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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주
    202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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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뉴웨이브의 거장’ 故이마무라 감독 시네마테크KOFA서 새달까지 특별전

    전후 일본의 대표 감독 이마무라 쇼헤이(1926~2006)의 대표작을 만날 기회가 마련된다. 한국영상자료원은 5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 2관에서 이마무라 감독의 대표작을 상영하는 ‘일본영화 16㎜ 정기상영’전을 개최한다. 일본국제교류기금과 공동주최하는 자리로, 매주 수요일마다 이마무라 감독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958년 ‘도둑맞은 욕정’으로 데뷔한 이마무라는 1960년대 오시마 나기사와 함께 일본의 뉴웨이브를 이끈 감독이다. 전후 씁쓸한 사회상을 희극적인 상황으로 그려내는 동시에 하층계급의 생명력과 삶의 에너지를 포착하는 작품으로 세계적 거장으로 평가됐다. ‘나라야마 부시코’(1982), ‘우나기’(1997)로 두 차례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상영전에서는 감독의 장편 데뷔작 ‘도둑맞은 욕정’(1958)을 비롯해 ‘작은 오빠’(1959), ‘돼지와 군함(1961), ‘일본곤충기’(1963), ‘붉은 살의’(1964), ‘나라야마 부시코’(1982), ‘여현’(1987), ‘검은 비’(1989) 등 8편을 선보인다. 무료 관람할 수 있으며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http://www.koreafilm.or.kr)를 참조하면 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슈퍼스타K6’ 이야기 걷어내니, 음악이 들렸다

    ‘슈퍼스타K6’ 이야기 걷어내니, 음악이 들렸다

    지난달 31일 밤 ‘슈퍼스타K6’(슈스케6)의 네 번째 생방송이 열린 경희대 평화의 전당. 경연 한 시간 전인 밤 10시부터 관객들이 밀물처럼 공연장 안으로 들어왔다. 10대부터 대학생 아들과 함께 온 40대 주부, 삼삼오오 몰려든 30대 남성 직장인 등 관객층은 다양했다. 2~3년 전부터 침체를 거듭하다 이번 시즌에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슈퍼스타 K6’. 현장에서 본 ‘슈스케6’ 인기 회복의 일등 공신은 ‘음악으로의 회귀’였다. 공연장에서 만난 주부 현미선(46)씨는 “지난해 ‘슈스케’에 실망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출연자들의 노래 실력이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현장에서 이들의 음악을 직접 들어 보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다. 공연장에서 톱6(우승 후보)는 이미 슈퍼스타였다. 곽진언이 나타나자 객석 여기저기서 “멋있다”는 탄성이 흘러나왔고 곽진언은 “아니에요”라며 손사레를 쳤다. 김필, 송유빈 등이 등장할 때도 웬만한 기성가수 못지않은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 무대에서 심사위원석까지는 불과 약 7m. 위축될 법하지만 이들은 아마추어의 수준을 넘어섰다. 무대 양쪽에 두 개로 나뉘어진 슈퍼 밴드는 TV로 봤을 때보다 훨씬 풍부한 음향을 선보였다. 슈퍼위크 때 김필, 임도혁, 곽진언이 컬래버레이션 무대에서 선보여 화제가 됐던 ‘당신만이’를 부르자 심사위원과 객석은 하나가 됐다. 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신형관 CJ E&M 상무는 “‘당신만이’, ‘소격동’, ‘신촌을 못가’ 등 이번 시즌 출연자들이 부른 노래는 제작진은 물론 대중에게도 큰 위로를 준 곡이 많아 온라인 음원차트 1위로 이어진 듯하다”고 말했다. 이번 ‘슈스케6’는 감성에 호소하는 사연 팔이, 악마의 편집 등 슈스케의 기존 인기 요인을 과감히 배제한 것도 특이점이다. 심사위원인 윤종신은 “지금까지는 스토리 텔링이나 편집을 통해 출연자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슈퍼스타K’의 매력이자 구습이었지만 이를 과감히 탈피하면서 프로그램이 빠른 전개와 유연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메인 연출자인 김무현 PD는 시즌 1부터 5년간 조연출을 맡아 ‘슈퍼스타K’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신형관 상무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워낙 자료가 방대하고 촬영과 편집에 대한 노하우가 중요하기 때문에 김무현 PD가 유리했다”면서 “제작진은 ‘슈스케6’가 새로운 시작이거나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패는 노래 잘하는 사람이 나와서 얼마나 좋은 노래를 불러 주느냐에 따라 달렸다. 슈스케 6는 그동안 찾아가지 않았던 곳을 포함해 역대 최다 도시를 돌며 참가 방법을 다양화해 실력 있는 참가자들을 발굴하는 데 노력했다. 선곡도 주효했다. 이들이 경연에서 부르는 노래는 100~200곡의 후보 중에 음악감독, 작가, PD 등이 함께 심사숙고해 출연자에게 잘 어울리는 곡으로 결정한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출연자 본인의 몫이다. 심사위원 백지영은 “이번에는 슈퍼위크 때부터 올라올 만한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올라온 것 같다. 그만큼 출연자들의 능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김범수는 “이번 ‘슈스케6’의 성공 요인은 검증받은 명곡보다 비주류의 음악을 듣게 하는 무대를 만들어 냈다는 데 있다. 나 역시 김필이 부른 ‘얼음요새’의 원곡을 찾아 들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있다. ‘슈퍼스타K’는 유독 여성 참여자에게 인색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이해나, 미카 등 여성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백지영은 “이해나의 무대 퍼포먼스는 당장 SBS ‘인기가요’에 세워도 손색이 없을 만큼 좋았다”고 호평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이번 시즌에 문자투표의 비중을 줄이고 심사위원 배점을 높이는 등 제도적인 부분을 보완했지만 걸출한 여성 보컬을 배출한 ‘보이스 코리아’와 달리 여성들의 성적이 저조한 것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면서 “현장 음향을 안방까지 잘 전달하기 위해 더 많은 전문가와 모니터 요원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슈스케6’는 3회 방송분만을 남겨 놓고 있다. 우승 상금 5억원의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김필과 곽진언의 대결 구도가 뚜렷하지만 여성팬들이 많은 송유빈, 남성팬의 지지가 많은 임도혁 등 복병이 존재한다. 윤종신은 “이제는 실력보다 매력이 중요하다. 음정 박자보다 얼마나 대중을 반하게 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면서 “5명이 표 차이가 별로 나지 않을 정도로 끝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쳐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범수는 “‘나는 가수다’ 때도 경험했지만 참가자들의 실력은 검증됐고 이제 얼마나 공연 위주로 무대가 잘 만들어지느냐에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역사·물리·심리·의학으로 본 ‘죽음의 실체’

    역사·물리·심리·의학으로 본 ‘죽음의 실체’

    EBS ‘다큐프라임’은 3부작 다큐멘터리로 죽음이라는, 오래되면서도 풀리지 않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역사학, 물리학, 심리학, 의학 등의 분야를 통해 심도 있게 조명한 프로그램으로 ‘죽음의 실체’를 실험으로 증명하는 과정도 카메라에 담았다. 지난 3일 방송된 1부 ‘데스’에 이어 4일 밤 9시 50분에 방송되는 2부 ‘비탐 에테르남’(영원한 삶)에서는 의학적 죽음을 맞이한 뒤 남아 있는 의식과 사후 세계의 존재를 양자물리학으로 풀어낸다.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들이 말하는 이른바 ‘근사체험’은 사후 세계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일까, 아니면 뇌가 일으킨 착각일까. 빅뱅 이론을 정립한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 이론물리학자 로저 펜로즈 경과 애리조나대학 마취과 전문의 스튜어트 하메로프 박사는 인간의 의식이 죽은 후에도 양자의 상태로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중우주이론’의 대표적인 학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맥스 테그마크 교수는 이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반대한다. 이렇게 사후 세계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의식과 사후 세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프로그램은 과학적인 접근으로 의식과 사후 세계에 대한 실마리를 밝히고자 한다. 5일 밤 9시 50분에 방송되는 3부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에서는 죽음을 피하지 말고 직면하라고 얘기한다. 제작진은 “7세 아동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죽음 교육의 효과를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제2의 ‘별그대’ ‘상속자들’ 왜 안 나오나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제2의 ‘별그대’ ‘상속자들’ 왜 안 나오나

    지난해 이맘때쯤 우리는 ‘상속자들’의 고교생 김탄과 최영도의 불꽃 튀는 라이벌전에 시선을 빼앗겼고, ‘별에서 온 그대’의 외계인 도민준의 마력에 흠뻑 빠졌다. 손발이 오그라들 때도 있었지만 흡인력 있는 이야기와 멋진 배우들의 매력은 국내는 물론 해외 시청자들의 눈길까지 사로잡으며 식었던 한류에 불을 지폈다. 이 두 작품을 통해 이민호, 김우빈, 김수현 등 20대 한류 스타의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그들을 뛰어넘는 화제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한 해 동안 지상파에서 쏟아내는 미니시리즈는 30여편. 그러나 지난 1년 내내 평균 시청률 10% 안팎에 머무르는 등 전체적인 하향 평준화가 계속됐다. 드라마 PD들은 “사상 유례없는 드라마 흉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박의 기준이던 시청률 20%는 무너진 지 오래다. 한 자릿수 시청률이 1위를 차지하고 두 자릿수에만 올라도 ‘성공’으로 평가받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이런 현상이 빚어진 가장 큰 이유로 한껏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만한 흡인력 있는 스토리를 갖춘 작품이 없다는 점을 꼽는다. 보통 작가, 배우, 연출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히트 드라마가 탄생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대본이다. 한 지상파 드라마국의 관계자는 “좋은 대본 없이는 아무리 좋은 배우와 훌륭한 PD가 가세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상파에서 인기 드라마의 명맥이 끊어진 것은 스타 작가들의 공백기와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SBS는 수목 드라마에 ‘상속자들’의 김은숙, ‘별그대’의 박지은, ‘주군의 태양’의 홍정은·홍미란 자매 작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혜련 등 스타 작가들을 전면에 배치해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후 이들이 휴식기에 들어가면서 드라마의 부진이 계속됐다. 주중 미니시리즈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로는 작가들의 주말극 선호 현상도 한몫한다. 작가들은 시청률 경쟁이 힘든 미니시리즈보다는 어지간하면 성적을 낼 수 있는 주말극을 선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새로운 모험을 시도하지 않는 지상파의 안이한 기획 및 제작 방식도 악순환의 원인 중 하나다. 국내 유명 연예기획사의 실장은 “지상파 방송사들은 드라마에 대해 스타 캐스팅에 연애담이 필수로 들어가야 된다는 고정관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충분한 기획 및 준비 기간을 갖추지 않고 한두 달 전에 급하게 캐스팅하는 등 드라마를 상품 찍어내듯 쏟아내니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 작가나 스타 PD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드라마 시장의 현실도 문제다. 외주 제작사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드라마 시장은 무한 경쟁에 돌입했지만 상대적으로 신입 PD가 활약할 기회는 줄었다. 한 지상파 드라마 PD는 “지상파 TV에서 단막극의 방영이 줄어들어 신입PD나 작가가 데뷔할 기회 자체가 태부족이다. 스타 작가가 쓴 드라마에만 편성이 쏠리는 반면 신인 또는 중견 작가들이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올해 드라마 부진이 심화된 것”이라고 짚었다. 따라서 최근 업계에서는 스타 시스템에 의존하는 고비용 구조(회당 제작비 최고 7억원)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BS 드라마국 함영훈 CP는 “최근 케이블 드라마의 약진은 스타 배우나 작가 없이도 과감히 지상파와의 차별화를 시도한 데서 나온 것”이라면서 “건강한 드라마 시장을 위해서는 지상파에서도 제작비를 줄이고 참신한 기획으로 승부를 거는 작품을 적극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rin@seoul.co.kr
  • ‘교양국 해체’ MBC, 보복성 인사 논란

    MBC가 보복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교양제작국을 해체한 MBC가 시사교양물을 제작했던 PD와 기자들을 비제작 부서로 발령 내자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는 등 노사 갈등이 심화될 조짐이다. 2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본부) 등에 따르면 MBC는 지난달 27일 조직 개편에 이어 31일 밤 후속 조치로 110여명 규모의 인사 발령을 냈다. 이번 인사에 따라 2005년 ‘PD수첩’에서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파헤쳤던 한학수 교양제작국 PD는 사업부서인 신사옥개발센터로, ‘PD수첩’ 팀장을 지낸 김환균 PD는 사업부서인 경인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전 노조위원장인 이근행 PD와 ‘PD수첩’에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등을 제작한 조능희 PD 등도 비제작부서로 이동하게 됐다. MBC본부는 성명을 통해 “‘교양 없는 MBC’ 조직 개편의 후속 인사는 밀실 보복 인사”라면서 “조직 개편으로 신설된 조직들은 사측 마음에 들지 않은 기자들과 PD들을 솎아 내고 배제하기 위한 도구”라고 주장했다. MBC 기자회도 별도 성명을 내고 “미래방송연구실과 통일방송연구소, 뉴미디어국, 시사제작1부 등에 배치된 기자 5명이 교육 발령을 받았다”면서 “징계성 교육 발령”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는 “회사 성장 동력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을 신설했고, 그 조직 중심으로 필요한 인력을 배치했다”며 “미디어 융복합 시대에 맞게 직종·부문 간 융복합 역량을 키운다는 원칙도 고려한 인사”라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신해철측 “장 협착 수술 병원 법적 책임 묻겠다”

    지난 27일 세상을 떠난 신해철의 소속사가 고인의 장 협착 수술을 한 병원을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30일 밝혔다. 소속사 KCA엔터테인먼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신해철씨가 장 협착 수술을 받은 이후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경과 사항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며 “유족과 상의한 결과 해당 병원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소속사는 변호사 선임을 이미 마친 상태이며 추후 대응은 선임 변호사를 통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해철의 장례 기간 이 같은 결정을 한 데 대해 소속사는 “많은 분이 신해철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 관심을 두고 계신 걸로 안다”며 “상중 기간만큼은 고인을 편히 모시고자 가급적 언론 보도를 자제하고 있었으나 현재 시각까지도 해당 병원 측은 조문은 고사하고 공식적인 사과조차 없기에 그 울분은 더욱 커져만 간다”고 밝혔다. 31일 오전 8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발인 미사와 함께 진행되는 신해철의 영결식에서는 서태지가 추도사를 낭독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새 영화] ‘깨끗하고 연약한’

    [새 영화] ‘깨끗하고 연약한’

    올해처럼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말이 가슴에 절절히 와 닿은 때가 또 있었을까. 30일 개봉한 ‘깨끗하고 연약한’은 상실감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일본 영화다. 영화의 남녀 주인공도 아끼는 친구를 떠나보내고 오랫동안 트라우마를 겪었다. 열여섯살 때 불의의 사고로 자신의 소꿉친구 하루타를 잃은 여주인공 칸나(나가사와 마사미)는 8년 전 기억에 갇힌 채 새로운 사랑에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한다. 칸나를 남몰래 좋아하던 하루타가 그녀에게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보내다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한동안 칸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다. 로쿠(오카다 마사키) 역시 비슷한 상처를 안고 있다. 어렸을 때 자신의 실수로 친구를 잃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그는 일에만 매진하며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영화 마케터가 된 칸나는 프로모션 파트너로 로쿠를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로쿠가 칸나에게 던지는 “죄책감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 안고 가는 것”, “영혼은 자유롭다고 믿고 싶어” 등의 대사는 스크린 밖에서도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만들어낸다. 다소 뻔한 전개가 예상되는 영화를 감성 충만한 작품으로 빚어낸 것은 감독의 연출력 덕분이다. 일본에서 ‘로맨스의 귀재’로 통하는 신조 다케히코 감독은 아련한 첫사랑의 향수에 상처를 극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절히 배합했다. 서정적이고 따뜻한 화면에 주인공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잡아내는 섬세한 연출로 여백의 미가 극대화됐다. 감독은 “결국 사람의 상처는 사람을 통해 치유될 수 있으며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탄탄한 원작이 힘이 됐다. 일본에서 295만부가 팔린 이쿠에미 료의 동명 순정만화가 원작이다. 모두 13권으로 이어지는 긴 스토리이지만 영화는 원작의 순도를 유지하면서도 현실성 있는 이야기와 개성 있는 캐릭터를 잘 접목했다. 일본 영화 특유의 밋밋하고 심심한 전개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건 흠이다. 일본의 청춘 스타들이 아기자기하게 엮어 가는 에피소드들은 영화의 따뜻한 분위기를 살리는 데 주효했다. ‘눈물이 주룩주룩’,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 주연한 나가사와 마사미가 칸나 역할을 맡아 밝음과 어두움을 오가는 내면 연기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저물어 가는 가을, 메마른 감성을 적시기에는 손색없는 영화다. 12세 이상 관람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발연기 아이콘이었는데 작품 이 정도로 마무리 대견하지 않나요”

    “발연기 아이콘이었는데 작품 이 정도로 마무리 대견하지 않나요”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해 준 ‘발연기’ 논란에 감사하고, ‘지적질’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발전이 없을 것 같아 오히려 섭섭하다는 이 배우. 무엇이든 흡수하려 달려드는 다부진 모습이 밉지 않다. 배우 황정음(29)이다. 걸그룹 ‘슈가’ 출신으로 2005년 연기자로 전향해 어느새 올해로 연기 경력 10년째다. 아이돌 가수 출신 연기자들이 겪는 통과의례인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연기자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격적으로 배우로 이름을 알린 ‘지붕 뚫고 하이킥’(2009)을 비롯해 ‘자이언트’(2010), ‘내 마음이 들리니’(2011), ‘골든타임’(2012), ‘돈의 화신’ ‘비밀’(2013), ‘끝없는 사랑’(2014)에 이르기까지 부지런히 연기 이력을 다져 온 그다. “고만고만한 작품으로 안정되게 가느냐, 어려워도 도전하느냐의 갈림길에서는 늘 후자를 선택했어요. 일찍부터 걸그룹 생활을 하면서 나를 괴롭혀야 무언가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수많은 경험이 쌓이면 결국 그게 내공이 되는 거니까요. 저는 드라마를 통해서 인생을 배웁니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끝없는 사랑’에서 그는 1980년대 고아 출신으로 소년원에 갔다가 법대에 입학하고 여배우로 데뷔했다가 다시 인권변호사로 성공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산 여인이 됐다. 극의 전개는 빨랐지만 개연성이 부족한 스토리 탓에 시청자들과의 소통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드라마 ‘비밀’을 끝내고 방송 3사에서 미니시리즈 대본이 다 들어왔어요. 그런 경험이 처음이라 정말 기뻤죠. 하지만 ‘비밀’보다 더 센 드라마, 남들이 못 하는 드라마를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끝없는 사랑’에 도전했어요. 그런데 돌아보니 그땐 제가 너무 자만했던 것 같아요.” 남의 말 하듯 자신에게 냉정한 평가를 할 수 있을 만큼 오히려 ‘맷집’은 더 좋아졌다. “발연기의 아이콘이었던 황정음이 이 정도로 작품을 마무리한 것이 대견하지 않으냐”며 털털하게 웃었다. 작품에서 망가질 수 있는 힘도 자존감에서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그도 좌절했던 순간이 있었다. 이선균, 이성민과 출연했던 의학 드라마 ‘골든타임’에서였다. “연기 잘하는 두 선배님에게 너무 치이고 자신감을 잃은 데다 연기에 대한 흥미까지 잃어버렸어요. 한마디로 ‘멘붕’이었죠. 그다음 ‘돈의 화신’ 때 마음을 추슬렀어요. ‘비밀’은 이전에 경험하고 습득했던 것을 터뜨려 잘 활용한 시간이었고요. 근데 요즘 저는 또 길을 잃은 느낌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더 많은 공부가 되겠지요?” 이번 작품에 온갖 에너지를 다 쏟아부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그는 다음 작품에서는 무조건 발랄한 캐릭터로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할 일이 많다.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서 그동안 촬영하느라 못 읽었던 책이나 실컷 읽고 싶다”는 그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스웨덴 영화 흐름 한눈에

    영화 강국 스웨덴의 작품 경향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제3회 스웨덴영화제가 새달 5~11일 서울 이화여대 예술영화상영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스웨덴 언론인의 반나치 투쟁을 조명한 거장 얀 트로엘 감독의 ‘마지막 문장’(2011),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책임감 없이 살아가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악셀 페테르센 감독의 ‘아발론’(2011) 등 2010년대 스웨덴 영화들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영화 10편이 상영된다. 2011년 국내에서 개봉한 ‘사운드 오브 노이즈’(2010)를 제외하고는 모두 생소한 영화들이다.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버지에 대한 5세 여아의 무한한 사랑을 그린 ‘노바디 오운즈 미’(2013), 스웨덴 사회의 부패상을 담은 ‘콜걸’(2012),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바나나 소송사건 그 이후’(2011)도 눈여겨볼 만하다. 영화 상영 외에도 ‘노바디 오운즈 미’를 연출한 셸-오케 안데르손 감독이 참석하는 마스터클래스, ‘마지막 문장’을 제작한 프란시 순팅예르 프로듀서가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된다. 이번 영화제는 새달 7~13일 부산 영화의 전당으로 자리를 옮겨 이어진다. 모든 상영작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가요계는 심장을 잃었다”

    “가요계는 심장을 잃었다”

    가수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이튿날인 28일에도 그의 빈소에는 ‘마왕’과의 갑작스런 이별을 슬퍼하는 동료 가수와 일반 팬들의 조문 행렬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이날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오후 1시 유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입관식이 치러진 후 본격적인 조문이 시작됐다. 오전 11시부터 빈소를 찾은 배철수를 시작으로 이승철, 김현철, 김수철, 박학기, 강인봉 등 동시대를 함께한 가수들이 비통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조문을 하고 나온 이승철은 “가요계의 심장, 브레인 같은 역할을 해줄 친구였다. 다시 활동을 활발히 하려는 시기에 이렇게 돼 안타깝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오후에는 조용필도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장례식장을 찾았다. 평소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그가 후배 가수의 빈소를 찾은 건 이례적이다. 그는 조문을 마친 뒤 “해철이는 데뷔 때부터 너무 잘 알던 사이인데, 갑작스럽게 변을 당해 너무 당황했다”면서 “음악적인 모험 정신이나 욕심이 대단한 친구였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조용필에 이어 생전 신해철과 각별한 사이였던 싸이도 빈소를 찾았다. 이 밖에 가수 한대수를 비롯해 시나위의 신대철, 김혜림, 사진작가 김중만 등도 함께했다. 서태지 역시 이날 오전 소속사 서태지컴퍼니 홈페이지에 올린 추도문을 통해 “많은 분이 신해철이라는 커다란 이름을, 우리의 젊은 날에 많은 추억과 아름다운 음악을 선물해 준 그 멋진 이름을 기억해 주실 겁니다”라면서 “항상 최고의 음악 들려주어 고맙다는, 그래서 형이 너무 멋지다는 말을 차마 다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편 소속사 측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고인이 세상을 떠날 당시 상황에 대해 “계속 무의식 상태여서 말씀(유언)을 따로 남기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이 마음 편히 가실 수 있게 악플을 자제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지상파 3사 라디오 프로그램들은 라디오 DJ로도 왕성하게 활동했던 고인을 애도하는 특집 방송을 편성했으며, 시청자들의 신청곡과 사연이 줄을 이었다. 그가 진행했던 MBC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 홈페이지도 고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추모글로 가득 찼다. 발인은 오는 31일 오전 9시. 고인은 서울추모공원에 안치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문정희, 질척거리는 건 딱 싫어요 싸움도 대신 했던 의리녀

    문정희, 질척거리는 건 딱 싫어요 싸움도 대신 했던 의리녀

    지난해 영화 ‘숨바꼭질’ 개봉을 앞둔 문정희(38)는 “예쁜 역할은 다음번에 하겠다”고 말했다. 전작인 ‘연가시’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돼 물통째 물을 들이키고 ‘숨바꼭질’에서 과격한 사이코 패스로 출연했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말이 씨가 됐는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마마’에서 문정희는 사랑스러운 주부 역할로 여성스러운 매력을 한껏 뽐냈다. 새달 13일 개봉하는 영화 ‘카트’에서는 어둡고 똑 부러진 성격의 마트 계산원(혜미) 역할로 돌아온다. 이 가운데 그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혜미에 가장 가깝다”고 말했다. “요즘 들어 실물이 예쁘다는 인사를 유독 많이 듣는데 ‘마마’ 때 지은의 캐릭터가 애교도 많고 예뻐서 그런 것 같아요. 전 카메라에 더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는데(웃음)…. 실제 저는 흐지부지하고 질척거리는 걸 싫어하는 ‘완전 남자’ 같은 성격이에요. 톰보이 같던 학창 시절에는 여자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남자 애들과 다툼이 있으면 대신 싸워 주기도 했어요. 배우가 되고 나서도 상황은 비슷했죠.” 그런 이유 때문인지 그의 주변에는 ‘의리 있는’ 언니들이 많다. 영화 ‘카트’를 함께 찍은 염정아, ‘마마’에 함께 출연했던 송윤아가 대표적이다. 멜로영화 주인공 제의를 고사하고 ‘마마’에 출연한 것도 여자들끼리의 우정을 중시하는 자신의 생각이 반영됐다. “‘마마’는 6년 만에 복귀한 배우 송윤아에게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처음엔 소속사에서도 출연을 만류했죠. 하지만 국내에서 여자들의 끈끈한 우정이나 의리를 소재로 한 작품이 성공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꼭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카트’ 역시 여성들의 연대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다. 마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들이 회사에서 갑자기 해고 통지를 받은 뒤 힘을 합쳐 대항한다는 이야기다. 주류 상업 영화계에서는 처음으로 노동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후반부의 다소 선동적인 부분이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고등학생 태영(도경수)부터 ‘88만원 세대’ 미진(천우희), 20년 청소 노동자 순례(김영애) 등 세대별 비정규직의 아픔이 현실적으로 담겼다. “‘카트’가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사회고발 영화이지만 결국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건축학개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든 명필름에서 제작한다는 데 믿음이 갔죠.”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해고된 두 아이의 엄마 선희(염정아)의 감정선이 영화의 밑그림을 그린다면 혜미는 함축적이지만 극적인 지점을 담당한다. 정규직이었던 전 직장에서 유산의 아픔을 겪고 퇴사했던 싱글맘 혜미는 또다시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동료들을 독려해 노조를 결성하는 적극적인 인물이다. 극 중 혜미가 회사의 종용에 못 이겨 진상 고객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는 장면에서 ‘감정 노동자’들이 느끼는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현대인들이 공감할 코드가 영화에는 많지요. 영화를 찍기 전에 마트에 가서 계산원들이 익숙하게 바코드를 찍는 모습을 유심히 봤어요.” 쌍용자동차나 이랜드 홈에버 노동조합의 투쟁 과정을 다룬 문서자료들을 검토하며 캐릭터를 연구했다는 그다. 마트를 점거하고 농성하는 장면에서는 찬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와 내복을 서너 벌씩 껴입고 찍어야 했다. 그래도 감독(부지영)부터 출연자들까지 거의 모든 구성원이 여성인 현장이라 유대감은 더 깊어졌다. 그는 사회참여에도 적극적인 편이다. “시대가 원하는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여성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대접받고 여권이 신장되면서 이런 작품도 나올 수 있었겠지요. 실제 저도 사회 봉사를 하거나 사회 참여하는 일을 소중히 생각하는 편입니다.” 연극배우로 데뷔한 그는 뒤늦게 뛰어든 영화와 드라마에서 승승장구하며 어느덧 주류 연기자가 됐다. 최근 팬카페에 ‘언니 내 거!’라고 외치는 10~20대 팬들이 생겨나는 등 대중적 인기도 부쩍 높아졌다.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바꾸게는 하지만 사람이 그 자리 때문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대학(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생인 이선균, 오만석과 함께 공부할 때는 “나중에 우리가 무대에 설 수나 있을까”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 시절의 소박함이 너무나 그립다고 한다. “배우는 허구를 현실로 바꾸는 사람이지요. 그래서 늘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항상 제가 생각하는 것이 전부가 아닐 거라고 믿죠. 겉으로는 우아해도 물 밑으로는 발갈퀴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백조처럼 연기를 하고 싶어요. 연기를 만만해하지 않고 늘 어려워하는, 치열하게 꿈을 꾸는, 그런 배우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척추 장애 딛고 희망 나누는 아프리카의 작은 거인

    척추 장애 딛고 희망 나누는 아프리카의 작은 거인

    아리랑TV의 간판 토크쇼 ‘디 이너뷰’에서는 28일 밤 7시 24년째 아프리카에서 국제사회복지사로 활동 중인 김해영씨를 만나 척추 장애를 딛고 아프리카의 거인으로 거듭나게 된 그녀의 인생 스토리를 들어 본다.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술에 취한 아버지의 실수로 척추를 다치게 된 그는 척추 장애를 겪게 됐고 키 134㎝에서 성장이 멈췄다. 가난과 폭력, 장애와 편견이라는 벽 앞에서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14세 때 집을 나와 월 3만원에 입주 가사도우미를 시작했다. 이후 직업학교에 들어가 편물 짜는 기술을 배우게 됐고 만 19세 때에는 세계 최고의 편물 기술자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읽은 어느 고등학교 직업 십계명 속 ‘너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라’는 한마디가 그의 마음을 흔들었고, 아프리카에서 편물 기술 봉사자를 구한다는 공고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렇게 초짜 봉사자로 아프리카 땅을 밟은 그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예쁘다고 말해 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그들과 공감하고 사랑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14년간의 보츠와나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사회복지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마흔이 다 된 나이에 뉴욕으로 날아갔다. 뜻 있는 한인들의 지원으로 7년 만에 미국 최고 명문인 컬럼비아대에서 석사까지 마치게 된 그는 2년 전 또다시 아프리카 케냐로 가 아프리카 정부의 손이 전혀 닿지 않는 장애인과 약자를 위해 뛰고 있다. 24년 전 시작한 아프리카에서의 삶으로 어느덧 인생의 절반을 채웠다. 존재 자체가 희망의 아이콘인, 더 이상 작지 않은 김해영씨를 만나 본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송윤아 “거울도 안보고 오직 연기에 몰입했죠”

    송윤아 “거울도 안보고 오직 연기에 몰입했죠”

    6년 만의 복귀, 오랜 기다림만큼 두려움과 떨림도 컸다. 하지만 송윤아(41)의 컴백은 누구보다 빛나고 강렬했다. 결혼과 출산 이후 긴 공백 끝에 MBC 드라마 ‘마마’로 컴백한 그녀의 성공을 예견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20년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지난 19일 종영한 드라마는 시청률 20%를 넘기는 성공을 거뒀다. “드라마의 성공을 예상한다는 것조차 제겐 욕심이었어요. 방영일이 다가오면서 ‘내가 드라마에 해가 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컸죠. 막연히 올해가 가기 전에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이 작품을 운명처럼 만났어요.” ‘마마’에서 그는 성공한 민화 작가지만 시한부 삶을 통고받은 뒤 혼자 키워 온 어린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미혼모 승희를 연기했다. 자신의 죽음보다 홀로 남겨질 아들을 더 걱정하는 강인하고 속 깊은 엄마였다. ‘온에어’ 등 결혼 전 그가 연기했던 작품에서 보였던 화려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처음에 이렇게까지 어두운 역할인 줄은 몰랐어요. 부와 명예를 갖긴 했지만 대본에 ‘승희는 네일이나 액세서리를 하는 캐릭터가 아니다’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고 헤어와 메이크업을 수수하게 설정했어요. 저나 시청자들 모두 그런 제 모습이 낯설지 않을까 좀 두려웠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촬영에 들어가면 거울을 아예 보지 않았어요. 뭔가 낯설고 부족한 상황에서 거울을 보기 시작하면 표정부터 모든 것이 신경 쓰일 것 같았거든요. 나를 잊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감정적으로 연기에 빠져들려고 애썼죠.” 나중에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연기한 장면을 보고는 스스로도 낯설어 놀랐다. 하지만 그런 설정 덕분에 연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아들에게 “우리는 조금 빨리 이별하는 거야”라며 죽음을 알리는 장면을 찍을 때는 촬영장의 스태프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 “한번은 찬영이(극 중 아들 한그루·윤찬영 분)도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우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눈물을 흘리기 위해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대본을 읽을 때마다 이상하게 눈물이 쏟아졌어요. 승희는 마음껏 울었고, 그런 그녀가 살아온 삶에 시청자들이 공감해 주신 것 같아요. 겉으로는 약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단단함을 갖고 있는 것이 저와 승희가 비슷한 점이에요.” 자신을 버린 남자의 부인(서지은·문정희 분)과의 돈독한 우정도 화제였다. 국내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워맨스’(우먼+로맨스) 코드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송윤아는 “내 연기 생활의 최고 파트너는 문정희”라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저는 우정도 사랑의 한 형태라고 생각해요. 극 중 승희와 지은의 성격은 실제로는 정반대인데, 정희 같은 동생이 생긴 게 정말 고맙고 행복해요.” 1995년 연기자로 첫발은 내디딘 송윤아는 드라마 ‘미스터Q’, ‘호텔리어’, ‘온에어’ 등을 비롯해 영화 ‘아랑’, ‘광복절 특사’ 등에 출연하며 흥행과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2009년 배우 설경구와 결혼하고 이듬해 아들을 낳은 뒤 자연스레 활동이 뜸해졌다. ‘난 언젠가 다시 연기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인연이 될 작품을 기다렸지만 결혼을 둘러싼 오해와 루머가 컴백에 적지 않은 장애물이 됐다. “어떻게 그동안 겪었던 힘든 시간이나 감정이 한순간에 다 극복이 되겠어요. 처음에는 내 억울한 상황을 알아주기를 바랬고 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알고 있다는 자체가 힘들고 괴로웠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강요한다는 것 자체가 오만이고, 내게 그럴 자격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너무 스스로를 긁으면서 혼자 갇혀 살았던 것 같아요. 이젠 제가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이 끝난 뒤 여유를 부릴 겨를도 없이 주부로 되돌아왔다. 그동안 엄마가 연기자인 줄도 몰랐던 네 살짜리 아들이 부쩍 엄마 연기에 관심을 보인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TV를 보면서 ‘그루 형이 왜 엄마에게 못되게 구느냐’고 묻더니 촬영장에 한번 와서는 둘이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더라고요.” 올해의 ‘연기대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등 연기 호평이 쏟아졌지만 그는 여전히 겸손하고 소박하다. “처음에 호평 기사들을 보다가 문득 창피하기도 하고 부담스러워 어느 순간부터는 인터넷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다들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시지만 저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아요. 지금까지 그랬듯 특별히 어떤 역할에 대한 욕심이 없어요. 언젠가는 새 작품이 들어올 텐데 그게 어떤 역할일지 설레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새 영화] ‘레드카펫’

    [새 영화] ‘레드카펫’

    누구나 한번쯤 인생의 레드카펫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을 꿈꾼다. 특히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 레드카펫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여기, 영화제 시상식이 열리는 극장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DMB로 실황 중계를 보며 성공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23일 개봉한 영화 ‘레드카펫’ 속 주인공인 영화감독 정우(윤계상)다.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에로영화를 찍고 있는 그는 언젠가 자신이 쓴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꾼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영화사 대표는 그가 장편 상업영화 시나리오를 들고 갈 때마다 유학파 감독의 기용만을 외칠 뿐 그를 입봉시켜 주지 않는다. ‘에로영화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그가 회사의 단단한 자금줄이기 때문이다. 영화판 내부에서는 물론 외부에서도 에로영화를 만든다는 이유로 무시받는 정우는 사람들의 편견에 맞서 스스로 영화사를 차려 첫 번째 영화에 도전한다. 에로영화 감독의 상업영화 성공기라는 얼개만 놓고 보면 식상하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70~80%가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현실적 경험에서 우러난 진정성과 함께 신인 감독으로서의 재기 발랄함이 씨줄과 날줄처럼 잘 얽혀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연출한 박범수 감독은 실제로 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 300여편의 에로영화를 찍었다. 극 중에 영화 ‘해운대’를 패러디한 에로 블록버스터 ‘해준대’ 등 그가 직접 만든 에로영화들이 나온다. 아들이 독립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인 줄로만 알고 있는 정우의 부모님이 “서울에 이렇게 극장이 많은데 왜 네 영화는 걸리지 않느냐”고 물어본 일화나 자신의 영화사에 제출했던 시나리오가 다른 사람의 것으로 둔갑해 극장에 걸린 사례는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여배우 은수(고준희)와의 로맨스 부분에는 허구가 섞였다. 어린 시절 아역 배우로 유명했지만 현재는 캐스팅이 되지 않아 오디션을 전전하는 은수는 정우가 에로영화 감독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점점 가까워진다. 마침내 정우는 에로영화를 만들던 배우, 스태프들과 한데 뭉쳐 장편 상업영화에 도전한다. 에로영화 제작 현장이 가끔 등장하지만 결국은 현실의 벽과 편견에 맞서는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강조된 영화는 19금이 아닌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영화의 연결고리가 어색하고 만듦새가 거친 부분도 간혹 있지만 크게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배우들의 전반적인 호연 속에 조감독 진환을 맡은 오정세의 맛깔나는 코믹 연기가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신해철, 심정지로 심폐소생술

    신해철, 심정지로 심폐소생술

    가수 신해철(46)이 22일 심장 이상으로 쓰러졌다. 신해철의 소속사 KCA엔터테인먼트와 병원 측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심장 통증을 호소했으며 오늘 새벽 한 병원에 입원한 뒤 갑자기 심정지 상태가 돼 병원에서 바로 심폐소생술을 받았고 서울아산병원 응급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면서 “신씨가 구급차에서 눈은 떴지만 대화는 안 되는 상태이며 위중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소속사에 따르면 신해철은 최근 위경련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장 협착이 발견돼 수술받은 뒤 다음 날 퇴원했다. 사고 전날 밤 자신의 트위터에 “다이어트 3주간, 1차 프로그램 종료”라는 글을 올리는 등 방송 출연을 앞두고 다이어트도 병행하고 있었다. 신해철은 23일 JTBC ‘속사정 쌀롱’ 제작발표회를 앞두고 있었으나 프로그램 출연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의리와 가족애로 뉴욕 시민 지키는 경찰 패밀리

    의리와 가족애로 뉴욕 시민 지키는 경찰 패밀리

    미국드라마 전문 채널 AXN은 22일부터 매주 수요일 밤 10시 50분에 인기 드라마 ‘블루 블러드’ 시즌 4를 국내 처음으로 방송한다. ‘블루 블러드’ 시리즈는 미국에서 모든 시즌 매회 평균 1360만명의 시청자를 TV 앞으로 불러들인 휴머니즘 수사물로 뉴욕 강력 범죄를 정의롭게 수사하는 레이건 경찰 패밀리의 활약을 담고 있다. 시즌 4에서 레이건 패밀리는 가족의 의리를 깨뜨릴 만큼의 치명적인 갈등과 위협에 빠진다. 강력계 형사 대니와 검사 에린은 경찰 살해 사건으로 갈등을 빚고, 불 같은 성격의 대니는 이 사건으로 인해 뉴욕경찰청장인 아버지 프랭크에게도 큰 실망을 안겨주면서 가족 간의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는다. 프랭크는 뉴욕경찰청장으로서 시민에게 높은 존경을 받지만 경찰로서 깊어지는 고민을 숨길 수가 없다. 대니 역은 인기 록그룹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멤버였던 도니 월버그가 맡았고, 프랭크 역은 중년 꽃미남 톰 셀렉이 캐스팅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찰 살해, 어린이 납치 사건, 마약 사건, 그리고 폭탄 테러 등 실제와 같은 뉴욕의 범죄가 숨 쉴 틈 없이 벌어지는 가운데, 인간적 고뇌와 가족애를 실현하며 갈등을 극복해 가는 레이건 패밀리의 다이내믹한 이야기가 22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펼쳐진다. 한편 이번 시즌에서는 새로운 로맨스도 전개된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이자 레이건 패밀리의 막내인 경찰 제이미가 에디라는 새로운 여성 파트너를 맞이한 것. 에디는 강인한 여성이지만 제이미의 도움으로 폭행 사건에서 도움을 받으며 핑크빛 비밀을 공유하는 등 극의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이제 ‘문화대통령’ 수식어 누군가 빨리 가져갔으면…”

    “이제 ‘문화대통령’ 수식어 누군가 빨리 가져갔으면…”

    “이제 ‘문화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누군가 빨리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제겐 족쇄 같은 양면성이 있었거든요. 이제는 뒤에서 흐뭇하게 후배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음악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5년 만에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를 내고 20일 서울 강남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한 서태지(42)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이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그는 “서태지의 시대는 1990년대에 끝났다”고 거침없이 말하는가 하면 “이번 앨범의 뮤즈는 제 딸아이”라며 부성애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태지는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했지만 대부분 기타가 아닌 건반을 사용해 작곡했고 동화책 같은 콘셉트로 감성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험적인 음악을 하던 그가 지나치게 대중을 의식해 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변절자’라는 말은 록그룹 ‘시나위’에서 활동하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해 ‘난 알아요’를 냈을 때부터 들어 왔어요. 제가 변화를 좋아하는 성격인데 가정이 생기고 가족들과 같이 지내면서 여유가 생기고 행복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것을 음악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했죠. 2000년대 들어 마니적인 음악을 하면서 제가 대중을 버린 셈이고 제 음악이 어렵다고 싫어하신 분들도 많았어요. 이번엔 많은 사람이 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죠.” 사실 서태지의 지난 5년은 평탄하지 않았다. 배우 이지아와의 비밀 결혼과 이혼, 배우 이은성과의 재혼과 득녀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그의 사생활이 벗겨지면서 그를 지탱하던 신비주의라는 축도 무너지는 듯했다. 그를 공격하는 악플도 덩달아 늘어났다. “제가 (스스로) ‘떡밥’을 많이 던져 진수성찬을 차려 준 부분이 분명히 있죠. 데뷔 때부터 ‘팬과 안티의 컬래버레이션’이라고 할 정도로 악플은 늘 따라다녔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음악이잖아요. 가십은 중요하지도 않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1992년부터 매 앨범마다 힙합, 헤비메탈, 갱스터랩 등 해외의 음악 트렌드를 국내에 빠르게 들여오며 가요계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지만 ‘장르의 수입상’이라는 평가와 함께 표절 논란에도 휩싸였다. “1990년대에는 국내 가요계에 다양한 장르가 부족했기 때문에 해외의 장르를 의도적으로 들여온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니 최초의 (장르) 수입업자 정도로 불러 주시면 감사하죠. 하지만 8집부터는 영향을 받은 팀이 거의 없고 모든 것을 제 안에서 해결하려 했어요.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고요. 3집 ‘교실이데아’ 때부터 표절 이야기가 나왔는데 답부터 말씀드리면 표절은 절대 아닙니다. 그동안 해명이 불필요했기 때문에 대응을 안 했을 뿐이죠.” 그는 “이번 앨범의 영감은 여행을 다니면서 얻은 기묘한 경험에서 얻었고, 특히 아이에게서 받은 강렬한 이미지가 컸다”며 웃었다. 최근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태지를 수식하는 또 하나의 단어인 신비주의마저 벗어던진 것일까. “이번에 대중적인 음악이기 때문에 약간 달라지긴 했지만 늘 하던 대로 했던 것 같아요. 다만 지난 5년간의 실체가 없는 공백 기간은 좀 아쉽지만 제 작업 방식을 탓해야겠죠. 앞으로 신비주의라는 말을 듣더라도 음악만으로 표현하고 평가받고 싶어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이유리 “무플에서 댓글 수천개…관심 행복해”

    이유리 “무플에서 댓글 수천개…관심 행복해”

    길거리를 지나가면 돌을 맞을 정도로 많은 욕을 들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쏟아지는 박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사람. 지난 12일 종영한 인기 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명품 악녀 연기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배우 이유리(34) 이야기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지난 6개월간 그는 온 국민의 ‘욕받이’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앞으로는 광고 촬영 제의가 밀려든다. 지난 16일 만난 그는 내내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예전에는 제 기사에 늘 ‘무플’(댓글이 달리지 않는 것)이었는데 요즘은 2000개씩 쏟아진다”며 활짝 웃었다. 그의 진짜 모습을 본다면 시청자들은 고개부터 갸웃할 것이다. 그는 사근사근하게 주변을 누구보다 잘 배려하고 잘 웃는다. 얼마나 연기에 몰두했는지, 그의 한마디가 말해준다. “전날 찍은 드라마 속의 독한 장면들이 창피해서 자고 일어나면 날마다 후회를 하곤 했다”는 그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쌓인 ‘미운 정’이 고맙기만 하다. “시장에 가면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좀 착하게 살라’며 혼내는 통에 ‘죄송합니다’를 연발해야 했다”고 말했다. 따져 보면 독한 연기가 처음은 아니다. MBC 주말연속극 ‘반짝반짝 빛나는’(2011)에서도 욕심 많은 악녀로 출연했고, tvN 아침드라마 ‘노란 복수초’(2012)에서는 복수의 화신으로 변했다. 그런데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은 과연 무엇이 달랐을까. “악역이 화내고 고함만 지르다 보면 단조로워 보일 수 있잖아요. 50회 동안 똑같은 연기를 한다면 저도 시청자들도 질릴 것 같아 수위 조절을 해 가며 변화무쌍한 악녀 연기를 보여 드리려고 애썼죠. 망가지는 것은 두렵지 않았어요. 그걸 걱정하는 순간 감정이 깨지거든요. 국내외 드라마와 영화 속 악역 연기를 찾아보고 선 굵은 남자 악당의 연기를 참고한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이번 드라마의 마지막 회가 끝났을 때 그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주변 사람들을 협박하고 괴롭히며 처절하게 살았던 연민정에 대한 연민이 쏟아져서다. “마지막에 연민정이 얼굴에 점을 찍고 민소희가 되는 코믹한 장면이 없었다면 한동안 우울증에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성공은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2001년 청소년 드라마 ‘학교4’에 임수정, 공유 등과 함께 출연했던 그는 남들보다 일찍 주말극에 뛰어들었다. 김수현 작가의 ‘부모님 전상서’ ‘엄마가 뿔났다’ 등에 출연하며 차분히 연기 내공을 쌓았다. “사람들은 하늘의 별만 보지만 땅에는 흙도 있고 잡초들도 많잖아요. 원한다고 다 스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제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늘 애썼어요. 호흡이 긴 주말극은 어느 정도 찍다 보면 어느새 내가 맡은 캐릭터를 옷처럼 입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 과정에서 많이 배웠죠.” 지나치게 작위적이어서 때론 황당하기까지 했던 연민정 캐릭터가 신통하게 시청자들을 홀릴 수 있었던 것은 몰입의 결과였다. “연기할 때는 드라마 속 모든 상황을 진짜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번처럼 다양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른 작품이 없었어요.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준 덕분에 같은 대사도 여러 가지 톤으로 시도해 봤고,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애드리브도 마음껏 해 봤어요. 지문에 갇히지 않고 감정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법을 알게 됐죠.” 한창 인터뷰를 이어 가던 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 자신이 마치 거창한 일을 해낸 것처럼 비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다. “요란스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2008년 기독교 전도사와 결혼한 그는 좋은 아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엄마를 꿈꾸는 천생 여자다. “실제 저는 화를 잘 내는 성격이 아니에요. 화를 내면 제 기분까지 망치게 되잖아요. 다만 연기 욕심은 엄청나게 많아요. 코미디, 액션, 로맨스, 사극 장르에도 도전하고 남장 여자 역할도 한번 해 보고 싶어요. 너무 많은가요?(웃음)” 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요즘 대세는 농촌에 살어리랏다~

    요즘 대세는 농촌에 살어리랏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들이 ‘농촌’에 주목하고 있다. 대중문화계에 새로운 키워드로 급부상한 ‘농촌문화’는 ‘애그리테인먼트’라는 신조어까지 낳고 있다. 애그리테인먼트는 농업(agriculture)과 오락(entertainment)을 결합한 말. 최근의 농촌 소재 프로그램들은 단순한 힐링의 개념을 넘어 자연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가치에 주목하는 추세다. 17일 밤 9시 50분에 첫선을 보이는 tvN 새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는 대표적인 애그리테인먼트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삼시세끼’는 강원도의 한 시골 마을에서 두 남자가 산골의 음식 재료를 활용해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모습을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꽃보다 할배’를 탄생시킨 나영석 PD의 차기작으로 배우 이서진과 2PM의 멤버 옥택연이 출연한다. 나 PD는 “‘꽃보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도시적인 두 남자가 자연의 시간에 맞춰 생활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초부터 MBC ‘사남일녀’, tvN ‘삼촌 로망스’ 등 시골을 배경으로 한 리얼버라이어티가 꾸준히 선보였고 현재 SBS에서 매주 일요일 방송 중인 ‘에코빌리지 즐거운가!’도 충남 태안에 전원주택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5일은 도시에서, 이틀은 농촌에서 보낸다는 뜻의 ‘5도 2촌’과 함께 느리게 살기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예능의 경우 호흡이 길고 화면이 단조로울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이에 대해 나 PD는 “시골 예능은 정적일 수밖에 없는데 ‘삼시세끼’의 경우 요리와 토크쇼를 접목하고 다큐멘터리성 예능에 가깝게 만들어 단조로움을 피할 예정”이라면서 “도시의 삶에 찌든 사람들에게 씨 뿌려서 밥을 해먹는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판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예능에서 시작된 농촌 열풍은 드라마로까지 번졌다. 18일 첫 방송하는 SBS 주말드라마 ‘모던 파머’는 음반 제작비를 벌기 위해 로커 4명이 ‘일시 귀농’해 배추 농사를 짓는 이야기를 담는다. 청춘 ‘농드’(농촌 드라마)를 표방한 이 작품에는 아이돌 그룹 FT아일랜드의 이홍기, 배우 박민우,이하늬, 걸그룹 AOA의 민아 등 20~30대 젊은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한다. 패배의식에 휩싸인 대책 없는 청춘들이 귀농생활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종영한 tvN의 ‘농디컬’(농촌 메디컬) 드라마 ‘황금거탑’은 영농대출금 1억원을 노리고 시골에 위장전입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2014년 농촌의 20~40대의 모습을 조명해 주목받았다. KBS ‘산너머 남촌에는 2’도 30대 중반의 부부를 통해 농촌의 오늘을 그리는 젊은 전원드라마로 옷을 갈아입었다. 이에 대해 김지영 CJ E&M 홍보팀장은 “애그리테인먼트는 최근 캠핑문화가 가족 단위로 확산되는 데다 밥상의 유기농 열풍, 젊은층 중심의 귀농 바람 등 변화된 사회상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소재 고갈에 시달리던 예능이나 드라마계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지금&여기] 머라이어 캐리 유감/이은주 문화부 기자

    [지금&여기] 머라이어 캐리 유감/이은주 문화부 기자

    지난 8일 열린 ‘팝의 디바’ 머라이어 캐리 내한 공연을 찾았던 관객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시원한 돌고래 창법과 폭발적인 가창력은 온데간데없고 키를 낮춰 부르다가 고음 부분에서는 뒤로 몸을 돌려버리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그런 공연을 놓고 일각에서는 립싱크 의혹까지 제기됐다. 야외 무대였기에 좋은 음향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웠던 사정을 접어주더라도, 최고 20만원(VIP석) 가까이 하는 비싼 티켓을 샀던 관객들에게는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는 공연계에선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한 중소 공연기획사 대표는 “캐리는 11년 전 한국 공연에서도 립싱크 의혹을 빚었다. 게다가 요즘은 전성기 때의 가창력에 한참 떨어져 미국에서도 인기가 시들한데 무조건 이름만 보고 모셔올 일이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CJ가 ‘팝의 전설’ 퀸시 존스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첫 내한 공연 때도 그랬다. 그는 연주를 한 번도 하지 않는 함량 미달의 공연으로 ‘졸속 팔순잔치’라는 등 혹평을 받았다. 그에 앞서 지난해 4월 내한한 라틴 팝의 황제 훌리오 이글레시아스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무성의한 무대 매너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들어 대기업의 문화사업 투자가 늘면서 세계적 팝스타들이 줄줄이 내한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 관객들의 열정적인 반응도 월드스타들을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지난 14일 코엑스에서 열린 미국의 R&B 가수 브라이언 맥나잇은 셔츠가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원 래스트 크라이’, ‘백 앳 원’ 등 자신의 히트곡을 열창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마룬5, 제이슨 므라즈, 브루노 마스 등도 자신의 노래를 ‘떼창’해주는 한국 팬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감사의 뜻을 전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 한국 공연계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화강국의 반열에 오른 만큼 해외 팝스타 모셔오기에 급급해 옥석을 가리지 않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자성이 이어지고 있다. 모시기 경쟁이 심해져 해외 팝스타들 사이에 ‘서울=고액 개런티’의 등식이 통하고 있다는 공연계의 얘기는 씁쓸하다. 한물간 스타까지 내한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무조건 고개를 숙이며 경쟁한다면, 그들이 한국 무대를 쉽게 볼 것은 당연한 이치다. 계약 조건에 아티스트의 공연 관련 의무조항을 좀 더 깐깐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제아무리 세계적 스타일지라도 무대는 관객과의 약속이다. 한국 관객의 관람매너는 해외 팝스타들도 인정한다. 그런 우리는 수준급의 공연을 즐길 권리가 있다.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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