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수비위주 ‘메이저리그식 골든글러브’ 뽑는다면…
김상현, 최희섭, 정근우,박용택은 모두 골든글러브의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모두 최고의 내·외야수로 올해 프로야구에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선수들. 그러나 미국 프로야구의 골드글러브처럼 정규시즌 최고의 수비수들에게 상을 준다면 이 같은 의문은 사라지게 된다. 이들보다 수비율이 훨씬 좋은 선수들은 따로 있다.경기에서 실수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 만큼 좋은 수비는 우승의 충분조건이다.
●타격 홈런 도루 등은 부수적 조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야구기자들이 선정하는 골든글러브 수상자들이 지난 11일 발표되자, 적지 않은 야구팬들은 ‘몇몇 선수들은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부적합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미국처럼 수비율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타격, 홈런, 장타율 1위, 도루율 등은 부수적인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KBO가 1982년 프로원년부터 수상하고 있는 골든글러브는 첫해를 제외하고 높은 인지도와 공격력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선수들을 선정해 왔다. 때문에 ‘인기투표’라는 지적도 나온다.
1루·2루·3루·야수·포수·유격수 등 수비 포지션별로 수상자를 발표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이들의 수비 능력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잘 때렸느냐, 타점이 몇 점이냐, 이름이 얼마나 알려졌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팀 소속 선수들과 최우수선수, 부문별 타이틀 홀더들이 대부분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올해 포지션별 최고의 수비수는 누구일까. 1루는 KIA의 최희섭(수비율 .996)보다 삼성 채태인과 히어로즈 이숭용이 각각 수비율 .997로 한 끗이 높다. 2루는 SK 정근우(.974)보다 삼성의 신명철(.992)이 훨씬 좋은 수비를 선보였다. 3루는 올해 최고의 선수인 KIA 김상현(.938)이 저조한 수비율을 보인 반면 김상현과 팀을 맞바꿔 LG로 옮겨간 정성훈(.976)은 수비가 좋았다.
3명을 뽑는 외야수 부문에선 두산의 김현수(.989)가 최고임을 자랑한다. 나머지 두 명에는 LG 이진영과 이대형이 각각 .988로 뛰어난 수비를 보여줬다. 글든글러브를 수상한 히어로즈 이택근(.980), ‘소녀어깨’인 LG 박용택(.983)보다 한 수 위다. 최고의 야수에서 SK의 박정권(.991)은 가장 높은 수비율을 보여줬지만, 3루 출전이 80게임밖에 안돼 아깝게 탈락했다. 유격수에는 두산 손시헌(.982)이, 포수부문에는 김상훈(.994)이 뛰어난 성적을 보여줬다.
●미국처럼 ‘실버슬러거’ 제정 검토를
야구팬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골든글러브를 수비위주로 주고, 타격이 훌륭했던 선수들은 미국처럼 ‘실버슬러거’를 새로 제정해 주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