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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 목화 20주년 기념작 ‘자전거’

    극단 목화가 창단 20주년 기념 두번째 작품으로 선보이고 있는 연극 ‘자전거’(오태석 작·연출)는 현실과 환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독특한 분위기로 시종일관 관객을 압도한다.마치 선잠이 들어 언뜻 꾸는,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지만 깨고 나면 선명한 이미지가 남는 토막꿈 같은 작품이다. 배경은 80년대 중반 경남 거창군.면사무소에 근무하는 윤서기(이명호)가 동료 구서기(이도현)에게 42일간의 결근 사유를 설명하는 데서 극은 시작된다.하지만 윤서기가 내놓은 사유서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의심쩍은 구서기는 윤서기에게 그날 밤의 일을 자세히 들려달라고 한다. 이때부터 극은 윤서기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현재와 40여일 전 밤,그리고 1950년대 과거의 세 시점이 자유자재로 중첩되면서 진행된다.미로처럼 이리저리 얽힌 얘기의 실타래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하나는 6·25전쟁때 반동분자로 몰려 군청내 등기소에서 집단 학살당한 동네 주민들의 아픈 과거.윤서기의 아버지도 그때 목숨을 잃었다.또 하나는 산골에 살고 있는 문둥이 부부의 슬픈 가족사.부부는 네 아이를 모두 이웃집에 입적시켰으나 이 사실을 안 장녀는 어머니집에 불을 지른다. 도입부에서 무면허 의사로 일하는 동창생을 고발한 뒤 울적한 심정에 술 한잔을 걸친 채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가던 윤서기는 첩첩 산길에서 몰살당한 주민들의 원혼과 문둥이 부부를 만난다.그러고는 등기소에서 불에 타죽는 아버지의 환영과 문둥이 솔매집에 불을 지르고 울부짖는 장녀의 모습을 본다. 밤도깨비처럼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소복차림의 코러스와 과장되게 묘사된 문둥이 부부,산골 밤길의 낯선 정경 등은 논리적인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극적 분위기를 한층 증폭시킨다.오태석의 작품이 대개 그렇듯 이 연극 역시 무대 곳곳에 깔린 생략과 비약의 틈새를 관객 스스로 메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작품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 부분은 사투리.84년 초연 때는 충청도 사투리였으나 이번엔 경상도 사투리,그중에서도 거창말본으로 바꾸었다.부분부분 알아듣기 어려운 사투리 대사에도 불구하고 점차 사라져 가는 전래의 지역말을 만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반갑다.4월4일까지 대학로 아룽구지소극장 (02)745-3967. 이순녀기자 coral@˝
  • [토요명화]

    ●신용문객잔(KBS2 오후 11시10분) 홍콩 무협 영화의 경전으로 여겨지는 1966년작의 ‘용문객잔’을 새롭게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임청하,양가휘,장만옥 등 홍콩 최고 스타들이 출연했다.명나라 무림 협객들의 활약을,많은 여행객들이 오가는 사막 한복판의 ‘용문객잔’이라는 여관을 무대로 그리고 있다.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엄청난 환영을 받았다. 조소흠은 병조판서 양원 일가를 몰살하고 양원의 심복 주회안을 유인,제거하기 위해 양원의 딸과 아들을 살려둔다.양원의 두 아이를 구해낸 주회안의 애인 구모언과 무림 협객들은 주회안과 합류하기로 한 여관 ‘용문객잔’에 도착한다.악천후로 발이 묶인 주회안 일행은 조소흠까지 여관에 도착해 감시가 심해지자 몰래 탈출할 방법을 강구한다.주회안은 비밀 통로를 알아내기 위해 자신을 유혹하려고 혈안이 된 여관 주인 금양옥과 거짓 결혼을 올린다. 마침내 피바람이 몰아치고,부상으로 사막 속으로 사라져 버린 구모언의 희생 끝에 주회안은 금양옥의 도움을 받아 조소흠을 물리치고 길을 떠난다.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EBS 오후 10시) 스티븐 킹의 초기 단편집 ‘사계’에 실린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웃집 노인의 비밀을 알게 된 총명한 고등학생과 노인의 애증섞인 우정을 맺는 과정을 긴장과 공포감 넘치게 그렸다.고등학생 토드는 유대인대학살에 관심이 많다.그러다 인터넷에서 찾은 나치 친위대원의 사진 속에 있던 인물이 이웃집 할아버지 커트와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토드는 커트에게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유대인 대학살에 가담했던 그의 경험을 말해달라는 괴상한 제안을 한다. ●나인야드(MBC 오후 11시10분) 브루스 윌리스,매튜 페리,로잔나 아퀘트 출연.‘나인 야드’는 평생에 한번 있기도 어려운 횡재,천운을 의미한다.치과의사 오즈에게 가정은 지옥과 마찬가지다.아내와 장모는 빚을 갚기 위해 보험금을 바라며 오즈가 죽기만을 기다린다.어느 날 옆집에 갱조직 보스의 비리를 증언한 대가로 석방된 킬러 지미가 이사온다.오즈의 부인은 오즈에게 갱조직에게 지미의 거처를 알려주고 현상금을 받아오라고 한다.그런 다음 지미를 찾아가 오즈를 죽여달라며 살인을 청부하는데…. 박상숙기자 alex@˝
  • 13일 개봉 '열두명의 웬수들’도대체 조용할 날이 없네

    13일 개봉하는 ‘열두명의 웬수들’(Cheaper by the dozen)은 14명의 주인공들로 내내 화면이 붐비는 할리우드산 가족코미디다.한 중년부부가 무려 12명이나 되는 아들딸들을 ‘교통정리’하느라 엎치락뒤치락 엮는 해프닝을 밝고 경쾌하게 그렸다. 시골학교 풋볼팀 코치인 톰(스티브 마틴)부부는 캠퍼스 커플로 결혼해 자녀를 12명이나 뒀다.가지 많은 나무에는 바람 잘 날이 없는 법.너댓살쯤 돼보이는 꼬마에서부터 반대를 무릅쓰고 이성과의 동거를 감행한 ‘머리 굵은’ 20대까지 이들이 눈높이를 맞춰야 할 아들딸의 나이대도 천차만별이다. 소박한 시골생활에 행복을 느끼던 가족에게 그러나 뜻밖의 변화가 닥친다.톰에게 명문대학팀 코치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고,대도시로 이사를 하면서 14명의 가족들은 전에 보지 못한 서로의 이기적인 모습에 실망하고 불신한다.책을 출판하고 인기 소설가를 꿈꾸는 엄마(보니 헌터)가 며칠 동안 집을 비운 사이 집안의 질서는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영화는 우여곡절을 거쳐 종국에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으로 해피엔딩하리란 암시를 곳곳에 던져놓는다.한시도 조용할 새 없는 톰 가족이 아들 하나만 키우며 자기 중심적으로만 사는 이웃집과 나란히 대비되는 설정도 그렇다. 꼬마 주인공들이 엮는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채워지는 ‘나홀로 집에’류의 전형적인 할리우드 가족코미디.맏딸 노라의 이기적인 동거남 역에는 ‘우린 방금 결혼했어요’에 출연했던 애슈턴 커처. 가족사랑을 웅변하는 행복한 결말에,온가족이 함께 봐도 좋을 영화를 찾는다면 무난할 듯싶다. 황수정기자˝
  • [길섶에서] 겸애

    노양의 문군(文君)이 정나라를 공격하려 하자 묵자(墨子)가 찾아가 말한다.“지금 노양 땅에서 큰 집안이 작은 집안을 공격해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는다면 어찌하겠습니까.” 문군이 대답한다.“노양 땅 안의 사람들은 모두가 나의 신하들로,나는 무거운 형벌을 내릴 것이다.” 묵자가 말한다.“하늘이 천하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당신이 노양 땅을 갖고 있는 것과 같다.당신이 정나라를 공격한다면 하늘의 주벌이 내릴 것이다.” 문군이 반박한다.“정나라 사람들은 2세에 걸쳐 그들의 임금을 죽였다.내가 정나라를 치려는 것은 하늘의 주벌을 도우려는 것이다.” 묵자가 이를 받아 말한다.“어떤 이가 사람 구실을 못하고 제멋대로 놀아나는 아들에게 매질을 하자,이웃집 사람이 덩달아 몽둥이를 치면서 그의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것이라고 우긴다면 도리에 맞는 일이겠는가.당신이 정나라를 치겠다는 것은 바로 이와 같다.” 중국 전국시대 초기 겸애(兼愛)사상을 주창한 묵자와 문군간 논쟁이다.이라크전을 둘러싼 논란은 역사가 되풀이된다는 것을 새삼상기시켜 준다.우리 시대 묵자는 어디 있나. 김인철 논설위원
  • 마지막 막부시대 무사들 이야기/12일 개봉 ‘바람의 검, 신선조’

    흔히 과도기에는 많은 이야깃거리가 등장하기 마련.옛 것과 새 것이 공존하는 혼돈의 자리에 갈등과 마찰이 생겨나고 그것은 대개 극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개봉하는 ‘바람의 검,신선조’도 그런 과도기와 격동이 배경이다.구체적으로는 일본의 중세와 근대가 맞물리는 19세기 후반 마지막 막부시대 일본 무사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사무라이 출신의 사이토 하지메(사토 고이치)의 회상을 축으로 열고 닫힌다.1898년 아픈 손자를 데리고 병원을 찾은 사이토가 그곳에서 우연히 옛 동료 요시무라 간이치로(나카이 기이치)의 사진을 보고 영욕이 교차하던 ‘신선조’시절을 떠올린다.‘신선조’는 쇼군(將軍)이 이끄는 막부 체제가 미국을 등에 업은 천황파에게 밀려 세력을 잃어가던 19세기 말 당시 수도 교토의 치안을 담당하는 정예의 무사 집단이다.어느 날 일본 남부 모리오카 출신의 시골 무사 간이치로가 무술대회를 거쳐 신선조에 가입한다.칼 솜씨는 누구 못지않지만 촌스러운 외모와 어눌한 말투 등으로 늘 화제를 몰고 다닌다. ‘무사의도’보다는 돈 모으는 데 더 관심이 많은 그에게는 눈물겨운 사연이 있다.하급 무사이자 교관으로서 무사의 정신에 충실하던 그가 찢어질 듯한 가난으로 굶주리는 가족을 위해 고향에 충성한다는 무사의 관습을 깬 것.당연히 그의 마음 속에는 떠나온 고향과 부양할 가족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조롱받던 그의 진면목은 신선조가 천황파와 쇼군파로 나뉘면서 돈보다 의(義)를 위해 신선조에 남으면서 빛난다.대세가 천황에게 기울면서 신선조는 고유 임무가 없어지고 무사들은 자신들의 주군인 쇼군을 위해 마지막 전투에 참여한다. 영화 전반에 ‘사무라이 정신’에 대한 향수 등 일본인 특유의 정서가 진하게 깔려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하지만 ‘러브레터’‘철도원’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사다 지로가 쓴 원작 소설 ‘미부기시전’의 짜임새 있는 전개와 인간미 물씬 풍기는 내용 등은 눈길을 끈다.여기에 ‘이웃집 토토로’‘기쿠지로의 여름’‘원령공주’ 등에서 음악적 재능을 검증받은 히사이시 조의 따스함이 담긴 선율도 감동을 더한다.‘음양사’‘비밀’ 등으로 국내에 알려진 다키타 요지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종수기자 vielee@
  • [길섶에서] 세난(說難)

    부자가 있었다.비가 내려 그 집의 담장이 무너져 내리자 그의 아들이 “다시 쌓지 않으면 도적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이웃집 주인도 같은 말을 했다.해가 저물자 과연 도적이 들었고,부자는 크게 재물을 잃었다.부자는 아들에게는 선견지명이 있다고 칭찬했지만,이웃집 주인에 대해선 저 놈이 훔친 게 아닌가 의심했다. 한비(韓非)가 다른 사람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은 지식이 모자라거나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거기에 맞추지 못하기 때문임을 설명하며 든 예다. 선천적인 말더듬이였지만,유세(遊說)에 정통해 세난(說難)편 등 10만여자의 ‘한비자(韓非子)’를 남긴 그는 그러나 그 자신이 구설로 목숨을 잃었다.진의 시황제가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그를 중용하려 하자,순자(荀子)에게서 함께 배운 이사(李斯)가 그를 모함한 것.하지만 한비는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하지 못하고 결국 자살했다.한비의 비극에서 ‘지식도 용기도 없고,남의 의중을 꿰뚫을 능력도 없는 보통 사람들이여 남을 설득하려 헛수고 말고 제 몸 간수나 잘하라.’는 가르침을 읽는다. 김인철 논설위원
  • 이 주일의 어린이 책/아버지가 없는 나라로 가고 싶다

    이규희 지음 푸른책들 펴냄 푸른책들에서 펴낸 ‘아버지가 없는 나라로 가고 싶다’는 동화작가가 세상에 내놓은 성장소설이다.기름진 수사를 걷어내고 담백한 묘사로 다듬은 글이 편안하다.작가 자신도 모르게 어린독자들을 배려한 흔적일 듯 싶다. 아버지의 외도로 성장통(痛)을 심하게 앓았던 작가의 어린 시절이 그대로 책이 됐다.수희의 아버지는 한의사.그러나 아버지가 ‘딴 살림’을 차린 탓에 늘상 아버지의 정에 목마르다.가끔씩 아버지는 집에 들르지만 뚱한 엄마를 구박만 할 뿐.사근사근한 ‘그 쪽 엄마’와 배다른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는 아버지가 야속하기만 하다. 그마저 오래가지 않았다.향락에 빠진 아버지가 가산을 탕진하자 수희네 ‘두 가족’은 강원도 탄광촌으로 쫓겨간다.친구,선생님,폐병을 앓는 이웃집 남자,다방 아줌마….그러나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인간군상 틈바구니에서 수희의 마음은 조금씩 커간다. 유년의 기억은 삶의 실핏줄과 같은 것.책이 그 진실을 귀띔한다.사무치게 그리워 증오했던 아버지가 어느새 멀고 긴 작가의생(生)을 받쳐주는 버팀목이 되었다면서.초등고학년 이상.8000원. 황수정기자 sjh@
  • “개정판 만드느라 새벽까지 잠 못자요”/‘한국민법학 태두’ 곽윤직 前서울법대 교수

    ‘한국민법학의 태두’에서 ‘곽서(郭書)’까지. 후암(厚巖) 곽윤직(郭潤直·78) 전 서울법대 교수를 부르는 호칭은 다양하다.그러나 이유는 단 하나.바로 60년대 중반부터 잇따라 내놓은 ‘민법총칙’,‘물권법’,‘채권총론’,‘채권각론’ 등 민법강의 시리즈의 탁월함이다.사법시험 준비생들 사이에 ‘바이블’로 통하다 요즘에는 간단히 ‘곽서’로 불린다. ●저서 ‘민법시리즈' 사시준비생 바이블 서울 용산구 후암동 자택으로 찾아갔다.현관에서는 커다란 시베리안 허스키 3마리가 먼저 반긴다.뒤따라 나온 곽 전 교수는 “저렇게 클 줄 몰랐는데…”라며 웃는다.자녀들이 다 분가해 적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5년 전쯤 종자도 잘 모르고 새끼를 받아왔다고 한다.집안의 첫 느낌은 낡았다는 것이다.겸연쩍게 말을 붙이자 별일 아니라는 듯 40년된 집이란다.체면도 생각해서 널찍한 아파트로 옮기라는 말도 수없이 들었다.“살다보니 무슨 책이 어디에 있는지 손에 익었어요.이사가면 흐트러지는 게 귀찮더라고요.” 그래도 명절 때 잊지 않고 찾아주는 제자들덕에 적적하지는 않다고 한다.자주 찾아오는 제자들 이름을 물어보니 서성 전 대법관,윤재식 대법관,손지열 대법관 등 기라성 같은 법조인 이름이 쏟아져 나온다. 주말에는 손자 7명이 찾아와 시끌벅적해진다.이제 중학생이 돼서 많이 점잖아졌다고 자랑하는 얼굴은 영락없이 이웃집 할아버지다. 2층 서재를 둘러봤다.독일·스위스 민법 전집을 비롯해 판례공보 등 각종 잡지들이 빼곡히 차 있다.깔끔하게 정리된 가운데서도 고서점 같은 묵은 책 냄새가 물씬 풍긴다.책장을 보니 외국서적은 개정판마다 구입한 책도 여러 권 된다.“꼭 필요한데 웬만한 대학도서관에도 없어요.개정판이 나오면 호기심은 생기는데….” ●이공계 원했지만 낙방후 법학공부 1층 응접실로 내려와 근황을 물었다.곽 전 교수는 요즘도 ‘곽서’를 개정하느라 바쁘다.개정판을 11월까지는 마무리하려고 강행군 중이다.전날 상속법 부분을 연구하느라 새벽 4시까지 책을 뒤적였다.현역시절처럼 새벽에 책을 보는 것이 가장 편안하단다.밤늦게 책을 보다 보니 오전 11시쯤 늦게 일어난다.식사는 오후 1시쯤,밤 10시쯤 두번이다.이런 습관 때문에 담배도 여전히 하루 1갑이다.“줄인다고 줄인 게 1갑이에요.나 같은 사람에게 담배는 밤의 벗이지.” 건강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사실 인터뷰 약속을 잡으면서 약간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전화상으로 발음이 부정확한 듯 했기 때문이다.“그때는 저녁시간이어서 의치를 빼고 있어서 그랬어요.”라며 환하게 웃는다.건강을 위해 별달리 관리하는 것도 없고 불편한 것도 없다고 한다.육류를 피하고 된장 같은 우리 음식이나 야채,생선을 즐긴다.암으로 오진받아 위절제 수술받은 것 빼고는 병원에 간 일도 별로 없다.한때 골프와 바둑을 즐겨 했다.그러나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골프는 소풍가는 기분으로 다녔고 바둑은 흥이 나는 대로 뒀다.승부에 집착하면 오락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 스스로도 재미없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다시 태어나면 법학자는 안 되겠단다.“물건을 만들거나 건물을 짓거나 직접적으로 이익을 줄 수 있는,그런 일을 해보고 싶어요.추상적인 이론과 논리는 골치가 아파서….” 이 때문인지 자녀 가운데 법과 인연을 맺은 사람이 없다.1남3녀를 뒀는데 모두 평범한 직장인이다. 곽 전 교수와 민법학의 인연은 몇차례 고비가 있었다.일제 때 강제징집을 피하기 위해 이공계 공부를 하려 했다.결과는 색맹 때문에 낙방.어쩔 수 없이 법학을 공부하면서도 형법 쪽에 관심이 많았다.그러나 공부하면서 민법의 중요성을 깨달아 관심을 돌렸다. 강단에 선 것도 군 제대 뒤 주변사람의 권유 때문이었다.군복무 직후 고등고시 시험이 있었는데 사법과가 두달,행정과는 석달 남았더란다.그래도 행정과가 여유있다는 생각에 시험을 봤는데 2등으로 덜컥 붙어버렸다.외교관을 권유받았지만 강의나 하겠다며 학교로 되돌아 왔다.“그때 여유가 있어 사법과를 보거나 권유를 받아들였다면 지금과는 다르겠죠.” 강의는 ‘악명’높았다.학생들은 넘쳤지만 앞자리는 항상 텅 비었다.안 들을 수는 없고 듣자니 눈초리가 매서웠기 때문이다.학점도 박했다.“일부러 아주 못되게 굴었지요.어려운 질문만 골라서 하고 학생이 질문하면 질문수준이그것 밖에 안 되느냐고 야단치고….미워했던 학생들 많았을 겁니다.” ●“학점 짜게줘 미워하는 학생들 많았죠” 곽 전 교수가 스승으로 모시는 사람은 고 김증한 교수가 유일하다.김 교수 밑에서 배운 독일어와 독일법은 두고두고 밑천이었다.혹독했던 김 교수의 강의 밑에서 살아남은 학생은 그와 그의 친구 단 2명뿐이었다.그가 ‘곽서’에 매달리게 된 것도 같은 이유다.공부할 때는 일제가 30년대 들여놓은 법전을 봤고,강의할 때는 일본학자들 책 번역서 몇 가지가 전부인 현실이 못마땅했다.우리 손으로 책을 만들어 보자는 오기가 일었다.또 우리 실정에 맞는 판례연구를 해보자는 생각에 1977년 우리나라 최초 법학학회인 ‘민사판례연구회’를 조직했다.이 모임은 지금도 연구성과를 모아 1년에 책 한권씩 내고 있다. 문제는 교수양성체계의 부실함으로 모아졌다.“일본만 해도 대학 졸업 뒤 3년간 조수로 공부하고 나면 15년간 조교수 생활을 거칩니다.이 과정을 끝내야 교수가 되어서 강의를 맡고 학생을 지도합니다.적어도 18년간의 수련과정이 있다는 거지요.” 예전에는 책을 쓰면 내용을 하나라도 더 집어넣으려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스위스식 교재가 우리에게 적합해요.학생들을 위한 개괄적인 책과 실무자·전문가를 위한 세부적인 책,이 두 종류면 됩니다.”그래도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은 욕심은 여전한가보다.“요즘 사람들 두껍거나 한자가 많이 들어간 책을 너무 싫어해요.” ●“대법관 인원 더 늘려야 합니다” 논란이 됐던 대법관 제청파문과 사법개혁에 대해 물었다.전혀 다른 개혁을 얘기했다.“대법관 수를 더 늘려야 합니다.독일만 해도 대법관격인 최고재판소 판사가 150명입니다.각기 전문분야별로 재판부를 구성해 사건심리를 하고 있습니다.” “합의부 배석판사 제도를 폐지하고 판사로서의 수련을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법관의 전문성을 키워줘야 한다는 뜻이다.대법원 구성에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전국 법관이래야 2000명 안팎입니다.10년차 이상이라면 이미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있다고봐야 합니다.오히려 지금 같은 시스템이 철저한 능력에 의한 인사입니다.” 부인과 만나려 했으나 끝내 보이지 않았다.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자 곽 전 교수는 “늙은이 얘기 너무 쓰지 말라.”며 다시 2층 서재로 발길을 돌렸다. 조태성기자 cho1904@
  • “칼날은 온유함을 못베지”/국내 유일의 검도9단 조승룡 씨

    눈빛은 칼날보다 날카로웠고,쩌렁쩌렁 울리는 기합소리는 체육관을 휘감은 초가을 저녁의 적막을 깼다. “보잘 것 없는 촌로를 무슨 일로 찾으셨습니까.” 50대 제자와 목검 대련을 마친 노검객이 악수를 청했다.믿기지 않는 손아귀 힘에 또 한번 기가 질렸다. 국내 유일의 검도 9단 조승룡(76)씨.검도계의 큰 스승에게서는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졌다. 맹호 같던 눈빛은 검을 놓자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변했고,깊은 명상에 빠질 때면 수도승처럼 바뀌었다.참나무 장작 같은 팔뚝과 카랑카랑한 음성은 청년과 진배없다. ●최고 검객들이 추대한‘진정한 1인자’ 일제의 서슬이 퍼렇던 11세 때 죽도를 처음 잡은 그는 60년이 넘도록 검도 외길을 걷고 있다.1950년 초단에 오른 이후 전국대회에서만 50여차례 ‘검도왕’에 등극했다. 그가 길러낸 검도 사범만 500여명에 이르고,지금도 서울시검도회 수석사범으로 활동한다.매주 두 차례 제자 김시만(52·5단) 사범이 운영하는 서울 성북구의 만청관을 찾아 손자뻘 되는 후학들에게 검술을 가르친다. 대한검도회의 최고의결기구로 36명의 8단 고수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는 지난해 9월 그를 만장일치로 9단에 추대했다.2000년 초 김영달 9단의 사망으로 공석이었던 검도계의 ‘상석’이 2년이 지나서야 주인을 맞은 것. 9단 추대는 그의 검도에 대한 열정과 검도 발전에 이바지한 공 때문만은 아니었다.후배들은 쉬지 않고 연마해온 그의 실력을 가감없이 평가해 한국 최고의 검객이라는 명예를 수여했다. “젊은 후배들이 대련에서 봐주지 않느냐.”는 과문한 질문에 그는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은 검이 아니라 기”라고 짧게 답했다.스승과 매주 한 번씩 목검 대련을 벌인다는 김 사범은 “선생님의 손목치기는 아직 따라갈 사람이 없다.”면서 “연륜이 쌓일수록 빛나는 게 검술”이라고 말했다. ●검도의 정신은 겸손과 예의 그가 평생 검도를 하면서 배운 것은 무엇일까.그는 “검도는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고 말했다.아무리 낮은 하수와 겨룰 때도 겸손하지 않으면 머리와 손목,허리가 남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생 승단에 마음 써본 적이 없다는 그는 “9단이라는 칭호는 늙은이에게 붙은 꼬리표일 뿐”이라면서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후배들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을까 항상 두렵다.”고 말했다. 그가 그토록 강조하는 겸손과 예의는 죽도를 대하는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죽도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줍니다.항상 자신을 비우고,시간의 흐름에 맺고 끊는 마디를 갖출 줄 알며,구부러지지 않는 죽도처럼 살면 성공한 인생 아니겠습니까.” 죽도를 넘어 다니거나 삐딱하게 짚고 서 있다가 눈물이 쏙 빠지도록 불호령을 맞은 후배들이 한둘이 아니다. ●당당하고 여유로운 노검객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 어떤 노인이 우여곡절이 없을까마는 그의 삶도 굴곡이 많았다.그의 왼쪽 팔에는 동족상잔의 흔적이 깊게 파여 있다.지난 49년 경찰에 투신한 그는 51년 겨울 어느날 지리산에서 빨치산과 교전중에 총상을 입었다.80년에는 신군부의 공무원 숙청 작업에 휘말려 경찰복을 벗기도 했다.공무원이라기보다는 검도인으로서의 명예를 위해 청렴하게 살고자 한 그에게 강제 퇴직은 받아들이기 힘든 멍에였다. 그는 아직도 서울 도봉구 창동의 허름한 집에서 부인과 단출하게 살고 있다.지난 1월에는 나이 50이 된 아들을 백혈병으로 잃는 아픔도 겪었다.단 하루도 죽도를 놓은 적이 없는 그였지만 이때 검도를 그만둘 생각을 했다.식음을 전폐했던 그는 “너무 오래 살아서 못볼 꼴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그러나 그를 다시 일으킨 것은 결국 검도였다.신새벽 죽도를 휘두르며 자식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설움을 베어 냈다. 그는 기회있을 때마다 노인들에게 검도를 권한다.나이가 들수록 정신수련이 필요하며,정신수련과 체력단련에 검도보다 좋은 운동은 없다는 신념 때문이다.“검도는 호구를 착용하기 때문에 부상의 염려가 없고,몸이 직접 부딪치는 격투기가 아니어서 힘이 다소 떨어져도 무리없이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특히 상대방의 죽도에 맞다 보면 자신도 공격을 하게 되며,이러한 원리 때문에 매사에 적극적이 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검도만큼이나 낚시도 즐긴다.서로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찌가 움직일 때까지 한눈 팔지 않고 기다리는 것은 상대방의 죽도를 노려보는 인내와 비슷하다.정확하게 물고기를 낚아채는 묘미는 검도에서 득점을 올릴 때와 같다.검도와 낚시가 아내와 함께 평생의 반려자가 된 셈이다. “설치지 말고,이기려 하지 말자.돈 욕심 버리고 고마워하자.옛날 일은 잊고 오늘과 내일을 위해 살자.손자 손녀에게,이웃에게 좋은 할아버지로 살자.아프지 말고 아무쪼록 오래 살자.” 남은 인생을 이렇게 살고 싶다는 그는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대접받는 것은 사양한다.”며 실랑이 끝에 소주 값을 손수 계산했다. 글 이창구기자 window2@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
  • ‘기록의 사나이’ 팔메이로/ML 사상 두번째 9년연속 35홈런·100타점 기록

    이웃집 아저씨처럼 사람좋은 모습이지만 자기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투수들을 눈물나게 하는 ‘조용한 암살자’. 노장 라파엘 팔메이로(사진·38·텍사스 레인저스)는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쪽을 장식하고 있다. 지난 16일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경기 4회에 선발 조엘 피네이로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는 홈런을 뽑아내며 9년 연속 35홈런-100타점을 달성한 것.지미 폭스(1932∼1940년) 이후 두번째 대기록이다.역대 홈런 순위도 총 525개로 13위에 올라 있다.타율은 .262. ‘마당쇠’ 선수의 대명사인 팔메이로는 눈에 띄지 않지만 꾸준히 정상급의 실력을 보여 왔다.지난 88년 이후 매년 평균 157경기를 소화하면서 한번도 부상자명단(DL)에 오른 적이 없다. 타율도 3할을 넘은 시즌이 없지만 출루율은 데뷔 첫해를 제외하고는 3할대를 유지하고 있다.메이저리그 유일한 기록인 8년 연속 38홈런을 때렸고,올 시즌에 3개를 보태면 기록을 9년 연속으로 이어간다. 슬러거로서는 약간 작은 체격(180㎝ 86㎏)인 팔메이로는 땀 흘려 만들어낸 그림같은 스윙 덕분에 동료들의 시샘을 받고 후배에게는 모범이 되고 있다.호르헤 포사다(뉴욕 양키스)는 “흉내 내고 싶은 스윙”이라고 말했다.전 동료인 더그 미라벨리(보스턴 레드삭스)는 “지금까지 본 가장 아름다운 스윙”이라고 칭찬했다. 쿠바의 아바나에서 태어나 미국 마이애미에서 성장한 팔메이로는 도미니카 출신인 새미 소사(시카고 컵스)에 이어 라틴계 선수로서는 두번째로 500홈런 타자에 이름을 올렸다.86년 시카고 컵스에서 큰 무대를 밟은 뒤 89년 텍사스,94년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거쳐 99년 다시 텍사스로 돌아왔다. 아울러 팔메이로는 현재 2769안타로 생애 통산 500홈런-3000안타에도 도전하고 있다.‘홈런왕’ 행크 아론,윌리 메이스,에디 머레이 3명만이 갖고 있는 기록.팔메이로는 “이들만큼 훌륭한 선수가 아니지만 꾸준하게 뛴 결과 이 자리에 오게 됐다.”며 기록달성의 의지를 밝혔다. 김영중기자 jeunesse@
  • 한가위 특집 / 볼만한 비디오

    직장인 A씨가 미리 그려보는 올 한가위 연휴 풍경.첫날엔 모처럼의 가족 해후가 주는 반가움에 여독이 절로 풀리는 것 같다.이튿날은 제사 준비하고 친지들 만나느라 분주할 것이고.차례가 끝나면 한숨 돌려 쌓인 회포를 풀고 고향 친구들과 소주 한잔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귀경이 눈앞.마음은 쉬었지만 인사하러 다니랴 술 마시랴 몸은 더 고달프기 십상.올 추석엔 차라리 가족이나 친척들이 옹기종기 모여 비디오를 보는게 어떨까? 나홀로 추석을 맞는 이들도 비디오를 벗삼아 ‘고요 속 풍요’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볼 만한 작품을 주제별로 소개한다. ●가족끼리 오순도순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가족이 훈훈한 정이 담긴 영화를 함께 본다는 것은 적지않은 기쁨이다.이 경우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라면 할머니와 외손자가 티격태격하면서 쌓아가는 끈끈한 정을 담은 ‘집으로…’와,엄마를 찾아 가는 길손이와 감이 남매가 빚는 웃음과 눈물의 여행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오세암’이다.또 정신연령 7세 아버지가 딸의 양육권을 되찾으려고 눈물겹게 싸우는이야기를 다룬 ‘아이 엠 샘’,바람둥이 독신남과 홀 어머니 밑에 있는 12살 소년과의 우정을 통해 함께 사는 의미를 생각케 하는 ‘어바웃 어 보이’ 등은 어른 아이 모두 볼 만한 작품들이다.환상적인 마법학교로 초대하며 동심을 사로잡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비한 모험이 가득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웃집 토토로’,‘모노노케 히메’는 영화판 ‘스테디셀러’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다보면 화목함이 절로 찾아온다. ●뭐니뭐니해도 액션이지 그래도 연휴엔 잔잔함보다는 통쾌하고 시원한 장르로 일상에 찌든 심신을 달래야 한다고? 그러면 역시 청룽(成龍)으로 대변되는 액션물이 최고.‘샹하이 눈’에서의 화끈한 액션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킨 청룽이 영국과 청나라를 오가며 쿵후,펜싱,총격 등 다채로운 액션을 선보이는 ‘샹하이 나이츠’가 단연 눈에 들어온다. 전화박스라는 딱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지만 보이지 않는 저격수와의 숨가쁜 대결로 최고의 긴장감을 보여준 ‘폰 부스’,팬터지를가미한 색다른 액션 ‘반지의 제왕2:두 개의 탑’,지하철에서 긴박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준 한국형 블록버스터 ‘튜브’,최민수와 조재현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술대결로 화제가 된 ‘청풍명월’도 재미가 쏠쏠하다. ●그냥 웃으며 뒹굴기 대학내 에어로빅부 여학생들과 차력부 남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소재로 한 ‘색즉시공’,내가 살 곳 있는 현재 외에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는 현재가 있다면이라는 기발한 상상의 ‘역전에 산다’,돈봉투를 좋아하다 시골분교로 발령난 선생이 서울로 되돌아 오려고 발버둥치는 소동이 배꼽을 잡게하는 ‘선생 김봉두’,망가져서 더 떠버린 김하늘과 무뚝뚝한 매력의 권상우가 만나 선사하는 젊은 웃음이 담긴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은 만사 제쳐놓고 웃음에 빠지고 싶은 이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들이다.요란스러운 분위기 속에 여성·결혼·가족애 이야기를 위트있게 그린 ‘나의 그리스식 웨딩’,미워할 수 없는 백만장자 바람둥이 휴 그랜트와 말괄량이 변호사 샌드러 불럭이 벌이는 로맨틱 코미디 ‘투윅스 노티스’도 웃음 만들기에 한몫한다. ●예술영화에 푹 젖자 삭막한 일상에 부대끼느라 잊고있던 예술에 대한 갈증을 채우는 것은 어떨까.세 여인의 촘촘한 삶과 소리없이 다가온 일상의 위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디 아워스’,니콜러스 케이지가 쌍둥이 시나리오 작가로 열연하면서 삶의 갈래길을 보여준 ‘어댑테이션’,흥행에선 참패했지만 대종상·부천영화제 등에서 잇단 수상으로 예술성을 공증받은 ‘지구를 지켜라!’가 주목할 만하다.내친김에 재출시된 명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고른다면 눈높이가 꽤 올라간다. 이종수기자 vielee@ (자료 제공:으뜸과 버금,영화마을)
  • ‘공각기동대’등 日 애니메이션 걸작선

    방학을 맞은 호기심 많은 동심들을 채워줄 콘텐츠는 다양할 것이다.그중 가장 인기있는 볼거리는 단연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테마가 있는 극장 씨네큐브의 세계영화축제가 7탄으로 마련한 ‘일본 애니메이션 걸작선’.1일부터 일주일 동안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명작 애니메이션 6편으로 어린이들을 포함한 가족 단위의 발길을 기다린다. 대표작은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매트릭스’와 ‘제5원소’의 자궁 역할을 했던 작품으로,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 애니메이션 영화제’ 최고작품상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다.2029년 지구를 배경으로 인간과 사이보그의 대결을 그려,SF액션물의 역사를 새로 쓰게 한 작품이라는 평을 듣는다. 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0년간 공을 들인 ‘이웃집 토토로’도 주목할 만한 작품.최고의 캐릭터를 낳으며 전체 연령이 골고루 즐길 수 있는 영화다.이밖에 미야자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키우라 히로유키의 ‘인랑’ 등이 리스트에 올라 있다.상영작과 시간표는 홈페이지(www.cinecube.net)에서 볼 수 있다. 이종수기자
  • “개혁적이면서도 중용 대안언론 희망 본 두해”민용태 고대 교수의 대한매일 사랑

    TV에서의 날카로운 인상과는 달랐다.17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집에서 운동복 차림으로 기자를 맞은 고려대 민용태(閔鏞泰·60)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넉넉한 이웃집 아저씨의 모습 그대로였다.그러나 대한매일을 손에 들고 우리 사회와 언론 시장을 해부하는 민 교수는 어느새 ‘비판적 지식인’으로 돌아와 있었다. ●“일부 거대 신문에 환멸을 느꼈습니다” 민 교수가 대한매일을 본격적으로 접한 것은 5년 전이라고 했다.민 교수는 “98년 출범한 국민의 정부를 극단적으로 폄하하는 일부 거대 신문에 환멸을 느꼈다.”면서 “그동안 구독했던 C일보를 끊고 대한매일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민 교수가 바라보는 일간 신문은 ‘하루의 진리’를 담는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매일 펴내다 보니 주로 그날의 뉴스를 쫓아가는 숙명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때문에 신문은 어쩔 수 없이 대중의 본능과 호기심을 자극,인기를 얻으려는 보도 행태인 센세이셔널리즘에 영합하게 된다고 민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나 동시에 신문은 대다수 한국인이 함께 보는 유일한책이기도 하다.공기로서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민 교수는 “편파적 신문은 독자들에게 식상함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꼬집었다. 민 교수가 생각하는 ‘공명정대한 신문’은 사실 자체를 보도하는 것.동시에 하나의 사안에 대해 양쪽 입장을 고루 보도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민 교수는 “대한매일에서 공평무사한 신문의 전형을 발견한다.”고 밝혔다. 민 교수는 그 예로 지난해 10월 불거져 나왔던 ‘DJ 노벨상 로비설’과 최근의 ‘김운용 동계올림픽 무산설’을 들었다.그는 “대한매일은 다른 언론과 달리 사실에 기초하여 상반된 양쪽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보도했다.”고 평가했다.민 교수는 “국익과 관련된 사안에서 객관적인 보도 태도는 언론의 생명과 같다.”면서 “언론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객관성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채 마녀 사냥을 일삼는 언론은 이미 존재 근거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안을 제시하는 신문이 돼야 민 교수는 “언론은 비판도 중요하지만 대안 제시 기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이성적인 비판에만 치중하다 보면 도덕적인 대안 제시라는 공기로서의 의무에 소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 교수는 대신 언론이 좀더 거시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눈으로 사회를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사안 하나하나에만 매몰되다 보면 여론을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민 교수는 “개혁적이면서도 중용을 지켜 나가는 대한매일이 한국 언론의 새로운 방향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민 교수는 “대한매일에는 특종은 많지만 여론을 이끌 ‘스타 필진’이 부족한 것 같다.”고 충고했다.개인 필진과 매체는 ‘밀고 당기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만큼 대한매일의 미래를 위해서는 독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스타 필진’을 꾸려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문화면에서는 정보 전달뿐 아니라 깊이 있고 풍요로운 해설에 좀 더 치중해 줄 것을 주문했다. 민 교수는 “독자들이 자전거가 아닌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신문을 선택하게 되면 그 나라의 문화적 수준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면에서 대한매일은 나의 대안이자 동시에 우리 국민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
  • “곰삭은 청국장 맹키로 재미진 이야그”/ 순 전라도사투리로 책 낸 서재환씨

    ‘넘우 까끔에 들어가서 갈비라도 쬐끔 긁다가 쥔헌티 들키 노먼 칼쿠지고 낫이고 지게 목발까지 싹 다 뿐질라 뿔고 그랬제…!(남의 산에 들어가서 솔잎이라도 좀 긁으려다 사나운 주인한테 들켜 놓으면 갈퀴고 낫이고 지게 다리까지 모두 부러뜨리고 그랬지!) 농사꾼이 순 전라도 사투리로 쓴 ‘오지게 사는 촌놈’이란 책을 펴내 화제다.주인공은 순천 농림고등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23년째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서재환(사진·47·전남 광양시 진상면 진월리)씨.그는 “배지 따땃허니 채우고 헐 지서리 없응께 노락질 삼아서 이약을 끼적거리기 시작했는디 책으로 맹글아 준다는 그마 이!”라고 적고 있다.그러나 이 책을 넘기다 보면 단순한 ‘촌놈’의 이야기가 아님을 금세 알 수 있다. 서씨는 ‘농부네 식구’‘농부네 텃밭’‘백학동 사람들’‘이웃집 나들이’ 등 우리 농촌과 농부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냈다. 소설가 문순태씨는 ‘추천의 글’에서 “4대가 항꾸네(함께) 알탕갈탕 살아가는 이야그가 푹 곰삭은 청국장맹키로솔찬히 개미(맛)가 있고 재미지다.”고 평가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
  • 이웃집 자녀 구조중 익사 ‘의사자’ 인정

    물에 빠진 이웃집 아이들을 구하다 숨진 아버지를 법원이 ‘의사자’로 인정했다. 이모씨 가족은 지난해 7월 이웃 가족과 함께 경북 포항시 개울가로 물놀이를 떠났다.튜브를 탄 딸(8)과 또래 아이들 3명이 맨몸으로 물 속에서 놀다 거센 물살에 휩쓸렸다.갑자기 수심이 깊은 곳에 떠내려 간 아이들은 모두 딸의 튜브에 매달려 허우적거렸다. 이씨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물 속에 뛰어들었지만 이웃집 아이 한 명을 물가로 밀어낸 뒤 심장마비를 일으켜 물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다른 이웃 아저씨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고,튜브를 타던 이씨 딸도 물가로 밀려나와 목숨을 건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서기석)는 1일 조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의 행위가 ‘직무외 행위’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나 같이 놀러간 이웃 자녀들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든 원고의 행위를 직무행위라 할 수 없다.”면서 “직무와 상관없이 타인의 생명을 구하다 숨진 의사자에 해당한다.”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정은주기자ejung@
  • 北송금 특검 결과 발표/정치권 상반된 평가

    대북송금 송두환 특검이 25일 김대중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1억달러를 북한에 제공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정치권도 충격을 받은 듯했다.야당은 ‘정상회담=대북송금 대가’라는 의혹이 사실로 입증됐다며 “특검을 추가로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반면 여당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송금은 통일비용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논리로 여론 설득에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은 오전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특검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한다. ●“중간발표에 불과” 한나라당은 특검이 “대북송금 5억달러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이 있고,이 가운데 1억달러가 정부가 지급한 돈”이라고 밝힌 데 대해 “나머지 4억달러와 관련한 수사가 미진하다.”고 고삐를 죄었다.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당 대북송금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인 이해구 의원은 “대가성 송금을 1억달러로 제한한 것은 피조사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한 결과”라며 “박지원씨가 세 차례에 걸쳐 북대표와 접촉,북측이요구한 10억달러를 5억달러로 깎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또 현물로 제공한 녹용과 향수 등이 ‘순수 경협자금’이란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박종희 대변인은 “민주당 정권의 정상회담용 대북송금 의도를 밝혀내고 ‘통치행위’ 운운한 국기문란사범 8명을 기소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대통령의 수사연장 거부로 비리의혹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고 밝혔다.그는 “새 특검을 실시,‘150억+α’ 등 파생비리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비용 1人 2500원꼴 투자한것” 민주당 이평수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놀랍고 믿기지 않는 일”이라면서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 해도 우리는 법률적 잣대를 넘어선 통일비용으로 간주한다.”고 주장했다.그는 “50년 대치상황을 뚫고 어렵게 이뤄진 정상회담이 1억달러를 줬기 때문에 성사됐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화갑 전 대표도 “1억달러 문제가 사실일지라도,가난한 이웃집에 가는데 그 정도의 선물은 국제적 관례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서 “한반도평화유지를 위해 국민 1인당 2500원 정도를 투자하는 것을 이해해 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주류측 김원기 고문은 “특검팀이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큰 테두리를 존중하지 못한 것은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평했다. 김상연 박정경기자 carlos@
  • 키덜트 뮤지컬 “엄마 아빠 함께 보러가요”

    ‘가족극은 어린이용’이라고 생각해왔으나 요즘 들어 말 그대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가족극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01년 초연한 이래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극단 유의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나 인기 TV 프로그램을 무대화한 연극 ‘TV동화,행복한 세상’ 등이 예.객석에 앉은 어른들의 어린 시절 향수를 정확하게 짚어낸 작품으로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28일 막을 올리는 극단 가람인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와 현재 공연 중인 극단 미추의 ‘정글 이야기’도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기기에 손색이 없는 ‘가족’ 뮤지컬이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다섯살 소년 제제,라임오렌지 나무,마음 속 작은 새,이웃집 포르투가 아저씨….누구나 한번쯤 읽어봤을 J M 바스콘셀로스의 동명소설을 뮤지컬로 각색했다. “사랑을 통해서만 사랑을 배우게 된다는 걸 그때 알았지.신에게 바람이 있다면,아이들이 늦게 철들어 세상을 아름답고 즐겁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좀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야…” 어른이 된 제제의 회상으로극이 시작되면,어느새 우리가 기억 저편으로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개구쟁이 제제와 반갑게 대면한다.아빠의 실직으로 가난한 삶을 살지만 앞마당의 라임오렌지나무와 얘기하면서 늘 밝고 천진하게 뛰노는 제제의 모습은 가슴뭉클한 감동을 안겨준다. 작가 김태수가 각색했고,섬세하고 꼼꼼한 일처리가 돋보이는 김정숙이 연출을 맡았다.여기에 드라마 작곡가로 잘 알려진 최완희가 아름다운 선율을 입혔다.극단 가람인의 선다인 기획실장은 “어른과 아이 모두가 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키덜트 뮤지컬’을 지향했다”고 말했다.7월29일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2만 5000~5만원.1588-7890. ●정글 이야기 영국 작가 키플링의 ‘정글북’을 원작으로 삼았지만 여러 면에서 색다른 시도가 눈에 띈다.주인공 ‘모굴리’를 ‘민둥이’로,호랑이와 늑대 지도자를 각각 ‘칼바람’과 ‘산마루’ 등 우리 이름으로 바꿔 아이들이 쉽게 극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인간의 행태를 우화적으로 꼬집은 원작과 달리 함께 더불어 사는 ‘공존의 법칙’을 강조한 점도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수풀 우거진 정글이 무대지만 실제 극장에는 은색 철골조로 이를 간략하게 형상화했다.아이들의 시각적 기대에는 크게 못미칠 수 있으나 오히려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대화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도 한다.찢어진 청바지를 입거나 반짝이 문신을 한 동물들의 ‘현대적’ 의상도 독특하다. 무엇보다 1년 이상 동물 흉내 내기를 갈고 닦은 배우들의 기량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특히 늑대대장 ‘산마루’역의 서이숙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객석을 압도한다.젊은 작가 배삼식이 극본을 썼고,김태근이 음악을 맡았다.연출은 정호붕.7월6일까지.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1만 5000∼3만원.(02)747-5161. 이순녀기자 coral@
  • 공포의 ‘살인犬’/ 40일새 노인2명 물려 사망

    한 마을에서 40여일 만에 2명의 노인이 이웃집 개에게 물려 숨졌다.유족들은 첫번째 사망사건이 일어난 뒤 경찰이 안이하게 대처해 또다른 불상사를 불러왔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8일 전남 고흥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쯤 고흥군 대서면 금마리에서 마을 주민 박모(73·여)씨가 이웃 장모(60)씨의 개들에게 물려 숨졌다.지난달 8일에는 주민 장모(82)씨가 같은 개들에게 변을 당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유족과 마을주민들은 경찰의 안이한 대처를 문제삼고 나섰다. 유족들은 지난달 첫 참사 당시 경찰이 사건현장 주변에서 장씨의 개를 발견하고도 증거가 부족하다며 풀어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당시 개에게서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핏자국이 발견됐고 사건현장 주변에 개 발자국과 털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는데도 개를 ‘용의자’로 단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흥 남기창기자 kcnam@
  • [맛 에세이] 대통령의 단골집

    얼마 전 대통령이 재계 대표들을 청와대 근처 단골 삼계탕 집으로 불러모아 회동을 한 게 화제가 됐죠.그 삼계탕 집이 어디인가도 궁금했지만 높으신 분들이 정장을 제대로 갖춰 입고 넥타이만 매지 않은 옷차림이 하도 튀어서 그 보도가 끝날 때까지 뉴스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습니다.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정계도 아니고 재계 대표들의 옷차림이 70년대 복고 패션을 연상케 하는 걸 보면서 ‘노타이’(no tie)와 ‘캐주얼’(casual)이 동의어였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아마도 대통령이 경제계의 대표들을 불러모으기에는 격이 맞지 않아 보이는 허름한 삼계탕 집이라서 그랬나 봅니다. 그 삼계탕 집은 서울 종로구 체부동의 ‘토속촌’(02-737-7444)입니다.지난 83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20년 동안 ‘삼계탕 명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죠.광화문 앞에서 자하문터널 방향으로 우회전해서 가다가 왼쪽에 있습니다.한옥을 여러 채 연결하여 비오는 날이면 처마와 처마 사이를 돌고돌아 다녀야 하지만 눈으로는 그 가운데로 네모지게 떨어지는 비를 보고,귀로는 기와 지붕 위로 비 뿌리는 소리를 듣고,입으로 뜨거운 삼계탕 국물을 맛보는 일은 또다른 행복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주인에게 삼계탕 만드는 법을 물어보았는데 거절했다는 얘기는 ‘가르쳐줘도 따라하지 못할 것’이란 뜻으로 한 말이 와전된 것이라고 하는데,그 말이 이해가 가는 것은 삼계탕 국물이 걸쭉하다는 것입니다. 희한한 것은 걸쭉한데도 전혀 비리지 않다는 거죠.국물을 헤치고 하나하나 뒤져보면 찹쌀,삼,은행,대추,밤,흑임자,잣,대파 외에 고소한 땅콩 냄새도 나고,황기나 녹각 같은 한약재가 들어간 듯한 향기도 납니다.또한 양이 엄청나게 많습니다.1인분에 1만원이 넘으니 그 정도 양은 되어야 불만이 없을 듯하지만 정말로 몸보신하는 기분을 만끽하게 됩니다. 대통령의 단골집 얘기를 하다보니 전직 대통령들의 단골집도 생각 나는군요.문민정부 시대에는 ‘칼국수 오찬’이 화제였지요.그냥 밀가루가 아니라 콩가루를 섞어 반죽해 고소한 맛이 나는 안동식 칼국수였다는데,덕분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즐겨 찾던 서울 성북동의 ‘국시집’(02-762-1924)이 유명해졌죠.국수뿐아니라 수육·모듬전이 맛있고,부침개가 특히 일미라 저도 여러 번 그 부침개를 사다 날랐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최규하·전두환·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들이 자주 드나드는 집은 서울 홍대 앞의 ‘동촌’(02-335-0066).처음 상을 받으면 음식점에 왔다기보다는 이웃집 집들이에 초대받아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그만큼 그릇이나 모양새보다는 맛에 신경을 쓰는 한정식 집입니다. 그러고 보니 전직이든,현직에 있든 우리나라의 수장인 대통령을 단골로 모신 집들이 그다지 화려하지는 않군요.어느 집이건 넥타이를 풀어야 할 정도로 허름하다는 사실이 기분 나쁘지는 않네요. 신혜연 월간 favor 편집장
  • 금융특집 / “주택담보대출 갈아타볼까?”

    지난해 초 은행에서 연 7.8%의 고정금리로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주부 김모(42)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액수를,그것도 같은 은행에서 빌린 이웃집 주부보다 1년에 이자를 200여만원이나 더 내고 있기 때문이다. 변동금리로 빌렸던 이웃집의 이자부담은 연 5%대 후반.변동금리부 대출이라서 시중 금리하락의 덕을 톡톡히 봤다.김씨는 현재 다른 은행으로 대출을 옮기는 것을 검토중이다.하지만 저금리만 믿고 무조건 은행을 바꿔도 괜찮을까 하는 고민도 있다.금리 이외의 조건들도 있기 때문이다. ●대출 갈아타는 비용도 고려할 것 최근 시중금리가 잇따라 하락하자 3개월짜리 CD(양도성 예금증서) 금리에 연동시키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연 7∼8%대를 웃도는 고정금리 등으로 대출을 받은 고객들은 ‘대출 갈아타기’도 고려해봄직하다.특히 최근 근저당 설정비마저 받지 않는 은행이 늘면서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더라도 대출을 바꾸는 게 유리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서 사례로 든 김씨가받은 대출상품의 만기는 3년짜리다.대출을 받은지 1년6개월이 지나 5000만원의 원금이 남았다.근저당 설정비 10만원(5000만원×0.2%)에 중도상환 수수료 50만원(5000만원×1%) 등 총 60만원의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대출을 갈아타는 것이 이득인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리가 싸다고 무작정 갈아타기를 시도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출을 옮길 경우,이전 은행에는 대출금액의 0.5∼2%를 중도상환 수수료로 내야 한다.은행이 대출로 자금을 운용하지 못하게 되는 부담의 일정 부분을 고객이 떠맡게 하는 것이다.대출 잔액이 많을수록 중도상환 수수료의 규모도 커진다. 그런데다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받을 은행에는 근저당 설정비용을 내야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보통 0.2%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대출받은 은행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데 들어가는 각종 수수료와 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갈아타지 않는 것이 좋다.각 금융회사의 조건을 꼼꼼히 따져 손익계산을 해 본 뒤 갈아탈 지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신한·우리은행 금리 비교적낮아 대출 갈아타기를 할 때 우선 들여다봐야 할 부문은 대출금리 수준이다. 13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신한·우리은행이 연 5.79%로 가장 낮다.제일은행도 연 5.80%로 상대적으로 이자가 싼 편이다.조흥(5.84%)·국민은행(5.86%) 등도 5%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하나은행은 연 6.29∼6.69%를 받고 있어 시중은행 가운데 금리가 가장 높다. 대출받은 첫해에는 이자를 상대적으로 덜 내고,다음해부터 단계적으로 많이 내는 방법도 있다. 농협은 대출기간을 3년으로 정하고,대출 첫 해에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연 5.55%의 금리를 적용한다. 그러나 둘째 해에는 5.8%,마지막 해에는 6.05%로 차등 설정해 이자부담이 점차 커진다. 김유영기자 caril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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