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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저성장 파고 이렇게 넘자] “이대론 10년내 0%대 성장… 과감한 정책·기업투자 유도 절실”

    [한국 저성장 파고 이렇게 넘자] “이대론 10년내 0%대 성장… 과감한 정책·기업투자 유도 절실”

    “2%대 성장률에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이대로 놔두면 10년 안에 0%대로 간다.” 저성장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우리 경제가 내년에도 2%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자 “희망이 안 보인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통화 당국 수장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내년 성장률이 2.8% 아래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미국 금리 인상,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중 간의 갈등 격화로 대외 여건이 불리해진 상황에서 국내 정치 위기까지 맞물려 경제성장 동력이 사라진 한국호(號)는 이대로 침몰하는 것일까. 서울신문은 한국의 대표 경제학자 3인(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좌교수,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을 인터뷰하고 국제 미아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산업의 해법을 찾아봤다. ●신뢰 회복·시스템 복구·체질 개선 필요 →현재 한국 경제를 진단한다면. -손성원 교수: 한국 경제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고령화·저출산(Demographics),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ion), 가계부채(Debt) 등 3D가 발목을 잡고 있고, 정치적 위기에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가속화로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신뢰 부족이 문제다.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어떠한 정책도 효과를 내지 못한다. -이근 교수: 작금의 현실은 시장 실패, 정부 실패가 아닌 시스템 실패다. 정부, 기업 등 경제 주체의 상호 작용이 안 되고 있고, 금융·교육 시스템도 작동되지 않고 있다.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메커니즘 자체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조장옥 교수: 단기 불황에 장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단기 불황은 해결할 수 있지만 장기 불황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다. 4대 개혁(공공·금융·노동·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처참해진다. →정부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내년 2월까지 추경 편성도 적극 검토한다고 했다. -손 교수: 내년 성장률은 2~2.5% 수준에 머물 것이다. 잠재성장률(2.5~3%)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과감한 정책 집행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정부 부채 비율이 높지 않아 추가 예산을 편성해도 문제 될 것 없다. 다만 재정정책만으로는 어렵다. 재정정책보다 효과가 빠른 통화정책을 함께 써야 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도 올려야 하는가. 과감하게 내려라. 금리 낮추면 신뢰 올라간다. 그러면 소비와 투자가 늘고 결과적으로 고용 창출로 이어져 경제가 살아난다. -이 교수: 재정정책, 통화정책 등 총수요 관리 정책으로 시스템 실패를 복구할 수 없다. 총수요 정책은 경제가 온탕,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걸 줄이는 방식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기보다 기업 스스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메커니즘을 만들어 줘야 한다. 벤처기업이 상장할 때 경영권 공격을 받지 않도록 차등의결권을 허용해 주거나, 기업들의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주식장기보유제(2년 이상 투자자에게 추가 배당 등 인센티브 제공)를 도입하면 된다. -조 교수: 재정정책은 ‘크게 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한다. 찔끔 하면 사람들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 만약 추경을 편성한다면 국내총생산(GDP)의 5~10% 수준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로 하라. 일본 정부가 1990년대 초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 지출을 늘렸지만 소규모로 하면서 효과는 못 보고, 국가 빚(GDP의 약 250%)만 왕창 늘렸다. 만약 일시에 GDP의 250%를 풀었다면 어땠을까. 하루아침에 불황에서 빠져나왔을 것이다. 경제는 곧 심리다. →현재로선 과감한 정책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조 교수: 그럴 바엔 아예 안 하는 게 낫다. 차라리 여력을 쌓아 뒀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해라. 단순히 소비를 진작시키는 정부 지출은 비생산적이다. 성장률 0.1~0.2% 포인트 올리려고 국민 세금을 낭비해선 안 된다. 정부 돈은 장기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개발(R&D)이나 인재 양성(대학 교육) 등에 쓰여야 한다. -손 교수: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양적완화를 세 차례 했는데, 첫 번째 양적완화만 제대로 효과를 봤다. 당시 미국 국민들이 기대를 못 하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다시 말해 ‘깜짝 팩터’가 신뢰를 올린 것이다. ●통화정책으로 가계빚 조절 ‘틀린 생각’ →1300조 가계부채가 뜨거운 감자다. 이 때문에 금리를 낮추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손 교수: 통화정책과 가계부채는 별개로 봐야 한다. 통화정책으로 가계부채를 컨트롤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전체를 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해야 한다. 미국은 가계부채가 문제 됐을 때 규제를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10년 전 은행장(LA한미은행)을 할 때 미국 정부는 상업 부동산 융자를 은행 자본금의 200% 이상 올리지 못하게 했다. 만약 정부 지시를 어기면 지점을 더 못 열게 하거나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겠다고 했기 때문에 당시 은행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 교수: 경기 불황 때문에 금리를 낮춰야 하는 압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면 금리 격차로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정책 딜레마다. 완전 자본이동 체제에서는 필연적이다. 이 경우 자본 이동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2010~2011년 정부가 도입한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를 역으로 이용해 보자. 당시 급격한 자본 유입을 막기 위해 외국인 채권 투자에 세금을 높였다면 이제는 자금을 빠져나가지 않도록 세 부담을 줄여 주면 된다. →대외 여건이 악화돼 정부 정책 수단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손 교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그러면 전자,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업종의 수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강달러가 유지되면 대미 수출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다른 나라 환율은 원화 대비 오르지 않았다. 글로벌 교역 규모가 줄어들면 산업 피해는 불가피하다. -이 교수: 미국의 신고립주의가 시작됐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유무역협정(FTA)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 세계 각국과 활발하게 FTA를 맺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특히 중국과의 개방 수위를 높이자. 한·중 간 수출 구조가 중간재에서 최종재로 바뀌고 있다. 최종재는 한·중 FTA를 강화한다고 해서 피해 보는 상품이 아니다. 따라서 한·중 FTA의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내년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많지 않다. 투자가 위축되면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이 교수: 과거 우리가 고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불황기에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재벌식 구조의 강점이기도 했다. 불황기에는 모든 비용이 싸지고, 일부 경쟁 기업도 고꾸라진다. 이때 과감히 투자해 시장을 흔들어 놓아야 한다. 그런데 요즘 기업들은 선진국 기업들이 불황기 투자를 하지 않아 실패를 했던 길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향이 있다. 성공 공식을 잊으면 안 된다. 불황기가 기회의 창이다. -조 교수: 정치권이 불확실성과 경직성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정치권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기업들이 뭘 할 수 있겠나. 기업이 투자를 늘리려면 정부도 가부장적인 자세를 버려야 한다. 지금은 1970년대 조선, 철강 산업을 일으킬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 경제 발전 단계로 볼 때 정부는 빠지는 게 좋다. ●4차 산업혁명 못 올라타면 후진국 전락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 화두다.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손 교수: 한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4차 산업혁명에 올라타지 못하면 다시 후진국이 될 수 있다. 그만큼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기술 혁신이 매일같이 일어나기 때문에 정부가 탑다운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도 제품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전 과정에서 소비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소비자들이 가진 정보가 워낙 많기 때문에 투명성이 굉장히 중요해진다. -이 교수: 4차 산업혁명은 센서→사물인터넷→빅데이터→맞춤형 제품 생산(또는 인공지능)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로 요약되는데, 한국은 반도체(센서), 이동통신(사물인터넷), 부품·소재 기술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만하다. 다만 과감하게 베팅할 줄 아는 투자 마인드가 부족하다. 기술이 없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규제를 개선하고 장기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내년이 마지막 기회다. 글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사진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 ‘체르노빌의 불쌍한 아이’ 패럴림픽 스타로 우뚝 서다

    ‘체르노빌의 불쌍한 아이’ 패럴림픽 스타로 우뚝 서다

    양쪽 발가락이 6개씩인 채로 태어났다. 신장은 하나뿐이었고 심장은 반쪽만 했다.  30년 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태어난 지 얼마 안돼 고아원에 보내진 옥사나 매스터스(27)가 미국의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조정과 크로스컨트리 스키 스타로 성장한 사연을 영국 BBC 월드서비스가 25일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태어날 때 옥사나의 손은 갈퀴 같았으며 두 다리의 길이는 제각각이었다. 몸무게를 지탱해줄 정강이뼈도 없었다. 치아에는 에나멜 성분이 하나도 없었다. 방사능에 피폭돼 겪은 출산 기형 때문이었다. 친부모는 얼마 안돼 ´체르노빌의 불쌍한 아이´로 통했던 그를 고아원에 입양했고 우크라이나의 고아원 세 곳을 전전한 뒤 여덟 살에 미국인 화술치료사 게이 매스터스 여사에 피양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1997년 미국으로 건너온 뒤 두 다리의 무릎 위를 모두 절단했다. 왼쪽 다리는 여덟 살에 머무르는데 오른쪽은 13세 소녀의 것이어서 갈수록 통증이 심하고 자신의 체중을 지탱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 갈퀴와 같은 손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짧은 손가락들을 제거하는 수술도 받았다. 버팔로 대학 교수였던 게이가 2001년 루이빌 대학 대학원으로 옮겨 켄터키주 루이빌로 이주한 뒤 옥사나는 2008년 그곳 애서턴 고교를 졸업했다  13세이던 2002년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기 직전 그는 장애인 조정에 입문했다. 2010년 크래시-B 스프린트 세계기록을 작성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인디애나폴리스의 조정 클럽 ´헤드 오브 더 이글´ 소속으로 비장애인들과 겨뤄 여자 싱글 부문을 우승한 장애인 조정 선수가 됐다. 이듬해 팀원이었던 아우구스토 페레스와 짝을 이뤄 장애인조정 세계선수권 2위를 차지했다..  2012년 런던패럴림픽 출전을 준비하며 아프가니스탄 참전했다가 매복공격에 당해 두 다리를 절단한 해병대 출신 롭 존스와 짝을 이뤄 ´팀 배드 컴퍼니´로 명명했다. 장애인조정 세계선수권 예선과 패럴림픽 출전대회에서 상당한 격차로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이렇게 미국 대표가 돼 트렁크 앤드 암스 믹스드 더블스컬에서 4분05초56의 기록으로 미국에 최초의 동메달을 안겼다.  또 2014년 소치동계패럴림픽에서는 노르딕스키 대표로, 올해 리우데자네이루하계패럴림픽에서는 장애인 사이클 로드레이스 종목에 출전했다.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에도 도전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그녀 이름을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 그녀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쩌면 체르노빌에서 태어난 것이 은혜로운 일인지 모른다”며 “부정적이거나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참 그러고 보니 많은 미디어들의 주목을 받았던 그녀는 2012년 미국 ESPN의 연례 ´바디 이슈´에도 등장해 그녀의 아름다운 맨몸을 선보인 바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동행(KBS1 토요일 오후 6시 15분) 경기 남양주시 마석에는 국내 최대의 가구단지가 조성돼 있다. 이 가구단지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까닭은 이곳의 이주민 노동자들에게 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온 것이라면 금방 이곳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이들은 한국에서 정착해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서 코리안드림을 꿈꾸기도 한다. 서로 도움이 될 수 있기에 한국인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공생 관계다. 그러나 얼굴색부터 문화까지 전부 다른 사람들이 같이 살 수 있었던 건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마음 놓고 외상을 해 주는 슈퍼 아저씨, 우리 아이들을 지켜 줄 수 있는 공간, 성실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불어라 미풍아(MBC 토요일 밤 8시 45분) 신애(임수향)의 계략으로 미풍(임지연)은 회사 기밀 유출로 조사를 받게 되고 장고(손호준)는 미풍의 남편이란 이유로 해당 사건 조사에서 빠지게 된다. 한편 이삿짐을 싸던 영애(이일화)는 유성(홍동영)에게 반지를 받게 된다. ■TV 동물농장(SBS 일요일 오전 9시 30분) 올 한 해 동물농장에 접수된 제보 건수는 무려 7150건. 그런데 방송에 나간 아이템은 불과 132건뿐이다. 2016년 송년특집으로 동물농장 제작진을 울리고 웃긴 황당한 제보 모음, 본방보다 더 재미있는 뒷이야기가 밝혀진다. 미공개 방송분은 물론 새로운 삶을 시작한 학대견들의 최근 일상도 공개한다.
  • [이주의 어린이 책] “주먹보다 작은 코끼리 다치면 어떡해”

    [이주의 어린이 책] “주먹보다 작은 코끼리 다치면 어떡해”

    꽃에서 나온 코끼리/황K 지음·그림/책읽는곰/44쪽/1만 2000원 ‘이 세상 어느 코끼리 이보다도 하얗고 이쁘게 끝이 살짝 말린/수술 둘이 상아처럼 뻗쳐 있다.’ 달개비꽃 밖으로 뻗어나온 수술을 보고 코끼리의 영롱한 상아를 연상한 황동규 시인의 시 ‘풍장 58’의 한 구절이다. ‘꽃에서 나온 코끼리’는 이 구절에서 가지를 뻗은 이야기다. 꽃송이 하나, 꽃 속 수술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던 아이는 꽃 속에서 살금 걸어나오는 뭔가에 시선을 사로잡힌다. 긴 코를 살랑살랑, 큰 귀를 팔랑팔랑 흔들어대는, 코끼리다. 아이는 제 주먹보다 작은 코끼리를 보며 ‘시골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처음 봤을 때의 기분’을 다시 느낀다. 신비로운 한편으로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아이는 코끼리에게 바람개비를 돌려 주는가 하면, 필통을 열어 놀이터 삼아 놀게 해 준다. 고작 몇 분 놀고 잠든 코끼리가 깰까 안절부절못하고, 지나가는 오토바이에 놀란 코끼리가 다치진 않았는지 제 몸보다 아낀다. 자신보다 연약한 생명의 기쁨과 평화, 안식에 온 신경을 기울이며 귀히 여기는 아이의 태도는 누가 가르쳐 주거나 강요한 것이 아니다. 아무 의심도 두려움도 없이 자신과 눈을 마주쳐 오는 코끼리의 말간 눈을 들여다보며 절로 솟는 마음이다.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행복에 힘쓰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아이의 자세는 타인에 대한 감각이 부재한 이 시절에 더욱 도드라지는 아름다움이다. “그림책을 만든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곱고 귀한 것들을 꿈꾸는 일이니 참 행복하다”는 작가의 말과 더없이 어울리는 책이다. 3세 이상.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통신접속료 13% 인하… 통신비 내릴까

    통신접속료 13% 인하… 통신비 내릴까

    통신사 “지출은 줄지만 수익도 감소” “업체들 예비 충당금 적립 부담 줄어” 시민단체, 휴대전화 요금 인하 요구 SK텔레콤 휴대전화 가입자가 KT나 LG유플러스 가입자에게 전화를 할 경우 SK텔레콤은 다른 두 회사에 일정 요율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남의 통신망을 이용한 데 따른 대가다. 이를 ‘상호접속료’라고 하는데, SK텔레콤은 다른 두 회사로부터 분당 19.53원을,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19.92원과 19.96원을 받아 왔다. 정부가 23일 상호접속료 요율을 13% 정도 내렸다. 기술의 발전으로 통신망 원가가 상당 부분 낮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들은 이번 조치가 통신비 인하로 이어지길 기대할 법하지만, 통신회사들은 그럴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날 음성전화망 상호접속료(타사로부터 받는 금액 기준)를 SK텔레콤 17.03원, KT 17.14원, LG유플러스 17.17원으로 각각 인하한다고 밝혔다. 인하된 요율은 올 1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되며 내년에는 14.56원으로 통일된다. 미래부는 “이번 조치에 따라 연간 접속료 시장 규모가 지난해 1조 7518억원에서 올해 1조 5679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는 후발 사업자인 LG유플러스를 위해 유지해 온 혜택을 없앤다는 의미도 담겼다.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2011년 15% 수준에서 2016년 21.8%로 증가했다. 상호접속료 인하가 가계 통신비 인하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상호접속료 인하로 지출이 줄어들지만 수익도 줄기 때문에 차액이 미미하다”며 “상호접속료가 인하되고 이동통신 3사가 동일한 금액을 적용받는다고 해도 당장 통신료 절감과 연계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상호접속료가 내려가면 이동통신 3사는 상호접속료 수입과 지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만일에 대비한 예비 충당금의 적립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며 “그에 따른 여력을 서비스 질 향상이나 통신비 인하에 활용활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개헌 논의 급물살… 제3지대 ‘탄력’

    박지원 만난 손학규 “아주 잘된 것” 인명진 “촛불 민심의 화두는 개헌” 박원순 등 비문 대선 주자들도 호응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친문(친문재인) 세력을 제외한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실상 조기 대선이 확실해지면서 ‘대선 전 개헌’은 어렵더라도 세력마다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 개편을 통해 주도권을 잡으려는 목적이 크다. 국민의당은 23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즉각적인 개헌 추진을 여야 3당 중 처음으로 당론으로 채택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우리는 국가대개혁을 목표로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조기 대선 일정상 대선 전 개헌이 어렵다면 안철수 전 대표가 전날 제안한 대로 대통령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한 후 2018년 지방선거에서 투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의당은 ‘국가대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산하에 개헌분과를 설치해 내년 1월 가동되는 국회 개헌특위 활동에 적극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제7공화국’을 주창하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와 오찬을 갖고 개헌에 대한 뜻을 모았다. 손 전 대표는 오찬 회동 후 “개헌은 대세다. 국민의당에서 받아들인 것은 아주 잘된 것”이라고 즉각 호응했다. 국민의당과 손 전 대표 측이 내년 1월 가장 먼저 3지대를 향한 연대의 포문을 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당에서도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 이날 “촛불 민심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개헌”이라며 “꼭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이주영·이철우 의원 등은 이날 국회에서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를 열고 김덕룡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등을 초청해 개헌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탈당을 결의한 비주류 김무성 전 대표, 나경원 의원 등도 참석했다. 새누리당 탈당파인 보수신당 측 의원들도 대선 국면에서 개헌을 고리로 한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보수신당 중심축인 유승민 의원은 신당의 정강·정책에 ‘개헌 추진’을 담는 일에 대해 “그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비문(비문재인) 진영에서도 대선 주자들을 중심으로 개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차기 정부에서 국가대혁신과 개헌을 완수하고 2020년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르자”고 제안했다. 김부겸 의원은 “야권 3당이 공동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선 전 개헌 논의에 반대하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개헌은 내가 가장 먼저 말했다. 나를 개헌으로 압박할 필요가 하나도 없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이주의 신작 볼까? 말까?]
  • 이주열 “통화정책 아닌 재정정책 시대”… ‘재정’ 12차례 강조

    이주열 “통화정책 아닌 재정정책 시대”… ‘재정’ 12차례 강조

    “통화 정책의 시대가 가고 이제 재정 정책의 시대가 온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의 내년 예산은 완화적이지 않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1일 출입기자단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30여분의 발언 시간 동안 12차례나 ‘재정’을 언급하며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강조했다. 닷새 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폴리시믹스’(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의 조합)를 언급하며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 총재의 모두 발언과 질의응답을 분석한 결과 ‘통화’(10번)보다 ‘재정’(12번)을 더 많이 썼으며 ‘중앙은행’(8번)보다 ‘정부’(9번)를 더 많이 언급했다. 이는 정부가 통화 정책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재정 정책으로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 줄 것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총재는 내년 정부의 재정 정책을 “완화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 근거로 내년 명목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이 4% 내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데 비해 정부 예산의 총지출 증가율(0.5%)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이 총재는 또 “국내 기관뿐 아니라 해외 신용평가사와 국제금융기구들도 한국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재정 정책 여력을 꼽는다”며 “재정 정책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때라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총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 정책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반면 중앙은행이 고군분투했다는 내용이 담긴 책을 소개하면서 재정 정책의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내년 경제 전망에 대해 이 총재는 “종합적으로는 아무래도 하방 리스크가 좀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하향 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22일 열린 임시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 부총리는 “내년 성장률은 2%대 초반까지는 아니겠지만 예상한 3.0%보다 낮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英 찰스왕세자 “反난민 정서, 1930년대 암흑기 연상”

    영국 찰스 왕세자가 최근 반(反)난민 정서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확산이 1930년대 ‘암흑기’를 연상시킨다고 경고했다. 찰스 왕세자는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라디오 뉴스프로그램 ‘오늘’에 출연해 “외국 땅에 도착해서 난민 신청을 하는 것으로 그들의 고통이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수 종교를 고수하는 이들에게 공격적인 포퓰리스트 그룹이 전 세계에서 발호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들은 1930년대 암흑기가 반복될 것이라는 커다란 불안감을 준다”고 우려했다. 그는 비단 중동에서 종교적 박해를 받아 피난 온 기독교도뿐만 아니라 야지디족과 유대인, 아흐마디 무슬림, 바하이교도 등 종교적 박해를 받는 다른 모든 이들에게 해당한다고 했다. 찰스 왕세자는 자신은 부모 세대가 유럽의 유대인들을 말살하려는 시도에 맞서 싸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태어났다며 “근 70년이 흐른 지금도 그런 사악한 박해가 모든 종교를 넘어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고통받는 이들과 끔찍하게 목숨을 잃은 이들에게 과거의 공포를 되풀이하지 않을 빚이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수가 종교적 박해를 피해 떠났고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도 믿음의 자유를 찾고자 메디나에서 메카로 이주한 사실을 기억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따르는 종교적 길이 어디건 그 목적지는 같다. 다른 이들을 높이 평가하고 존중하며 신의 은총에 감사하는 평화로운 삶을 누릴 권리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고졸 후 어른 됐다는 마음에 흡연 가장 후회”

    “고졸 후 어른 됐다는 마음에 흡연 가장 후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담배를 처음 물었던 19세 그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구강암으로 지난 6월 혀의 3분의 1을 절제한 임현용(가명·55)씨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어른이 됐다는 우쭐한 마음에 담배를 피웠던 그 순간이 일생에서 가장 후회된다고 했다. 임씨는 32년간 하루에 한 갑 반씩 담배를 피웠으며, 3년 전 뒤늦게 금연했으나 올해 4월 구강암 확정 판정을 받았다. 건설공사 현장에서 노동하며 두 아이와 부인을 부양해온 그는 건강만큼은 자신 있었다. 친인척 가운데 암 병력자도 없어 자신이 암으로 고통받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침을 삼킬 때마다 목에 통증이 왔고, 결국 청천벽력같은 암 선고를 받았다. 임씨는 22일 인터뷰에서 “구강암 확정 판정을 받는 순간 내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만약 지금의 기억을 갖고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담배는 절대 안 피우고, 다른 이들도 피우지 말라고 뜯어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염원으로 담배를 피우던 자신이 암에 걸리기까지의 얘기를 담은 증언형 TV금연 광고를 찍었다.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란 절절한 호소가 인상 깊은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씨 금연 광고에 이은 두 번째 증언형 광고다. 이 광고는 이날 저녁부터 송출됐다. 구강암에 걸리고 나서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임씨는 “밥을 먹을 때마다 입이 너무 아팠다. 울면서 눈물 떨어진 밥을 먹었다”고 말했다. 보험을 들지 않아 병원비로 그동안 모아놓은 돈도 다 썼다. 그는 “형제들이 조금씩 도와주고 있고, 둘째 아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담배를 피운 32년간 임씨도 몇 차례 금연을 시도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일이 고될 때마다 담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는 증언형 광고에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한 사람이라도 더 금연하게 해 나처럼 고통받는 사람이 없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눌한 발음으로 힘주어 “절대 담배를 피우지 마라”고 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탄핵 정국] 潘, 박대통령·‘촛불 민심’ 사이 균형점 찾을까?

    [탄핵 정국] 潘, 박대통령·‘촛불 민심’ 사이 균형점 찾을까?

    개헌 찬반정치적 기반 주목 국내현안 입장·검증도 변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 묘소를 방문하는 등 ‘대권 행보’를 이어갔다. 반 총장은 이날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링컨 묘소를 찾아 “링컨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은 가장 심하게 분열돼 있었다”면서 “링컨 전 대통령은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미국인의 결속을 이끌어냈다”고 평했다. 반 총장은 또 링컨박물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쓴 링컨 전기를 보여 주며 “대통령 중 링컨 전기를 쓴 사람은 노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고 말하자 “나를 (청와대) 외교보좌관으로 발탁해 줬을 뿐 아니라 유엔 사무총장이 되도록 지도해 준 분”이라고 화답했다. 이렇듯 통합에 방점을 둔 반 총장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대권 도전을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은 적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표명이 첫 고비다. 대통령과의 관계와 촛불 민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는 반 총장의 귀국 이후 지지율의 방향성을 가를 변수가 될 수 있다. 반 총장과 박 대통령의 지지층이 상당 부분 겹치는 데다 촛불 민심을 적극 수렴해야 지지 기반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개헌에 대한 입장 정리도 필요하다. 호헌이냐 개헌이냐, 개헌을 한다면 대선 이전이냐 이후냐에 대한 밑그림을 보여줘야 한다. 이에 따라 정치적 연대나 협력 대상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정치적 기반을 어디에 두느냐도 중요하다. 이는 기성 정치권과의 관계 설정과 직결된 문제다. 독자적 기반이 없다면 기성 정치권에 휘둘릴 수밖에 없고, 반대로 반 총장 주변에 ‘인의 장막’이 높게 쳐지면 정치적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 국내 현안에 대한 해법도 찾아야 한다. 조기 대선 정국에 불이 댕겨진 상황에서 정치권이나 언론과의 ’허니문’ 기간도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안에 대한 입장 표명은 곧 대선 공약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반 총장으로서는 현안 하나하나가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더 큰 난관은 검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22일 “야권을 중심으로 이미 수개월 전부터 반 총장에 대한 검증 문제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진흙탕 싸움’을 견뎌내야 한다는 의미다. 정무 능력에 대한 시험대 성격이기도 하다. 서울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정치뉴스 테이크아웃] 3선이면 ‘대접’받을 중진인데… 보수신당선 명함 못 내밀어요

    새누리당 김무성·유승민 등 비주류 의원들이 새로 만들 보수신당은 중진의원 집합소가 될 전망. 새누리당 전체 128명 가운데 3선 이상 45명 가운데 23명이 탈당 의사를 밝혀. 6선의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해 5선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정병국 의원. 4선은 전체 15명 가운데 유승민·나경원·김재경·주호영·이군현·강길부 의원 등 6명이 비주류 탈당파. 특히 국회 상임위원장 등 주요 자리를 채우는 3선은 전체 23명 중 14명이 탈당하기로 해 절반을 넘어. 33명 중 23명이 중진 그룹이다 보니 중진에 해당하는 3선이 ‘대접’받기도 힘들어져. 신당 창당 후 당직이나 국회직 등 ‘자리 싸움’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 탈당을 결심한 초선 의원 3명은 정운천(62·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박성중(58·전 서초구청장), 윤한홍(54·전 경남행정부지사) 의원으로 나이와 경력이 무거운 편. 40대의 3선의 김세연(44) 의원과 재선 그룹의 유의동(45)·오신환(45)·장제원(49) 의원이 신당의 실무 작업을 도맡을 것으로 관측돼. 반면 비주류가 당을 떠나고 난 뒤 새누리당에는 국회 최다선인 8선의 서청원 의원과 원유철·이주영(5선), 최경환·홍문종(4선) 등 일부 중진이 있지만 재선 30명, 초선 43명이 주로 당을 움직이게 될 듯.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크리스마스, 다시 그리는…대구 김광석 거리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크리스마스, 다시 그리는…대구 김광석 거리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속엔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서른 즈음에' 가사 中 일부) 거의 처음인 것처럼, 또 하루 다가오는 2016년의 크리스마스는 어쩐지 애달프다. 고되고 힘든 세밑 가까운 성탄절에 우리에게는 다시 고 김광석(1964~1996)의 주름진 미소가, 눈 감기는 하모니카 선율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대구 방천시장의 김광석 거리다. 김광석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아버지를 알아야만 한다. 김광석의 부친은 자유당 정권 시절 교원노조 사태로 교단을 떠난 강골의 전직교사였다. 정권의 핵심 기반이었던 대구 지역에서, 서슬 퍼렇던 공안의 삼엄한 분위기에서 그의 아버지는 당시 영남지역에서는 ‘드물디 드문’ 해직 교사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였다. 1964년 1월 22일 김광석은 그러한 아버지를 둔 3남 2녀의 막내로 대구 방천시장 한 켠에서 첫 울음을 운다. 사실 방천시장은 지금도 대구에서는 소규모의 재래시장으로, 대구 시내 중심에 흐르는 작은 신천 강변에 1945년 광복 후 해외에서 돌아온 전재민(戰災民)들이 만든 고단한 생계의 공간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방천시장에 터를 잡으면서 부지면적이 약 6600m²에 이르는 지금의 시장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바로 이곳에서 김광석은 태어났고, 삶의 신난(辛難)을 피해 그의 가족들은 대구의 방천시장과 삶의 고단한 모습이 그리 다르지 않던 서울의 창신동으로 이주한다. 이후 서울에서 중, 고교, 대학을 다녔던 그에게 대구의 방천시장 힘든 삶은 그와 그의 가족이 지녔던 슬픔의 심연(深淵)으로 남았으리라. 아마도 그가 1984년 김민기의 ‘개똥이’ 음반 작업에 참여하고,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서 ‘녹두꽃’을 열창하던 분기 가득한 절규의 목소리는 이렇듯 태어날 때부터의 타고난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데뷔 이후 김광석은 ‘노찾사’의 간판 가수이자, 민중가수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며 각종 집회에 참여하며 시대의 정신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 1988년, 7인조 그룹인 동물원을 결성하고 음반을 발표한다. ‘거리에서’, ‘말하지 못한 내 사랑’, ‘어느 하루’, ‘변해가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혜화동’ 등을 담은 앨범은 당시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상업적으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를 계기로 김광석은 본격적인 프로 가수의 길을 걷게 된다. 1989년에 내놓은 솔로 1집에 ‘기다려줘’, ‘너에게’, 1991년의 2집에 ‘사랑했지만’, ‘사랑이라는 이유로’, ‘그날들’ 그리고 1992년에 발매한 3집에 ‘나의 노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1994년에는 ‘일어나’를 수록한 4집 앨범을 완성함으로써 김광석은 한국 가요사에서 포크가수이자 민중가수로서의 확고한 자신의 정체성을 남기게 된다. 또한 1996년 8월에는 대학로 학전 소극장에서 1000회에 달하는 소극장 기념 공연을 이루어냈고, 그해 11월에는 미국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친다. 그러다 돌연 1996년 1월 6일, 만 31세의 나이로 서교동 원음빌딩 4층 자택 계단에서 숨지고 만다.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의 죽음에 대하여 많은 추측과 뒷말들은 무수히, 여전히 오간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많은 팬들은 여전히 김광석이라는 이름 석 자에 눈시울을 붉힌다. 이런 슬픔과 추모의 공간을 위해 대구광역시는 중구 달구벌대로 450길에 2010년 11월 20일, 90m 구간에 이르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조성하였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의 명칭은 김광석이 1993년과 1995년에 각각 발표한 음반 ‘다시 부르기’ 에서 착안하였으며 ‘그리기’는 김광석을 그리워하면서(想念) 그린다(畵)는 이중적인 의미를 안고 있다. 원래 이 사업은 쇠락해가던 재래시장이었던 방천시장을 살리기 위해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일환에 불과하였다.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는 거의 400m에 가깝게 거리는 늘어나고 있으며 김광석을 그리워하는, 하루 1만 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성공한 거리가 되고 있다. <김광석 거리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대구에서 ‘근대골목투어’를 끝내고 시간이 남는다면, 김광석 거리 하나만을 보기 위해 이 곳을 방문한다면 약간은 실망할 수도 있다. 아직은 계속 거리가 채워나가는 과정 속에 있다. 2. 누구와 함께? -우선은 연인들, 그리고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있는 누구라도. 3. 가는 방법은? -대구 방천시장. 지하철 2호선 경대병원역 3번 출구. 4. 감탄하는 점은? -방천시장 야시장. 기존 재래시장의 노전들과 달리 젊은 기운이 가득하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김광석이라는 이름에 기대어 나름대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아직은 좀더 거리가 다듬어지고 채워져야 한다. 김광석이라는 이름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은 방천시장으로서는 행운 중의 행운임을 알아야 한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그냥 거리를 둘러보면 된다.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김광석 거리 인근의 지역 대표 일본식 라멘집 대봉동 경도미야꼬 우동(424-5660), 동성로 미야꼬 우동(424-5660)/ 서영 홍합밥(253-1199)/ 중국인이 운영하는 고기만두 영생덕(255-5777)/ 야끼우동 중화반점(425-6839)/ 냉면은 대동(255-4450)/ 납작만두 미성당(255-0742)/ 마약빵 삼송제과(254-4066)/ 김밥 미진분식 (425-1120) 지역번호는 053. 8. 홈페이지 주소는? -www.jung.daegu.kr/new/culture/pages/main/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청라언덕, 계산성당, 진골목, 달성공원, 교동시장, 향촌문화관, 경상감영공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야시골목 등등 10. 총평 및 당부사항 -아직은 기대만큼의 거리가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꾸준한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대구의 명실상부한 방문명소가 될 수 있다. 김광석이라는 아름다운 청년의 이름에 걸맞는 거리가 되기를.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장례식 블루스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장례식 블루스

    장례식 블루스(Funeral Blues) -W H 오든 모든 시계를 멈추고, 전화선을 끊어라, 개에게 기름진 뼈다귀를 던져 주어 짖지 못하게 하라, 피아노들을 침묵하게 하고 천을 두른 북을 두드려 관이 들어오게 하라, 조문객들을 들여보내라. 비행기가 슬픈 소리를 내며 하늘을 돌게 하고, ‘그는 죽었다’는 메시지를 하늘에 휘갈기게 하라. 거리의 비둘기들의 하얀 목에 검은 천을 두르고, 교통경찰관들에게 검은 면장갑을 끼게 하라. 그는 나의 북쪽이고, 나의 남쪽이며, 동쪽이고 서쪽이었다, 나의 일하는 평일이었고 일요일의 휴식이었다, 나의 정오, 나의 자정, 나의 대화, 나의 노래였다; 사랑이 영원한 줄 알았는데, 내가 틀렸다. 별들은 이제 필요 없으니; 모두 다 꺼져버려. 달을 싸버리고 해를 철거해라, 바닷물을 쏟아버리고 숲을 쓸어 엎어라; 이제는 아무것도 소용이 없으니까. * Stop all the clocks, cut off the telephone, Prevent the dog from barking with a juicy bone, Silence the pianos and with muffled drum Bring out the coffin, let the mourners come. Let aeroplanes circle moaning overhead Scribbling on the sky the message ‘He is Dead’. Put crepe bows round the white necks of the public doves, Let the traffic policemen wear black cotton gloves. He was my North, my South, my East and West, My working week and my Sunday rest, My noon, my midnight, my talk, my song; I thought that love would last forever: I was wrong. The stars are not wanted now; put out every one, Pack up the moon and dismantle the sun, Pour away the ocean and sweep up the wood; For nothing now can ever come to any good * 지금으로부터 이십 년쯤 전, 수도권의 어느 극장에서 그 시를 처음 들었다. 영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보기 전까지 나는 ‘장례식 블루스’라는 제목의 시를 알지 못했다. 영화에 삽입된 시들이 꽤 되지만 ‘장례식 블루스’처럼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주인공 찰스의 친구인 동성애자가 파트너의 장례식에서 16줄의 시 전문을 낭송하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장례식에서 ‘장례식’ 시를 읊으니 어울리는 장면 아닌가. 시를 쓴 오든도 동성애자였으니, 영화와 시의 궁합이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어두운 극장에 앉아 “그는 나의 북쪽이고, 나의 남쪽이었다”를 처음 들었을 때의 전율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 이렇게 사랑을 표현할 수도 있구나. ‘어디에서건 나는 네가 보여’라고 했다면 감동이 덜했으리라. 입만 열면 그를 말하고, 어떤 노래를 들어도 그를 떠올리는…. 누구나 한번쯤 그런 경험을 했으리라. 그가 없으면, 별도 달도 해도 보이지 않아. 바다를 봐도 숲을 걸어도 너만 보여. 영화관을 나와 오든의 시집을 다시 찾아 읽었다. 내가 갖고 있던 오든의 번역시집에는 ‘모든 시계를 멈추고’로 시작하는 시는 없었다. 1994년에 영화가 개봉되었으니,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던 때라 제목으로 시를 검색할 방법도 없었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우유부단한 영국 남자 찰스와 적극적인 미국 여성 캐리 그리고 찰스의 친구인 독신 남녀들이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휴 그랜트의 떨떠름한 표정도 멋지지만, 앤디 맥다월이 커다란 모자를 쓰고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부터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보통의 할리우드 여배우처럼 천박하지 않은 분위기와 자연스러운 연기에 나는 반했다. 착하면서도 예쁜 여자라는 표현이 딱 맞다. 토요일 저녁에 유튜브에서 오든의 시와 생애를 다룬 BBC 다큐멘터리 ‘내게 사랑의 진실을 말해 줘’를 보았다. 오스트리아의 어느 마을에서 거행된 시인의 장례식으로 필름은 시작한다. 그의 시 ‘장례식 블루스’가 울려퍼지고 조문객들(대다수가 남자였다)을 보여 주던 카메라는 뚱뚱한 중년 남자 앞에서 멈추었다. 오든과 30여년을 같이 살았다는 체스터 캘먼은 슬픔으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오든은 1907년 영국의 요크에서 의사인 아버지와 간호사인 어머니 밑에서 세 형제의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첫사랑은 같은 학교에 다니던 다이빙선수였다. 어려서부터 그의 동성애 취향은 확실했고, 옥스퍼드대학에서 작가 어셔우드를 만나 함께 글을 쓰며 깊은 관계를 맺었다. 아이슬란드와 중국을 여행한 뒤에 1939년 오든은 미국으로 이주했다. 자신이 가르치던 유대인 학생 체스터 캘먼과 사랑에 빠진 오든은 미국시민권을 획득했고, 평생의 반려자가 될 체스터와 동거를 시작했다. 시뿐만 아니라 희곡도 쓰고, 잡지 편집자이며 에세이 작가로 이름이 높았던 오든은 인생의 후반부를 뉴욕과 오스트리아의 저택에서 보내다 1973년 빈에서 사망했다.
  • 연말연시 SF 블록버스터 ‘스크린 혈투’

    연말연시 SF 블록버스터 ‘스크린 혈투’

    SF 영화 팬이라면 학수고대하는 연말연시가 다가오고 있다.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들이 잇따라 스크린에 출격한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품은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다. SF 클래식의 사상 첫 스핀오프(외전)로, 국내에서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지난해 10년 만에 새로 선보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북미에서는 지난주 개봉해 첫 주말 전 세계에서 2억 9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리즈 중 가장 먼저 만들어진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1977)과 연계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작품은 제국군의 행성 파괴 병기 데스스타의 설계도를 확보한 레아 공주 일행의 소형 우주 비행정이 제국군 주력 전함 스타디스트로이어에 쫓기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로그원’은 이보다 앞서 반란군 부대원들이 설계도를 탈취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스타워즈 세계관의 주축인 제다이 기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평범한 사람들이 대의를 위해 몸을 던져 희생한다는 점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한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한국에서 유독 ‘포스’를 발휘하지 못하는 편인데, ‘로그원’은 그 세계관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라 결과가 주목된다. 특유의 우주 전투를 비롯해 공중 전투, 지상 전투가 종합선물세트처럼 담겼다. ‘사랑에 관한 모든 것’(2014), ‘인페르노’(2016)로 영화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펄리시티 존스가 데스스타를 개발한 과학자를 아버지로 둔 반란군 여전사로 나온다. 연기파 포리스트 휘터커와 마스 미켈센이 무게중심을 잡는다. 전쯔단이 동양인 최초로 스타워즈 시리즈에 합류했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포석으로 보인다. 본 시리즈로 유명한 토니 길로이가 각본에 참여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고질라’(2014)를 만든 개러스 에드워즈 감독이 연출했다. 내년 1월 4일 개봉하는 ‘패신저스’는 할리우드 대세 제니퍼 로런스와 크리스 프랫이 처음으로 전격 내한해 홍보전을 펼친 블록버스터다. 개척 행성으로 이주하려는 5258명이 120년 예정으로 동면에 들어간 우주선 아발론호에서 두 남녀가 1년 간격으로 남들보다 90년 일찍 깨어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무인도에서의 휴가 같은 삶에 익숙해지려는 찰나 우주선에 문제가 발생하며 두 사람은 위기를 맞는다. 한국에서는 1000만 관객의 ‘인터스텔라’(2014)를 비롯해 ‘그래비티’(2013), ‘마션’(2015) 등 화려한 우주 전투보다 휴머니티를 강조한 SF 작품이 큰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패신저스’가 특히 기대를 모은다. ‘닥터 스트레인지’(2016)와 ‘프로메테우스’(2012)의 각본에 참여했던 존 스파이츠가 시나리오를 쓰고 ‘이미테이션 게임’(2014)의 모르텐 튈둠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국 팬들을 위해 일찌감치 라이브 화상 기자회견을 연 ‘어쌔신 크리드’는 1월 11일 스크린에 걸린다. 인기 게임을 스크린으로 옮긴, 판타지 액션물에 가까운 SF다. ‘매트릭스’(1999)와 ‘인셉션’(2010), ‘소스코드’(2011)처럼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기 힘든 설정이 눈길을 끈다. ‘매트릭스’와 ‘인셉션’이 꿈, ‘소스코드’가 기억에서 가상현실을 빚어낸다면 ‘어쌔신 크리드’는 유전자(DNA)가 그 역할을 한다. 한 사형수가 베일에 싸인 조직의 최첨단 기술을 통해 DNA에 대대로 축적된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중세 시대 암살자로 살았던 선대의 모험을 체험하게 된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마리옹 코티야르, 저스틴 커젤 감독이 지난해 ‘맥베스’에 이어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서동철 칼럼] 백제 문화 복원 조급증 떨쳐야

    [서동철 칼럼] 백제 문화 복원 조급증 떨쳐야

    지금 경주와 부여에서는 신라와 백제 시대 당시를 재현하려는 작업이 한창이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대표적 역사 도시들이다. 역사 복원이 목적이라고 해도 발굴조사는 시간을 두고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하지만 두 곳에서는 역사가 아닌 건조물 복원에 초점을 맞춘 ‘초스피드’ 발굴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전성기 모습을 되살려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얽매여 있다. 경주도 문제지만, 부여는 더 문제다. 경주시는 지난 5월 문화재위원회에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 종합기본계획’을 보고했다. 하지만 문화재위는 “역사유적지구 건물 복원 계획에 문제가 많다”며 접수를 거부했다. 근거 없이 복원이 이루어진다면 ‘상상 속의 신라’를 재현하는 것일 뿐 진정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계기로 복원에 나선다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세계문화유산 목록의 ‘삭제 1순위 후보’에 오를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복원·정비 계획은 월성의 성벽, 문지, 건물지를 복원하고, 동궁과 월지의 서쪽 건물군과 황룡사의 강당 및 승방을 되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월정교 복원을 마무리하고 첨성대 전시관을 세우며 대릉원을 정비한다는 내용도 있다. 계획이 퇴짜를 맞았음에도 해당 지역에서는 복원·정비를 전제로 성급한 발굴조사가 한창이다. 이미 상당 부분 복원된 월정교가 벌써부터 ‘경주의 흉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문화재위원회가 우려한 그대로다. 경주를 비롯한 경북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이 지대한 관심을 가졌으니 정부, 경북도, 경주시는 신라문화권 발굴 및 복원·정비에 천문학적 예산을 책정해 놓았다. 하지만 학계와 언론의 감시가 뒤따르면서 정비·복원에 상당 부분 ‘속도 조절’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수록 경주보다 훨씬 더 조급하게 정비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백제문화권이 걱정이다. 부여군은 ‘구드래 역사마을’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부여읍 쌍북리에 백제 전성기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하는 일종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옥마을과 상점거리를 재현하고 컨벤션센터 기능을 하는 건물도 지으려 한다. 구드래는 잘 알려진 것처럼 부소산 아래 금강변 나루터다. 역사 마을 부지는 백제 왕성인 사비성과 금강 나루를 잇는 통로에 해당한다. 해양국가 성격이 짙었던 백제였으니 구드래는 대형 범선이 접안하는 국제 항구 기능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구드래 건너편에는 왕흥사터가 있다. ‘삼국유사’에 ‘물가에 자리 잡아 꽃과 나무들이 빼어나고 고와서 춘하추동 아름다움을 갖추었다. 왕은 언제나 배를 타고 강을 건너 그 장엄하고 화려한 것을 즐겼다’고 했다. 백제왕은 절에 갈 때마다 구드래를 이용했을 것이다. 역사 마을 부지는 왕의 통로이자 외국 사신의 통로였다. 역사 마을 부지는 조선시대 이후 일제강점기까지 일종의 난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집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었다. 따라서 부여군이 일대 토지를 사들이고 주민을 이주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구드래의 역사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100%인 유적의 성격도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채 역사 마을 복원을 계획한 것은 ‘조급증’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부여군은 역사 마을의 ‘마스터 플랜’을 먼저 세워 놓고 뒤늦게 발굴 허가를 받으려 분주하기만 하다. 어떤 유적이 나올지도 알 수 없는데, 집 지을 자리부터 정해 놓았다는 뜻이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도시라면 있어선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정작 항구 시설이 있었을 금강변에 대한 발굴조사 계획은 아예 세우지도 않았다. 이래선 구드래 역사의 복원이 불가능하다. 부여군은 구드래 역사를 복원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발굴조사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당연히 금강변 항구 시설에 대한 정밀 발굴조사도 계획에 넣어야 한다. 더불어 우리 국민의 문화 수준이 하늘만큼 높아진 마당에 ‘관광자원’을 말하지 말라. 진정성 없는 백제마을보다는 백제 역사를 복원하기 위한 발굴 현장에 훨씬 많은 탐방객이 몰려들 것이다. 논설위원
  • 돌고래 위험에 빠뜨리는 ‘돌고래 먹이주기’ (연구)

    돌고래 위험에 빠뜨리는 ‘돌고래 먹이주기’ (연구)

    일부 동물원에서는 돌고래쇼와 함께 어린 아이들이 돌고래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해외에서는 임신부의 태교에 좋다는 명목으로 돌고래와 함께 수영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이 팔리기도 한다. 돌고래와 직접 접촉하다가 도리어 돌고래가 위해를 가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실상은 이와 정반대라는 주장이 나왔다. 호주의 머독대학교 연구진은 1993~2014년 미국 플로리다 새러소타 만에서 총 1142마리의 돌고래를 대상으로 추적‧관찰을 시작했다. 관찰기간 동안 전체의 9.6%에 해당하는 110마리가 세상을 떠났고, 관찰 시작 당시 인간의 ‘손’을 탄, 즉 인간으로부터 먹이를 받아먹는데 익숙하거나 직접적인 접촉이 있었던 돌고래는 25마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21년이 지난 2014년에는 이 숫자가 190마리로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돌고래가 주위를 심하게 경계하거나 먹이를 달라고 간청하는 움직임, 관광객이 탄 배를 빙빙도는 행동 등을 하는 돌고래를 일종의 ‘길들여진 돌고래’(Conditioned dolphin)로 간주했는데, 이 돌고래의 숫자가 21년 사이에 165마리 늘어난 것이다. 또 연구진은 이 길들여진 돌고래와 그렇지 않은 돌고래에 비해 몸에 큰 상처를 입거나 갑작스럽게 죽을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머독대학교의 페드리크 크리스티안센 박사는 “사람에게 길들여진 돌고래들은 사람이나 보트 혹은 낚시 도구 등에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갔다가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보트에 너무 다가갔다가 보트와 충돌하거나 낚시 바늘에 얽혀 꼼짝 못하게 되면서 생기는 상처들이 특히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결과는 바다에서 돌고래에게 먹이를 주는 관광 상품 때문에 길들여지는 돌고래들이 많을수록, 이 돌고래들의 야생 생존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영국왕립오픈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부고]

    ●박병한(전 대보건설 부사장)병철(고광상사 대표이사)씨 부친상 윤종필(새누리당 국회의원)씨 시부상 1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2일 오전 8시 30분 (02)3410-6917 ●박정윤(로버스트자산운용 대표)씨 부친상 문수현(한양대 교수)씨 시부상 엄원식(엘키드교육 대표)씨 장인상 20일 한양대병원, 발인 22일 오전 (02)2290-9457 ●이희문(LG전자 전략팀장)원제(상명대 디자인학부 교수)씨 부친상 2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2일 오전 7시 30분 (02)3010-2231 ●조강수(중앙일보 논설위원)승국(농협 외화자금관리팀장)연실(인천 해송중 교사)씨 부친상 손민수(인천적십자병원 원장)씨 장인상 이주영(삼성물산 차장)김영미(하남정보고 교사)씨 시부상 20일 천안 단국대병원, 발인 22일 오전 6시 (041)550-7474 ●한정환(사업)정순(삼성중 교사)씨 부친상 이희웅(대광중 교사)박민규(경향신문 사진부 선임기자)씨 장인상 20일 일산병원, 발인 22일 오전 (031)900-0444
  • “추격경제 성공시킨 한국 이제는 탈추격 전략 필요”

    “추격경제 성공시킨 한국 이제는 탈추격 전략 필요”

    이민화 이사장 “혁신·신뢰가 저성장·양극화 시대 키워드”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KCERN) 이사장은 “우리는 추격 경제 전략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나라”라면서 “이제 한계에 부딪힌 한국은 남들이 가지 않은 탈추격 전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20일 서울 종로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국가 구조 개혁’을 주제로 열린 제32차 KCERN 공개포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추격 경제 전략과 탈추격 전략 모두 성공한 나라는 도시국가를 빼면 한 곳도 없다”면서 “우리가 하면 세계 최초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의 첫 발표자로 나선 이 이사장은 한국사회의 문제를 저성장 경제, 양극화된 분배, 고착화된 사회, 비전이 없는 정치 등 4가지로 요약했다. 저성장 국면에 양극화와 고착화가 이어지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불신사회’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이사장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기준으로 그 이전까지 성장 키워드는 효율과 경쟁이었지만 이후에는 혁신과 신뢰가 돼야 한다”조언했다. 이 이사장은 또 최근 촛불집회가 보여 준 정신을 이어 갈 수 있는 ‘촛불의 상시화’ 전략으로 ‘디지털 거버넌스’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의 단원제 국회는 상위 10%만을 대변해 왔다”면서 “하위 90%를 대변하는 국회를 따로 만들 게 아니라 한국의 정보기술을 활용한 정부 4.0의 구현을 통해 직접 민주제로 대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는 ‘난세에서 모범국가로의 변혁’을 주제로 한 김병섭 서울대 국가리더십연구센터장의 발표도 이어졌다. 김 센터장은 “긴 미래를 내다보고 국정목표를 정하기 위한 정부기구가 있어야 한다”면서 “기획재정부에 그런 역할을 뒀지만 재정 정책에 밀려 후순위가 됐다”고 지적했다. 패널 토론은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주재로 진행됐으며 박진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각범 전 정책기획수석, 이광형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장,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20대 국회서 개헌 못하면 기회 안 온다”

    “20대 국회서 개헌 못하면 기회 안 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20일 새누리당의 개헌추진 모임에 참석해 “촛불민심을 봤으면 그 촛불민심이 무엇을 요구하는 것인지 정치권이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득권과 비(非)기득권 갈등이 굉장히 굳어졌는데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수렴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새누리당 이주영·나경원 의원 주도로 열린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 추진회의’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가 도저히 안 되겠다 생각이 들면 (바꿀) 방법을 택해야 한다”며 개헌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20대 국회에서 개헌을 이루지 못한다면 개헌할 기회가 영원히 오지도 않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경제권력에 자유롭지 못한 대통령의 한계를 비판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6번째인데 다 보이지 않는 경제세력에 의해 농락당한 꼴이 됐다”면서 “그것이 최순실 사태로 나타난 전형적인 본보기”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는 “대선 전 순환출자 해소를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정한 지 열흘 정도 만에 (박근혜 후보가)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하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이미 그때부터 순환출자 해소에 가장 영향을 받게 될 쪽(재벌)에서 누가 가장 후보에게 영향력 있는 사람인지를 찾은 것”이라며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한편 참석자인 새누리당 정준길 당협위원장이 “개헌을 내걸고 다시 새누리당으로 와서 대선 후보로 나서줄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김 전 대표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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