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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102년-여기도 소통이 필요하다] 내국인 & 외국인

    ■ ‘깡촌’으로 시집온 北출신 며느리 필리핀에서 온 마라테스(38·여)는 전북 완주군 구이면 평촌리에서 ‘마을의 보배’로 불린다. 궂은 농사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중풍으로 쓰러진 시어머니(80)를 극진히 모셔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마라테스는 1999년, 교회의 소개로 만난 남편 안영태(46)씨를 따라 한국에 왔다. 서른한 살에 처음 맞은 한국생활은 참 힘들었다.40여가구가 모여 사는 평촌리는 버스로 45분은 나가야 저잣거리가 나오는 ‘깡촌’이다. 음식이 맞지 않아 하루에 수도 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렸고 한국어를 익히지 못해 손짓 발짓을 모두 동원해야 했다. 그런 마라테스를 주민들은 멀뚱멀뚱 외계인 보듯 할 뿐 말조차 붙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밝은 성격을 잃지 않았다. 시어머니가 꾸지람을 해도 가장 먼저 배운 “예, 알겠습니다.”라는 한국말로 미소와 함께 답했다. 그러는 동안 외로움과 향수병은 차차 사라져 갔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들 형민(6)이도 태어났다. 밤새 한국말을 공부해 지금은 걸쭉한 호남 사투리가 일품이다. 시어머니를 잘 모신다는 소문이 돌자 마을 사람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최계순(71·여)씨는 “마을에 잔치나 초상이 나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 마라테스를 예뻐하지 않을 사람이 어딨겠어. 고향 떠난 우리 젊은 애들보다 훨씬 더 낫지.”라고 말했다. 현재 완주군에는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이 마라테스를 포함해 855명에 이른다. 완주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이주노동자 베트남인 투한 지난 16일 고국 베트남행 비행기에 오르던 이주노동자 투한(34)은 한국생활 2년간의 기억이 필름처럼 머리를 맴도는 듯 가만히 눈을 감았다. 첫 기억은 쓰라렸다.‘코리안 드림’을 품고 대구의 한 제조공장에 취직했다. 하루 12시간 동안 뼈빠지게 일하며 한국인들이 싫어하는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하지만 사장과 동료 한국인 노동자는 투한을 벌레 보듯 차갑게 대했다. 결국 석달 동안의 임금을 단 한푼도 받지 못하고 공장을 뛰쳐나와 이국생활의 설움을 곱씹어야 했다. 하지만 인천 남동구 운연동에서 14년째 가구공장을 하고 있는 하대현(52) 사장은 달랐다.1년 6개월 전 목재를 자르다가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1㎝가량 잘려 나갔다. 피가 철철 흐르는 것을 본 하 사장은 자식이 다친 것처럼 안타까워하며 투한을 급히 병원으로 옮겨 접합 수술을 받게 했다.2주 동안 휴식을 취하게 하고 월급도 그대로 줬다. 값싼 중국제품의 등장으로 공장은 나날이 기울어 갔지만 하 사장은 단 한 차례도 임금을 체불하지 않았다. 한국인 노동자와 차별 대우를 하기 십상인 다른 공장과 달리 “이주노동자들이 더 어려운 사람”이라며 먼저 월급을 챙겨줬다. 세 명의 이주노동자를 위해 공장 인근에 자취방을 얻어 월세 20만원까지 대납해줬다. 투한은 “베트남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서 하 사장님 이야기를 하면 다들 부러운 눈길로 쳐다봐 우쭐해지곤 했다.”고 말했다. 투한은 비자 유효기간이 끝나 일단 고국에 돌아가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 사장은 “자진귀국 이후 6개월이 지나 업주가 원할 경우엔 고용 허가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말썽 한 번 없이 한국인들이 하기 싫어하는 힘든 일을 묵묵히 해내는 투한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 백방으로 재입국 절차를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귀열면 세계가 들려요

    ‘두번째 달, 아일랜드에 뜬다.’ 눈을 지그시 감고 귀를 열면 어느새 바람을 벗 삼아 세계를 떠돈다. 두 번째 달(두달)의 연주를 듣는 순간을 이런 느낌으로 설명하면 어떨까. 에스닉 퓨전(ethnic fusion)이라는 장르도 그러하려니와 7인조인 밴드 이름마저 특이하다. 허나, 드라마 ‘아일랜드’의 테마 ‘서쪽 하늘에’로 존재감을 알리더니 각종 CF 음악과 드라마 ‘궁’의 OST를 통해 생소함을 친숙함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평론가들도 세계 여러 나라의 민속 악기와 음악으로 새로운 맛을 만드는 이 밴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 3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올해의 신인’,‘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앨범’ 등 3관왕을 차지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칭찬은 감사히 여기지만 부담스럽기도 해요. 세계 민속음악에 정통하다든가, 잘해서 공연 때 50개 이상 악기를 연주하는 게 아니거든요.”(김현보) 국내 음악 토양이 빈약하다 보니, 후한 평가가 내려졌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선 두달 같은 아이디어가 풍부하다는 말도 덧붙였다.‘이런 음악을, 이런 악기를 연주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멤버들을 모이게 했고, 음악 팬들은 물론 멤버 자신들이 즐거울 수 있는 음악을 하자는 목표가 지금에 이르게 했다. 이들이 다루는 범상치 않은 이국의 악기 대부분은 독학의 결과다. 본인들 입으로 ‘카피 수준’이라며 1집 음악은 밴드 스스로 궁금증을 유발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콘서트 때마다 완성도를 높이며 진화하고,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여백의 음악이 담길 두 번째 앨범이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8일 데뷔 이후 가장 많은 1000여명 관객 앞에서 열린 서울악스 공연에서도 최대 히트곡 ‘서쪽 하늘에’를 아카펠라 식으로 풀어가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국내 음악시장의 여건만 좋았다면 두달 같은 밴드는 이미 나왔을 꺼에요.”(박진우) 비평으로도 대중적으로도 길지 않은 순간에 성공을 거뒀지만, 아직도 음악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낮에는 선생님이나 레슨 등으로 돈을 벌고, 밤에 노곤한 몸으로 연습을 한다. 직장인 밴드나 다름없다. 지난해 2월 나온 1집은 약 1만 3000장,‘궁’ OST는 4만장가량 판매됐다. 그나마 드라마,CF 때문에 운이 좋은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두달이 조만간 아일랜드에 뜬다. 취업비자가 만료돼 고향으로 돌아가는 린다 컬린을 따라서다. 밴드를 처음 알렸던 것이 드라마 ‘아일랜드’니 참 공교롭다. 린다의 보컬 덕택이기도 하나, 특히 두달 음악은 아이리시 또는 켈틱 느낌이 다분히 흐르지 않는가. 그만큼 멤버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멋진 기억을 갖고 고향으로 가요.”(린다),“빚내서 가요. 많이 공부하고 와야죠.”(김),“신나게 구경하고 싶은데요.”(박),“펍(Pub)이나 거리에서 연주해 보고 싶어요.”(박혜리),“음…, 노숙해 보면 멋있을 것 같은데요.”(최진경),“이달 말 공익요원으로 입소할 예정이라 마음만 같이 갑니다.”(백선열),“피들-바이올린 원형이라고 하는 아일랜드 악기-을 좀더 배워 보고 싶어요.”(조윤정)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 이주노동자 등 소외계층에게도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며 한마디 남긴다.“함께 나눠야 하는 사회잖아요. 요청이 들어오면 다른 일정을 제치고 달려갈 겁니다. 그런데 우리를 동아리쯤으로 여기는지 신청이 잘 안 들어오네요.”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80만 외국인 근로자 송금 잡아라”

    “80만 외국인 근로자 송금 잡아라”

    우리은행 서울 혜화동 지점은 25일부터 일요일에도 정상 영업을 하기로 했다. 근처 혜화동 성당에 미사를 보러 일요일마다 20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이는 것을 유심히 지켜본 은행측은 이 지점을 ‘외국인 근로자 특화 점포’로 지정해 일요일에도 송금과 환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 외환사업단 김승춘 차장은 “본국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중 근무시간에 시간을 내서 은행을 방문하는 게 힘들다고 판단해 이 지점을 일요일에도 영업을 하는 외국인 특화 점포로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핵심고객,100만 외국인을 잡아라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겨냥한 은행들의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 법무부와 출입국관리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국내에 체류중인 외국인은 모두 80만 4000여명. 올해 말에는 전체 인구의 2%인 100만명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은행들이 관심을 갖는 고객은 매월 꼬박꼬박 본국에 송금을 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국내 이주노동자는 공식통계로 35만명이지만, 불법체류자까지 합치면 5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얼마를 송금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통계에 잡히는 비거주자(체류기간 1년 이하 외국인)의 급료 및 임금 송금액은 지난해에만 1억 1650만달러(약 1116억원)에 이르렀다. 지난 4월 한 달에는 1140만달러(약 109억원)를 본국으로 송금했다. 대부분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1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송금액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외국인 근로자 전체의 한 해 송금액을 1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한다. 그동안 유학생이나 이민자들의 송금에만 관심을 가졌던 은행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까지 눈을 돌리는 이유는 송금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외화 송금은 외국 현지은행과 전산상으로만 거래돼 환전처럼 은행이 외화를 쌓아둘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은행이 환차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관리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 ‘노다지 사업’이다. 시중은행 외화사업부 관계자는 “매월 꾸준히 송금을 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유치하는 게 웬만한 국내 우량고객 유치보다 순익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외국인 전용 상품·서비스 봇물 우리은행은 특화 점포 외에 지난달 2일부터 이주노동자 해외송금 자동이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월급통장을 만들고, 해당 사업주가 월급서류를 일괄 제출하면 매달 일정액이 적금 빠지듯 자동으로 고국으로 보내진다. 국민은행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은행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송금할 수 있는 ‘KB프렌즈 해외 송금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신청 가능한 통화는 미국 달러, 중국 위안화 등 18개국 통화다. 외환은행은 지난 4월부터 은행 자동화기기(ATM)는 물론 한국전자금융 등 전국 7000여개 현금인출기(CD)에서도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해외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송금 고객에게는 상해보험에 무료로 가입시켜 준다. 또 외국인 전용 예금상품인 ‘코리안드림 적금’과 ‘코리안드림 카드’, 고액 연봉의 외국인을 위한 플래티늄카드인 ‘엑스팻 카드’를 팔고 있다. 또 서울 대림역지점, 안산 원곡동지점, 일산 대화역지점에 외국인 근로자 전담창구를 개설했다. 기업은행도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외국인 연수생 종합통장’을 팔고 있다. 이 통장에 가입하면 금리우대, 자동송금, 송금 수수료 할인 등의 혜택을 준다. 신한은행은 한글과 영어로 통장 발행이 가능한 ‘레인보 플랜 저축예금’을 판매하고 있으며, 하나은행도 서울 구로동지점에 중국동포 전용창구를 운영중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쪽지 통신]

    ●국내 첫 유교박물관인 유교문화박물관이 이 20일 개관했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한국국학진흥원 내에 문을 연 유교문화박물관(관장 박원재)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를 갖추고 여러 문중이나 서원 등 민간에서 기탁받은 자료 250여종 300여점을 전시한다. 유교문화박물관은 고서와 고문서, 서화, 영정, 민속자료를 비롯해 고서나 지도를 찍어내는 데 사용된 목판을 포함, 총 20만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6개의 상설 전시실은 유교의 기본뼈대인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반영해 ‘유교와의 만남’,‘유교와 수양-사람되기’,‘유교와 가족-사람 노릇하기’,‘유교와 사회-사람 대하기’,‘유교와 국가-사람 위하기’,‘유교와 미래사회-더불어 살기’ 등의 주제로 구성됐다. 전시품에는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국보 132호), 고려 후기 문신 장량수의 진사 급제 교지인 ‘장량수급제패지’(국보 181호) 등 국보 2점,15세기 양반가문의 재산분할 상속 문서인 ‘권심처손씨분금문기’(보물 549호) 등 보물 10여점이 포함돼 있다.(054)851-0800. ●모나코 왕실 소년 합창단이 다음달 8일 오후 5시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내한 공연을 가진다. 모나코 왕실 소년 합창단이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1989년과 2004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합창단은 1885년 선교단체로 출발해 1973년 당시 모나코의 국왕 레니에 3세로부터 현재 명칭을 선사받았다.1973년 음악감독으로 임명돼 합창단을 크게 부흥시킨 필립 데바의 아들인 피에르 데바가 현재 합창단을 이끌고 있다.36명의 단원들은 모두 까다로운 오디션을 통과한 8세 이상의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소년들이다. 매년 3차례씩 정기해외공연을 열고 있다. 샤르팡티에르, 바흐 등의 종교곡부터 가브리엘 포레의 가곡과 흑인영가, 샹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02)2049-4700. ●아시아문화동반자와 함께하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특별공연인 ‘함께 가요, 아시아’가 7월2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주최로 국립국악원 별맞이터에서 열린다. 몽골,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등지에서 온 젊은 전통음악 연주자들이 그들 고국의 전통음악을 들려준다.(02)580-3300.
  • 국제시사 프로그램 ‘W’ 1년 이동희 PD-최윤영 아나운서

    국제시사 프로그램 ‘W’ 1년 이동희 PD-최윤영 아나운서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시사프로그램으로 거듭나야죠.” MBC 국제 시사프로그램 ‘W’(매주 금요일 오후 11시50분)가 첫 선을 보인 지 일년이 넘었다.12일 49회가 방송된다.‘W’는 서방 언론이 일방적으로 전해주는 시각에서 벗어나 현장을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우리의 땀이 어린 국제 뉴스를 시청자에게 전달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다. 말하자면 국제뉴스의 탐사보도를 지향한 것. 정규 프로그램으로는 무모한 도전처럼 여겨졌으나 지난해 말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선정한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시사교양 부문)으로 뽑히는 등 1년이 지난 현재 본격적인 국제 시사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앞에서 뒤에서 끌고 밀었던 최윤영 아나운서와 이동희 PD를 10일 여의도 MBC 방송센터에서 만났다. 최 아나운서는 “우리 시각으로 국제뉴스를 전달하자는 초심이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심야방송이었지만 나름대로 성공적인 1년이었다.”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접할 수 없었던 제3세계 이슈까지 알게 돼 고맙다는 말을 전해오는 시청자들도 있어 더욱 힘이 난다고 덧붙인다. 초창기엔 의상 논란 직면해 하기도 했으나 땀 흘리는 프로그램의 미덕은 시청자들로부터 “알고 보니 국제뉴스가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다.”는 호응을 이끌어 냈다. 여성 아나운서로는 드물게 단독으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최 아나운서 스스로도 ‘어떤 프로그램이라도 두렵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열심히 공부하며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혔다는 그는 최근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아침 시사프로그램도 맡았다. 세계 곳곳을 뛰어다녔던 이 PD는 최근 인사발령이나 ‘W’를 떠나게 됐다. 그는 “현지에 도착할 때까지 섭외가 안돼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취재에 들어가는 일이 부지기수”라면서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탄탄해져야 보다 심층적으로, 보다 전문적으로 국제시사를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애정이 담긴 채찍질을 했다. 지난해 80일 정도를 해외에서 보냈던 이 PD는 소요사태가 일어난 프랑스 파리에 갔다가 시위대로부터 공격당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에 부딪히기도 했다고 한다. 방송된 아이템 하나하나에 깃든 우여곡절이 많다고 하소연하는 이 PD는 그래도 자부심이 넘쳐났다. 세계 어느 나라를 들여다봐도 국제 뉴스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정규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제3세계에 가보면 그쪽에서는 잘 알지 못하는 한국에서 오히려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찾아왔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고.‘W’가 한국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도 하는 셈이다. 이 PD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최 아나운서도 “데일리 프로그램도 하고 있어서 힘들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정말 현장에도 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입을 모으는 ‘W’의 생명력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관점과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 PD는 “그 생명력을 유지하며 시청자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또 기대하지 않았던 것도 보여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아나운서는 “한국 사람이 타국에서 어려운 일을 당하면 분개해 하지만, 이주노동자 등이 국내에서 겪는 아픔에는 냉담한 시선이 많다.”면서 “세계를 보면 우리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W’가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차별없는 공존의 세상 노래하고 싶어”

    “차별없는 공존의 세상 노래하고 싶어”

    이들은 직장인 밴드다. 연습이나 공연을 하는 주말을 제외하면 주중에는 대부분 전기부품, 종이, 철판 공장 등에서 고된 일을 한다. 다국적 밴드이기도 하다. 쓰는 언어가 서로 다르다. 네팔, 버마, 인도네시아 말을 사용한다. 하지만 공용어는 한국어. 이 땅에서 이들은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크랙다운(Stop crackdown)이다.‘탄압을 중단하라.’는 뜻. 특히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을 반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탄압 중단´ 의미의 스탑크랙다운 2003년 겨울 서울 태평로 성공회교회 등 여러 곳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장기 농성을 벌였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제추방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이 가운데 음악을 좋아하던 몇몇 이주노동자들이 ‘특별한’ 뜻을 모았다. 노래를 통해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알려 나가기로 했다.‘위 러브 코리아’,‘친구여 잘 가시오’,‘희망’ 등 8곡을 담은 록 사운드 1집을 발표했고,2004년 말에는 박노해 시인 헌정 음반과 공연에 ‘손무덤’으로 참여하며 주목받았다.4인조로 출발했으나 현재 라인업은 미누(보컬·네팔) 소모뚜(기타·버마) 소띠하(베이스·〃) 꼬네이(드럼·〃) 해리(키보드·인도네시아) 등 5인조로 늘어났다. 길게는 14년, 짧게는 5년 째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다. 틈 나는 대로 이주노동자가 있는 현장이나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노래하는 게 어느새 주말 일상이 됐다. ●수익금은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후원 오는 21일에는 이화동 나들목 정림마당에서 천지인 출신 민중가수 손현숙과 함께 ‘인권콘서트-밥, 자유, 평등, 평화’를 펼친다. 지난해 ‘노래마라톤’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만났다. 스탑크랙다운의 신곡도 선보이는 한편 다큐멘터리 ‘이 땅에서 이주노동자로 산다는 것’도 상영된다. 연영석 등이 게스트로 나와 ‘코리안 드림’을 부른다. 수익금은 이주노동자에게 자국 책을 빌려주고 지원하는 ‘일터로 찾아가는 꼬마도서관’(아시아인권문화연대)을 후원하게 된다. 이번 공연이 이주노동자와 한국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고 이해하는 자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스탑크랙다운 멤버들을 지난 7일 홍대 근처에서 만났다. 이들은 “각자 공동체 활동이나 고국 민주화 활동이 있으면 모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준비를 많이 하지 못한 것 같아 걱정된다.”고 슬며시 고민을 내비친다. 그래도 어떠하랴. 공연이 곧 연습이고 실전이고, 가슴 벅찬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삶 꾸밈없이 노래 무대에 오르면 욕을 먹어도, 맞아도, 다쳐도 참아야 하는 이주노동자의 삶을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노래한다. 소모뚜는 “기계 속에 묻혀 버렸던 솔직한 마음을 음악으로 꺼내놓는 거죠. 우리도 사람이고,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고 말한다. 같은 처지 동료들에게 희망을 보듬는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스탑크랙다운 멤버들은 자신들의 공연을 본 다른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무대에 올라갈 수 있고,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고,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갖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한국 땅에서 태어났지만 제대로 교육받지도 못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자녀들이나, 한국에서 일하다 불구가 됐지만 제대로 된 재활 교육도 없이 고국으로 쫓겨 가는 장애 이주노동자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손현숙은 “영어를 배우고 서구화되는 게 세계화가 아닙니다.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살고 있는 한국은 이미 세계화가 된 것과 마찬가지예요.”라면서 “편견과 차별 의식을 버리고 평화로운 공존 세상으로 가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가 아닐까요.”라고 전했다. ●원망보다 좋은기억 갖고 싶어 열악한 현실이지만 한국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미누는 “우리 노래 가운데 ‘위 러브 코리아’라는 곡이 있어요.‘한국은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데 왜 그런 노래를 부르냐.’고 말하는 이주노동자들도 있죠. 하지만 한국은 우리가 일하며 살아가며 정을 쌓은 곳이예요. 원망보다는 좋은 기억을 갖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보다 밝은 미래를 그렸다. 소모뚜가 던지는 말이 가슴을 울린다.“쓸모있을 때는 쓰고, 다치거나 쓸모없어지면 보내 버리고…. 독재자의 나라도 아니고 민주화가 된 나라에서 창피한 일 아닌가요?”(02)735-8035.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꿈과 희망 키우며 튼튼히 자라세요”

    제84회 어린이 날인 5일 서울 곳곳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려 어린이들은 흐린 날씨 속에서도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보건복지부와 어린이주간행사추진협의회는 이날 오전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 탈북아동·혼혈아동·장애아동·농촌아동·시설아동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열었다. 행사장에서는 장애아동, 혼혈아동, 피학대 아동들이 어린이 권리와 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행사장 주변에서는 어린이 안전·권리 박람회가 열렸다. 아동학대예방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탤런트 차인표씨가 대통령 표창을 받는 등 아동유공자 7명과 모범어린이 10명이 상을 받았다. 유시민 복지부장관은 기념사에서 “어린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우고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이주노동자건강협회는 오전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에서 이주노동자 자녀 및 가족 등 700여명과 함께 무지개 축제를 열었다. 몽골과 방글라데시·태국·스리랑카·베트남 등 13개 국가에서 이주한 부모를 둔 어린이들은 나라별 놀이와 함께 굴렁쇠 굴리기 등 우리 민속놀이도 즐겼다. 육군사관학교 잔디구장에서는 작은사랑실천운동시민연합 초청으로 육사 생도 50여명이 소년·소녀 가장 및 결식아동 100명과 함께 축구와 줄다리기, 장기자랑, 동호회 공연을 벌였다. 한양대병원 백혈병 환아부모 모임인 한마음회는 한양대 백남음악관에서 ‘한마음 어린이 날 큰잔치’를 열고 태권도 시범과 재즈댄스, 풍물공연 등을 선보이며 어린이들을 격려했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대물림 된 ‘불법체류’ 90%가 “학교 안다녀”

    대물림 된 ‘불법체류’ 90%가 “학교 안다녀”

    스리랑카인 슬로우차이나(26·여)는 지난해 가을 두 살배기 아이를 한국에 남겨둔 채 추방됐다.2002년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국내에 들어왔지만 남자와 동거하다 임신이 되면서 일을 관뒀다. 결국 고용계약 해지로 불법체류자가 됐다. 일거리를 찾던 중 단속에 걸려 추방된 슬로우차이나의 세살 된 아기는 현재 국내 아동보호시설에서 자라고 있다. 몽골 출신인 아카는 올해 취학연령인 일곱살이 됐는데도 학교에 갈 엄두를 못낸다. 부모가 불법체류자 신분이기 때문이다. 돈이 아쉬워 한국에 오긴 했지만 혼자 방구석에 틀어박혀 사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당장 보따리를 싸고 싶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인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관련법 제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사회단체들의 입법방향이 불법체류를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안산 외국인 노동자센터는 국내체류 18세 이하 이주아동을 약 2만 1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1500여명으로 10%에 못 미친다.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실은 7∼18세 이주노동자 자녀 수를 1만 7000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156개 시민단체들이 결성한 이주아동 합법체류 보장연대는 최근 ‘이주아동권리보장법’ 제정안을 마련하고 의원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안산 외국인 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는 “현행법과 제도가 애꿎은 아동들까지 불법체류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법을 통해 보장해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은 대한민국 국적자가 아닌 부모를 둔 국내 거주 아동들을 ‘이주아동’로 정의하고 ▲국내에서 출생한 이주아동 ▲국내에 입국해 국내에서 3년 이상 체류한 이주아동에 대해 영주권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국내에 체류 중인 18세 미만 이주아동에 대한 단속·보호 조치를 금하고 이주아동이 학교교육을 받을 경우 강제퇴거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부모들이 이주아동의 영주권을 이용해 자신들의 불법체류를 합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자국에서 태어난 타국적 아이들에게 교육·의료 등을 지원하던 기존 이민법을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국제적 흐름도 예로 든다. 법무부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이주아동권리 보장법은 실효성이 없다.”면서 “이주아동에게 무작정 영주권을 허용한다는 것은 불법이민 증가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노동자가 중심이다”

    “노동자가 중심이다”

    RTV시민방송(스카이라이프 531·도봉 강북 노원 광진 성동 동대문구 등 일부 지역 케이블)은 노동자와 지역 주민, 이주노동자가 주체로 나선 ‘TV 혁명’을 모토로 17일부터 대대적인 봄 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한다. 이주노동자의 방송(MWTV)이 제작하는 ‘다국어 이주노동자 뉴스’(매월 2·4주 화요일 오전 10시, 오후 11시)가 방송 1주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서 고향 소식이나 국내 정보를 여러 나라 언어로 전달하는 이 프로그램은 네팔 버마 방글라데시 몽골 영어 등 기존 5개 국어에서 인도네시아 러시아 중국를 추가해 8개 국어로 소통 언어를 늘리고, 시간도 60분에서 80분으로 확대됐다. 전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 현장의 생생한 뉴스를 전달하는 한편, 현장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노동문제에 대해 전문가가 상담을 해주는 ‘노동자, 노동자’(일 오전 10시30분·16일부터 격주)는 신규 프로그램. 노무사 등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1980년대 후반부터 노동자들의 삶을 영상으로 옮기고 있는 노동전문영상집단 ‘노동자뉴스제작단’이 만든다. ‘행동하라, 비디오로!-액션V’(금 오후 10시·14일부터 격주)는 지상파 방송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는 지역 현안에 대한 지역민들의 움직임을 소개한다. 전국 19개 지역 44개 단체가 참여하는 ‘미디어활동가 네트워크’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카메라를 들고 생생한 현장을 담는다. ‘영화, 날개를 달다’(수 오후 11시·12일부터 격주)도 눈에 띈다. 거대 상업자본을 바탕으로 한 국내 영화 유통 구조에서, 또 지상파 방송 영화 프로그램에서 철저하게 외면되고 있는 진보적 내용의 국내외 독립영화와 영상 콘텐츠를 소개하고 해설하는 독립영화 전문 소개 프로그램이다. 시청자에게 미디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전해주는 미디어교육 프로그램 ‘미디어로 여는 세상’(수 오후 8시·19일부터 격주)도 곁들여진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우리도 문화로 세상과 통하고 싶다

    배부르고 등따스워야 문화건 예술이건 있다고 생각들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문화 향유는 기본적인 삶의 방식이며 서로와 소통하는 도구여서 먹고 사는 일과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비싼 공연을 즐겨야 정신적인 포만감이 늘어나고, 싸다고 해서 감동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문화를 통해 사회와 이웃과 친구와 소통의 징검다리를 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사회복지사가 장래희망인 여고 2년생 선영이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선영이도 또래처럼 노래방이나 놀이동산, 콘서트에 가고 싶고, 옷도 사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일을 나갈 때도 걸어다니는 아버지를 보면 용돈 얘기를 꺼내기 어렵다. 그런데 얼마 전 한국복지재단 산하 사회복지관 주선으로 대형 뮤지컬을 볼 수 있었다.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흔치 않은 기회였다. 뒷좌석이었지만 멋진 스타들도 보고 화려한 무대도 봐 마냥 즐거웠다. 이튿날 친구들에게 자랑할 보따리를 들고 학교에 간 것은 물론이다.40만∼50만원이 넘는 공연 티켓이 있다는 이야기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지원을 받아 문화 공연에 가는 게 ‘난 가정 형편이 어려워’라고 떠벌리는 것 같아 마음 상할 때도 있어요. 양극화 해소요? 그런 건 잘 모르지만 그래도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네요. 평소에 자주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소중한 경험과 기억이 되거든요. 친구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게 할 수도 있고요.” 정부가 2005년에 추산한 소외계층은 저소득층 320만명, 장애인 170만명, 노인 417만명 등 인구의 25%이다. 올해를 ‘문화 나눔의 해’로 정한 정부는 이들 말고도 이주노동자 40만명, 새터민 6000여명도 소외계층에 넣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네팔 출신 미누 목단(35)은 한국에 온 지 14년이 된 이주노동자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록 밴드 ‘스톱크랙다운’을 2003년 겨울 결성했다. 그는 “일하고 잠자기 바쁜 이주노동자도 당연히 문화를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에 이주노동자가 들어온 지 20년. 주말이면 출신 나라별로 거리에 모여 소식을 주고받고, 가끔 운동을 즐기는 것으로 여가를 채울 때가 많다.“지자체나 사회단체에서 이주노동자를 위한 문화축제를 종종 마련해요. 힘든 노동을 잊고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는 순간이죠.” 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당국에 등록한 이주노동자들은 체류 기간이 짧아 한국 사회에 익숙하지 않은 점 때문에 문화에 관심을 돌리기 힘들다. 반면 체류 기간이 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약 18만명)은 불법 체류라는 약점 때문에 문화에 접근하기를 꺼린다. 미누는 직장 안에서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직장 동료들이 영화, 연극, 뮤지컬 등을 같이 관람하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편견을 깨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지민(27·가명)씨는 광명시에 살고 있다. 두 다리가 모두 불편하다. 오른손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지체부자유 1급이다. 동반자가 없으면 주로 집에 머물러야만 했던 그는 이제 홀로 바깥세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전동 휠체어가 생기면서 서울로 나가 영화나 연극을 보러 다닌다. 그러나 장애인 편의 시설이 늘어나고 보행권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만 답답한 때가 더 많다. 지하철을 타고 서울 시내에 다녀올라치면 왕복 5∼6시간 이상 걸리는 것은 예사다. 길거리와 건물 입구의 턱도 지뢰밭 같지만 천신만고 끝에 공연 시설에 도착해도 객석에 입장하기까지는 왜그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그는 “아직도 수많은 장애인들이 집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아요. 용기를 내 세상 밖으로 나올 기회가 자주 주어져야 해요. 장애인도 비장애인이랑 똑같은 사람이고, 문화를 즐기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있지요. 영화를 보든, 연극을 보든, 뮤지컬을 보든 그런 욕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용기를 갖게 되죠.”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박태호교수가 말하는 ‘유목주의’

    박태호교수가 말하는 ‘유목주의’

    최근 ‘노마디즘(Nomadism·유목주의)’에 대한 비판론이 고개들고 있다. 어딘가에 머무르지 말고 자유롭게 살자는 얘기는 참 좋은데,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느냐는 반문에서 출발한다. 한마디로 먹물 깨나 든 선진적인 지식인 그룹의 말잔치에 불과하다는 게 비판의 요체다. 또 하나는 몰라서든, 잘못 이해돼서든 신자유주의를 정당화할 위험이다.‘먹튀’ 논란이 일고 있는 론스타도 자칫 자본의 노마디즘으로 포장될 판이다. 얼마 전 출간된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천규석 지음·실천문학사 펴냄)는 지나친 감이 있지만 이 대목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소장학자들의 연구집단 ‘수유+너머’의 핵심 멤버이자 국내의 노마디즘 대중화를 이끌었던 박태호 서울산업대 교수를 만나 노마디즘의 진정한 뜻을 물었다. 마침 지난달 29일 서울대에서 프랑스 소르본5대학 미셸 마페졸리 교수와 노마디즘을 놓고 토론했고, 또 ‘미-래의 맑스주의’(그린비 펴냄)라는 책도 낸 터였다. ▶노마디즘 개념이 혼란스럽다. 명쾌하게 해달라. -‘유목’하면 자꾸 ‘떠난다’는,‘이동(移動)’을 떠올린다. 예를 들어 엥리쉬는 ‘잡노마드’에서 유럽을 떠도는 한 독일인 여선생의 삶을 노마디즘이라 한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노마디즘은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그 독일인 여선생이 어느 순간 연구실에 파묻혀 책만 봐도, 전공을 넘나드는 연구 등 새로운 일을 벌인다면 그것도 노마디즘이다. ▶토론회에서 노마디즘에도 ‘능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많이 배우거나 여유있는 사람들의 얘기라는 의미냐. -대단한 능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외려 많이 배우고 가진 사람일수록 전공, 분야, 직위에 매여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데 서 오는 습관·습속·버릇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수유+너머’가 단적인 예다. 여기서 공부하는 사람들, 대단한 사람 없다. 퇴직하신 어르신에서부터 초등학생까지 그냥 공부하고 싶어 온다. 그리고 ‘수유+너머’는 ‘촉발’에 의미를 둔다는 점도 알아달라.‘너희가 그렇게 잘났냐.’보다는 ‘우리도 저런 거 하나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먼저 해줬으면 한다. ▶월급쟁이들이 사무실이나 공장을 버리기는 어렵다. -굳이 버릴 필요없다. 거기서 나름대로 변화를 꾀한다면 그게 바로 노마디즘이다. 다만 정말 안 되겠다면 그때는 박차고 나와야 한다.‘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는 것처럼 한심한 말은 없다. 물론 쉽지는 않다. 익숙한 것을 버려야 하니 마음먹기가 어렵다. 또 단순하게 버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야 한다. 그런데 창조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이번 책에서 코뮌주의를 대안으로 내세운 것도 그런 의미인가. -마르크시즘을 재구성하는 게 책의 목표다. 그러려면 국가단위로 생각하는 습성을 버리고, 프롤레타리아(PT) 계급도 다시 정의해야 한다. 그래서 ‘코뮌’이라는 단어를 썼다. 예전에 PT 하면 공장노동자였다. 지금은 그들마저 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주류화됐다. 대신 비정규직·이주노동자들 문제가 생겨났다. 이제 PT는 공장노동자가 아니라 이들의 집합이다. ▶누구나 안락한 삶을 바란다. 그런 면에서 노마디즘은 인간본성에 반하는 것 아닌가. -인간본성이라는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안락한 삶’ 자체가 이미 부르주아적이다. 다시 말해 그걸 지향하는 순간 부르주아가 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런 부르주아적 욕망을 인간본성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근대의 사고방식이라는 점도 지적해두고 싶다. 사실 근대 이전에는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있었다. 그런데 근대 자본주의가 들어서면서 이게 내 가족에 대한 헌신으로 축소됐다. 이걸 정확히 알아야 한다. 노마디즘은 바로 그런 부르주아적 욕망, 돈과 가족에 대한 욕망을 버리는 데서 출발한다. ▶그렇게 버리면 무엇을 얻을 수 있나. -‘수유+너머’ 사무실 임대료가 월 800만원 정도다. 사람들은 스폰서가 있겠거니 하는데 순수한 회비만으로 운영한다. 회비 내는 사람들? 돈 많은 사람 없다. 그 사람들이 왜 돈 내겠나. 얻는 게 있기 때문이다. 여기 사람들은 돈을 그렇게 내는 대신 사람 사이의 관계와 거기서 오는 기쁨, 토론으로 얻는 지식과 능력을 만끽한다. 확 버려야 더 크게 얻는다. 그걸 잘 모른다. ▶거기까지는 인정해도, 그게 변혁의 힘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나. -그건 정말 아무도 모르는 문제다. 이번 프랑스 사태를 봐라. 부르디외는 68혁명 뒤 사람들이 TV나 보면서 마비됐다고 했지만, 바로 지금 혁명적인 상황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 아닌가.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워드의 ‘힘’

    워드의 ‘힘’

    오는 2009년 초·중·고교의 교과서부터 단일 민족에 대한 강조보다 다인종·다문화를 수용·인정하는 쪽으로 교과 내용이 바뀐다. 5일 청와대와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흑인 혼혈 ‘하인스 워드’가 미국 프로풋볼 ‘슈퍼볼’에서 최우수 선수(MVP)로 선정돼 국민적 영웅이 된 것을 계기로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국제화에 맞춰 이같이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개정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단일민족의 주체성을 유지하되 다인종·다문화도 우리 사회의 한 축으로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라면서 “초·중·고교 때부터 문화적 다양성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도 전날 하인스 워드와의 오찬에서 “한국에서도 (혼혈인들이) 훌륭하게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었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내년 2월에 현재 수정·보완하고 있는 차기 교육과정의 시안을 고시한 뒤 관련 교과 등에 다인종·다문화의 이해 및 수용 내용을 반영하기 위한 실질적인 검증 절차를 거쳐 오는 2009년 학생들에게 개정된 교과서를 배포할 계획이다. 차기 교육과정의 과목별 시안자료의 중3 도덕교과의 경우, 문화적 차이로 인한 편견이나 오해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나 인종에 대한 차별, 편견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현행 초·중·고교의 도덕·사회·국사에는 단일민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교 국사 12쪽의 경우,“우리 민족은 세계사에서 보기드문 단일민족국가로서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교육부는 새교과서가 제작되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리는 점을 고려, 우선 이르면 다음달부터 다인종·다문화의 내용을 담은 교과서 보완지도자료를 만들어 초·중·고교에 보급, 수업 때 교사들이 참고하도록 할 예정이다. 청와대측은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사회적 소수자인 혼혈인들의 교육·취업 등 사회에서의 차별과 편견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기 박현갑기자 hkpark@seoul.co.kr
  • [30일 TV 하이라이트]

    ●책 읽어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EBS 오후 11시55분) 사진은 번역이 필요 없는,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만국공통어’이다. 장애인, 혼혈인, 이주노동자 등 차별 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눈 밖에 나다’. 사진을 통해 ‘인권’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책 두 권을 소개한다.   ●청년 성공시대(SBS 오후 7시5분) 요리를 위해서 의대를 자퇴한 도전자, 입영까지 연기한 도전자,3년 연속 국제요리대회 수상경력이 빛나는 도전자 등 8명의 젊은이들이 자격증을 뛰어넘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험을 거친다. 궁중의 임금님만이 드셨다는 수라상 요리 중에서 대표적인 요리 전과 적을 이용한 첫날 대결이 펼쳐진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25분) 5명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겠다며 세계 일주에 나섰다. 이들은 미국을 거쳐 유럽과 이란, 파키스탄 등 중동의 위험지역과 아시아 등 모두 24개국을 돌며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릴 예정이다. 이들의 여정에는 북측 판문점을 통과한다는 계획 등 넘어야 할 숙제도 많다.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MBC 오후 8시20분) 액세서리를 팔아 처음으로 돈을 번 은민과 영심은 뛸 듯이 기뻐한다. 은민은 생활비를 더 벌어보겠다는 욕심에 태경과 함께 주유소에서 태경의 사촌동생 노릇을 하며 일을 배운다. 태경엄마는 은민의 임부복을 사고, 희정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한편 기훈과 태희는 국수집에서 우연히 마주치는데….   ●문화지대(KBS1 오후 10시) 인터넷을 통해 단순히 귀찮다는 어원에서 출발하여 급속하게 퍼지면서 각종 폐인 이미지와 함께 부정적 인식으로 자리잡은 ‘귀차니즘’. 그러나 귀차니즘은 아직까지 명확한 정의도, 근거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일상속에 깊숙하게 자리잡은 ‘귀차니즘’의 문화를 들여다본다.   ●걱정하지마(KBS2 오전 9시) 선우의 오피스텔 앞에서 옥순에게 딱 걸린 미연은 카페로 끌려가 모욕과 협박을 당한다. 선우 또한 미연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채 술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병원에 갔던 연화는 암이 아니라 임신임을 알게 된다. 한편 세찬네 집에서는 자꾸만 밤늦게 귀가하는 은새 때문에 소동이 벌어진다.
  • [마이너리티 리포트] (6)외국인 이주노동자

    [마이너리티 리포트] (6)외국인 이주노동자

    저는 올해 서른다섯살 된 이주노동자입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왔죠. 이름은…, 그냥 퐁(Pong)이라고만 할게요. 불법체류자여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 주세요. 산업연수생으로 합법적으로 왔는데 3년이란 체류 허가기간이 지나 버렸어요. 불안한 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제 꿈을 위해 좀더 많은 돈을 여기에서 벌어야 해요. 오늘은 제 얘기보다는 동생들의 딱한 사정을 말해 볼까 해요. 아이들의 이름은 홍(24·Ha Van Hung)과 콩(21·Nguyen Thanh Cong). 친동생은 아니지만 같은 하노이 출신으로, 서로 의지하며 살려고 의형제를 맺었죠. 동생들은 저와 달리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온 지 얼마 안되는 합법 체류자입니다. 홍의 아버지는 택시운전사, 콩의 아버지는 의사예요. 베트남에 돌아가서도 한국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지닌 평범한 젊은이들입니다. 지난달 말이었습니다. 함께 플라스틱 사출성형업체에서 일하는 홍과 콩이 “큰일났다.”고 사색이 돼서 달려 왔습니다.“형, 우리 추방당하게 생겼어. 사장이 우릴 쫓아내서 불법체류자가 됐대.”그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였습니다. 빚을 내 인력송출회사에 500만원 이상 주고 한국에 온 것인데. 저 자신이 불법체류자라는 사실도 잊은 채 도움을 구하기 위해 무작정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로 달려 갔습니다. ●“저질 인간쓰레기야.” “홍과 콩은 인간쓰레기예요. 온갖 이유를 만들어 이 회사 저 회사 전전하면서 한국기업에 피해를 주는 악질 철새들이에요. 쓰레기들은 출국시켜야 한다니까요.” 고용안정센터의 외국인담당 공무원은 동생들의 사정을 설명하고 도와주러 찾아간 인권센터의 활동가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게 외국인 노동자 담당 공무원이 할 소리입니까. 법규는 바뀌었지만 일선에 있는 공무원들은 철저히 사장님들의 대변인 노릇을 합니다. 실상은 이랬습니다. 동생들은 평일은 물론 토요일에도 규정된 시간을 넘겨 1시간 이상 잔업을 했습니다. 물론 초과근무 수당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합니까. 합법체류자라고 해도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죠. 문제는 토요일이었어요. 저녁 7시까지 일을 했는데 사장이 잔업을 더 하라고 시킨 모양입니다. 분노가 폭발한 베트남 노동자 6명이 전원 잔업을 거부했는데 이 일로 사장의 눈 밖에 났죠. 회사는 고용안정센터에 동생들이 지시를 어기고 멋대로 일하기를 거부했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강제출국 조치를 요청했습니다. 서류에는 ‘이유 없는 작업 거부자로 추방’이라고 기록돼 있었습니다. 회사가 ‘허위보고’를 했지만 고용안정센터에서는 사실 확인도 없이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해 버린 겁니다. ●“법이 변했다고요. 현실은 변한 게 없어요.” 다행히 우리를 위해 애써줬던 그 인권센터 선생님 덕분에 동생들은 추방 대신 사업장 변경 조치를 받았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죠. 살인적인 야근에 잔업을 하다가도 사장에게 잘못 보여 출국당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거든요. 외국인도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법률책에만 나오는 얘기일 뿐이죠. 동남아시아 같은 데서 온 사람들은 주말이건 휴일이건 시키면 시키는 대로, 군말 없이 일만 해야 한다고 대부분 사장님들은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합법적인 신분인 제 동생들이 이럴진대 저 같은 불법 이주노동자들은 오죽할까요. 열심히 일해도 임금을 떼이기 일쑤고 추방을 각오하지 않는 한 두드려 맞아도 꾹 참는 수밖에 없습니다. 성폭력에 시달리는 여자 이주노동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 회사들이 우리를 쓰는 것은 당연히 임금이 싸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지 기계나 노예는 아닙니다. 한국 사람들도 예전엔 우리처럼 외국에 나가서 일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한번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 보시면 어떨까요. ●만(萬)자 돌림 삼형제의 소망 얼마 전 저희 삼형제는 그 고마운 인권센터 선생님한테서 한국이름을 얻었어요. 저는 만수, 한자로는 ‘萬壽’로 쓰지요. 오래 살라고 지어 주셨어요. 홍은 ‘오랫동안 변치 말라.’고 만석(萬石), 콩은 ‘오랫동안 이곳에 터잡고 살라.’고 만기(萬基)예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에는 좋은 분들도 많습니다. 동생들은 새로 들어간 공장에서 이름 덕을 많이 본다고 하네요. 같이 일하는 한국 아주머니들이 친근하게 “만석아.”“만기야.” 하고 불러 준다며 좋아하더군요. 저희 삼형제는 이제 함께 삽니다. 한달에 70만원이 조금 넘는 임금으로 주말에 외식 한 번, 영화 관람 한 번 할 수 없는 처지이지만 각자 꿈을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한국에서 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동생들과 함께 좋은 기억을 안고 한국을 떠나고 싶습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피해신고 꺼리다 불익만 키워” 이주노동자들과 관련 인권단체, 민주노동당 등의 ‘노동허가제’ 도입 등 주장에 정부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노동부 외국인력고용팀 이상근 사무관을 통해 정부의 입장을 들어봤다. 이 사무관은 “고용허가제는 불법과 합법 여부를 불문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면서 “현재 국내 노동시장을 고려할 때 민노당 등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노동허가제’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그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합법적 신분으로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한 덕에 실제로 외국인근로자 인권유린과 근로자들의 사업장 이탈 등 부작용이 뚜렷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잔업 강요와 수당 미지급 등에 대해서는 “고용안정센터나 노동부 근로감독관에 신고하는 것만으로 고용주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신고율은 적은 것으로 안다.”면서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 정부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이 스스로 더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체불임금이나 노동착취 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것은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물론 국가신인도와 관련이 있는 만큼 문제가 많은 산업연수생제는 예정대로 2007년 폐지할 것”이라면서 “고용허가제로 제도가 일원화되면 부작용이 충분히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전문가에 듣는 ‘독소조항’ 국내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연수생제’와 ‘고용허가제’ 등 두가지 제도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두 제도 모두 인권침해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주노동자 인권단체와 민주노동당은 대대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1993년 11월 처음 시행돼 내년 1월 사라지는 산업연수생제는 출발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현지의 민간송출기관이 노동자들을 모아 한국에 보내다 보니 브로커를 통한 수백만원대의 돈거래가 기승을 부리는 등 온갖 비리가 만연했다. 또 이주노동자에 대한 교육을 명분으로 저임금과 인권유린이 심하게 일어나 상당수 노동자들이 사업장에서 이탈, 불법체류자가 됐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국내 고용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2004월 8월 시작된 고용허가제에도 개선해야 할 대목이 많다는 지적이다. 현재 고용허가제에서는 ▲회사가 망했을 때 ▲장기간 또는 극심하게 임금이 체불됐을 때 ▲심각한 인권유린과 고용계약 위반이 확인됐을 때에만 사업장을 바꿀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우삼열 사무국장은 “임금의 20% 이상이 지급되지 않아야 심각한 계약위반에 해당한다고 정해놓는 등 황당한 규정이 많다. 이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을 실질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기본 계약기간 3년에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게 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는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야 되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사업주에게 아무런 항의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관련단체들과 민주노동당은 개선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인구의 1%를 넘어선 시점에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들은 ‘노동허가제’ 실시를 한 목소리로 요구한다. 고용허가제와 노동허가제를 병행하는 싱가포르처럼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허가증을 제공해 그들 스스로 일자리를 고를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최현모 사무국장은 “혈통주의에 따른 편협된 사고로 이주노동자들을 값싼 노동력으로만 취급하는 우리의 의식구조를 바꾸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오는 6월 ‘외국인근로자 고용 및 기본권 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노동허가제 시행이 핵심으로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일반 노동허가와 특별 고용허가 이원화 ▲10년 만기 노동비자 발급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민노당 홍원표 연구원은 “사업주와 내국인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등 이해 당사자들이 노사정위원회 형식으로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 실질적인 이주노동권 개선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경제의 버팀목”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경제의 버팀목”

    14일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가납리 ‘양주 외국인노동자의 집’.60평가량 되는 지하공간은 눅눅한 공기, 침침한 조명으로 음습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은 여기서 이 세상 어느 곳보다도 안락한 마음의 여유를 얻는다. 이곳은 미국인 선교사 칙 네슬리(53)와 한국인 나운실(49)씨 부부가 2004년에 만들었다. 이역만리 머나먼 땅에서 날아와 한국 내 외국인노동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곳에는 갈 곳 없는 이주노동자들이 10여명 머물고 있다. 주말에는 100명 이상이 찾아와 상담을 받고 나라별 공동체 모임을 갖는다. 필리핀 노동자 2명이 철문을 열고 들어왔다. 새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다.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왔는데 회사 사장이 일감이 없으니 회사를 떠나라고 한단다.“고용허가제로 온 사람들은 고용안정센터를 통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직장을 옮기는 게 불가능하니 센터에 이직 신청을 해두고 조금만 기다리세요.” 네슬리는 주한미군 출신이다. 두 사람은 네슬리가 경기도 평택에서 근무할 때 인연을 맺어 1975년 결혼했다. 이듬해 함께 미국으로 간 이들이 다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2년 여름이었다. 한국에서 기지촌 봉사활동을 했던 한 선교사가 플로리다에서 열린 장로교 여름캠프에서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코리안 드림’을 키우고 있지만 차별대우에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는 그해 10월 2주 동안 경기도 안산시와 서울 구로공단 등 국내 대표적인 이주노동자 밀집지역을 견학했다. “어려움을 겪는 이주노동자들을 보고 또 다른 한국인의 얼굴을 보았다고나 할까요. 똑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다른 민족이라는 이유로 임금과 처우에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한국인 고용주들에게 알려야겠다 싶었어요.”(네슬리) 2004년 7월 보증금 3000만원, 월세 40만원에 양주 외국인노동자의 집을 만들었다. 중국, 필리핀, 스리랑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해고, 폭행, 임금체불 등 피해를 당하면 바로 숙소와 공장으로 찾아가 도왔다. 본국으로 송금을 대신 해주고 죄를 저질러 감옥에 간 이주노동자들을 편지로 교화하기도 했다. 한국의 노동법과 근로기준법, 출입국관리법을 익히기 위해 수많은 책들을 밤새워 읽고 강의도 들었다.“한국 사람도 어려운데 왜 쓸데없이 외국인을 위해 일하느냐.”는 고용주들의 비아냥은 이제 만성이 됐다. 기독교는 물론이고 이슬람권 노동자들까지 네슬리를 ‘파더’, 나씨를 ‘누나’라고 부른다.“외국인 친구들이 있기에 한국경제도 버틸 수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마음의 장벽을 걷어내고 좀더 성숙하게 배려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들이 간곡히 전하는 말이다. 글 사진 양주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발언대] 해외 노동력 문제 간단치 않다/최정의팔 한국국제이주연구소장

    오는 7월부터 중국 동포와 옛 소련 지역의 동포가 5년간 자유롭게 고국을 방문, 취업할 수 있게 정부에서 ‘방문취업 비자(H-2)’를 신설, 발급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이 지역의 동포들을 외국인고용허가제의 틀 안에서 이주노동자로 특별 관리를 해왔다. 이를 개선해 동포들을 적극 포용하는 정책을 마련키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방문취업 비자를 받으면 5년간 자유롭게 입·출국이 가능해서 그동안 비자발급문제로 발생했던 여러 가지 비리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 문제, 사업장 변경의 횟수문제, 각종 보험금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열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마련된 방문취업비자가 취업관리제나 고용허가제 특별관리 등처럼 또다시 문제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법령을 만들 때에 고려해야 될 점이 적지 않다. 우선 중국 동포와 옛 소련 동포 267만명이 5년간 자유롭게 고국을 방문, 취업한다면 국내 노동시장에 큰 영향이 예상된다. 현재 동포가 7만 여명에 불과해도 문제가 많다. 중국동포들은 돈을 많이 버는 분야를 더 선호해 현재 확대된 취업분야로 가지 않고 불법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국내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입국 동포와 외국인 노동자의 비율을 80대20으로 맞춰 한 해 입국하는 동포의 수를 조정한다면 외국인력 도입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거나 동포를 제외한 외국인 도입을 거의 대부분 줄여야 할 것이다. 과연 이러한 조처가 동포보다는 이주노동자를 선호하는 소위 3D 업종의 기업주들에게 얼마만큼의 설득력이 있을까. 이렇게 되면 겨우 기틀을 잡기 시작한 외국인력제도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물론 정부는 국내 노동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에 연고가 없는 동포에 대해 비자발급 대상 수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비자쿼터제’를 운영하고, 동포를 채용하려면 7일간 광고 등의 적극적 구인활동을 한 후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건설업에서 국내 노동자의 반발이 심각한 상황을 보면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보다 세심하게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최정의팔 한국국제이주연구소장
  • [‘인권 가이드라인’ NAP 확정] ‘비정규직 제한 고용’ 노동부 반발 클듯

    [‘인권 가이드라인’ NAP 확정] ‘비정규직 제한 고용’ 노동부 반발 클듯

    국가인권위원회가 9일 확정 발표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인권 NAP) 권고안은 대체복무제 도입 등 논란이 되고 있는 현안들을 담고 있으며 대체로 ‘진보적 색채’를 띠고 있다. 때문에 권고안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원만히 정책으로 반영되기까지는 적잖은 갈등과 마찰이 예상된다. 또 이 권고안을 정부가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권고안 자체가 여야의 정치쟁점으로 불거질 전망이다. 이번 권고 내용 가운데 상당수는 세금감면, 복지혜택 확대 등을 전제로 한 것이다. 국가재정에 부담을 줄 대목이다. 하지만 인권위측은 “권고안 마련 과정에서 노동부와 복지부 등 주무 부처와 지속적으로 논의했고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것인 만큼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권고안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에 대한 것”이라며 “보·혁 논란과는 관계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무원의 정치활동 보장 등은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에 대해 제한적 참여확대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 공무원의 영향력이 엄연한 상태에서 시기상조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들의 정치활동을 허용하려면 현행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과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해야 해, 정치쟁점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노동관련 권고안 중 비정규직 부분 등은 노동부의 반발이 예고되고 있다. 비정규직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사유제한과 관련,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는 사유를 현재보다 더 제한할 경우, 노동시장에 충격이 너무 클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이에 대해 인권위측은 “노동부와 충분히 논의했지만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는 인식의 차이가 큰 것으로 안다.”고 시인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도 사실상 불가능한 권고사항으로 정부측은 받아들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비록 유럽의 일부 국가가 이를 적용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연공서열이 우선시되고 능력별, 직급별로 판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라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성전환 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라는 등 기존 가치관에 비해 파격적인 일부 권고도 국민정서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복지 혜택을 상당 부분 내국인 수준으로 높이라는 권고 역시 차상위계층 대책 등 내국인 복지도 빈약한 현실에 비추어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한편 공공보육시설 확대, 육아휴직 활성화, 노인주거 안정 등은 그동안 무수하게 대안을 모색해 왔으면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으로 상당수 권고가 단순한 ‘구두선’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구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하늘로 간 24살 ‘코리안드림’

    하늘로 간 24살 ‘코리안드림’

    새해 첫 여명을 앞둔 1일 오전 4시30분 경기 안산시 원곡동 편도 5차선 도로. 승합차 한 대가 지하도 입구를 들이받았다. 타고 있던 5명이 중태에 빠졌고 조수석 탑승자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두스만타 브시퍼구마라(24)의 ‘코리안 드림’이 꺾이는 순간이었다. 두스만타는 2003년 6월부터 안산 원시동에 있는 섬유 제조업체 H사에서 일해왔다. 하루 11시간씩 공장일을 해야 하는 고된 생활이었다. 하지만 두스만타는 게으름 피울 줄 모르고 웃음을 잃지 않는 밝은 청년이었다. 힘든 기색 한 번 내지 않고 월급 100만원 가운데 80만원을 꼬박꼬박 고향으로 보냈다. 같은 공장의 스리랑카인 동료 두시타 로하나(28)는 “두스만타가 매월 송금일이면 ‘돈 보냈어요.’라며 흥분된 목소리로 가족에게 전화하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고향에서 작은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53)와 어머니(48), 남동생(22), 여동생(16)은 장남인 두스만타가 벌어주는 돈으로 부족한 생활비와 학비를 충당했고, 그 덕에 다섯 가족이 살기엔 좁기만 했던 집을 넓힐 수도 있었다. 올 5월 말 산업연수생 비자가 만료되는 두스만타의 꿈은 고향에 돌아가 비디오 가게를 남부럽지 않은 규모로 키우는 것이었다. 사고는 월피동 스리랑카인 불교 사원에서 동료들과 밤새 새해 첫날 행사 준비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일어났다. 하지만 동료들은 그를 한줌 재로 고향에 돌려보낼 수 없었다. 주검이나마 온전히 보전해 고향으로 보내기 위해 쌈짓돈을 털었다. 회사의 스리랑카 동료 17명을 중심으로 안산의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공동체에서 모금이 시작됐다. 공장의 한국인 동료 70명도 230여만원을 보태 400만원 가까이 든 부패방지 처리비와 영안실 이용료, 비행기삯 등 비용을 충당했다. 한국식 삼베 수의까지 입혔다. 두스만타의 주검은 5일 오후 9시 비행기를 타고 스리랑카로 떠났다. 글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열린세상] 인권콘서트와 아물지 않은 상처/최광기 전문 MC

    참많은 사람들을 만났다.10년 동안 그 무대에 서면서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국가 권력 앞에서 자신의 소중한 인권을 짓밟히며 살아왔는지를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목격해야만 했다. 세계인권선언이 발표된 지 57년을 맞은 올해, 그리고 20년의 세월을 한결같이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하며 살아있는 인권 지킴이로 우리 사회의 양심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오신 민가협 어머니들과 함께 열입곱번째 ‘인권콘서트’를 지난 10일 열었다. 해마다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에 즈음하여 민가협이 열어온 ‘인권콘서트’는 인권을 주제로 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연이다. 올해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을 숙연하게 만든 사람은 바로 함주명씨였다. 1983년 이근안 등 남영동 대공분실 수사관에게 끌려가 간첩으로 만들어진 뒤 16년 동안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사람,‘간첩 누명을 쓰고는 죽을 수도 없다.’던 사람과 ‘또 다른 함주명들’이 무대에 선 것이다. 5·6공 군사독재정권은 필요에 의해 간첩 사건을 만들었고, 반공 지상주의 사회는 ‘만들어진 간첩’과 그 가족들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았다.22년의 세월을 우리 사회에서 ‘천형’과도 다름없는 ‘간첩’으로 살아야 했던 사람들, 고문을 당하며 겪어야 했을 고통과 좌절 그리고 분노가 그대로 전달되는 듯했다. 만약에 내가 그랬다면 나는 그 세월을 견딜 수 있었을까? 살아낼 수 있었을까? ‘나는 간첩이 아닙니다.’라는 말 한 마디는 100여명이나 되는 조작 간첩 당사자들이 지금도 겪고 있는 고통과 상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무거움으로 다가왔다. 그들이 지금도 겪고 있는 상처를 공감하는 과정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레드 콤플렉스를 치유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한편 국가 권력은 돌이킬 수 없는 한 인간과 그의 가족들에게 빼앗긴 삶을 위해 더 늦기 전에 사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공연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있어 인권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고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 따라서 인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정체성을 지켜주는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지금 우리 인권의 현주소는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여전히 겨울 칼바람 앞에서도 절박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장애인 차별 금지법’ 제정을 위해 장애인들이 여의도에서 천막을 치고 있다. 심지어 농민들과 빈민들은 죽음을 이어가며 절규하고 있다. 사상과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성적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 시대의 두꺼운 차별의 벽 앞에서 그들이 느끼는 절망감을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그 벽이 얼마나 크고 높은지 아마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30년이 넘도록 자신의 집의 작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세상은 늘 높기만 하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노동의 기쁨과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지만 현실은 늘 그들을 외면하고 있다. 또한, 다름은 비정상이 아니라 그저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세상, 그것은 아마도 차별과 냉대 속에 시들어가는 이주노동자들과 총 대신에 다양한 사회봉사의 기회를 열어주기를 바라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 모두가 바라는 세상이 아닐까 싶다. 이제 우리는 우리 사회 인권의 현주소를 비춰주는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또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피맺힌 절규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세상, 서로를 존중하며 행복할 수 있는 자유로운 세상, 그런 세상이 그리 멀지 않기를 오늘도 간절히 바란다. 최광기 전문 MC
  • 익숙한 인권, 명화로 곱씹어본다

    익숙한 인권, 명화로 곱씹어본다

    1948년, 유엔총회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국제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했다. 바로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의 기원이다.10일이 그 57번째 기념일. 감동과 풍자를 통해 인권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의미를 곰곰이 반추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EBS는 10일 오후 6시20분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별별 이야기’(2005)를 준비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어가고 있는 인권프로젝트의 세 번째 작품이다. 박재동 이성강 권오성 등 국내 최고의 애니 감독들이 뭉쳐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여러 차별들을 위트와 감동이 넘치는 6개 이야기에 담아냈다. 장애인의 현실을 다룬 ‘낮잠’(유진희)으로 시작해, 이주노동자 문제를 그린 ‘자전거 여행’(이성강), 사회에 만연한 고정된 남녀의 성 역할을 담은 ‘그 여자네 집’(5인 프로젝트팀), 소수자 차별을 풍자한 ‘동물농장’(권오성), 외모 차별을 질타한 ‘육다골대녀’(肉多骨大女·이애림)를 거쳐 입시위주의 교육문제를 꼬집은 ‘사람이 되어라’(박재동)가 대미를 장식한다. 다소 무거워 보이는 주제가 각각 10∼15분의 시간에 다양한 형식의 애니 기법들이 감독들 특유의 재치와 버무려져 색다른 여운을 선사한다.72분. 프리미엄 영화채널 캐치온은 이날 오전 9시부터 4시간 동안 영화 두 편을 잇달아 내보낸다.‘노맨스랜드’와 ‘카란디루’이다. ‘노맨스랜드’(2001)는 보스니아 내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다. 전쟁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를 우회적인 유머로 깨우쳐 주고 있다. 1993년 보스니아내전 당시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의 두 군인과 유엔군 한 명이 한국의 공동경비구역과 비슷한 ‘노맨스랜드’에서 생사의 기로에 처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죽음의 공포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엉뚱한 장면이 끼어들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보스니아 출신 다니스 타노비치 감독은 칸 각본상, 아카데미상, 골든글로브상 등을 휩쓸었다.98분. 오전 10시35분부터는 남미 최대의 감옥에서 실제 있었던 폭동을 배경으로 한 ‘카란디루’(2003)가 이어진다. 역시 자유와 인권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형무소인 카란디루는 나날이 수감자는 늘어나지만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어느날 전염병과 에이즈 치료 및 예방교육을 위해 한 의사가 도착한다. 그곳의 열악한 환경을 지켜본 의사는 환자들을 돕기 위해 계속 카란디루에 머무른다. 수감자들은 의사에게 존경심을 품고, 자신들의 과거와 고충을 털어놓게 된다. 의사의 시선을 통해 바깥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는 감옥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145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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