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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랍S다이어리] 해외노동자 몰아내는 사우디’그때’ 중동 갔다면?

    [아랍S다이어리] 해외노동자 몰아내는 사우디’그때’ 중동 갔다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우디제이션(saudization)’으로 인해 속수무책 일자리를 반납하고 있다. 사우디제이션은 청년실업률을 해소하려 사우디아라비아가 시행하는 자국민 고용할당제로 현지에 진출한 외국기업은 사우디 청년구직자를 특정 비율 수용해야만 한다. 세계적으로 높은 청년실업률을 자랑하는 나라이다 보니 제도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이나 그 비율이 외국인 노동자 입장에선 가히 ‘폭력적’이다. 사우디는 2012년 자국민 노동자를 최대 30%까지 고용하도록 했던 비율을 올해 두 배 넘게 끌어올렸다. 사우디투자자문협의회(SAGIA)는 지난달 외국기업은 2년 안에 고용인의 최소 75%를 사우디인으로 채워야 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사우디인이란 사우디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 사우디 여성과 다른 국적 남성 사이에 태어난자녀도 제외다. 사우디는 부계 혈통 중심의 국적법을 따른다. 철저히 사우디 국적을 가진 젊은 세대를 위한 사우디제이션은 다달이 청년실업률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우리나라의 청년 구직자들에게 부러움을 살만한 제도이긴 하다. 그러나 사우디에서 일하고 있는 비(非)사우디인 노동자들에겐 두려운 제도다. 휴대폰 산업분야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제일 먼저 ‘한 방’ 맞았다. 6월까지 50%, 9월까지100% 이 분야 고용자들이 사우디인으로 교체된다. 노동부장관은 판매부터 수리까지 전체 휴대폰 산업에서 오직 사우디인만이 일할 수 있다고 공표했다. 이에 따라 기술직업훈련위원회(TVTC)는 삼성과 함께 고객상담, 판매, 수리 등 휴대폰 산업과 관련된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6일 현재까지 사우디 남녀 청년구직자 4만4000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내달 휴대폰 산업에서만 2만 개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휴대폰 판매점들이 속속 구인광고를 내걸기 시작했지만 수년간 휴대폰 산업에 종사해온 값싼 인력들을 내쫓고 몸값만 비싼 사우디인을 채용하려니 고용주들도 곤욕스럽긴 마찬가지다. 한 휴대폰 매장은 판매원과 기술자에게 각각 4000리얄(124만원), 3000리얄(93만원)이라는 월급을 제시했다. 사우디 구직자들은 급여가 낮다며 실색하는 분위기다. 그런가 하면 소비자들은 휴대폰 수리를 믿고 맡길 수 있을 지 의심하고 있다.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탈랄 알하르비는 현지 신문에 사우디제이션은 멈춰져야 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썼다. 그는 한 외국인 투자자를 만나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외국의 투자회사들이 사업을 확장하기도 전에 사우디제이션으로 인해 곤란을 겪는다고 했다. 이 외국인 투자자는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찾았다 하더라도 턱없이 높은 몸값을 요구해 사우디인은 채용할 수 없다고 했다. 공과대 졸업생이 20년 경력 외국인 엔지니어 월급의 네 배를 부른다고 하니 언감생심인 것이다. 알하르비는 “어떤 투자자나 국제회사도 수익을 추구하려는 그들의 목적이 아닌 우리의 목적(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이루기 위해 오진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와 상호적 이익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지만 사우디제이션을 투자회사들에 부과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사우디제이션을 위해 주로 인도인들이 운영하는 바칼라(작은 슈퍼)도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바칼라가 사라지면 대형슈퍼마켓에서 더 많은 사우디인들을 고용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로 노동부가 검토 중에 있다. 경제학자 파루크 알카티브는 이로써 외국인들이 사우디에서 번 돈을 해외로 송금시키는 금액을 줄일 수 있고 사우디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칼라 주인들은 생계수단을 잃게 될 처지에 놓이자 좌불안석이다. 한 바칼라 주인은 “여기서 일하는 대부분의 외국인근로자들은 그들의 나라에서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고 때문에 사우디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인기 있는 나라다. 그런데 모든 산업분야에서 외국인근로자를 줄이려는 정부의 결정은 우리의 수입 원천을 막고 다른 일을 구하는 것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제이션은 외국인에겐 무자비하지만 사실 현지인들은 환호하고 있다. 선거철마다 떠도는 실효성 없는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대책을 생각하면, 이기적이더라도 자국 청년들을 우선으로 챙기는 사우디의 고용제도가 한편으론 나쁘게만 보이진 않는다. 글·사진 윤나래 중동통신원 ekfzhawoddl@gmail.com
  • 홍광호 ‘빨래’ 뮤지컬로 7년 만에 컴백... “소극장 창작뮤지컬 선택 왜?”

    홍광호 ‘빨래’ 뮤지컬로 7년 만에 컴백... “소극장 창작뮤지컬 선택 왜?”

    홍광호 ‘빨래’ 뮤지컬로 7년 만에 컴백... “소극장 창작뮤지컬 선택 왜?” 홍광호 빨래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 진출했다가 지난해 고국 무대에 복귀한 한국 대표 뮤지컬 배우 홍광호가 7년 만에 뮤지컬 ‘빨래’로 소극장으로 돌아온다. 홍광호는 오는 3월 10일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동양예술극장 1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빨래’에서 몽골 출신 이주노동자 ‘솔롱고’ 역을 맡는다. 2009년 한차례 이 작품에 출연한 이후 7년 만이다. 홍광호는 이른바 ‘미친 가창력’과 안정된 연기를 인정받는 한국 대표 뮤지컬 배우다. 2014년 한국에서 활동하는 배우로는 처음으로 주연급으로 웨스트엔드에 진출해 화제를 모았고, 지난해 6월 뮤지컬 ‘데스노트’로 1년 6개월 만에 고국 무대로 돌아왔다. MBC 인기 예능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뮤지컬 특집>편에도 깜짝 출연해 화제가 됐다. 그동안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노트르담 드 파리’, ‘맨 오브 라만차’ 등 굵직한 대극장 뮤지컬에서 주역을 도맡던 그가 뮤지컬 본고장에서 화려하게 복귀한 뒤 선택한 두 번째 작품이 250석 규모의 소극장 창작뮤지컬이라는 점도 신선한 충격을 다가온다. 홍광호는 제작사 ‘씨에이치수박’를 통해 “무대 위에서, 객석에서 지난 십여 년간 큰 위로를 얻어갔던 작품”이라며 “규모는 작지만 큰 힘이 있는 이 작품을 통해 관객 분들의 삶 속에도 작은 힘을 보태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방인으로서 해외에 오랜 기간 머물며 솔롱고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기에 좀 더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솔롱고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빨래’는 2003년 추민주 연출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품으로 시작한 작품으로, 서울 달동네를 배경으로 강원도에서 상경한 서점 직원 나영과 몽골 출신 이주노동자 솔롱고를 비롯한 이웃들의 애환 어린 서울살이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그린다. 10년이 넘는 기간 3천여회의 공연으로 57만명의 관객을 만났다. 지난해에는 일본에서 라이선스 공연으로 투어를 했고, 이달에는 중국 중국 상하이 드라마틱 아트센터에서 한국 배우들로 초청 공연을 했다. 최근 뮤지컬 배우 최우리가 출연한 MBC 예능 ‘마이리틀텔비전’에서도 최고의 창작 뮤지컬로 ‘빨래’를 꼽아 주목 받은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흙더미 속 67시간… 엄마 생각하며 버텼다

    지난 20일 발생한 중국 선전시 공단의 인공산 붕괴 현장에서 사고 발생 67시간 만에 처음으로 생존자가 구출됐다. 23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8분 선전 광밍신구 류시공업원 부근의 산사태 잔해 속에서 19세 남성 톈쩌밍(田澤明)이 극적으로 구출됐다. 그는 충칭에서 온 이주노동자이며 당국이 발표한 실종자 76명 명단에 포함돼 있다. 톈은 건물 잔해에 눌려 다리가 부러진 것을 제외하면 건강 상태가 양호했다. 구조 당시 의식이 있었으며 구조대원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기도 했다. 톈 주변에서 다른 동료도 발견됐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톈은 무너진 건물의 지붕 쪽에 생긴 작은 틈에서 극히 위태로운 상태로 발견됐다. 구조대는 이날 오전 3시 30분쯤 생존자를 처음 발견해 3시간의 작업 끝에 8m 두께의 흙더미 속에서 구출에 성공했다. 한 경찰관은 “소방관들이 좁은 통로로 기어들어 가 잔해를 일일이 손으로 치운 뒤 구조했다”고 말했다. 톈은 구출된 뒤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고 북경만보가 전했다. 그는 구조대원에게 사고 직후 주위에 떨어진 과쯔(瓜子·해바라기씨를 볶은 것)와 유자 등을 먹고 버텼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톈은 사고 후 좁은 공간에서 어머니를 많이 생각했으며 반드시 빠져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돌로 벽을 두드려 구조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톈이 67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덮친 건물 잔해가 일정한 공간을 만들었고 흙이 건물 잔해에 막혀 그 공간을 메우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낮 12시를 기점으로 구조 ‘황금 시간’인 72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부 실종자 가족은 “톈쩌밍이 구출된 근처에 우리 식구도 있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한국군, 어떻게 싸울 것인가(김정익 지음, 황금알 펴냄) 저자는 육군사관학교 정치학 교수로서 미국의 군사 전략을 그대로 준용하고 있는 한국군이 처지와 실정에 맞는 군사 전력을 채택할 것을 촉구한다. 군사 이론과 전사, 기획 체계의 통합 연구 필요성을 제기한다. 304쪽. 2만원. H502이야기(박수진 지음, 스틱 펴냄) 장수풍뎅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투쟁과 사랑, 삶의 비의를 담은 우화다.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희망 자체가 거세된 것은 아니기에 장수풍뎅이 H502는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284쪽. 1만 5000원. 변화의 시작 하루 1%(이민규 지음, 끌리는책 펴냄) 금연, 다이어트, 마라톤 풀코스 완주 등 심대한 목표는 늘 실패하곤 한다. 저자는 매일 하루의 1%인 15분만 투자할 것을 권한다. 1%의 변화에 99%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신념을 심리학적 연구와 실험으로 뒷받침한다. 256쪽. 1만 3800원. 한 가지 생각(김혜순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평생에 걸쳐 한복 짓는 일에만 매달려 온 장인 김혜순의 삶과 한복 얘기다. 책을 쓰고 해외에 나가 한국의 미를 알리고 한복디자인 스쿨을 만드는 일까지 한 꿰미로 엮었다. 한복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마지막 꿈이다. 288쪽. 2만원. 오후 네시의 생활력(김성희 만화, 창비 펴냄) 기간제 교사, 이주노동자, 비혼 여성, 노부모와 자식 등 여러 경계 속에서 흔들리며 버텨내는 삶들을 자궁근종 제거 수술을 한 40대 비혼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때로는 주체로서, 때로는 한 걸음 떨어진 관찰자로서의 통찰력 깊은 사유가 돋보인다. 200쪽. 1만 3000원. 정석 조중훈 이야기, 사업은 예술이다(이임광 지음, 청사록 펴냄) ‘수송 외길’을 걸으며 70년 전 한진그룹의 기틀을 이뤄낸 고 조중훈 회장의 일대기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을 대한항공, 한진해운, 한진 등 육·해·공을 아우르는 세계적인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시켰다. 392쪽. 2만원. 첫눈이 내려(진희 지음, 사계절 펴냄) 여고생들의 우정과 질투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렸다. 자살, 임신 등 자칫 자극적이고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따뜻한 이야기로 녹여냈다. 한 번쯤은 자기만의 큰 상처를 극복해야 할 십대를 위한 작품이다. 224쪽. 1만원. 조선 과학수사관 장 선비(손주현 지음, 이영림 그림, 파란자건거 펴냄) 의문의 살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장 선비 일행의 활약상을 담은 탐정 동화다. 조선시대 수사 기법과 무엇을 바탕으로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했는지 등을 속도감 있는 문체로 그렸다. 192쪽. 9800원. 차 한잔 하실래요?(박현숙 지음, 최해영 그림, 예림당 펴냄) 사람 사이에 좋은 관계를 만들어 주는 차와 다도에 주목한 창작동화다. 평소 산만하고 성격 급한 아이들과 자식들 공부밖에 모르던 엄마들이 차 마시는 예절을 배우며 변화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152쪽. 9000원.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힘든 날들은 벽이 아니라 문이다(구영회 지음, 나남 펴냄) 저자는 33년에 걸친 방송기자 생활을 마친 뒤 지리산 속으로 푹 안겼다. 작은 구들방과 부엌만 있는 누옥에서 홀로 지내며 가끔 서울서 내려오는 부인과 가족들의 방문을 받을 따름이다. 예순을 훌쩍 넘긴 중씰한 이가 산자락에서 홀로 지냄은 자칫 세상과의 단절, 관계의 절연으로 지레짐작할 법하다. 하지만 저자는 그곳에서 사람들을 쉼없이 만났다. 그리고 성찰과 사유의 과정, 결과를 담아 ‘미생’으로 스스로 자조하는 청년들에게 말을 건넨다. 젊은 시절 무척 가난했던 그는 그 경험을 성공한 인생의 훈장처럼 회억하지 않고 더 깊숙이 자기 안으로 들어가 성찰한다. 희망, 행복의 가치, 다양함이 존중받는 세상에 대한 속깊은 바람이 절로 느껴진다. 248쪽. 1만 2500원.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강윤중 글, 서해문집 펴냄) 때론 한 장의 사진이 구구하게 적은 숱한 기록보다 더 강렬하게 진실을 직시하기도 한다. 익숙함과 편견의 틀을 깨는 이미지 탄생의 출발이다. 사진기자의 카메라는 고스란히 사람들의 삶을 향해 있다. 성적소수자, 장애인, 광산 노동자, 이주노동자, 철거민, 독립영화감독,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살아남은 사람들, 독거노인, 산골 분교 아이들 등 다양하다. 하지만 본질은 하나다. 사회의 외면 혹은 오해와 편견에 눈물을 떨구고 있거나, 이에 분연히 맞설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때로는 덤덤히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진실을 드러내고, 때로는 가슴 먹먹하게 그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기에 글의 언어, 카메라의 언어조차 따뜻하기 그지없다. 326쪽. 1만 3900원. 한반도 삼국지(이충렬 지음, 레디앙 펴냄)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이라는 한국 현대사 속 세 정치 거인의 삶을 좇는다. 부제 ‘세 개의 혁명과 세 개의 유훈통치’에서 짐작하듯 그들이 살아생전 혁명적으로 추구했던 가치와 함께 여전히 그 자장 아래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진단이기도 하다. 각각 ‘근대화 혁명’(박정희), ‘민주주의 혁명’(김대중), ‘공산주의 혁명’(김일성)으로 규정하며 가치적 측면에서 이들로부터 시작한 갈등과 대립이 아직 끝나지 않음에 주목했다. 세 사람의 인물열전과 더불어 해방의 과정부터 시작해 70년 한반도 현대사를 정치 중심으로 풀어내면서 아직 현재 진행형인 신삼국지의 결말이 누군가의 승패가 아닌, 화해와 인류보편적 가치의 추구로 결론 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384쪽. 1만 6000원. 과거의 죄(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권상희 옮김, 시공사 펴냄) 지난 8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담화문에서 전후 세대에게 사죄의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국가 범죄의 주체는 국가이며, 특정 개인이나 세대가 사죄하고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음을 뜻한다. 독일인인 저자는 나치 독일이 저지른 국가 범죄의 법적·도덕적 책임을 명쾌하게 풀어냈다. 그는 가해자 후대를 향해 ‘과거에 형성된 정체성 안에 붙들려 있으면, 그들은 과거 세대와 연대 관계를 맺게 되고, 그로 인해 과거 세대의 죄에 연루되어 그 죄를 떠안거나 그 죄에서 벗어날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역설했다. 죄라는 것은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친일파 문제가 새삼 언급되는 한국사회에도 경종의 소리로 들린다. 222쪽. 1만 3000원. 패션, 영화를 디자인하다(진경옥 지음, 산지니 펴냄) 옷은 일종의 메시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의 옷,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의 브로치,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 등은 외교 회담 등에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입장과 의사를 상징했다. 영화에서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 옷도 그냥 대충 걸치거나 당대의 패션 코드를 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화 의상은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는 비밀스러운 영화 언어다. 1948년 아카데미 의상상이 제정된 이유다. 오드리 헵번의 리틀 블랙 드레스, 제임스 딘의 청바지, 옷으로 신분 상승의 변화를 보여준 ‘귀여운 여인’ 속 줄리아 로버츠, 점차 바뀌어 가는 조폭 패션의 변화를 가감없이 선보인 ‘친구’와 ‘신세계’ 등 국내외 각종 영화와 공명하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패션 이야기다. 320쪽. 2만원.
  • 매 맞는 ‘베트남 신부’ 보호 전담반 만든다

    매 맞는 ‘베트남 신부’ 보호 전담반 만든다

    #지난 2월 광주고등법원은 별거 중이던 베트남 출신 아내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하려 한 이모(45)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전남 곡성군에서 10개월 만에 만난 아내와 차를 타고 가던 중 자녀 양육권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이성을 잃었다. 그는 차에서 내려 주변에 있던 돌로 아내를 내리쳐 숨지게 했다. 숨진 아내를 싣고 37㎞를 이동, 지리산 비탈길에 차를 밀어 시신을 유기했다. 경찰이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 등 국내 거주 베트남인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조직인 ‘베트남데스크’를 본청 외사국 외사수사과에 설치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특정 국가의 국민 대상 전담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트남데스크는 경찰이 우리 교민을 보호하고자 베트남 경찰에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베트남 측의 요청으로 상호주의 관례에 따라 설치하게 됐다.베트남 측이 본국 공안부 대외국에 ’코리안데스크‘를 두는 것처럼 우리 측에도 관련 조직을 만들어달라고 한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베트남 공안부 측은 국내로 시집온 이른바 ‘베트남 신부’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요청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 출신 남성 이주노동자가 저지른 범죄도 많지만, 이주여성을 신부로 맞은 한국인 남성들의 가정폭력 문제는 양국의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2010년 7월 베트남 여성이 신혼생활 일주일 만에 한국인 남편에게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한·베트남 양국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베트남 이주여성이 살해당하는 일이 여러 건 발생하자, 베트남 정부는 우리 측에 자국 출신 여성 피살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 여성가족부의 최근 조사 결과 외국인 이주여성 10명 중 7명이 남편의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결혼이주 여성 중 베트남 출신이 3만 9099명으로 가장 많다. 중국인(3만 1417명)과 중국 동포(1만 7158명)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경찰청은 베트남데스크에 우리 경찰 2명을 배치한다. 베트남인 관련 범죄가 발생하면 수사는 일선 경찰이 맡되, 경찰청 베트남데스크가 수사 상황을 총괄하면서 베트남 공안 측과 협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실종처럼 범죄가 아닌 안전 관련 사건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베트남 측과 범죄 관련 정보도 교환한다. 양국 경찰은 강신명 경찰청장이 베트남을 방문하는 다음달 7∼9일 코리안·베트남 데스크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베트남 측이 ’자국 교민 보호‘를 위해서라고 밝혔다”면서 “결혼이주 여성뿐 아니라 베트남 출신 이민자가 늘어나며 관련 범죄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포괄적 전담조직의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기술 없는 외국인 노동자 국내 거주 어려워진다

    앞으로 숙련 기술이 없는 비전문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나라에 장기간 거주하기가 어려워진다. 정부는 앞으로 닥칠 초고령사회의 노동력 부족 사태에 대비하고자 해외의 우수 인재를 유치하되 나이가 들었을 때 독립 생계가 어려워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비전문 외국 인력은 우리나라에 터를 잡고 살기 어렵게 정주 자격을 까다롭게 고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외국 인력 활용 방안은 18일 정부가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 계획 시안(2016~2020)’에 담겼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비전문 이주노동자가 많아지다 보면 우리 사회에 사회보장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 문제로 치열한 논쟁이 있었지만 외국 인력 도입이 국내 일자리를 잠식하지 않고 근로조건을 저하하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비전문 외국 인력에 대해 단기 순환, 노동시장 보완, 정주화 방지 등의 원칙을 확립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동의 질을 확보하고자 사실상 해외 우수 인재만 영주권을 갖고 우리나라에 살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현재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단순 기능 외국인은 정해진 체류 기간이 만료되고서도 일시 귀국 후 재입국해 최대 9년 10개월까지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 정부는 학력, 연령, 한국어 능력, 임금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전문직종 취업 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일정 소득이나 자산 요건을 갖춰야만 거주(F-2) 또는 영주(F-5)로 자격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연간 전문직종 취업 자격, 거주 또는 영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하는 쿼터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크리스토퍼 힐 회고록: 미국 외교의 최전선(크리스토퍼 힐 지음, 이미숙 옮김, 메디치 펴냄) 크리스토퍼 힐은 비록 8개월의 짧은 재임 기간이었지만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주한 미국대사 중 한 사람이다. 미국대사로서 처음으로 광주 5·18묘역을 찾아 참배한 점도 많은 이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았다. 하지만 실상은 미국대사로서보다는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이자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 활동했던 인상이 크다. 힐은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외교적 태도를 앞세워 난관에 부닥친 6자회담을 재개시켰고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포기 등을 골자로 하는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당시 조지 부시 정부에 포진한 딕 체니, 도널드 럼즈펠드 등 네오콘과 때로는 맞서 가면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6자회담 속 양자회담을 풀어 가는 과정에서의 비사, 중국 우다웨이 외교부장을 설득해 가는 과정 등 6자회담 합의를 도출해 가는 과정을 처음으로 공개해 한반도 관련 외교 사료로서도 가치가 크다. 524쪽. 2만 2000원. 세상을 바꾸고 고전이 된 39(김학순 지음, 효형출판 펴냄) 수불석권(手不釋卷·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을 즐거움으로 삼는 저자가 세상을 바꾼 책을 엄선했다. 개개인을 바꾸고 삶의 변화를 이끌어낸 책이 결국 세상을 바꾼 책일 것이다. 개인과 개인을 바꾸고 인류의 삶을 바꿔낸 책을 크게 ▲새로운 사상을 주창한 책 ▲기존의 패러다임을 전복시킨 책 ▲인류 사회의 급변 속에서도 정치사회적 수명과 존재감을 발하는 책 ▲생각의 혁명을 몰고 온 책 ▲부정적 영향을 끼쳐 반면교사 역할을 한 책 등 다섯 가지로 범주를 나눴다. ‘사회계약론’ ‘자유론’ ‘논어’ ‘손자병법’ ‘역사란 무엇인가’ 등 고전의 반열에서 빠질 수 없는 익숙한 책이 있는가 하면 생경한 책도 있다. 1890년 쓰인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책이지만 오히려 21세기 들어 해양 진출을 꾀하는 모든 나라들이 경전으로 삼을 만큼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소개한다. 328쪽. 1만 5000원. 심야인권식당(류은숙 지음, 따비 펴냄) 이곳, 수상하다. 인권연구소 간판을 내걸고서 교육, 세미나, 회의, 토론 등을 하는 인권연구소 역할이야 여전하지만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먹는 공간으로서의 비중이 더 높다. 20년 넘게 인권활동가로 살아온 저자에게는 이제 사무실 한편에 마련된 ‘술방’의 주모 역할이 더해졌다. 베트남 앞바다에서 잡아 가공한 쥐포를 안주 삼아 이주노동자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총각김치 한 보시기와 술병을 놓고 숱한 문제의식이 펼쳐지며 학생인권조례 마련을 위해 땀 흘린 청소년을 위해 순대와 떡볶이를 마련한다. 집회 현장에서, 강연장에서, 일상 속에서, 또 술방 안에서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이 겪은 각종 차별과 배제의 사례들을 술상 위에 올려놓은 뒤 서로 얘기하고 위로하는 내용들로 빼곡하다. 성소수자, 장애인, 해고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에게 필요한 것은 연대다. 연대하기 위해서는 말만의 공감, 배려가 아닌 일상 속 표현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280쪽. 1만 5000원. 백년 동안의 진보(박헌호 편저, 소명출판 펴냄) 진보는 현실 정치 속에서 협소하게 이해되며 갈등의 한 축으로 전락했다. 더 나아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기는커녕 낡고 상투적인 개념쯤으로 치부되는 언어도단의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 일제강점기 친일과 맞닿아 있으면서 민주주의의 가치조차 부정하는 기득권 세력들이 사회를 반공의 가치로 몰아넣은 뒤 ‘보수’를 자칭하며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고려대, 인하대, 대전대, 서강대 등 전국 각 대학 19명의 교수들이 ‘진보’ ‘20세기 한국 근대’라는 공통의 키워드를 놓고 역사와 문학, 사회문화학 등의 창을 통해 근대 계몽기부터 1990년대까지 100년의 시간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을 아울러 접근했다. 흔히 정치적 영역에서 좁게 다뤄지곤 하는 진보의 개념과 의미는 이들의 다층적인 연구를 통해 확장된다. 736쪽. 4만 8000원.
  • [데스크 시각] ‘헬조선’ 유감/이순녀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헬조선’ 유감/이순녀 문화부장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덕에 비문이나 비속어 사용에 민감한 편이다. 사회 현상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유행어, 신조어도 남들보다 한 박자 느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광속의 소통 채널을 타고 휙휙 날아다니는 요즘의 신조어는 안테나를 쫑긋 세우고 낚아채지 않으면 금방 구문이 돼 버리기 때문에 굳이 따라잡을 노력도 안 하긴 하지만 말이다. 최근 언론에도 자주 오르내리는 신조어 ‘헬조선’을 처음 접했을 때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얼얼했다. 지옥이란 뜻의 영어 ‘헬’(hell)과 120여년 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국호 ‘조선’을 결합한 이 국적 불명의 단어가 내뿜는 불행과 저주의 기운에 압도당했다. 물론 이해한다.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위키백과의 뜻풀이대로 청년 세대의 좌절과 상실감이 얼마나 깊었으면 이런 지독한 악담까지 나왔을까 싶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2010년에 등장한 ‘헬조선’이 최신 유행어가 된 데는 사회 지도층과 기성 세대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건 너무 멀리 갔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비슷한 신조어로 ‘지옥 불반도’ ‘개한민국’ ‘망한민국’ 등이 쓰인다고 한다. 한반도가 불타고 있는 그림도 돌아다닌다. 부의 세습을 상징하는 금수저의 반대말로 사용되는 ‘흙수저’란 단어나, 기성 세대가 누렸던 고도성장 시대와 달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비꼬는 ‘노오력’ 같은 단어는 또 어떤가. 자조를 넘어 집단 자학이 첨단 유행이 된 것처럼 보일 정도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고 했다. 신조어는 불합리한 사회 실태를 날카롭게 짚어 내 경종을 울리는 순기능이 있지만, 반대로 집단의 사고를 틀 안에 가두는 부작용도 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개인적인 영역까지 ‘헬조선’ ‘흙수저’의 탓으로 책임을 돌릴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신문, 방송 등 대중 미디어에서 좀 더 주의 깊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말이 나온 김에 방송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비속어, 신조어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규제가 다소 느슨한 케이블 채널은 말할 것도 없고, 지상파 공영방송에서도 심심치 않게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나 비속어가 튀어나온다. 인터넷에서 이미 통용되는 말인데 방송에서 규제하는 게 무슨 실효가 있겠냐 하겠지만 엄연히 다르다. ‘열폭’ ‘극혐’ ‘핵노잼’ 같은 단어들을 인터넷에서 접하는 것과 방송에서 듣는 것은 그 무게가 다르다. 온갖 프로그램에 자막이 넘쳐나면서 오자나 잘못된 표현이 방송되는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다행히 KBS, MBC, SBS를 비롯한 8개 방송사가 지난 7일 업무 협약식을 갖고 욕설, 비속어 사용 금지와 올바른 표현 사용을 원칙으로 제시한 ‘방송언어 가이드라인’ 준수를 약속했다. 유야무야되지 않길 기대한다. 국립국어원도 신조어 등록에 좀 더 신중하길 바란다. 한 종합편성채널의 19금 프로그램을 통해 확산된 ‘낮져밤이’가 ‘성소수자’나 ‘이주노동자’ ‘대안학교’ 등도 오르지 못한 신조어 목록을 차지한 기준이 뭔지 의아스럽다. ‘존잘남’ ‘존예’ ‘존맛’ ‘개공감’ ‘개알바’ 등이 버젓이 신조어에 오른 것도 낯뜨겁다. 더욱이 여성과 관련한 신조어는 외모와 관련됐거나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 단어들이 많은 반면 남성은 긍정적인 의미의 신조어가 많다는 점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오늘은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된 지 3년째 되는 날이다. 그 의미를 우리 모두가 가슴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coral@seoul.co.kr
  • “21세기 문학 바탕은 다민족·다언어·다문화”

    “21세기 문학 바탕은 다민족·다언어·다문화”

    “인종, 민족, 문화 간에 대화와 상호작용을 통해 고유성과 보편성이 공존하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이주자들을 이익 추구 대상으로 여기고 이득만 본 뒤 배제시키거나 완전히 ‘한국민화(化)’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문학평론가 이경재(40) 숭실대 국문과 교수가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진행된 다문화·탈민족 사회를 문학사적 관점에서 집중 조명하고, 한국사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등단 이후 10여년간의 구슬땀을 집대성한 문학연구서 ‘다문화 시대의 한국소설 읽기’(소명출판)에서다. 이 교수는 “20세기 문학 또는 문학 연구가 단일 민족, 단일 언어, 단일 문화에 바탕을 둔 민족(주의)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면 21세기 문학 또는 문학 연구는 다민족, 다언어, 다문화에 바탕한 새로운 공동체 이념을 사유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그 역할에 부합하는 새로운 문학 연구를 시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선 이주노동자, 결혼 이주 여성, 탈북자 등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유입된 이주민들의 삶이 문학 속에 어떻게 형상화됐고, 그들을 어떻게 포용하며 살아야 할지를 살폈다.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사연을 다룬 박범신의 ‘나마스테’, 조선족 결혼 이주여성의 삶을 조명한 천운영의 ‘잘 가라, 서커스’, 탈북자들을 소재로 한 정도상의 ‘찔레꽃’ 등을 분석했다. 호주 이민자들의 애환을 다룬 해이수의 ‘젤리피쉬’ 등을 통해 다른 나라에 정착해 사는 한국인들의 삶도 짚었다. 다음으론 ‘탈국경·탈민족’ 현상이 한국 작가들의 상상력과 사유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작품에는 어떤 식으로 구현되는지를 탐색했다. 이 교수는 “급격한 변화는 역사소설에서도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과거 역사소설들은 이순신, 을지문덕 등 민족주의적 감수성을 고양시키는 게 대세였다. 다문화 현상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역사소설도 외국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외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이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인 하멜의 시선으로 조선 사회를 그린 김경욱의 ‘천년의 왕국’, 멕시코를 무대로 한 김영하의 ‘검은 꽃’이 대표적이다. 끝으로 이효석의 ‘벽공무한’, 채만식의 ‘소년은 자란다’ 등 1930년대 후반 만주국을 무대로 한 소설들을 통해 한국인이 경험한 다문화 사회의 초기 모습을 고찰하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삶의 태도와 이념적 지향을 살폈다. 이번 연구서는 이 교수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의 어머니는 1938년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되던 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가끔 어린 아들에게 일본에서 살았던 7년간의 삶을 들려줬다. 일본 학생들의 폭력이 무서워 화장실에 숨어 있는 등 어머니의 일본 생활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공포였다. “저의 유년 시절 일부는 어머니의 일본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본격적인 문학 연구 이전부터 이주민들에 대한 공부를 해 왔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주민들에 대한 서사에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토록 끌렸던 것을 보면 어머니가 겪은 일본에서의 삶이 이 책을 만들어낸 씨앗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지난해 2월 돌아가셨다. 이 교수는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저서로 ‘단독성의 박물관’, ‘한국 현대소설의 환상과 욕망’ 등이 있다. 2013년 제14회 젊은평론가상을 받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다문화 시대의 한국소설 어떻게 읽어야 할까

    다문화 시대의 한국소설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인종, 민족, 문화 간에 대화와 상호작용을 통해 고유성과 보편성이 공존하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이주자들을 이익 추구 대상으로 여기고 이득만 본 뒤 배제시키거나 완전히 ‘한국민화(化)’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문학평론가 이경재(40) 숭실대 국문과 교수가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진행된 다문화·탈민족 사회를 문학사적 관점에서 집중 조명하고, 한국사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등단 이후 10여년간의 구슬땀을 집대성한 문학연구서 ‘다문화 시대의 한국소설 읽기’(소명출판)에서다. 이 교수는 “20세기 문학 또는 문학 연구가 단일 민족, 단일 언어, 단일 문화에 바탕을 둔 민족(주의)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면 21세기 문학 또는 문학 연구는 다민족, 다언어, 다문화에 바탕한 새로운 공동체 이념을 사유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그 역할에 부합하는 새로운 문학 연구를 시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선 이주노동자, 결혼 이주 여성, 탈북자 등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유입된 이주민들의 삶이 문학 속에 어떻게 형상화됐고, 그들을 어떻게 포용하며 살아야 할지를 살폈다.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사연을 다룬 박범신의 ‘나마스테’, 조선족 결혼 이주여성의 삶을 조명한 천운영의 ‘잘 가라, 서커스’, 탈북자들을 소재로 한 정도상의 ‘찔레꽃’ 등을 분석했다. 호주 이민자들의 애환을 다룬 해이수의 ‘젤리피쉬’ 등을 통해 다른 나라에 정착해 사는 한국인들의 삶도 짚었다.  다음으론 ‘탈국경·탈민족’ 현상이 한국 작가들의 상상력과 사유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작품에는 어떤 식으로 구현되는지를 탐색했다. 이 교수는 “급격한 변화는 역사소설에서도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과거 역사소설들은 이순신, 을지문덕 등 민족주의적 감수성을 고양시키는 게 대세였다. 다문화 현상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역사소설도 외국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외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이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인 하멜의 시선으로 조선 사회를 그린 김경욱의 ‘천년의 왕국’, 멕시코를 무대로 한 김영하의 ‘검은 꽃’이 대표적이다.  끝으로 이효석의 ‘벽공무한’, 채만식의 ‘소년은 자란다’ 등 1930년대 후반 만주국을 무대로 한 소설들을 통해 한국인이 경험한 다문화 사회의 초기 모습을 고찰하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삶의 태도와 이념적 지향을 살폈다.  이번 연구서는 이 교수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의 어머니는 1938년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되던 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가끔 어린 아들에게 일본에서 살았던 7년간의 삶을 들려줬다. 일본 학생들의 폭력이 무서워 화장실에 숨어 있는 등 어머니의 일본 생활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공포였다. “저의 유년 시절 일부는 어머니의 일본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본격적인 문학 연구 이전부터 이주민들에 대한 공부를 해 왔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주민들에 대한 서사에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토록 끌렸던 것을 보면 어머니가 겪은 일본에서의 삶이 이 책을 만들어낸 씨앗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지난해 2월 돌아가셨다.  이 교수는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저서로 ‘단독성의 박물관’, ‘한국 현대소설의 환상과 욕망’ 등이 있다. 2013년 제14회 젊은평론가상을 받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김포에서 방글라데시 줌머족 위로음악회 열린다

    김포에서 동남아 소수민족을 위한 위로음악회가 열린다. 경기 김포시 양촌읍에는 방글라데시 치타공 지대에서 온 줌머족 약 100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방글라데시에 살면서 소수민족이라며 인종차별을 당하고, 이슬람을 믿지 않는다며 종교탄압까지 받아 본국에서 거주할 수 없어 한국으로 망명한 난민들이다. 한국에 정착하면서 낯선 문화, 환경, 언어문제, 고된 노동, 정체성 혼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줌머족 난민을 위로하는 음악회가 열린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 www.childfund.or.kr)은 오는 29일 저녁 6시부터 경기도 양촌읍사무소 3층 대회의실에서 주민 100명을 초청해 ‘공감 프로젝트, 우리동네 음악회’를 개최한다. 지역 내 읍사무소에서 그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초청하는 자리인 만큼 동네에서 모여 연주자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듯이 편안한 음악회로 진행하는 것이 이번 음악회의 콘셉트다. 방송인 고현준씨의 사회로 시작되는 음악회는 공감 앙상블과 바리톤 박종원씨가 참여해 연주할 예정이며, 음악회가 끝나면 줌머전통음식을 나누고 줌머공동체의 문화를 교류하는 친목의 시간도 마련된다. 또한 가족사진 한 장 없는 주민들을 위해 ’우리동네 사진관’을 운영하는 등 강연욱 사진작가, 밥장 일러스트레이터, 태병원PD 등이 나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북부지역본부 김유성본부장은 “현재 줌머족이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는 부모세대와 한국에서 출생한 난민 2세가 문화적 격차로 인해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1세대는 방글라데시의 문화를 갖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2세대 자녀들은 한국문화를 갖고 있어 서로 부딪히는 부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들을 위한 지원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고국에서 살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타국으로 망명 올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상황을 우리가 이해하고 함께 품으며 한국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북부지역본부는 이날 음악회를 시작으로 주민 절반 이상이 난민 및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들로 이뤄져 있는 김포지역 내 저소득가정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음식 쿠킹클래스, 사진전시회, 가족나들이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재한줌머연대(JPNK, Jumma People Network Korea) 한국에 거주하는 줌머 민족 출신들이 2002년에 결성한 인권 및 사회문화 단체. 방글라데시 치타공 산악지대 선주민인 줌머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보존하고 그들의 인권보장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써줄 것을 호소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김포시 양곡읍을 중심으로 현재 약 100여명의 줌머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자체 회비를 통해 양곡시장 부근에서 커뮤니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중도입국 줌머 아동 및 한국 내에서 출생한 줌머인 2세들의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한 다각적 지원과 서비스의 지원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저임금·체불… 외국인 노동자 부당 대우 개선이 목표”

    “저임금·체불… 외국인 노동자 부당 대우 개선이 목표”

    “이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됐습니다.” 10년에 걸친 한국 정부와의 소송 끝에 지난 6월 합법노조로 인정받은 이주노조(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의 우다야 라이(44·네팔) 위원장은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청년이었다. 라이 위원장은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면서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앞으로 정부와 대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노조는 사업장을 바꿀 때 기존 사용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기본 3년, 연장 시 최대 4년 10개월까지만 한국에 머물 수 있도록 한 현행 고용허가제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 등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2005년 4월 24일 설립된 이주노조는 그해 5월 3일 서울지방노동청(지금의 서울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냈지만 반려됐다. 노동부와의 10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지난 6월 25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달 21일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고 공식적으로 합법 노조가 됐다. 라이 위원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합심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면 얻지 못했을 결실”이라면서 “정식 노조가 된 만큼 앞으로 사업주와의 교섭을 통해 장시간 노동, 저임금, 임금 체불 등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개선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1년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한국 땅을 처음 밟아 3년을 경기 고양 원당동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봉제공장 노동자로 일했다. 국내 체류기간 만료에 따라 2007년 네팔로 돌아갔다가 같은 해 다시 한국을 찾았다. “하루 14시간 뼈빠지게 일을 해도 월급은 휴일·야간근로 수당 등까지 다 합해도 100만원을 약간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는 “근로 환경도 열악하지만 우리를 무조건 불쌍하고 미개한 사람들로 보는 한국 사회의 차별도 견디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현재 그는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결혼 이민(F6) 비자로 합법 체류 중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 신장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주노조는 출범 초창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반대, 정부의 이라크 파병 반대 등 국내 정치적 시위 활동에도 참여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라이 위원장은 “한국의 정치적 이슈에 발을 담그기보다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장, 근로조건 개선 등을 위한 활동에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정치의 ‘보이는 손’이 양극화·파편화 문제 풀어야”

    “정치의 ‘보이는 손’이 양극화·파편화 문제 풀어야”

    25일부터 천년고도 경주에서 한국학 세계학술대회가 사흘 일정으로 열린다. 2007년부터 2년에 한차례씩 개최돼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번 학술대회에는 26개국의 한국학 전공학자 130명과 국내 교수 210명, 대학원생 93명 등 433명이 ?한국사회와 정치 ?북한과 남북관계 ?개발도상국 비교정치 ?시민사회와 정당 ?지구화와 지방화 ?여성정치 등 13개 분야별로 한국학 관련 학술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학술대회를 주관하는 최진우 한국정치학회장(한양대 정외과 교수)을 만나 대회의 의미와 한국 정치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번 한국학 세계대회의 가장 큰 의미를 꼽는다면. -우선 규모 면에서 한국학 관련 학술대회로는 최대의 행사다.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과 대립의 양상을 국내 학자들 뿐 아니라 외국 학자들의 눈으로 들여다 보고 해소 방안을 학술적으로 모색해 보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천년고도 경주에서 개최되는 만큼 외국 학자들이 우리의 고유 문화와 전통을 보다 잘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학 학술대회를 한국정치학회가 주관하는 게 이채롭다. -한국학의 연구 목적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라고 한다면 역사, 문학, 언어, 철학과 같은 인문학적 연구도 중요하지만 사회과학적 탐구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인문학 중심 한국학 연구의 지평을 넓혀 사회과학적 접근을 접목함으로써 한국학 연구의 균형을 맞추고자 한 점이 이번 학술대회의 또 다른 의미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가 양극화(polarization)와 파편화(fragmentation)다. 정치학자로서 한국 사회의 양극화 현실을 어떻게 보는가. -어느 사회나 갈등과 분열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우리나라는 계층 문제, 지역 갈등, 이념 대립이 중첩돼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이주노동자, 결혼이주민, 북한이탈주민 등의 증가로 사회적 다양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잠재적으로 정체성의 갈등이 심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취업난, 중장년층의 조기 퇴직, 노년층의 빈곤화 등으로 중산층이 위축되면서 자칫 희망의 실종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경주되지 않는다면 양극화와 파편화는 대립과 분열의 심화, 사회적 불안정성의 증가, 사회적 활력의 감소, 경제적 생산성의 저하, 대립의 격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양극화와 파편화의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극화, 파편화를 줄여나갈 해법을 제시한다면. -양극화와 파편화의 문제는 시장메커니즘의 보이지 않는 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정치메커니즘의 보이는 손이 필요하다.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치적 개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정치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정당성은 무엇보다도 경쟁의 공정성과 결과의 공평성이 인정될 때 생성된다. 그리고 문제 해결이 사회적 합의의 기반 위에서 이뤄진다면 정치적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 합의의 문화가 구축되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려면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시민의 의식을 함양하는 민주주의 교육,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경우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도 정치교육이 송두리째 빠져 있거나 아니면 지극히 왜소화돼 있다. 대학교육에서도 정치외교학과나 국제관계학과를 제외하고는 정치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전혀 없다. 많은 선진국에서 중고등학교에서 자국의 정치제도와 과정에 대한 기본적 지식, 그리고 민주시민의식의 함양을 위한 수업을 하고 있고 대학과정에서도 정치학 개론이 필수과목으로 되어 있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정치학회 차원에서 올해 상임위원회의 하나로 교육위원회를 설치했다. 정치 교육 활성화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모바일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전통적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위협을 받고 있다. 시대 흐름에 걸맞은 민주정치 체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구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기존의 계급적 균열구조의 기반 위에서 형성, 유지돼 온 양당체제가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사회적 다양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균열구조가 등장하고 있는 추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노동계급의 강력한 등장으로 정당체제가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것처럼 어쩌면 지금도 정당체제의 재편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변화하는 환경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고 다양화돼 가는 유권자의 요구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반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양당체제보다는 다당제가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다당제를 지향한다면 권력구조와 선거제도의 개편도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내각책임제 도입과 비례대표제 대폭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진경호 기자 jade@seoul.co.kr
  • “중.고교 과정부터 올바른 정치교육 이뤄져야”

    25일부터 천년고도 경주에서 한국학 세계학술대회가 사흘 일정으로 열린다. 2007년부터 2년에 한차례씩 개최돼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번 학술대회에는 26개국의 한국학 전공학자 130명과 국내 교수 210명, 대학원생 93명 등 433명이 ?한국사회와 정치 ?북한과 남북관계 ?개발도상국 비교정치 ?시민사회와 정당 ?지구화와 지방화 ?여성정치 등 13개 분야별로 한국학 관련 학술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학술대회를 주관하는 최진우 한국정치학회장(한양대 정외과 교수)을 만나 대회의 의미와 한국 정치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번 한국학 세계대회의 가장 큰 의미를 꼽는다면. -우선 규모 면에서 한국학 관련 학술대회로는 최대의 행사다.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과 대립의 양상을 국내 학자들 뿐 아니라 외국 학자들의 눈으로 들여다 보고 해소 방안을 학술적으로 모색해 보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천년고도 경주에서 개최되는 만큼 외국 학자들이 우리의 고유 문화와 전통을 보다 잘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학 학술대회를 한국정치학회가 주관하는 게 이채롭다. -한국학의 연구 목적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라고 한다면 역사, 문학, 언어, 철학과 같은 인문학적 연구도 중요하지만 사회과학적 탐구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인문학 중심 한국학 연구의 지평을 넓혀 사회과학적 접근을 접목함으로써 한국학 연구의 균형을 맞추고자 한 점이 이번 학술대회의 또 다른 의미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가 양극화(polarization)와 파편화(fragmentation)다. 정치학자로서 한국 사회의 양극화 현실을 어떻게 보는가. -어느 사회나 갈등과 분열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우리나라는 계층 문제, 지역 갈등, 이념 대립이 중첩돼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이주노동자, 결혼이주민, 북한이탈주민 등의 증가로 사회적 다양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잠재적으로 정체성의 갈등이 심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취업난, 중장년층의 조기 퇴직, 노년층의 빈곤화 등으로 중산층이 위축되면서 자칫 희망의 실종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경주되지 않는다면 양극화와 파편화는 대립과 분열의 심화, 사회적 불안정성의 증가, 사회적 활력의 감소, 경제적 생산성의 저하, 대립의 격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양극화와 파편화의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극화, 파편화를 줄여나갈 해법을 제시한다면. -양극화와 파편화의 문제는 시장메커니즘의 보이지 않는 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정치메커니즘의 보이는 손이 필요하다.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치적 개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정치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정당성은 무엇보다도 경쟁의 공정성과 결과의 공평성이 인정될 때 생성된다. 그리고 문제 해결이 사회적 합의의 기반 위에서 이뤄진다면 정치적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 합의의 문화가 구축되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려면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시민의 의식을 함양하는 민주주의 교육,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경우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도 정치교육이 송두리째 빠져 있거나 아니면 지극히 왜소화돼 있다. 대학교육에서도 정치외교학과나 국제관계학과를 제외하고는 정치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전혀 없다. 많은 선진국에서 중고등학교에서 자국의 정치제도와 과정에 대한 기본적 지식, 그리고 민주시민의식의 함양을 위한 수업을 하고 있고 대학과정에서도 정치학 개론이 필수과목으로 되어 있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정치학회 차원에서 올해 상임위원회의 하나로 교육위원회를 설치했다. 정치 교육 활성화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모바일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전통적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위협을 받고 있다. 시대 흐름에 걸맞은 민주정치 체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구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기존의 계급적 균열구조의 기반 위에서 형성, 유지돼 온 양당체제가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사회적 다양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균열구조가 등장하고 있는 추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노동계급의 강력한 등장으로 정당체제가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것처럼 어쩌면 지금도 정당체제의 재편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변화하는 환경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고 다양화돼 가는 유권자의 요구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반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양당체제보다는 다당제가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다당제를 지향한다면 권력구조와 선거제도의 개편도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내각책임제 도입과 비례대표제 대폭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진경호 기자 jade@seoul.co.kr
  • [커버스토리] 인생 2막 ‘希스토리’

    [커버스토리] 인생 2막 ‘希스토리’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지만 직장인의 절반은 여전히 정년을 채우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나고 있다. 연봉이 높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금융권에서도 ‘명퇴’(명예퇴직)와 ‘찍퇴’(찍혀서 퇴직) 등을 통해 최근 1년 새 5만 7000개의 일자리(올 6월 말 기준)가 사라졌다. 서울신문이 퇴직 은행원 1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인생 2막’에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스펙’(SPEC)이다. 기술(Skill), 전문성(Professionalism), 시도(Endeavor), 소자본(less and less Capital)의 머리글자다. 상고를 나와 국민은행에서만 30년을 근무한 이만호(59)씨의 지금 직업은 보일러 수리공이다. 지금까지 따 놓은 자격증만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전기기능사 등 9개에 달한다. 이씨는 “기술과 자격증이 있으면 보수가 올라가고 그만큼 제2의 정년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2011년 기업은행에서 본부장으로 퇴직한 노희성(59)씨는 은행원 시절 전문성을 살려 박사 학위 없이도 대학(유한대) 강단에 서고 있다. ‘영업의 달인’, ‘인수·합병(M&A) 전문가’ 등 자신만의 고유 브랜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오영란(47) 지구촌사랑나눔 이주여성지원센터 이사는 지난해 10월 한국씨티은행에서 물러났다. 고액 연봉을 뿌리치고 무일푼 자원봉사자의 삶을 선택했다. 오 이사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시도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부지점장 출신인 조성준(63)씨는 개인택시 기사다. 택시를 선택한 것은 소자본으로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개인택시 면허와 차량 인수에 들어간 돈은 1억원 남짓. 출퇴근 시간에만 집중적으로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손주들을 보거나 운동을 한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퇴직 은행맨들의 인생 2막 이야기] ■Skill(기술) - 퇴직 6년차 이만호 국민은행 보일러 기사 보일러기사 되니 지점장 망신이라고?… ‘9개 자격증 별’ 달아 봤어? ‘생즉사 사즉생.’ 국민은행 본점 보일러실에 근무하는 이만호(59) 기사는 “정말 죽기 살기로 기술을 배웠다”고 했다. 상고를 졸업하고 국민은행에서 30년을 근무하며 지점장까지 올라왔지만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한 그는 2010년 희망퇴직을 하고 직업학교를 다녔다. 그가 가장 먼저 도전한 자격증은 보일러 기사. 나이 제한(만 55세) 직전에 걸려 있었던 이씨는 학교와 도서관을 오가며 공부를 시작했다. “용어가 생소하니 외워지질 않는 거예요. 그래도 필기시험은 실기보다는 나아요. 용접을 하다 옷을 태우는가 하면 손발을 다치기도 했죠.” 수업 중에 실수를 해 학생들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던 그는 하지만 첫 도전에 바로 합격했다. 이후 공조냉동기능사 자격증에도 곧바로 도전했다. 보일러기사 자격증으로는 일 년 내내 돈을 벌기가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도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공조냉동기능사가 눈에 띄었다. 실기시험에서 한 차례 낙방을 했지만 두 번째 시도에서 합격했다. 그리고 지난해 그는 국민은행 보일러 본점 시설과에 채용됐다. 주변에서는 “이만호가 지점장 망신시키고 다닌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후배들 시선도 곱지 않았다. 이씨의 월급은 140만원. 지점장 시절에 비하면 ‘쥐꼬리’이지만 이씨는 “이게 어디냐”며 미소 짓는다. 보일러기사로 근무하면서 따놓은 자격증이 어느새 9개. 이씨는 앞으로 전기 분야 최고 자격증으로 통하는 전기기능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전기기능장이 되면 월 400만~500만원은 거뜬히 벌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Professionalism(전문성) - 퇴직 5년차 노희성 유한대 경영과 교수 30년 노하우로 산학협력 영업 뛰어… 박사 학위 없이도 교수 평가 100점 “지난해 교수 평가에서 100점을 맞았습니다. 비결이 뭐냐고요? 은행 30년 경력 때문이죠.” 노희성(59) 유한대학교 경영과(세무회계 전공) 교수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은행원 출신임을 여러 번 강조했다. 기업은행 강남지역본부장을 끝으로 2011년 희망퇴직한 노 교수는 한국교통대를 거쳐 지난해 유한대 산학협력 교수로 초빙됐다. 박사학위 없이 현업에서의 전문성과 경력만으로 교수가 됐기 때문에 각론 과목보다는 원론 수업(경제학원론, 경영학원론 등)을 주로 맡는다. 은행 인사부장 경험을 살려 인사·조직관리, 리더십 등의 과목도 가르친다. 그의 업무 중 또 한 가지 중요한 일은 기업들과 산학협력을 맺는 것이다. 노 교수는 이 부분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은행에서 지점장, 지역본부장을 하면서 거래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게 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의외로 학교 주변에 산학협력을 원하는 기업들이 많아요. 개별 접촉을 하기도 하고, 인근 지역 지점장 소개를 받기도 하고, 본부 부서(기업은행 일자리창출팀)를 통해 다자 간 협력을 맺다 보니 산학협력을 체결한 기업체 수만 60~70곳이 넘네요.” 산학협력 교수는 해마다 평가를 통해 2년 단위로 연장하는데, 노 교수는 첫 교수 평가에서 만점을 받았다. “정년(65세)까지는 학교에 남아 있을 것 같다”며 노 교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인생 3막도 준비 중이다. 80세까지 할 일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가 구상하고 있는 다음 직업은 진로 지도사. 지난달 방학 기간을 틈타 한국진로지도협회도 세웠다. “학교에 있다 보니 진로 지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겠더라고요. 학생들이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지팡이 역할을 해줄 겁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ndeavor(시도) - 퇴직 2년차 오영란 지구촌사랑나눔 이사 20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렸던 나 ‘우리’ 돌아보는 ‘새 시작’에 설레 오영란(47) 지구촌사랑나눔 이주여성지원센터 이사는 피부가 까무잡잡하게 그을려 있었다. 7월 말부터 2주간 스리랑카에 다녀온 ‘훈장’이다. “스리랑카에서는 아이들이 왕복 4시간의 산길을 걸어 통학해요. 농번기엔 가정에서 아이들이 홀로 지내죠. 이런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스리랑카에 그룹홈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오씨는 이런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도 낯설다고 했다. 그는 1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씨티은행 부장이었다. “20년 넘게 은행원 생활을 하다 어느 날 문득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어요. 이웃이나 주변을 살펴보지 않고 오로지 나만을 위해 내달려오던 ‘이기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됐죠.” 지난해 10월 은행을 그만뒀다. 그리고는 곧장 다문화가정 미혼모를 위한 지원센터 설립에 매진했다. 은행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총괄하며 다문화 가정의 열악한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계기였다. 월급 한 푼 받지 않는 ‘재능기부’이지만 오씨는 기업체, 대학병원, 법무법인 등 후원을 해줄 수 있는 곳이라면 닥치는 대로 쫓아다녔다. 오씨는 이 센터에서 미혼모 6명과 자녀 10명을 돌보고 있다. 그는 “불법 이주노동자 출신의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자녀 역시 ‘불법 이민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어 정부 지원은커녕 이 땅에 기댈 곳이 없다”며 “적어도 아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체 재취업도 준비 중이다. 이 역시 다문화 가정 지원사업의 연장선상이다. “씨티은행에서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회공헌 활동이 필요한 기업과 다문화 가정을 연계해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게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이제 시작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Capital less and less(소자본) - 퇴직 11년차 조성준 개인택시 기사 택시하려고 퇴직금 따로 떼어뒀지… 핀잔 주던 동기들, 이젠 부러워해 “어디로 모실까요?” 개인택시 기사 조성준(63)씨는 매일 아침 “10명의 손님한테 칭찬을 받자”는 다짐을 한다. 은행원 시절 고객을 대하는 자세로 임하면 택시를 타는 손님들 마음도 열릴 것으로 본 것이다. 조씨는 “운전이 고되긴 하지만 손님들한테 ‘인사를 잘하신다’ ‘운전을 편안하게 하신다’ ‘인상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절로 힘이 난다”고 말했다. 1976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30년을 한 직장에서만 지내온 조씨는 2005년 부지점장을 끝으로 퇴직을 결심했다. 지점장을 노려볼 수는 있었지만 어차피 퇴직을 해야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나와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게 낫다고 봤다. 희망퇴직을 하면서 특별퇴직금으로 30개월치 월급을 한꺼번에 받았는데 이 중 1억원은 개인택시를 하기 위해 따로 떼어놨다. 조씨는 “동기들이 ‘은행 다니는 놈이 택시는 무슨’이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개인택시만큼 안정적인 일도 없다. 식당을 차렸다가 장사가 안되면 투입한 돈을 모두 날리지만 개인택시는 나중에 면허를 반납하면 그 돈을 고스란히 돌려받는다”고 말했다. 조씨의 하루 근무 시간은 약 10시간. 오전 7시부터 11시,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주로 출퇴근 시간에만 운전한다. 심야에도 일할 수 있지만 욕심부리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자제하고 있다. 월평균 수입은 2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여기에 국민연금 월 120만원을 받고, 개인연금도 매월 50만원 남짓 나오니 부부가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요즘에는 동기들도 다들 부러워해요. 제 삶만큼 자유로운 삶이 있을까요. 내년 5월 아내와 북유럽 여행을 다녀 오려고 적금을 붓고 있습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사진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박윤슬기자 seul@seoul.co.kr
  • [지방 교부세 심층 진단] 교부세 더 챙길 수 있는 3가지 팁

    [지방 교부세 심층 진단] 교부세 더 챙길 수 있는 3가지 팁

    정부가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로 재원을 이전하는 것은 지자체 사이에 형평성을 꾀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공공재를 효과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 가운데 지방교부세는 원칙적으로 정부가 그 용도를 제한하거나 조건을 달지 않고 지자체에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일반재원이다. 지자체에 독립된 고유 재원으로서 국가와 세원을 공유하는 세원 재배분 성격도 있다. 바로 이런 성격 때문에 정부가 각종 ‘꼬리표’를 붙여 지자체에 요구하는 게 제도 취지와 맞느냐는 논란이 존재한다. 지난달 31일 행정자치부가 주최한 지방교부세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조기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원은 “재정 효율성은 지방교부세가 아니라 국고보조금을 통해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지방교부세와 인센티브는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행사·축제성 경비 절감도 중요 그렇다고 해도 재정 압박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자체로선 한 푼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사실 지방교부세에 각종 꼬리표를 붙여서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기획재정부 등 경제관료들의 일관된 방침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다. 재정 확보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 처지에선 각종 인센티브와 감액제도를 잘 활용할 수밖에 없다. 지방교부세 주관부처인 행자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지방교부세 제도 개선안을 보면 지방세 징수율 제고, 지방세와 세외수입 체납액 축소 등 세입 확충 반영 비율을 지금보다 30% 포인트 상향했다. 인건비 절감, 행사·축제성 경비 절감, 지방보조금 절감 등 세출 효율화 자구 노력 반영 비율 역시 높였다. 지자체 자체 노력 정도를 보통교부세 산정에 반영하는 규모는 4조 5343억원이나 된다. 이 가운데 1조 4311억원은 ‘상금’, 3조 1032억원은 ‘벌금’이다. 가령 강원도는 올해 자체 노력으로 교부세를 267억원이나 받게 됐다. 세입 확충과 세출 절감을 통해 교부세 96억원을 챙긴다. 더욱이 지난해 발생한 체납 지방세에 대한 철저한 추적을 통해 130억원이나 징수한 덕분에 171억원이 추가로 늘었다. 행사·축제성 경비를 절감하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경남은 2013년 행사·축제성 경비 절감을 통해 교부세 16억원을 받았다. 인건비 절감도 정부가 가중치를 높이려는 항목이다. 인건비 기준액이 100억원인데 결산액이 80억원으로 20억원을 절감했다면 현재 기준으로는 교부세에 미치는 영향이 없지만 정부 개선안대로라면 17억원을 교부세로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감사원 감사 등 치명타 될 수도 법령을 위반해 과다한 경비를 지출하는 등 지방재정 발전을 저해한다고 판단하면 지방교부세를 감액 조치하도록 한 감액제도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특히 감액 재원은 다른 지자체에 상금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속이 두 번 쓰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감액 액수와 사유도 공개한다. 감액 건수도 2013년 178건에서 2014년 255건, 2015년 263건으로 증가세다. C시는 올해 청사 예정 부지를 낮은 가격으로 매각해 지자체 재정 손실을 초래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C시는 158억원을 감액당했다. 지난해에는 또 다른 시가 지방재정 투·융자사업 심사 의뢰 업무를 적절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2억원 감액됐다. 특히 감사원 감사와 정부 합동 감사가 치명적일 수 있다. ●다문화가정 등 적극 발굴해야 통계를 적극 활용하라는 것도 중요한 팁이다. 때로는 단체장이 통계 업무에 신경을 얼마나 쓰느냐 여부가 보통교부세 교부단체와 불교부단체를 가를 수도 있다. 현재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서울, 기초지자체 중에선 경기 고양, 과천, 성남, 수원, 용인, 화성 등 7개 지자체가 ‘기준재정수입액’이 ‘기준재정수요액’보다 큰 지자체로 묶여 보통교부세를 받지 못한다. 경기 안산시는 통계업무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통계 정비에 힘썼다. 그 결과 안산시는 보통교부세를 받게 된 반면, 여건이 비슷한 E시는 재정 여력이 좋다는 이유로 밀려났다. 안산시가 시내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더 많이 발굴해 통계에 적극 반영하면서 보통교부세 산정을 위한 기준재정수요액이 더 나온 것에 비밀이 숨어 있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국경 넘은 100만명 ‘노동의 자유’ 얻는다

    국경 넘은 100만명 ‘노동의 자유’ 얻는다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 신장을 위한 소송 제기 10년 만에 대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외국인 노동자도 노동 3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법원은 불법 체류 외국인도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로 인정했지만 사실상 이번 확정 판결은 정부 허가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 15세 이상 외국인은 125만 6000명이며, 이 가운데 취업자는 85만 2000명이다. 여기에 불법 체류자 20만 8000여명(2014년 12월 기준)을 더하면 외국인 노동자는 100만명을 넘는다. 하지만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변할 노조 설립이 허용되지 않아 상당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차별과 임금체불 등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법적 권리는 요구하지 못했다. 특히 불법 체류 노동자에 대해서는 이들의 신분을 악용한 사업주들의 횡포가 구타·감금 등 범죄 행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동안 이주노동자 노조의 소송을 대리한 권영국 변호사는 대법원 선고 직후 승소 소감을 밝히며 “산업재해와 차별로 고통받던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당장 고용노동부는 이주 노동자 노조 설립을 허용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주 노동자 노조가 낸 노조 설립신고서를 재검토해 신고증 교부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노조 설립이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 노동자 노조가 정식 설립되면 우선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비전문 취업자 24만 7000여명의 노동 환경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들은 정부 허가에 따라 기본적으로 3년간 국내 노동을 보장받고, 이후 추가로 최장 4년 10개월을 더 일할 수 있지만 사업장 이전에 제약이 따른다. 고용허가제 규정에 따르면 노동자가 사업장 이전을 원할 경우 사업주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이 규정 때문에 부당한 대우 속에서도 해당 사업장에서 계속 일하는 노동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네팔 출신인 우다야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사업주 승인이 없는 한 사업장을 바꾸기 힘들다 보니 휴식 시간도 없이 하루 종일 일을 시키고 모멸감을 주거나 임금체불 등을 하는 사업주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노조 합법화의 길이 열린 만큼 외국인 노동자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고 정당한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주노조는 더욱 활발한 조직화의 길이 열리고 처우 개선의 가능성이 커졌다”며 “특히 불법 체류자도 노조를 결성할 권리가 있다는 판결은 국적과 신분을 뛰어넘어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불법 체류자도 노조 설립 가능”

    “불법 체류자도 노조 설립 가능”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불법 체류 외국인에게도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우리 대법원의 첫 판례로, 소송이 시작된 지 10년 만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조가 노조 설립을 인정해 달라며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관 12대1의 의견으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상고된 지 8년 4개월이나 된 대법원 최장기 미제 사건이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앞서 서울·경기·인천 지역 외국인 노동자 91명은 2005년 4월 노조를 결성하고 설립 신고서를 노동청에 제출했다. 그러나 조합원 중에 불법 체류자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반려됐고, 이주 노조는 같은 해 6월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쟁점인 불법 체류 외국인의 근로자 인정 여부와 노조 설립 및 가입 자격 인정 여부를 놓고 1, 2심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1심은 “불법 체류자는 출입국관리법상 취업이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에 장차 적법한 근로관계가 계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근로 조건 유지·개선 및 지위 향상을 모색할 법률상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불법 체류자는 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조도 만들 수 없다는 결론이 뒤따랐다. 하지만 2심은 “불법 체류자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며 임금이나 그에 준하는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다면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출입국관리법은 자격 없이 취업한 외국인을 강제 퇴거 및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이는 무자격 외국인을 고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려는 것이지, 실제 제공하고 있는 근로에 따른 권리까지 금지하려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제적으로도 의미 있는 판결”이라면서 “그러나 노조 결성이 허용된다고 해서 불법 체류 외국인에게 취업 자격이 주어지거나 불법 체류가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TV안 그들을 보다 TV밖 우리를 본다

    TV안 그들을 보다 TV밖 우리를 본다

    # 하루 24시간 내내 아이돌 그룹 엑소에 빠져 있는 중학생 딸을 보는 엄마는 속이 타들어간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 왕따를 당했고,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돌파구가 엑소였다”는 딸의 고백에 엄마는 오열한다(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 백혈병과 싸우는 5살 소녀에게 뽀로로가 찾아온다. 뽀로로는 소녀에게 ‘용기의 모자’를 씌워주고, 소녀는 아픈 주사를 맞으며 울음을 꾹 참는다(tvN ‘촉촉한 오빠들’). 일반인들의 애달픈 사연을 관찰 카메라로 포착하며 웃고 우는 프로그램들이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에서 동시에 선을 보이고 있다. 육아, 가상결혼, 여행 등 연예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던 TV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여기에 가족과 꿈 등 감동적인 코드를 버무린 ‘일반인 감성 예능’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조짐이 보인다. 일반인 감성 예능으로 최근 가장 상승세를 타고 있는 프로그램은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다. 갈등을 품고 사는 사춘기 자녀와 부모가 관찰 카메라를 통해 갈등의 원인을 진단하고 화해를 시도한다. 지난 4월 25일 정규 방송을 시작한 ‘동상이몽’은 ‘모바일 메신저로만 대화하는 모녀’ ‘무용 유망주인 딸을 혹독하게 가르치는 엄마’ 등의 사연이 화제를 모으며 순항 중이다. ‘동상이몽’과 같은 날 첫 전파를 탄 JTBC ‘엄마가 보고 있다’ 역시 일반인 부모와 자녀를 내세운 관찰 예능이다. 집을 떠나 서울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38살 아들, 병원 응급실에서 전쟁 같은 일과를 보내는 간호사 아들 등 자녀의 하루를 어머니가 관찰 카메라를 통해 지켜본다. 어머니는 그동안 몰랐던 자녀의 고된 일상을 이해하고, 연예인들과 함께 특별한 이벤트를 열어준다. ‘화성인 바이러스’ 등 기존의 일반인 예능은 특이한 일반인 캐릭터를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 반면 최근의 프로그램들은 누구나 공감할 법한 이웃들의 이야기로 눈물샘을 자극한다는 데서 달라졌다. ‘동상이몽’은 부모와 자녀가 숨겨둔 속내를 터트리면서 스튜디오가 눈물바다가 된다. ‘엄마가’ 역시 고군분투하는 자녀를 지켜보는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 같은 ‘감성’ 코드를 본격적으로 수용한 프로그램이 지난달 25일 첫선을 보인 tvN ‘촉촉한 오빠들’이다. 정년퇴임을 앞둔 아버지, 취업준비를 하는 자녀, 3년 동안 가족과 만나지 못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등에게 잊지 못할 이벤트를 해주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긴다. 웃음기를 뺀 담백한 연출에 남성 연예인 진행자들은 서슴없이 눈물을 쏟아낸다. 방송가에서는 일반인 감성 예능의 등장을 연예인 관찰 예능 붐 이후의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서구의 리얼리티 쇼는 원래 일반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관찰 카메라’라는 이름으로 연예인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했다”면서 “관찰 카메라가 이제 본격적으로 일반인을 관찰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짚었다. ‘촉촉한 오빠들’의 유학찬 PD는 “연예인 관찰 예능이 유행한 건 연예인의 진솔한 모습이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인데, 여기서 더 나아간 것이 연예인이 아닌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특히 ‘감성’ 코드는 일반인 관찰 예능이 시청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장치다. 정 평론가는 “가족, 인간관계 같은 코드를 통해 감동적으로 풀어가는 건 서구의 리얼리티 쇼를 한국적으로 변주한 것”이라면서 “일반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불편하지 않게 다루려 고민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일반인 예능은 하반기에도 계속된다. 다음달 11일 첫 방송되는 KBS ‘청춘FC’는 축구를 포기할 위기에 처한 축구선수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축구에 담긴 청춘들의 희로애락을 진솔하게 그릴 예정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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