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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 사고’ 수습 오갑렬 재외동포영사대사

    ‘캄보디아 사고’ 수습 오갑렬 재외동포영사대사

    “따르릉, 따르릉∼” 지난 6월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 오갑렬(53) 재외동포영사대사 집무실의 전화기가 급하게 울려댔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캄보디아에서 우리나라 여행객 13명을 태운 여객기가 추락했다. 현장에 가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또 사고’ 그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골든로즈호침몰 등 부임 두달 4번째 사고 그가 지난 4월 해외 동포와 해외 여행객 등이 현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지 대사와 함께 상황 대처 업무 등을 관장하는 재외동포영사대사를 맡은 지 두 달만에 벌써 4번째 접하는 안타까운 사고다. 지난 5월3일 나이지리아에서 대우건설 임직원 3명이 피랍됐고, 같은 달 12일에는 동중국해에서 골든로즈호가 중국 진생호와 충돌해 침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7명이 실종, 사망했다. 사흘 뒤에는 소말리아에서 한국어선 2척이 피랍됐다. 나이지리아 피랍 당시에는 출장길에 오르려다 해결됐다는 소식에 짐을 풀었지만 골든로즈호 사건 때는 정부 신속대책반장으로 중국에 달려가 사건해결에 힘을 쏟았다. 1978년 12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그는 외교관 생활 시작부터 안타까운 사건들과 유난히 ‘인연’이 많았다.81년 주 버마(현재 미얀마) 대사관에 2등 서기관으로 처음 부임했는데 83년 10월9일 서석준 부총리, 이범석 외무부장관 등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웅산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사건 현장과 5분 거리에 대사관이 있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후 미국과 스웨덴, 호주 등지의 1등 서기관과 참사관, 총영사관 등을 지낸 뒤 2002년 7월 외교부 재외국민영사국 재외국민담당 심의관 자리를 맡았다.2004년 6월에는 고 김선일씨가 이슬람 과격단체에 피랍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라크에 급히 달려갔지만 결국 김씨가 피살되는 안타까운 현장을 지켜봐야 했다. ●“유족 위로 가장 힘들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달 26일 캄보디아 현지로 달려가 갑작스런 비보에 넋을 잃은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시신 확인 작업 등을 무리없이 마무리했다. 그는 “지난 30년의 외교관 생활동안 이번 참사처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을 곁에서 함께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을 맺었다. 글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이국 하늘도 온종일 울었다

    이국 하늘도 온종일 울었다

    |프놈펜(캄보디아) 이재훈특파원| 한국인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캄보디아 하늘도 이날만은 함께 울었다. 캄보디아에서의 마지막 날인 29일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프놈펜 칼멧병원에는 새벽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6∼8월 우기에도 보통 2∼3시간 폭우가 내린 뒤 뚝 그치는 빗줄기가 이날만은 하루 종일 그칠 줄 몰랐다. 유가족들은 오전 9시30분쯤(이하 현지시각)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넋을 잃고 진도 빠진 듯 별다른 말을 잇지 못하고 붉게 충혈된 눈으로 흐느끼기만 했다. 고 조종옥 KBS 기자의 어머니 박정숙씨는 손수건으로 조종옥-윤현숙 부부 등 4개의 영정을 고이 닦으며 “왜 여기 왔니, 왜 왔어.”라는 말만 하염없이 되풀이했다. 캄보디아 한인회 등 교민들은 합동분향소에 나와 유가족들을 물심양면으로 위로했다. 한인식당에서는 분향소에서 쓸 음식을 제공했고, 현지 한국 기업들은 차량 등을 제공해 간접적으로 도왔다. 일부 한인식당에선 캄보디아 현지 종업원까지 검은 리본을 달아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분향소를 직접 찾아 조문한 한국인들만 1000여명에 이르러 캄보디아 전체 교민 숫자의 3분의1에 달했다. 캄보디아 한인 부녀회 조덕순(59) 회장은 “원래 캄보디아에 사는 한국인들은 궂은 일이 생기면 내 일처럼 똘똘 뭉쳐 나섰다.”면서 “한인회비로 합동분향소 제사음식들을 마련하는 데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28일 밤에는 현지에서 북한정부가 직영하는 평양랭면관 하대식 지배인이 직원들과 함께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리본이 달린 조화를 들고 와 조문을 해 진한 동포애를 느끼게 했다. 유가족들은 오후 9시쯤 회한의 캄보디아 땅에서 마지막으로 추모제를 가진 뒤 13명의 주검과 함께 무거운 발걸음으로 칼멧병원을 떠나 프놈펜 포첸통 공항으로 이동했다. 30일 0시35분쯤 대한항공 특별기 KE690편을 통해 캄보디아 땅을 떠나 고국 땅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특별기는 30일 오전 8시쯤(한국시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후 시신은 곧바로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안치된다.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오낙영 참사관은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유가족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씩 적은 친필 조문 서한을 보내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nomad@seoul.co.kr
  • 애끊는 母情 애틋한 父情

    |프놈펜(캄보디아) 이재훈특파원·서울 임일영기자| “내 새끼 불쌍해서 어떡하나…, 얼마나 무서웠을까….” 27일 오후 1시40분(이하 현지시간)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프놈펜의 칼멧병원을 찾은 19명의 유가족들은 가족의 영정사진을 부여잡고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시신 신원 확인이 지연된 데다 크메르-소비에트프렌드십 병원에서 냉동시설이 갖춰진 칼멧병원으로 옮기는 바람에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에야 분향소를 찾았다.●“엄마도 데려가야지…” 영정 앞 통곡 ‘캄보디아 항공기 추락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린 분향소 내부에는 사망자 13명의 영정과 위패가 놓여 있었다. 고 이명옥씨의 어머니 서만숙씨는 “내 새끼 불쌍해서 어떻게 사나. 얼마나 산 속에서 무서웠을까.”라면서 “엄마가 대신 가야지. 네가 왜 가냐. 얼마나 착했는데….”라고 울먹이다 쓰러졌다. 고 조종옥(KBS 기자)씨의 어머니인 박정숙씨도 “아이고∼ 종옥아, 왜 휴가를 여기로 왔어. 어쩌다 여기까지 왔어.”라며 목놓아 울었다. 아들과 며느리, 금쪽 같은 두 손자를 모두 잃은 박씨는 조종옥·윤현숙 부부 등 4개의 영정을 끌어안고 이름을 외쳐 보는 이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고 황미혜씨의 동생인 황재욱씨도 할 말을 잊은 듯 “누나∼”만을 외치며 오열했다. 오후 2시쯤부터 신현석·오갑렬 대사와 님반다 국가재난관리위원회 수석부위원장, 통콘 관광부장관 등 캄보디아측 관계자들이 잇따라 조문했다. 잠시 뒤 육경건 이사 등 하나투어 직원들이 분향하려 하자 일부 유가족들이 “하지마. 니네가 죽였잖아.”라며 제지하는 소동을 빚었지만 다른 유족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분향을 마쳤다. 유족 대표들은 분향소 뒤편에 마련된 시신 안치소에서 희생자들을 확인했다. 안치소는 화물용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들었으며, 드라이아이스 400㎏을 넣어 시신을 냉동보존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두 팔로 아기를 꼭 끌어안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갔지만 그 덕분에 아기 시신이 온전하게 남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추락사고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시체 수습 작업에 참여했던 현지 교민 문치현(57·용역회사 직원)씨는 “조종석 바로 뒤를 파보니 아이의 발이 보였고 어른 허벅지가 나왔다.”면서 “조종옥씨가 두 팔로 아들 윤민(1)이를 꼭 안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씨는 “그 팔을 펴고 아기 시신을 꺼내는 데 애를 먹은 걸 보면 조씨가 끝까지 아이를 부둥켜안고 있었던 것 같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문씨는 교민 의료진과 함께 보코르산으로 달려가 마지막까지 시체를 수습한 뒤 이날 칼멧병원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시신의 염까지 맡았다. 24년 전 캄보디아에 이민 온 문씨는 1997년 9월3일 프놈펜 포첸통 공항에서 베트남 항공기가 떨어져 한국인 21명이 숨졌을 때에도 현장으로 뛰어갔다.“당시엔 불이 나서 시체 수습 작업이 너무 참혹했다.”면서 “거의 10년 만에 이런 사고가 또 나서 안타깝지만 그래도 한국 사람이 당한 일이다 보니 어떤 계기랄 것도 없이 바로 뛰어갔다.”고 털어놓았다.●“항로이탈해 육안식별 비행하다 사고” 사고 원인은 추락 여객기의 조종사가 정기항로를 벗어나 육안식별비행을 하려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항공당국은 이날 정확한 추락 원인을 찾기 위한 블랙박스 판독작업에 착수했다. 캄보디아 정부 고위관리는 이날 한국대사관 관계자에게 “사고기의 조종사가 비록 관제탑의 사전 승인을 받았지만 정기 항로를 벗어나 육안으로 지형을 식별하면서 우회 비행을 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리는 “바다에서 보코르산 정상 쪽으로 비스듬히 바람이 자주 불기 때문에 항공기가 산에 충돌할 위험을 느껴 조종사들이 자주 산 정상 북쪽으로 항로를 이동한다.”면서 “사고 당일 악천후로 계기비행을 하지 않고 육안식별 비행을 한 것이 확실해 보이며 사고 원인은 악천후와 조종사 과실을 반반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현석 주 캄보디아대사에 따르면 조종사와 시아누크빌 공항 관제탑 사이에는 25일 오전 10시30분부터 10시50분까지 4차례의 교신이 있었다.‘고도를 2000피트(600m) 정도로 낮추도록 해달라.’는 기장의 거듭된 요청에 관제탑은 ‘산악지방이라 허가할 수 없다. 고도를 내리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관제탑 지시 무시한 조종사 이해 못해”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관계자는 “조종사가 임의로 고도를 강하하거나 자신이 잘 안다고 우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공항 활주로 앞 50㎞ 지점에 해발 1080m의 보코르산이 있었는데도 관제탑에서 ‘당장 고도를 높여라.’라고 하지 않고 ‘너무 고도가 낮지 않나.’란 식으로 얘기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의문점은 목적지까지 50㎞가 남은 지점에서 조종사가 굳이 2000피트로 고도를 낮추려고 했던 점이다.AN-24기와 같은 소형 민간항공기의 경우 활주로를 20㎞ 남겨 놓고 관제탑의 지시에 따라 ‘파이널 어프로치(최종접근단계)’에 돌입한다.그 이전에는 고도를 낮출 이유가 없고 악천후로 위험이 다분한데도 기장은 4차례나 고도를 강하하도록 요청했고, 결국 관제탑의 제지를 무시한 채 고도를 낮췄다. 지난 27일 추락 현장에서 회수된 블랙박스의 조종석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를 판독하는 데 6개월∼1년이 걸린다.그러나 기장과 부기장간의 대화, 기장과 관제탑 간의 교신이 담겨 있어 원인 분석의 실마리를 제공할 CVR의 데이터를 출력하는 데는 1주일이면 충분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nomad@seoul.co.kr
  • 참사의 정글 義로운 醫人

    |프놈펜(캄보디아) 이재훈특파원| 캄보디아 비행기 추락사고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나 경찰청 감식반 직원도, 기자도 아니었다.2년6개월 전 캄보디아에 온 뒤 도시 빈민과 오지에서 의료봉사활동 등을 해온 ‘천사 의사 부부’가 사고 현장 수습과 시체 인양 작업의 최일선에 서 있었다.27일 꼬박 하루를 시체 인양작업에 바친 이들의 회고를 통해 현장의 모습을 재구성해 본다. 부부 의사인 최정규(39)·김성녀(37)씨 외에 김우정, 이철, 송상현씨 등 5명의 교민 의사들은 26일부터 사고대책본부가 꾸려진 캄포트시에서 스스로 비상대기를 하고 있었다. 행여나 생존자 소식이 들리면 바로 뛰어가 벼랑 끝에 있을 생존자들에게 한국인의 손길로 치료해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27일 오전 7시15분쯤 기체가 발견되며 탑승객들의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암울한 소식이 들려왔다.15분 뒤 헬기에 올라 8시쯤 현장에 도착했다.20분쯤 밀림을 헤치며 들어가니 비행기 꼬리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장은 자욱한 안개가 끼여 으스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비행기는 커다란 충격으로 순식간에 부서진 듯 산산조각 나 있었다. 기체는 정글을 쓸어가면서 날개부터 떨어져 나간 뒤 강하게 산중턱에 부딪친 듯했다. 시체는 6구를 빼고 16구가 모두 기체 앞쪽으로 쏠려 있었다. 비교적 깨끗한 시체 2구를 빼면 골절이 심했고 대부분 즉사한 듯 보였다. 불시착 상황을 대비해 모두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던 듯했다. 이 때문에 한국 남성의 시신 1구 외엔 모두 기체에서 튕겨나가지 않았다. 다행히 800m 고산지대에다 밀림숲으로 햇볕이 내리쬐지 않아 부패는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존자에 대한 희망을 품었던 최씨 부부의 무릎이 힘없이 꺾일 수밖에 없었다. 전기톱으로 기체를 자르면서 하나씩 시체를 인양했다. 행여 손상돼 유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할까 싶어 신경을 써 시체 1구 인양에 20분이 넘게 걸렸다. 유가족을 볼 면목이 설까 싶어 유품도 찾으려 했지만 여권만 11장 찾는 게 고작이었다.1.5㎞가량 아래에 있는 헬기에 시체를 옮겨싣기 위해 전기톱으로 나무를 잘라 정글에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오후 5시쯤 마지막 22번째 시체를 인양하기 위해 비행기의 날개를 들었을 때, 최씨의 절망은 극에 달했다. 조종옥(36·KBS 기자)씨의 시체 옆에 돌도 채 지나지 않은 아들 윤민이가 숨진 채 누워 있었던 것. 여덟살 딸과 일곱살 아들이 생각 나 울컥 눈물이 치밀었다. 최씨는 “갓난아기만은 꼭 살아줄 것이라고 끝까지 기대했는데 결국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면서 힘이 쭉 빠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치과의사라 긴급상황 대처능력은 떨어지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최선을 다했는데 모두 숨져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 “하지만 시체들이 고국땅까지 제대로 수습된 채 돌아갈 수 있도록 방부처리 등에 끝까지 신경쓸 것”이라고 말했다.nomad@seoul.co.kr
  • “고도 너무 낮다” 관제탑 경고

    “고도 너무 낮다” 관제탑 경고

    |프놈펜(캄보디아) 이재훈특파원|“현재 고도 2000피트(610m)로 날고 있다. 원래 4000피트(1220m)로 날아야 하는 지점인데 2000피트다.”(PMT에어 조종사) “너무 고도가 낮지 않나?”(시아누크빌 공항 관제탑) “내가 이 지역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PMT에어 조종사)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공항에서 북동쪽으로 50㎞ 떨어진 보코르산에 추락한 PMT에어(캄보디아 민영항공)는 지난 25일 오전 10시52분(이하 현지시간·한국시간 낮 12시52분) 이같은 교신을 끝으로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오전 10시13분 시엠레압 공항을 출발한 지 39분 만이었고, 시아누크빌 공항 착륙 5분을 남겨 놓은 상태였다. ●사고기 고도 600m 불과… 최소 1200m 고도 유지했어야 이번 사고 원인은 폭우 등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악천후 속에서 여객기 조종사가 관제탑의 경고를 무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갑열 외교통상부 재외동포대사에 따르면 시아누크빌 공항의 관제탑은 착륙을 준비 중인 사고 여객기에 “고도가 너무 낮다.”고 경고했다. 공항 진입항로 앞 50여㎞ 지점에 해발 1080m의 보코르산 국립공원 산줄기가 남북으로 길게 가로놓여 있는데 당시 사고기의 고도는 600m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제탑은 보코르산의 높이를 감안할 때 최소 1200m의 고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수색팀은 보코르산을 넘기 위해 사고기가 고도를 높이는 도중에 추락한 것으로 보고 사고 발생 직후부터 보코르산 동쪽 경사면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수색을 벌였다. ●보코르산 중턱에 추락 당시 보코르산에는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비가 쏟아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 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오낙영 참사관은 “사고 당시 시간대에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다. 하루에도 날씨가 변덕을 자주 일으키는 지역인데 당시 프놈펜에도 비가 왔다.”고 전했다. 사고 직후 관제탑으로부터 ‘여객기가 실종돼 찾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그 이후 계속 장대비가 퍼부어 수색을 못하고 있다가 오후 4시쯤 헬기를 투입해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2시간 뒤인 오후 6시에 다시 장대비가 쏟아져 수색을 중단했다. 평소에는 30분∼1시간가량 내리던 비도 이례적으로 5∼6시간 쏟아졌다는 것이다. 여객기 동체와 한국인 13명을 포함한 22명의 시신은 추락 44시간 만인 27일 오전 7시15분쯤 보코르산 중턱에서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유가족들은 시신 확인 작업을 끝낸 뒤 이날 밤늦게 병원 내 임시분향소를 설치했다. 유가족들은 사고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요구했지만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메콩강가에서 위령제를 지냈다. 시신은 29일 밤 11시20분 대한항공편으로 프놈펜을 출발해 30일 아침 6시45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국내에서의 장례일정과 빈소 마련 등은 시신을 국내로 운구한 뒤 유족들과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nomad@seoul.co.kr
  • 기적은 없었다

    기적은 없었다

    |프놈펜(캄보디아) 이재훈특파원·서울 김미경기자|‘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실낱 같은 기대를 품었던 유가족들은 27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시신들이 프놈펜 ‘크메르소비에트 프렌드십 병원(구 러시아병원)’으로 운구되자 넋을 잃고 말았다. 유가족들은 믿기지 않는 듯 허공을 응시하다 끝내 오열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시신 프놈펜병원으로 운구 사흘째 계속된 수색작업 끝에 종잇장처럼 찢겨진 PMT에어(캄보디아 민간항공)의 AN-24기가 보코르산 비탈에서 수색대원에게 발견된 것은 이날 아침 7시15분(이하 현지시간·한국시간 오전 9시15분). 프놈펜에서 167㎞, 목적지인 시아누크빌공항에서 50㎞ 떨어진 밀림 한가운데에 흉칙한 모습을 드러낸 기체 내부에는 밖으로 튕겨져 나간 1명을 제외하고 한국인 관광객 13명을 비롯한 22명이 숨져 있었다. 당초 여객기에는 22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명단에 누락된 캄보디아인 2명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현지 교민이 전했다. 지난 25일 오전 10시52분쯤 추락한 지 44시간여 만이었다. ●시신은 고스란히 기체안에 남아 보코르산(해발 1080m)의 해발 600∼700m 지점에서 추락한 여객기는 동체가 동강나지는 않았지만 온전한 형체를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심하게 짓이겨져 사고 당시 희생자들의 절규를 짐작하게 했다. 시신 수습에 나선 캄보디아 군병력과 한국 의료진 등도 참혹한 광경에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캄보디아군 헬기 조종사 혼로타(54)는 “기체가 산산조각나지는 않았지만 불시착한 상태로 널브러져 있었고 시신들은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고 고스란히 기체 안에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울창한 원시 밀림에 추락한 AN-24기의 동체 앞부분은 하늘로 머리를 치켜든 모습이었고 나머지 부분도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해 군데군데 찢기고 휘어지고 유린당한 채 발견됐다. 희생자 대부분은 비행기 안에서 발견됐다. 다른 비행기 추락사고에 비해 비교적 온전히 보존돼 있었다. 하지만 무덥고 습한 날씨로 심하게 부패돼 악취가 진동했고, 이 때문에 현장에 투입된 요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시신 수습에 나서야 했다. 구조대원들은 시신 한구 한구를 조심스럽게 수습한 뒤 연두색 커버로 씌운 뒤 흰색 끈으로 묶어서 옮겼다. 캄보디아 당국은 헬리콥터를 사고현장에서 약 100m와 300m 떨어진 두 지점에 착륙시킨 뒤 도보로 현장에 접근했다. 희생자들의 시신은 오후 3시15분쯤부터 헬리콥터를 이용해 프놈펜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끝내…” 넋잃은 유가족 전날 밤늦게 캄보디아에 도착, 프놈펜의 캄보디아나 호텔에서 묵은 유가족들은 이날 아침 7시쯤 한국대사관이 마련한 버스로 프놈펜에서 148㎞ 떨어진 캄포트시로 향했다. 하지만 캄포트시에 도착하기 전 실종자 전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가족들은 오열했고, 일부는 넋이 나간 듯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버스는 시신이 옮겨지는 프놈펜의 병원으로 급히 되돌아갔다. 일부 유가족들은 “날씨가 좋아 조금만 빨리 수색이 이뤄졌다면 생존자가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실종자 전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캄보디아도 충격에 빠졌다. 훈센 총리를 중심으로 사고대책본부가 꾸려진 캄포트시의 캄포트스타디움에는 군용과 민간 헬기 8대가 사고 현장을 쉴 새 없이 오갔다. 이날 오전 헬기를 타고 현장에 다녀온 훈센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고 최종 확인했다. 한편 김봉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장은 이날 “제일 중요한 것이 한국으로 시신을 이송하는 문제인데 정기 운항 항공편의 크기가 작아 특별기로 운송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이틀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데 가족들의 동의 하에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omad@seoul.co.kr
  • 실종자 가족 18명 폭우로 현장 접근 못해

    실종자 가족 18명 폭우로 현장 접근 못해

    |프놈펜(캄보디아) 이재훈특파원·인천 임일영기자| “살아있을 겁니다. 어딘가에 반드시 살아있을 겁니다!” 캄보디아 밀림 속에 추락한 PMT에어(캄보디아 민간항공) 전세기의 한국인 실종자 가족 18명과 하나투어 관계자 6명 등 24명은 26일 오후 9시30분(현지시간 오후 7시30분) 중국남방항공 CZ338편으로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했다. 이들은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 차려진 대책본부에 들러 대사관 관계자들로부터 상황 설명을 들은 뒤 프놈펜 시내의 캄보디아호텔에서 머물며 현장 소식에 촉각을 곧두세웠다. ●“오직 살아있다는 믿음뿐” “한잠도 못 잤습니다. 밤을 꼬박 세웠습니다. 착잡합니다만 오직 살아있다는 믿음 하나로 가는 겁니다.”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47번 게이트 근처에서 만난 박희영(42)씨는 착잡한 표정으로 활주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박씨는 부인 최찬례(49)씨와 딸 서유경(26)씨가 탄 전세기가 캄보디아의 밀림에서 추락했다는 충격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듯했다. 부어오른 눈과 까칠하게 자란 턱수염에서 박씨의 괴로움과 고통이 절절히 묻어났다. 박씨를 따라 나선 두 딸 인경양과 희경양도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기자들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해봤지만 박씨는 “내 입장도 이해해달라.”면서 손사래를 쳤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또 다른 실종자 가족은 “말하고 싶은 심정이 아닙니다. 그냥 내버려두세요.”라면서 일행과 함께 총총걸음으로 비행기 안으로 사라졌다. 이들은 당초 출발시간보다 늦어진 오후 1시30분쯤 출국수속(보딩)을 마쳤다. ●여권없어 ‘007작전’ 펼치기도 이날 오전 8시30분쯤부터 실종자의 가족들이 삼삼오오 인천공항내 하나투어 사무실로 모였다.18명의 실종자 가족 가운데 3분의1에 가까운 5명이 여권이 없거나 기간이 만료돼 혼선을 빚기도 했다. 다행히 하나투어 측의 요청을 받은 외교통상부 재외국민보호과에서 협조 공문을 공항내 외통부 영사민원실로 보내와 긴급하게 여권을 만들어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의 대부분은 밤새 한잠도 못 이룬 흔적이 역력했다. 핏기 없는 얼굴에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고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다. 현장책임자 격인 육경건 하나투어 동남아사업부 이사는 “실종자 가족들이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여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다. 항공사 측에 요청해 실종자 가족들과 제3자의 접촉을 막기 위해 가족들의 좌석 다음 열 전체를 비우도록 했다.”고 밝혔다. 육 이사는 이어 “후속조치는 본사에서 강구하고 있으며 아직 보상을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프놈펜에서 사고현장까지는 가시밭길 실종자 가족들과 하나투어 관계자들은 프놈펜 시내의 캄보디아호텔에 묵고 있지만 기상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현장 접근이 언제쯤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오전 현지 직원과 전화연락을 한 육 이사는 “엄청난 폭우로 현지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들었다. 현지에 도착한 뒤 캄보디아의 군·경과 협의하고 가족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육로로 접근하는 방법을 추진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25일 하나투어측은 태국 방콕지사의 직원과 캄보디아인 가이드 등 15명을 사고 현장으로 급파했지만, 악천후로 인해 현재 통신이 두절된 상태다. nomad@seoul.co.kr
  • 실종 한국인 휴대전화서 발신음

    |프놈펜(캄보디아) 이재훈 특파원·서울 김미경·이재연기자| 캄보디아에서 실종된 항공기에 타고 있던 한국 관광객들에게 휴대전화를 걸어본 결과 계속 신호가 가는 것으로 확인돼 항공기가 폭발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탑승자의 일부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실종자 수색 및 생존자 구조작업에 나선 현지 수색팀은 26일 로밍 서비스를 받은 한국 관광객의 휴대전화 두 대에서 발신음을 확인했다고 현지 한국대사관이 밝혔다. 한국 대사관 오낙영 참사관은 “탑승자들에게 계속 휴대전화를 건 결과 두 대의 전화에서 발신음을 들었다.”면서 “이는 사고 항공기가 폭발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희박하게나마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 수색팀은 계속된 폭우와 강풍, 짙은 안개로 수색작업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날 오후 기상상황이 호전되면서 캄보디아 총리경호부대 200명을 포함한 특수전부대 1200여명과 헬기 4대를 동원, 사고 추정지점을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벌였다. 캄보디아 훈센 총리는 이날 오전 사고 현장 관할지역인 캄포트 주의 주도(州都)인 캄포트의 군사령부에 설치된 대책본부를 방문, 신현석 주캄보디아 대사와 함께 군경 수색팀을 진두지휘했다. 훈센 총리는 “사고 항공기가 강한 폭풍우에 휘몰리다 착륙을 준비하기 위해 하강하는 과정에서 인근 산에 충돌해 추락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국과 미국 당국에 (현지 대사를 통해) 위성에 부착된 이미지 감지기를 통해 사고현장을 추적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훈센 총리는 “현재 기상조건 등 여러가지 상황으로 볼 때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마지막 한 사람의 생사가 확인될 때까지 수색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면서 “현지 농부들을 포함해 여객기의 추락장소를 알려주는 사람들에게 사례금 5000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수색팀은 이날 산악 오토바이 등을 동원해 수색작업에 나섰으나 인근 산 정상이 해발 1000여m인 데 비해 연락이 두절되기 직전 여객기 고도가 600m였던 점으로 미뤄 여객기가 현재 추락 예상 지점보다 못미친 곳에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케오 시보른 캄보디아 민간항공국 안전국장은 “여객기가 비상착륙을 가까스로 했을 가능성도, 산에 충돌했을 가능성도 각각 있다.”고 말했다고 AP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러나 힘 사룬 캄보디아 항공국장은 “사고뒤 3∼4시간내에 구조작업을 했었다면 생존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사고 당시 살아있었다고 해도 하루가 지나버려 과다출혈 등으로 생존자를 발견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nomad@seoul.co.kr
  • 가이드 朴씨 현지서 ‘밥퍼 공동체’ 운영

    |프놈펜(캄보디아) 이재훈 특파원|25일 캄보디아 비행기 추락사고로 실종된 현지 가이드 박진완(35)씨가 노숙인 등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다일공동체(밥퍼)’의 캄보디아 지점을 개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6일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가는 중간기착지인 중국 광저우 공항에 머물게 된 박씨의 아버지 정규(56·목사·경기 파주시)씨는 기자와 만나 “아들이 2000년쯤 최일도 목사의 부탁을 받고 캄보디아 현지로 가서 허허벌판에 홀로 움막을 짓고 밥퍼 공동체를 일궈냈다.”고 말했다. 아버지 박씨는 “원래는 가수가 꿈이라며 무던히 부모 애를 썩이던 아이였지만 30세쯤 최 목사를 만나 다일공동체 영성훈련을 받으면서 사람이 싹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아버지 박씨에 따르면 진완씨는 평소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지에서 선교활동과 봉사활동을 함께 했으며 1년 반 전쯤부터 더 이상 결혼한 동생 준완(34·개인사업)씨의 금전적 도움으로 밥퍼 활동을 하기 미안하다며 현지 가이드 일로 스스로 돈을 벌어 봉사활동에 힘을 보태왔다. 박씨는 “아들이 ‘처음에는 밥 달라고 달라붙는 아이들이 옆에 있는 것도 싫어 했는데 이제는 너무 이쁘고 천사같다.’고 말할 정도로 봉사활동을 즐겼다.”고 애석해 했다. 박씨는 “평소 한달에 한 번 정도 통화를 했고 1∼2년 전쯤 할머니가 편찮으실 때 귀국해서 본 것이 마지막이었는데 지금도 분명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라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씨엠리엡다일공동체 이기원 원장은 “진완씨는 2003년 캄보디아 다일공동체를 세울 때 반년가량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오가며 정말 열심히 일했다.”면서 “실종 하루 전에도 ‘성수기가 끝나면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할 정도로 봉사활동에 애착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nomad@seoul.co.kr
  • “FTA협정 국내법과 충돌 심하다”

    오는 30일 협정문 서명을 앞두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곳곳에서 국내법과 충돌을 일으키며 양극화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2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한·미 FTA협정 분석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FTA 체결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함께 자동차, 보건의료, 금융, 지적재산권, 환경, 노동 등 한·미 FTA 16개 분야 규정 내용이 국내법 체계와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에 대해 16명의 민변 회원들이 낱낱이 분석한 보고서를 싣고 있다. 한·미 FTA와 관련해 사회경제적 효과와 피해에 대한 우려와 개별 쟁점에 대한 위헌 논란은 있었으나 FTA의 국내법적 지위에 따라 헌법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체계적으로 분석된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 분야에 대해 법률적으로 분석한 김미정 변호사는 “지방세법을 개정하고 특별소비세를 인하함에 따라 현행 자동차세제가 갖고 있는 누진세적 성격이 현저히 약화돼 누진세를 통한 분배정의 실현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따른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FTA로 인해 자동차세가 3단계 단순화하면서 1000억여원, 특별소비세 5% 단일화로 인해 3000억여원 등 모두 4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한 부족한 세수는 주행세 등 간접세를 통해 보전할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실소비자가 고스란히 세금을 부담함으로서 조세 분배정의가 약해지는 셈이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의료 양극화 주장이 제기됐다. 이찬진 변호사는 “FTA에 따라 경제특구나 제주자치도에 적용되는 영리법인 허용, 수가 자율화 등으로 1국 2의료체제로 차별 서비스가 현실화되면 질 높은 민간의료서비스와 중산층 이하의 건강보험으로 이원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민들의 민간보험료 부담 증대와 사회연대의식 약화로 인해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의식이 악화돼 충분한 보험급여를 하지 못하는 불구의 제도로 전락하면서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이 붕괴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한국인 13명 탄 ‘캄’ 전세기 추락] “국지성 소나기 사고와 무관하지 않은 듯”

    한국인 관광객 13명을 태운 캄보디아 민항기가 추락 사고가 발생하자 한국인들이 탑승했던 캄보디아 전세기인 ‘PMT에어’(캄보디아 민영항공사) 한국 지사와 해당 여행상품을 판매했던 하나투어는 밤늦게까지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이들은 26일 사고 현장에 회사 관계자를 파견하기로 했다. ●캄보디아 실종자들이 패키지투어를 이용한 여행사 하나투어측은 이날 즉각 사고대책본부를 차리고 26일 오후 유가족 13명, 하나투어 직원 3명 등 17명이 오후 1시20분 중국 남방항공 CZ338편으로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현지 협력업체인 PHC에서 연락이 왔는데 우리 시각 오후 11시20분쯤 군인과 경찰이 수색하는 도중 동체로 보이는 비행기 잔해를 발견했다.”면서 “그러나 아직 생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확한 지점은 캄포트주 캄포트시에서 40∼50㎞ 떨어진 산악지역에서 발견됐지만 밀림이라서 현재는 수색이 어렵다.”고 전했다. 여행사측은 “관광객들이 모두 여행사 보험을 들어 사고로 숨진 것이 확인된다면 1인당 1억원씩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PMT에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현재 우기라 갑자기 30분∼1시간가량 소나기성 스콜이 쏟아진다. 당시 천둥·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소나기가 쏟아진 것도 사고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일단 26일 오전 9시15분 구민철 서울지사장이 현지로 떠날 예정”이라면서 “사고대책본부는 프놈펜에 차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놈펜은 사고 지점 인근인 시아누크빌까지 버스로 3시간 거리에 있다. ‘시엠레압-시아누크빌’ 노선은 올 1월 처음 개통됐다.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레압과 휴양지인 시아누크빌은 밀림지역이어서 육로 이동로가 없는 상태다. ●하나투어를 통해 26일 출발하는 앙코르와트 관광 패키지를 예약했던 권모(27·여)씨는 “오늘 저녁 6시쯤 하나투어에서 확인 전화가 왔기에 사고가 난 거 아니냐고 물었는데 회사에선 ‘아직 사고가 난지 모르며 인터넷을 검색해도 기사가 뜨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어머니와 함께 가기로 했는데 너무 불안해하셔서 취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10년 전에도 한국인을 태운 항공기가 추락해 한국인 승객들이 숨졌다.1997년 9월 정모(13)군 등 한국인 21명을 포함해 승객과 승무원 66명이 탑승한 베트남항공 소속 항공기 역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10㎞ 떨어진 포첸통 국제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인근 논으로 추락해 어린이 1명을 제외한 65명이 사망했다. 당시 한국인 탑승객 21명은 모두 숨졌다. 임일영 강국진 류지영 이재훈기자 argus@seoul.co.kr
  • ‘불타는 얼음’ 동해서 발견…6억t 매장 가능성

    ‘불타는 얼음’ 동해서 발견…6억t 매장 가능성

    우리나라에서도 미래 에너지원으로 불리는 ‘불타는 얼음’(Burning Ice)이 발견됐다. 아직 샘플을 확인한 단계여서 단정짓기는 이르지만 현재로서는 광범위한 매장층의 존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탐사단의 판단이다. 확실한 판단은 본격 시추가 이뤄지는 9월 이후 나온다. 시추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미국·일본·인도·중국에 이어 세계 5번째로 ‘불타는 얼음층’을 갖게 된다. 산업자원부는 24일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지질자원연구원으로 구성된 가스 하이드레이트 개발사업단이 지난 19일 동해 심해에서 자연 상태의 가스 하이드레이트 실물을 채취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발견 장소는 포항 기점 동북방 135㎞, 울릉도 남방 약 100㎞ 지점에서 수심 2072m 밑에 있는 해저면이다. 지질자원연구원의 물리탐사선 ‘탐해2호’가 연통형의 무거운 기계를 해저면으로 떨어뜨려 채취에 성공했다. 사업단은 해저면 7.8m까지 탐사한 결과,6.5m 지점부터 산발적으로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존재하다 7.8m 부근에서 약 2㎝ 두께로 분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실물을 채취한 지점이 해저면 약 8m에 불과해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최소한 해저면 200∼300m까지는 파고들어가야 존재층 여부를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훈 산자부 2차관은 “우리의 자체 장비로는 해저 8m가 한계여서 오는 9월 네덜란드로부터 가스 하이드레이트 전문 시추선을 빌려 유력 후보지 14곳 가운데 우선 5곳부터 본격 시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추정하는 매장량은 국내 가스 소비량 30년분에 해당하는 6억t선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10조t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타는 얼음 공식 명칭은 가스 하이드레이트(Gas Hydrate)이다. 천연가스가 영구 동토나 깊은 바다속 저온 혹은 고압 상태에서 물과 결합해 생긴 고체 덩어리를 말한다. 분리작업을 거치면 액화천연가스(LNG)가 나온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영화제작간부 공금 횡령 의혹

    국내 굴지의 영화제작사 프로듀서가 수십 차례에 걸쳐 영화제작비를 상습적으로 횡령,1억원이 넘는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영화 스태프로 추정되는 익명의 제보자는 21일 “영화 제작비 상승을 부추기는 프로듀서의 뒷주머니 실태를 고발한다.”는 취지가 담긴 A4용지 사본 2장과 함께 수십장의 통장 사본이 들어 있는 우편물을 각 언론사 영화담당 기자들에게 보내 유명 제작사 T사 프로듀서 K씨의 행태를 알렸다. 그러나 K씨는 회사공금 횡령 의혹을 부정하며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람을 찾아 달라.”면서 2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제보자가 보낸 문건에 따르면 상당수의 히트작을 양산한 영화제작사 T사의 프로듀서 K씨는 2005∼2006년 5∼6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각종 인건비와 제작비를 부풀려 산정하고 특정 제작업체를 선정하면서 리베이트를 받는 수법 등으로 1억원 이상을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다. 첨부된 통장 사본에는 K씨가 2005년 12월 영화감독 C씨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2006년 12월까지 보조출연업체, 필름업체, 영화무술감독, 카메라 대여업체로부터 30여차례에 걸쳐 200만∼10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에 대해 T사 대표는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해고를 당한 직원이 앙심을 품고 K씨를 음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문건에 나타난 금전거래 관계는 빌려준 돈을 돌려받았다거나 은행 신용거래가 어려운 사람을 대신해 돈을 받은 뒤 전해준 것이라서 제작비 과다계상이나 리베이트와는 거리가 멀다.”고 해명했다.박상숙 이재훈기자 alex@seoul.co.kr
  • 공립학교 학생폭력 피해 대법 “지자체가 배상해야”

    학교내 살인사건에 대해 학교측이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동급생의 흉기에 찔려 숨진 공립학교 중학생 A(당시 15세)군의 유족 3명이 학교 운영주체인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서울시는 유족에게 9799만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A군은 2002년 4월 서울의 한 중학교 운동장과 화장실 등에서 B군의 친구 등을 폭행했다. 자신 때문에 친구가 폭행당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 B군은 ‘배가 아파 양호실에 갖다 오겠다.’며 학교를 빠져 나와 집에서 흉기를 가져온 뒤 다른 반에서 수업을 받던 A군을 찌르고 자수했으나 A군은 병원으로 옮겨지다 숨졌다. 재판부는 “교장이나 교사는 교육활동 및 이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생활에서 학생을 보호감독할 의무를 진다.”면서 “교사들의 의무 위반을 인정해 피고에게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법원, 증거로 첫 인정

    A(14)양은 5세 때인 9년전 다니던 유치원 원장 홍모(63)씨에게 강제 성추행을 당했다.A양의 어머니는 홍씨를 고소했지만 재판부는 2003년 법정에서 A양에게 다시 한번 피해 당시 상황을 진술하라고 요구했다.A양과 A양 어머니는 “나와 아이에게 성추행 사건을 되새기라는 건 가혹한 일”이라며 진술을 거부했고 홍씨는 무죄로 나왔다. 여성계는 당시 “법원이 남성과 성인 위주의 재판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증거로 남기기 위해 수사기관에서 해야 하는 피해 사실의 반복 진술이 실제 성폭행과 버금가는 고통을 안겨온 아동 성폭행 사건.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이 17일 성추행 피해 아동 어머니의 진술을 첫 증거로 인정했다.B(6)양은 지난해 10월 서울의 한 영어학원에서 강사 최모(26)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양은 어머니 김모씨에게 이 사실을 말했고 김씨는 수사기관에 딸의 피해사실을 털어놔 전문진술(傳聞陳述)로 남겼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는 “형사소송법상 원진술자가 사망, 질병, 기타 사유로 인해 진술할 수 없어 전문진술을 증거로 인정해야 하는 경우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B양에 대한 최씨의 혐의를 인정치 않고 다른 아동 1명에 대해서만 유죄를 내렸다.그러나 상급법원인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는 의견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사망, 질병 등 명시적인 사유 외에도 피해 아동이 항소심 법정에서 범행을 당한 구체적 경위나 일시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 이번 경우도 ‘원진술자가 진술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이어 “피해 아동 진술에 거짓이 개입될 여지가 없어 어머니 김씨의 경찰 조사과정 진술도 증거 능력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피의자에 대한 원한이나 다른 이득을 위해 거짓 진술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성폭력으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앓으며 다양한 불안 증상을 보이는 아이의 행동을 처음부터 관찰해온 어머니의 진술이 가장 믿음직하다.”면서 “아동 성폭력 사건에선 획기적인 진전을 이룬 판결”이라고 말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제이유 피해자단체 보상 촉구

    제이유그룹 다단계영업 피해자단체들은 17일 ‘제이유 사업피해자들의 피맺힌 호소문’을 발표하고 제이유측과 정부에 피해자 보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제이유사업 피해자 고소인모임, 제이유사업 피해자 전국비상대책위원회, 주수도 은닉재산찾기 운동본부 등은 이날 호소문을 통해 “주수도 회장은 항소심 구형에서도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구형받고 21일 선고공판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정부와 재판부, 그리고 검찰에서는 선고전까지 피해자들의 엄청난 정신적·경제적 피해에 대한 보상대책을 세워 달라.”고 호소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여선생님들 잔 비우고 한 잔씩 따르세요” 대법 “성희롱 아니다”

    회식자리에서 부하 여직원에게 술을 따르라고 한 발언은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북 안동 M초등학교 교감 김모(57)씨는 2002년 9월 한 횟집에서 교장과 함께 최모(33)씨 등 여교사 3명과 남교사 3명이 참석한 회식자리에 동석했다. 교장이 교사 6명의 소주잔에 각각 맥주와 소주 등을 따르고 함께 술을 마셨다. 김씨가 여교사들에게 “여선생님들, 잔 비우고 교장선생님께 한 잔씩 따라 드리세요.”라고 말했지만 여교사들은 답하지 않았다. 남교사들이 교장과 김씨 등에게 잔을 권했고 김씨는 한 차례 더 “여선생님들 빨리 잔을 비우고 교장선생님께 한 잔 따라 드리지 않고.”라고 채근했다. 결국 2명의 여교사가 마지못해 교장에게 술을 따랐지만 최씨는 끝까지 거부의사를 표시하다 자리를 마칠 무렵 교장으로부터 술을 한 잔 더 받은 뒤에야 맥주를 따라줬다. 최씨는 결국 성적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꼈다며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 진정했고 여성부는 김씨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보고 시정조치를 권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15일 “김씨에게 성적의도가 있었다기보단 직장 상사인 교장에게 술을 받았으면 답례해야 한다는 차원이었고 다른 여교사 2명이 성적인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한 점에 미뤄 성희롱으로 성립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배현태 공보판사는 “신체적인 접촉이나 성적인 언어표현이 아니라 단순히 술만 따르라고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최씨가 성희롱을 느낄 수 있을 만한 객관적인 정황이 되지 못한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반면 전교조 김복희 여성위원장은 “술자리에서 술을 따르게 하는 행위 자체가 성희롱이라고 무조건 규정할 순 없지만 김씨가 재차 따르라고 했음에도 최씨 스스로 성적 굴욕감 등을 느껴 거부했다면 성희롱에 해당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한국의 ‘크리미널 마인드’ 대검 심리분석실을 가다

    한국의 ‘크리미널 마인드’ 대검 심리분석실을 가다

    지난해 1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심리분석실. 행동분석 담당 김재홍 분석관의 눈빛이 번뜩였다. 건너편에 앉은 안모(35·여)씨의 몸짓이 이상했다. 안씨는 2005년 경남 창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 딸이 독극물을 먹고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을 겪은 유가족. 하지만 딸의 죽음을 되짚는 안씨의 얼굴에선 분노나 슬픔이 표현되지 않았다. 무의식중에 김 분석관을 경멸하는 표정이나 미소도 지었다. 아무 이유없이 신체의 일부를 만졌고, 입술에 주기적으로 침을 발랐다. 말을 더듬었고 속도도 일정치 않았다. 평소 안씨가 하지 않던 행동이었다. ●과학수사로 풀 수 없는 범죄 해결 김 분석관은 분석 결과 안씨가 딸을 숨지게 한 범인임에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어냈고 이를 창원지검에 알렸다. 법원은 종합적인 판단 끝에 보험금을 노린 살인죄로 안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 대검 심리분석실 수사팀.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지형기 검사관, 강민국 검사관, 이상현 검사관, 김미영 분석관, 김재홍 분석관, 정재영 실장.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증거도 동기도 없어 과학수사로도 풀 수 없는 범죄. 유일한 단서는 사건 관련자들뿐.‘크리미널 마인드’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실제로 존재하는 행동분석팀(BAU)이 등장하는 미국 드라마다. 범인의 행동과 심리 상태에서 미궁에 빠진 범죄의 열쇠를 찾는 프로파일링을 소재로 한 수사물이다.14일 한국의 ‘크리미널 마인드’ 대검 심리분석실 수사관들을 만나봤다. 충남 보령에 사는 간호사 윤모(22·여)씨는 퇴근길에 직장 동료 유모(37)씨에게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애원도 해보고 고함도 처봤으며 급기야 손에 잡힌 유씨의 흉기로 자해까지 했지만 유씨는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윤씨는 결국 유씨의 어깨를 흉기로 두 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살인과 정당방위의 갈림길에서 물적 증거는 없었다. 열쇠는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심리·생리검사 반응뿐이었다. 윤씨는 사건 관련 질문에 답하며 호흡이나 맥박, 혈압에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는 등 진실 반응을 나타내 결국 무죄로 풀려났다. 윤씨는 석달 뒤 결혼할 약혼자와의 사이에서 3개월 된 새 생명을 잉태한 상태여서 성폭행에 대한 저항이 더욱 격렬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심리·뇌파·행동·진술 등 4가지 동원 심리분석실에서 다루는 분석검사는 심리·생리검사와 뇌파분석, 행동분석과 진술분석 등 모두 네 가지다. 심리·생리검사는 거짓말탐지기로 사건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을 때 나타나는 배와 가슴의 호흡 변화, 혈압과 맥박의 변화, 동공의 크기 변화, 피부에 땀이나 닭살 등이 생기는 전류 저항 등을 측정하는 검사법이다. 뇌파 분석은 두피에 뇌파 변화를 탐지하는 32개의 센서를 부착하고 사건 관련자에게 사건 관련 물품을 보여주고 뇌파 변화를 측정한다. 예를 들어 살인사건 용의자 5명에게 피해자의 옷을 보여 줬을 때 범인이라면 이 옷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정보를 처리하면서 특이한 뇌파가 생기지만 관련 없는 용의자는 정보처리를 하지 않는다. 대검 심리분석실 정재영 실장은 “보통 거짓말탐지기를 써도 심리·생리 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반응들은 자율 신경계를 통해 나오기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해 거짓말탐지기는 97∼98%, 뇌파분석은 100%의 정확성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고성능 카메라로 행동 경향 파악 행동분석은 분석관과 사건 관련자들이 사건에 대해 얘기할 때 관련자들이 하는 말실수, 목소리 톤 변화, 응답시간 지연, 말더듬기, 진술의 일관성, 얼굴 미세표정, 눈의 움직임, 응시회피, 자세 변화와 몸 각 부위의 위치 등과 같은 행동 특징을 파악하는 기법이다. 심리분석실에는 6대의 고성능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카메라에 찍힌 개인마다의 고유한 행동 경향을 파악하고 특정 진술이나 질문에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지를 파악한다. 진술분석 담당 김미영 분석관은 “정말 겪은 사건에 대한 진술은 감각 정보가 풍부하고 사건 전후와 중간 가운데 중간상황에 대한 진술을 길게 적는다. 반면 거짓 진술에는 감각 정보가 부족하고 하나의 대상을 부르는 명칭이 자주 바뀐다.”고 설명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0.25초 순간 온갖 표정 나타나 ‘당신의 표정엔 만감(萬感)이 숨어 있다.’ 행동분석은 사람의 수많은 행동 속에 숨어 있는 감정 변화를 읽어내는 수사기법이다. 국내 최고의 행동분석 전문가인 대검 심리분석실 김재홍 분석관의 설명을 통해 행동변화가 가장 잘 나타나는 얼굴 표정의 미세한 변화를 분석해 봤다. 사람의 얼굴은 수천개의 미세근육으로 이뤄져 있다. 이 근육 중에는 통제가 가능한 수의근(隨意筋)이 있는 반면 통제할 수 없는 불수의근도 있다. 김 수사관은 약 0.25초의 짧은 순간 얼굴 근육의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미세 표정을 통해 인간의 온갖 감정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먼저 눈썹이 팔(八)자 모양이 되고 입술 양끝이 아래로 내려가는 건 ‘슬픔’을 뜻한다.‘분노’를 나타낼 땐 미간이 안쪽으로 몰리고 아래로 내려가며 바깥쪽 눈썹이 위로 올라간다.‘분노’땐 턱을 아래로 내리고 치아를 약간 내보이며 공격 성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눈이 커지고 눈썹과 눈꺼풀이 들어올려지면 ‘두려움’을 뜻하고 여기서 입이 함께 벌어지면 ‘놀라움’이라는 뜻이 된다. 코에 주름이 생기고 눈이 가늘어지면 ‘혐오’라는 뜻이고 입술에 힘을 주는 건 ‘결의·분노’를 뜻한다. 범죄와 관련해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사람이 ‘행복’할 땐 양쪽 입가가 뺨 근육을 통해 살짝 들어올려져 미소 짓는 표정이 된다. 미소에도 진짜와 거짓이 있다. 진짜 미소는 자연스런 긍정 정서에서 유발되기 때문에 눈 양쪽에 주름이 생기는 반면 거짓 미소는 눈가 주름이 형성되지 않는다. 김 수사관은 “얼굴 미세표정 변화로 인한 감정 표현은 심리상태를 포착해낼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면서 “이를 고성능 카메라로 찍어 수천 가지 표정에 일일이 번호를 매기며 분석하다 보면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심리수사 軍에서 시작됐다…1961년 국내 첫 거짓말탐지기 도입 우리나라 심리수사의 역사는 군대에서 시작됐다. 1961년 국내 최초로 거짓말탐지기를 도입해 사용한 곳이 군대다. 이후 79년 4월부터 3개월 동안 국내 최초로 거짓말탐지기 검사관 양성교육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같은 해 8월 대검찰청이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심리·생리검사 업무를 시작했다.2004년 대검에 뇌파분석이 도입됐고 2005년 행동 및 진술 분석이 추가로 도입되면서 세계 최초로 네 가지 통합심리분석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현재 검찰에는 대검찰청을 포함해 전국 13개 지검에 19명의 심리·생리검사관이 있다. 국내 유일의 행동분석관과 진술분석관인 김재홍 분석관과 김미영 분석관 등 모두 21명이 심리수사 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지검에서는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심리·생리검사밖에 할 수 없고 네 가지 통합심리분석은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에서만 이뤄진다. 분석검사는 사건 관련자의 동의를 받아야 이뤄질 수 있다.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의 요청 외에 사건 관련자도 스스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석을 요청할 수 있다. 심리·생리검사관이 되기 위해서는 대졸 이상 학력에 수사 실무경력이 3년 이상이어야 하고 검찰 수사관 양성교육을 6개월 이상 받아야 한다. 진술과 행동분석관이 되려면 범죄심리학 석사 이상의 학력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대검 심리분석실 정재영 실장은 “아직 대법원에서는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수사 증거로 채택되지 않지만 하급심에서는 종종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검사 결과와 판결문이 94% 정도의 수준으로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6%도 거짓말탐지기의 오류라기보다는 범죄의 추가 증거가 모자라 판결이 검사 결과와 엇갈린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심리수사가 범죄 관련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대법 “석면 노출 암사망 업무상 재해”

    20여년간 흡연을 했어도 근무했던 지하철역에서 석면 노출로 인해 폐암이 발병해 악화됐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지하철 역무원으로 근무하다 2003년 폐암으로 숨진 윤모(당시 43세)씨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윤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윤씨는 1985년 7월 서울메트로(옛 서울지하철공사)에 입사해 역무원으로 재직하며 역사 지하에서 승차권 판매와 부정승차 단속, 선로 상태 확인 등의 일을 했다.2001년 3월 폐암 진단을 받고 2년 뒤 숨졌다. 재판부는 “윤씨가 85∼89년 일했던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는 87∼88년 지하역사 통로 확장과 역무실·매표소 이전공사가 진행됐는데 바닥재와 환기덕트 이음부에 상당량의 석면이 포함돼 있었지만 당시 우리나라 석면 유해성 인식 정도에 비춰 비산 방지 대책을 세우고 작업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석면은 한번 노출되면 이후 다시 노출되는 일이 없어도 장기간 잠복기를 거쳐 폐암 등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보복폭행’ 김승연회장 보석 청구

    ‘보복 폭행’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공판을 앞두고 있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12일 담당 재판부인 형사8단독에 보석 청구서를 제출했고 경호과장 진모씨는 13일 오전 보석 청구서를 제출했다. 김 회장 등은 보석 청구서에서 수사가 종료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어졌고, 피해자들과도 합의해 구속의 필요성이 해소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보석 청구서를 검토하고 검사의 의견을 들은 뒤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주거제한과 보증금 납부를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할 수 있다.김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은 18일 오전 10시에 열린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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