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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희 무용단’ 한민족 정서 짙게 밴 토속소재 무용

    청주에서 활동하는 안무가 박재희는 요즘 입이 함지박 만하게 벌어져 있다. 지난 97년 공연한 ‘황토누리’가 문예진흥원의 우수레퍼토리에 선정된 데이어 올해 ‘바람벽’이 ‘문화관광부 공연예술 특별지원’ 대상작품에 뽑히는 등 경사가 잇따르기 때문이다.지방에서 활동하는 단체가 두가지 지원을받은 건 이례적이다. 행운을 안겨준 ‘황토누리’와 지난 96년부터 꾸준히 공연해온 ‘장터배기’를 1,2부로 묶어 오는 4일 호암아트홀 무대를 찾는다. 두 작품 모두 토속적인 소재로서 ‘한국민족의 정서’를 담았다.작가 홍원기와 무대미술 디자이너 이태섭이 스태프로 참가했다. ‘황토누리’는 황폐해진 농촌의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농촌을 지키는 노인을 허수아비로 비유,사라져 가는 고향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았다.‘장터배기’는 각설이를 등장시켜,비록 배고프고 가난했지만 마음은 풍족했던 지난 날을 되새겨보는 기회를 준다. 박재희는 “둘다 국내와 일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고 운을 뗀뒤 “그렇다고 당시 공연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아니고영상작업 등을 가미해 완성도를 더 높였다”고 밝혔다.(0431)229-8691이종수기자
  • [리뷰] 실험극장 ‘오봉산 불지르다’

    극단 실험극장의 4세대가 주축이 된 135회 정기공연은 지난 39년간 지켜온정통극의 테두리를 벗어나 과감히 ‘창작실험무대’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작품 명은 ‘오봉산 불지르다’(홍영수 작·윤우영 연출). “잘될까”라는 주위의 우려를 말끔히 씻고 연장 공연에 돌입했다.지난달 27일 대학로 동숭아트홀 소극장.군데군데 빈 곳이 있긴 했지만 객석의 분위기는 진지했고 끊임없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폭소의 진원지는 고수 박철민.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등 분위기를 이끌어가면서 7가지 역할을 흐트러짐 없이 잘 소화했다.하회탈을 연상시키는 넉넉한 미소로,익살맞은 연기를 넉살좋게 펼쳐나갔다.창과 추임새를 섞으며 흥을 돋우는가 하면 거침없는 육두문자를 동원해 세상을 비꼬면서 폭소를 자아냈다.파트너로 나온 배옹헤 역의 엄효섭도 패기넘친 연기로 맞장구쳤다. 작품은 한 순간의 실수로 변두리 인생으로 전락한 배옹헤의 인생유전을 통해 물상화된 현대사회의 타락상을 꼬집고 있다.이 현대적인 내용을 판소리와 굿이라는 전통적 양식에담아 골계(滑稽)·풍자미로 버무렸다.그 결과 작품은 웃음과 질타가 잘 어우러져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상가(喪家)장면과 저승의 귀신을 그림자극으로 처리하거나,배옹헤가 어머니의 영혼을 불러내려 굿을 하는 대목에서 무당과 옹헤의 역할을 바꾸는 등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 것도 신선하게 다가왔다.실험극장의 ‘젊은 변신’은 싱싱했고,그 만큼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20일까지.(02)764-5262이종수기자
  • ‘오광대탈춤’서울나들이

    중요무형문화재 7호로 지정된 경남 고성의 ‘오광대 탈춤’이 다음달 1,2일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오광대는 동서남북과 중앙의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다섯 광대가 나와서 노는 놀이를 뜻한다. ‘춤의 고을,고성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이번 공연은 탈을 벗고 춤을 중심으로 ‘명무전(名舞典)’형태로 꾸민 것이 특징이다. 연출을 맡은 무용평론가 진옥섭은 “고성 탈춤을 문화재로만 인식하고 춤자체의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았던 기존의 방식을 탈피하려 한다”면서 “대본 중심의 연극적 요소보다는 춤 요소를 대폭 강화하여 탈에 가린 명무가(名舞家)들의 이름을 되찾을 계획”이라고 의도를 밝힌다. 하지만 탈춤의 원형은 그대로 살린다.문둥이·양반·승무 등 모두 다섯 과장으로 구성된다.주제도 다른 탈놀이와 비슷하게 양반계층의 위선을 조롱하거나 파계승을 풍자한다.그리고 민중들의 팍팍한 생활도 드러낸다.아울러 연출자 진옥섭이 입수한 60년대 초반에 촬영한 15분 길이의 16mm 흑백 필름도처음으로 상영한다.일제시대 명인들의모습과 공연연습,놀이 풍경들을 담았다. 말뚝이춤과 승무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윤석이 구성과 재안무를 맡았다.악사 예능보유자인 이윤순과 원양반 예능보유자인 허판세 등 18명의 춤꾼이 출연한다.(02)2272-2153이종수기자 vielee@
  • 詩的 대사에 담은 ‘금단의 연정’

    33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극단 자유가 프랑스 ‘비극시인’ 장 라신의 연극‘페드라’를 그의 서거 300주년을 맞아 무대에 올린다. 김정옥교수(중앙대)가 연출을,극단 대표 이병복이 무대미술을 맡았다.이들은 지난 30여년동안 호흡을 맞춰온 지기(知己).공연을 앞두고 문예회관 대극장 지하연습실에서 최종적으로 ‘팀워크’를 다듬고 있다. “아,잔인한 사람.모든 걸 다 알고도! 이만큼 말했으면 모를리가 없지.자똑바로 봐요,이 페드라를,미칠 것 같은 이 연정을” 페드라가 마침내,‘삭이던 연정’을 의붓 아들 이포리트왕자(최원석)에게봇물처럼 터뜨렸다. 박정자는 ‘금단의 사랑’의 포로가 된 채 이성도 체면도 다 내던지고 온몸으로 ‘광기’를 쏟아낸다.이포리트에게 버림받은 심경을 읊는 장면에선눈물이 흘러내린다. “페드라의 감정은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맛보는 것입니다.여배우들이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이 역을 맡게돼 천우신조라고 생각합니다.연극의멋과 향기가 듬뿍 담긴,요즘 보기 힘든 작품인데 ‘몰래사랑’의 가슴앓이를 해본 관객이라면 대리만족을 맛볼 수 있죠”(박정자) 페드라의 사랑고백을 정점으로 작품은 숨가쁘게 전개된다.이포리트왕자의아리시공주(김희령)를 향한 열정,죽었다던 테제왕의 귀환,질투심과 배신감에 빠진 페드라의 자살…. 눈여겨 볼 대목은 라신의 빛나는 대사.‘내 입에서 그 이름이 새어나왔다’‘미칠듯한 사랑에 무너지는 분별력’‘사랑의 업보에 가슴이 타고 눈물에잠겨,시들고 말라 비틀어졌어’ 등 시적인 표현들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테제역의 박웅은 “시적 표현이 많고 휘황찬란한 수식어가 많아 여간 까다운게 아닙니다”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그는 극단에 남자배우가 적어 연극협회 이사장이라는 바쁜 일정을 쪼개 ‘품앗이’를 하고 있다. 언어 조탁은 연출가 김정옥의 몫.번안을 겸하면서 3시간에 가까운 원작의대사를 반으로 싹둑 잘랐다. “지난 날의 고전이 아니라 오늘의 작품으로 살아나도록 대사를 우리 식으로 가다듬었죠.배경과 음악,연기도 우리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쪽으로 바꾸었습니다” 그의 손을 거친 많은 고전작품은 세계무대에서 공인받고 있다.그는 이번 작품도 ‘자유의 페드라’로 불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욕을 내비친다. ‘무대미술의 개척자’로 불리는 이병복의 작업도 관심을 모은다.흰색·검은색의 ‘화려한 대조’가 돋보이는 페드라 의상은 무대를 화려하게 꾸밀 것으로 기대된다.‘금단의 연정(戀情)’을 담은 ‘페드라의 광풍(狂風)’은 6월1일부터 27일까지 불어닥친다.문예회관 소극장.(02)765-5475이종수기자 vielee@
  • 국제 현대무용제 30일 개막

    무용계의 큰 잔치 ‘국제현대무용제’가 이달말 관객을 찾아온다. 올해로 18회째인 무용제의 주최측인 현대무용협회 박인숙 회장은 “5월마다 열리는 무용제의 ‘정체성’을 놓고 올해는 특히 고민했다”면서 “백화점식의 나열이 아니라 ‘우리 만의 볼거리’에 중점을 두어 잔치를 꾸미려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젊은 안무가들에게 파격적인 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이해준(‘무연탄’) 박진수(‘일일 시트콤’) 황미숙(‘상자 속에 갇힌 아침 기행’) 이현숙(‘시간의 모래밭’) 등 30대 초중반의 신예들이 ‘톡톡 튀는 발상’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여기에 장정윤 박인숙 양정수 김양근 등 중견 안무가들의 관록을 가미해 무대의 균형감을 살리기로 했다. 이들 국내 9개팀 외에 이스라엘 미국 독일 등 해외3팀이 참여한다.이중 6명이 참여하는 이스라엘의 ‘노아 다 댄스 그룹’의 작품 ‘아이조루스 프리다’는 영상미를 가미해 독특한 무대가 될 듯.‘멕시코의 유명한 화가 프리다칼로에게 바치는 작품’이라는 해설이 말해주듯 칼로의9가지 그림을 색깔과 형태를 살려 9가지 안무로 표현한다.아울러 칼로의 내면세계를 ‘몸짓’으로 포착하기도 한다. 이숙재교수(한양대 무용과)는 “비록 규모는 작아졌지만 세계무용계의 새로운 흐름을 볼 수 있어 국내 무용계에 자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30일부터6월2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02)760-4104이종수기자
  • 대학로 ‘문화정보센터’ 인기…확대 검토

    문화운동단체 하제마을이 지난 1일부터 한달을 기한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는 ‘문화정보센터’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서울 대학로 문예회관 소극장 앞에 있는 이 곳은 VTR 등으로 다양한 공연정보를 제공,도심 속의 새로운문화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센터내 도우미 강윤성씨(23)는 “하루 평균 200여명이 찾아온다”면서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더욱 많은 사람이 찾아와 시설이 비좁다”고 말했다. 특히 센터 바깥에 설치된 VTR을 통해 연극으로서는 파격적으로 예고편을 내보내 ‘공연 수요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동영상을 본 시민들은 포스터보다 훨씬 생동감이 있다고 반긴다.VTR에는 연극작품과 콘서트,영화 등 20여건의 관련영상이 소개된다.지금 공연중인 ‘여부가 있겠습니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통일 익스프레스’ 등의 공연장면과 함께 곧 무대에 오를‘페드라’의 연습장면도 방영한다. 하제마을의 양창영대표는 “센터에 대한 반응이 무척 좋다”면서 “서울 시내에 몇군데 확대 운영할 것을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종수기자
  • ‘요나답’ 음모…극단로뎀 세실극장 인수후 첫 공연

    지난 19일 오후 7시30분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선 연극 출연진들과 팬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21일부터 무대에 올리는 ‘요나답’(하상길 연출)이 시연회를 갖고 PC통신 연극동호인들을 중심으로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가진 것. “암논은 왜 옷을 벗고 들어 갔습니까”“의도적인 것이 아니고 옷이 흘러내려 발생한 무대사고 였습니다”. 간혹 엉뚱한 질문으로 폭소가 터져나오기도 했지만 진지한 열기가 소극장을 가득 메웠다.연극 마니아들과 하상길(극단 로뎀 대표 겸 주연) 등 제작진과의 토론은 10시30분까지 이어졌다. 이 작품은 극단 로뎀이 세실극장을 인수한 뒤 제일화재의 문화후원 제휴로‘제일화재 마당세실’극장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올리는 개관 공연이다. 신이 삼촌인 다윗왕(이필훈)을 선택한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조카 요나답(하상길)이 다윗 일가를 몰락시킬 음모를 꾸미면서 신에게 도전하는 과정을다룬다.망나니인 다윗의 큰 아들 암논(채용병)과 야심가인 둘째 압살롬(이경우),그리고 딸 다말(정수영)을 제거하는 도중에 물고 물리는 반전이 잇따라2시간 가까운 공연시간이 지겹지 않다. 원근희는 “무대 안쪽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대부분이 성경에 있다고 해서종교극으로 봐서는 안된다”면서 “극을 해설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보면 인간극이다”라고 설명한다. 하상길이 요나답과 나레이터의 1인2역으로 나온다.한발짝 떨어져 극을 보는 이른바 브레히트의 ‘소격(疏隔) 효과’ 기법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균형감각을 갖게 한다.나레이터는 끊임없이 묻는다 “종교의 이름으로 살인을 합리화하는 맹신도와 이를 계속 회의하는 ‘현대판 요나답’ 중 어느 쪽이 정당한가”라고.7월11일까지.(02)736-7600. 이종수기자 vielee@
  • 백제의 숨결 춤으로 느낀다…국립극장서 ‘백제 춤’ 공연

    “막막했습니다” ‘한국,천년의 춤Ⅲ’을 통해 백제춤을 무대에 올리는 국립무용단 국수호단장의 말이다.지난 97년 조선시대 민중의 춤,지난 해 신라시대의 몸짓에 이어 세번째 시리즈다. 그가 고민한 것은 전북 익산 미륵사지의 반쪽탑 하나만 빼고는 백제춤을 상상할 자료가 거의 없었기 때문. 백제의 자취를 찾기 위해 공주·부여·광주 등지를 샅샅이 훑었다.박물관을 비롯 많은 절과 유적지를 누비며 ‘백제의 숨결’을 느끼려 애썼다.동작 하나라도 있으면 찾아서 건져야 했다.그걸로도 모자랐다.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백제 문화예술이 건너간 원형이 보존되어 있는 아소카(飛鳥)지역의 마을과 호오류지(法隆寺) 등의 발굴지를 찾아 기록을 뒤지고 다녔죠.1,300여년전 백제인이 세운 석가여래상,아미타불상,사천왕상 등을 본 뒤에 ‘백제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고 몸짓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사천왕상 등 불상의 몸짓에서 작품의 틀을 따왔다.또 새의 날개모양이 ‘백제의 선(線)’이라고 결론짓고 작품에 많이 도입했다.양쪽 무대장치도 새날개를 닮은 ‘망새’(집의 합각머리나 너새 끝에 얹는 용머리처럼 생긴 장식)로 꾸몄다. 백제인들의 해맞이 의식춤을 다룬 ‘해오름춤’을 비롯,무속 요소가 강한‘오기무’,불교의 정신을 가득 담고 있는 ‘향’,강강술래인 ‘대동무’와농민들의 춤 ‘탁무’ 등을 보여준다.마지막은 인간문화재 이매방이 직접 나와 오고무(五鼓舞)를 추는 ‘땅의 울림’으로 장식한다. 한편 1부에서는 조선시대의 정재(呈才)를 재현한다.‘춘앵무(春鶯舞)’‘무산향(舞山香)’‘일무(佾舞)’ 등의 정확한 춤사위를 그리기 위해 무형문화재 김천흥 박숙자 김영숙의 자문을 받았다.아울러 ‘최승희 춤의 계승자’백향주가 특별출연해 눈길을 끈다.이번엔 최승희 춤이 아니라 ‘논개’(1부)와 ‘공후’(2부)라는 독무를 보여준다.22일부터 25일까지 국립극장 대극장. (02)2274-1173이종수기자 vielee@
  • 리뷰-연극 ‘나운규’ 주인공 강신일

    지난 15일 문예회관 소극장.연극 ‘나운규’의 1회 공연(4시30분)이 끝나자 주인공 강신일(39)은 이화여대동대문병원으로 향했다.다리가 저려와 진통제 주사를 맞아야하기 때문. “‘쿵’ 떨어지는 순간 아찔 하더군요.공연 중이라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하체가 말을 듣지 않더라구요”. 12일 공연중 뜻밖의 사고를 당했다.나운규 신이 많고 장면전환이 잦아 늘뛰어다니던 중 무대로 나오다 발을 헛디뎌 통로와 벽사이의 2m 바닥 아래로떨어진 것.뒤따라 오던 한명구(윤봉춘역)가 내려가 보니 머리엔 유혈이 낭자했다.관객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병원으로 데려갔다.머리를 꿰매고 X레이 촬영을 해보니 꼬리뼈와 머리에 타박상.천만다행이었다. 그러나 “무리를 하지말고 쉬라”는 담당 의사의 처방은 안중에 없었다.공연 일정이 23일까지 잡혀 있었다.2회공연(오후 7시30분)을 고집했으나 연출을 맡은 한태숙을 비롯,제작진이 말렸다.모두 가슴은 ‘숯’이었지만 대역이 없는 터라 길게 봐야했다. 강신일은 다음 날부터 무대에 서서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공연마다 진통제로 버티면서 ‘영화사의 전설’ 나운규를 불러내고 있다. “연기할수록 매력적인 인물입니다.비록 36년 동안의 짧은 삶이었지만 춘사 선생이 남긴 업적은 컸고 그의 예술혼은 불가사의 할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아쉬운 것은 남은 자료가 적어 선생의 ‘광기어린 천재성’을 상상하기가 벅찼다는 점입니다”. 애써 상처 얘기를 접고 화제를 배역이야기로 돌린다.우직한 모습은 지난 86년 ‘칠수와 만수’에서 열연했던 ‘원조 만수’를 떠오르게 한다. 주위에서 “미련하다”고 걱정할 정도로 한 우물만 파오다 최근 영화에도 얼굴을 내밀었다.박광수감독의 ‘이재수의 난’의 마찬삼역인데 유생출신으로천민 이재수장군을 보좌하는 인물이다. ‘나운규’를 지탱하는 것은 진통제의 힘이 아니다.강신일의 연극 사랑과극중 인물에의 몰입이다.“평소 말도 어눌하고 내성적인 성격이 배역에 따라 변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02)737-2723이종수기자
  • 호반·성벽길 수놓는 마임·연극축제

    대표적 지역문화축제로 자리잡고 있는 ‘춘천 국제마임축제’와 ‘수원 화성(華城)국제연극제’가 26일과 28일 각각 개막한다.일부 지역축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지나친 개입으로 문화예술단체와 마찰을 빚어 파행 운영 위기에 놓여있다(과천 세계마당극큰잔치나 광주 비엔날레).이와 달리 수원·춘천은 민관의 협조로 열매를 거두고 있어 이번 축제에 쏠리는 눈길도 남다르다. 춘천은 호수의 도시.호수는 잔잔할 뿐 말이 없다.대사가 없는 ‘몸짓 장르’ 마임축제의 마당으로 제격이다.26일부터 5일 동안 이어지는 ‘무언(無言)의 잔치’는 아시아에서 규모가 제일 크다.11회를 맞는 올해엔 국내 15개팀과 프랑스 캐나다 일본 카자흐스탄 등 4개국이 참가한다.주제는 ‘20세기 보내기’. 26일 물굿,길놀이 거리축제로 이어지는 전야제로 분위기를 띄운다. 27일부터 나흘 동안은 시내 4곳의 극장에서 다양한 마임공연이 있다.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롤랑 클레레와 비올랜 클라네의 ‘O씨 부부’를비롯한 국내외 유명 마임이스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기획 프로그램 ‘아시아적 몸짓’과 작년에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도깨비 난장’,‘호반제례’등 다양한 행사도 곁들인다. 특히 가족과 젊은이를 위한 밤샘 축제로 나누어 진행하는 ‘도깨비 난장’이 볼 만.마임과 ‘배워봅시다’코너의 1부가 끝나고 29일 밤 11시30분부터이튿날 새벽5시까지 이어지는 2부는 젊은 열기를 맘껏 터뜨린다.개그맨 주병진의 사회로 사다리움직임연구소와 남긍호의 마임,재즈드러머 김대환,가수전인권 한영애 어어부밴드,무용의 지혜명 김소영 등이 ‘젊은 밤’을 하얗게 밝힌다. 축제위원회의 권순석 기획실장은 “예술·가족·어린이·아마추어·거리공연 등의 주제별로 극장을 지정해 원하는 작품을 골라 관람할 수 있다”면서“이번 축제를 계기로 마임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한국을 ‘아시아 마임의 메카’로 부상시키려고 한다”고 밝혔다.(0361)242-0585 수원은 성(城)의 도시.‘자연,성,인간’이라는 주제가 말하듯 성은 인간과자연을 잇는 다리다.국제연극제는 지난 96년 수원 화성(華城)을 세운지 200년을 기념하여 시작했다.축제의 산파역을 맡았던 김성열 예술감독은 “모든 공연을 무료로 개방하여 대중에게 다가가는 잔치가 수원축제의 특징”이라며 “내년부터는 ‘아트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꾸고 연극만이 아닌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복합축제로 확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다. 지난 97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화성(華城)’의 성벽을따라 야외공연장이 이어진다. 28일 전야제는 대만 경극으로 꾸민다.이어 29일엔 창무회의 전통 무용,‘신중현과 김삿갓’의 록 콘서트,국악가수 장사익의 열창이 개막제를 수놓으며연무대 특설무대에서 9일 동안 잔치가 펼쳐진다.신중현의 무대는 30년만에갖는 라이브 공연이라 눈길을 끈다. 미국 영국 등 8개국의 팀을 불렀다.3년 동안 공들여 초청한 일본의 대표적퍼포먼스 팀 파파는 무용과 연극의 크로스 오버 형태인 ‘섬’을 공연한다. 우리 정서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동유럽의 체코 루마니아 폴란드도 참가한다.무용과 마술을 결합한 영국팀도 볼만한 작품이다. 15개팀이 이끌어 가는 거리공연은 마임 무용 재즈 마당극 클래식 연주 등다양한 장르로 진행된다.(0331)245-4587이종수기자 vielee@
  • 재야운동가 백기완씨 ‘벼랑을 거머쥔 솔뿌리여’ 발간

    재야 운동가 백기완씨가 ‘사전 예매제’로 화제를 모았던 책 ‘벼랑을 거머쥔 솔뿌리여’(백산서당 펴냄)를 내놓았다. 지은이가 밝히듯 31년 만에 문을 닫은 통일문제연구소를 다시 일으키려고책이 나오기도 전에 1만 권 예매라는 독특한 방법을 도입한 결과가 빛을 본셈이다. ‘역사의 길 인생의 길’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에는 백씨가 한 평생 ‘반골’의 길을 걸어오면서 몸으로 건진 값진 경험과 통일에 대한 염원이깃들어 있다. 백범 김구와의 인연,장준하와 의형제를 맺은 배경,통일운동에 전념하게 된사연 등을 풀어내고 있다.또 나무심기운동 농민운동에 이어 민족·민중운동에 얽힌 많은 일화도 들려준다.그 소용돌이 속에서 당한 처참한 고문 장면과 후유증이 행간에 배어 있다. 아울러 지은이가 단순히 경제적 사정 말고도 출판을 하게 된 절절한 심정을 토로하는 대목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그것은 외곬로 재야를 지켜온 운동가의 현실 진단으로서 때론 “지금껏 통일을 반대해온 덕으로 떼부자가 된 재벌이 소 떼를 몰고 간 통일기운의개척자”로 미화되는 데 대한 분노로드러난다.역으로 “열아홉 살 적부터 민족문제·통일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통’자만 써도 살인적 탄압을 하던 군사독재의 폭압을 뚫고 통일문제연구소를 만들고 일생을 부대껴온” 자신이 재정난으로 연구소 간판을 내려야하는 상황에 대한 탄식으로 내비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내용들이 전래 민담에 바탕을 둔 지은이의 탁월한 문학적 상상력에 힘입어 빛나고 있다. 그는 눈보라 소리를 갈라치는 버들가지 물오르는 소리를 들려주었던 할머니의 지혜를 통해 ‘희망을 보는 법’을 전해준다.봉산탈춤때 지르는 ‘질라라비 훨훨’ 소리의 기원이 2만년 동안 길들여 온 닭이 옛살라비(고향)인 산속으로 날아가 들짐승·날짐승과 맞서 싸우며 얻은 질라라비(자기 해방자)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혀주면서 ‘인간 해방’을 강조한다. 모든 얘기의 밑바닥엔 지은이가 줄곧 보듬어 온 ‘건강한 민중성’이 자리잡고 있다.그 모습은 “삶의 나이테는 젊음의 축적이지 늙음의 지표가 아니다”라는 지은이의 말처럼 힘차고 젊다.이종수기자 vielee@
  • 공연기획 장이의 ‘리어왕’

    공연기획 장이가 마련한 ‘99셰익스피어 상설무대’의 두번째 작품 ‘리어왕’(양정웅 각색·연출)이 17일부터 30일까지 여해문화공간 무대에 오른다. 원작의 딱딱한 느낌을 덜어주려 시작 장면을 특이하게 꾸민다. 춤과 음악 속에 목마를 타고 가면을 쓴 해설자가 나타나 자식들에게 재산을물려주는 익숙한 형식으로 원작을 변형시킨다. 이어 관객을 극장 안으로 안내한뒤 원작의 흐름을 따라 극을 진행한다. 양정웅은 “일반 관객에게 약간 어렵고 지겨울 수 있는 부문은 과감히 삭제해 빠르게 전개할 것”이라며 “동작,이미지,음악 그리고 소리 등을 많이 넣어 비주얼 세대의 감각에 맞게 분위기를 바꿨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힌다. 그렇다고 원작을 확 뜯어 고친 것은 아니다.양정웅은 “장면전개는 원작과같다”면서 “특히 리어왕이 쫓겨나는 장면 등 극적인 부문은 셰익스피어 특유의 화려한 대사가 주는 맛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고 덧붙인다. (02)2265-2890이종수기자
  • 연극‘낙하산’14일부터 무대에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었다지만 아직 200만명에 달하는 실업자가 있고서민들의 생활수준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이들의 ‘연착륙’을위해 낙하산을 하나씩 나눠주는 심정으로 연극을 마련했습니다” 오는 14일부터 서울 대학로 소극장 아리랑무대에 오르는 ‘낙하산’의 준비에 한창 바쁜 연출자 권호웅을 연습장인 서울 대학로 흥사단문화지부 지하실에서 만났다.그는 “곳곳에 웃음을 끼워넣어 부담없이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연극은 빈 아파트에 10대·30대·60대 부부도둑이 차례로 침입하면서 시작된다.이들 도둑은 서로를 주인으로 착각하고 각종 소동을 벌인다.또 세대차에서 빚어지는 오해도 재미를 더해준다. 만난지 100일을 맞은 10대커플도둑(정종복·정우정)은 ‘백일기념파티’를위해 이 곳 빈 아파트를 찾는다.‘신세대 밤손님’답게 ‘날티’가 난다.핸드폰을 들고 은어(隱語)를 잇따라 구사하며 선배들과 충돌한다. 이어 등장하는 30대부부(김태민·이영주)는 촌스러움 자체다.스타킹을 뒤집어 쓰고 쌍둥이 남매를하나씩 업었다.초범이라 ‘가심이 벌렁’거리지만 절도를 ‘위대한 도전’에 비유하는 등 어설픈 수사를 구사한다. 60대도둑(김기천)은 10년만에 직업전선에 나섰다.아내(조은영)도 동행했다. “또 잡혀가면 마지막이니 같이 가자”는 게 동행 이유.그는 “조세형 김강룡 신창원을 다 키운” 왕년에 한가닥한 인물이다. 이들이 보여주는 몸짓은 가볍지만은 않다.기구한 사연을 주고 받으며 이따금 사회를 향해 화살도 쏜다. “집에서 두드려 맞고 학교에서 매맞는게 싫어 가출했다”는 10대도둑들은세상을 비웃고 조롱한다.여기에 장모님 병수발하다 전세집을 날리고 쌍둥이를 뉘일 집한칸이 없어 밤이슬을 맞는 30대도둑의 사연과 “간암 말기이지만 수술비가 없다”는 60대의 한탄 등이 서로 만나 시대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낸다. 잇단 폭소와 드문 드문 묻어놓은 국가 돈 권력에 대한 풍자,그리고 막판의반전을 싣고 ‘낙하산’은 공중에서 지상으로 내려올 채비를 갖추고 있다.7월11일까지. (02)741-5332이종수기자
  • 리뷰-뮤지컬‘사랑은 비를 타고’

    오는 16일까지 서울 종로5가 연강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오은희 작·배해일 연출)는 형제의 우애를 다루고 있다.배우들의 ‘관록과 젊은 끼’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짜임새가 있다.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느라 자신의 꿈마저 버린 형(동욱,남경읍)과 이런 형의 기대가 부담스러운 동생(동현,김학준)의 갈등과 사랑. 다소 진부한 구도이지만 전체 이미지는 우중충하지 않고 밝고 명랑하다. 중심 인물은 중견 뮤지컬 배우 남경읍.“가장 애정을 가진,가장 익숙한 작품”이라는 자기의 평가를 입증하듯 능숙한 주방장으로서 작품을 맛깔나게요리했다.익을 대로 익은 연기와 가창력으로 무대를 이끌면서 안정감을 불어넣었고 우스꽝스런 연기를 적절하게 섞어,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신예 김학준은 패기있는 연기와 우수 어린 눈빛이 인상적이다.형에 대한 안쓰러움과 반항이 공존하는 동욱 역을 잘 해낸다.그러나 몇몇 장면에서 고음처리가 안돼 아쉽다. 패기는 양소민의 몫이다.결혼 축하 이벤트회사의 신입사원으로,좌충우돌하는 캐릭터를 맡아‘웃음의 감초’로서 빛난다.또 열정의 강도를 잘 조절하면서 자칫 늘어지기 쉬운 주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넘치는 끼를 맘껏 터뜨리며 ‘파티’를 주도했고 관객들은 환호와 탄성으로 응답했다. 발랄함과 훈훈한 주제가 녹아 있고 배우들의 관록과 패기가 조화를 이룬 무대.‘사랑은 비를 타고’는 ‘소나기’같은 폭발적 인기는 아니지만 ‘이슬비’처럼 잔잔한 반응을 얻고 있다.(02)508-8555이종수기자
  • 10회 서울인형극제 28일 개막

    세계인형극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서울인형극제가 10돌을 맞아 오는 28일∼30일 서울 문예회관 등 소극장 6곳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이 잔치는 전세계 10개국의 전문 인형극단이 참가해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보여준다. 우리 나라 인형극의 ‘산증인’인 안정의 서울인형극회대표는 “어린이문화를 홀대하는 한 청소년 뿐만 아니라 어른의 감수성도 빈곤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면서 “인형극은 단순히 어린이만을 위한 ‘하찮은 공연’이 아니라 가족간의 대화를 유도하고 상상력을 키우는 좋은 씨알”이라고 의미를부여했다. 이번 대회에는 국제적 감각을 자랑하는 뉴질랜드의 ‘아웃 오브 핸드 프로덕션’을 비롯 모두 16개팀이 참가한다.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의 화려한 인형극과 미주 지역의 세련되고 감성적인 작품들,아시아 각국의 민속인형극들이 동심을 기다리고 있다. 이중 뉴질랜드팀은 코미디와 서커스 요소를 대폭 도입한 색다른 공연으로많은 웃음을 줄 것으로 보인다.마술 쇼,손으로 보여주는 동물 그림자극,피에로의 코미디쇼등으로 유럽에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대만 스페인 핀란드 미얀마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중국 인형극의 전통을 잇고 있는 대만의 소서원(小西園)은 30여차례 해외공연을 통해 ‘대만의 문화대사’역할을 하고 있는 유명한 극단이다.핀란드의헤보젠켄카 극단은 인형과 사람이 함께 무대에 서는 복합공연의 흐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미얀마인형극단은 전래 설화를 바탕으로 한 줄인형을 선보인다.미얀마 공연단체로서는 국내 무대에 처음 선다. 하영훈집행위원장은 “이제까지 보여주는 차원에 머물렀다면 올해부터는 ‘엑스포’의 개념을 도입,상품성을 높이고자 한다”면서 “해외 인지도가 높아져 자비로 참가하는 팀도 3팀이나 된다”고 소개했다.(02)723-8930이종수기자 vielee@
  • [프리뷰] 창작극 ‘나운규’

    ‘천재적 영감’을 분출하며 영화에 대한 혼을 불사르다 요절한 나운규가온다.옆에는 지기(知己) 윤봉춘이 서 있다. 극단 둘리가 창단 기념으로 6일부터 23일까지 무대에 올리는 창작극 ‘나운규’(정복근 작·한태숙 연출)는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조국 잃은 설움,무엇보다 ‘영화 사랑’을 꼼꼼히 쫓고 있다. “예술과 흥행성은 양립할 수 없어.언제까지 그 쓸데없는 평론가나 신문기자 눈치보고 살거야,우린 예술가야”“꼭 그렇지는 않아,강력한 리얼리티를살리고 외국인에게 현실을 호소할 수 있다면 유관순도 발가 벗겨야지,난 좋아서 하는 줄 아니.제작자가 ‘나운규’가 나와야 돈을 준다기에 마지 못해하는거지.나도 지쳤어” 재기를 노리며 현실과 타협하려는 나운규(강신일)와 그의 모습이 마뜩찮은윤봉춘(한명구)의 대화다. 문예회관 대극장 지하 연습실.작지만 다부진 인상의 강신일은 혼신의 연기로 나운규를 불러냈다.대사가 없는 동안에도 대본을 들고 나운규와 대화하고 있다.격정과 허무를 오가면서 뿜어내는 완급의 연기는 보는 이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빨아들인다. 강신일이 가슴과 감성으로 ‘불의 나운규’를 그리는 동안 한명구는 차분한 내면 연기로 ‘물의 윤봉춘’에 입김을 불어넣는다.불같이 피워 올랐다가자제할 줄 모르고 굴러가던 나운규를 걱정하며 조언하고,지쳐서 찾아오면 쉼터가 돼 주는 모습은 영락없는 윤봉춘이다. 여기에 신예 김호정도 ‘선배들에게 질세라’ 끼를 유감없이 발휘한다.나운규가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던 윤마리아가 아편에 중독된 장면에서는 ‘광기의 예술가’를 사랑한 ‘또 다른 광기’를 토해냈다. 광대들의 신들린 연기를 조율하는 이는 한태숙.작가 정복근과는 ‘나,김수임’‘덕혜옹주’‘첼로’ 등에 이어 여덟번째 맞추는 호흡이지만 치밀함은여전했다.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한 작가와 함께 다섯번이나 대본을 고쳤다. “창작하는 입장에서 ‘불멸의 예술혼’을 지닌 선배의 삶을 무대에 옮기는 것은 오랫동안 간직해온 꿈이었다.현재에도 의미있는 나운규·윤봉춘선생의예술관을 대조하면서 속도감 있는 전개와 극적인 힘에 초점을 두었다”. 무대 뒤의 반투명막을 스크린으로,극중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데 쓰는 무대장치도 눈길을 끈다. 나운규가 윤봉춘의 품에서 서서히 숨이 꺼져가는 동안 ‘아리랑’이 울려퍼진다.은은함과 처량함이 깃든,바이올린 선율 속에는 ‘광기와 예술’에 대한 영원한 물음이 들어 있었다.(02)737-2723이종수기자
  • ‘오태석 연극제Ⅱ’ 7일 개막

    중견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태석이 “대학로를 지키겠다“고 나섰다. 다양한 실험과 잇단 문제작으로 주목받아온 그가 7일부터 10월 3일까지 ‘오태석 연극제Ⅱ’ 대장정에 돌입한 것.이번 무대는 여러가지 의미가 겹친다. 먼저 우리 정체성을 가진 작품들로 대학로에 생명을 불어 넣겠다는 간절한바람을 실었다. “한 천년을 매듭짓는 시점에서 ‘우리 정서의 호적등본’에 해당하는 그림을 찾고 싶다.이런 되돌아 봄이 없이 세상이 갈수록 분화되기만 한다면 마지막에는 기호만 남지 않겠는가.다가오는 세기에 우리 민족이 살아 남으려면우리 말을 잃지 않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연극적 모색이 우리 고전에 뿌리를둔 ‘춘풍의 처’와 ‘부자유친’이다”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고민하다 ‘우리 소리·색깔·몸짓’이라는 부제를내세웠고 이 세가지 요소가 많이 녹아 있다는 평을 듣는 두 작품으로 ‘먼길’의 첫발을 딛기로 한 것이다.둘다 전통의 옷을 빌어 현대인의 살아가는모습을 담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바람둥이 지아비를 거듭나게 하는 아내의 지혜를 다룬 고전 이춘풍전에서착안한 ‘춘풍의 처’는 마당극과 탈춤,놀이극의 요소를 적절하게 버무려 거짓에 대한 통쾌한 풍자와 용솟음치는 에너지로 관객의 눈을 잠시도 돌리지못하게 해온 작품이다.지름 5미터의 멍석에서 춤과 노래,사설이 적절하게 어우러지며 전통의 해학미와 골계미가 압권이다. 사도세자의 비극을 부자간의 권력의지로 재해석한 ‘부자유친’은 작품의외연이 넓다.단순히 부자관계가 아니라 권력을 둘러싼 인간 관계와 현실에대한 불만·반항 등 실존의 문제로 나아간다. 두 작품 모두 오태석이 애착을 갖는 것으로 그가 이끄는 극단 목화 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레퍼토리 공연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번 무대는 지난 해 성좌소극장을 인수한 뒤 ‘극장 아룽구지’로이름을 바꾼 뒤 갖는 첫 공연이다.대관 일정 등 이것 저것 눈치보지 않고 맘껏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아룽구지’란 그의 고향인 와룡리(臥龍里,충남 서천군)를 일컫는 충청도 사투리다.우리 말의 아름다움,옛날얘기의 구수함,전쟁의 비극이 공존하는 그의 정신적 모태를 거름 삼아 ‘오태석만의 작품세계’를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작품마다 해석을 달리하면서 관객을 사로잡아온 오태석이 두 작품을 일주일씩 번갈아 가며 보여 줄 또 한번의 신명이 기대된다.(02)745-3966이종수기자 vielee@
  • 어린이 날 제정 소파 생애그린 ‘사랑의 선물’

    대표적인 어린이극 전문극단 ‘모시는 사람들’이 창단 10돌 기념작으로 ‘방정환의 사랑의 선물’을 오는 5월1일부터 9일까지 계몽아트홀 무대에 올린다.극단의 출발정신에 걸맞게 어린이 뮤지컬이다. 해마다 5월이 돌아오면 어린이를 내세운 공연이 봇물처럼 쏟아진다.그러나정작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무대는 드물다.‘사랑의 선물’은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선생의 생애를 다루고 있다. 스태프도 어린이극의 실력파들이 참가했다.역사극과 아동극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정숙이 작품과 연출을 겸하고 김대성이 작곡·편곡을 맡았다.의상을담당한 손진숙은 일본에 가서 옷감과 나막신을 구해와 현실감을 높였다.안무는 MBC예술단 무용단장을 역임한 서은화가 맡았다. 뮤지컬을 올리면서 다양한 이벤트도 곁들인다.30일 초등학교 교사와 참교육 학부모 600명을 초청하여 시연회를 갖는다.청각장애아를 위해 무대 앞에서수화 교사가 동시 통역한다.아울러 공연이 끝난후 20일부터 낙도 순회공연도갖는다.(02)336-9210이종수기자 vielee@
  • [금지문화 금지인생 이제야 말한다](끝)-리영희교수

    ‘진실을 안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오랫동안 주입되고 키워지고 굳어진신념체계와 가치관이 자기의 내부에서 무너지는 괴로움은 매우 큰 것이다.절대적인 것,신성불가침의 것으로 믿고 있던 그 많은 우상의 알맹이를 알게 된-잠을 캐우는-괴로움을 준다’(‘우상과 이성’(한길사)서문 일부). 70년대 중반부터 10여년동안 ‘지성의 전당’ 문턱을 넘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대했을 문구다.그 속에는 단숨에 책을 읽은 뒤,뿌옇게 밝아오는 창문을 보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부르르 떤 기억도 배어있을것이다. 리영희씨(70·한양대 대우교수)의 ‘우상과 이성’은 대학 새내기들에게 ‘껍데기를 벗는’ 아픔을 준 동시에 세상의 참모습을 보는 눈을 뜨게 해주었다.리교수 자신도 ‘전환시대의 논리’와 ‘8억인과의 대화’와 함께 가장아끼는 저서라고 말한다. “제 책을 읽은 많은 대학생들이 학생운동·감옥 등 예기치 못한 길로 접어든 사실에서 ‘도의적 미안함’같은 게 들 때가 있습니다.하지만 다시 그런상황이 오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겁니다” 경기도 군포시 수리산 입구에 자리잡은 한양아파트.정체성 없는 삶이 싫어아파트에 문패를 달고 사는 ‘당대의 논객’은 여전히 꼿꼿했다. ‘대쪽과 선비’.리교수의 삶에 잘 어울리는 말이다.기자와 교수로서 두번씩 ‘잘린’ 기이한 인생역정은 현대사에서 양심을 지키려면 당연히 거쳐야하는 ‘통과의례’였다. “무슨 거창한 이념이 있었다기 보다는 ‘거짓’이 태생적으로 맞지 않아서 이렇게 살아왔나 봅니다.특히 대중을 속이고 바보로 만들면서 개인적인 치부나 향달에 몰입하는 권력집단의 거짓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그들은 전 국민을 비인간화하고 인간다운 권리와 정체성을 박탈하는 집단이죠” ‘거짓과의 싸움’.아주 쉬워 보이지만,그러나 실천하기는 어려운 이 소신을 지키기 위해 리교수는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64년 11월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되면서 가시밭길 인생길이 열린다.‘대기자’의 꿈을 품고 57년 ‘언론계 공채 1호’로 합동통신에 들어간 뒤 7년만에 부딪친 첫 필화(筆禍)였다. “‘아시아 아프리카 비동맹회의 외상들이 남북한 대표를 동등하게 대우하고 유엔가입 문제를 논의한다’는 기사를 썼는데 ‘반공법 위반’의 올가미를 씌운거죠.해설기사도 아니고 있는 사실만 다루었는데 죄가 되었던 것은박정희가 서서히 군부독재를 강화하려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감옥에서 몇 달을 보낸 뒤 선고유예로 나왔다.‘거짓’과 타협할 줄 모르던 ‘지성’은 마침내 68년 해직통보를 받았다.외신부장이던 당시 ‘베트남 파병’의 본질을 꿰뚫고 한국 언론계에선 유일하게 반대논리를 펴다가 회사와정부의 미움을 받았던 것. “정부의 압력으로 강제해직되었지만 사실 제 맘속에도 ‘염증’이 생겼습니다.신문사 간부라는 인텔리가 정권이나 체제의 앞잡이가 되어 국민을 속이고 진실을 가릴 능력을 박탈하는 것은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교수는 이후 1년 6개월 동안 애써 ‘인텔리의 옷’을 벗으려고 노력했다. 할 수없어 ‘책 보따리’장수로 나섰다.소설가 고 이병주씨와 출판사를 차린 뒤 책을 팔려고 서울시내 중·고교를 발이 터지도록 다녔다.그러나 지식인의 때를벗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우선 먹고 사는 일이 힘들더라구요.여러 시도를 해보았지만 ‘지식’으로 먹고 살던 놈이 딴 일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죠.어쩌면 그 역시 ‘관념론’이었다는 반성을 하고 합동통신사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어정쩡한 반지식인이 되기보다는 더 철저한 지식인이 되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극악한 권력’과 더 치열하게 싸우기로 한 것이다.결과는 두번째 옥고였다.71년 1월 박정희가 유신헌법의 고삐를 한창 조일 때 ‘지식인 64명서명’운동을 전개한 혐의다.다시 쫓겨났다.그러던 중 한양대에서 제의가 와 기사 대신에 강의로 양심의 소리를 이어갔다.비록 60만명의 독자는 없어졌지만 ‘우상’에 길들인 수많은 대학생들에게 ‘이성’을 들려주었다. 첫 결실이 ‘전환시대의 논리’(창작과 비평사 74년)였다.인식과 실천을 결합하려는 의지는 ‘8억인과의 대화’(창작과 비평사 77년) ‘우상과 이성’(한길사 77년)등 ‘화려한 금서’를 잇따라 터뜨렸다.감옥이라는 코스는 당연했다.만만하면 걸고 넘어지던 ‘반공법 위반’으로 2년을 쇠창살 속에서 보냈다. 당시 중앙정보부와 검·경찰의 합동작품인 ‘불온한 이념서적 30권’ 리스트에 리교수의 저서 3권 모두가 상위에 자리잡았음(전환시대의 논리’와 ‘8억인과의 대화’ 1,2위, ‘우상과 이성’ 4위)은 그의 위치를 증명한다. 그는 언변이 화려하지 않고 눌변이다.그러나 그 속에는 일관되게 ‘지성’을 지켜온 고집이 들어있다.더디지만 꾸준한 걸음이었기에 80년대 거세게 몰아닥친 ‘극좌’의 목소리에도 휩쓸리지 않았고 사회주의의 몰락과 더불어잽싸게 변신하는 ‘역풍’에도 초연했다.오히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강조하면서 버티고 있다. “자본주의가 승리했다지만 실제는 절반의 승리와 패배가 공존합니다.이기심에 근거한 동기부여로 물적 생산력을 극대화하여 현실 사회주의에 이겼지만 인간의 가치를 물질의 하위 범주로 만들었거든요.인간을 더 중요시하는사회주의라는 ‘마이신’을 만들지 못하면 타락·부패합니다” 자본주의 논리가 득세하는 현실에 뼈아픈 일침을 가한 그는 마지막으로개인적 소망을 들려주었다. “이제 지적 활동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후배들의 몫이라고 봅니다.평생고생한 아내와 함께 여행도 하고 즐겁게 책이나 읽고 싶습니다.무엇보다 노욕(老慾)을 피하는게 최대의 목표입니다.‘리영희’라는 지식인이 추하지 않고 올곧게 사는게 후학을 격려하는 자세라고 봅니다”이종수기자 vielee@'금지문화' 시리즈를 마치며 지난 해 6월 13일 시작한 기획시리즈 ‘금지문화 금지인생-이제야 말한다’가 23회로 끝을 맺습니다. 대중음악·출판·문학·연극·판소리 등의 다양한 문화판에서 ‘말도 안되는 이유’로 탄압을 받았던 작품과 그것을 일군 삶을 조명하는 작업은 우리현대사의 기형적인 모습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금지인생’의 사연은 절절했고 탄압의 빌미는 어쩌구니 없었습니다. 그저 좋아서 부른 서정적 노래(양희은),국토에 대한 사랑(조태일),올바른역사 기술(‘해방 전후사의 인식’),전통 춤이나 소리로 현실을 읊은 것(이애주,임진택,김명곤)이 모두 금지당했습니다. 검열의 잣대도 다양했습니다.“앨범표지가 장발이다”(이정선),“대통령찬가를 만들지 않았다”(신중현),“노래 제목이 물고문을 연상시킨다”(한대수)….공통점은 ‘어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당한 방법으로 정권을 획득한 권력집단은 늘 ‘당근과 채찍’을 병행합니다.우리가 확인한 ‘금지인생’에는 정권의 당근을 거부하고 채찍을 자청한이들만이 뿜는 향기가 풍겨납니다. 시리즈를 연재하는 동안 ‘금지인생’이 가르쳐준 지혜도 많습니다.혹독한탄압으로도 ‘진실은 영원히 감옥에 가둘 수 없다’는 것과 역경을 헤쳐온이들이 결국 우리 시대의 문화주역으로 각자의 장에서 탄탄하게 뿌리를 내렸다는 것입니다.아울러 우리 사회가 진보했지만 여전히 다른 얼굴을 한 ‘금지’는 존재하고 우리의 주역들은 그것과 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결국 이시리즈는 단순히 먼지 가득한 창고에서 케케묵은 과거를 들춘 게 아니라 오늘의 문제를 제기한 셈입니다. 그동안 바쁜 일상생활에도 취재에 협조해주신 여러 ‘금지인생’의 주역들과 시리즈에 관심을 표명해주었던 독자여러분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이종수기자
  • 세계청소년 무용축제…러·日등 9개팀 참가

    지구촌 청소년이 각 나라의 민속춤을 교류하며 평화를 기원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99 세계 청소년 무용축제’가 5월3일부터 나흘 동안 펼쳐진다. 한국현대무용진흥회와 국립중앙극장이 주최하는 이 잔치에는 러시아 ‘자바바무용단’,일본 ‘단다바하무용단’,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댄스시어터’,중국 ‘장쑤성(江蘇省)청소년무용단’,이탈리아 ‘센트로 스투디 단차 모비멘토무용단’ 등 해외5개팀과 예원학교 발레부·한국무용부,홍익초등학교 무용반,서울 송파구 청소년 발레단 등 국내 4개팀이 참가한다. 육완순 현대무용진흥회이사장은 “1,2회때보다 민속춤이 더 늘어난 게 특징”이라며 “청소년만이 아니라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신선한 무대”라고밝힌다. 특히 5월5일엔 서울교육문화회관 우정의 광장에서 야외공연과 함께 ‘민속춤 배우기’코너를 곁들여 관객도 함께 참가할 수 있다. 청소년환자 위문공연,소년소녀가장,장애아,실직자자녀 초청 공연도 마련한다. 5월3∼5일 서울교육문화회관,6일 국립중앙극장 대극장.(02) 325-5702.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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