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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단 거목이자 신사 떠나셨다”

    “문단 거목이자 신사 떠나셨다”

    31일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는 오전부터 문단 안팎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빈소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이어령, 김승옥, 정현종, 황동규, 박맹호, 김주영, 김원일 등 문화계 인사들이 온종일 줄을 이었다. 소설가 김승옥씨는 “고등학생 때 각기 다른 학교 학생으로 잠시 만났다 헤어졌던 그를 서울대 동문으로 다시 만나면서 문학적 교감을 나눌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면서 애통해했다.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는 “고인은 김승옥과 더불어 때묻지 않은 모국어로 작품활동을 한 제3세대 문학의 대표주자”라며 “제3세대가 문단 전면에 나선 것이 엊그제 같은데 역사 속에 묻혀가는 것에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소설가 박완서씨는 “가장 존경하는 문인이셨다. 인간적으로도 나무랄 데 없는 신사셨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인의 대표 소설 ‘당신들의 천국’의 실제 모델이었던 조창원 전 소록도병원장도 조문했다. 그는 “묻혀질 수 있는 소록도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줘서 너무 고마웠다.”면서 “지난 3월 만났을 때 ‘5개월밖에 못 산다.’고 말하긴 했지만 이후 연락이 없어서 건강히 잘 지내는 줄만 알았다.”며 슬픔을 참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형오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정·관·재계 인사들도 빈소에 화환을 보내 조의를 표했다. 한편 2일 영결식에서는 김병익 장례위원장이 영결식사, 민득영 한양대 명예교수와 문학평론가 오생근 서울대 교수가 추모사, 김광규 시인이 조시를 각각 낭독할 예정이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영호남 ‘불·물축제’의 만남] 탐진강 1급수 향연

    [영호남 ‘불·물축제’의 만남] 탐진강 1급수 향연

    ‘물 속에 풍덩 빠져보자.’ 서울에서 보면 정남진(正南津)인 전남 장흥군에서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제1회 ‘정남진 물축제’가 열린다. 장흥은 토요일마다 재래시장이 열리는 토요장터와 값싼 한우 판매로 유명하다. ●가족대항 민물낚시대회 어때요 탐진강의 축제장 일대는 물 깊이가 성인의 무릎 정도로 얕다. 강의 1급수 지역에는 은어를 비롯해 꺽지, 모래무지 등이 있다. 강 둔치 양쪽에는 수변공원이 조성돼 강바람을 쐬며 걷기에 그만이다. 가족대항 민물낚시대회가 열리고, 강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 아래에서는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행사도 준비됐다. 물속에서 오리도 잡고 보물찾기도 한다. 뗏목타기는 행사에 참가한 재미를 더한다. 특히 행사장에서 가까운 대덕읍 신리 앞바다(2일)에서는 맨손과 족대로 숭어와 돔을 잡는 ‘개매기’ 행사가 열려 재미를 더한다. ●별자리 보고 미술 감상하고 인근 억불산의 편백나무 군락지에서는 우드랜드가 문을 연다. 집 짓기나 목공예 체험이 가능하다. 도자기 빚기, 천연염색, 한지공예, 아토피 치료 체험하기 등은 덤이다. 밤에는 억불산 8부 능선에 세워진 정남진 천문과학관으로 올라가 밤하늘의 별자리를 천체 망원경으로 관찰할 수 있다. 호박축제는 회진면 진목리에서, 장수풍뎅이와 생약초 생태체험은 유치면 반월리와 용산면 운주리에서 열린다. 국립 현대미술관의 ‘찾아가는 미술관’도 첫 무대로 장흥을 택했다. 행사 기간에 천관문학관과 군청 등에서 전시된다. 이청준, 송기숙, 한승원, 이승우 등 생가와 천관산 문학공원도 있다. 억불산·제암산·사자산·천관산·가지산(보림사), 장흥댐의 물 박물관, 물 공원, 회진면의 해상 낚시공원 등도 가볼 만한 곳이다. ●군침 도는 은어·키조개 구이 장흥의 싱싱한 특산물인 키조개·갯장어·바지락·은어 구이는 여름철 별미다. 표고버섯과 한우, 키조개를 함께 넣은 철판요리는 최고 별미로 꼽힌다. 토요시장과 식당에서 값싸게 맛볼 수 있다. 이명흠 군수는 “물 축제 때 장흥 군민의 넉넉한 인심과 친절을 확인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장흥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책꽂이]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황정은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05년 등단한 작가의 첫 소설집. 표제작을 비롯해 ‘곡도와 살고 있다’ 등 9편의 단편과 ‘초코맨의 사회’‘G’ 등 2편의 엽편 등 모두 11편이 실렸다. 모자로 변하는 아버지, 직립 보행하며 말하는 모기 등이 등장하는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유머가 돋보인다.1만원.●누가 더 놀랐을까(도종환 지음, 이은희 그림, 실천문학사 펴냄) 시인이 등단 24년 만에 내놓은 첫 동시집.2002년 심신이 쉽게 피로해지는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속리산 산방에 터를 잡고 산 시인이 틈틈이 쓴 동시집. 심신을 치유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55편의 시가 실렸다.8000원.●소설을 살다(이승우 지음, 마음산책 펴냄) 소설 안팎의 사색을 담은 작가의 두번째 산문집. 글쓰기의 자양분이 된 인물과 경험, 소재를 고르는 법, 창작의 어려움, 이 시대 문학이 처한 상황에 대한 소회를 담았다.1만 1000원.●그리운 날의 시 또는 일기(김재열 지음, 천우 펴냄) 현직 언론인인 시인 자신이 직접 경험한 1960∼1970년대 성장통과 그 편린들을 곡진하게 그려낸 60여편의 시를 수록. 시인은 “40여년 전의 벌거숭이산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그 시절의 아름다움을, 그때를 모르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 시절의 아픔과 낭만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고백한다.6000원.●유다와 세번째 인류(남한 지음, 문학수첩 펴냄) 2006년 마흔한살의 늦깎이로 등단한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 표제작과 ‘갈라테아의 나라’ 등 6편의 중단편이 실렸다. 섹스 로봇이 인류의 성생활을 지배하는 등 흥미진진한 가상의 세계를 펼친다.9000원.●올해의 좋은시(황동규 등 지음, 현대문학 펴냄) 각종 문예지에 발표된 신작시 가운데 독서대중의 폭넓은 공감을 얻는 76편을 수록. 시인들이 온 정성을 기울여 조탁한 시어와 치열한 시인 정신을 엿볼 수 있다.8500원.‘올해의 좋은 소설’(현대문학)도 함께 나왔다.1만원.●소설의 고독(정홍수 지음, 창비 펴냄) 등단 이후 12년간 쓴 현장 비평글을 한데 묶은 평론집. 이혜경, 윤대녕, 성석제, 김인숙, 김남일, 공선옥 등의 소설집에 대한 해설을 중심으로 공지영, 방현석, 박완서, 정지아, 이청준 등에 대한 작가론과 작품론도 함께 수록.1만 8000원.
  • 장흥, 문학특구 종종걸음

    전남 장흥군이 문학특구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장흥은 고향이 같은 동년배 소설가인 한승원과 이청준, 그리고 송기숙 등 당대 내로라하는 문인 80여명을 배출한 곳이다. 시인으로 등단한 이명흠 장흥군수는 21일 “장흥은 유명 작가들이 대거 배출돼 한국 문학의 본향처럼 회자된다.”며 “훌륭한 작가와 문학 작품의 모태가 된 장흥의 역사성과 자연경관 등을 살려 국내 처음으로 문학특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장흥군에 따르면 한승원, 이청준 등 작가들은 앞으로 작품 세계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자료집을 펴내고 문학기행 참가자나 관광객들이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이 자료집은 송기숙-삶과 역사를 일군 이야기꾼, 한승원-한승원 문학의 자유, 사랑, 꿈의 속살, 이청준-삶과 소설을 위한 향연 등이다. 책마다 60쪽 안팎으로 편집, 작가의 연보를 작품 중심으로 정리했고 작품의 면모를 이해하도록 쉽게 쓰여졌다. 군은 이들 작가 자료집을 시작으로 해마다 장흥 출신 3∼5명의 유망 작가들을 선정해 자료집을 펴낸다. 송씨는 용산면 노산리 포곡마을, 한씨는 대덕읍 선상리, 이씨는 회진면 진목마을이 고향이다. 한씨와 이씨는 태어나고 자랐던 바다가 문학의 산실이라고 작품에서 말하곤 했다. 한씨는 장흥고교에서 문예부장이던 송씨를 만난다. 현재 장흥에는 이들 작가의 생가와 작품 탄생지, 영화 촬영장 등이 잘 보존돼 있다. 한씨는 서울 생활을 정리한 뒤 바닷가인 안양면 사촌리 율산마을에 ‘해산토굴’이란 집을 짓고 글을 쓰고 있다. 마을 아래쪽에는 한승원 문학산책로(600m)가 있다. 앞서 장흥군은 2004년 4월, 도립공원인 대덕읍 연지리 천관산 앞에 문학공원을 만들었다. 장흥 출신과 국내 유명작가 54명의 작품을 기록한 문학시비(詩碑)가 하나씩 세워졌다. 오는 6월 천관문학관이 또 문을 연다.장흥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20일 TV 하이라이트]

    ●뉴하트(MBC 오후 9시55분) 강국은 은성에게 반신불수가 된 환자한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찾아보라며 자학은 하지 말라고 한다. 흉부외과 레지던트들은 병원장에게 단체 사표를 제출한다. 혜석은 병원장에게 반기 든 걸 후회하지 않냐는 은성의 질문에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은성은 혜석을 데리고 나가 위로해준다.   ●TV책을 말하다(KBS1 밤 12시35분) 원로 작가들의 신작 발표가 어느 때보다 풍성했던 2007년. 그 중심에는 40년이 넘는 시간을 온전히 ‘소설쟁이’로 살아온 한국문학의 거장 박완서와 이청준이 있다. 두 대표 작가의 최근 작품 ‘친절한 복희씨’와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를 통해 한국문학의 방향을 짚어본다.   ●다큐 여자(EBS 오후 7시45분) 15년 전부터 ‘사랑의 가정 연구소’를 운영해온 김향숙 원장. 사소한 성격차이에서부터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들의 갈등까지 폭넓은 가정 문제 상담과 함께 부부 사이의 거리 좁히기에 힘써왔다. 그녀가 전해주는 행복 철학을 바탕으로 소통을 통한 부부간의 이해와 즐거운 가정 만들기 비법을 함께 들어본다.   ●쾌도 홍길동(KBS2 오후 9시55분) 궁으로 들어간 여자가 이녹인 것을 알게 된 창휘는 당황한다. 광휘와 독대를 원한 길동은 왕의 밀실에 이녹이 와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난감해한다. 사인검을 찾기 위해 이녹은 열심히 주위를 살피고, 이에 길동은 광휘의 눈빛에 지지 않고 창휘에 대해 궁금해하는 왕에게 스무고개 놀이를 제안한다.   ●부부솔루션 미안해 사랑해(SBS 오전 9시) 바지에 소변을 본 둘째 아들 때문에 아내는 아이에게 매까지 들게 된다. 속이 상한 아내는 아이를 넷이나 낳게 된 속사정을 털어놓는다. 항상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는 아내와는 달리 또래보다 뒤처지는 아이들 행동에 대해 무관심한 남편. 그래서 아내는 항상 아이들의 뒷감당을 다해야 했다.   ●클로즈업(YTN 낮 12시35분)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수시로 바뀌어 학생과 학교, 학부모들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몰라 혼란을 겪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런 속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교육 개혁의 핵심으로 ‘공교육 살리기’를 강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이원희 회장과 공교육 살리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본다.
  • [한국인의 질병] (17) 폐암

    [한국인의 질병] (17) 폐암

    1997년 방영된 인기 드라마 ‘의가형제’에서 외과의사 역을 맡은 배우 장동건을 문득 떠올려본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단 1개월의 생존 기간도 보장 받지 못하는 무서운 ‘폐암´을 다뤘다. 사실 국내 발병률 상위 10대 암 가운데 매년 1∼2위를 차지하는 것이 폐암이다. 하지만 폐암은 드라마에서 보이는 것처럼 증상이 단순하지 않다. 통증을 느끼는 수준을 넘어 마음대로 숨도 쉬지 못하게 하는 극한의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의 조재일(54) 폐암센터장을 만나 폐암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생률이 높은 암은 ‘위암’이다. 하지만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암세포의 확산 속도가 빠른 폐암은 연간 사망자수 면에서 매년 1위를 차지한다. 통계청의 ‘2005년 사망원인통계연보’에 따르면 이 해 폐암 사망자수는 1만 3805명에 달했다. 이는 2,3위인 위암(1만 990명), 간암(1만 962명) 사망자보다 3000여명 많고 4,5위인 대장암(6071명), 췌장암(3389명) 사망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폐암 환자가 많은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흡연자’가 많기 때문이다. 학계 보고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위험이 최대 80배까지 증가한다. 또 담배를 피우는 양이 많을수록, 일찍 흡연을 시작할수록, 흡연 기간이 길수록 폐암 발병 위험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따라서 800만명에 달하는 흡연자뿐만 아니라 이들 주변에 있는 간접 흡연자도 이미 ‘예비 폐암 환자’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흡연은 폐암을 일으키는 원인의 95% 이상을 차지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외에도 건축 자재에 사용되는 석면을 비롯해 벤조피렌, 크롬 및 니켈혼합물, 비연소성 지방족 탄화수소 등의 공해 물질도 폐암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유전 가능성도 높아, 가족 가운데 폐암 환자가 있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2∼3배 정도 발병 위험이 높습니다.” 폐암의 초기 증상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암세포가 확산되면 폐암 환자의 75%는 잦은 기침을 호소하지만 담배 때문이려니 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바닥에 눕기 어려울 정도의 호흡 곤란 증상은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나타난다. 폐에 체액이 차오르는 ‘흉막 삼출’과 기도가 막히는 ‘상기도 폐색’이 원인이다. 초기 폐암 환자는 고통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암세포가 뼈로 전이되면 통증이 심해진다. 그러나 국내 의료진들은 암 통증 치료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가슴 통증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외에 암세포가 상체 혈액 순환을 담당하는 상대정맥을 눌러 가슴 부위의 정맥이 돌출하거나 머리와 팔이 붓는 증상도 폐암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다. 폐암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금연이다. 공해 물질을 피하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지만 금연은 비교적 쉽게 실천할 수 있다. 또한 조기검진을 통해 암을 미리 발견하면 치료가 손쉬울 수 있다. 최근 들어 의료계가 권장하는 조기 검진 시기는 40세 이후이다. “종류에 따라 예후가 다르지만 발병 직후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한 폐암도 있어요.40세 이상 남녀라면 흉부 X선 촬영이나 객담 암세포 검사, 저선량 CT 검사 등을 통해 암세포 발생 여부를 주기적으로 관찰해야 하지요. 만약 흡연자라면 최소 1년에 1회 정도는 폐암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에 따라 크게 ‘비(非)소세포암’과 ‘소세포암’ 등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폐암을 굳이 두 가지 종류로 나누는 이유는 이들 암의 치료 성적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치료를 받지 않은 소세포암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1∼4개월에 불과할 만큼 치명적이다. 또 암세포가 빠른 속도로 자라기 때문에 수술을 받고 항암제를 투여해도 재발이 많다. 실제로 소세포암 환자의 2년 이상 생존율은 30%에도 못 미친다. 반면 비소세포암은 암세포의 성장 속도가 느리고 주변 장기로 침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1∼3기까지도 완치가 가능하다. 외부 장기로 암세포가 전이되지 않았다면 절제 수술의 예후도 좋다. 따라서 일찍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는 높아진다. 비소세포암 환자가 전체 폐암 환자의 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조기 검진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폐암 환자를 모두 통틀어 5년 이상 생존하는 비율은 10% 수준입니다. 다른 암과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죠. 그러나 폐암 1기 환자는 조기에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5년 이상 생존율이 60∼80%에 육박합니다. 반면 폐의 외부로 암세포가 전이된 4기 환자는 생존율이 4%에 불과해요. 이런 차이를 잘 명심해야 됩니다.” 강한 항암제를 투여하려면 환자의 간이 건강해야 한다. 항암제를 투여하는 기간에 한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무리하게 복용하면 간이 손상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되도록 금하는 것이 좋다. 폐암은 특히 전이가 빠르기 때문에 치료와 관련된 모든 행동은 전문의와 상담을 거친 뒤에 진행해야 한다.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확인한 뒤에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의료진의 설명입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인터넷부터 찾지 말고 의료진에게 물어보세요. 완치 희망이 있다면 의료진이 수술이라도 한 번 더 권하지 않겠습니까. 또 폐암에 대한 표준 치료법은 이미 수없이 많은 환자에게 검증된 절차이기 때문에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글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유명인들 누가 폐암 투병 중? 한 해에만 1만명이 넘는 사람이 폐암으로 진단 받는 만큼, 그 중에는 투병 중인 유명인들도 적지 않다. 원로 소설가 이청준(69)씨는 폐암 투병 와중에도 지난해 11월 신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를 펴냈다. 대학 재학때부터 담배를 피워 폐에 종양이 생기는 원인 중 하나가 되게 했지만, 고통스러운 투병 기간 중에도 그의 창작 열기는 식지 않았다. 최근 한일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아 관심을 모은 김영작(67) 전 국민대 명예교수는 폐암을 완전히 극복하고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최근 일본 호세이대학에 초빙돼 다시 강단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 암세포가 급속히 확산되는 폐암의 특성상 아쉽게 생을 마감한 이도 많다. 금연홍보대사로 활발하게 활동한 코미디언 이주일씨, 탤런트 이미경씨는 2002년과 2004년 각각 폐암으로 사망했다. 지난달 2일에는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송만기 전 현대자동차서비스(현대캐피탈) 감독이 항암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작심삼일 이기는 새해 금연법 폐암은 흡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담배만 멀리 해도 폐암의 발병 위험을 80∼90% 이상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그러나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할 경우 성공률은 5%에도 못 미친다. 폐암이 무서워 무작정 금연을 시도한 대부분의 애연가가 ‘작심삼일’에 그친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갤럽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해에 금연을 결심한 사람 10명 중 8명이 금연에 실패했다. 이 조사에서 금연에 실패한 사람 가운데 57%는 1주일만에,71%는 2주만에 금연을 포기했다. 보다 확실한 금연법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금연을 원한다면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서홍관 박사가 최근 발표한 ‘2008년 금연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금연법의 첫번째 원칙은 “금연 동기를 확실히 하라.”는 것. 왜 금연해야 하는지 절실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흡연의 유혹을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목표를 정하고 담배 살 돈을 저축하라.”는 것이다. 담뱃값을 저축해 자녀나 아내에게 작은 선물을 한다는 식의 목표를 정하는 행동을 말한다. 서 박사에 따르면 기상 후 스트레칭과 가벼운 산책, 녹차 한 잔도 금연을 유지하게끔 돕는다. 흡연자들은 공통적으로 눈 뜨자마자 담배를 찾거나 식후 담배의 유혹에 강하게 끌린다. 따라서 기상 후와 식후 5분 안에 금연 리듬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을 동원해야 한다. 담배 생각이 간절할 때는 ‘가족’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또 주변인에게 금연 중임을 선포하고, 금연 실패의 주범인 ‘음주’ 습관을 파악해 주량을 계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앞서 언급된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금연이 어렵다면 전문가의 상담과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습관적인 흡연은 개인의 기호나 습관이 아닌 ‘니코틴 중독’에 의해 지속되기 때문이다. 서 박사는 “금연에 다수 실패한 사람, 하루 한 갑 이상 흡연자, 기상 후 30분 이내에 담배를 찾는 사람은 심각한 니코틴 중독이 의심된다.”며 “이들은 의사의 상담을 받은 뒤 금연보조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문화산업 부흥 원년으로] “저작권 존중·콘텐츠 質 높여라”

    [문화산업 부흥 원년으로] “저작권 존중·콘텐츠 質 높여라”

    드라마·영화 등 이야기 산업의 중요성이 거론된 지는 오래 됐다. 디지털 다매체 시대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으로 드라마와 영화는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제작·유통하는 현장을 들여다보게 되면 허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에서 최근 발표한 ‘방송콘텐츠 수출지원사업 재평가 및 개선방안’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문화산업의 규모는 9719억 9600만달러에 달한다. 이 중 방송이 전체의 34%이며 다음으로 영화(8.3%), 음반(3.7%), 게임(3.2%)순으로 나타났다. ●“드라마, 저작권 체계적 관리 시급” 방송은 뉴미디어 산업의 발달로 더욱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방송 산업은 한류의 정체 현상에서 보듯 커다란 문제에 직면해 있다. 마케팅 전략의 부재 등도 원인으로 꼽히지만, 무엇보다 콘텐츠의 다양성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강익희 책임연구원은 “‘겨울연가’‘대장금’ 이후 킬러 콘텐츠라고 할 만한 드라마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해외수출되는 방송영상물의 약 77%(2006년)를 차지하지만, 현재는 타이완에서 오히려 자체제작 비중을 늘리는 등 중화권과 일본으로의 수출이 심각한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콘텐츠 확보를 위해서는 저작권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JS픽쳐스 손홍조 제작기획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원전을 돈 주고 사보는 것에 인색하다.”면서 “원전을 제값 주고 보는 인식이 부족해서 작가들이 수입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작가 인프라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해 결과적으로 콘텐츠 부실을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방송사와의 관계에서 제작사들의 저작권을 인정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손홍조 제작기획본부장은 “제작사가 받는 제작비가 실제 60∼70%밖에 되지 않는 데다, 해외판권·방송판권·브랜드의 저작권을 방송사에서 다 차지하는 등 제작사들은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면서 “창작의 권리를 정당하게 인정해줄 때 좋은 콘텐츠 생산도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익희 연구원도 “아직도 대부분은 지상파가 저작권을 다 가져가는 구조”라면서 “방통융합 환경에 따른 환경 개편 때라도 지상파 저작권 소유를 제한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6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조사·발표한 관객성향조사통계에 따르면 관객들이 영화 보는 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이야기’(90.2%)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영화사들은 자체 콘텐츠 개발팀을 두거나, 원작 혹은 다른 분야 콘텐츠에 착안해 대본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문제점이 적지 않다. 올해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는 ‘식객’(허영만의 동명만화),‘밀양’(이청준의 소설 ‘벌레 이야기’) 등 일일이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았다.TV드라마, 시트콤, 다큐, 쇼프로그램 등 TV콘텐츠를 영화화한 경우도 있다.KBS 동명 시트콤을 영화화한 2006년 개봉작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대표적.‘안녕, 프란체스카’,‘거침없이 하이킥’도 영화화된다. 그 밖에 개그콘서트, 전국노래자랑, 수사반장,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도 영화화를 위한 아이디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 권익 보장을” 하지만 원작을 사오는 제작행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MK픽처스 심재명 대표는 “원작이 흥행을 담보하지 않는다. 과도한 가격에 주고 사서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사장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한다. 그는 “우리나라에 각색작가의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질을 확보하는 일이다. 나비픽처스의 박문수 기획팀장은 “미국이나 일본에는 게임이나 대중소설 등 이미 검증된 콘텐츠가 있는데, 국내 대중 콘텐츠의 문제는 원작 단계에서 수익성 있는 작품이 절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학만 봐도 90년대 이후 문학작품들은 80년대 서사 작품의 능력을 못 따라간다고 덧붙였다. 아이템 기획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싸이더스 FNH의 홍선영 팀장은 “요즘은 복합 장르와 이중 플롯이 대세여서 관객들의 눈을 쫓아가기가 어렵고, 시나리오 전문 작가의 경우 상업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개발단계의 기획 전문가들이 많이 나오면 엄청난 양의 재료를 엮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열악한 작가 환경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자성이 제기된다. 시나리오작가조합 심산 회장은 “시나리오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하고, 오리지널 시나리오라 해도 양도해 버린다거나 감독 각본·각색으로 이름을 넣어 바꿔 버리는 등 작가들에게서 창작 의욕을 뺏고 있다.”면서 “현재 권고사항으로 되어 있는 표준계약서를 통해 작가들의 권익을 보장하는 등 역량 있는 작가들이 오리지널 시나리오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문학과 인문학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강아연 정서린기자 arete@seoul.co.kr
  • 김윤식 교수의 ‘현장에서 읽은… ’

    ‘21세기 문학 지도가 나왔다.’ 날카로운 현장 비평으로 우리 문학의 지도를 그려온 문학평론가 김윤식(71)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국 소설의 지형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평론집을 내놓았다. 지난 2005년 4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월간 ‘문학사상’에 게재했던 현장비평을 재구성해 ‘현장에서 읽은 우리 소설’(도서출판 강 펴냄)이라는 이름으로 묶었다. “그달 그달 발표된 작품 읽기란, 제겐 참으로 난감한 모험의 연속입니다. 금방 나온 작품을 대하는 순간 그것이 뿜어내는 빛이 하도 눈부셔 눈멀 수밖에 없었습니다.”라고 고백한 김 교수가 이 기간 각종 문예지에 발표된 소설들을 꼼꼼히 읽고, 작품과 작가에 대해 써낸 예리하면서도 애정어린 비평을 주제별로 10개의 장으로 나눠 구성했다. 김숨 김애란 이기호 한유주 등 신예작가부터 김인숙 은희경 윤대녕 구효서 등 중견작가, 박완서 이청준 최일남 등 원로작가에 이르기까지 100여명의 작가를 망라하고 있어 우리 소설이 지난 2년여 동안 그린 궤적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가족의 탄생 혹은 소멸’이라는 부제가 붙은 1장 김숨의 ‘트럭’에 대해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대하는 ‘아버지 소설’”이라면서 우리 시대 아버지와 가족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성찰했다.5장 ‘관념을 벗고 육체를 입은 소설들’에 배치된 권여선의 ‘약콩이 끓는 동안’에 대해서는 “자의식이 범람하는 이 나라 소설판에 육체를 끌고 들어왔다.”고 평했다. 그의 비평은 작품을 씨줄로, 작가를 날줄로 삼아 최근 우리 소설이 어떠한 미학적 형식과 언어의 밀도 속에서 인간과 세계를 해석하고 이해하려 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1만 6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책꽂이]

    ● 나는 나를 안다(김원일 지음, 푸르메 펴냄) 분단문학의 기수인 김원일의 작품집. 표제작을 비롯해 ‘환멸을 찾아서’‘손풍금’‘임을 위한 진혼곡’ 등 4편이 실렸다. 박완서의 ‘환각의 나비’, 이청준의 ‘퇴원’, 양귀자의 ‘다시 시작하는 아침’에 이은 우리가 꼭 읽어야 할 문학상 시리즈 4번째 작품집.1만 500원.● 토트 신전의 그림자(미하엘 파인코퍼 지음, 배수아 옮김, 열림카디널 펴냄) 베스트셀러 ‘룬의 교단’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의 역사추리 소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연쇄살인사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런던의 살인마 잭’과 고대 이집트의 신 토트 숭배를 모티브로 삼은 스릴러.1883년 대영제국의 수도 런던의 악명 높은 빈민가 화이트채플에서 매춘부가 잔인하게 살해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1만 3000원.● 파파스(오진원 지음, 풀그림 펴냄, 전3권) 정해진 규율에 딱딱 맞춰 사는 것이 싫어서 ‘딱딱맞춰 나라’를 도망치다 들킨 꼬마 마법사 이야기. 파파스는 인간 세계에 내려가 착한 일을 해야 하는 벌을 받게 된다. 어려운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파란책 속에 숨어 살게 된 파파스의 도움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을 담은 연작 소설. 각권 8000원.● 안국동 울음상점(장이지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2000년 ‘현대문학’으로 데뷔한 시인이 등단 7년 만에 선보이는 첫 시집. 차이밍량의 영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음악, 장 콕토의 시 등 음악, 영화, 미술 등 다양한 장르에서 시적 자양분을 끌어낸다.6000원.●위화(김정산 지음, 포북 펴냄) 신라 통일의 원동력이 된 화랑도의 시조 위화(魏花)를 조명한 역사소설. 주인공 위화와 주변 인물들 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시간 순으로 따라가며 27개의 에피소드로 엮었다.1만원.
  • “작품집 내다보니 물레방아 된 느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작품집을 묶어내다 보니 마치 내 자신이 물레방아가 된 느낌입니다. 이번 작품집을 묶기에 한편이 모자라 한편을 더 쓰고 있는데, 병원에서 부르는 바람에…, 허허. 중단했다가 마무리짓게 돼 기분이 홀가분합니다.” 신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열림원)를 펴낸 소설가 이청준(68)씨가 27일 기자들과 만났다. 창작생활 42년 결산의 의미도 담고 있는 이 작품집엔 표제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등 중편 3편,‘지하실’등 단편 4편,‘귀항지 없는 항로’등 에세이소설 4편이 실렸다. 작품집은 다양한 형식과 분량만큼이나 작가가 복원하고 추구해온 폭넓은 세계를 담고 있다. 형식에 얽매이는 출판기념회가 싫다는 작가는 이런 가치관 때문인지 숱한 작품집을 내면서도 책머리에 서문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 소설집에는 서문을 썼다. 이유에 대해 “처음부터 서문을 쓰지 않다 보니 계속 쓰지 않게 됐다.”며 “이번에는 그동안 많은 도움을 준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의 표시로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문단생활 중 해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역사소설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그래서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 초의선사, 소치 허유가 만나 다회(茶會)를 여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는데….‘목민심서’등 다산 책을 읽어 보니 이 소설을 쓰게 위해서는 가톨릭과 유·불·선 등 사상체계가 너무나 광범위해 쓸 엄두가 나지 않아 그만뒀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감사부터 드려요. 될 수 있는 대로 기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하루 일과를 털어놓은 그는 “앞으로 이런 자리가 자주 마련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모임을 끝냈다.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소설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일본의 감각소설이나 영미의 칙릿소설에 독자들의 입맛이 길들여지고 있지만 1970∼90년대 초만 해도 독자들은 외국소설보다 우리소설을 즐겨 찾았다. ‘한국문학의 위기’라는 기분 나쁜 주제가 문단 안팎을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그 시절 우리 소설의 ‘힘’으로 위기타개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이 시작돼 관심을 모은다. ‘소설 르네상스’시리즈(책세상 펴냄)는 인간존재의 근원과 당대의 현실을 묘파함으로써 독자를 강력하게 흡입했던 1970∼90년대초 주요 작가 50명의 첫 소설집을 새롭게 복원하는 작업이다. 1단계로 서정인, 박태순, 이문구, 이청준, 송영, 서영은, 유순하, 조해일, 김원우, 이균영, 이승우, 구효서 등 12명의 작품집을 발간했다. 모두 절판됐던 작품들인데다 새롭게 펴내는 작가들의 소회와 젊은 평론가의 새로운 해설이 들어있어 새 작품집과 다를 바 없다. 내년초까지 50권을 완성할 예정인 가운데 출판사는 천승세, 조정래, 한수산, 김주영, 김인숙 등 29명의 첫 작품집을 출간키로 확정했다. 나머지 9명과는 협의를 진행중이다. 출판사측은 “우리 문단 최고작가들의 젊은 감수성과 열정이 침체된 문학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이창동 감독 신작 ‘밀양’

    이창동 감독 신작 ‘밀양’

    일찍이 실존주의 작가 카뮈가 지적했듯이 원래 세계는 부조리하기 때문에 인간의 고통은 이유가 없는 것인가. 하지만 부조리한 세계를 ‘신의 뜻’으로 위로하는 종교적 처방은 “신이 있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라는 의문을 낳을 수밖에 없다. 지난 1일 드디어 베일을 벗은 이창동 감독의 새 영화 ‘밀양’은 아이로니컬한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정면으로 제기한다. 영화는 소설가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를 원작으로 했다. 주인공의 자살로 끝난 원작과 달리 영화는 좀더 희망적이다. ‘밀양(密陽)’은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평범한 지방도시의 이름이자 ‘숨어 있는 햇볕’이라는 뜻도 들어있다. 밀양은 도시의 삶에 지친 주인공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펴는 곳인 동시에 참혹한 고통을 겪고도 살아가게 하는 구원 또는 희망이 숨겨져 있는 공간으로 작용한다. 한 여자가 있다. “서방 잡아 먹고 자식까지 앞세운” 지지리도 복없는 여자다. 사별한 남편의 고향 밀양에 아들 준과 함께 내려온 신애(전도연)는 피아노 학원을 차리고 소박한 새 삶을 꿈꾼다. 하지만 삶의 마지막 버팀목이었던 아들마저 끔찍한 유괴사건으로 잃게 된다. 모든 걸 잃은 그녀는 종교의 힘에 의지해 살아보려 한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주체할 수 없이 슬픔이 차오를 때마다 그녀는 주기도문을 주문처럼 외운다. 그리고 그녀는 주님 안에서 평화와 안식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믿는다. 자기 확신에 빠진 신애는 마침내 범인을 용서하려는 마음까지 먹게 된다. 하지만 교도소 면회실에서 자신 또한 하나님께 귀의해 이미 구원을 받았다고 얘기하는 유괴범의 평온한 얼굴과 마주한 순간, 그녀의 절망은 다시 시작된다.“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용서를 해? 내가 용서를 안했는데….” 벼랑 끝에 몰린 신애의 삶은 그녀의 곁을 무작정 맴도는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을 통해 예기치 않은 위안을 얻는다. 신애와 종찬이 처음 만난 날의 대화. “밀양이 무슨 뜻이에요?”(신애) “뜻보고 삽니꺼? 그냥 사는 거지예.”(종찬).“왜?”라는 질문에 대해 “그냥”이라고 대답하는 종찬은 그녀로 하여금 존재의 이유를 바꿔보게 만드는 힘이 된다. 삶의 고통을 해독하는 구원의 코드가 있다 없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그렇게 견디며 살다보면 ‘숨어있는 햇볕’ 같은 희망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자기 집 마당에서 긴 머리를 자르려는 신애를 위해 종찬은 거울을 들어준다. 그리고 잘린 머리카락이 떨어진 마당 한쪽에 깃든 햇볕을 카메라가 오래도록 응시한다. 그들먹하게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숨어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햇볕을 재발견했다고나 할까. 이 작품으로 첫 호흡을 나눈 전도연과 송강호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연기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대다수가 낯선 얼굴들인 조연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또한 영화를 떠받치는 힘이다. 이창동 감독은 복귀작에서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사족 하나. 영화는 용서할 권리를 신에 의해 가로채인 신애가 교회와 신을 향해 일삼는 행동을 통해 특정종교에 딴지를 거는 듯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창동 감독도 “특정종교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종교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관객과 나눠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24일 개봉,15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이해인 녀 ‘해인글방’ - 4월소식

    이해인 녀 ‘해인글방’ - 4월소식

    봄길과 동행하다 - 이기철 - 움 돋는 풀잎 외에도 오늘 저 들판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꽃 피는 일 외에도 오늘 저 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종일 풀잎들은 초록의 생각에 빠져 있다 젊은 들길이 아침마다 파란 수저를 들 때 그때는 우리도 한번쯤 그리움을 그리워해 볼 일이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가 좋아하는 이기철 시인의 시로 인사드립니다. 부활축제가 있는 4월 우리 수녀원은 온통 영산홍 꽃무리로 가득 할 것입니다. 3월 24일부터 30일엔 집중적으로 사순절 특강을 하고는 4월 한 달은 집에 있을 것이니 특히 부산에 계신 분들은....우리 수녀원의 봄꽃들이 보고 싶으시면 4월 8일일 부활절 지나고 (미리 연락하시고) 우리 수녀원을 다녀가셔도 좋습니다. 아래의 글은 “친구야 너는 아니”라는 록그룹 부활의 노래 (11집)뮤직 비디오의 마지막에 부분적으로 들어갈 글이랍니다.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굶주리는 세계의 어린이들, 전쟁에 이용 당하는 어린이들의 희생 등을 영상으로 담았는데, 4분짜리 비디오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프네요.1) 나는 눈을 뜨고도 보지 못했네/우리 함께 행복해야 할 아름다운 세상 굶주림에 괴로워하는 이웃 있음을/나의 무관심으로 조금씩 죽어가는/이웃 있음을 알지 못했네 오,친구여 이제 우리는/한 톨의 사랑이 되어/배고픈 이들을 먹여야 하네 언젠가 우리 사랑/나누어 넉넉한 큰 들판이 될 때까지,오,친구여 2) 나는 귀가 있어도 듣지 못했네/우리 함께 기뻐 해야 할 아름다운 세상 목마름에 괴로워하는 이웃 있음을/ 나의 무관심으로 조금씩 죽어가는/이웃 있음을 알지 못했네 오,친구여 우리는 이제/한 방울의 사랑이 되어/목마른 이들을 적셔야 하네 언젠가 우리 세상/흘러서 넘치는 큰 강이 될 때까지,오,친구여 지금 저의 책상에 있는 책들은: <처음처럼>(신영복/랜덤 하우스 코리아), <청소부 밥>(토드 홉킨스.레이힐 버튼.신윤경 역/위즈덤 하우스),<고양이 철학자 요미우마>(조안나 샌즈마크.부희령 역/실천문학사), <눈 이야기>(김도연/열림원), <스승의 옥편>(정민/마음산책), <나를 부르는 소리>(김영진/성서원), <집으로 가는 길>(지아오 보/박지민 역/다산초당), <천년학>(이청준/열림원), <우리 겨레의 위대한 스승 김구>(이상현 글.노희성 그림/열림카디널), <꼬마 천사 매티>(매티 스테파넥.지미 카터/이 진 역/예담), <중학생이 읽어야할 만화 국어교과서>(글 고흥준.그림 마정원/스콜라), <호미>(박완서.열림원),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자고 깨어나면 늘 아침/삼인), <사막 교부>(루시앵 레뇨.허성석 역/분도), <그 영원한 달빛 신사임당>(안 영/동이) 등입니다. <눈물꽃> 잘 울어야/눈물도 꽃이 됩니다 나를 위해 울지 말고/너를 위해 울 때 너무 오래 울지 말고/적당히 울 때 아름다움을 향한 그리움으로/감동하거나 안타까워서 울 때 허영심을 버리고/숨어서 울 때 죄를 뉘우치는 겸손으로/착하게 울 때 눈물은/진주를 닮은/ 하나의 꽃이 됩니다 세상을 적시며 흐르는 강물꽃/눈물꽃이 됩니다 기쁨꽃 대신 문득 눈물꽃이란 꽃시를 읽으면서 봄 인사 드리고 부활축제의 기쁨도 나누고 싶습니다.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고 기쁨꽃을 위해서도 눈물꽃이 필요함을 다시 기억하면서... 평화를 잃어버린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몫을 각자의 삶의자리에서 더욱 열심히 찾아보기로 해요. 일상생활의 건강하심과 평화를 비옵니다. 사랑의 기도 안에 여러분을 기억하면서 안녕히! 이해인
  • 임권택 영화 ‘천년학’ 개봉

    임권택 영화 ‘천년학’ 개봉

    “나는 영화속에 리얼리티가 담겨야 한다고 고집하는 감독입니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리얼리티란 내 개인적인 삶의 체험에서 나오는 것이라기보다 좀더 넓은 의미의 것으로, 다양한 우리들 삶의 경험에서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것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물론 영화는 단순한 오락물일 수 있어요. 그러나 나는 영화란 우리의 삶에 대한 창조와 지혜의 예술양식이라고 봅니다. 우리의 삶 자체를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서 영화가 우리의 삶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장 임권택. 오는 12일 개봉하는 100번째 영화 ‘천년학’(오정해·조재현 주연)으로 한국 영화사에 가장 큰 발자취를 남긴 임권택(71)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천년학은 어려서 소리를 위해 남매 아닌 남매가 된 동호(조재현)와 송화(오정해)가 평생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임 감독은 젊은이들에게 우리 조상들의 ‘슬픔’의 정서를 보여주고 싶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천년학’은 남도소리를 입힌 사랑 이야기 ▶감독님! 만나서 영광입니다. 초등학교 때 ‘씨받이’(강수연 주연·1987년 개봉)를 보고 감독님의 작품세계를 처음 접했습니다. -초등학생 때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때인데 씨받이를 왜 보고 그러나. 허허. ▶100번째 작품으로 천년학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요? -천년학은 이청준의 연작소설 ‘남도사람’ 중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한 거야. 애초 ‘서편제’(1993년 개봉)때 시나리오로 쓰려던 것인데, 당시 기술로는 소설 속 배경인 바닷물이 드나드는 선학동(전라남도 장흥군 소재)을 만들 수가 없어서 무척 안타까웠어.(원래 이 지역은 바닷물이 드나들었지만 개간사업으로 농토로 바뀐 상태다.) 그러다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발전해 이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된 거야. 그래서 100번째 작품으로 다시 한번 도전한 거야. ▶천년학을 ‘서편제’의 후일담으로 봐도 될까요? -영화의 기본구조는 비슷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남도소리의 역할이 서로 달라. 서편제가 ‘소리에 사랑 이야기를 입힌 영화’라면 ‘천년학’은 거꾸로 ‘사랑 이야기에 소리를 넣은 작품’이야. 서편제가 소리 자체를 중시했다면 천년학은 이야기 구조에 좀더 비중을 뒀어. ●100편의 영광,100번의 고뇌 ▶100편이나 영화를 만들었는데 기분이 어떠신지요? -한편 한편 찍을 때마다 정말 피가 마르는 심정이야. 지금도 마찬가지야.100편을 찍은 보람보다는 이제 간신히 영화를 끝냈다는 생각 뿐이야. ▶100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있다면요? -부모가 어찌 예뻐하는 자식을 남들에게 대놓고 말하겠는가. 다른 자식들이 들으면 서운해할 것 아냐. 하지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작품은 있어.‘태백산맥’(1994년 개봉)이 그래. 원래 노태우 정권 때 만들려던 것인데 주변에서 워낙 만류가 심해 문민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기다렸지. 영화를 만들 때도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전화를 수도 없이 받았어. 하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바로 내 자신이 ‘내 사상의 검열관’을 자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서야. 워낙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고 살다 보니 자연스레 내가 알아서 자신을 통제하던 거지. 만약 좀더 ‘열린시대’에 살았다면 태백산맥이 더 좋은 작품이 됐을 텐데…. ▶101번째 작품으로는 뭘 해보고 싶으세요? -솔직히 그동안은 작품을 고를 때 남들의 기대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이제는 내가 진짜 해보고 싶은 작품을 한번 해볼 테야. 그게 현대물일 수도 있고 애정물이 될 수도 있겠지. 이제부터는 남들에 대한 부담에서 좀 홀가분해지고 싶어. ●스크린쿼터 없었으면 나도 없었다 ▶한·미 FTA가 타결돼 스크린쿼터가 73일로 완전히 확정됐는데요. -(담배를 꺼내 긴 연기를 내뿜으며)한국 영화산업이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사실 스크린쿼터가 없었다면 나처럼 흥행과 관계가 없는 감독은 생겨나지도 않았을 텐데 말야. ▶한국 영화들을 보면 조폭영화나 코미디 영화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그래도 스크린쿼터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그런 상황을 부인하지는 않아. 하지만 스크린쿼터가 줄어들면 미래 한국영화는 그런 종류의 영화들만 남아 있게 될지도 몰라. 한국 영화가 더더욱 경제논리에 내몰릴 테니까 말야. ▶그렇다면 최근 본 한국영화 중 ‘제대로 된 한국영화답다.’고 느낀 작품이 있었는지요? -지난해 개봉한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유지태·김지수 주연)가 꽤 인상 깊었어. 감정의 절제를 통해 흥행보다 영화적 완성도를 택한 감독의 고집을 읽을 수 있었지. ▶위기의 한국 영화계에 한마디 하신다면요? -앞으로 우리 영화산업에 커다란 회오리가 몰아치겠지만 우리 영화계에도 재능과 잠재력을 가진 감독들이 여럿 있다는 것이 위안 거리지. 앞으로 상황이 어려워져도 지금까지 그랬듯 늘 최선을 다해 헤쳐 나가는 수밖에 없지. ▶앞으로도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많은 노고 부탁드립니다. -류 기자는 자식 관리 잘해야겠어. 자네 아들도 아빠 닮아서 어려서부터 ‘씨받이’ 같은 거 보러 다니면 어쩌려고 그러나. 허허허.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올 호암상에 정상욱·이청준씨등 5명

    호암재단은 3일 2007년도 호암상 수상자를 확정, 발표했다. 부문별 수상자는 ▲과학상 정상욱(50) 미국 럿거스대 석좌교수 겸 포항공대 석학교수 ▲공학상 엄창범(49)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 ▲의학상 서동철(46)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교수 ▲예술상 이청준(68·소설가) ▲사회봉사상 엠마 프라이싱거(75·여) 릴리회 회장 등이다. 시상식은 6월1일 열린다. 수상자들에게는 2억원씩의 상금과 순금메달이 수여된다. 정 교수는 자기장을 이용해 전기편극 현상을 제어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엄 교수는 메모리 소자, 차세대 전자·통신분야, 의료·광학용 센서 등 신소재를 이용해 산업 발전을 선도해 온 업적을 평가받았다. 서 교수는 면역질환 치료의 새로운 전기(轉機)를 마련한 공로가 인정됐다. 예술상 수상자인 이씨는 1965년 소설 ‘퇴원’으로 등단한 이래 40여년간 한국 문학의 깊이와 수준을 높이는데 공헌한 점을 인정받았다.사회봉사상의 엠마 프리이싱거씨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1961년 29세의 나이로 한국에 온 이후 46년간 국내 한센병 환자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삶의 희망을 북돋우는 일에 헌신했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전 회장을 기리기 위해 1990년 이건희 삼성회장이 호암상을 제정했다. 그동안 백남준(1995년), 박경리(1996년), 백건우(2000년), 강수진(2002년), 임권택(2003년), 마리아수녀회(2004년), 박완서(2006년) 등 85명의 수상자가 나왔다.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씨줄날줄] 삶의 방정식/우득정 논설위원

    이청준은 그의 소설 ‘날개의 집’에서 화가 세민의 도제과정을 통해 그가 추구했던 삶의 방정식을 제시한다. 먼저 붓놀림을 익히기 전에 그 대상인 흙과 바위, 나무, 구름, 바람이 가슴에 자리잡을 때까지 온몸을 던진다.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이다. 그리고 가슴에서 솟구치는 사랑을 화폭에 담는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남이 제시한 방정식을 베끼는 단계에 불과하다. 그 사랑에 숨겨진 아픔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살갗이 찢어지는 아픔까지도 모두 보듬을 수 있어야 비로소 평화와 기쁨이 화폭에서 살아 움직인다. 그가 ‘당신들의 천국’ 이래로 줄기차게 고뇌했던 실존적 물음에 대한 해답이다. 김영현은 중국 사막길에서 마주친 화두를 풀기 위해 소설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온몸에 생채기가 나도록 삶의 바닥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소설에서는 절망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 있다.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시선이 밤 하늘의 별을 향하기 시작했다. 뭔가 잡힐 듯한 모양이다.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오리아나 팔라치는 종군기자로 전장을 누비면서 삶의 방정식을 찾으려 했다. 그는 마침내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 아말, 자살특공대, 신의 아들이 지배하는 땅 베이루트를 다룬 ‘인샬라’에서 평생 갈구했던 해답을 내놓는다. 베이루트 파병근무를 자원한 수학도 안젤로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으로도 풀지 못했던 답을 그의 연인 니네트가 죽기 전에 남긴 메모에서 확인한다. 니네트는 절망적이었던 생의 마지막 순간을 담담하게 기술하면서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살면서 체험해야 할 신비이다.”라고 단언한다. 올초 고위 공직에 계신 분이 책 한권을 선물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이빨꾼들이 쏟아낸 ‘설(說)’들을 한데 모은 책이라고 했다.‘인생의 해답은 이것이다’‘이렇게 살아라’‘요렇게 하면 망한다’…. 그럴 듯한 비유와 더불어 현란한 수식어가 난무한다. 하지만 책을 덮자마자 남는 것이 전혀 없다. 가슴과 영혼이 빠진 ‘혀 끝’의 말이기 때문이리라. 올 연말 대선 고지를 향해 내닫는 주자들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온통 덧셈, 뺄셈뿐이다. 이런 방정식으론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Seoul In] 교보문고 잠실점에 지역작가 전문코너

    송파구(구청장 김영순) 교보문고 잠실점에 지역작가 전문코너를 열었다. 소설 코너에 2평 남짓한 공간을 만들고, 소설가 이청준·김주영씨 등 송파문인협회 회원 22명의 시, 소설, 수필, 평론, 동화, 건강서적 등을 전시한다. 문화체육과 410-3410.
  • 조정래 ‘아리랑’도 100쇄 돌파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그린 소설가 조정래(64)의 대하역사소설 ‘아리랑’(해냄 펴냄ㆍ전12권)이 초판 1쇄가 나온 지 13년만에 100쇄(1권 기준)를 돌파했다. 아리랑은 일제침략부터 해방기까지 일본, 하와이, 만주, 연해주,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민족이동의 발자취를 따라 이름없이 사라져 간 민초들의 끈질긴 생존과 투쟁을 담아낸 작품이다.90년부터 200자 원고지 2만장 분량으로 한국일보에 연재됐다. 해냄측은 17일 “97년 ‘태백산맥’에 이어 ‘아리랑’도 100쇄를 넘어 같은 작가의 소설 두편이 처음으로 100쇄를 돌파했다.”면서 “아리랑의 누적 판매량만 330만부를 넘는다.”고 밝혔다. 출판에서 쇄(刷)는 판매 물량이 더 필요할 때 조판의 변화없이 똑같은 상태로 다시 찍는 것을 말한다.100쇄는 100번을 찍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100쇄를 넘긴 문학작품을 쓴 작가는 조세희, 최인훈, 이청준, 이문열 등이 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위기의 한국소설

    ‘퇴원’(이청준),‘용꿈’(원종국),‘눈부처’(박소연),‘킬러리스트’(노희준),‘캐비닛’(김언수),‘호모엑세쿠탄스’(이문열),‘그곳에는 눈물이 모인다’(이상섭),‘유혹’(마광수),‘참말로 좋은 날’(성석제) 최근 한 달여 동안 출간된 ‘한국소설’ 목록이다. 그나마 절반 가까이는 중·단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반면에 번역소설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루 2∼3권씩 꾸준히 서점가 소설 코너를 장식한다. 토지, 태백산맥, 혼불 등과 같은 예전의 양감 있는 대하소설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도 없다. 대신 그 자리를 감각적인 일본소설 등 번역소설이 빼앗았다. 소설가 박민규는 얼마전 한국문학 또는 한국소설의 위기에 대해 “×까라 마이싱이다.”라고 일축했다지만 “한국소설이 보이지 않는다.”는 탄식은 문학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도대체 한국소설의 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일단 세상과 독자들의 취향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데에는 모두 다 공감한다. 인터넷 등을 통해 지구촌의 감각적인 문화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무거운 주제와 서사에 천착했던 예전의 창작 방식으로는 독자들의 눈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애란, 박민규, 김종광, 박현욱 등의 실험성 강한 작품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학 교육의 규격화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최근에 등단하는 작가의 상당수가 단편 중심으로 교육을 받는 문예창작과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편으로는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전체성을 그려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대상이 단편에 국한돼 있고, 수백종의 문예지들이 장편보다는 단편 생산을 독려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가인 김언수는 “일년 동안 오로지 작품(캐비닛)을 쓰는 데만 매달렸다.”면서 “친구가 매달 지원해준 50만원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문열, 황석영, 조정래 등 몇몇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장편 창작의 시간적·물적 토대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한국소설의 부활 가능성은 없는가? 일단은 젊은 작가들의 당찬 행보와 기성 작가들의 부단한 자기갱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문단에선 입을 모은다. 창작지원 시스템을 장편으로까지 확대, 작가들이 생계 문제로 고민하지 않고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장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젊은 작가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면서 “이들이 문단에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상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제3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으로 ‘천사는 여기 머문다’(전경린)를 선정하면서 “통속적 소재도 작가의 능력에 따라 어떻게 소설적 미학을 구현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소설의 부활은 결국 작가들에게 달려 있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소설가 윤대녕은 최근 “나는 언제까지라도 ‘문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소설의 위기는 작가들의 이런 의지와 독자들의 격려를 통해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임권택감독 칠순에 새영화 ‘천년학’

    임권택감독 칠순에 새영화 ‘천년학’

    “필름과 장비가 좋아져 누가 찍어도 비슷한 화질의 영화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거기엔 나의 삶과 인생이 담겨 있다.” 요즘 영화에 담긴 작품성과 이야기에는 상관없이 인기있는 배우와 감독이 만든 작품이 흥행을 담보하는 영화계에서 노장 감독이 어렵게 100번째 영화를 찍으며 던진 이야기이다. 임권택. 그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영화계의 ‘산증인’ 내지는 ‘거장’이다. 그의 나이 올해 70세. 지금 우리 사회에선 거의 뒷방 할아버지 취급을 받는 나이의 임 감독이 100번째 메가폰을 잡고 영화를 찍었다. 하지만 순탄치 않았다. 그의 이름과 명예에 걸맞은 대우는커녕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화를 찍다가 한동안 중단하는 등 큰 난항을 겪었다. 결국 배우들이 개런티를 줄이고 뜻있는 인사들의 투자로 영화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이청준의 소설 ‘청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한 ‘천년학’이 탄생했다. # 칠순의 ‘사랑’이란 1962년 ‘두만강아 잘있거라’로 영화판에 발을 들여놓은 임권택 감독. 무려 44년 동안이나 한국 영화계를 풍미하며 많은 작품을 남겼다. 서편제를 비롯해 춘향전, 취화선, 하류인생 등 우리 가슴속에 그가 만든 많은 영화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영화계의 거장인 그도 이번 ‘천년학’을 찍으면서 고민이 많았다. “이번 ‘천년학’은 100번째 만드는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고민이 묻어 난다. 쉽게 말해 그가 만드는 100번째 영화이기에 영화팬은 물론 외국 평론가들이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부담이었다.“100번째 영화인 만큼 할리우드에 내놓을 수 있을 만한 불록버스터 같은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내가 영화를 통해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은 ‘우리’의 이야기다.”라고 한다. 우리의 전통, 사라지는 것들. 그래서 이번 천년학도 ‘소리’를 주제로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천년학이 서편제의 ‘아류’가 아닌가 라는 오해를 받는다고. 눈먼 소리꾼인 소화역으로 오정해가 나오고 이야기의 구조도 비슷해서이다.“말주변이 없기로 소문난 감독인 제가 어떻게 천년학을 말로 설명하겠습니까. 영화를 보신다면 아마 서편제와 전혀 다른 이야기란 것을 느끼실 겁니다.”라고 말한다. 영화를 찍는 내내 도대체 이 영화에선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나 머리가 혼란스러웠다는 그는 ‘사랑’이란 주제를 생각했다. “불꽃같이 한꺼번에 타오른 사랑이 아니라 커다랗고 잔잔한 호수같은 사랑, 그것이 칠순을 넘긴 나의 사랑관이다. 또 힘겨운 삶을 살지만 그 안을 지탱하고 있는 그들만의 사랑과 모습을 표현하고 존중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렇다. 칠순을 넘긴 노장 감독의 100번째 영화, 조재현 오정해 등 배우들조차 자신의 출연료를 헌납하면서 만든 영화,‘천년학’. 내년 3월쯤 개봉 예정인 천년학이 어떤 작품일까 더욱 궁금해진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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