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이자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 화제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 실패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 칩거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 발효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8,637
  • ‘부의 추월차선’에 현혹돼 코인 사기 미끼 무는 이웃들 [파멸의 기획자들 #05~#08]

    ‘부의 추월차선’에 현혹돼 코인 사기 미끼 무는 이웃들 [파멸의 기획자들 #05~#08]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20대 대학생 이성진 대전의 한적한 대학가. 졸업을 코앞에 둔 20대 청년 이성진은 오늘도 자신의 원룸에 켜켜이 쌓인 전공 서적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 지역에서 알아주는 4년제 대학을 다니고 있지만 지금같은 불경기에는 원하는 회사에 취직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이수 학점을 거의 채웠지만 졸업을 최대한 미룬 채 아르바이트 일로 하루를 보냈다. 낮에는 왁자지껄한 중국집 주방에서 웍 소리와 기름 냄새에 뒤섞여 땀을 쏟아냈다. 뜨거운 불 앞에서도 그의 머릿속은 온통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밤이 되면 시 외곽 공업단지 한편에 자리잡은 편의점의 계산대를 지켰다. 그나마 여기는 일이 많지 않아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곳이었다. 처음엔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네 시간을 일했지만, 야간 근무를 하던 형이 취업에 성공해 ‘심야 알바’ 자리가 공석이 되었다. “성진아, 야간 일 좀 맡아줄 수 있을까? 정 안 되면 사람 구할 때까지만이라도…” 편의점 사장의 간절한 부탁에 성진은 망설였다. 돈은 필요했다. 하지만 밤까지 이 일을 이어가면 ‘알바 인생’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섰다. 그래도 사장의 거듭된 요청을 못이겨 며칠만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며칠이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았다. 공단 지역 편의점은 밤이 되면 유령 마을처럼 고요했다. 편의점을 찾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새벽 내내 졸아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고, 심지어 한두 시간 가게 문을 잠그고 창고에서 잠을 자도 문제가 없었다.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니 자정 이후 편의점을 찾는 손님은 하루에 한두 명뿐. 이마저도 상당수는 술에 취해 잠긴 문을 잡고 졸다가 돌아갔다. 이곳 심야 알바 자리는 그야말로 ‘신이 숨겨놓은 꿀 보직’이었다. 사장은 편의점 매출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는 도심 곳곳에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는 ‘큰손’이었고, 요즘은 번화가에 막 개업한 프랜차이즈 고깃집에 온 정신이 팔려 있었다. 하루 매출 400만원을 넘나드는 그 가게에 비하면 편의점은 그저 용돈벌이 수준이었다. 다른 편의점 사장들은 심야 매출이 조금만 떨어져도 알바생을 닦달한다지만, 이 사장은 오히려 알바생이 가게를 걱정해 줄 만큼 편의점 경영에 무심했다. 덕분에 성진은 길고 긴 심야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업무가 몸에 익자 계산대에 앉아 교재를 펼쳐 놓고 취업을 위한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그가 이성조 교수의 텔레그램 채팅방을 알게 된 것은 심야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두 달쯤 지나서였다. 유튜브로 지루한 취업 콘텐츠를 시청하다가 문득 ‘틈나는 대로 투자 공부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렇게 이 교수의 카카오톡 채팅방을 발견했고, 오래지 않아 김가영 비서의 안내로 텔레그램으로 옮겨갔다. IEKAF 거래소에도 가입했다. 거래소에서 가입 기념으로 300 USDT(약 42만원)를 받았다. 공짜 돈이었지만 성진은 이 교수가 이끄는 선물 거래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몇 년 전 외삼촌이 가상화폐 선물 투자로 큰 손실을 봤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그는 그저 이 교수의 리딩을 면밀히 관찰하며 회원들의 투자 성공담을 ‘눈팅’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단 한 차례도 손실을 보지 않는 이 교수의 ‘족집게 예언’에 성진도 마음이 흔들렸다. 거래가 끝난 뒤 채팅방에는 수익 인증 사진들이 올라왔는데, 한 회원의 ‘인증샷’에 그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성진이 그토록 입사하고 싶었던 대기업 A사의 초봉이 4000만원이었는데, 그 회원은 30분 만에 그 돈을 벌었다고 자랑한 것이다. ‘내가 1년 동안 뺑이쳐서 벌어야 할 돈을 불과 한 시간도 안 돼 모을 수 있는 세상이라니… 어차피 거래소에서 준 300 USDT는 공짜 돈이니까 그걸 다 잃어도 손해는 아니잖아? 속는 셈 치고 한 번 도전해 볼까?’ 그날 저녁, 그는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이 교수의 리딩에 맞춰 가상화폐 ‘HERMES’ 선물을 20% 비중으로 매수했다. 12분 뒤, 이 교수의 매도 신호에 맞춰 버튼을 누르자 정확히 33 USDT(약 4만 6000원)가 수익금으로 들어왔다. 편의점에서 4시간 넘게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단 10여분 만에, 그것도 버튼 몇 번 눌러서 얻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그의 심장이 기쁨에 못이겨 격렬하게 요동쳤다. 이때부터 성진은 이 교수를 전적으로 믿고 선물 거래에 참여했다. 그의 계좌에 날마다 투자금의 20~30%씩 수익이 쌓였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언제 끝날지 모를 ‘알바 인생’의 고단함 때문에 미래가 암울해 보였지만 지금은 이성조 교수의 텔레그램 채팅방이 그에게 등대같은 희망으로 느껴졌다. 김 비서가 개인 메시지로 ‘채팅방에 투자 수익 인증샷을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성진은 다른 회원들과 수익률이 비교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평소와 다름없이 선물 거래가 끝나자 김 비서에게서 텔레그램 개인 메시지가 도착했다. “학우님, 저는 오늘 하루에만 1만 5000 USDT를 벌었어요. 우리 돈 2000만 원이 넘는 돈이죠. 연말에는 꿈에 그리던 대형 아파트와 최고급 전기차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학우님은 오늘 얼마나 버셨나요?” “저는 투자금이 작아서 많이 벌진 못했어요. 그래도 교수님 덕분에 매일 수익이 생겨서 행복합니다.” “어쨋든 학우님 정말로 축하드려요. 투자금이 많으면 더 많은 수익을 벌 수 있을 텐데 아쉽네요. 투자금을 좀 더 모으실 것을 추천 드릴게요. 교수님 가르침만 충실히 따른다면 우리 모두 머지않아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을 거예요. 파이팅!” ‘경제적 자유, 경제적 자유….’ 김 비서의 말대로 경제적 자유를 얻게 된다면... 더는 지방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취업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고, 지금의 ‘알바 인생’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상화폐 선물 거래용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있으면 인생의 모든 어려움을 단박에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음 날 성진은 은행을 찾아가 지금까지 알바로 모은 1000만원이 들어 있는 예금을 해지했다. 통장에 찍힌 숫자가 ‘0’으로 바뀌자 잠시 불안감이 밀려왔지만, 곧 찾아올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니 홀가분한 기분이 더 커졌다. ‘1000만원을 환전하면 대략 7200 USDT가 되겠지. 이 돈의 20%인 1400 USDT(196만원)만 투자해도 하루 20%씩 수익이면 약 300 USDT, 우리 돈 40만원을 능히 벌 수 있어. 이런 식으로 한 달 20일만 거래해도 800만원이 손에 떨어지네. 코인에1000만원 투자해서 한 달 800만원 수익이라니. 이제 A사에 들어가려고 가슴 졸이며 취업을 준비할 필요가 없겠구나.’ 결심을 굳힌 성진은 김가영 비서가 알려준 IEKAF 거래소 고객센터 텔레그램 채팅방에 ‘USDT를 충전하겠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잠시 뒤 고객센터 담당자가 알려준 환전소 계좌로 1000만원을 입금했다. 현물 계좌에 7200 USDT가 충전됐다. 얼마 뒤 고객센터 직원에게서 텔레그램 메시지가 도착했다. “회원님, 최근 코인 사기 우려 때문에 거래 은행에서 고객님께 전화해서 방금 전 계좌이체에 대한 자금 사용 동향을 물어볼 건데요. 아무 걱정 마시고 ‘이 돈은 상품 구매에 사용된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가상화폐 투자용이라고 이야기하시면 은행에서 더 자세히 물어볼 수밖에 없어서 번거로움이 커질 수 있어요. 그러니 상품 구매 용도라고만 답하시면 됩니다.” 텔레그램 메시지를 다 읽었을 무렵, 진짜로 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고객님 안녕하세요. XX은행 상담센터 박아름입니다. 조금 전 고객님 계좌에서 거액의 금융 거래가 확인돼 연락드렸습니다. 어떤 거래였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성진은 IEKAF 직원의 조언을 그대로 따라 답했다. “예, 물품 구매 대금으로 사용했어요.” “알겠습니다.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화를 마친 뒤 성진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제 곧 그의 세상이 올 것 같아서였다. 자신의 원룸으로 돌아온 성진은 중식당과 편의점 사장에게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손가락으로 터치 스크린을 미끄러지듯 누르는 순간,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퍼져 나갔다. 부자가 되는 초입에 들어섰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그의 눈에는 성공의 빛만 보였을 뿐, 그를 향해 입을 벌린 거대한 함정은 보이지 않았다. 30대 워킹맘 민진영 서울 금천구의 빽빽한 빌딩숲. 30대 워킹맘 민진영이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길 지하철에 올랐다. 촉망받는 유통 대기업 본사의 야근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1년 전 집 근처 영업장으로 근무지를 옮겼지만 쳇바퀴 도는 일상은 여전히 두 손 가득 든 장바구니 무게만큼 버겁게 느껴졌다. 진영은 지방에서 상경한 남편과 캠퍼스 커플로 만나 4년 간 연애한 뒤 결혼했다. 그녀의 꿈은 ‘방 세 개짜리 아파트’를 갖는 것이었다. 6살이 된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전셋집에서 벗어나 정착하고 싶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은 그녀의 월급을 비웃듯 자고 나면 저만치 달아났다. 자신의 꿈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었지만, 진영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그런 그녀에게 이성조 교수는 그간의 노력을 보상해 주려는 신의 은총 같았다.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그의 차분하고 자신감 넘치는 설명은 고단한 현실에 지친 진영에게 성스러운 예언처럼 들렸다. 이 교수는 21세기에 기적처럼 나타난 성인(聖人)이자 가족의 행복을 위한 성배(聖杯)를 쥐여줄 구원자였다. “학우 여러분, 제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경제적 자유를 이룬 만큼 여러분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어제도 몇 분이 가상화폐 선물 거래로 큰 수익을 냈다고 고마워하며 제게 ‘학비를 받으라’고 제안했습니다. 어떤 분은 저에게 사례할 테니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도 하셨고요.” 진영 역시 소액이라도 감사 표시를 하고 싶었다. 그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학우 여러분, 저에게 금전적으로 도움 주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전 이미 충분히 부유하니까요. 그저 저를 통해 돈을 많이 버셨다면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 가족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사진을 찍어 보내주세요. 패밀리카를 구입해서 다같이 탑승해 즐거워하는 영상을 전송하셔도 됩니다.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이 교수의 숭고한 말들이 진영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수많은 사람이 돈을 최고의 가치로 좇는 현실에서, 자신은 오직 학우들의 행복만을 바란다는 말에 진심으로 감동했다. 진영의 가상화폐 거래소 IEKAF 잔고가 날마다 불어났고, 방 세 개짜리 아파트의 꿈도 더 선명해지는 듯했다. 진영은 이 교수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한 사람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의 퇴근길 강의를 듣고 가상화폐 선물 거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 날이었다. 이 교수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발표한다고 선언했다. “학우 여러분, 텔레그램 채팅방 회원 수가 오늘로 100명을 돌파했습니다. 이제 김가영 비서가 학우님 한 명 한 명께 맞춤형 메시지를 드리는 것이 힘들어졌어요. 회원 수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우리를 시기 질투하는 외부 세력도 생겨나기 마련이죠. 카카오톡 채팅방을 폐쇄하고 텔레그램으로 넘어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잖아요. 그래서 더 이상은 신규 회원을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본격적인 ‘부의 추월차선’으로 뛰어 들겠다는 선언이었다. 이 교수가 말을 이었다. “문제는 지금 여기 계신 학우님들의 투자금이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지금처럼 하나의 리딩 신호로 100명이 동시에 선물 거래를 이어가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아요. 그래서 저와 팀원들이 오랜 고민 끝에 새로운 전략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는 모두가 함께 거래하지 않을 생각이예요. 투자금 규모에 따라 팀을 나눈 뒤 거기에 따라 맞춤형으로 관리하려 합니다.” 이 교수는 투자금 20만 달러(2억 8000만원) 이상을 ‘골드클럽’, 15만 달러(2억 1000만원) 이상 ‘실버클럽’, 10만 달러(1억 4000만원) 이상 ‘브론즈클럽’, 5만 달러(7000만원) 이상 ‘예비클럽’으로 나눈다고 설명했다. 상위 클럽일수록 더 많은 거래 기회를 제공한다고도 했다. 특히 골드클럽 회원은 특별 관리를 통해 1개월 안에 투자금을 두 배로 불려준다고 약속했다. 하위 클럽으로 갈수록 리딩 횟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사실상 ‘돈을 더 많이 가져오라’는 압박이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경제 스승’이 되겠다고 큰소리치던 평소 발언과 사뭇 달랐지만, 이미 그에게 깊이 빠져든 진영은 이상한 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의 심장은 이 교수의 발표를 듣는 순간 차가운 돌덩이처럼 굳어버렸다. 투자금이 1만 달러(1400만원)밖에 되지 않아 어떤 클럽에도 들어갈 수 없어서였다. 지난밤까지 진영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내 집 마련’ 꿈이 산산조각 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이 교수의 모순된 행보를 의심하기보다, 자신의 부족한 투자금 때문에 ‘부의 사다리’에 올라설 수 없는 현실을 탓하며 절망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진영은 희망을 잃은 사람처럼 힘없는 발걸음으로 영업장을 돌았다. 허탈한 마음에 직원 휴게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매일 밤 희망찬 미래를 그리며 잠들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던 그때, 스마트폰 알림이 울렸다. 김가영 비서의 개인 메시지였다. 진영이 떨리는 손으로 스크린을 켰다. “좋은 아침이예요. 어제 이성조 교수님이 발표하신 새 전략 보셨죠? 지금 팀을 나누고 있는 중인데, 현재 학우님이 가지고 계신 투자금은 어느 정도 되나요?” “비서님,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투자금이 1만 달러(약 1400만원)밖에 안 돼요. 어느 클럽에도 참여할 수 없어요.” “교수님께서는 모든 학우님이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를 원하세요. 하지만 투자금이 너무 적으면 더는 교수님의 가상화폐 선물 거래에 동참하기 어렵습니다. 학우님께서도 서둘러 투자금을 마련하시길 권해 드려요.” 김가영 비서의 메시지를 받으니 진영은 마음이 더 급해졌다. 서둘러 친정 식구들과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가상화폐 투자에 필요하니 긴급 자금을 빌려달라고. 모두가 그녀의 부탁을 일언지하 거절했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냐며 화를 내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손실도 없이 날마다 꾸준히 수익을 내는 이 교수의 ‘기적’을 눈으로 본 진영은 친구들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며칠 전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한 회원이 ‘자녀 수술비가 필요하다고 울며 이야기하면 대부분은 돈을 빌려준다’고 말한 것이 떠올랐다. 가상화폐라는 말은 쏙 빼고 ‘아들의 병원비가 모자란다’고 거짓말을 시작했다. 그 작전은 효과가 있었다. 친구들이 100만원, 200만원씩 십시일반 도와줬고 예상보다 많은 액수가 모였다. 곧바로 가상화폐 거래소 IEKAF 고객센터에 연락해 원화를 USDT로 환전했다. 그래도 ‘예비클럽’에 들어갈 수 있는 최소금액 5만 달러(7000만원)까지는 1만 5000달러(2100만원)가량 부족했다. 다음 날 오후였다. 현장을 돌고 있는데 이 교수가 직접 텔레그램으로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성조입니다. 김 비서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니 학우님께서 아직까지 어느 클럽에도 가입하지 않으셨더군요. 금액이 모자라서 그러시는 듯해서 연락드렸습니다. 현재 투자금 규모는 얼마나 되시죠?” “교수님, 저는 지금 예비클럽에 들어가려고 열심히 투자금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아직도 1만 5000달러가 부족해요.” “잘 알겠습니다. 투자금을 더 모아 보시고 준비가 되시면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진영은 다음 날에도 돈을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자 이 교수가 먼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학우님처럼 투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김 비서에게서 들었습니다. 젊은 시절 제 모습이 떠올라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그 분들에게 특별한 도움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예비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투자금을 만들 수 있도록. 당분간 학우님께 1대1 선물 거래 리딩을 해 드릴게요. 대신 약속해 주실 것이 있습니다. 회원방 내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니 제가 학우님을 돕고 있다는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해선 안 됩니다.” 그날부터 이 교수는 진영을 위해 별도의 선물 거래 매수·매도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진영은 이틀간 네 번의 거래로 1만 USDT의 수익을 냈다. 우리 돈 1400만원. 그녀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없는 ‘가상화폐의 신(神)’ 이 교수가 너무도 고마웠다. 방 세개까리 아파트를 사게 되면 반드시 보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튿날에도 이 교수가 먼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학우님, 좋은 아침입니다. 제 특별 리딩 거래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내셨을 것으로 생각해요. 현재 회원님의 투자 현황을 스마트폰으로 캡처해서 보내 주세요.” 진영은 IEKAF 앱을 열고 자산 현황 화면을 확인해 전달했다. 이 교수가 말을 이었다. “학우님, 큰 성과를 내셨습니디만 아직도 예비클럽에 들어가려면 5000달러(700만원)가 부족하군요. 마음 같아서는 계속 개인 거래를 도와드리고 싶은데요. 학우님 말고도 챙겨드려야 하는 분들이 많고요. 개별 클럽들 거래도 이끌어야 하기에 더 이상은 힘들 듯 합니다. 대신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제가 회원님께 1만 달러를 빌려 드리죠. 회원님의 전자지갑 주소를 보내주시거나 IEKAF 거래소 아이디를 알려주시면 바로 송금해 드릴게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에게 1400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선뜻 빌려주겠다니. 이 교수의 말이 진영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아! 교수님, 말씀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 저 스스로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니예요. 이미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학우님이 느끼는 고민과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요. 저 역시 젊은 시절 투자금을 모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었으니까요. 회원님들과 손 잡고 ‘부의 길’로 함께 나아가는 것을 제 인생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이 돈을 예비클럽 가입에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이 돈을 공짜로 드리는 건 아니예요. 충분한 수익을 내신 뒤 원금은 반드시 돌려주셔야 해요.” 진영은 자신이 예비클럽에 들어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주는 이 교수에게 깊은 감동을 느꼈다. 잠시 뒤 IEKAF 현물 계좌로 1만 달러가 들어왔다. 드디어 예비클럽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쁨과 그간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면서 느낀 서러움이 겹치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때까지도 진영은 알지 못했다. 그가 이 교수에게 송금받은 게 ‘진짜 돈’이 아니었다는 걸.
  • 대한민국 소시민, 자신도 모르게 코인 사기의 덫에 걸리다 [파멸의 기획자들 #01~#04]

    대한민국 소시민, 자신도 모르게 코인 사기의 덫에 걸리다 [파멸의 기획자들 #01~#04]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It takes money to make money.’돈을 벌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미국 속담이다. 돈이 없어서 돈을 마련하려는데,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충고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내용의 격언이 아닐 수 없다.그런데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돈을 번다’는 사실을. 취업하려면 최소한 정장 한 벌은 있어야 면접을 본다. 월급이 나올 때까지 버틸 생활비도 있어야 하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려 해도 어느 정도 종잣돈은 필수다.세상은 우리에게 ‘먼저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돈 많은 이들이 돈을 더 쉽게 불린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들은 늘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이런 소시민들을 노려 구원의 손길인 양 다가오는 이들이 있다. 자본주의의 치명적 약점인 경제적 불평등을 파고드는 ‘투자 사기꾼들’이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파멸의 기획자들’로 불러야 할 놈들 말이다. 40대 직장인 김민준 경기도 남양주의 작은 빌라. 이 집은 40대 가장 김민준이 사랑스러운 아내 나소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지영과 함께 사는 안식처였다. 가구 공장에 다니는 그에게 딸은 삶의 목표 그 자체였다. 지영의 성적표가 나오는 날은 하루종일 인생의 희망이 샘솟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상위권을 유지하는 딸의 반짝이는 눈빛을 볼 때마다, 민준의 가슴 속에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유년 시절의 안타까운 꿈이 되살아났다. 동두천의 작은 마을에 살던 소년 민준은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5살 때부터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곧잘 듣던 그는 명문대에 진학해 인생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어려서부터 공부에 몰두했다. 하지만 가난은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외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민준은 눈물을 머금고 자퇴서를 내야 했다. 이때부터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고단한 삶이 이어졌다. 수년의 분투 끝에 고교 졸업 자격증을 손에 쥐었지만 그의 도전은 거기까지였다. 대학에 입학해서 공부에 전념하려고 해도, 등록금과 생활비가 모자라 직장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야간대에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당시만 해도 밤 근무가 밥 먹듯 이어져 이 역시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군대에 다녀 온 청년 민준은 긴 고민 끝에 진학을 포기하고 생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신 딸이 태어나자 울먹이며 다짐했다. 절대로 내 보배에겐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그가 다니는 가구 공장은 규모가 작아 학자금 제도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400만원에 턱없이 모자란 월급으로는 유명 사립대에 진학하고 싶어 하는 지영의 등록금을 감당하기 버거웠다. 그래서 2년 전부터 부업으로 대리운전을 해왔다. 딸이 대학생이 되면 이 돈으로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서다. 퇴근 뒤 서둘러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피곤한 눈을 비비며 핸들을 잡았다. 고통과 희망이 뒤섞인 고된 노동이었다. 술에 잔뜩 취해 반말과 하대로 자신을 무시하는 이들을 수도 없이 만났다. 그때마다 민준은 오직 한 가지 생각으로 분노와 자괴감을 삼켰다. ‘이 돈은 지영이의 대학 등록금이 된다.’ 그렇게 700일 넘는 땀과 눈물이 모이자 ‘2100만원’이라는 숫자가 통장에 찍혔다. 딸의 대학 생활을 책임질 값진 보물이었다. 그의 심장이 뜨겁게 요동쳤다. 일단 2000만원은 안전하게 6개월짜리 예금에 넣어두었다. 100만원이 남았다. 자투리 돈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걸 좀 더 적극적으로 굴려서 한 달에 몇만 원이라도 수익을 내 보자. 그걸로 지영이 용돈에 보태주면 되겠다. 최악의 경우에도 100만원만 손해보면 되니까 위험할 건 없어.’ 민준은 주식 관련 정보를 뒤지기 시작했고, 인스타그램에서 ‘무료 단기 급등주 추천’ 광고를 접했다. 그가 그토록 찾던 문구였다. 처음에는 사기꾼들의 허장성세가 아닐까 의심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에도 100만원만 날리면 된다’는 생각이 안도감을 줬다. 10여분의 고민 끝에 광고 계정 하단에 연락처를 남겼다. 몇 시간 뒤 ‘박순필’이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톡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저희가 알려 드리는 급등주가 회원님의 수익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국내 최고 전문가 이성조 교수님이 도와드릴 건데요. 일단 이 교수님의 비서 김가영 씨를 카톡 친구로 추가해 주세요.” 박순필의 말대로 김가영 비서에게 메시지가 왔다. 민준은 그녀가 보낸 링크를 타고 단체 카톡방에 입장했다. ‘이성조 교수’라는 이가 50명 넘는 회원들에게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투자의 성공은 시장의 흐름을 읽는 거시적 안목에서 시작된다’ 라는 점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단순히 오르는 종목을 쫓는 것은 투기가 될 뿐이죠. 지난주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이후 시장은 연준이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피벗’(정책 전환) 기대감에 부풀어 있어요. 어려운 말 같지만 간단합니다. 미국이 조만간 돈을 풀 것이고 그러면 우리 같은 신흥국 시장까지 그 돈이 흘러 들어온다는 거죠. 기술주 중심 코스닥 시장에 강력한 유동성이 공급될 신호탄입니다. 외국인 자본이 밀물처럼 들어오기 전, 우리가 미리 길목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요. 이것이 바로 ‘거시적 안목의 힘’이죠.” 그의 메시지가 끝나기가 무섭게 회원들이 감사의 이모티콘을 쏟아냈다. 단순히 종목 몇 개를 찍어주고 매수·매도 신호만 보내는 일반적인 리딩방과 차원이 달랐다. 국내외 경제 동향부터 글로벌 시장 현황과 전망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소개하고 있었다. 이 교수가 잠시 쉬었다가 카톡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면 이 유동성은 어떤 분야로 가장 먼저 흘러 갈까요? 저는 단언컨대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섹터라고 확신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어요. 누구나 건강 관리만 잘 하면 100살 넘게 사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오죠. 첨단 제약 및 바이오 기술에 대한 국가적 투자와 관심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TV에서 나오는 뉴스는 늘 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설명은 한 번만 봐도 머리에 쏙 들어왔다. 채팅방에 들어온 지 몇 분만에 이 교수의 정확한 비유와 해박한 지식이 민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매일 오전 9시 30분, 이성조 교수는 회원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고는 국내 주식 한 종목을 골라 상세히 분석했다. 저녁 7시에는 30분가량 출석체크를 마친 뒤 3시간 넘게 경제 지식을 쏟아냈다. 회비를 받지 않는 강의인데도 수준이 상당했다. 게다가 김가영 비서의 안내로 채팅방에 출석체크 문자 ‘777’을 찍으면 5000원씩 보상금을 적립해줬다. 10번의 강의를 수강하자 정확히 5만원이 계좌로 입금됐다. 민준은 이 교수와 단톡방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걷어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난 어느 저녁 강의 시간이었다. 이날따라 회원들의 이모티콘 반응이 눈에 띄게 줄어 들어 있었다. 이 교수는 ‘낮에 너무 열심히 일하셔서 그런지 수업에서 조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여러분들의 잠을 깨워 드리겠다’며 자신이 살아 온 이야기를 꺼냈다. “여러분, 제가 왜 돈 한 푼 받지 않고 이렇게 강의하고 종목을 추천하는지 궁금하시죠? 여기 계신 대부분 회원님처럼 저 역시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낮에는 돈 벌고 밤에는 공부했습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해 뜰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품고서요. 그런데 30대 초반, 남의 말만 믿고 주식 투자에 전 재산을 밀어 넣었다가 모든 걸 잃었습니다. 제 돈을 노린 사기꾼들에게 ‘작업’을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죠. 삶의 의지를 내려놓고 자살을 시도했어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병원에 실려 가서 천우신조로 깨어났습니다. 저를 살리려고 병원까지 업고 오신 분들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그래서 결심했죠. 단 한 번만 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인생을 걸고 도전해 보자고.” 채팅방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다들 이 교수의 다음 메시지를 숨죽여 기다렸다. “그때 저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낮에는 죽어라 돈을 벌었고 밤에는 죽어라 세계 경제를 공부했죠. 국내외 주식과 가상화폐, 부동산, 채권 등 닥치는 대로 연구하고 투자한 뒤 성공과 실패 사례를 자세히 분석했어요. 그렇게 10년 넘게 모은 데이터를 살펴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물리가 트였습니다. 투자 대상마다 폭등과 폭락 전 나타나는 특별한 매매 패턴이 제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를 토대로 저만의 ‘필승 투자 공식’을 완성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은 남들이 말하는 백만장자가 되었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서울 강남의 최고급 아파트에서 조용히 살고 있어요.” 회원들이 감동과 축하의 이모티콘을 보냈다. 이 교수가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말이죠. 언젠가부터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내가 처음 투자를 시작했을 때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내 인생이 이토록 힘들고 괴롭진 않았을 텐데’라고 말이죠. 가난한 이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좋은 스승을 만나면 나처럼 수십년간 고통을 겪지 않고도 부를 일굴 수 있을 텐데. 그러면 다 같이 행복해지는 ‘좋은 세상’을 더 빨리 만들 수 있을 텐데.” 민준은 그 글을 읽으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 교수의 인생 역정이 마치 거울처럼 자신의 삶을 그대로 비추는 것 같아서였다. 그의 다음 발언이 민준을 완전히 무장해제시켰다. “여러분, 당시 제 머릿속에 무슨 계시가 떠올랐는지 아세요? 바로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바로 제가 가난한 이들의 ‘참스승’이 되기로요. 여러분의 경제적 어려움을 빨리 끝내 드리고 다 같이 부자가 되는 새 세상을 만들어 보자고. 저는 여기에 남은 삶을 모두 걸었습니다. 예수님이 인류에 종교적 복음을 전했다면 저는 감히 여러분께 경제적 복음을 나누려고 해요.” 민준에게 이 교수는 단순히 투자 정보를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유일한 희망이자 ‘투자’라는 종교의 교주였다. 이 교수만 믿고 따른다면 딸에게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매일 밤 그는 이 교수의 강의 내용을 꼼꼼히 복습했다. 실제로 이 교수가 추천한 주식 종목에서도 조금씩 수익이 나고 있었다. ‘이 분은 진짜다’라는 믿음이 더욱 커졌다. 그러던 어느 날, 김가영 비서가 긴급 공지를 올렸다. “회원 여러분, 교수님을 시기하는 일부 유료 리딩(투자조언)방에서 우리 채팅방을 사기 조장 등 혐의로 카카오에 신고했습니다. 우리가 이 방을 무료로 운영해 눈엣가시로 여긴 듯 해요. 더는 여기서 공개 채팅방을 운영할 수 없게 됐어요. 교수님께서 카카오 측에 항의하고 있지만, 단체방 폐기를 피하기 힘들 듯해요. 고민 끝에 다른 소셜미디어(SNS)로 채팅방을 옮겨서 열기로 했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링크를 다시 공지할게요.” 다음 날 텔레그램 채팅방 링크가 올라왔다. 민준은 아무 의심 없이 동참했다. 플랫폼은 바뀌었지만, 이 교수와 김 비서의 단톡방 운영 방식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의 이동이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파멸 기획자들’의 거대한 음모였음을. 민준은 자신이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됐다는 사실을 깨달지 못한 채, ‘희망’이라는 이름의 구렁텅이 속으로 조금씩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50대 농업 스타트업 대표 최승현 전라북도 완주군. 밤이 깊어질수록 적막이 한층 더 두터워졌다. 낡은 창문 너머로 새어 나오는 빛줄기 하나가 어둠을 베고 있었다. 그 빛의 주인은 50대 농업 스타트업 대표 최승현. 2년 전 고통스럽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숨 막히는 도시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이제 누구보다 용기 있는 도전자로 살았다. 낮에는 뙤약볕 아래서 억척스러운 농부로 땀 흘리며 작물을 키웠고, 밤에는 컴퓨터 스크린 앞에 앉아 복잡하고 역동적인 금융 시장의 흐름을 읽는 야심 찬 투자자로 활동했다. 그에게 흙냄새 가득한 낮의 삶이 현실의 뿌리라면, 디지털 세상의 밤은 희망을 향한 날개였다. 요즘 그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존재는 이성조 교수였다. 매일 밤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진행되는 그의 강의는 기존의 따분한 금융 지식과 다른, 살아있는 통찰력과 경험을 선사했다. 승현은 이런 귀인을 이제야 알게 됐다는 사실이 내내 아쉬웠다. 이 교수의 강의를 들은 지 한 달쯤 됐을까. 국내 주식 시장이 며칠째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승현의 계좌는 초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원금만 지키고 있었다. 그때 이 교수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텔레그램을 통해 전해졌다. “여러분, 지금 국내 주식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세요. 누가 봐도 작전 세력이 주가를 계속해서 빼고 있는데, 금융 당국은 이놈들을 잡아들일 생각이 없어요. 대한민국 금융 시장 전체가 썩어빠진 ‘작전 세력들의 집합소’라는 증거죠. 외국인 큰손들도 한국 시장의 ‘불편한 진실’을 잘 알기에 이렇게 탈출하고 있는 겁니다. 정부가 나서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고쳐야 한다고 선언하고 ‘금융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하지만, 요새 지도자들은 그럴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대한민국이 새로 태어나지 않는 한 우리 증시에는 투자 모멘텀이 없어요. 그래서 더 이상 국내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으려 합니다!” 갑자기 회원들이 술렁였다. ‘그럼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던 채팅방에 이 교수가 결단 내린 듯 하나의 화두를 던졌다. “가. 상. 화. 폐.” 그는 곧바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금융 천재들과 손잡고 가상화폐 시장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며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펼치기 시작했다. 승현의 마음속에서 강한 거부감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전국에 비트코인 광풍이 몰아치던 2017년, 친구처럼 따르던 지인 박상철이 있었다. 그는 ‘흙수저 탈출’을 외치며 수억 원의 사채까지 빌려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두 달 만에 100% 넘는 수익률을 거둬 잠깐 부자가 된 상철은 승현과 후배들을 유흥주점으로 불러냈다. “니들도 늦지 않았어. 나처럼 큰돈 벌고 싶으면 당장 가상화폐 거래소 가서 계좌부터 만들어!” 아가씨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의기양양하게 소리치던 그의 오만한 태도가 모두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승현은 그런 상철이 내심 부러웠다. 하지만 그 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고, 그는 홀연히 동네에서 사라졌다. 소문이 무성했다. 사채업자들을 피해 외국으로 도망쳤다는 이야기도, 조폭들에게 붙잡혀 물고기 밥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상철의 비극적인 실종은 승현에게 비트코인이 ‘패가망신’의 상징으로 깊이 각인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의 불편한 감정과는 달리, 채팅방의 다수 회원은 이 교수의 새로운 제안에 폭발적 관심을 보였다. 그들은 마치 새로운 구원자를 만난 듯 열렬히 환호했다. 이 교수는 회원들의 호응에 힘입어 “앞으로 가상화폐와 주식 투자를 병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부터 강의 내용은 오로지 가상화폐로만 채워졌다. 다음 날 저녁, 이 교수는 ‘아이카프’(IEKAF)라는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를 소개했다. “오늘 소개할 ‘IEKAF’는 미국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 라이선스를 받아 누구나 믿을 수 있는 해외 거래소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저도 이 거래소를 통해 투자해 왔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큰 수익을 냈어요.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회원 가입을 진행해주세요. 궁금한 점은 제 비서나 거래소 내 한국인 전담 매니저에게 문의하시면 됩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승현의 마음속에서 낡은 기억과 새로운 유혹이 충돌하며 혼란의 소용돌이가 일었다. 씁쓸한 과거의 교훈을 지켜야 할지, 아니면 이 교수의 제안을 받아 들여 신세계를 열어야 할지 고민이 커졌다. 이성조 교수의 강의가 끝나자 가상화폐 거래소 IEKAF의 매니저 한 명이 승현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회원님의 전담 매니저가 될 박세훈입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회원 가입이 어려우시면 언제든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저희 IEKAF에서는 처음 가입하시는 회원님들께 가입 선물로 미화 300달러에 해당하는 300 USDT를 제공합니다. 가입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제게 말씀해주시면 즉시 회원님 계좌로 충전해 드립니다.” ‘가입만 해도 우리 돈 40만원 넘는 돈을 준다고?’ 승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가입 선물로 1만원 예치금을 주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파격적 혜택이어서다. 반신반의하며 회원 가입을 마치자, 정말로 그의 계좌에 ‘300’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찍혔다. 눈앞에서 기적이 벌어진 것만 같았다. “이 돈을 다 날려도, 내 돈만 넣지 않으면 전혀 손해 볼 게 없네.” 그동안 가상화폐에 대해 굳게 닫아둔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짜릿한 발걸음의 시작이었다. 다음 날 저녁, 이 교수는 IEKAF 이용법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처음 접하는 낯선 화면이었지만, 주식 거래에 능숙한 승현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주식 앱보다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서 사용이 편했다. 밤 10시가 가까워지자 이 교수가 ‘연습 거래’를 제안했다. “자, 다들 300 USDT 갖고 계시죠? 이제 직접 거래를 시작해 봅시다. 현물 계좌로 들어가셔서 매수 대상을 ‘비트코인’으로 지정하시고요. 예치금의 10%만 투자하세요.” 승현은 망설임 없이 IEKAF에서 받은 300 USDT의 10%인 30 USDT(약 4만 2000원)로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15분 뒤 채팅방에 “매도”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승현은 곧바로 갖고 있던 비트코인을 모두 팔았다. 15분 만에 0.9 USDT(1260원)를 얻었다. 수익률 3%. 금액이 크진 않았지만, 긴장감으로 시작한 첫 코인 투자에서 재미와 짜릿함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다음 날 저녁 7시. 승현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김가영 비서의 강의 안내 메시지가 올라오자 망설임 없이 ‘777’을 눌러 출석 체크를 마쳤다. 7시 30분이 되자 이 교수가 강의를 시작했다. 이날도 주제는 가상화폐였다. 주식은 이제 완전히 접은 것처럼 보였다. 8시 반, 그가 회원들을 새로운 세계로 안내했다.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상화폐 선물 거래였다. “선물 거래는 매우 위험합니다만, 다행히도 저는 이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 저렇게 변동성이 극심해도 제 눈에는 최적의 매수·매도 패턴이 뚜렷하게 보여요. 여러분도 제 말만 잘 들으시면 단 한 번의 거래로 20~30%의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현물 계좌에 있는 USDT 예치금을 선물 계좌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그리고는 수많은 코인 가운데 ‘QUANTA’를 지정하며 “투자금의 20%만 매수하세요”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현물 거래에서 자신감을 얻은 승현은 이 교수의 제안에 아무런 거부감도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300 USDT의 20%인 60 USDT(8만 4000원)로 QUANTA를 샀다. 20분 뒤 이 교수의 지시에 따라 매도 주문도 넣었다. 결과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경이로웠다. 60 USDT를 투자해 20 USDT(2만 8000원)를 벌었다. 20분 만에 투자금액 대비 33%라는 놀라운 수익률이었다. 1억원 어치를 넣었다면 20분 만에 3300만원을 챙겼을 것이다. 종일 흙냄새를 맡으며 땀 흘려야 얻을 수 있는 수확의 보람과는 다른, 매우 강렬하고 중독성 있는 짜릿함과 황홀함이었다. 승현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가상화폐에 대한 마지막 우려가 모두 녹아내렸다. 대신 그 자리를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설렘과 기대감이 채웠다. 이날부터 승현은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다음 강의가 너무 궁금했고 다음 거래가 너무 기대됐다. 그의 삶에 뒤늦게 찾아온 ‘미지의 유혹’이 너무나 즐거웠다. 그것이 자신의 영혼을 파괴할 ‘쥐약’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 세금 체납해 차량 번호판 떼이자 위조해 붙이고 다닌 40대 실형

    세금 체납해 차량 번호판 떼이자 위조해 붙이고 다닌 40대 실형

    세금을 내지 않아 차량 번호판이 영치되자, 위조 번호판을 만들어 붙이고 다닌 4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2024년 8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그는 집행유예 기간에 이러한 범행을 또 저질렀다. 창원지법 형사2단독 정지은 부장판사는 자동차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경남 창원시 한 주거지에서 검은색 시트지를 붙이는 방식으로 번호판을 위조하고 차량에 붙여 운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세금을 미납해 번호판이 떼이자 이러한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지난 2월 8차례에 걸쳐 자동차 의무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차량을 운전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집행유예 기간 중임에도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며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증평군에 송진우 야구장 생긴다...송진우 야구대회도 추진

    증평군에 송진우 야구장 생긴다...송진우 야구대회도 추진

    충북 증평군에 ‘송진우 야구장’이 생긴다. 충북 증평군은 지역 출신인 송진우 전 한화 이글스 코치의 이름을 증평읍 연탄리 생활야구장에 부여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송 전 코치는 전날 증평군을 방문해 이재영 군수와 지역 야구 발전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송 전 코치는 “제 이름을 딴 야구장이 미래 선수들이 꿈을 키우는 곳이자 지역의 자부심이 되길 바란다”며 “야구를 통해 증평이 전국적으로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 전 코치는 한화 선수 시절 210승을 거둬 ‘레전드’로 불린다. 증평초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군은 리틀 야구팀 창단과 1회 송진우 야구대회 개최도 추진할 예정이다. 대만, 일본 등 아시아 국가와의 유소년 국제 교류전도 구상 중이다. 군은 지난 2일에는 김응용 전 감독과 초·중·고 야구학교 설립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 전 감독은 프로야구 해태·삼성·한화 감독 등을 지낸 야구계의 거장이다. 이 군수는 “김 전 감독에 이어 송 전 코치까지 합류하는 등 증평 야구의 든든한 조력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아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 쌈짓돈, 이자 장사…10조원대 전북 ‘도(道) 금고’ 변화 찾아올까

    쌈짓돈, 이자 장사…10조원대 전북 ‘도(道) 금고’ 변화 찾아올까

    10조원에 달하는 전북도 금고지기 선정을 앞두고 농협과 전북은행으로 고착화된 양강체제 판도가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전북특별자치도는 현행 도금고 약정기간(2022년 1월 1일~2025년 12월 31일) 종료에 따라, 새로운 도금고 선정 절차에 본격 돌입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금고 선정은 도민에 대한 도금고의 역할 강화를 목표로, 중소기업 및 서민 지원방안 등 지역 기여형 지표를 평가 요소에 새롭게 반영했다. 신규 금고의 운영 기간은 2026년 1월 1일부터 2029년 12월 31일까지 4년간이며, 각종 세입 수납과 세출 지급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심사를 통해 1순위 금융기관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2개, 기금 4개를 운용하는 제1금고로, 2순위 금융기관은 특별회계 3개와 기금 12개를 관리하는 제2금고로 결정된다. 현재 전북도 1금고는 농협은행, 2금고는 전북은행이 수년째 맡고 있다. 다만 전북은행이 전국 최고 예대마진으로 이자 폭리 비판을 받는 가운데 지자체 금고를 운영하면서 여러 특혜 문제로 뭇매를 맞으면서 변수가 생겼다. 김성수 전북특별자치도의원(더불어민주당, 고창군)은 최근 임시회 도정 질문에서 도금고 운영과정의 불균형과 역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일반회계를 운영하는 제1금고 운영사인 농협과 기금과 특별회계의 운영을 맡는 전북은행이 각각 금고의 특성에 따라 ‘평균잔액’이 차이 나면서 더 높은 점수와 많은 지역협력기금을 내고 1금고를 맡은 농협은행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수 의원은 “전북자치도의 일반회계와 기금·특별회계 현재 1금고는 평가 점수가 더 높은 농협이, 2금고는 전북은행이 각각 예치·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협력사업비 또한 1금고가 2금고에 비해 두 배 이상 더 많이 납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북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이 높은 예대마진으로 지적을 받고 있지만 중저신용자를 상대로 영업이 이뤄지고 있어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오는 19일 신청 공고를 시작으로 오는 30일 도청 영상회의실에서 사업설명회를 개최한다. 10월 21일부터 이틀간 제안서를 접수받은 후, 10월 말 금고지정심의위원회의 심의 과정을 거친다. 11월 중에는 최종 선정된 금융기관과 계약 체결을 완료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지역 중소기업 및 서민에 대한 지원계획을 자체 평가 항목에 신설해 도 금고의 지역사회 기여도를 높이고자 했다”며 “정부 기준에 따라 예대마진을 평가에 넣지 못하지만, 특별회계 일부를 1금고와 2금고로 나눠 조정하는 등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금융, 경제 재도약 중추 역할 해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금융, 경제 재도약 중추 역할 해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금융산업이 든든한 동반자이자 변화를 주도하는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생산적·포용 금융 실천을 강조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과 우리금융이 공동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 환영사에서 “대한민국은 세계를 이끄는 혁신 경제, 모두가 잘 사는 균형 성장을 목표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 회장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변화만이 유일한 상수’라는 말을 인용하며 “우리금융은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을 확고히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혁신·성장 기업을 키워내는 생산적 금융을 적극 실천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포용 금융을 통해 책임감 있게 변화를 선도하겠다”며 “그룹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건전성을 높이고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 경제의 도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신뢰받는 금융그룹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콘퍼런스는 ‘한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길: 금융 혁신의 역할’을 주제로 열렸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헨리 페르난데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회장의 특별 대담을 비롯해 앤 크루거 전 세계은행·IMF(국제통화기금) 부총재(현 스탠퍼드대 석좌교수), 팀 아담스 IIF(국제금융협회) 회장, 로버트 머튼 MIT 석좌교수(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이 연설과 축사를 이어갔다. 행사에 참석한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축사에서 “우리 경제는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고 첨단 전략 기술 중심의 혁신이 그 해법이 될 것”이라며 “전례 없는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금융의 주도적 역할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회사가 생산적 금융을 적극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제·감독을 개선하고 자본시장을 건전하게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 “리메이크인 줄” 故 김광석 노래 ‘복붙’ 의혹 日 밴드 “우연의 일치…몰랐다”

    “리메이크인 줄” 故 김광석 노래 ‘복붙’ 의혹 日 밴드 “우연의 일치…몰랐다”

    일본의 한 인디밴드가 ‘영원한 가객’ 故 김광석(1964-1996)의 노래를 ‘복붙(복사+붙여넣기)’한 듯한 노래를 발표해 표절 의혹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해당 밴드는 “우연의 일치일 뿐, 김광석의 노래를 몰랐다”고 해명해 국내 김광석 팬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19일 가요계에 따르면 일본의 5인조 인디밴드 ‘슈퍼등산부(Climing Club)’가 지난 10일 발표한 싱글 ‘산보(山歩)’가 국내 음악팬들로부터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똑같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드럼으로 잔잔하게 시작하는 ‘산보’는 4개 마디의 첫 소절부터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첫 소절 4개 마디와 멜로디가 똑같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1994년 발표된 김광석의 네 번째 정규앨범이자 생전 마지막 정규앨범인 ‘김광석 네번째’의 수록곡으로, 후배 가수들이 끊임없이 리메이크해 부르고 드라마 등의 삽입곡으로도 쓰이며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명곡이다. 두 곡의 유사성이 주목받자 국내 음악팬들은 해당 밴드의 유튜브에 “김광석의 노래를 리메이크했나”, “리메이크가 아니라면 너무하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김광석의 노래를 아는 일부 일본 음악팬들도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김광석은 일본에서도 잘 알려진 가수다.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해당 곡을 작곡한 밴드 멤버 오다 토모유키가 입을 열었지만 “의도치 않은 것”이라는 해명 뿐이었다. 그는 “김광석의 노래에 대해 부끄럽지만 알지 못했다. 확인해 본 결과 멜로디와 유사점이 있었다”면서도 “완전히 우연에 의한 것으로, 한정된 음계와 코드 진행 속에서 때로는 의도치 않게 비슷한 멜로디 라인이 생겨나는 일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국내 팬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밴드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밴드는 유튜브 채널에 한국어와 일본어로 쓰인 입장문을 통해 “여러분의 댓글을 보고 처음으로 김광석님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들었고, 저희도 놀랄 만큼 부분적으로 멜로디가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곡이라고 하나 부끄럽게도 제작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하였고, 산속을 걷는 이미지로 작곡한 멜로디가 부분적으로 비슷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유사한 곡을 발표해버린 사실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밴드는 “이번 지적을 계기로 훌륭한 한국의 명곡을 알게 되었고, 음악에는 국경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일본의 여러분들은 물론 한국의 여러분들도 저희 음악을 따뜻한 마음으로 부디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스스로 유사성이 있는 곡을 발표한 것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 김영기 경기도의원, 개발이익 도민환원기금·가족돌봄수당·외국인 보육지원 개선 촉구

    김영기 경기도의원, 개발이익 도민환원기금·가족돌봄수당·외국인 보육지원 개선 촉구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김영기 의원(국민의힘, 의왕1)은 17일 열린 제386회 임시회 제3차 경기도청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도시개발국 및 여성가족국 소관 추경안을 심사하며, 개발이익도민환원기금의 본래 취지에 맞는 활용과 가족돌봄수당·외국인 보육지원의 실효성 있는 운영을 촉구했다. 김영기 의원은 “개발이익도민환원기금에서 1·2차에 걸쳐 총 763억 원이 통합재정안정화기금으로 예탁됐는데, 이는 세수 보전을 위한 조치로 본래 용도인 주거복지, 낙후지역 개발 지원, 임대주택 공급 등과는 거리가 있다”며 “조례가 규정한 목적에 따라 도민 삶에 직접 기여할 수 있도록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족돌봄수당과 관련해 “작년에는 사회보장협의 지연으로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되면서 참여 시·군이 17개에서 14개로 줄고 불용액도 발생했다”며 “내년에는 27개 시·군이 참여하는 만큼 수기일지 작성 등 현장 불편을 개선하고, 불용·감액 사례 없이 내실 있게 운영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외국인 자녀 보육지원 예산이 사회보장협의 과정에서 1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축소된 것과 관련해 “외국인 자녀 지원은 다문화 정착을 돕는 중요한 제도이지만, 입시·언어 등 유사 사업이 있다”며 “외국인 부모·자녀 등 대상별로 흩어진 지원을 통합해 하나의 체계로 운영하면 효과성과 비용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김영기 의원은 “외국인 지원을 축소하자는 것이 아니라, 종합 검토와 제도 통합을 통해 효율성과 체감도를 높이자는 것”이라며 “향후 이민정책과의 연계를 통해 도민 세금이 보다 효과적으로 쓰이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용인시, ‘우리 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 국가유산청 공모 3건 선정···국비 1.94억 확보

    용인시, ‘우리 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 국가유산청 공모 3건 선정···국비 1.94억 확보

    ‘생생국가유산’, ‘고택·종갓집 활용’, ‘향교·서원 국가유산’ 용인특례시는 국가유산청이 주관한 ‘2026년 우리 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 공모에 3건이 선정됐다고 19일 밝혔다.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은 전국의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에 담긴 가치를 교육·문화·관광 콘텐츠로 개발해 국민에게 제공하고, 지역 활성화를 위한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이다. 선정된 용인시 사업은 ▲처인성을 중심으로 고려시대 용인 역사를 이해하는 ‘생생국가유산’ ▲음애 이자 선생 고택에서 선비의 삶을 체험하는 ‘고택·종갓집 활용사업’ ▲포은 정몽주와 정암 조광조 등 용인을 대표하는 인물을 알리는 ‘향교·서원 활용사업’이다. 용인시는 3건의 공모사업 선정으로 국비 1억 9400만 원 등 총 4억 8500만 원의 사업비를 확정했다. 이는 2025년 대비 1억 원 늘어난 규모다. 이상일 시장은 “용인의 대표 문화유산이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에 선정돼 시민들이 용인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 더 많이 체험하고, 더 깊이 생각할 기회가 마련됐다고 본다”며 “시는 용인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적극 보존하고 계승하는 노력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고,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도록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 ‘얼룩말 소’로 파리 쫓았다…웃음 자아낸 엉뚱 실험, 결국 수상

    ‘얼룩말 소’로 파리 쫓았다…웃음 자아낸 엉뚱 실험, 결국 수상

    소 몸에 얼룩말처럼 줄무늬를 칠하면 파리의 흡혈과 성가심이 줄어든다는 연구가 ‘이그노벨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의미 있는 과학적 호기심을 보여줬다. AP통신과 CNN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제35회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 일본 연구진의 ‘얼룩말 줄무늬 소’ 연구가 생물학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식용 소(비육우)에 무독성 스프레이로 흰 줄무늬를 칠해 관찰했다. 그 결과 파리가 거의 절반가량 덜 달라붙었고 불편해하는 행동도 줄었다. 소의 피부와 호흡에는 해가 없었다. 시상식 현장과 전통 시상식은 보스턴대에서 열렸다. 올해도 전통대로 관객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분위기를 띄웠고, 주제는 ‘소화’였다. ‘스마트폰을 들고 화장실에 앉는 습관이 치질과 관련이 있는지’ 연구한 의사가 강연에 나섰고 ‘소화기 전문의의 고충’을 다룬 미니 오페라도 공연됐다. 무대에는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도 시상자로 등장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스더 듀플로와 에릭 매스킨은 직접 상을 건네며 진짜와 가짜 노벨상을 잇는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1991년 시작한 이그노벨상은 하버드대 과학 유머잡지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주관하며 “사람들을 먼저 웃게 하고 그다음 생각하게 한다”는 취지로 매년 10개 부문 수상작을 발표한다. 대표 수상작 ‘얼룩말 소·피자 도마뱀·테플론 다이어트’ 올해는 ‘얼룩말 줄무늬 소’ 연구 외에도 이색적인 수상작이 대거 포함됐다. 이탈리아 연구진은 도마뱀이 어떤 피자를 더 좋아하는지 분석해 영양학상을 받았는데 토고의 휴양지에서 무지개도마뱀이 콰트로 포르마지 피자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유럽 연구진은 음식에 테플론 가루를 넣어 부피를 늘려 열량을 늘리지 않고도 포만감을 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실험해 화학상을 받았다. 독일·네덜란드·영국 연구진은 소량의 술이 외국어 회화 능력을 높인다는 결과를 내 평화상을 차지했다. 또 다른 수상작들 올해 수상작 가운데는 엉뚱하면서도 흥미로운 연구들이 잇따랐다. 항공상은 술에 취한 박쥐의 비행 능력과 반향정위(초음파 탐지) 능력을 측정한 연구가 받았고 공학상은 악취 나는 신발이 신발장 사용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연구가 차지했다. 문학상은 윌리엄 B. 빈이 35년간 손톱 하나의 성장을 기록·분석한 연구(사후 수상)에 돌아갔으며 소아과상은 모유 수유 모친이 마늘을 섭취했을 때 아기가 젖을 먹는 경험을 어떻게 느끼는지 관찰한 연구가 선정됐다. 심리학상은 폴란드의 마르친 자옝코프스키와 호주의 질 지냑이 수행한 연구로 자기애적 성향이 강한 사람에게 “당신은 똑똑하다”고 말했을 때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분석해 받았다. 물리학상은 파스타 소스가 엉겨 붙지 않게 하는 물리적 조건을 분석한 연구가 이름을 올렸다. “믿기지 않는다”…연구진 소감 이번 줄무늬 소 연구를 이끈 고지마 도모키 박사는 “실험할 때부터 이그노벨상을 받고 싶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축산 현장에서 줄무늬 칠하기를 대규모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회자 마크 에이브러햄스는 “위대한 발견도 무가치한 발견도 처음엔 우스워 보인다. 이그노벨상은 그 순간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수학자이자 과학 편집자로 이그노벨상을 창립하고 매년 시상식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엉뚱해 보여도 과학적 통찰 담겨”미국의 생물학자 칼리 요크 레노아라인대 교수는 CNN에 “겉으로는 우스꽝스럽게 들리지만 그 안에는 진짜 통찰이 숨어 있다”면서 “미국 경제 성장의 절반은 호기심에서 출발한 기초과학 덕분”이라고 기초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요크 교수는 또 “DNA 염기서열 분석 기술도 ‘고온에서 세균이 어떻게 살아남는가?’라는 기초 연구에서 출발했다”며 당장은 무가치해 보이는 연구라도 미래에는 큰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소에 줄무늬 그리니 파리 퇴치? 황당 실험, 상까지 받았다 [핫이슈]

    소에 줄무늬 그리니 파리 퇴치? 황당 실험, 상까지 받았다 [핫이슈]

    소 몸에 얼룩말처럼 줄무늬를 칠하면 파리의 흡혈과 성가심이 줄어든다는 연구가 ‘이그노벨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의미 있는 과학적 호기심을 보여줬다. AP통신과 CNN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제35회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 일본 연구진의 ‘얼룩말 줄무늬 소’ 연구가 생물학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식용 소(비육우)에 무독성 스프레이로 흰 줄무늬를 칠해 관찰했다. 그 결과 파리가 거의 절반가량 덜 달라붙었고 불편해하는 행동도 줄었다. 소의 피부와 호흡에는 해가 없었다. 시상식 현장과 전통 시상식은 보스턴대에서 열렸다. 올해도 전통대로 관객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분위기를 띄웠고, 주제는 ‘소화’였다. ‘스마트폰을 들고 화장실에 앉는 습관이 치질과 관련이 있는지’ 연구한 의사가 강연에 나섰고 ‘소화기 전문의의 고충’을 다룬 미니 오페라도 공연됐다. 무대에는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도 시상자로 등장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스더 듀플로와 에릭 매스킨은 직접 상을 건네며 진짜와 가짜 노벨상을 잇는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1991년 시작한 이그노벨상은 하버드대 과학 유머잡지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주관하며 “사람들을 먼저 웃게 하고 그다음 생각하게 한다”는 취지로 매년 10개 부문 수상작을 발표한다. 대표 수상작 ‘얼룩말 소·피자 도마뱀·테플론 다이어트’ 올해는 ‘얼룩말 줄무늬 소’ 연구 외에도 이색적인 수상작이 대거 포함됐다. 이탈리아 연구진은 도마뱀이 어떤 피자를 더 좋아하는지 분석해 영양학상을 받았는데 토고의 휴양지에서 무지개도마뱀이 콰트로 포르마지 피자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유럽 연구진은 음식에 테플론 가루를 넣어 부피를 늘려 열량을 늘리지 않고도 포만감을 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실험해 화학상을 받았다. 독일·네덜란드·영국 연구진은 소량의 술이 외국어 회화 능력을 높인다는 결과를 내 평화상을 차지했다. 또 다른 수상작들 올해 수상작 가운데는 엉뚱하면서도 흥미로운 연구들이 잇따랐다. 항공상은 술에 취한 박쥐의 비행 능력과 반향정위(초음파 탐지) 능력을 측정한 연구가 받았고 공학상은 악취 나는 신발이 신발장 사용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연구가 차지했다. 문학상은 윌리엄 B. 빈이 35년간 손톱 하나의 성장을 기록·분석한 연구(사후 수상)에 돌아갔으며 소아과상은 모유 수유 모친이 마늘을 섭취했을 때 아기가 젖을 먹는 경험을 어떻게 느끼는지 관찰한 연구가 선정됐다. 심리학상은 폴란드의 마르친 자옝코프스키와 호주의 질 지냑이 수행한 연구로 자기애적 성향이 강한 사람에게 “당신은 똑똑하다”고 말했을 때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분석해 받았다. 물리학상은 파스타 소스가 엉겨 붙지 않게 하는 물리적 조건을 분석한 연구가 이름을 올렸다. “믿기지 않는다”…연구진 소감 이번 줄무늬 소 연구를 이끈 고지마 도모키 박사는 “실험할 때부터 이그노벨상을 받고 싶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축산 현장에서 줄무늬 칠하기를 대규모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회자 마크 에이브러햄스는 “위대한 발견도 무가치한 발견도 처음엔 우스워 보인다. 이그노벨상은 그 순간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수학자이자 과학 편집자로 이그노벨상을 창립하고 매년 시상식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엉뚱해 보여도 과학적 통찰 담겨”미국의 생물학자 칼리 요크 레노아라인대 교수는 CNN에 “겉으로는 우스꽝스럽게 들리지만 그 안에는 진짜 통찰이 숨어 있다”면서 “미국 경제 성장의 절반은 호기심에서 출발한 기초과학 덕분”이라고 기초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요크 교수는 또 “DNA 염기서열 분석 기술도 ‘고온에서 세균이 어떻게 살아남는가?’라는 기초 연구에서 출발했다”며 당장은 무가치해 보이는 연구라도 미래에는 큰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여러 제조업체서 경리 업무하며 억대 공금 횡령한 40대 항소심도 실형

    여러 제조업체서 경리 업무하며 억대 공금 횡령한 40대 항소심도 실형

    제조업체 여러 곳에서 경리 업무를 맡던 중 억대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형사4단독 이현주 부장판사는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경남 창원시 한 제조업체 4곳에서 총 1억 1000만원 상당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각 제조업체에서 경리 업무를 맡았던 그는 카드 대금과 보험료 등을 연체해 채무가 쌓이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하청업체들에게 부가가치세 납부를 위한 돈을 전달받아 보관하던 중 이를 본인 명의 계좌로 여러 차례 옮기며 범행했다. 그는 제조업체 측이 부가가치세를 낸 것이 맞는지 추궁하자, 창원세무서장 직인이 찍힌 납세 증명서를 위조해 출력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횡령 금액이 상당하고 그 과정에서 공문서를 위조하기까지 해 죄질과 범죄 정황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했고 피해 복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野, 與 ‘조희대 의혹’ 제기에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해야”

    野, 與 ‘조희대 의혹’ 제기에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해야”

    국민의힘은 19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대선 직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나 이재명 대통령 사건 처리를 논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제보라는 것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개인의 목소리 또는 변조되거나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목소리일 뿐, 조 대법원장과는 아무런 관련조차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공공연하게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정청래·서영교·부승찬·김어준 등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제1호 적용 대상으로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제기한 조 대법원장 회동 녹취가 사실은 AI로 재현된 가짜 음성파일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무책임한 괴담 정치를 벌이다 발각된 민주당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원내수석은 “면책 특권 뒤에 숨어 아니면 말고 식 괴담을 던져놓고 대법원장을 겁박하며 국가 질서를 뒤흔드는 행태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폭거”라고 했다.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 대통령은 가짜뉴스에 기생하고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반드시 퇴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대통령의 약속대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민주당을 퇴치해달라”고 말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어떻게 AI 음성변조와 편집에 따른 인위적인 가공물을 들고와 대한민국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인지, 금도를 완전히 넘었다”며 “이러한 정치 공작은 고발 대상임은 물론, 당장 국조특위를 가동해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 강병규, 팬더티비 엑셀방송 진행자로 새로운 도전 나서

    강병규, 팬더티비 엑셀방송 진행자로 새로운 도전 나서

    지난 9월 15일 오후 3시, 팬더티비에서 공개된 ‘더 크루’ 엑셀방송 첫 회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자 2000년대 초반부터 공중파 MC로 활약해온 강병규가 이번 방송을 통해 엑셀방송 진행자로 나서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강병규는 과거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장미의 전쟁’, ‘비타민’ 등 다양한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2010년대 이후 각종 사건과 이슈로 긴 공백기를 겪었다. 최근 유튜브 ‘논논논’에서 방송 활동을 재개했고, 팬더tv ‘더 크루’의 엑셀방송 진행을 맡으며 본격적인 방송 활동에 나섰다. 더 크루 스튜디오 관계자는 “강병규가 공중파 MC 출신으로서는 엑셀방송에 도전하는 만큼, 첫 방송부터 큰 관심과 기대가 집중됐다”며 “이번 강병규의 합류가 팬더tv 콘텐츠 전반의 퀄리티 상승과 BJ들의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의정광장] 녹색 일상과 정원이 피어나는 서울

    [의정광장] 녹색 일상과 정원이 피어나는 서울

    서울은 2024년 세계 도시경쟁력 6위의 대도시이자 수많은 시민의 생활 터전이다. 서울은 빠른 산업화와 인구 밀집으로 초고속으로 도시화가 이뤄져 왔으며 최근 곳곳에서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면서 변화의 시점을 맞고 있다. 변화의 시점에서 서울시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도시 비전으로 ‘정원도시 서울’을 제시하고 있다. ‘정원도시 서울’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개념이 아니라 도시 공간 곳곳에 자연을 스며들게 해 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녹색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이에 서울시는 2024년부터 2025년 7월까지 총 955개소, 61만 8000㎡ 규모의 ‘매력가든’과 ‘동행가든’을 조성하며 정원도시의 실현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원은 단순한 경관 개선을 넘어 시민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는 문화적 기반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정원사, 마을정원사도 양성해 지역 주민이 직접 정원을 가꾸고 관리하는 참여 기반의 정원문화를 확산시키고 있으며, 이는 정원도시 서울이 행정 주도가 아닌 시민 중심의 녹색 공동체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정원이라는 공간은 본질적으로 사적이고 개별적인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공원은 시민 모두에게 열려 있는 보편적 공간이며 도시의 공공성을 상징하는 핵심 녹색 인프라다. 정원도시 서울의 비전은 정원이 더이상 개인의 사적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의 공공성과 공동체성을 담는 녹색 인프라로 진화된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공공성 확보’라는 원칙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녹색 공간이 특정 계층이나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서울시민 누구나 접근하고 누릴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필자는 제11대 서울시의회 의원으로서 전·후반기 모두 환경수자원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전반기에는 부위원장직을 맡았다. 특히 ‘정원도시 서울’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활동했다. 실현을 위한 핵심 조건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생활 속 정원 인프라 확대다. 골목길, 학교, 복지시설 등 시민의 일상 공간에 정원을 조성해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정신 건강을 증진하는 효과를 가져야 한다. 둘째, 시민 참여형 정원문화 확산이다. 생활밀착형 정원 조성 시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지역 주민이 직접 가꾸는 ‘마을정원’ 모델을 확대해 공동체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공공성 중심의 정원 정책 강화다. 정원과 공원이 조화롭게 배치되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녹지공간이 확대돼야 한다. 이는 도시의 평등성과 공동체성을 실현하는 핵심이다. 넷째,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을 위한 녹색 인프라 연계다. 기후위기 대응의 전략으로 공원과 정원이 녹색 인프라로 연계돼야 한다. 다섯째, 정원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다. 정원디자인, 식물관리, 도시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과 고령자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정원도시 서울은 단순한 도시 미화가 아니다. 이는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도시의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약속이다. 지금부터라도 더 촘촘한 설계와 더 넓은 시야로 서울을 자연과 사람이 함께 숨 쉬는 도시로 만들어 가야 할 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공공성’과 ‘시민 참여’라는 원칙이 반드시 자리잡아야 한다. 남궁역 서울시의회 의원
  • [지방시대] 지방대가 곧 지방 경쟁력이다

    [지방시대] 지방대가 곧 지방 경쟁력이다

    “서울대 아니면 지방대인가.” 대학 입시를 마친 고교생들에게 흔히 이 말을 던진다. ‘수도권 대 비수도권’이라는 이분법과 같은 말이다. 이면에는 뿌리 깊은 교육 불균형과 사회적 편견, ‘수도권 중심’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단순한 지리적 구분을 넘어 대학의 위상과 청년의 자존감까지 재단하는 잣대로 작동한다. 우리가 ‘지방대’라고 구분하면 놓치는 게 있다.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다. 교육의 본질은 장소나 이름이 아닌 사람됨과 능력 함양에 있다. 입지와 이름은 결코 능력을 대체할 수 없다. 대학의 진정한 경쟁력은 콘텐츠와 실천에 달렸다. 광주와 전남에는 전남대, 조선대, 광주교육대, 호남대, 동신대 등 10여개 4년제 대학이 있다. 전국 190여개에 비하면 비중이 크지 않다. 하지만 이들 대학은 치밀한 교육 실험을 하면서 지역 밀착형 혁신을 이뤄 내고 있다. 실제로 광주·전남 지역 대학들은 지역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식 실천의 전진기지로 진화하고 있다. 전남대는 인공지능(AI)융합대학과 지역혁신선도학과를 통해 디지털 전환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조선대는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특성화를 통해 의료·헬스케어 산업과 유기적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동신대와 순천대 역시 각각 농생명,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실무 중심 교육을 바탕으로 산업 현장과 밀착 협업을 이끌어 내고 있다. 지방대는 단순히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 사회 문제 해결의 실험장이자 혁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역에서 길러진 인재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릴 때 지역이 살아난다. 지역은 국가의 기반이다. 지역이 살아나면 결국 국가도 살아난다. 시대의 흐름은 바뀌고 있다. 학벌보다 실력, 인맥보다 문제 해결력, 권위보다 창의성을 요구하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이제는 지방대 출신 청년들이 자신만의 ‘독창성’과 ‘실용성’을 무기로 경쟁의 최전선에 당당히 나서고 있다.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지 않은가. 지방대는 지역 생태계 전반에 작동하는 혁신의 허브이자 사회적 자본이다. 지역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길러 내고 있다. 지방대는 지방을 살리는 해법과 혁신의 실험장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서 배우고 성장한 청년들이 전국 곳곳에서 ‘지방대생’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뛰어넘어 진정한 의미의 ‘로컬 히어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광주의 AI 관련 젊은 기업인들 가운데 지방대 출신이 많다. 또 많은 지방대 학생들이 이들 기업에 취업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지방대 재학생들은 자신을 ‘차선책’으로 여긴다. 아무리 우수한 커리큘럼과 실습 시스템을 갖춰도 효과는 절반으로 줄 것이다. 자부심을 키우는 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하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산업계도 함께 손을 맞잡고 지방대를 ‘지역 혁신의 플랫폼’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교육과 일자리, 창업, 문화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이 ‘청년이 떠나는 곳’이 아니라 ‘머무는 곳’으로 재편되면 지역소멸은 해결된다. 지방대가 바로 서야 지역이 바로 선다. 지역이 강해져야 국가 경쟁력이 생긴다. 나라의 미래가 달린 명제다. 이제 질문을 바꾸자. “어느 대학 나왔니” 대신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니”라고. 그래야 우리 교육이 비로소 지역과 미래를 함께 품을 수 있다. 서미애 전국부 기자
  • 고령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구경 오세요

    고령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구경 오세요

    세계유산도시 경북 고령군은 19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지산동 고분군을 무대로 ‘2025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고령 지산동 고분군’을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국가유산청과 경북도, 고령군이 공동 주최하고 국가유산진흥원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지산동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 2주년이자 대가야 고도지정 1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았다. 주제는 ‘대가야, 열두개의 별’로, 대가야 악성 우륵(?~?)이 작곡한 가야금 12곡과 대가야의 영광을 미디어아트를 통해 재해석한 것이다. 행사는 쉬는 날 없이 오후 7~10시 진행된다. 행사 중에는 대가야박물관을 야간에 개장해 다양한 가야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대북퍼포먼스, 드로잉퍼포먼스 등 다양한 문화공연과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오는 23일에는 세계유산 등재 2주년 기념식과 함께 드론라이트쇼 등 다양한 문화공연도 선보인다. 5, 6세기쯤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크고 작은 700여기의 무덤이 분포한 고령 지산동 고분군은 화려했던 가야 문명의 독보적인 역사·문화를 담은 유산으로 202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남철 고령군수는 “이번 미디어아트는 국가적 행사로 국가유산의 가치를 확산하고 야간콘텐츠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면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지산동 고분군의 신비로운 모습을 향유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1999년 · 2199년… 200년의 시간 여행 “지금 여긴 첫 번째 가장 중요한 순간”

    1999년 · 2199년… 200년의 시간 여행 “지금 여긴 첫 번째 가장 중요한 순간”

    미국 최고 권위의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세 번이나 탄 에린 엔트라다 켈리(48)의 장편 동화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가 출간됐다. 작가는 2018년 ‘안녕, 우주’로 뉴베리 대상을 받았고, 3년 후에는 ‘우리는 우주를 꿈꾼다’로 뉴베리 명예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2025 뉴베리 대상을 다시 거머쥐며 3관왕에 올랐다. 이 작품은 시간 여행이라는 흔하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시간 여행이 흥미로운 것은 현재에서 과거 혹은 현재에서 미래로 이동이 아니라 미래와 과거, 두 시간대를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1999년을 지나온 이에게는 향수를, 그 시기를 모르는 이에게는 또 다른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1999년 8월 17일 열두 살 생일을 맞은 마이클은 밀레니엄 버그 혹은 ‘Y2K’에 대한 불안에 휩싸여 과거 엄마가 일했던 마트에서 통조림과 같은 생필품을 좀도둑질하며 지내고 있다. 또 엄마와 단둘이 생활하는 마이클은 자신 때문에 엄마가 마트에서 잘렸고 직장 세 곳을 돌며 늦게까지 일하게 됐다는 죄책감을 지니고 있다. 그런 마이클의 곁에는 중학생 돌보미 누나인 기비와 아파트 관리인 모슬리가 있다. 불안과 죄책감을 제외하고는 평온했던 마이클의 일상은 이상하다 못해 수상하기까지 한 소년 리지가 등장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반면 2199년에 살고 있는 리지는 엄마가 만든 텔레포트 모듈(STM)을 통해 200년 전인 1999년 8월 17일로 이동한다. 공간 텔레포트 연구자(STS)들은 낯선 타임프린트(시대)에 떨어지더라도 적응할 수 있게 미리 요약서로 그 시대를 공부하기도 한다. 리지가 쇼핑몰, 전자레인지 등에 매료돼 1999년에 몰두하는 동안 마이클과 기비는 앞날을 기록한 요약서 속에 담긴 미래를 궁금해한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 주는 동화를 통해 독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현재를 들여다보게 된다. 일상의 불안과 슬픔, 불확실에 우물쭈물하는 독자에게 작가는 ‘존재의 첫 번째 순간’을 살라고 전한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여기는 첫 번째 순간이자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이다. “‘이러면 어쩌지? 저러면 어쩌지?’ 하는 식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지금을 살아야 해. 그게 첫 번째 순간이야.”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 이곳이 우리 인생 최고의 장소야.”(193쪽) 여기에 “‘밤에 자기 전에 자신에게 물어보렴. 나는 오늘 좋은 사람이었나? 아니라는 답이 나오면 내일 더 잘하면 돼”라고 말해 주는 모슬리와 같은 좋은 어른은 불안을 딛고 현재를 똑바로 디딜 용기를 준다.
  • 익숙하지 않은 ‘감각의 英詩’… 우리를 구원할 ‘낯선 언어들’

    익숙하지 않은 ‘감각의 英詩’… 우리를 구원할 ‘낯선 언어들’

    앤 카슨 ‘플레인워터’시와 산문 그 사이 유동하는 언어경계 구분 없이 흐르는 물과 같아비숍 ‘우리는 내륙으로 질주한다’시집 4권·미발표 원고 모은 전집작품서 자신을 레즈비언 규정도휘트먼 ‘사람들은… 몸을 감싸안는다’퀴어 감각 작품들 선별해 재구성몸·영혼 불일치로 평생 괴로워해 지겹도록 들여다봐도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다. 외국어는 어쩌면 영원한 동경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영어는 좀 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영어에 들인 시간과 돈을 합하면 저 태평양을 메우고도 남을 것이기에. 그러나 이런 오만은 영어로 쓰인 시(詩)를 읽는 순간 곧바로 멈출 것이다. 온몸을 휘감는 익숙하지 않은 감각. 괜찮다. 그 ‘낯섦’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영어로 아름다운 성을 쌓았던 북미 시인들의 시집 세 권이 한국어로 도착했다. “그가 나를 사랑했다면 나를 봤겠지/위층 창가에서 창문에 이마를 부딪치고 있는 내 모습을.”(앤 카슨, ‘기울어진 사랑 마을’) 캐나다 시인 앤 카슨(75)의 초기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플레인워터’(난다)는 시와 산문 그 사이에서 유동하는 언어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있는 작품집이다. 영문학 번역가이자 시인으로도 활동하는 황유원이 옮겼다. 1부 ‘밈네르모스 브레인섹스 그림’부터 4부 ‘물의 인류학’까지 일관된 흐름이 없다. 그래서 어떤 총체적인 사상이나 주제로 이 책을 붙잡는 시도는 실패하고 만다. 카슨은 어쩌면 독자가 실패하기를 의도했을지도 모른다. ‘물의 인류학’ 서문에서 카슨은 이렇게 선언한다. “물은 당신이 붙잡을 수 없는 무언가다.” 물은 손에 쥘 수 없다. 세계의 실상도 그렇다. 우리는 다만 깊이 잠길 수 있을 뿐이다. 이 서문의 제목은 ‘잠수’다. 세계라는 물 안에 깊이 침잠하는 것만이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국경을 건널 때 내 귀에 들리던 소리라고는 너의 맥박과/내 귀뼈를 빗질하듯 쓰다듬던, 반물질 같은/바람뿐.”(‘그대와 나 사이에 진실이 있기를’) 카슨은 프리드리히 횔덜린, 에밀리 디킨슨 등 서양문학의 고전뿐 아니라 노자의 ‘도덕경’, 일본의 전통 정형시 ‘하이쿠’ 등도 적극 인용하며 나름의 독창적인 사유를 전개한다.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그저 흐르는 ‘물’처럼. “화장대 거울 속 달은/수백만 킬로미터 너머를 바라본다, … 우주로부터 버림받으면, 달은 지옥에나 가버려, 말할 것이고, 곧장 물웅덩이나 거울을 발견하고는,/그 안에 깃들 것이다./그러나 걱정 따위 거미줄로 싸서/우물에 처박아 버리길.//뒤집힌 세상에서는,/왼쪽이 항상 오른쪽이고,/그림자가 진짜 몸이며, 우리는 밤새 깨어 있고,/하늘은 지금 바다 깊이만큼 얕으며,/당신은 나를 사랑한다.”(엘리자베스 비숍, ‘불면증’) 퓰리처상(1956), 전미도서상(1970) 등을 받은 미국 시인 엘리자베스 비숍(1911~1979)은 일부 영문학 연구자를 제외한 국내 독자에게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드디어 그의 시 전집 ‘우리는 내륙으로 질주한다’(봄날의책)가 한국어로 옮겨졌다. 소설가 이주혜가 번역을 맡았다. 비숍의 시 전집이 미국에서 출간된 것은 2011년,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던 해다. ‘북과 남’(1946), ‘어느 차가운 봄’(1955) 등 생전 출간됐던 시집 4권과 함께 시집에 묶이지 않은 것까지 망라했다. 비숍의 사후 발굴된 미발표 원고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가 레즈비언으로 자신을 규정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앞서 인용한 ‘불면증’이라는 시는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읽힌다. 화장대 거울이 비추는 세계는 좌우가 뒤집힌 공간이다. ‘나’는 그곳을 간절히 열망하는 듯하다. 뒤집힌 세계에서만이 당신이 나를 사랑할 수 있기에. 비숍의 사랑은 당대 현실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가 해안이다. 여기가 항구다. … 어떤 것은 아마도 큰 야자수다. 아아, 여행자여,/이 나라가 그대에게 내놓으려는 대답이 고작 이건가? … 우리는 곧장 상투스를 떠난다./우리는 내륙으로 질주한다.”(‘상투스에 도착’) 그에게 시는 단순한 언어의 놀이가 아니라 사랑의 실존을 확인하는, 실감 넘치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나는 전율하는 몸을 노래하지,/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무리가 나를 감싸고 나도 그들을 감싸,/그들은 나를 놓아주지 않을 거야, 내가 그들과 함께하고, 그들에게 응답하고, … 맨 살결을 만질 때 손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운 공감,/강줄기처럼 도는 숨결, 그리고 들숨과 날숨, … 나는 말하지, 이 모든 것이 몸뿐 아니라, 영혼의 일부이고 시라고.”(월트 휘트먼, ‘나는 전율하는 몸을 노래하지’) 시집 ‘풀잎’으로 유명한 미국의 거장 월트 휘트먼(1819~1892)의 시 가운데 ‘퀴어’의 감각으로 읽을 수 있는 작품을 뽑아 김성훈 전남대 영문과 교수가 재구성한 시집 ‘사람들은 사람들의 몸을 감싸안는다’(파시클)도 흥미로운 책이다. 영어 원문을 함께 수록해 원전과 번역의 리듬감을 아울러 느낄 수 있게끔 편집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휘트먼은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실제 그렇다고 해도 정체성을 밝히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퀴어는 몸과 영혼의 강렬한 불일치. 평생 그것으로 괴로워했겠지만, 그 괴로움은 역설적으로 위대한 문학을 추동하는 힘이 됐다. “나는 육체의 시인이고 영혼의 시인이다./천국의 기쁨이 내게 있고, 지옥의 고통도 내게 있다./기쁨은 내 몸에 접붙여 늘리고, 고통은 새로운 언어로 바꾼다.”(‘나는 육체의 시인이고 영혼의 시인이다’)
  • 롯데카드 297만명 정보 유출됐다… “피해 발생 땐 전액 보상”

    롯데카드 297만명 정보 유출됐다… “피해 발생 땐 전액 보상”

    롯데카드에서 297만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객 여러분과 유관 기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롯데카드는 약 96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업계 5위권 카드회사로, 전체의 약 3분의 1에 가까운 회원 정보가 유출된 셈이다. 조 대표는 “전체 유출 고객 중 유출된 고객 정보로 카드 부정 사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고객은 총 28만명”이라며 “유출 정보 범위는 카드번호, 유효기간, CVC번호(카드 뒷면 3자리 보안코드) 등”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경우 단말기에 카드 정보를 직접 입력해 결제하는 키인(Key in) 거래 시 부정사용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해당 고객은 7월 22일과 8월 27일 사이 새로운 페이결제 서비스나 커머스 사이트에 사용 카드정보를 신규 등록한 고객”이라며 “카드 재발급 조치가 최우선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머지 269만명의 유출 정보는 ▲온라인 상 본인 확인에 쓰이는 연계 정보(CI) ▲ 내부식별번호 ▲가상 결제코드 ▲간편결제 서비스 종류 등이다. 조 대표는 “나머지 269만명은 일부 항목만 제한적으로 유출됐다”며 “해당 정보만으로 카드 부정사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보 유출은 온라인 결제 서버에 국한해 발생했고, 오프라인 결제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고객 성명도 유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롯데카드는 현재까지 실제 부정 사용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전체 유출 고객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무이자 10개월 할부, 거래 알림 서비스 무료 제공, 금융피해 보상 서비스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28만명은 카드 재발급을 우선 추진하고 차년도 연회비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조 대표가 이날 직접 언급한 연회비 면제 비용만 최소 56억원에 달한다. 그는 “발생 가능한 2차 피해까지 포함해 전액 보상하겠다”며 “고객 피해 ‘제로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이번 사고를 “중대한 위법”으로 규정했다. “사실관계를 신속히 확정한 뒤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상 개인정보 유출로 신용질서를 어지럽힌 경우 최대 6개월 영업정지와 수백억원대 과징금이 가능하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