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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7구 참전용사 北·하와이 거쳐 70년 만에 귀환

    147구 참전용사 北·하와이 거쳐 70년 만에 귀환

    6·25전쟁 70주년 행사가 고국으로 돌아온 147구의 국군전사자 유해와 함께 개최된다. 국가보훈처는 24일 “6·25 참전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을 국민과 함께 기억하고, 유엔참전국의 공헌에 감사하는 70주년 행사를 25일 서울공항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행사는 참전유공자에 대한 경의를 담아 ‘영웅에게, Salute to the Heroes(영웅에 대한 경례)’라는 주제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70년 만에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 국군 유해 147구를 맞이하는 행사가 먼저 열린다. 147구는 2018년 북미 정상회담 합의로 북한에서 발굴돼 미국 하와이로 옮겨졌다가 국군전사자로 판명됐다. 정부는 그동안 미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과 송환을 협의했고, 이날 하와이에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기(KC330)를 이용해 성남공항으로 봉환했다. 행사는 배우 최수종과 국방홍보원 정동미 대위의 사회로 진행된다. 147구 중 신원이 확인된 하진호 일병 등 7구와 국내에서 발굴돼 미국으로 송환되는 미군 유해 6구가 가수 윤도현이 부르는 ‘늙은 군인의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입장한다. 헌화·분향 후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 등이 유해에 참전기장을 수여한다. 이어 147구의 귀환 여정이 담긴 영상을 KC330 동체에 비춰 상영하고 배우 유승호가 장진호 참전용사 이야기를 낭독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등 22개국 유엔참전국 정상들이 처음으로 보내온 메시지도 상영된다. 6·25 당시 공적이 70년 만에 확인된 생존 참전용사 공호영 하사 등 2명과 유족 12명에게 무공훈장이 수여된다. 비무장지대(DMZ) 철조망과 6·25 당시 유엔참전국이 사용했던 수통, 탄피, 철모 등을 녹여 만든 ‘평화의 패’를 참전국 대표로 주한 네덜란드 대사에게 전달한다. 보훈처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12만 2609명의 전사자를 마지막 한 분까지 찾겠다는 국가의 약속을 담은 ‘122609 태극기’ 배지를 참석자 모두가 착용해 경의를 표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배드캅’ 위에 해결사 ‘굿캅’…너무 나간 김여정 제동설도

    ‘배드캅’ 위에 해결사 ‘굿캅’…너무 나간 김여정 제동설도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동생 김여정(오른쪽) 노동당 제1부부장이 주도한 대남 공세를 ‘보류’하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두 사람이 ‘굿 캅’, ‘배드 캅’ 역할을 분담하는 모습이 더욱 부각됐다. 김 위원장은 김 부부장의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 비난 담화 이후 대남 공세 관련 공개적 발언이나 지시를 하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 7일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이 다음날 보도한 이후 23일 군사위 예비회의를 주재하기까지 16일간 공개 행보를 멈췄다. 이 사이 김 부부장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총참모부에 대적 군사행동 계획 수립을 지시하며 대남 공세 전면에 나섰다. 김 위원장이 동생을 내세워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며 대응을 압박하고, 한반도 긴장을 조성해 북한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국면 전환이나 속도 조절에 대비해 자신은 뒤로 빠져 있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김 위원장이 직접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대남 공세를 주도할 경우 최고지도자의 결정이기에 이후 이를 번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김 부부장이 지난 17일 담화에서 고위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막말로 비난했지만, 김 위원장은 침묵을 지킨 것은 정상 간 신뢰는 남겨두려는 포석이었을 수 있다. 청와대도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을 내세워 김 부부장을 강력 비판했으나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김 부부장이 ‘배드 캅’ 역할을 과도하게 수행해 김 위원장이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김 위원장이 김 부부장에게 대남 공세를 맡기긴 했지만 김 부부장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총참모부에 군사 행동을 지시한 데 대해 너무 많이 나갔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일영도체제인 북한에서 김 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위임 없이 행동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다수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김 부부장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다”며 “김 부부장이 강경파고 김 위원장은 온건파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한미 강경대응 확인하자 숨고르는 北… 대화 전환은 확실치 않아

    한미 강경대응 확인하자 숨고르는 北… 대화 전환은 확실치 않아

    대북 확성기·美 전폭기 등에 영향받은 듯 ‘文 판문점합의 이행 재확인’도 성과 판단 北 김영철 “보류 결정 재고할 수도” 담화 ‘취소’ 아닌 ‘보류’로 공세 가능성 열어놔 예비회의 배경… 화상회의 사진은 미공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군사행동 계획을 전격 보류한 것은 대북전단에 대한 남측의 강경 대응을 끌어내는 등 성과를 거둔데다 군사적 긴장이 통제 불능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겹친 데 따른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같은 날 담화를 내고 보류 결정을 재고할 수 있다고 경고함에 따라 보류 결정이 대화를 고려한 국면 전환의 예비단계인지 속도조절 차원인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남측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행동으로 나서고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남북 정상 간 합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한 것을 북측은 성과라고 평가했을 수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난과 ‘하노이 노딜’ 이후 가시적 성과가 없는 등 민심이 동요하는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측이 지난 21일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병력을 투입하고 최전방 지역에 대남 확성기를 재설치하는 등 ‘대적 군사행동 계획’을 실행할 조짐을 보이자 한미가 강력 대응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고려했고 미국은 21일 한반도를 포함하는 미 해군 7함대 작전 구역에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니미츠호를 배치하고, 22일 전략폭격기 B52H도 필리핀해로 출격시켰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이미 체제 결속에 대한 충분한 효과를 거뒀다”며 “내부적 이유, 한국의 대응, 미국의 움직임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중앙군사위 예비회의를 연 것은 처음이다. 본회의가 아닌 예비회의 개최는 보류를 긴급 결정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본회의 결정을 남겨둔 것은 언제든 공세를 재개할 수 있다며 남측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김 위원장이 화상 회의를 주재한 것도 처음이지만 북측은 관련 사진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총참모부가 예고한 ▲금강산관광지구·개성공단 군대 재전개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재진출 ▲접경지역 군사훈련 재개 ▲대남전단 살포 군사적 보장 계획을 보류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은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김영철 부위원장은 이날 담화에서 “남조선(남한) 당국의 차후 태도와 행동 여하에 따라 북남관계 전망에 대하여 점쳐볼 수 있는 이 시점에서 남조선 국방부 장관이 기회를 틈타 체면을 세우는데 급급하며 불필요한 허세성 목소리를 내는 경박하고 우매한 행동을 한 데 대하여 대단히 큰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보류 결정을 재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보류가 아닌 완전 철회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국방부가 ‘대북감시 유지’, ‘대비태세 강화’ 입장을 밝힌 것을 비난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월드피플+] 中 노점상서 반찬파는 엄마 일 돕는 7살 초등 소년 화제

    [월드피플+] 中 노점상서 반찬파는 엄마 일 돕는 7살 초등 소년 화제

    노점상을 운영하는 엄마 곁에서 일손을 돕는 7세 소년이 화제다. 중국 광저우시 도심 거리에서 밑반찬을 조리해 판매하는 엄마를 도와 반찬 포장을 하는 소년의 동영상이 연일 온라인을 통해 공유됐다. 손님들이 주문한 반찬을 봉투에 담아 판매하거나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반찬을 권유하는 등의 모습이 담긴 이 영상은 24일 현재까지 약 360만 회 이상 공유됐다. 현지 유력언론 ‘시나닷컴’ 등을 통해 보도된 7세 아동은 광둥성(广东省) 광저우(广州市) 노점상에서 밑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20대 여성 웡모 씨의 아들 샤오누오 군으로 확인됐다. 올해 7세의 샤오누오 군의 활약은 이 일대 상인들 사이에서도 유명세가 자자하다. 일명 반찬집 ‘보조직원’으로 불리며 손님들을 능숙하게 대하는 그의 솜씨에 대해 이 일대 시장 상인들도 엄지를 치켜들 정도라고 웡 씨는 설명했다. 샤오누오 군이 일손을 돕는 웡 씨 노점상의 주력 상품은 소금에 절인 오리고기다. 웡 씨가 직접 조리해 판매하는 오리 고기는 짭조름하면서도 매콤한 맛으로 단골 고객의 수만 여럿이다. 더욱이 엄마 웡 씨가 밑반찬을 조리하는 매일 늦은 오후 시간대에는 샤오누오 군이 노점상을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직접 반찬을 판매해오고 있다. 샤오누오 군은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게 당일 오전 조리한 각종 반찬 시식을 권하는 등 능숙한 솜씨로 고객들을 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쓰촨성(四川) 출신의 웡 씨는 지난 2014년 광저우 화도구(花都区)로 이주한 뒤 줄곧 이 일대에서 노점상을 운영해왔다. 웡 씨는 아들 샤오누오 군을 임신했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약 6년 동안 노점상을 운영하며 생활비를 홀로 마련해왔다. 그는 “샤오누오 군을 임신한 후 만삭이었던 때 시작했던 이 일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면서 “아들은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한 시도 떨어져 있지 않고 함께 엄마 곁을 지켜준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인근 초등학교에 입학한 샤오누오 군은 매일 오후 수업이 끝난 직후 곧장 엄마가 운영하는 노점상으로 하교하고 있다. 웡 씨가 운영하는 노점상은 매일 오후 5시에 문을 열고 같은 날 새벽이 돼서야 문을 닫는다. 웡 씨는 “다른 집 엄마들처럼 아이의 학습을 직접 도와줄 형편이 아니다”면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시간 동안 아이 혼자 집에 남아서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며 시간을 헛되게 보내도록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게 일을 돕지 않더라도 하교한 아들과 최대한 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점상의 보조직원으로 일하는 샤오누오 군의 교육에 대해서도 웡 씨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이후 매일 제출해야 하는 과제물 많다”면서 “아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지원해 나중에 성인이 된 이후에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편한 일을 하며 살기는 바란다”고 말했다.때문에 하교 후 아들 샤오누오 군의 과제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지도, 검사해오고 있다고 웡 씨는 설명했다. 그는 “다만 아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많다”면서 “수년 동안 그저 먹고 사는 것이 바빠서 아이에게 신경 쓰지 못한 것이 마음이 아프다. 심지어 아이를 데리고 인근 유원지도 한 번 놀러가지 못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아들의 미래에 대해 “당당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키우고 싶다”면서 “나보다는 힘들지 않게 살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싶다”고 했다. 한편, 최근 온라인에 공유된 영상을 통해 일약 유명인이 된 샤오누오 군은 엄마의 일손을 돕는 것이 즐겁고 보람된 일이라고 밝혔다. 샤오누오 군은 “엄마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해 나는 더욱 행운아라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 중에는 이미 삼촌, 이모라고 부를 수 있게 된 단골 손님들이 많다. 엄마가 바쁜 시간에는 이 분들에게 직접 새로 무친 반찬을 맛보도록 잘게 잘라주고 소개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 가게에서 바쁜 엄마의 일손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작은 성취감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김정은, 동생 김여정의 대남 공세 ‘보류’… 굿 캅·배드 캅 역할 분담

    김정은, 동생 김여정의 대남 공세 ‘보류’… 굿 캅·배드 캅 역할 분담

    16일 간 잠행 깨고 중앙군사위 예비회의 주재김정은, 김여정이 고조시킨 한반도 긴장 완화“김여정, 김정은 지시 없이 독단적 행동 어려워”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주도한 대남 공세를 ‘보류’하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두 사람이 ‘굿 캅’, ‘배드 캅’ 역할을 분담하는 모습이 더욱 부각됐다. 김 위원장은 김 부부장의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 비난 담화 이후 대남 공세 관련 공개적 발언이나 지시를 하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 7일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이 다음날 보도한 이후 23일 군사위 예비회의를 주재하기까지 16일간 공개 행보를 멈췄다. 이 사이 김 부부장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총참모부에 대적 군사행동 계획 수립을 지시하며 대남 공세 전면에 나섰다. 김 위원장이 동생을 내세워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며 대응을 압박하고, 한반도 긴장을 조성해 북한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국면 전환이나 속도 조절에 대비해 자신은 뒤로 빠져 있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김 위원장이 직접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대남 공세를 주도할 경우 최고지도자의 결정이기에 이후 이를 번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김 부부장이 지난 17일 담화에서 고위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막말로 비난했지만, 김 위원장은 침묵을 지킨 것은 정상 간 신뢰는 남겨두려는 포석이었을 수 있다. 청와대도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을 내세워 김 부부장을 강력 비판했으나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김 부부장이 ‘배드 캅’ 역할을 과도하게 수행해 김 위원장이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김 위원장이 김 부부장에게 대남 공세를 맡기긴 했지만 김 부부장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총참모부에 군사 행동을 지시한 데 대해 너무 많이 나갔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일영도체제인 북한에서 김 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위임 없이 행동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다수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김 부부장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다”며 “김 부부장이 강경파고 김 위원장은 온건파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경기도의회 양철민 의원, 경기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 본회의 통과

    경기도의회 양철민 의원, 경기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 본회의 통과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양철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수원8)이 대표발의 한 경기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24일 제344회 정례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조례는 정비계획 심의 권한을 해당 시·군 도시계획위원회로 이양하고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기조정 심의 사항을 정비하기 위한 것이다. 주요내용은 정비계획 입안시 심의기관을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시·군 도시계획위원회’로 개정하여 정비계획 입안권자에 따라 입안심의 기관을 일원화 했다. 또한 정비사업의 관리처분계획 인가권자인 시장·군수에게 인가 시기조정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기조정을 시장·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규정했다. 그동안 인가 시기는 도지사가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대규모 이주가 발생하여 정비구역 주변 지역에 주택이 현저하게 부족하거나 주택시장이 불안정을 방지하기 위해 경기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조정해 왔다. 아울러 정비사업 시행으로 주택시장의 불안정을 방지하고 시기단축을 위한 심의로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시·군의 다른 정비구역 관리처분계획 인가일부터 3개월이 경과된 이후 해당구역의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할 수 있는 단서를 삭제했다. 양철민 의원은 “상위법령에 따라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기조정 심의에 대한 부작용을 방지하고 정비사업에 대한 시장·군수 권한 강화를 통해 원활한 정비사업 추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기는 남미] 코로나 걸릴라…밀림으로 피하는 아마존 원주민들

    [여기는 남미] 코로나 걸릴라…밀림으로 피하는 아마존 원주민들

    브라질 아마조나스의 심장부에 위치한 작은 원주민마을 크루제이리뉴는 최근 분위기가 부쩍 썰렁해졌다. 옹기종기 모여 살던 32가구 중 27가구가 황급히 짐을 꾸려 마을을 떠난 탓이다. 고민 끝에 마을에 남았다는 원주민 베네 마유루나는 "코로나19를 피해, 이웃주민 대부분이 아마존 밀림 깊은 곳으로 몸을 피했다"고 말했다. 아마존으로 들어간 원주민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튼 곳은 밀림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 소규모 경작이 가능한 곳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위험해진 바깥세상을 등지고 완벽한 격리가 가능한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마유루나는 "이주한 이웃들이 밀림에서 완벽하게 격리된 생활을 하고 있다"며 "외부와는 전혀 접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아마조나스주(州) 서부에 있는 발리두자바리는 브라질에서 두 번째로 큰 원주민 거주지역이다. 7개 종족 원주민 7000여 명이 공동체생활을 한다. 문명사회와 접촉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순수한 ‘자연인’ 생활을 하고 있는 부족만도 15개에 이른다. 이런 발리두자바리에서도 이미 적지 않은 원주민들이 이미 아마존 밀림으로 빠져나갔다고 한다. 에페통신 등 외신은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밀림으로의 대피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에 따라 코로나19에 감염된 브라질 원주민은 23일(현지시간) 현재 최소한 6351명, 사망한 원주민은 301명에 이른다. 코로나19 현황을 조사한 주체에 따라 누적 감염자는 7000명, 사망자는 330명을 넘어섰다는 집계도 나오고 있다. 브라질은 최근 군을 투입, 발리두자바리에서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위생 미션'을 시작했다. 위생 미션에는 브라질 원주민공동체를 지원하는 복수의 주정부 기관도 합류해 의료지원을 하고 있지만 의료장비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주민들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발현해도 병원행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공동체 마을을 벗어나 병원으로 후송됐다가 사망하면 타지에 묻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관계자는 "사망자가 나오면 전통의식에 따라 장례를 치러야 하고, 마을에 묻어야 한다는 관념이 워낙 뿌리 깊다"며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거나 확진 판정이 나오더라도 병원에 가자고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결국 현장에서 코로나19 감염자를 치료할 수밖에 없는데 산소호흡기 등 의료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의학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사설] 차별금지법, 이제는 제정돼야 한다

    차별에 대한 국민들의 민감성이 높아진 데다 법률 제정의 필요성도 과거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91.1%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나도 언제든 차별의 대상이나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법률 제정 등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88.5%로, 지난해의 72.9%보다 높았다. 응답자의 69.3%는 ‘코로나19로 혐오나 차별의 대상이 된 사회집단이 있었다’면서 ‘우리 사회의 차별이 심각하다’고 82.0%가 응답했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여성, 이주민·난민, 성소수자 등은 물론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참사 피해자까지도 혐오와 조롱의 대상이 되는 병폐가 더욱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확산해도 처벌받지 않는 탓에 사회적 분위기는 악화해 가고 있다. 정부나 국회의원들의 노력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6년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2008년 17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18, 19대 국회에서도 개별 의원들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특히 일부 개신교계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 등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 탓이 크다. 결국 20대 국회에서는 발의조차 안 됐다. 유엔인권이사회가 한국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꾸준히 권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차별금지법 제정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차별금지법은 평등권과 인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성별, 인종, 피부색, 출신지, 정치적 또는 그 밖의 의견, 혼인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평등권을 실질화한다는 점에서도 꼭 필요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1대 국회의 입법과제로 차별금지법을 손꼽는 점, 정의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5대 입법과제 중 하나로 정한 점 등도 고려하고 불교와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가 지난 17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차별과 혐오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코로나19 덕분에 확대된 만큼 21대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쏟길 기대한다.
  • ‘함께’ 이겨낸 후… 코로나 트라우마, 개인을 덮칠 것이다

    ‘함께’ 이겨낸 후… 코로나 트라우마, 개인을 덮칠 것이다

    큼지막한 알사탕 하나 동네 꼬마 손에 성큼 쥐여 줄 듯한 인상이다. 어떤 고민도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줄 것 같은 그는 마음을 치유하는 사람이다.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린 환자들을 돌보고 이들이 위기와 절망을 이겨 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을 맡고 있는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을 지난 19일 서울 을지로에 있는 센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일상이 된 감염병 스트레스로부터 마음의 건강을 어떻게 챙겨야 할지 조언을 듣고 싶었다. ●故임세원 교수도 환자 잃고 트라우마 겪어 백 교수는 “저는 기본적으로는 정신과 의사인데…”라며 말문을 열었다. 온화한 표정은 이내 무겁고 진지해졌다. 백 교수는 자살 예방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면서 정신과 1년차였던 1998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갔다. 2018년 겨울 진료하던 환자에게 변을 당한 고(故) 임세원 교수와의 인연을 언급했다. 그는 “임 교수가 워낙 친한 친구여서 그 일이 있고 난 뒤 한 달 넘게 악몽을 계속 꾸고 비슷한 목소리만 들리면 계속 쳐다보게 되더라”고 말했다. “임 교수와 동기였는데 책임감이 강하고 자신감도 있던 친구였다. 어느 날 너무 괴로워하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자신이 퇴원시킨 지 얼마 안 되는 할머니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전날 그 할머니가 임 교수를 찾아와서 90도로 절을 하며 그동안 감사했다고 인사를 했다고 하더라.” 임 교수는 본인이 자살의 경고 신호를 놓쳤다고 자책을 많이 했고, 백 교수도 그 일로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백 교수 본인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정신과 2년차 때였다. “제가 당직 의사를 할 때였다. 의식을 잃은 채 응급실에 온 50대 환자분이 의식을 되찾자마자 CT를 찍다가 사람들을 위협하며 불안한 증세를 보였다. 수위와 보호사 등 10여명이 그분을 안심시키려고 했는데 결국 실랑이 속에 그분이 2층에서 뛰어내렸다. 그 창문에 모기장이 제대로 걸려 있었다면, 그분의 안전을 우선 확보하고 적극적으로 제지했다면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그는 “제가 진료한 환자가 지금까지 1만명이 넘는데 이 가운데 10명의 환자가 돌아가셨다. 하나하나의 사례마다 그때 이렇게 했었다면 하는 안타까움 그 자체가 치료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트라우마로 남는다”며 “그런 일이 생기면 온몸에 힘이 다 빠지는 소진 현상을 경험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환자를 잃는다’는 표현을 썼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는 “환자를 잃는 것이 우리 정신과 의사들이 겪는 최고의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그는 “학회를 할 때도 본인의 환자를 잃어 본 사람들은 손을 들어 보라고 하면 거의 100% 손을 든다”면서 “우울증 자체가 워낙 자살률이 높고 퇴원 직후는 더 위험하다”고 했다.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물음은 우문이었다. 백 교수는 “극복이 잘 안 된다. 제가 워낙 힘들어하니까 선배들이 일부러 새로 들여온 뇌파기를 한번 찍어 봐야 한다며 수면제를 먹여 잠을 재우더라. 그래도 내가 잘못해서 사람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고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닌지 스스로 의심도 생기면서 자신감이 위축되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결국 선배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으며 하나하나 모든 걸 다 털어놓고 나서야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고 6개월 뒤 병원에서 열린 사망 사례 정례 발표회에 나가 마음의 정리를 한 상태에서 발표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일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백 교수는 “그때 그런 과정을 이후에 300차례 정도 얘기했다. 위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런 일을 드러내 정면으로 보고 다시는 비슷한 일을 겪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그러면서 우리가 나중에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보자고 임 교수와 의기투합했다”고 돌아봤다. 두 사람은 임상 강사를 거쳐 2007년 성균관대와 경희대에서 각각 환자를 돌보게 됐다. 그러고 2010년 두 사람은 다시 만나 한국형 자살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같이 만들었다. 정신과 1년차 때의 ‘숙제’를 20년 남짓 만에 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백 교수는 극단적 선택이 환자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며 “모든 사회적 문제, 건강의 문제, 복지의 문제에서 발생하는 최악의 결과”라고 표현했다. 해당 환자의 문제를 통해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 교수는 “우리 사회의 빈 곳”을 언급했다. 그는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절망감 때문에 사회·복지 서비스에 제대로 다가가지 못한다”며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2018년 증평 모녀 사건을 예로 들었다. 백 교수는 “우리나라 시스템이 그렇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왠만한 시군구청에 200~300개씩 서비스가 있고, 재정이 좋은 곳은 500개가 넘는다. 그런데 왜 아무런 서비스도 신청하지 못했는지를 심리 부검으로 알아보면 굉장히 많은 곳이 비어 있다”고 했다. 예를 들면 증평 모녀 사건은 자살 유가족이었는데도 집이 있고 차가 있어 위기가정 발굴·지원 시스템에 걸리지 않았고 절망감으로 양육수당 빼고는 누구한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증평 모녀 사건을 계기로 올해부터는 자살 유가족이 경찰을 만나거나 사망 신고서를 제시하면 긴급복지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심리부검센터나 치료비 지원 등의 안내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심리부검센터는 2014년 자살자 사망 원인 분석과 유가족 심리 지원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모든 자살 막을 수는 없지만 줄일 수 있다 백 교수는 “물론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자살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우리가 막을 수 있는 죽음조차도 막을 수 없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자살 예방 정책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예를 들면 1인 가구가 많은 지역, 노인 자살률이 높은 지역, 새로 개발돼 이주 노동자와 그 배우자가 많은 지역 등으로 나눠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을 미리 파악하고 정책적·심리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힘든 시기에 정작 본인은 스트레스와 일상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고 물었다. “방역하는 의료진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즉답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신과 의사도 바빠지고 힘들어졌다”고 했다. 백 교수는 “무엇보다 정신과 의사는 얼굴을 보면서 환자와 공감하는 게 제일 중요한데 서로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그게 되지 않아 답답하다”면서 “그래도 환자가 힘든 과정을 벗어나 호전되는 것을 보면 보람이 있고 짜릿한 느낌이 든다. 그게 재충전의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상에서 웬만하면 무리하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일요일에는 운동을 하거나 가족이나 친구와 보내는 시간은 방해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힘든 질문을 꺼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 ‘코로나 블루’가 마음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고통과 불안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사회적 연대와 신뢰가 중요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백 교수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앞이 보이지 않는 지점을 대할 때 가장 힘들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극단적 선택의 3대 원인은 정신건강, 경제적 어려움, 건강 문제인데 코로나19는 이 모두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경제 상황은 대공황 수준을 우려하게 할 정도로 나빠지며,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우울,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통상 재난 초기에는 ‘맞서서 잘 이겨 내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극단적 선택이 줄어든다. 다 같이 힘드니 상대적 박탈감이 줄어든다는 해석도 있다. 방역을 잘하고 있어 자살률을 줄이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했다. 고통이 1~2년 지속되면 가장이 어려워지고, 고령층은 단절되며, 청년층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일본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층의 자살이 증가했다. 그런 현상을 막으려면 지금부터 확진자 가족이나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보듬고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 교수는 “결국 재난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서로 주변의 힘든 사람을 돌아보는 사회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국민 10명 중 9명 “나도 차별의 대상·소수자 될 수도”

    국민 10명 중 9명 “나도 차별의 대상·소수자 될 수도”

    “코로나 이후 타인 혐오 심각해져” 88.5%는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 국민 10명 중 9명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자신도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는 비율이 90%에 육박했다. 2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1000명 중 91.1%의 응답자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나도 언제든 차별의 대상이나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아주 많이 했다’가 19.8%, ‘조금 했다’ 53.2%, ‘지금 그런 생각이 든다’ 18.1%였다. ‘전혀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8.9%에 불과했다. ‘나도, 내 가족도 언젠가 차별을 당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90.8%였다. 인권위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진 혐오와 차별 사례를 접하면서 차별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민감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차별·혐오 대상이 된 집단이 어디인지 복수로 물어본 결과 종교인이 59.2%로 가장 높았고, 특정 지역 출신이 36.7%, 외국인·이주민이 36.5% 등이었다. 우리 사회의 차별 문제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는 82.0%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가장 심각한 차별로는 ▲성별 ▲고용 형태 ▲학력·학벌 ▲장애 ▲빈부격차 등이 꼽혔다. 지난 1년 동안 실제로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7.2%였다. 차별을 받은 이유(복수 응답)로는 성차별(48.9%)과 연령에 대한 차별(43.4%)이 가장 많았고, 경제적 지위(23.9%), 학력(21.3%) 등이 뒤를 이었다. ‘성소수자도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한 존재’라고 응답한 비율은 73.6%였고, ‘여성, 장애인,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도 92.1%로 조사됐다. 학교에서의 인권 교육 강화, 국민인식 개선 교육 강화 등 각 차별 시정 정책에 대해 찬성·반대 여부를 물은 결과 ‘차별금지 법률 제정’에 88.5%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아이 꼭 안고 죽은 엄마들… 전쟁 비참함 알리는 게 마지막 임무”

    “아이 꼭 안고 죽은 엄마들… 전쟁 비참함 알리는 게 마지막 임무”

    “전투가 끝나고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는데 오빠가 보이지 않았어. 여기저기 찾아보니 오빠가 헌 옷을 입고 죽어 있었지. 시신을 수습할 겨를도 없이 모래로 대충 덮어 주고 올 수밖에 없었어.”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마포보훈회관에서 만난 여군 참전용사 박순애(83)씨는 처참했던 전투 상황을 설명하던 중 오빠의 죽음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옆에서 박씨의 설명을 듣던 남편 김우춘(83)씨도 “요즘 사람에게 그때의 일을 설명하면 잘 믿지 못한다”며 거들었다. 이들은 한국에 얼마 남지 않은 참전유공자 부부다. 부부는 1951년 봄 황해도 인근에서 활동한 8240부대 ‘구월산 민간인 유격대’ 소속이었다. 박씨는 황해도 인근 곰념섬에서 활약하며 북한군 침투를 저지했다. 김씨는 북한군의 기지를 기습하는 상륙작전에 참여했다. 15살에 참여한 전쟁이란 말 그대로 ‘아픔’이었다. 황해도가 고향인 박씨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은율군 염천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소년단 회장을 할 정도로 총기가 넘치는 학생이었다. 순탄했던 학교 생활은 전쟁으로 끝이 났다. 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폭격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박씨는 “누군가가 집 대문을 두드려 나가 보니 코가 큰 외국 사람이 서 있었다”며 “어머니가 미군 30명분의 밥을 해 줬던 것이 내가 기억하는 전쟁의 첫 모습”이라고 회상했다. 1·4 후퇴를 앞두고 그는 피란길에 올랐다. 맨발로 나룻배를 타고 도착한 곳은 은율군 인근에 있는 곰념섬이었다. 무사히 피란처에 도착했지만 굶주렸다. 입대하면 굶지 않을 거란 생각에 당시 여대장인 이정숙의 권유로 1951년 봄부터 유격대 활동을 시작했다. 200명 남짓한 유격대의 생활은 열악했다. 허름한 초가집 한방에 40여명이 모여 누웠다. 8~10채의 초가집을 막사로 사용했다. 전염병으로 죽어 나가는 이들이 속출했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북한군 눈을 피해 뭍으로 나가야만 했다. 길목에 설치된 지뢰도 피해야 했다. 박씨는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기 일쑤였고, 미군이 먹다 남긴 닭다리를 먹는 게 그나마 잘 먹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남편 김씨는 서해 최북단에서 활동했다. 연평도·백령도 등 현재의 ‘서해 5도’를 기점으로 황해도 인근 섬인 초도 등을 기습하는 상륙작전에 주로 참여했다.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도 작은 배에서 내려 적진을 향해 뛰었다. 요즘 김씨의 기억은 하루가 다르게 희미해진다. “이젠 드문드문 떠오르는 게 전부야.” 박씨의 임무는 물골을 따라 침투하는 북한군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그는 대원들과 함께 섬 바로 앞 물속에 몸을 숨겼다. 북한군은 총이 물에 젖을까 양팔을 위로 들고 걸어왔는데 그 순간 돌멩이와 몽둥이로 기습했다. 전투의 결말은 늘 비극이었다. 김씨가 목격한 장면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길가에는 어머니들이 웅크린 자세로 죽어 있었다. 아이를 꼭 안고 죽음을 맞은 것이다. 이들이 숨기 위해 파놓은 굴에는 어머니를 잃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박씨는 “우리 어머니도 박격포 공격이 시작되면 나와 동생을 끌어안기부터 했다”고 말했다. 전쟁이 끝났지만 곤궁한 삶은 그대로였다. 부부는 황폐화된 전국을 돌아다니며 어려운 생활을 이어 갔다. 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음식을 구걸하기도 했다. 부부는 각자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다가 21살이 되던 해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김씨는 처음에는 아내가 참전유공자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우연히 그로부터 전쟁에 참전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도 황해도에서 비슷한 시기 피란을 내려온 같은 실향민이자 전쟁을 같이 치른 전우애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부부는 코로나19가 오기 전 일주일에 세 번은 함께 청소년을 대상으로 안보교육을 했다. 청소년들이 부부의 얘기에 큰 관심을 가져 주기 때문에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이들은 인터뷰 내내 걱정이 많은 표정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5년 전만 해도 부부 참전용사 5쌍 정도가 모임을 했다”며 “이제는 소식도 다 끊겨 몇 명이 살아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정부는 부부 참전용사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파악하고 있지 않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우리 부부에겐 이번 6·25 70주년이 마지막 기념일이 될 수도 있어. 80주년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 젊은 세대에게 전쟁의 비참함을 알려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의 마지막 임무야.”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참전 여군은 그냥 잊혀져도 되나요

    참전 여군은 그냥 잊혀져도 되나요

    여군 참전유공자 1400여명에 불과 발굴 더디고 추모행사 찾기 어려워 제도 고쳐 추모 분위기 확산시켜야 ‘1427.’ 지난 5월까지 국가보훈처가 발굴한 생존 6·25전쟁 여군 참전유공자 수다. 대부분 박순애씨처럼 어린 나이에 참전한 사람들이다. 세상의 주인이 남성이었던 시대에 여성이 조국을 위해 전선에 뛰어드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참전 여군들은 육·해·공군·해병대 등 각 군으로 배치됐다. 군번 없는 민간인 신분으로 학도의용군, 민간간호대, 유격대에 편입돼 활약한 여성들도 있다. 육군 여자의용군은 1950년 9월 1일 창설된 여자의용군교육대에서 배출됐다. 전쟁 기간 총 1058명이 수료했다. 부대에 배치돼 행정지원, 정훈교육, 대적방송, 첩보수집, 통신 등의 업무를 했다. 해군 여해병은 제주 지역의 미혼 여교사와 여중생, 1950년 8월 말 인천상륙작전을 위해 모집한 해병 제4기 75명 등으로 이뤄졌다. 진해와 부산 등지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의 활약은 좀처럼 조명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증언과 기록 확보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존 자료들은 대부분 전쟁 당시 상황보다는 퇴역 이후를 조명하고 있다. 이들이 전투부대가 아닌 행정, 군수 등 작전지원분야에 주로 복무하면서 전공 기록이 별로 없다. 전공이 없으니 새로운 사례를 발굴하기도 어렵다. 당시 민간유격대 등 비공식 참전자도 많아 정확한 수도 파악이 불가능하다. 참전 여군을 기억하는 정부나 지역 행사도 부족한 실정이다. 국방부의 ‘6·25전쟁과 베트남 파병 참전 여군의 활약 및 국위선양 사례 발굴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참전 여군 추모가 국가와 주(州), 지역단위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참전 여군을 위한 범국민적 기부문화도 널리 퍼져 있다. 반면 한국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전승 및 추모행사는 50여개에 이르지만, 참전 여군을 추모하는 행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소규모 민간단체 행사에 보훈처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전부다. 여군이 참전한 전투나 공적 발굴 연구도 미진하다. 올해는 6·25전쟁 70주년이자 여군 창설 70주년이다. 정부는 올해 여군 창설 70주년을 맞아 오는 9월 4일 참전 여군과 보훈단체 등을 대상으로 기념식을 진행한다. 국민적 추모 분위기를 확산하려면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심리전 밀리는데 밀어붙이는 北… 한반도 주변 항모 3척 배치한 美

    심리전 밀리는데 밀어붙이는 北… 한반도 주변 항모 3척 배치한 美

    7함대 전진배치… 남북 정세 반영 분석군 당국이 북한의 대남확성기 방송 시설 재설치 움직임에 대응해 대북확성기 투입을 검토하면서 과거 남북 심리전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조치를 행동에 옮길 경우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우리도 필요한 조치는 충분히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측이 대남방송을 재개하면 대북확성기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1일부터 전방 20여곳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시설을 다시 설치하고 있다. 과거 40여곳에서 확성기를 가동했기 때문에 앞으로 20여곳에 더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 남측의 확성기 시설은 야간에 약 24㎞, 주간에는 약 10㎞ 떨어진 곳까지 방송이 가능하다.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군사분계선(MDL) 인근 북한군 부대에서 온종일 청취가 가능한 수준이다. 또 기존 고정식 확성기보다 10㎞ 이상 더 먼 거리까지 음향을 보낼 수 있는 신형 이동식 확성기 차량도 있다. 반면 북측은 최전선 부대에서 구형 고정식 확성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 사정과 음질이 나빠 평소 절반씩 교대로 운영해오고 있었다. 군 당국은 북한의 확성기가 대남 심리전에 큰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대남 전단(삐라)도 심리전 효과가 약하다. 북측은 주로 온라인 대남선전매체를 활용해 심리전을 벌여 왔다. 굳이 효과가 작은 대남전단에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체제 결속을 강조하는 과정에 전략적 실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심리전이 손해란 걸 알고 있는 총참모부는 김 부부장 지시로 준비하는 모습은 보이되 결국 최종 행동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준으로 넘기며 일종의 ‘면피’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매체는 이날도 대남전단 살포 준비상황을 보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대남전단이 판문점 선언 위반이라고 지적한 통일부를 향해 “도적이 매를 드는 철면피한 망동”이라고 했다. 북한은 6·25 전쟁 70주년인 25일 전후로 대남 전단을 살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시기 접경지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돼 변수가 될 수 있다. 송철만 북한 기상수문국 부국장은 “삐라 살포 투쟁이 전개되면 그에 따른 기상예보를 신속·정확하게 통보해주기 위한 체계를 그하게(확실하게) 완비해 놓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따르면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과 니미츠함(CVN68)이 지난 21일부터 필리핀해에서 작전 활동에 나섰다. 미 해군은 이들 항모가 7함대에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가 모항인 로널드 레이건호(CVN-76)까지 가세하면 3척의 항모가 7함대 작전구역에서 활동하게 되는 셈이다. 7함대는 한반도를 포함한 서태평양을 작전 구역으로 삼아 최근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정세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70년 만에 먼 길 돌아온 국군전사자 유해…공중급유기로 귀국

    70년 만에 먼 길 돌아온 국군전사자 유해…공중급유기로 귀국

    美 하와이서 147구 국군전사자 유해 70년 만에 귀환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로 신원 확인예우 차원에서 최초로 다목적 공중급유기로 이송참전조종사 손자가 F15K 엄호 비행6·25전쟁 국군전사자 147구의 유해가 70년 만에 먼 길을 돌아 고국으로 돌아온다. 박재민 국방차관을 단장으로 구성된 정부 봉환유해인수단 48명은 지난 21일 공군의 최신 공중급유기 시그너스(KC330)편으로 출국해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DPAA)로부터 국군전사자 유해를 인계받아 귀환 중이다. 이번에 봉환되는 147구의 국군전사자 유해는 북한에서 발굴돼 미국 하와이 DPAA로 이송해 한미 간 공동감식 결과 국군전사자로 판정됐다. 앞서 북미는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로 북한에 묻힌 유해 송환에 합의했다. 봉환 유해는 북한의 개천시 및 운산군, 장진호 일대에서 1990년부터 1994년까지 발굴된 유해 208개 상자와 미국으로 송환됐던 유해 55개 상자 중 2차례의 한미 공동감식 결과 국군전사자로 판정됐다. 이에 따라 147구의 국군전사자는 70년만에 먼 길을 돌아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인수식 행사는 한측에서는 박 차관과 허욱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6·25전쟁 70주년 사업단장과 하와이 총영사가 참석했다. 미측에서는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사령관과 DPAA 부국장, 현지 참전용사와 UN사 참모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국방부는 “코로나19 방역대책이 철저히 준수되는 가운데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행사는 인도태평양사령관과 국방차관의 추념사를 시작으로 인계·인수 서명식에 이어 유해인계의 순으로 진행됐다. 유해인계는 성조기로 관포되어 있던 유해 1구에 대해 유엔사령부 참모장이 유엔기로 교체하고, 마지막으로 국방차관이 태극기로 관포해 유해발굴감식단장에게 전달함으로써 마무리됐다. 봉환되는 유해는 다목적 공중급유기 KC330을 타고 24일 오후 4시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해 공군 전투기 6대의 엄호 비행을 받으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전사자 예우 차원에서 최초로 공중급유기로 유해를 송환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국방부는 “6대의 엄호기는 6·25전쟁 당시 참전했던 부대의 후예들인 101·102·103 3개 전투비행대대 소속 전투기 F5 2대, F15K 2대, FA50 2대를 혼합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F15K 조종사 중 강병준 대위는 6·25전쟁 참전 조종사 고 강호륜 예비역 준장의 손자로, 대를 이어 영공 방위 임무를 수행 중이다. 박 차관은 “6·25전쟁 발발 70년이 된 시점에서 이루어진 이번 유해송환은 한미 동맹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숭고한 소명을 다하기 위한 한미간 공동 노력의 결실”이라고 밝혔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극단 택한’ 억만장자 빙 vs 존경 속 떠난 슈마허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극단 택한’ 억만장자 빙 vs 존경 속 떠난 슈마허

    영국 여배우 엘리자베스 헐리(55)의 전 남편이자 거물 영화 제작자이며 자선사업가인 스티브 빙이 극단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가 전했다. 뉴욕 부동산 거물 레오 빙의 손자이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도 막역했고 미국 민주당에 정치자금을 많이 건넸던 빙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고층 건물인 센추리 시티 27층에서 몸을 던져 삶을 마감했다. 향년 55세. LA 경찰청 대변인은 이날 오후 1시쯤 50대 남성이 숨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고만 밝히고 신원 등을 일체 밝히지 않았는데 DMZ 닷컴 등이 헐리와 아들을 낳고 헤어진 빙이라고 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다음날 트위터에 추모의 글을 올렸다. 특히 고인은 2009년 전 대통령 자격으로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기자 둘을 귀국시키는 데 필요하다는 클린턴의 말에 선뜻 1000만 달러를 내놓았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언론에 그다지 얼굴을 잘 내밀지 않았던 고인은 열여덟 살에 6억 달러(약 7215억원) 재산을 물려받았다. 하버드 대학 웨스트레이크를 졸업해 스탠퍼드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중퇴하고 영화제작 일에 뛰어들었다. 팔다리가 무척 길고 은발 머리에 키가 194㎝나 됐다. 늘 청바지에 피트니스 센터에서나 신는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 그는 두 차례 친생자 소송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한 번은 헐리가 자신의 아들을 가졌다고 주장하자 DNA 테스트를 받도록 강제하는 소송이었다. 다른 건은 억만장자 커크 커코리언이 악명 높은 충복 앤서니 펠리카노를 시켜 쓰레기통에서 치실을 훔쳤다며 커코리언을 사생활 침해로 고소한 것이었다. 커코리언은 전 부인이자 테니스 선수 출신 리사 본더가 낳은 아이 키라가 빙의 소생임을 증명하겠다면서 그의 치실을 손에 넣으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법원은 헐리의 아들 대미언이 빙의 아들이 맞다고 판결했는데 지난 4월 열여덟 번째 생일을 맞았다. 헐리와 대미언 모두 황망하기 이를 데 없다는 반응을 소셜미디어에 내놓았다고 BBC는 전했다. 할아버지 레오 때부터 자선사업으로 이름을 떨쳤다. LA 카운티 미술관 레오 S 빙 극장 등 캘리포니아주 전역에 많은 미술관과 콘서트홀에 이름을 새겼다. 아버지 피터는 존슨 대통령 때 백악관 공중보건 일을 한 뒤 LA로 이주해 왔다. 빙 본인은 브래드 피트와도 친구로 지냈으며 나중에 영화 일 때문에 소송으로 다투는 숀 펜과도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수 제리 리 루이스를 흠모해 그의 스튜디오 복귀를 재정적으로 도왔으며 앨범 ‘로큰롤 타임’을 베테랑 세션 드러머 짐 켈트너와 함께 프로듀스했다. 또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롤링스톤 다큐멘터리 ‘샤인 어 라이트’를 제작했다. 대학을 마치기 전 첫 영화 시나리오 ‘대특명(Missing in Action)’을 베테랑 시트콤 작가 아서 실버와 함께 준비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영화는 척 노리스 주연으로 제작돼 속편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저드 넬슨 주연의 에로틱 스릴러 ‘Every Breath’를 첫 연출했지만 개봉관에 걸리지 않고 곧바로 비디오로 출시됐다. 본인이 직접 프로덕션 회사 샹그릴라 엔터테인먼트를 차려 2000년 여러 작품을 제작했는데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Get Carter’, 빌 머리의 코미디 ‘Rock the Kasbah’ 등이다. 2004년 톰 행크스 주연 ‘폴라익스프레스’에 8000만 달러를 대기도 했다.공교롭게도 이날 영화 ‘배트맨’ 시리즈 두 편과 ‘로스트 보이즈’, ‘세인트 엘모의 열정’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 할리우드 감독 조엘 슈마허가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대리인은 성명을 통해 1년여의 암 투병 끝에 조용히 숨을 거뒀다고 일간 가디언과 AP통신 등이 전했다.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슈마허 감독은 1985년 작 ‘세인트 엘모의 열정’과 흡혈귀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로스트 보이즈’로 명성을 얻었다. 1993년에는 마이클 더글러스 주연의 ‘폴링 다운’으로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그 뒤 코미디 장르를 벗어나 ‘배트맨 포에버’, ‘배트맨과 로빈’을 비롯해 뮤지컬 작곡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오페라의 유령’을 연출해 화제를 불러모았다. 가장 최근에는 넷플릭스에서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에도 참여했다. 슈마허 감독은 과거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혼자 남겨진 난 영화를 보며 자라났고 그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을 뿐이었다”면서 “내가 꿈꾼 것보다 더 큰 꿈을 이뤘다”고 자신의 영화인생을 돌아봤다. 영화계에서는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영화 ‘오페라의 유령’의 여주인공 크리스틴을 연기했던 에미 로섬은 트위터에 “별세 소식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그는 하나의 힘이자, 특별함이었고, 창의적이었으며, 강렬하고, 열정적이었다. 내 삶의 큰 부분에 기여한 사람”이라고 애도했다. ‘로스트 보이스’의 주인공 코리 펠드만도 “조엘, 당신은 아름다운 영혼이었고, 당신을 영원히 그리워할 것”이라고 트윗을 날렸고, 할리우드 배우 벤 스틸러도 “우리를 영화관으로 이끌었던 영화를 만든 사람”이라고 애석해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인류의 ‘화성 이주’ 위해 필요한 최소 인원은 몇 명?

    인류의 ‘화성 이주’ 위해 필요한 최소 인원은 몇 명?

    영화에나 등장하던 인류의 ‘우주 이주’를 목표로 한 세계 각국의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프랑스 연구진이 성공적인 이주를 위해서는 최소 110명의 인류가 필요하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프랑스 보르도의 국립 폴리테크니크 연구소 연구진은 ‘붉은 행성’ 화성에서 인류가 자급자족하며 안정적인 이주 생활을 하기 위한 다양한 환경을 설정하고, 이를 수학적 모델링을 이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자급자족을 위한 노동력과 이를 통해 생산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등 화성에서의 이주에서 성공하기 위한 여러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최소 110명의 인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화성에서 거주하는 인류를 소재로 한 SF영화인 ‘마션’(2015) 에서는 우주 탐사 중 극적으로 생존한 우주비행사가 남은 식량과 기발한 재치로 화성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가지만, 실제로 화성에서 안정적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1~2명 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다만 화성 이주의 성공은 최소 110명의 인원이 얼마나 협력하고, 시간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요인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이끈 장 마르크 샬로티 박사는 “이번 연구는 전쟁이나 자원 고갈 등으로 더 이상 지구에 인류가 살 수 없게 된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연구결과가 이론에 불과하지만, 인류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구는 여러 사건에 의해 위협받을 수 있으며,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화성이나 다른 행성으로 향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연구는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최소 인원에 대한 이해를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류의 화성 이주 프로젝트는 이미 첫발을 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다음 달 화성에 다섯 번째 무인 탐사차(로버)를 보내 2024년 미국 우주비행사의 달 복귀, 2028년 달 상주에 이어 화성 유인탐사에 이르는 큰 그림의 발판을 마련할 예정이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北, 심리전 ‘백전백패’ 뻔한데 왜?…“체제 결속 노린 듯”

    北, 심리전 ‘백전백패’ 뻔한데 왜?…“체제 결속 노린 듯”

    군 당국이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 재설치 움직임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투입을 검토하면서 과거 남북 심리전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심리전이 벌어진다면 오히려 북측의 피해가 막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1일부터 전방 20여곳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시설을 다시 설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연일 대남전단(삐라)을 살포하겠다는 주장을 펼치며 대남 심리전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북측이 실제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더라도 오히려 자신들에게 불리한 싸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동안 보여준 북측의 확성기 성능은 남측에 비해 ‘맞대응’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성능이 낮았기 때문이다. 실제 군 당국은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해 남북이 함께 기울여온 노력과 성과를 무산시키는 조치를 행동에 옮길 경우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북측의 확성기 방송 시설은 남측보다 한참 못 미친다. 남측의 확성기 시설은 최대 출력은 야간에 약 24㎞, 주간에는 10여㎞ 떨어진 곳에서도 방송 내용이 들린다.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군사분계선(MDL) 인근 북한군 부대에서 온종일 청취가 가능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또 기존 고정식 확성기보다 10㎞ 이상 더 먼 거리까지 음향을 보낼 수 있는 신형 이동식 확성기 차량도 보유하고 있다. 북측보다 빠르게 투입해 방송을 재개하는 게 가능하다. 반면 북측은 기존 비무장지대(DMZ) 일대 최전선 부대에서 약 50여대의 구형 고정식 확성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전기 사정과 음질이 나빠 평소 절반 정도씩 교대로 운영해오고 있었다. 한국이 확성기 방송을 하면 북측은 군대의 동요를 막기 위해 자신들의 방향으로 대남 확성기를 틀어 ‘방어 방송’을 할 정도였다. 군 당국도 대남 심리전 효과는 거의 미약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공언하는 대남 전단도 마찬가지다. 남측 민간단체가 전단을 이용해 한국 문화가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나 달러 화폐 등을 보낸다면 북측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반면 남측에서는 마음만 먹는다면 북측의 모든 선전매체를 다 들여다볼 수 있다. 대남 전단의 효과도 낮아 굳이 북측이 돈을 들여 대남전단을 날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북측의 심리전은 대내 체제결속의 목적이 더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인자 위상’을 확고히 하는 과정에서 주민 동원이라는 카드를 꺼내고 있다는 것이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대남 전단은 돈도 많이 들고 효과도 없는데 굳이 북측이 실행하겠다는 주장하는 것은 김 부부장의 필요를 총참모부가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심리전 중단이 2018년 남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른 것으로 미뤄 남북합의 파기의 상징성을 노린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도 대남전단 살포를 판문점 선언 위반이라고 지적한 한국 정부와 여당을 향해 ‘철면피한 망동’이라며 반발하며 어떤 원칙에도 구애받지 않고 전단을 살포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항공모함 2척이 7함대 작전 구역에 전진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따르면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CVN71), 니미츠호(CVN68)가 지난 21일부터 필리핀해에서 작전 활동에 나섰다. 미군은 이들 항모가 7함대 구역에 배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7함대 구역은 한반도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최근 한반도 상황이 반영된 것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곰팡내 나는 방 한 칸에 네 식구가… 9.5평에 갇힌 슬픈 아이들

    곰팡내 나는 방 한 칸에 네 식구가… 9.5평에 갇힌 슬픈 아이들

    #1. 지난 12일 오전 10시 경기도 A빌라 반지하 전셋집. 보증금 2500만원인 21평짜리 빌라엔 최소 2500만개의 곰팡이가 사는 듯하다. 어딜 봐도 곰팡이가 없는 곳이 없다. 2개밖에 없는 방에선 총 여섯 식구가 먹고 잔다. 큰방은 김명순(64·가명) 할머니와 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 손자, 이렇게 총 세 명이 함께 쓴다. 작은방에선 21세 대학생 손녀가, 작은방 입구와 부엌 사이 좁은 틈에는 장애를 가진 23세 큰손자가 잔다. 가족에게 최저주거기준은 사치다. 기준대로라면 방 4개가 필요하지만, 언감생심이다. 공간만 부족한 게 아니다. 곰팡이 탓에 초3 손자 박길준(9·가명)군은 천식과 비염을 달고 산다. 지난달엔 도통 기침이 멈추지 않아 응급실에 실려갔지만, 코로나19 감염 증세로 오해받기도 했다. 할머니 김씨는 “이곳에 산 지 10년이 넘었지만 손자들 학교와 큰손자 복지시설과의 거리 문제 때문에 예산 내에서 이사할 만한 집이 없다는 게 문제”라면서 “온라인 수업을 들을 때도 애들 세 명이 큰방에서 듣다 보니 제대로 수업 듣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 “큰손자가 폭력성 지적장애 3급이에요. 올해 중학교에 올라갔는데, 얼마 전엔 동생이랑 싸우다가 식칼까지 들었어요. 거실에서 할아버지와 손자 둘이 함께 먹고 자니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죠.” 같은 날 오후 2시 경기권의 한 아파트형 영구임대주택.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관리비 포함) 30만원짜리 9.5평(31.5㎡) 집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3학년 손자 둘이 함께 산다. 아파트형 영구임대주택에 산 지 만 25년. 처음 이 집으로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집이 좁은 줄도 몰랐다. 이곳에 사는 동안 세 자녀가 자라 부모 곁을 떠나갔지만, 할머니 이경자(64·가명)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사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엔 손자들을 보면서 방 한 칸이 절실하다. 큰손자가 지적장애 증세를 보이면서 조만간 사고를 칠까 조마조마하다. 실제 며칠 전 할아버지에게 심하게 대들어 간신히 집 밖으로 데리고 나와 기분을 풀어 줬다. 이씨는 “큰손자 키가 163㎝까지 자라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는 막내딸까지 집에 오면 집이 꽉 찬다”며 “할아버지와 마찰이 빚어지는 걸 막기 위해 큰손자는 일주일에 삼일을 친한 이웃집에서 잔다. 그걸 볼 때마다 마음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국가가 정한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가 가난하다는 게 이유다. 심지어 정부 지원을 받아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아이들도 ‘최소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현실은 다르지 않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어나면서 ‘집이 싫은 아이들’은 빈곤으로 인한 의도치 않은 학대를 받고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아동 주거권 보장’을 위해 맞춤형 공공임대주택과 금융지원 등 주거지원 종합대책 마련에 발걸음을 뗐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한다.22일 서울시와 한국도시연구소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서울시 아동 주거빈곤 가구 주거실태조사 연구’를 보면 아동이 겪는 주거빈곤의 열악한 현실이 드러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25일부터 7월 17일까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세 미만 아동이 있는 245개 주거취약가구를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이들 중 55.5%(136가구)가 최저주거기준 미달이었는데 면적 미달이 45.7%로 가장 높았고 시설 또는 방 수 미달이 36.7%, 부엌·화장실·목욕실 등 시설 미달이 10.6%였다. 특히 월세에 사는 이들이 73.1%(179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평균 34㎡(10.3평) 면적의 집에서 살았다. 주거는 열악했지만,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은 길었다. 평일 기준 13시간 25분이나 집에 머물렀고 주말·휴일(방학 평일)에는 19시간 12분간 집에 머물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은 더 길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아동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습기·곰팡이와 비좁음이 가장 많이 꼽혔다. 습기·곰팡이가 71.0%로 가장 높았고 비좁음 64.5%, 쥐·해충 63.3%, 채광·환기 60.8%, 추위·더위가 47.3%였다. 조사가구의 75.5%가 주거환경으로 인해 아동에게 질병이 생긴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알레르기·비염이 64.9%로 가장 많았고 감기·천식 57.8%, 아토피·피부질환 45.4% 순이었다. 아이들이 집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불만은 비좁아서 개인 공간이 없다(72.7%)는 것이었다. 이어 바퀴벌레 등 해충이나 불결한 위생상태가 48.8%였고 추위나 더위로 인한 불편이 24.4%였다. 양천 주거복지센터 관계자는 “다 커도 남녀 구분 없이 한방에 사는 게 가장 큰 불만이었다. 중학생이 되면서 이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고 여기서 오는 불안과 정서장애로 가정의 해체까지 우려됐다”며 “다른 애들이 자기 집을 알까 봐 빙 돌아서 집에 가는 아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환경은 아이들의 성장과 정서에 악영향을 주고 있었다. 주거환경이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답한 가구의 비율은 78.0%였다. 이들은 특히 정신적 건강(57.6%)에 가장 부정적이라 답했고 신체적 건강(53.4%), 사회성 저하(22.0%), 학업 성취도 저하(20.9%), 안전사고 위험(14.7%) 순으로 꼽았다. 인천 서구에 있는 방 3개짜리 집에서 여섯 아동과 함께 거주하는 이정희(가명·모)씨는 “큰애가 맏딸이어서 (다른 아동을 돌보게 돼) 많이 힘들어한다”며 “주말인데도 못 쉰다는 하소연을 많이 하는 것을 볼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도 지난해 10월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주거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된 최초의 아동주거복지 정책이었다. 주거빈곤에 놓인 1만 1000여 다자녀가구에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비좁은 공공임대주택에서 탈피해 2자녀 이상 가구에 방 두 개 이상의 46~85㎡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이주 및 정착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현 지원책은 다자녀가구를 우선 지원하는 형식에 국한돼 있는데, 주거빈곤의 아동들은 조부모와 친척 등 다양한 보호자와 생활하는 경우도 많고 가정 밖 아동도 있어 사각지대가 많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 김승현 소장은 “지원 대상을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가구’에서 ‘아동과 함께 거주하는 가구’로 정책 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가 매입임대주택을 제공할 때에도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빈약한 지역의 집을 제공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 지원을 받아 공공임대주택에 살면서도 10가구 중 6가구는 최저주거기준 미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도 꼭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지어 놓은 아파트형 공공임대주택을 다시 지을 수는 없는 만큼, 정부가 특정 주택을 매입해 제공하는 매입임대가 좋은 대안일 수 있다고 제언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지난해 아동 주거권을 보장하겠다고 한 정부의 약속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아동과 주거급여를 받는 아동의 주거권 보장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정부 지원을 받는 아동의 주거권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약속은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정경두 “김여정은 2인자… 연락사무소 폭파, 9·19 합의 파기 아니다”

    정경두 “김여정은 2인자… 연락사무소 폭파, 9·19 합의 파기 아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2일 최근 대남 비방을 이어 가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에 대해 “실질적인 2인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제1부부장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됐냐’는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의 질의에 “2인자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면서 임무를 분담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고 김 제1부부장을 내세우는 배경에 대해선 “악역은 밑에서 담당하고, 나중에 최종적 남북 관계 개선이나 북미 관계 개선 등 변화가 올 때 김 위원장 이름으로 해서 위상을 더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제1부부장 지시로 지난 16일 이뤄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선 “9·19 군사합의는 우발적 군사 충돌 방지를 위한 여러 조치 사항”이라며 “연락사무소와는 관련성이 없다”고 말했다. 폭파 행위가 군사 합의를 파기한 건 아니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정 장관은 “현재까지는 그렇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에 대해선 “당장 그런 징후는 없다”면서도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면밀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위한 잠수함 건조 움직임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움직임이 있다”면서도 “개발 완료됐다, 안 됐다고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답변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남북합의 또 깨는 北… DMZ 확성기 재설치

    남북합의 또 깨는 北… DMZ 확성기 재설치

    軍 “대남 전단 살포 등 심리전 예의주시” 北 후속조치 따라 대북 확성기 투입 고려 북한이 2018년 4·27 판문점선언 합의에 따라 철거한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을 약 2년 만에 다시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지난 21일부터 북측이 최전방 비무장지대(DMZ) 여러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을 설치하는 움직임을 포착했다. 현재 10여곳은 이미 재설치 작업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대남 확성기 활동 재개에 나선 것은 최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시한 ‘대남 적대 사업’의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북측은 김 부부장 지시에 따라 대남 전단(삐라)을 대량 인쇄하는 등 심리전을 준비하고 있다. 북측은 이날 전단 1200만장을 인쇄했고, 이를 날려 보낼 풍선 3000개를 준비했다고 공언했다. 대남 확성기 철거는 판문점선언의 첫 이행 조치라는 점에서 북측이 명확한 선언 파기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남북은 DMZ 일대에서 실시한 확성기 방송을 통해 상대 정권을 비난하거나 체제를 선전하는 등 심리전 활동을 벌였다. 그러다가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분위기 조성을 위해 상호 비방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북측은 4·27 판문점선언 합의에 따라 2018년 5월 1일 최전방 지역 40여곳에 설치한 대남 확성기를 철거했다. 당시 남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에는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남측도 최전방 지역 10여곳에서 운용하던 고정식과 이동식 등 총 40여대의 대북 확성기를 철수했다. 군 당국은 최근 북측의 이런 움직임을 포착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대남 전단 살포 준비를 비롯한 다양한 심리전 활동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측의 후속 조치에 따라 대응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남측 최전방 군 부대도 현재 보관 중인 이동식 대북 확성기를 점검 중이며 투입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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