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이익집단
    2026-01-19
    검색기록 지우기
  • 한·미·일
    2026-01-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68
  • [시론]SSM 규제, 이익집단 정치, 그리고 FTA/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SSM 규제, 이익집단 정치, 그리고 FTA/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 의회주의도 이제 미국형 이익집단 정치의 함정으로 종종 빠져드는가? 가장 선진화된 민주주의를 자랑하면서도, 국가대사를 위한 정책결정이 이익집단의 벽에 막혀 종종 후퇴해 버리고 마는 미국 의회정치 말이다. 시민의 23% 이상이 무의료보험자로 머물고 있는 현실을 아직도 개혁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국가의료보험 제도와의 경쟁을 두려워하는 민영 보험회사들의 로비력 때문이다. 미 행정부가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에서 과도한 요구를 하는 데 주력한 것도 업자들의 로비력이 국가이익을 볼모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의회주의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미국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했으면서도, 국회는 행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축법을 개정하여 캐나다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유지했다. 한-캐나다 FTA 협상은 중단되고 캐나다의 제소에 의한 세계무역기구(WTO) 패널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쇠고기 생산자와 이들 주변의 이익집단 정치가 국정에 반영되어 전체 국익에 반하는 입법이 행해지고 그에 따른 피해가 전 국민에게 미치고 있는 형국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정책이 대기업 체인점의 진출을 사업조정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회가 대중소기업상생법(상생법)을 개정하여 중소상인 보호의 목적을 달성하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WTO 서비스협정 양허를 통해 체인점에 대한 규제를 철폐했다. 이것이 애초 잘한 결정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은 따로 논하고, 현행 WTO협정 체제 하에서 우리 정부가 체인점의 SSM 진출을 사업조정 조치로 막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경제수요심사(economic needs test)로 시장접근을 막는 조치는 금지되기 때문이다. 설령 이러한 조치의 성격이 시장접근 제한이 아닌 국내규제(domestic regulation)에 해당한다 치더라도, 이미 허용한 시장접근 관련 양허의 효력을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손상시키는 식의 규제는 금지된다. FTA의 유럽연합(EU) 내 비준이 어려워질 것은 자명하다. 유럽과의 FTA가 한·미 FTA의 미국 내 비준압력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음은 이미 입증되었다. 아울러 한국 시장에서 EU의 기계류 수출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인 위기의식을 느끼게 돼, 정체상태에 있는 한·일 FTA 협상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이것은 한·중·일 삼국 FTA를 위한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한·EU FTA의 발효는 본격적인 FTA 활용시대를 여는 서막이며, 우리 경제사회 체제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국가 대사인 한·EU FTA의 비준이 SSM을 둘러싼 이익집단 정치의 벽에 막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체인점의 SSM 진출을 막는 것이 정말로 필요하다면, 국제규범에 합치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WTO 서비스협정 양허 수정 협상으로 영세상인 보호를 위한 유통서비스 제한 규정을 신설하는 대신, 영국 등 이해 국가가 입는 손해에는 다른 부문에서 보상해주는 식으로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 아울러 EU와의 FTA에서도 관련 양허표를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 다음 상생법상에 체인점에 대한 사업조정제도를 도입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WTO협정과 서명한 FTA를 위반하는 조치를 일방적으로 취하는 것은 이미 합의해준 개방을 정치적 필요에 따라 힘으로 막겠다는 발상이다. 이런 식의 접근은 FTA는 물론이고 지난 50년간 우리가 이루어 놓은 통상조약관계 전반을 뒤흔드는 단초를 스스로 제공하는 일이다. 국내적 반대와 정치적 필요가 발생할 때마다 이미 합의된 협정을 스스로 위반하는 국내법을 제정한다면,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그에 따른 최대의 피해는 90%에 육박하는 대외무역 의존도를 지니고 있는 우리 경제가 입게 됨은 자명하지 않은가?
  • [포스트 G20 도약과 나눔 (1)] 한국의 5대 액션플랜은

    [포스트 G20 도약과 나눔 (1)] 한국의 5대 액션플랜은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각국은 “강하고 지속 가능하며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말의 성찬에 끝나지 않으려면 실천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 액션플랜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나라별로 실천을 약속한 공통의 선서라고 보면 된다. 우선 우리나라는 4년 안에 재정수지를 흑자로 전환하고 균형재정을 달성할 때까지 지출 증가율을 수입 증가율보다 2~3%포인트 낮게 유지하기로 했다. ‘성장 친화적 재정건전화 정책’을 담은 중기 재정계획을 기반으로 했다. 통합재정수지 흑자는 나라가 벌어들인 수익에서 지출을 뺀 값이 플러스(+)인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3년간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또 금융위기 이후에도 다시 1년 만에 흑자 전환을 준비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4일 “지출계획이 100% 다 이뤄지지 않는 일이 많은 상황에서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으로 세수가 늘어 올해부터 재정수지는 흑자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2014년까지 2.5% 흑자를 맞출 수 있는지다. 역시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참고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통합재정수지를 0.9% 흑자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국가채무 비율을 올해 36.1%에서 2014년에는 31.8%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국가채무 규모는 올해 407조 2000억원에서 2014년에는 492조 2000억원으로 21%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단 빚은 늘어나도 더 벌어 채무비율을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는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계산하면 2014년에는 31.8%로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5%씩 성장해야 한다. 이전 같으면 그리 어려운 목표는 아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속 5% 성장률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액션플랜은 구조개혁 정책으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규제 완화와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전문자격사 시장 선진화 방안 추진을 고려한다고 적혀 있다. 또 노동시장 개혁도 진행할 계획이다. 적정규모의 경상수지를 유지하려면 내수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보건·의료 등을 중심으로 규제완화를 해 일자리도 늘리고 내수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익집단의 반발이다. 특히 의사와 변호사 등 기존 이해 집단들의 이견이 첨예한다. 의료기관 영리법인화는 자칫 의료서비스의 빈익빈 부익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안에서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어떤 액션플랜보다 실천에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또 ‘주는 것에 인색하지 않은 나라’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총국민소득(GNI) 대비 대외원조 비중을 지난해 0.1%에서 2015년에는 0.25%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원조국으로 처음 기록된 것은 1986년 12월 대외경제협력기금법을 제정하면서부터다. 하지만 그동안 나눔의 크기는 작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는 8억 1580만달러(약 9200억원). 하지만 이제 5년 후면 현재 약 9200억원 수준의 연간 해외원조가 2조 5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대형금융회사(SIFI)와 은행의 자본 및 유동성 규제 등 금융규제개혁 방안에서 국제수준에 맞는 개혁을 약속했다. 2011년부터는 국제 회계기준을 채택하고, 바젤은행 감독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자본규제조치도 충실히 이행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기관 규제는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가 가장 모범적으로 이행해온 분야라 국제 기준으로 봐도 상위권”이라고 말했다. G20 국가들은 앞서 바젤은행위원회(BCBS)와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제안한 은행 자본과 유동성 규제체계(바젤Ⅲ)를 정식 채택했다. 바젤Ⅲ에는 은행의 최소자본기준을 최고 7배 올리고, 유동성비율과 레버리지(차입투자)규제 등 새로운 규제방식이 포함됐다. 단 가장 큰 관심이 쏠렸던 환율과 통화정책의 목표는 실천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좀 싱거울 정도다. 우린 통화정책에선 물가 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운용하되 국내외 금융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것. 또 환율은 변동환율제도를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내용이 빈약한 것은 그만큼 환율 및 통화정책과 관련해 각국의 이견차가 컸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방증이기도 하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뒤탈없는 소액 후원… ‘검은 돈’ 창구로

    뒤탈없는 소액 후원… ‘검은 돈’ 창구로

    현행 정치후원금 제도가 ‘검은 돈’을 정치권에 유입시키는 음성적 창구로 전락했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도용하거나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10만원씩 쪼개 정치인 후원금 계좌에 입금하면서 ‘정치자금 세탁’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더구나 후원금 10만원에 대해 연말 소득공제에서 9만 9000원까지 후원자에게 되돌려주는 것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5일 “정치적 신념이 없이 단체에서 반강제적 또는 의무적으로 후원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치자금법’이라는 거대한 장벽이 존재하는 한 정치인에게는 이익단체 회원 개개인의 소액 후원금이 더 절실할 수밖에 없다. 받아도 문제이지만 받지 못해도 의정활동을 제대로 이끌어가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이익단체의 소액 후원금을 모두 정치자금으로 규정한다면 후원이 모두 끊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정치권에서는 중앙선관위가 후원금을 일괄 관리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대도시 등 후원금 사용액이 많은 지역의 국회의원에게는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단체 후원금 제도를 양성화하는 대신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로비스트’를 등록해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즉시 처벌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자금 규모가 큰 전문직에 유리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 법안이 표류하고 있다. 김현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단체 후원금 제도는 너무 엄격하다.”면서 “양성화하는 대신 후원금 한도를 정해 정치권이 의무적으로 내역을 공개하고 외부에서 검증받는다면 은밀한 검은 돈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낸 10만원이) 정치후원금인지 몰랐다.” “(지회장이) 연말에 다 돌려받는다고 그냥 내라고 해서 낸 거다.” “목적이 뭔지 몰랐다.” 청목회 소속 청원경찰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낸 특별회비가 어디에 쓰이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참에 정치인 후원금에 대해 최대 9만 9000원까지 돌려받는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자금의 올바른 후원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행법이 이익집단의 단체로비 창구로 오용된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9년 특정 정치인에게 간 후원금 총액은 441억 6700만원에 이른다. 유권자 1인당 1059원씩 후원한 셈이다. 하지만 이들 후원금이 후원자들의 ‘정치적 신념의 표현’이나 ‘의정활동 모니터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후원 형태는 잘못된 제도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도 많다. 정치후원금은 연말에 소득공제를 정산할 때 돌려받기 때문에 기부자들은 “어차피 돌려받는 돈”이라는 생각으로 단체후원에 참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0만원짜리 정치후원금이 늘어날수록 소득공제 혜택 때문에 국고는 오히려 비게 된다. 때문에 현행 세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정치 후원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활성화를 위해 공제혜택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좋은 제도가 이익단체들의 로비방식으로 오염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의 경우 많은 국가가 정치후원금의 일부만 돌려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캐나다는 선거법상 후원액이 200달러 미만일 경우 ‘총액의 75%’를, 200달러를 넘어설 경우 ‘150달러+200달러를 초과하는 후원금의 50%’를 공제해준다. 공제액은 최대 500달러를 넘어서지 않는다. 일본도 후원금의 일부만 공제해주고 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오바마, 공화당 감세공약 맹비난

    오는 11월2일 중간선거를 한 달가량 앞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이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부자감세 공약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공화당은 극소수 부자들만 챙기는 정당’이라는 공세를 통해 원내 과반의석을 지켜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라디오·인터넷 주례연설을 통해 이틀 전 공화당이 발표한 중간선거 공약을 “끔찍했던 지난 10년으로 되돌아가자는 메아리에 불과하다.”고 강력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선거공약은 낡아빠진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서 “백만장자와 억만장자에게는 세금을 깎아주고 월가와 특수 이익집단을 위해 규제를 느슨하게 해준다. 중산층에게는 혼자 힘으로 알아서 꾸려가라며 나몰라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연소득 25만달러 이상 부유층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당시 제정한 임시 조세감면법안에 따라 올해까지만 최고소득세율 35%를 적용받는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대선 당시부터 이 법안 시한을 연장하지 않고 내년부터 39.6%로 되돌리자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 경우 향후 10년간 7000억달러에 달하는 조세수입이 생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서울광장] 정치인을 닮아 가는 관리들/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치인을 닮아 가는 관리들/최광숙 논설위원

    공직사회가 뒤숭숭하다. 그렇지 않아도 ‘철밥통’소리를 듣더니 외교통상부 특채 파문으로 더욱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됐다. 딸 특채 의혹이 터지자 “요즘 어떤 세상인데….”라며 강하게 부인하던 유명환 전 장관을 TV에서 봤던 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비리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와중에도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결국 감옥으로 갔던 정치인 모습과 너무나 흡사했다. 진실이 드러날 때 드러나더라도 ‘오리발’부터 내미는 것이다. 공직자들이 ‘나쁜’ 정치인을 닮아가고 있다. 정치인의 몰염치야 다 알지만 관리들도 결코 뒤지지 않음이 이번 일로 드러났다.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자리를 즐기는 관리들을 먼 발치에서 한 번이라도 봤어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니라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썩었을 줄이야. 친인척들을 보좌관으로 쓰는 국회의원이나 자식에게 공직까지 ‘대물림’하려는 관리 모두 한 통속이지 싶다. 공직사회에서 나랏일보다 자리를 탐하고, 소리(小利) 앞에서도 물불 가리지 않는 이른바 ‘정치관료’들이 설친 지 오래됐다. 전 총리 A씨가 중앙 부처 1급으로 있을 때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자 총무과에 전화를 걸어 본적을 호남으로 바꾸도록 한 일은 유명하다. 혀를 내두르게 한 그의 약삭빠른 처세 덕분인지 총리 자리까지 올랐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요직을 맡고 있다. 흔히 정치인은 표를 위해서라면 영혼도 판다고 하는데, 정치관료들은 출세를 위해 영혼은 물론 한술 더 떠 본적까지 ‘세탁’한다. 이들은 학연·지연은 기본이고, 엮을 만한 것이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엮어 자신의 이익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 전 장관 B씨는 고교 선배인 총리가 테니스를 잘 친다는 얘기를 듣고 테니스 모임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고 한다. 전 부총리 C씨는 고교 후배가 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두 번이나 승진에서 물을 먹자 청와대 인사 담당자를 찾아 구원투수 역할을 자청했다. 정치관료들은 초선의원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정치 감각과 처세술을 갖고 있다. ‘영포라인’ ‘서울랜드(서울고-서울대)’ ‘이헌재 사단’이 뜬다 싶으면 거기에 올라타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영향력이 있으면 아랫사람이라도 머리를 조아린다. 차관 인사를 앞둔 한 인사는 밤 늦게 청와대 인사라인과 가깝던 후배 집까지 찾아가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정권 교체에도 살아남는 ‘슈퍼 정치관료’들도 적지 않다. 한 차관은 남들은 한 번도 어렵다는 청와대 파견근무를 세 정권을 넘나들며 했다. 이쯤 되면 그 놀라운 생존력에 ‘감화’ 받은 후배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한 차관급 인사는 참여정부 임기말 혁신도시로 지정된 고향에서 착공식을 강행해 정권이 바뀌어도 끄떡없도록 ‘대못박기’를 했고, 다른 차관은 재임 중 특정 대학에 연구개발비를 몰아주고 퇴임 후 그 대학 교수로 갔다고 한다. 정치관료들이 판치면 공직사회는 병들게 된다. 능력이 있어 장·차관 하면 누가 욕하겠는가. 실세 정치인이 뒤를 봐줘서, 줄서기에 성공해 윗자리에 올라가면 그 조직은 정치 바람을 탈 수밖에 없다. 자신을 돌봐준 ‘누군가’에게 ‘보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사청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조직 인사는 왜곡된다. 이익집단을 대표한 ‘누군가’의 입김에 정책은 뒤틀린다. 그 과정에서 부패와 비리가 싹튼다. 정치관료들의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강해 ‘줄서야 성공한다.’는 인식을 퍼트려 너도나도 정치관료의 길을 유혹 받게 된다. 언변이나 감각은 부족해도 묵묵히 뒤에서 일에 몰두하는 참다운 공직자의 사기와 의욕을 떨어뜨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인근 유리창이 모두 깨진다는 ‘깨진 유리창’ 법칙은 여기에도 적용된다. 공직사회도 보다 공정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깨진 유리’ 정치관료부터 솎아내야 한다. 그들은 공직사회를 좀먹고, 궁극적으로 정부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bori@seoul.co.kr
  • [사설] 인사청문회 정책·자질 검증 소홀해선 안돼

    오늘부터 국무총리, 장·차관급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된다. 오늘은 이재훈 지식경제부·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이뤄진다. 24~25일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등 26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청문회도 상당수 핵심증인들이 출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하거나 잠적해 김빠진 청문회를 우려하는 소리가 나온다. 청문회가 후보자에 대한 정책·자질 검증보다는 정치공방에 치우치는 것도 여전하다. 이는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은 물론 중요하다.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도덕성 검증이 적지않게 이뤄졌지만 국회 청문회에서도 도덕성은 검증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후보자의 정책 능력이나 자질 검증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행정부 고위 공직자 임명 시, 국회의 검증을 받도록 함으로써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하는 장치다. 2000년 6월 국회가 인사청문회법을 제정, 제도화되어 청문회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간의 인사청문회는 정책·자질 공방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총리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을 능률적으로, 공정하게 수행할 수 있는지 능력을 검증하는 일이다. 국민들은 이번 청문회만큼은 정책·자질에 대한 검증이 철저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특히 한나라당이 국회 인사청문회와 관련, “고위공직자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판단되면 심사 보고서에 부적격 의견을 올릴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전향적이다. 구두선에 그치면 곤란하다.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때 방패막이 논란도 재연되지 않아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통과의례가 아니라 생산적이어야 한다. 의원들은 청문회 스타가 되기 위해 한 건 주의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미국의 제도는 시사점이 많다. 사전검증을 철저하게 해 문제 소지가 발견된 후보자는 대통령이 지명하지 않고, 청문회에 올리지도 않아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후보는 지난 200여년간 극소수다. 백악관 인사검증팀이 의회 지도자들, 주요 정치단체 및 이익집단 지도자들을 순회하며 검증·토론 절차를 밟기 때문이다. 우리도 사전 검증 절차를 보완해 인사청문회가 생산적인 현안과 정책 검증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G2’ 중국, 하나의 국가모델로 분석하다

    ‘G2’ 중국, 하나의 국가모델로 분석하다

    11%가 넘은 중국의 상반기 경제성장률 앞에서 세계가 적잖이 놀라는 모습이다. 어디 경제뿐인가. 미국과 더불어 양강(G2)으로 일컬어지며 전 지구적 질서의 근간에 상당 부분 개입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두 가지를 당연시 여긴다. 사유화와 시장화다. 즉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오롯이 최근 30년 개혁개방의 성과 속에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명제를 다른 나라, 다른 상황과 비교하면 편견에 지나지 않음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지구상에는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저개발 국가에 머물고 있는 나라들이 즐비하다. 미국과 양강을 다투던 사회주의 수출 국가 러시아 역시 페레스트로이카니, 글라스노스트니 하며 20여년 전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했지만 지금의 중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게다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설 이후 계획경제 30년을 후반부 개혁개방 이후의 30년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다. 1978년까지 이뤄낸 연평균 6.5%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후반부 30년의 높은 성장세(9.8%) 근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이라는 새로운 국가모델론’(판웨이 지음, 김갑수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펴냄)은 이러한 인식과 의문, 현실의 부조화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토록 고속 성장을 이뤄낸 중국의 배경에는 해방 이후 60년 동안-덩샤오핑 이후 개혁개방 30년 만이 아닌-의 지속적인 발전과 그에 앞서 수천년 동안 경세제민(經世濟民)을 기본으로 해왔던 중국의 역사와 철학적 전통이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당대 중국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진단하고, 한·중 관계를 새롭게 조망하겠다는 에버리치중국총서 시리즈의 첫 번째다. 베이징대 국제정치학과 교수인 저자 판웨이(潘維)는 서로 다른 역사와 환경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서양의 체제를 수용해 사회정치적 변혁을 이뤄야 한다는 서구모델 전면 도입 주장도 조목조목 비판한다. 대신 국가모델의 하나로서 중국을 꼼꼼히 분석한다. 다소 거친 비유지만 “왜 자금성을 허물고 백악관을 짓자고 하는 것이냐.”며 서구 모델에 치우친 학자들을 몰아세운다. 그는 “중국이 지난 60년 동안 근현대사에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기적을 창조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른 나라에 의존하거나 침략하지 않고 이룩한 것은 더욱 특기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그는 “당정 간부의 집권 이념 다원화, 관료 사회 기강 문란 등을 지적하는 중국 내의 비관적 정서가 존재하고, 여전히 서양의 모델만을 따라가려는 일부 학자들의 오류 등이 있는 만큼 이 모두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판웨이는 토지 국유를 근간으로 ‘국(國)’과 ‘민(民)’이 서로 보완하고 지탱하는 국민경제(國民經濟), 국민경제를 지탱하고 있으며 이익집단의 활동과는 궤를 달리하는 민본정치(民本政治), 가정이라는 기본단위로 건설된 지역공동체 사회그물망인 사직(社稷) 체제, 이 세 가지가 삼위일체로 중국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책에서 ‘21세기형 중화주의’ 기운을 강하게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판웨이가 중국 모델을 적극 옹호하면서도 결함을 인정하듯 이를 부정하는 학자들의 목소리도 중국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책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중국 모델 그대로 따라하기가 당연히 아니다. 배워야 할 것은 부쩍 급부상한 중국을 좀 더 면밀히 알고 분석해야 한다는 필요성 자체다. 판웨이는 지난 5일부터 경희대 여름 프로그램에서 중국의 사회, 정치와 관련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30일까지다. 1만 8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CEO 칼럼]성숙된 국민 문화를 위해/정성욱 금성백조주택 회장

    [CEO 칼럼]성숙된 국민 문화를 위해/정성욱 금성백조주택 회장

    몇달 전 우연히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공익광고 캠페인 중 ‘사회공동체-벽 허물기’란 코너를 본 적이 있다. ‘소통을 통한 사회통합’을 강조한 이 공익광고에서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비용이 연 300조원에 이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갈등지수가 네 번째로 높다고 전했다. 툭하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같은 점을 지적했다. OECD 27개국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 우리나라 사회갈등지수(0.71)가 OECD 평균(0.44)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우리는 국내총생산(GDP)의 27%, 즉 300조원을 갈등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6·25전쟁을 겪은 이후 짧은 기간에 고도로 압축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민주화도 이룩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다원화가 촉진됐고 각 계층과 집단의 이익표출이 활발해짐으로써 여러 복합적인 갈등을 불러온 게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원만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물리적으로 그대로 표출되는 바람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악순환을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 물론 갈등은 모든 사회에 존재한다. 이념과 계층·지역·세대에 이르기까지 존재하는 범위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제도와 문화에 의해 평화적으로 해결될 때 이런 갈등도 충분히 사회발전의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만약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사회적 합의를 어렵게 만들고 이익집단 간 불필요한 경쟁을 초래함으로써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갈등관리시스템이 취약한 국가일수록 경제위기나 불황을 극복하는 데 한계를 보이며 결국 사회 전체에 분열을 가져오고 국가발전을 해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우리가 ‘갈등관리’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냐에 따라 우리 사회가 더욱 발전하는 기회가 될 수 있고 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갈등으로는 세종시 건설과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일 것이다. 정치권은 연일 각자의 주장을 들이밀며 논쟁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어떤 현안이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으로 증폭되는 원인은 자기중심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 탓에 상호 진지한 대화가 단절돼 타협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고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기보다는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 더 중점을 둬야 한다. 지난 6·2지방선거는 1인 8표제로 당선자 수만 해도 2307개 선거구에서 3991명에 이르고 있다. 유례 없는 대규모 선거로, 아직도 이로 인한 정당·세대·계층 간에 국민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과거 우리의 모습을 되짚어 보면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각종 흑색선전으로 선거 후에도 상당한 후유증이 발생하곤 했다. 이는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서로를 헐뜯고 비방하는 후보들의 모습에 실망한 국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선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해 당선자는 낙선자를 위로하고, 낙선자는 당선자를 축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선거에 임하는 기본 자세를 되찾자는 말이다. 사회통합을 이루지 않고서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 또한 인간다운 삶의 보장과 행복추구를 위한 국민의 헌법적 권리가 실체적으로 실현되는 것도 불가능하다. 사회통합은 공생적 사회질서의 전제조건이며 국가와 사회의 지속발전을 위한 동력인 것이다. 앞으로 무한경쟁 글로벌 시대에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하고 싶다면, 소통과 포용의 성숙된 문화를 통해 사회통합이 필수적 조건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정책진단] 전문가 해법

    전문가들은 정부안에 대해 현실적이고 공익적인 관점에서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약사나 병의원 어느 한 쪽보다는 국민들에게 좀 더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속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저가구매 인센티브제와 관련, “병원의 전체 의약품 사용량을 조절하는 ‘처방총액절감제’를 활성화하면 병의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새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 환자에게 필요한 종류의 약을 적정량만큼만 처방하고 보험지급 대상약품을 줄이면 환자들이 안 먹어도 될 약을 비싸게 사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최상은 서울대 약대 교수는 “현재 국공립 병원에서 시행 중인 공개경쟁입찰제를 확대하면 인센티브 없이도 실제 약값을 파악해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새 제도가 사회적 현실과 동떨어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김진현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로 병·의원은 이윤이 줄어들 뿐 아니라 세금까지 물게 돼 수익이 절반으로 내려가므로 쉽게 신고하기 힘들다. 또 제약사도 다음해 약가가 더 내려가기 때문에 병의원이 신고를 못 하도록 더 많은 리베이트를 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포상제를 강화하면 리베이트 신고가 활성화된다며 미국 화이자 제약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의사에 향응을 제공한 화이자를 고발한 판매직원은 600억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김 교수는 “리베이트를 신고할 경우 비밀유지가 어려운 점을 감안, 최대 3억원이 아닌 최소 3억원으로 포상수준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효율성에만 치중해 존재 이유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근본적인 충고도 있다. 김보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무는 “이번 방안의 핵심은 의약품 거래의 투명화를 위한 노력의 첫발을 뗐다는 것”이라면서 “상충되는 이익집단의 공정성 부여를 위해 혜택과 페널티를 동시에 주면서 관리한다는 점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택 보건산업진흥원 식의약산업단 팀장도 “사실상 약값거품을 제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KDI “영리의료법인 금지 무의미”

    “군불을 자꾸 지피면 밥이 익게 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즐겨 쓰는 표현 중 하나다. 투자개방형(영리) 의료법인 도입에 대한 그의 의지가 담겨 있다. 영리 의료법인 도입은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의 반발과 청와대의 교통정리로 잠시 유보됐지만, 이후로도 윤 장관은 ‘군불때기론’을 전파하고 있다. 분위기가 무르익기를 기다린다는 얘기다. 지난해 영리 의료법인 논쟁에서 재정부의 이론적 근거를 뒷받침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1일 ‘의료서비스 부문 규제환경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복지부를 대변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공동용역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처음이다. ●재정부 입장 다시 뒷받침 당시 KDI는 영리의료법인 도입의 경제적 효과에 포인트를 맞춘 반면, 보건산업진흥원은 국민의료비가 상승하는 등 부정적 효과와 함께 의료의 공공성이 훼손될 여지가 크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KDI는 이번 보고서에서 “영리법인 금지 규제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규제”라면서 “2200여개의 병원 중 56.0%가 개인 영리법인일 만큼 영리추구 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현실에서 영리법인 금지 조항(의료법)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정작 필요한 규제는 하지 않고, 불필요한 규제를 부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법은 의료인과 비영리법인만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고, 의료인이 복수의 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항은 시장을 왜곡할 뿐이라는게 KDI의 주장이다. 병원장이 다른 의사를 내세워 지점을 개원한 뒤 수익을 나눠 갖고, 부동산업자나 재료상 등이 의료기관에 투자하는 것이 우리 시장의 고질적 관행이며 탈세를 부추길 뿐이란 것이다. ●의사면허 재교부 등 주장 반면 의료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도록 정작 필요한 규제들은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3~5년을 주기로 의사면허를 재교부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한번 면허를 받으면 평생 진료를 할 수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의약품 정책은 이익집단에 휘둘리고 있다고 했다. KDI는 “의약품정책이 이해집단 간의 협상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면서 “처방약은 의사 리베이트 수입의 원천”이라며 수위를 높였다. 이어 “정부는 보험약가를 인위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 국민부담을 늘리고 의약품 리베이트 뒷거래의 여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로 에둘러 표현했지만 사실상 주무부처인 복지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리 의료법인 도입의 경제적 효과만을 강조한다고 지적받았던 KDI가 다른 방식으로 ‘여론몰이’를 시작한 셈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문화마당] 숙련공/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숙련공/신동호 시인

    ‘노동’이란 단어에 다시금 경외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노동이 갖고 있는 근원적인 정직함, 인간생활의 저변을 떠받치는 묵묵함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자본의 이익을 위해 노동을 부정적 이미지로 바꿔버리는 데 안간힘을 쏟는다. 어느 정도는 성공을 해서, 노동은 언제부턴가 파업이라든지 갈등 같은 단어와 동일한 선상에 놓이게 되었고 요즘에 들어서 노동조합은 이익집단으로 취급당하기까지 한다. ‘노동’이란 단어가 들어간 정당, 단체, 활동들에 대한 이 지독한 반감을 단지 대중조작 소비사회의 특성쯤으로 취급해도 되는 것일까. 노동으로 단련된 근육과 감각은 재료를 유익하게 뚝딱 바꿔 놓는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들을 노동자라 불렀다. 세월의 힘과 노동에 대한 자긍심이 더해진 노동자는 이윽고 숙련공이 되었다. 숙련공들은 존경 받았고 수많은 견습생들의 지표였다. 나는 그들이 위대한 예술가와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선반 위에서 깎아낸 나사 선의 곡선은 실로 아찔하다. 광부들이 굉도에 세운 절묘한 버팀목과, 필경사들이 눈이 멀도록 옮겨 적은 지식의 보고들 모두 숙련된 노동의 산물이다. 물론 서명 따위는 없다, 고려청자처럼. 손톱 밑에 흙이 낀 도공의 손길이 부드러운 어깨선을 빚을 때 청자는 문화재가 아니었다. 효용을 위해 생산된 일상용품에 불과했다. 그래서 모든 청자는 무명 도공의 작품이지만 우리는 지금 청자를 예술품으로 여긴다. 고장난 라디오의 전자기판을 보고 즐거움을 느낀 시절이 있었다. 합리적인 배치로 자리잡은 트랜지스터와 다이오드들을 고사리손으로 조심스럽게 만져본 기억이 난다. 마치 감시인 몰래 살짝 손을 대 본 귀중한 문화재처럼 짜릿했다. 극장도 갈 수 없고 전시회도 없는 향리에서 오래된 괘종시계의 톱니바퀴와 방앗간의 덜컹거리는 기계들은 고상한 예술품을 대신했다. 오토바이를 수리하던 큰아버지의 손놀림을 하루종일 구경하기도 했다. 마음속에 야릇한 감정이 전해 왔지만 그것이 미적 감흥인지는 몰랐다. 미(美)라는 건 교과서 한쪽에 조그맣게 실린 피카소나 로댕의 창조물에서만 느껴지는 거라 배웠기 때문이었다. 미의 역사는 노동의 축적이며 기술의 발전에 의해 변화되어 왔다. 여기에 숙련이 더해져 예술이 태어난다. 숙련공의 손은 조금 더 거칠 뿐 몸의 기억이 사회적 가치와 문화를 창조한다는 면에서는 거듭된 연습으로 완성된 화가나 피아니스트와 차이가 없다. 아니 오히려 예술이 숙련공의 기술에 더 기대왔다. 더불어 무효용의 미를 주장한 칸트와 달리 기능성을 가진 것들도 미적 감흥을 줄 수 있다는 걸 나는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작가 쥘 베른을 통해 확인했다. “나는 공장에 들어가서 기계들이 작동하는 걸 몇 시간씩 지켜보곤 했다. 이런 취미는 평생 동안, 그리고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지금도 멋진 기관차나 증기기관이 작동하는 걸 들여다볼 때면, 라파엘로나 코레즈의 그림을 응시할 때 느끼는 즐거움을 느낀다.”고 그는 고백했다. 예술종합학교의 강의실에서 입술이 셋인 여학생을 보았다. 대금연주의 연습이 반복되면서 아랫입술 아래로 굳은살이 솟아 생긴 입술이었다. 끝내 그 아름다운 입술이 국악을 국민들 곁으로 가져가리라 나는 의심치 않았다. 생산을 위해 숙련된 노동이 새로운 문화와 미적 감흥을 우리 사회에 선사할 것 또한 나는 믿고 있다. 노동은 생산할 때 힘이 있다. 모든 미와 문화가 자본의 소유인 것 같지만 결국은 새로 태어나고 가치는 변화한다. 자본의 문화를 모방하느라 스스로 숙련공이 되기를 포기했던 건 아닌지, ‘노동’이란 단어를 붙인 정당, 단체, 활동들은 뒤를 돌아다 보아야 한다. 이 소비적이고 상업화된 문화에 국민들도 조금은 지쳐 있다. 소비할 줄만 아는 이들에게 연민을 가져도 좋다. 주말의 미술관 나들이도 좋겠지만 기름칠로 빛나는 자동차 엔진을 미술품과 등가로 놓는 자부심도 무방하다. ‘노동’이란 단어의 의미를 되찾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충분히 부자다.
  • 이문열 “아예 분당하라” … MB·박근혜 겨냥 쓴소리

    소설가 이문열(62)씨가 4일 세종시 문제로 충돌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가리켜 “같이 한 당에 뭐하러 있나? 아예 분당하지.”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논의 자체보다는 그 논의를 두고 활용하는 어떤 이익집단이나 정파나 각 논의 행태가 조금씩 보기 민망할 때가 있다.”면서 “결국 어느 쪽이든지 결정이 나야 하고 타협도 이뤄져야 하는데, 어느 한쪽으로 수습을 한다 해도 이미 다 망친 것 같다.”고 밝혔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美대법, 기업 선거광고 제한철폐 판결

    美대법, 기업 선거광고 제한철폐 판결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앞으로 미국 선거에서 기업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져 ‘금권·비방 선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대법원은 21일(현지시간) 기업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비난하기 위한 선거광고에 돈을 쓰지 못하도록 규정한 법조항이 헌법에 규정된 ‘언론의 자유’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미국 선거운동 및 정치 지형도에 대변화를 예고한다. ●오바마 “특수이익집단에게 유리” 지난 1947년 제정된 현행법은 선거 이슈에 대해 찬반의견을 제시하는 기업의 광고는 허용했지만, 특정 후보를 거론하며 지지 혹은 비난하는 선거광고는 규제해 왔으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기업들의 선거광고 제한 족쇄가 풀리게 됐다. 이번 판결에서 보수 성향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 등 5명은 기업들의 선거광고 제한조항 철회에 찬성한 반면 존 폴 스티븐스 등 진보성향의 대법관 4명은 반대의견을 냈다. 판결 직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특수 이익집단들의 돈이 정치권에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허용한 것”이라면서 “대형 석유회사와 월가의 은행들, 보험회사 등에 승리를 안겨준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판결은 로비단체들에 새로운 무기를 건네준 것”이라면서 “후보들과 정당을 대신해 특정 이익집단들의 영향력이 커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판결은 후보들 대신 이들을 지지하는 기업과 노조 등이 특정 이익을 대변하는 외곽단체들을 통해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광고를 허용, 혼탁·흑색 선거가 판을 칠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오는 11월 중간선거부터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이며, 친기업적인 공화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선거전략가들은 앞으로 선거에서는 정당보다 기업들의 돈을 무기로 한 외곽단체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제너럴일렉트릭과 같은 대형 상장회사들은 투자자와 소비자 등의 우려 때문에 선거광고 비용을 대폭 늘리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돈 많은 개인이나 일부 기업들이 상공회의소나 전미총기협회 등 제3자를 통해 대규모 기부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1월 중간선거 공화당에 유리할 듯 한편 민주당은 이번 판결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 법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이 선거광고에 돈을 쓸 때는 주주들에게 사전 설명을 의무화하는 방안과 로비스트를 고용했거나 정부 예산을 지원받은 기업들의 경우 선거광고를 금지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대법원은 또 판결에서 대선 예비선거일 전 30일 동안(의회선거는 60일 전) 기업과 노조, 비정부기구(NGO)가 선거 관련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한, 2002년 제정된 ‘매케인 파인골드’ 선거자금법의 제한규정도 해제했다. 이에 따라 선거일까지 기업들의 선거광고가 허용됨에 따라 상호비방전으로 선거가 혼탁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법의 발의자였던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과 러스 파인골드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법원 결정에 실망감을 표시했다. kmkim@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뉴스와 광고 경계 명확해야/김재범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장

    [옴부즈맨 칼럼] 뉴스와 광고 경계 명확해야/김재범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장

    독자들은 신문지면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다. 신문에서 습득한 정보는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거나 사회인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신문기사는 우리들에게 사회현실을 이해시킴과 동시에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길잡이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신문은 이처럼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의 표상이 되어 왔다. 권위 있는 신문에 난 기사라는 이유만으로 신문의 정보는 ‘사실’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며 사람들은 그 진위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에 신문들은 독자들에게 자신들의 신뢰를 지키고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신문의 존재는 독자들의 신뢰라는 바탕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다. 신문은 기본적으로 독자들의 구독료와 광고로 운영된다. 독자들이 신문을 구독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구독료와 기업들이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 정보를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신문의 지면을 일정한 돈을 내고 사용하는 광고는 신문의 가장 주요한 재원으로서, 이러한 재원 없이는 신문 경영이 불가능하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한국적인 현실에서 대부분의 신문들은 구독료보다는 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적으로 광고 없이는 신문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광고의 내용은 독자들로부터 신문의 보도기사만큼 신뢰를 인정받지 못한다. 특정 이익집단이나 기업들이 돈을 주고 구입한 신문지면을 통해 자신들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도구인 만큼 독자들에게 특별히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는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독자들도 광고의 형태로 전달되는 정보에 대해서는 신문의 보도기사를 평가하는 데 사용하는 잣대를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전면광고’임을 전제로 전달되는 ‘기사형 광고’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런 형태 광고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독자들이 보도기사인지 광고인지를 쉽게 구별하기 어렵게 제작한다는 사실이다. 기사를 한참 읽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자세히 살펴보면 조그마하게 상단에 전면광고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것을 경험한 독자가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상당히 불쾌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일간지들에서 자주 보는 이런 형태의 전면광고가 재정적인 면에서 신문 경영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고 있는가를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신문의 신뢰성에 큰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사실은 모든 신문 경영자들이 유념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이는 서울신문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같은 형태의 전면광고가 독자들에게 광고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도록 제작하는 이유를 정색을 하고 물어볼 만큼 순진하지도 않지만 옴부즈맨으로서 전면광고의 문제점을 꼭 한 번은 지적하고자 한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서울신문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한 가지만 더 지적하고자 한다. 신문의 편집과정에서 광고성 기사에 대한 검토가 더욱 철저히 이루어졌으면 한다. 예를 들면 지난 10월7일 경제면에 보도된 모 회사의 ‘두피케어’ 신상품에 대한 사진보도라든가, 10월6일 경제면에 소개된 ‘매드 포 갈릭’ 사진기사, 10월10일 12면 경제면에 소개된 모 필기전문 회사의 제품소개 사진보도 등이 오해를 줄 소지가 없었는지를 자문해 보기 바란다. 독자들에게도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특정 기업의 행사나 제품에 대한 소개성 보도는 광고성 기사로 오해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사진선택을 잘하는 게 최선이지만, 사진설명을 통해서라도 그런 오해를 불식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서울신문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독자들의 시선에서 항상 기사를 신중하게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 김재범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장
  • 마트주유소 확대, 지자체 “NO” 정부 “YES”

    마트주유소 확대, 지자체 “NO” 정부 “YES”

    ‘마트 주유소’의 진입 장벽으로 떠오른 지자체의 ‘이격 거리(대규모 점포와 주유소간 거리 제한)’ 규정 도입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기름값 인하를 위해 마트 주유소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지자체가 이를 가로막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격거리 관련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어서 양측간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10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주유소 등록요건에 이격거리 규정을 고시한 지자체는 통영을 비롯해 여수와 천안, 강릉 등 모두 17곳으로 집계됐다. 논산과 당진, 연기도 이격거리 도입을 추진 중이며 충주와 제천, 목포 등 지자체 10여곳은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실상 대형할인점이 있는 전국의 모든 도시에서 마트 주유소 진입이 쉽지 않는 셈이다. 이격거리 규정이 도입되면 대형할인점이 주유소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인근 부지를 매입해야 하거나 필지 분할 등으로 우회해야 한다. 손님을 끌기 위한 ‘미끼 상품’으로서 주유소의 가치가 사실상 없어진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오히려 (마트 주유소를) 장려해야 하는데 이익집단에 휘둘려 소비자들이 비싸게 기름을 구입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격거리 도입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정부도 사태 파악에 나선다. 지난달 지자체 관계자들을 불러 의견을 들은 데 이어 조만간 지식경제부와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합동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지난 모임에서 고시를 제정한 이유와 균형있는 시각에서 판단해 달라고 당부를 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전국으로 확산될 줄은 몰랐다.”면서 “정부 부처간 팀을 꾸려 합동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지자체 고시’에 맞설 수단이 없어 고민이다. 마트 주유소가 기름값 경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독려하고 있지만 지자체가 행정처리를 지연하거나 이격거리 고시로 제한하면 손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와 원만한 협의를 위해 행안부가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내년 선거를 앞두고 지역 유권자들을 의식해야 할 지자체 단체장들이어서 정부의 약발이 어느 정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지경부가 지난달 27일 지자체에 ‘고시 자제’를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천과 문경시는 강행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기름값 인하를 위해서는 전국의 주유소들이 망해도 된다는 것인지 정부의 태도가 의심스럽다.”면서 “협회는 1차 목표로 대형할인점이 있는 모든 지자체에 이격거리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군산에 이어 구미에서도 이마트에 설치될 주유소를 대상으로 사업조정 신청이 접수됐다. 중소기업청은 최근 군산 이마트 주유소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데스크 시각] 성공할 인사, 실패할 인사/이종락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성공할 인사, 실패할 인사/이종락 정치부 차장

    지난 2006년에 장관에 오른 A씨는 31년 동안 세종로정부청사 계단을 걸어 올랐다. 거의 매일 새벽 6시30분쯤 청사에 들어섰다. 바로 19층 국무회의실까지 내달렸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굳게 닫힌 국무회의실 문 고리를 잡았다. 기도를 올렸다. 반드시 장관이 되게 해 달라고. 이 회의실에서 국사(國事)를 논할 수 있게 해달라고. A씨는 지방대학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최근 자신의 무덤앞에 세울 묘비명도 정했다고 한다. ‘공문서의 밑줄 하나, 글자 한 줄까지에도 국가와 국민, 역사를 생각했던 공직자 여기 잠들다.’라고. A씨의 예를 드는 것은 인사철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청와대 개편과 개각이 이르면 다음주 초에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총리와 장관, 수석비서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검증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에 눈길이 쏠린다. 성공할 총리와 장관, 수석비서관들을 발탁해야 순탄한 이명박 정부의 2기를 맞을 수 있다. 우선 A씨의 경우처럼 투철한 사명감은 성공할 고위 공무원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장관과 수석비서관이 되어야 할 소명의식이 뚜렷한 사람들에게만 기회를 줘야 한다. 정책목표, 정책의 우선 순위 및 정책구도가 담긴 청사진을 지니고 있는지 옥석을 가려야 한다. 소명의식이 뚜렷한 인사들은 퇴임 이후에도 공직에 몸 담은 것을 자랑스러워할 가능성이 높다. 장관의 경우는 정치력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정치권, 이익집단 및 시민사회 등과의 ‘정치적’ 교섭을 발휘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번 개각에 정치인 2~3명의 입각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에 비해 대학교수를 중용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어서 다행스럽다. 도덕성은 두말할 필요없다. 불명예스럽게 낙마한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한 공방과 검증으로 얼마나 많은 행정력을 허비했는가. 언론과의 관계설정도 중요하다. 대통령의 인사는 통치행위의 핵심이다. 언론보도의 주요 대상이다. 인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언론은 그러나 이율배반적 요소를 겪게 된다. 청와대는 인사의 적절성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보안을 유지할 필요성도 있다. 언론은 정확한 취재가 어려운 상황이라 할지라도 비중있는 보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인사 혼선과 후유증을 걱정한다. 언론은 오보의 부담을 고민한다. 이런 측면에서 고려해 볼 만한 방안이 ‘인사예고제’다.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인사 정보를 언론에 적절한 방법으로 사전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언론은 그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인사에 대한 부정확한 보도를 자제한다. 그동안 무분별한 인사기사는 공직사회의 동요와 개인의 명예훼손 등 부작용을 낳았다. 청와대와 언론이 신사협정을 맺어 올바른 인사 보도 관행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성공할 인사를 위해서는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의 인사철학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국정쇄신이니 민심수습이니 하며 ‘깜짝 인사’를 반대하는 이 대통령의 생각에 공감한다. 개인적인 업무능력보다는 정치적 이유로 물러나야 했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총리를 포함한 이명박 정부의 장관 평균 수명은 현재까지 약 13개월이다. 역대 평균 14개월보다 한 달이 짧다. 어떤 이유로 물러나든 대상자가 명예스럽게 퇴진하도록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 뭔가 열패감을 느끼면서 쫓기듯 사퇴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실패한 공직자는 퇴임 후에도 자신이 몸담았던 정부를 실패한 정부로 규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종락 정치부 차장 jrlee@seoul.co.kr
  • 한국 혼 서린 곳… 개발논리 지양·체계적 보존해야

    한국 혼 서린 곳… 개발논리 지양·체계적 보존해야

    조선왕릉 40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왕릉으로 대표되는 우리 문화와 역사가 민족적 특수성을 넘어 세계적 보편성을 갖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쾌거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몇 년 동안 지난한 과정을 거쳤지만 이 성취로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익집단들의 개발 논리에 이끌리지 않도록 체계적인 보호·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민(民)이 시작해 관(官)이 완성 #장면1 2004년 6월20일 구리시민 4327명의 청원이 구리시의회에 제출된다. 9왕릉, 17위가 모여 있는 동구릉에 ‘조선왕조특구’를 지정해주면 세계문화유산등재를 추진하겠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풀뿌리 시민들의 무모해 보였던 첫 걸음이었다. #장면2 2004년 12월13일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조선왕릉 40기를 한꺼번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일괄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2006년 1월16일 이를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하고, 2008년 1월31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WHC)에 등재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 #장면3 2008년 9월21일 WHC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실사단을 한국에 보낸다. 그리고 올해 1월6일 문화재청에 태릉선수촌 철거 문제, 한국종합예술학교 이전, 서오릉 능역 내 일부 건물(골프장, 목장 등) 환경 개선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한 달 남짓 뒤인 2월27일 ICOMOS측은 “만족스러운 답변을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조선 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사실상 결정된 것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보고 실제로 조선왕릉은 고구려 고분군과 마찬가지로 그저 옛 왕· 왕비들이 묻혀 있는 무덤이 아니다. 한국인의 의식 기저에 자리잡은 유교와 도교 등 철학적 가치와 함께 봉분· 석물 등의 문화적 성과를 갖추고 있는 곳이다. 또한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전통 제례의식의 계승 공간이며, 고문서와 유물 역사적 사료의 보고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하나로 연결지어주는 매개체인 셈이다. ICOMOS가 WHC에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왕릉이 탁월한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이라는 점과 능침·제향·진입공간으로 나눠진 곳마다 독특한 조성방식과 석물이 있는 등 전체 공간 구성의 예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또한 풍수지리로 왕릉을 선택하는 등 자연의 법칙을 중요시했다는 점과 현재까지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각 왕릉에서 제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주목했다. ●향후 관건은 개발과 보전의 조화 세계유산 보유국은 6년마다 한 번씩 현황을 조사해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경계해야 할 부분은 개발 논리 일변도에 휩쓸리는 것이다. 독일 쾰른 성당은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나 성당 주변에 고층 건물 계획이 세워지며 2004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또한 오만 아라비아 사막의 아라비아 오릭스(영양) 보호구역은 축소를 택하면서 취소되고 말았다. 국내에서는 종묘가 종로세운상가 주변의 재개발 계획 등으로 등록 취소의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천년고도 경주에서도 여당 국회의원이 내놓은 ‘15층 고도제한 완화’ 공약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우리도 세계유산에서 퇴출된 엘베 계곡과 같은 운명에 처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면서 “조선왕릉의 능묘 제도 복원 사업 기본계획을 토대로 복원정비하고, 능역 안에 들어선 태릉선수촌이나 군사시설은 유네스코와 약속한 시점까지 철거하겠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28일 창립 20돌… 전교조 공·과

    28일 창립 20돌… 전교조 공·과

    “나는 아직 전교조를 사랑합니다.” 부산 A중학교 교사 박모(36)씨가 교직을 택한 건 20년 전 기억 때문이다. 무지막지한 폭력이 일상이던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첫날부터 모든 게 꼬였다. 이사장 훈화가 지겨워 장난치던 박 교사는 한시간을 내리 두들겨 맞았다. 대걸레 3~4개가 부러지고 나서야 폭력은 그쳤다. 이미 엉덩이는 피떡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 박 교사는 하필 가난했다. 수업료 납부는 매번 제때를 넘겼다. “또 너냐.” 선생님의 말은 어린 박 교사의 자존심을 다치게 했다. 엇나가던 그는 학교 대신 거리를 배회했다. 어느날 저녁, 특별활동 신문반 선생님이 집 앞에 서 있었다. 선생님은 말 없이 국수 한그릇을 산 뒤 어깨를 두들겼다. 그뿐이었다. 그러나 박 교사는 이날 선생님이 되기를 결심했다. “나를 찾아온 저 선생님처럼…” 그 선생님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였다. 전교조가 한때 10만에 가까운 조합원 수를 자랑할 수 있었던 건 이때의 기억들 공이 크다. 초창기 전교조는 촌지의 실체를 고백하고 권위적인 학교문화 타파에 앞장섰다. 학부모와 학생은 적극 호응했다. 1세대 전교조의 세례를 받아 교사가 된 ‘참교육 세대’는 당연한 듯 전교조의 주축이 됐다. 그러나 28일 창립 20주년을 맞는 전교조의 모습은 이들이 그리던 것과는 딴판이 돼버렸다. 여론은 전교조를 독선적 이익집단으로 낙인 찍었다. 성폭력 은폐 사건 등으로 도덕성에도 흠집이 났다. 위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전교조 8대 위원장이었던 이부영 서울시 교육위원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게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 위원은 “창립 첫해 1527명의 교사가 파면·해임되면서도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건 당시 시대가 요구했던 참교육 의제를 적절히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1999년 합법화 이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교원평가제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지속적으로 충돌하면서 교육보다는 정치 투쟁에 집착한다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1세대 전교조인 이왕길 전 인천지부장은 “명분과 원칙에서 어긋남이 없었지만 학부모·대중이 뭘 원하는지 성찰하고 함께 하는 부분에서는 소홀했던 걸로 보인다.”고 했다. 다수 전교조 교사들도 “NEIS 투쟁에 집착하면서 당시 학생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7차 교육과정개편 등에는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고 털어 놨다. 한 전교조 관계자는 “합법화 이후 조합원 수가 급격하게 늘었는데 이때 다양한 성향의 교사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초창기 참교육 이념이 많이 희석됐다.”고 했다. 내부 소통의 부재도 원인으로 꼽혔다. 전교조 1세대 김민곤 전 부위원장은 “초창기 정신이 충분히 공유되지 못하고 외형만 성장하면서 조직원들 사이에 괴리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인천지부장도 “연이어 터지는 큰 이슈들에 매달리다 보니 조합원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못했다.”고 했다. 진보신당 송경원 연구원은 “새 시대에 맞는 새 패러다임을 찾아 먼저 제시하고 활동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저소득층 학생들은 사교육비 면에서 불공정 경쟁을 해야 하는데 이런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만든다든지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경제면 학계 등 다양한 의견 반영을/김성해 한국언론재단 객원연구위원

    [옴부즈맨 칼럼]경제면 학계 등 다양한 의견 반영을/김성해 한국언론재단 객원연구위원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너무 의식하기 때문에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비판을 기피하려는 콤플렉스가 있다.”는 한 옴부즈맨의 충고는 아팠다. 외부 필자로서 옴부즈맨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고맙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충고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는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언론에 의해 감시를 받고 있는 정부를 포함한 각종 이익집단과 달리 제4부로서 기능하는 언론에 대한 공적인 견제장치는 없다. 옴부즈맨은 이에 따라 비판적 독자가 아닌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감시자로서 ‘언론’과 ‘국민’의 매개자 역할을 한다. 그리고 공동체의 이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제들이 보도되는지, 진실하고 맥락을 담은 정보가 제공되는지, 다양한 이해관계가 반영되는지,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가치들이 존중되는지 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에 근거한 비판을 한다. 객관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보편적 가치’를 자주 언급한다는 충고는 그래서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에는 지난 5월 한달 동안 서울신문의 경제기사를 살펴보았다. 정치와 정책면을 강조하는 서울신문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경제기사에 대한 개선 여지가 많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서울신문에서 경제기사는 주로 10면과 11면의 ‘경제면’과 13면의 ‘국제경제면’에 실린다. 하지만 경제면의 경우 “출구 안 보이는 30대 취업,”, “제조업 생산 증가세, 경기 바닥?”과 “기업실적, 환율효과 빼면 극히 부진”이라는 기사처럼 정부와 기업체가 발표한 보고서를 단순히 설명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제경제 뉴스도 글로벌 경제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기사보다는 “상하이 증시 거래총액 세계 3위”, “日, 초식계 男겨냥, 패션·미용·요리 뜬다”, 또는 “피아트 오펠 인수협상” 등 흥미위주의 기사가 많다. 정부정책에 대한 홍보와 기업가·기업 및 상품에 대한 정보전달의 역할을 감안해도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도가 지나치다. “경제발목 잡는 국회” 기사는 물론 “공매도 새달 다시 허용” 등의 기사에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는 국회나 학계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1억 4000만원짜리 위스키”, “가전업계, 헬스케어 사업붐” “매장보다 매출 좋은 홍보관, 삼성전자 ‘딜라이트’ 대박” 등의 기사는 광고에 더 가까웠다. 외국 특히 미국 정부, 언론, 투자은행 및 학계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문제다. “‘경기 변곡점 보인다’ 힘 얻는 낙관론” 기사에 등장한 국제적 전문가 중 절반이 미국 출신이었고, “버핏의 인플레 경고 귀담아듣기를”, “버핏이라면?”, “버핏의 포스코 투자 방법은” 등에서 보듯이 워런 버핏에 대한 의존도도 너무 높았다. 끝으로, “넘버 3 경제외교”와 “윤증현 경제팀, 구조조정에 명운 걸라” 등의 칼럼과 사설은 경제문제를 정치화하거나 지나치게 단순화시켰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지 않았다. 즉 치앙마이 합의는 아시아 국가 간의 패권 경쟁보다는 협력의 측면이 강했고, 구조조정은 만병통치약이 아닐 뿐만 아니라 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문제였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들이 비단 서울신문만의 것은 아니다. 또 경제위기 상황과 인력 및 전문성의 부족과 같은 한계를 고려할 때 피치 못할 부분도 있다. 그래서 이러한 지적에 대해 현장을 너무 모르는 한가한 소리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시자의 역할을 맡고 있는 옴부즈맨의 입장에서 “모르고 행하지 않음은 죄가 아니지만 알고도 말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다.”라고 했던 퇴계 이황 선생의 말씀을 외면할 수는 없다. 김성해 한국언론재단 객원연구위원
  •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중소병원들 전문병원 지정 - 한·양방 협진 내년 시행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중소병원들 전문병원 지정 - 한·양방 협진 내년 시행

    의료계는 정부가 8일 발표한 의료 서비스 선진화 방안은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용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영리법인을 곧바로 도입할 때 생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현재의 제도 골격은 유지하되 규제를 일정부분 완화하는 형식을 빌렸다는 분석이다. 영리기관에서만 발행 가능한 ‘채권’을 허용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의료기관 경영에 숨통을 터 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사실상 외부 투자가 가능해지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경쟁은 시작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의 경영지원사업(MSO)을 허용함으로써 병원 네트워크를 통한 부대사업·인력·시설·재무 등의 관리가 가능해진다. 또 경영을 전담하는 ‘병원지주회사’를 허용함으로써 이를 통한 병원간 인수합병도 한층 원활해질 것이다. 따라서 시민단체들은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에 대한 반발 수위를 높여 나갈 태세다.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는 자본력이 강한 대형병원 위주의 구조조정이 뒤따르고 이로 인해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반대 이유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영리법인 도입 시기만 남았을 뿐 이미 정책적인 준비는 모두 끝난 것 같다.”면서 “규제를 완화할 경우 의료비 폭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병원 경영활동 범위를 넓혀 주고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서비스 수준 향상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오는 11월까지 홍보강화와 의견수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규제 개선으로 의료부문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주요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면서 “MSO를 통해 얻은 수익은 의료기관이 전용하지 못하도록 규제장치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외부 자금 차입이나 경영범위 확대 문제를 수년 전부터 요구해 왔다. 대한의사협회 좌훈정 대변인은 “세부적으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선진화 방안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의료 - 건강관리업체 세제 혜택·의료법인 지원회사 설립 여러 서비스 업종 가운데 규제가 제일 강하고 해서는 안 되는 일도 많은 게 의료 부문이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돼 철저한 관리 및 통제가 필요한 측면도 있었고, 다른 사업자의 진입을 막아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능력 있는’ 이익집단의 목소리가 컸던 탓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되기 힘들었고 자연히 의료의 질은 낮은 수준에서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8일 발표한 의료 서비스 선진화 방안을 통해 몇몇 시급한 규제들을 풀었다. 대표적인 게 다이어트, 금연, 알코올중독 치료 등 건강관리 서비스를 양성화한 것이다. 지금도 전문 업체들이 꽤 있지만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면 대부분 위법에 해당된다. 현행법에서는 민간 회사가 건강관리 서비스를 하면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되고, 의료기관은 서비스를 할 수는 있지만 돈을 받을 수는 없게 돼 있다. 간혹 다이어트 클리닉 등이 무면허 의료행위로 입건되곤 했던 것도 ‘걸면 걸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건강관리 서비스를 양성화함으로써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당국의 감독권 아래에 놓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다. 초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 업체들에 세제상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중소병원들을 외과, 소아과, 청소년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 전문병원으로 지정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중소병원들은 동네의원이나 대형병원 사이에 끼여 찾는 사람이 줄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2007년 300병상 미만 의료기관의 도산율이 9%나 됐다. 양방과 한방 진료를 한 곳에서 하는 양·한방 협진은 범위와 절차, 방법을 마련하고 수가체계를 개발한 뒤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의료기관의 대형화나 효율화를 가로막았던 규제들도 손질됐다. 지금은 의료기관들은 의료행위 이외의 마케팅, 인사, 재무, 구매 등 법인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오는 10월까지 의료법인이 경영지원회사(MSO)를 설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의료법인이 병원을 여러 개 설립하는 것이 수월해져 인수·합병이나 신설 등을 통한 대형화·체인화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처럼 의료기관 운영 비영리법인들이 의료채권을 발행해 장기·저리의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것도 허용된다. 지금은 자기자본을 더 쌓거나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서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교육 - 외국교육기관 잉여금 해외송금 가능 교육 분야의 핵심내용은 우수한 외국 교육기관 유치다. 싱가포르(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두바이(미국 미시간 경영대) 등 경쟁국과 달리 세계 유수의 교육기관을 유치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서비스수지 적자가 44억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기러기 아빠’ 양산 등 사회적 문제도 교육 서비스 선진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초·중등 외국교육기관의 내국인 입학비율을 현행 재학생의 30%, 5년 뒤 10%에서 한시적으로 정원의 30%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내 최초 국제학교인 송도국제학교의 9월 개교가 가능해졌다. 송도국제학교는 당초 외국인 입학인원 부족으로 개교를 연기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외국교육기관의 잉여금 해외 송금도 허용된다. 일본, 싱가포르, 두바이 등과 달리 과실송금 불허로 우수 기관의 국내 진출이 부진했다는 판단에서다. 외국 대학이 본국 회계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도 연말에 마련하기로 했다. 외국 대학 설립기준도 완화된다. 외국대학 교사(校舍)에 대한 학생 수 최소 기준을 대학원의 경우 100명으로 잡아 대학의 설립과 공동시설 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도 교육 서비스 향상을 위한 과제다. 정부는 국립대의 영어강의 비율을 지난해 3.2%에서 2012년 5%로 높이고 외국인 학생의 기숙사 수용률도 43%에서 6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우수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서는 대학과 기업을 연계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외국 학생들의 연수 프로그램을 ‘글로벌 코리아 스칼라십’이라는 이름의 국가 브랜드로 만들고, 한·중·일 우수학생 교류 프로그램인 ‘캠퍼스 아시아’ 사업도 내년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노동 - 파견근로 업무 범위 판매직까지 확대 현재 32개 업종으로 제한돼 있는 파견업종이 판매직등으로 확대된다. 고용 서비스 선진화 방안은 규제 완화와 민간시장 육성을 통한 시장 활성화가 중심이다.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재계가 파견업종 포함을 강력히 요구하는 판매직을 중심으로 확대 논의를 진행하고 12월까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명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법률을 포함한 비정규직 법안이 6월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시행령 개정은 불가능하다. 또 파견직 확대는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완화하는 비정규직법만큼이나 큰 노동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재계는 노동 유연성을 위해 파견업을 확대하자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한다며 반대해 왔다. 노동부 관계자는 “청소업의 경우 파견직을 불허하자 기업이 수익을 위해 불법 하도급 직원을 늘리는 폐단이 나타났다.”면서 “이들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부 파견직 확대를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고급·전문 인력의 경우 직업소개 업체가 기업에서 받는 소개요금을 당사자 간의 계약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 질 높은 서비스도 유도할 방침이다. 민간고용 서비스 시장 육성은 선도기업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010년부터 직업훈련 등 국가고용서비스 민간위탁 사업에 주 계약자 방식을 도입한다. 주 계약자는 업체들이 공동으로 구성한 컨소시엄에서 계획·관리·조정을 맡게 되며 선도기업으로 육성된다. 난립한 일용근로자 취업 서비스에 대해서는 2011년부터 프랜차이즈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올해 6월부터는 고용지원센터가 아닌 훈련기관 소개로 취업한 훈련 수료자에게도 신규고용 촉진 장려금을 지원한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IT·방송 - 케이블TV도 다양한 장르 종합편성 지식경제부는 정보기술(IT) 산업이 내수 중심에 치우쳤던 것을 문제점으로 보고, 낙후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IT 서비스의 경우 공공소프트웨어(SW) 사업 개발비 산정을 SW 개발 성과물을 측정해 비용을 산정하는 ‘기능점수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소프트웨어 공학기술과 산업현장의 가교 역할을 맡을 ‘소프트웨어 공학센터’ 설립을 오는 8월 중 추진하기로 했다. 디자인 산업은 디자인·브랜드·마케팅 전문가로 구성된 ‘디자인 창조그룹’을 꾸려 유망한 사업자를 발굴, 지원하기로 했다. 권역별로 특성화 디자인대학(원)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컨설팅업=고임금직종’이라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전문인력을 키우기 위해 지식정보보안 등 8대분야에서 1200명의 컨설팅 인력을 2012년까지 양성하기로 했다. 중소기업들에 제공하는 쿠폰제 컨설팅 사업 지원금은 27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린다. 35만~80만원으로 묶여 있던 수임단가 상·하한제도 없애 컨설팅사와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안에 보도·교양·오락·스포츠 등 다양한 방송분야를 편성할 수 있는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선정하기로 했다. 종합편성 채널은 케이블TV나 위성방송에서 보도, 스포츠, 오락 등 특정 장르 하나만 다루게 돼 있는 PP의 방송범위를 다양한 장르를 종합해 다루게 하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신문사와 대기업이 외자유치를 통해 종합편성 채널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진출 문턱을 크게 낮추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거세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방통위는 또 방송광고 판매시장의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오는 12월까지 민영 미디어렙(광고 판매회사)을 도입하는 한편 가상광고·간접광고를 허용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PP 간 공정한 콘텐츠 거래 환경 조성 차원에서 PP 사용료 지급비율(25%) 이행에 대한 현장조사, 행정조치 등도 강화할 방침이다. 망이나 설비가 없는 사업자가 통신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기존 통신사업자가 망·설비를 의무적으로 제공토록 하는 재판매제도(MVNO)도 상반기 중 도입하기로 했다. 김성수 이창구기자 ssk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