산은 헌법이 추구하는 정당정치·책임정치를 뿌리째 흔들면서 우리 민주주의에 경고음을 울린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과도한 네거티브전은 온갖 탈·불법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은 대선 간여 의혹을 받고 있다. 사회·노동 분야에서 불법 시위와 파업 역시 끊이지 않는다. 법을 지켜봐야 도리어 손해라는 인식이 아직 사회 밑바닥에 팽배하다. 한국의 법치주의를 언제까지 후진상태에 머물게 할 것인가. 이번 제헌절을 대통령, 정치인, 일반 국민들이 헌법질서를 존중하겠다는 확고한 자각을 갖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 한반도 주변상황이 급변할 조짐을 보일수록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헌법정신이 강조되어야 한다. 이제 과거와 같이 독재자에 의해 헌법이 무참하게 침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음 정권에서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주권자인 국민들의 총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李·朴의 오류와 한계

    등대는 일관되게 직선의 빛을 비춘다. 비바람을 뚫고 선박이 가야 할 길을 항상 뚜렷하게 제시한다. 정당의 정체성과 가치도 등대와 다르지 않다. 정책과 이념 중심의 정당 구조가 자리잡아야 각계 각층의 갈등과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사회 통합을 견인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당의 존폐를 이합집산의 흥정거리 정도로 여기는 일부 정파와 상대 후보나 현 정권을 물고 늘어져 반사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는 일부 세력은 우리 정당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앞으로 한달 남짓한 기간은 우리 정당 정치에 그래도 희망이 남아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듯하다. 한나라당은 오는 19일 후보 검증청문회에 이어 22일 제주를 시작으로 다음달 17일 서울까지 전국 순회 합동연설회와 TV토론회를 갖는다. 범여권의 로드맵은 오리무중이다. 열린우리당내 친노파와 탈당파, 통합민주당내 대통합파와 친노 배제파, 손학규 진영, 시민사회세력 등 6개 그룹이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제3지대 선취경쟁’에 빠져 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달 14일 도라산역에서 시작한 순회 토론회를 22일 서울에서 마무리짓는다. 민주노동당의 토론회나 한나라당의 정책 검증이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은 ‘이명박-박근혜’,‘노무현-이명박’의 정략적 대립구도와 네거티브 선거전략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한나라당의 전방위적 검증 무대가 이같은 기류를 심화시킬지, 정책 선거의 불씨를 되살릴지는 예단키 어렵다. 대선 정국을 주도하는 ‘노(盧)·이(李)·박(朴)’의 상호 역학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지난주 ‘종부세·지방세 통합’을 골자로 하는 조세정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청와대가 강력 반박한 것도 향후 흐름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참여정부의 성과를 지키려는 노 대통령과 반노(反盧)진영을 대표하려는 이 후보의 대립전선은 검증과 토론 과정에서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이 후보는 당내 지지층을 다잡고 반노 여론의 지지를 확장할 수 있는 부수 효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이 후보처럼 노 대통령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지역성·정체성의 한계를 지닌 박 후보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분석했다.박 후보는 이 후보가 ‘검증 악재’속에서도 30%대의 지지율로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할 처지다. 박 후보의 지난 11일 고(故)장준하 선생 유족 방문에서도 이같은 고민이 엿보인다. 선친의 이미지나 이념적 완고성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면 호남과 수도권에 쉽사리 다가갈 수 없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정치컨설턴트인 박성민 민기획 대표가 “이 후보는 ‘오류’ 때문에 고전하지만, 박 후보는 ‘한계’ 때문에 추월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후보가 검증과 토론 과정에서 네거티브 전략을 고수할지, 이슈 중심의 포지티브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울지 주목되는 이유다. 검풍(檢風)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이 후보의 X파일 공방이 정책 검증의 취지를 흐렸다면,X파일의 유통경로나 그 실체는 검증의 본질을 뒤덮을 정도로 파괴력이 클 수 있다.범여권 후보들까지 검증 국면에 뛰어드는 단계에 이르면 네거티브 검증으로 차별성과 반사이익을 꾀하겠다는 전략 자체가 힘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도 시사적이다.ckpark@seoul.co.kr
  • [씨줄날줄] 전여옥의 변신/구본영 논설위원

    오폭(誤爆) 혹은 오인 사격은 영어로 ‘friendly fire’라는 재미난 표현으로 번역된다. 적이 아닌, 친구를 쏜다는 얘기다. 오폭은 실제 전장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여론조사 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의 이명박·박근혜 두 유력 대선주자 진영 간에도 후보검증을 빌미로 총질이 한창이다. 대선고지가 눈앞이라는 ‘착각’ 때문인지 한솥밥을 먹는 아군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이처럼 오인 사격이 난무하는 한나라당 ‘내전 무대’에 여전사격인 전여옥 의원이 다시 등장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던 그녀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에 합류하면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녀의 선택을 놓고 ‘소신과 배신’으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단 얘기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낯익은 광고 카피가 유독 그녀에게만 무색한 까닭은 뭘까. 아마 의리를 중시하는 우리네 문화를 거스른 듯한 선택이란 점이 한 요인일 게다. 대변인 시절 그녀는 박 전 대표를 위한 ‘심기 보필’을 마다하지 않는 로열티를 보여 줬다. 박 전 대표를 공격하는 같은 당 동료의원들을 ‘뺑덕 어미’에 비유, 오버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 연말 펴낸 저서 ‘폭풍전야’에서 의리를 저버리는 정치 행태에 혐오감을 드러냈었다. 범여권 한 대권주자의 정치 스타일을 가리켜 “저를 낳아준 어미 배를 가르고 나오는 살모사를 닮았다.”는 독설과 함께. 이런 부담 탓인지 전 의원은 “지금은 경제살리기와 정권교체가 시대정신”이라며 이 캠프 선택이 소신임을 애써 강조했다.‘박근혜 저격수’역 같은 오폭을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박 캠프는 배신감으로 부글부글 끓는 기류다.“지역구 챙기려고 그러느냐.”,“어찌 사람으로서 그럴 수 있나.”는 등 볼멘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이합집산이 일상화된 정치판에서 그녀의 변신을 일률적 잣대로 평가하기는 성급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한나라당의 8월 경선과 연말 대선에서 보여줄 그녀의 행보를 지켜 봐야 진의가 드러날 것이란 뜻이다. 그녀가 자신의 저서에서 밝혔듯이 정치인의 분장 안한 ‘쌩얼’은 꾸준히 지켜 봐야 볼 수 있기에…. 구본영논설위원 kby7@seoul.co.kr
  • [서울광장] 정당명 ‘反한나라당’ /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당명 ‘反한나라당’ /진경호 논설위원

    웬만한 중·장년층은 다 알 만한 전직 베테랑 경찰관이 수년 전 사석에서 했다는 말이다.“수십년 경찰 하면서 보니까 성폭행 사건의 70∼80%는 피해여성에게도 책임이 있더라고….” 맞아 죽을 각오를 했는지는 몰라도, 맞아 죽기 딱 좋은 말임에 틀림없다. 옷차림이 야하고, 행동거지가 흐트러졌더라도 법적으로든 도덕적으로든 그것이 피해자의 귀책사유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정치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라고 했나. 어느 현자의 말씀인지는 몰라도 이 베테랑 경찰관의 말에다 갖다 붙이면 곧바로 심사가 뒤틀린다. 로봇 태권V도 아니건만 분리와 합체, 변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범여권의 그 현란한 이합집산이 지금 우리 국민의 책임이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그런가. 정말 우리가 대선 문턱에서 벌어지는 정당사 초유의 정당세탁을 군말 없이 지켜봐야 할 수준인가.100년 정당을 다짐한 집권여당이 40전40패라는 굴욕의 재·보선 성적표를 거머쥔 것도, 그런 정당에서 죽을 수는 없다며 뛰쳐나가서는 외려 통합을 외치고 다니는 것도, 다 수준 낮은 우리 국민들의 업인가. 국정운영 좀 잘하라고 선거 때 회초리를 든 죄밖에 없는 국민이다. 멀쩡한 집권여당을 허물고 신장개업에 나서면서 ‘어쩌겠느냐, 이게 다 국민들이 등 돌린 때문 아니냐.’라고 한다면 억울하다. 거의 매일 TV에 비치는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표정은 진지하다 못해 비장하다. 저마다 반(反)한나라당 연대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얼굴들이다. 한데 사실 그 사명은 이미 10년 전에 완수됐다.DJP연대라는 ‘반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했고,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라는 두번째 ‘반한나라당’으로 재집권도 했다. 정 삼세번 ‘반한나라당’으로 대선을 맞고 싶다면 민주당을 깨지 말았거나, 열린우리당을 놔두고 민주당을 끌어안았으면 될 일이다. 후보중심 통합이라는 어설픈 조령모개의 둔갑술을 펼쳐 보일 이유가 없었다는 말이다.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한명숙, 김혁규, 천정배씨 등 대선주자 6명이 모여 단일정당·단일후보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코미디에 가깝다. 대체 누구에게 무슨 권한을 받았는가. 지지율 2∼3%에 그런 자격이 들어있는가. 열린우리당원인 이해찬·한명숙·김혁규씨는 당으로부터 권한을 수임받았는가. 기간당원의 정당이 언제부터 이들 후보 중심의 정당이 됐나. 단일정당 운운할 작정이었으면 정동영·천정배씨는 왜 탈당했는가. 노무현 이후의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내팽개치는 처지에 민주세력 대연합을 외치는 것은 자기모순을 넘어 민주화 운동에 대한 모욕에 가깝다. 시대가 변했고, 한나라당이 변했고, 국민은 한나라당 그 이상을 원한다. 언제까지 ‘반한나라당’만 짓고 허물 셈인가. 국민 수준을 왜 10년 전에 묶어 두려 하는가. 대통합의 불쏘시개를 자임한 김근태 의원은 3년여 전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책을 낸 바 있다. 청소년들에게 정당정치와 의회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들려주는, 좋은 책이다. 그의 주술대로 두꺼비는 17대 총선에서 과반의석의 널찍한 새집을 선사했다. 한데 지금 또 두꺼비를 찾는다. 또 새집을 달란다. 구호는 낡았고, 행태는 퇴행적이다. 누가 수구적인가. 한나라당인가. 몇 권이 팔렸든 김 의원께서는 책을 좀 거둬들였으면 좋겠다. 아이들마저 책은 그저 책일 뿐이라고 말한다면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사설] 국민 우습게 보는 범여의 ‘묻지마’ 출마

    범여권 인사들의 대선 출마선언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그제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참여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한명숙 의원과, 김혁규·신기남·김원웅 의원, 천정배 전 법무·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등이 이미 출사표를 올렸거나 의사를 비친 상태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민주당 김영환·추미애 전 의원, 출마를 저울질 중인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만 20여명선이다. 원론적으로 대선 출마는 피선거권을 지닌 개인의 권리이기에 탓할 수만 없다. 하지만 작금의 범여권 후보 난립은 도가 지나치다는 게 문제다. 열린우리당 스스로 이대로는 전국순회 유세나 TV 토론 등 경선절차를 밟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자인하고 있을 정도다. 대선을 6개월도 안 남겨놓은 상황에서 이는 우선 국민에게 도리가 아니다. 이미 범여권은 탈당과 이합집산 과정에서 책임정치를 팽개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터다. 정체성 차이도 없는 고만고만한 후보들이 ‘나요, 나’라고 나서는 일은 유권자의 선택만 어렵게 할 뿐이다. 여론조사상 지지율이 1%에도 못 미치는 후보들의 ‘묻지마 출마’에 깔린 정치적 복선은 더 심각한 문제다. 출마선언만으로 범여권 통합과정에서 지분을 챙기려 든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내년 총선에 앞서 이름과 얼굴을 팔아보자는 뜻이라면 정치판을 아예 희화화하는 일일 것이다. 까닭에 우리는 범여권 스스로 후보난립을 여과하는 메커니즘을 찾기를 당부한다. 각 정당내 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를 가동하든, 범여권 주자 연석회의를 통해서든 교통정리를 하란 얘기다. 물론 이에 앞서 국민을 감동시킬 비전도, 당선가능성에 대한 확신도 없는 범여권 예비후보라면 출마의사를 스스로 접는 게 옳다고 본다.
  • 유시민 “나도 대선출마 권리있는 국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실상 대선 출마의지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장관은 지난달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정당 발전과 정치발전, 나아가 국가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출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글에서 “나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권리를 지닌 선량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서 “지지자들과 토론하고, 존경하는 분들과 상의해서 어느 시점에 스스로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른 누군가를 위한 자원봉사를 하는 일부터 직접 후보로 나서는 것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판단을 내리기에 적절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더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대선을 앞둔 범여권의 이합집산을 의식한 듯 “눈앞에 닥친 선거에서의 유·불리만을 기준으로 선택한다면 그것은 하루살이 정치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유 전 장관이 대선주자 출발선에 서게 되면 범여권 통합구도의 변화는 물론 친노진영의 후보 재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측근은 “유 전 장관은 세력과 계층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개인 판단과 상관없이 나설 수밖에 없다.”며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이와 관련, 유 전 장관의 지지모임인 참여시민광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에서 개소식을 가졌다. 한 참석자는 사무실 임대료 2000여만원을 모금한 결과 하루 만에 걷혔다고 전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대선 올인 자제하고 민생법 처리하라

    밤낮을 가리지 않는 대선 공방에 민생 현안이 몽땅 파묻힌 지 오래다. 대체 국회가 열려 있기는 한 것인지, 민생법안 처리는 어떻게 돼 가는지, 법안들을 챙기는 국회의원들은 있기나 한지 의문이다. 어제 노무현 대통령도 담화를 내고 민생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촉구했다. 법안 처리가 지연된 책임을 한나라당에 떠넘긴 노 대통령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민생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고 하겠다. 지금 국회엔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로스쿨법·임대주택법·사회보험료통합법 등 시급한 법안이 쌓여 있다. 국민연금 개혁은 처리가 하루만 늦어져도 잠재부채가 800억원 늘어난다. 임대주택법도 지금 처리하지 않으면 내년 5000가구 건설이 불투명해진다.4대 사회보험을 통합·징수하기 위한 사회보험료통합법 역시 빨리 처리할수록 비용이 절감된다. 주요 대학들이 2000억원 넘게 시설 투자를 한 로스쿨 관련법안도 발등의 불이다. 어느 시점까지 처리하기만 하면 되는 현안들이 아니다. 하루라도 늦어질수록 국민 손해가 가중되는 사안들인 것이다. 네탓 내탓을 할 때가 아니다. 책임으로 따지면 과반의석을 스스로 깨버린 범여권의 책임이, 사학법 재개정에 목을 맨 한나라당 못지않다고 할 것이다. 노 대통령도 생중계되는 TV에다 대고 한나라당을 탓하기 전에 공무원 중립의무까지 어겨가면서 대선을 과열로 이끈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대선 일정상 이번 임시국회를 넘기면 민생현안 처리는 현 정부 임기 안에 어렵게 된다. 한나라당 등 각당에 촉구한다. 검증 공방과 이합집산에 쏟아붓는 노력의 십분의 일만이라도 민생법안 처리에 기울여라. 정권만 잡으면 국민을 위해 어찌어찌 하겠노라 외치지 말고 지금 당장 민생을 위한 행동에 나서라. 회기내 처리에 힘쓰되, 여의치 않으면 7월 국회라도 열어 민생현안을 꼭 정리해야 한다.
  • 한나라 “통합민주당은 배신 정치인들 집합체”

    한나라 “통합민주당은 배신 정치인들 집합체”

    정치권은 27일 출범한 중도통합민주당에 대해 일제히 비판했다.‘유감’,‘야합’,‘잡탕’이라는 말을 쏟아내며 전방위 공격에 나섰다. 열린우리당은 ‘경고’와 ‘권고’로 응수했다. 윤호중 대변인은 “이들의 통합은 기득권 나눠먹기를 위한 분열적 소통합”이라면서 “대통합 대의를 저버리고 강행한 중도통합민주당의 탄생은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 만큼 소통합에 머물지 말고 대통합을 향해 나와주길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원혜영 최고위원은 “소통합은 이적행위”라면서 “김한길 대표와 박상천 대표는 합당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즉시 대통합 추진을 선언하고 대권주자연석회의와 국민경선추진협의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열린우리당이 다음달 탈당파 의원들을 비롯, 시민사회세력과 함께 신당을 창당키로 했지만 호남을 대표하는 세력이 빠진 상태로는 중통합에 그칠 공산이 큰 데다, 이 경우 ‘도로 우리당’이라는 비판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3자회동을 갖고 7월 중순까지 신당을 창당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주자 연석회의도 동시 병행키로 결의했다. 우상호 의원은 “대통합은 시대의 대의이고 국민 여망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범민주개혁 세력까지 아우르는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회동 취지를 설명했다. 대선주자 연석회의를 거듭 강조한 것은 이들이 출범하더라도 유력한 대선후보가 없는 ‘불임정당’임을 들어 소통합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한국 정당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이합집산”이라면서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 모두 배신 정치인들의 집합체”라고 비판했다. 박계동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번 소통합은 대통합 진행과정의 어려움을 보여준다.”면서 “범여권의 대통합론은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책임정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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