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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1) 치악산 구룡사 계곡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1) 치악산 구룡사 계곡

    이번 호부터 매주 ‘진우석의 걷기 좋은 산길´이 연재됩니다.진우석(39)씨는 ‘사람과 산’,‘마운틴’ 등 월간지 기자를 거쳐 현재 산악전문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베테랑 산악인입니다.잘 알려지지 않은 내나라 안의 트레킹 명소들을 발굴해 소개할 예정입니다.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여주에서 원주로 들어서려면 통과의례처럼 거쳐야 할 절차가 있다.홀연히 나타난 치악산과 눈을 맞추는 일이다.최고 높이 1288m,폭 26㎞로 펼쳐진 치악산은 이곳이 강원도 땅임을 알리는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호랑이 사라진 산에 금강송이 주인 노릇 치악산은 원주의 진산이긴 하나 그 너른 품은 횡성과 영월까지 걸쳐 있기에 영서지방을 대표하는 큰 산으로 봐야 한다.예로부터 치악산에서 유명했던 것이 호랑이다.산기슭 마을에는 수십 년전까지만 해도 소를 호랑이에게 산 채 제물로 바치는 민속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이인직은 1908년 발표한 신소설 ‘치악산’에서 “백주에 호랑이가 득시글거려 포수가 제 고기로 호랑이 밥을 삼는 일이 종종 있다.”면서 “금강산은 문명한 산이요,치악은 야만의 산이더라.”라고 했다.그만큼 산이 깊고 험해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는 말이다.덕분에 치악산은 다른 산에 비해 원시적인 자연이 살아 있다. 치악산은 산꾼들에게 악산으로 유명하다.오죽했으면 ‘치가 떨리고 악에 받쳐 치악산’이란 말까지 나왔을까. 하지만 치악산 북쪽의 비로봉 오르는 길목에는 수려하고 부드러운 길이 숨어 있다.구룡사 입구에서부터 세렴폭포까지 3㎞ 구간이다.이곳은 호랑이 가죽 무늬가 선명한 금강소나무들이 장관을 이루고 길이 순해 가족과 연인들의 가벼운 걷기 코스로 그만이다. ●황장목,나라가 찜한 소나무들 구룡사 매표소를 지나면서 산길이 시작된다.길 초입부터 서늘한 공기에 실려 온 향기가 예사롭지 않다.둘러보니 산비탈에 붉은 소나무들이 빼곡하다.길 왼쪽으로 ‘황장금표’(黃腸禁標)를 알리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말 그대로 황장목을 베지 말라는 경고를 새긴 돌이다.나라에서 찜한 귀한 나무들이기 때문이다. 황장목은 조선시대 궁궐을 짓는 데 사용했던 속이 붉고 단단한 금강소나무를 말한다.껍질이 붉다고 해서 적송,아름다운 자태 덕에 미인송이라고도 일컫는다. 구룡교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미끈하게 빠진 노송들이 나타나고,구룡사 일주문인 원통문에서 절정을 이룬다.마음에 드는 나무를 골라 안아보고 우러러 큰 키를 가늠해 본다. 원통문에서부터는 느릿느릿 걸어야 제맛이다.청아한 계곡 물소리가 귀를 뚫고 나무를 스치고 가는 바람이 몸을 관통해 사라진다. 부도탑을 지나면 어느덧 구룡사다.본래 절터는 깊은 연못이었는데,의상대사가 아홉 마리 용을 내쫓고 절을 세웠다고 한다.절을 지나면 구룡사계곡 최고의 명소인 구룡소다.의상대사에게 쫓긴 아홉 마리 용 중 하나가 마지막까지 머물렀다는 곳이다.폭포는 작지만 그 앞의 크고 깊은 소가 신비롭다. 구룡소를 지나면 다시 소나무들이 하늘을 찌르고,넓은 터에 자리 잡은 대곡야영장이 나온다.이곳에 텐트를 치고 별을 헤아리는 황홀한 하룻밤을 상상해 본다.길은 구렁이 담 넘듯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고 ‘좀 쉬었다 갈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이면 세렴폭포에 이른다.4단으로 이루어진 폭포가 아담하다. ●악명 높은 사다리병창을 거치는 비로봉 코스 정상을 밟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면 비로봉에 도전해 보자.세렴폭포에서 정상까지 이어진 능선길이 험하기로 유명한 사다리병창 코스다.응달이 많아 길이 얼어붙기에 반드시 아이젠을 준비해야 한다.정상에는 신선탑,용왕탑,칠성탑 등 3개의 미륵불탑이 서 있다.1966년 원주에서 과자를 만들어 팔던 용창중씨가 “3도가 보이는 산 정상에 3도의 돌을 이용해 3년 안에 돌탑 3개를 쌓아라!” 는 신의 계시를 받고 혼자서 쌓았다고 한다.탑 너머로 남대봉까지 이어지는 치악산 주릉의 역동적인 흐름이 장관이다.구룡사 입구~구룡사~세렴폭포 3㎞코스는 1시간20분,세렴폭포~비로봉 2.7㎞코스는 2시간20분가량 걸린다. ▲가는 길과 맛집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구룡사행 직통버스가 오전 10시,오후 12시50분,5시10분에 있다.소요시간 2시간20분,1만 2100원이다.원주에서는 원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41번,41-2번 시내버스를 이용한다.자가용은 영동고속도로 새말나들목으로 나와 구룡사 이정표를 따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구룡사 입구의 구룡사밤나무집(033-732-8560)은 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이다.엄나무백숙과 산채비빔밥을 잘한다.새말은 예로부터 막국수가 유명한 지역이다.새말나들목 근처의 빨간 기와집 우전막국수(033-342-6472)는 원주와 횡성 일대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산악전문작가
  • 간판 바꾼 ‘탁신당’ 재집권 시동… 정국 혼란 불씨

    태국 헌법재판소가 2일 반정부단체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일견 정국혼란의 수습 가능성이 엿보이지만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다. 당장 해산 결정을 받은 연립정부 중심당 국민의힘(PPP)이 대체정당을 통해 재입성을 노리고 있는데다 친정부단체인 독재저항민주주의연합전선(UDD)도 이번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친정부 및 반정부 세력간 재충돌 가능성이 높다. 태국 국내외에서는 내각 전면교체 여부와 5일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생일이 사태 전개방향을 가늠할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헌재는 이날 국민의힘(PPP)을 비롯,연정에 참여한 6개 정당 가운데 주요 3개 정당에 대해 해산을 명령했다. 문제는 해산을 당해도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 되는 정치제도 때문에 헌재의 결정 효력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헌재는 지난해 5월에도 탁신 전 총리가 창당한 타이락타이(TRT)가 2006년 4월 조기 총선에서 선거부정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정당해산과 함께 탁신 전 총리 등 TRT 간부 111명에 대해 향후 5년간 정치활동 금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하지만 TRT가 해산된 이후 탁신측 인사들은 곧 PPP를 창당해 지난해 총선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한 뒤 다른 5개 정당과 연합해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이번에도 탁신측 인사들은 ‘푸에아 타이’라는 대체정당을 만드는 등 재집권에 시동을 걸었다.신당 총재로 탁신 전 총리의 사촌이면서 육군 최고사령관 출신인 차이싯 친나왓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AD 등 반정부시위대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간판’만 바꾼 탁신계 정당을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소요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수완나품 국제공항과 돈 므앙 국내공항을 점거 농성 중인 PAD는 결정 직후 항공기 운항을 재개하기로 태국공항공사(AOT) 측과 합의했다. 솜키앗 퐁파이분 PAD 지도자는 “지금 이 순간부터 모든 여객기와 화물기의 이착륙을 허용한다.”고 밝혔다.우디한두 위차이라타마 AOT 이사회장도 “수완나품 공항의 정상화를 위해 시위대가 항공승객 이용 구간에서 즉시 떠나기로 PAD 측과 합의했다.”면서 “문제가 없다면 24시간 이내에 첫 운항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따라 외국인 24만명과 태국인 11만명 등 지금까지 출국하지 못했던 승객 35만명의 발이 곧 풀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PAD측은 3일 오전 10시(현지시간)2개 공항의 농성을 풀고 자진 해산하겠다고 밝혔다. 사태 전개의 이정표는 오는 5일 푸미폰 국왕의 생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태국 국민으로부터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고 있는 푸미폰 국왕은 과거 군부 쿠데타 등 정정 불안 때마다 높은 도덕적 권위로 정국을 안정시켰다.실제로 국왕을 상징하는 노란색 옷을 입은 반정부 시위대는 푸미폰 국왕의 생일을 앞두고 대정부 공세를 누그러뜨리고 있으며 경축 분위기를 위해 농성을 풀 뜻을 우회적으로 비추기도 했다.PAD 핵심 지도자인 잠롱 스리무앙은 “국왕의 81세 생일 전에 정국혼란 사태가 풀릴 것”이라고 장담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30) 목포 명도 복지관 관장 제라딘 라안 수녀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30) 목포 명도 복지관 관장 제라딘 라안 수녀

     전남 목포시 산정2동 225-54 명도 복지관은 장애인 재활시설.정신지체아를 비롯한 장애아들의 방과후 학습을 돕는가 하면 이들의 언어,심리치료를 해주고 성인이 된 장애인들의 사회 적응을 위한 재활 학습과 직업교육을 시키는 사회복지기관이다. 이곳에서 자원봉사자며 상담자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장애인들을 보살피는 총책임자인 관장은 푸른 눈의 외국인.한국에서 33년째 장애인들의 곁에 있으면서 이들을 챙겨주며 세상의 떳떳한 존재로 살아가도록 자부심을 키워 주는 성골롬반 외방선교 수녀회 소속의 제라딘 라안(60·아일랜드) 수녀가 주인공이다.“사람은 누구나 예비 장애자.”수녀는 장애인들을 있는 그대로 보아 주고 사회 속에서 동반자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 준다면 세상은 한결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33년째 장애인들 재활 도와  장애인들의 종이 가방 만드는 작업을 돕다가 불쑥 찾아든 불청객에게 커다란 손을 내미는 제라딘 라안 수녀.첫 대면에도 막힌 구석이 없어 보이는 ‘활달자재’의 마음과 몸짓이 인상적이다.전라도에서 오래 산 때문인지 질펀한 호남 사투리로 건네는 인사말이 살갑다.“전라도가 내 고향인데 고향 말을 쓰는 게 당연하지요.” 자신의 방인 관장실 바로 옆에 딸린 접견실을 향해 나란히 걷는 길에서 마주친 장애아 학부모들이 연방 인사를 전한다.만나는 이마다 일일이 마음을 담아 정성스레 안부를 묻는 수녀.그에게 과연 장애인은 무엇일까.‘도둑이 오는 것은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함께 걸으며 들려주는 요한복음 10장10절 구절이 유난히 친근하게 다가온다.  아일랜드 더블린 남쪽의 작은 마을,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부모 밑에서 자랐으니 신앙심이야 말해 뭣할까.집에서 구독하는 선교지들을 보다가 우연히 칠레의 가난한 집 어린이들이 우유 대신 쌀 씻은 물을 먹고 연명해 간다는 소식에 어려운 이들을 돕는 봉사의 삶을 결정했다고 한다.고교졸업 후 곧바로 성골롬반 외방선교 수녀회에 입회했고 영국 런던 휩스 크로스병원에 부속된 간호대에서 간호학을 전공,졸업 이듬해인 1975년 전혀 알지 못하던 낯선 땅 한국에 몸을 맡겼다.  한국에 오는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그렇듯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에서 1년간 한국말을 배우고 제주도 성이시돌복지의원에서 곧바로 간호사 일을 했다니 그의 작심은 분명 한 곳을 향했던 것이 분명하다.한국말이 서툴다는 생각에 연세대 어학당에서 다시 1년간 공부하는 중에도 서울시립아동병원 일을 도왔다고 한다.장애인을 향한 이정표를 단단히 세운 것은 목포 성골롬반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던 무렵.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목포로 내려간 병원에서 뇌염 후유증으로 얻은 뇌성마비에 신음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다는 현실에서 초라하기만 한 자신을 보았다고 한다.  “당시 뇌염이 아주 기승을 부렸는데 뇌염을 앓아 죽거나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부지기수였어요.그중 뇌염으로 뇌성마비를 당한 몇 명의 어린이들이 갈데 없이 막막한 상태로 입원해 있었는데 병원측이나 저나 어찌할 길이 없더군요.그때 나약한 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 몸도 가누지 못하는 뇌성마비 어린이가 결국 허름한 수용시설로 보내지며 남긴 천연스러운 웃음에 아일랜드 성라파엘학교 유학을 결정했다.“저들을 돕기 위해 내가 노하우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특수교육을 배우기 위한 것이었다.2년간 공부하고 돌아와 광주 엠마우스 장애인복지관의 장애인 재활을 위한 작업장에서 낮밤을 가리지 않은 채 일하다 직접 목포 석현동에 장애인 재활 및 보호시설인 ‘생명의 공동체’를 꾸렸다.  말이 장애인 시설이지 23평 아파트 전셋방에서 장애인 20여명에게 심리치료와 알량한 재활 훈련을 시켜주는 게 고작.그나마 아파트 시공사가 부도 나는 바람에 두달 만에 쫓겨나 인근 산정동 전셋방으로 봇짐을 싸야 했다.“그때 인생공부 많이 했어요.” 한국의 법이며 상황도 모른 채 마음만 갖고 무작정 덤벼든 생활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고 한다.장애인을 돕는 데도 돈이 있어야 하지만 지원 한푼 없는 생활이 오죽했을까.장애인들과 함께 카네이션이며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내다 팔고 여기저기 아쉬운 손을 벌려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다가 적은 액수지만 정부 보조금을 받기 시작하면서 만든 게 지금의 명도 복지관이다.1992년이었다.물론 그동안 시설 규모도 커졌고 찾아드는 장애인도 늘어 이제 목포에선 웬만한 이라면 다 아는 공간이 되었다. ‘명도 복지관’ 길 잃은 장애인들이 잘살 수 있도록 밝은 길을 안내한다는 뜻을 담아 직접 지은 이름.“그동안 얼마나 많은 불쌍한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었는가.”라고 묻자 “장애인은 결코 불쌍하지 않다.”고 말을 고쳐준다.불쌍하다는 것은 그들이 나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깔린 위험한 말이란다.“장애인은 그저 어려운 때를 겪고 있는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려운 시기를 만나 장애를 겪게 마련이지요.그들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우리와 똑같은 존재로 여겨 가진 것을 함께 나눈다면 지금 장애인들이 버거워하는 사회의 시선과 잘못된 대우가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요?” “한국말을 똑바로 못해 장애인이고,한국문화에 익숙지 못해 장애인이고,장애인들의 마음을 잘 몰라 장애인”이라며 자신을 장애인으로 소개하는 라안 수녀.그 말대로라면 이 땅에서 살면서 겪은 장애가 얼마나 많았을까.그 장애를 만날 때마다 변함없이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은 글귀 하나.‘(네가)어디를 가든지 함께 있겠다.’ 아일랜드를 떠나오기 전 수도원에서 기도 끝에 마음으로 받은 말씀이란다.사회복지시설 운영 소관이 중앙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전되면서 오히려 시설들이 받는 지원은 더 열악해졌고 무엇보다 이런 시설에서 소신있게 일할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안타깝다는 라안 수녀.그나마 지금 명도 복지관의 ‘형제들’은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고마운 친구들이라고 치켜세운다. ●“남은 인생도 장애인들과 함께”  ‘하느님의 종이 되겠다.’며 종신서원을 한 천주교 수녀이지만 그 누구에게도 신앙을 강요하지 않는 선교사이자 수도자.목포 지역 개신교 목회자,신자들의 모임을 비롯해 다른 종교 모임에도 자연스럽게 찾아가 마음을 나눈다.‘나는 세상 끝날까지 항상 당신들과 함께 있겠습니다.’(마테오 복음 28장 19절)라는 말을 달고 사는 수녀.많은 정상인들은 욕심을 내고 끊임없이 가지려고 달려들지만 장애인들은 솔직하고 숨기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한다.  이 정도면 한국에서 많은 것(?)을 이루지 않았을까.2004년 적십자상 인도장을 받았고 2006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20여개 장애인 단체들이 수여하는 한국장애인인권상(생활실천부문)도 받았다.하지만 이룬 것이 없다고 한다.목포 지역 결손가정의 장애아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여전히 아프고 장애인들이 은퇴한 뒤 함께 머물면서 더불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여생의 꿈이란다. “소녀 시절부터 비가 많은 고향 아일랜드에서 무지개를 즐겨 보며 자랐어요.비 온 뒤 세상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무지개가 얼마나 아름답고 예쁩니까.힘들고 눈물 흘리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인간 무지개가 됩시다.” 글ㆍ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제라딘 라안 수녀는 ▲ 1948년 아일랜드 출생 ▲ 1966년 성골롬반 외방선교 수녀회 입회 ▲ 1974년 런던 휩스 크로스병원 간호대 졸업 ▲ 1975년 한국 선교사로 파견 ▲ 1975~1981년 제주 성이시돌복지의원,서울시립아동병원,목포 성골롬반병원 근무 ▲ 1981~1983년 아일랜드 성라파엘학교서 특수교육 공부후 한국 재입국 ▲ 1985년 목포 석현동에 장애인 재활 교육시설 ‘생명의 공동체’개설 ▲ 1992년 목포 산정2동에 ‘명도 복지관’설립 ▲ 현재 명도 복지관 관장
  • 횡성 미술관 자작나무숲을 가다

    횡성 미술관 자작나무숲을 가다

    찬 겨울바람이 불면서 산자락 골골마다 가득 찼던 단풍들의 붉은 아우성도 잦아들기 시작했다.나무들은 잎을 모두 떨군 채 긴 겨울나기에 들어갔고,동시에 숲도 깊은 침잠에 빠졌다.그런데 독특하게도 사람들이 숲에서 떠나는 시기에 제 모습을 드러내는 나무가 있다.자작나무다.불에 탈 때마다 ‘자작자작’ 하는 소리를 내서 이름붙여졌다던가.하얀 몸뚱아리에 햇살이 비칠 때마다 강한 빛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나무.사실 이제야 나타났다기보다 단풍이 벌이는 알록달록한 색의 축제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더 온당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헐벗고 추운 계절일수록 더욱 돋보이는 자작나무를 찾아 여행을 떠났다.출발지는 강원도 횡성의 ‘미술관자작나무숲’이다.   미술관자작나무숲은 사진작가 원종호(55) 씨가 1991년부터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두곡리 둑실마을에 자작나무 1만2000 주를 비롯한 다양한 나무들을 식재해 조성한 미술관 겸 정원이다. 1990년 백두산을 방문했던 원 관장은 강렬한 흰빛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한편으로 어딘가 쓸쓸하고 애잔한 분위기를 풍기던 자작나무숲에 흠뻑 매료됐고,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자작나무를 테마로 한 미술관을 세웠던 것. 원 관장은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두 가지에 놀랐다고 했다.첫째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임에도 방문객 대부분이 자작나무를 처음 본다고 했던 것이고,둘째는 이 나무를 아는 사람의 경우 대단히 열광한다는 것이었다.관심이 없거나 열광하거나,극단적인 두 가지 반응만 있었던 셈이다.   ●빛의 에너지 충만한 정원 미술관에서 받은 첫 느낌은 투박하다는 것.어떤 인위도 배제한 채 자연에 자연만을 더한 때문이다.잘 가꿔진 자작나무 정원을 기대했던 게 잘못일까.빼어난 조형미와는 영 거리가 멀다.그런데 자작나무 숲 사이를 한 바퀴 돌아볼 때의 느낌은 전혀 달랐다.편안했다.그리고 강렬했다.햇살을 받아 더욱 창백해진 몸뚱아리에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 닿았다.불가에서 전하는 말을 곱씹어 보자면 어떤 만남에도 우연은 없다던데,자작나무를 찾게 된 것도 어쩌면 항상 곁에서 관심받기를 바랐던 자작나무의 뜻은 아니었을까.   자작나무는 소설가 정비석 선생이 수필 〈산정무한〉에서 표현했듯 ‘아낙네의 살결처럼 흰’ 껍질이 인상적인 나무다.날이 차가워질수록 껍질 속의 수분이 적어지면서 흰빛깔이 더욱 도드라진다.이맘때 나무의 가장 빛나는 나신(身)과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백두산 등 우리나라 북쪽에만 자생하는데,현재 남쪽에 있는 자작나무는 모두 국립산림과학원 등에서 종자를 분양받거나 국외에서 수입해 인위적으로 가꾼 것이라는 게 나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신혼부부들이 화촉을 밝힐 때 사용했던 나무 자작나무는 예부터 우리네 생활 공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신혼 첫날밤 부부가 백년해로를 다짐하면서 태웠던 화촉이 이 나무의 껍질이었고,산간 지역의 서민들은 나무를 쪼개 너와집의 지붕을 이었으며,죽으면 껍질로 싸서 매장했다고 한다.양반가의 자제들이 공부했던 경판이나,경주 천마총의 천마도,그리고 부분적으로는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제작할 때도 자작나무가 쓰여졌다고 한다.나무의 조직이 지나치게 단단하거나 무르지 않아 글자나 그림을 새기는 데 적합했기 때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족적인 풍모를 지닌 나무’ 로 평가받는 자작나무지만,이면에 적잖은 과장이 덧씌워진 것도 사실이다.국립산림과학원 강하영 박사는 “인터넷 등에서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 핀란드산 자작나무 수액은 당도나 미네랄 함유량 등에서 우리나라 고로쇠물에 못미친다.”고 지적했다.강 박사에 따르면 핀란드 산 자작나무 껍질에서 생산된다는 ‘자작나무 설탕’ 자일리톨 또한 이 나무의 것만이 아닌 모든 나무가 함유하고 있는 성분이라는 것이다.   추운 곳을 좋아하는 특성상 자작나무 군락지는 대부분 강원도에 몰려 있다.그 중 첫손 꼽히는 곳이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과 태백시를 잇는 35번 국도 삼수령길이다.길 양편으로 크고 작은 자작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낱낱의 빛나는 자작나무들이 모여 만들어낸 눈부신 빛의 정원들이 여행자의 두 눈을 경이로움으로 가득 채운다.군데군데 자작나무 사이를 걸어볼 수 있는 산책로도 조성돼 있다.  팁 하나.삼수령 표지석 왼쪽의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는 반드시 찾아가 볼 것.광활한 고랭지 채소밭과 풍력발전기들이 가슴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오르는 길 중간중간 자작나무들이 운치를 더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횡계에도 자작나무 군락지가 많다.영동고속도로 횡계 나들목을 나와 우회전한 뒤 횡계 시가지 초입에서 구 영동고속도로 방향으로 좌회전해 올라가다 보면 왼편에서 자작나무 군락지와 만날 수 있다.언제가도 두어명의 사진작가들과 만날 수 있을 만큼 촬영지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양떼목장을 지나 횡계 시내로 들어오는 옛길 주변에도 드문드문 자작나무들이 자생하고 있다. 이밖에 진부에서 정선으로 향하는 59번 국도 변 수항리계곡,평창 오대산 상원사에서 홍천군 내면 명개리로 향하는 북대사길,철원의 복주산자연휴양림 등에서도 예쁜 자작나무 군락지와 만날 수 있다.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영동고속도로→새말 나들목→횡성방향 좌회전→약 4㎞ 직진→두곡리→미술관 이정표.  ▲주변 볼거리:치악산 구룡사,안흥 찐빵마을,횡성온천,횡성자연휴양림 등.  ▲맛집:횡성의 대표 먹거리는 한우.축협에서 운영하는 횡성한우프라자(345-6160),함밭식당(343-2549),통나무집(344-3232) 등이 많이 알려져 있다.주천강을 따라 영월쪽으로 가다 만나는 다하누촌에서도 싸고 질좋은 한우를 양껏 맛볼 수 있다.372-6204.  ▲잘 곳:미술관 자작나무숲 내에 펜션이 있다.50㎡(15평) 1박에 15만원을 받는다.jjsoup.com,342-6833.  글·사진 횡성·평창·태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청계천하류 테마단지 ‘새 단장’

    청계천하류 테마단지 ‘새 단장’

    청계천의 하류 성동구 지역이 생태하천의 특성에 맞춘 테마단지(조감도)로 개발된다. 상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청계천이 균형을 맞춘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셈이다. 이호조 성동구청장은 13일 “청계천 하류와 중랑천, 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지역특성을 살린 보다 친숙한 수변공간으로 가꿔 시민들의 휴식과 여가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성동구가 구상 중인 청계천 하류의 특성화개발사업은 내년 말까지 51억여원을 들여 청계천 고산자교∼중랑천 합류부∼서울숲 앞에 이르는 5.5㎞ 구간을 수변공간 녹화에서부터 레저·문화·휴식공간으로 꾸미는 것이다. ●조각공원에서 X-게임장까지 성동구는 최근 청계천 하류와 중랑천이 만나는 지점인 살곶이체육공원 인근에 총 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조각공원을 조성했다.4770㎡의 대지에 표찬용 작가의 ‘약속의 나무’ 등 12점의 대형 작품을 설치했다.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은 방향 및 시간 순서에 맞게 배치해 수변 등 주변의 환경과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살곶이 조각공원의 기본 컨셉트는 지역적 특성을 잘 살려 모두가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상징물이 되도록 했다. 지난 주말 개최된 주민 한마음 걷기대회에서 많은 시민들이 달라진 청계천과 중랑천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특히 인근에는 인라인스케이트장과 X-게임장(game)을 새롭게 조성해 학생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였고, 자전거도로와 보행도로를 구분 설치하여 운동 중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도 미연에 방지하게 됐다. ●건강 넘치는 생태 수변공원 조각공원 주변에는 목재로 만든 야외데크 무대를 설치해 젊은이들을 위한 작은 공연장을 마련하였고, 울퉁불퉁하던 공원의 흙바닥은 화강석으로 포장해 산책하기 편리하게 만들어졌다. 또한 산책이나 운동하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황토 흙을 깔아 건강까지 고려했고, 인근에 갈대·물억새 등 초화류 5만 300본과 회양목 등 수목 8800주를 심어 시민들이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공간으로 꾸며졌다. 조각공원옆 물놀이장에는 LCD를 이용해 물이 뿜어져 나올 때마다 물이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바닥분수를 설치해 야간의 볼거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성동구는 또 중랑천 살곶이공원∼용비교 구간에 휴게광장 1곳과 포켓 쉼터 5곳 등 쉼터도 조성해 보다 친숙한 수변공간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시민들의 편리한 이용을 위해 청계천 고산자교부터 중랑천 합류지점까지 5곳에는 종합안내판을 설치하고 이정표도 20곳을 선정, 설치키로 했다. 또 이 구간 400m에는 느티나무 등 4종의 나무 122그루를 빼곡히 심어 가로수 숲길을 꾸밀 방침이다. 살곶이공원 주차장은 잔디블록으로 가꾼다. 청계천 마장2교∼중랑천 합류부 구간 1㎞는 담쟁이, 능소화 등 5종의 덩굴 꽃으로 한층 멋을 부릴 예정이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경남 함양군 휴천면 운서마을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경남 함양군 휴천면 운서마을

    두어 달 전쯤 ‘망실공비 3인부대’로 불렸던 정순덕, 이홍이, 이은조가 군경의 추격을 피해 1962년까지 숨어 지낸 송대마을 선녀굴을 잠시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곳과 그리 멀지 않은 운서마을 역시 산죽비트, 굴비트, 망바위, 배바위 등 빨치산의 비밀 아지트가 많았던 곳이다. 빨치산 루트의 중심에 선 노장대는 과거 엄천사에 딸린 암자지만 일부에선 지리산의 다른 독바위들과 구별하기 위해 함양독바위(약 1200m)라고도 부른다. 엄밀히 말하면 노장대(동)는 1970년대까지 민가가 있던 마을터이고, 독바위는 다섯 개의 바위군을 일컫는 이름으로 각각 그 위치가 다르다.1472년 지리산을 유람하고 쓴 점필재 김종직의 ‘유두류록’에는 ‘한 여인이 바위 사이에다 돌을 쌓고 그 안에 들어가 도를 닦아 하늘로 올라갔다.’고 독녀암을 소개하고 있는데, 산꾼들은 그 독녀암을 지금의 독바위로 보고 있다. 마을에서 산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김종직이 이 일대를 지난 것을 기념한 유두류록 탐방코스 안내판이 두어 개 세워져 있다. ●산 길목엔 김종직 지난 것 기념한 탐방 안내판이… 2000년에 펴낸 ‘휴천면지’에 의하면 운서마을은 송전리와 동강리 사이에 낀 데다 면내의 마을 중 ‘사람이 살 수 있는 가장 좁은 땅’에 불과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요즘의 운서는 오히려 전보다 가구 수가 제법 증가한 상태다. 약 30호 중 3분의1은 귀농인으로, 굳이 인구로 따지자면 자식들을 객지로 떠나보낸 원주민 노인보다 어린 자녀를 둔 귀농자가 조금 더 많다. 운서리는 자잘하게 운암(가리점), 장동, 소연동, 노장동 등으로 다시 나뉘는데 현재 민가가 밀집된 지역은 지형이 제비집을 닮았다는 소연동뿐이다. 콘크리트 소로가 끝나는 곳이 운암이고, 소연동을 벗어나 드문드문 민가가 들어서 있다. 함양독바위와 선녀굴 연계산행이나 독바위 주변의 폐사지를 찾는 산행객들이 꾸준히 모여 드는 곳이기도 하다. “몇 해 전만 해도 관리가 안 되는 빈집 다섯 채를 군 지원 하에 철거했는데 요즘은 어떻게들 알고 귀농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6년째 마을 대소사를 맡고 있는 김인천(52) 이장 또한 18년차 귀농인이다. 한봉 첫해 25통이던 벌집을 80통까지 늘리는 대성공을 거둔 덕에 여태 남아 있다고. 그때 실패했으면 미련없이 상경했을 것이라 너스레인 그이는 정착자금까지 받아 놓고도 결국 적응하지 못해 떠나는 이들을 보면 이만저만 가슴이 아픈 게 아니란다. ●8년간 귀농인 몰려… 전체 30가구 중 33% 차지 그렇게 정착한 사람들 덕분에 논농사 밭농사가 전부였던 운서마을도 약초, 토종꿀, 곶감 등을 수확하며 활기를 띠고 있다. 군내 250개 마을 중 단 세 곳을 뽑아 지원하는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사업’에도 최고 점수로 선정돼 작년과 올해 마을 곳곳에 무려 2500그루의 살구나무를 심었다. 꽃이 지면 그만인 벚꽃과는 달리 꽃도 보고 열매도 얻을 수 있는 살구나무로 마을을 꾸며 보겠다는 것. 여든이 넘은 주민들까지 풀을 베고, 퇴비를 주는 등 적극 참여했다니 10년 후쯤이면 살구꽃으로 뒤덮일 운서를 볼 수 있을 터이다. 김이장의 임기는 이제 한 달 남았다. 낙후된 마을을 위해 상수도와 찻길 공사 등을 주도했지만 외지인 출신 이장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았다. 지리산자락 300㎞를 잇는 도보 트레킹의 다음 코스가 운서를 거칠 예정인데 그때도 마을 홍보를 위해 바쁘게 움직일 김 이장의 얼굴을 볼 수 있을지, 아니면 번잡한 일을 모두 내려두고 오롯이 벌치는 일에만 몰두하게 될 것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가는 길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과 동서울터미널, 부산과 대구 등에 함양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88고속도로 지리산나들목에서 산내~마천~휴천 방면으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는 생초나들목으로 나서 화계 방향으로 이동한다.24번 국도에서 오도재를 넘어 마천~휴천 방면으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천 쪽에서 갈 때는 송문교나 한남교를, 생초에서 갈 때는 엄천교를 건넌다. 마을 입구에 노장대 이정표가 있다. 글 황소영 자유기고가
  • [정거장]버스 정거장 벽화에 ‘좋은 세상’이

    [정거장]버스 정거장 벽화에 ‘좋은 세상’이

    ‘좋은 세상’이란 무엇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철학자와 예술가들이 자신의 사상과 작품을 통해 도달하고자 했던 고지는 ‘좋은 세상’이었다. 좋은 세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모든 사람의 대답이 똑같지는 않겠으나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같을 것이다. ‘행복’. 그리고 행복은 소통과 이해를 전제할 때 비로소 얻어지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여기, 버스 정거장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소통과 이해를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우연히 찾은 시골 버스 정거장에 멋들어진 벽화가 그려져 있다면 이 사람들을 생각하자. 좋은 세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이미 좋은 세상이라고 대답하는 이 젊은이들을. 한 청년의 비운에서 시작된 ‘좋은 세상 만들기’ 한 청년이 시골 버스 정거장에 앉아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뵙고 오는 길, 납골당 옆에 자리한 살풍경한 정거장은 청년의 마음과 꼭 닮아 있다.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끝내 세상을 등진 아버지, 삶의 이정표를 잃고 방황하는 자신…. 캄캄하게만 여겨지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자 삭막한 정거장이 제 모습인 것 같아 더욱 씁쓸해진다. 며칠 후 거센 장맛비를 맞아가며 다시 정거장을 찾은 청년, 세 명의 후배를 대동하고 페인트 통까지 들고 있다. 네 사람은 빗물을 받아 붓을 빨고 을씨년스러운 콘크리트 벽에 그림을 그린다.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이 환하면 내 마음도 조금은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낙담에 빠져 있던 청년이 기분 전환처럼 그린 그림. 그것이 ‘좋은 세상 만들기’와 이 단체의 대표 프로젝트인 ‘시골 버스 정거장 그림 그리기’의 첫 발자국이었다. 아버지의 투병 당시, 정수 대표는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하는 미술학도였다. 하지만 복학은 엄두도 낼 수 없었던 그때, 그는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만 했다. 택시를 몰고 배를 탔다. 지방을 떠돌며 막노동판을 전전한 것도 수개월. 그러던 어느 날 선배의 벽화 아르바이트를 도와주러 간 것을 계기로 그는 본격적으로 그 일에 매달렸다. 잘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니 능률이 오르고 열의가 생겼다. 다행히 수익도 늘어나 병원비를 충당하는 게 이전보다 수월했다. 그 과정에서 정수 대표는 100호짜리 황금비율 화선지보다 제한되지 않은 공간에 그림을 그리는 것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 “화실이 아닌 현장에서 작업하는 것, 소수의 관람객이 아닌 다수의 시민과 공유하는 것, 그런 이유 때문에 벽화에 끌렸어요.” 벽화에 빠진 한 청년이 심란한 마음으로 을씨년스러운 버스 정거장을 바라보던 그때, 이미 ‘좋은 세상’은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누군가의 소망이 모두의 현실이 되다 첫 작업을 마친 후 건너편 정거장에 두 번째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어린 왕자였다. 그런데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그림을 보더니 왜 젊은 놈이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느냐, 칼은 또 왜 들고 있느냐며 의아해하더란다. “그때 깨달았죠, 공공미술은 일방적이어선 안 된다는 것을요. 관람자의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자료조사가 선행되어야 하겠더라고요. 세 번째 작업부터는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동네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서 마을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벽화를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버스 정거장은 우연히 선택된 캔버스였다. 하지만 작업량이 늘어나면서 왜 정거장이냐는 물음에 필연적인 답변을 찾아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도시 정거장과 달리 마을 입구에 고즈넉하게 서 있는 시골 정거장. 버스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면 아무도 적막한 그곳에서 시간 보내지 않는다. 배차 간격이 길고 찾는 사람도 많지 않은 그곳은 어떤 의미에서 소외된 공간이다. ‘좋은 세상 만들기’ 회원들이 작업하는 동안 정거장에는 훈훈함이 넘친다. 자장면을 시켜주는 이장님, 수줍은 손길로 주전부리를 건네는 꼬마,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 동네 아주머니…. 작업이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완성된 벽화를 보고 미소를 짓기도 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왜 카페나 멋진 건축물이 아니라 시골 버스 정거장인가. 대답은 충분한 셈이다. 현재 다음카페 ‘좋은 세상 만들기’의 회원은 768명. 회원 수가 수만 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카페에 비하면 소소하지만 사회봉사의 성격을 가진 카페에 자발적으로 모여든 회원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숫자다. 회원만 늘어난 게 아니라 후원자도 생겼다. ‘좋은 세상 만들기’의 발이 되길 바란다며 스타렉스 승합차를 사주신 분, 재료비를 지원해 주신 분, 다달이 정기적인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분, 그들이 있어 좋은 세상은 각자의 머릿속에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모두의 현실이 된다. 후원자들이 보내는 건 단순한 물질이 아니다. 세상을 넘어보라는 한 후원자의 격려처럼,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박수인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좋은 일, 좋은 사람들만 있으랴. 작업해 놓은 정거장을 다시 찾았는데 낙서가 되어 있거나 심지어 욕설이 쓰여 있을 때 회원들은 힘이 빠진다. 그래서 보이는 후원자들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후원자들이 고맙다. “한 번은 작업을 하는데 지나던 차가 끽 소리를 내면서 정차하더니 후진해서 오더라고요. 웬일인가 했더니 트렁크에 있던 홍시를 한 가득 주시면서 마음으로나마 열심히 후원하고 있다고, 힘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또 언젠가는 작업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우리 마을에는 언제 오냐고, 기다리고 있다고 그러시고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어떤 마을은 작업을 마치고 가보니 페인트가 안 말랐다고, 누군가 새끼줄로 입구를 막고 박스를 푯말 삼아 ‘출입금지’라고 써놓았더라고요. 얼마나 힘이 솟았는지 몰라요.” 일방통행에서 쌍방통행으로 밝은 마음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뵈러가고자 했던 한 청년의 소망은 이처럼 뜻있는 사람들의 참여와 응원으로 인해 공공미술을 통한 사회 공헌이 되었다. “초기에는 마을의 특질을 반영한 그림을 그렸는데 시간이 지나자 소재의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농악, 씨름, 특산물….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싶었죠. 그때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향유자에게 끌려 다니는 단계를 넘어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것이 미술의 본질적인 기능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작품을 감상하고 사유할 수 있다면 그곳을 단순한 정거장이라 할 수 있을까. 벽화가 완성된 순간 정거장은 더 이상 지루한 기다림의 장소도, 스쳐 지나가는 공간도 아니다. 그러고 보면 예술도, 사유도 멀리 있지 않다. 삭막한 회색 콘크리트 벽, 낙서와 오물로 더럽혀진 그곳에 오늘도 작품 하나 탄생했다. 창작자의 메시지와 향유자의 공감대가 쌍방통행 하는 곳. 화가가 질문을 던지면 관람객이 나름의 대답을 던져놓는 곳. 그래서 ‘좋은 세상 만들기’가 꾸민 시골의 버스 정거장은 광고가 부착된 유리칸막이를 설비한 도시의 버스 정거장보다 아름답다. 글·사진 하재영 소설가 좋은 세상 만들기       월간 <삶과꿈> 2008년 10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경남 산청 금서면 가현마을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경남 산청 금서면 가현마을

    두어 차례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을 지나친 적이 있는데 처음엔 ‘이런 시골 외딴 도로변에 뜬금없이 큰 건물’쯤으로 치부해 버렸고, 건물의 위치를 안 다음엔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할 요량으로 일부러 들른 게 전부였다.4년 전 준공된 이 추모공원이 ‘1951년 2월7일, 육군 11사단9연대3대대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산청군 금서면 가현과 방곡마을, 함양군 휴천면 점촌마을, 유림면 서주마을 주민 400여명의 영령을 모신 합동묘역’이란 사실을 알게 된 건 안내소에 비치된 팸플릿 한 장 때문이었다. ●폐허의 땅에 3년 전부터 하나 둘 민가 늘어 음력으로 정월 초이틀, 그러니까 새해의 흥이 미처 사라지기도 전, 지리산 고동재를 넘어 가현으로 들어온 국군 병력은 주민과 가축을 강제로 내몰고 가옥을 불살랐다. 동네 앞 논에 모인 주민들에게는 무차별적인 총살을 감행했고, 이후 인근 마을에서도 똑같은 방법으로 무고한 양민을 학살, 시체 위에다 불을 지른 건 물론이요, 총검으로 확인 사살까지 했다. ‘견벽청야’라는 작전명 하에 이뤄진 이 사건으로 빨치산의 끄나풀로 몰린 인근 주민 400여 명(유족회 주장 700여명), 더 나아가 거창군 신원면 주민 700여명까지 제 나라 군인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불과 며칠 사이 1000명이 훌쩍 넘는 지리산 주민들이 학살당한 셈인데, 이 잔인한 사건의 첫 희생지가 산청군 금서면 가재마을, 지금은 ‘아름다운 언덕’이란 뜻으로 이름이 바뀐 가현마을이다. 마을 언덕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6·25전쟁의 끔찍한 기억과 산사태 등으로 거의 버려지다시피 했던 마을에 민가가 늘어난 건 겨우 3년 전쯤. 그때까지만 해도 가구 수라곤 서너 집이 전부였다. 대전에서 서점을 하다 고향에 돌아온 형남열(50)씨의 설명에 의하면 가현은 산중 분지다. 지리산 고산습지 왕등재(1048m)와 왕산(925m)이 지척이고, 서쪽 능선 너머엔 오지마을로 유명한 ‘오봉’이 있다. 일부러 오지를 찾아온 외지인들을 위해 그곳 오봉엔 민박집이 생겼지만 이곳 가현에는 정년퇴직 후 노년을 보내려는 이들이 속속 정착해 본래 주민보다 그 수가 훨씬 더 많아졌다. 다행히 주민간 유대 관계가 좋아 며칠 전엔 1박 2일로 천왕봉 등정까지 하고 왔단다. ●천궁·당귀 등 넘쳐나는 약초가 농가 소득 이장을 맡고 있는 형남열 씨는 군청과 면에서 실시한 교육을 꼬박꼬박 참석하며 받은 덕에 오미자, 천궁, 당귀, 시호 등 약초 재배에 재미를 붙였다. 실패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자리를 잡아 산청군 한방약초축제 때 내놓을 수준이 되었다. 부인 허승주(52)씨는 단오 때 채취한 쑥과 솔잎으로 만든 효소를 더 치켜세운다. 인터넷도 올해 겨우 개통됐고 아직 쇼핑몰 사이트도 없지만 약초 재배에 더 주력해 고향에 멋진 농장을 여는 것이 꿈이다. 더 나아가 마을을 약초 동산으로 가꿀 계획이라고. “왕산에서 발원한 물을 식수로 쓰고 있는데 비누로 머리를 감아도 매끌매끌해요. 해발 약 400m에다 공해가 없으니 된장 발효도 잘 되고, 보시다시피 사방이 곧 풍경화나 마찬가지잖아요.” 강원도 친정행을 내심 바랐던 부인 허씨도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온 걸 후회하지 않는 눈치다. 마을에 젊은 사람이 없으니 그이의 이장직은 당분간 유지될 터, 이 부부의 열정대로 마을 곳곳에 질 좋은 약초가 넘쳐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글 사진 황소영 자유기고가 ●가는 길 경남 산청군까지는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을 이용한다. 아래 지방은 남원이나 진주, 부산 등을 거쳐 산청으로 갈 수 있다. 군내버스가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을 오가지만 가현마을까지 가는 버스는 없다. 자가용의 경우 대전~통영간고속도로 생초 나들목으로 나와 구형왕릉이 있는 화계와 엄천강변을 따른다. 중간중간 추모공원 이정표가 보인다. 추모공원 지나 15번군도 마지막 지점에 시멘트길 삼거리가 나오는데 오른쪽은 오봉마을로, 왼쪽은 가현마을로 각각 이어진다.
  • 조기 풍년 ‘짧은 신바람’ 고유가·인건비 ‘긴 한숨’

    조기 풍년 ‘짧은 신바람’ 고유가·인건비 ‘긴 한숨’

    ‘ 전남 목포항에서 직선거리로 145㎞, 뱃길로 233㎞(쾌속선으로 4시간30분) 떨어진 국토 최남단인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크기가 9.6㎢(300만평)로 서울 여의도의 3배로 한반도 국토 방위상 아주 중요한 거점이자 어업 전진기지다. 5일 가거도 방파제에서 바라본 가거 1구(대리마을)는 한 폭의 산수화였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 바닥 조약돌까지 보이는 푸른 바닷물, 독실산(해발 639m)의 상록수림. 그러나 이곳도 경기 한파의 예외지대는 아니다.‘조기 풍년’으로 잠시 신바람이 나기도 하지만 기름값과 인건비 등을 빼면 손에 쥐는 것이 없다. 그래서인지 어부들의 노랫소리보다 정부를 향한 쓴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후박나무 껍질 명성, 중국산에 밀려 옛말 주민 50여명이 두패로 나눠 선착장 옆 빈터에 둥그렇게 줄지어 서서 빠른 손놀림으로 조기가 주렁주렁 매달린 그물을 털어냈다. 요즘 가거도 주변에는 조기 어장이 형성돼 그야말로 ‘물반 조기반’이다. 주민 김순철(65)씨는 “주민들은 가을 멸치잡이 전에 공동으로 조기 그물을 털어 돈을 벌지만 기름값이 많이 올라 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가거도 해역은 수심 100~120m로 조기와 돌돔은 물론 여름에는 보양식인 바닷장어가 잡힌다. 한 주민은 “가거도 장어는 통통하고 기름기가 많아 구워도 불판에 붙질 않아 최고품으로 쳐준다.”고 말했다. 주민들 소득원은 계절별로 다르다. 봄에는 미역이나 톳, 우뭇가사리 등 해조류를 따다 판다.6월에는 한약재인 후박나무 껍질을 벗긴다. 한때는 국내 유통되는 후박나무 껍질의 70%가 가거도 산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값싼 중국산에 밀려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가을 멸치잡이는 뭍에서도 유명하다. 겨울에는 피항하는 선박들이 적잖은 도움을 준다. 국내외에서 피항하는 선박은 연간 1100여척이다. 강태공들도 1만여명이 찾는다. 한 주민은 “가거도 방파제 공사가 1979년 착공돼 28년 만인 올 6월에 완공된 뒤 돈벌이가 줄어들어 아쉽다.”고 했다. 식당에서 나오는 전복, 넙치, 소라, 돔 등 모든 해산물은 자연산이다. 맛이 고소한 뿔소라는 가거도에서만 나온다. 가거도는 물이 깊고 차서 양식이 안 된다. ●관광가이드 “가거도는 국토의 시작점” 마을 선착장 앞에 세워진 이정표의 화살표에는 필리핀, 중국이라고 적혀 있다. 관광가이드 임진욱(44)씨는 “우리 주민들은 가거도가 국토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여긴다. 여기서 북쪽은 중국이고 아래로는 타이완, 오키나와, 필리핀으로 가는 길목”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인 박성철(40) 레이더 기지장은 “우리 전경대원들이 산속 뽕나무에 기생하는 자연산 상황버섯을 따다 보리차 대용으로 끓여 먹는다.”고 말했다. 김용궁(21·서울) 일경은 “대원들이 상황버섯차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피부가 반질반질하고 건강해졌다.”고 덧붙였다. 주민은 233가구에 542명(남자 288명)이다. 경찰서, 우체국 등 공공기관이 8개다.1580년 서씨가 처음 자리잡은 뒤 1800년께에 장흥 임씨가 정착했다. 지금은 경주 고씨와 평택 임씨가 더 많다. 글·사진 가거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대검 과학수사의 메카 ‘디지털포렌식센터’ 개관

    검찰은 창설 60주년을 맞은 31일 과학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는 취지로 대검에 디지털포렌식센터(DFC)를 개관했다.DFC는 진술 위주 수사관행에서 벗어나 과학적인 증거 수집·분석 위주 수사로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는 검찰로서는 그동안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포렌식은 DNA·지문·혈흔 등 증거를 분석해 범인을 찾는 과학수사를 말하며, 디지털포렌식은 컴퓨터와 인터넷 등 디지털 형태의 증거를 수집·분석하는 기법이다. 대검에 과학수사기획관실과 첨단범죄수사과를 신설하며, 과학수사 원년을 선포한 지난 2005년부터 추진된 DFC는 144억원을 들였고 지상 6층(지하 1층) 연면적 7884㎡ 규모로 2006년 12월 착공돼 1년10개월 만에 완공됐다. 영상·음성분석실, 심리분석실, 문서감정실,DNA감식실, 디스크분석팀, 모바일분석팀, 기업수사의 핵심역할을 하는 디스크분석팀·데이터베이스분석팀 등 검찰이 운영하는 주요 과학수사 부서가 이곳에 집결한다. 이건주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은 “업무를 한 곳에 집중시켜 증거 수집·분석 시간을 최소화하고 종합적인 분석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DFC가 대한민국 과학수사의 ‘메카’가 되는 한편, 과학수사에 의한 인권보호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도로 안내표지판 ‘태양열’로 켠다

    도로 안내표지판 ‘태양열’로 켠다

    노원구가 태양열을 이용한 도로 안내표지판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노원구는 첨단 태양열 기술과 공공 디자인을 접목시킨 ‘멀티 도로표지 사인’을 노원역 문화의 거리에 시범 설치했다고 30일 밝혔다. 도로표지 시스템은 고효율 태양전지 모듈과 첨단 광학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이정표 상단에 태양 집광판 2개가 설치돼 있다. 밝기는 판당 800~900럭스여서 최소 전력으로 도로표지 기능이 작동된다. 또 집광력이 떨어지는 동절기나 장마, 폭설 같은 악천후에 대비해 축전지함을 내장했다. 최소 3일간 점등이 가능하다. 점등은 자동센서에 따라 일몰 전후에 작동된다. 구는 중계동 영어과학공원에 태양열과 풍력을 접목한 표지 시스템 3개를 시범 설치한다. 앞으로는 새롭게 설치할 공공 안내 표지판뿐 아니라 상업용 사설광고 표지판, 민간시설 등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야간 산행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수락산과 불암산에도 태양열 산행 표지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기존 도로 표지판이 야간조명 미비로 체계적인 안내 기능이 떨어지고, 도시 미관을 어지럽히는 문제점이 있었다.”면서 “특히 표지판 추가 설치에 따른 부가 비용도 발생해 이를 개선하기 위해 태양열 도로 안내표지판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금천구 박미고개길 인공폭포 준공

    금천구 박미고개길 인공폭포 준공

    서울 금천구가 시흥대로변 박미고개길에 폭 30m 높이 12m 규모의 인공폭포를 조성했다. 금천구는 31일 오후 3시 한인수 구청장과 박준식 구의회 의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폭포공원 준공식을 개최한다. 인공폭포는 283㎡ 크기로 대형 물줄기를 뿜어내 주변을 지나는 차량은 물론 주민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3개 물줄기는 금천구의 3개 동을 상징하며 폭포 상부는 분수대 전망대 등 휴식 공간을하부는 조명 시설과 함께 떨어지는 폭포수를 감상할 수 있도록 조망대가 설치됐다. 폭포 뒤편엔 전체면적 2029㎡ 규모의 문화회관을 건설했다.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의 문화회관에는 각종 공연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강당과 회의실, 강의실 등이 마련됐다. 문화원 건축물은 전통적인 초가지붕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공원 주변의 산책로는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하도록 친환경소재인 경화토를 사용하고 소나무, 왕벚나무, 영산홍 등을 심어 자연경관을 연출했다. 한인수 금천구청장은 “폭포공원은 서울 서남부에서 금천의 이정표 역할은 물론 지역 구민들의 건전한 여가와 문화생활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서울신문·서울시의회 공동 9月 의정모니터 ]“자치구별 자전거 지도 제작을”

    [서울신문·서울시의회 공동 9月 의정모니터 ]“자치구별 자전거 지도 제작을”

    서울신문과 서울시의회가 함께 하는 9월 의정모니터에 알차고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불법취사 등산객 단속 요구 야외활동이 많은 가을이라 자전거, 산행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잇따랐다.‘관악산 등산로에 표지판이 적어 산행에 어려움이 있다.’‘산에서 불법취사행위와 영업행위를 단속해야 한다.’는 의견뿐 아니라 ‘자치구별 자전거 지도 제작’‘자전거 도로 색상 통일’ 등 자전거 관련 제안도 많았다. 9월 한달 동안 모두 87건의 의견이 제안됐다.3차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우수 의견 17건을 선정했다. 친환경, 고유가, 건강 등 3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는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이번 달에는 자전거에 대한 제안이 많았다. 류영임(40·은평구 불광2동)씨는 “자치구별로 자전거도로가 인도와 차도 중간, 오른쪽, 왼쪽 등 위치가 다르다.”면서 “때문에 보행자와 잦은 마찰이 생긴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전거도로 위치를 통일하고 바닥에 색깔을 입히자고 제안했다. 류씨는 “밤에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형광색을 써서 인도와 확실히 구분하자.”면서 “자전거 이용자가 늘어 친환경 서울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구별 자전거도로 지도를 만들자는 제안도 눈에 띄었다. 한수선(41·구로구 구로5동)씨는 “자치구에 자전거도로가 많이 생겼지만 정작 주민들은 자세히 알 수 없다.”면서 “온라인 자전거 지도를 만들어 자치구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자전거 이용 활성화와 에너지 절약 등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우수의견으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유료 자전거거치대를 만들고 T머니나 휴대전화로 결제할 수 있는 광역단위 통합관리 시스템을 만들자는 유경선(47·중랑구 망우동)씨, 무인자전거 확대와 요금결제·대여·반납을 어디서나 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 구축을 주장한 최정희(34·구로구 개봉동)씨 의견도 눈길을 끌었다. 등산로 정비에 대한 제안도 많았다. 정둘선(50·강동구 둔촌동)씨는 “강동구 일자산 정상에 불법 취사와 영업행위가 성행하고 있다.”며 “보기에도 좋지 않지만 산불 등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계공무원들의 강력한 단속을 요구했다. 관악산 등산로 정비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강정화(43·강서구 화곡5동)씨는 “서울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 중 하나인 관악산에 이정표가 별로 없어 길을 잃기 쉽다.”면서 “갈림길마다 이정표와 안내도를 설치해 누구나 쉽게 산행을 즐길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교통카드 소액충전 의견도 이 외에도 남대문시장 내 안내데스크와 시장 안내도 등을 설치하자는 하중호(60·서초구 반포동)씨, 천원 단위 등 소액으로 교통카드를 충전할 수 있게 시스템을 바꿔달라고 제안한 박정옥(48·노원구 상계동)씨, 편리한 카드결제택시의 안내표시를 크게 만들자는 이은옥(37·강서구 화곡동)씨, 버스·지하철 등 모든 교통수단을 일정 기간 동안 횟수에 관계없이 쓸 수 있는 ‘통합 교통카드’를 만들자고 제안한 양경우(24·양천구 목4동)씨의 제안도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이렇게 바꿨어요 서울시와 산하 기관은 8월에 제시된 의정모니터에 대해 대부분 시정에 반영하겠다고 화답했다. 시는 맨홀정비와 안전한 위치로 변경에 대해선 25개 자치구에 현황 파악을 지시했고, 지적받은 은평구 불광동의 맨홀뚜껑은 먼저 조치했다고 답했다. 해외 사례처럼 ‘서울문화의 밤’을 24시간 동안 운영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내년 ‘서울의 밤’행사 때 의견을 참고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민속박물관 화장실에 선반을 만들자는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달 화장실 선반공사를 완료했다. 지하철 역사에 멋진 래핑광고로 화려함과 광고수입을 챙기자는 의견에 대해 도시철도공사는 광고대행업체를 선정, 부가 수익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환승통로에 래핑광고를 유치하기로 결정했다. 또 지하철역사에 전광판을 설치, 운행정보를 표시하자는 의견은 이미 진행 중인 스마트 몰사업이 마무리되면 환승통로, 대합실, 게이트 등에 대형모니터를 설치해 열차운행정보 등 다양한 내용을 알려 줄 예정이라고 했다.
  • [심층 인터뷰] 글레프 이바셴초프 주한 러시아대사

    [심층 인터뷰] 글레프 이바셴초프 주한 러시아대사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란 원칙 아래 북한을 절대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관련 당사국들이 참여하는 안전보장을 통해 북한측의 우려를 해소시키는 것은 필요하다.” 글레프 이바셴초프 주한 러시아대사는 23일 “제재, 강압적 해결, 최후통첩 등은 안보위협을 안고 있는 작은 나라가 안전 확보를 위해 극단적인 수단을 사용하도록 내모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경계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감시카메라와 봉인 제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바셴초프 대사는 북한에 대해 관련국가들의 안전 보장을 기반으로 상호 신뢰를 쌓는 것이 시급하고 이를 기반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남북한 관계개선이 북핵 문제 해결의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28일부터 시작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방문을 앞두고 23일 서울 중구 정동 러시아대사관에서 이뤄졌다. 이바셴초프 대사는 이 대통령의 방문 준비를 위해 24일 모스크바로 떠났다. 1 강압적 북핵 해결 부적절 ▶북한 핵문제가 다시 꼬이고 있다.6자회담 당사국으로서 러시아 입장은. -강압적인 해결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반도 안정은 러시아의 주요 관심사다. 안정된 한반도 및 동북아는 러시아 연방정부가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 중인 시베리아 및 극동지역 개발의 필수조건이다. 특히 남북관계 정상화와 북한 핵문제의 해결은 같은 마차에 돌고 있는 두 바퀴 같다. 나뉠 수 없이 연관성을 갖고 돌아간다. 좋은 남북한 관계는 북핵 문제 해결의 조건이 될 것이다. 남북한 간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를 높이는 작업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들이 나오나. -경제협력뿐 아니라 안보문제까지 전방위적으로 논의된다. 러시아와 한국 두 나라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왔고 같은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한·러는 동북아 평화·안정을 공고하게 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다른 이웃국가들과는 달리 두 나라는 영토 문제 등 갈등이 될 사안을 갖고 있지 않다. 안보협력에서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양자관계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안보협력 등에서도 진전을 거두고 있다. ▶러시아는 남북한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삼각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강조하고 있는데. -핵개발 등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간에 장기적인 경제협력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이같은 협력은 정치적 이해와 믿음을 강화시켜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한반도 안정을 위한 장기 경제협력 프로젝트에는 철도협력, 가스전 파이프라인 건설, 전력 공동이용 등이 있다. 전력의 경우 러시아는 극동지역에서 이미 중국에 판매하고 있다. 남북한에도 공급이 가능하다. ▶경협 프로젝트는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의 연결은 장기 계획이다. 반면 나진-하산간 54㎞ 구간의 현대화 사업은 지난 4월 북·러간에 합의돼 다음달 3일부터 공사에 들어간다. 동시베리아에서 북한을 통해 한국으로 가는 가스관 건설 사업이나 사할린에서 한국으로 가는 가스관 건설 사업도 여러가지 타당성 조사 등이 이뤄지고 있다. 북한 나진항의 컨테이너 부두 건설도 러시아와 북한의 합영회사에 의해 시작됐다. 한국 등 주변국가들에 개방될 것이다. 한국기업들의 참여를 환영한다. 이런 사업들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동북아 공동번영에 힘을 줄 것이다. 2 한·러 새 비자시스템 마련 ▶이명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의의를 꼽는다면. -향후 한·러관계의 더 빠른 발전을 상징하는 이정표적인 방문이다. 양자 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는 30일 수교 18주년을 맞는 두 나라의 발전 방향과 그간의 성취들을 종합·정리하는 계기다.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관계가 한 단계 격상될 수 있게 하는 큰 그림들이 그려지고 큰 틀이 나올 것이다. 마련된 합의와 큰 틀의 발전 방향들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구체적인 행동 계획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손에 쥘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들이 나올수 있나. -5∼6개 협정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핵의 평화적 이용과 에너지·자원, 항공 우주, 나노 기술 등과 관련된 정부간 또는 민간간 협정 등 첨단기술과 항공우주, 에너지 등에서 많은 결과들도 기대하고 있다. 더 쉽고 간단하게 러시아 가는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이를 위한 단기사증발급협정 등 새 비자시스템이 마련된다. 양국 교류를 더 촉진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강조점은. -경제협력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에너지·자원협력과 첨단과학분야 협력이 두 축을 이룬다. 에너지 협력도 가스, 석탄, 석유자원 시추 등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원자력협력도 한·러간에 협력 여지가 넓다. 원자력발전소의 설계, 각종 원전 설비의 제조에서부터 원전 건설 등이 모두 두 나라의 협력 대상이고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한·러는 손을 잡고 제3국까지 진출하기를 희망한다. 한국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핵연료의 3분의1 이상이 러시아 제품이다. 우주기술의 평화적인 이용을 위한 협력 사업도 적극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문화, 체육 교류 확대도 서로를 이해하고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 빼놓을 수 없다. 청소년 교류도 역시 그렇다. ▶시베리아 지역의 자원 공동개발과 관련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나. -시베리아는 러시아 연방정부차원에서 개발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한국, 일본 등의 참여를 희망한다. 유망광구 및 유전 확보·공동개발 등도 한 방법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천연가스 등 러시아의 에너지와 광물자원을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말 사할린의 액화천연가스(LPG)를 한국에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두 나라는 지난 2006년 시베리아의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한국에 보내기 위한 정부간 협력의향서를 교환했다. 한국가스공사(KOGAS) 등을 중심으로 여러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700만㎢의 러시아영토의 41%를 차지하는 시베리아는 러시아의 미래다. 한국은 투자도 하지만 사회간접시설 건설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2012년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다. ▶항공·우주분야의 협력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지난 4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한·러 협력 속에서 탄생했다. 한국에서 운항 중인 민간 헬기의 60%가 러시아제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 중인 소형위성 발사체(KSLV-1) 사업은 항공·우주분야 협력을 상징한다. 발사가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9번째로 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한 나라가 된다. 러시아에서 발사체인 로켓이 들어왔고 발사대시스템 설치도 러시아 과학자들의 협력 아래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도 우주ㆍ전자부품 분야의 합작벤처회사 설립, 액체로켓 공동연구개발 등도 추진되고 있다. 3 한·러-한·미 관계는 별도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올해 내 답방은. -올해 내에는 어렵다. 또 가까운 시일 내에는 힘들 것 같다. 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나온 후속 조치들이 진전되고 또 새로운 틀이 필요한 시점이 좋지 않겠나. ▶러시아와 미국관계가 최근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동북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 -상대방의 이해와 이익을 존중한다면 지금 같은 갈등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이 한·러관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한·러관계는 별도로 움직인다. 양자관계에 영향은 없다. 이석우 국제전문기자 jun88@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이바셴초프 대사는 러시아 외교부의 대표적인 인도 전문가다.1975년부터 3차례에 걸쳐 15년 동안 뉴델리 대사관, 뭄바이 총영사관 등에서 근무했다. 모스크바 본부 근무 때에도 10년 동안 남아시아 담당 과장, 국장 등을 역임한 아시아통이다.1997년부터 2001년까지 미얀마 대사를 지냈고, 2005년 7월 한국에 부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등 러시아 정계·관계의 ‘신주류’로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다. 러시아 최대 외교 인맥인 모스크바 국제관계대 졸업생이기도 하다. 힌디어, 독일어, 영어에 능통하다. 대학에서 국제경제를 전공하고 9년 가까이 대외무역부 등에서 일한 탓인지 인터뷰 시간 내내 경제협력에 무게를 실었다.‘경제홍보형 대사’란 느낌이 들 정도로 경제에 해박했고 투자유치에 열성을 보였다. 김치와 북한산 등반을 즐기고 서울시내 골목골목을 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부지런히 한국 문화와 생활을 배우려고 애쓰고 있다고 주변에서 전했다. 수영과 테니스, 등산을 즐기는 스포츠 애호가이다.
  • 해남에 복합농업단지 조성

    전남 해남군이 첨단과학기술과 농업관광을 접목시킨 ‘땅끝 해남 첨단복합농업단지’를 조성한다. 19일 군에 따르면 2016년까지 영산강 Ⅲ-1지구 마산 2공구 703㏊에 4800억 원을 들여 수출형 친환경 첨단복합농업단지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 농업단지에는 ▲농축단지(400㏊) ▲수출지향형 시설원예 단지(210㏊) ▲산지 물류 유통단지(30㏊) ▲농업관광 교육단지(30㏊) 등이 들어선다. 이 단지는 자동화 시설을 갖춘 첨단농업시설과 테마농장 등으로 꾸며진다. 이를 국민 관광지’로 떠오른 땅끝과 연계해 농업관광의 중심지로 육성한다. 또 첨단복합농업단지 예정지에서 10㎞쯤 떨어진 영암호 방조제에 선착장을조성하고, 이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선박을 이용해 수송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군은 이 복합농업단지가 조성될 경우 연간 27만명의 고용 효과와 16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군은 이를 위해 1단계로 2009년까지 접근로 확포장과 첨단농법 개발 계획을 세우고, 이에 필요한 사업비 1250억원 중 813억원의 국비 확보를 추진한다. 군은 이 사업을 빠른 시일 안에 추진키로 하고,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촌공사를 비롯한 민간 기업체 등과 세부 추진 계획을 마무리했다. 군은 1단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오는 2013년까지 2단계로 첨단복합농업의 기간산업화 단지를 구축한다. 마지막 3단계 사업으로 2016년까지 각종 첨단 농업 시설물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전통 농업만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농업과 관광·첨단과학이 망라된 이번 사업을 착수했다.”며 “농업 방식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氣살리기 나섰다

    한국영화의 부흥, 아시아의 재발견, 관객 서비스 강화. 올해 부산영화제의 경향은 이렇게 세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국내 젊은 프로듀서들의 다양한 영화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투자자를 찾는 ‘KPIF’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영화 관련 펀드를 한자리에 모은 ‘아시아필름펀드 포럼’이 대표적인 한국영화 지원 프로젝트. 아시아 영화 펀딩 및 파이낸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집약적으로 제공한다.총 20편이 소개되는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서도 어느 때 보다 많은 미개봉작들이 선보이며,‘미쓰 홍당무’와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등 여성 감독들의 약진을 통해 국내 영화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윤종찬 감독의 신작 ‘나는 행복합니다’도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안팎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소설가 고 이청준의 단편 ‘조만득씨’를 각색한 이 작품은 정신병동의 상처받은 인물들의 삶을 통해 행복에 대한 인간의 소망을 조명한다. 한국영화 회고전에서는 스릴러 ‘운명의 손’과 멜로물 ‘자유부인’ 등으로 195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한형모 감독(1917∼1999)과 올해 칸 영화제에서 영화 ‘하녀’의 복원판이 공개되기도 한 김기영 감독(1919∼1998)의 작품이 상영된다. 아시아 영화의 재발견을 통해 동반 성장을 꾀하고 할리우드에 대응전선을 펴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개막작에 중앙아시아 국가인 카자흐스탄의 영화 ‘스탈린의 선물’을 선정했고, 그동안 국내의 우수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에 한정됐던 와이드 앵글의 시상부문도 아시아 전체로 확대했다. 아시아 영화의 흐름을 개괄하는 ‘아시아 영화의 창’에서는 수년 전부터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온 필리핀의 독립영화들의 성과를 주목하며, 특별기획프로그램에도 ‘아시아의 슈퍼히어로’,‘2008 아시아의 옴니버스영화’,‘아시아 감독들의 뮤직비디오’ 등의 코너를 통해 아시아 영화의 다양성을 집중 조명한다. 비슷비슷한 영화제의 난립 속에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것도 이번 부산의 특징 중 하나.24일부터 시작되는 예매(개·폐막작은 22일)를 미처 하지 못한 관객들을 위해 전체 티켓의 30%를 현장 판매분으로 배치했다. 또한 휴대전화로 영화제 관련 정보는 물론 예매도 가능한 ‘모바일 PIFF’를 실시한다. 해운대와 남포동의 일부 호텔과 제휴해 관객용 숙소를 확충하고 순환버스의 운행을 개선하는 등 실질적인 관객 편의에도 눈을 돌렸다. 일반 관객들의 영화 비평을 활성화하는 ‘피프 리뷰 공모전’과 관객심사단을 운영하는 등 참여 프로그램도 대폭 확충한다. 전양준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역대 최다 미개봉작들이 부산에서 첫선을 보이는 만큼 수준높은 작품들로 관객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면서 “부산영화제의 초심으로 돌아가 전세계에 한국영화를 알리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겠다.”고 말했다.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40) 경남 산청군 삼장면 안내원마을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40) 경남 산청군 삼장면 안내원마을

    선녀굴에 숨어 살던 이은조가 사망한 이듬해 가을, 안완도와 강우향이 연이어 사살당하면서 지리산에 남은 빨치산은 정순덕과 이홍이 둘뿐이었다. 하지만 경남 산청군 삼장면 안내원마을의 한 민가에서 이홍이가 경찰에 의해 사살되고, 정순덕은 다리에 관통상을 입은 채 1963년 11월 생포되면서 이들의 끈질긴 투쟁 또한 초라한 끝을 맺는다. 여순사건으로 지리산에 숨어든 구빨치산부터 치면 무려 15년 만이고, 한국전쟁이 끝난 후부터 쳐도 10년 만이었다.“지리산에 가면 살길이 열린다.”고 믿었던 빨치산들의 바람은 20년을 미처 채우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진 셈이었다. 물론 그들을 쫓던 군경 토벌대에겐 지긋지긋하게 긴 시간이었을 터이다. ●토벌 피해 숨어든 ‘구들장 아지트´ 경찰의 닦달을 견디지 못하고 빨치산 남편을 찾아 열일곱 어린 나이에 무작정 입산한 ‘최후의 빨치산’ 정순덕은 한쪽 다리를 절단한 불구의 몸으로 23년간 옥고를 치른다. 이후 음성 꽃동네와 가구공장, 가죽공장 등을 거쳐 비전향장기수 공동체인 ‘만남의 집’에 정착하지만 2004년 71세의 나이로 그야말로 굴곡 많은 삶을 마감한다. 산청군 자료에서조차 ‘아주 깊은 산중마을’이라고 표현한 안내원마을은 정순덕이 태어난 곳이자 하나뿐인 동료를 잃고 빨치산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엔 이른바 ‘구들장 아지트’가 있었는데 군경토벌대의 검문검색이 있는 날이면 솥단지를 들어내고 방고래를 통해 구들장 밑으로 숨은 다음 아궁이에는 다른 곳에서 태운 재와 타다 남은 땔감을 채워 마치 불을 지핀 것처럼 재현해 은신했다는 것이다. 요즘의 안내원은 노선버스가 다니는 큰길에서 여전히 멀리 떨어진 걸 빼곤 정순덕과 이홍이가 마지막까지 은둔했던 산중 깊은 마을임을 실감하기 어렵다. 길이 좁긴 해도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는 데다 도로 좌우로 전원주택과 펜션이 들어섰고, 지금도 신축 공사 중인 집들이 한두 군데가 아닌 까닭이다. 마을 입구의 안내판만이 이곳이 정순덕이 잡혔던 곳임을 알릴 뿐 마을엔 그때의 일을 기억하는 이가 아무도 없다. ●아직도 어둡고 찬 할머니댁 아궁이 30년 전쯤 남편을 따라 이곳에 정착했다는 노씨 성의 할머니는 염소 먹이를 주고 막 내려오는 참이다. 남편은 13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났고 다른 집들처럼 자식들은 도시 대처에 흩어져 있다. 함께 지낼 이웃도 거의 없이 염소며 닭 등을 키우며 산중생활을 버텨내는데, 염소가 몇 마리나 되는지 세어 본 적은 없다. 닭 역시 기특하게도 스스로 알을 부화해 태어난 녀석들이다. 마당 한쪽의 벌통에서 채취한 꿀은 온전히 자식들 몫이다. 가축을 제하곤 그저 강아지 아롱이만이 친구처럼 자식처럼 할머니 곁을 지키고 있다. 남편의 병구완으로 전답을 모두 팔긴 했지만 그래도 옛집 터에 큰아들이 지어준 황토집이 있어 불편함은 덜하다. 다만 겨울철엔 연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거의 매일 전기장판을 사용한다고. “추운 줄은 모르겠소. 오히려 더운 데선 잠을 못 자요.” 할머니 댁 아궁이는 어둡고 차다. 예전엔 저 아궁이 속에 숨어 산 빨치산이 있었다지만 이제는 총을 겨눌 이도 없으니 그저 그 임무 충실히 활활 타오르면 좋으련만…. 지난겨울 빙판에 미끄러져 다친 손목이 아직까지 성치 못하면서도 할머니는 떠나는 이의 등 뒤에서 연신 아쉬운 손을 흔들어 댄다. ▶가는 길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단성IC 또는 산청IC를 이용한다. 단성IC로 나올 경우 시천면소재지(덕산) 삼거리에서 대원사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한다. 산청IC는 밤머리재를 넘어 명상삼거리에서 직진해야 한다. 그후 내원사(대원사와 다른 곳) 이정표를 보고 길이 끝나는 곳까지 쭉 들어간다. 도로에서 안내원마을까지는 약 6㎞로 내원사까지는 아스팔트, 그 이후는 시멘트 포장이다. 내원사를 기점으로 장당골과 내원골 등산로가 나 있지만 통제구간에 묶여 공식적인 산행은 할 수 없다. 글·사진 황소영 자유기고가
  • [기고] ‘역량평가’ 발전 방안 논의할 때다/ 유태용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교수 한국 산업·조직심리학회장

    [기고] ‘역량평가’ 발전 방안 논의할 때다/ 유태용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교수 한국 산업·조직심리학회장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공수부대의 활약상을 다룬 ‘밴드 오브 브러더스’라는 영화를 보면 엄격한 규율과 혹독한 훈련으로 부대원들을 최강의 전사로 육성하는 소블 대위가 나온다. 소블 대위는 훌륭한 훈련소 교관으로 인정받고 있었지만, 실전 투입을 앞둔 모의전투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모의전투에서 우유부단한 태도와 지도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는 무능으로 부대원들을 목적지로 인도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대위는 전투에 투입되지 못한다. 모의전투 상황에서 야전 지휘관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효과적으로 검증했고, 이를 통해 조직과 개인에게 최적의 인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어떤 직위에서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규명한 후, 실제 업무와 유사한 모의 상황에서 보이는 행동을 통해 대상자를 평가하는 방법을 역량평가라고 한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중 독일·미국·영국 군대에서 우수한 장교를 선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실시됐고, 영국 정부는 공무원 선발 과정에도 이를 도입했다. 이후 역량평가는 미국·캐나다·호주 등 OECD 선진국으로 확산됐다. 민간에서도 AT&T를 시작으로 IBM, 제록스, 필립스,GE 등 대기업에서 활발히 사용됐다. 현재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의 80% 이상이 인재선발에 역량평가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2006년 고위공무원단제도가 도입되면서 고위직에 진입하려는 과장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역량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고위공무원의 실제 직무 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구성한 다양한 과제를 사용해 의사소통, 고객지향, 비전제시 등 고위공무원에게 요구되는 9개 역량을 평가한다. 고위공무원단 역량평가는 지금까지 2년여의 짧은 운영기간 동안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을 충실하게 구현한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했고, 공공부문뿐 아니라 삼성 등 민간기업에서도 벤치마킹하는 성공적인 선례가 됐다. 또 공무원들은 고위공직자로서 국정수행에 필요한 역량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으며, 공직 사회에 자기계발 분위기가 확산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운영상의 일부 문제점에 초점을 맞춰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향도 있다. 그 사람의 과거 실적 또는 최고경영자의 감(感)에 의한 인사가 정확한데, 많은 비용을 들여서 평가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사담당자들은 과거 고과가 다른 직위에서 그 사람의 미래 성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토로한다. 또한 직원이 몇 명 안 되는 소규모 조직에서는 최고경영자의 감에 의한 인사가 가능하지만, 대규모 조직에서는 최고경영자가 직원들의 면면을 자세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영화 ‘밴드 오브 브러더스’에서도 과거 고과나 상사의 주관에 의해 소블 대위를 전장에 투입했다면 그와 부하는 모두 전장을 헤매다 죽거나 적의 포로가 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역량평가는 인재 선발에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역량있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선진 인사관리기법인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지속적으로 시행되지 못한다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역량평가제도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보다 역량모델의 정교화, 결과활용의 확대, 평가후 체계적인 피드백과 보완교육 등 발전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공공부문과 민간기업 평가에서 이정표가 되어온 고위공무원단 역량평가제도가 꾸준히 보완되고 확산돼 우리나라에서 타당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사관리의 모범사례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유태용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교수 한국 산업·조직심리학회장
  • ‘골목길 미술관’에서 길을 잃다

    ‘골목길 미술관’에서 길을 잃다

    홀로 집을 지키는 누렁이, 빈 집 혹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호시탐탐 노리는 길고양이는 호형호제하며 서로 골목의 주인을 자처한다. 골목과 골목 사이를 뛰놀던 아이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낡은 담장 어느 한 곳이 뚝 끊긴 자리에 걸어둔 대문은 녹이 슨 채 열리지 않는다. 십수 년 살이의 공간이, 개발 논리에 밀려 빗장을 잠근 채 늙어간다. 골목, 살이의 공간 하루가 다르게 번화하는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뒤편 오르막길에 이르면 낙산공원 산책길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이정표를 따라 산책길을 오르다보면 낮게 엎드린 낡은 집, 구불텅 길, 가파른 계단을 지나친다. 산책길보다는 골목길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길이다. 골골샅샅 이어긴 길은 이화동 이곳저곳을 혈관처럼 흐른다. 낙산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는 이화동은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지만 대학로와 다르게 고립되어 있는 도시 속의 섬이다. 이화동 골목의 특징은 길과 계단의 불규칙성과 낮은 담장에서 드러난다. 골목은 동선의 효율성이나 공간 활용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만들어진 길과 계단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미로처럼 얽힌 길과 계단은 사람의 키보다 낮은 담을 가진 집과 집 사이를 연결한다. 그리고 불규칙한 공간 사이사이 자투리 공간에는 어김없이 세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안과 밖의 기준을 허문다. 길과 담을 기준으로 안과 밖이 구분되는 여느 마을의 풍경과 다른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화동 골목길은 생활소품들의 의미가 가장 잘 살아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사실 한낮의 골목은 사람 구경이 힘들다.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살이의 흔적들만이 사람이 사는 마을임을 짐작케 할 뿐이다. 장마가 막 끝난 시점에 찾은 골목에는 유독 형형색색의 이불이 눈에 띈다. 이불은 낮은 담장에 몸을 기댄 채 단잠에 빠져 있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잠결을 스치면, 자신을 덥고 밤새 뒤척였을 달동네 사람들의 꿈을 부드러운 컬러로 풀어낸다. 텅 빈 거리는 저녁이 되면 비로소 사람들이 비척비척 계단을 오르고, 좁은 길을 종종 걸음으로 집에 돌아와 불을 밝힌다. 골목길 미술관 소규모 봉제, 재단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마을에는 하루 종일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쳇바퀴 돌아가듯 반복되는 지난한 가난과 하루 종일 천장 낮은 공장에서 재봉틀을 돌려야 하는 직공들의 삶은 지척의 마로니에공원에서 펼쳐지는 공연문화와는 무관해 보인다. 이렇듯 문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달동네가 최근 문화공간으로서 새로이 탈바꿈됐다. 이화동이 낡은 옷을 벗고 문화를 입기 시작한 것은 ‘소외지역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미술사업’의 시범 구역으로 선정된 2년 전의 일이다. 생활의 공간에 예술의 한 장르인 미술작품을 가미해 일정 장소에서만 접할 수 있던 미술을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공공 거리미술관’으로 만든것이다. 일명 ‘낙산 프로젝트’이다. 문화관광부 산하 공공미술추진위원회와 종로구가 주관한 공공미술프로젝트인 낙산 프로젝트는 2006년, 70여 명의 작가와 300여 명의 주민들이 ‘섞다, 잇다, 함께 어울리다’라는 주제 아래, 마을 곳곳에 그림을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대학로와 낙산을 섞고, 잇고,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거리미술관으로 꾸민 것이다. 이들의 노력은 회색빛 일색의 마을 담장에 꽃을 피워냈고, 낙산을 알리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었다. 지금은 알음알음 찾아온 이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거리미술관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미술관의 작품과 달리 자연스레 시간의 흔적을 입는다는 것이다. 무심히 그림에 이끌려 사진기에 담으려는 이들이 있다면 ‘한 발짝 더 다가가 보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불과 2년 남짓한 작품들은 비와 바람에 자연스레 누그러져 시간의 결이 그대로 살아 움직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위적인 색채를 벗고 자연스러움을 입는 것이다. 골목길을 기웃거리는 동안 이정표를 놓치고 길을 잃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저기 모퉁이를 돌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글·사진 임종관 《삶과꿈》기자
  • [프로야구] ‘잡초’ 김성근, 1000승 꽃피웠다

    [프로야구] ‘잡초’ 김성근, 1000승 꽃피웠다

    이리 꺾이고 저리 채이면서도 소신을 꺾지 않았고 타협하지 않았다. 갈등과 좌절을 인생의 벗으로 삼았다.‘잡초 감독’ SK의 김성근은 그렇게 한국 프로야구사에 큰 이정표를 남겼다. 통산 두 번째 1000승의 위업이다. SK가 3일 홈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홈경기에서 김광현의 호투와 초반부터 터진 타선의 응집력으로 히어로즈를 8-0으로 꺾고 1위를 내달렸다. 이미 2위 두산을 멀찌감치 따돌려 한국시리즈 진출은 굳혀 놓았던 상황. 경기의 진정한 의미는 김 감독의 1000승 달성이었다. 지난 1984년 4월7일 OB(현 두산)에서 MBC에 4-1 첫 승을 거둔 이후 24년 5개월 만. 재직 17시즌 만에 이뤄낸 대기록이다.1000승 892패 4무. ‘앙팡 테리블’ 김광현(20)은 7과 3분의1이닝 동안 히어로즈 타선을 4안타 무실점(탈삼진 9개)으로 꽁꽁 묶었고,8회 대타로 나온 김재현은 1점 홈런을, 김강민은 3점 홈런을 터뜨려 스승의 대기록을 떠받쳤다.1000승은 삼성 김응룡 사장(당시 해태 감독·1476승)이 1997년 기록한 이후 통산 두 번째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일본에서 겪었던 설움 못지않게 국내 야구계에서도 또 다른 편견에 시달렸다. 대부분 약체팀을 전전하면서 성적 부진, 구단 고위층과의 불화 등을 이유로 해임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체득한 관록과 꼼꼼함의 야구는 다시 그를 불러 냈고, 이 과정은 여러 차례 반복됐다. 또 지난 시즌을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가 ‘잡초’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롯데는 꼴찌 LG에 3-2로 덜미를 잡혀 팀 최다연승 신기록인 11연승의 고공 비행을 마쳤다. 두산은 한화와의 잠실경기에서 4일 새벽까지 가는 연장 18회까지 지루한 ‘0’의 행진을 이어가다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1-0으로 승리했다. 18회는 프로야구 출범 26년 만의 역대 최장 기록. 이전 기록은 15회까지로 올 시즌 두 경기를 포함해 모두 14차례 있었다. 날짜를 넘긴 승부도 지난 6월12일 히어로즈-KIA전(14회) 이후 역대 두 번째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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