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남부 카트리나 대재앙] “교도소 한곳에 시신 2000구 수습”
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4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사망자가 수천명이 될 것이라고 처음 공식 확인한 가운데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이재민을 다른 주에 분산 수용하는 문제가 연방정부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뉴올리언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생존자를 찾기 위해 1800여명의 인력이 휴식 없이 수색 중이지만 피로 누적, 장비 부족 등으로 악전고투하고 있으며 한 책임자는 “모든 고립된 이재민을 구조할 만한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은 정부 각료로는 처음으로 뉴올리언스를 완전 소개한 뒤 도시 자체를 옮겨 건설할 가능성을 거론해 논란에 불을 다시 지폈다.
●“모든 이재민 구할 수는 없지 않으냐”
카트리나 내습 일주일 만인 이날 미시시피주 당국은 시신 수습에 착수, 오후 5시 현재 152명의 사망을 확인했고 뉴올리언스에선 59구의 시신을 수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리빗 보건장관은 CNN에 출연,“이번 재해로 인한 정확한 사망자 수를 확인할 순 없지만 수천명 선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연방 관리가 이 정도 사망자 수를 언급한 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크레이그 밴더웨건 해군 소장도 “한 감옥의 시체 공시소에만 1000∼2000구의 시신이 수습돼 있다.”고 말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해안구조대장 브루스 존스는 현장에 다녀온 생존자 수색대원들의 말을 인용,“한 집에선 노인 세명이 침대에 누운 채 죽어가고 있었다.”며 “구조대원들이 많이 지쳐 시 전역에 흩어진 이재민들을 모두 구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많은 이들이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에 숨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희생자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다른 허리케인 비껴갈 것 같아 다행
USA 투데이는 “이재민들이 빠져 나간 뉴올리언스 곳곳에 시신들이 나뒹굴고 있다.”며 “물이 빠져나간 주택의 다락방과 구겨진 휠체어, 아직도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 고속도로 주변에 시신들이 널려 있다.”고 참혹한 현장 모습을 전했다.
BBC는 뉴올리언스의 상징 슈퍼돔에서 이재민들이 겪었던 악몽의 순간을 되살렸다. 피로와 허기에 지친 이재민들은 강간, 살인, 자살 등의 음산한 소문에 시달려야 했고 한 의료팀이 산모의 출산을 돕고 있는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 인분이 보였으며 깨끗한 물도 부족했다.
리빗 장관은 “미시시피주 빌럭시에서 이질 발생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CNN 등은 “피해지역에서 깨끗한 물이 부족하고 물에 잠겨 있는 시신들이 처리되지 않아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와 E콜리 박테리아 등 전염병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경찰과 주방위군이 신원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무고한 이를 사살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특히 한 여성은 화장실에서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으며 강간범은 사람들에게 구타당해 죽었다는 목격담까지 등장했다.
CBS와 CNN 등 주요 방송사는 뉴올리언스 북쪽에 위치한 폰차트레인 호수와 미시시피강을 연결하는 덴지거 다리 위에서 이날 오전 경찰이 약탈자로 보이는 8명에게 총격을 가해 4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경찰 간부는 “이들이 먼저 경찰에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뉴올리언스 상공을 비행하던 민간 헬기 1대가 추락했으나 총격에 의해 추락하지는 않았으며 탑승했던 2명도 찰과상만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많은 우려를 낳았던 다섯번째 허리케인 ‘마리아’는 해안지대로 비껴갈 것으로 예보돼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처토프 장관 “아예 옮기자”
뉴올리언스 시민 48만여명 중 수천명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이재민이 된 만큼 이들을 한두 지역에서 전담할 수 없어 분산 수용이 과제로 떠올랐다.
4일 현재 25만여명이 텍사스주 구조센터 등에 수용돼 있는데 릭 페리 주지사는 이날 일부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웨스트버지니아, 유타, 오클라호마, 미시간, 아이오와, 뉴욕, 펜실베이니아주 등이 수용 의사를 밝힌 상태다.
처토프 장관은 루이지애나주 매터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식량과 식수 공급이 재개될 것이란 희망를 갖고 도시를 재건하는 동안 사람들이 뉴올리언스 집에서 몇주, 몇달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며 “그것은 위생과 건강 문제가 있어 합리적 대안이 아니다. 추가로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뉴올리언스를 미국의 다른 쪽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라며 “몇 군데가 될지 말할 수 없으나 우리 조국은 앞으로의 일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외신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