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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독서와 개인 취향/글항아리 편집장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독서와 개인 취향/글항아리 편집장

    독서에서도 에너지의 들고 남을 잘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어떤 책은 읽으면 에너지를 충전받는 느낌이 드는 반면 그 반대의 책도 있기 때문이다. 그 기준은 읽는 이의 텍스트 취향과 다소 관계 있고, 독서를 마쳤을 때 온 힘을 쏟을 만한 것이었나 하는 반추와도 관련된다. 가령 나는 탕누어의 ‘역사, 눈앞의 현실’이나 존 맥피의 ‘이전 세계의 연대기’를 읽었을 때 에너지 손실률 제로, 획득률 100%였다. 탁월한 두 책에선 저자가 평생 갈고닦은 세계관이나 글쓰기 기술이 압축돼 펼쳐지고, 난해한 문장들을 번역가가 꽤 많이 해결해 독서는 탄탄대로를 걷는다. 탕누어의 책을 번역한 김태성, 김택규, 김영문은 복잡한 문장 구조 탓에 혀를 내두르며 저자를 원망했다. 하지만 독자는 이런 과정 덕분에 탄복하며 읽기만 하면 된다. 그 길 위에서는 탕누어의 생각들이 선진 시대와 현대를 종횡하면서 철학과 문학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기에 시대적 이질감과 문명 간 생각의 격차는 사라지고 원하는 깊이까지 들어갈 수 있다. 맥피가 30년에 걸쳐 쓴 ‘이전 세계의 연대기’를 읽는 독자들은 지질학과 암석학, 지구과학에 익숙하지 않아 자신의 낮은 문해력을 실감하며 미국의 ‘80번 주간 고속도로’의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야 한다. 그렇지만 저자가 평생 발밑을 내려다보며 품은 호기심과 그것의 비밀을 풀 열쇠를 쥐고서 힘껏 독려하므로 독자는 몇 번이고 완주할 의지를 내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독서를 마쳤을 때는 뭔가로 가득 찬 느낌만 남는다. 이렇게 충만해진 에너지는 어디로 흘러갈까. 내 경우는 고스란히 다른 책에 투여한다. 가령 ‘음식의 영혼, 발효의 모든 것’이 그런 대상이다. 이 책은 미국의 한 발효 전문가가 수십년간 시도해 온 발효 기술을 900쪽에 담은 것으로, 발효 음식이나 음료의 기원, 발효 종자를 얻는 과정, 경험에서 배운 발효 노하우 등을 적고 있다. 이것을 읽으면 음식에 대한 세계관을 바꾸게 되고, 직접 발효 음식을 만들겠노라는 의지를 불태우게 되며, 세상의 모든 음식을 발효·비발효의 관점으로 보게 될 정도로 빨려 들어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독서 후 나는 에너지를 빼앗기는 느낌이 들었다. 세상의 냄새도 맛도 잊은 채 오로지 텍스트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이 책은 계속 부엌을 오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넓게 보면 실용서 범주에 드는 후자와 같은 책들의 미학은 뭘까. 그것은 행동하도록 동기부여를 한다. 가령 주식 투자 책을 읽으면 주식 계좌를 트고, 달리기 책을 읽으면 밖으로 나가 뛰게 된다. 이런 책들은 인생의 참맛이 책 바깥에 있음을 끊임없이 일깨운다. 하지만 실용의 세계에 대해 지식을 안겨 주는 책들은 (본질적으로 똑같은 책임에도) 독서를 방해한다. 사실 독서란 세상의 온갖 움직임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안으로 집중하려는 의지의 행위다. 그것은 원거리에서 역사를 다시 들여다보게 하고, 각자의 생활 속 소음들을 숨죽이게 만들며, 우리가 한시바삐 붙좇고 있는 가치들이 과연 그럴 만한 것인가 점검하게 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일부 책은 좁은 생각 속에 나를 가두고 내면에서 뭔가 질적인 변화를 이뤄 내기도 전에 문맥의 흐름을 끊고 머릿속을 음식과 투자와 운동의 의지로 충만하게 만드니 세상과의 거리두기는 실패하기 쉽다. 실용서와 비실용서의 유익함을 독자들은 안다. 다만 어떤 책은 나를 분해하면서 자신과 세계, 그리고 역사에 대한 통찰의 지류들을 내 안으로 끌어와 커다란 강을 만드는 반면 또 다른 종류의 책들은 실행력을 키우면서 나의 기능들을 훈련시켜 유용한 인간으로 만든다. 이때 그 실행력은 세상의 목소리들에서 나온 것일 가능성이 큰데, 그 소리는 부와 권력, 힘과 친밀할 때가 많다. 아니,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모종의 소유욕으로 귀결되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 나에겐 이런 종류의 책을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쉽게 양서로 꼽을 수 없는 이유가 된다.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어쩌면, 부적절한 요구/글항아리 편집장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어쩌면, 부적절한 요구/글항아리 편집장

    뛰어난 작가들은 주류적 사고에 안주하지 않고 이를 벗어나거나 앞서려 한다. 이때 발목을 잡는 요소가 여럿이지만, 그중 출판 편집자도 있다. 편집자들은 종종 권위와 시류, 혹은 독자가 좋아하리라 예상되는 내용과 문체를 근거로 작가에게 의견을 내고, 작가는 이따금 이를 따르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 게이인 R 작가가 책의 얼개를 짜서 보내왔을 때의 내가 그랬다. 이십대인 작가의 생활 외에 연원을 더 거슬러가 십대 시절 겪은 성 정체성의 혼란, 부모와의 갈등, 커밍아웃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자고. 연대기적 서술을 제안한 것인데, 이는 큰 실수였다. 작가가 현재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인과성이나 역사성에 매몰되지 않는 전략적 서술을 택해 자신을 뻔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려던 것인데, 나는 독자들이 드라마적 구도 속에서 그의 삶을 무난하게 받아들이길 원했던 것이다(그는 다행히 제안을 거절했다). 논픽션 작가 존 맥피가 ‘네 번째 원고’에서 주제보다는 늘 연대기적 서술이 압도하는 것에 염증을 내며 주제 중심의 구조가 갖는 매력을 얘기했음에도 나는 금세 타성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런 사고는 작가와 학자들이 퇴행하도록 부추기거나 혹은 그들이 편집자를 신뢰할 수 없도록 만들기도 한다. 자신의 요구가 책의 역사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지 못한 채 편집자들이 작가에게 건네는 말이 있다. “어둡지 않게, 밝은 결론으로 맺어 주세요.” 드라마는 해피엔딩이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시청자처럼 우리는 통속적인 드라마와 같은 결말을 청하곤 한다. 고난을 이기고 희망을 갖는 모습을 독자에게 보여 달라는 주문이다. 미성년자의 성매매 기록인 ‘악취’를 편집하면서 나는 작가에게 10~20대 독자를 위해 단단한 모습과 자책보단 사회 비판을 해 달라고 말했다. 글 쓰는 과정 자체가 사람의 생각과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이므로 이런 견해가 편협하거나 일방적인 것만은 아니리라. 하지만 이는 수렁에 빠져 방황하는 삶은 발설되기에 아직 무르익지 않았으며, 스스로 정돈되지 않은 삶은 존중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편견을 여전히 품고 있다. 소비에트 시절 국가기구는 쇼스타코비치에게 낙관적인 쇼스타코비치가 돼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는 모순어법으로, 쇼스타코비치가 낙관적인 사람이 되는 순간 우리는 그의 음악을 잃을 것이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자유죽음으로 생을 마쳤던 장 아메리는 자살하려는 이들의 어둠은 결코 완전히 밝혀지지 않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심리학, 사회학의 연구 성과를 들이대며 그런 학문이 삶의 횃불이 돼 줄 거라고 말하는 이들의 무지몽매함을 지적한 바 있다. 편집자들 역시 죽음보다는 늘 생의 밝은 면을 보여 주길 원하고, 죽음을 향한 작가의 의지는 감춰 두길 바란다.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를 편집하면서는 나도 죽음을 회피했다. 작가에게 ‘자유죽음에 관하여’라는 글은 제발 넣지 말자고 했고, 저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결국 뺐다. 사회적 쓸모를 기준으로 “몸과 정신 능력의 어떤 지점에서 스스로 죽음을 집어들겠다”는 발언은 이성과 감성능력이 절정일 때 저자가 예리하게 결심한 바였다. 이때 나는 자살관여죄에 걸리기라도 한 듯 자신의 두려움을 앞세워 결국 독자들이 죽음에 대해 달리 생각해 볼 기회를 앗아갔는지도 모른다. 부정적인 제목은 피할 것, 혐오스런 이미지는 표지에 쓰지 말 것, 핏빛이나 벌레처럼 징그러운 것은 드러내지 말 것…. 편집자들은 혐오감정과 무난함, 다수성을 내세워 시도하지 않는 것이 많고, ‘부정성’이 드러나야 할 때조차 그것을 막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작가들은 주류의 사고를 거스르며 탄생하는 것이고, 많은 이가 완벽히 안정된 상태에서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글은 어둠을 깊이 통과하거나 헤치고 나가는 하나의 수단이다. 대중과 만나는 책에서 ‘창조의 통속화 과정’은 불가피할지 모르나 창작의 과정을 십분 이해한 다음 그것이 뒤따라야 한다.
  • 17세 신유빈, 16세 김나영 꺾고 실업무대 첫승 신고식

    17세 신유빈, 16세 김나영 꺾고 실업무대 첫승 신고식

    신유빈(17·대한항공)이 ‘제2의 신유빈’ 김나영(16·포스코에너지)을 제치고 실업무대 첫 승을 신고했다. 신유빈은 7일 강원 인제 다목적경기장에서 열린 2021 춘계 회장기 실업대회 둘째 날 여자 기업부 개인단식 32강전에서 김나영에 3-1(5-11 11-9 11-7 11-8)로 역전승했다. 실업팀 입단 1년 7개월 만이다. 지난해 2월 고교 진학 대신 대한항공에 입단한 신유빈은 이후 코로나19 탓에 실업대회가 열리지 못하고 도쿄올림픽에 전념하느라 대표팀에만 매달렸다. 줄곧 선배와 훈련하고 경기를 치러 온 신유빈은 모처럼 만난 후배를 상대로 첫 세트를 범실로 내줬지만 이후 내리 3세트를 따내 역전승했다. 신유빈이 이날 데뷔승은 올렸지만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지는 못했다. 개인단식에 앞서 팀 선배 이은혜와 호흡을 맞춰 출전한 개인복식 16강에서는 포스코에너지의 유한나-김나영 조에 2-3(8-11 7-11 11-6 12-10 9-11)으로 졌다. 한편 신유빈의 실업무대 첫 승 제물이 된 김나영은 올해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포스코에너지에 입단하는 등 신유빈의 길을 그대로 밟는 선수다. 전지희, 양하은, 김별님 등 국가대표 ‘에이스’ 언니와 한솥밥을 먹고 훈련하면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탁구 집안 출신인 점도 신유빈과 빼닮았다. 그는 현역 시절 한국화장품에서 뛰었고 인천 가좌초와 대전 호수돈여중 등에서 코치를 역임한 양미라씨의 딸이다. 아버지 김영진씨는 현재 한국수자원공사 감독이다.
  • 6경기 싹쓸이… 신유빈, 네 번째 태극 마크 ‘파워’

    6경기 싹쓸이… 신유빈, 네 번째 태극 마크 ‘파워’

    신유빈(17·대한항공)이 단 2세트만 내주고 6경기를 싹쓸이하면서 통산 네 번째로 국가대표팀에 조기 입성했다. 신유빈은 18일 전북 무주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2021 세계선수권(개인전) 국가대표 선발대회 이틀째 여자부 풀리그 4~6차전에서 이시온(삼성생명)과 양하은(포스코에너지), 유은총(미래에셋증권)을 모두 4-0으로 돌려세웠다. 승점 6을 쌓은 신유빈은 전날 성적까지 합쳐 중간 합계 6전 전승(승점 12)으로 세계선수권 태극마크를 확정했다. 오는 11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상위 3명을 가리기 위한 이번 대회는 8명이 사흘간 풀리그를 펼친다. 세계 랭킹 기준으로 우선 선발된 전지희(포스코에너지)와 서효원(한국마사회)은 출전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당 7전4승제의 6경기를 치르면서 소속팀 선배 이은혜를 꺾은 1차전에서 두 세트만 빼앗겼을 뿐 이후 5경기 모두 4-0의 ‘베이글승’을 수확했다. 19일 최효주(삼성생명)와의 남은 1경기마저 이기면 7전 전승으로 선발전을 마친다. 신유빈은 2019년 6월 아시아선수권 선발전에서 만 14세 11개월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에 뽑혔다. 지난해 2월 세계선수권(단체전)과 도쿄올림픽 대표 선발대회에선 추천 선수로 두 번째 대표팀에 들었지만 코로나19 탓에 세계선수권이 취소되고 올림픽마저 연기돼 빛을 잃었다가 지난 1월 다시 열린 도쿄 선발전에서 자력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 13일 대한항공 조원태 대표이사와 인사를 나눈 신유빈은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면 비행기를 달라’고 했다”고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또 “큰 무대는 1승이 어렵다는 걸 느꼈다”며 “(올림픽을) 한 번 경험했으니 두 번째는 무조건 메달을 따야 한다. 앞서 첫 세계선수권 메달은 물론이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 신유빈, 두 세트만 내주고 6전 전승, 남은 1경기 관계없이 통산 네 번째 태극마크

    신유빈, 두 세트만 내주고 6전 전승, 남은 1경기 관계없이 통산 네 번째 태극마크

    신유빈(17·대한항공)이 단 2세트만 내주고 6경기를 싹쓸이하면서 통산 네 번째 대표팀에 입성했다.신유빈은 18일 전북 무주체육관에서 열린 2021 세계선수권(개인전) 국가대표 선발대회 이틀째 여자부 풀리그 4, 5차전에서 이시온(삼성생명)과 양하은(포스코에너지)을 잇달아 4-0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벌어진 6차전 상대 유은총(미래에셋증권)마저 4-0으로 제압해 승점 6을 쌓은 신유빈은 이로써 전날과의 중간합계 6전 전승(승점 12)으로 자신의 통산 네 번째 대표팀 입성을 일궈냈다. 오는 11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에 출전할 상위 3명을 가리기 위한 이번 대회는 8명의 출전 선수가 풀리그를 벌여 순위를 가린다. 신유빈은 경기당 7전4승제의 5경기를 치르면서 첫날인 지난 17일 소속팀 선배 이은혜와의 1차전을 4-2로 이길 당시 두 세트만 허용했을 뿐 이후 5경기 모두 4-0의 ‘베이글승’을 수확하는 괴력을 과시했다.신유빈은 2019년 6월 아시아선수권대회 선발전에서 만 14세 11개월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에 뽑혔다. 지난해 2월 세계선수권(단체전)과 도쿄올림픽 대표 선발대회에선 추천 선수로 두 번째 대표팀에 들었다. 코로나19 탓에 대회가 취소되고 올림픽마저 연기돼 빛을 잃었지만 지난 1월 다시 열린 도쿄대회 선발전에서는 당당히 자력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신유빈은 19일 귀화선수 최효주(삼성생명)과의 남은 1경기마저 이기면 대회를 7경기 전승으로 마친다. 소속팀 대한항공 강문수 감독은 “도쿄올림픽을 전후로 한 눈에 봐도 피지컬이 늘었다. 스매싱 파워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 6경기 전승의 버팀목이었다”면서 “기술은 초등학교 6학년 나이면 다 익힌다. 이후 섬세하게 다듬고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데, 유빈이는 지금 그걸 밟고 있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 신유빈 5경기에서 단 두 세트만 내주고 대표선발전 1위 질주

    신유빈 5경기에서 단 두 세트만 내주고 대표선발전 1위 질주

    신유빈(17·대한항공)이 5경기 동안 단 2세트만 허용한 ‘짠물 탁구’를 앞세워 통산 네 번째 태극마크에 한 발만을 남겼다.신유빈은 18일 전북 무주체육관에서 열린 2021 세계선수권(개인전) 국가대표 선발대회 이틀째 여자부 풀리그 4, 5차전에서 이시온(삼성생명)과 양하은(포스코에너지)을 잇달아 4-0으로 돌려세웠다. 승점 4를 보탠 신유빈은 이로써 중간합계 5전 전승(승점 10)으로 거침없이 1위를 질주하며 자신의 통산 네 번째 대표팀 입성을 위한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는 11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상위 3명을 가리기 위한 이번 대회는 8명의 출전 선수가 풀리그를 벌여 순위를 가린다. 신유빈은 경기당 7전4승제의 5경기를 치르면서 첫날인 지난 17일 소속팀 선배 언니 이은혜와의 1차전을 4-2로 이겨 두 세트만 허용했을 뿐 이후 4경기 모두 4-0의 ‘베이글 승리’를 수확하면서 네 번째 태극마크를 눈 앞에 뒀다.신유빈은 2019년 6월 아시아선수권대회 선발전에서 만 14세 11개월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에 뽑혔다. 지난해 2월 세계선수권(단체전)과 도쿄올림픽 대표 선발대회에서는 추천 선수로 두 번째 대표팀에 들었지만 코로나19 탓에 대회가 취소되고 올림픽마저 연기돼 빛을 잃었지만 지난 1월 다시 열린 도쿄대회 선발전에서는 당당히 자력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소속팀 대한항공 강문수 감독은 “도쿄올림픽을 전후로 한 눈에 봐도 체력적으로 파워가 는 것이 4경기에서 완승을 수확한 버팀목”이라면서 “기술은 초등학교 6학년 나이면 다 익힌다. 이후 좀 더 섬세하게 다듬고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데 유빈이는 지금 그 과정을 밝고 있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 신유빈, 세계선수권 대표 선발전 첫날 1위

    신유빈, 세계선수권 대표 선발전 첫날 1위

    신유빈(17·대한항공)이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 파이널스 대표 선발전 첫날 선두에 올랐다. 신유빈은 17일 전북 무주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대회 첫날 여자부 경기에서 3전 전승을 올려 승점 6으로 1위를 달렸다. 오전 열린 이은혜와의 첫 경기에서 4-2(11-8 7-11 10-11 11-6 11-8 11-4) 재역전승을 거둔 신유빈은 오후에는 김하영과 지은채(이상 대한항공)를 각각 4-0(11-5 11-6 11-3 11-9), 4-0(11-5 11-7 11-7 11-2)으로 완파했다. 대회는 8명이 풀리그를 펼쳐 매 경기 승자에게 승점 2점, 패자에게 1점씩을 줘 승점 합계로 순위를 추린다. 김하영은 이은혜를 4-2(11-7 11-9 6-11 11-9 9-11 11-2)로, 지은채를 4-0(11-4 11-4 11-6 11-4)으로 제압하고 승점 5를 얻어 2위에 올랐다. 남자부에서는 나란히 승점 5(2승1패)를 따낸 이상수 안재현(이상 삼성생명) 박강현(국군체육부대)이 공동 1위에 올랐다. 이번 선발전 최종 3위 이내의 선수들은 오는 11월 23∼29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파이널스 출전권을 받는다. 남녀 각 5장의 출전권이 주어진 가운데 대한탁구협회는 장우진(12위), 정영식(13위·이상 미래에셋증권)과 전지희(14위·포스코에너지), 서효원(19위·한국마사회) 등 남녀 세계랭킹 상위 2명씩을 대표팀에 우선 선발했다.
  • 성남문화재단, 독립운동가 100인 웹툰 카카오페이지 연재

    성남문화재단, 독립운동가 100인 웹툰 카카오페이지 연재

    경기 성남시 산하 성남문화재단은 광복절인 15일부터 카카오페이지 전용관을 통해 ‘독립운동가 100인 웹툰 프로젝트’를 연재한다고 12일 밝혔다. 독립운동가 100인 웹툰 프로젝트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2019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독립운동가 100명의 삶과 정신을 웹툰으로 그려내는 공공문화 콘텐츠 사업이다. 올해 제작하는 34개 작품 가운데 30개의 첫 회를 15일 공개한 뒤 매주 1회 연재를 진행한다.나머지 4개 작품은 연말까지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2019년과 2020년 제작해 다음웹툰과 EBS툰을 통해 연재 완료한 66개 작품도 카카오페이지 전용관에서 재오픈한다. 올해에는 ‘머털도사’로 유명한 이두호,‘리니지’를 그린 신일숙,대표적인 순정만화 작가인 이은혜 등 37명이 안중근,유관순,한용운 등 독립운동가 웹툰을 만들었다.독도의 거주민과 서식 동식물을 그린 작품도 포함됐다. 2019∼2020년에는 허영만,이현세,지강민 등 작가 87명이 김구,윤봉길,안창호 등 독립운동가의 생애를 웹툰으로 그렸다. 성남문화재단 관계자는 “독립운동가와 웹툰이라는 이색적이면서도 참신한 조합이 돋보인 프로젝트가 3차 연재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며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데 있어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책이 도구화할 때/글항아리 편집장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책이 도구화할 때/글항아리 편집장

    글은 누구나 쓸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저자가 될 수 있다는 시대 흐름이 지배적이어서일까. 간혹 출간 제의를 받고 착잡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예전엔 교도소 수감자들이 독자로서 출판사에 편지를 썼다면, 요즘은 예비 저자로서 기획서를 보내온다. 한 뼘 공간에서 인간이 키울 수 있는 것은 ‘생각’뿐인지 자신만만하고 호탕하게 ‘슬기로운 감옥생활’과 같은 책을 쓰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또한 얼마 전 학교폭력으로 자녀가 또래 집단에게 따돌림을 당한 아이 아빠의 글을 검토했다. 관련 재판을 앞둔 그는 책을 써서 그간의 일을 고발하고자 했다. 책이 재판에 도움을 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두 사람은 사회적 시각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극단적으로 반대편에 서 있지만, 둘 다 출간이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뭔가 책이 도구화가 된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어서였다. ‘나’를 말하는 시대가 되자 책 역시 수단화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듯하다. 한때 ‘사용법’처럼 책이 매뉴얼로서의 역할을 극대화하자 저자군은 양적 성장을 이뤘을망정 독자들은 빈곤한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모든 에피소드와 경험이 책이 될 순 없지 않은가. 하지만 보험을 판매하는 나의 고모도, 문학소년을 꿈꿨던 나의 삼촌도 책 출간을 문의해 온다. 자신이 헤쳐 온 세월이 대견해 이를 널리 알리려 한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많은 이의 경험은 그 자체 진실성을 담보한다 해도 보편 정서를 획득하기 어렵고, 특히 문장 안에서 사유가 벼려진 게 아니라면 반드시 문자 기록으로 남길 이유도 없다.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남에게 읽히는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욕망과 태도를 지니고 있어야 할까.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독자들은 ‘나’를 지운 글을 좋아한다. ‘나’가 비대해진 책에서 독자들은 소음을 느낀다. 독자들은 저자의 명성과 인기를 좇아 그의 책을 구입하지만, 그가 자기 형체를 가능하면 지우고 여백을 만들어 낸 글을 읽고 싶어 한다. 즉 독자의 흠모는 저자의 시선이 독자, 타자, 사회를 향한 것일 때 유지된다. 자서전적 에세이를 쓰려는 예비 작가들은 먼저 자신을 직시해야 한다. 어떻게든 좋은 모습을 끄집어내려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데 너무 많은 욕망과 목적이 투영된다면 그 막 때문에 독자에게 가닿지 못한다. 나를 직시한다면 그 모습은 대단한 것일 가능성이 별로 없다. 글은 반성적 매체이고 ‘회상’에는 고독, 후회, 슬픔이 저절로 따라붙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 흙탕물 속으로 자신을 밀어넣을 자신이 있다면 책을 써도 좋을 것이다. 자신의 과거가 아름답지 않았다고, 차라리 보여 주지 않고 생을 마감하는 게 나았다고 할 정도로 혼돈과 아이러니 속에 있는 모습. 그것이 나이 들어가는 인간의 솔직한 내면일 것이다. 그런 게 가능하냐고? 위대한 문학작품은 종종 그것을 해낸다. 디노 부차티의 소설 ‘타타르인의 사막’의 주인공 드로고 중위는 군인으로서 공훈을 세우고 싶어 했지만 첫 발령지는 사막 한가운데 있는 요새였다. 그곳에는 적은커녕 먼지와 구름 그림자밖에 없었다. 평생 적을 만나지 못할 거라는 초조감에 드로고는 점점 황폐해진다. 인생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노인이 될지 모른다는 예감을 할수록 독자 또한 그의 황량한 내외면의 세계로 끌려들어 간다. 독자는 드로고의 고독을 뼛속 깊이 느끼며 본능적으로 자신의 지난날을 뒤돌아보게 된다. 지금의 삶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돌릴 기회가 한두 번 있었는데, 우리는 드로고처럼 모두 놓치고 지나왔다. 그러니 이 책을 통해 얻게 되는 감정은 낙관보다는 비관 쪽이다. 독자는 ‘시간’이 인간보다 우위에 서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는 열패감을 맛보게 된다. 과연 패배감만 안기는 이런 책을 누가 읽으려 할까. 하지만 읽는다. 카프카, 칼비노, 보르헤스가 책에 자신의 영혼을 침잠시켰고, 오늘날의 진성 독자들도 방황, 죽음, 아이러니가 지배하는 그의 또 다른 걸작 ‘60개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사회의 여백/글항아리 편집장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사회의 여백/글항아리 편집장

    2019년 10월 초 도쿄에서 태풍 하기비스를 만났다. 태풍의 위력은 대단해 사람이 날아갈 정도였다. 호텔에 이틀간 갇혀 있었더니 먹을 것이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신주쿠 번화가로 나갔다. 거리에 사람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문 연 음식점을 찾아 걷던 그때 반갑게도 길에 등을 대고 얼룩처럼 붙어 있는 사람 몇 명을 만났다. 바로 노숙인들이었다. 평소 번드르르하게 꾸민 백화점 주변에 기웃거리지도 못했던 그들은 태풍으로 백화점이 문을 닫자 건물 포치 아래서 하늘을 향해 누운 채 여유 있게 비를 감상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본이란 나라는 청결함의 대명사인데, 누구나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청결한 일본이라도 일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자 ‘청결하지 않은’ 무언가가 제 몫을 찾아 속속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미셸 푸코는 언젠가 레몽 루셀이나 앙토냉 아르토와 같은 이들의 작품을 보고는 놀라워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자신의 특이성, 즉 사람들이 정신병적 증상이라 부르는 것을 부정하기보다 이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꿔 작품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푸코는 여기에 충격을 받고 ‘어떻게 한 사회가 자격을 박탈해 배제시킨 이들이 작품에 등장해 긍정적인 방식으로 기능하는 일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품었으며, 우리 사회에 이들을 받아들일 만한 여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즉 자격을 박탈당한 이들이 자기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회 속으로 들어올 때 우리는 미처 몰랐던 여백을 알아차리곤 한다. 일인칭의 자기 서사는 문학계를 점해 온 오랜 방식이긴 하나 최근 들어 서점가에서 이런 에세이들이 폭발적일 정도로 터져 나왔다. 왜 그런 분출 현상이 일어났을까. 사실 자기를 발가벗겨 글로 내보이는 이들의 삶은 음습하고 축축하며 어두운 색채를 띠고 있다. 예컨대 최근 편집한 책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의 이정식 작가는 2013년 HIV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벌어지기 전 이미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 속에서 힘겹게 살아왔다. 하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그는 확진 이후 시각예술 분야에서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자기 이야기를 써 나갔다.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던지 그는 자신을 확장하는 방법으로 HIV 양성 판정을 받은 8명의 또 다른 이들을 인터뷰해 자기 고백과 서사를 돋우어 냈다. 이정식씨가 감염 사실을 드러내려고 결심했을 때 지인 대부분 반대했다. 예상치 못한, 감당할 수 없는 반응들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면서. 그런 우려에는 일부 타당한 면이 있었다. 그 후 이정식씨는 감염인이라는 타이틀이 계속 씌워져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이 이야깃거리로 소모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밝은 면도 있었다. 그는 HIV 감염 확진자라는 고백이 가능하다는 것, 그런 채로 작품 활동을 활발히 이어 갈 수 있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것, 이름 없이 자신을 숨기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나는 감염인이다’라고 말한 뒤에도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계속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과거라면 더러운 얼룩에 그쳤을지 모를 그의 생애는 드러냄으로 인해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고, 우리 사회에도 그런 것을 받아들일 여백이 꽤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말을 바로 하자면 여백의 발견이라기보다 그들에게 정당한 몫을 되돌려 주는 것이다. 편집자로서나 독자로서 책을 읽으며 하품이 나올 때는 기성세대, 기성사회에서 ‘정상적’이라는 틀로 부여받은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재생산될 때다. 인간은 존재 자체가 지루함을 잘 못 견뎌 늘 새롭고 낯선 것을 찾아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기존 것들을 전복시킨다. 책 역시 삶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만들거나 우리 사고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쓰이지 않아도 될 것이 꽤 있다. 그런 면에서 퀴어, 세대, 장애 등 낯선 담론이 꾸준히 사회에 균열을 내고 여백을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문 대통령, ‘강규형 전 KBS 이사 부당해임 소송‘ 상고장 제출

    문 대통령, ‘강규형 전 KBS 이사 부당해임 소송‘ 상고장 제출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KBS 이사직에서 부당하게 해임됐다며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한 강규형 명지대 교수의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법조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변호인은 이날 1심과 마찬가지로 강 전 이사 승소로 판결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 배준현·송영승·이은혜)에 상고장을 냈다. 강 전 이사는 지난 2015년 9월 옛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으로 KBS에 임명됐지만, 업무추진비 320여만원을 유용했다는 이유로 2017년 12월 말 해임됐다. 그는 감사원 감사 결과 업무추진비로 개인적인 국외여행에서 식사 대금을 결제하거나 자택 인근 음식점에서 배달 음식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문 대통령에게 강 전 이사 해임을 건의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승인했다. 강 전 이사는 해임이 부당하다며 문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은 모두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부 금액이 부당집행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이유만으로 강 전 이사를 해임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강 전 이사뿐만 아니라 KBS 이사 11명 모두가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지만, 강 전 이사만 해임된 만큼 징계에서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마지막까지 남는 관계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마지막까지 남는 관계

    표절이나 아웃팅, 대필 문제로 주변 작가들이 정점에서 바닥으로 추락할 때, 미투나 폭력 문제로 유명인들이 인생의 진창으로 떨어져 꼼짝없이 붙들릴 때 맨 먼저 드는 생각은 ‘인간이 어쩌면 저럴 수 있나’가 아니다. 그들의 과오를 점검하고 비판하는 와중에 곧바로 떠오르는 생각은 ‘나도 만약 저런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하지?’다. 이건 인간의 본능적인 두려움으로, 누구나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못한 데다 사회는 이미 좁아질 대로 좁아져 여기 사람들이 한꺼번에 손가락질한다면 달리 벗어날 곳을 찾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럴 때는 보통 마지막까지 자신을 신뢰해 줄 사람 한두 명을 찾아가게 될 텐데, 나는 몇 번의 생각 속에서 K선생을 떠올렸다. 그와 나는 관계를 맺은 지 18년쯤 됐다. 20대 때 나는 그의 칼 같은 글에 사로잡혔고, 30대 때는 저자ㆍ편집자가 돼 간간이 그의 책을 내는 것에 출판인으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 40대가 되니 예전만큼 흠모하거나 들뜨는 기분은 옅어졌지만, 뭔가 작지 않은 산이 뒤에 버티고 있는 느낌이고 앞으로도 이 관계는 지속될 것 같다. K선생과 나는 초반에는 얼굴 보고 만나서 밥도 먹고 했지만 지방과 서울이라는 거리 때문에 대면하는 일이 점점 드물어졌고, 전화통화를 한 일도 손에 꼽으며, 거의 이메일로만 소통한다. 하지만 20대 때부터 내 세계를 구축하는 데 그는 영향력을 미쳤고, 그가 가끔 보내오는 격려와 신뢰는 중간에 텅 빈 시간을 곧바로 메울 만큼 힘이 있다. 역사 속의 수많은 사람이 ‘동지’, ‘동반자’라 일컬을 만한 관계를 맺었다. 그중 인상적인 예를 꼽자면 18세기 후반의 황윤석과 김용겸이다. 한양의 명문 거족 출신인 김용겸과 궁벽진 시골 출신에다 관직도 보잘것없는 황윤석은 나이 차가 거의 서른 살이 났는데도 ‘박학’(博學)에 대한 관심이 일치해 단단한 동반자 관계가 됐다. 황윤석이 한양에 머문 기간은 3~4년에 그쳤으며, 그 시절에도 늘 만났던 것은 아니지만, 김용겸은 황윤석에게 귀한 책들을 제공해 주었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세계에 들어오도록 문을 활짝 열었다. 사실 그 시절 큰 어른이기도 했던 김용겸은 사람을 사귀는 데 호방하고 탁월한 자질을 갖추고 있어 박지원, 이덕무, 홍대용 같은 젊은이도 김용겸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관계라고 말했다고 한다. 시간은 모순된 힘을 지녀 어떤 관계는 시간의 축적으로 단단해진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의 호기심을 건조하게 변화시켜 지난 수십 년의 관계가 끊어지는 데 별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다. 아마 가장 큰 잣대는 상대가 추구하는 세계(관)에 내가 계속 흥미와 흠모의 마음을 갖느냐 아니냐일 것이다. 얼마 전 봤던 라주 리 감독의 영화 ‘레미제라블’에서는 경찰이 문제를 일으키는 한 어린이에게 오발탄을 쏘는 장면이 나왔다. 사건 직후 고무탄을 쏜 경찰, 옆에서 이를 지켜봤던 동료 경찰, 그리고 고무탄을 얼굴에 맞아 눈과 피부가 일그러진 아이, 이 세 사람은 각자의 고독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그중 주목할 만한 인물은 엄청난 사회적 비난에 휩싸일 경찰이었다. 나는 그의 행위보다는 사건 직후 그가 엄마 집으로 가서 일상적 안부를 나누며 엄마의 품에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장면이 더 눈에 들어왔다. 인간은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 자기가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할 때(요즘은 이런 일이 빈번하니까)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경관에게는 그게 엄마였지만 꼭 가족일 필요는 없다. 그냥 옆에 있어 내 사연을 들려주지 않고도 무언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관계면 된다. 인간관계는 시간의 압력을 버텨 내지 못하기도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부단히 인연이 쌓여 단단하고 깊어지기도 한다. 우리 개인의 삶에는 그런 관계가 하나둘씩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는 잠시나마 당신을 구해 주고 뒷사람들에게 당신과의 기억을 전해 줄 이가 있는가.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폭력의 피해, 주인 없는 경험이 되지 않도록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폭력의 피해, 주인 없는 경험이 되지 않도록

    내게 고교 시절 1년은 기억하기 힘든 공백으로 남아 있다. 졸업식에 가지 않았고, 졸업 후 그 시절 학우들과는 인연을 잇지 않았다. 그곳은 내가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 곳이며, 28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 기억을 다시 마주할 용기를 낼 수 있다. 원고 읽는 일이 직업인 나는 수많은 역사적, 사회적 사건들을 간접 경험으로 안다. 가령 가정폭력이나 장애인 차별과 같은 것을. 반면 학교폭력은 피해 당사자다. 마틴 제이는 ‘경험의 노래들’에서 인간의 경험에 대한 사유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가운데, “그가 경험한 바를 정말로 아는 사람은 오직 경험 주체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고교 시절 학교폭력 피해자로서 나는 많이 맞진 않고 발길질을 당한 정도였다. 하지만 가족을 비난하거나 파괴하는 말을 많이 들었고, 학창 시절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시간’을 빼앗겼다. 협박을 당했고, 강제로 많이 먹게 됐으며, 참고서를 압수당했다. 이건 가해자 입장에서 말을 바꿔 보자면 신체 폭력이 그리 심하지 않았고,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했기 때문에 거친 말들은 그로 인해 중화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다. 상대를 구속한 것은 우정을 쌓기 위함이었고, 많이 먹인 것은 맛있는 걸 나누기 위함이었다고 말해질 위험이 있다. 폭력에서 벗어난 후로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꺼낸 적은 극히 드물다. 지인들이 이 경험을 알게 되는 경우 나는 “트라우마가 없다. 고통을 지워서 일상에 지장이 없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3~4년 전 유럽 여행 중 이 일이 갑자기 떠올라 괴로웠고, 1년 전 어떤 사건의 범인에 대해 지인이 ‘범죄자들도 한 명의 괜찮은 인간일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듣고 격한 언쟁을 벌이면서 아직 내 속의 상처가 깊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최근 몇 달간 학교폭력 기사를 매일 접하면서 그 고통을 다시 느끼고 가해자들이 나오는 TV나 영화, 광고는 쳐다볼 수 없게 됐다. 거의 다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도처에 이를 상기시키는 계기들은 평생에 걸쳐 무작위로 주어진다. 피해자는 이럴 때 ‘분노’ ‘망각’ ‘용서’라는 단어를 차례로 떠올리게 된다. 그냥 잊어버리자, 용서하면 편해지지 않을까 등등. 하지만 용서까지 도달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쉬이 잊히지 않는 강렬한 경험의 속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폭력의 경험은 질기게 살아남아 결국 피해 입은 자가 입을 열어 말하게 한다. 말이나 글로 자신의 경험과 정면으로 마주하면 나아질까 해서다. 사람들은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서술하기’의 작업에 많은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이때 위험한 것은 사회가 그 일을 별것 아닌 듯 치부해 경험 당사자의 말이 사회에서 거부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재진술이 좌절된 주체들은 “주인 없는 경험”을 지닌 이가 돼 버려 트라우마를 겪을 위험성이 높아진다. 열네 살 때 엄마에게 버림받은 작가 스베냐 플라스퓔러는 ‘조금 불편한 용서’에서 자식을 버린 엄마의 의무 방기에 대해 ‘용서’를 할지 평생 고민했다. “나는 엄마한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아. 설명도 사과도.” 그러면 용서한 것이냐고 여동생이 묻자 작가는 “용서… 거창한 말이다”라고 털어놓는다.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이해한다고 무조건 용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과거를 등진 채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발명, 발견하려 한다. 하지만 피해자에게는 유독 앞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붙잡는 유령이 있다. 그 유령은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의 위력이 돼 피해자를 사로잡는다. 특히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가 없을 때 그 유령은 계속 출몰한다. 고(故) 권승민군의 어머니가 지금도 고통을 겪는 것처럼. 과연 최근 밝혀진 학교폭력의 가해자들 중 수치스러워하며 굴욕과 참회를 감당하려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사과와 되갚음의 시간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사과와 되갚음의 시간

    지난 1년간 K작가는 과거 10년의 삶을 되짚는 글을 썼다. 과거를 정리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갈 것 같은 위기감 때문이었다. 친구들은 취직을 해 성큼성큼 나아가는데, 자기는 아르바이트 틈틈이 과거를 떠올리고 있자니 ‘이게 맞는 일인가’ 싶어 초조했다. 나는 올해 들어 한 번의 사과 메일과 한 번의 사과 문자를 보냈다. 지난 한 달은 내 삶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되돌아보고 웅크리는 시간이었다. 인간은 의도하지 않아도 자신의 성격으로, 말로, 눈빛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그 결과를 감당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다. 많은 사람이 가까운 이와 다투고 결별한 뒤 그 시간을 곱씹고 반성하며 보내는 것처럼. 그런데 사과를 받아들이거나 용서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내가 상처를 입힌 상대의 몫이다. 상대가 흔쾌히 용서를 결심하면 관계는 원상회복이 되거나 더 돈독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가 상처 속으로 들어가면 관계는 되돌이킬 수 없게 된다. 물론 시간은 상처를 아물게 한다. 그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고 상처를 준 쪽의 일상도 다시 활력을 얻겠지만 자성의 깊이는 충분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와 관련해 최현숙 작가의 책에서 본 30여년 전 일화가 생각났다. 당시 그녀는 첫 출산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어느 날 가까이 계신 시아버지는 아이가 보고 싶어 문득 방문하셨다. 이제 겨우 재웠는데 깨면 또 언제 잠들지 모른다는 생각에 작가는 시아버지에게 “깨우지 마시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출산 이후 한동안 눌러 놓았던 ‘자아’가 스멀스멀 올라올 때였다. 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강박과 더불어 아이가 깰까 봐 초조했다. 온화한 성품의 시아버지였던 까닭에 이 기억이 더욱 남았다. 그녀는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내 속의 ‘이기’(利己)를 문득 눈치채곤 한다. 그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자성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한다. 맞는 말이지만 안이한 말이다. 자신의 도덕성을 돌아보려면 상당 시간 그 안에 침잠해 있어야 한다. 그렇게 자책에 빠지다 보면 힘들어지고 곧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만다. 이는 물에 담갔지만 몸은 젖지 않은 것과 같다. 그렇다면 진정한 자성에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K작가는 거의 10년이 걸렸다. 주변 사람들은 네 잘못이 아니니 일상으로 돌아오라고 말하지만, 그는 남들이 모르는 자기 과오의 알맹이를 붙잡고 그렇게 서서히 더디게 빠져나오고 있다. 역사를 보면 이런 잘못이 대형 사건과 연결돼 참사를 낳아 온 것을 볼 수 있다. 소름 끼치는 건 나 자신이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티머시 스나이더의 ‘피에 젖은 땅’은 스탈린과 히틀러 사이의 유럽에서 발생한 희생자들의 실체를 추적한 역사서다. 그는 결론에서 “스스로를 희생자와 동일시하는 건 윤리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는 총의 방아쇠를 당긴 사람과 스스로를 다르다고 생각하며, 아이러니하게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오히려 수백만 명의 유럽 시민이 자신이 유대인의 음모에 놀아나거나 희생됐다고 여겼다. 우크라이나 공산당원은 즐비한 시체들 앞에서조차 스스로를 희생자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스탈린과 히틀러마저 정치 경력 내내 자신이 희생자라고 우겼다. 역사는 우리가 어쩌면 크고 작은 가해자일 수 있는데, 스스로를 희생자라고 생각하는 데 더 익숙한 존재라는 점을 말해 준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런 차원에서 삶을 돌아볼 일이 많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닐까. 내 사고를 재점검할 일이 늘어나고, 어쩌면 사과할 일이 늘어난다는 것, 그래서 자주 침잠하고 수십 년 전 일을 떠올리기도 하며, 되갚음의 시간이 조금 많아진다는 걸 의미할지도 모른다. 너무 빨리 양지로 빠져나오려 하지 말고 자신을 잠시 그곳에 묶어 두어야 할 일이다.
  • ‘사모펀드 의혹’ 조국 5촌 조카 조범동, 2심 불복해 상고

    ‘사모펀드 의혹’ 조국 5촌 조카 조범동, 2심 불복해 상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 핵심 인물인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씨는 자신에게 1심과 같은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법 형사11부(구자헌 김봉원 이은혜 부장판사)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조씨는 자산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각종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2차례에 걸쳐 기소됐다. 1·2심은 조씨의 무자본 인수·합병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총 72억여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블루펀드의 설립(변경) 보고와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항소심에서는 유죄로 판단이 뒤집혔다. 다만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사모펀드 관련 범행에 공모하지 않았고, 일부 증거인멸과 은닉 과정에만 관여했다고 봤다. 이로써 조씨는 지난 2019년 가을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의혹으로 기소된 일가족 중 가장 먼저 항소심이 마무리되고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사모펀드 의혹’ 조국 5촌 조카, 2심도 징역 4년

    ‘사모펀드 의혹’ 조국 5촌 조카, 2심도 징역 4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펀드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5촌 조카 조범동(39)씨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의 공모관계는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구자헌·김봉원·이은혜)는 29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거짓 변경보고, 허위계약, 허위공시 등 온갖 불법 수단을 동원해 다수를 상대로 조직적 범행을 저지르면서 피해자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혔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자산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실소유주로서 주가 조작과 횡령 등 각종 범죄를 저질러 21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조씨가 모두 72억 6000여만원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씨가 조 전 장관의 아내인 정 교수와 공모해 코링크PE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은 무죄로 보고 “권력형 범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도 정 교수와의 공모 여부에 대해 “검찰이 낸 증거만으로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檢 “조국 수사 비난, ‘우리 편’ 처벌 막으려는 것…법원, 정의 실현해달라”(종합)

    檢 “조국 수사 비난, ‘우리 편’ 처벌 막으려는 것…법원, 정의 실현해달라”(종합)

    “객관적 비판 아닌 선정적 용어를 쓴 무조건 비판, 아시타비·내로남불 비방”“소추권·재판권, 살아 있는 권력 조직 뒤에 숨지 못하게 실체적 진실 추구해야”“사모펀드 비리수사, 부정부패 견제한 것”檢, 조국 5촌 조카에 징역 6년 구형1심에 없었던 벌금 5000만원 추가검찰이 15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수사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법정에서 털어놓으며 재판부에 엄정한 판단을 요청했다. 강백신 창원지검 통영지청 부장검사는 수사팀에 대한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의 비난과 관련, “객관적 비판이 아닌 선정적 용어를 쓴 내로남불 비방이었다. ‘우리 편’이라면 범죄를 저지른 자라도 처벌 받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검사는 “법원이 정파적인 기준이 아닌 사법적인 기준에 따라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정의로운 판결을 함으로써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계기가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38)씨의 사모펀드 의혹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1심에서는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소추권, 부정부패 침해 받은국민 인권 보호 위한 권한” 강 부장검사는 이날 서울고법 형사11부(구자헌 김봉원 이은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의 결심 공판에서 최후의견을 진술하며 “소추권은 부정부패로 침해 받은 국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권한”이라고 밝혔다. 강 부장검사는 “수사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수사팀에 대한) 비난을 보면, 실체적 진실과 사법적 기준을 근거로 사실과 다르다거나 기준에서 벗어났다거나 불법·과잉이라는 객관적 비판보다 선정적 용어를 사용한 무조건적 비판이나 아시타비·내로남불 비방들이 다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소추와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해 ‘우리 편’이면 범죄를 저지른 자라도 처벌받지 않게 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소추권과 재판권은 살아 있는 권력의 부정부패 범죄가 조직 전체의 보호막 뒤에 숨지 못하도록 실체적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임한 프리트 바라라 전 뉴욕남부지검장이 저술한 책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의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바라라 전 지검장은 이 책에서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검찰을 무자비하게 비난했다고 언급하며 이를 “노골적인 사법방해”라고 규정했다.檢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사법 방해부당 공격, 법원이 무력화할 때 정의 실현” “수사는 피의자 조씨 공적 지위 오남용 초기 적발해 부정부패 확산 저지” 강 부장검사는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는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부정부패를 은폐하기 위해 부당한 정파적 공격과 사법방해로 이어질 수 있고, 이런 부당한 공격이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의해 무력화할 때 정의가 실현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부장검사는 “사모펀드 비리 수사는 피고인(조씨) 등의 공적 지위 오남용을 초기에 적발·엄단함으로써 부정부패 범죄가 우후죽순 성장하고 확산하는 것을 저지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모펀드 비리 수사는 살아 있는 권력의 부정부패가 태동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불거진 의혹을 형사법 집행기관이 엄격한 수사권을 발동해 견제 기능을 다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檢 “조국 조카·정경심, 지도층으로서공적 지위 오남용한 권력형 비리” 검찰은 이날 조 전 장관의 조카 조씨의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6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징역 6년을 구형했는데, 여기에 벌금형까지 추가로 구형한 것이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조씨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한 것을 놓고 “이 범죄들의 위법성이 선언되지 않으면 법률적 판단을 악용하는 중대한 범죄가 양성돼 매우 큰 사회적 해악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과 정경심(조 전 장관 부인)의 범행은 사회 지도층 또는 고위 공직자로서 책무를 고의로 방기한 채 범죄로 나아가고 그 과정에서 공적 지위를 오남용한 권력형 비리의 한 유형”이라고 강조했다.조범동 “침몰하는 배 키 억지로 맡아”무죄 주장… 선고 기일은 29일 1심 73억 횡령·배임 유죄 인정정경심 공모 혐의는 무죄 판단 이에 조씨의 변호인은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부분에 “형식적인 사항만을 근거로 피고인을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실소유주이자 의사 결정권자로 단정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코링크PE의) 최종적이고 궁극적인 책임자여야 한다는 편견이 있다”며 “원심도 이런 편견과 왜곡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최후진술에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2018년말 가라앉는 큰 배의 키를 억지로 어쩔 수 없이 잡게 됐다. 배의 침몰을 막으려는 마음이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살펴봐줬으면 하는 부분은 제가 관련된 타인들의 과거 문제들도 도의적으로 피하지 않고 해결해보려는 노력을 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씨는 조 전 장관 일가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다. 그는 자산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각종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2차례에 걸쳐 기소됐으며, 적용된 혐의는 총 21건에 이른다. 1심 재판부는 총 72억 6000여만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조씨가 정 교수와 공모해 코링크PE 자금을 횡령한 혐의와 약정금을 부풀려 신고한 혐의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검찰 “조국 수사 ‘사문서 위조’ 하나 아냐, 비판은 내로남불”

    검찰 “조국 수사 ‘사문서 위조’ 하나 아냐, 비판은 내로남불”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5촌조카의 항소심에서 ‘조국 일가 수사’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강백신 창원지검 통영지청 부장검사는 15일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구자헌 김봉원 이은혜) 심리로 열린 조범동씨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법원이 정파적 기준이 아닌 사법적 기준에 따라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부장검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비난을 살펴보면 실체적 진실이나 사법적 기준을 근거로 하는 객관적·구체적 비판이 아니다”라며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을 왜곡·과장하고 부당하게 비난한 대표적 사례는 이 사건을 전체 비리 규모와 중대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사문서 위조’ 하나에 불과한 것처럼 축소한 것”이라며 “검찰이 과잉수사한 것처럼 비방했다”고 말했다. 강 부장검사는 “사실 왜곡에 근거한 비방이 법원 판결에까지 이어지는 것을 현실에서 목도하고 있다”며 “사법적 기준이 아닌 정파적 기준에 의한 비방은 헌법정신과 권력분립 원리에 반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방적인 비방은 검찰의 소추권 행사와 법원의 재판 독립성을 침해해 우리 편이면 범죄를 저지른 자라도 처벌받지 않게 하기 위한 비방에 불과하다”며 “정파적인 부당 공격이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의해 무력화될 때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파적인 입장이나 정책, 법 개정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범죄에 반대했을 뿐”이라며 “사람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의를 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조씨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6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29일 오후 2시10분 진행된다. 강 부장검사는 지난해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실시한 검찰 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에서 통영지청으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왕복 10시간씩 서울과 통영을 오가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 관련 재판의 공소 유지를 하고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새해 맞아 다이어리 꾸며볼까…‘다꾸템’ 판매량 상승

    새해 맞아 다이어리 꾸며볼까…‘다꾸템’ 판매량 상승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다이어리 꾸미기를 위해 사용하는 아이템’을 의미하는 ‘다꾸템’ 판매가 최근 늘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지난 3년 동안 문구와 선물 분야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필기구와 스탬프, 스티커, 데코테잎 등 다꾸템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61.9% 늘었다고 6일 밝혔다. 판매량이 가장 뛴 물품은 필기구류였다. 2018년에는 3.9% 감소했다가 2019년 44.1% 상승했고, 지난해에는 68.7%나 늘었다. ‘별 헤는 밤’, ‘모든 순간이 너였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등 인기 도서의 디자인을 차용한 볼펜이 인기를 끌었다. 스탬프류는 2018년 46.8% 감소했다가 2019년 58.7% 뛰었다. 다만, 지난해에는 17.2% 늘어나는 데에 그치며 상승세가 둔화했다. 뉴트로 트렌드에 힘입은 이름 도장이나 다이어리 스탬프가 많이 팔렸다. 스티커는 2019년 4.4% 감소했다가 2020년 판매량이 48.0% 증가했다. 흔적 없이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DIY 스티커, 캐릭터 스티커, 일정관리 스티커, 감성 문구 스티커 등이 유행했다. 스티커를 탈부착할 때 모양이 망가지지 않도록 해주는 핀셋과 스티커를 한 데 모아 보관할 수 있는 ‘스티커 보관 북’, 한 장씩 떼어 일상의 계획 및 일기 작성에 활용할 수 있는 ‘떡 메모지’ 등도 판매가 늘고 있다. 이은혜 기프트 파트장은 “예전에는 휴대폰이나 노트북, 캐리어, 폴라로이드 등을 꾸미기 위한 스티커가 많이 팔렸지만, 2018년부터 다이어리의 인기가 확산하면서 이를 꾸미기 위한 물품의 매출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기록의 시간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기록의 시간

    올해 편집한 책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이다. 안세홍 작가가 25년간 아시아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 140명을 만나 그중 21명의 증언을 기록한 것이다. 여성들이 강간과 폭력을 당한 경험을 언어화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고, 작가가 녹취를 풀고 정리하는 데도 수년이 걸렸다. 어떤 사실들은 글이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뒤에서 머리채를 잡듯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진다. 2021년의 첫발은 네 권의 기록을 펴내며 시작할 것이다. ‘억척의 기원’은 여성 농민 김순애의 생애를 최현숙이 채록한 것이다. 김순애는 “더러운 팔자”를 타고났다며 스스로를 “미친년”이라 부른다. 남편은 외도를 했고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늘 욕설을 뱉었으며, 무학자(無學者)라고 주변의 괄시까지 받던 그녀가 농사로 자립하고 여성농민회 활동까지 하게 된 변화의 시간을 풀어냈다.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울음과 한탄이 말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열적이고 상호파괴적인 가족관계, 상처가 누적된 삶은 느린 걸음으로 농촌사회와 가족 내에서 자기 몫을 되찾는 쪽으로 확장된다. 생애의 어떤 시점에 이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기로 마음먹고,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까지 갖는다. 계속 입을 다물면 내 겉모습과 과거 삶이 충돌하며 자아분열을 일으킬 것 같기 때문이다. ‘악취’는 ○○이 썼다. 이름과 그 어떤 것도 밝힐 준비가 안 된 저자는 18세에서 28세까지의 일을 투명하게 썼다. 왜 썼나. 우선, 과거에 성매매를 했던 경험을 떨쳐 내지 않으면 누구를 만나도 껍데기를 쓴 것 같아서다. 둘째,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한 남성들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저자는 가해자나 자신에게서, 지난 기억들에서 나쁜 냄새가 난다고 한다. 씻어낼 수 있을까. 글쓰기로 가능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더 망가지지 않기 위한 방법은 글쓰기밖에 없었다. 엘리자베스 로즈너의 부모는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남았기에 로즈너는 ‘생존자’의 2세다. 부모는 미국으로 이민했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됐는데, 엄마는 굶주림의 기억 때문인지 게걸스런 식욕을 보였다. 닭뼈를 수북이 쌓아 두고 뼈다귀를 쪼개 골수를 빠는 모습은 흡사 동물 같아 작가인 딸은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게다가 딸은 엄마의 모유를 통해 생존자의 불안증이 자신한테도 유전됐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평생 미국인으로 자랐지만 부모의 과거를 기록하겠다며 살인자의 땅 독일을 밟아 ‘생존자 카페’를 쓴다. 홀로코스트를 벗어난 이들 중 ‘생존자’라 불리는 걸 불쾌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생존자라 불리느니 차라리 수용소 몇 곳을 전전했다고 하는 게 낫다’는데, 어떤 비극적 경험을 한 사람들은 과거의 딱지가 따라다니는 데 몸서리친다. 모든 책은 ‘기록’으로서 의미를 지니는데 폭력, 배타, 차별로 점철된 삶을 산 이들에게 자기 증언은 특히 힘들다. ‘절박한 삶’에 등장하는 5명의 탈북자도 꿈에 그리던 한국에 온 지 10년도 넘었는데 인터뷰하면서 여전히 운다. 백장원씨는 탈출 시도 중 두 번이나 북송돼 구류됐고, 그 후 결국 북한 땅을 벗어났지만 도중에 딸을 잃어버렸다. 여태 11년간 딸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다. 마현미씨 역시 남편과 아들 모두 북한에 있고 혼자 도망쳐 왔는데, 아들 쌀밥 먹이려고 남한에서 몸이 부서져라 일해 안 아픈 데가 없다. ‘자유’가 있어 안도하지만 혈혈단신의 외로움에 어쩔 줄 모르고, 사회의 편견 때문에 탈북자라는 틀에 삶을 욱여넣고 있는 것만 같다. 사람들은 진실과 실체에 다가가려고 증언과 기록을 한다. 그러면 슬픔이 옅어질 것 같지만 실은 더 명료해진다. 입을 봉인한 침묵의 시간도 차가웠지만, 기록의 시간이 고통을 끝내 주지는 않는다. 그래도 고백을 하는 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신을 조명하기 위함이고, 기억과 증거의 한 형태로 존재가 규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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