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대선후보 정동영] 범여 단일화 나설 3인 비교
15일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주자로 정동영 후보가 선출되면서 범여권이 후보 단일화 국면에 본격 진입했다.
신당의 정 후보,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이인제 후보, 그리고 창조한국당(가)의 문국현 후보간 기싸움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세 후보 모두 단일화 필요성과 ‘한나라당 집권 저지’에 공감한다. 나머지는 교집합을 찾기 어렵다.
대권 도전 경력으로 보면 정 후보는 재수생, 이 후보는 삼수생, 문 후보는 신입생이다. 지지 기반과 성향도 다르다. 단일화의 시기와 방법을 따지고 들면 신경전은 더 치열해진다.‘한지붕 세 가족’이라 할 만하다.
정 후보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에 패배했다. 두 번째 대권 도전인 셈이다.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직후 두 번의 당 의장과 통일부 장관을 거치며, 뼈를 깎는 ‘재수생활’을 했다.15·16대 총선에서 연거푸 전국 최다 득표 의원이라는 영예를 누렸지만,17대 총선 직전 ‘노인 폄훼 발언’으로 비례대표직을 내놓는 시련을 겪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대권 삼수생이다. 한번은 본선에서, 한번은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두 후보에 비해 대선 경험이 풍부하다. 대권 도전사에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져다 주었다. 세 번의 출정 동안 내공과 조직을 다진 것이 ‘빛’이라면, 두 번의 경선 불복종과 탈당 경력은 두고 두고 ‘그림자’로 작용했다.4선 의원으로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문 후보는 정치 신입생이다. 대선 도전도 처음이다. 유한킴벌리의 평사원으로 입사해 20년 만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환경운동과 반부패운동 관련 20여개 시민사회단체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했다. 범여권 잠룡으로 일찌감치 주목받던 문 후보는 지난 14일 창조한국당을 창당하며 유력한 제3후보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세 후보는 서로 다른 정치적 기반과 노선을 갖고 있다.
이념적 기반에서 정 후보는 중도개혁을, 이 후보는 중도보수를, 문 후보는 중도개혁 성향을 띠고 있다. 지역적 기반에서도 호남권, 충청권, 수도권을 각자 진지로 삼고 있다.
현재 지지율 격차도 크지 않아 단일화 협상에서 우위를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종합하면 세 후보 가운데 어느 누구도 단일화 주도권을 쥐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지표들이다.
범여권 대표정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정 후보 입장에서 볼 때 이 후보보다 문 후보와의 단일화에 더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문 후보의 지지층 상당수가 수도권의 30∼40대와 화이트칼라, 진보층이다. 정 후보가 본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타깃 지지층”이라고 분석했다.
이 후보와는 ‘단일화’와 ‘세력 통합’을 동시에 결론지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신당과 민주당은 각자 경선에서 전통 지지층인 호남의 온전한 지지를 받지 못했다. 세력통합이 전제되지 않은 단일화는 범여권의 대선 승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교훈이다.
구혜영 나길회기자 kooh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