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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銀에 권총강도

    20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민은행 강남지점 2층 PB센터에 30대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45구경 권총을 들고 침입해 실탄을 보여주며 직원들을 위협한 뒤 현금 1억 5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범인은 175㎝ 정도의 키에 짧은 머리 스타일이며 진곤색 양복과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사건 당시 은행 안에는 손님이 없었고 직원들만 7명이 있었지만 이들은 별다른 상해를 입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단독 범행으로 보이며 범행에 이용한 차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경찰은 폐쇄회로(CC)TV 화면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쫓고 있지만 국민은행 측이 한 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신고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공교육에도 ‘영어 광풍’

    공교육에도 ‘영어 광풍’

    인천 동구에 있는 사립 D초등학교는 지난 7월 말부터 한달 동안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학교 주최 영어캠프를 열었다. 미국 출신인 이 학교 나모 교사가 직접 5∼6학년생 6명을 인솔했다. 방학 때마다 열어 온 캠프는 이번이 7번째로 많으면 19명, 적으면 5명이 참가해 왔다. 나 교사는 학생들을 자기 집에 머물게 하며 현지 대학에서 영어연수 수업을 듣게 했다. 학생들은 승마와 수영, 댄스도 즐겼다. 4주간 항공료와 학비 등을 합해 든 돈은 700만원가량. 사설 유학원들이 운영하는 미국 동부지역 영어캠프가 보통 한달에 500만원대인 데 비하면 매우 큰 액수다. 이 학교는 영어캠프 진행과정을 촬영한 동영상을 학교 홈페이지에 띄우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캠프에 다녀온 아이들이 못간 우리 아이에게 자랑을 늘어 놓아 속이 상했다. 학교가 나서서 이렇게 위화감을 조성해도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사설 유학원 美캠프보다 200만원 비싸 이 학교 이모 교장은 “위화감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적은 인원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차피 대학생이건 고등학생이건 해외연수를 가는 아이도 있고 못 가는 아이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온 나라를 덮고 있는 ‘영어 광풍’이 공교육 현장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값비싼 해외 영어캠프를 직접 운영하는 초등학교가 생겼는가 하면 어떤 학교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간 위화감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사립 H초등학교는 뉴질랜드 오클랜드 인근의 자매결연 학교에 매년 네 차례 교환학생을 보내 영어공부를 시키고 있다.11주 코스다. 한국에서 놓치게 될 학습진도는 동행교사가 맞춰준다. 이달 8일 시작한 올해 마지막 프로그램에도 5명이 참석했다. 한달에 300만원 정도로 11주면 얼추 800만∼900만원이 든다. 이 학교 정모 교장은 “5∼6학년 30∼40명 정도가 미국·캐나다 등지로 어학연수를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로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며 자매학교로 보내달라고 요청해 시작했다. 학부모들이 학교에서는 영어교육이 제대로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니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의 사립 S여중도 마찬가지.2년 전부터 매년 2월 호주 시드니 인근의 학교로 보름 일정의 영어 체험학습을 보낸다. 비용은 260만원 정도로 올 2월에는 20여명이 다녀왔다. 학교 관계자는 “비교적 싼 중국 어학연수보다 학생 숫자는 적지만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 “사립학교 과외활동 제재 못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고가의 해외 영어캠프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사립학교의 과외활동에 대해 교육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장학지도나 권고 정도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교육학과 김성일 교수는 “단기로 진행하는 영어캠프식 교육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증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교육 기관들이 앞장서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학교 안에서 전체 아이들에게 효율적으로 영어공부를 시킬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주위의 사랑으로 소리 얻었어요”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선천성 난청 장애를 앓던 어린 남매가 병원의 도움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돼 따뜻한 화제를 낳고 있다. 2002년 4월 이란성 쌍둥이로 정환웅(4)군을 낳은 엄마 김경미(31)씨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큰딸 슬기(10)양에 이어 환웅이도 선천성 난청 증세를 보이며 엄마 말을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태어난 지 한 달이 지나도 쌍둥이 형과 달리 환웅이는 소리에 반응이 없었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10만원짜리 월세방에서 휴대전화 부품조립 등 허드렛일을 하며 홀로 3남매를 키워온 김씨에겐 아이들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마땅치 않았다. 이때 서울아산병원 사회복지팀과 이비인후과 이광선 교수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김씨는 그때까지 모아둔 돈과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 수술비 2000만원을 어렵게 마련했고, 병원측은 500만원의 수술비 보조를 통해 같은 해 9월 슬기에게 인조 달팽이관을 귀에 이식하는 인공와우 이식수술로 청력을 되찾아줬다. 이후 환웅이 수술비 마련에 고심하던 김씨는 지난해부터 인공와우 이식수술비에도 의료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올초 환웅이를 병원에 데려갔다. 병원측은 치료비 전액 혜택을 제공하며 지난 8월22일 수술을 통해 환웅이에게 소리를 되찾아줬다. 김씨는 “두 아이 모두 주위의 따뜻한 사랑으로 소리를 얻은 만큼 건강하게 자라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가을 가뭄 ‘목타는 한반도’

    가을 가뭄 ‘목타는 한반도’

    가을 가뭄에 한반도가 신음하고 있다.3개월째 비 소식이 없는 곳이 많은데다 이상고온까지 이어지면서 농작물이 타들어 가는가 하면 식수가 부족해 물을 실어 나르는 곳도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선 가뭄이 내년 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큰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없어 김장용 무·배추·당근·양파 등 밭 작물이 타들어가고 있다. 규모가 큰 시설재배농은 스프링클러를 가동하고 있지만, 영세농들은 별다른 대책이 없이 하늘만 쳐다 보는 실정이다. 전남 함평에서 콩을 재배하는 김형수(56)씨는 “한창 작물이 성장하고 여무는 시기에 비가 오지 않아 피해가 크다.”면서 “수확량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 같다.”며 한숨지었다. ●송이생산 절반으로… 가격 2배 폭등 배추는 생육기에 가뭄과 고온이 이어지면 뿌리가 썩어드는 무사마귀병에 걸린다. 충북에서는 가을배추가 이미 진딧물 등 병충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들은 가뭄 피해가 확산되자 양수기 등 보유 장비를 재배농에 빌려주고 밭작물 피해를 조사하는 등 잰걸음이다. 충남 서산시 고북면에서 총각무를 재배하는 김모(59)씨는 “무가 쑥쑥 자랄 때인데 아무리 물을 대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송이도 작황이 엉망이다. 강원도 특산 송이 생산량이 지난해의 절반 정도로 떨어졌고, 그 여파로 추석 직전 ㎏당 34만∼35만원대였던 송이 가격(1등급 기준)이 현재는 61만 3000원대로 폭등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최근 밭 토양 수분 함량이 50% 미만으로 떨어졌다.”면서 “가뭄이 지속되면 생육 지연, 품질 저하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식수난을 겪는 곳도 있다. 장마 이후 그쳐 버린 비에 지하수까지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충남의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 충북의 제천, 단양, 괴산, 영동 등 20여 곳과 강원의 원주시 부론면 정산리, 홍천군 상오안리 농공단지, 철원군 김화읍 유곡리 등에서는 생활용수가 부족해 식수를 소방차로 공급받고 있다. 건조한 날씨에 산불 위험까지 높아지자 강원도는 최근 산불 진화용 헬기를 원주와 강릉에 각각 1대씩 추가 배치하는 등 가을철 산불예방 특별경계에 들어갔다. 가뭄은 가을 단풍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일교차가 커 어느 해보다 아름다운 단풍이 기대됐으나 이런 기대마저 깨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된 설악산 단풍은 물론 경기와 수원 충북 속리산 등에서도 나뭇잎이 말라 붙거나 부스러지고 검은 반점이 생기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내년 봄까지 가뭄 장기화될 수도 국립산림과학원 성주한 박사는 “올해는 가을 가뭄이 심해 나무에 스트레스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다음주 후반부터 북쪽에 자리잡은 강풍대가 점점 남하하면서 찬 공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내려오면 비가 내릴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가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기상청 한 관계자는 “기상학적으로 가뭄이라면 6개월 정도 적은 강수량이 이어져야 하며, 현재 강수량이 적은 달이 이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이는 내년 봄까지 계속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국종합·서울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대학 실험실은 ‘시한폭탄’

    대학 실험실은 ‘시한폭탄’

    10일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 19동 지구환경과학관 3층 해양공동생물실험실. 건조기와 인큐베이터, 고압멸균기, 냉장고가 실험실 내부가 아닌 복도에서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다. 뿜어내는 열기가 상당하다. 복도에는 캐비닛, 약품통, 제빙기 등 장비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지나가기가 어려울 정도다. 제빙기에 가로막힌 소화전은 불이 났을 때 재빨리 가동하기가 불가능해 보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소화전에 붙은 점검딱지. 최종 점검일자가 무려 11년 전인 1995년 10월7일이다. 천장에 붙은 화재 경보기는 두 개 중 하나가 깨져 있다. ●화재 경보기도 깨진 채 방치 18동 자연과학관은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2층 세포생물학실험실 복도에는 알코올과 포르말린 등 인화성 강한 화학약품들이 잠금 장치도 없이 방치돼 있다.3층 분자미생물학연구실 옆 소화전도 형성분석기와 휴지통 등으로 가려져 있고 질소탱크 7개가 복도에 즐비하다.4층 미생물생태학연구실 복도는 각종 연구설비 때문에 어깨를 좁혀야 겨우 지나갈 수 있다. 자연대에서 박사 과정까지 마친 정모(36)씨는 “지난 9년 동안 소방 시설 점검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미국·캐나다에서 연구할 땐 화재 경보 시스템은 물론이고 1주일이 멀다 하고 비상대피 훈련을 했는데 우리는 너무 허술하다.”고 말했다.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국내 대학 이공계 연구실험실의 현 주소다. 화재나 폭발이 난다 해도 이상할 게 없고, 사고가 났을 때의 신속한 조치도 힘든 상황이다. 학생과 교수진은 불안을 호소하지만 이를 귀담아 듣는 학교는 거의 없다. 서울대가 이 정도이니 다른 대학들의 여건은 말할 것도 없다. 올 들어서만도 지난달 19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실에서 발생한 전기누전 추정 화재를 비롯해 10건가량의 화재가 발생했다. ●서울대 실험실 472곳 소화기조차 없어 서울 한남로 단국대 자연과학관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하 1층 연구동의 소화기와 비상유도등은 먼지가 잔뜩 끼어 있고 소화전에는 점검표조차 붙어 있지 않다. 복도에는 아세토니트릴과 메탄올 등 각종 화공약품이 가득하지만 그 옆에는 고전압 급속냉동기가 가동되고 있다. 연구실과 복도의 화재 경보기와 스프링클러는 모두 깨져 있다. 분자생물학과 대학원생 박모(24)씨는 “내년 9월까지 캠퍼스를 옮긴다는 핑계로 학교측이 사고위험을 무시하고 있고 소방서도 이런 상황을 눈감아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서울대 환경안전원이 펴낸 서울대 실험실 안전백서에 따르면 서울대 내 실험실 1334곳 중 35%인 472곳에 소화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101곳은 비상통로가 제대로 확보돼 있지 않고,71곳은 두 개 이상이어야 하는 출입구 중 하나가 폐쇄돼 있다. 2004년 5월 개정된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 연구시설은 규모에 따라 옥내 소화기(연면적 33㎡ 이상), 옥내 소화전(1500㎡ 이상), 스프링클러(5000㎡ 이상), 자동 화재탐지 설비(2만㎡ 이상)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하지만 연구기관들은 1년에 한 번 자체적으로 점검한 결과만을 관할 소방서에 내도록 돼 있어 사실상 규정이 사문화돼 있다. ●안전 실태조사도 외부위탁 감독 허술 올 4월 시행된 연구실 안전환경조성에 관한 법률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여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법은 연구기관이 안전관리규정을 작성해 게시하고 정기적인 점검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감독해야 할 과학기술부 연구실안전과는 인원부족으로 실태조사마저 외부에 위탁한 상태다. 위탁기관 조사보고도 다음달이 돼야 완료되기 때문에 법이 만들어지고 나서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서울소방방재본부 예방담당 고승 주임은 “위험한 약품을 다루는 실험실은 따로 방재규정을 둬야 하지만 모든 실험실이나 연구실이 위험물질을 다루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나친 규제라는 여론도 무시할 수 없어 따로 규정을 두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국민들은 차분…사재기등 동요 없어

    북한의 핵 실험에도 불구하고 9일 대다수 국민들은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주가 폭락·환율 급등 등 경제분야의 충격파는 컸지만 한반도 위기설이나 전쟁설이 나올 때면 되풀이됐던 생활필수품 사재기, 은행 현금인출 등 일상 생활에서의 동요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일부 외국인들은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잠실 롯데마트 월드점 전호영 지원매니저는 “추석 직후여서인지 매장 내 손님이 뜸할 정도”라면서 “쌀이나 라면, 휴대용 가스레인지 등 생필품 사재기는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홍보팀 김민석씨는 “전국 주요 지점을 두루 확인해본 결과 북한 핵 실험으로 인한 동요는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백화점들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신세계 홍보담당 김자영 과장은 “아주 특별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한 시장의 동요는 앞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북핵 문제가 시간을 두고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이어서 소비자들의 동요가 더욱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서울의 주요 유통센터와 백화점, 재래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평온한 모습이었다. 잠실의 한 유통매장에서 만난 인원달(67)씨는 “북한 핵실험 자체는 괘씸한 일이지만 국력 차이가 워낙 커서 전쟁이 날 것이라 보진 않는다. 국민 의식수준도 높아져 과거와 같은 사재기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과거 한반도에 위기론이 대두될 때마다 어김없이 국민들은 불안심리를 행동으로 표출하곤 했다.1994년 3월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에 이어 그해 6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당시 일부 백화점과 시장을 중심으로 생필품의 사재기 현상이 있었다. 금융시장에도 예금인출이나 환투기 등 우려할 만한 상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국민은행 역삼동지점 관계자는 “지점 창구는 평범한 월요일 오후 상황 정도”라면서 “예금을 인출하거나 달러를 사겠다는 등 상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전에 대한 문의전화는 은행들로 걸려 왔다. 우리은행 본점 영업부 관계자는 “외국에 유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주부가 환율 급등이 일시적일지 여부를 묻는 등 외환시장 관련 전화가 몇 통 걸려 왔다.”면서 “단 대부분 유학송금 등을 위한 실수요층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한 외국인들은 핵 실험 강행 소식이 전해지자 신문과 방송 뉴스에 귀를 기울이는 등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일본인 미즈카미 지사에(30·여)는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핵 실험 소식을 들었다. 다음주에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상황이 긴박해지면 귀국 날짜를 앞당기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영어강사 미국인 마릴린 플럼리(59·여)도 “오전에 친구들과 핵실험 관련 보도를 봤는데 다들 ‘서둘러 짐 싸서 미국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독일인 교수 한스 알렉산더(50)는 “핵 실험이 사실이라면 매우 놀랍고 무서운 상황이지만 그동안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나름의 노림수가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아직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유학생 오가타 야스히로(30)는 “종일 TV뉴스를 통해 시시각각 들어오는 뉴스를 들었다.”면서 “3년간 한국에서 살았지만 이런 긴박한 상황은 처음 접해본다.”고 말했다. 서울 재팬클럽은 연락망 정비 등 비상 대응에 들어가기로 했다. 유영규 이재훈 윤설영기자 whoami@seoul.co.kr
  • “등산객과 산림정책아이디어 토론”

    정부대전청사에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정책을 개발하거나, 개선의 실마리를 찾아보려는 움직임이 퍼져가고 있다. 동아리 모임 등에서 자발적으로 문제를 깨닫고 스스로 발품을 팔아 해결하는 방식이어서 화제를 모은다. 산림청의 ‘등산사랑’은 단순히 취미로 산을 찾는 산악회가 아니다. 산림청 직원과 민간 전문가 등 2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산림휴양문화의 개척자’를 자처하는 회원들은 ‘고객’의 시각으로 이용하기 편한 등산로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박은식 등산사랑 회장은 “함양 육십령과 괴산 희양산 등에 올랐을 때는 회원들 사이에 훼손된 백두대간의 등산로를 산림정책 차원에서 하루빨리 정비해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대전의 계족산에서는 시민들이 만족하는 시설을 갖춘 도심 주변 등산로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다음달 수립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등산로 조성 및 관리 계획에 지침으로 제시될 예정이다. 등산사랑은 10월부터는 ‘등산객과의 대화’에도 나섰다. 산을 찾는 실수요자의 고견을 들어 산림정책에서 부족했던 ‘2%’를 채우겠다는 뜻이다. 대전청사에 있는 각 외청의 산악회장을 초청해 토론회도 갖기로 했다. 문화채청의 ‘무형문화재포럼’은 지난 4월 발효된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협약과 우리 문화재 정책의 괴리를 해소해보겠다는 포부로 문화재 공무원들이 결성한 자발적 모임이다. 회원들은 강릉 단오제와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 등 전승현장을 찾아다닌다. 또 학계의 세미나에도 참여해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초청 강좌도 열고 있다. 박희웅 회장은 “현장 확인 결과 무형 문화재와 관련한 유형의 문화유산에 대한 보호 대책이 미흡함을 확인했다.”면서 “회원들이 제기한 문제는 연구를 심화시켜 정책 건의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허청의 ‘직무발명제도연구회’는 관심이 거의 없던 직무발명에 대한 법적 토대와 기준을 마련한 주역이다. 회원들은 기술의 해외 유출과 분쟁 증가의 원인이 제대로된 보상체계의 미비에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기업 방문과 연구, 세미나 등으로 개선안을 마련했고 특허법으로 이원화되어 있던 직무발명을 발명진흥법으로 일원화시키는 제도화에도 성공했다. 연구회에는 외부 전문가 90여명을 포함한 15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직접 인터넷 홈페이지도 운영한다. 회장인 이재훈 일반기계심사팀장은 “자발적 활동이지만 비용 부담 등 현실적 제약도 없지 않다.”면서 “학습동아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지원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달청에서는 온라인 학습동아리인 유비네트와 오프라인 동아리인 구매제도연구회가 협력해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무조건적으로 품목을 지정하는 데서 벗어나 수요기관이 기관 실정에 맞는 물건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다수공급자 계약제도가 획기적인 제도이지만, 사후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조달시장 진입이 쉬워진 만큼 가격과 품질, 납기 등을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수요기관 신뢰를 잃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해 보완책을 마련토록 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본지 보도 그후…희귀병 어린이 2명 희망의 한가위

    본지 보도 그후…희귀병 어린이 2명 희망의 한가위

    희귀병을 앓는 환우들에게도 추석은 마냥 즐겁고 기다려지는 명절이다. 힘든 투병 생활을 잊고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 언젠가 완치되리라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꿈에 부푼다. 서울신문을 통해 세상에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던 ‘희귀병 어린이’ 형준이와 원기를 만나 보았다. ■ 진행성 근이영양증 홍원기군 “원기도 꿈을 이뤘어요. 모두 희망을 가지세요.” 한가위 연휴를 하루 앞둔 4일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 진행성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홍원기(8)군은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서울신문 4월3일자 6면 보도)평소 비행기 조종사가 꿈이었던 원기는 지난달 29일 공군의 도움으로 헬기를 타고 1시간30분 동안 서해안을 누비는 소원을 이뤘다. 서울신문 보도를 통해 원기의 초이동 집이 화재로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모두 1600여만원의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 돌려받은 전세금과 이 성금으로 원기네는 4월 중순 망월동에 새 보금자리를 꾸렸다. 하지만 원기는 요즘 힘들다는 얘기를 부쩍 자주 한다. 밤에 자다가 다리가 펴지지 않는다며 서너차례씩 어머니 김오숙(40)씨를 깨워 주물러 달라고 보챈다. 단백질 결핍 때문에 점점 팔·다리 등의 근육이 굳어지는 진행성 근이영양증의 증세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화재 당시만 해도 조금씩 걸을 수 있었지만 이젠 다리에 힘이 빠져 혼자서는 일어설 수조차 없다. 결국 지난달 한 복지단체의 도움으로 300만원을 주고 전동 휠체어를 구입했다. 수영을 통한 근육강화 운동도 시작했다. 어머니 김씨는 원기의 상태를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보통 환우들보다 진행이 좀 빠른 편이라 걱정이에요.‘나도 걷고 싶어. 뛰고싶어.3000년 뒤에 다시 태어나면 나 걸을 수 있는 약이 나올까.’라고 묻기도 해 눈물을 짓곤 합니다.” 매일 복지관과 병원을 오가는 강행군을 하고 있는 원기에게 이번 추석 연휴는 말 그대로 ‘쉬는 날’이다. 요즘 재미를 붙인 인근 미사리 산책으로 투병에 지친 몸을 달랠 예정이다. “원기가 비록 몸은 안 좋아지고 있지만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마련한 보금자리에서 힘을 얻고 있답니다.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느꼈던 희망을 결코 잃지 않을 테니 여러분들도 행복한 한가위 되시길 빕니다.” 원기 후원계좌는 농협 560-17-002612(예금주는 원기 치료를 돕고 있는 하남시종합사회복지관). ■ 간문정맥 혈관기형 박형준군 “할머니, 기다리세요. 형준이가 갈게요.” 서울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판자촌에 살며 간문정맥 혈관기형이라는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박형준(4)군에겐 이번 한가위가 어느 때보다 새롭다.(서울신문 3월7일자 8면 보도)자주 입과 항문으로 피를 토하던 형준이는 주변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아 이제는 병세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덕분에 이번 추석에는 1년만에 대전 할머니 댁으로 가는 귀성길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올해 설은 서울의 병원에서 보낸 형준이였다. 병치레 스트레스로 자주 짜증을 부렸던 형준이는 일곱달만에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제법 애교도 부리는가 하면 뭐라는지 알아듣기 힘들던 발음도 꽤 정확해졌다. 보기 힘들었던 미소도 가끔씩 지어보이며 포이동 판자촌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 이런 형준이를 이웃 사람들은 ‘포이동 마스코트’라고 부른다. 서울신문 보도가 나간 뒤 모두 2500여만원의 성금이 답지했다.7월초 버릇처럼 물어뜯은 손가락 상처를 통해 들어간 균이 장을 감염시키는 바람에 한차례 피를 쏟았고, 그 바람에 치료비로 300여만원이나 들었다. 이전에는 고스란히 빚으로 남을 치료비를 이번에는 주변의 따뜻한 온정이 담긴 성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형준이는 한달 전부터 일주일에 두 차례씩 강남구청 옆 한 아동발달연구소에서 언어·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유독 말이 늦고, 심하게 낯을 가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할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치료한 뒤부터는 의사표현도 확실하게 하고, 붙임성도 꽤 늘었다. 형준이 어머니 김연(29)씨는 “시간당 6만원이나 드는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형준이가 점점 나아져 너무 좋다.”고 말했다. 아버지 박종묵(42)씨는 “항상 멀리 나가면 형준이 때문에 불안했는데, 다행히 이번 추석은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형준이도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이 즐거운 한가위를 맞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형준이 후원계좌는 국민은행 767401-01-167369(예금주 김연). 글 사진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한가위 귀성길 곳곳 정체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민족대이동’이 시작됐다. 연휴를 앞둔 4일 고속도로와 철도역, 버스터미널, 공항 등에는 수많은 귀성 인파가 몰렸다. 이번 연휴는 나흘이나 되는 데다 공휴일이 징검다리식으로 끼어 있어 귀성길 교통 소통이 원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부 구간에선 정체가 있었다. 4일 오전까지 전국 고속도로는 대부분 구간에서 원활한 흐름을 보였지만 오후 들어 지·정체 구간이 늘었다. 경부고속도로는 안성분기점∼천안분기점 부근, 죽암휴게소 부근 등에서 흐름이 지체됐다. 영동고속도로 북수원∼광교터널, 호법∼이천 구간과 중부고속도로 이천휴게소∼일죽부근, 하남분기점∼곤지암부근 등에서 거북이 운행이 이어졌다.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은 4일 오후부터 귀성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연휴 기간 고속버스는 하루 평균 342회 늘어난 6800여회가 운행되며 시외버스는 전세버스 2만 6500여대를 활용해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투입된다. 철도공사는 하루 평균 객차 수를 평시 대비 15.8% 증가한 6003량을 운행한다. 연안여객선은 하루 평균 164차례 추가 운항되고 국내선 항공편은 하루 평균 21편 증편된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 국내선은 대부분 90% 이상의 예매율을 기록했다. 김포공항은 임시편 10편을 포함해 국내선 75편을 운항키로 했다.유영규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의 ☆꼴 입사지원서

    취업 준비생 A(28)씨는 지난달 인터넷으로 한 공기업에 입사 지원서를 넣다가 짜증이 확 났다. 가족들의 최종 출신학교와 직장명은 물론이고 부모와 자신의 동산·부동산에다 주민번호까지 적으라고 돼 있었다. 회사측에 항의하자 그저 “채용방침”이라고만 했다.A씨는 결국 지원을 포기했다. 대학원생 B(26·여)씨도 얼마 전 광고회사에 입사 지원서를 쓰다 심한 수치심을 느꼈다. 집안의 월 수입에다 자신의 키와 몸무게까지 적으라고 했다. 이전에 지원서를 냈던 한 호텔에서는 종교를 묻기도 했다.“업무와 관계 없는 정보까지 요구하는 기업들을 보면 화가 나지만 우리 같은 입장에서는 항의는커녕 어떻게든 잘 맞춰 써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하반기 입사 시즌을 맞아 일부 기업들이 지원자들에게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 여러 차례 지적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인재를 엄선해 뽑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워 고칠 생각을 않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약자’인 터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원서를 쓰고 있다.C(25·여)씨도 최근 대기업 입사 지원서를 쓰면서 어머니에게 최종 졸업학교를 물었다가 핀잔을 들었다. 어머니는 “기분 나쁘게 대체 그런 건 왜 묻는 거냐. 집안이 어려워 원래 갈 수 있는 고등학교보다 못한 학교를 갔으니 이모가 나왔던 학교 이름을 써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런 현상은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2003년 초 국가인권위 차별조사국이 100대 기업 입사 지원서 실태조사에 나서 관련 사안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모든 기업들로부터 개선하겠다는 확약을 받은 뒤 조사를 종결했다. 조사에 참여했던 인권위 관계자는 “한동안 잠잠하던 기업들의 불합리한 개인정보 요구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원자가 어떠한 성장 과정을 거쳐왔는지 알아보고 면접 등에서 질문의 기본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일 뿐, 개인정보를 따로 조회해서 다른 용도로 이용하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세상이 복잡하다 보니 요즘 지원자들 중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도 시행착오를 막자는 차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전형이 끝난 지원자들의 개인정보들을 폐기하지 않고 자기들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해 놓고 있다.D(30)씨는 얼마 전 한 공기업의 하반기 공채에 지원서를 쓰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원서접수 인터넷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봤더니 상반기 탈락 때 냈던 자기 지원서가 고스란히 떴다. 공사측은 “1년 정도는 응시자의 신상정보를 보관한다.”고 답했다.D씨는 “어디로 새나가 어떻게 쓰일지도 모르는데 전형이 끝나면 폐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지만 소용 없었다.”고 말했다. 대형 전자회사에서도 지원정보를 누적해 보관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인사팀 관계자는 “차후 재응시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이전 지원자들의 서류를 일정 시점까지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법률로는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관계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입사 지원자와 기업의 관계는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기업이 이미 전형이 지난 개인정보를 모아두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황우석 제자4명 논문 조작”

    서울대는 29일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제자 4명의 박사 논문에서 데이터가 중복 사용된 사실을 확인, 이장무 총장에게 징계를 건의키로 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조작 의혹을 받은 박사학위 논문 저자 9명을 조사한 결과 4명의 논문에서 데이터 사진 중복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국제적 연구진실성 기준을 위배한 것”이라고 밝혔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중고생들 빼앗긴 한가위

    중고생들 빼앗긴 한가위

    고3 수험생 조모(18·서울 목동)양은 이번 추석에 충북 제천의 큰집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학원 특강에 등록했다. 조양은 “중간고사가 끝나긴 했지만 모의고사에서 사회탐구 영역 점수가 계속 낮게 나와 집중적으로 특강을 듣기로 했다.”면서 “친구들 중에도 추석을 학원에서 보내려는 애들이 많다.”고 했다. 딸의 공부를 지원하기 위해 조양의 어머니도 계획을 바꿔 서울에 남기로 했다. 중3 서모(15·경기도 분당)양도 올 추석에는 대구 할머니댁에 가지 않는다. 이달 말 외국어고 시험을 앞두고 학원에서 10월3일부터 5일까지 추석특강이 있다. 서양은 “외고 입시가 이달 말이고 중간고사도 끝나지 않았다. 외고를 준비하는 애들 중 시골에 가는 경우는 절반도 안될 것”이라고 했다. 예년보다 긴 추석 연휴를 실력보강의 기회로 삼으려는 중고생들로 학원가가 때아닌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대목을 잡으려는 입시학원들의 계산도 맞아떨어졌다. 수험생 입장에서 이번 주말부터 계산하면 추석의 마지막까지 최소 7일(30·1·3·5·6·7·8일)이 확보된다. 서울 강남 대치동과 목동, 노량진 등을 중심으로 학원가에는 ‘추석 프로젝트 특강’‘추석 원샷특강’‘단기 속성강의’ 등 다양한 이름의 강의들이 등장했다. 지난 17일 서울 노량진 A학원에는 새벽부터 학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다음달 3일과 5~8일까지 닷새 동안 진행되는 단기 추석특강에서 유명 강사의 수업을 등록하려는 학생들이었다. 대기표만 2000장이 넘게 배포됐다. 학원 관계자는 “인기 강사의 특강은 등록 첫날 오전에 마감됐다.”고 전했다. 고향이 대전인 재수생 정모(20)씨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회탐구 영역 수강증을 끊었다.“고3들까지 학원가로 대거 몰려 수강 접수창구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최고 인기 강사의 강의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추석 동안 5점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기 있는 과목은 단기특강의 효과가 높다고 알려진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이다. 대치동 강남M학원의 ‘추석 5일 완성반’은 지난주 이미 사회탐구가 마감됐고 과학탐구도 90% 정도 찼다. 학원측은 “사탐과 과탐은 학생들이 소위 몰아치기만으로 성적이 비교적 많이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목동 등지에서는 학생을 10,15명 단위로 묶어 가르치는 ‘소그룹 추석 특강’이 인기다. 목동 S학원은 추석연휴 5일간 6시간씩 과목당 총 30시간의 집중강의를 한다는 계획이다. 급기야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학원 ○○○ 강사의 추석 수강증 웃돈 주고 삽니다.’는 글까지 등장했다. 목동 S학원 관계자는 “한 과목을 며칠에 몰아 집중적으로 강의할 경우 학생이 배웠던 것을 잊지 않는 등 학습효과도 크다.”면서 “특히 중위권 학생은 소그룹 집중 강의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강 무용론’도 나온다. 목동에서 10년째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보습학원 원장은 “단기특강은 학생의 조급한 마음과 학원의 상업적인 계산이 만난 것일 뿐 경험상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면서 “조급함을 벗고 쉴 때는 푹 쉬어 주는 것도 수험생에게 필요한 공부법”이라고 말했다. 유영규 이재훈기자 whoami@seoul.co.kr
  • 애인에게도 감추고 싶은 나만의 ‘그것’

    애인에게도 감추고 싶은 나만의 ‘그것’

    ‘비밀’ 없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더구나 남녀 관계에서라면. 아무리 흉허물 따지지 않는 오랜 연인 사이라 해도 지키고 싶은 자존심, 혼자만 간직하고픈 추억 등 상대방이 몰랐으면 하는 자기만의 비밀상자는 있게 마련이다. 너무 속속들이 알아 애정전선이 시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적 의도에서 비밀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연인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 보자. ■ 남자 ●“옛 여자친구의 편지만은…” 군대 시절 옛 여자친구에게서 받은 300통의 연애편지. 회사원 서모(31)씨에겐 남에게 절대 공개할 수 없는 보물 같은 비밀이다. 6년 동안 사귀었던 여자친구는 아기자기한 편지지에 애절한 그리움을 담아 2∼3일에 한번씩 꼬박꼬박 편지를 보내왔다. 제대 2년 만에 헤어지고 지금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지만 서씨는 그 편지들을 서류박스 6개에 고이 담아 책상서랍에 간직하고 있다.“인생의 한 부분을 같이했던 사람과의 소중한 추억거리여서 버릴 수도 없고, 지금 여자친구에게 보여줄 수도 없죠. 만약 지금 이 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어딘가에는 그 편지들을 숨겨둘 것 같아요.” ●“불투명한 취업에 대한 고민은 나 혼자서” 대학 졸업반 김모(25)씨는 여자친구에게 취업에 관한 얘기는 절대 꺼내지 않는다. 미래가 불투명한 마당에 언제, 어느 회사 입사시험을 치를 거라고 말하면 공연히 기대감만 부풀려 놓을 것 같아 부담스럽다. 김씨는 “여자친구가 이제 겨우 대학 2학년이라 취업에 대한 관심도나 절박함이 나랑 다를 것이란 점도 하나의 이유”라고 했다. 지난달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박모(26)씨도 5년 사귄 여자친구에게 취업상황에 대해서는 함구한다.“어디에 시험본다고 했다가 떨어져서 무능력하게 비치는 건 참을 수 없죠.” ●“재산 보고 사람 사귀는 거 아니래요.” 부모가 상당한 재력가인 이모(27·유통회사 근무)씨. 하지만 절대로 가족의 재산에 대해 여자친구에게 말하지 않는다. 집안의 경제적 배경이 애정관계에 영향을 주는 게 싫다.“언젠가는 지금 여자친구가 저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 그때 우리 집안의 재력이 그녀에게 헤어짐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면 곤란하죠. 그런 관계는 절대 인정할 수 없어요.” 여자친구에게 민망한 사실조차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대학생 문모(27)씨도 자기 통장 잔고만큼은 비밀이다. 이유는 이씨와 정반대다.“아직 취업을 하지 못해 변변찮은 통장을 보고 여자친구가 실망하게 되는 게 너무 싫다.”고 말했다. ●“감추고 싶은 콤플렉스는 무덤까지 꼭꼭” 회사원 김모(28)씨는 여자친구와 놀이공원이 있는 지하철역을 지날 때마다 움찔한다. 그에겐 놀이기구 공포증이 있다.“여자친구 앞에서 얼굴이 하얗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줄 순 없어요. 금세 친구들 사이에 ‘남자가 놀이기구도 못 탄다.’는 소문이 돌거고, 그러면 고개 들고 다니기 좀 그렇잖아요.”회사원 박모(27)씨는 머리숱이 적다는 사실이 털어놓기 힘든 비밀이다. 박씨는 “탈모가 집안 내력이기 때문에 늘 공포감에 휩싸여 살고 있다. 요즘 자꾸 머리숱이 적어지는 것 같아 앞머리를 내리는 스타일로 바꿔 여자친구의 눈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한 동영상 때문에 이미지 깎이면 안 되죠.” 대학 조교 강모(30)씨는 자기 건강상태에 대해 일절 입을 안 여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당장 어디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에 한번 된통 당한 적이 있다.“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게 나왔다고 여자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운동하라.’‘술 마시지 마라.’ 등 온갖 잔소리가 쏟아지더군요. 잘못하면 결혼 약속까지 깨자고 할 것 같아 건강문제는 비밀입니다. ”회사원 정모(29)씨는 집안에 쌓여 있는 1000장 정도의 ‘야동’(야한 동영상) CD가 여자친구에게 일급비밀이다. 들켰다 하면 당장 호색한으로 찍힐 판이다. 정씨는 “여자친구가 아직까지는 ‘남의 남자들은 다 그래도 내 남자는 안 그럴 것’이라고 믿고 있는데 그걸 생각하면 빨리 처분을 해버릴까 싶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재훈 윤설영기자 nomad@seoul.co.kr ■ 여자 ●“너에게만은 언제까지나 여자이고 싶어.” 병원에서 일하는 홍모(28)씨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알아주는 애주가.1주일에 2∼3차례는 동네 술 친구들을 불러모을 정도로 알코올을 사랑한다. 소주 2병을 ‘워밍업’으로 치니 주량도 대단하다. 그러나 이 술 실력은 남자친구에게만큼은 절대 비밀이다.“남자친구 앞에서 가끔은 약한 모습도 보여야 하는데 소주 2병을 마시고도 멀쩡한 줄 알면 안 되잖아요.” 대학생 박모(24)씨는 남자친구와 데이트할 때면 늘 곱게 빗은 머리에 뽀얗게 화장한 얼굴로 나타난다.3년을 넘게 사귀었지만 단 한번도 남자친구에게 맨 얼굴을 드러내 보인 적이 없다. 그렇다고 화장발 미인인 것도 아니다. 다만 “결코 흐트러진 모습은 보여줄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간혹 오래된 연인들이 트림을 하거나 방귀를 뀌는 등 허물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박씨는 이해할 수가 없다. 박씨는 “연애를 오래할수록 예의는 지켜줘야 한다. 편하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대하면 결국 아무렇지도 않은 사이가 되고 말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나만의 공간은 비밀로 남겨둘래.” 회사원 한모(28)씨는 자기 방만큼은 비밀의 공간으로 남겨두고 싶어 한다. 단 한 번도 남자친구를 집으로 초대한 적이 없다. 남자친구와 거의 모든 걸 공유하고 있지만 나만의 공간마저 침해당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자기 방에 남자친구에게 보여줄 수 없는 무언가를 숨겨놓은 것은 아니다.“서로 모든 걸 알아 버리면 은밀함이 떨어지잖아요. 사적인 부분은 남겨두어야죠.” 회사원 신모(25)씨는 인터넷상의 ‘나만의 공간’을 수호하는 경우. 매일 쓰는 미니홈피 일기장만큼은 아무리 남자친구라 해도 보여줄 수 없어 비밀번호로 꼭꼭 잠가놓았다. 신씨는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전 문제는 간섭하지 않기” 회사원 황모(26)씨는 “월급 내역만은 절대 비밀”이라고 말했다. 자기 월급이 남자친구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는 것도 이유지만 서로의 수입·지출 내역을 너무 상세하게 알면 원치 않게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황씨는 “결혼하게 되면 알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 전까지는 나도 굳이 남자친구의 월급통장을 열어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26)씨도 4년째 사귄 남자친구에게 신용카드 사용내역만은 절대 비공개다. 이씨는 “남자친구와 모든 정보를 공유하지만 왠지 카드내역서까지 공유하면 씀씀이는 물론이고 나의 생활 전체가 드러나는 것 같아 싫다.”고 말했다.“결혼을 해도 용돈을 어디에 쓰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묻지도, 말하지도 않을 거예요.” ●“내 자존심은 내가 지킨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혼난 건 비밀”이라고 말하는 김모(31)씨. 직장에서 속상한 일이 생기면 남자친구에게 털어놓고 위로를 받기는 하지만 자기 능력에 흠집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남자친구에 비해 별 볼일 없는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거기서 능력마저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할까봐 말하고 싶지 않아요. 겉으로는 위로를 해 줘도 속으로는 실망할 수도 있잖아요.” 늘씬한 외모의 회사원 노모(24)씨는 “내 키와 몸무게 등 신체 사이즈만은 절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노씨는 “남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 사이즈와 실제 신체 사이즈에는 차이가 있다.”면서 “굳이 깨고 싶지 않은 환상이랄까, 마지막 자존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설영 이재훈기자 snow0@seoul.co.kr
  • 연차휴가 늪에 빠진 샐러리맨들

    바쁘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법으로 보장된 연차휴가를 제 때 쓰기 어려운 게 직장인들의 현실. 하지만 못간 휴가를 돈으로 보상해 줘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적잖은 비용부담으로 이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9·10월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휴가사용 촉진기간이어서 요즘 기업마다 연차휴가 소진을 둘러싸고 진통이 적잖다. 일부 기업들은 10월1일부터 추석 연휴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근무일을 연차휴가를 떨어버릴 절호의 기회로 보고 사실상 ‘강제휴가’를 적용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일 때문에 쉬지 못하는 직장인들은 자칫 휴가도 못가고 수당도 못 받게 생겼다며 볼멘 소리를 낸다. ●징검다리 근무일 무조건 써라? 국내 유명 이동통신사 영업사원 A(29)씨는 지난달 말 인사팀의 공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일요일(10월1일)-개천절(3일)-추석연휴(5∼8일) 사이에 낀 2일과 4일을 연차휴가일로 등록할 테니 무조건 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장 팀장은 “대체 인력이 없으니 그냥 일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A씨는 꼬박 이틀의 연차를 쓰면서 일은 일대로 하게 됐다. 노사간 서면 합의를 전제로 징검다리 연휴에 끼인 근무일을 연차로 일괄 소진할 수는 있지만 A씨의 회사는 노조와 합의도 하지 않았다. 결국 노조의 반발로 이 공문은 취소됐지만 한참 동안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A씨는 “현장 일을 하면 눈치가 보여 연차 쓰기가 거의 불가능한데 회사에서 꼼수를 쓰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여름휴가를 연차로 대체하라니… 유통회사에 다니는 B(31)씨는 연차 15일 중 6일을 여름휴가로 바꿔치기해야 한다. 지난해 7월 주5일 근무제가 적용되면서 사측은 당초 3일간이던 여름휴가를 없애고 대신 연차휴가 6일을 무조건 여름휴가로 대체하라고 지시했다. 여름에 연차로 쓰지 않으면 이듬해 대체수당은 물건너가게 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시기를 정해 연차휴가를 강제로 적용하면 불법이지만 B씨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회사 방침에 따라야 했다.“멀쩡한 연차휴가가 15일에서 9일로 줄어든 것 아닙니까. 안 그래도 업무에 바빠 연차를 쓸 생각도 못하고 있는데 정말 힘 빠집니다.” ●”나도 안가니 너희도 가지마” 유명 전자회사의 영업사원 C(34)씨는 일 욕심 많은 팀장을 만난 죄로 연차를 쓰지 못했다. 팀장은 종종 팀원들에게 농담처럼 “목표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는데 어떻게 휴가를 쓰겠나. 목표를 달성하면 그때 쓰자.”고 말해 왔다. 이 때문에 연차는커녕 정기휴가조차 겨울이 돼서야 겨우 사흘 다녀온 적도 있었다.C씨는 “팀장은 ‘나도 안가니 너희도 가지 말라.’는 식이었다.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를 팀장의 성향 때문에 못 가는 게 억울했지만 아무도 반항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24시간 대기조 연차는 꿈 서비스가 빠르기로 소문난 보험회사에 다니는 D(31)씨는 최근 연차 예정일을 이틀 앞두고 고스란히 이를 반납해야 했다. 보상을 맡고 있는 그가 담당하는 병원으로 가입자가 들어오면 1주일씩 보상 처리에 매달려야 하는 탓이다. 사고는 예고 없이 접수되기 때문에 연차 사용은 무산되기 일쑤다. 그는 “고객만족 시스템만 있을 뿐 직원들이 휴가를 쓸 수 있게 배려해 주는 시스템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일단 사원들의 복지를 강조한다. 웅진식품 정진서(36) 인사과장은 “회사로서도 연차를 활용해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의욕을 얻게 하는 게 목표다. 동료에게 연차 사용에 따른 피해를 주지 않도록 업무를 분담하고 한달에 한번, 또는 꼭 필요한 날 연차를 써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임금근로시간정책팀 김양현 팀장은 “장시간 근로가 미덕인 시대는 가고 적절한 휴가와 재충전이 필수인 시대가 왔기 때문에 사측은 최대한 연차휴가를 사용할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고 노동자들은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아야 한다. 만약 사측이 법에 저촉되는 규정을 강요할 경우 노동부 감독관에게 권리규제요청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주5일시대 바뀐 휴가제도 ‘촉진제’ 도입 사용안해도 수당없어 올 7월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주5일 근무가 확대됐지만 함께 바뀐 연차휴가제의 내용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아 곳곳에서 혼선이 일고 있다. ●연차휴가 일수는 종전과 비슷 개정 근로기준법은 ▲매년 근무일의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 15일의 연차휴가를 주고 ▲3년차부터 2년마다 1일씩 추가하도록 규정(주5일 사업장에만 적용)하고 있다.종전에는 ▲100% 출근하면 10일,90% 이상 출근하면 8일의 휴가를 준 뒤 2년차부터 1년마다 1일씩 늘었다. ●대체수당은 종전과 큰 차이 개정법에 추가된 ‘휴가사용촉진제도’는 사용자가 매년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남은 연차 일수를 공지하고 ‘10일 이내에 구체적인 연차 사용 계획을 제출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가 연차를 쓰지 않으면 이듬해 대체수당을 안줘도 된다고 규정한다.종전에는 연차휴가를 소진하지 못하면 이듬해 수당으로 줬다. 올 추석처럼 연휴 사이에 낀 근무일을 노사 합의하에 연차휴가로 지정하는 ‘유급휴가 대체조항’도 있다.근무 효율이 떨어지는 징검다리 근무일에 단체로 연차휴가를 쓰는 제도다. 한편 하계·동계휴가는 노사간 합의에 의해 주어지는 약정휴가로 연차와는 다른 개념이다.이 때문에 약정휴가를 연차휴가로 대체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변질‘센트룸’ 유통 논란

    변질‘센트룸’ 유통 논란

    경기도 부천시 상동에 사는 김창길(37·회사원)씨는 지난 7월 중순 아내(36)가 복용해온 약을 반으로 갈라보고는 깜짝 놀랐다.6월22일 동네 S약국에서 조제해 온 2개월치 약 포장에 각각 한 정씩 들어 있던 종합비타민제 센트룸이 검버섯 같은 것이 끼어 있는 등 변질돼 있었다. 김씨가 약국으로 찾아가 확인한 결과 약의 유통기한은 내년 4월30일까지였다. 김씨는 “만성 당뇨병과 갑상선염으로 투병 중인 아내가 전에 없이 만성 두통과 소화불량, 신경과민을 호소해 약에 문제가 있나 싶어 잘라 본 것”이라면서 “유통기한도 지나지 않은 유명 약품이 썩어 있었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전세계로 유통되는 유명 종합비타민제 센트룸이 유통기한을 9개월이나 앞둔 상태에서 변질돼 복용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제약회사측은 약국과 복용자의 잘못된 관리 탓이라며 나 몰라라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신문 취재진이 S약국에 확인한 결과 김씨 아내와 비슷한 시기에 조제된 센트룸을 복용한 박모(60·여)씨 등 4명이 똑같은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밝혀졌다.S약국 김모 약국장은 “약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변질 가능성이 아주 낮은 제품이다.25년 동안 약국을 운영해 왔지만 약이 이렇게 변질된 건 처음이다. 원 제조국인 미국 제품에 비해 캐나다에서 수입된 센트룸은 방습코팅이 좀 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외국계 제약회사인 ㈜한국와이어스가 지난해 7월 캐나다에서 100정 들이 1만 6000통을 수입해 온 물량 중 일부다. 하지만 ㈜한국와이어스측은 별다른 대책이나 피해 보상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와이어스 품질관리과 홍기형 과장은 “약통에 담겨 있었으면 이상이 없었을텐데 약국에서 별도의 봉투로 조제된 제품을 장마철에 관리를 잘 하지 못했거나 젖은 손으로 만져 습기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일차적인 책임은 약국에 있어 제품을 조제하고 있는 약국측에 앞으로 컨테이너 보관상태에서 처방하도록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약사회 고위 관계자는 “국내 다른 비타민제들도 장마철 습기 등에 대비해 제조되고 있는데 유독 센트룸만 변질됐다는 점에서 최초의 제조 과정에서 내수성을 높이기 위한 포장이나 코팅 등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에 나온 제품들을 모두 조사해 리콜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주말탐방] 신림동 고시촌 신풍속도

    [주말탐방] 신림동 고시촌 신풍속도

    13일 밤 9시 서울 관악구 신림9동 ‘신림동 고시촌’에서 최고급으로 소문난 O피트니스 센터가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다. 이 무렵에는 TV 9시 뉴스나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동시에 러닝머신을 이용하려는 고시생들이 몰리기 때문이다.1년 전쯤 문을 연 이곳은 다른 곳보다 월 이용료가 4만∼5만원 비싸지만 고시생들이 몰려 자리가 없을 정도다.‘고시생 주제에 무슨 최고급 피트니스 센터냐.’라고 의아해 한다면 고시촌의 변화에 한참 둔감한 것이다. 최근 2∼3년 새 이 지역에는 고급 피트니스 센터가 6∼7개나 들어섰다. 고시원·원룸 등 370여곳(신림9동사무소 자체 파악)에 고시생 2만여명이 몰려 있는 국내 최대 신림동 고시촌. 최근 이곳에는 화장실·에어컨 등이 갖춰진 원룸에 살면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학원 수업이 끝난 뒤 피트니스 센터에 들러 체력단련을 잊지 않는 ‘웰빙 고시생’이 늘고 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나름대로 잔뼈가 굵은 사법시험 도전 5년차 이모(28·고려대 대학원 휴학 중)씨는 “노력·체력·재력 등 고시 합격에 필요한 3력(力) 가운데 제일은 재력”이라면서 “돈이 신림동 고시촌의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이곳은 돈 있는 고시생들에게 적합하도록 시스템이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에서 서울대 방면 큰 길(남부순환로)과 가까운 곳에는 어김없이 원룸이나 고시텔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과거 한달에 15만∼20만원 했던 고시원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곳에 들어서는 원룸은 위치와 크기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지만 10평 정도라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80만원에 이르고 있다. 화장실과 에어컨 등이 갖춰진 6평 정도의 ‘미니 원룸’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에서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 월세만 놓고 비교해도 고시원에 비해 3∼4배 비싼 가격이다.2004년 말부터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24)씨도 원룸에 살면서 고급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부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조모(29·여)씨는 “이른바 ‘헝그리 고시생’과 ‘웰빙 고시생’을 비교했을 때 누가 더 합격률이 높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도 구독하며 사회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고시 출제경향과 정보가 많은 서울신문은 고시생들의 ‘필독지’로 통한다. 14일 낮 P독서실 앞 주차장에는 아우디·벤츠 등 고급 외제차가 주차돼 있었다. 독서실을 이용하는 고시생들이 타고 온 차들이다.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고시생들이 늘어난 것도 과거와 다른 요즘의 풍경이다. 8년째 행정고시에 도전하고 있는 김세호(가명·34)씨는 “예전에는 고시원에서 화장실을 공동으로 썼지만, 지금은 대부분 화장실이 포함된 원룸 형태로 바뀌고 있다.”면서 “그만큼 고시생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크게 증가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돈이 많은 고시생들은 변하고 있는 신림동 고시촌 시스템을 이용해 금방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최근에는 고시 합격생들에게 과목별로 개인 과외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림동 고시촌에 투입되고 있는 자본이 긍정적인 시스템 구축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300m 정도 떨어진 한 골목에는 PC방 8곳, 경마게임장 2곳, 스포츠 마사지 업소 1곳, 성인전용 PC방 2곳이 들어서 있다. 이런 시설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10년 가까이 신림동 고시촌에서 가장 유명한 ‘법문서적’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3·여)씨는 “2∼3년 전부터 급속도로 늘기 시작한 유흥업소들은 어중이떠중이로 고시촌에 몰려드는 ‘고시 낭인’들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시 특구를 만든다던 공약들은 온데간데 없고 음란 퇴폐촌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전통적으로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이 많았던 신림동 고시촌은 최근 들어 경찰공무원이나 일반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사람들이 늘고 있다. 법문서적에서 팔리는 책 중에서도 5% 정도는 일반 공무원 시험을 위한 것들이다. 지난해 1월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신림동에 들어온 박모(24)씨는 “3년쯤 전부터 신림동 고시촌에도 경찰공무원 시험대비 학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면서 “원래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이었던 ‘태학관’이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반을 만들 정도”라고 말했다. 김기용 이재훈기자 kiyong@seoul.co.kr ■ 서울대, 시험 장소제공 꺼린다?… 고대서 시험볼땐 숙소 잡느라 100만원 훌쩍 신림동 고시생들에게는 ‘작은 숙원’이 있다. 시험 장소에 서울대가 포함되는 것이다. 고시생들의 80%가 신림동에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시험은 늘 한참 떨어진 고려대·연세대·중앙대·한양대에서 치른다. 신림동 고시생들이 꼽는 최악의 시험 장소는 고려대다. 신림동에서 고려대까지는 지하철로만 이동할 경우 2호선 신림역에서 시청 방면으로 19개 역을 지나 신당에서 6호선으로 갈아탄 뒤 5개 역을 더 가야 한다.1시간 정도 걸린다. 나흘간 치러지는 사법시험 2차 시험장소로 고려대가 배정된 고시생들은 고려대 주변 호텔이나 하숙집에 숙소를 잡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방값이 갑자기 오르는 경우가 많아 때로는 100만원 이상 비용이 들기도 한다.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 시대를 맞아 2차 시험 응시자만 5000명이 넘고 있는데 대부분 신림동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 불만이 대단하다. 고시생들 사이에는 ‘법무부 책임이다’‘서울대가 거부하고 있다.’ 등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 임관혁 검사는 “2004년 법무부가 서울대에 시험장소 제공을 의뢰 적이 있었는데 서울대에서 ‘1000명 이상 수용할 건물이 없고 계절학기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수험생이나 서울대생 모두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고 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서울대는 기본적으로 사법시험에 협조하고 싶은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고려대나 연세대 등은 모교 출신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김기용 김준석기자 kiyong@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신림동 터줏대감이 말하는 변화 어느정도 고시 공부의 ‘메카’ 서울 관악구 신림9동에 고시촌이 생기기 시작한 건 30여년 전,1970년대 말로 추정된다. 서울대 관악캠퍼스가 완공되고 신림9동이 하숙촌으로 변하면서 고시생들의 ‘원룸 하숙방’인 고시원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관악산 자락 조용한 언덕배기인 신림9동 251∼254번지 일대에 몰려 있던 고시원과 하숙집에서 고시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신일도 하사불성’을 외쳐댔다. 이곳에는 갓 입학한 20대 초반의 대학생도 있지만 30대 후반이나 40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고시공부 경력이 15,20년이 훌쩍 넘는 이들은 가히 ‘신림동 터줏대감’이라 부를 만하다. 기혼자도 수두룩하다. 공부를 오래 하다 보니 집안이나 아내의 지원을 받는 것도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서 ‘장수 고시인’들 중에는 고시공부 경험을 바탕으로 고시 관련 책을 쓰거나 학원 강사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고시 합격보다는 고시 공부를 평생의 업처럼 생각하고 이 바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요즘 고시촌에도 양극화 바람이 분다.90년대 말 신세대 고시생들이 몰려 있는 큰길가의 1500번지 일대에 학원과 미니원룸, 유흥시설이 즐비한 신 고시촌이 등장했다. 이 때문에 노장 고시생들은 신림10동으로 넘어가는 언덕에 있는 구 고시촌을 ‘신림9.5동’이라 부른다.13일 오후 7시쯤 저녁식사를 마치고 언덕배기 ‘영복슈퍼’ 앞에서 종이컵에 따른 음료수를 홀짝이며 잡담을 즐기고 있는 노장들 가운데 17년차 고시생 김영식(가명·38)씨를 만나 격세지감을 들어봤다. 김씨는 88학번 법대 출신이다. 대학 3학년이던 90년 고시준비를 시작했다. 사법연수생 300명을 뽑던 시절이었다. 당시엔 학원도 거의 없었다. 대부분 책을 싸들고 혼자 공부했다. 태학관 등 그 시절 학원들은 법학이 아닌 과목을 공부할 때만 활용했다. 경제학과 문화사, 한국사 등 법학과 관계없는 시험도 치러야 했던 시절이었다. 학원들은 고시생들의 눈치를 보며 하숙집 밥먹는 시간에 따라 시간표를 짰다.“그때 고시촌엔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즐비했죠. 외무고시나 행정고시 준비생들은 잔뜩 주눅 들어 어깨도 못 폈습니다.” 95년 학사장교로 입대,98년 전역한 뒤 돌아온 고시촌은 어느새 ‘뉴타운’이 돼 있었다. 책상과 의자 하나에 몸 누일 공간이 전부이던 고시원에 머무르는 고시생보다 번듯한 원룸을 갖춰놓고 사는 신세대 고시생들이 늘었다. 각종 유명 고시준비 학원들도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섰다. 학원 재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고시생들은 학원 스케줄에 따라 생활 사이클을 정하는 학원생으로 전락했다. 식권 수십장을 도매하거나 한달치 식비를 미리 지불하고 먹는 월식을 제공하는 식당도 그즈음 급속도로 늘었다. 사법고시생 외에도 외시, 행시, 기시(기술고시), 변시(변리사시험), 입시(국회사무관시험) 등 각종 고시생들이 등장했다. 외환위기 이후 7·9급 공무원 준비생들도 하나둘씩 신림동을 찾아왔다.2004년쯤부터 경찰공무원시험 대비학원도 수요를 따라 생기기 시작했다.“예전엔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 고시생들은 사교육 세대라서 그런지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공부가 안되는 걸로 생각하나 봅니다. 데모하던 친구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깡다구도 없어 보이고 뭐든 부딪쳐 보는 청년정신도 부족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도 시험 이야기를 할 때는 신세대·구세대 따질 것 없이 합격 여부에 귀가 솔깃해지는 영락없는 고시생으로 돌아왔다.“지난달 2차 시험을 치렀죠. 다음달 24일이 발표일이라는 정보가 도는데 그날 제대로 발표할 지 모르겠네요.”그의 손에 들린 종이컵이 살짝 떨린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생각나눔] 발길 돌리게하는 ‘창덕궁 관람료’

    [생각나눔] 발길 돌리게하는 ‘창덕궁 관람료’

    회사원 A(33)씨는 지난 7일 오랜만에 창덕궁 관람에 나섰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3000원 정도면 들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매표소 직원은 목요일은 ‘자유관람일’이라며 1만 5000원을 요구했다. 입장권을 사 고궁을 둘러보긴 했지만 높게 책정된 요금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A씨는 “창경궁이나 덕수궁에 비해 턱없이 높은 데다 가이드조차 없는 자유관람에 1만 5000원은 터무니없는 폭리다. 시민들을 문화유산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그릇된 발상이 아닐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행 석달이 지난 창덕궁 자유관람이 방문객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효용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6월15일 창덕궁을 목요일에 한해 자유롭게 개방하면서 입장료를 국내 고궁 중 최고액인 1만 5000원으로 책정했다. 문화재청과 창덕궁측은 문화재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지만 자유관람 이용객은 일반관람객의 5분의1 수준에 그치고 있다. 11일 창덕궁 관리소에 따르면 목요일 자유관람을 실시한 뒤 이달 7일까지 자유관람객은 모두 6930명으로 하루 평균 533명이었다. 같은 기간 일반관람객은 20만 537명으로 하루 2747명꼴이었다. 자연공간의 보존 가치 때문에 79년부터 가이드의 안내에 따른 1시간20분 코스 시간제 관람을 원칙으로 해오다 올 6월 목요일을 ‘자유관람일’로 정하고 개별관람을 허용한 것이다.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자주 고궁을 찾는 대학원생 박수연(26·여)씨는 “일본의 고궁은 오히려 가이드가 있으면 요금이 높다. 창덕궁 자유관람은 일반관람과 큰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너무 높아 오히려 관광객의 발길을 멀리하게 하는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창덕궁 관리소 관계자는 “외국의 비슷한 고궁 입장료를 비교했고 일반관람료 3000원에 옥류천과 낙선재 특별관람료 각각 5000원, 사진촬영비 2만원의 일부분을 합쳐 적정한 선에서 가격을 정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궁릉관리과 관계자는 “관람료가 너무 낮은 상태에서 개방하면 60년대 개방 초기와 같이 적정 인원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 문화재 보호에 어려움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입장료를 높여 문화재를 보호하겠다는 건 관람객들의 문화 향유권을 외면한 발상이다. 사전예약제나 사전신청제로 관람객 숫자를 제한하는 등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車구조 문제 아예 없애 교통법령 지식은 최소화

    ‘다음은 자동차 냉각 팬 벨트에 대한 내용이다. 틀린 것을 골라라.’‘운전 중 차선 위반으로 단속됐을 때 부과되는 벌점은 얼마인가.’ 지난달 1일 이후 운전면허 학과시험에서 이런 문제가 사라졌다. 그 전에는 이렇게 어려운 법령과 자동차 구조에 대한 지식을 묻는 문제가 가득했다. 구체적인 벌점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숫자를 묻거나 자동차 부품·동력 전달방식 등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테스트하는 문제들이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었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요즘은 자동차 관리를 스스로 하지 않고 전문 수리 등은 대개 정비업체에 맡기기 때문에 실제 운전에 필요한 지식을 문제로 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바뀐 학과시험은 실용과 안전을 묻는 문제 위주로 대폭 바뀌었다.‘시내 편도 3차선 도로를 50㎞로 달리고 있는데 오른쪽 앞에서 왼쪽 깜빡이를 켠 택시가 3차로에서 2차로로 진입하려 한다. 어떻게 대처하면 가장 바람직할까.’와 같이 실제 운전자가 특정 상황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스스로 판단해 풀 수 있게 하는 문제들이 추가됐다.‘스쿨존은 학교 출입문에서 몇 m 반경이며 속도는 얼마나 낮춰야 하는가.’처럼 보행자·운전자 안전과 관련한 문제도 대폭 늘었다. 법령 지식은 필수항목만으로 최소화했고 용어도 쉽게 풀어썼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운전 학과시험’ 너무 쉬워졌나

    ‘운전 학과시험’ 너무 쉬워졌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사는 이승은(50·자영업)씨는 지난달 28일 서부면허시험장에서 치른 2종보통 운전면허 학과시험에서 64점을 받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12수 만의 합격이었다.10년 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다가 식당 운영에 운전이 필요해 지난 6월부터 다시 도전했다. 하지만 중학교 중퇴 학력에 어려운 법률용어가 가득한 시험은 이씨에게 너무 벅찼다. 이런 그에게 서광이 비친 것은 경찰의 시험 출제경향 변경. 용어는 한결 쉬워졌고 20년 운전경력을 갖춘 이씨에겐 상식적인 실용 운전법이 출제돼 훨씬 수월했다. 가장 큰 난관을 통과한 이씨는 이제 운전면허증이 거의 손에 잡힐 듯하다. 지난달 1일 출제경향 개정 이후 운전면허 학과시험 합격률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법률 용어와 자동차 구조를 묻는 문제가 사라지고 실용과 안전 위주로 바뀐 결과다. 경찰청 운전면허시험관리단에 따르면 지난 한달 동안 학과시험 응시자 12만 8422명 중 합격자는 8만 6422명으로 67.3%의 합격률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전체 평균 합격률 51.4%에 비해 15.9%포인트, 올 1∼7월 평균 57.4%에 비해 9.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경기 고양시 백석동에 사는 주부 서화선(51)씨도 쉬워진 면허시험 덕을 톡톡히 봤다.2종보통 학과시험에서 11수 끝에 지난달 25일 68점으로 합격했다. 서씨는 “이전 문제들은 풀어도 정말 운전에 이런 지식이 사용될까 의심스럽기만 했는데 새로운 문제들은 초보자인 내게 실제 운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운전면허시험관리단 조좌산 면허시험계장은 “과거에는 수치나 법령 지식만 달달 외우면 풀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운전자 스스로 생각하면서 풀 수 있는 문제들을 대폭 넣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쉬워졌다.”며 변별력에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지난달 참관인으로 시험장을 찾았던 크라운출판사 최동식 이사는 “일본에서는 90점 이상을 맞춰야 합격시키는 등 까다롭게 운전지식을 묻고 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운전자의 필수소양 함양을 위해선 합격률을 60% 내외로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합격률을 낮추기 위한 시험 난이도 조정 등은 일절 하지 않을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어려운 용어를 빼고 실용적인 교통문제를 넣다 보니 자연스레 합격률이 높아진 것일 뿐”이라면서 “합격률이 전년 대비 15% 이상 올랐지만 어차피 시험 응시자를 위해 출제경향을 바꾼 것이므로 전혀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성형 피해’ 왜 많은가 했더니…

    ‘성형수술 1번지’ 서울 강남구의 성형외과 4곳 중 한 곳은 성형외과를 전공하지 않은 다른 과목 전공의들이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과·내과 등을 전공한 사람들이 성형 전문의 노릇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국은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보건소에 따르면 6일 현재 강남구에서 영업 중인 성형외과는 모두 354곳. 이 중 성형외과 전문의가 개설한 의원은 73.7%인 261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93곳(26.3%)은 다른 과목 전공의들이 개설한 곳이다. 보통 의사들은 의과대학 1년 인턴과정 뒤 전공을 선택해 4년의 전문 수련과정을 거치고 자격증 시험을 거쳐 특정과목의 전문의가 된다. 성형외과의 경우 전문 임상 해부학이나 미용수술법 등에 특화된 수련을 받아야 한다.중앙대병원 성형외과 김우섭 교수는 “다른 과목을 전공한 의사가 개설한 성형외과는 결국 어깨 너머로 배운 기술로 수술을 감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사고를 만들 확률이 높다. 미용 성형이 인기지만 성형은 분명 재건의 의미를 갖는 치료이기 때문에 전문의인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작용·후유증 등 성형수술 피해는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성형의료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올 1월부터 8월까지 58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수준에 이르렀다.2003년에는 38건,2004년에는 54건 등 꾸준히 증가해왔다. 월 평균으로 치면 2003년 3.2건에서 올해 7.3건으로 2.3배로 늘었다. 강남경찰서에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성형 분쟁과 관련한 집회신고가 9건이나 접수됐다. 강남서 정보과 관계자는 “집회 신고 숫자 외에도 일반 고소·고발 숫자를 합치면 피해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성형분쟁은 병원측에서 합의를 통해 빠르게 수습하기 때문에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간판으로 해당과목 전문의인지 구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라면 ‘○○○성형외과의원’이라고 간판을 달 수 있지만 예를 들어 내과 전문의라면 ‘○○○의원-진료과목 성형외과’라고 명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온갖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의원-진료과목 성형외과’에서 ‘의원-진료과목’ 부분을 깨알같이 작게 써 전문의 간판과 비슷하게 만드는 식의 눈속임을 하는 곳도 많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에는 글자 크기를 어느 정도 이상으로 하라는 규정이 없는 상태라 처벌 근거도 없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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