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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년만에 고교 졸업… 이제 한 풀었어요”

    노장년층과 소외된 청소년들의 대안학교인 서울 화곡동 성지중고등학교 학생 770명이 12일 서울 강서구민회관에서 졸업식을 갖는다. 졸업생들은 대부분 제때 배우지 못한 ‘한’을 품고 입학한 학생들이다.10대 때 결혼으로 학업을 중단했던 70대 할머니, 문제아로 찍혀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 온 탈북자 등 모두가 눈물겨운 사연의 주인공들이다. 중·고교 4년 과정을 마치고 한국방송통신대에 진학하는 전규화(78) 할머니는 4시간의 등하교 시간에도 결석과 지각 한 번 하지 않았다. 경북 영주 산골마을 출신으로 17살 되던 해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했고, 이듬해 시집가는 바람에 학업을 중단했던 전 할머니는 60여년 만에 한을 풀었다. 명지전문대 부동산학과와 정화미용예술학교에 진학하는 고영식(59), 오말남(59·여)씨는 부부다.1950년대 초반 한국전쟁으로 부친을 여의는 바람에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는 고씨는 배우지 못한 것이 뼈에 사무쳐 4년 전 아내와 함께 50여년 만에 공부를 새로 시작했다. 중고교 시절 무단결석과 가출, 폭력으로 비행청소년으로 낙인찍혀 공부를 그만둔 뒤 사이버 범죄로 구속되기도 했던 송모(19)군은 올해 모 대학 컴퓨터학과에 합격했다. 국내 컴퓨터 게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게임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해 학업을 포기하려 했던 김모(18)군,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며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김모(19)군도 자랑스러운 졸업생이다.2002년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 김영진(24)씨는 중고교 과정을 밟는 동안 한식·양식 요리자격증을 따고 경기대 호텔조리학과에 진학한다.2005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조문희(22·여)씨도 단국대 간호학과에 입학해 간호사를 꿈꾸고 있다. 함익주 교사는 “온갖 어려움을 뚫고 목표를 이룬 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될 만한 위대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사기 혐의로 2년여 도피생활 전경환씨 담관암 입원

    사기 혐의로 검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66)씨가 지난 6일부터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측은 전씨가 지난 6일 오후 비서들과 함께 병원 응급실을 찾아가 곧바로 20층 귀빈병동인 200병동 병실에 입원했다고 10일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전씨는 다른 병원에서 담관세포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정밀검진을 받기 위해 입원한 것으로 현재 생명이 위독한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씨가 입원한 병실의 넓이는 66.116㎡(20평)로 병실 옆에 보호자용 병실이 딸려 있으며 하루 입원비가 70만∼80만원에 이른다. 전씨는 1988년 새마을중앙회 공금을 횡령한 죄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뒤 2년 남짓 만에 특별사면됐으며, 아파트 건축 사업자금을 유치해 주겠다며 건설업체 대표에게 7억여원을 받아 챙겨 사기 혐의로 2005년 초 수배됐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부고] ‘부민관 폭파의거’ 조문기 민족문제硏 이사장 별세

    [부고] ‘부민관 폭파의거’ 조문기 민족문제硏 이사장 별세

    1945년 ‘부민관 폭파의거’의 주역인 독립운동가 조문기(81)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이 5일 오후 지병으로 별세했다. 조 이사장은 42년 일본으로 건너가 강관주식회사에서 조선인 노동자 2000여명을 규합해 대규모 폭동을 일으킨 뒤 국내로 돌아와 유만수ㆍ강윤국 선생과 함께 애국청년단을 결성, 본격적인 독립운동을 벌였다. 살아있는 애국지사 중 ‘의사’라는 호칭으로 불린 마지막 독립운동가인 조 이사장의 최대 투쟁 성과는 부민관 폭파의거다. 일제 패망 직전인 45년 7월 조 이사장은 일본 중의원까지 지낸 거물 친일파 박춘금이 대규모 친일집회를 열고 있던 서울 부민관(현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동료들과 함께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 집회를 무산시켰다. 이 사건은 당시 일제의 보도 통제로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지만 경성 한복판에서 일제와 친일파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 대표적인 쾌거로 손꼽힌다. 광복 이후 활발한 민족주의 운동을 벌이던 조 이사장은 미 군정 당시 ‘이승만 암살 조작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조 이사장은 이후 은거에 들어갔으나 1980년대 뒤늦게 독립운동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고 99년부터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을 맡았다. 조 이사장은 “광복이 됐지만 친일파들이 세력을 잡았으니 독립이 됐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도 독립운동가라고 연금만 받아먹을 수는 없다.”며 친일파 청산에 마지막 정력을 쏟았다고 연구소 측은 전했다. 조 이사장은 2006년 11월 골수종과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경기도 수원의료원에서 힘겨운 투병생활을 해왔으나 많은 나이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장영심씨와 딸 조정화씨, 사위 김석화씨가 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여성&남성] 간통죄 논란, 당신의 생각은

    [여성&남성] 간통죄 논란, 당신의 생각은

    ‘간통죄´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법이 왜 개인의 이불 속 생활까지 재단하나.´란 의견도 옳게 들리고,‘결혼으로 이룬 가정이 있는데 개인의 성적(性的) 자기 결정권만 따질 수 있느냐.´는 주장도 합당하게 들린다. 하지만 모든 제도가 존재 그 자체에서 이미 당위성을 담보로 가지듯, 아직 우리 사회에선 간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강하게 낙인찍혀 있다. 최근 탤런트 옥소리(40·여)가 ‘간통은 개인간 민사일 뿐 형사처벌은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하자 누리꾼 사이에서 옥소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높은 게 현실이다. 여성과 남성, 그들이 생각하는 ‘간통죄´에 대한 다르고도 같은 생각을 들어봤다. ■ 외도 상처는 지구 종말과도 같아…처벌 당연 ● 결혼은 엄연한 법적 약속 결혼 30년차 주부 이모(55)씨는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지구의 종말이 오는 기분일 것”이라고 표현했다. 결혼은 한 사람과의 엄연한 법적 약속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범법행위로 상대에게 물질적·정신적인 손해를 입혔다면 당연히 형사처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게 이씨의 견해다. 이씨는 남편이 몰래 외도했다면 “‘배우자를 벌할 권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형사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하지만 어떤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해도 이미 한 사람과 가정을 이루겠다고 약속한 사람에게는 죄일 수밖에 없지요. 그게 결혼 관계에 내 인생 모두를 바쳤던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기 때문에 민사 배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봐요.” 미혼의 회사원 이모(29)씨도 간통은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본다. 여전히 ‘일부일처제’가 법제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간통은 그 기본적인 룰을 깬 것이기 때문이다.‘법을 위반했으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는 명제를 따라야 사회 전체가 평온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사랑 자체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지만 간통으로 가정이 깨지고, 가정 문제가 사회적 파장으로 연결된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미래의 배우자가 외도를 했다면 고소할 생각이냐는 물음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간통으로 고소하려면 이혼을 전제로 해야 하잖아요. 그건 너무 힘든 결정일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배우자가 외도를 한 ‘강도’에 따라 결정이 좌우될 것 같아요.” 결혼 24년차인 전문직 최모(47)씨는 “사랑은 죄가 아니지만 불륜은 죄”라는 말로 화두를 꺼냈다. 결혼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타인에 대한 연애 감정을 구속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라는 게 최씨의 생각이다. 때문에 최씨 역시 남편이 결혼식 때 굳게 맹세한 ‘서약’을 어기면 당연히 간통죄로 고소할 예정이다.“한 이불을 덮고 자는 남편과는 사랑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어기지 않기 위해 욕망을 억제하자는 약속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음이 가는 대로 모든 걸 해버린다면, 세상은 결국 이기적인 생각만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요.” ● 감성으론 ‘철창행’, 이성으론 ‘민사해결’ 미혼의 전문직 김모(29)씨는 간통이란 화두를 떠올리면 머릿속에서 ‘이성’과 ‘감성’이 마구 충돌한다. 사실 사귀고 있는 남자가 다른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만 봐도 속이 뒤집어질 정도로 화가 나는데, 결혼까지 한 사람이 다른 여자와 외도한다는 건 때려 죽여도 시원찮을 ‘상처’다. 하지만 그를 ‘형사 처벌로 철창에까지 보내야 하느냐.’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고개가 좌우로 흔들린다.“남편이 형사 처벌받는다고 해서 상처받은 제 마음이 치유되겠습니까.” 결혼 3년차 회사원 최모(32)씨는 “결혼은 두 사람간의 계약관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계약을 파기한 것에 대한 민사 책임은 가능하지만 물건을 훔치거나 사람을 물리적으로 다치게 하는 형사 사건과는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는 게 최씨의 지적이다. 때문에 현재의 남편이 외도를 하더라도 ‘내 것만큼 소중한 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고소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다.“분명 결혼계약에서 상대에 대한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배한 책임은 있죠. 다만 그건 계약위반에 대한 비난과 배상으로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고 봐요.” ● 간통 형사처벌은 구시대의 산물일 뿐 미혼의 회사원 김모(28)씨에게 간통은 ‘당사자끼리 뺨 때리고 끝내면 되는, 지극히 남녀 개인간의 문제’다. 때문에 간통에 대한 형사법 적용은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본다. 만약 미래의 배우자가 외도를 저지른다면 김씨는 위자료를 왕창 뜯어내고 ‘쿨하게’ 이혼으로 관계를 정리할 예정이다. “형사처벌 문제와는 별도로, 만약 마음이 떠나 다른 사람에게로 사랑이 옮겨 갔다면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지금 배우자에게 알리고 관계를 정리한 뒤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게 순서라고 봐요. 배우자를 속이고 관계를 유지하는 건, 지금 관계를 잃지 않은 상태에서 덤으로 관계를 얻고 싶은 욕심이거나, 욕 먹고 싶지 않은 비겁함 정도겠죠.” 곧 결혼을 앞둔 회사원 신모(27)씨 역시 “국가가 개인의 연애와 결혼 문제에 간섭할 자격이 어디 있느냐.”는 반문으로 말을 꺼냈다.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연애한다면 ‘마음의 죄’는 될 수 있지만 국가나 사회가 그를 단죄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사실 지금 간통죄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남편이 외도를 저지른다면 감정적으로 열이 뻗친 상태에서 형사고소라는 수단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되려 그렇기 때문에 고소가 남발될 우려도 있고 그에 따른 공권력 낭비도 걱정이니 빨리 간통죄가 폐지됐으면 좋겠네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형법의 잣대로 개인 이불까지 들추다니… ● “옥소리씨 잘했어요” 최근 탤런트 옥소리씨가 간통죄 위헌심판 제청을 했다는 소식에 직장인 김모(29)씨는 손바닥을 쳤다. 간통죄가 우리 헌정사의 ‘수치 중의 수치’라고 주장하는 김씨는 간통죄 존폐논란이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간통죄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매우 창피한 일입니다. 법이 사생활을 하나하나 통제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과 다를 바가 없잖아요.” 김씨는 간통죄가 1970∼80년대 군부 독재시절의 잔재라고 믿고 있다. 간통죄가 존재하는 한 개개인의 ‘성(性)의 자유’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지금이 군부 독재시절인가요. 밤에 통행을 금지시키고, 경찰이 가위를 들고 다니며 장발족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과 다를 게 전혀 없죠. 법이란 이름으로 개인의 이불을 들춰 가며 검사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생활 침해입니다.” 직장인 송모(27)씨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개인의 성생활을 법으로 다루는 현실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우리나라가 민주주의 전통이 짧다는 것을 방증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간통죄입니다. 개인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강한 국가’ 이데올로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송씨는 지금 나오고 있는 간통죄 논란을 보면 과거 군부 독재시절의 ‘야간 통행금지 폐지 논란’이 떠오른다고 말한다.“과거 군부 정권이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야간 통금이라고 합니다. 민주화가 진행되고 통금을 폐지한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반대했죠. 통금을 없애면 사회질서가 문란해질 것이란 게 주된 논리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한심한 주장이잖아요.” 송씨는 지금의 간통죄 폐지 논란도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만일 간통죄가 폐지되고 시간이 흐르면 야간통금처럼 ‘터무니없는 법’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 간통죄가 여성보호 장치? 일부 남성은 여성의 권리가 상승된 현실에서 간통죄의 ‘여성보호’ 효과는 거의 상실됐다고 말한다. 대학원생 박모(27)씨는 간통죄를 더 이상 존치시킬 이유가 없다며 이렇게 말한다.“간통죄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가 강하잖아요. 아무래도 남성의 외도 비율이 높고 여성은 이로 인해 실질적 피해를 많이 봤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아 달라졌습니다. 여성의 사회·경제적 위치가 예전에 비해 많이 향상된 이 시점에 굳이 간통죄를 유지할 이유가 없는 거죠.” 고시생 김모(28)씨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다. 남녀평등이 상당 부분 이뤄진 상황에서 간통죄의 명분 자체가 이미 사라졌다는 것이다.“일각에서는 ‘여성 상위시대’라는 말도 나오잖아요. 이제 여성도 배우자의 외도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남의 가정사를 법의 힘에 빗대 해결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일부 남성은 아직도 남녀가 불평등하기 때문에 간통죄를 폐지해야 한다며 반론을 폈다. 직장인 이모(26)씨는 간통죄가 오히려 남성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고 있다고 주장한다.“요즘 간통죄로 남성이 여성을 고소하는 일이 여성이 남성을 고소하는 일보다 더 많다는 통계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남성의 외도와 여성의 외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남성이 외도를 하면 ‘남자가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며 다소 관용적인 분위기가 있지만 여성은 아니죠. 제 주변에도 남편의 외도를 그냥 넘기는 아내가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외도는 쉽게 넘기지 않죠. 간통죄는 남성이 여성을 탄압하기 위해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 “민법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 일부 남성은 간통죄의 ‘여성보호’라는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형법을 적용시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사생활 문제를 형법에 적용시킨다는 사실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므로 법적 보완을 통해 해결하자는 논리다. 고시생 김모(27)씨는 ‘여성보호’의 취지는 형법이 아닌 민법으로 살려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만일 배우자의 외도로 인해 피해를 봤다면 손해배상 등의 민법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지 형법을 적용시켜 ‘콩밥’ 먹일 필요는 없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사생활 문제를 형법을 적용해 판단한다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입니다. 민법을 통하면 사생활 문제의 한계는 물론 여성 보호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직장인 성모(28)씨의 생각도 비슷하다. 성씨는 간통죄의 취지가 ‘외도한 배우자에게 일방적으로 이혼 당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굳이 형법을 적용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간통죄의 취지가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충분히 민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형법으로 해결하다 보니 사생활 침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단독]폐지 방침 농진청 연구사 아내의 안타까운 사연

    [단독]폐지 방침 농진청 연구사 아내의 안타까운 사연

    볕에 그을린 얼굴엔 늘 기미가 앉아 있다. 면바지와 운동화는 흙때가 끼어 누렇다. 피곤한 얼굴을 주름진 미소로 덮고, 시계바늘처럼 매일 아침 7시에 나서는 남편(42)은 영락없는 농사꾼이다. 남편은 14년 동안 사과나무와 농군들의 버팀목이 돼온 농촌진흥청(농진청) 대구사과연구소 6급 연구사다. 한 달에 열흘은 다른 지역으로 달려간다. 대한민국 어느 땅이든 농군들이 필요하다고 호출하면 강의든, 일대일 교육이든, 병든 나무 치료든 마다하지 않는다. 밤 10시에 퇴근하고도 새벽까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강의 준비를 한다.“많이 배우지 못한 농민들이라 해도 강의가 끝나면 늘 부족했던 것 같아. 제대로 준비해야 그분들께 죄송하지 않거든….” 반강제로 박사학위도 따야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수업과 논문을 준비해 2005년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수천만원의 학비를 쓰는 바람에 지난해 2월에야 아파트를 분양받아 보금자리를 꾸릴 수 있었다. 그것도 9년 동안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하며 함께 생계를 꾸려준 아내 박미숙(38)씨가 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남편은 ‘땅의 아들’로 사는 삶을 후회한 적이 없다. 지난달 16일,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농진청을 폐지하고 산하 연구소는 출연연구기관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남편은 그날부터 축 처진 어깨로 매일 인수위 홈페이지에 들어가 행여나 결정이 번복되진 않을까 살펴본다. 출연연구기관에서 일할 수 있으니 다행아니냐고 했더니 남편은 “나는 괜찮지만 영세 농민들은 이제 누구에게 도움을 받아야할지 걱정된다.”고 답했다. 출연연구기관이 되면 국가의 연구비 지원은 50% 떨어지고 나머지는 연구 실적을 내 충당해야한다고 했다. 결국 농민이 아니라 실적을 위한, 돈을 벌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는 시스템이 되는 셈이다. 농진청이 개발해 국유 특허권을 지닌 신품종을 농민들이 사용하려면 로열티를 지불해야한다고 했다. 신품종을 살 수 없는 영세 농민들은 자연스레 고사된다. 그래서 무작정 블로그에 글을 썼다.‘어느 연구사의 아내’란 이름으로 담담하게 남편의 모습을 적었다. 며칠새 조회수가 20만건을 넘어섰다. 무작정 악플을 다는 10% 정도를 빼면 대부분 지지를 보내줬다.“‘철밥통 공무원’이 밥그릇을 지키려 한다고 비난하기보다 농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농촌의 안타까움을 알리고 싶었어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역대최대 해외 생산유전 인수

    역대최대 해외 생산유전 인수

    우리나라가 미국 멕시코만과 아프리카 콩고에서 총 매장량 9000만배럴의 생산유전 매입에 성공했다. 멕시코만 유전은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사들인 해외유전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총 인수자금은 1조 3000억원이 넘는다. 중동 일변도에서 벗어나 원유 공급선을 다변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에너지 자주개발률도 올라가게 됐다. 산업자원부는 한국석유공사와 삼성물산으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이 미국 멕시코만 일대 해상유전 채굴권을 따냈다고 1일 발표했다. 이재훈 산자부2차관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올리언스에서 미국 테일러 에너지사와 유전 양도 계약을 맺었다. 멕시코만 유전은 수심 20∼200m의 해상 유전으로 채굴 가능한 매장량이 6100만배럴이다. 한국 컨소시엄은 이 일대 5개 유전 16개 채굴권을 전부 사들였다. 국제입찰에 10억달러(9400억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측은 “지금도 하루 1만 7000배럴씩 쏟아져 나오는 생산광구”라며 “2009년에는 하루 생산량이 1만 9000배럴까지 늘어나 4년 안에 투자금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석유공사와 삼성물산의 지분율은 8대2다. 위험도가 낮은 생산광구라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해외자원개발 투자 1호가 될 공산이 높다. 멕시코만 유전보다 하루 먼저 계약한 콩고 엠분디 유전은 서아프리카 육상광구 가운데 두번째로 큰 생산광구이다. 영국 툴로사로부터 지분 11%를 4억 3000만여달러(4000여억원)에 사들였다.11%에 상응하는 매장량은 2900만배럴, 하루 생산량 4429배럴이다. 이 차관은 “탐사광구와 중동에 치중했던 자원확보 전략을 생산광구와 미국·아프리카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며 “두 유전을 합하면 우리나라의 자주개발률이 0.72%포인트 올라가게 된다.”고 밝혔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로버트 김, 후원인들과 만나

    로버트 김, 후원인들과 만나

    “교도소에 있는 동안 후원인들과 국민들이 너무나 큰 사랑을 줬습니다. 그에 대한 고마움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30일 밤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미국에서 9년간 수감생활을 했던 로버트 김(68ㆍ한국명 김채곤)이 그의 석방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온 국내 후원인들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다.2005년 10월 수감생활을 마친 뒤 세 번째 입국한 로버트 김은 “조용히 태안 봉사활동만 하고 가려 했는데 이런 자리까지 마련해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막오른 로스쿨시대] 비대위 집행부 문답

    “로스쿨 출발부터 진골·성골로 나누자는 거냐. 로스쿨 개원을 앞두고 이뤄진 졸속 결정이며 분명한 정책적 실패다.” 올바른 로스쿨을 위한 시민인권노동법학계 비상대책위원회 집행부는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격앙된 목소리로 로스쿨 심의결과를 비판했다. 비대위 공동대표인 석종현 단국대 법대교수,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와 공동 상임집행위원장 정용상 동국대 법대교수, 이상수 서강대 법대교수 등 집행부 9명이, 탈락한 10여개 대학의 위임을 받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입장정리는 어떻게 됐나. -(예비인가 심의)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예비인가 대학의 입학 정원도 거의 4배의 편차인데 이를 이해할 합리적 근거는 없다고 본다. ▶심사 과정 등 행정정보 공개요청은 따로 하나. -일단은 폐기처분 금지 가처분을 내고 재심의를 요청한다. 일반 행정정보 공개 청구는 내부 일정 등을 문제로 거부될 수도 있다. 복잡한 문제라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점수도 알려주지 않고 커트라인도 안 알려주지 않는가. 굉장히 불합리하다. ▶정원 배정에 대한 입장은. -대학별로 4배가 차이 나도록 정원을 배정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성대 120명, 건국대 40명이다. 그만큼 교육여건의 차이가 있다는 말인가. 권력이나 다른 여건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원 40명으로 로스쿨을 운영하라는 건 땅을 파서 하라는 얘기다. 아니면 등록금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씩 받으라는 얘기다. 현재 방식으로 간다면 ‘어디 로스쿨 출신 변호사’라는 얘기가 나오고 출발부터 진골ㆍ성골을 나눌 카르텔이 형성될 우려가 크다. 이건 로스쿨의 본질을 왜곡하는 요소들이 개입돼 덕지덕지 엉망이 됐다는 거다. 개원을 앞두고 졸속적으로 결정됐고 분명한 정책적 실패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막오른 로스쿨시대] “수백억 든 건물 어쩌라고…”

    로스쿨 예비 인가에서 탈락한 대학들은 일제히 충격에 휩싸였다. 전국 10여개 탈락 대학은 이날 오후 서울 모처에 모여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공동 대응을 모색했다. ●조선대, 법학관·모의법정 등 270억 ‘헛투자´ 법학대학원 건물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데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투자한 대학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전국 최고 규모로 투자한 전남 조선대가 가장 타격이 컸다. 조선대는 2004년부터 법학관,170명 수용이 가능한 모의법정,100명 수용이 가능한 기숙사와 법학 관련 서적 5만 4000권을 소장한 법학전문도서관 등을 신축하는 데 모두 270억원을 투자했다. 게다가 저소득층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장학기금도 300억원을 마련했다. 이 대학 김춘환 법대학장은 “비교하기 조심스럽지만 전북의 원광대는 로스쿨 시설을 갖출 계획만 밝혔을 뿐인데 우리보다 점수가 높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행정소송 등의 법적 대응과 정치적 대응도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숙명여대도 당혹스러워했다. 숙대는 2006년 법학전문도서관, 모의법정, 국제회의실 등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의 법학관을 지었다. 오는 8월 완공 예정인 새 기숙사에는 로스쿨 학생을 위한 방 150실을 따로 구비했다. 하지만 모두 물거품이 됐다. 이욱한 법대학장은 “‘법학교육 정상화’라는 목적으로 시행된 로스쿨이 정치적인 배려에 의해 지역균형발전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 같다.”면서 “결국 전체 정원이 적어 서울대는 교수 60명에 학생 150명이라는 기형적인 구조가 생기고 만 것”이라고 꼬집었다. 내년 8월까지 375억원을 들여 교양관을 로스쿨로 리모델링할 계획을 짰던 충북 청주대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청주대 관계자는 “탈락이라는 건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조계 출신 교수들 어찌하오리까” 대학이 야심차게 영입한 법조인 출신 교수에게도 불똥이 떨어졌다.10년 이상 판사 경력을 지닌 변호사와 검사 출신 법조인 등 25명을 영입한 숭실대는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게 됐다. 노경식 홍보팀장은 “로스쿨이 있는 대학 학부에서 정원의 70%를 뽑기 때문에 사실상 법대 학부 자체도 존폐 위기에 놓였다.”면서 “어렵게 모셔온 교수들의 자리를 어떻게 보전해야 할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변호사 등 13명을 교수로 채용한 대전 한남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남대 관계자는 “실적도 좋고 현지실사 때 분위기도 좋아 예비인가 대학에 포함될 줄 알았는데 실망이 크다.”면서 “로스쿨 투자사업을 전면 보류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탈락 지방대 “사립대 홀대” 반발 지방 사립대는 국립대 위주의 선정 방식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충남 아산 선문대 유승훈 로스쿨추진단장은 “충청권에서 국립대인 충남대, 충북대 등 2곳만 인가한 것은 국가발전에 이바지해온 사립대를 홀대하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로스쿨 시스템을 도입한다면서 사시 합격자수 등 과거 실적을 갖고 우열을 가리면 공정한 평가가 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 단장은 “예비인가 효력정지가처분과 심사내용의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다른 대학과 연대해 대응하겠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경남권의 진주 경상대는 사법고시 합격자수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일부 관측에 반발했다. 경상대 관계자는 “앞으로 법조인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를 판단하지 않고 과거 실적 위주로 평가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교육인적자원부와 법학교육위원회가 다시 한번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서울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적반하장 학부모 학교폭력 키운다

    적반하장 학부모 학교폭력 키운다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 학생 A양은 같은 반 남학생 B군에게 번번이 괴롭힘을 당했다.B군은 별 이유 없이 얼굴을 때리고 책상을 던지며 위협했다. 가슴을 손으로 누르는 성추행으로 수치심을 안기기까지 했다.A양 부모가 학교에 항의했고, 학교측이 B군 부모를 불렀지만 반응은 당황스러웠다.B군 어머니는 “우리 아들은 건드리지만 않으면 괜찮은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되레 화를 냈다.B군 아버지는 “아들을 정신병자로 내몰고 성폭행범으로 선동했다.”며 교사를 고소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 C군은 동급생 13명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 고환에 심한 타박상을 입은 C군은 피섞인 소변을 쏟아냈고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해 야뇨증까지 앓게 됐다. 심리치료를 위해 병원을 오갈 상황이었지만 가해 아동들의 부모들은 “증거가 있느냐.”고 따지며 오히려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학교는 양쪽의 눈치만 보고 있다. ●가해아동 학부모 막무가내식 자식 옹호 ‘심각´ 아이를 하나만 낳는 가정이 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중국의 ‘소황제’처럼 외동 아이에 대한 과잉보호 현상이 만연하면서 부모의 막무가내식 ‘자기 자식 옹호’가 학교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지난해 발생한 학교폭력 4500여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최근 가해아동 부모들은 아이의 폭력행위에 대해 ▲아예 무관심이나 무시 ▲적반하장식 대응 ▲사과없이 법적 절차만 진행 ▲주동자는 따로 있다는 식의 책임전가 ▲피해자가 맞을 짓을 했다는 식의 합리화 등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 D군은 같은 반 남학생 E군에게 8개월 동안 괴롭힘을 당했다. 결국 무릎으로 팔을 찍어 누르는 폭행을 당해 인대가 늘어나 병원 치료를 받았다. D군 부모가 E군 부모에게 항의했지만 E군 어머니는 “우리 아이는 힘이 있는 아이들만 건드린다. 아무나 건드리지 않는 정의로운 아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결국 E군은 그 뒤에도 지속적으로 D군을 괴롭혔고 애꿎은 D군만 전학을 고민하게 됐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장맹배 사무국장은 “학교폭력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가해학생 부모가 먼저 자기 아이를 단호하게 꾸짖어야 하는데 최근엔 ‘아이 기죽인다.’며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사과보다는 사건의 책임소재만 따지는 얄팍한 세태가 만연하고 있다.”면서 “피해학생 가족에겐 이런 태도가 가장 큰 응어리로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가해학생 부모 폭력예방교육 필요” 전문가들은 제도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외국의 경우 학교폭력이 일어나면 학교에서 상담사가 가해 학생을 지도하고 그 결과를 교장 책임 하에 부모에게 지도명령을 내리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 “소아정신과 교수들이 교육부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이들의 정신건강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라며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부모들이 학교폭력에 관대한 경향이 있으니 가해학생 부모들에게 강제적으로 폭력예방 교육을 시키는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현장 행정]마포구 찾아가는 치매검진

    [현장 행정]마포구 찾아가는 치매검진

    “소싯적 내가 기억력 하난 좋았어. 그런데 요즘은 손주들 이름까지 헷갈려. 이거 혹시 치매야?” 28일 마포구 창전동 S임대아파트 노인정. 마포구치매지원센터 상담원으로부터 출장 치매검진을 받던 김성영(84)씨가 조심스레 입을 뗀다. “기억력은 좋은 편이지만 운동을 자주 해야겠다.”는 상담사 이선미(40)씨의 조언에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박창경(80)씨가 참견한다.“이 양반, 운동 자주 해. 화투 대장이야, 대장” 긴장된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리던 노인들 틈에서 떠들썩한 웃음이 터져나온다. ●6개월새 1400여명 이동검진 “어르신들. 화투를 해도 돈 딸 생각만 해서는 치매 예방에 도움 안 돼요. 상대방 패를 읽으려고 머리를 쓰셔야 해요.” 상담사 이씨가 목소리를 높인다. 시선이 모이는 순간을 기다려 메시지를 던지는 게 효과적이라는 건 100회 가까운 현장검진을 통해 체득한 그만의 노하우다. “알아, 그래서 우리도 10원짜리로만 친다니까.” 맞장구치며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노인들 모두 젊은 말벗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지난해 7월 설립된 마포구치매지원센터에는 간호사 5명과 사회복지사, 전문치료사 등 직원 9명이 일한다. 거동이 불편해 센터 방문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일주일에 2∼3차례 노인정으로 검진을 나간다. 지금까지 1400여명이 검진을 받았다. 이날 상담을 받은 노인은 25명. 이 가운데 80대 여성 1명이 선별검진이 필요한 ‘경도인지장애’로 분류됐다. 통상적인 인지장애 판정율이 10∼15%인 점에 견줘 양호한 편이다. 치매도 두뇌 활동이 적고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저소득 노인층에서 발병율이 높다. 하지만 혼자 사는 노인이 많고 가족이 있더라도 경제적 부담을 줄 것이란 자책감에 증세가 나타나도 숨기는 경우가 많다. ●가벼운 증세는 음악·미술치료 상담사 이미애(44)씨는 “우울증이나 비타민 결핍, 갑상선 기능 저하 등으로 인한 치매는 약물치료로 완치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주위의 무관심으로 방치하다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검진을 통해 인지기능의 장애가 확인되면 센터로 옮겨 정밀검진을 실시한다. 여기서 중증으로 판명되면 전문병원에 의뢰해 MRI·CT 검사를 통해 치료방법을 결정하고, 증세가 가벼우면 센터를 왕래하며 지속적인 상담과 음악·미술치료를 받는다. 상담사 중 막내인 이재훈(28)씨는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지난해 센터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검진을 나올 때마다 가슴 한쪽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이분들께 절실한 건 검진보다 살가운 대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내민 한 장의 상담기록지 말미엔 “선생님 오신개 기분 조섭니다.”라는 서툰 필체의 글귀가 적혀있었다. 이날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송모(81) 할머니의 상담 소감이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김석원 前회장 재판서 신정아씨 조언”

    학력위조와 뇌물수수죄 등으로 구속기소된 신정아씨가 지난 2005년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재판과정에서 조언을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28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김명섭 판사 심리로 열린 신씨에 대한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 전 회장의 비서 기병준씨는 “김 전 회장의 부인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이 신정아씨에게 재판 과정에 대해 물으면 신씨가 어디론가 가서 통화하고 돌아와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변호인을 맡기도 했던 김영진 변호사가 지난해 9월 김석원 전 회장의 측근과 통화한 내용이 일부 공개됐다.검찰은 김 전 회장의 비서 기씨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김영진 변호사와 기씨 사이의 통화 내용을 확보했다.”면서 “김 변호사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신정아가 어디로 튈지 모르니 2억원 선에서 마무리하자.’ 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신씨의 변호인 박종록 변호사가 “통화내용은 재판과 관련이 없으니 내용은 밝히지 말아야 한다.”고 강력히 항의하자 재판장은 “변호인측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며 통화내용 공개를 중단하도록 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로버트 김 40년만에 고국서 설 맞아

    군사기밀유출 혐의로 미연방 교도소 생활을 했던 로버트 김(68·한국명 김채곤)이 29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27일 로버트김 서포터스(회장 박성현)에 따르면 로버트 김의 이번 방문은 부친의 4주 기제사(2월12일)에 참석하고 친지들과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한 것이다. 김씨는 오는 30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후원인들과의 만남 행사에 참석하고 특히 2월1일부터 10일동안 고향인 여수를 찾아 장애인·노인요양·불우청소년시설 등 다양한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도 펼칠 예정이다. 박성현 회장은 “김씨가 설 연휴를 고국에서 보내는 것은 40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2월14일까지 국내에 머무를 예정이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이명박후보 ‘인터넷 비방’ 회사원 2명 잇단 선고유예

    지난해 대선 당시 개인 블로그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2명에게 잇따라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 남부지법 제11형사부(윤성근 부장판사)는 25일 대선 직전 개인 블로그에 이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5차례 올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모(37)씨에게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해 6월 포털사이트에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고 이 후보와 박근혜 후보를 반대하는 글을 한 차례 올려 기소된 권모(40)씨에게도 벌금 1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유죄로 인정되는 때라 하더라도 처벌 수위를 정할 때는 시민의 자유로운 의견 표명과 여론형성 과정에서의 자발적 참여 동기를 저해하는 효과를 낳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한국 사람들은 잘 훈련된 조직원 같아요”

    “한국 사람들은 잘 훈련된 조직원 같아요”

    “한국 사람들은 잘 훈련된 조직원들 같아요.‘빨리빨리’ 움직이며 헌신적으로 일을 끝내 놓고 휴일은 맘껏 즐기더군요.” “어린 아이들이 영어를 너무 잘해서 놀랐어요. 제가 영어로 길을 물어도 익숙하게 잘 대답하더군요.” “제가 사는 과테말라는 거리를 걸어 다니기도 무서운데 한국은 지갑을 잃어 버려도 금방 다시 찾을 수 있을 만큼 치안이 잘 돼 있어요.” ‘주 5일제’ 때문에 이틀 쉬는 모습이 눈에 익어서일까. 걸어 다닐 수 있을 때부터 영어회화를 배우러 다니는 아이들은 또 어떻게 보였을까. 끔찍한 사건사고에 늘 불안한 우리가 그래도 그들보단 안전한 나라에서 산다고 안도해야 할까. 24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만난 제3세계 출신 여성들은 1년 동안 머문 한국에 대해 ‘빨리빨리’와 ‘아이들의 능숙한 영어’,‘안전한 치안’을 인상적인 모습으로 꼽았다. 이화여대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공동으로 만든 제3세계 여성들을 위한 무상교육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이날 수료식에 참석한 방글라데시 판사 출신 네프리자 샤이마(34), 과테말라 출신 루시아 페자로시(29), 탄자니아 공무원 레니 배리안 곤드웨(30)의 ‘수다’를 들어봤다. 한국 땅에서도 외국인과 만나면 영어로 대화해야 한다고 지레 생각하는 우리에게 ‘당연히’ 한국 말을 먼저 건네는 외국인은 놀라움이었다.“한국 사람들은 제가 한국어를 배우고 몇 단어를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해했어요.‘한국 말 알아요?’라고 물어 왔을 때 ‘조금’이라고 답하면 다들 좋아하더군요.”곤드웨의 말이다. 한국 여성들의 적극적이고 ‘거친’ 삶의 모습도 이들에겐 남달라 보였다. 고국에서 여성과 아이들에게 행해진 범죄에 법의 잣대를 들이댔던 샤이마는 “제3세계 여성들은 여전히 폭력에 시달리고 있지만 한국 여성들은 대학에서 자기 목표를 두고 종교를 믿는 것처럼 헌신적으로 공부한다.”면서 “한국에서 본 여성들의 삶을 참고해 방글라데시 여성들이 시달리는 폭력에 대한 논문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테말라, 온두라스, 가나, 수단, 이라크 등 제3세계 국가 여성 28명과 함께 ‘개발과 협력’을 주제로 한 과정을 마친 이들의 한국 생활은 이달말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서울 오늘 영하 9도

    당분간 외투를 단단히 껴입어야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24일 서울의 아침기온이 영하 9도까지 떨어지고 대관령 영하 17도, 철원 영하 16도, 전주 영하 5도, 부산 영하 3도 등을 나타내며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이번 추위는 25일까지 이어져 이날 서울 영하 9도, 대관령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데다 대륙성고기압의 영향으로 찬 북서풍까지 몰아쳐 체감온도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24일과 25일 이틀동안 낮에도 기온이 영하를 기록하는 등 한파가 이어져 동파방지와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면서 “이번 추위는 주말인 26일쯤부터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대선 희화화한 죄?

    대선 희화화한 죄?

    대선을 희화화하고 국격을 떨어뜨린 죄? 17대 대선에서 톡톡 튀는 공약과 발언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허본좌’라는 애칭을 얻은 허경영(58·경제공화당 총재)씨가 결국 철창에 갇히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영만)는 23일 허씨를 공직선거법 위반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했다. 허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한 서울남부지법의 김선일 공보판사는 “증거인멸을 시도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 데다 의도적으로 유력 정치인과의 거짓된 친분을 앞세워 선거에 이용하려 했던 범죄의 중대성도 있다.”면서 “사진 합성과 개인능력 과대포장 등으로 향후 총선에서도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할 새로운 범죄의 가능성도 있어 영장을 발부했다.”고 말했다. 허씨는 지난해 10월쯤 배포된 무가지 신문에 자신을 찬양하고 과장하는 내용의 광고를 내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찍은 것처럼 합성한 사진을 선거 공보에 게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박 전 대표와의 결혼설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허씨는 영장실질심사 전 “대선에 나갔고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사람인데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속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또 바뀐다고 … 미치겠네”

    정권과 함께 옷을 갈아입는 입시제도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혼란을 몰고 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2일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1단계 수능등급제 보완으로 영향을 받게된 예비 고3 학생들과 학부모,2∼3단계 수능과목 축소와 대학 학생선발 자율화의 첫 대상자가 될 예비 중3 학생과 학부모 모두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에 어리둥절해했다. ●“도대체 무슨 공부를 해야죠?” 예비 고3들은 당장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이대부고 예비 고3 정다정양은 “대입 제도가 워낙 자꾸 바뀌니까 어떨 때 내신으로 밀고가야 하고, 어떨 때 수능에 집중해야 할지 모르겠는 데다 본고사식 시험까지 나온다고 하니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친구들 모두 불안한 상태에서 무조건 열심히만 하자고 다독이는 상태”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더 치열해질 경쟁을 걱정했다. 예비 고3 수험생 딸을 둔 정모(45·여)씨는 “등급제로 손해봤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대거 재수하겠다고 달려들 것”이라면서 “방학이라 어디 가서 물어볼 곳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 상계동 용화여고 정규희(34) 교사는 “내신과 논술에 집중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던 예비 고3 아이들이 다시 수능에 집중해야 하는 것인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면서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에겐 제도 변경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사실상의 본고사 준비에 새 영어시험까지…” 예비 중3 학부모들도 불만을 털어놨다.“또 바뀐단 말이에요?”라고 먼저 물어온 정은숙(44·여·서울 구로동)씨는 “지금까지의 공부 스타일을 전부 바꿔야할텐데 의지할 데가 없으니 결국 학원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학생선발 자율화로 각 대학마다 뽑는 기준이 달라지면 일일이 맞춤식으로 준비해야 하는데, 아이들만 죽어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부적인 제도 변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예비 중3 학부모 최인선(45·여·서울 성산동)씨는 “수능 과목이 줄어든다는 건 공부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아이들의 지적능력이 떨어질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영어시험의 경우 딸아이가 벌써 매달 토익시험을 보는데 문제은행식이 되면 결국 새로운 영어 사교육 시장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회기동 경희여고 윤상철(45) 교사는 “본고사식 논술을 금지했던 2008학년도에도 연세대나 고려대 논술이 본고사처럼 어렵게 출제됐는데 자율화가 되면 학생 모집 경쟁에 갖가지 편법이 동원될 우려가 크다.”면서 “대학의 이익집단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각 대학들의 상충되는 이익을 조율하기 어려운 데다 입시 책임주체도 불분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능 종합학원 대박 예감 학원가에서도 걱정스러운 지적이 나왔다. 메가스터디 이석록 평가연구소장은 “지금까지는 균형있는 등급전략이 핵심이었지만 이젠 최대한 100점을 맞아야 하는 고득점 전략으로 다시 바꿔야 한다.”면서 “수능 비중이 높아져 수능대비 종합학원은 그야말로 대박이 터지게 됐고, 대학도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됐지만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아이들만 혼란스러워졌다.”고 지적했다. 김영준 논술학원의 김영준 원장은 “내신 반영마저 자율화되면서 정시에선 수능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게 됐고, 수능에만 매달리는 재수생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면서 “학교 교육은 뒤로 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훈 신혜원기자 nomad@seoul.co.kr
  • 허경영씨 구속영장 청구

    지난 대선에서 톡톡 튀는 공약과 발언으로 주목받은 허경영(58ㆍ경제공화당)씨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허씨의 선거법위반 및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수사 중인 서울 남부지검은 “허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1일 밝혔다. 허씨는 작년 10월쯤 배포된 무가지 신문에 자신을 찬양하고 과장하는 광고가 실린 것과 관련해 선거법위반 혐의로 수사 당국에 수차례 소환 조사를 받아왔다. 또 지난달 13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자신과의 결혼설 등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허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건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를 진행해왔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여성&남성]직장에서 성별을 바꾸고 싶을 때

    [여성&남성]직장에서 성별을 바꾸고 싶을 때

    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해 고된 직장 생활을 견뎌야 하는 것은 여자나 남자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 말처럼 직장 내에서 내가 더 힘들고, 상대가 부러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남자는 여자보다 더 힘든 일을 하는 것 같아 짜증나고, 여자는 남자가 더 대접받는 것 같아 아쉽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 여자와 남자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한 ‘상대적 박탈감(?)’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직장 생활에서 어떨 때 여자는 남자가 부럽고, 남자는 여자가 부러울까. 각각 다른 직종에 몸담고 있는 여(女)와 남(男)의 솔직한 속마음을 들어봤다. ■ 눈치보는 퇴근시간 답답하君 ● 회식자리 상사대접 골치 아파 기업 연구원에 근무하는 김모(31)씨는 퇴근이나 회식 때만 되면 그저 여자로 변신하고 싶다. 오후 6시만 되면 눈치볼 것 없이 짐 싸들고 휙 일어서는 여직원이 부럽기 때문이다. 회식 때도 여직원은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핑계로 ‘상사 접대 노동’에 남자만 동원되기 일쑤다. “남자는 아무래도 군대에서부터 스스로 주눅드는 게 몸에 배다보니 상사가 눈치를 주지도 않는데 ‘칼퇴근’을 못하고, 회식 때도 미적거리다 빠지겠다는 말도 못하죠. 여직원이 주말에 휴가를 붙여서 해외여행까지 다녀오는 걸 보면 나도 차라리 여자가 됐으면 싶어요.” 지난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서울의 한 구청에서 일하고 있는 윤모(30)씨는 같이 일하고 있는 여자 공무원이 마냥 부럽다.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만 하면 인생에 꽃이 필 줄 알았던 윤씨였다. 하지만 일은 늘 산더미처럼 쌓였고,‘출세’를 위해선 남보다 한 시간이라도 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몰려왔다. 상사와의 회식 자리도 절대 빠질 수 없고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 집을 장만하려면 재테크에도 신경써야 한다. “요즘 여자 공무원이 신붓감 1위라고 하니 동료 여직원은 합격 이후에는 승진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칼퇴근’한 뒤에 자기계발이나 여유있는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살더라고요. 이상한 짓만 하지 않으면 평생 해고당할 염려도 없으니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 직업상 여자가 훨씬 더 유리하다고 느낄 때 영업사원 이모(29)씨는 업무상 여성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 부러워 여자가 됐으면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평소 남성을 대상으로 영업을 다니는 이씨는 최대한 부드럽게 고객을 대하지만 아무래도 상대가 딱딱하게 느끼는 때가 많다. 하지만 동료 여성은 같은 사람과 만나도 좀더 길게 대화하고, 보다 쉽게 식사 자리도 갖는 등 관계를 잘 풀어나갔다.“아무리 열심히 해도 여자만이 할 수 있는, 묘한 그런 게 있더라고요.” 광고 회사원 나모(30)씨도 마찬가지다. 광고를 제작하기 위해 배경으로 깔게 되는 영상 제작이나 상황에 걸맞은 카피를 만들 때 여성이 훨씬 더 세련되고 감각적이라는 생각이 든 게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화장품이나 패션 쪽 광고 제작 의뢰가 들어왔을 때 남자 직원은 거의 꿀먹은 벙어리처럼 있어야 할 때가 많다. “아무래도 감성적인 측면에서는 여성이 훨씬 뛰어난 측면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럴 땐 여자로 태어났으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곤 하죠.” ● 시험에 유리한 예쁜 글씨, 도저히 안나올 때 변호사 서모(34)씨는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 가끔 여자였으면 좀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손글씨로 시험을 치러야 하는 사법시험의 특성상 예쁜 글씨체가 점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펜글씨로 필체 연습까지 했다. 하지만 이미 손에 익은 글씨체는 별 발전이 없었다. 주변의 여성 고시준비생은 대부분 예쁜 글씨로 답안지를 써내려가 그저 부러움만 안겨줬다.“법조인은 일의 분량에서나 사건의 까다로움에서 남녀 차별없이 동등하게 일을 하는 편이지만 시험준비 때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니 글씨 잘 쓰는 여자가 돼 시험을 치르고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았죠. 어릴 때부터 예쁘게 보이고 싶어하는 여성의 꾸준한 글씨 연습을 뒤늦게 따라가려니 이미 늦었더라고요.” 경찰 공무원 김모(35)씨는 자기가 맡은 업무 외에 유명 인사 경호나 집회 시위 폴리스라인 등의 동원 업무를 나가야 할 때 여직원이 마냥 부럽다. 주요 경호 업무가 주어졌을 때 형사계에 있는 여경이라도 동원되지 않는 일이 많은데다 최근 여경들로 폴리스라인을 만드는 ‘립스틱라인’이 사실상 폐지되면서 폴리스라인 동원 업무도 고스란히 남자 경찰만의 일이 돼버렸기 때문이다.“주업무는 아니지만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불평하기 힘들고, 괜히 치사해 보이기도 하니까 말을 꺼내지도 못하죠. 그럴 땐 차라리 여경이 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또 다른 경찰 공무원 서모(33)씨는 여성 범죄자를 심문할 때 여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최근엔 지능범이 많아 피의자 심문 조서를 꾸밀 때 머리 굴리는 소리가 다 들리지만 여성의 마음 속을 읽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범죄란 게 남자 여자 차이가 있겠습니까만, 가끔 여성 범죄자와 머리 싸움을 할 때 내가 여자라면 이들의 심리를 좀더 꿰고 한 발 앞서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죠.” ● 여자가 아니라 다행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자로서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직업도 있다. 항공사 파일럿인 김모(34)씨는 오존층 위로 비행하는 시간이 많아 걸러지지 않은 방사능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늘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쓴다. 여성 파일럿에게 처음 비행을 배워 섬세한 항공 운항술에 여성이 유리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했지만 방사능이 자칫 잘못하면 ‘불임’이라는 불행을 낳을 수가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몇몇 여성 동료가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할 때가 많죠. 어쨋든 제가 남자로서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꽉 조이는 유니폼 괴로운 Girl ● 머리부터 발끝까지 규제받다니… 은행원 김모(26·여)씨는 유니폼을 입고 있는 자기 모습을 볼 때마다 남자 행원이 되고 싶다. 남자 행원과는 달리 여자 행원은 꼭 유니폼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여자 행원의 복장과 두발을 엄격히 단속(?)한다.“물론 고객에게 신뢰를 줘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남자 행원도 항상 정장을 입어야 하죠. 그러나 남자 행원에게는 여자 행원 만큼 까다로운 복장 규정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여자 행원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다 규제받고 있죠.” 김씨는 예쁜 정장을 입고 일반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이 여간 부럽지 않다. 모두 같은 유니폼을 입고 일한다는 사실이 마치 고등학교를 다시 다닌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은행에서 여자 행원에게만 유니폼 규정을 두다 보니 여자 행원은 황당한 일을 겪기도 한다. 은행원 강모(26·여)씨는 고객이 유니폼을 입고 있는 여자 행원과 그러지 않은 남자 행원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다르다고 울분을 토한다.“같은 직급이라도 여자는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 직급을 낮게 봅니다. 그러니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고객이 많죠. 어떤 손님은 유니폼을 입은 제 모습을 보고 ‘고등학교 밖에 안 나와 은행일 하고 있냐.’고 비웃기도 합니다. 고객에게 화를 낼 수도 없죠. 그냥 웃는 얼굴로 ‘아닙니다. 고객님’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니폼 하나에도 ‘남녀차별’이 깊숙이 배어 있는 겁니다.” ● “남자처럼 편한 자세로 일하고 싶어요” 대기업 회사원 김모(27·여)씨는 편한 자세로 일하는 남자 동료를 볼 때마다 남자가 되고 싶다. 여자 사원은 남자 사원과는 달리 조신하고 품격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여성스럽지 못한 여자’로 눈밖에 나기 때문이다.“남자는 모를 거예요. 직장에서 여자가 행동에 얼마나 많은 제약을 받는지. 남자는 괜찮지만 여자는 안 되는 행동이 수도 없이 많아요. 대표적인 게 앉아 있는 자세죠.” 평소 다리를 떠는 버릇이 있는 대기업 회사원 조모(27·여)씨는 상사에게 ‘여자가 다리를 떤다.’고 가끔 지적을 받는다. 그러나 다른 남자 직원은 다리를 떨어도 별로 지적을 받지 않는 게 의아하다. 칸막이가 쳐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이 불편하게 여길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나 왜 여자는 남자와 달리 행동 하나하나를 통제받고 조심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조씨는 모르겠다고 한다. 조씨는 이를 ‘군대 이야기’에 비유한다.“남자들 군대 얘기 많이 하잖아요, 이등병 때 고참 눈치보느라 ‘각잡고’ 앉아 있었다고. 그래야 ‘이등병다운 자세’라고요. 여자는 평생 이등병입니다. 항상 ‘여자다운 자세’로 앉아 있어야 하잖아요.” 회사에서 영업직으로 근무하는 주모(27·여)씨는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남자가 되고 싶다. 결혼 후에도 계속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생명’이 짧은 영업직원의 특성상 결혼은 큰 ‘타격’이 된다.“여자는 결혼하면 남자보다 더 가정에 헌신해야 하잖아요. 아이도 낳아 길러야 하고 신경쓸 게 많죠. 일을 계속하고 싶은데 결혼하면 제 꿈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주씨는 뛰어난 영업실적으로 우수 사원만 갈 수 있는 해외연수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주변에서 ‘여자는 결혼하면 영업직으로 계속 성장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최근 임신 때문에 영업을 그만두고 내근직으로 근무하는 여자 동료에게 쏟아진 뒷말도 주씨에게 교훈 아닌 교훈이 됐다. 계속 일하고 싶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이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제가 원하는 영업직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남자라면 이런 걱정 하지 않고 일에만 전념할 수 있을 텐데요.” ● 그 ‘좋다는’ 전문직도 여자는 서럽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산부인과 전공의로 일하는 이모(31·여)씨는 전공을 선택했을 때 정말 남자가 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아무래도 ‘여자’라는 굴레 때문에 산부인과를 선택한 이유가 강했다.“경쟁력을 따지는 시기에 그래도 남자보다 유리한 게 산부인과밖에 없더라고요. 안과나 피부과 같은 인기 직종은 여자를 잘 뽑지 않는다는 말도 있고요.” 이씨는 인턴시절에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7월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중 치료를 받으려던 환자가 ‘남자 의사 없냐.’고 물었던 것. 이씨는 이 날의 충격이 꽤나 컸다.“아직 우리 사회에는 의사와 같이 중요한 직업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나봐요. 적어도 산부인과 환자는 이렇게 면박을 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나마 직장내 여성 차별이 적다는 교사도 할 말은 많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김모(26·여)씨는 아이들을 맘껏(?) 혼내지 못할 때 남자 교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절실하다. 평소 학생이 남 교사와 달리 여 교사를 무시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아이들이 남자 선생님은 무서워하지만 여자 선생님은 우습게 봐요. 반항 때문에 불쾌한 일도 겪고 상처도 많이 받아요.” 지난해 12월에도 김씨는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수업시간에 떠드는 학생들에게 “조용해”라고 말했지만 “떠들지 않았다.”,“선생님이 잘못 들은 것이다.”라며 투덜거리는 소리만 들려왔다.“남자 선생님이라면 그런 반응이 나오지 않았겠죠. 무서워 하니까요. 여자 선생님을 무시하는 아이들이 커서는 어떻겠어요.”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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