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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도 슬픈 내 조국 버마…”

    “너무도 슬픈 내 조국 버마…”

    “지옥이다/군부독재정권은 사탕을 개에게 던졌다/개가 빨아먹어 녹아 없어지는 사탕처럼, 군인이 빨아먹어 버마가 녹아 없어지고 있다/여기가 지옥이다/단결은 어디 있고, 평화는 어디 있나/두려워 숨어 있나/서로 껴안고 손을 맞잡아야 한다/그래야 싸울 수 있다(‘따야 민 카익’의 시 ‘어디에 있나?’ 중에서).” 그의 시어는 거칠다. 에둘러 가지 않는 직설이다. 꾸밈도 은유도 없는 날것이다. 시인 고 김남주와 젊은 시절 김지하의 언어를 닮았다. 그에게 현 군부독재 버마(군사정권이 개칭한 국호 ‘미얀마’ 대신 옛 명칭 ‘버마’를 고수하는 민주인사들의 뜻을 존중해 ‘버마’로 표기)는 김남주와 김지하가 목숨 걸고 싸웠던 과거 한국의 판박이다. ●필명‘따야 민 카익’뜻은‘군정을 무너뜨리다’ 필명 ‘따야 민 카익’, 본명 쩌모르윈(37).27일 밤 서울 구로동 한 호프집에서 만난 그는 “내 조국 버마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며 침통해했다. 유혈사태까지 발생한 버마 국내의 참극에 마음이 상할 만큼 상해 있었다.“군사독재국가여도, 그 때문에 내가 나라 밖으로 떠돌고 있어도, 난 버마를 자랑스러워했다. 이젠 왜 버마를 자랑스러워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고통스러워했다.“스님에겐 아들이라도 손을 모으고 예를 갖추는 게 버마 사람들인데, 군인들은 스님들을 개머리판으로 때리고 있다.”며 버마로부터의 전언을 아프게 토해냈다. 쩌모르윈은 국내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5명의 버마 시인 중 한 명이다. 모두 민주화운동을 하다 한국으로 몸을 피한 경우다. 윈 포 마웅과 나잉윙 아웅은 버마에서 시집을 내며 정식으로 등단했고, 얀나이툰은 한국 문학계간지 ‘실천문학’에 시(‘아내를 위한 시’)를 발표했다. 쩌모르윈은 자신의 시를 버마민주주의민족동맹(NLD) 한국지부 소식지에 실어 ‘동지들’의 마음을 위무했고, 지난해 11월 ‘버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한국인 모임(공동대표 유종순)’과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들 모임(대표 임동확)’이 마련한 ‘버마 혁명시인들의 시낭송회’에 초청받아 시를 낭송했다. 지난달 27일엔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자들의 무사석방을 요구하는 호소문에 버마 작가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쩌모르윈의 시는 조국의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무기’와도 같다. 필명 ‘따야 민 카익’마저 군부독재를 무너뜨리겠다(‘따야=별’,‘민 카익=왕을 무너뜨리다’)는 다짐으로 지었다. 그는 일요일마다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 집회를 조직했고, 먹고 살기에도 벅찬 박봉의 상당 부분을 떼어 버마 내 민주화운동 지원자금으로 보내 왔다. 최근엔 자신이 작사·작곡한 노래를 CD로 만들어 판매 수익금을 태국의 미얀마난민촌에 보내고 있다.“시 쓰고, 노래하고, 노동해서 돈 벌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최선을 다하려는 것뿐”이라고 쩌모르윈은 설명했다. ●“우린 갈 곳이 없습니다” ‘8888항쟁’(1988년 8월8일에 정점에 이른, 버마 군부독재에 항거한 민중 총봉기) 당시 쩌모르윈은 17살이었다. 총을 쏘며 뒤쫓는 군인들이 무서워 그는 수 년 간 국경지대로 도망다녔다.NLD 멤버였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교사와 간호사 일을 잃었고, 모든 생계활동이 봉쇄됐다. 쩌모르윈은 4500달러를 빌려 브로커에게 주고 97년 8월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한국행을 택한 이유로 “군사독재를 경험하고 또 극복한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대와 실제는 달랐다.2000년 난민 인정 신청을 접수한 그에게 한국 정부는 출국통보를 내렸다. 그와 동료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쩌모르윈은 “한국에 오래 있고 싶어서 난민 신청한 게 아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지 난민 인정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한국 정부만큼은 우릴 이해해줄 줄 알았다.”며 섭섭함을 나타냈다. 그는 태권도 도복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먼저 일하던 공장에서 한국인 노동자의 폭행위협이 무서워 뛰쳐나온 이후 8개월 만에 얻은 일자리다. 쩌모르윈은 “한국은 버마만큼이나 공포스러운 곳”이라고 했다. 버마에서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는 한국에선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다. 버마에서도 한국에서도 그는 단속과 검거의 대상일 뿐이다. “버마가 민주화되지 못하면 숨 쉬고 살 수 없듯, 한국에 머물지 못하면 우린 갈 곳이 없습니다. 인권 앞에선 버마인도, 아프리카인도, 한국인도 없습니다. 인간만이 있을 뿐입니다.” 쩌모르윈과 만나는 내내 그의 휴대전화는 끊임없이 울어댔다. 그때마다 그는 알아들을 수 없는 버마어로 무언가를 빠르게 설명했다. 뉴스도 인터넷도 접하지 못한 동료들에게 그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버마 정황을 세세히 전하고 있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25일 TV 하이라이트]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인도의 한 교도소에서 의사출신 수감자가 의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일과는 동료 수감자들을 치료하고 수술하는 것이다. 그는 교도소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뭄바이와 뉴델리의 유명 병원에서 복부 수술 전문의로 일했다. 그는 감옥에서 의술을 펼치게 되어 새 삶을 얻은 듯한 기분이라고 말한다. ●‘아시아 테마기행’ 태국역사의 숨결을 찾아서(EBS 오후 10시50분) 태국의 두 번째 수도였던 아유타야는 마치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방콕에서 불과 76㎞ 떨어져 있지만 도시 풍경은 사뭇 다르다. 방콕의 번잡함과는 달리 강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고 운치 있는 사원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미녀는 괴로워(SBS 오후 9시40분) 씨름판에 나가도 거뜬할 체격을 가진, 그러나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은 여린 마음의 소유자 한나. 신이 그녀에게 허락한 유일한 선물인 천상의 목소리로 가수를 꿈꾸지만 미녀 가수 ‘아미’의 립싱크에 대신 노래를 불러주는 ‘얼굴 없는 가수’ 신세다. 특수분장과 망가짐도 불사한 김아중의 연기가 빛난다. ●무도리(MBC 오후 11시55분) 자살 명당으로 알려진 산골마을 무도리에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 삶과 죽음에 관한 애환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10명 남짓한 노인만이 살고 있는 무도리에 어느 날, 자살사이트 운영자인 젊은이가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자살명당이란 소문이 나면서 무도리에는 전국 자살희망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위기탈출 넘버원 추석특집(KBS2 오전 10시40분) 기도에 떡이 걸려 숨을 쉬지 못하는 급박한 순간에 딸이 떠올린 놀라운 기지로 노인은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과연 그 기발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존 테리 선수는 축구 경기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가 팀 동료인 셉첸코 선수의 응급처치로 목숨을 구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나본다. ●세번째 시선(KBS1 밤 12시35분) 우리 사회의 인권 문제를 고발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세 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 작품이다.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잠수왕 무하마드’와 전기료 체납으로 전기가 끊겨 촛불을 켜고 자다 화재로 사망한 소년소녀 가장 이야기를 그린 ‘소녀가 사라졌다’ 등 6편으로 이루어졌다.
  • 이주노동자 밴드 ‘워커스밴드’ 색다른 추석맞이

    이주노동자 밴드 ‘워커스밴드’ 색다른 추석맞이

    17일 밤 10시 안산역 근처의 한 컨테이너 박스.2평짜리 허름한 공간에서 윤도현 밴드의 ‘사랑2’가 흘러나왔다. 이 컨테이너 박스는 새달 7일 원월드뮤직페스티벌 출연을 앞둔 ‘워커스 밴드’의 연습실이다. 베이스를 맡은 다니(26)와 아구스(24), 드럼을 치는 에코(26), 보컬 은종(32)·아르손(32), 기타리스트 부디(34)·군도르(25), 보컬과 통역, 매니저 역할을 하는 에코(32). 이렇게 8명으로 이뤄진 ‘워커스 밴드’는 안산의 전자부품회사와 도금 공장 등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이주 노동자들이다. 한국에 온지 1∼3년 된 이들은 자기 돈을 들여 베이스, 기타, 드럼을 샀다. 부디의 유서 깊은 ‘잭슨’ 기타는 200만원짜리. 두 달치 월급이다.“두 달간 밥도 안 먹고 담배도 조금 피웠어요.”사뭇 우는 소리를 하면서도 부디는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안산에는 안 좋은 일이 많아요. 술 먹고 다른 외국인과 싸우고 다치고…. 그래서 인정을 못 받아요. 우리는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도 좋은 일 할 수 있다, 그래서 밴드를 만든 거예요.”(다니) 그것이 하루하루 거두기도 바쁜 이들이 밴드를 결성한 이유다. ‘노동자 밴드’. 그룹 이름이 너무도 정직하다. 왜 굳이 벗고 싶은 멍에인 노동자를 팀 이름으로 내세웠을까.“한국에 와서 일이 고되어도 우리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다른 이름은 스스로 안 맞는 것 같았어요. 그게 우리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죠.”(에코) ‘워커스 밴드’의 이번 추석은 예년 추석과는 다르다. 친구들과 하릴없이 동네를 돌아다니던 추석연휴가 연습 일정으로 빡빡해진 것. 쿠바, 브라질, 베트남, 미얀마 등 그간 주변부로 치부됐던 월드뮤직 음악인들의 축제, 원월드 페스티벌에 나가게 됐기 때문이다. 페스티벌 측은 지난 2일 안산 국경 없는 거리 ‘만남의 광장’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1000여명의 관객이 밴드에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는 걸 보고 이들을 축제에 초대했다.10월7일 마지막 순서의 손님으로 나가게 된 이 밴드는 40분 동안 8곡의 노래를 선보일 계획이다. “사람도 많고 준비하는 시간도 부족하니 연휴기간 어디도 못가고 연습해야죠. 애인도 없는데 어떻게 해….”라며 부디가 우는 소리를 냈다. 사실 큰 무대에 선다는 설렘보다 잘해야 된다는 부담이 더 크다. “우리 같은 근로자들을 위해 이번에 공연하는 거예요. 그들이 우리가 공연하는 동안만큼은 걱정 말고 즐거워했으면 좋겠어요.”(다니) “우리는 어디에서든 누구와든 평화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 노래로 한국인들도 우리를 인정하고 우리도 한국인들을 인정하고 싶고요.”(부디) 평소 들국화의 ‘행진’, 윤도현 밴드의 ‘잊을게’ 등 한국 노래도 곧잘 하는 이들이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인도네시아 음악을 소개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음악은 어떤 음악이냐는 물음에 아구스가 대답 대신 기타줄을 튕겨보였다. 친근하고 서정적인 멜로디가 연습실 공기를 데웠다. ‘워커스 밴드’는 여느 밴드처럼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말하지 못했다.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온 터라 언제까지고 한국에 머물지 못하기 때문. 밴드 결성 2년째지만 돈이 없어 앨범도 못 냈다. 고국에 8살 난 아들과 5살 난 딸을 두고 온 은종은 “돈 많이 벌어서 빨리 가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앞일을 기약할 수 없는 ‘워커스 밴드’지만 이번 공연 계획만큼은 한마음이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축제, 가사는 몰라도 좋은 멜로디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자는 것. 자정이 다 된 무렵, 연습실을 나서는데 활기찬 드럼 소리가 두둥 밤공기를 갈랐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이주노동자 첫 합동 수계법회

    이주노동자 첫 합동 수계법회

    한국에 들어와 살고있는 외국인 노동자 500명이 한꺼번에 계를 받는 대규모 수계(受戒)식이 열린다. 조계종 총무원이 이주노동자불교협의회와 함께 다음달 7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마련하는 ‘이주노동자 수계법회 및 문화마당’행사. 조계사 창건주간을 맞아 스리랑카, 네팔, 몽골,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불교권 국가에서 이주해온 노동자 500여명에게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직접 계를 주는 자리로 조계종단 최초의 외국인 합동 수계식인 셈이다. 이번 수계식은 그동안 몇몇 조계종 사찰에서 진행해온 이주 노동자 지원활동을 토대로 마련됐다. 조계사는 부설 이주노동자지원센터를 통해 이들에 대해 무료진료와 법률 상담을 진행해 왔다. 안산 보림선원도 산재 환자와 구직 노동자 지원을 돕고 있다. 수계식 참가자도 대부분 이같은 사찰의 지원활동에 참여했던 이주 노동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찰들의 이주노동자 지원은 지난 2월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를 계기로 지관 스님이 본말사 주지연수를 다니면서 사찰마다 이주노동자 대책을 세울 것을 지시한 데 따른 것. 조계사 이주노동자지원센터며 안산 보림선원도 모두 그때 이후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조계사에는 몽골불자회와 네팔불자회가 생겼고 다음달 경기도 양주에는 스리랑카 스님이 운영을 맡는 이주노동자지원센터 부설 쉼터도 문을 열 예정이다. 화계사는 다음달 28일 산재 사망자 등 이주노동자 합동 천도재를 지낸다. 조계종 총무원과 조계사는 “그동안 불교권 국가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신행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었다.”며 “이번 행사는 종단 차원에서 각 사찰의 이주 노동자 지원 활동을 결집해 신행터와 소통공간을 마련해주는 한편 이들의 출신국 드라마 상영이나 한글교실 운영 같은 활동을 체계적으로 해나가기 위한 첫자리”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수계법회가 끝난 뒤 조계사 일원에서는 다양한 문화마당이 펼쳐진다. 극락전과 대웅전 주변에서 수계자들의 화합마당이 열리며 수계자들에 대한 무료법률 상담 및 미용 서비스도 진행된다. 조계사 백송 주변에선 한국 전통놀이 및 불교관련 용품 만들기 체험행사가 있고 대웅전앞 특설무대에서 타악공연 야단법석과 동남아전통공연 등으로 꾸며진 공연마당도 펼쳐진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문화마당] 단일민족의 신화 넘어서기/허동현 경희대 사학 교양학부장

    얼마 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사회·문화적 인식이 다양한 인종들 간의 이해와 우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한국 사회의 다(多)인종적 성격을 인정하고 이에 걸맞은 적절한 조치를 사회·문화·교육 분야에서 취하라는 권고를 한국정부에 전해왔다.“단일민족 국가인 한국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은 존재하지 않지만 단일민족이란 생각이 빚은 ‘순혈’에 대한 자부심이 ‘혼혈인’ 차별을 유발하고 있다.”는 한국정부의 보고서에 대해 “순혈과 혼혈이라는 단어가 인종적 우열주의를 퍼뜨린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우리 역사는 몇 년이지요?”라는 질문에 “반만년”이란 답이 스스럼없이 입에서 튀어나오듯이, 한국인 모두는 단군의 자손으로 단일민족이란 오랜 관념이 우리 뇌리 깊숙이 똬리를 틀고 있다. 허나 오늘 한국사회는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접어든지 이미 오래이다. 요즘 농촌지역 신혼부부 열 쌍 중 두 쌍 이상이 국제결혼으로 맺어지고, 코리안 드림을 품고 이 땅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도 50만명을 상회한다. 더 이상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른 이들은 낯선 타자가 아니라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일원이다. 신화화된 단일민족 관념과 아직 충분히 자각되지 못한 다인종 사회의 현실이 서로 부딪치고 있는 오늘 한국인의 내면 깊숙한 곳을 지배하는 것은 복제 오리엔탈리즘일 수도 있다.R와 L을 본토인처럼 발음하게 하려고 어린 아이들의 혓바닥을 절제하는 수술을 서슴지 않으며, 서구인의 생김새를 흉내내 콧날을 세우고 쌍꺼풀을 성형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우리들은 하얀 가면 너머로 세상을 보는 데 너무도 익숙하다. 이주노동자라도 피부색과 생김새에 따라 하늘과 땅 정도로 차이 나게 대우하며, 양첩과 천첩의 소생을 서자(庶子)와 얼자(孼子)로 차등을 둔 조선시대 사람들처럼 오늘의 우리도 부모의 피부색을 기준으로 혼혈인을 갈라 세운다. 그러나 우리 의식 속 깊이 깔려 있는 타자에 대한 깔봄이 인종주의에서 유발된 것만이 아님은 같은 혈통의 고려인, 조선족, 재일동포, 재미동포에 대한 서열화된 차별대우에서 알 수 있다. 그것은 분명 단일민족의 신화가 빚은 인종적 차별이 아니라 돈의 유무에 기반을 둔 물신주의의 산물임에 진배없다. 사람됨을 재는 척도를 재물의 많고 적음에 둘 수 없듯이, 인종과 문화가 다른 이들을 그들이 속한 사회나 국가의 물질적 풍요와 빈곤의 정도에 따라 내려 보고 올려 보는 것은 너무나 천박하다. 우리도 다른 선진 산업사회와 마찬가지로 3D업종 기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이주노동자들로 채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종과 문화가 섞일 수밖에 없는 세계화의 시대를 맞아 우리 시민사회의 건강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타자들에 대한 개방성과 포용성을 키워야만 한다. 하인스 워드나 타이거 우즈의 사례가 웅변하듯이 ‘잡종 강세’는 인간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빈곤과 차별에 노출된 혼혈인, 그리고 이주노동자와 그 자녀들이 교육받고 생활하고 시민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가슴을 펴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데 머리를 맞대고 손을 마주 잡아야 한다. 국가·민족·인종·계급·성차(젠더) 등 모든 사회·문화적 울타리를 넘어 우리와 지향·이해·처지가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새로운 열린 민족의식과 건강한 시민의식을 창출해내는 것이 오늘 우리 시민사회에 주어진 시대적 책무가 아닐까? 베트남에서 온 산업연수생들의 한국어 교재에서 “우리도 사람이에요. 함부로 때리면 안돼요.”라는 낯 뜨거운 표현이 사라질 날이 어서 오길 소망하며 글을 맺는다. 허동현 경희대 사학 교양학부장
  • 대안은 없나

    ‘미시오 크리스티(Missio Christi)’와 ‘미시오 데이(Missio Dei)’ 기독교에서 크게 나누는 선교의 두 형태다.‘미시오 크리스티’가 예수의 복음을 충실하게 전하는 교리적 선교라면 ‘미시오 데이’는 교리와 상관없이 하나님 사랑의 참 뜻을 나누는 선교로 구별된다. 궁극적인 예수의 복음전파를 앞세우는 ‘미시오 크리스티’에 비해 ‘미시오 데이’는 하나님 앞에 평등하게 존귀한 모든 사람을 조건없이 섬겨야 한다.´는 보편적 인류의 가치를 중시한다. 흔히 슈바이처 박사와 테레사 수녀의 봉사와 사랑은 이 ‘미시오 데이’로 여겨지며, 그래서 기독교인이면서 종교를 초월한 성자·성녀로 추앙된다. 한국 주류 개신교의 선교는 ‘미시오 크리스티’에 치우쳐 있다.‘땅끝까지 하나님 말씀을 전한다.’는 전통 보수의 구원관이 짙은 교회와 선교단체일수록 ‘미시오 크리스티’에 충실하다. 한국 개신교계에서도 종전의 교리 지상주의를 벗어나 사랑과 평화를 앞세운 봉사로 접근하는 교회와 선교단체는 늘고 있다. 이번 피랍사태를 낳은 분당샘물교회도 비난과 질시를 받긴 했지만 교계에서는 비교적 앞선 형태의 선교방식을 택한 대표적 교회로 인식되어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사역에 중점둬야 교단 가운데서도 외국의 현지 교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현지교회가 필요로 하는 선교에 치중하거나 현지 에큐메니칼 기구며 교회협의회와 협의를 통해 선교활동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사역을 위해 해당 국가의 목회자를 국내에 초청하기도 한다. 모두 현지인과의 신앙갈등을 줄여 협력체제를 지키는 공통점을 갖는다. 문제는 ‘예수의 지상명령’을 따라 대상을 가리지 않는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복음전파에 무한경쟁을 벌이는 교회의 목회자와 선교사, 교인들이다. 바로 교계에서 이번 피랍사태를 계기로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다. 지난달 27일 박종화(경동교회), 손인웅(덕수교회) 목사 등 중진 목사 7명은 “한국교회가 자기중심적이고 독선적인 선교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무엇보다 도움과 사랑의 손길을 펴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사역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선언했다. 한국 선교의 문제점을 공식적으로 시인하고 방향틀기를 제안한 것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해외선교협의회는 “선교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교리 선교를 다시 주장했다.‘선교는 예수의 지상명령이자 기독교인의 당위’임을 확인한 것으로, 개신교인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문제는 ‘어떻게 선교하느냐’이다.“하나님 복음의 절대진리를 모든 사람이 공유해야 한다.”며 ‘개인의 구원’이 아닌 ‘함께하는 구원’을 강조하는 한국 주류 개신교계의 입장에서 그 해법 찾기는 간단치 않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남의 문화와 정서를 인정하지 않는 선교는 ‘문화적 폭력’인 만큼 남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으로 본다. “신앙은 개인의 영역에서 머무는 것이기 때문에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여 강제해선 안 된다.”“하나만 아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선교가 자기 삶을 던져 헌신하는 희생을 전제로 할 때 이왕이면 사람들 간의 분노와 적개심을 해소하고 평화를 찾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포교보다 일상속 봉사실천에 관심을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초창기엔 공격적이었지만 성찰의 단계를 거쳐 토착지에서 신앙갈등을 줄여나간 북유럽 중심의 개신교나 천주교 선교에 주목한다. 정복지역에서 토착화와 피식민지인의 교화역할을 선교사가 맡았던 점이다. ‘미시오 데이’를 실천하는 ‘개척자들’이나 ‘작은예수회’같은 단체들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개척자들’은 기독교 정신에 기초하지만 포교나 교회성장 전략이 아닌 자발적 가난을 통해 고통받는 지역에 평화를 심는다는 원칙을 지켜나간다. 1937년 캐나다 출신 선교사들이 시작해 전 세계에 퍼진 천주교 ‘작은 형제회’도 소외된 이웃을 위해 분노하지 않고 종교가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삶을 일상속에서 실천해가는 단체 중 하나로 꼽힌다. 채수일 한신대 교수(선교학)는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선교를 정당화하는 근본주의 성경해석에 치우친 한국 주류 개신교의 목회자나 선교사들이 국내 교파의 교리를 그대로 이식해 해외에서 갈등이 심해졌다.”며 “타종교, 타문화의 존중과 대화야말로 오히려 신앙을 풍성하게 하고 정체성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시론] 다인종·다문화 공생사회로 가는 길/이철승 목사 전국 외국인이주·노동 운동협의회 대표

    [시론] 다인종·다문화 공생사회로 가는 길/이철승 목사 전국 외국인이주·노동 운동협의회 대표

    우리 사회가 외국인 체류 100만명 시대를 맞았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지닌 소수 민족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거리와 일터에서 타 인종을 만나는 게 일상화됐지만 우리에게 여전히 그들은 외국인이요, 이방인일 뿐이다. 반면 “미국 국적자로 살아가는 동포들과 2세들이 과연 한국인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정반대의 태도가 나타난다. 비록 국적이 달라도 피가 섞이고 생김새가 같은 동포들은 당연히 이웃이요, 한국인으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우리사회의 관념과 집단의식의 배후에는 단일민족이라는 배타적 혈통민족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급기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 사회는 다민족 사회가 된 현실을 직시하고 ‘단일민족’이라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단일민족이라는 순혈주의 전통 속에 담겨있는 인종적 우월성의 관념이 인종차별적 사회통념을 부추김으로써 다인종으로 살아가는 한국사회의 미래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최근 우리사회에선 소수인종 일부가 사회구성원으로 섞여 살아간다고 해서, 이를 빌미로 수천년의 전통과 문화유산인 혈통민족주의를 문제 삼는 건 지나친 지적이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순수 혈통민족주의를 지키려는 집단적 의지 자체가 아니라, 배타적 혈통민족주의가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다. 우리 혈통의 순수성을 자랑과 긍지로 여긴다면 마땅히 타 인종에 대한 순수성의 긍지 또한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배타적 혈통민족주의를 넘어선 ‘다인종·다문화 공존’이라는 문명사적 요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그 결과는 지독히 혹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체류 외국인들의 절반은 10여개 국가 출신의 이주노동자들이고, 이들은 3년이상 체류를 목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불법체류자’로 낙인 찍힌 22만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이다. 이는 정주화 금지라는 우리 사회의 불문법의 성역을 허물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 독일은 50여년 지켜온 혈통주의 국적법을 2000년 수정하며 이를 사회통합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부담의 교훈으로 삼았다. 최근 한 재미동포 교수로부터 이민생활 체험담을 들었다.10대에 이민 가서 중·고·대학을 거쳐 주립대 부교수에 오른 그는 한국의 이주노동자들도 미국에서 동일한 경험을 겪었다고 한다. 이민자들이 겪는 음식, 언어, 종교 등 문화적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동화되고 극복되지만 인종에 대한 정체성 갈등은 여전히 남는다고 한다. 미 사관학교 출신인 그는 각종 장학금 혜택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외국 출신 이민자에게도 시민으로서 평등한 기회와 권리를 부여하는 경험을 누리며 미국 사회에 대해 고마움을 느꼈다고 한다. 소수민족 출신으로 소외받고 살아온 경험들도 있지만, 자신이 미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주인된 입장으로 지켜 나가야겠다는 정체성을 지니게 됐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 출신은 한국인으로서의 자발적 주체의식을 형성하고 있을까? 지금의 정치·사회·문화 영역의 정책은 우리사회의 소수인종 출신자들과 2세들에게 20∼30년 후 스스로 대한민국 구성원이라는 자발적 정체성을 지니도록 열린 민족주의 정책을 배려하고 있는지 반문해 보길 바란다. 이철승 목사 전국 외국인이주·노동 운동협의회 대표
  • [씨줄날줄] 제노포비아/육철수 논설위원

    약자에 대한 강자의 공격본성과 강대국의 약소국 침략야욕은 명색이 법치와 문명시대에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고도의 이성이 인류발전을 주도한다지만, 이 시대에도 국가간 크고 작은 전쟁과 민족분쟁·인종차별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서 인간의 이성에 종종 회의를 느낀다. 결국 인간사회도 동물의 세계처럼 약육강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그렇다면 ‘만물의 영장’이나 ‘이성적 동물’란 말은 인간이 동물에 대해 갖는 한낱 우월적이고 오만한 수사에 불과한 것 아닌가. 21세기 첨단과학은 지구촌을 눈깜짝할 사이에 하나로 엮을 수 있다. 국가와 인종과 민족의 개념보다 ‘세계인’ ‘세계화’의 개념이 힘을 얻어가는 추세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자주 만나고 가까울수록 갈등과 증오는 더 커지는 탓일까. 이민족 타문화에 대한 배타성은 이런 시대에도 식을 줄 모르니 참으로 답답하다. ‘유럽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 감시센터’(EUMC)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이른바 신사의 나라인 영국에서 제노포비아(Xenophobia, 외국인혐오증) 관련 범죄가 5만여건 일어났단다. 경제대국 3∼4위를 다투는 독일에서는 1만 2000건이 발생했다. 미국에서 일어난 증오범죄의 절반이 인종갈등에 기인한다는 통계도 있다. 겉으로 점잖고 선진국입네 하는 나라에서조차 비인간적인 범죄가 횡행하니 이민족 타문화에 대한 이해나 배려는 여전히 말만 요란할 뿐이다. 최근 러시아·독일 등에서 스킨헤드(Skin head)와 극우민족주의자들의 준동이 또 심상치 않다고 한다. 외국인에 대한 소규모 폭력에서 이제는 조직폭력의 양상을 띤다고 한다. 그래서 이 기회에 이들과 연계된 극우정당을 불법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단다. 하지만 남의 나라를 험담하기에 앞서 국내로 눈을 돌려 보자. 우리나라에도 이젠 연간 외국인 관광객 600만명, 상주 외국인 100만명 시대가 열렸다. 이 중에 이주노동자가 40만명, 불법체류자가 22만명에 이른다. 문제는 우리 역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유린이나 제노포비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때리는 사장님이 무섭다.”는 그들의 절규에 늦었지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이젠 더 희생되면 안돼”

    “이젠 더 희생되면 안돼”

    인도 시인 안와르 알리(42)가 아프가니스탄 피랍 한국인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글을 서울신문에 보내왔다. 시론집 ‘물의 평안’과 시집 ‘우기’ 등을 출간한 시인은 말라얄람어와 영어로 작품 활동을 하는 인도 케랄라주의 대표 작가다.‘아시아문화네트워크’,‘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 ‘인도를 생각하는 예술인 모임’ 등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은 지난 수년간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제3세계의 인권과 평화를 위한 연대활동을 펼쳐왔다. 피랍자 무사귀환을 호소하는 제3세계 작가의 글이 한국 언론에 실릴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와르 알리는 현재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학번역원이 진행하는 ‘문화동반자사업’(2007년 6월1일∼11월30일)에 참여, 국내에 머무르며 한국 문학과 문화를 배우고 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세상의 모든 오사마들 2004년 1월 먼지 가득한 오후, 나는 인도 케랄라주 트리반드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영화 한 편을 보고 있었다. 케랄라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세디그 바르막 감독의 영화 ‘오사마’(탈레반 정권 후 아프가니스탄에서 만들어진 첫 번째 영화)였다. 넘쳐나는 관객 한가운데서 난 85분 동안 서서 영화를 봤고, 영화가 끝났을 때 내 마음은 피 끓는 눈물로 요동쳤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오사마’는 부시나 빈 라덴과는 아무 상관없는 영화다. 탈레반의 냉혈정치로 남성의 보호 없이는 집 밖으로 나갈 수도, 직업을 가질 수도 없는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그리고 있다. 전쟁으로 남자 가족을 모두 잃자 사춘기도 지나지 않은 소녀와, 어머니, 할머니 세 사람은 동굴 같은 집에 웅크리고 앉아 밥을 굶어야 했다. 할머니가 고심 끝에 생각해낸 방법은 손녀의 머리를 잘라 남장을 시키는 것이었다. 그렇게 소녀는 오사마란 이름으로 일거리를 찾아 나서지만, 소녀는 곧 직장을 잃고 탈레반 전사를 양성하는 학교로 보내진다. 남자 행세를 위해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결국 여자임이 밝혀진 소녀는 젊은 여성들을 죄수처럼 집에 가둬두는 늙은 물라(무슬림 사제)의 여럿 아내 중 한 명이 되는 벌을 받는다. 영화 ‘오사마’는 잔혹하다. 그 잔혹함은 ‘침략자 미국’의 이미지만으론 설명되지 않는다. 영화 상영 후 어두운 마을 골목길로 도망치듯 걸어갈 때, 소녀와 어두운 집에 갇힌 어머니, 할머니의 탄식이 인간애가 죽어 묻힌 창백한 무덤길을 따라 나를 쫓아왔다. 며칠 동안 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 고향 케랄라는 수천 종의 생물로 가득한 열대지역이다. 수많은 카스트와 종교가 존재하는 저개발 지역이고, 우리 중 다수는 미국과 유럽, 걸프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우리 공동체는 카스트 내, 종교 내 결혼을 반대하기에는 너무 보수적이다. 다른 문화와 이데올로기를 수용하는 데 열려 있으면서도, 때로 우리 자신의 모순에는 위선적인 태도를 보인다. 난 종교를 믿지 않고, 개인적으론 더 이상 무슬림도 아니다. 하지만 난 이슬람의 위대한 정신과 우리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이 보여준 자비로운 이슬람식 삶을 존중한다. 힌두교 및 기독교 이웃들의 삶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인 피랍자들 속 오사마 일년 전 아프가니스탄 거리에서 마니야판 쿠티라는 한 이주노동자가 살해 되는 일이 있었다. 탈레반은 그의 머리를 잘랐고 시체를 고속도로 옆에 던졌다. 최하층 카스트 출신이었던 그는 가난한 가족을 돌보기 위해 외국에서 건설노동자로 일해야 했다. 그의 운명은 어린 오사마와 다를 게 없었다. 지금 난 마이야판과 오사마와 그들의 가족이 한국인의 모습을 하고 내 눈앞에 서 있음을 본다. 내가 인질 상태에서 풀려난 두 명의 한국 여성을 텔레비전에서 봤을 때, 그들의 눈물과 흐느낌을 보고 들었을 때, 난 그들 속에서 오사마와 그녀의 어머니를 봤다. 풀려나지 못한 다른 한국인들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한다. 내 이슬람 어머니들과 할머니들을 대신해 그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한다. 또한 종교적·경제적 판타지에 갇혀 있는 모든 사람들의 해방을 위해 기도한다. 한 명의 시인으로서가 아니라 세계의 모든 절망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쓴다. 한 망명객이 고국에서 그를 찾아온 손님에게 물었다.“내 낙타 주라이크는 잘 있습니까?” “죽었소.” “죽었다고요?” “당신 아내에게 너무 많은 물을 나르느라고요.” “내 아내가 죽었어요?” “네, 그래요.” “어쩌다가요?” “당신 아들을 위해 너무 많이 울었으니까요.” “내 아들도 죽었어요?” “그렇습니다.” “왜요?” “집의 지붕이 무너져 아들을 덮쳤어요.” 정말이지, 이젠 그만 죽어야 한다.
  • [여수참사 6개월 끝나지 않은 악몽] (하) 이주노동자 정책 대안 없나

    “노동자도 서열이 있다. 정규직·비정규직·여성·장애인·외국인 순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단속과 자진 출국, 고용허가제로 요약되는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이같이 함축했다. 비정규직 문제로 갈팡질팡하는 정부가 이주노동자 문제를 어떻게 직시하고 있는지를 반문하는 말이기도 하다. 재한(在韓)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앞둔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97만 4176명, 이 가운데 불법체류자는 22만여명(22.6%)이다.2002년의 30만 8000여명(49%)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21만 1000여명(23.3%)에 비해서는 약간 늘었다. 정부는 신규 입국자 증가와 산업연수생의 작업장 이탈 등을 그 이유로 든다. 이는 단속위주 정책과 고용허가제 같은 노동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것과 맥을 같이한다. 현행 이주노동자 관련 정책은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은 외국인력정책위원회가 주관하며 노동부와 법무부 등 관련 부처가 참여하고 있다. 큰 축은 노동부가 2004년 8월 내놓은 고용허가제와 법무부가 올 6월 개정한 출입국관리법이다. 고용허가제는 10여개 상호양해각서(MOU) 체결국의 노동자에게 3년간 합법적으로 국내에서 노동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3년 뒤 업주가 계속 원하면 1개월 뒤, 그외는 6개월 뒤에 재입국이 가능하다. 하지만 임금이 70만원대로 너무 적은 데다 한 사업장에서 일하면 일정기간 다른 곳으로 갈 수 없게 돼 있어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5월 말 기준으로 고용허가제로 취업한 이주노동자가 16만 2193명이며 사업장 이탈자는 3515명”이라고 밝혔다. 연말까지 2700여명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이탈자는 더 늘어난다. 이철승 이주노동·운동협의회 공동대표는 “노동부와 법무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전원 합법화가 어렵다면 합리적 양성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보진영에서도 이주노동자 문제의 해법은 엇갈린다. 민주노동당과 이주노동자노조 등은 전원 합법화를 위한 ‘노동허가제’를 주장하는 반면 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은 ‘고용허가제의 합리적 개선’을 제시한다. 민노당 홍은표 정책위원은 “고용주의 도산, 체불, 폭행 등이 아니면 사업장을 옮길 수 없는 고용허가제는 노동권을 침해한다. 정부의 취업비자 합리화 등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철승 대표는 “노동허가제는 자칫 저임금 이주노동자와 국내 노동자의 무한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앞서 14만명이 혜택을 본 중국적 동포에 대한 자진출국 프로그램을 확대실시하는 등 자연스런 합법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고용특례제도의 변화 ▲임금 현실화 등 합법체류자에 대한 인센티브의 강화 ▲노동자 교체순환제도 촉진을 위한 재입국 허가기간 단축 등을 주장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한국 민족주의 과잉 왜?”

    “한국 민족주의 과잉 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이 ‘단일 민족국가’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고 18일 권고했다. 단일민족 논리의 ‘사실 왜곡’이 이주노동자와 이주결혼 여성 등에 대한 인권침해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혀 사실이 아님에도 ‘순수혈통’ 신화는 어떻게 의심받지 않는 ‘역사적 진실’로 창조될 수 있었을까? 영화 ‘디 워’의 완성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왜 네티즌들로부터 집단 이지메를 당하고 있을까?일본 지하철 승객을 구하고 숨진 이수현씨는 왜 개인이 아닌 국가적 의인이 됐고, 평소 천대받던 기지촌 여성은 미군에게 살해되는 순간 왜 ‘순결한 민족의 누이’로 탈바꿈될까?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을 접한 한국 국민은 왜 국민적 죄의식에 사로잡혔을까? 이들 질문의 저변에 깔린 ‘집단적 흥분’의 요체는 바로 민족주의다. 최근 출간된 ‘제국 그 사이의 한국’(휴머니스트 펴냄)은 1895(청일전쟁)∼1919년(3·1운동) 사이 한국 민족주의의 기원을 풍부한 실증자료를 바탕으로 세밀하게 파헤쳤다.“민족주의는 위기를 먹고 자란다.” 저자 앙드레 슈미드(캐나다 토론토대 동아시아 연구분과 교수)는 민족주의 ‘발명’의 핵심 메커니즘을 한마디 선언적 명제로 정의한다.‘대한제국’이란 국명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민족’ 개념이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사회 담론의 최전선에 배치될 수 있었던 까닭은 국난극복이란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 때문이었다. 당시 민족 개념 형성과 확산의 첨병은 신문이었다.‘대한매일신보’와 ‘황성신문’ 등 민족지가 선두에 섰고, 신채호와 장지연은 당대의 스타이자 ‘펜을 든 무사’였다. 당시는 최초의 미디어전쟁 시기이기도 했다. 일본은 식민지 한국에 걸맞은 이미지 창조가 시급했고, 한국 민족주의자들에겐 국권침탈에 맞설 단결된 민족 이미지가 필요했다. 각자 ‘의도된 편집’을 십분 활용했다. 슈미드는 “다양한 섹션을 한 지면에 묶어내는 신문의 지면 구성은 단번에 다양한 화제들을 조사할 수 있게 해주었다.”면서 “이러한 화제들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일지라도 민족적 관점에서 그 취지를 천명하기 위해 편집부가 분명하게 또는 암묵적으로 짜깁기한 것들이었다.”고 적었다. 슈미드는 저항담론으로서 민족주의의 시대적 당위를 긍정하면서도, 민족주의가 수반하는 경직성 또한 놓치지 않는다. 민족지 편집자들은 의병의 애국심에 연민의 태도를 보이면서도 의병의 폭력저항이 자신들이 의도하는 문명화전략과 충돌한다고 비난했다. 한국 민족주의 운동의 은폐된 갈등이다. 슈미드는 민족지 편집자들의 문명개화 전략이 일제의 식민주의 전략과 묘하게 공명했다는 ‘논쟁적 지적’도 피해가지 않는다. 그는 “두 집단 모두 문명개화를 중심으로 정치적 계획을 수립했기에, 편집자들은 1905년 이후 자신들이 그렇게 열심히 전달하려는 지식이 사실상 한반도의 식민지화를 부추길지도 모른다는 딜레마에 부딪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옮긴이인 문학평론가 정여울씨는 “수치와 분노로 가득찬 ‘원한의 민족주의’를 벗어날 수 있을 때,100년 전 저마다 애끓는 동상이몽으로 민족을 사유했던 옛사람들의 꿈은 새로운 역사적 상상력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여수참사 6개월 끝나지 않은 악몽] (중) 단속 공포에 떠는 마석 1500 이주노동자

    후텁지근한 폭염이 계속된 지난 16일 낮 경기 남양주시 마석 생성공단의 수은주는 정점에 달했다. 나환자촌에서 이름난 가구단지로 탈바꿈한 이곳은 요즘 ‘폭풍전야’와 같은 정적만이 감돌고 있다.400여개 중소업체,1500여명의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이방인의 메카’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외국인 노동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방글라데시인 A(35)씨는 “한국 정부가 이달초부터 불법체류자 집중단속 방침을 밝힌 뒤 절반가량이 숨어 지낸다.”면서 “대부분 고용허가제 도입 직전 실시된 2003년의 집중단속 악몽을 떠올린다.”고 전했다. 이곳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가구단지 노동자 중 70∼80%를 불법체류자로 보고 있다. ●70~80%가 불법체류자 정부의 이주노동자 불법체류에 대한 원칙은 ‘무관용’이다. 지난 6월1일 출입국관리법령이 개정됐고 두 달간 계도기간을 거쳐 1일부터 법무부, 경찰청, 노동부 등이 합동 단속반을 운영하고 있다. 단속 대상도 노동자에서 사업주로 확대됐다. 불법고용 사업주에 대한 범칙금이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높아졌고, 고용외국인 수에 따라 수천만원까지 중복 부과도 가능하다. 영세점포 사장인 B씨는 “휴가철 출입국관리소 업무가 폭증해 아직 단속이 심하지 않은 편이다. 우리공장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를 잠시 쉬게 한 뒤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들은 숙련도와 적응성, 한국어 구사능력이 뛰어나다. 국내 노동자는 이곳에서 두 달 이상 버티지 못하더라.”고 전했다. 덕분에 대부분 업체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사업주연합회는 ‘정부가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연판장을 돌리고 있다. 성공회 남양주교회 이영 신부는 “불법 이주노동자는 허술한 정부정책의 희생양인데 단속위주 정책을 고집하는 건 불합리하다.”면서 “이미 폐지된 산업연수생제 외에 시행 3년째인 고용허가제도 노동자의 이동권을 철저히 제한한 노예제”라고 주장했다. 이 신부는 최근 지역 출입국관리소측과 ‘일터나 숙소까지 들이닥쳐 잡아가지는 않겠다.’는 구두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짐을 꾸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방글라데시인 샤니(26)는 “출국 티켓을 끊었다. 단기 관광비자로 들어왔지만 이곳 모습을 보니 답답했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단속보다 제도개선을” 12년째 체류 중인 방글라데시인 이라니(32)는 “2003년 단속반이 문을 부수고 들어와 친구를 몽둥이로 때린 뒤 잡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돈 벌 시간이 없었다.”면서 “5000만원을 모아 10명의 부양가족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995년 입국했지만 매달 40만∼50만원을 받아 겨우 생계를 유지했고, 경기가 회복된 2002년까지는 외환위기의 여파로 야근수당도 챙기지 못했다. 그나마 이곳 체류자들은 노동·주거환경이 개선된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이라니는 “폭행·폭언이 거의 사라지고 임금도 100만∼150만원선으로 크게 올랐다.”면서 “이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하려면 브로커에게 뒷돈(1000만∼1200만원)을 줘 매달 60만∼70만원가량의 월급으로는 손해보기 일쑤였다. 불법체류가 잘못인 줄 알면서도 도망쳐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4월에 내놓은 5년 이상 체류 이주노동자에 대한 영주권 부여 계획도 전문 직종에만 해당돼 이곳 노동자들은 혜택을 보지 못한다.”면서 “단속이 아닌 제도적 개선을 부탁드린다.”고 하소연했다. 남양주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유엔 “한국 단일민족 이미지 극복해야”

    “한국은 다민족적 성격을 인정하고 단일민족 국가라는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위원장 레지 드 구테)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7개항의 결과 보고서를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위원회는 “한국에 사는 다른 민족이나 국가 출신자들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위한 인권 프로그램과 그들의 역사, 문화와 관련된 정보를 초·중등학교 교과목에 포함시킬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위원회는 “민족 단일성에 대한 강조와 순수혈통이나 혼혈 같은 단어 속에 담겨있는 민족적 우월성이 한국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는 점에 유의한다.”고 덧붙였다. 또 인종차별의 정의를 조약의 관련 규정에 걸맞게 헌법이나 법률에 포함시킬 것을 주문하고, 이주노동자와 혼혈아 등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관련법을 제정할 것을 권고했다. 더불어 “인종적인 동기에서 저질러진 형사 범죄를 처벌하는 특별한 법적 조치들을 도입해야 한다.”며 한국정부가 추진중인 ‘차별금지법’의 빠른 제정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경찰관, 변호사, 검사, 판사 등 형사, 사법 관계 공무원들에게 인종차별 관련 특별교육을 시킬 것도 요구했다. 위원회는 외국인 여성 배우자 문제와 관련,“그들의 남편이나 국제결혼 중개기관에 의한 잠재적 학대로부터 적절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별거나 이혼시 그들의 법적 거주 지위 보장, 국제결혼 중개기관 활동 규제, 한국 사회로의 통합 촉진을 위한 적절한 조치의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이들은 연장 불가능한 3년짜리 고용계약만을 허가받고 전업에 대해 심각하게 제한받으며, 장시간 근로에 저임금, 위험한 작업 조건 등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최종찬기자 연합뉴스 siinjc@seoul.co.kr
  • 유엔 “한국 ‘단일 민족국가’ 이미지 극복해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위원장 레지 드 구테)는 한국 사회의 다민족적 성격을 인정하고, 한국이 실제와는 다른 ‘단일 민족 국가’라는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교육, 문화, 정보 등의 분야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특히 한국내에 사는 모든 인종․민족․국가 그룹들 간의 이해와 관용, 우의 증진을 위한 인권 인식 프로그램 뿐 아니라 서로 다른 민족.국가 그룹들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정보들을 초.중등 학교의 교과목에 포함시킬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하고 나섰다. 위원회는 인종차별철폐조약(이하 조약)과 관련해 지난 해 우리 정부가 제출한 통합 이행보고서를 놓고 9~10일 이틀간 제네바에서 심사를 진행한 뒤,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7개항의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위원회측이 18일 전했다.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당사국(한국)이 민족 단일성을 강조하는 것은 그 영토내에 사는 서로 다른 민족․국가 그룹들 간의 이해와 관용, 우의 증진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뒤, ‘순수혈통’과 ‘혼혈’과 같은 용어와 그에 담겨 있을 수 있는 인종적 우월성의 관념이 “한국 사회에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는 데 유의한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또 인종 차별의 정의를 조약의 관련 규정에 맞게 헌법이나 법률에 포함시킬 것을 권고하고, 이주노동자와 혼혈아 등 외국인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 및 제거하는 한편 다른 민족이나 국가 출신자들이 조약에 명시된 권리들을 동등하고 효과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관련법 제정을 포함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위원회는 “조약 관련 규정에 따라 인종적인 동기에서 저질러진 형사 범죄를 금지.처벌하는 특별한 법적 조치들을 도입할 것을 권고한다”면서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차별금지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위원회는 “인종 차별 행위들을 처벌하는데 활용 가능한 현 형법 조항들이 한국의 법정에서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것에 우려를 갖고 주목한다”고 말하고, 한국내에서 인종 차별 관련 진정이 없는 배경과 관련해 ▲관련 법제의 미비 ▲법적 구제 가능성에 대한 인식 부족 ▲기소 당국의 의지 부족 등이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이를 위해 경찰관, 변호사, 검사, 판사를 포함해 형사 사법 체제내에서 일하는 관계 공무원들에 대한 특별 교육을 제공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조약의 각종 권리를 향유하는 데서 한국 국민과 비(非)국민 간의 동등성 보장을 위한 모든 법적.제도적 조치와 더불어, 난민 지위 결정 프로세스의 공정하고 신속한 진행, 난민 신청자 및 인도적 체류허가자에 대한 취업 허용, 그리고 난민의 한국 사회 통합 촉진을 위한 포괄적 조치 도입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외국인 여성 배우자 문제와 관련, 위원회는 “그들의 남편 또는 국제 결혼 중개기관에 의한 잠재적 학대로부터 적절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별거.이혼시 그들의 법적 거주 지위 보장 ▲국제 결혼 중개기관 활동 규제 ▲한국 사회로의 통합 촉진을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의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서는 외국인 여성 배우자에게 과도한 요금을 요구하거나, 장래의 한국 남편에 대한 핵심적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신분증과 여행문서 들을 압수하는 등 학대를 비롯한 일부 국제 결혼 중개기관들의 문제점이 거론됐다.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 위원회는 “이주노동자들은 갱신 불가능한 3년 짜리 고용계약만을 허가받고 전업에 대한 심각한 제한에 직면해 있을 뿐만 아니라 장시간 근로에 저임금, 불안전하고 위험한 작업 조건 등과 같은 작업장 내에서의 차별적 대우 및 학대를 겪고 있다”고 지적하고 고용 계약 연장 등을 포함한 효과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한편 위원회는 보고서 서문에서 ▲올 5월 채택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과 재한외국인 처우기본법 ▲작년 6월의 외국 이주노동자 통역지원 센터 설립 ▲2004년 3월 채택한 성매매 알선 등 행위 처벌법 ▲작년 5월 채택한 다문화 가정 자녀 교육지원 대책 등을 포함해 그 간의 한국 정부의 노력을 환영하고 심사 과정에서의 적극적 협조를 높이 평가했다. 제네바=연합뉴스@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수자원공사 ‘팔당호사랑회’ 사랑의 지역봉사 3년

    수자원공사 ‘팔당호사랑회’ 사랑의 지역봉사 3년

    한국수자원공사 팔당권관리단 직원들이 결성한 봉사모임 ‘팔당호사랑회’(회장 이태호 관리단장)가 3년째 독거노인 돌보기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16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팔당권관리단 본부와 가압장·정수장 등 11개 지역사무소 직원 140여명은 지난 2004년 7월 ‘팔당호사랑회’를 만들어 매달 1만원씩의 성금을 모아 인근 하남·남양주·의정부·김포시 등의 독거노인들을 돕고 있다. 지난 14∼15일엔 1000여만원을 들여 포천시 신북면 계류1리 홍영자(71) 할머니의 낡은 슬래브주택 수리와 함께 수도와 보일러를 설치하고 냉장고·싱크대를 선물했다. 계류1리 마을 간이상수도 수질을 검사하고 수도시설도 점검했다. 회원들은 그동안 관리단 본부가 있는 하남시 배알미동의 독거노인 보호시설 ‘영락요양원’과 남양주시 ‘안나의 집’ 등에 수자원공사가 생산한 수돗물을 식수로 제공해왔다. 명절엔 독거노인들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목욕과 청소봉사는 물론 팔당호에서 건져낸 폐목을 말려 땔감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하남시 외국인 노동자의 집과 남양주 이주노동자센터의 외국인 자녀들을 모아 소양강댐과 정수장 등을 돌아보는 물체험교육 ‘워터 투어’도 실시했다. 매년 봄·가을엔 전기설비 안전점검과 보수, 농기계·가전제품 무료수리 봉사도 펴고 있다. 팔당권관리단 윤석영 경영차장은 “지역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활동을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천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박채란 동화 ‘까매서 안 더워?’

    “너 때문이 아니야. 진짜 나쁜 건 모든 게 네 탓이라고 믿게 하는 사람들이야.” 성완이는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의 ‘국경없는 마을’에 산다. 하굣길에 같은 몽골인인 찌루를 만난 성완이는 몽골말로 수다를 떨 생각에 입이 벌어진다. 노는 데 정신이 팔린 두 아이를 낯선 남자들이 유심히 지켜본다. 그들은 때마침 집으로 들어가던 성완이네 엄마에게 신분증을 요구한다. 엄마는 죽을 힘을 다해 뛴다. 길가에는 ‘불법체류자 집중단속기간’이라고 쓰인 현수막만 펄럭인다. 성완이는 모든 게 자기 때문이라며 입을 닫고 만다. 아이들의 등하굣길을 미행해 불법 체류자를 단속하는 모습은 이주노동자 아이들에게 지워진 삶의 단면이다. ‘까매서 안 더워?’(박채란 글, 이상권 그림, 파란자전거 펴냄)는 생김새가 다른 친구와의 차이를 품어안으며 커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아이들 속에 자리잡은 편견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읽는 사람 스스로의 ‘인권 점수’를 매길 수 있게 한다. 검은 손 안에 하얀 만물수첩을 들고 다니며 너스레를 떠는 동규는 “넌 까매서 안 덥잖아.”라는 친구의 날선 말에도 화 대신 웃음을 보인다. 미국에서 살다온 민영은 누구보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상처를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티나가 따돌림을 당할 때도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자신이 미워지곤 한다. 1년간 곳곳에 있는 외국인 마을을 드나들며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작가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시각도 바뀌고 정책도 만들어졌지만 마음의 장벽은 그대로이고, 그건 누구보다도 작가 자신의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토로한다. 8500원.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Seoul Law]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Seoul Law]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놀랍게도 ‘업계 최저 연봉’임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변호사들이 있다. 바로 공익변호사 그룹인 ‘공감’의 변호사들이다. 공감의 시작은 2003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료를 앞둔 한 사법연수원생이 무작정 아름다운 재단의 이사장인 박원순 변호사를 찾아가 공익 전담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이듬해 1월 아름다운 재단의 공익변호사 기금을 재정기반으로 한 공감이 탄생했다. 박 변호사를 찾아간 연수원생인 염형국(34·사시 43회) 변호사와 동기인 소라미(33·여), 정정훈(37), 김영수(38) 변호사가 발족멤버로 동참했다. 같은 해 황필규(39·사시 44회) 변호사가 뜻을 같이 했고, 올해는 검사 출신의 장서연(29·여·사시 45회) 변호사가 합류했다. 공감에서 활동중인 변호사 6명에다 상근간사 2명을 포함하면 공감의 식구는 8명이다. 공감의 업무는 공익소송, 입법운동, 법률교육 등으로 이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한 해에 70∼80건을 차지하는 공익소송이다. 중국인 민주화 운동가의 가족에 대한 최초의 난민 인정 판결, 장애아동의 여행자보험 가입 거절이 부당하다는 판결도 ‘공감’의 작품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설립 인정도 공감이 이끌어냈다. 비영리법인을 내세운 공감에 가장 큰 현실적 과제는 기부금 모금이다. 지난해 기금 수입 5억 3400여만원 가운데 3억 5600여만원은 기업과 로펌에서 나왔다. 개인 기부금은 1억 3800여만원에 그쳤다. 전영주 간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도 ‘가난한 변호사’는 상상하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 기부자는 4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충정과는 지난해부터 공익소송 일부를 대리하는 계약을 맺었고, 최근에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업무제휴 협약을 맺었다. 염형국 변호사는 “최근에는 로펌에 대한 사회적 책임 요구가 높아지면서 변호사 업계의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황석영 새소설 ‘바리데기’ 출간

    황석영 새소설 ‘바리데기’ 출간

    뿌리 뽑힌 자의 허망함은 뿌리 뽑힌 자가 가장 잘 안다. 굶주린 자의 허기는 굶주려 쓰러져 본 자가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자의 슬픔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가슴 속까지 쩍쩍 갈라터진 자가 가장 잘 안다.‘바리’는 그런 여자다. 뿌리 뽑혀 북한 청진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영국으로 부초처럼 떠밀려 다녔다. 한 끼 밥 걱정 없이 하루를 살지 못했고, 부모는 생사조차 모르며, 동생 현이는 얼어 죽었고, 할머니도 딸 홀리야 순이도 떠나보내기만 했다. 소설가 황석영(64)은 새 소설 ‘바리데기’(창비 펴냄)의 주인공 바리를 그렇게 창조했다. 누구보다 아팠고 누구보다 억울했기에 누구든 공감하고 어떤 이의 억울함도 풀어줄 수 있는 사람. 황석영은 ‘만신 바리’를 만들기 위해 어린 바리에게 세상의 모든 고통을 안겼다. ●문장은 인테리어 불과… 구성이 중요 작가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소설 구성이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석영은 “요즘 문장 문장 하지만 문장은 인테리어일 뿐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 곧 자기형식”이라고 강조했다. 작가의 펜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든다. 환상이되 현실이고, 설화이자 실화며, 은유이되 직설이다. 소설은 바리데기 설화를 원용했다. 설화 속 바리데기는 무당의 원형이다. 오귀대왕의 일곱째 공주로 태어나 버려진 바리데기는 서천 생명수를 구해와 병들어 죽은 부모를 살린다. 소설 속 바리도 일곱째 딸이고, 버려졌다. 바리가 넋을 띄워 만나는 모든 헛것들은 황망하고 쓸쓸한 것들뿐이고, 우는 사람들뿐이다. 황석영의 손끝을 거친 후 바리는 ‘가장 고난 받는 자’와 ‘가장 고난 받는 자의 치유자’로 재해석됐다. ●90년 이후 세계사 소용돌이에 휩쓸려 ‘이동과 조화’. 작가가 집약해 표현한 작품주제다. 바리의 인생역정엔 영국과 프랑스에서 생활하며 세계화의 격랑을 관찰한 작가의 고민이 배어 있다. 바리는 90년 이후 세계사의 모든 소용돌이에 휩쓸린다. 이동을 강제하는 소용돌이의 핵으로 작가는 신자유주의를 지목한다. 바리는 중국으로, 식민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심장 런던으로 떠밀려가고,‘뱀단’(밀항자) 브로커에 걸려 인신매매 당한다. 이주노동자 단속에 하루하루 떨고,9·11 사태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발발 후엔 파키스탄인 남편 알리까지 쿠바 관타나모 감옥에 갇힌다. 이동이되 ‘유목’이 아닌 ‘유랑’이다.‘주체적 노마드’가 아닌 ‘주체가 원치 않는 유랑’이다.‘공존의 조화’가 아닌 ‘온갖 상처로 얼룩진 섞여듦’이다. ●올해 10월 파리서 귀국 “누구에게나 평범한 보통 여자아이로 보여지길 진심으로 원했던” 바리, 남을 위로하기 전에 “슬퍼 살 수가 없어.”라며 자신부터 위로받기 원했던 10대 소녀 바리. 바리에게 ‘잔인한 고통’을 안기면서 황석영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불바다→피바다→무쇠성→서천으로 이어진 여정 끝에 바리 입에서 ‘공수’가 터지는 과정에 꾹꾹 집약돼 있다. 굶어 죽고 병들어 죽고 맞아 죽고 애달아 죽은 세상의 넋들과 팔 떨어지고 목 떨어지고 붕대 매고 의족 짚은 사람들이 묻는다.“우리가 받는 고통은 무엇 때문인가.” “어째서 악한 것이 세상에서 승리하는가”…. 바리가 답한다.“사람들 욕망 때문이래.” “전쟁에서 승리한 자는 아무도 없대, 이승의 정의란 늘 반쪽이래….” “남북 분단과 정치적 문제에서 이제야 한 걸음 벗어난 것 같다.”는 작가는 오는 10월 4년간의 외국생활을 끝내고 파리에서 귀국한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佛 ‘방리유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2005년 10월27일. 프랑스 파리의 방리유(banlieue, 도시외곽지역) 클리시부아에서 아프리카 이민자 2세 소년 두 명이 경찰의 불심검문을 피하다가 감전사했다. 이들은 경찰의 추격을 피해 송전소의 담을 넘다가 변압기에 떨어져 사고를 당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프랑스 언론들은 일제히 “주변에 일어난 절도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이들을 용의자로 보고 검문하려 했을 뿐 추격전은 없었다.”는 경찰쪽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주변 지역에서 절도사건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분노한 방리유의 청년들은 이내 차량과 건물에 불을 지르는 등 일어섰고, 이는 이른바 ‘프랑스 방리유 소요사태’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에 전파를 탔다. ‘공존의 기술:방리유, 프랑스 공화주의의 이면’(이기라·양창렬 등 지음, 그린비 펴냄)은 이 방리유 사건의 의미와 원인, 파장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진단한 책이다. 현재 프랑스에 체류 중인 필자들은 프랑스 내 또다른 이방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들은 자신들이 체험하고 목격한 프랑스라는 나라의 본색을 보다 실감나게 전한다. 이들의 통찰은 비단 방리유 사건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 주변인, 소수자, 이방인에 대한 안목까지 넓혀준다. 책은 먼저 1990년대 이래 뚜렷한 적이 사라진 상태에서 프랑스가 사회 통제를 위해 강화하기 시작한 ‘치안논리’에 주목한다. 필자인 이기라씨는 “최근 20여 년 동안의 치안논리와 그에 기반한 낙인과 처벌의 정치가 소외지역 청년들의 절망과 증오를 누적시켰다.”면서 “치안담론은 주권을 재정당화하고 권력강화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통치기술로 사용돼 왔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필자인 양창렬씨는 ‘시테의 야만인’이란 장에서 1889년 파리 지방 선거의 한 후보자가 사용한 뒤 널리 퍼지게 된 ‘방리유자르’라는 호칭에 주목한다. 방리유 주민을 일컫는 이 용어는 16세기부터 도시민들이 방리유 주민들에 대해 가져온 ‘무례’‘야만적임’ 이라는 이미지가 여전히 통념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씨는 “방리유자르는 프랑스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어 있지만, 프랑스 정부에서는 그들이 아직 동화되지 않았다며 끊임없이 유예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무엇보다 ‘자유·평등·박애’라는 혁명정신과 ‘톨레랑스’라는 보편적 가치의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의 그늘을 조명함으로써 방리유 소요가 단지 일회적 사건이나 예외적 사태가 아님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2007년 3월27일 파리 북역에서 무임승차한 청년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요나 니콜라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전국적으로 벌어진 시위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방리유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은 방리유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세계 어디에나 이같은 가능성이 잠재해있다고 알려준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대대적인 불법체류 단속 이후 외국인 노동자 수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차가운 거리에서 얼어 죽었다. 또한 이주노동자정책은 아직도 근본적인 개선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방리유와 화해하고 공존하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한 걸까.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열린세상] 고용허가제는 현대판 노예제인가/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

    [열린세상] 고용허가제는 현대판 노예제인가/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

    오는 8월17일이면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지 만 3년이 된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산업연수생’으로 위장하여 채용해 온 산업연수제를 대체한 제도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노동법상 ‘근로자’ 신분을 부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국제이주 전공 학자들과,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등 국제기구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고용허가제를 ‘전지구적 인권규범’을 준수하는 선진적 제도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를 어느 정도 제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개발국가들의 논리를 탈피하여,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보편적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국내 일부 사회단체에서는 고용허가제를 ‘현대판 노예제’라고 폄하하고 있다.3년을 단위로 한 생산기능직 이주노동자의 교체순환, 사업장 이동 제한 등으로 인해 실질적 노동권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사회단체들의 주장이다. 사회단체들은 또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을 ‘인간 사냥’이라고 비난하며,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불법체류자 사면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노동기구(ILO) 등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국제기구에서는 ‘이주노동자 교체순환 원칙’에 대해서 시비를 걸지 않는다.‘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제한’은 한국인 노동자의 일자리 잠식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조항으로, 그 요건과 절차가 분명히 정해져 있다. 다시 말해, 이주노동자에 대해 가해지는 일정 정도의 제약은 ‘국내 노동시장 보호’와 ‘외국인노동자 인권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방책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인정하고 있다. 정부가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외국인들을 단속하여 강제 퇴거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정당한 권리 행사이지,‘인권 침해’가 아닌 것이다. 출입국관리법에 정해진 절차의 준수 여부를 문제 삼을 수 있겠지만, 불법체류자 단속 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얘기다. 흔히 불법체류자로 불리는 ‘외국인 미등록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에서 이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이익단체로서의 속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프리먼과 제임스 메도프가 ‘노동조합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What Do Unions Do?)’에서 명쾌하게 밝힌 것처럼, 노동조합은 자기 조직원의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조직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과 사회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 불안정한 체류자격을 가진 미등록노동자들이 ‘사면’을 절실히 바라고 있으므로,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이 그러한 발언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국내 몇몇 사회단체에서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미국 정치학자 게리 프리먼의 ‘고객 정치’ 개념을 대입하면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 상담소의 경우 그곳을 찾는 주요 고객이 미등록 노동자들이므로, 그 단체들은 미등록 노동자의 이익을 반영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개념을 활용하면, 국내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불법체류자 사면’을 몇 년째 반복하여 외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이익집단이 이해관계를 위하여 다른 견해를 비판하며 자신의 주장을 하는 행위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근거 없는 억지 주장을 방치해서도 안된다. 과연 고용허가제가 현대판 노예제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 비난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회를 막론하고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이는 나라들 모두의 몫일 것이다. 시민사회의 냉철한 판단이 절실하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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