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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수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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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

    ■경찰청 <총경 승진 예정>◇본청△혁신기획조정 이창열△중대범죄수사 정명진△범죄예방정책 이용욱△여성대상범죄수사 정덕진△형사 김산호△홍보 김완기△수사구조개혁 이준영△정보화장비기획 윤창기△외사기획 김병주△정보1 최종윤△디지털포렌식센터 양동혁△감사 김경규△정보4 박재영△경비 김진형△정보2 이철희△수사구조개혁 조미연△규제개혁법무 주승은△교통안전 김주곤△경무 이길우△사이버수사 이명원△보안수사 이규하△복지정책 조규형△인사 하지원 ◇서울△서울용산 권미예△광역수사 박종환△지능범죄수사 남규희△서울영등포 안용식△교통안전 이용관△경무 이상훈△서울강서 백혜경△101경비 강은미△서울강서 안찬수△서울종로 임태현△생활안전 윤상식△경무 김동수△보안관리 김평일△서울송파 박종우△112종합상황 윤광현△서울남대문 고영완△경비1 지지환△서울종로 강경한△서울송파 길우근△과학수사 이상배△22경찰경호 서재찬△정보2 우상진△서울서초 김성식△경무 박삼현△202경비 이재성△서울영등포 공경현△경무 박성갑 김용환 구은영△서울관악 안형주△청문감사 최영기 ◇부산△생활안전 박진효△정보 김종규△교통 엄정운△청문감사 강오생△부산남부 정병원△경비 김경수△경무 탁차돌 ◇대구△생활안전 박종하△수사 이종섭△형사 이재욱 ◇대전△경무 윤동환△청문감사 유동하△홍보 김홍태 ◇광주△형사 송기주△생활안전 권석진△경비교통 장승명 ◇인천△형사 이재환△정보 김난영△정보 배석환△경무 최희운 ◇울산△경무 원용덕△청문감사 양순봉 ◇경기남부△생활안전 노동열△형사 임지환△경비 김진성△분당 유충열△경무 위동섭△시흥 구자면△외사 정성엽 ◇경기북부△청문감사 백순근△과학수사 김규행 ◇강원△청문감사 노윤환△정보 박재삼 ◇충남△경비교통 이영도△청문감사 최철균 ◇충북△여성청소년 김경태△홍보 송해영 ◇경남△홍보 우문영△생활안전 김민준△정보 김현진△경비교통 한상철 ◇경북△정보 황정현△경비 김유식 ◇전남△청문감사 임진영△112종합상황 박상훈△생활안전 공정원△여성청소년 박송희 ◇전북△정보 유봉현△경무 주현오△수사 김효진△경비교통 황동석 ◇제주△형사 양수진 ◇경찰인재개발원△운영지원 황순평 ■해양경찰청 ◇경무관 전보△국제협력관 강성기△구조안전국장 맹주한△수사정보국장 김성종△장비기술국장 최정환(이상 본청)△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 이명준△제주지방해양경찰청장 오상권△해양수산부 파견 김인창△교육 파견 장인식 ◇총경 승진△혁신행정법무담당관실 배병학△경비과 최원식△항공과 장진수△감사담당관실 고유미△장비기획과 장윤석△수사과 장대운△인사담당관실 우채명△운영지원과 방영구△해양안전과 지국현△기획재정담당관 김태환(이상 본청)△부산해양경찰서 수사과 신주철△인천해양경찰서 수사과 옥현진△해양경찰정비창 기획운영과 류용환 ■서민금융진흥원 ◇신규 선임△금융본부장 김진휘 ■관훈클럽 △서기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기획 구혜영 경향신문 정치부 선임기자△회계 김대영 매일경제신문 경제부장△편집 장세정 중앙일보 논설위원△감사 홍지영 SBS 편집부 선임기자·신지홍 연합뉴스 국제에디터△편집위원 김예란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한장희 국민일보 산업부장·이민종 문화일보 산업부장·김상연 서울신문 논설위원·이강은 세계일보 사회부장·김홍수 조선일보 논설위원·이주현 한겨레신문 정치부장·박준동 한국경제신문 경제부장·임세흠 KBS 통일외교부 차장·이주승 MBC 보도국 부장·이종수 YTN 경제부 부국장 ■코스콤 ◇신규 선임△전무이사 권형우
  • [인사] 관훈클럽, 세계일보, 해양경찰청, 주택도시보증공사(HUG)

    ■ 관훈클럽 △ 서기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 △ 기획 구혜영 경향신문 정치부 선임기자 △ 회계 김대영 매일경제신문 경제부장 △ 편집 장세정 중앙일보 논설위원 △ 감사 홍지영 SBS 편집부 선임기자·신지홍 연합뉴스 국제에디터 △ 편집위원 김예란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한장희 국민일보 산업부장·이민종 문화일보 산업부장·김상연 서울신문 논설위원·이강은 세계일보 사회부장·김홍수 조선일보 논설위원·이주현 한겨레신문 정치부장·박준동 한국경제신문 경제부장·임세흠 KBS 통일외교부 차장·이주승 MBC 보도국 부장·이종수 YTN 경제부 부국장 ■ 세계일보 △ 광고국 영업1팀장 강용 △ “ 영업2팀장 박제선 ■ 해양경찰청 ◇ 경무관 전보 △ 본청 국제협력관 강성기 △ 본청 구조안전국장 맹주한 △ 본청 수사정보국장 김성종 △ 본청 장비기술국장 최정환 △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 이명준 △ 제주지방해양경찰청장 오상권 △ 해양수산부 파견 김인창 △ 교육 파견 장인식 ◇ 총경 승진 △ 본청 혁신행정법무담당관실 배병학 △ 본청 경비과 최원식 △ 본청 항공과 장진수 △ 본청 감사담당관실 고유미 △ 본청 장비기획과 장윤석 △ 본청 수사과 장대운 △ 본청 인사담당관실 우채명 △ 본청 운영지원과 방영구 △ 본청 해양안전과 지국현 △ 본청 기획재정담당관 김태환 △ 부산해양경찰서 수사과 신주철 △ 인천해양경찰서 수사과 옥현진 △ 해양경찰정비창 기획운영과 류용환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 부서장 전보 △ 기획조정실장 최병태 △ 주택도시금융연구원장 김기태 △ 개인보증처장 박종윤 △ 금융심사처장 이호철 △ 서울북부지사장 노찬현 △ 경기북부지사 개설준비위원장 이규탁 △ 대구경북지사장 김선웅 △ 전북지사장 지형진 △ 서울동부관리센터장 신종화 △ 영남관리센터장 임공수 ◇ 팀장 전보 △ 기획조정실 조한준 △ 인사처 노경호 △ 성과재무처 안준무 △ ICT추진실 김동희 △ 주택도시금융연구원 오세진 정우식 △ 금융기획실 서석민 △ 개인보증처 이수현 △ 채권관리실 양인석 홍기웅 조인철 △ 보증이행처 이중용 △ 기금관리실 박정오 박찬동 △ 기금지원처 박영훈 △ 도시재생기획처 정현찬 △ 도시재생심사처 이정한 △ 홍보비서실 이용승 △ 서울북부지사 임도연 △ 서울서부지사 조흥연 남은진 △ 인천지사 허준휴 △ 경기남부지사 박종명 △ 부산울산지사 민기식 박광배 △ 경남지사 전승일 △ 서울북부관리센터 석형일 △ 서울동부관리센터 정기백 △ 영남관리센터 이만재 박정민 △ 중부관리센터 김선희 △ 동부주택도시금융센터 강성만 성보경 △ 남부주택도시금융1센터 이창훈 △ 남부주택도시금융2센터 김기회 △ 기금대출지원센터 홍석민 △ 리츠자산관리센터 최우석
  • [인사] 경기도

    ■경기도 ▲행정2부지사 이한규 ▲안전관리실장 직무대리 박원석 ▲균형발전기획실장 직무대리 류인권 ▲의회사무처장 직무대리 김기세 ▲정책기획관 허승범 ▲자치행정국장 오태석 ▲보건건강국장 류영철 ▲문화체육관광국장 김종석 ▲농정해양국장 안동광 ▲평생교육국장 박승삼 ▲철도항만물류국장 이계삼 ▲경기경제자유구역청 사업총괄본부장 직무대리 고광춘 ▲환경국장 직무대리 박성남 ▲인재개발원장 직무대리 윤덕희 ▲수자원본부장 직무대리 이재영 ▲용인부시장 오후석 ▲안양부시장 송재환 ▲시흥부시장 연제찬 ▲군포부시장 김형수 ▲양평부군수 이계환 ▲여주부시장 이재성 ▲구리부시장 차종회 ▲안성부시장 임병주▲포천부시장 심창보 ▲동두천부시장 전진석 ▲연천부군수 황영성 ▲가평부군수 한대희 ▲부천부시장 이종수 ▲평택부시장 예창섭 ▲김포부시장 이석범 ▲광주부시장 이춘구
  • [이종수의 헌법 너머] ‘그리고 흔들리는 배’

    [이종수의 헌법 너머] ‘그리고 흔들리는 배’

    오래전에 최일남 작가가 펴낸 가족소설의 제목이 이렇다. 핏줄로 얽히고 사랑으로 맺어져서 삼대(三代)가 함께 살아가면서 때로 부부가, 부모와 자식이 그리고 고부간에 갈등으로 휘청거리는 가족을 두고서 작가는 ‘흔들리는 배’로 묘사했다. 연좌제가 횡행했던 옛날에 가족은 말 그대로 ‘운명공동체’였다. 자칫하면 삼족(三族)을 벌하듯이 가족구성원 한 사람의 일탈이 불러오는 파장이 실로 어마하게 두려운 것이어서 당시에는 법규 말고도 가족윤리가 강고했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도 마찬가지로 운명공동체로 표현되는데, 이웃나라와의 전쟁에서 패하고서 심지어 많은 백성이 하루아침에 노예로 전락하곤 했다. 이렇듯 국가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가족윤리에 더해서 국민윤리가 동원되었다. 독일의 헌법학자 헤르만 헬러는 주권자집단을 ‘영향공동체’로 표현했다. 특히나 오늘날의 대의제 정치에서 주권자인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이 내리는 결정 여하에 모든 국민이 고스란히 그 영향을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이 표현이 더 낫다고 여겨왔다. 그러니 국가라는 공동체도 가족과 마찬가지로 흔들리는 배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복잡한 이해관계들로 더 갈등이 많으니 오히려 더 흔들릴 법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과연 영향을 공유하는지가 때로 의문이다. 그간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면서, 사회 내에서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어 왔다. 느닷없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일감과 손님들이 끊기고서 많은 이들의 시름이 깊은 데도 부동산과 주식 등 재테크 시장은 연일 호황이다. 위험한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연이어 안타깝게 목숨을 떨구는 데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여전히 쉽지가 않다. 여느 배와는 달리 국가라는 배는 종착지를 모르는 채로 망망대해(茫茫大海)를 끝간 데 없이 내내 떠돌아야 한다. 순풍에 순항을 기대하지만, 때로 폭풍우에 거센 파도와 맞닥뜨리기도 한다. 항구에 들러서 다가오는 태풍을 피하거나, 잠시 숨을 고르며 쉴 새가 없다. 이러한 까닭에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달은 민주주의에 필요불가결한 조건들의 하나로 외부의 강력한 적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외환(外患)이 아니라 내우(內憂), 즉 내부의 갈등과 불협화음으로 배가 심하게 요동치고, 끝내 전복되기도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딱 그 짝이다. 선장이 잘못하면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마땅하지만, 온갖 트집으로 그저 선장을 끌어내리기에 골몰한다. 까다롭기로는 마치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같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칭찬에는 몹시 인색하기만 하다. 배의 운항에 권한을 가진 이들에게는 무거운 책임도 함께 뒤따른다. 그래서 만약에 배가 침몰하더라도 승객들을 먼저 대피시키고서 마지막 순간까지 배를 지켜야 한다. 지난 세월호 참사에서 그랬듯이 침몰 직전의 위기에 처한 많은 승객을 내버려둔 채로 선장과 선원들이 먼저 제 살길을 찾는 황망한 모습을 지켜봤었다. 그런데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국가라는 배에서도 국민의 대표인 위정자들이 승객들의 안전과 고충은 뒷전이고, 그저 선장이 되려거나 배 안에서 좋은 것만 먼저 차지하려고 다툰다. 만약에 국가라는 배가 침몰하는 순간에 이들이 끝까지 남아서 제자리를 지킬지가 여전히 의문이다. 한배를 타기는 했으나 ‘오월동주’(吳越同舟)인 셈이다. 권력을 손에 쥐었을 적에는 책임정치와 민주주의의 다수결원리를 존중하라던 이들이, 지금은 협치를 강조하고 다수의 독재라며 비난한다. 그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국민으로서는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우리 모두가 한배에 올라타 있는 운명공동체이고 영향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기의 집권을 위해 마치 정부의 실패를 내심 바라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말하듯이 타인과의 비교는 우리가 늘 불안에 시달리는 이유다.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유례가 없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늘 그래왔듯이 배는 또 흔들릴 것이다. 그래도 소설에서 작가는 이렇게 희망한다. “다만 각자의 생각이 다를망정 지향하는 바가 같다는 불변의 도덕률을 믿고 견디며 모두들 흔들릴 뿐이다.” 새해에는 부디 한배를 탄 우리 모두가 서로를 더욱 배려하고 격려해주면 좋겠다.
  • [이종수의 헌법 너머] 선관위 구성, 위헌적 관행 해소해야

    [이종수의 헌법 너머] 선관위 구성, 위헌적 관행 해소해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얼마 전에 새로 바뀌었다. 전임자의 위원장 임기 6년이 다 돼서가 아니라 대법관 임기 6년이 끝났기 때문이다.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대법원장은 후임자로 다시 현직 대법관을 지명했고, 늘 그래왔듯이 그 대법관이 위원장직을 맡았다. 그러자 여러 언론들은 최초로 여성 중앙선관위 위원장이 나왔다며 반겼다. 그러나 3권분립의 원칙 등을 적용하면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헌법 제114조 제2항은 중앙선관위 위원 구성과 관련해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 등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대법원장은 어김없이 현직 대법관을 위원으로 지명해 왔고, 위원장을 호선(互選)한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그간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위원이 된 대법관이 위원장직을 맡는 게 당연한 관행인 양 되풀이돼 왔다. 권력분립 원리에 뒤따르는 주된 내용이 삼권 간의 겸직 금지다. 특히나 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담보해야 할 대법관이나 법관이 법원이 아닌 다른 국가기관의 위원이나 장을 겸직하는 게 마땅한지가 의문시된다. 게다가 법원장들도 각 시도 선관위의 위원장을 죄다 맡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법은 더욱 황당하다. 시도 선관위 위원으로 당해 지역을 관할하는 지방법원장이 추천하는 법관 2인을 명시하고 구시군 선관위에도 법관이 포함되게끔 정하고 있다. 더욱이 지방법원장이 추천하는 법관 몫에 스스로를 자천한 뒤 해당 시도 선관위의 위원장을 맡는 것이다. 선관위가 마치 법원의 산하기구 같다. 심지어 지난 총선 직전에 그랬듯이 검찰도 엄정한 선거관리를 마치 본업인 양 자임하고 나선다. 선관위의 주된 업무들 가운데 하나가 적발된 선거법 위반행위를 검찰에 고발조치하는 것인데, 고발이 있고서 검찰이 기소한다면 결국 토지관할에 따라서 고발 주체인 법원장이 속하는 법원에서 재판이 벌어지는 이상한 모양새가 된다. 즉 “누구도 자기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오랜 법격언이 그렇듯이 이로써 또한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이런 사달의 연원은 1960년에 개정된 제2공화국헌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직전에 관권선거의 대표적인 사례인 3ㆍ15부정선거가 있은 뒤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헌법에서 따로 중앙선거위원회를 설치하는데, 제2공화국헌법 제75조의2에는 “중앙선거위원회는 대법관 중에서 호선한 3인과 정당에서 추천한 6인의 위원으로 조직하고 위원장은 대법관인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고 규정돼 있다. 권력분립원리에 따른 원칙적인 겸직 금지에도 불구하고 헌법에서 떡하니 이렇듯 겸직을 정하고 있으니 딱히 위헌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후의 개헌 과정에서 대법관을 중앙선관위의 위원으로 겸직하게끔 정하는 헌법의 규정이 사라졌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줄곧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위원 3인 중에 으레 현직 대법관을 포함시키고, 관행상으로 그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도록 해 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심지어 ‘관습헌법’이라고도 하는데, 그저 위헌적인 헌법관행에 불과하다. 지난 사법농단 사태만 하더라도 수동적으로 제기된 소에 대해서만 재판을 맡게 되는 법원이 재판권(사법권)과는 무관한 사법행정권을 무기로 다른 국가기관과 재판 거래를 하거나 부당하게 재판에 개입한 것이 문제로 불거진 사안이다. 특히 상고심 접수사건이 폭증해서 대법관 1인이 매년 평균 4000여건의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데, 현직 대법관이 따로 중앙선관위의 위원장을 겸직으로 맡는 게 그것의 당부를 떠나서 과연 가능한 일인가 싶은 의문도 든다. 어찌됐든 선관위는 행정기관이다. 권력분립 원리상 법관의 외부겸직이 당연히 금기시되고, 또한 대법관이나 법원장이 선관위의 장을 맡지 않으면 아니 될 이유도 딱히 없어 보인다. 선관위 구성에 법관을 포함시키는 데에 정치적 중립성의 확보가 그 나름의 이유로 짐작되지만, 이로써 정치적으로 민감한 선거법 위반사건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정하게 재판해야 할 법원이 오히려 정치에 휩쓸릴 위험성이 더욱 크다. 그러니 현직 대법관을 중앙선관위 위원으로 지명해 온 그간의 위헌적인 관행을 그만두고 법관을 시·도 및 구·시·군 선관위의 위원으로 정하고 있는 위헌적인 선거관리위원회법은 하루빨리 개정돼야 마땅하다.
  • 연세춘추동인회, 대학언론 재조명 책 발간

    연세춘추동인회, 대학언론 재조명 책 발간

    우리나라 대학 언론의 역사를 되짚어 본 책이 나왔다. 연세춘추동인회(회장 이종수)는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를 통해 한국 대학 언론을 재조명한 ‘대학 언론, 두 세기의 대화’(고즈넉이엔티)를 최근 펴냈다. 동인회 측은 “한국의 대학 언론은 현대적 의미의 저널리즘이 본격화하기 전, 그리고 오늘날처럼 언론 자유가 만개하기 전에 우리 사회의 대안적 언론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이에 대한 조명이 이뤄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발간 취지를 설명했다. 2만원.
  • 굴곡 깊었던 대학언론, 이 한권의 책에 담다…85년 연세춘추사 ‘두 세기의 대화…’ 출간

    굴곡 깊었던 대학언론, 이 한권의 책에 담다…85년 연세춘추사 ‘두 세기의 대화…’ 출간

    ‘우리가 겪은 최초의 시위는 4·19 무렵이었다. ‘독재타도!’의 구호가 두 음절도 채 목구멍을 넘어오기 전에 교정 가득 앉아 있던 사복경찰들이 입을 틀어막았다’ ‘현재 대학 언론은 기자가 쓰려는 것과 독자가 읽으려는 것 사이의 괴리를 겪고 있다. 70, 80년대에는 그것이 일치했다. 하지만 강력한 하나의 의제가 존재하지 않는 지금은 학생 기자와 독자 사이의 틈이 벌어져 버렸다’ 최근 출간된 ‘대학 언론, 두세기의 대화’(고즈넉이엔티)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이 책은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를 통해 한국 대학 언론의 역사를 되짚었다. 한국 대학신문의 효시인 연세춘추는 1935년 9월 1일 8쪽짜리 연전타임즈로 시작했다. 이후 굴곡깊었던 85년 역사를 책 한권으로 정리해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양심적 지성인 윤동주 시인의 저항정신을 담은 연세춘추 역사를 10년 단위로 나눠 선후배가 대화하는 형식으로 집필했다. 21세기 대학언론이 갈 길에 대한 전현직 언론인의 고민이 녹아 있다. 한국의 대학언론은 현대적 의미의 저널리즘이 본격적으로 출발하기 이전에 우리 사회의 대안적 언론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늘날처럼 언론의 자유가 만개하기 이전에 기성언론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고 동시에 아카데믹 저널리즘이라는 학술적인 공론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조명은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대학언론에 대한 역사를 기록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때 대학언론의 주체였던 언론인들이 진솔한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 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당시 보도할 수 없었던 시대상에 대한 배경도 기록으로 남겨 사료적 가치를 더하였다. 책을 펴낸 연세춘추동인회 이종수 회장은 “선배들의 기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6.25 부산 피난 때 연희춘추의 제호를 팔만대장경에서 집자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전쟁의 폐해 속에서도 진리를 추구하고 나라를 다시 세워야겠다는 일념을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금은 전액 연세춘추 발전기금으로 사용된다. 값 2만원.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태양전지 개발에 획기적인 지표가 될 광전류 발생 위치 규명

    태양전지 개발에 획기적인 지표가 될 광전류 발생 위치 규명

    DGIST 에너지공학전공 이종수 교수 연구팀은 빛을 전류나 전압으로 변환하는 포토트랜지스터에서의 새로운 이종접합 구조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광전류 생성 위치와 노이즈 전류 생성의 원인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태양전지 및 다양한 광전류 생성 소재 및 소자 연구에 중요한 지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차원 물질은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마치 종이처럼 얇게 하나의 층으로만 구성돼 있는 물질을 뜻한다. 그 중에서도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TMDC)’는 우수한 물리적 성질과 전기적 특성을 지닌 차세대 반도체 물질로, 포토트랜지스터 제작 응용과 관련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광전류 생성 원리 및 전하 균형 최적화 등 다양한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에 이 교수 연구팀은 광전류 생성에 충분한 에너지 확보를 위해 서로 다른 세 종류의 TDMC를 붙여 새로운 구조의 포토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개발된 포토트랜지스터는 양극의 텅스텐 디셀레나이드(p?WSe2), 음극의 이황화텅스텐(n?WS2)과, 이황화몰리브덴(n?MoS2) 세 종류의 TDMC를 접합된 이종접합 포토트랜지스터로, 이 교수 연구팀은 개발한 포토트랜지스터를 이용해 광전류가 생성되는 정확한 위치 분석과 전류량 측정 연구를 진행하는데 성공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실시간 광전류 매핑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광전류 생성의 정확한 위치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전자와 정공 사이의 전하 균형에 따라 플리커 노이즈와 샷 노이즈의 원인 분석 연구도 함께 진행했는데, 이는 연구가 부진했던 노이즈 측정법 연구를 통해 새로운 측정방식을 제안해 그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이번 연구는 향후 2차원 소재 및 하이브리드 소재를 이용한 태양전지, 광센서, 전계발광소자 개발에 필요한 광전류 생성 원리와 위치 등을 정확히 규명·추적했다는데 그 의미가 깊다. 이를 통해 향후 고효율 광전소자 개발에 중요한 지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DGIST 에너지공학전공 이종수 교수는 “이차원 TMDC 소재의 우수성을 잘 활용하면 새로운 물성 확보 및 소자특성을 개선한 전자 및 광전소자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며 “아직은 실용화를 위해 다양한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 계속해서 연구에 집중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DGIST 에너지공학전공 나현수, 정민혜 석박통합과정생이 공동 주저자로 참여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중견후속과제 및 DGIST Pre-CoE 연구과제 지원하에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재료과학, 물리학 분야의 최고 분야지중의 하나인 Advanced Science에 지난 8월 18일 게재됐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발달장애인·낙태 등 기획기사 빛나… 개별 사안 기계적 균형 탈피해야

    발달장애인·낙태 등 기획기사 빛나… 개별 사안 기계적 균형 탈피해야

    서울신문은 27일 제132차 독자권익위원회를 열고 10월 주요 현안에 대한 서울신문 보도를 논의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지난 8, 9월 서면으로 대체한 이후 약 3개월 만에 현장 회의가 재개됐다.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지면 비평을 했다.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위원장을 비롯해 박준영(변호사), 유승혁(경희대 언론정보학과 4년), 김숙현(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 김준일(뉴스톱 대표), 정성은(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위원이 참여했다. 이달에는 ‘노후자금 착취 리포트-늙은 지갑을 탐하다’, ‘낙선 6개월 라이더가 된 청년 후보’, ‘코로나 블랙-발달장애인 가족의 눈물’, ‘코로나 장기화의 그늘-필수노동자 현주소’, ‘#나는낙태했다-모두가 알지만 하지 않은 이야기’ 등 굵직한 기획이 쏟아지며 호평을 받았다. 다만 1면 제목과 사설 등에서 서울신문만의 색채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김숙현 국제면이 그동안 아쉽다고 생각했던 지역의 안배 문제나 다양성 측면에서 크게 향상됐다. 다음달 3일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와 이번 달의 전반적인 뉴스는 그와 관련한 기사가 대부분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간간이 프랑스 참수 사건, 태국 왕실을 둘러싼 논란, 중동 소식 등도 전달해 조화로웠다. 5일자 ‘뉴스를 부탁해’ 코너에서 ‘국민 알권리냐 감시자산 보호냐…軍 첩보공개 득과실’ 기사는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을 독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도 전문성이 녹아 있었다. 20일자 ‘지지율 거품 꺼진 스가…한 달 새 12%P 하락’ 기사는 스가 일본 총리가 베트남을 순방하는 사진을 게재해 본문 내용과 맞지 않아 아쉬웠다. 21일자 ‘“남편 약점, 내가 덮는다”… 백인 여성표 놓고 ‘영부인 전쟁’’ 기사는 타 언론사에서는 보지 못한 방향으로 접근한 독창성이 돋보였다. 22일자 ‘14% 늘어난 아동착취… 씁쓸한 초콜릿’이라는 기사도 미 대선 관련 기사들 틈에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항미원조’ 발언에 대해 26일자 ‘씨줄날줄’에서 짧게 언급했는데 더 적극적으로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정성은 발달장애인, 낙태 등을 주제로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시리즈 기획기사가 많았다. 21일자 ‘“그날 이후 나를 미워했지만… 아이 낳고, 안 낳고는 내 선택”’이라는 기사에서는 라일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작가가 자신의 경험과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을 진솔하게 들려줬다. 12일자 ‘매일 괴성 지르는 아들에게 ‘아빌리파이’밖에 줄 수 없었다’는 기사도 김남연씨 모자의 자가격리 일지를 세밀하게 그려 냈다.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기사를 발굴한 점에서 높이 평가하지만, 편집이나 가독성 측면에서는 아쉬웠다. 8일자 ‘이보희의 TMI-코로나 시국에 결혼을 한다고?’라는 기사도 기자가 실제로 결혼하는 과정을 통해 기존의 결혼식 관행을 돌아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인상 깊었다. 또 6일자 ‘음악이 항일 무기… 중국인민해방군가 작곡한 ‘중국의 3대 악성’’ 기사는 우리가 잘 모르던 정율성이라는 독립운동가에 대해 소개해 줘서 좋았다. 칼럼 중에서는 ‘이종수의 헌법 너머’가 쉽게 쓰면서도 주장이 분명하고 예시를 적절히 활용한 수준 높은 글이라 매번 유익하게 읽고 있다. 또 22일자에 한국 농업사의 권위자 김용섭 연세대 명예교수의 별세 소식이 굉장히 작게 처리됐는데 관련한 이야기를 더 담아내지 않아 아쉬웠다. 박준영 기존 언론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루는 방식은 주로 몇 명이 죽었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등 잔혹한 인권 침해에 초점을 맞춰 자극적으로 소비됐는데, 26일자 ‘“형제복지원 30년 전 악몽 남편 아픔 덜어 주고 싶어” 그래서 아내는 투사가 됐다’는 기사는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썼다는 점에서 참 좋았다. 향후 형제복지원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랑인 수용 역사를 돌아보고 이를 토대로 현재의 장애인·노인요양시설에서 이뤄지는 인권 침해 등 시설 수용과 관련해 다양한 문제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16일자 ‘죽음까지 차별… 인간의 권리 평등한가요, 33년 만에 ‘형제복지원 재판’ 눈물바다’라는 기사도 의미 있었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경우에는 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그가 다음달 2일 과연 법정에 나오는지, 촬영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만 보도가 쏟아졌다. 그보다는 흉악범이 교화가 가능한지, 어떻게 이런 범죄자가 탄생하게 됐는지 등 다양한 관점을 살펴봤으면 한다. 김준일 서울신문은 균형을 맞추려고 고심하는 게 기사와 논조에서 많이 보인다. 그러나 개별 사안에 대해 전부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인지 의구심도 든다. 어느 것 하나 튀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여론시장의 흐름은 주목 경제로 옮겨 가고 있는데 시장성을 외면하는 것 아닌가 싶다. 제목도 너무 무난해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언론사 전반의 문제지만 개인적으로 신문에서 칼럼은 읽어도 사설은 읽지 않는다. 뻔한 이야기만 하기 때문이다. 신문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혁신이 없는 게 사설이라고 생각한다. 형식의 변화를 줄 때가 오지 않았나 한다. 라임·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 ‘김봉현 사태’에 대한 서울신문의 단독이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이후에도 후속 기사들이 보도돼 여론을 주도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또 대형 사건의 경우 중간에 상황을 정리해 주는 기사가 있었으면 한다. 처음부터 꾸준히 기사를 읽지 않은 이상 한 번 놓치면 어떤 사건인지 따라가기 힘든데 여전히 대다수의 언론사들이 당일 발생 기사에 치중하다 보니 읽는 사람만 계속 읽고 아닌 사람은 쭉 안 읽게 된다. 유승혁 시사상식을 잘 모르는 젊은 독자층에게는 5일자 미국 대선 관련 기사나 23일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감 발언 관련 기사처럼 번호를 매겨 사안을 소분류해 설명하는 기사가 유용하다. 23일자 독감 백신 관련 Q&A 기사도 일문일답 형식으로 궁금증을 적절히 짚었다. 또 서울신문 코너 중 ‘포토다큐’는 사진 위주로 주제를 전달해 신선하다. 단순한 접근이지만 이미지가 갖는 힘은 강하다고 생각한다. 5일자 ‘코로나19로 바뀐 명절 풍경’ 관련 기사에서는 젊은층의 나 홀로 캠핑과 노년층의 우울한 추석을 대비하는 등 독자가 생각하지 못한 관점을 짚은 기사들이 인상 깊었다. 이번 달에는 기획기사가 넘쳤다. 기자들이 발품을 판 흔적이 보였다. 다만 다양한 기획이 번갈아 게재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뒤쪽 지면에 배치된 기획은 집중도가 떨어졌다. 또 청년 정치인 기획은 낙선한 청년 정치인들의 근황만 나열되고 우리나라 정치 지형의 문제는 없는지 등 구조적인 분석이 부족해 아쉬웠다. 김만흠 다양한 기획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낙선한 청년 정치인 기획도 좋았다. 그동안 정치 기사는 이미 온라인에서 전날 저녁 읽은 것 이상의 내용이 없어 아쉬웠는데 시도 자체가 신선했다. 10월은 정치 이슈가 많다 보니 역으로 다른 언론사와의 차별화 지점이 적었다. 1면 톱기사 제목도 문제의식을 담은 제목보다는 발언을 직접 인용한 제목이 늘었다. 국정감사 기간 추미애·윤석열 공방, 월성 1호기 문제 등을 제외한 다른 사안들은 전부 묻혀 버렸다. 박스 기사로라도 현장에서 나온 주요 내용을 중요 위원회별 혹은 국감 대상별로 정리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이는 향후 국감에서 지적한 사항을 얼마나 이행했는지를 재점검할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독감 백신 사망자와 관련해서도 기존의 사례와 대비해 좀더 깊이 있게 다루면 좋겠다. ‘조기영의 세상터치’ 만평은 칼럼이나 기사 못지않게 날카로운 분석을 해줘 눈에 들어왔다. 정리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생업 접어야 허용되는 참정권, 기본권인가

    [이종수의 헌법 너머] 생업 접어야 허용되는 참정권, 기본권인가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30대 초반인 지역구 최연소 당선자가 소방공무원 출신인 경력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알아보니 그는 10년 남짓 119구조대원으로 근무해 왔다. 그런데 소속 정당의 인재영입 기자회견의 첫마디에서 그가 “평생의 꿈을 접고서 정치를 시작한다”고 밝힌 대목이 마뜩지가 않았다. 국회의원이 되려는데 왜 평생의 꿈을 접어야 하나. 그의 탓이 아니다. 현행법상 공무원에게는 정당가입이 금지되고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로부터 90일 전에 사직해야 한다. 법의 취지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때문이라 하고 헌법재판소도 그간 여러 차례 이를 합헌으로 결정했지만 도무지 수긍이 가질 않는다. 심지어 공무원이 아닌 사립학교 교사와 언론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즉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헌법이 보장하는 피선거권을 행사하려면 자신의 생업을 포기해야만 한다. 오늘날 국민이면 누구라도 공직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는 참정권의 보장은 일부 귀족들이 공직을 독점했던 과거의 신분제 사회를 벗어나 있다는 대표적인 표상이다. 그런데 이 참정권을 행사하려는 데에 그이 같은 공무원에게 자신의 생업인 공직을 포기토록 강제하는 것이 과연 마땅한지가 의문이다. 그것도 한참 전인 선거일로부터 석 달 전에 그만둬야 한다. 당선은 물론이고 시기적으로는 정당의 공천 여부조차도 불확실한 때이다. 그래서 공무원이라도 오랫동안 봉직하다가 퇴직을 앞둔 시점이 아니면 선뜻 입후보할 용기를 내기가 어렵다. 피선거권 행사를 위해서는 생업인 공직을 그만둬야 해서 젊은 공무원에게는 그의 말대로 “평생의 꿈을 접고서야” 가능한 모험이고, 마치 한판의 도박과도 같다. 반면에 판검사 등 고위직 출신의 공무원들에게는 공직선거 출마가 떨어져도 그만인 일종의 꽃놀이패와도 같다. 이렇듯 뜻있는 많은 이들이 사실상 배제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에서는 케네디 집안, 부시 집안, 아베 집안과 같이 자자손손 대를 이어서 정치권력을 이어 가는 이른바 ‘선거귀족’들이 득세해 왔다. 공무원이나 교사가 선거에 입후보해서 만일 당선되면 권력분립원리상 겸직 금지가 마땅하다. 그래서 독일과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당가입은 물론이고 공직선거의 입후보를 제한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독일의 공무원법은 선거에 입후보한 공무원에게 선거운동을 위한 휴가를 보장하며 만일 당선된다면 법상 겸직이 금지되기 때문에 해당 공직의 임기 동안에 휴직을 또한 보장한다. 이와 같이 우리와는 달리 이전의 직업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다리를 활짝 열어 두고 있다. 그러니 선출직 공직에 출마하기 위해 그이처럼 평생의 꿈을 접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독일의 주요 정당들에서 전체 당원들 가운데 공무원의 당원비율은 30~40%에 달한다. 특히 독일 녹색당은 태반이 공무원들이다. 현역 의원이 재선, 삼선에 다시 나서는 프리미엄은 전혀 문제 삼지 않는데도, 말단직의 공무원이 선거에 나서는 데에 뭐 그리 대단한 프리미엄이 있겠으며 또한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겠는가. 게다가 현행 선거법은 오래전부터 공무원에게 직을 이용하는 선거운동을 따로 금지해 오고 있다. 그리고 임기를 마치고서 재선에 연연하지 않고서 이전의 직업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다리를 남겨 둬도 좋겠다. 물론 다리를 놓아 두더라도 되돌아갈 이들이 많지 않을 법하다. 그러나 생업을 접고서 그리고 되돌아갈 다리가 아예 끊긴 가운데 치러지는 공직선거에는 자신의 모든 것이 걸려 있는 셈이다. 그러니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하는 선거가 누군가에게는 마치 배수진 속에서 치르는 비장(悲壯)한 전투가 돼야 한다. 기본권은 국민 누구나가 일상에서 별다른 조건과 큰 위험 부담이 없이 누려야 마땅한 권리다. 공무원과 교사들에게도 크게 다르지가 않다. 더욱이 오늘날의 평등사회에서 민주정치의 상징과도 같은 참정권은 누구라도 가급적 제한 없이 누릴 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듯 생업과 꿈을 포기하고서야 비로소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여기에 어떻게 기본권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겠는지가 여전히 의문이다. 그래서 이번처럼 소방공무원 출신의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국회의원 출신의 소방공무원을 지켜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이종수의 헌법 너머] 뭣이 더 중헌디

    [이종수의 헌법 너머] 뭣이 더 중헌디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유명한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정부와 여당이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의과대학의 입학정원을 늘리려는 데에 반대하는 많은 전공의들이 집단휴업하고, 의대 학생들은 의사국가시험 응시를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전공의들이 이번처럼 정부가 아니라 자신을 고용하고 있는 병원 당국을 상대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서 집단휴업을 하는 경우는 좀처럼 없었다. 이참에 변호사 숫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인구당 의사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거의 꼴찌 수준으로 터무니없이 적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그러자 의사협회는 국토 면적 대비 의사수라는 생뚱맞은 통계를 들이댄다. 그렇다면 의사가 돌보는 대상이 환자가 아니라 땅이라는 말인가? 특히나 의료취약지역인 농어촌 지역에서 일할 의사를 확보하기 위해 공공의대를 설립하자는 데에 왜 이리도 반대하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의사협회가 내세우는 반대 논리는 의사의 질적 수준 하락이다. 고등학교 때의 학업 성적이 전교 1등이 아닌 10등이 의과대학에 진학하면 대체 무슨 문제가 생기나? 한마디로 직역이기주의와 지극히 엘리트주의적인 특권의식의 발로다. 과거에 사법시험 선발 인원을 1000명으로 늘리던 당시에 변협 일각의 대응이 꼭 이랬었다. 의사가 되려는 꿈을 가슴에 품고서 공부에 매진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도대체 부끄럽지가 않나. 여측이심(如厠二心), 즉 “뒷간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는 속담이 딱 제격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1972년에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선고했던 ‘대학입학정원제한(Numerus-clausus) 판결’이 머릿속에서 겹친다. 1960년대 중반까지 당시 서독에서는 고등학생이 아비투어(Abitur)라고 하는 대학입학자격시험을 통과하기만 하면 성적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학과 어디든지 지원하고서 입학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전후 베이비붐세대의 대학진학률이 급증하면서부터 일부 학과들에서 실험기자재의 부족 등으로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진행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수용 능력에 과부하가 걸렸고, 이로써 이들 학과에 입학정원 제한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맨 먼저 입학정원 제한이 적용됐던 의과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원하는 의대 입학이 성적 미달로 불허되자 이에 불복하면서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에는 이 사건이 독일연방헌재에서 헌법소원 사건으로 다루어졌다. 독일연방헌재는 국가 재정에 여력이 있는 한 가급적 대학의 수용 능력을 확대하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하면서 입학정원 제한이 적용되는 해당 학과들에서 기존하는 수용 능력의 소진(消盡)을 전제로 해서만 학생에게 헌법상 보장되는 직업교육장(대학)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학정원 제한 규정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의료체계에서 공적 보험이 강화되면서 독일 의료계에서도 그간 여러 논란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이른바 의사 1인당 ‘환자진료총량제’가 도입되고 있다. 어느 독일 언론은 이렇게 표현한다. “지난 80년대까지는 독일에서 의사가 되는 것이 상류층 진입의 사다리 역할을 했지만, 9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그저 안정적인 중산층 합류에 그친다.” 실제로 독일의 동네병원에서는 간호사 없이 의사 아내가 직접 수납 창구에서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로 직업이 없는 의사 아내의 입장에서는 이로써 남편 병원에서 월급을 받고 나중에 연금까지 챙길 수 있는 일이니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합리적인 선택일 거라고 짐작된다. 독일 유학 시절에 하얀 수염이 멋있는 털보 할아버지 의사가 우리 아이들의 소아과 주치의였다. 그는 기다리는 다른 환자는 늘 아랑곳없이 진료실에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먼저 준비해 둔 마술쇼를 펼친다. 그러니 아이들이 병원에 가는 걸 싫어하는 법이 없다. 한번은 병원을 다녀왔는데, 조금 있다가 이 의사분이 우리 집의 초인종을 누른다. 영문인즉슨 조금 전에 아이의 예방접종을 하면서 주사 하나를 빼먹었다 한다. 기어코 주사 한 방을 직접 놓고서야 자전거를 몰고서 홀가분한 표정으로 되돌아간다. 귀국하고서 이 노의사의 부재가 때로 아쉬웠다. 그래서 전공의들과 의대 학생들에게 되묻는다. “뭣이 더 중헌디?”
  • [이종수의 헌법 너머] ‘임대차 3법’ 개정, 국회의 뒤늦은 입법

    [이종수의 헌법 너머] ‘임대차 3법’ 개정, 국회의 뒤늦은 입법

    헌법 제23조 제1항은 이렇다.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재산권의 보호 영역이 법률에 의해서 비로소 구체화된다는 말이다. 다른 나라들의 헌법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정하고 있다. 쉽사리 바꿀 수 없는 헌법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인 입법자에게, 즉 법학자 로널드 드워킨이 말하듯 ‘정치적 합의’에 재산권의 구체적인 내용 형성을 맡기고 있다. 절대적 보장이 아니라 상대적 보장을 뜻한다. 여느 기본권들과는 달리 보장의 대상이 토지와 같이 확대재생산이 더이상 불가능한 부동산 등 유한한 재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산권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입법행위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 있는 배분’으로 정치를 개념 정의하는 데이비드 이스턴의 표현에 가장 부합한다. 재산권의 내용을 정하는 대표적인 법률이 민법이다. 민법 제211조는 소유자에게 ‘법률의 범위 내에서’ 그 소유물을 사용, 수익, 처분할 권리가 있다고 재차 확인하고 있다. 1804년에 제정된 근대 최초의 성문민법전인 나폴레옹법전 제544조에서도 ‘소유자가 소유물을 나머지 민법과 형법에 위반되게 사용하는 경우에는 제한된다’고 정했다. 그런데 중산층 이상의 자산가들을 과다 대표해온 국회와 대다수가 평균 이상의 자산가이고 상당수가 다주택자인 위정자들이 그동안 어떤 법과 정책을 만들어왔는지는 다들 알고 있다. 며칠 전 국회에서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이른바 ‘임대차 3법´이 통과되었는데, 무려 31년 만의 법개정이다. 최근에 서울의 아파트값 앙등으로 인해 온통 난리법석인데, 야당과 언론은 현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失政)으로 몰아세운다. 이들은 정부의 그릇된 규제조치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정작 아파트 공급 확대 말고는 다른 대안을 꺼내지 못한다. 보유세 인상을 두고서도 세금폭탄으로 침소봉대하니 진정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리고 사방으로 눈을 돌리면 온통 아파트 천지인데도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다소 뜨악하다. 게다가 저출산으로 인해 향후에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 게 뻔한데도 말이다. 시장의 실패는 지난봄의 마스크 대란사태에서 이미 경험한 바가 있다. 결국 공적마스크를 배급하는 등으로 정부가 개입하고서야 사태가 일단락되었다. 저금리와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자금 등이 한편 이유라지만 부동산투기꾼들에게 아파트를 마치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재화로 내버려둔 것이 또한 문제다. 토지공개념이 그렇듯이 개인과 가족의 실존적인 주거공간과 절박한 주거권의 문제를 마냥 시장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 마이클 샌델의 논지대로 돈으로 쉽게 살 수 없는 것들이 있어야 한다. 언젠가부터 언론조차도 부동산투기를 갭투자라는 가치중립적인 용어로 부르고 있다. 최근에 강남4구 주택 거래의 73%가 갭투자라는 언론보도는 가히 충격적이다. 도박판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임차인보호 강화, 공공임대주택 확충과 행정수도 이전 등의 국토 균형 발전이 더욱 촉진되어야 한다. 시민혁명 이전부터 프랑스는 파리와 비(非)파리로 구별되었고, 일본에서도 도쿄 중심의 일극화(一極化) 사회의 문제가 크게 불거져왔다. 그렇지만 지금 목도하는 우리의 서울집중현상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일본의 용례에 빗대자면 서울 집중의 초일극화(超一極化) 사회라고 불러야 하겠다. 참고로 인구가 8000만 명인 독일에서 주민수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는 고작 세 곳뿐이다. 전 세계에서 우리에게만 특유한 주택임대차제도인 전세제도를 이제 버릴 때가 되었다고 본다. 전세제도가 과거에는 나름의 이유와 효용이 있었으나, 지금은 다주택 소유의 수단으로 부정적인 기능이 더 크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법개정을 통해 민법과 임대차법상으로 전세권이 보호받지 못하면 세입자가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액의 돈을 불안하게 집주인에게 내맡기는 전세제도는 자연스레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사회가 점차 접속의 시대로 바뀌면서 소유의 종말을 예견하는데, 우리는 소유의 욕망에 더욱 사로잡힌 채로 역주행하는 듯하다. ‘돈의 진정한 이점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작가 폴 오스터의 소설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그래서 오르내리는 집값을 머릿속에 내내 담고서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이 더욱 딱하기만 하다.
  • [이종수의 헌법 너머] ‘확립된 관행’이 아쉬운 의회정치

    [이종수의 헌법 너머] ‘확립된 관행’이 아쉬운 의회정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다르지가 않았다. 총선 이후에 개원 국회의 원 구성 협상이 순조로웠던 기억이 별로 없다. 애당초 의도한 바는 아니겠으나, 어쨌든 여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한 채로 원 구성이 일단락 지어졌다. 알려져 있듯이 이번 사달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은 법사위원장을 양보받지 않으면 다른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모두 포기하겠다며 배수진을 쳤고, 그 자리만큼은 내줄 수 없다는 여당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까닭이다. 그동안 원 구성 협상 결렬로 인해 국회가 수개월째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지면서 대법관 등의 인사가 지체된 적이 여러 차례 있었고,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에게 국민들의 세비 반납 요구가 드셌다. 법사위와 그 위원장 자리를 놓고서 그간 말도 탈도 많았다. 국회의 입법 절차상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고서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에 법사위의 체계 및 자구심사를 거치도록 하는데, 법사위가 권한 범위를 넘어서 사실상 법안 자체의 통과 여부를 결정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사위를 두고서 옥상옥(屋上屋)의 상원(上院)으로도 불러 왔다. 그런데 문제를 개선할 생각은 않고서 그저 서로 빼앗기지 않으려고만 한다. 원 구성과 관련해서 헌법과 국회법에서 대강은 정하고 있는데, 국회법 제41조 제2항은 상임위원장을 “본회의에서 선거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의회에서의 승자독식제나 독일 의회에서의 안배 모델 모두가 가능하다. 양당제인 미국에서는 의석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다수당이 있기 마련이어서 승자독식제가 나름 수긍된다. 반면에 다당제인 독일에서는 특정 정당이 단독으로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은 물론이고 원 구성에서도 자연스레 정당 간 합의에 의한 안배가 이뤄진다. 헌법과 국회법에서 물론 의사(議事)와 관련한 주요 사항을 규율하지만 모든 사항을 일일이 다 미리 정해 둘 수가 없다. 특히 국회법과 같은 복잡한 조직법이 그렇다. 심지어 국회 규칙으로도 선거 결과에 뒤따르는 모든 경우의 수를 따지면서 미리 규정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각종 의사와 관련해 국회사무처에서 따로 선례집을 발간해 오고 있다. 그런데 두꺼운 선례집을 뒤져 봐도 정작 원 구성에 관한 내용을 찾기가 어렵다. 불과 4년 전에 당시 여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맡았기에 그 자리가 야당 몫이라는 확립된 관행도 없는 셈이다. 결국 이번처럼 개원에 따른 원 구성 때마다 여야 간의 힘겨루기가 되풀이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오랜 의회주의 역사를 갖고 있는 영국과 독일 등에서는 이른바 ‘확립된 의회관행’이 정착돼 있다. 선거 결과가 어쨌든 간에 서로 지켜야 할 일종의 불문율이자 신사협정인 셈이다.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바닥에 붉은색으로 그어진 소드 라인(Sword Line)이 대표적이다. 2017년 9월에 독일에서 제19대 연방의회 선거가 있었다. 이어 원 구성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가 바로 예산위원장 자리였다. 연방의회에서 그간 확립된 관행에 따르면 중요한 대정부 통제 기능을 떠맡는 이 자리가 제1야당 몫이다. 이 내용은 연방의회의 공식 웹사이트에도 나와 있다. 문제는 과거의 나치 체제를 옹호하는 극우세력들이 모여서 만든 독일대안당(AfD)이 처음으로 연방의회에 입성하면서 원내 제1당과 제2당 간의 대연정 덕분에 어부지리로 바로 제1야당이 된 데에 있었다. 의회 내부에서 이 극우정당에는 도저히 예산위원장 자리를 내줄 수 없다며 반대가 있었으나, 결국 확립된 의회 관행이 그대로 지켜졌다. 이렇듯 국회가 새로 구성될 때마다 상임위원장 등 원 구성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볼썽사나운 힘겨루기를 거듭하기보다는 의회정치에서 합의된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 예컨대 어느 정당이라도 단독으로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한 경우에는 상임위원장직을 미국처럼 승자독식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안배를 하되 특정 상임위원장직을 야당 몫으로 미리 정해 두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패스트트랙 법안 사태에서의 몸싸움이 그렇듯이 국민의 대표들이 스스로 만든 국회법조차도 지키지 않으니 여기서 확립된 국회 관행 운운하는 것이 마치 ‘연목구어’(緣木求魚) 같은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
  • 임종국 서울시의원, 서울시 사업감리제 도입방안 방향 제시

    임종국 서울시의원, 서울시 사업감리제 도입방안 방향 제시

    서울특별시의회 임종국 의원(더불어민주당·종로 제2선거구)은 22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시 사업성과 향상을 위한 사업감리제 도입방안 정책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섰다. 임 의원을 비롯해 서울시의회, 집행부, 언론, 민간단체,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구성원들이 참가하여 현재 서울시 사업성과관리 한계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사업감리제 도입방안 모색 방안이 논의됐다. 토론자로 나선 임종국 의원은 “지방분권이 강화추세에 있으며 지자체의 예산 규모 역시 점차 확대되고 있어 지역사회 주민 복리증진과 지역발전 구현의 목적을 실행할 수 있도록 성과관리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사업감리제도의 도입은 기존의 정량적 평가 위주의 성과측정 방식에서의 미비한 점을 극복하고 정책사업추진 과정에 좀 더 집중하여 본래 의도한 사업 추진 목적에 일치하는 효과를 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사업감리제 도입의 취지는 의회의 기능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공개와 투명성 원칙을 지키도록 외부의 시각으로 집행내역을 평가하는 것 역시 의회의 주요 기능이기에, 사업감리제와 같은 평가체계들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그러나 관료책임성을 강조하고 현 평가제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목적을 살리기 위해서는 감시와 견제를 수행하는 의회의 기능을 보완하는 방향을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날 토론회는 김철 조직처장(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이 사회를 맡고, 김생환 서울시의회 부의장의 개회사와 이광세 협회장(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 인천시협회)의 환영사로 개막했다. 이어, 주제발표에는 남궁근 위원장(정부업무평가위원회), 발제에는 이종수 교수, 박병식 교수(동국대학교)가 나섰다. 토론에는 이원희 회장(한국행정학회)이 좌장을 맡아 진행되었으며, 임종국 의원(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전광섭 회장(한국거버넌스학회), 김창도 처장(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 대외협력처), 김충렬 대기자(브레이크뉴스), 신종우 국장(서울시 경제일자리기획관)이 참석하여 활발한 논의가 이뤄어졌다. *본 토론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지침을 준수해 무청중으로 운영됐으며, 서울시의회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생환 서울시의회 부의장, 서울시 사업성과 향상을 위한 제도적 방안 모색

    김생환 서울시의회 부의장, 서울시 사업성과 향상을 위한 제도적 방안 모색

    서울특별시의회 김생환 부의장(더불어민주당·노원4)은 서울시 발전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추진사업의 실효성을 증진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고자 “서울시 사업성과 향상을 위한 사업감리제 도입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날 토론회에는 정부업무평가위원회 남궁근 민간위원장이 주제발제를 했고, 한국행정학회 이원희 회장을 좌장으로 이종수 교수, 동국대 박병식 교수가 발제자로, 서울특별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임종국 의원, 서울시 경제일자리기획관 신종우 국장, 한국거버넌스학회 전광섭 회장, 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 김창도 대외협력처장, 브레이크 뉴스 김충렬 대기자가 함께 토론자로 참여했다. 서울시의회 김생환 부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방이양일괄법의 2021년 시행으로 중앙정부의 400여개 권한 사업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성과향상을 위한 보완방안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데, 토론회를 통해 서울시 사업 추진 과정상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고 사업의 실효성과 효과성을 증진할 수 있는 체계적 운영방안인 사업감리제 도입을 통해 서울시 각종 사업들이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예산의 효율적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리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서울시 사업성과 향상을 위한 사업감리제 도입방안 정책토론회’는 서울특별시의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의회 김생환 부의장, 한국행정학회, 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에서 공동주관 하였고, 코로나19의 여파로 무청중 온라인 토론회 방식으로 일반시민들도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시청이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인사] ABL생명, 고용노동부, 서울대병원

    ■ ABL생명 ◇ 단장 승진 △ 서부지역단장 이종수 △ 충호GA사업단장 권기환 △ 동부BA사업단장 장현일 ◇ 부장 전보 △ FC기획부장 배지훈 △ 영업교육부장 김성준 ■ 고용노동부 ◇ 국장급 승진 △ 고용보험심사위원회 위원장 이창길 △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하헌제 △ 울산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이도영 ◇ 과장급 전보 △ 고용차별개선과장 강검윤 △ 서울고용센터소장 최관병 ■ 서울대병원 △ 정보화실장 지의규 △ 기획부실장 제환준
  • [이종수의 헌법 너머] 여전히 “애들은 저리 가라”는 사회

    [이종수의 헌법 너머] 여전히 “애들은 저리 가라”는 사회

    어린 시절엔 구경거리가 그리 흔치 않았다. 그 무렵 한강 이남에서 유일한 동물원이 있는 집 근처 공원 앞은 주말이면 떠들썩한 장터가 되곤 했다. 그곳에서 아이에게 가장 신기한 볼거리는 차력쇼와 함께 약장수가 데리고 다니는 원숭이와 큰 뱀이었다. 그런데 구경꾼들이 많이 몰리면 약장수는 미리 앞줄을 차지하고 앉아 있던 아이들더러 “애들은 저리 가라”며 큰소리를 내지른다. 한참 재밌는데 쫓겨나는 아이는 몹시 속상하다. 약장수의 입장에서는 구매력이 없는 아이들을 내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법하다. 지난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권 행사연령이 만 18세로 낮춰졌다. 선거권 행사연령이 이보다 더 낮은 나라들도 있고, 일본에서도 수년 전에 만 18세로 인하됐다. 학교의 정치화 공세 등으로 그리 반대가 심했었는데, 총선이 끝나고서 이와 관련해서는 정작 아무런 말이 없다. 그간의 반대와 우려가 그저 무색하기만 하다. 청소년의 정신적 미성숙을 지적하고 국회의 입법형성권을 존중한다며 관련 사건들에서 내내 합헌 의견으로 일관해 왔던 헌법재판소도 멋쩍기는 마찬가지다. 18세의 젊은이에게 위험한 운전대와 손에 총을 쥐는 병역의무를 맡기면서도 투표용지는 안 된다는 것이 입법에 있어서 체계정당성원리에 맞지 않는데도 말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여성 참정권 투쟁과 흑인민권운동 등을 통해 어렵사리 확보된 오늘날의 보통선거원칙에서 지금도 연령제한이 유일한 예외로 남아 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당장의 방역대책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 국가부채 등의 문제에까지 맞닿아 있다. 지난해에 유럽에서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기후변화에 따른 기성세대의 인식 전환과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매주 금요일 수업거부와 길거리 시위운동을 벌여 왔다. 스웨덴의 십대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가 외치는 결연한 목소리에 거친 광야에서 회개하라며 호소하는 구약의 선지자 요한의 모습이 겹치기도 한다. 이제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시대로 확연히 나뉠 거라고 진단하듯이 그간 득세해 왔던 신자유주의와 더불어 펼쳐질 미래는 더이상 장밋빛이 아니다. 기후변화, 국가부채, 연금개혁과 같이 불거져 있는 여러 현안은 미래세대와도 결코 무관하지가 않다. 설령 당면한 문제들을 어찌어찌 해결하더라도 그 부담과 빚을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떠넘기는 셈이다. 오래전에 북아메리카의 어느 인디언 부족은 무려 다가올 일곱 세대를 미리 배려하면서 자연을 아껴 두었다고 한다. 민주사회에서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선거는 시민 모두에게 중요하다. 그래서 독일의 어느 헌법학자는 선거권 연령 인하가 어렵다면, 아직 선거권이 없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 아이의 몫으로 0.5표의 투표권을 추가로 인정하자고 주장한다. 아이가 살아가야 할 앞날을 걱정하는 부모의 배려심이 여느 다른 이들과 결코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뮌헨에서 만난 한 독일 엄마와의 대화가 문득 떠오른다. 그녀가 한동안 지냈던 아프리카의 마을에서는 아이가 집 바깥에 오랫동안 나가 있어도 부모들이 걱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가 어디서 뛰어놀더라도 동네 어른들 누구라도 마치 자기 아이처럼 잘 보살펴 주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가족과 함께 다시 돌아온 이곳 독일은 그렇지가 않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특히 피부색이 검은 자기 아이들에게 눈총을 주다가도 독일인인 자기가 나타나면 어색하게 표정을 바꾸곤 하는 이웃들의 모습이 몹시 실망스럽다고 했다. 아이들 역시 주권자인데도 선거권 행사를 유보하는 데에는 어른들이 알아서 잘 챙겨줄 거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돈이 안 되는 아이들은 저리 가라던 그 옛날의 약장수와 투표권이 없는 아이들을 외면해 온 정치권의 그간 행태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자신은 배곯아도 아이들의 끼니를 챙기는 부모의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펼쳐 갈 미래를 배려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특히 기후변화와 같이 향후에 불가역적인 현실 앞에서 아이들이 미래의 주역(主役)이라는 말은 그저 공허하고 입에 발린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의 삶이 아무리 팍팍하다 해도 아이들이 나중에 챙겨야 할 밥그릇까지 뺏어서야 되겠나 싶다.
  • “‘독도수비대 강치‘ 음원 무료 제공합니다”

    “‘독도수비대 강치‘ 음원 무료 제공합니다”

    경상북도콘텐츠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오는 18일부터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인 멜론과 지니뮤직에서 애니메이션 ‘독도수비대 강치‘ 음원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16일 밝혔다. 독도수비대 강치는 우리 땅 독도를 문화로 알리기 위해 경북도와 해양수산부가 기획하고 진흥원과 픽셀플레넷이 2016년 공동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주인공 강치와 친구들이 불타는 얼음을 차지하기 위해 독도를 침략한 아무르 일당과 맞서 싸우는 모험 이야기를 담았다. 가수 정광태씨의 ‘독도는 우리 땅’에 이어 독도를 상징하는 노래 계보를 이어가려는 음원은 오프닝 주제곡인 ‘We go to Dokdo’와 엔딩 주제곡 ‘독도수비대’이다.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반주 음악(MR)도 제공한다. 독도를 지켜내는 용감한 강치와 친구들을 힙합 스타일로 표현한 곡으로 신나는 멜로디와 중독성 있는 후렴구를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다. 이종수 진흥원장은 “음원 서비스로 독도수비대 강치 애니메이션 인지도를 더욱 높이고 우리 땅 독도에 어린이 관심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경북도, ‘독도수비대 강치’ 상품 개발 지원

    경북도, ‘독도수비대 강치’ 상품 개발 지원

    경북도와 경상북도콘텐츠진흥원은 애니메이션 ‘독도수비대 강치(바다사자)’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개발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독도수비대 강치‘는 우리 땅 독도를 문화적으로 알리기 위해 경북도와 해양수산부가 기획하고 경상북도콘텐츠진흥원과 ㈜픽셀플레넷이 2016년 공동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2019년에는 프랑스 공미디어(Gong Media)와 유럽송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공미디어는 K-POP이나 K-Drama, e-Sports, Music 등 많은 한국 콘텐츠 전송 권한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유럽진출을 위한 플랫폼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는 회사이다. 이번 지원사업은 ‘독도수비대 강치’ 캐릭터를 활용해 완구, 출판, 생활잡화 등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드는 상품 전반의 개발 제작을 지원한다. 또 우수 개발로 선정된 제품을 대상으로 크라우드펀딩 전문업체와 연계시켜 제품 홍보 및 시장진출도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대상은 경상북도 소재 기업으로 선정된 2, 3개 기업에 총 4025만원의 지원금을 분할 지원한다. 이종수 경북콘텐츠진흥원장은 “이번 사업이 ‘독도수비대 강치‘ 캐릭터 인지도를 더욱 높이고, 독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물개와 같은 바다사자과에 속하는 강치는 19세기에만 해도 3만∼5만마리가 독도에 서식했다. 그러나 1900년대 초 일본인이 가죽이나 기름을 얻기 위해 마구 잡는 바람에 특정 지역에서 자취를 감추는 절종 위기에 이르렀다. 독도의용수비대가 활동하던 1950년대 초까지 20∼30마리씩 목격했다는 진술이 있었으나 1970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그들은 과연 누구를 대표하는가

    [이종수의 헌법 너머] 그들은 과연 누구를 대표하는가

    한바탕 떠들썩했던 잔치가 끝났다. 서로 앞다투어 일꾼이 되겠다고 기껍게 나서니 선거는 어쨌든 좋은 이벤트다. 많이들 내보내고 새 일꾼들을 다시 뽑았으니 이제 제대로 일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일꾼들을 부리는 주인이 누군지가 여전히 궁금하다. 선거유세에서도 지역사업 공약이 대부분이고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고서도 다들 한 목소리로 주민들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니 지역주민들의 대표가 맞겠다. 이렇게 해서 모든 지역이 고루 좋아지면, 벤담의 공리주의가 그렇듯 나라 전체가 발전할 법도 하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내세우는 업적이라는 게 한정된 나라 예산에서 자기 지역구에 예산을 더 많이 따 왔다는 자랑질이 고작이다. 지난 지방선거 때 내걸렸던 공약과 비교해 봐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니 이럴 거면 지방선거가 따로 왜 있나 하는 의구심도 든다. 헌법재판소도 여러 번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사건에서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이지만 지역대표성도 함께 겸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헌법 제46조 제2항이 이렇다.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그런데 각자가 생각하는 국익이 다르고, 양심의 생김새도 또한 제각각이니 따지고 보면 별 의미가 없는 조항이다. 이 법조항을 두고서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이고 ‘자유위임원칙’을 근거 짓는다고 이해하고 있다. 그냥 마음대로 하게끔 자유롭다는 뜻이 아니라 자기를 뽑아 준 지역 주민들로부터 자유롭다는 게 그것의 본래 의미다. 그래서 소속 정당을 바꾸는 당적 변경에도 불구하고 의원직을 유지하는 논거로 주로 사용돼 왔다. 이와는 달리 독일 기본법 제38조 제1항은 “연방의회의원은 전체 국민의 대표이고, 위임과 지시에 구속되지 않으며, 오로지 양심에 따른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래서 한 명을 뽑는 지역구선거에서 설령 지더라도 해당 후보자가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마련해서 자유위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처럼 지역구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된다. 이렇듯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라는 관념은 오늘날 보수주의의 원조로 잘 알려져 있는 에드먼드 버크의 유명한 ‘브리스톨 연설’에서 비롯됐다. 여기서 버크는 “나는 브리스톨(지역구)의 대리인이 아니라 영국의 대표”임을 강조했었다. 그런데 당시 18세기 후반의 영국은 지금처럼 보통선거가 아니라 제한선거였고 전체 국민들 가운데 5% 남짓한 극히 일부만이 선거권을 가졌다. 그러니 의회 의원을 지역구민의 대표라고 부르기도 민망하고 또한 극히 일부의 유권자들만을 대표하는 셈이어서 전체 국민의 대표라는 상상적 허구와 당위론적인 요청이 필요했으리라고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국회의원들로 구성되는 국회가 주권자인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헌법기관인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어느새 개별 국회의원을 독자적인 헌법기관으로도 부르고 있다. 지난 1997년에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에서 국회의원의 청구적격을 줄곧 부인해 왔던 선례를 바꾸면서(96헌라2사건) 다소 모호하게 언급한 이래로 의원들 스스로도 헌법기관임을 자처하고 있다. 예컨대 법원이 모 의원에게 인터넷상의 부적절한 게시 글에 이행강제금 부과를 결정하자 ‘일개 판사가 어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운운하듯이 자신의 높은 지위를 과시하는 빌미가 돼 왔다. “국회의원은 국회 내 부분기관의 지위에서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쯤으로 헌재가 정리했어야 할 사안인데, 어쨌든 이로써 오해의 단초를 남겨 두었다. 이렇듯 우리 정치현실에서 규범과 실제 사이의 괴리가 가장 큰 표현이 국회의원을 두고서 국민의 대표라고 규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정작 실제로 그들이 대표하는 것은 지역과 소속정당이다. 개별 의원이 소속 정당의 당론에 반대하기로 작정하면 다음번 공천의 포기를 감수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사례가 있었다. 결국 오늘날의 정당제민주주의에서는 사실상 정당들이 제각각 국민을 대표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의 역할과 기능이 특히 중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야당에 마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처럼 여러 패인이 지적되고 있다. 그 정당이 아쉬워서가 결코 아니라 그만큼 우리 정치의 변화와 정상화를 간절히 바라는 까닭이라고 짐작된다. 부디 새겨듣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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