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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WHAT] 시간여행·생각읽기… 인간들 ‘신의 영역’을 넘보다

    [WHO&WHAT] 시간여행·생각읽기… 인간들 ‘신의 영역’을 넘보다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기계를 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는 자동차를, 누군가는 컴퓨터를 얘기할 수도 있고, 어떤 주부는 전자레인지나 진공청소기를 먼저 꺼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인류가 ‘생각해 낸’ 최고의 기계를 꼽는다면 후보는 좁혀진다. 이미 현실화된 기계는 당연히 제외된다.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더 많은 기대가 걸려 있다. 여기 실제로 만들어진다면 ‘신의 영역’에 이르렀다고 선언할 수 있을 만한 두 개의 기계가 있다. 미래의 일을 먼저 볼 수 있거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타임머신. 그리고 남의 생각이나 꿈을 읽을 수 있는 드림머신(혹은 드림스캐너)이다. 유사 이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해 온 이 기계들이 2011년 올해, 그것도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화제로 떠올랐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던 과학의 상식이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식을 깨는 것’에서 어느 새 ‘가설과 상식을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현실에 안주해 온 과학계가 뿌리째 흔들릴 만한 일이다. ■ 과학상식 위협하는 ‘타임머신’ ‘과거나 미래로의 여행’이라는 누구나 한번쯤 상상했을 법한 호기심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것은 ‘공상과학(SF)의 아버지’로 불리는 허버트 조지 웰스가 1895년 소설 ‘타임머신’을 출간하면서부터다. 웰스는 소설에서 빛보다 빠른 회전운동을 일으키는 ‘타임머신’을 4차원 공간의 시간축 방향으로 밀어 미래로 움직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후 ‘터미네이터’ ‘12몽키즈’ ‘백 투 더 퓨처’ 등 수많은 영화와 소설, 만화에서 타임머신이 등장해 이야기의 중심을 이뤘다. 하지만 그 후 100년이 훌쩍 넘은 지금껏 타임머신은 상상 속에 갇혀 있다. 실제 타임머신을 만들려는 시도도, 결과물도 알려진 바 없다. 우선 논리적인 문제가 있다.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은 시간을 거스르는 순간, 곧바로 기계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또 과거에 자신의 조상을 만나거나, 인과관계가 있는 물건에 손을 대면 그 후의 모든 일이 바뀌어 현재에 타임머신을 만드는 상황이 재현되지 않는다. 미래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에 생길 일을 알아 과거에 전달하면 그 미래는 재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와 원인이 뒤엉키는 상황은 철학이나 논리의 영역에서조차 설명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만화 ‘드래곤볼’에서 ‘수많은 미래와 과거와 존재하고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는, 필요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논리가 등장하는 것도 이 같은 모순을 피하기 위한 장치다. 현존하는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는 스티븐 호킹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 역시 이 같은 논리를 내세워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타임머신의 발명이 가능하다면 언젠가 만들어질 것이고, 그 타임머신을 타고 나타난 시간 여행객들이 주위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타임머신이 불가능하다는 증거”라는 것이 호킹의 논리다. 과학의 영역에서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타임머신에 대한 과학적 상상이 불가능하도록 족쇄를 채워 놓았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빛의 속도 또는 그 이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기본적인 전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이나 장치 중 어떤 것도 빛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하고, 결국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빛의 속도에 가깝거나 이보다 빠른 물질이 존재한다면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구체화하면 초속 29만 9900㎞로 날아가는 우주선의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지구상의 50분의1에 불과하고, 1년을 우주에서 여행하면 50년 후의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영화 ‘혹성탈출’에서 주인공 일행이 우주선을 타고 여행한 후 원숭이들이 지배하는 미래의 지구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원리다. ‘현대 물리학의 진리’로 불리는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그 위에 서 있는 타임머신이 역사상 가장 큰 도전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뉴트리노)를 발견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간단한 발표를 놓고 물리학계에는 흥분과 패닉이 공존하고 있다. 아직까지 성격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중성미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다는 성급한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번 사태가 ‘실험 오류’로 밝혀지기를 바라는 눈치다.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수십만명의 물리학자들이 아인슈타인의 이론 위에서 하나씩 벗겨 온 우주와 자연의 신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이들에겐 ‘추구해 온 삶의 의미’를 부인하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타인의 생각 읽는 ‘드림머신’ 시간여행을 하는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 분)에 비해 남의 꿈을 훔치는 영화 ‘인셉션’의 주인공 돔 코브(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분)는 훨씬 더 현실에 가까이 다가왔다. 의학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게재된 잭 갤런트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기계를 통해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을 그대로 화면에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직접 그 사람의 두뇌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심장의 움직임이나 맥박 등을 통해 사람의 진실을 측정하는 ‘거짓말탐지기’와는 차원이 다른 실험이 성공한 셈이다. 당초 갤런트 박사가 연구를 시작한 목적은 뇌졸중이나 언어장애 등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의사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갤런트 박사는 여러 명의 피실험자들이 영화를 보는 동안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기계를 통해 꾸준히 그들의 두뇌를 스캔했다.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는 상태에서 화면에 집중해야 하는 한계가 있기는 했지만 실제 영화에서 나타난 인물이나 동물 등의 장면이 2시간 후 피실험자들의 두뇌를 스캔한 화면에 나타났다. 이렇게 재구성된 영상은 조잡한 모습으로 형태와 움직임을 흐릿하게 흉내내는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영화와 비교하면 어느 장면을 피실험자들이 보고 있는지, 또는 생각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재구성한 영상만으로 영화 주인공이 ‘스티브 마틴’이라는 점을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영화인지를 알면 장면을 찾아내는 것은 가능했다. 연구팀은 fMRI의 기능을 개선하면 사람들의 실제 생각을 그대로 읽어 내거나 저장하는 일도 가능하고 꿈 속의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실험은 갤런트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의 두뇌활동을 분석한 fMRI 자료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어떤 장면이나 자극에 두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를 알고 있으면 결국 그 사람의 두뇌 움직임을 통해 장면이나 자극을 거꾸로 추측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아직까지 극히 일부만이 알려져 있는 두뇌 활동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정확한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왜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했을까.’ ‘행동의 동기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정신분석학자와 심리학자의 역할을 과학이 대신할 날이 머지않았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가 밝힌 유전자의 비밀 [WHO&WHAT] 아쉽게 놓친 노벨상’가상 수기’ 공모해보니[WHO&WHAT] 시간여행·생각읽기…인간들, ‘신의 영역’을 넘보다
  • 정헌 국립 모스크바대 교수 첫 주한 러 명예총영사에

    정헌 국립 모스크바대 교수 첫 주한 러 명예총영사에

    러시아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주한 명예총영사를 임명해 화제가 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정헌(54) 국립 모스크바대 교수를 주한 명예총영사로 임명하고 오는 27일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정식 취임식을 갖기로 했다고 외교소식통들이 25일 전했다. 러시아가 명예총영사라는 직책을 신설해 한국인을 임명한 것은 1884년 조·러 통상우호조약 체결 이후 127년 만에 처음이다. 정 명예총영사의 관할 구역은 인천시로 송도신도시에 명예총영사관을 개관할 예정이지만, 관할 구역에 구애받지 않고 양국 간 교류 확대를 위한 다양한 교섭 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출신으로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옛 소련 시사주간지 노보예브레먀의 서울 특파원과 지국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국립 모스크바대로 유학을 가 언론학 석사와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1년 한국인 최초로 국립 모스크바대 정치학 교수로 임명됐다. 러시아 최고의 지한파인 비탈리 이그나텐코 이타르타스 통신사 회장,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그룹의 문화예술계 대표 격인 아나톨리 익사노프 볼쇼이극장 사장, 정보기술(IT)업계 선두 주자인 라니트그룹의 겐스 회장 등과도 20년 지기라고 한다. 지난해 인천시립박물관이 보관해오던 러시아 해군의 혼이자 상징인 ‘바랴크’ 함대기를 러시아 측에 장기 임대하는 과정에서 막후 역할을 담당해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기도 했다. 정 명예총영사는 “한국에 러시아는 정말 중요한 이웃으로, 기술 강국에 자원 부국인 러시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면서 “잘못 각인된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고 진정한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WHO&WHAT] 올 110주년 맞는 노벨상 ‘가상 수기’ 공모전

    [WHO&WHAT] 올 110주년 맞는 노벨상 ‘가상 수기’ 공모전

    “전 세계의 관심이 노르웨이와 스웨덴으로 모이는 ‘북유럽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1901년 제정돼 올해로 110주년을 맞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10월 3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됩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상을 발 아래 둔 바로 그 상입니다. 오죽하면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이고, 프리츠커상은 ‘건축의 노벨상’이라고 불리겠습니까. 매년 10여명씩, 800명이 넘는 사람과 단체에 수여됐지만 아직도 단 한 개를 받지 못해 속을 태우는 나라가 대다수입니다. 왜 모두들 노벨상에 목을 매고 염원하는 걸까요. 18k 금을 순금으로 도금한 메달과 1인당 평균 5억원씩 돌아가는 상금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겠지요. 노벨상의 영광 뒤에 숨겨진 사연을 보내 주세요. 상금이나 시상식은 없습니다. 대신 마음 속에 꾹꾹 담아 왔던 얘기들을 널리 알려드립니다.” 서울신문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2011 노벨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노벨상 수기 공모전’을 열기로 했다. 10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온 노벨상에 얽힌 수많은 사연들이 세계 곳곳에서 답지했다. 눈에 띄는 작품 중에서 1위부터 3위까지와 특별상을 선정했다. 수기 한편, 한편을 읽으면서 노벨상 수상자들에게는 살아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인류사에 이름을 남기는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이 위대한 상이 모두에게 즐거운 기억만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마음 깊이 새길 수 있었다. [금메달] 이브 퀴리(1904~2007) “부모·남편·언니 모두 노벨상… 종군 기자로 엄친딸 극복했죠” ‘엄친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존경받는 집안에서 홀로 다른 재능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엄친딸 수백명이 주위에 있는 것만큼 이상한, 미운 오리새끼가 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제 아버지는 피에르 퀴리(1903년 노벨물리학상), 어머니는 마리 퀴리(1903년 물리학상, 1911년 화학상)입니다. 제 언니 이렌과 형부 프레데리크 졸리오 퀴리도 1935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저는 제게 없는 과학적 재능 대신 책을 쓰고 세상을 돌아다니는 길을 택했죠. 어머니의 전기를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2차 세계 대전 때는 종군 특파원으로 리비아, 러시아, 미얀마, 중국 등을 돌아다녔습니다. 국제기구 활동을 하던 중 미국의 외교관 헨리 리처드슨 라부이스 주니어를 만나 결혼했죠. 남편도 1965년 유니세프 대표로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제 가족의 진정한 영예는 노벨상이 아닙니다. 방사선에 노출되면서도 인류를 위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던 어머니, 막대한 가치를 가진 기술의 특허를 일부러 출원하지 않은 아버지의 인류애가 제 핏속에 흐른다는 것에 무엇보다 행복함을 느낍니다. 6개의 노벨상을 수상한 퀴리 가문이 인류사에 공헌한 가치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연구에 바빠 노벨상 수상식에도 참여하지 않은 마리 퀴리의 모습에서 그들이 얼마나 부와 명예를 초월한 존재였는지 알 수 있다. 가문에서 유일하게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지만, 전쟁을 막기 위해 전쟁터를 누빈 평화주의자이면서 국제기구 활동에 앞장섰던 ‘영원한 프랑스의 연인’ 이브 퀴리에게 금메달을 수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사료된다. [은메달] 장 폴 사르트르(1905~1980) “수상 거부 진정한 이유?… 질투 아닌 자유”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상이라는 노벨상의 대전제는 틀렸다. 왜냐? 196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한 내가 그 증거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쓴 책에 ‘장 폴 사르트르’라고 쓰여있는 것과 ‘노벨문학상 수상자 장 폴 사르트르’라고 쓰여있는 것은 읽는 독자 입장에서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내 독자들을 ‘바람직하지 않은’ 압력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노벨상 선정자 발표에서 나를 나타내는 대명사로 쓰인 ‘자유’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들이 생각하는 자유란 ‘최소한 한 켤레 이상의 신을 가지고, 굶주리지 않는 자유’에 불과하다. 노벨상은 문학적인 영예에 거액의 상금을 줌으로써 수상자들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어주고 있다. 난 내 모든 친구들이 공유하고 있는 원칙을 버릴 수 없다는 생각에서 수상을 거부한 것이다. 호사가들이 퍼뜨리는 이상한 소문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겠다. 나는 결단코 내 필생의 라이벌인 알베르 카뮈(1957년 노벨 문학상 수상)가 나보다 먼저 상을 받았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서 상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 둔다. ‘작가는 스스로 제도화되기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한 당사자가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사르트르의 노벨상 수상 거부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110년의 노벨상 역사에서 자의로 수상을 거부한 사람은 샤르트로와 1973년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던 레 둑토 북베트남 총리뿐이다. 하지만 사르트르는 후일 금전적인 이유로 ‘상금만 받을 수도 있다.’며 입장을 바꿔 웃음거리가 됐다. 은메달에 머문 이유다. [동메달] 로절린드 프랭클린(1920~1958) “도둑맞은 DNA 연구성과… 지하에서 울었죠” 노벨상 최고의 업적을 꼽으라면 단연 1962년 생리·의학상일 겁니다.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 일이죠. 이후 유전공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만들어졌고, 인류는 영생을 꿈꾸게 됐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정말 노력의 대가를 받은 걸까요? 2차대전 이후 영국은 물자가 부족했기 때문에 두 개의 대학이 같은 연구를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X선을 이용해 DNA의 구조를 연구하는 일은 제가 있던 킹스칼리지의 몫이었고, 캐번디시연구소의 왓슨과 크릭은 제 연구에 접근할 수 없었죠. 하지만 1962년 노벨상의 공동수상자인 우리 대학의 모리스 윌킨스가 그들에게 제가 찍어낸 X선 사진들을 넘겨줬습니다. 1952년 5월, 전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X선으로 명확하게 찍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에 부족함을 느꼈던 저는 발표를 미뤘고, 사진은 몰래 두 사람한테 전해졌죠. 결국 왓슨이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성과는 그들의 것이 됐습니다. 그나마 다행일까요. 저는 세 사람이 노벨상을 받는 장면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1958년에 난소암으로 이미 연구성과 도둑 따위는 없는 세상으로 왔기 때문이죠. 만약 제가 살아있었다면 윌킨스 대신 제가 그 자리에 있었을까요. 아마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왓슨이 저에 대해 그랬다죠. “깐깐하고 욕심많은 여성”이라고요. 진짜 욕심이 많은 건 누구일까요. ‘과학의 전당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낮은 지위의 상징이 돼 버린 다크레이디’ 프랭클린을 이보다 잘 나타내는 수식어는 없다. 38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도 끝까지 연구를 놓지 않았던, 유전공학의 진정한 어머니에게 동메달을 수여한다. [특별상] 더글라스 프레이셔(1951~ ) “해파리 연구 헌납하고 셔틀버스 기사로 헌신” 2008년 노벨 화학상 발표가 있던 날, 저는 16년 전을 떠올렸죠. 1992년 당시 미국 우즈홀의 해양생물학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던 저는 해파리에서 발견된 형광단백질(GFP)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GFP를 유전자에 넣으면 신경세포가 어떻게 발달하는지, 암세포가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해냈습니다. GFP의 유전자 서열을 분석했고, 해파리의 DNA에서 GFP 유전자를 분리해 내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연구비 지원이 중단됐고, 저는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으로 옮겨 연구를 계속했지만 금방 해고됐습니다. 그동안의 연구를 버리기는 너무 아까웠습니다. 모든 결과물을 컬럼비아대 마틴 찰피 교수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로저 치엔 교수에게 넘겼습니다. 2008년 노벨 화학상이 찰피와 치엔, GFP를 처음 발견한 일본의 오사무 시모무라 박사에게 주어졌을 때 저는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있었습니다. 도요타 매장에서 시간당 10달러를 받고 셔틀버스를 모는 일이 제 직업입니다. 만약 우즈홀이나 나사에서 해고되지 않았다면, 그들의 자리에 제가 있지 않았을까 가끔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인생이겠죠. 일생일대의 연구를 인류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나눈 프레이셔의 숭고한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특히 노벨상 발표 이후에도 본인의 공헌을 전혀 강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살아있는 인물이고, 진정한 평가는 사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번외로 특별상을 수여한다. ●참고문헌 퀴리가문(데니스 브라이언·전대호/지식의숲) 로절린드 프랭클린과 DNA(브렌다 매독스·나도선/양문) 당신에게 노벨상을 수여합니다(노벨재단·이광렬/바다출판사) 위대한 여성과학자들(송성수/살림) 과학사의 빛나는 순간(마농 바우크하게·이수영/웅진주니어) ‘노벨상 위의 사르트르’(르 몽드 1964년 10월22일자)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가 밝힌 유전자의 비밀[WHO&WHAT] 아쉽게 놓친 노벨상’가상 수기’ 공모해보니
  • [챔스32강 전술 리뷰] AC밀란의 바르샤 공략법

    [챔스32강 전술 리뷰] AC밀란의 바르샤 공략법

    2011/201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1라운드 최대 빅 매치로 손꼽힌 ‘디펜딩 챔피언’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와 ‘7회 우승’에 빛나는 AC밀란의 맞대결은 2-2 무승부로 끝이 났다. 이날 역시 경기를 지배한 쪽은 바르샤였다. 그러나 밀란의 바르샤 공략법 또한 제법 인상적이었다. 지난 시즌 세리에A를 제패한 밀란이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고전한 이유는 지나치게 중앙으로 쏠린 다이아몬드 전형 때문이었다. 밀란은 상대에게 너무 쉽게 측면을 내줬다. 4-3-1-2 시스템상 측면에 대한 방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다. 결국 밀란은 16강에서 첫 출전한 토트넘 핫스퍼에게 발목을 붙잡히고 말았다. 헌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밀란의 약점이 이번 캄푸 누 원정에선 도움이 됐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4-3-1-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부상을 당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대신 알렉산더 파투를 최전방에 배치했고 안토니오 카사노가 좌측에서 그를 보좌했다. 그리고 중원은 케빈 프린스 보아텡을 축으로 3명(세도르프, 반 봄멜, 노체리노)가 좁은 간격을 유지하며 포진했다. 미드필더진과 마찬가지로 포백 역시 선수들간의 간격을 좁게 유지했다. 티아구 실바와 알렉산다르 네스타가 호흡을 맞췄고 오른쪽에는 이그나치오 아바테, 왼쪽에는 잔루카 잠브로타가 배치됐다. 이날 알레그리 감독의 4-3-1-2 전형이 바르샤를 상대로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4명의 미드필더를 중앙에 포진시키며 바르샤의 중원 플레이를 압박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보아텡은 바르샤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세이두 케이타를 지속적으로 견제하면서 상대가 후방에서 볼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줬다. 또한 밑으로 자주 내려와 사비, 이니에스타와의 싸움에서 세도르트와 노체리노가 수적 우위를 점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둘째, 중원과 포백 사이의 간격을 좁혀 메시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최소화했다. 바르샤 시스템에서 메시는 최전방 원톱이지만 후방으로 자주 내려와 상대 센터백을 유인하거나 중원에서 볼 점유율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그러나 밀란이 포백 라인을 최대한 내리고 미드필더진 역시 간격을 좁게 유지하면서 메시가 활동할 공간이 충분하게 확보되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메시가 밀란 수비진에 의해 완벽히 차단된 것은 아니다. 이날 메시는 페드로의 동점골을 이끄는 등 시종일관 밀란의 수비진을 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밀란이 메시의 중앙 침투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차례 결정적인 위기 역시 노장 네스타의 영리한 태클을 통해 막아낼 수 있었다. 마지막은, 수비라인을 내려 바르샤의 수비적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이날 밀란은 후방에서 짧게 볼을 연결하며 바르샤가 라인을 끌어올리도록 유도했고 그로인해 생긴 뒷 공간을 파투와 카사노의 스피드를 활용해 공략했다. 물론 이것이 큰 효과를 거두진 않았다. 하지만 경기 시작 24초 만에 터진 파투의 선제골이 보여주듯 밀란은 의도적으로 바르샤의 높은 수비라인을 공략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승부는 후반 종료직전 코너킥 상황에서 터진 실바의 헤딩골에 의해 동점으로 마무리됐다. 어쩌면 밀란에게 다소 운이 따른 경기라고 할 수도 있다. 홈팀 바르샤의 경우 경기를 지배하고도 두 차례 실수를 저지르며 골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원정팀 밀란이 효과적으로 바르샤를 공략한 결과이기도 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 지상 최대 괴물뱀과 고대악어의 생존투쟁 결과는?

    지상 최대 괴물뱀과 고대악어의 생존투쟁 결과는?

    B급 괴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약 6000만년 전 콜롬비아 일대에서는 ‘타이타노보아’라는 지상 최대 크기의 고대 뱀과 육중한 크기를 자랑한 고대 악어가 서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벌였을 지도 모르겠다. 고생물학자들은 지난 2009년 ‘타이타노보아’가 발견된 콜롬비아 북부 세레혼 지역 탄광지에서 같은 시기 생존한 거대 악어 화석을 발견했다고 14일(현지시간) 과학저널 ’고생물학’을 통해 발표했다. 화석 발굴에 참가한 플로리다대학 연구팀은 이 고대 거대 악어가 신생대 팔레오세 시기 열대지방에 서식한 최초의 육상동물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케론티수쿠스 과히라엔시스(Acherontisuchus guajiraensis)라고 명명된 이 고대 악어는 주로 물속에서 거대한 폐어나 다른 물고기를 먹이로 잡아먹으며 물가에 서식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또한 완벽한 사냥을 위해 이들 악어는 길고 좁은 주둥이에 많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었으며, 재빨리 헤엄치는 물고기를 신속하게 잡기 위해 진화된 특별한 골격구조를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전했다. 이들 악어의 모습은 현존하는 인도 가비알 악어와 흡사하지만 연구 결과 두 종의 악어는 전혀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이 고대 악어는 한때 바다에 서식한 파충류 일종인 디로사우루스과의 새로운 수종으로 밝혀졌으며, 이들 악어는 바다가 아닌 민물에서 서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악어는 몸집이 다 자라기 전까지는 같은 지역에 서식한 포식자인 타이타노보아의 눈을 피해야만 했던 것으로 예상된다. 작은 악어들은 약 13m짜리 괴물 뱀에게 가장 최상의 먹잇감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전했다. 선임 연구원 알렉스 헤이스팅스는 “거대한 뱀이 (빠른) 물고기보단 어린 악어를 좀 더 쉽게 사냥할 수 있기에 작은 악어들은 뱀의 시야에서 벗어나야 했을 것”이라면서 “악어들은 완벽히 성장하고 나서야 안전하게 활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1)청장년 급사 증후군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1)청장년 급사 증후군

    모든 시신은 죽음의 순간과 죽음의 진실을 품고 있다. 하지만 친절히 그것들을 일러주지는 않는다. 시신들이 던져 놓은 수수께끼를 밝혀내는 것은 온전히 남아 있는 인간들의 몫이다. 하지만 법의학에는 인간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한계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청장년 급사증후군’(SMDS·Sudden Manhood Death Syndrome)이다. 다소 생소한 이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술자리에서였다. “요즘 들어 청장년 급사증후군 부검 케이스가 꽤 늘어났어.”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간부가 불쑥 이렇게 말했다. 귀가 번쩍 했다. 직업병이다. 전염병에 걸리기라도 하듯 한창 때 나이에 사람들이 이유없이 죽어 나간다는데 얼마나 관능적인 기삿거리인가. #장면1 지난해 8월 경남 김해의 한 아파트. 자기 방에서 잠자던 회사원(29)이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인 부인은 남편이 평소와 다름 없이 퇴근해 적당한 시간에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다고 했다. 술을 마신 것도, 전날 과로를 한 것도 아니었다. 지병이 없던 건강한 가장은 예고도 없이 부인 곁을 떠났다. #장면2 올 3월 17일 새벽 5시 30분 충북 청주의 한 오피스텔 6층에서 대학 교수(57)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아내는 경찰에서 “전날 저녁 6~7시 사이에 밥을 먹고 밤 10시쯤 잠든 남편이 새벽에 깨워도 움직이지 않고 숨을 쉬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사건은 발견 당시 사망자에게서 외상 등이 발견되지 않았고 부검 후 타살 흔적도 없어 범죄와 무관한 것으로 마무리 됐다. 청장년 급사증후군이란 주로 10~40대 남성에게 닥치는 원인 모를 죽음을 말한다. 평소 건강에 별 이상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이 한밤(통상 오전 2~4시)에 갑자기 앓는 소리 등을 내다 비명횡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전날 술을 과하게 마신 것도, 약물에 중독된 것도 아니다. 과로나 성행위, 과식 등이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은 추정에 불과할 뿐이다. 심장 등 내장기관의 무게부터 모양, 관상동맥, 중추신경, 소화기, 뇌까지 샅샅이 훑고 심지어 약물검사를 해봐도 끝내 이렇다 할 사인(死因)이 나오지 않는다. 답이 없으니 부검의는 사인을 그냥 청장년 급사증후군이라고 적을 수밖에 잠시 부검 과정을 살펴보자. 흔히 부검이라고 하면 칼로 몸을 해부하는 것만 생각하지만, 검안도 조직검사도 부검의 일종이다. 칼을 대기 전 부검의는 시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사망자의 코나 입 주변에 코를 대고 냄새도 맡는다. 일부 독극물은 과일 향기가 나기도 하는데 후각을 이용해 검사한다. 성폭력의 흔적이 있는지 방어흔이 있는지도 칼을 대기 전에 면밀히 확인해야 하는 작업이다. 검안이 끝나면 가슴부터 배 아래까지를 절개한다. 가슴과 배가 열리면 장기를 살핀 후 심장과 폐, 간, 비장, 신장 등의 순서로 떼어낸 뒤 무게를 잰다. 어느 기관에 출혈 등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다. 내장기관 등에 출혈이 있다면 그 양도 반드시 재야 한다. 출혈량이 치사량을 넘는지 알아보는 작업이다. 사람은 몸에 총 5~6ℓ의 피를 품고 있는데 약 20%에 해당하는 1~1.5ℓ 정도의 피를 흘리면 사망에 이른다. 머리는 가장 나중에 연다. 뇌를 떼어낸 뒤 경막과 두개골의 상태를 살피는데 특정한 충격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다. 특정 부위에 상처가 보일 때는 그 부위를 집중적으로 검사한다. 근육 등에 남아 있는 타살의 흔적 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모든 검사가 끝나면 장기나 뼈는 되도록 원위치에 놓고 꿰맨다. 부검이 끝난 시신이 부검 전보다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 법의학자들의 이야기다. 과거에는 이런 미확인 죽음에 대개 ‘급성 심장사’ 또는 ‘급성 심부전’이라고 사인을 적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 “실제 사인이 심장과 무관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심장이 멈추는 것보다 호흡정지가 먼저 나타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정의하는 급사의 정의는 24시간 안에 죽음에 이르는 것을 말하지만 현장 의사들은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뒤 1시간 안에 죽음에 이르는 것을 급사로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0~40대 중 원인불명 급사를 당한 사람이 248명에 이른다. 특이한 점은 청장년 급사증후군은 주로 동양인에게 많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유독 아시아 국가의 언어에 수면 중 돌연사를 부르는 특정 단어들이 존재한다. 일본에서는 ‘폿쿠리’(ぽっくり), 필리핀에서는 ‘붕궁우트’(Bungungut), 동남아시아에서는 ‘논라이타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가위눌림에 인한 죽음’쯤이 될 것이다. 돌연사는 갓난아기에게서도 자주 나타난다. 1세 이하에 나타나는 영아 급사증후군(SIDS·Sudden Infant Death Syndrome)이다. 부검 과정에서도 실마리 하나 발견하지 못할 때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영유아 급사증후군으로 사망한 아이는 모두 92명(남자 53명, 여자 39명)으로 전체 영아 사망의 6.1%를 차지한다. 영아 급사증후군이 나타나는 비율은 인구 1만명 중 2명 정도. 역시 남자 아이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생후 2~4개월 사이, 한밤~이른 새벽 사이에 빈도가 높다. 국과원 사람들은 좀처럼 미국 TV시리즈 ‘CSI’(Crime Scene Investigation) 유의 과학수사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법의학 전문가들이 부검이 아닌 수사까지 관여해 척척 사건을 풀어내는 드라마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게 이유다. 맨 앞에 언급한 국과원 간부의 말. “시신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 주고 있겠지만, 아직 그걸 모두 읽기엔 살아있는 사람들의 능력이 많이 부족해. 그래서 난 허리에 손 올리고 잘난 척하는 호레시오(드라마 CSI의 주인공)가 너무 싫어.”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1]청장년 급사 증후군: 동양인에게만 존재하는 저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1]청장년 급사 증후군: 동양인에게만 존재하는 저주

     모든 시신은 죽음의 순간과 죽음의 진실을 품고 있다. 하지만 친절히 그것들을 일러주지는 않는다. 시신들이 던져 놓은 수수께끼를 밝혀내는 것은 온전히 남아 있는 인간들의 몫이다. 하지만 법의학에는 인간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한계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청장년 급사증후군’(SMDS·Sudden Manhood Death Syndrome)이다.  다소 생소한 이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술자리에서였다. “요즘 들어 청장년 급사증후군 부검 케이스가 꽤 늘어났어.”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간부가 불쑥 이렇게 말했다. 귀가 번쩍 했다. 직업병이다. 전염병에 걸리기라도 하듯 한창 때 나이에 사람들이 이유없이 죽어 나간다는데 얼마나 관능적인 기삿거리인가.    ●갑작스러운 죽음의 그림자  장면1 지난해 8월 경남 김해의 한 아파트. 자기 방에서 잠자던 회사원(29)이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인 부인은 남편이 평소와 다름 없이 퇴근해 적당한 시간에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다고 했다. 술을 마신 것도, 전날 과로를 한 것도 아니었다. 지병이 없던 건강한 가장은 예고도 없이 부인 곁을 떠났다.  장면2 올 3월 17일 새벽 5시 30분 충북 청주의 한 오피스텔 6층에서 대학 교수(57)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아내는 경찰에서 “전날 저녁 6~7시 사이에 밥을 먹고 밤 10시쯤 잠든 남편이 새벽에 깨워도 움직이지 않고 숨을 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사망자에게서 외상 등 특별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청장년 급사증후군이란 주로 10~40대 남성에게 닥치는 원인 모를 죽음을 말한다. 평소 건강에 별 이상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이 한밤(통상 오전 2~4시)에 갑자기 앓는 소리 등을 내다 비명횡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전날 술을 과하게 마신 것도, 약물에 중독된 것도 아니다. 과로나 성행위, 과식 등이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은 추정에 불과할 뿐이다. 심장 등 내장기관의 무게부터 모양, 관상동맥, 중추신경, 소화기, 뇌까지 샅샅이 훑고 심지어 약물검사를 해봐도 끝내 이렇다 할 사인(死因)이 나오지 않는다. 답이 없으니 부검의는 사인을 그냥 청장년 급사증후군이라고 적을 수밖에.  잠시 부검 과정을 살펴보자. 흔히 부검이라고 하면 칼로 몸을 해부하는 것만 생각하지만, 검안도 조직검사도 부검의 일종이다. 칼을 대기 전 부검의는 시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사망자의 코나 입 주변에 코를 대고 냄새도 맡는다. 일부 독극물은 과일 향기가 나기도 하는데 후각을 이용해 검사한다. 성폭력의 흔적이 있는지 방어흔이 있는지도 칼을 대기 전에 면밀히 확인해야 하는 작업이다.  검안이 끝나면 가슴부터 배 아래까지를 절개한다. 가슴과 배가 열리면 장기를 살핀 후 심장과 폐, 간, 비장, 신장 등의 순서로 떼어낸 뒤 무게를 잰다. 어느 기관에 출혈 등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다. 내장기관 등에 출혈이 있다면 그 양도 반드시 재야 한다. 출혈량이 치사량을 넘는지 알아보는 작업이다. 사람은 몸에 총 5~6ℓ의 피를 품고 있는데 약 20%에 해당하는 1~1.5ℓ 정도의 피를 흘리면 사망에 이른다.  머리는 가장 나중에 연다. 뇌를 떼어낸 뒤 경막과 두개골의 상태를 살피는데 특정한 충격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다. 특정 부위에 상처가 보일 때는 그 부위를 집중적으로 검사한다. 근육 등에 남아 있는 타살의 흔적 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모든 검사가 끝나면 장기나 뼈는 되도록 원위치에 놓고 꿰맨다. 부검이 끝난 시신이 부검 전보다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 법의학자들의 이야기다.  과거에는 이런 미확인 죽음에 대개 ‘급성 심장사’ 또는 ‘급성 심부전’이라고 사인을 적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 “실제 사인이 심장과 무관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심장이 멈추는 것보다 호흡정지가 먼저 나타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정의하는 급사의 정의는 24시간 안에 죽음에 이르는 것을 말하지만 현장 의사들은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뒤 1시간 안에 죽음에 이르는 것을 급사로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0~40대 중 원인불명 급사를 당한 사람이 248명에 이른다.    ●동양인에게만 존재하는 저주?  특이한 점은 청장년 급사증후군은 주로 동양인에게 많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유독 아시아 국가의 언어에 수면 중 돌연사를 부르는 특정 단어들이 존재한다. 일본에서는 ‘폭구리(ぽっくり)’, 필리핀 ‘붕궁우트’(Bungungut), 동남아시아에서는 ‘논라이타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가위눌림에 인한 죽음’쯤이 될 것이다.  돌연사는 간난아기에게서도 자주 나타난다. 1세 이하에 나타나는 영아 급사증후군(SIDS·Sudden Infant Death Syndrome)이다. 부검 과정에서도 실마리 하나 발견하지 못할 때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영유아 급사증후군으로 사망한 아이는 모두 92명(남자 53명, 여자 39명)으로 전체 영아 사망의 6.1%를 차지한다. 영아 급사증후군이 나타나는 비율은 인구 1만명 중 2명 정도. 역시 남자 아이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생후 2~4개월 사이, 한밤~이른 새벽 사이에 빈도가 높다.  국과원 사람들은 좀처럼 미국 TV시리즈 ‘CSI’(Crime Scene Investigation) 유의 과학수사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법의학 전문가들이 부검이 아닌 수사까지 관여해 척척 사건을 풀어내는 드라마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게 이유다.  맨 앞에 언급한 국과원 간부의 말. “시신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 주고 있겠지만, 아직 그걸 모두 읽기엔 살아있는 사람들의 능력이 많이 부족해. 그래서 난 허리에 손 올리고 잘난 척하는 호레시오(드라마 CSI의 주인공)가 너무 싫어.”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러 극동 가스관 1차라인 개통

    러 극동 가스관 1차라인 개통

    남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천연가스 수송관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러시아가 한국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수송관 건설사업 중 러시아 극동 지역 수송관의 1차 라인을 개통한 데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 사업의 성사 가능성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은 8일(현지시간) 사할린과 하바롭스크,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천연가스 수송관 1차라인이 개통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개통식에는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 알렉세이 밀레르 사장과 지난 6일 발트해 해저를 통해 러시아 북부와 독일을 연결하는 ‘북부 스트림’ 가스관 완공식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곧바로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으로 날아가 행사를 직접 진행했다. ‘사할린~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천연가스 수송관 1차라인은 2009년부터 하바롭스크주와 연해주, 사할린주 등에 대한 가스 공급과 함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로의 가스 수출을 염두에 두고 건설됐다. 가스관의 전체 길이는 1800㎞에 이르며 수송 용량은 연간 300억㎥다. 러시아는 앞으로 북한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가는 가스관을 추가로 건설해 사할린~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토크 천연가스 수송관과 연결한 뒤 한국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문화계 블로그] 도쿄서 확인한 한류 세대교체

    [문화계 블로그] 도쿄서 확인한 한류 세대교체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한류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지진으로 연기됐던 국내 가수들의 콘서트와 홍보 행사가 이달 들어 잇따라 재개된 덕분이다. 문화산업계 관계자들의 주된 관심은 팬층에 있다. 10~20대 팬층을 겨냥한 아이돌 가수와 배우들의 해외 진출이 두드러져 이번 기회에 한류 소비층의 확실한 세대 교체가 이뤄질 것인지 주목하고 있는 것. 지난 3일 일본 도쿄 번화가. 한국 노래를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시부야 한복판에서는 2AM의 ‘죽어도 못 보내’가 흘러나왔고, 하라주쿠 상점에서는 소녀시대의 ‘지’가 일본어 버전으로 흘러나왔다. 시부야의 최대 음반 매장인 타워레코드 입구에는 2PM의 대형 앨범 광고가 걸려 있었다. 한류의 새 공략층으로 부상한 10~20대 일본인들의 반응이 눈에 띄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오가는 하라주쿠에는 K팝 관련 매장이 곳곳에 들어서 있고, 장근석·동방신기·FT 아일랜드·JYJ 등의 브로마이드 사진과 앨범을 팔고 있었다. 타워레코드 1층 한켠에 마련된 K팝 코너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국어 자막이 표기된 소녀시대의 일본 투어 콘서트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한국 아이돌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후지타 유우(22·와세다대 4학년)는 “동방신기를 필두로 요즘 K팝 팬들은 젊은 층이 많다.”면서 “한국 아이돌은 일본 아이돌에 비해 춤, 노래, 연기 등 다방면에서 다재다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적인 아사히 TV에서도 음악 프로그램에 매주 K팝 가수를 소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류의 주된 소비층이 10~20대로 옮겨가고 있다.”(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말을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일각에서 한류 인기가 곧 한계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한류 소비층의 세대 교체를 간과한 진단”이라면서 “한류의 핵심 콘텐츠가 K팝과 영화로 교체되면서 팬층도 10~20대로 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금의 캐스팅과 훈련, 투자 시스템이 지속되는 한 최소 3~5년은 K팝 열풍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4일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드림하이 프리미엄 이벤트’는 전석(1만 5000석) 매진을 기록했다. 배용준, 김수현, 수지, 택연, 우영 등이 참석한 행사였다. 3~5일 일본 최대 공연장인 도쿄돔에서 열린 SM타운 앙코르 콘서트는 무려 15만명을 끌어모았다. 같은 기간 아이돌 그룹 제국의아이들도 도쿄에서 홍보 행사를 열었지만 역시 좌석은 만석이었다. 여세를 몰아 씨엔블루는 오는 25일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콘서트를 연다. 글 사진 도쿄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리비아 협상 결렬… 새 협상 재개

    카다피 세력의 마지막 저항지에 대한 공세를 앞두고 4일(현지시간) 리비아 반군과 카다피군 간의 협상이 일단 결렬되면서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트리폴리 남동쪽 150㎞ 지점인 바니왈리드와 카다피 고향 시르테 등 카다피 세력의 거점을 포위한 반군의 총공세가 임박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5일 리비아 반군과 카다피군 사이에 새로운 협상이 재개되면서 평화적인 결말에 대한 희망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반군이 바니왈리드 중심지에서 7㎞까지 밀고 들어갔으나 카다피군이 그곳에 방어선을 구축하는 대신 다소 물러난 채 새로 시작된 협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선 협상에서는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대변인 무사 이브라힘이 반군의 무장 해제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바니왈리드에는 카다피와 그 가족들이 머물고 있었으며, 현재는 사디와 무타심 등 아들 두 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카다피의 맹렬한 충성 세력 100여명이 도시에서 진을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바니왈리드 주변의 전략적 요충지를 장악한 반군은 본격적인 공세에 앞서 이 지역 주민들이 카다피 세력에 맞서 봉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현지에서는 바니왈리드 내부에서 반카다피 주민과 카다피 세력 간에 이미 충돌이 발생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하지만 무사 대변인은 바니왈리드에 있는 부족 지도자들의 카다피에 대한 충성심이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당초 항복 협상은 유혈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부족 지도자들의 중재로 진행됐다. 이런 가운데 외신들은 NTC 관계자의 말을 인용, 사망설이 나돈 카다피의 막내아들 카미스가 트리폴리 근처에서 실제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한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리비아 평화 정착 과정에 반군에 밀려난 카다피 세력들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타지키스탄 외무장관 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카다피 정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종·종족 세력들도 당연히 국민 화해 과정의 한 부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월드컵 축구 3차 예선] ‘아스널맨’ 박주영 이적축포 팡!팡!팡!

    [월드컵 축구 3차 예선] ‘아스널맨’ 박주영 이적축포 팡!팡!팡!

    승리는 당연했다. 몇 골 차인지가 중요했다. 일본에게 당했던 ‘삿포로 참사’를 한 방에 만회할 대승이 절실했다. 태극전사들은 기대했던 골 폭풍을 몰아쳤다. 2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무려 6골이 폭죽처럼 터졌다. 최근 프리미어리거가 된 ‘캡틴’ 박주영(아스널)이 해트트릭으로 이적 축포를 쐈다. 지동원(선덜랜드)이 두 골을, 김정우(상주)가 한 골을 보탰다. 레바논의 골은 없었다.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시작한 한국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내셔널리그 고양 국민은행에 대패(0-4)한 레바논은 조광래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전반 7분 만에 박주영이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새 팀을 물색하느라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우려를 비웃기나 하듯 감각적인 발놀림으로 주장의 카리스마를 뽐냈다. 전반을 1-0으로 마치기 아쉬웠는지 인저리타임에는 두 번째 골을 뽑았다. 기성용(셀틱)의 코너킥을 머리로 넣은 것. 한국의 득점 행진은 후반에도 이어졌다. 후반 20분 지동원이 다이빙 헤딩슛으로 한국의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환호가 채 끝나기도 전에 박주영이 한국의 네 번째 골이자 본인의 세 번째 골을 넣었다. 후반 36분에는 김정우가, 4분 뒤엔 지동원이 골망을 흔들었다. 시원한 대승이었다. 분위기는 절정이었다. 그러나 손쉬운 경기를 한 탓에 제대로 짜임새를 맞춰보지 못한 점은 아쉽다. 조광래 감독의 최대 고민인 수비 조합도 검증받지 못했다. 레바논이 이렇다 할 공격을 보여주지 못해서다. “자만심이 최고의 적”이라던 조 감독의 걱정대로 기회를 내준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그래도 무난했다. 승부 조작 무혐의 판정을 받고 돌아온 홍정호(제주)는 오랜만에 이정수(알사드)와 센터백 콤비로 나서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차두리(셀틱)와 홍철(성남)은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측면 공격에 날개를 달았다. 정강이 골절로 빠진 이청용(볼턴)의 자리에 선 ‘드리블 소년’ 남태희(발랑시엔)도 세밀한 패스를 앞세워 합격점을 받았다. 몸 풀 듯 첫 경기를 마친 대표팀은 이날 밤 곧장 적지로 떠나 쿠웨이트와의 3차 예선 2차전(7일 오전 2시)을 준비한다. 한편 일본은 이날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의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야스다 미치히로(비테세아른험)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힘겹게 이겼다. 일본은 일방적인 공격을 펼치고도 북한의 밀집 수비에 막혀 골문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 추가 시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야스다가 극적인 헤딩 결승골로 연결시켰다. 북한은 정대세(보쿰), 안영학(가시와), 량용기(센다이) 등 정예 멤버를 내세웠지만 이렇다 할 골 찬스조차 잡지 못하다 결국 막판 무너졌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사설] ‘김장훈法’ 기부문화 확산 계기로 삼아야

    한나라당이 기부천사들의 노후를 보장해 주는 명예기부자법, 일명 ‘김장훈법(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만든다고 한다. 30억원 이상 기부한 사람이 나이 예순이 넘었는데 재산이 1억원도 채 안 되거나 소득이 없어 생계가 어려울 때 국가가 생활보조금을 주고 병원진료비와 장례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가슴을 찡하게 했던 김밥할머니 정심화씨나 가수 김장훈씨 같은 이들이 자신들의 노후를 보장받기 위해 전 재산을 내놓거나 월세방을 전전하고 있다고 보진 않는다. 그렇게 노후가 걱정됐다면 허튼 데 한푼 안 쓰고 평생 모은 돈을 남 좋은 일 시키기 위해 굳이 내놓을 필요가 있었겠는가. 김씨도 10년간 100억원이란 거액을 다른 사람을 위해 내놓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자기 돈 아깝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유명 연예인이라 해서 항상 돈이 굴러들어오는 것도 아닐 것이다. 노후와 말년에 대한 불안한 마음은 다른 사람과 다를리 없다. 보통사람 같으면 할 수 없는 일이란 얘기다. 이기(利己)가 아닌 이타심(利他心) 없이 가능한 일이겠는가. 이런 기부천사들에 대해 여당이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불행한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발상은 만시지탄이지만 지극히 마땅하고 환영할 일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상생이니 공생이니 하면서 기업의 기부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최근 정몽구·정몽준 등 현대가(家)에서 사재 출연이 잇따르고 있고, 다른 재벌기업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개인 기부문화는 아직 미흡한 게 현실이다. 물론 돈 많은 재벌 총수나 기업의 기부와 일반인의 기부를 같이 놓고 볼 수는 없다. “나 먹기도 바쁜 판에 무슨 기부냐.”는 말도 결코 틀린 말만은 아니라고 본다. 기부 자체가 왠지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김장훈법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촉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죽을 쑨 18대 국회가 한 가지 일은 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명예로운 기부자를 보호하는 것은 나눔의 사회,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길이다. 그런 차원에서 김장훈법은 ‘좋은 법’이자 국민의 마음을 움직인 법이다. 법 제정에 앞서 현재 남모르는 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기부자는 없는지 찾아보고 배려할 일이다.
  • 김정일 울란우데 도착… 철도·항공시설 시찰

    김정일 울란우데 도착… 철도·항공시설 시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러시아 방문 나흘째를 맞은 23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예정된 시베리아 동부 울란우데에 도착해 바이칼 호수 지역을 관광하고, 항공산업 관련 시설 등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오전 9시쯤(현지시간) 특별열차편으로 부랴트 자치공화국의 주도인 울란우데 역에 도착해 뱌체슬라프 나고비친 부랴트 공화국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극동 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 빅토르 이샤예프와 시베리아 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 빅토르 톨로콘스키가 이곳까지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20여분 동안 진행된 영접 행사가 끝난 뒤 메르세데스 승용차를 타고 현지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울란우데에서 서북쪽으로 170㎞ 정도 떨어진 바이칼호 동쪽 호숫가의 투르카 마을을 찾아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둘러보는 등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또 바이칼 물로 채워진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겼으며, 바이칼 호수에서만 자라는 민물고기로 만든 부랴트 전통음식을 맛본 뒤 오후 3시쯤 다시 울란우데로 향했다. 울란우데 시로 돌아온 김 위원장은 오후 6시쯤 시 외곽에 있는 항공기 제작공장 아비아 자보드를 방문했다. 아비아 자보드는 1930년대 말부터 수호이와 미그기 등의 전투기와 헬기를 함께 생산해온 유명 항공기 제작공장이다. 김 위원장은 24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과 한반도종단철도(TKR) 및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사업 등 대규모 경제개발 프로젝트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또 북핵문제와 대북 식량지원, 남·북·러 철도 연결, 국방협력 등도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는 지난 22일부터 국방부 방문단을 북한에 파견, 합동훈련과 인사교류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이 전했다. 회담 장소는 울란우데 시내에서 50㎞ 정도 떨어진 러시아군 동부군관구 소속 제11 공수타격여단 내 ‘소스노비 보르’(소나무 숲)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프로축구] 라이언킹 해트트릭

    [프로축구] 라이언킹 해트트릭

    ‘라이언킹’ 이동국(전북)이 8경기 침묵을 깨고 친정팀 포항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터뜨렸다. 이동국의 ‘사자후’를 앞세운 선두 전북은 2위 포항을 꺾고 독주체제를 굳혔다. 이동국은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프로축구 K리그 22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에만 세 골을 몰아쳐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6월 11일 경남전(1골 1어시스트) 이후 무려 9경기 만의 득점포. 올 시즌 리그 13골-10어시스트를 기록한 이동국은 공격포인트에서 데얀(FC서울·17골 6어시스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특급골잡이’의 위용을 과시했다. 승점 47(14승5무3패)이 된 전북은 포항(승점 40·11승7무4패)과의 격차를 승점 7로 벌리며 선두를 굳혔다. 홈 경기 연속무패 기록도 11경기(8승3무)로 늘렸다. 2009년 통합우승 후 2년 만의 정상탈환도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악몽’을 만회하는 화끈한 설욕전이었다. 지난 5월 포항과의 첫 대결 때 이동국은 펄펄 날았다. 전반에만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고향팬들의 가슴을 찢어놨다. 그러나 허벅지 근육통으로 하프타임 교체됐고, 팀이 세 골을 내주며 무너지는 걸 벤치에서 봐야 했다. 올 시즌 전북의 유일한 역전패(2-3)였다. 이날 대결을 앞두고 비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동국은 포항의 국가대표급 미드필드진에 막혀 좀처럼 힘을 못 쓰던 전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후반 18분 신광훈에게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골 갈증을 털어내더니 노병준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쫓기던 후반 33분 추가골까지 터뜨렸다. 추가시간에는 쐐기골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골에만 집착하지 않는 이타적이고 유연한 움직임과 골대 앞 집중력이 돋보인 한 판이었다. 광양에서는 전남과 부산이 1-1로 비겼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김정일, 내일 울란우데서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북·러 모스크바 선언 10주년을 맞아 이뤄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10년 전보다 이동거리는 절반 이하로, 방문 일정은 3분의1로 크게 줄었다. 2001년 7~8월 방러 당시에는 24일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로 이어지는 1만 8000㎞의 대장정을 소화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산과 하바롭스크를 거쳐 오는 23일 울란우데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곧바로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70세의 고령인 데다, 2008년 뇌졸중 발병으로 인한 건강문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일 낮 12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전 10시) 하산역에 도착한 김 국방위원장은 트레이드마크인 인민복을 입고 옅은 미소를 띠며 환영 나온 러시아 관리들을 반겼다.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인 빅토르 이샤예프와 세르게이 다르킨 연해주 주지사 등이 열차 안으로 들어가 김 국방위원장을 영접하고 연해주 주도인 블라디보스토크의 풍경이 그려진 옛 소련 시절 그림을 선물했다. 이후 김 국방위원장은 곧바로 북상, 21일 오전 4시 하바롭스크역으로 들어가 30분간 머물다 떠났다. 현지 경찰은 “열차에서 내리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하바롭스크를 떠난 지 6시간 만인 이날 오전 10시 30분 김 국방위원장은 아무르주 노보브레이스크 마을의 부레야 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열차에서 내리자 현지 여성들은 환대의 뜻을 담은 ‘소금과 빵’을 건넸다. 역사에서 5분간 환영을 받은 김 국방위원장은 특별열차에 싣고 온 방탄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를 타고 부레야 역에서 80㎞ 떨어진 수력발전소를 찾았다. 당초 김 국방위원장이 이곳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에너지 협력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김 국방위원장은 오후 4시 다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정상회담이 예정된 울란우데로 향했다. 2001년 방러 당시 김 국방위원장은 러시아 전역을 열차로 돌아본 뒤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친선 강화를 골자로 하는 북·러 모스크바선언을 채택했다. 2002년 8월 20~24일에도 푸틴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 극동지역을 방문, 현지에서 진행 중인 경제정책을 학습했다. 이타르타스통신은 김정일이 국방위원장으로 임명되기 전인 19 57년과 1959년에 아버지인 김일성 전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에 동행했다고 보도했다. 김 국방위원장의 특별열차는 17량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첫째 객차에는 집무실, 둘째 객차에는 침실, 셋째 객차에는 통신실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열차는 하산역에서 러시아 측 수행원을 태운 4개의 차량이 추가되면서 21량으로 늘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벤츠로 80㎞ 달려 수력발전소 방문… 전력망도 순풍?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년 만에 러시아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전력망 연계 사업을 비롯해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하는 문제 등 북·러 간 경제 협력 활성화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동안 양국 간 걸림돌이 됐던 첨예한 경제 현안들이 상당 부분 진척되거나 일괄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이번 김 위원장 방문에서 우선 주목할 점은 지난 15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광복 66주년 축전에서 가스와 철도 건설 분야 등에서의 러시아와 남북한 3국 간 협조를 이례적으로 직접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김 위원장의 방러가 그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러 간 경협 방안에 대한 협의가 상당 부분 진척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 수행단 면면에서도 양국 간 경협 추진에 대한 의지가 읽힌다. 정치·안보 분야 실력자들도 포함돼 있지만, 이번 수행단은 주로 경제 중심으로 짜여 있다. 대외 경제 교류에 경험이 많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나진, 선봉의 철도·도로 및 항구 개발을 담당하는 오수용 함북도 당 책임비서, 철강·기계 공업을 맡고 있는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 박봉주 당 경공업부 제1부부장 등이 수행단에 포함됐다. 대남통인 김양건 당 비서가 수행단에 포함된 것도 남한과의 협력이 필요한 가스관·철도 사업 등의 논의에 대비한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 내부의 기대감도 높다.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지 이타르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신기원을 이룰 사건”이라면서 “이번 회담 이후 양국 간의 관계는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것이며 정치, 경제, 문화적 교류도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을 잇는 철로 개보수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러시아 경제개발부 발표와 현지 언론 보도를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중순까지 나진-하산 간 52㎞ 철로 가운데 12㎞ 구간에서 나무 침목을 콘크리트 침목으로 교체하는 개·보수 작업을 마쳤으며 현재 두만강역과 웅상역 등 8개 철도역과 나진 웅라터널(3850m) 등에서 개·보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21일 밝혔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은 “러시아는 최근 북·중 간 경협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철도, 가스 등에서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찬구·강국진기자 ckpark@seoul.co.kr
  • “NO 수술” 할리우드 여배우들 ‘성형 반대모임’ 결성

    “NO 수술” 할리우드 여배우들 ‘성형 반대모임’ 결성

    “성형수술에 반대합니다.” 영화 ‘타이타닉’으로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오른 영국 배우 케이트 윈슬렛(35)이 성형수술에 반대하는 여배우들의 모임에 가입, 본격적인 소신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윈슬렛은 자연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성형수술을 하는 세태를 반대하는 ‘영국 성형반대 연합’(British Anti-Cosmetic Surgery League)에 가입했다. 이 단체에는 이미 영국 배우 엠마 톰슨(53), 레이첼 와이즈(41) 등 여배우들의 이름이 올라 있다. 1992년 오스카상을 수상한 엠마는 “60세에 30세로 보이도록 강요받는 일은 끔찍하다.”고 비난했다. ‘007’ 시리즈 여주인공 레이첼 역시 “수술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섹시하지도 개성 있게 아름답지도 않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낸 바 있다. 윈슬렛은 공개적으로 성형수술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할리우드에 팽배한 성형 세태를 반대하기 때문. 윈슬렛은 “성형수술은 부모가 물려준 신체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신념과 어긋나며, 무엇보다 배우가 성형으로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갖게 되는 걸 경계한다.”며 성형수술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꼬집었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열린세상] 그놈의 빚이 웬수지/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열린세상] 그놈의 빚이 웬수지/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세상이 어수선하다. 미국은 훗날에 갚을 빚 증서(장기국채) 등급이 내려갔다고 어수선하고, 그 직격탄을 맞은 한국과 일본은 현기증이 나 어지럽다. 잘살려고 하는 경제성장인데 왜 이리 어지러운가? 결국 빚 때문이다. 빚이 ‘웬수’다. 사업하느라 생기는 빚은 거래를 활발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사업가나 개인은 자신이 나중에 갚아야 하는 강박감이 있기에 돈을 빌리는 데 무척 신중하다. 반면 정치가(또는 정책당국자)가 만드는 국가 빚은 개인 빚과는 성격이 다르다. 빚을 얻어 쓴(국채를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한) 정치가는 ‘내가 이런 공사를 했다. 내 업적이다’라고 생색을 내지만 빚 갚는 데는 뒷전이다. 다음 정권도 물려받은 빚은 잘 갚지 않으려 한다. 앞 정권의 뒤치다꺼리를 한다는 인상이 싫기 때문이다. 빚을 갚다 자기 업적을 이루지 못한다는 조바심도 깔려 있다. 상당수 정치가는 빚을 내 쓰는 자신의 정책은 효과가 커 늘어나는 세수입으로 갚으면 된다고 말한다. 유감스럽게도 비상시도 아닌데 빚을 내 쓴 선진국의 정책은 대개 실패했다. 선심성 지출이 대부분이고 개발도상국처럼 사회간접자본 투자라는 마땅한 투자처도 찾기 어렵다. 설령 경기가 좋아져 세수입이 늘어나도 자신의 정책으로 세수입이 늘어났다고 주장하고, 빚을 갚기보다는 생색이 나는 다른 곳에 쓰려고 하는 게 정치인이다. 이처럼 쓰는 데 과감하고 갚는 데 인색한 게 국가채무의 속성이다. 그러다 보니 빚을 늘려놓고(잘했다는 정권조차도 빚을 줄이지는 못하고),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빚의 확대 재생산’이 나타난다. 미국, 일본만이 아니라 유럽(이탈리아,스페인 등) 국가의 재정적자 심각성이 그 증거들이다. 빚 때문에 그리스는 파탄났고, 포르투갈도 위험하다. 일본처럼 나랏빚이 너무 많을 때는 ‘내 정권 동안에는 파탄나지 않겠지’하며 빌려쓰는 데 익숙해져 버린다. 빚을 내 쓴다는 감각이 무뎌진다. 빚 재정을 키워놓은 데는 경제학자들도 한몫했다. 거시경제학의 한 축을 이루는 케인스 경제학에서는 ‘불황 때는 빚을 내(공채 발행) 지출을 늘리고, 경기가 좋아지면 빚을 갚으면 된다’는 이론이 자리잡고 있다. 불행히도 거기에는 정치가의 이기심을 제어하는 장치가 없다. 불황 때는 빚을 내 경기회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호황 때는 업적을 드러내려는 정치의 속성상 빚 줄이기를 주저한다. 이런 비대칭성으로 빚은 불어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지만 그렇게 먹은 양잿물은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온다. 1000조엔(한국 돈이라면 여태껏 사용해 보지 않은 단위인 1경 4000조원) 가까운 천문학적 금액의 빚만 불어나고 경기침체는 계속돼 온 일본이 그렇다. 빚쟁이 국가 일본을 미국이 닮아 갔다. 부동산을 담보로 한 빚으로 흥청망청 소비했고, 미국 정부와 금융기관은 소비가 미덕이라며 그런 개인들에게 돈을 계속 대 주었다. 그 자금은 중국과 일본을 위시한 세계각국으로부터 들어왔다. 그 돈으로 빚잔치를 했고, 그러다 당한 게 2008년의 리먼 쇼크다. 미국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러시아의 푸틴 총리는 ‘미국은 세계의 기생충’이라며 비난했다. 러시아가 미국에 그런 말을 할 여지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미국 대중매체의 건전한 비판은 살아 있다. 미국 의회는 이달 초 채무규모 상한을 인상해 ‘채무불이행’이란 파국을 가까스로 면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태와 관련해 ‘미국의 일본화’ 현상을 지적했다. 증세나 세출 삭감이라는 고통이 따르는 결단을 뒤로 미루고, 당리와 자신의 몸보신(사익)을 우선하는 방식이 일본의 정치를 닮았다는 말이다. 서민의 빚은 무덤까지 따라오지만 나랏빚은 다르다. 빚놀이가 잘되면 ‘내가 했다’고 자랑하고, 잘 안 되면 ‘내 정권 때는 괜찮았다’고 도망칠 수 있으니, 정치가에게 나랏빚만큼 좋은 먹잇감이 없다. 이렇게 돌을 던지는 나 또한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우리들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게 빚 문제다. 빚더미를 짊어질 후세대를 염려하였다면 함부로 못할 짓이었다. ‘어이구, 그놈의 빚이 웬수지!’하던 우리네 역정은 진리였다. 역정의 해결은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이타심이다.
  •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인가, 이타적인 동물인가.’  이 질문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 인간은 이기적이면서 이타적이기도 한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현대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은 ‘순수하게’ 이기적인 동물이다. 1976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교수의 이 이론은 여전히 생물학계의 주류로 각광받고 있다. 도킨스의 이론은 결코 이해하기 쉬운 내용은 아니다.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이자 기계’ 정도로 요약된다. 모든 생명체가 자기 보존의 원칙이라는 한 가지 목적만을 갖고 있으며 유전자는 이에 맞춰 프로그램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흔히 인간을 동물과 다르게 하는, 남을 위한 희생정신과 이타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타성은 수많은 학자들이 진화생물학을 반박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이번 주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 & What)에서는 ‘인간의 이타성’에 대한 공개재판을 열었다. 피고석에는 역사상 가장 ‘이타적인 과학자’로 꼽히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1887~1943)가 앉았다.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를 떠돌며 종자를 모았지만, 정작 본인은 감옥에서 굶어죽은 비극의 주인공이다. 인간의 근원에 대한 왕성한 탐구욕을 보여 온 영화 ‘혹성탈출’ 속 원숭이들의 영웅 시저가 검사로 나서 바빌로프의 이타적 유전자를 기소했다. 바빌로프의 변호는 그의 후계자로 평가받는 ‘녹색혁명의 아버지’ 노먼 빈센트 볼로그(1914~2009)가 맡았다. 시저 니콜라이 바빌로프. 1887년 모스크바 출생. 작물학자이자 식물유전학자, 수집가, 탐험가. 맞는가? 바빌로프그렇다. 시저법정에 섰는데도 전혀 낯설어하지 않는다. 보통 피고인석에 서게 되면 죄를 지은 사람이나 아닌 사람이나 모두 긴장한 모습이게 마련인데. 바빌로프 2년 정도 수용소와 법정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때보다는 오히려 분위기나 의자가 편하다. 시저당신이 왜 여기에 불려 왔는지 죄목을 알고 있나. 바빌로프잘 모르겠다. 시저당신은 유전자의 법칙을 거스른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 진화생물학의 핵심 토대인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따르면 유전자는 오로지 생존만을 생각한다. 그런데 당신의 일생은 이 이론으로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자리의 배심원 앞에서 그걸 입증해 보이겠다. 당신의 집안은 꽤 부잣집이었다. 당신의 부모는 당신이 섬유공장을 물려받기를 원했는데 왜 따르지 않았나. 바빌로프우리 가족이 부유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난 세 명의 형제들을 어려서 병으로 잃었다. 그 때문에 나를 포함한 나머지 형제들은 당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던 과학과 의학을 통해 이 같은 불행을 없앨 수 있다고 믿었다. 누나 둘은 의사와 세균학자, 형은 물리학자, 난 식물학자가 됐다. 시저다른 형제들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왜 당신은 식물학인가. 당시에는 식물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별 의미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바빌로프사실 의사가 될지 식물학자가 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 입학 직전 러시아에 최악의 흉년이 닥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시저당신 자신을 위해서였다면 분명 의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니었나. 잘살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식량을 걱정해서 식물학자가 됐다는 사실부터 아이러니하다. 과학적 발견으로 인류의 고통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자만에 빠져 있었던 것 아닌가. 바빌로프그게 나의 가장 큰 희망이었다. 난 새로운 발견을 할 때마다 ‘이 발견을 어떻게 농사에 활용할 수 있을까.’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또 작물의 질병과 전염병 때문에 생겨나는 기아, 사망, 이주, 사회불안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시저그래서 결국 당신은 가족조차 버리고 먼 길을 떠났다. 1916년에 처음 파미르 고원으로 ‘페르시아 밀’을 찾아 떠난 이후 1933년까지 115차례나 소위 ‘종자찾기 여행’을 했다. 첫 여행을 떠날 때는 신혼이었고, 아들이 태어났는데 안아 줄 시간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게 말이 되나. 도대체 얼마나 숭고한 여행이었기에 가족도 팽개쳤던 건가. 바빌로프작물이 지닌 질병면역력을 찾기 위해 지구상에 어떤 식물이 오랫동안 살아남았는지를 알고자 했다. 농작물이 잘 자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날씨의 영향도 있고, 병충해가 생겨서 순식간에 초토화되는 일도 많다. 무엇보다 인간이 생산성이 높다거나 하는 이유로 한 가지 작물에만 집착하면 그 작물에 병충해가 생길 경우 모두 굶어 죽게 마련이다. 하지만 다양한 생물을 키울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더위에 강한 작물, 추위에 강한 작물, 생산성은 낮은 대신에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적절하게 섞어서 키운다면 어떤 경우에도 기아를 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작물의 근원을 찾아야했다. 밀, 벼, 콩 등이 처음 태어난 곳을 찾는다면 그곳에서 가장 강하게 자란 품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시저그래서 도대체 품종을 얼마나 모은 것인가. 바빌로프정확하지는 않지만 5대륙을 모두 돌면서 나와 동료들이 모은 종자와 덩이줄기가 14만 8000개에서 17만 5000개 정도 될 거다. 당연히 모두 땅에 심는 순간 자랄 수 있는 발아 가능한 종자들이었다. 시저그동안에 당신은 이혼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류를 구한다는 목표 아래 결국 가족을 잃은 건데, 만족하나. 바빌로프아내 에카테리나와 아들 올레그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종자여행을 위해서 말을 배울 시간도 부족했다. 시저전 세계를 돌아다녔는데, 몇 개 국어나 할 수 있나. 바빌로프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라틴어는 기본이고 에티오피아 공용어인 암하라어나 페르시아어까지 배웠다. 땅과 씨앗의 진정한 주인은 농부들이고, 종자에 대해서는 그들이 가장 잘 안다. 그들의 말로 대화하는 것이 종자여행의 핵심이었다. 시저다시 말하자면 당신은 오로지 씨앗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떠돌았고, 그 결과 가족을 잃었다. 심지어 국가도 당신을 인정하지 않았다. 러시아에 식량이 부족해지자 스탈린 체제의 농업학자들은 당신이 지나치게 많은 종자를 가져와 방치했기 때문에 식량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하면서 가뒀다. 재판에서 총살형을 선고받았고, 물론 다행히 집행되지는 않았지만 결국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량을 모은 당신이 감옥에서 굶어 죽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잖은가. 당신은 뭘 위해 일한 건가.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면, 당신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것 아닌가. 심지어 당신의 제자들은 연구소의 종자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다가 세계대전 중에 봉쇄된 도시에서 굶어 죽었다. 이 또한 당신의 책임 아닌가. 바빌로프…. 볼로그바빌로프의 성과가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그 뒤를 이었던 내가 좀 더 보충하고 싶다. 병충해에 강하고, 식량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당신의 목표였다. 맞는가. 바빌로프그렇다. 그것만이 인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볼로그현재 러시아의 경작지 80%에서 바빌로프가 세운 연구소의 종자에서 개발된 품종을 키우고 있다. 불과 80년이 지나지 않아 수천년을 내려온 농업의 뿌리를 바꾼 거다. 종류는 1000가지가 넘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생물다양성은 지금 이 순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화두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화학비료를 뿌리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을 살포한 덕분에 땅은 피폐해졌고 새로운 병충해에 인간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결국 식물학자와 농업학자들은 80년 전 바빌로프가 주장했던 생물다양성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시저바빌로프의 노력들이 실제로 인류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것인가. 볼로그나 역시 바빌로프의 여행에서 연구의 기본을 얻었다. 밀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결국 밀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고, 병충해에 강한 앉은뱅이 밀을 얻었다. 이 밀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을 기아에서 구했다. 시저그 덕분에 당신은 197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평생 아쉬움 없이 연구를 하고 영광을 누렸다. 그런데 바빌로프는 결국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희생만 한 것 아닌가. 여러 가지 정황상 바빌로프의 유전자는 유죄가 분명하다. 볼로그시저 당신은 ‘이기적 유전자’의 가장 큰 함정에 빠져 있다. 바빌로프가 이타적이냐 하는 질문에 당신은 ‘그렇다.’라고 대답하겠지만 실제로는 바빌로프야말로 가장 이기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주장하는 유전자 설계론의 핵심은 유전자가 자신이 속한 종이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유전자를 위해 행동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행위를 하는 이타주의자들은 결국에는 생존을 위해 교묘하게 이타성으로 위장된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바빌로프는 자기 자신이나 가족의 이익을 위하는 대신 인류라는 종의 생존을 위해 철저하게 프로그램된 유전자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까지 버릴 수 있는 이타성이 바로 지독한 이기적 유전자의 증거다. 오히려 바빌로프야말로 ‘이기적 유전자’ 그 자체가 아닌가. 바빌로프이기적 유전자니 이타적 유전자니 하는 부분은 잘 모르겠다. 난 그냥 내 머리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죽는 순간까지 내가 모은 종자들에 대해 걱정했는데, 그 덕분에 인류가 기아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됐다니 기쁘다는 생각뿐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게리 폴 나브한·강경이/아카이브)  이타적 유전자(매트 리들리·신좌섭/사이언스북스)  이타적 과학자(프란츠 부케티츠·도복선/서해문집)  기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스코트 킬맨·이순주/에이지21)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이상임/을유문화사)  생각의 역사2(피터 왓슨·이광일/들녘)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가 밝힌 유전자의 비밀
  • “굶주리는 阿 어린이 돕자”

    “굶주리는 阿 어린이 돕자”

    레이디 가가(왼쪽)와 U2, 저스틴 비버(가운데)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프리카의 뿔’ 지역의 기근을 돕기 위한 ‘당신의 친구가 되겠어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전설적인 레게 가수 밥 말리의 음악을 올리고, 아프리카에서 굶주리는 수많은 사람을 위해 기부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제이지, 롤링스톤, 폴 매카트니, 마돈나(오른쪽) 등 유명 가수들과 데이비드 베컴 등 150여명의 스타가 이번 캠페인에 참여했다. 홈페이지에는 밥 말리 & 더 웨일러스의 1973년 노래 “하이타이드나 로타이드”와 함께 케빈 맥도널드 감독이 만든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이곳에서 기부를 하거나 밥 말리의 노래를 1.29달러에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모인 기금은 동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음식과 물, 약품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현재 소말리아에서는 360만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고, 에티오피아와 케냐 등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는 1200만명이 고통받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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