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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말 못하면 왜 욕하고 바보 취급하는지”…한국 인종차별 심각

    “한국말 못하면 왜 욕하고 바보 취급하는지”…한국 인종차별 심각

    인권위 ‘한국사회 인종차별 실태조사’ 발표이주민 약 68% “한국에 인종차별 있다”한국어 능력·외국인·출신국 주된 차별사유한국어 못하는 이주민 여성 성폭행 피해도이주민 약 49% “차별 당해도 그냥 참았다” “남편 회사 공장장이 한국 사람한테는 욕 안 하는데 남편한테는 ‘XX새끼, 왜 제대로 일 안 하냐’ 이렇게 얘기해요. 어쩔 수 없이 참아요.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없으니까요.” (예멘 출신 난민 A씨) “한국말을 못하면 왜 애 취급하는 건지, 왜 바보 취급을 하는 건지…. 그런 것들이 한국 사람들한테 있어요.”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B씨) 유엔에서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3월 21일)을 앞두고 국내 이주민 상당수가 “한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응답한 내용의 실태조사 결과를 국가인권위원회가 19일 발표했다. 인권위가 이날 공개한 ‘한국사회 인종차별 실태와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법제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이주민(난민,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유학생, 재외동포, 북한이탈주민 등) 310명 중 68.4%가 “한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인종, 민족, 피부색, 출신국, 한국어 능력 등 각 차별 사유별로 차별을 경험한 정도를 물었더니 ‘한국어 능력’(62.3%), ‘한국인이 아니어서’(59.7%), ‘출신국’(56.8%)이 주된 차별 사유였다. 캄보디아 출신의 한 결혼이민자는 “택시는 외국인을 안 태워준다. 우리 엄마를 안 태워줬다”면서 “주소를 확인하고 못 간다고 하면 알겠는데, 택시기사가 외국인이니까 나가라고 그랬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이나 재외동포 여성은 신체 접촉이나 성적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 중국동포 여성은 “남성 직원이 항상 매장 창고에 가서 처음에는 말로 놀리다가 나중에 제 얼굴을 만지거나 스킨십 같은 걸 막 했다”면서 “‘이러지 마세요’라고 하면 그는 ‘어디서 이런 일 가지고 정색하냐. 별것도 아닌데’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주민들이 경험하는 차별 행위는 주로 반말, 욕, 조롱 등의 ‘언어 비하’(56.1%)와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질문’(46.9%), ‘불쾌한 시선’(43.1%), ‘일터에서의 차별’(37.4%) 등이었다.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에 있는 한 중국동포는 “‘너네 어차피 여기 오는 건 그냥 돈 벌러 오는 거잖아. 대학원 다니는 것도 학위 따서 좋은 시집가려고 이러는 거 아니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차별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대처하는지를 물었더니(복수응답)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말했다’(50.2%)와 ‘그냥 참았다’(48.9%)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참는 주된 이유는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57.8%),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서’(45.3%)였다. 보고서는 “한국사회에서의 인종차별은 ‘한국인 중심주의’ 또는 ‘한국 우월주의’에 기반하면서, 출신 국가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위계를 나누고 이를 근거로 이민자 집단을 무시하는 양상으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인종차별 행위 중지 및 피해구제 △인종차별 선동 행위의 범죄화 △인종차별적 혐오표현 규제 등을 법제화할 것을 제안했다. 앞서 2018년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의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확산에 크게 우려를 표명하고 인종차별 확산 금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한 적이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코로나19 여파로 불법체류자 자진출국 급증

    코로나19 사태와 법무부의 자진출국제도가 맞물리면서 불법체류자들의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12일 전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따르면 올들어 자진출국하겠다고 신고한 불법체류자는 556명으로 집계됐다. 자진출국 신고는 지난 1,2월까지만 해도 많지 않았으나 지난달 24일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이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1월 자진출국자는 139명, 2월은 23일까지 99명에 그쳤다. 그러나 2월 24일부터 이달 7일까지 13일 동안 318명으로 폭증했다. 이같이 불법체류자 자진출국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정상적인 치료를 받을 수 없고 범칙금도 물어야 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관계자는 “불법체류자들은 각국 언어로 번역된 공식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고 마스크도 구하기 힘들어 최소한의 방어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자진출국하는 불법체류자는 범칙금을 100% 감액해주는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입국금지 면제와 출국 후 일정기간 후 단기비자 발급 기회 제공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주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中 위구르 8만명 애플·나이키·삼성·엘지 공급망서 강제노역”

    “中 위구르 8만명 애플·나이키·삼성·엘지 공급망서 강제노역”

    호주전략정책연구소 보고서 글로벌 기업 납품공장에 이관 태광 공장에 감시탑, 철조망“국제법 금지된 강제노역 분명” 중국이 강제수용한 위구르인 8만여명이 애플, 나이키 등 세계적인 브랜드에 납품하는 공급업체의 중국 생산공장으로 보내졌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1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캔버라에 본부를 둔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위구르를 팝니다’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9개성에 있는 공장 27곳은 2017년부터 ‘신장원강’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통해 신장 수용소에서 이관된 위구르인 ‘재교육생’들을 노동자로 이용했다. 언급된 공장은 세계적인 브랜드 83곳에 상품을 제공하는 공급망의 일부이다. 이 중엔 아베크롬비앤피치, 아디다스, 아마존, 애플, ASUS, BMW, 보쉬, 캘빈클라인, 시스코, 델, 일렉트로룩스, 필라, 갭, 제너럴일렉트릭(GE), 제너럴모터스(GM), 구글, H&M, 하이센스, 히타치, 휼렛팩커드(HP), HTC, 화웨이, 재규어, 재팬디스플레이, 라코스테, 랜드로버, 레노보, LG, 메르세데스벤츠, 마이크로소프트, 미쯔비시, 나이키, 닌텐도, 노키아, 노스페이스, 오큘러스, 오포, 파나소닉, 폴로랄프로렌, 푸마, 삼성, 샤프, 지멘스, 스케처스, 소니, TDK, 토미힐피거, 도시바, 유니클로, 빅토리아시크릿, 비보, 폴크스바겐, 샤오미, 자라, 제냐, ZTE 등이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정부 문서, 위성사진,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 작성됐으며, 강제 노역을 한 것으로 확신했다. ASPI는 나이키 신발을 만드는 중국 동부의 칭다오 태광 공장에서 감시탑과 철조망 울타리, 경찰 경비 초소를 확인했다. 이들은 한족 직원과 달리 휴일에도 집에 갈 수 없었다. 게다가 보고서에 따르면 각 지방정부와 민간의 브로커들은 수용자 1인당 가격을 받고 이들 공장과 신장 지방정부를 연결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ASPI 연구원들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정부가 후원하는 위구르 노동력”에 대한 광고가 최근 더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 광고는 “신장 노동자의 장점 : 준군사적인 관리, 고난을 견디는 힘, 인원 감소할 걱정이 없음… 최소 주문은 100명!”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공장에서 학대나 강제노동 사례가 없는지 무제한 접근을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국제법으로 금지돼 있다. 조시 로젠스탁 애플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애플은 공급망 내 모든 사람이 마땅히 받아야 할 존엄과 존경으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 대변인은 “언급된 공급업체 중 폴크스바겐 직영 업체는 없다”고 말했다. 나이키 대변인은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국제 노동 기준을 유지하는데 전념하고 있다”면서 “공급업체들은 어떠한 형태의 감옥, 강제 노동, 보세 노동, 또는 무기한 노동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에 따르면 칭다오 공장 모기업인 한국 태광의 김재민 사장은 공장 노동자 7100명 중 600명이 위구르인이며, 이들은 현지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데려온 이주노동자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법무부 “불법체류자 신종코로나 검진 받아도 단속 안해”

    법무부 “불법체류자 신종코로나 검진 받아도 단속 안해”

    의료 사각지대 놓인 ‘불법체류자’···‘수퍼감염자’ 위험 막는다입국제한 조치로 약 500명 사전 차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한 달간 진료를 휴진합니다.” 주말마다 외국인노동자를 상대로 무상 진료를 해오던 라파엘나눔재단은 지난 2일부터 진료를 중단한다는 안내문을 문 앞에 붙여 놓았다. 주말 아침이면 수십 명의 이주노동자가 줄을 서서 병원 문 여는 시간을 기다리던 곳이다. 언어·비용 장벽이나 단속 문제로 병원 방문을 꺼리는 불법체류자에게는 유일한 희망이었던 이곳마저 신종 코로나 때문에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9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처럼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불법체류자들도 당분간 단속 걱정 없이 신종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종코로나와 관련해 검진을 받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의료기관도 단속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코로나 증상이 있는데도 적극적인 검사를 받지 않는다면 지역사회 전반에 감염을 확산시키는 ‘수퍼감염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출입국관리법 등에 따르면 공무원은 불법체류자를 발견하면 그 사실을 지체 없이 지방 출입국·외국인 관서에 알려야 하지만, 의료기관 공무원이 보건의료 활동 중 환자의 신상정보를 알게 된 경우에는 통보 의무가 면제된다.법무부는 중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승객을 대상으로 허베이성 방문 여부 등을 조사해 499명이 현지 발권 단계에서 사전 차단됐다고 이날 밝혔다. 법무부는 현재 225만명에 달하는 국내 체류 외국인 관리와 더불어 신종 코로나 위험지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을 막기 위해 입국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태국서 온 김용균’ 그 시신 찾으러 온 아버지, 용균씨 어머니와 만나다

    ‘태국서 온 김용균’ 그 시신 찾으러 온 아버지, 용균씨 어머니와 만나다

    “아들 잃은 이 아픔을 어떻게 견디셨어요.”(물미 자이분) “밥 먹기 싫어도 물에 말아서라도 꾸역꾸역 먹어야 해요. 그래야 싸울 수 있으니까.”(김미숙씨) 30일 서울 광화문광장 김용균 추모분향소 앞. 지난해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태국인 물미 자이분(69)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자이분은 지난달 경기 양주시의 한 건설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일하다 숨진 외국인 노동자 프레용 자이분(34)의 아버지다. 프레용 자이분 경기북부지역대책위원회(대책위)와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의 주선으로 이날 만난 두 사람은 비슷한 사고로 아들을 잃었다. 김용균씨는 지난해 12월 홀로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숨졌고, 지난 3월부터 한국에서 일했던 프레용은 지난달 13일 아침 일찍 컨베이어벨트의 이물질을 제거하려다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아들의 패딩점퍼를 입고 온 자이분은 “한국에서 버는 돈을 모두 본국으로 보낸, 착하고 따뜻한 아들이었다”면서 “공장 일이 힘들다기에 ‘태국으로 돌아오라’고 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목숨을 잃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아들 프레용은 관광비자로 한국에 와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머물며 약 8개월간 일했다. 하루에 10시간씩 주 6일을 일하고, 주말에는 24시간 연속으로 일하면서도 손에 쥐는 돈은 고작 140만원 정도였다. 회사에서 못 받은 최저임금 미달금이 1300만원에 이른다. 자이분이 “태국에 남아 있는 아내는 소식을 듣자마자 거의 쓰러져 울기만 한다”고 전하자, 김씨는 “저도 아들이 죽은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어제 일어난 일처럼 너무 아프다. 사람마다 이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최소한 자식들이 보기에는 부끄럽지 않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 아들이 어떤 마음일까 늘 생각하면서 살고 있고, 이 때문에 지난 1년간 안전하지 않은 이 상황을 바꾸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자이분은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한국으로 날아왔다. 하지만 사측과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직 장례조차 치르지 못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회사에서 처음에 민사 배상금으로 3000만원을 제안했다. 한국인이 사망했어도 이렇게 했겠느냐”면서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산재 사고 사망에서도 차별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인 김달성 목사는 “산재를 일으키는 기업은 꼭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하고, 죽음의 외주화·이주화라는 구조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반복되는 죽음의 ‘외주화’와 ‘이주화’…아들 잃은 부모의 만남

    반복되는 죽음의 ‘외주화’와 ‘이주화’…아들 잃은 부모의 만남

    “아들 잃은 이 아픔을 어떻게 견디셨어요.”(물미 자이분) “밥 먹기 싫어도 물에 말아서라도 꾸역꾸역 먹어야 해요. 그래야 싸울 수 있으니까.”(김미숙씨) 30일 서울 광화문광장 김용균 추모분향소 앞. 지난해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태국인 물미 자이분(69)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자이분은 지난달 경기 양주시의 한 건설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일하다 숨진 외국인 노동자 프레용 자이분(34)의 아버지다. 프레용 자이분 경기북부지역대책위원회(대책위)와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의 주선으로 이날 만난 두 사람은 비슷한 사고로 아들을 잃었다. 김용균씨는 지난해 12월 홀로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숨졌고, 지난 3월부터 한국에서 일했던 프레용은 지난달 13일 아침 일찍 컨베이어벨트의 이물질을 제거하려다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아들의 패딩점퍼를 입고 온 자이분은 “서른이 넘었는데 결혼도 안 하고, 한국에서 버는 돈을 모두 본국으로 보내면서 부모님만 모시겠다는 착하고 따뜻한 아들이었다”면서 “공장 일이 힘들다기에 ‘태국으로 돌아오라’고 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목숨을 잃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아들 프레용은 관광비자로 한국에 와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머물며 약 8개월간 일했다. 하루에 10시간씩 주 6일을 일하고, 주말에는 24시간 연속으로 일하면서도 손에 쥐는 돈은 고작 140만원 정도였다. 회사에서 못 받은 최저임금 미달금이 1300만원에 이른다. 자이분이 “태국에 남아 있는 아내는 소식을 듣자마자 거의 쓰러져 울기만 한다”고 전하자, 김씨는 “저도 아들이 죽은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어제 일어난 일처럼 너무 아프다. 사람마다 이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최소한 자식들이 보기에는 부끄럽지 않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 아들이 어떤 마음일까 늘 생각하면서 살고 있고, 이 때문에 지난 1년간 안전하지 않은 이 상황을 바꾸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자이분은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한국으로 날아왔다. 하지만 사측과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직 장례조차 치르지 못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회사에서 처음에 민사 배상금으로 3000만원을 제안했다. 한국인이 사망했어도 이렇게 했겠느냐”면서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산재 사고 사망에서도 차별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인 김달성 목사는 “한국은 산재 발생 1위 국가이자 산재 사망률 역시 세계 최고다. 특히 산재 사고는 갈수록 외국인과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산재를 일으키는 기업은 꼭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하고, 죽음의 외주화·이주화라는 구조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법원 “불법체류자 사망, 업무상 재해 아냐”… 토끼몰이 단속의 비극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식사 중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을 피하다 7.5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고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토끼몰이식 단속이 이 같은 비극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박성규)는 최근 건설 현장에서 철근공으로 근무하던 불체자 A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10일부터 경기 김포의 한 주상복합 신축 건설 현장에서 근무했다. 사고가 발생한 건 40여일이 지난 8월 22일. 현장 내 컨테이너 건물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A씨는 불시 단속을 나온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원들과 맞닥뜨렸다. 식당 출입구가 통제되는 등 단속망이 좁혀지자 A씨는 식당 창문을 통해 도주를 시도하다가 7.5m 깊이의 지하로 떨어졌다. 의식불명이 된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7일 뒤 세상을 떠났다. A씨의 유족은 지난해 10월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니다”라며 부지급 처분했다. A씨 아내는 “불체자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는 사업주의 도주 지시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사업장의 내재된 위험이 실현된 것”이라면서 “사업주는 식당에 출입구를 1개만 설치했고, 적시에 응급 조치 혹은 후송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도 공단의 손을 들어 줬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판부가 불체자 신분의 이주노동자가 처한 현실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최정규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막무가내식 단속이 중단되는 것”이라면서 “생명이 사그라들었음에도 국가가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건 더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독재의 상처 어루만진 임흥순

    독재의 상처 어루만진 임흥순

    약자들에 주목한 작가이자 영화감독 광주·부에노스아이레스 ‘민간인 학살’ 두 도시의 공통된 아픔 불러내 위로전시장에 들어서면 분수대 같은 원형 구조물 위에 흰 이불을 뒤집어쓴 사람 크기의 형상이 서 있다. 입구에선 뒷모습만 보이는데, 언뜻 어릴 때 하던 유령 놀이를 연상시킨다. 반 바퀴 돌아 앞에서 보면 긴 빗자루 두 개가 엇갈려 세워져 있다. 그 주위를 빙 둘러서 모양과 색깔, 재질이 제각각인 돌멩이 20여개가 가지런히 놓였다. 광주 옛 505보안부대 터에서 주운 돌 조각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공동묘지에 있던 건물 잔해 등이다.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임흥순 작가의 개인전 ‘고스트 가이드’는 군부 독재 아래 집단학살을 경험한 1980년대 광주와 1970년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아픈 흔적들을 수십 년 시공간을 건너뛰어 한자리에 불러 낸다. 작가는 “2년 전에 아르헨티나를 방문했다가 ‘5월 광장의 어머니들’을 알게 됐다. 군부 정권 시기에 3만명이 실종됐고, 실종자 어머니들이 40년 넘게 매주 목요일마다 집회를 한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면서 자연스럽게 광주가 겹쳐졌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광주 오월어머니회를 찾아 여러 얘기를 들으면서 그분들의 공통된 슬픔과 아픔을 위로하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전시 첫 작품인 ‘친애하는 지구’는 작가가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수집한 돌과 유령 형상 설치 작업, 두 도시에서 찍은 사진, 가상현실(VR) 영상 등으로 구성됐다. “우리가 어떻게 그 시간을 기억하고 찾아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는 작가는 “돌과 흙처럼 땅속에 있는 잔해를 통해 그분들이 처한 상황, 의미 등을 찾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전시 제목과 동명 작품인 ‘고스트 가이드’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두 도시의 고등학생들이 과거의 민주화운동을 자신들의 시각에서 재현하고, 재구성하는 영상 작업을 통해 유령 같은 존재가 된 실종자 가족과 희생자들을 애도한다. 작가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은 시민이 5·18 민주묘지에서 정원사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유령을 안내하는 사람인 ‘고스트 가이드’를 연상했다고 말했다. 42분 분량의 영상 ‘좋은 빛, 좋은 공기’는 지난해 미국 카네기미술관 국제기획전 ‘카네기 인터내셔널’에 소설가 한강과 함께 참여해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빛고을’ 광주, ‘좋은 공기’를 의미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어느 도시보다 어둡고, 숨막혔던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면 대단히 역설적인 제목이다. 마주 보게 설치한 두 스크린에 각각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아픔과 고통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광주 화면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소리와 자막이 흐르고, 반대로 부에노스아이레스 화면에 광주의 소리와 자막이 얹히면서 두 도시의 이야기가 하나로 모이는 흐름이 깊은 울림을 전한다. 미술가이자 영화감독인 작가는 제주 4·3사건 피해자, 여성 노동자, 여성 탈북자, 이주노동자 등 정치적·역사적 사건에 희생되거나 사회 주변부로 밀려난 약자들에 주목한 작업을 줄곧 해 왔다. 구로공단 여공부터 현재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영화 ‘위로공단’으로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인 최초로 은사자상을 받았다.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을 장편 다큐로 제작해 지난달 개봉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3일까지 열린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단독] “기다려 XX야” 욕먹고 매 맞고 … 이주노동자, 972억 떼였다

    [단독] “기다려 XX야” 욕먹고 매 맞고 … 이주노동자, 972억 떼였다

    상습 폭행·체불 등 시달리다 사직·고발 가라테 배웠다며 공격 자세로 위협도 “미등록 신분 악용 사업자 적지 않아”“내가 월급 안 준다고 했냐 개XX야, 기다려 이 XX야, 두 달 더 기다려 XXX야.” 지난 9월 대구 성서공단의 한 공장에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쏟아졌다. 공장 사장 A씨는 밀린 임금을 달라며 찾아온 필리핀 국적의 미등록 이주 노동자 3명에게 “월급을 안 준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답을 하면서 폭언을 이어 갔다. A씨는 “니가 잘했어? 이 XXX야”, “일을 거지같이 해놓고 돈 달라고 온 거야, 이 개XX야”, “누구 마음대로 공장 안을 돌아다녀, 이 XX야, 이 X 같은 XX야” 등 그는 5분 정도 대화를 하면서 수십 차례 욕설을 내뱉었다. 서울신문이 28일 대구 성서공단 노동조합을 통해 입수한 A씨의 폭언 녹취 파일은 미등록 신분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녹취 파일에 등장하는 이주노동자 3명은 지난 22일 “상습 임금 체불에 폭언을 일삼고, 심지어 폭행까지 자행했다”며 A씨를 고용노동부 대구지청에 고발했다. A씨는 이전에도 이주노동자 임금을 자주 체불해 고용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8월 A씨의 공장에서 일했던 이주노동자 3명은 언어폭력과 부당한 대우를 견디다 못해 회사를 그만뒀고, 밀린 임금 620만원을 달라고 A씨를 찾아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노조 관계자는 “A씨는 욕설뿐 아니라 자신이 가라테를 배웠다며 공격 자세를 취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협했다”며 “평소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자주 찌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 B(50)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낡은 기계가 작동하지 않아서 사장에게 이야기하면 화를 내고 욕을 했다”며 “참다못해 그만뒀는데 월급을 주지 않았다. 제가 당한 일을 이전에 일했던 공장 사장에게 이야기하자 바로 노동청에 신고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주노동자 임금 체불액은 972억원이다. 김용철 성서공단 노조 상담소장은 “취업비자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특히 미등록 신분인 경우 임금을 주지 않아도 노동청 진정 등 적극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 이를 악용하는 사업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내가 월급 안 준다고 했냐 개XX야”…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욕설 일삼은 사장

    “내가 월급 안 준다고 했냐 개XX야”…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욕설 일삼은 사장

    이주노동자 상대로 폭언한 녹취록 입수체불임금 620만원 달라고 하니 되돌아 온 욕설평소에도 욕설과 폭행 일삼은 사장, 고용부 고발“내가 월급 안 준다고 했냐 개XX야, 기다려 이 XX야, 두 달 더 기다려 XXX야.”지난 9월 대구 성서공단의 한 공장에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쏟아졌다. 공장 사장 A씨는 밀린 임금을 달라며 찾아온 필리핀 국적의 미등록 이주 노동자 3명에게 “월급을 안 준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답을 하면서 폭언을 이어 갔다. A씨는 “니가 잘했어? 이 XXX야”, “일을 거지같이 해놓고 돈 달라고 온 거야, 이 개XX야”, “누구 마음대로 공장 안을 돌아다녀, 이 XX야, 이 X 같은 XX야” 등 그는 5분 정도 대화를 하면서 수십 차례 욕설을 내뱉었다. 서울신문이 28일 대구 성서공단 노동조합을 통해 입수한 A씨의 폭언 녹취 파일은 미등록 신분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녹취 파일에 등장하는 이주노동자 3명은 지난 22일 “상습 임금 체불에 폭언을 일삼고, 심지어 폭행까지 자행했다”며 A씨를 고용노동부 대구지청에 고발했다. A씨는 이전에도 이주노동자 임금을 자주 체불해 고용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8월 A씨의 공장에서 일했던 이주노동자 3명은 언어폭력과 부당한 대우를 견디다 못해 회사를 그만뒀고, 밀린 임금 620만원을 달라고 A씨를 찾아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노조 관계자는 “A씨는 욕설뿐 아니라 자신이 가라테를 배웠다며 공격 자세를 취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협했다”며 “평소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자주 찌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 B(50)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낡은 기계가 작동하지 않아서 사장에게 이야기하면 화를 내고 욕을 했다”며 “참다못해 그만뒀는데 월급을 주지 않았다. 제가 당한 일을 이전에 일했던 공장 사장에게 이야기하자 바로 노동청에 신고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주노동자 임금 체불액은 972억원이다. 김용철 성서공단 노조 상담소장은 “취업비자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특히 미등록 신분인 경우 임금을 주지 않아도 노동청 진정 등 적극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 이를 악용하는 사업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中 일대일로는 ‘빚의 함정’일까? 亞 지도층에 물어보니…

    中 일대일로는 ‘빚의 함정’일까? 亞 지도층에 물어보니…

    서구세계를 중심으로 중국이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통해 개도국들을 의도적으로 ‘빚의 함정’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아시아 사회 지도층 대다수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28일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에 따르면 올해 6월 20일부터 한 달간 아시아권 오피니언 리더 12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중국이 일부러 빚의 함정 외교를 펼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0.6%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42.1%는 ‘그렇지 않다’, 27.3%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설문 대상 10명 가운데 7명 정도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나쁘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빚의 함정’이라는 데 동의한 응답률은 베트남(65.4%)과 필리핀(60.6%), 스리랑카(48.7%) 등에서 높았다. 다만 중국의 의도와 상관없이 일대일로 사업이 주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응답자의 거의 절반(48.8%·복수응답 가능)이 일대일로와 관련해 예상되는 위험으로 ‘중국의 영향력에 취약해진다’는 점을 꼽았다. 이어 ‘중국 이주노동자 유입’(40.8%), ‘환경·기후변화에 악영향’(37.3%), ‘부채 해결 과정의 주권 약화’(35.5%) 순이었다. 중국군이 자국이나 인접국에 주둔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한 응답자도 21.9%였다. 그럼에도 전체 손익을 따질 때 일대일로가 자국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 응답자가 41.6%였다. 위험이 더 크다는 응답은 17.8%였다. 이번 설문 조사는 인도와 일본, 호주를 제외한 아시아권 26개국 정부 당국자와 재계, 학계, 비정부기구 관계자, 언론 종사자 등을 상대로 이뤄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英~깜깜하네…총선 브렉시트 탓에

    英~깜깜하네…총선 브렉시트 탓에

    영국 일간 가디언의 정치 칼럼니스트 라파엘 베르는 최근 한 ‘스윙보터’(유동층)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2017년 영국 총선에서 테리사 메이 당시 총리를 지지했다는 이 유권자는 “보리스 존슨 현 총리는 너무 싫고,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총리가 되면) 나라를 망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대체 어느 당을 찍어야 하느냐”고 메시지를 보낸 이 사람은 다름 아닌 전직 보수당 내각의 장관이었다. 당료와 각료를 두루 거친 장관 출신까지 선뜻 지지 의사를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 바로 다음달 12일 조기 총선을 앞둔 영국의 모습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둘러싼 대혼란과 함께 치러지는 이번 선거를 두고 역대 영국 총선 가운데 가장 예측이 어렵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유권자 30% 지난 총선서 지지 정당 바꿔 서구 정당들도 더이상 과거처럼 유권자들로부터 안정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시대가 됐지만 그나마 과거와 같은 ‘정당 귀속감’의 역사가 남아 있는 국가로는 영국을 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노동당을 지지하면 아들도 노동당을 지지한다’는 영국의 유권자들조차 이제 세상에서 가장 변덕스러운 투표를 한다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 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앞서 두 차례 영국 총선에서 유권자의 3분의1이 지지 정당을 계속 바꿨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조기 총선 ‘D-30일’을 맞아 지난 11일 보도한 잉글랜드 더비셔주 볼소버 지역의 모습은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요동치는 민심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과거 탄광촌이었던 볼소버는 이 지역 토박이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는 대표적인 노동당 강세 지역으로 꼽혔다. 탄광노동자 출신인 데니스 스키너 하원의원이 1970년부터 의원직을 맡아 왔을 정도로 보수당에는 난공불락과도 같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지난 브렉시트 투표에서 70%가 ‘EU 탈퇴’ 쪽에 섰다. 동유럽 이주노동자에 대한 불만이 커지며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자들조차 우파가 주도한 브렉시트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브렉시트는 심지어 지지 후보와 지지 정당이 반대인 경우까지 만들었다. 중년의 요양보호사 길 프리저는 FT에 “개인적으로는 이번 선거에서 과거 어려울 때에도 지역과 함께해 왔던 스키너 의원을 계속 지지할 예정”이라면서도 “‘브렉시트 강경파’인 존슨 총리가 선거에서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직 엔지니어인 남편은 보수당을 지지한다고 했다”며 부부 사이에서도 양분된 여론을 전했다. 이 같은 민심 이반이 감지되자 존슨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탈환을 목표로 하는 50개 지역구 중 하나로 볼소버를 점찍고 있다. 이들 노동당 강세 지역에서 승리하면 런던, 스코틀랜드 등에서 의석을 뺏기더라도 상쇄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브렉시트 입장 따라 찬반 뒤엎기 일쑤 그러나 현재 판세가 집권당에 마냥 유리하지는 않다. 코빈 대표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존슨 총리의 광폭 행보가 연일 보도되고 있지만 이 같은 모습이 실제 과반 확보의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11월 둘째 주 보도에서 전국 판세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노팅엄셔주 게들링의 선거운동 현장을 보도하며 “보수당에는 ‘티핑포인트’(급변점)인 이 지역에서 노동당이 42%로 보수당(37%)을 여전히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은 브렉시트 투표에서 56%가 ‘EU 탈퇴’에 손을 들어줬지만 이들이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지역의 브렉시트 찬성표 가운데 절반만이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에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보수당이 게들링을 탈환하기 위해서는 브렉시트 찬성표 전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정당 간 합종연횡도 한창이다. ‘EU 탈퇴’를 목표로 창당한 브렉시트당은 최근 브렉시트 찬성표를 분산시키지 않겠다며 보수당 소속 317개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대로 자유민주당과 녹색당, 웨일스민족당은 EU 잔류를 위한 연대를 선언했다. 가디언은 “브렉시트당의 무공천 결정이 유권자들에게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브렉시트 찬성파 간 암묵적인 선거연대가 반드시 보수당에 유리한 것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노동당 지지자가 만약 투표용지에 브렉시트당 후보가 없는 것을 본다면 보수당이 아닌 기존 지지 성향대로 노동당에 투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새 스윙보터는 중산층 아닌 중년층” 영국의 경우 1960년대만 해도 보수당이나 노동당 중 한 곳을 지지한 유권자가 10명 가운데 8명이었지만 2010년 총선에서는 6명으로 줄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당과 노동당을 합해 61%의 지지율이 나오기도 했다. 양당 합계 80%까지 나왔던 2017년 총선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20% 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보수당·노동당으로 대표되는 양당제는 자유민주당과 같은 제3당의 등장으로 ‘2.5당’제로 재편되기도 했지만 브렉시트와 같은 대형 이슈는 더 많은 당이 의석을 가질 수 있는 균열을 만들었다. 1997년 총선에서 노동당(418석), 보수당(165석), 자유민주당(46석) 등 3개 정당이 의석수를 대부분 가져갔지만 2015년과 2017년 선거에서는 이들뿐만 아니라 민주연합당(DUP), 신페인당 등도 의미 있는 의석을 차지했다. 2015년 총선에서는 우익 포퓰리즘 정당인 영국독립당이 1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 정당의 대표는 바로 현 브렉시트당 대표인 나이절 패라지였다. 이 같은 극우정당은 기존 보수당을 지지했던 ‘가장 오른쪽’의 유권자들을 끌어모아 영향력을 확대한 셈이었다. 2017년 총선에서는 앞서 자유민주당을 앞질러 ‘제3당’의 위치를 차지했던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21석을 잃어 최대 패자가 되기도 했다. 이는 EU 잔류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스코틀랜드 유권자들이 SNP가 주장하는 스코틀랜드 독립보다는 영국 연방에 남아 있기를 선호하며 나타난 결과였다. 각 정당이 이래저래 브렉시트 때문에 울고 웃는 결과가 연출된 셈이었다. 이처럼 여러 정당의 후보가 난립하면서 영국 총선은 20~30%의 적은 득표율로도 당선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는 판세 읽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가디언은 “주요 정당들은 이제 새로운 지지자를 확보하는 게 아니라 기존 지지자들을 지키는 것이 더 큰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이번 총선까지 5번의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르고 있는 영국은 선거 때마다 매번 여론조사 결과가 빗나가며 여론조사업체들이 쩔쩔매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2015년 총선 예측에 실패했던 영국 여론조사업체들은 이듬해 브렉시트 투표에서 ‘EU 잔류’를 예상했다가 또다시 예측에 실패하며 망신을 당했다. 여기에 고령화 등 인구 변화도 선거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당과 노동당 지지를 갈랐던 계층보다는 연령이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기관들은 기존 조사 샘플이 노동당에 편향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몇 년 전부터 노년층 등을 감안한 샘플을 재구성하고 있다. 가디언은 “새로운 스윙보터는 중산층(middle class)이 아닌 중년층(middle aged)”이라고 분석했다. 2017년 선거를 기준으로 노동당보다 보수당 지지가 더 높아지는 기준 연령은 47세였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방글라 가정부 “사우디 주인이 성학대…끓는 기름으로 고문”

    방글라 가정부 “사우디 주인이 성학대…끓는 기름으로 고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가정부가 고용주에게 성 학대와 고문을 당했다고 호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와 알자지라 등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여성 수미 아크터(25)가 지난달 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아크터는 해당 영상에서 “주인이 나를 때리고 고문했다. 보름 동안 감금하고 끓는 기름에 내 팔을 집어넣었다”며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제발 도와달라”고 눈물을 쏟았다. 또 고용주에게 성 학대까지 당했다면서 “고문을 당한 곳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고 구조를 요청했다. 그녀는 한 달 전에도 정부와 인력소개소에 본국으로 귀환할 뜻을 밝혔지만 부정적 답변을 얻었다며 도움을 구한 바 있다. 그러나 아크터가 이미 사망했다는 가짜뉴스가 나돌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아크터의 남편 시라줄 이슬람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내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방글라데시 구호단체 BRAC은 아크터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고용주와 함께 있으며 논란 후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생사를 알 수 없었던 그녀가 한 달여 만에 다시 피해 사실을 폭로하자, 방글라데시 시민사회가 들고일어났다. AFP통신은 지난 1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아크터 송환과 함께 해외 근로 여성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파문이 일자 방글라데시 정부는 아크터를 학대하고 다른 브로커에게 팔아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채용회사를 단속하는 한편, 국영 인력수출사무소에 그녀의 송환을 지시했다. 1991년 이후 외화벌이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넘어간 방글라데시 여성은 약 30만 명이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가 본국으로 송금하는 외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는 많은 방글라데시 여성이 열악한 처우와 성폭력을 포함한 신체적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 브로커들에게 속아 넘어가는 일도 다반사다.사우디아라바리아에 이주노동을 갔다 지난달 말 귀국한 시리나 베굼(29)은 8일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요리만 하면 된다는 말을 믿고 떠났지만, 가족 6명의 청소와 세탁 등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다. 월급도 처음 약속과 달리 235달러(약 27만 원) 수준이었다”고 하소연했다. 또 “매일 14~15시간씩 쉬지 않고 일했다. 지팡이로 맞기 일쑤였고 언어도 통하지 않아 매우 힘들었다”고 밝혔다. 병든 남편과 두 아이의 생계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주 노동을 하러 갔던 그녀는 가족 중 장남에게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털어놨다. 살아 돌아온 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함께 송환된 나즈마 베굼(42)은 죽어서야 고국 품에 안길 수 있었다. 현지언론은 병원 관리직을 약속받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던 이 여성이 가정부로 일하다 고용주의 학대에 시달려 사망했다고 전했다. BRAC에 따르면 올해만 48명의 방글라데시 여성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숙소마저 차별… 끝모를 이주노동자의 설움

    숙소마저 차별… 끝모를 이주노동자의 설움

    13% 컨테이너 등 가건물 생활 여관·고시원·비닐하우스 거주도 분진 등 유해환경에 시설 열악 3년간 산재 당한 노동자 27.4% 지자체 세심한 감독·지원 절실충남지역 이주노동자 10명 중 8명은 회사가 제공하는 곳에서 거주하지만, 이 중 절반은 작업장 한쪽이나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등의 임시 가건물에 살고 있다. 4일 충남도가 이주와 인권연구소를 통해 실시한 ‘충남 이주노동자 주거환경과 노동조건 실태조사’ 중간 결과에 따르면 충남 이주노동자 50.1%가 단독주택 등 주거용 독립건물에 살고 있고 나머지는 작업장에 딸린 공간(29.4%), 컨테이너 등 가건물(13.2%), 여관·모텔·고시원(4.8%), 비닐하우스(1.1%) 등에서 생활한다. 조사는 지난 7월부터 외국인 노동자 47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들은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 중국, 네팔 등 16개국에서 온 국제결혼 여성이나 취업비자를 받고 입국한 노동자들이다. 충남의 이주노동자 비율은 2017년 기준 4.2%로 전국에서 2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주거시설이 열악해 소음, 분진, 냄새 등 유해환경에 시달린다는 응답이 39.7%(복수응답)에 달했다. 이어 에어컨이 없다(35.1%), 인원수에 비해 공간이 좁다(30.3%), 실내 화장실이 없다(26.5%), 화재경보기가 없다(26.2%) 등의 답도 많았다. 응답자의 27.4%는 최근 3년 동안 산업재해를 당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중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않은 비율이 37.2%였다. 그 이유로 ‘회사에서 신청을 막거나 해주지 않아’라고 답한 비율이 27.1%로 가장 많았다. 크게 안 다쳐서(25%), 몰라서(22.9%), 신청 방법을 몰라서(10.4%)라는 답도 있어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를 보여줬다. 또 이주노동자 10명 중 4명은 최저시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시급 이상의 시간당 임금을 받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4.7%(209명), 최저시급을 모른다는 응답률도 9.2%(43명)였다. 직장을 옮기고 싶다고 답한 비율은 28.5%였다. 월급이 적어(47.8%), 일이 힘들어(21.6%), 업주·관리자가 비인간적으로 대해(15.7%), 월급을 못 받아(13.4%)를 이유로 꼽았다. 이한숙 연구소 대표는 “이주노동자는 정부 간 양해각서를 맺고 특정 업종과 일터를 정해 데려오기에 특별 사유가 없으면 이직이 어렵다”며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공장이든 농업이든 안 돌아가는 만큼 지자체의 세심한 감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이주민 242만명 대표할 국회의원 ‘0’… “제2 이자스민들 나와야”

    이주민 242만명 대표할 국회의원 ‘0’… “제2 이자스민들 나와야”

    이주노동자 등 10년새 125만명 늘었지만 2012년 이자스민 비례 당선 후 배출 없어 이주민 관련 법안도 19년간 37건에 그쳐 “혐오 커지는 상황서 李 정치권 복귀 긍정 이민청·차별금지법 등 국회서 논의돼야” 19대 국회(2012~2016년) 당시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비례대표를 지냈던 이자스민(42) 전 의원이 진보정당인 정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주민의 정치적 대표성’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이주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대표할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시민사회와 학계를 중심으로 넓어지고 있지만, 이주민 혐오 역시 커지고 있다. 국회의원 임기 내내 혐오와 차별의 장벽에 시달렸던 이 전 의원이 상처를 극복하고 제 역할을 할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최근 심상정 대표와 만나 정의당 내에서의 역할을 타진한 뒤 입당했다. 필리핀 이주여성인 이 전 의원은 영화 ‘완득이’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였다. 2012년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 15번으로 공천받아 당선됐다. 이주민의 첫 국회 입성이었지만 재선에 나서지 못했고 이후 어느 정당도 이주민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않았다. 정의당이 이 전 의원을 영입한 건 인구 지형 변화 속에 그가 갖는 상징성에 주목한 결과로 보인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아 국내 체류 중인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 등은 모두 242만명이다. 10년 새 125만명이 늘었다. 하지만 이들을 대표할 정치인은 거의 없었다. 지방의회에서도 2010년 몽골 출신 귀화여성 이라(42)씨가 당시 한나라당 소속 비례대표로 경기도의원을 지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사례다. 이주민이 빠르게 늘면서 혐오 정서도 심각한 수준으로 번졌지만, 정치권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무관심은 관련 법안 발의 현황만 봐도 드러난다. 16~20대 국회(2000년~현재) 때 접수된 법안 6만 9470건 가운데 이주민 관련 법안은 176건에 불과했다. 권리 보호뿐 아니라 차별을 조장하는 퇴행적인 법안까지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이 중 본회의 문턱을 넘어 실제로 시행된 법안은 37건에 그쳤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차등 지급 법안 등 차별을 뼈대로 한 법안이 속속 나오고 있다.‘이주민 때리기’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퇴행적 움직임 속에서 이 전 의원의 정치권 복귀는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이민청 등 이주민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설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 이주민을 안착시키기 위한 정책이 정치권에서 논의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주민들은 이 전 의원의 행보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는 “이 전 의원이 열심히 활동해 좋은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이 전 의원이 아니더라도 200만명이 넘는 이주민을 대변할 사람이 국회에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 전 의원이 19대 국회에선 이주노동자 관련 정책에 소극적이었다”며 “정당의 한계 때문에 그랬던 것이라면 이제는 당이 바뀐 만큼 못했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이주노동자 산재 ‘위험의 이주화’ 돋보여… 분석적 기사 강화 필요

    이주노동자 산재 ‘위험의 이주화’ 돋보여… 분석적 기사 강화 필요

    서울신문은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국회 국정감사 등을 비롯한 각종 현안을 다룬 지난 한 달간의 보도 내용을 놓고 29일 ‘제122차 독자권익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위원장과 홍영만(차의과학대 경영대학원장), 심훈(한림대 언론학과 교수), 김재영(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박준영(변호사), 유승혁(경희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 김숙현(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 독자권익위원이 참석했다. 아래는 위원들의 의견이다. 심훈 이주노동자 산업재해와 관련한 ‘위험의 이주화’ 특집이 내용도 좋고 제목, 사진, 그래픽 모두 좋았다. 특히 인포그래픽은 텍스트들이 그림과 함께 잘 정리되어서 기사를 굳이 읽지 않아도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났다. 하지만 특집 이외의 그래픽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많았다. 경제면은 이전에 당부 드렸던 여성 홍보 모델 광고 기사가 많이 줄었다. 변화하려는 노력 보여주고 있어서 뿌듯하다. 오피니언 면의 ‘엄상일의 수학자의 시선’에선 재밌고 신선한 내용이 돋보였다. 한국 언론의 오피니언 면들은 비슷한 내용과 주제들이 겹치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지 못했던 분야의 이야기를 알 수 있어 좋았다. 이처럼 새로운 시야를 제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홍영만 이번 달엔 정치, 사회 쪽 뉴스 많았지만 사실 경제 쪽 뉴스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성장률 하락, 분양가 상한제 부동산 가격 상승, 파생결합펀드(DLF), 개도국 지위 포기 등 이슈가 많아 읽을거리도 많았다. 서울신문이 이에 대해 균형 있게 뉴스를 다뤄줘 고마웠다. 그중에서도 DLF 관련해서는 소비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상품은 팔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눈에 띄었다. 창구에서 상품을 파는 직원에 대한 징계가 동반되지 않으면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서울신문에서 이번에 언급을 많이 해주어서 좋았다. 아쉬웠던 점은 10월 3일 자 기사에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은행이 분쟁조정을 거부하면 금융감독원이 민원인 소송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소개한 부분이다. 기사의 앞쪽에서는 비용 지원을 이야기하다가 뒤에서는 법원에 갔을 때 입증 과정에서 금감원이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섞여 있다. 입장 정리가 필요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이슈 관련해서는 반복되는 이슈인 데다 농민 문제여서 언론에서 다루기 쉽지 않은 주제다. 그런데 가끔은 국익 차원에서 도와줄 때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정부가 말하기 어려운 것을 언론이 대신해 헤쳐나갈 수 있게 하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김숙현 한 달 동안 국제적으로 굵직한 국제 이슈들이 많았다. 중국 건국 70주년 기획 기사는 그래픽에 공들였는 데도 흑백이어서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았다. 10월 10일 자 일본 수출규제 100일 기사는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다만 16일에 전문가 4명의 진단 기획 기사가 나왔는데 이것이 연속적으로 실렸다면 보다 전문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10월 14일 자 오피니언 면에는 이낙연 총리의 일왕 즉위식 참석이 갈등의 돌파구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내용이 나왔는데 시의적절했다. 그러나 왜 대화를 제의 해야 하는지 등 설명이 나와 있지 않아 설득력이 없었다. 10월 16일 자 지소미아 파기가 큰 실책은 아니란 내용의 기사는 헤드라인부터 좋았다. 대부분의 기사에 나온 것과 다르고 한일 간 정보 공유가 실제로 적었다는 점 들면서 정부의 결정에 이유를 뒷받침해줬다. 10월 21일 자 이 총리 방일에 일본이 성의를 보이라는 사설은 지나치게 한국적 시각에서 쓰였다고 생각한다. 중립적으로 썼으면 좋았을 것이다. 유승혁 최근 이슈가 된 것이 광화문과 서초동 집회다. 많은 언론이 누가 광화문, 서초동에 있느냐에 주목했다. 서울신문도 그랬다. 광화문, 서초동 2개 목소리로 모든 국민이 반반 나뉜 것처럼 보도하는 경향을 보면서 왜 제3의 목소리는 안 들어주는지 궁금했다. 두 싸움 사이에서 제대로 서지 못하는 목소리를 보도해주고 이들을 위해 언론이 목소리를 대신 내주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10월 10일 자와 17·18·19·25·26일 자에는 한국 경제 성장률과 국내총생산(GDP) 관련 기사가 많았다. 이것이 몇 퍼센트 올랐다 내렸다 하는 내용의 기사는 지식인들이면 충분히 이해할 테지만 일반 서민들에게는 어렵다. 이 숫자가 누구를 위한 숫자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시민 경제와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좋겠다. 김재영 1면 헤드라인에 따옴표 저널리즘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봤다. 10월 23일 자 1면 헤드라인을 보니까 따옴표 달린 게 12개, 안 달린 게 11개로 나왔다. 따옴표 없는 것들은 제목도 좋았다. 따옴표 없는 제목일 때 사안을 종합해서 제시하는 해석자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1면 헤드라인만큼은 가장 신경 쓰는 문제니까 여기에서만큼은 따옴표를 없애면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설리 자살 보도 문제도 짚고 넘어가고 싶다. 서울신문의 온라인 어뷰징 기사도 문제지만 지면에서도 모순을 발견했다. 사회면에서 설리 악플에 대해서 다뤘는데 바로 다음 면에 ‘걸그룹 청순·섹시·애교 뺐더니 “예쁜 애 말고 멋진 애”’라는 기사가 나왔다. 기사의 취지 자체는 아이돌에 대해서 드러난 것뿐만 아니라 다른 면을 보자는 것이지만 양성 평등이 민감한 시대에 지면 배치도 주의 깊게 했으면 한다. 박준영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윤모(52)씨의 재심을 맡게 됐다.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경찰 수사의 잘못을 지적하는 내용이 많다. 논의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윤씨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못 받은 이유는 고유정 사건처럼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변호나 재판이 형식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 관심이 많은 사건에 대해 변호나 재판이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잘 이뤄지게 하기 위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서울신문이 논의를 이끌어 나가는 데 있어서 미래지향적 보도를 하는 신문이 되었으면 한다. 언론이 전반적으로 신뢰가 낮아진 상태다. 대표적 사례가 윤지오씨 주장들이 걸러지지 않고 나간 것이다. ‘과거사 위원회, 조사단에서 흘러나온 정보니까 우리가 굳이 검증할 필요 있어?’라는 의식이 논란을 일으켰다. 현 정부 들어서고 나서 여러 국가기구가 생겼다. 이들 기구가 정치적 성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정보들도 나올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보도도 마찬가지다. 보도의 신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김만흠 서울신문은 이번에 조 전 장관 관련 이슈를 두루 잘 다뤘다. 서울 미래유산 등 다른 내용 볼만한 읽을거리도 많다. 그런데 정치와 관련해선 서울신문에서 내가 뭘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분석적인, 해석적인 측면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서초동 집회 있던 다음날 양극단 집회에 낀 시민들의 문제를 분석했는데 이외 다른 분야 기사에서는 인터넷에서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론 관련 내용이 서울신문에서 거의 사라졌는데 사안은 계속 진행 중이다. 꾸준히 다뤄줬으면 한다. 광장 정치와 관련해선 지속적으로 잘 지적했다. 분석 기사와 관련한 아쉬움은 하나 더 있다.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분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자료만 정리해줘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검찰 개혁 관련 조 전 장관 발언을 내정된 이후의 한 달만 정리했던데 더 긴 기간으로 정리해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대통령의 22일 국회 시정 연설 관련 기사는 교육 관련 기사만 분석 기사였고 나머지는 대통령 발언 짜깁기가 많았다. 더 많은 분석 기사를 요청하고 싶다. 정리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단독] 한 달에 15명꼴… 스러지는 이주노동자

    [단독] 한 달에 15명꼴… 스러지는 이주노동자

    사고·돌연사 많아… “열악한 환경 개선을”최근 5년간 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에 입국한 이주노동자 가운데 412명이 청장년 급사 증후군, 급성 심장사, 교통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망자가 557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코리안 드림’을 꿈꾸다 숨진 이주노동자는 1000여명에 이른다. 한 달에 15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2019년 7월 비전문취업(E9) 비자와 재외동포(H2) 비자를 받아 입국한 이주노동자 중 611명이 사망보험금을 신청했다. E9 비자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삼성화재가 운영하는 외국인 전용 상해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 이 가운데 자살(56건)과 산재보험 처리(74건)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보험금이 지급된 경우는 412건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대부분 내국인 노동자가 일하기 꺼리는 제조업, 농업 등 ‘3D’ 업종에서 일했다. 상해보험 가입률은 80%로, 대상자 24만 8584명 중 19만 8775명이 보험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산업재해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극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 보험금 신청 건수는 국적별로 중국이 18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네팔(85건), 태국(61건), 캄보디아(49건), 베트남(43건) 순이었다. 사망 원인별로는 교통사고(81건), 업무 중 사고(74건), 급사 증후군(57건), 자살(56건), 암(46건), 급성 심장사(34건) 등이 많았다. 실제 보험금이 지급된 건은 업무 중 사고와 자살 등은 제외된다. 보험금 지급 건수로 보면 교통사고(74건) 다음으로는 이렇다 할 병력이 없이 돌연히 사망하는 청장년 급사 증후군(57건)이 많았다. 또 급성 심장사(31건), 뇌출혈(21건) 등 과로나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인이 대부분이었다. 한 의원은 “올해로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15년으로 외국인노동자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며 “노동부와 법무부 등 유관부처 간 협업을 통해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이주민 리포트 ‘코리안 드림의 배신’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

    이주민 리포트 ‘코리안 드림의 배신’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

    한국기자협회는 9월(제349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으로 서울신문 사회부(기민도·이하영·나상현·홍인기)와 사진부(박윤슬)의 ‘2019 이주민 리포트: 코리안드림의 배신’을 선정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서울신문은 6회에 걸쳐 연재한 ‘이주민 리포트’ 기획에서 인권 침해와 차별 등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과 같은 이주민이 겪는 현실을 조명했다. 취재팀은 네팔, 베트남, 한국에서 취재한 내용을 기사와 영상, 사진 등 다양한 형태로 풀어내 이미 우리 사회가 이주민 없이는 돌아갈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상식은 오는 2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年 18명 질식사하는데… 색깔·냄새 없다고 오늘도 “괜찮겠지”

    年 18명 질식사하는데… 색깔·냄새 없다고 오늘도 “괜찮겠지”

    지난 추석을 앞두고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위험한 작업 환경에 내몰린 외국인 노동자 4명이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작업 수칙을 지키지 않아 생겨난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21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오후 2시 30분쯤 경북 영덕군의 한 수산물 가공업체의 저장탱크를 청소하고자 외국인 노동자 4명(태국 3·베트남 1)이 안으로 들어갔다. 오징어 등을 손질하고 남은 내장 등이 쌓여 탱크가 제 기능을 못하자 이를 꺼내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탱크 안 물질이 장기간 썩어 인체에 치명적인 황화수소가 대거 발생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한 명씩 들어가려다가 질식해 3m 아래로 차례로 떨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를 위해 탱크 안으로 가장 먼저 들어가려던 노동자가 쓰러지자 이를 구하려고 2명이, 또 1명이 따라 들어가 모두 질식했다”고 설명했다.소방당국은 탱크 안에 있던 노동자들을 밖으로 구조한 뒤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28세와 42세 태국인 노동자와 베트남 출신 직원(53) 등 3명이 숨졌다. 또 다른 태국인 노동자(34)는 닥터헬기로 안동 지역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 노동자들이 변을 당한 저장탱크(가로 4m·세로 5m·깊이 3m)는 1998년 수산물 업체가 지하 공간에 임의로 콘크리트를 부어서 만들었다. 저장소를 만든 뒤로 단 한 번도 내부 청소를 한 적이 없었다. 해당 업체에는 산소농도 측정 장비도 없었다. 밀폐공간 작업 전에 이뤄져야 할 안전조치 역시 전무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들이 폐 손상 등을 일으키는 황화수소를 들이마셔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한다. 구조 당시 노동자들은 마스크 등 안전 장구를 쓰지 않았다. 그저 수건 한 장으로 입과 코를 막고 저장탱크로 들어갔을 뿐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밀폐공간 작업 시 호스를 통해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송기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규정해 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의 고질적 안전불감증이 ‘코리안드림’을 찾아온 이주노동자들을 질식사고라는 비극으로 내몰았다. 지난해 9월 경기도의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를 통해 질식사고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졌다. 질식사고는 대기 중 산도 농도가 옅거나 유독가스의 농도가 짙을 때 나타난다. 대부분 현장에서는 별다른 색깔이나 냄새가 없어 사전에 위험을 파악하기가 매우 힘들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해부터 질식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3대 위험영역을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 밀폐공간 작업장은 공공하수처리시설 5042곳, 맨홀 등 지자체 발주 공사현장 1946곳, 양돈농장 3288곳, 건설공사 양생현장 8326곳 등이다. 올해에는 개인하수·폐수처리업체(7040곳)를 대상으로 밀폐공간 보유 여부를 파악 중이다.●최근 6년간 질식사고 118건, 사망107명 최근 6년(2013~2018)간 통계를 보면 질식사고 118건, 사망자가 107명이었다. 연평균 18명 정도다. 사고를 당한 이들 가운데 52.5%가 사망했다. 일반 사고 사망률의 40배에 달한다. 특히 여름인 5~8월 사이에 정화조나 맨홀 등 밀폐시설에 대한 정비가 많이 이뤄지다 보니 질식사고 발생 가능성도 이에 비례해 커진다. 올해에는 이달까지 12건의 사고가 발생해 12명이 사망했다. 지난 5년(2014~2018)간 질식사고를 분석하면 주로 기계설비 내부작업(14건)과 오폐수처리시설·정화조(13건), 저장용기 내부(11건), 맨홀 작업·청소(9건) 도중 변을 당했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밀폐공간 질식사고는 사망률이 50%를 넘는다. 한 번 발생할 때마다 매우 치명적이고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질식재해 예방사업은 매우 미흡하다. 여기에 책정된 예산이 연간 4억여원에 불과하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질식위험업종 실태조사 및 위험도 평가와 고위험 사업장 밀착기술지도, 질식재해 예방 대여 장비(복합가스농도 측정기, 환기팬, 송기마스크) 구매까지 해야 한다. 밀폐공간 작업장과 노동자 현황 파악도 쉽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밀폐공간 현황에 대한 신고의무가 없고 밀폐공간 내부작업이 대부분 임시적이고 간헐적이기 때문이다. 밀폐공간으로 들어가서 일하는 인력 상당수가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점도 실태파악을 어렵게 한다. 이에 대해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전보건공단뿐만 아니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역할이 절실하다”면서 “전수조사에 가까운 작업장 실태점검과 관련 안전 예산 확보, 전문인력 확대, 법과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경안맑은물복원센터, 수시 훈련·정기점검 지난 17일 기자가 찾아간 경기 광주시의 경안맑은물복원센터는 질식사고 예방 관리를 철저하게 진행하기로 유명하다. 하루 4만㎡의 하수를 처리하는 이곳에서는 수시 훈련과 정기 점검을 통해 질식 사고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자 노력한다. 하수처리장에서는 주로 집수정 바닥에 쌓인 부패된 슬러지 등에서 발생한 메탄 등 유독가스가 질식을 일으키곤 한다는 것이 센터 측 설명이다. 최근에는 하수를 체계적으로 모을 수 있게 되면서 폐수의 오염도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그만큼 정화 과정에서 유독가스도 더 많이 나오게 된다. 특히 여름에는 기온이 올라 밀폐 공간 미생물 번식이 늘고 철재도 산화해 산소가 쉽게 부족해지곤 한다. 환기가 이뤄지지 않은 공간에 불활성가스나 일산화탄소가 존재해 질식사고가 발생한다. 이곳 관리자인 안광암 센터장은 “센터 점검 등을 위해 하청업체 인력이 들어올 때 (질식사고 관련) 장비를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을 때가 많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면서 “아직 질식사고에 대한 인식이 저변에까지 퍼지지 않아 생겨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밀폐공간 질식사고는 일반 사고보다 빠르게 진행된다. 심하면 순간적인 실신이 온 뒤 5분 이내에 사망하기도 한다. 지난해 9월 4일 경기도의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재해자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국회의원들의 주장이 나왔다. 사내 자체소방대가 재해자를 늦게 발견해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같은 해 10월 고용부 국정감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자체소방대의 대응을 지적했다. 자체소방대가 모니터를 통해 이산화탄소의 누출 여부를 확인한 시각은 오후 1시 59분이다. 자체소방대는 2분 뒤에 출동해 기흥공장 전기실 1층과 3층을 수색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현장은 기흥공장 지하 1층이다. 자체소방대가 정확한 사고현장을 찾아 재해자를 발견한 시각은 사고 인지 뒤 19분이 지난 오후 2시 18분이었다. 자체소방대가 사고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재해자 3명 모두 의식불명 상태였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산화탄소 유출 등에 의한 질식사고는 ‘골든타임’이 5분”이라고 강조했다. 자체소방대의 초동대응이 늦어져 사상자가 늘어났다는 게 의원들의 이구동성이다. 이는 질식사고 대응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귀찮고 지겹더라도 ‘밀폐공간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산소 농도를 측정하고 15분 이상 충분히 환기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이주노동자 노동3권 보장하라”

    “이주노동자 노동3권 보장하라”

    20일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2019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과 민주노총 등 9개 단체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이주노동자 1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직장 선택과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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