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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항아리’에서 희귀 와인까지 경매/ 서울옥션페어 16일까지

    ㈜서울옥션은 서울 평창동 옥션하우스와 페어전문 전시장 A+SPACE에서 제2회 서울옥션페어를 개최한다. 전시는 16일까지 ‘미술품관’ ‘작가관’ ‘와인·시계관’으로 나뉘어 진행되며,12일 오후 3시에는 와인·시계 경매가, 15일 오후 5시에는 ‘미술품관’ 및 ‘작가관’경매가 각각 실시된다. 이번 옥션페어에서 주목할 만한 행사는 A+SPACE 전시장에서 열리는 ‘작가관’ 전시와 경매.순수미술·사진·유리공예·인형·도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6명의 젊은 작가들이 개인 부스에서 작은 전시회를 갖고 15일 열리는 본 경매에 참가한다. 강연희·홍정희·권혁·배병우·오이량 등 유망 작가들의 작품을 100만원 수준부터 경매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미술품관’에서는 현대작가들의 주요작품과 고미술품 등 모두 150여점이 전시,경매에 부쳐진다. 이중섭의 차남인 태성씨가 소장한 은지화 ‘가족’,김환기의 ‘정물’,이우환의 ‘선으로부터’,천경자의 ‘바리의 처녀’,이숙자의 ‘청맥’,박고석의 ‘백양산’,박득순의 ‘박정희 대통령 초상’등이 선보인다. 고미술품으로는 조선백자 ‘달항아리’를 비롯해 겸재 정선,소치 허련,풍곡 성재휴,소정 변관식,청전 이상범,위당 신헌,해부 변지순,활호자 김수규 등의 작품이 출품된다.‘달항아리’의 경우 예정가가 1억 5000만∼2억원 정도이다. ‘와인·시계관’에는 아간코리아,한독와인,레뱅드 매일 등에서 출품한 와인 100여종이 나왔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보세주르 뒤포(Beausejour Duffau)1982’는 희귀 와인으로 관심을 모은다.또 보르도 최고와인 ‘페트뤼스(Petrus)1995’가 120만원부터 경매를 시작한다. 한편 시계관에서는 에르메스,론진,롤렉스,카르티에 등 26점의 명품시계가 출품된다.이들은 모두 1990년 이후 컬렉션으로 중고품들이다.(02)395-0330. 김종면기자 jmkim@
  • 불황에 名畵경매시장 썰렁

    경기가 위축되면서 세계 미술사에 한 획을 긋는 미술 대가들의 작품도 신통찮은 대접을 받고 있다. 현대홈쇼핑(www.Hmall.com)은 27일 최근 8억5000만원을 최저가로 19세기 인상주의 미술가 르누아르의 ‘화병’(그림)을 경매에 부쳤지만 응찰자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15명이 문의 전화를 걸어 왔지만 모두 그림을 직접 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해 이들을 상대로 조만간 서울 평창동 서울 옥션에서 다시 경매에 부치기로 했다.”면서 “고가여서 신원노출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요절한 천재화가 이중섭의 ‘은지화’(4000만원)는 사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았다. 초현실주의의 대가 마르코 샤갈의 무제인 불투명 수채화,프랑스 여류 화가 마리 로랑생의 ‘소녀와 기타’,근대 한국화의 대표작가 청전 이상범의 ‘추경’ 등이 팔렸지만 모두 경매 시작가격인 1억 2000만원에 그대로 낙찰돼 세계적인 유명세를 무색케 했다. 다만 신사실파 화가 장욱진의 유화작품은 순서가 돌아오기도 전에 6000만원에 선매매가 이뤄졌으며,운보 김기창의 ‘바보화조’가 500만원에서 시작해 800만원에 팔리는 성과(?)를 거뒀다. 주현진기자
  • “현장경험 갖춘 감정전문가 육성”최병식교수 세미나서 주장

    지난 92년 7월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에 이중섭의 작품이라는 시가 10억원 상당(진품일 경우)의 ‘흰소’와 ‘황소머리’의 감정의뢰가 들어왔다.감정위는 이 두 작품에 만장일치로 위작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6개월 뒤 “가짜로 판정난 그림인데도 3억원에 두 점을 사겠다는 인물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진품임을 주장하는 측은 “화랑들이 진짜를 가짜로 만들어 헐값에 구입하려는 수법”이라며 비난했다.이 문제는 마침내 법정으로까지 비화됐지만 진위논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미술작품에 대한 위작 시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미술계에서는 감정(鑑定)문제는 너무나 민감한 것이어서 감정(感情)을 사기 십상이라고 말한다.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감정의 오류’를 줄일 수 있을까. 지난 15일 서울 사간동 출판문화회관에서 ‘미술품 감정의 이론과 실제’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미술평론가인 경희대 최병식 교수는 한국 미술품 감정의 문제점으로 먼저 전문가 그룹의 한계를 꼽았다. 화랑협회는 감정 전문가를화랑운영 경력 20년 이상의 전문적 식견을 갖춘 자로 제한하고 있지만,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이와 관련,최 교수는 “머리 속에 들어있는 파일보다 더 정확한 것은 없다.”면서 현장 경험을 갖춘 전문가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밝혔다. 특히 근·현대 미술품의 경우 대부분 ‘안목감정’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현장전문가 양성은 더욱 절실하다는 것.그는 프랑스처럼 국가자격시험을 통해 미술품 감정사 자격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 또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예술품감정학과 이동천 교수는 현대 중국서화감정학의 ‘과학적인’ 방법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폈다.서화감정을 할 때 먼저 작품의 시대풍격을 파악한 뒤 개인풍격을 관찰하고 나아가 인장(印章)·발제(跋題)·지견(紙絹) 등의 요소를 살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면기자 jmkim@
  • 눈과 귀 즐거운 ‘가족5樂’

    가정의 달인 5월.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선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대규모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가족오락(家族5樂)’전이란 색다른 제목의 이 전시는 오늘날 자칫 소원해지기 쉬운 가족 구성원 상호간의 정을 확인하고,교감을 나누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전시작은 미술가와 만화가 40여명의 작품 80여점.미술,만화,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 퓨전문화의 장이다.전시는 ‘가족 이야기’‘가족,또 하나의 얼굴’‘가족오락실’‘만화방-나의 사랑하는 주인공’‘애니상영관-한국의 단편 애니메이션’ 등 5개의 소주제로 나뉘어 진행된다.후원자인 하나은행 을지로와 남대문 사옥 로비엔 특별전도 마련됐다. ‘가족 이야기’에선 박수근,장욱진,이중섭,한진섭등 1950년대 이후 화가와 조각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국민작가' 박수근의 ‘아이업은 소녀',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가족애로 헤쳐가는 이중섭의 회화 ‘포옹하는 사람들’ 등이 주목할 만한 작품.‘가족,또 하나의 얼굴’은 가족의 다양한 현실 속 모습을 회화와 조각으로 보여준다.박영균,안창홍,황주리 등이 작품을 냈다.고단한 중년남성의 위기를 형상화한 구본주의 조각 ‘아빠의 청춘’과 소소한 일상사를 그린 황주리의 회화 ‘그대 안의 풍경’이 나와 있다. ‘가족오락실’과 ‘만화방-나의 사랑하는 주인공’은 게임이나 만화 속의 이미지로 꾸미는 코너.‘가족오락실’에선 김학민,이동기 등의 작품이 전시돼 발랄한 아이디어와 튀는 감수성을 맛보게 한다.‘만화방-나의 사랑하는 주인공’은 김수정,신동우 등 만화작가들이 그려낸 만화 속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여러 양상을 짚어본다.단편 애니메이션 7편이 차례로 선보이는 ‘애니상영관’도 볼거리.조예원의 ‘트라일레마’와 김승인의 ‘초대’ 등 소품들이 소개된다. 한편 하나은행 로비에 마련된 특별전에선 양만기의 ‘접촉-온도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백남준의 미디어 작품이 설치된 로비를 한층 관객참여적인 전시공간으로 꾸몄다.이밖에 가나아트센터에선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그림전’‘세상에서 하나뿐인 우리 가족 그림우산 만들기’‘한밤의 애니메이션 상영회’‘일본 마임이스트 오쿠다마시시의 버블 마임’ 등이 또다른 관객참여 행사로 펼쳐진다.행사 참가비는 2만∼5만원.‘가족오락’전 관람료는 3000원이다.전시는 6월1일까지.(02)720-1020. 김종면기자 jmkim@
  •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대표,명예 서귀포시민증 받아

    이호재(사진) 가나아트센터 대표는 5일 오후 2시 제주도 서귀포시 이중섭전시관에서 열리는 ‘이중섭과 친구들’전 개막식 때 서귀포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는다.이 대표는 이중섭의 회화 7점 등 그림 50여점을 이 전시관에 기증했다.
  • 어린이/이중섭 그림속 이야기 외

    ■ 이중섭 그림속 이야기 2월2일까지 오후 2시·4시 문화일보홀(02)382-5477.공동창작,유홍영 연출.인형·마임·영상으로 살려낸 이중섭의 그림.극단사다리. ■ 별지기 2월2일까지 오후 2시·4시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02)333-4578.저녁 하늘을 밝히다가 떨어뜨린 별을 제자리에 돌려 놓으려는 피에로의 모험.캐나다 인형극단 눈의 내한공연. ■ 호두까기 인형 2월9일까지 오후 2시·5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02)762-0810.세르게이 오브라초프 연출.장난감 병정과 싸움을 하는 호두까기 인형.무용·드라마·마임이 가미된 인형극.국립모스크바 중앙인형극장의 내한공연. ■ 토토 3월2일까지 화∼일 오후 1시·4시(금 오후 4시·7시30분)동숭아트센터 동숭홀(02)766-3390.정태영 작·연출.쓰레기 별 화성을 구하러 떠나는 지구 소년 토토의 모험.뮤지컬.극단동숭아트센터. ■ 리틀 드래곤 3월2일까지 수∼금 오후3시,토∼일 오후 3시·6시 라트어린이극장(02)540-3856.박명인 작,로저 린든 연출.불타는 알 속에 든 채 별에서 떨어진 아기 용의 이야기.영어연극. ■그림동화 백설공주 2월23일까지 낮12시·오후 2시·4시 하늘땅소극장(02)7474-222.김대환 연출.뮤지컬로 꾸민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이야기.극단손가락. ■ 어린이 난타 2월9일까지 오후 1시·3시(월 쉼)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 1588-7890.국민성 작,채훈병 연출.마법사 4총사와 요리사의 바다·우주 모험.신나는 노래와 춤,랩과 리듬이 어우러진 퍼포먼스.PMC프로덕션. ■ 내 친구 플라스틱 2월6∼28일 평일 오후 2시·4시,토·일 오후 1시·3시(월 쉼)동영아트홀(02)382-5477.공동창작,임도완 연출.유리병이 병플루트로,계란판이 다양한 얼굴로….재활용품을 활용한 연극놀이.극단사다리.
  • [열린세상] 觀水洗心

    작년 가을,원로시인 구상 선생께서 보낸 한 장의 초대장을 받았다.경북 칠곡군에서 당신의 문학관을 지어 개관한다는 소식이었다.초대장에는 꼭 참석해 달라는 뜻이 아니라 개관 사실을 알려 주는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구상 문학관 개관소식을 듣고서 문학관이 열릴 수 있기까지 애써준 많은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이 문학관은 시인이 살던 집터를 확장하여 그곳에 2층의 현대식 건물로 지어졌다.구상 선생은 왜관에 있던 작은 집에 머물면서 ‘그리스도 폴의 강’과 같은 구도자적인 연작들을 많이 집필하였다.따라서 이곳이야말로 구상문학의 중요한 산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문학관 근처에는 작품의 주요 무대라고 할 수 있는 낙동강이 예전 모습 그대로 오늘도 쉼 없이 흐르고 있다. 나는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왜관에 내려갈 때마다 이 문학관을 둘러보곤 한다.그곳에는 시인이 기증한 육필원고와 각종 소품들,사진 자료와 도서 등 귀중한 물건들이 잘 정돈되어 있다.새해에 그곳을 방문했을 때도 문학관에는 친절한근무자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래서 나는 침묵이 흐르는 그곳에서 고요한 마음으로 문학관을 둘러 볼 수 있었다.작은 문학관 전체가 한편의 시처럼 단아하게 꾸며져 있다. 문학관 마당에는 작은 기와집으로 복원된 관수재(觀水齋)가 자리잡고 있다.관수세심(觀水洗心),즉 ‘흐르는 물을 보면서 마음을 씻는다.’는 이 작은 집에서 시인은 시를 썼고,천재화가 이중섭이나 아동문학가 마해송 선생과 같은 당대의 소박한 예술인들과 친분을 나누었다고 한다.특히 이중섭은 관수재에 잠시 머물면서 시인의 다정한 가족상을 담은 ‘K씨의 가족’을 그리기도 했다. 나는 문학관을 나와서 낙동강 둑으로 올라갔다.강은 곳곳이 얼어붙었지만 그래도 강물은 쉼 없이 흐르고 있었다.강둑을 따라 걸으면서 시인의 연작 ‘그리스도 폴의 강’ 한 편을 떠올렸다. “강은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가장 낮은 자리를 택한다.강은 그 어떤 폭력이나 굴욕에도 무저항으로 임하지만 결코 자기를 잃지 않는다.강은 뭇 생명에게 무조건 베풀고 아예 갚음을 바라지 않는다.강은 스스로가스스로를 다스려서 어떤 구속에도 자유롭다.강은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무상 속의 영원을 보여 준다.”(강 16). 시인은 강을 바라보면서 무상 속의 영원을 노래하였다.이제는 시인이 남긴 시가 또 다른 강물이 되어 세파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씻어 주고 있다.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부족하고 불완전한 사람들이다.그래서 때로는 죄와 끝없는 탐욕에 빠져들어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다행히 그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가꾸기도 한다.우리는 남을 탓하기 이전에 먼저 자신부터 새로워져야 할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일찍이 시인이 흐르는 물을 보고 마음을 씻었듯이 올해에 우리들도 자신을 성찰하며 마음을 씻는다면 삶은 한층 더 아름답고 밝아질 것이다. 요즈음 지방 자치 단체에서는 예산 확충 등을 이유로 각종 향락·사행 사업을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있다.그런 일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어느 정도 물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부차적으로 따라올 수많은 사람의 정신적 황폐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이런 풍토에서 지난해10월,양구군에서는 국민화가로 불리는 박수근의 생가에 미술관을 만들었고,같은 달에 칠곡군에서 구상 문학관을 만들었다는 소식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지역민들의 정신문화를 풍요롭게 하기 위한 의미있는 일들이 여러 지방에서도 확산되기를 바란다. 정 웅 모
  •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대표 “이중섭·박수근등 그림 50점 기증”

    서울 가나아트센터의 이호재(사진·49) 대표는 23일 이중섭(1916∼1956)의 원화 등 근현대 미술작품 50점을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이중섭전시관에 기증했다. 이 대표가 전달한 작품 중 이중섭의 원화는 ‘풍경’ 등 유화 2점,‘아이들’ 등 은지화 2점,‘사슴’ 등 엽서화 2점,드로잉 작품 ‘매화’ 1점 등 모두 7점이다.이밖에 43점은 박수근·김병기·이경성·장욱진·장이석·박영선·이응노·한묵·유영국·윤중식·최영림·하인두·중광 등 이중섭과 평소 교분이 두텁던 화가들의 작품이다. 서귀포는 이중섭이 한국전쟁 와중인 1951년 1월부터 12월까지 부인,두 아들과 함께 피란 생활을 한 곳.그는 이곳에서 담뱃갑의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는 등 예술혼을 불살랐다.이듬해 생활고에 시달린 부인이 두 아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뒤 부두노동자 등으로 전전하다 이후 정신분열증세를 보였으며 1956년 요절했다. 이중섭전시관은 지난해 11월 서귀포시가 1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연면적 170여평 규모로 서귀포동에 개관했으나 원화 없이 복사본만 일부 전시해왔다. 이 대표는 “화랑 개관 20주년을 맞아 공공미술관에 작품을 내놓음으로써 문화를 공유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면서 “마티스미술관과 샤갈미술관이 프랑스 니스를 세계적 문화휴양도시로 격상시킨 구실을 한국에서 이중섭전시관이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1년 초에도 임옥상·신학철·홍성담·오윤 등 1980년대 민중미술 화가의 작품 200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바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애들아 미술관에 놀러가자...과자집.국수의자.거울방....

    과자로 지은 집,팝콘으로 만든 눈사람,거울로 꾸민 방 등 상상 속의 세상이 어린이 눈 앞에 펼쳐진다. 서울 양재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새달 9일까지 열리는 ‘조각이란 무엇인가’전과 사간동 갤러리현대가 7일부터 새달 9일까지 마련하는 ‘프린스˙프린세스’전,관훈동 인사아트센터가 8일부터 새달 2월2일까지 갖는 ‘맛있는 미술관’전은 모두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전시회랄 수 있다. 각 주최측은 “미술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먹고,만지고,느끼는 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입을 모은다.그 말마따나 이 전시들은 모두 예술과 놀이가 혼합된 것으로,젊은 작가가 대거 참여해 미술로 표현할 수 있는 환상적인 세상을 보여준다.‘예술작품임을 망각하는’어린이들의 천성을 이해하는 작가들은 작품이 훼손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조각이란 무엇인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이 전시는 심오한 제목과는 달리,관람을 마친 어린이들이 “재밌어요.다시 보여줘요.”를 간청할 만큼 독특하고 실험적이다. 1960년대 이후 현대조각을 8가지 주제로 나눠 보여주는 전시장은 곳곳에서 어린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표현주의로 분류된 조성묵의 ‘소면으로 만든 의자’ 앞에서는 “와! 국수다.”를 연발한다.사실주의 작가 강관욱의 ‘민초Ⅲ’‘구원’에서는 어린이들이 만져보며 좋아한다.조용신의 볼록렌즈에 떠오르는 ‘데드마스크’도 신선하다.키네틱 조각인 김동원의 ‘편서풍’은 관람객과 조각이 직접 교류하는 작품.관람객이 조각품에 올라서면 센서가 몸무게를 감지해 선풍기로 미풍부터 강풍까지 맞춰서 내보낸다.권오상의 사진조각 ‘미스,블랙홀,랜드마크’는 노란색 배경과 모자이크한 실물 크기의 사진조각 덕에 인기가 높다.양만기의 첼로 설치조각인 ‘연주자’는 첼로 현을 만지면 관객 체온에 따라 작동하는 센서가 클래식 등의 소리와 영상으로 보여준다.긴 흰색 풍선으로 만든 김윤경의 ‘가슴’,냉장고 안의 차가운 발을 만져보는 ‘유효기간’도 즐거운 구경거리다.(02)580-1300. ●프린스ㆍ프린세스 젊은 작가 14명이 갤러리현대 지하 1층에 꾸민 환상의 나라로,어린이가 체험하는 일종의 ‘소인국’이다.‘디지털 코스모스’(이경호 작)에서 하늘의 해를 만져보고,동물모양으로 꾸민 터널(황혜선)을 지나면,달콤한 과자로 만든 집(오정미)이 나온다.거울로 만든 방(박은선)을 지나 분홍색 털로 안을 채운 풍선으로 만든 집(변선영)을,앉은 자세로 빠져나와야 한다.하얀나비가 춤추는 나비의 나라(양민하)를 둘러본 후 작은 동굴에 들어가 하늘을 보고 누우면 총총한 별과 우주의 신비를 절로 느끼게 된다.1·2층에는 어른도 볼 만한 그림·조각·설치를 준비했다.백남준의 비디오설치 ‘호랑이’를 비롯해 박수근 장욱진 이중섭 등의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 있다.(02)734-6111~3. ●맛있는 미술관 인사아트센터의 이번 전시는 음식을 소재로 상상력을 키워주는 자리.구성연 함명수 등 젊은 작가 10여명이 40여점을 내놓았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전시장은 달콤한 냄새가 솔솔 흘러나오는 3층 전시장의 ‘과자로 만든 세상’일 듯.푸드 아티스트이자 작가인 오정미가 다양한 과자를 이용해 만든 과자집,팝콘으로 만든 눈사람,과자 꽃이 핀 화분 등을 전시한다.지하에 설치하는 ‘뒤죽박죽 과자 공작소’‘어린이 전시장’은 어린이들이 ‘과자가 열리는 달콤한 화분 만들기’ 등 작품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공간이다. 평상시 즐겨 먹는 과자를 재료로 작품을 만든 뒤 전시할 수도 있다.과자로 만든 드레스·망토를 입고 기념촬영하는 것도 가능하다.(02)720-1020. 문소영기자 symun@
  • 구상, 총서형 전집 1권 출간

    “나는 이 시문집의 제목이 비유하듯 과일 망신시킨다는 모과처럼 부실한시인이지만,그러기에 오히려 삶이 심신으로 더불어 악전고투의 심연 속에 있었다 하겠고,그 응어리진 사연이 하도 많아서 모과나무의 무성한 옹두리를방불케 한다.” 우리 시대의 큰 시인 구상(83)의 시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총서형 전집의제1권 ‘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홍성사)가 출간됐다.깊고 의연하고 웅숭깊은 시인의 자취가 시와 산문,인물론으로 모아졌다. 이 책이 뜻깊은 것은 노시인이 심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손수 편집하고감수하며 엮었다는 점이다.스스로 걸어온 ‘시인의 길’에 대한 지난한 애정의 발현이기도 하겠거니와,평생을 남에게 빚지기 싫어한 그의 조용하고 외로운 풍모를 보는 것 같아 더 정깊은 감회를 느끼게 한다. 책에는 시문(詩門)에 갓 발을 들여놓은 젊은 시절부터 지난 80년대까지 현대시학지에 50회에 걸쳐 연재한 90여편의 연작시에,최근 적은 시 10편을 더해 모두 100편의 시를 실었다. 여기에 이 시대를 때로는 뜨거움으로,때로는아련함으로 흔든 주옥같은 산문 ‘구·불구(具·不具)의 변’과 오상순(공초)·이중섭·이기련·김익진·박용주·마해송·김광균 제씨와의 추억을 담은‘내가 만난 기인일사’를 함께 실었다.이 책을 두고 그가 “나의 생활사인동시에 정신사요,나아가서는 현대사의 한 단면”이라며 묵직하게 의미를 얹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들어 몸이 자꾸 기운다.”는 노시인의 근작 시편을 음미해 보자.‘나는 시에 매달린 지 50여 년/이건 원고지를 마주하면/노상 백지일 따름이니/하도 어이가 없어/남의 말하듯 하자면/길 잘못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이제 어찌하랴/돌이킬 수도,그만둘 수도 없고/또 결코 뉘우치지도 않는다’(연작시 99)며 반세기를 훌쩍 넘어선 시업(詩業)에 눈물겨운 사랑을 고백하고있다. 구상의 시세계를 두고 일부에서는 ‘비시적(非詩的)’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필경 그의 자유정신에 대한 외경의 심정에서였을 것이다.이를 두고문학평론가 김윤식은 “그는 일부러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것은 온갖 기교를 사용하여 비시적이고자 했던 이상의 경우만큼 장관이라면 장관이라고 할 것”이라고 평했다. 오는 2005년까지 총 10권으로 발간될 전집에는 시와 시론 외에 희곡·시나리오,묵상집,서간집과 금석문이 포함된다. 심재억기자
  • 디지털아트·현대적 산수 세상과의 새로운 소통

    모든 화가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생존과 직결된다.생계가 달렸다는 직접적인 이유 외에 그림은 화가에게 곧 ‘말’이기 때문이다.프랑스 파리에서 오랫동안 작업해온 서양화가 진유영(52)과,최근 조선일보사의 이중섭미술상을 받은 한국화가 정종미(45)는 치열하게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온 여성작가들이다.새로운 방법론과 재료로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는 이들의 힘찬 발걸음을 듣는다. # 서양화가 진유영展 “나를 낮추면 모든 것이 편안해져요.그림도 그래요.” 진씨는 11년만에 귀국전을 열면서 제 그림을 아주 작은 사람이 돼 바라본 사물을 재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그래서 그림이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설명이다.그림 앞에 서면,전시장 벽면은 갑자기 눈부신 햇빛이 찬란하게 쏟아지는 창문으로 변하는 듯하다.A4용지 크기의 틀에 짜인 그림들이 보여주는 환상이자 착각이다.한장씩 보면 추상화이고,모아 놓으면 사실적인 회화로 변화한다. 1969년 ‘서양화 국비유학생 1호’가 돼 파리로 간 그는 오는 17일까지 갤러리 현대에서 ‘진유영-회화는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준다.이 전시는 94년이후의 작업 결과로,94년 시작한 ‘불가역’,99년부터의 ‘살아있는 돌’,최근 ‘편도’시리즈까지 모두 보여준다.특히 편도 시리즈는,작은 캔버스에 그린 유화들을 모아 놓은 ‘살아있는 돌’작업을 디지털로 변환해 최종적으로 종합한 듯하다. 편도 시리즈의 작업과정은 번거롭다.우선 수채화를 그려 손바느질한 입체물에 붙인다.그리고 몸을 완전히 낮춰(이를테면 땅바닥에 누운 채로)입체물을 디지털사진기로 찍는다.그 한장의 사진을 컴퓨터에서 200장 정도로 분할해 확대 출력한다.출력한 사진에 수채물감으로 다시 그림을 그린다.그 그림을 디지털카메라로 재촬영한 뒤 컴퓨터로 채도와 농도,광도를 조절해 출력해 완성한다.이어 색깔이 햇빛에 바래지 않도록 코팅한다. 그는 말한다.그림을 그리는 일은 사회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고,사회에서 나를 확인하는 작업이라고.갤러리현대(02)734-6111. # 한국화가 정종미展 올해 이중섭미술상을 받은 한국화가 정종미는 미술계에서도 ‘집념이 강한 화가’로 소문나 있다.일반적으로 한국화가들은 먹과 아교 안료 등 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뒷전으로 미뤄두기 일쑤다.그러나 그는 재료를 파고들어 그만의 독특한 그림 맛으로 살려낸다.95∼96년 무렵의 ‘종이부인’은 그가 연구한 콩즙의 특수효과를 이용한 작품으로 세월이 갈수록 운치가 느껴지는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그는 “콩즙·들기름 등 우리 재료와 안료,전통적인 기법이 서양의 유화와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주장한다. 40대에 들어서 그는 단색 풍의 그림으로 전환한 듯하다.학고재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22일까지 열리는 ‘정종미전’은 ‘현대적 산수’를 시도한 것이다.먹으로만 그린 수묵화가 아니라 채색화이다.그 위에 천연염료로 염색한 삼베나 비단 등을 콜라주로 덧붙였다. 그는 이번 전시에 ‘어부사시사’‘몽유도원도’·‘소쇄원' 등 고전의 시가·그림,옛 건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을 시리즈로 60여점 내놓았다.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제목을 따온 작품을 그는 “조선 초기 유학자들의 이상향을 현대인의 이상향으로,컬러시대에 맞게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연분홍 꽃잎이 흩날리는 복숭아 나무가,비단에 짜넣은 무늬처럼 촘촘한 것을 몽유도원도에서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구상은 아니지만 완전한 비구상도 아니다.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형상화한 그림에서는 흥겹게 노래하며 고기잡는 어부를 느끼거나,출렁대는 바닷물과 검은 조약돌을 떠올려 보는 것도 그림을 감상하는 포인트이겠다.학고재(02)720-1524. 문소영기자 symun@
  • 이중섭미술상에 김차섭씨

    화가 김차섭(62)씨가 제14회 이중섭미술상 수상자로 최근 선정됐다. 김씨는 서울대 미대와 미국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문명비판과 지구환경 변화 등 거시적 문제를 자기성찰에 바탕한 특유의 회화어법으로 표현해왔다. 그는 25일부터 새달 17일까지 대학로 문예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 이런책 어때요 300자 서평/ 요절 - 요절화가 12인 생애 다뤄

    타고난 열정과 치유불능의 고독,감당할 수 없는 광기를 지닌 열두명 요절화가들의 삶의 모습을 담았다.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주제별로 작가들을 분류했다.때문에 ‘동방의 루오’로 호평받던 때 운명의 여인 마사코를 만나 애절한 사랑 끝에 자멸한 이중섭과 신체적 불구를 극복하고 자부심 하나로 세상과 맞섰지만 사랑 앞에 무력했던 손상기가 한 범주에 묶였다.시대는 조선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공재 윤두서,능호관 이인상,고람 전기의 삶도 다룬다.저자는 “요절은 젊음만이 향유할 수 있는 황홀한 고통의 이니시에이션”이라고 말한다.1만 2000원. ▶ 조용훈 지음 / 효형출판 펴냄
  • 이중섭 작품 80%가 가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이중섭의 작품 10점 중 8점가량이가짜인 것으로 밝혀졌다.박수근과 천경자의 그림도 10점중 4건이 위작으로 판명됐다.한국화랑협회가 2일 산하 미술품감정위원회 설립 2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감정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감정을 의뢰해 온 이중섭의 작품은 80%가 위작으로 판명됐으며 허건의 그림은 60% 이상이 진품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관호와 고희동의 작품은 진품이 단 한 점도 없었다.총 감정건수 2500점 중 위품으로 밝혀진 것은 745점,29.5%에 이른다. 미술품 감정은 흔히 진품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같은 수치는 상당히 높은 것이다.장르별로는 한국화와 서양화의 30% 안팎이 가짜인 반면 조각은 92%가 진품 판정을 받아 대조적이다. 신연숙기자yshin@
  • 부음/ 최초 동판화가 김상유 화백

    한국 최초의 동판화가 김상유(金相游)화백이 21일 오전 2시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노환으로 타계했다. 76세. 평남 안주 출신인 김 화백은 인천 동산중학교 재직 시절인 1963년 국내 첫 동판화 전시회를 열어 이 분야에서 선구적 역할을 했으며 70년대 중반부터는 사진과 유화작업으로 선비의 기품이 담긴 명상의 세계와 전통 건축물에 관심을 기울였다. 녹내장으로 인한 시력장애로 최근 작품활동을 중단한 김화백은 지난 1월 17일부터 2월 15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생애 마지막 전작전을 개최해 ‘무애청정’(無碍淸淨) ‘세심단속’洗心斷俗) ‘지족가락’(知足可樂)등 절제된 이미지의 작품으로 40년 예술세계를 정리한 바있다. 최근작들은 탈속과 달관의 정적미에 침잠해 무위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노장사상이 가부좌 자세의 선비와 단아한 사랑방 풍경 등을 통해 원만구족하게 표현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1회 서울 국제판화 비엔날레 대상(1970년),이중섭 미술상(1990년) 등을 받았다.유족은 부인 곽영옥(郭榮玉·69) 여사와 2녀.장례미사는 23일 오전 6시 서울여의도성당에서 열린다.(02)3779-2191. 유상덕기자 youni@
  • ‘한국적 멋’ 사랑한 김환기의 삶

    ▲내가 그린 점 하늘 끝에 갔을까(이경성 지음/아트북스). 구름과 달,항아리,별을 사랑한 ‘한국적 멋’의 화가 수화 김환기(1913∼1974).그의 인간적 면모와 예술세계를 가까이에서 보고 담아낸 평전 ‘내가 그린 점 하늘 끝에 갔을까’(아트북스)가 22년만에 다시 햇빛을 보게 됐다.그와생전에 고락을 같이했던 미술평론가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1979년에 썼다가 곧장 절판돼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책을 저자의 결심으로 현재 상황에 맞게 손질해 다시 펴낸 것이다. 책에는 저자의 글뿐만 아니라 수화의 아내 김향안여사와절친했던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등 지인의 글,그리고 수화가 직접 쓴 일기와 각종 기고문 등이 삽입돼 수화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구성해낸다. 한국의 자연에 탐닉했던 제1기 회화에서부터 제2기 파리시절,별빛과 같은 무수한 점으로 캔버스를 채워 간 제3기뉴욕시절에 이르기까지 예술적 역정이 다 담겨 있다.여기에 사료적 가치를 지닌 에피소드 글들이 많다.방마다 백자항아리가 가득 들어차 있던 성북동 집에서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잘 생긴 백자항아리 궁둥이를 어루만지면 글이 저절로 풀린다.”며 껄껄 웃더라는 수화의 백자 사랑 이야기,수화의 청탁으로 저자가 서울신문에 미술평론가로 데뷔하게 된 이야기,나무 수(樹)만 정해놓고 화(話)자는 뜻없이 갖다 붙인 것뿐이라는 호의 작명경위,젊은 화가 이중섭의 앞날을 예견했던 그의 탁월한 안목 등등. 살면서 아내를 지극히 의지했음을 밝힌 ‘산처기(山妻記)’,네 자녀들에게 보낸 가슴 절절한 편지 등은 인간적 모습을 알려주거니와 솔직하고 예리한 평문들은 문장가로서 수화의 면모를 다시 보게 한다.1만2000원. 신연숙기자yshin@
  • [2002문화계 새인물,새지평] 이명옥 갤러리 사비나대표

    갤러리 사비나는 돈없고 학연·지연이 시원찮은(?) 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랑 가운데 하나이다. 이명옥(46) 대표가 인간관계 등은 따지지 않고 오직 작품성만을 기준으로 판단해 전시를 열기 때문이다. “제 나름의 기준으로 우리 화랑에서 전시할 작가를 선정했더니 대학에 몸담고 있는 교수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전업작가들이더군요.” 그 역시 화랑을 운영하면서 다달이 쌓이는 적자로 고통을받고 있다.그래도 화랑을 포기하지 않고 지난 96년 문을 연이래 꾸준히 운영하고 있는 것은 결코 접을 수없는 꿈을 꼭이뤄야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아직 달성하지 못했지만 우리 미술사에 우뚝선 화가를키웠다는 발자취를 남긴 화랑을 만들고 싶어요.”이어 그는“클래식 음악에서는 조수미, 정경화,장영주라는 스타가 있어요.그러나 미술에서는 이미 작고한 박수근,이중섭,김환기,이응노 등을 제외하고는 큰 스타가 거의 보이지 않느다는게 제 생각이예요,80년대 이후 작가와 화랑 모두가 위축돼있어요.”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어릴 때부터그림과 책을 좋아했다. 시에 특히 관심이 많아 신문사 등에서 주최하는 신춘문예에 서너차례 응모했으나 번번이 낙방했다. 그래서 그녀는 성신여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소녀적부터좋아했던 그림을 배우러 불가리아의 국립 소피아미술아카데미에 입학했다.화가로 성공하기 위해 무척 노력했으나 그림에는 재능이 없다고 판단해 90년대초 화가로서의 길을 접었다.대신 좋은 그림을 보는 눈이 있다고 느껴 화랑주로 나섰다. “작가들의 작품을 두루 살피다보면 제 눈에 천재성이 있는 작가가 보여요. 개인적으로는 개성이 강한 작가들과 작가혼이 들어있는 작품들을 좋아해요.”그는 화랑을 운영하면서 365일 하루도빠지지 않고 출근했다. 요즘에는 휴일을 도서관이나 집에서 미술 칼럼 관련 자료를 모으는 데 사용하고 있다. 사비나는 주제가 있는 톡톡 튀는 기획전을 여는 화랑으로이름나 있다.개관 기념전인 ‘1966 인간의 해석’을 비롯해‘교과서 미술’ ‘머리가 좋아지는 그림’ ‘2000 일기예보’ 등 하나같이 주제가 뚜렷하다. 이런 주제기획전 가운데97년 여름방학때 예술의 전당에서개최한 ‘교과서 미술’은 7만명 가까운 관람객이 찾아 그때까지 순수미술 전시 사상 최고의 관람객을 기록했다. “초중고 교과서에 나오는 박수근,김환기 등 국내 작가들의 원작을 전시했어요.아무래도 교과서의 축소된 그림이 원작의 감흥을 따라갈 수가 없다는 생각에서였지요.” 그는 전시활동이 뜸한 여름,겨울 등 비수기에도 기획전을꼭 연다.여름에는 방학을 맞이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겨울에는 연초의 세시풍속이나 흥겨운 우리놀이 등을 주제로 전시를 개최한다. 기획 아이디어는 독서와 영화,작가들과의 대화 등에서 얻는다.그동안 틈틈이 모은 책만도 1만권이 넘는다. 갤러리 사비나는 입장료를 받은 최초의 화랑이다. “저는기획전을 열 때는 입장료를 반드시 받아요.볼만한 가치가있는 작품들을 내걸 때는 분실 등에 대비한 보험료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지요.” 국내 갤러리로서는 처음으로 미술품 컬렉터를 위한 강좌도개최했다. 이번 봄에는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서 임대료가 싼 안국동으로 이사간다. 6년간 누적된 경영수지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서다. “전시공간을 현재의 40평에서 100여평으로 늘리고 전시에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교육강좌등 몇가지 수익사업을 벌일 예정입니다.그동안 쌓인 노하우가 있어 흑자 운영도 내다 볼 수있을 거예요.” 인터뷰를 마친 이 대표의 표정은 밝았다.그의 말대로 “미술사에 남을 작가를 키우겠다”는 꿈을 먹고 살기 때문일까. 유상덕기자 youni@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 ‘산홋빛 애벌레의‘⑶최라영

    6. 산홋빛 애벌레의 날아오르기. 이러한 인간에 대한 연민은 명분으로서가 아니라 현실적 구속을 딛고서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의 인간적 모럴에 대한 옹호로 나타난다. ■대심문관 언젠가 당신은당신 어머니를 저만치 손가락질하며이 여자여!하고 부르지 않았소?그러나마리아,그녀당신 어머니는 당신을 위하여아직도 처녀로 있소.장소를 가리지 않고누구 앞에서나그렇게 부르지 마시오. 이승에는이승의 저울이 있소.”(‘대심문관’ 부분). ‘대심문관’의 원천은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중에 나타나는 이반의 소설 ‘대심문관’이다.그것은 16세기 세빌리아를 배경으로 하여 그리스도의 재림을 다루고 있다.대심문관은 감옥에 있는 예수를 찾아온다.그는 예수의 사업을 정정하려는 자신의 시도에 대해서 열띤 논의를 하지만 예수는 침묵을 지킨다.그는 그리스도가 인간을 너무 높이 평가하고 인간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다고 비난한다.인간에게 부여한 선악 선택의 자유는 인간으로서는 무거운 것이어서 이것은 재앙이라고 말한다.선택된몇몇의 인간만이 지상의 빵이 아닌 그리스도가 약속한 하늘나라의 영혼을 위해 그리스도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대심문관은 힘이 없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그리스도에 항의한다.그는 영혼의 불멸을 믿지 않으며 그의 목적은 천상이 아닌 인간의 세상에서 신의 왕국을 이루는 것이다. 위 구절은 대심문관이 예수를 찾아온 날 밤,예수가 전부인어머니,‘마리아’를 ‘이 여자여’라고 부르지 말라고 이승의 규범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부분이다.이때 이승의 규범이란 인간적인 기준 내지는 모럴이다.김춘수 시인은 ‘대심문관’에 관한 언급에서 ‘예수’와 대립적인 입장이지만 어느 쪽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태도를 취한다.‘내가 보기에는 그(대심문관)는 극적 인물이다.예수와 나란히 세워놓고 보면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그는 예수와 아이러니컬한 입장에 선다.말하자면 예수와 그는 겉으로는 대립적인 입장이다.그럴수록 어느 쪽도 어느 쪽을 무시 못한다.’(8) 김춘수의 ‘대심문관’은 원전의 흐름상을 수용하면서 그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체화시킨다.작중 ‘대심문관’은 지상적 존재로서 매우 인간적인 시각으로 예수를 해석하고 있다.예수가 인간처럼 변기뚜껑을 열고 소변을 보는 장면이라든지 이 장면에서그것이 단적으로 나타난다.김춘수 시인의 ‘예수’를 중심으로 한 시편에서도 ‘민중이 겪는 모든 아픔을 물리칠 수 없는 人間的인 예수의 모습이고 庶民과 함께 살아간 예수의 모습’(9)을 드러내고 있다.대심문관이 인간의 현실적 고통 문제에 있어서 대변격이라면 예수는 정신적인 구원과 관련을맺는다.그리하여 시인은 대심문관에게 예수와 거의 동등한이해의 폭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하는 것이다.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의 허구적 인물인 ‘대심문관’은 지상의 빵이 필요한 대다수 사람들에게 선악 선택의순간을 부여하고 천상의 영혼을 위하여만 살라고 하는 것은그들에게 너무나 곤혹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그리하여 인간 세상에서 통용될 수밖에 없는 현세적 가치로서의 ‘이승의 저울’을 강조하는 것이다. ■엘리엘리라마사막다니,그건당신이 하느님을 찬미한 이승에서의당신의마지막 소리였소. 내 울대에서는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아요. 끝내 왜 한마디도 말이 없으시오?대심문관은 감방으로 다가가더니 감방 문을 한 번 주먹으로내리친다. 대심문관 그럴 수 있다면맘대로 하시오.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으로 가시오. 대심문관은 꼿꼿한 자세로 천천히 무대 밖으로 걸어나 간다. 그날 밤 사동은 꿈에서 본다.어인 산홋빛 나는 애벌레 한 마리가 날개도 없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사동의 이 부분은 슬라이드로 보여주면 되리라.” (‘대심문관’ 끝부분)‘엘리엘리라마사막다니’는 ‘신이시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라는 뜻으로 예수가 십자가에서 임종하기 직전에 하느님을 찬미한 이승에서의 마지막 말씀이다.그런데 대심문관은 자기에게는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임을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다.대심문관이 무대 밖으로 걸어나간 후 사동이 꿈에서‘산홋빛 나는 애벌레 한 마리가 날개도 없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게 된다.‘산홋빛’이란 이 시집의 ‘소의 베르호벤스키에게’에서 스타브로긴이 쓴 편지글 형식의 시편에서도 나타나는 표현이다.거기에서는 스타브로긴이 어린 소녀에게 행한 자신의 파렴치함을 뜻할 때 쓰인 것으로 ‘산홋빛 발톱’이란 표현으로 되어 있다.김춘수의 ‘눈’의 의미가 천사의 신성적 영역의 의미로 주로 쓰이는 것처럼 ‘산홋빛’이란 스타브로긴적인 즉 신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어느정도 있지만 인간적인 고뇌를 지니고 있는 존재와 관련지어사용되고 있다.따라서 ‘산홋빛 나는 애벌레’란 이 시의 맥락에서 볼 때 예수와 대비된 ‘대심문관’의 상징적 표현물일 듯하다. 그렇다면 산홋빛 나는 애벌레 한 마리가 ‘날개도 없이 하늘로 오르는 것’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이것은 ‘들림,도스토예프스키’의 전편에서 보여지는 시인의 내적 지향과 관련지어 이해할 필요가 있다.‘들림,도스토예프스키’ 전편의 시는 도스토예프스키 작품들 즉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죄와 벌’,‘악령’ 등의 작중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시적 변용을 보인다.이반,라스코리니코프,스타브로긴,그리고이반의 허구적 인물인 대심문관 등은 가치가 전도된 혼란스런 세상을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인간의 정신과 의지를 보여 주는 인간상이다.이들의 관점에서 신이란 대다수 민중의 현실적 고통과 너무도 동떨어져서 존재하는 대상으로만 보인다.이들은 대체로 神性과 욕망어린 존재와의 사이에서 내적으로 갈등하지만 도덕적 고결성을 끝내 저버리지 않는 인물들이다.거기에는 인간적인 선악 갈등과 신성을 갈망하는 인간,그러면서도 지상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인간들의모습이 표현되어 있다.그 과정을 통해서 선의 의지를 구현해 나아가는 인간의 모습,그 과정 자체에 김춘수 시인은 가치를 부여하고 그 나름의 논리를 따라가고자 하였다고 할 수있다.그 가운데 나타나는 인물들 간 심리의 복잡다단한 감정의 결을 다양하게 부각시키고자 한 것이다. ‘죄와 벌’의 시적 변용에서는 자신의 의지를 통하여 부패한 인간의 세상을 청산하겠다는 순수한 한 젊은 청년 라스코리니코프의 내면을 보여준다.또는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지니고 있다가 본의 아닌 의도로 인한 결과에 고뇌하는 ‘죄와 벌’의 이반 내면을 보여주기도한다.이 연장선 상에서고뇌 끝에 미쳐버린 이반이나 마침내 자수하고 참회한 라스코리니코프와는 달리,끝까지 人神 사상을 고수할 뿐 아니라위악적 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가 결국 비장한 최후를 맞게된 ‘악령’의 스타브로긴이 모습을 드러낸다.이반의 허구적 인물인 대심문관은,이러한 인간의 고뇌와 갈등어린 세상의모습을 그대로 인정하려는 바탕 위에서 예수에게 거의 독백이다시피한 말을 건넨다.대심문관은 인간적인 이들의 고뇌를 인정하고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대심문관의 형상이 ‘산홋빛 애벌레가날개도 없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처럼인간적인 善을 구현하고자 한 것으로서 결국 神이 지니는 사랑의 영역과 합치되는 것이다.‘대심문관’에서 이반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당신에게는 사랑이오직 사랑이 있었을 뿐인데,(‘대심문관' 부분). 7. 잡히지 않는 '의자'. ‘꽃’,‘처용’,‘도스토예프스키’ 등에서 나타난 끝없는실험의 여정 가운데 존재와 대상의 본질에 대한 추구의 방식은 김춘수 시인에게 언제나 새롭게 도전적으로 나타난다.언어를 색처럼 써서 하나의 시로 쓴 그림을 그리려 했던 그의시도나 의미를 배제하려 했던 노력,그리고 처용이나 이중섭,도스토예프스키의 인물들처럼 비극성을 띤 뛰어난 인물들의심리를 내적으로 체험해 보는 것 등이 모두 그러한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이러한 실험의 궁극적 지향은 절대적인 것의추구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언어로서만 시의 느낌을 자아내려 했던 그의 의도,처용,이중섭,도스토예프스키 주인공들이 추구하는 진실 혹은 예술을 향한 무한한 욕망 등에 대한 관심도 이러한 절대,혹은 무한의 추구에서 비롯한 것이다.그의 시는 흔히 의미를 추구한 시편과 이후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무의미 시편으로 나누어진다.그러나 대상을 천착하는 이러한 태도 혹은 의식의 깊이에서는 내밀한 연속성을 포착할 수 있다.무의미 시론이란 인간적 고통을 넘어서는 절대,무한 혹은 존재의 본질을 추구하려는 그의 의식의 일종의심화 과정인 것이다. 이제 팔순을 바라보는 시인의 실험의 과정은 그래서 최근 시집인 ‘의자와 계단’,‘거울 속의 천사’에서는 약간은 편안한 자세를 가누고 주위를 둘러보는 듯하다.시집 ‘들림,도스토예프스키’를 낸 이후 좀 편안한 자세를 가누기로 했다(‘그 동안 몸에 밴 것들이 자연스레 드러나도록 그때그때 쓰고 싶은 대로 쓰기로 했다’).그러나 무한과 절대의 메타포는 최근의 그의 시집들에서도 중심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렇다면 그(의자)는 무엇일까? 그는 스스로를 무엇을 표상하는 기호가 아니라 무엇 그 자체라고 한다. 말하자면 그는 안식 그것이다.그러나 이 세상에는 그런 것은 없다.그러니까 그 자리(의자)는 늘 비어 있다.누군가를 기다리는 자세로 비어 있다. 다양한 언어의 시적 실험 과정을 거친 노시인의 지친 표정을 비치고 있다.시인의 의자는 시집 전편을 통하여 다층적인의미를 내포시킨다.시인의 안주하고 싶은 안식처,절대적이고 이상적인 상태나 세계,시의 이상 혹은 현실과 죽음을 넘어선 무한 등이 그것이다.이들은 시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절대적인 그 무엇에 관한 것이다.‘의자를 위한 바리에떼’의 긴 시편에서예수의 최후와 관련한 부분이 많이 차지하는 것은 죽음을 넘어선 세계 혹은 기독교적 피안,혹은 안식의 추구등의 의미항들과 연관지을 수 있을 것이다.앉을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는 ‘의자’의 메타포는 과거 그가 ‘꽃’의 시기에서 보여 주었던 대상과 존재에 대한 접근 방식과 유사함을 드러낸다.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세계,존재의 본질적 세계에 대한 추구이다.그러한 추구의 과정,이름 부르기의 안타까운 몸짓은 이제 보다 심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한 아이가 가고 있다. 길이 삐딱하다. 모과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모과는 물론 모과빛이다. 가을이라 그럴까,소리가 나지 않는다. 아득하다.13층에서 누가 덥석 길을 뽑아들고 가버린다. (‘계단을 위한 바리에떼’의 끝부분 전문). 이 시는 최근 시인의 의식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길이 삐딱하다’는 것은 이 시 제목과 관련지어 볼 때 ‘계단’이 표상하는 것의 의미를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다.시인은‘모과 떨어지는 것’을 보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 잡히지 않는 실재처럼 나타난다.‘의자’의내포 의미를 어느 정도 ‘모과’가 지닌다고 할 수 있다.그런데 ‘누가 덥석 길을 뽑아들고 가버린’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끊임없이 의자로 표상된 유토피아를 지향하지만 그 길이 사라지고 마는 김춘수 시인 자신으로서의 숙명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계단’이란 ‘엽총을 꼬느며 누가 나를 쫓는다’는 의식처럼 숙명적인 시인으로서의 강박 관념의 변형으로도 드러난다.‘의자’로 표상된 세계,그가 ‘꽃’에서 추구했던 본질 추구는 시의 혹은 인생의 유토피아적 세계를 추구하는 의식과 그 과정으로서의 여정의 메타포로서 ‘의자와 계단’으로 나타나는것이다.그는 ‘의자’가 이 세상에는 없는 ‘안식’이란 것을 알고 있다(‘나는 지금 의자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그것을 추구하는 ‘계단’도 제아무리 올라간다 해도 다시또 내려와야 한다.계단을 통해 찾아가고자 하는 ‘의자’는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無限과도 같다.그 무한은 시인에게서는 진정한 시의 세계이다.그러한 그의 노력의 계단은보다 다양해지고 있다.그것은 무의식과 의식을 아울렀다는그의 무의미 시편에서도 특징적으로 드러난다.그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시화하게 된 동기도 ‘계단’으로 표상된 시인으로서의 숙명적 강박관념과 실험의식이 반영되어 있다.그리고‘도스토예프스키의 인물들’은 인간이 추구하는 ‘의자’로 표상된 ‘절대,무한’의 추구를 보여 주고 있다.그 절대의추구는 자신의 전 존재를 건 모험으로서 감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러한 고통스런 삶의 비극적 여정에 닮아 있는 인물들이 그가 과거 천착했던 ‘처용’,‘이중섭’ 등이다.이들의 표정은 김춘수 시인의 내적 정서와 취향과 매우 맞닿아있다. 각주)1)이달의 인터뷰 시인 김춘수,문학사상 6월호.p.66. 2)김춘수,‘들림,도스토예프스키’,민음사,1997,pp.91-93 참조. 3)김춘수 시인에 의하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작중인물이 아닌허구적 인물을 몇명 등장시켰다고 한다.누루무치와 우루무치는 몽골지방의 인명 정도에 해당한다고 한다. 4)‘들림,도스토예프스키’,p.92. 5)‘꽃과 여우’,p.190. 6)‘꽃과 여우’,p.189-190. 7)‘들림,도스토예프스키’,‘책 뒤에’.p.91. 8)‘들림,도스토예프스키’,p.93. 9)양왕용,‘예수를 소재로 한 詩에서의 意味와 無意味’,권기호 외,‘김춘수 연구’,흐름사,1989.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 ‘산홋빛 애벌레의‘⑴최라영

    『 산홋빛 애벌래의 날아오르기 』- 김춘수論. 1. 들어가며. ■이때의 지양이란 정반합의 과정을 거치는 ‘변증법적 지양’이랄 수 있어요.일반적인 의미시를 쓰다가 다음엔 무의미시를 썼고,지금은 의미와 무의미 양쪽을 합해서 지양한 시를 쓰고 있으니까요.그래서 최근에 쓴 작품은,어떤 것은 알겠고 또 어떤 것은 모를 그런 것들이지요.(1)김춘수의 시세계는 ‘구름과 장미’,‘늪’,‘旗’,‘隣人’,‘꽃의 소묘’,‘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등의 낭만적 경향의 세계로부터 ‘타령조 기타’,‘처용’,‘南天’,‘처용이후’,‘처용단장’,‘비에 젖은 달’,‘서서 잠자는 숲’ 등의 무의미 시편의 세계로 나아간다.이 연장선 상에서 ‘들림,도스토예프스키’와 ‘의자와 계단’,최근의 ‘거울 속의 천사’(2001)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시창작 활동을 보이고 있다.‘의자와 계단’ 이후의 시 경향은 위 글에서처럼 의미와 무의미 양쪽을 합해서 새롭게 지양한 시 경향이 강하다.그의 시세계는 초기 릴케 영향과 관련을 지닌 상징적 세계로부터 잭슨 폴록의기법과도 유사한 무의미 시편으로 나아갔고 다시 서정적 시세계로 회귀하고 있다.이때의 서정성은 그의 시세계의 변화를 변증법적으로 지양한 의미를내포한다. 그가 무의미 시편에서 서정적 시편으로 전환하는 시점 그리고 그가 관심을 지니고 천착했던 인물들인 처용,이중섭,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인물들의 끝 지점이 바로 ‘들림,도스토예프스키’(1997)이다.가장 난해한 시편들로 손꼽히는 시집이기도 한 ‘들림,도스토예프스키’는 작가가 관심을 기울이고 천착했던 주요 인물상을 다루고 있으며 이후 시세계로의 전환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들림 도스토예프스키’(1997)는 진지하게 도스토예프스키의 원작들을 읽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이 시집은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내용과 그 정서를 염두에 둔 작중 인물의 발화를 대비하여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다른 작품도 그러하지만 김춘수의 이 시집에서는 제재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다루어져 있고 특히 생략과 비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여러 작품들은 읽기의 길잡이 구실을 하는 원천이 밝혀진 것도 있으나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먼저 이 시집의 효과적 이해를 위해서는 여러 작품의 원천과 시에서 형상화된 작중 인물을 살필 필요가 있다.물론 시란이야기를 차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상상력에 의한 변용을 겪는 산물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그러나 김춘수 시인의 이시집에서 형상화된 작품의 심층적 이해를 위해서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작중 상황에 관하여 시인 자신이 깊이 체험한 가운데 시적으로 형상화”(2)하였다는 이런 시인의 의도를 감안하여 볼 때 이 시집의 기능적 이해를 위해서는 원전 작품과의 연관성을 면밀하게 고려한 시각이 필요하리라고 생각된다.물론 이 시집의 작품들은 원작의 대비만으로는 제 나름의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여기에 덧붙여 시적 구조에 대한 감각이 반드시 개입되어야 한다. 먼저 시도할 것은 ‘들림,도스토예프스키’의 구성과 주요특성을 통하여 작중 인물의 허구적 발화를 살피는 일이다.그리고 이를 토대로 하여 시인이 가치 부여한,도스토예프스키의 주요 작중 인물의 시적 변용과 형상화과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 구성과 주요 특성. ‘들림,도스토예프스키’ 제1부에서 시편의 원천인 도스토예프스키 작품들 중 그 비중이 높은 것을 차례대로 밝히면 다음과 같다.‘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이 9편,‘죄와 벌’이 4편,‘악령’이 4편,‘가난한 사람들’이 2편,‘미성년’과‘백치’가 1편,‘학대받은 사람들’이 1편이다.이 중에는‘까라마조프의 형제들’과 ‘죄와 벌’의 작중 인물이 상호 대화하는 것이 2편,‘미성년’과 ‘백치’의 작중 인물이상호 대화하는 것이 1편이 포함되어 있다.상호텍스트성을 보이는 이 작품들의 특징은 각각 다른 작중 인물이지만 서로의 입장이 비슷한 인물들로서 동병상련격의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이 ‘죄와 벌’의 ‘라스코리니코프’에게 보내는 것이라든지 ‘죄와 벌’의 ‘소냐’가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구르센카’에게 보내는 것이 그러한 경우이다.1부에서 비중이 실린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이라면 단연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꼽을 수 있다.제 1부의 전체19편 중 9편으로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그리고 이 작품과 ‘죄와 벌’의 상호 텍스트성을 보이는 것이 2편이다.‘죄와 벌’은 4편이라는 편수에 비해서 작중 인물인 ‘소냐’에 대한 비중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이 인물에 대한 거론이 제 1부 중 6편에 걸쳐언급되고 시인의 시선이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묘사되고 있는 점,그리고 ‘소냐에게’의 시가 시집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점이 그러한 것을 뒷받침한다. 제 1부에서는 전체적 비중이 도스토예프스키 주요 작품들에두어졌다.그에 비해서 제 2부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주요 작품인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죄와 벌’ 이외에도 ‘백치’,‘학대받은 사람들’,‘지하생활자의 수기’의 비교적 주변적 작품들까지도 다양하게 시적 테마로 수용되어 있다.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가 아닌 릴케의 단편 소설인 ‘하느님 이야기’를 원전으로 한 것이 있다.‘어둠에게 들려준 이야기’와 ‘티모파이 노인이 노래하며 이승을 떠났다’는 릴케 단편의 원제목을 그대로 시의 제목으로 수용한 것이다.그렇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주 인물이 신의 문제와 관련한 인간의 선악을 다룬 것이라 할 때 릴케의 소설이 그다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또한 ‘어둠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제목만 차용한 것일 뿐 실지 본문 내용은 ‘구르센카’라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나오는 인물에 관한 것이다.이에 반해 ‘티모파이 노인이 노래하며 이승을 떠났다’는 키예프 공국으로 떠난 아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소리꾼티모파이 노인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시에서 반영된 것으로보인다. 제 1부가 대화체로 구성된 편지글의 형식인데 비해서 제 2부는 제 1부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작중 인물의 퍼소나가 아니라 시인의 독백으로 다루어져 있다.또한 제 2부는 도스토예프스키 원작과의 내용적 긴밀성을 보이는 측면이 1부에 비해 현저히 약화된 양상이다.그리고 작품의 긴장도나 완결성,그리고 양적 길이에 있어서도 1부에 비해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제 2부의 시에 관해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비중도를살펴 보면,먼저 제 1부와 마찬가지로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내용을모티브로 한 것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까라마조프의 형제들’과 ‘죄와 벌’의 주요 무대인 페테르부르크나 작중 주인공의 유형지인 시베리아의 공간을 테마로 한것이 5편까지 나타나는 것이다.이와 함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모티브로 한 2편(‘어둠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합한다면 3편)의 시를 합친다면 제 2부의 전체 19편에서 7(8)편을 차지하는 셈이다.또한 1부에 비해 특기할 점은 ‘리자할머니’의 리자 할머니,‘허리가 긴’에서의 누루무치와 우루무치라는 시인의 허구적 인물이 나타난다는 점이다.(3)제 3부의 부제는 ‘스타브로긴의 뇜’이라고 달려 있다.스타브로긴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악령’의 주인공이다.한편 ‘악령’이나 ‘백치’의 주요 인물들을 대상으로 다룬것들도 눈에 띤다.그러나 제 3부는 1부,2부와는 달리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악령’의 스타브로긴의 독백으로 구성된점에서 비교적 통일된 측면을 지닌다.그러나 작품을 자세히보면 작품 형상화에 있어,1부,2부와 달리 소설 내용에 대한의존도가 약하게 나타나고 동떨어진 면이 많다.3부의 작품인명과 관련한 두드러진 특징은 1,2부에 비해서 작중 인물들이 시의 내용에 맞도록 유기적으로 나타난다기 보다는 시의분위기에 맞도록 적절히 배치한 기호의 특성이 나타난다는점이다. 또 1부와 2부 그리고 3부 전체에 걸친 ‘악령’의 ‘스타브로긴’에 관한 시적 표현에 있어서,스타브로긴의 위악적 행위의 극적 국면을 강렬하게 극화시킨 것이 특징적이다.‘소의 베르호벤스키에게’나 ‘악령’에서 보듯이,스타브로긴이 어린 소녀를 강간한 무서운 자신의 범죄에 대한 고백과 동시에 그에 대해 벌을 받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 극적으로나타난다.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에서 스타브로긴은 무신론과 人神의 관념을 지닌 인물로서 끊임없이 자의지를 추구하지만 그 완성된 귀결점을 찾지 못하고 파멸해가는 비극적양상을 보여준다. 제 4부는 ‘대심문관’이란 제목 하에 ‘劇詩를 위한 데생’이란 부제가 달려 있으며 시집의 총 13페이지를 차지한다.1부의 편지글,2부의 시인의 독백,3부의 작중 인물의 독백과달리 제 4부는 ‘예수’와 ‘대심문관’이 대화하며(엄밀히는 대심문관의 독백 위주이다) 일정한 줄거리가 있는 극시의 형식이다.주요 내용은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이반이 아료샤에게 그의 소설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모티브를 끌어온 것이다.‘대심문관’은 대심문관의 독백을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다.처음 부분에 등장 인물과 감방 안이란 장소를 밝힌다.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극으로 상연이 불가능한 부분을“슬라이드로 보여준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극시의면모를 살리려 했음을 알 수 있다.4부에서도 1,2,3부와 마찬가지로 ‘까라마조프의 형제들’과 ‘죄와 벌’ 그리고 ‘악령’의 주요 인물들인 구르센카,소냐,스타브로긴 등이 언급되는 상호텍스트성을 보인다.그러나 무엇보다도 ‘대심문관’은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에 의한 허구적 인물상임을 지적할 수 있다.이 점에서 통일적 맥락이 없어 보이는‘들림,도스토예프스키’가 이반과 라스코리니코프,스타브로긴,그리고 대심문관을 중심적으로 형상화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들림,도스토예프스키’의 1부부터 4부까지를 주요한 테마의 시적 형상화와 시인이 그 나름의 가치를 부여한 인물상을 중심으로 보면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시집 1부와2부에서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죄와 벌’의라스코리니코프와 소냐가 비교적 중심적 대상으로 형상화되었다.또한 3부에서는 ‘악령’의 스타브로긴이 중심적이다. 그리고 4부에서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이 쓴 소설속 작중 인물인 ‘대심문관’이 중심적 테마의 대상이 되고 있다.따라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여러 작품 중에서 ‘들림,도스토예프스키’의 중심축을 이루는 이들 작품과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김춘수 시인의 시에 나타난 시적 변용 과정을살펴보기로 한다. 3. '들림'과 이미지의 육화. 나는 오래 전부터 도스토예프스키를 되풀이 읽어왔다.그때마다나는 그에게 들리곤 했다.그러는 그 자체가 나에게는 하나의 과제였고 화두였다.이것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나는 나대로 하나의 방법을 얻었다.그의 작중 인물들끼리 서로 대화를 나대로 시켜봄으로써 나는 내 과제,내 화두의 핵심을 나대로 다시 짚어보고 암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것을내가 오래 길들여온 시로써 해보고 싶었다.시는 이미지를 뽑아내는 일이다.즉 육화 작업이다. 고딕처리된 부분을 통해서 ‘들림,도스토예프스키’의 두 가지 특징이 드러난다.그것은 ‘들림’과 ‘이미지화’이다.‘들림’이란 무엇일까.그것은 도스토예프스키 작품들에 대한시인 나름의 감성적 떠오름의 상태이다.우리가 아름다운 자연이나 미술품이나 문학작품에 대한 교감을 통하여 떠오르는상념, 내지 깨우침 등과 유사한 것이다.머리속 합리적인 이성으로서라기보다는 작중 인물의 고뇌를 시인 스스로 감성적으로 체험해 본다는 뜻일 것이다(“도스토예프스키에게는 고뇌하는 자의 복잡미묘한 정서적 뉘앙스가 도처에 배어 있다”)(4).시인은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의 상황을 내적으로 체험하고 작중 인물들의 대화 속에 끼어듬으로써 그리고 ‘들은’ 것이다.그 ‘들음’을 시인의 언어로서 형상화하는 작업그것이 곧 ‘말함’이다.그것은 구체적으로 ‘이미지를 뽑아내는 일’,시인의 말에 의하면 ‘육화작업’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육화’라는 것은 자신이 영감으로부터 느낀 감동의 덩어리를 ‘구체화’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이러한구체화 과정은 주로 언어를 통한 이미지의 제시로 나타난다. 이미지의 제시는 ‘작법을 곧 시라고 생각하는 태도’와 관련을 지닌다.시인의 ‘작법’은 주로 언어를 통한 이미지의제시로 나타난다.그렇기 때문에 그의 시는 한 장의 초현실주의 회화 혹은 흡사 시의 언어로 쓴 그림과도 같다. ‘들림’과 ‘이미지를 통한 육화과정’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대부분 작품 이야기와 작중 인물들의 심리가 녹아 있다.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주인공인 아료샤,드미트리,이반등과 ‘죄와 벌’의 라스코리니코프,소냐 등이나 ‘악령’의 스타브로긴 등에서 인물들의 각기 다른 상대를 향한 발화가시인의 상상력에 의해 펼쳐지고 있다. 최라영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 ‘산홋빛 애벌레의‘⑵최라영

    4.깊이 고뇌하는 자의 비극적 삶. ■자넨 소냐를 만나무릎 꿇고 땅에 입맞췄다. 그러나나는 언제나 외돌토리다. 그때우들우들 몸 떨리고눈앞이 어둑어둑해지면서나는 그만 거기 주저앉고 말았다. 내 머릿속에 있을 때는그처럼이나 당당했던 그것이즈메르자코프 그 녀석그 바보 천치에게로 가서 그 모양으로걸레가 되고 누더기가 되고 끝내는 왜 녀석의똥창이 됐는가,견딜 수가 없다. 어디를 바라고 나는 내 풀죽은돌을 던져야 하나,- 페테르부르크 우거에서이반.”(‘라스코리니코프에게’ 전문). 이 시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이 ‘죄와 벌’의라스코리니코프에게 보내는 편지 글로서 다른 작품과의 상호텍스트성을 보이고 있다. 이반은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주요 인물로서 이반의 인물상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내용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표트르까라마조프는 재물은 많으나 아내와 아들들을 저버리며 자신의 욕망만을 추구하는 패덕적 인물로 나온다.그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다.비극적 결함을 소유하나 도덕적 고결함과 넘치는 열정의 소유자인 드미트리,신이 없다면 우월한 인간이세상을 심판할 수 있다고 믿는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인 이반,막내 아들로서 고결성을 지닌 성직자인 아료사,그리고 이들과 달리 간질병을 지닌 사생아인 스메르쟈코프 등이 나온다. 이들은 표트르가 주색에 빠져 돌보지 않은 인물들이다. 그러던 중 아들 드미트리가 좋아하는 구르센카라는 여인을아버지인 표트르가 돈으로써 구슬리게 된다.여기서부터 갈등은 점차 심화된다.표트르가 살인을 당하자 드미트리는 그 혐의를 받게 된다. 후에 스메르자코프가 이반의 암시적인 말을 듣고 일을 저지른 것을 이반이 알게 된다.그러나 그때는 이미 이반의 정신적 혼란으로 드미트리를 구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드미트리는 형을 받고 시베리아로 떠나게 되고 그때야 비로소 사랑을 느끼게 된 구르센카가 그 뒤를 따라 떠난다. 라스코리니코프는 ‘죄와 벌’에서 인간이 신처럼 인간을 심판할 수 있다고 믿는 가난한 대학생이다.그는 전당포 노파를 죽이고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소냐라는 여인에 의해 참회하고자수하여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난다.라스코리니코프와 이반은 신이 없다면 인간이 부도덕한 인간을 심판할 수 있다는 의식의 공통성을 지닌다.그 결과로 나타난 ‘살해’ 모티브와 그에 따른 ‘이반’과 라스코리니코프의 내적 고뇌와 심정적 고백은 매우 유사한 모습을 띤다. 라스코리니코프는 이반과 함께 신의 권능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에 의해 부패한 인간과 세상을 심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인물이다.이반이 이러한 생각을 머리 속으로만 생각한 데 그친 것에 반해서 라스코리니코프는 자신의 머리속 생각을 직접적으로 결국은 실천한 뒤에 내적으로 고뇌하였다.이반의심적 고뇌는 형인 드미트리가 자신 대신에 누명을 뒤집어 쓰고 유형을 받는다는 데서 오는 것이 어느 정도 원인이 되는것에 비해 라스코리니코프는 자신의 생각에 의한 자발적 실천과 그로 인한 고뇌와 심적 고통에서 오는 것이다.또한 이반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미쳐간 반면 라스코리니코프는 소냐라는 고결한 정신의여인에게서 신의 구원을 향한 손길과 그녀의 사랑을 성취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을 토대로 하여 보면 위 시에서 왜 이반이 라스코리니코프의 상황을 오히려 부러워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즉 이반은 라스코리니코프의 자신 의지에 의한 능동적 실천과 사랑하는 여인에 의한 구원을 부러워한다.그에 비해 그는 스메르자코프의 비열한 실천과 죄책감으로 견딜 수 없는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는 것이다.여기에서 김춘수 시인이 지향하는 혹은 닮아 있는 한 인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처용이나 이중섭의 비극적이고도 고귀한 삶 속에서 그가 시적 영감을 발견하고 천착해 나갔듯이 그는 라스코리니코프와 같은 인물 때문에 도스토예프스키에 매료된 것이다.물론 라스코리니코프가 작품에서 주인공 격이긴 하지만 문제는 그가 무수한 고전 작품 중 도스토예프스키를 선택하였고 그 중 라스코리니코프적 인물에 관심을 표명한다는 것이다.아내를 앗긴 처용의 비범한 행위나 가난과 아내의 가출 속에서도 예술적 창작에 몰입했던 이중섭에 대한 매료도 김춘수 시인이 가치부여하는 비극적 삶의 한 표본일 것이다.시인은 자신의 의지에 의한 자발적 가치의 선택과 그 가치를 지향하는 가운데헤쳐 나가는 인물의 고통 넘어서기에 관심을 지니고 있다. 라스코리니코프에게 보내는 이반의 글과 같은 편지글 형식은 ‘들림,도스토예프스키’ 전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편지글의 형식으로 된 대화체의 구사가 가장 특징적이다.이 편지글의 형식으로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경우는 주요 인물이 모두 등장하여 이야기를 건네는 형국이다.그런데 특기할 점은 시편에서의 발신자와 수신자의 관계에 있어서의 특성이다.다시 말하면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작중 인물인 드미트리는 이반에게,이반은 아료샤에게,아료샤는 즈메르쟈코프에게,즈메르자코프는 아료샤에게,그리고 구르센카는 표트르에게,표트르는 조시마 장로에게 보내는 형식의 발신자와 수신자의 관계이다.시인은 한 인물의 심리를 체험하고 다른 인물과 대화를 시키고 또 다른 인물에게 말을 거는 방식으로서 인물의 내면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그런데 아료샤나 조시마 장로 등과 같은 인물 즉 삶의 고난에 고뇌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악에 전혀 물들지 않는 어떤 의미에서는 평면적인‘善’의 구현 인물들,그리고 여기에 반대편 격인 표트르,스메르쟈코프나 스타브로긴 등과 같이 ‘惡’에 치우쳐버린 모습으로 나타난 인물들에 대해서 김춘수 시인의 비유 형식은대체로 일률적인 편이다.예를 들면 아료샤를 ‘해만 쫓는 삼사월 꽃밭’이라는 것이나 ‘스메르자코프’를 ‘그 바보 천치’,혹은 ‘콧물’이라는 비유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이에 비해 善 의지를 지니지만 비극적 결함에 의해서 상황적 파국을 일으키고 그에 대해 정신적인 내적 고난의 대가를 지불하는 인물인 이반,라스코리니코프의 심리적 역정 즉 깊이 고뇌하는 자의 치열한 내적 과정에 시인은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5. '고통'이라는 통과제의. ■“불에 달군 인두로옆구리를 지져봅니다. 칼로 손톱을 따고발톱을 따봅니다. 얼마나 견딜까,저는 저의 상상력의 키를 재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것은바벨탑의 형이상학저는 흔듭니다. 자살직전에미욱한 제자 키리로프 올림.”(‘존경하는 스타브로긴 스승님께’ 부분). 스타브로긴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악령’의 주인공이다.스타브로긴은 무신론과 人神의 관념을 지닌 인물로서 끊임없이 자의지를 추구하지만 그 완성된 귀결점을 찾지 못하고파멸해 가는 비극적 양상을 보여준다.실상 ‘들림,도스토예프스키’의 전체 맥락 속에서 3부의 중심 인물인 ‘악령’의 스타브로긴은 1부와 2부의 중심 인물인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이나 ‘죄와 벌’의 라스코리니코프의 다른 한 형상으로 이해된다.다시 말해 스타브로긴은 이반과 라스코리니코프 사상의 극단적 형태로서의 人神 사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위 시는 인간이 죽음을 극복한다면 스스로가 선택한 극한적고통을 통하여 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악령’의 키리로프가 그에게 그런 人神 사상을 심어 준 스타브로긴에게 쓰는 편지글이다.키리로프는 실제 도스토예프스키 작품 속에서자살을 감행한 인물로 나온다.키리로프의 죽음 직전에 떠오른 상념에 관한 묘사는 ‘들림,도스토예프스키’에 걸쳐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우리는 흔히 형이상학 즉정신적인 것이 육체적인 것보다 고귀하다고 믿고 있다.그러나 몹시 심한복통이나 두통 등에 시달린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 고통 때문에 그 순간 이러한 말의 가치조차도 떠올릴 수 없는 생각의 텅빔이 떠오를지도 모른다.인간이 육체적인 고통이라는 것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하고 시인은 상상력으로 이를가늠해보고 키리로프가 겪었던 육체적 고통을 참는 의지가얼마만한 힘을 내재한 것일까 생각해보는 것이다.어쩌면 육체적 고통을 참는다는 것 자체 혹은 위 시처럼 하나하나의육체적 고통을 천천히 견딘다는 것 그 자체가 정신적 힘과의 큰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을 법도 하다. 육체적 고통의 견딤에 관한 생각은,‘들림,도스토예프스키’와 비슷한 시기에 출간한 수필집인 ‘꽃과 여우’(1997)에서 시인의 자전적 체험과 결부시켜 어떤 인물을 평가하는 데에 중요한 것으로 작용하고 있다.김춘수 시인이 감방에 있을때 사회주의 운동을 한,존경받는 교수가 보인 행동에 관한것이나 베라 피그넬이라는 아나키스트 여인이 자신의 안락을 포기하고 감옥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일에 대한 가치 평가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에서 김춘수가 읽은 고통받는 자의 시선은 실상 시인의 내적 고뇌의반추라고 할 수 있다.‘꽃과 여우’에서 주로 서술하였듯이그는 고향을 떠난 경성에서의 외로운 유학 생활,그에 이은경기중학 자퇴,일본 동경에서 뜻하지 않은 억울한 1년간 감옥 생활,의사인 형의 객사 그리고 만석군이었던 집안의 몰락 과정을 거치면서,오랜 기간 인내 끝에 안정된 직장에 발을디딘 것으로 나타난다. 이 중에서 무엇보다도 그에게 크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동경에서의 감옥 생활의 고통이 그에게 주었던 육체적,정신적 피해이다.“감방이란 희한한 곳이다.사람을 비참하게만들고 자신감을 죽이는 이상으로 재기 불능의 상처를 남긴다”(5)는 그의 진술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그때 인간이 육체적 고통이라는 것에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가를 깊이 체험한 듯하다.그의 실존에 대한 의식도 이러한 체험과 깊은 관련을 지닌다. ■나는 아주 초보의 고문에도 견뎌내지 못했다.아픔이란 것은우선은 육체적인 것이지만 어떤 심리 상태가 부채질을 한다.그렇게 되면 사람의 육체적 조건은 한계를 드러낸다.손을 번쩍 들고 만다.사람에 따라 그 한계의 넓이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한계를 끝내 뛰어넘을 수는 없을 듯하다.한계에 다다르면 육체는 내가 했듯이 손을 번쩍 들어버리거나(실은 내 경우에는 민감한 상상력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말았지만)까무러치고 만다.그러나 까무러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은 수일 뿐이다.그런 사람은 자기의 그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그것을 또한 정신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6). 그는 어떠한 인물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자신의 의지를 견지한 인물들에 높은 존경심을 표하는 것이다.그의 예수에 관한 시편에서도 십자가에 박힌 인간적 고통의 모습이나 자살을 통하여 인간이 신이 될 수있다고 한 도스토예프스키 ‘악령’의 인물인 키리로프가 죽음에 임박한 형이하학의 몸둥이에 대한 구체적 묘사와 관심도 여기에 연유한 것이라 할 수 있다.한 인간이 거부할 수도 있는 육체적인 고통을,정신적인 고귀함을 위해서 감당해낼수 있다는 것,그래서 까무러칠 때까지 어쩌면 ‘죽음’까지도 감당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정신적인 힘의 극한 즉 ‘절대’인 것이다.그는 그리하여 그러한 죽음을 형이상학으로끌어올린다.(‘죽음은 형이상학입니다.’ -‘追伸,스승님께’) 그는 인간이 고통이라는 것에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체험적으로 습득하고 있다.그에게서 이 ‘고통’의 문제는그의 정신적 영역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그는 그가감당해야 했던 아니 감당하기 어려웠던 고통의 문제를 극복해 갈 수 있는 인간이 위대하다고 믿는 것이다.그 ‘고통의넘어서기’가 바로 ‘정신의 힘’이라고 믿는다.즉 인간의육체적 고통을 감내하고 태어난 고귀한 정신에 가치의 비중을 두는 것이다.그것은 단순히 육체와 정신의 대비로서가 아니라 육체의 고통을 견뎌내는 정신,정신을 지켜내려는 육체의 힘으로서인 것이다.이러한 점에서 볼 때 ‘들림,도스토예프스키’에 창녀의 몸으로서 라스코리니코프를 신성으로 이끈 소냐에게쓴,편지글이 이 시집의 첫 장을 장식한 맥락이이해될 수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낙엽 한 잎내 발등에 떨어져내발을 절게 했다. 누가 제몸을 가볍다 하는가,내 친구 셰스토프가 말하더라. 천사는 온몸이 눈인데온몸으로 나를 보는네가 바로 천사라고,1871년* 2월아직도 간간이 눈보라치는 옴스크에서라스코리니코프.(‘소냐에게’ 부분). 이 시의 각주에는 ‘* 1866년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 나왔다’라는 구절이 있다.또 편지글 형식의 이 시에서 ‘라스코리니코프’라는 발신인을 밝히는 부분에서는 ‘1871년’을 표기하고 있다.이것은 1866년과 1871년이라는 5년간의 시간적 간극을 고려해 볼 때 소설이 발표된 시점,즉 라스코리니코프가 시베리아에서 유형을 받고 있는 소설의 결말에서 좀더 나아간 시간으로 설정된 것이다.이와 같이 단지 보낸 이의 연도 명기 뿐 아니라 각주와 차이를 보이는 연도 표기 방식은 ‘들림,도스토예프스키’ 첫 장의 이 작품과 두번 째 작품인 ‘아료샤에게’만 나타난다.소설 속 시간에서 좀더 나아간 시간 설정에서작중인물이 편지를 쓰는 설정은 편지를 쓰는 주인공의 정서적 성숙과 내적 깊이를 끌어 올리고자 한 시인의 의도로 이해된다. 이 시의 내용을 살펴보면 고통에 나약한 자신의 모습,즉 작은 일에도 괴로와하는 감성의 섬세한 무게를 ‘낙엽 한 잎’으로 나타냈다.‘낙엽 한 잎’의 무게가 내 발을 절게 할 정도로 불균형의 상태를 만들어낸다는 것,그것은 시인으로서자신 감성의 촉각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그런데 그러한 유약한 자신을 바라보는 ‘온몸이 눈’인 ‘천사’가 있다.‘온몸이 눈인 천사’란 그를 견지하고 있는 善 의식,혹은 기독교인으로서의 감각이랄 수 있다.그 천사는 라스코리니코프를 내적 구원으로 이끈 여인 소냐로 나타나고 있다.소냐는창녀의 신분임에도 천사의 모습을 지닐 수 있었다.그것이 김춘수 시인이 의아해 하면서도 가치를 부여하는 善에 관한 감각이다.그가 가치를 두는 선이란 ‘선과 악은 갈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선은 악을 압도해야 한다’(7)고 그가 파악한 도스토예프스키론의 핵심처럼 선과 악의 치열한 갈등을 감내한 자의 비극적인 시선과 관련이 있다.그러한 내적 갈등은 정신적이고 논리적인 것만의 차원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그것은 자신의 전 존재를 건 모험으로써 고귀하게 지켜진 무엇이라야 한다.‘들림,도스토예프스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여러 작품을 통해서 인물들이 드러내는 복잡다단한 감정의 결을 부각시키고 또 작중 인물의 대화를 통해 서로를이해시킨다.그것은 흡사 선과 악,혹은 도덕과 이성 등의 치열한 각축전과도 같다.그 가운데 나타나는 고통을 극복하는인간에 대한 연민을 드러낸다.정신적인 것의 추구에 있어서고통이라는 통과의례를 중시여기는 그의 시선은 매우 인간적인 관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그것은 현상을 해석해 내는 데있어서 시인의 철저한 완벽 성향과 관련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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