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고건 前총리 영남 제외 전지역서 1위
대선 예비후보 선호도에서는 고건 전 국무총리가 1위를 차지했다.‘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고 전 총리가 20.0%로 수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15.1%), 이명박 서울시장(12.7%) 등이 두자릿수 선호도를 얻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5.4%), 이해찬 국무총리(1.8%),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1.3%), 손학규 경기지사(1.1%),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1.0%) 등의 지지도는 1%대에 머물렀다.
●보수계층서도 박근혜대표 앞질러
고 전 총리는 영남을 제외한 전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호남에서는 30.8%로 같은 호남 출신인 정 장관(9.3%)을 압도했다. 진보계층에서도 18.3%로 정 장관(8.7%)과 김 장관(0.8%)보다 높고, 보수계층에서도 21.1%로 박 대표(18.2%)와 이 시장(12.8%)보다 높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 지지층에서도 25.4%로 정 장관(21.1%), 김 장관(3.5%)을 제쳤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60.0%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고 전 총리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오랜 공직생활에 보여준 안정적 이미지와 대중성·이념적 중도성·도덕성·정치권에 대한 거리 등의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고 전 총리의 선호도는 탄탄한 지지기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품’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는 과거 이인제·정몽준 등 제3후보가 일시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정해지고 대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예외없이 추락했던 사실을 근거로 든다. 하지만 고 전 총리 선호도는 과거 제3후보와 다른 측면이 있다. 대중성·도덕성·성취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지난해 10월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고정지지층 넘어 외연확대 필요
한나라당 박 대표의 선호도를 결정짓는 핵심요인은 지역과 이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25.2%), 부산·경남(23.1%), 보수계층(18.2%)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에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42.3%로 이 시장(18.4%)과 손 지사(2.0%)를 압도했다.4·30 재·보선 압승이 박 대표의 주가를 한층 끌어올린 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 대표는 저소득층(19.7%)과 저학력층(18.4%)에서 평균보다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최근의 민생·경제 위기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박 대표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표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지금의 선호도가 과거 이회창 전 총재의 선호도 패턴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고정 지지층을 넘어 외연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20대·저학력층 지지율 제고 시급
이 시장의 선호도를 결정짓는 요인은 고 전 총리, 박 대표 등과는 약간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지역이나 이념 등의 요소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학력층(14.2%), 고소득층(16.2%), 자영업자(17.0%) 등의 선호도가 높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진보(13.2%)와 보수(12.9%) 계층에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시장과 박 대표의 지지율 간격은 2.4%로 오차 범위내에 있는 데는 이 사장이 신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싸고 노무현 대통령과 정면 승부를 시도하고, 청계천 복원·교통체제 개편 등 ‘국민 체감형’ 행정을 주도한 점 등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 시장은 이번 조사에서 절대 취약 계층으로 드러난 20대(7.7%), 학생(9.9%), 저학력층(5.8%)등의 지지율 제고가 절실한 과제로 꼽혔다.
●지역·이념 등서 잠재적 지지력 갖춰
정 장관은 ‘빅4’ 중 유일하게 한자릿수 선호도를 보였다.20대(7.8%), 진보(8.8%), 호남(9.4%)에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열린우리당 지지층에서는 선호도가 21.4%로 평균보다 4배 정도 높게 나타난 것이 특징이다. 정 장관은 박 대표와 같이 지역·이념 등에서 잠재적 지지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 장관에게는 거의 절반 정도로 추락한 지지세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이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열린우리당 지지층을 넘어 지지 기반을 확산시킬 수 있는 구상을 실천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국민 63% ‘경제발전 최대 과제´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국민들의 압도적 다수인 63.3%가 ‘경제 발전’을 지적하고 있다. 국민 통합(7.9%), 사회 차별과 불평등 해소(7.7%), 지속적인 개혁(7.3%) 순이었다. 남북문제 해결(3.6%), 지역주의 청산(3.1%), 안보강화(2.6%)가 뒤를 이었다.
국가가 처한 시급한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후보로는 선호도 조사 때와는 달리 이명박 시장과 고건 전 총리가 17.7%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박근혜 대표(11.9%), 정동영 장관(4.9%), 이해찬 총리(1.7%), 김근태 장관(1.6%), 권영길 의원(1.5%), 손학규 지사(0.8%)순으로 나타났다.
대선 후보 빅4 중 이 시장만이 유일하게 선호도보다 능력에서 더 높이 평가받았다. 더욱이,‘경제발전’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후보로는 이명박 시장이 22.3%로 고건 전 총리(17.4%)와 박근혜 대표(11.6%)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대선후보 선호도·능력평가 ‘엇박자´
이는 현 시점에서 대선후보 선호도와 능력 평가에서 엇박자가 존재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선 후보 능력평가에서 나타난 함의는 이 시장의 지지도가 이념이나 지역보다는 개인 능력에서 비롯된 만큼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청계천 개발 비리 수사로 이 시장의 측근이 구속됐지만 이 시장의 선호도와 능력 평가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편 여야 정치권과 대권 주자들은 이번 선호도 조사에서 ‘없다.’(18.3%)와 ‘모름’(23.3%)이라고 응답한 부동층이 41.6%에 이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조사 결과는 현 시점의 민심을 보여주는 잣대에 불과하다. 대선까지는 2년 이상 남아 있다. 대선 후보들은 일시적 인기를 위한 이미지·이벤트 정치의 유혹에서 벗어나 국가 운영의 철학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리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정당 지지도
이번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20.1%)이 열린우리당(11.4%)을 두배 가까이 앞섰다. 하지만 수치가 높지 않아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는 분석이 좀더 타당해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5.7%, 민주당은 1%, 자유민주연합은 0.4% 등에 그쳤다.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대통령 탄핵 직전인 지난해 2월 14.7%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올 2월 독도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강한 목소리를 내면서 18.7%까지 잠시 뛰었다가 불과 몇 개월만에 또다시 곤두박질친 셈이다.
●재보선 참패·당 갈등이 추락 요인
4·30 재·보선 참패 이후 ‘개혁 대 실용’이라는 소모적 당내 갈등이 지지도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문희상 의장의 리더십 구축 실패에 따른 구심점 상실도 지지도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은 20대(16.9%), 중산층(16.1%), 호남(20.8%), 화이트칼라(19.8%), 진보계층(16.7%)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정부·여당이 충정지역 행정중심도시 건설을 적극 추진했지만 정작 충청권에서도 지지율은 10.1%로 한나라당(16.1%)보다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의 역풍을 맞은 서울지역에서는 10.5%로 한나라당(21.4%)의 절반 정도로 낮았다.
●與 실정등 영향 지속 상승
반면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두 차례 대선 패배와 불법 대선자금 문제로 지난해 2월 10.4%까지 떨어졌던 지지도가 정부·여당의 지속적인 실정에 따른 반사 이익과 재·보선 압승을 기반으로 20.1%까지 치솟았다.
한나라당은 40대(27.0%)와 50대 이상(28.3%)의 기성세대, 중졸이하 저학력층(25.5%), 월소득 15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29.9%), 대구·경북(32.8%), 자영업자(28.0%), 보수계층(26.6%)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국민절반 ‘지지정당 없다´… 정치불신 확산
그러나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 국민 2명 중 1명 이상인 55.5%가 ‘무당파’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월 46.5%보다 9.0%p나 늘어나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리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