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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관 10돌 맞은 김석원 전쟁기념관장

    ‘인간들은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켰다.권력을 위해,때론 영광이나 명예를 위해,또 한 때에는 사랑을 위해….’ 얼마전 개봉된 영화 ‘트로이’의 도입 부분 내레이션이다.‘트로이전쟁’은 10년간 계속됐던 기원전 최대의 전쟁으로 예술과 문학사에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트로이’는 저 유명한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의 배경이 되고 있다.실재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인간 상상력의 극치다.3000여년이 지난 지금도 ‘트로이 목마’가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류는 역사 이전의 시대부터 숱한 전쟁을 치르고,또 기억하면서 살아왔다.‘전쟁’이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 1·2차 세계대전,6·25전쟁,베트남전쟁 등에서 실증적으로 경험했다.이라크 전쟁은 지금도 진행형이다.그래서 전쟁은 기억하고 싶던 아니던 인간과 더불어 영원히 ‘기념’될 수밖에 없다고 학자들은 얘기한다. ●1년에 100만명 관람… 분단의 상징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은 민족분단의 ‘상징’이다.해마다 이맘때쯤 가장 붐빈다.‘보훈의 달’이라는 이름아래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올 6월은 더욱 의미가 깊다.10일로 개관 10돌을 맞았기 때문이다. 전쟁기념관은 예상보다 찾는 이가 많다.연평균 100만명이 이곳을 들른다.이에 10년을 곱하면 그동안 1000여만명이라는 엄청난 인원이 이곳을 다녀갔다는 계산이다. 며칠전 김석원(64) 전쟁기념관장을 만나기 위해 기념관 ‘전사자명비’ 앞을 막 지나는 순간이었다.백발의 두 노병이 눈에 들어왔다.둘은 손가락을 짚어가며 돋보기를 들이대며 전사자명비를 열심히 살폈다. “연대장님,여기 있네요.이놈이 틀림없어요.” “백마고지,그 김 중사 맞아?” “그렇습니다.연대장님.” 이윽고 둘은 ‘김○○’이라고 적힌 이름 앞에 쪼그려 앉았다. “이놈 참 용감했어.그때 고집만 안 부렸어도 살았을 텐데….” “연대장님,그래도 김 중사가 아니었으면 우리 연대본부는 아마 몰살당했을 겁니다.” “하긴,그래.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가로막힌 남북은 그대로야.이놈은 죽어서 우리한테 아무 말도 안하고 말야.살아 있다는 게 덧없을 뿐이야.” “…….” 잠시 침묵이 흘렀다.두 노병의 눈가는 이미 젖어 있었다.시인 모윤숙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가 문득 생각났다. ‘…나는 죽었노라.스물다섯 젊은 나이에,대한민국의 아들로 숨을 마치었노라.질식하는 구름과 원수가 밀려오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드디어 드디어 숨지었노라….’ 때마침 견학온 유치원생 100여명이 그 앞을 시끄럽게 지나가는 바람에 더 이상의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전쟁기념관의 이운세 홍보부장은 “6월이어서 옛 전우의 이름이라도 찾으려는 노병의 발길이 더욱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작전통으로 이름날린 36년 ‘군인의 삶’ “전쟁기념관은 한마디로 전쟁을 단일주제로 5000년 민족사를 조망하고 있지요.그 교훈을 마음으로 새기고 두번 다시 전쟁의 참극을 겪어서는 안되겠다는 실천적 결의를 다지는 호국의 전당입니다.” 김 관장은 예비역 중장이다.육군본부 작전참모부장과 제5군단장,군수사령관 등을 지냈다.군 안팎에서는 소문난 ‘작전통’이다.지난 5월10일 관장으로 부임했다.그는 부임한 지 한달밖에 안됐다고 강조했지만 베트남전 참전과 36년 동안 군에 몸담아서인지 전쟁기념관의 중요성과 역할,그리고 나아갈 길에 대해서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반적인 박물관과는 다르죠.추모의 기능이 있습니다.20만여명의 전사자명비가 있어 추모객들의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전쟁기념관은 우리 민족이 겪은 전쟁사가 살아 숨쉬는 국내 최대의 군사박물관이자 아시아 최고의 기념관으로 우뚝 섰습니다.” 김 관장의 목소리가 더욱 빨라졌다.전쟁기념관은 도심속의 시민문화공간이라고 했다.3만 5000여평의 너른 부지위에 연못,분수,녹지공간이 그렇단다.매년 나라사랑 그림그리기 대회,평화사랑 글짓기 대회,청소년 문화교실,호국추모 꽃꽂이 전시회,6·25음식먹기 행사,열린음악회,영화시사회,패션쇼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이루어지는 곳이며 이용하기에 따라 정말로 유익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어린이연극,청소년연극,도자기체험교실,과학체험교실,호신무예교실,전통예절교실 등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체험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8년 발해건국 1300주년을 맞아 ‘발해를 찾아서’나,2000년의 6·25전쟁 50주년 특별기획전 ‘아! 6·25’,2002년의 DMZ특별기획전 ‘갈 수 없는 땅,그러나 가야만 하는 곳’ 등은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고 했다. 김 관장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대부분 전쟁기념관을 찾을 정도로 중요한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면서 “그동안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영국의 앤드루 왕자,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고(故) 살라후딘 말레이시아 국왕,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 등 30여개국의 VIP들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용산 박물관벨트 중심으로 도약할 것 전쟁기념관에 보유중인 유물만 해도 3만여점에 이른다.김 관장은 “지난 4월 세계적 군사박물관인 프랑스의 앵발리드 박물관과 ‘양해 및 교류협약서’를 맺는 등 앞으로 스페인·영국 등 외국의 박물관과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2005년 국립박물관의 용산이전이 완료되면 기념관 일대는 새로운 박물관벨트로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로 한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관 10주년에 맞춰 국내 최초로 ‘우리나라 전통무기’ 특별기획전이 열립니다.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전통무기를 총망라했지요.국보급·보물급도 많이 선보일 예정입니다.” 김 관장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소탈하면서도 업무추진력만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오자복 현 성우회장과는 각별한 인연을 쌓고 있다.김 관장이 15사단 39연대 작전주임때 오 회장은 39연대장이었다.이후 김 관장은 오 회장의 ‘수제자’라는 별칭이 붙었다. 1940년 경북 영주 출생인 그는 가난한 농가의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61년 6월 사병으로 군입대했으나 장교가 멋있어 62년 6월 소위(갑종166기)로 임관했다.이후 위관급때에는 15사단에서,영관급때에는 28사단에서만 근무하게 되는 인연을 맺었다.28사단 81연대 2대대장 시절에는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연대장,김동진 전 국방장관이 인근 3대대장으로 근무했다. “15사단은 젊은 시절 대부분을 보내 제 마음의 고향입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女백만장자들 검소하며 관대”

    ‘크게 꿈꾸고 실천하는 여성만이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많은 여성들이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하지만 모든 여성이 부자가 될 수는 없다.부자가 된 여성들에게는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다.토머스 스탠리는 여성 백만장자 1165명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최근 발간한 책 ‘이웃집 여성 백만장자’를 통해 4가지 ‘비법’을 소개했다. ▲욕심껏 목표를 세우라:대부분의 여성 백만장자는 연·월·주·일별로 목표를 세운 뒤 이에 따른 다양한 결과를 예상하고 대처한다. ▲사소한 것에도 최선을:많은 여성 부호들은 생활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꼼꼼하게 따진다.남편에게 생활을 맡기는 경우는 5%에 불과하다. ▲자신을 팔아라:별볼일 없는 사업을 하더라도 남들에게는 항상 즐거운 것처럼 보이는 것이 좋다. ▲과거를 돌아보지 마라:80%의 여성 백만장자는 결코 지난일에 마음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응답한 여성 백만장자의 평균 연령은 49세였고,수입은 41만 4000달러(약 5억원)였다.이들은 아침 5시58분에 기상해 밤 10시32분에 잠들며,1주일에 49시간 일하고 3∼4시간은 운동한다. 여성과 남성 백만장자들의 차이는 뭘까.이 책에서는 관대함과 검소함을 꼽았다.이들은 미국인 평균의 3배인 수입의 7%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새 옷을 사는 대신 헌 옷을 기워 입는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儒林(111)-제1부 王道 제4장 文正公

    儒林(111)-제1부 王道 제4장 文正公

    제1부 王道 제4장 文正公 다기망양(多岐亡羊). ‘여러 갈래 길에 이르러 양을 잃었다.’는 뜻으로 달아난 양을 찾으려는 데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는 바람에 정작 양은 놓치고 말았다는 얘기다.이는 열자(列子)의 설부(說符)편에 나오는 고사로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다. “전국시대의 사상가로 양주(楊朱)가 있었다.당시에는 천하의 혼란을 다스리기 위해 ‘모두가 서로 사랑하라(兼相愛).’를 부르짖는 묵자(墨子)의 사상이 대유행을 보이고 있었다.묵자는 ‘남을 사랑하기를 자기 자신을 사랑하듯 하라.’하면서 ‘겸상애’야말로 ‘돌아가면서 서로를 이롭게 하는 교상리(交相利)’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는데,이와는 달리 양주는 극단적인 개인주의,혹은 이기주의를 표방하고 있었다. 양주의 개인주의는 ‘내 몸의 터럭 한 개를 가지고 세상을 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나는 터럭 하나도 뽑을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묵적,혹은 묵자의 겸애설(兼愛說)과 대비를 보여 ‘양주묵적’이라고 통칭되던 바로 그 사람인 것이다. 어느 날 양주의 이웃집 양 한 마리가 달아났다.그래서 그 집 사람은 물론 양주의 집 사람까지 동원되어 양을 찾으러 나서느라고 안팎이 매우 분주하였다.이 모습을 본 양주가 물었다. “양 한 마리를 찾는다면서 왜 그리 많은 사람이 나서느냐.” 그러자 하인이 대답하였다. “예,양이 달아난 쪽에는 갈림길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후 모두들 지쳐서 돌아왔는데,양은 찾지 못했다고 했다.갈림길마다 사람들이 찾아 나섰지만 갈림길에 또 다른 갈림길이 있어서 양이 어디로 달아났는지 통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양주는 갑자기 우울해져서 하루 종일 말도 하지 않았다.제자들이 그 까닭을 물어도 대답조차 없었다.그래서 맹손양(孟孫陽)이란 제자가 선배인 심도자(心都子)를 찾아가 앞서 있던 일을 말하고 스승인 양주가 입을 다문 이유를 물었다.이에 심도자는 이렇게 대답하여 주었다. “그것은 선생님이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라네.곧 ‘큰 길에 갈림길이 많기 때문에 양을 잃어버리듯이 학문하는 사람들은 다방면으로 배우기 때문에 본성을 잃는다.학문이란 원래 근본이 하나인데,그 말단에 와서 이와 같이 달라지고 만 것이다.그러므로 하나의 근본으로 돌아간다면 얻는 것도 잃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시고는 현실이 그렇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면서 입을 다무신 것이라네.” 여기서부터 ‘다기망양’은 학문의 길이 너무 여러 갈래로 나뉘어서 다방면에 걸쳐 지나치거나 지엽적인 것에 얽매이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비유로 쓰이게 되었는데,오늘날에도 선택할 대상이 너무 여러 가지가 있어,어느 것을 택할지 곤혹스러운 경우에도 이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찔끔찔끔 술을 마시면서 생각하였다. 양주가 걱정하였던 대로 갈림길이 많기 때문에 양을 잃어버린 것처럼 오늘날 문밖에는 갈림길이 많이 있어 정치가 실종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기독교에서 예수가 자신을 따르는 사람을 양이라 표현한 것처럼 양은 백성을 의미하는 비유일 것이다.정치란 양을 편안히 하고 정치가는 양을 풀밭으로 이끄는 목자(牧者)일 것이다. 양을 풀밭으로 이끄는 길이 정치의 근원이므로 이 길은 복잡하지 않고 오히려 단순할 것이다.그러나 수많은 이데올로기와 정쟁과 편가르기에 의해서 정치의 길은 수많은 갈림길로 갈라져 있는 것이다.따라서 오히려 이 수많은 갈림길 때문에 막상 우리가 찾아야 할 잃어버린 양은 찾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성영우의 탄식대로 오늘날 문밖 정가에는 갈림길이 많기도 하여 백성들은 저문 날을 근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儒林(111)-제1부 王道 제4장 文正公

    제1부 王道 제4장 文正公 다기망양(多岐亡羊). ‘여러 갈래 길에 이르러 양을 잃었다.’는 뜻으로 달아난 양을 찾으려는 데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는 바람에 정작 양은 놓치고 말았다는 얘기다.이는 열자(列子)의 설부(說符)편에 나오는 고사로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다. “전국시대의 사상가로 양주(楊朱)가 있었다.당시에는 천하의 혼란을 다스리기 위해 ‘모두가 서로 사랑하라(兼相愛).’를 부르짖는 묵자(墨子)의 사상이 대유행을 보이고 있었다.묵자는 ‘남을 사랑하기를 자기 자신을 사랑하듯 하라.’하면서 ‘겸상애’야말로 ‘돌아가면서 서로를 이롭게 하는 교상리(交相利)’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는데,이와는 달리 양주는 극단적인 개인주의,혹은 이기주의를 표방하고 있었다. 양주의 개인주의는 ‘내 몸의 터럭 한 개를 가지고 세상을 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나는 터럭 하나도 뽑을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묵적,혹은 묵자의 겸애설(兼愛說)과 대비를 보여 ‘양주묵적’이라고 통칭되던 바로 그 사람인 것이다. 어느 날 양주의 이웃집 양 한 마리가 달아났다.그래서 그 집 사람은 물론 양주의 집 사람까지 동원되어 양을 찾으러 나서느라고 안팎이 매우 분주하였다.이 모습을 본 양주가 물었다. “양 한 마리를 찾는다면서 왜 그리 많은 사람이 나서느냐.” 그러자 하인이 대답하였다. “예,양이 달아난 쪽에는 갈림길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후 모두들 지쳐서 돌아왔는데,양은 찾지 못했다고 했다.갈림길마다 사람들이 찾아 나섰지만 갈림길에 또 다른 갈림길이 있어서 양이 어디로 달아났는지 통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양주는 갑자기 우울해져서 하루 종일 말도 하지 않았다.제자들이 그 까닭을 물어도 대답조차 없었다.그래서 맹손양(孟孫陽)이란 제자가 선배인 심도자(心都子)를 찾아가 앞서 있던 일을 말하고 스승인 양주가 입을 다문 이유를 물었다.이에 심도자는 이렇게 대답하여 주었다. “그것은 선생님이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라네.곧 ‘큰 길에 갈림길이 많기 때문에 양을 잃어버리듯이 학문하는 사람들은 다방면으로 배우기 때문에 본성을 잃는다.학문이란 원래 근본이 하나인데,그 말단에 와서 이와 같이 달라지고 만 것이다.그러므로 하나의 근본으로 돌아간다면 얻는 것도 잃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시고는 현실이 그렇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면서 입을 다무신 것이라네.” 여기서부터 ‘다기망양’은 학문의 길이 너무 여러 갈래로 나뉘어서 다방면에 걸쳐 지나치거나 지엽적인 것에 얽매이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비유로 쓰이게 되었는데,오늘날에도 선택할 대상이 너무 여러 가지가 있어,어느 것을 택할지 곤혹스러운 경우에도 이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찔끔찔끔 술을 마시면서 생각하였다. 양주가 걱정하였던 대로 갈림길이 많기 때문에 양을 잃어버린 것처럼 오늘날 문밖에는 갈림길이 많이 있어 정치가 실종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기독교에서 예수가 자신을 따르는 사람을 양이라 표현한 것처럼 양은 백성을 의미하는 비유일 것이다.정치란 양을 편안히 하고 정치가는 양을 풀밭으로 이끄는 목자(牧者)일 것이다. 양을 풀밭으로 이끄는 길이 정치의 근원이므로 이 길은 복잡하지 않고 오히려 단순할 것이다.그러나 수많은 이데올로기와 정쟁과 편가르기에 의해서 정치의 길은 수많은 갈림길로 갈라져 있는 것이다.따라서 오히려 이 수많은 갈림길 때문에 막상 우리가 찾아야 할 잃어버린 양은 찾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성영우의 탄식대로 오늘날 문밖 정가에는 갈림길이 많기도 하여 백성들은 저문 날을 근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길섶에서] 기찻길/우득정 논설위원

    어린 시절의 기억은 항상 고향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기찻길에서 시작된다.저녁 무렵 철길 위에서 기다리노라면 이웃 과수원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사과를 쥐어 주곤 했다.또 기찻길은 선로 위에 대못을 올려두면 칼날로 변하는 마법의 대장장이이기도 했다.겨울철에는 형들과 함께 철로를 따라 떨어진 조개탄을 줍는 것이 가장 큰 일과였다. 어느 가을 이웃집 아이가 기차에 치여 죽었던 날,어머니는 기찻길을 지나던 엿장수가 아니었다면 막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철로 위에 서서 기적을 울리며 달려오는 기차를 신기한 듯 바라보던 막내를 엿장수 아저씨가 온몸을 던져 구해줬단다.아이들로부터 그 얘기를 전해 듣고 고마움을 표시하려 엿장수를 찾았더니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는 얘기와 함께. 이름조차 생소한 한 기업이 보낸 사보가 책상에 놓여 있다.고속철 선로로 장식된 표지를 넘기니 하루 서너 차례 굉음을 울리며 마을 앞을 지나던 기차의 사진도 실려 있다.선로 주위를 감싼 아지랑이도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다.갑자기 기적 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듯하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효섭 엄마의 孟母리포트] 美명문대 5곳서 합격통지 받은 이효섭군

    ‘초등 홈스쿨링→중학교 입학→민족사관고 입학→중퇴→미 명문대 5곳 합격’ 이효섭(18)군의 우여곡절 학창시절이다.보통 학생들처럼 학교생활을 하지 못했다.값비싼 유치원에 다니지 않았고,초등학교 과정은 집에서 엄마에게 배웠다.중학교는 ‘물’ 좋다는 강남 지역도 아니었다.남들이 보내고 싶어 안달복달하는 민족사관고는 1년만에 자퇴했다.하지만 학교를 그만둔 지 1년.효섭이는 미 명문대 5곳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았다.효섭이가 합격 통지서를 받은 대학은 워싱턴 세인트루이스(Washington University in Saintlouis)와 노스웨스턴(Northwestern),터프츠(Tufts),칼튼(Carleton),스워스모어(Swarthmore) 등 모두 5곳.국내에서는 하버드나 옥스퍼드 등 아이비리그 대학만 알려졌지만 미국 내에서는 아이비리그 못지않게 명성이 있는 명문대들이다.효섭이는 현재 워싱턴 세인트루이스대 생의학·화학 복수전공과정 진학을 고려하고 있다.몸과 마음을 다 치료하는 의료선교사가 되고 싶어서다. 원하는 대학에 쉽게 합격했지만 효섭이는 너도나도 앞다퉈 시키는 학원이나 고액과외 등 사교육의 ‘축복’은 받지 않았다.‘무너져가는’ 공교육의 혜택을 받은 것은 중학교 3년이 전부였다.남들이 부러워하는 외국 대학에 진학하게 된 데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아들의 특성을 이해해 재능을 맘껏 펼치게 조용히 뒷바라지한 어머니 윤영(46)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이의 재능은 만들어진다 어떻게 공부를 시켰을까? 윤씨는 “어려서부터 아이의 특성과 재능을 파악하고 혼자 공부할 수 있도록 환경만 만들어준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네살 때였다.테이프가 딸린 동화책을 앉은 자리에서 혼자 10차례나 되풀이해 듣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효섭이가 가장 좋아한 것은 책이다.“서점에 갈 때마다 효섭이는 5만∼6만원어치씩 책을 사달라고 졸랐어요.당시 29만원에 불과한 남편 월급으로는 큰 부담이었지요.” 이후 윤씨는 책을 사는 대신 교회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을 활용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와 이문열의 ‘삼국지’는 효섭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되풀이해서 읽을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이처럼 효섭이가 ‘책벌레’가 된 데는 윤씨의 결심이 결정적이었다. 텔레비전을 치워버린 것.윤씨는 결혼 1년 뒤 효섭이를 가진 뒤부터 혼수로 장만해온 텔레비전을 시부모께 드렸다.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였다.윤씨는 대신 매일 육아일기를 쓰고 책을 읽었다. 효섭이는 이같은 윤씨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윤씨는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대신 하루종일 효섭이와 함께 책을 읽었다.어려서부터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방법을 배운 효섭이의 호기심은 날로 늘었다.외출이라도 하는 날이면 윤씨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효섭이의 물음에 일일이 답해주느라 목이 하얗게 쉬었다.대답할 때는 어른을 대하듯 정성을 다했다.“오죽했으면 친정 어머니가 ‘쓸데없는 애들 질문에 일일이 대답한다.’며 절 구박했겠습니까.하지만 전 효섭이를 하나의 어른,인격체로 대하고 싶었습니다.” 이같은 교육의 영향인지 효섭이는 여느 아이들과는 달리 부모와 ‘말이 통하는’ 신세대다.윤씨는 효섭이가 가끔 마음을 상하게 할 때도 있지만 용서를 구하며 보내온 앙증맞은 e메일 한 통에 서운함은 눈녹듯이 사라진다고 했다.“여느 수험생 엄마들처럼 저는 맘 고생 한 번 없었습니다.어려서부터 공부보다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지요.” 당연히 집안 청소와 설거지에 효섭이가 빠질 리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 말.효섭이네 생활에 크게 변화가 생겼다.효섭이의 아버지 이희명(46)씨가 베트남 합자회사인 ‘비나파이프’의 포스코 대표로 파견됐다.주변에서는 모두 ‘아이들 교육을 생각하라.’며 남편을 따라가는 것을 적극 말렸다.그러나 윤씨는 ‘가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엄마가 직접 가르치는 홈스쿨링(Home-Schooling)을 결심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홈스쿨링 발령지인 항구공업도시 하이퐁은 교육시설이 거의 없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외국인학교는 아예 없었다.윤씨는 미리 초등학교 2∼6학년 교과서와 참고서,명화와 디즈니시리즈 비디오테이프 100여개를 한꺼번에 구입해 들어갔다.베트남에서의 홈스쿨링이 시작된 것이다.그는 한국 초등학교처럼 일주일의 공부 시간표를 만들어 효섭이를 가르쳤다.국·영·수는 물론 사회,과학,미술,음악에 도덕까지….교과서를 가르친 뒤 문제집을 풀게 하는 방식이었다.학교처럼 매일 숙제도 냈다.생물학을 전공하고 사범대 교직과정을 이수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음악은 윤씨가 20여년간 교회 오르간 반주를 해온 경험이 있어 직접 가르쳤다.체육은 한 달에 5만원을 들여 태권도와 배드민턴을 가르쳤다. 문제는 영어였다.나중에 국제학교라도 보내려면 영어를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마침 적당한 과외교사가 나타났다.남편 회사에 통역사로 지원했던 베트남 하이퐁 해양대 교수였다.윤씨는 알파벳도 모르는 효섭이에게 대학생들이 회화교재로 쓰는 ‘스트림라인’으로 가르치게 했다.문법은 필요할 때마다 윤씨가 통역을 해서 가르쳤다.매일 2시간씩 매주 4차례 강의에 한 달 강의료는 300달러가 채 들지 않았다.베트남의 싼 물가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발음이 문제였다.발음 교정을 위해 마침 하이퐁 해양대 교수로 와 있던 87세의 미국인 노 교수를 매주 한 차례 집으로 모셔 한 시간씩 발음을 가르쳤다.어린이 영어성경을 읽어주면서 교리 공부까지 하는 방식이었다.윤씨는 “뭐든 말하기를 좋아하는 효섭이가 말도 안 되는 영어로 얘기하는 것을 참을성 있게 들어준 그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면서 “영어를 강요하기보다 흥미를 느끼도록 돕기만 했다.”고 했다. 홈스쿨링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았다.사교성이 떨어질까 걱정이었다.그는 남편과 잠시 헤어져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로 나가 유엔에서 운영하는 국제학교인 ‘유니스’에 효섭이를 편입시켰다.이번엔 집이 말썽이었다.시청 임대아파트가 너무 낡아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일어났다.그는 효섭이를 호치민에 있는 호주계 국제학교인 IGS로 전학시켰고,남편 회사의 도움으로 가족이 합칠 수 있었다.효섭이는 6학년때 학년 대표로 선출될 정도로 적응을 잘 해 나갔다. 윤씨의 노력과 효섭이의 탁월한 언어적 재능,그리고 뭐든 영어로 떠들기 좋아하는 성격 덕분에 효섭이의 영어실력은 갈수록 향상됐다.하노이 ‘유니스’에 편입하기 전 영어 실력을 평가받기 위해 치른 영어어학원(ESL) 테스트에서는 ‘ESL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4학년때였다. 효섭이의 언어적 재능을 알아차린 윤씨는 프랑스어도 가르치기로 했다.호치민에서 만나 사귄 이웃집 스위스계 여성을 선생님으로 모셨다.타고난 언어능력 덕분인지 효섭이는 불과 여섯달 만에 웬만한 회화가 가능할 수준에 올랐다.윤씨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5학년때 잠시 귀국,친정이 있는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청강생 자격으로 시험을 치르게 한 결과 전교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윤씨는 “친정 부모님께 잠시 아이를 맡기려고 했지만 학교측에서 ‘이렇게 뛰어난 아이를 우리 학교에서는 맡을 자신이 없다.엄마가 계속 가르치는 게 낫겠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외국대학에 미련 없다 6학년 2학기.효섭이는 5년여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서울 광진구 광장중에 입학한 효섭이는 윤씨의 철저한 홈스쿨링 덕에 학업 공백 없이 새로운 생활에 잘 적응했다.성적도 최상위권이었다.한국에서 과외는 받지 않았다.지난해 미 SAT시험을 치르기 위해 화학 개인과외를 1주일 정도 받은 것이 전부였다. 중3때인 어느 날,남편이 원서 한 장을 들고 퇴근했다.민족사관고를 보내자는 것이었다.효섭이는 인문계 특차에 응시했고,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이후 국제계열로 과를 바꿨지만 학교생활은 만족스럽지 못했다.결국 효섭이는 1년만인 지난해 2월 자퇴를 결심했다.윤씨는 “혼자 알아서 공부하는 효섭이와 학생들의 모든 생활을 규제하는 학교 분위기와 맞지 않았고,1년에 최소 1500만원 이상 드는 학비가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됐다.”고 털어놨다.효섭이는 이후 혼자 공부했고,미국 검정고시인 GED에 응시해 합격했다.미 수능시험에서는 SATⅠ 만점,SATⅡ 물리·화학·수학Ⅱ·작문에서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효섭이와 윤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장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달 16일부터 시작하는 워싱턴대 생의학 계열 여름캠프에 참가해야 하지만 아직 진학을 최종 결정하지 못한 탓이다.1년에 4만3000달러에 이르는 학비도 큰 부담이다.장학생으로 뽑혔지만 통지를 늦게 받아 장학금을 신청하지 못했다. “외국 대학에 보내지 못하더라도 후회는 없습니다.효섭이가 어떤 대학을 가서 어떤 일을 하든 제 스스로 잘 해낼 자신이 있으니까요.” 윤씨는 끝까지 효섭이를 믿고 있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눈에 띄네~ 이 얼굴] ‘효자동 이발사’ 문소리

    문소리(30)는 스크린이라는 사막에 자신을 인정사정없이 내던지는,‘무지막지한’ 배우다.어떻게 하면 예쁘게 보일까,어떤 캐릭터를 맡아야 이미지 관리에 득이 될까,이래저래 몸을 사리는 여배우들과는 거리가 멀다. 보기 딱할 만큼 안면근육을 비트는 뇌성마비 장애인(오아시스),이웃집 고교생과 바람을 피우는 유부녀(바람난 가족)에서,이번엔 뽀글뽀글 파마와 몸빼바지에 툭하면 악다구니를 쓰는 우악스러운 아줌마(효자동 이발사)가 됐다. ‘효자동 이발사’에서의 역할은 엉겁결에 대통령의 이발사가 되는 남자주인공 성한모(송강호)의 아내 민자.이발소 보조로 일하다 성한모의 수작에 덜컥 임신을 하더니 하필이면 4·19 의거일에 아들을 낳는다.데모가 한창인 광장 한복판에서 남편이 끄는 손수레에 누워 산통을 겪는 모습은 그대로 코미디의 한 장면. 1960∼70년대가 배경인데다 소시민 아낙네 역할이니 메이크업 한번 제대로 했을 리 없다.무공해 매력을 또 한번 ‘날것’으로 과시한 셈이다. 성한모에 무게중심이 기운 영화여서 그녀의 역할 비중은 크지 않다.그러나 어린 아들이 중앙정보부에 끌려간 뒤 몸져누워 속앓이하는 모성애 연기는 휴먼드라마의 깊이를 책임진다.빠른 속도로 구사하는 경상도 사투리도 완벽한 수준.“경상도 출신인 부모님 덕분에 흥분하면 사투리가 튀어나온다.”더니 “촬영내내 아줌마용 덧버선만 신고다녀 이젠 집에서도 덧버선을 찾게 된다.”며 소박하게 웃는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2000년)으로 스크린 데뷔했다.‘오아시스’로 제59회 베니스영화제 신인배우상을 받으면서 국제적 스타로 발돋움했다.새로 준비중인 작품은 멜로영화 ‘사과’(감독 강이관,제작 청어람).솔직하고 당찬 20대 후반의 커리어우먼이 된다. 황수정기자 sjh@˝
  • [눈에 띄네~ 이 얼굴] ‘라이어’ 손현주

    탤런트 손현주(39)의 팬들은 그를 ‘뚝배기’라고 애칭한다.맘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에 그보다 더 잘 어울릴 수식어도 없겠다. 23일 개봉하는 코미디 ‘라이어’로 그는 올들어서만 2편의 영화를 접수(?)했다.지난달 개봉한 코미디 ‘맹부삼천지교’에도 얼굴을 내밀었던 그가 이번엔 강력계 형사가 됐다. 사건의 핵심을 콕콕 집어내는 예리한 형사? 정반대다.몇년씩이나 추적하던 탈옥범을 붙잡기 직전에 어이없게도 주인공인 택시운전사 만철(주진모)에게 검거 기회를 뺏기는 캐릭터.조직력을 갖춘 형사의 면모와는 처음부터 거리가 멀다.만철이 탈옥범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을 거라는 엉뚱한 추측으로 그의 사생활을 뒷조사하다 번번이 헛다리만 짚는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졸업 후 극단 ‘미추’소속으로 마당놀이와 창극무대 등에 서다 1991년 KBS 공채탤런트 14기로 연예계에 입문했다.올해로 데뷔 13년.편안하고 털털한 이미지로 밉지 않은 조연을 꾸준히 맡아오다 그만의 스타성을 확인받은 결정적인 작품은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MBC 수목드라마 ‘앞집 여자’.바람둥이 유부남을 연기했는데도 아줌마 시청자들의 눈밖에 나지 않았던 비결은 뭘까.누구든 무장해제시킬,맹할 만큼 털털한 미소 덕분이었을까. 안방극장에서 기가 팍 꺾인 그의 새로운 모습을 곧 만나게 된다.26일부터 방영되는 MBC 아침드라마 ‘열정’(주찬옥 극본ㆍ한철수 연출).욕심많고 괄괄한 아내에게 꽉 잡혀 살다 사업이 망해 이혼당하는 ‘가련한’ 유부남이란다. 황수정기자 sjh@˝
  • 구봉숙의 ‘쏜데이 서울’

    공중파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패러디해 탄생했지만 ‘연예인 씹기’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연예 전문 케이블 EtN의 ‘연예가 방담-쏜데이 서울’(일요일 오후 11시).여기에는 칭찬 일색의 거북함이 없다.오로지 적나라하게 꼬집고,비틀고 깐다.주류 방송들에서 사고를 친(?) 연예인들에게 천편일률적으로 남발하는 “안타깝다.”는 멘트는 “내 그럴 줄 알았다.”“똑바로 해라.” 식의 독설로 바뀐다.욕설과 성적 농담이 양념처럼 뒤섞이는 건 물론이다. 저질이라고? 일각에선 그런 쓴소리들도 한다.하지만 어쩌겠는가.까스활명수보다 더 신통하게 체증을 싹 내려주는 것을.지난 7일 속사포 입심이 한창 쏟아져 나오는,손바닥만한 녹화장을 들여다 봤다. #이게 무슨 난지도 뉴스야? 김구라·황봉알·노숙자 일명 구봉숙 트리오,시작부터 연예계가 소강상태라 뉴스거리가 없다고 투덜투덜댄다.“요즘 기사거리가 별로 없어요.신문기자의 고충을 알 것 같애.오죽하면 헤드라인으로 지상렬 뉴스가 올라왔겠어.(김구라)” “아∼이거 무슨 난지도 뉴스도 아니고 말야,쓰레기 지상렬이 톱으로 올라와?(황봉알)”“요즘 지상렬 돈 좀 버니까 옛날엔 ‘사줘 선배’하더니 요즘 달라졌어.(손으로 돈 모양을 만들면서) 사람은 여유가 있어야돼.(노숙자)” #우린 바닥인생이야 최근 ‘구라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책을 펴내고 작가로도 데뷔한 김구라가 자신이 나온 신문기사를 꺼내 든다.“내가 원래 내 얘기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어떡하겠어?기사거리가 없는데?” “우린 항상 사진 찍을 때 포즈가 똑같애.위에서 아래를 찍는 거.(특유의 시니컬한 톤으로)내가 볼 때 말이에요,사진기자들이 아마 이런 새끼들도 앉아서 올려다 보며 찍어야 되나하고 생각하는 거 같아.” “그러니까 우린 바닥인생이란 얘기야.…이 인간이 얼마나 약아.책 안되면 포장마차 같은 거 개업해서 자기 기사나온 거 붙여 놓으려고 그러는 거야.연예인들도 다 그러잖아!(황봉알)” #세월이 약이야 탤런트 조향기가 아버지 차를 도난 당했단다.“우리한테 이런 일 일어나면 바로 이거 아니야?” 황봉알 따귀 때리는 시늉.그러곤 “뭐 4년 정도 탔으면 “아! 새차” 이럴 수도 있겠네.” 바로 김구라의 직격탄.“그럼 넌 그때 기뻤냐?” “야!인간아!나는 보름만에 잃어버렸잖아!(황봉알)”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스튜디오가 흔들릴 정도. “내가 10만원 든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이웃집에서 초상난 줄 알았잖아.” 다같이 낄낄.스튜디오 밖에서도 웃음이 터진다.“내가 믿었던 친구,선·후배,동기,여자한테 뜯긴 돈만 몇백돼.다∼ 세월이 약이야.(노숙자)” #인생 많이 살았어 “이승연이 위안부 할머니 쉼터를 극비 방문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벌써 다 알 정돈데 이걸 극비라고 할 수 있나? 근데 이승연씨가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인절미 네 박스를 사들고 갔다고 하는군요.역시 인생을 많이 살았다 하는게 느껴져요.(김구라)” 태클 거는 황봉알. “근데 떡 먹다가 떡이 목에 걸려 돌아가시면 어떡하나 그런 해석도 나오는데…어쨌든 이승연씨 차기작 결정 됐어요.제목 ‘인절미’(웃음)”. 박상숙기자 alex@ ■ “씹고 또 씹고 가식을 씹어 돌려” 녹화가 끝난 뒤 마주한 구봉숙 트리오.개그맨들은 실제로 만나면 심심하다더니 그 말이 맞았다.복장이나 말투에서 반듯한 직장인 냄새를 풍기는 김구라.큰 목소리가 트레이드 마크라는 황봉알도 걸쭉한 입담을 과시할 만할 인물로 보이지 않았고 노숙자 또한 폭탄머리만 아니라면 어떻게 개그맨이 됐을까 싶을 정도로 숫기 없는 인상이다. ‘쏜데이 서울’의 권영찬 담당 프로듀서가 “우리 방송의 논설위원”이라고 잔뜩 치켜세운다. “우리가 방송에서 워낙 드세게 하니까 모르는 후배들이 슬슬 피하기도 하는데 우리 알고보면 의외로 겸손해요.고생많이 했기 때문에…무명 자체가 고생이죠.” SBS 개그맨 공채 출신인 이들은 “IMF가 터지면서 잘렸다.”고 한다.이들을 띄운 건 인터넷 방송.쇼트트랙 김동성의 금메달을 뺏어간 안톤 오노 집을 찾아가는 ‘오노 테러 기행’을 하는 등 엉뚱한 행동으로 주목 받았다. 이들의 존재가 각인된 건 이효리 덕 아닐까?이효리의 가슴 성형수술 의혹을 제기하면서 내뱉은 비속어로 비난과 관심을 동시에 받았다.황봉알은 뜻밖의 음모론(?)을 폈다.“그 말을 한 지 6개월도 더 지나서 스포츠 신문에 났어요.그 때가 효리 ‘텐 미니츠’가 막 나오기 직전이거든요.뭔가 냄새가 안나요?그래도 뭐 따지고 보면 ‘윈-윈’이었죠.우리도 뜨고 이효리도 잘나가고….”믿거나 말거나. “우리 프로는 케이블의 ‘대장금’”이라고 뻐기는 노숙자.“이 머리는 내가 원조인데 뜨질 못하니까 양동근,심태윤 이런 애들이 먼저 한 줄 안다니까.” 일찍 뜨지 못한 게 안타깝다는 표정.“야!걔네들은 너랑 스타일이 달라.제발 우기지 좀 마!” 황봉알이 바로 면박준다.서로 쉴 새없이 씹고 또 씹히는 건 이들에게 일종의 직업병 같다. “‘욕빼면 쟤들이 잘하는 거 있겠어?’하는 편견이 있는데 뭐 그런 거 신경안써요.” 황봉알은 생각 있는 시청자들은 방송의 컨셉트를 알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앞으로도 가식없는 시원한 방송 할겁니다.우리끼리 치부 드러내고 하면서…(웃음)” 박상숙기자˝
  •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 희망의 ‘Que Sera Sera’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물어 보았지.커서 미인이 될 수 있을까?,부자가 될 수 있을까?”그러면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지요.“네가 원하는 대로 잘될 거야!” 6·25 전쟁이 끝나고 정치,사회가 극도로 혼란했던 1950년대 후반.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흥얼거렸던 팝송중의 하나가 ‘Que Sera Sera’이다. 흔히 ‘될 대로 되라!’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내면서 애창됐던 이 노래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의 주제곡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애정없이 아들 하나를 키우면서 무미건조하게 살아가고 있는 중산층 미국 부부.어느해 프랑스 식민지인 모로코를 관광차 방문했다가 정치적 암살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테러리스트들은 비밀이 누설될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이들 부부의 아들을 유괴한다. 아들의 행방을 쫓기 위해 애간장을 태우는 부부.그후 이들 부부는 아들의 유괴 사건에 깊숙이 연루됐다는 심증을 갖고 있는 런던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한다.그리고 결혼 전 가수로 활동했던 아내는 아들을 재울 때마다 자장가처럼 흥얼거렸던 ‘Que Sera Sera’를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르며 아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열망한다. 미남 배우 캐리 그란트와 가수로 유명세를 얻고 있던 도리스 데이가 아들이 납치되는 사건을 계기로 짙은 부부애를 회복한다는 내용을 담은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는 히치콕의 스릴러 기법이 농축돼 1956년 국내 극장가에서 상영됐을 때 화제작이 됐다. 왈츠풍의 이 노래는 ‘피아노’로 1993년 칸 그랑프리와 아카데미 각본상을 따냈던 호주 출신 여류 감독 제인 캠피언의 신작 ‘인 더 컷’에서 주제 음악으로 다시 쓰였다. 만년 소녀 배우 멕 라이언이 올누드 정사신을 선보였던 ‘인 더 컷’에서 그녀는 맨해튼 거주 영문학 교수 프래니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녀의 집 정원에서 이웃집 여인의 시체가 발견된다.강력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뉴욕 시경 형사 말로이(마크 러팔로)가 급파된다.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리던 프래니는 사건을 수사해가면서 친절을 베풀고 있는 미남 형사에게 이끌려 결국 육체적 관계까지 맺게된다.그런데 만남을 거듭하면서 프래니는 말로이가 형사의 신분을 악용해 악마적인 살인 행각을 벌이고 있는 사내라는 것을 깨달아 간다. ‘인 더 컷’에서는 예기치 않은 살인 사건을 목격한 뒤 정신적 공황 상태에 놓이게 되는 프래니가 어린 시절 남자 친구와 스케이트를 타면서 풋풋한 첫사랑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배경 음악으로 흘러 나오고 있다. 이외 캔자스 시티의 한 주점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있는 베티(르네 젤위거)가 의학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자신의 오랜 꿈인 간호사가 됐으면 하는 희망을 추구한다는 ‘너스 베티·Nurse Betty’(2000)에서도 ‘케 세라 세라’가 배경곡으로 사용된 바 있다. 이처럼 이 노래는 현실적인 어려움에서 무사히 벗어나고 싶거나 마음속으로 갈망하는 개인적인 포부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망을 나타낼 때 단골 배경곡으로 애용되고 있다.˝
  • [이경형칼럼] 다시 신문을 생각한다

    신문을 기자가 만든다고 생각하지 말고,독자들의 입맛을 찾아,일상 생활과 직결된 정보를 서비스한다고 생각을 바꾸면,아직도 신문의 살 길은 있다고 믿는다. 오는 7일은 제48회 신문의 날이다.해마다 다가오는 이날이지만 요즘처럼 신문의 위기를 들먹이던 때는 별로 없었다.신문의 날 표어만 보아도 1960∼80년대엔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해왔지만,90년대 이후에는 신문의 신뢰,공정 보도를 다짐했다.작년엔 ‘독자에게 떳떳한 신문‘을 내세웠고,올해엔 ‘독자와 함께 하는 신문’을 부각하고 있다. 최근 탄핵과 총선 정국의 와중에서 일부 신문과 TV방송이 대결 국면을 보이면서 새삼 언론의 공정성과 신뢰성 문제가 부각되기도 했다. 한국언론재단이 매체별 신뢰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여년 전만 해도 신문의 신뢰도가 TV보다 높았으나,4∼5년전부터 반전되기 시작하다가 최근에는 신문 신뢰도가 급전직하했다.신문의 신뢰가 추락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국내 신문 시장의 독과점에 의한 여론 왜곡 현상도 꼽을 수 있다.신문 기업은 정부의 권력 행사나 시민의 생활 등 공공 영역을 다루긴 하지만,실상은 공익보다는 사기업으로서 영리를 추구하는 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온갖 경품으로 독자를 유혹하고 신문 값을 내려 독자를 끌어 모아,이를 광고 시장에 연결해주는 등 약육강식의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이러한 과정의 반복은 매체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결국은 신문 시장을 황무지로 만드는 것이다. 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젊은 독자는 점차 줄고,오마이뉴스 같은 인터넷 독립 매체의 급속한 성장으로 지금까지 종이 신문이 누려오던 여론 주도력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이제는 디지털화한 정보가 모바일로 직접 전달되는 등 미디어가 더욱 다양해져 기존 신문 위상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그러면 신문의 미래는 정녕 어두운가.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작년 10월 이후 사원들의 자발적인 이웃집 신문 돌리기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새삼 신문에 관해 많을 것을 깨닫게 된다.매일 새벽 홍보용 신문 20부를 옆구리에 끼고 아파트 꼭대기 층에서부터 층계를 내려오면서 신문을 돌린다.처음에는 한 집에 6일간을 돌리다가 전날 돌린 신문이 문 바깥에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아 3일간으로 줄였다.‘홍보용’이라는 스탬프가 찍혀 있지만 그래도 거절하는 집들이 3∼4곳은 된다. 신문을 들여놓지 않은 집은 다음날 다시 걷어오면서 그 집은 빼고 돌린다.공짜 신문도 귀찮다는 집들이 의외로 많다.지난 6개월간 신문을 돌리면서 그날의 1면 머리기사와 두 번째 기사의 제목을 적고,신문을 사양한 집의 호수도 함께 기록해 나갔다.다른 신문들과 전혀 색다른 뉴스가 실린 날에는 신문을 내놓는 집이 줄어들었다. 서울신문의 주말 종합정보가 담긴 타블로이드판 48면 섹션 ‘We’가 발행되는 금요일자의 경우,토요일에 전날 돌렸던 집을 가보면 신문을 그대로 바깥에 둔 가정이 거의 없거나,있다 해도 ‘We’는 들여가고 본지만 바깥에 내놓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기서 신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감지할 수 있다.독자들은 ‘그 밥에 그 나물’같은 신문들을 2개 이상 볼 이유가 없다.독자가 진정으로 찾는 정보를 제대로만 제공한다면 신문 독자를 개발할 여지는 많다는 생각이다. 사실 인터넷·무가지 등으로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선된 정보를 맛깔스럽게 전달하는 신문의 기능은 오히려 돋보일 수 있다.신문을 기자가 만든다고 생각하지 말고,독자들의 입맛을 찾아,일상 생활과 직결된 정보를 서비스한다고 생각을 바꾸면,아직도 신문의 살 길은 있다고 믿는다. 편집제작 이사 khlee@˝
  • 환자 주주 병원 꿈꾸는 ‘닥터짱’장일태 원장

    “환자가 주주가 되는 그런 최초의 병원을 만들 생각입니다.기쁨이나 고통을 서로 나누며 산다는 ‘나눔의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서지요.” ‘나눔’은 최근들어 부쩍 확산되는 문화코드 가운데 하나다.지난해 9월 ‘아름다운재단’(상임이사 박원순 변호사)에서 ‘나눔의 병원’ 1호로 지정된 나누리병원의 장일태(47·서울 강남구 논현동)원장.그는 지금까지 허리수술만 8000여건을 해와 의학계에서도 ‘허리박사’로 통한다.특히 척추수술의 꽃인 척추유압수술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일반 환자들은 그를 가리켜 이웃집 아저씨같은 ‘닥터짱’이라고 부른다.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병원 입구부터 각층 진료실,입원실,식당에까지 중견 화가의 그림이 항상 걸려 있다.얼핏 보기에는 병원인지 화랑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개인취향 때문이냐고 했더니 그는 ‘나눔의 철학’이라며 웃었다.그러면서 의사는 환자에게 늘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부연했다.환자들이 식상해 할까봐 1∼2개월마다 그림을 교체하는 배려까지 잊지 않는다.웃음과 친절,나눔의 행동이 몸에 밴 탓이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강국’이 ‘허리병 왕국’을 만들어낸 셈이죠.요즘에는 젊은 요통환자들이 더욱 늘고 있습니다.” 장 원장은 요즘 새로운 컨셉트의 치료법을 하나 개발해냈다.나이와 체력에 맞는 운동을 통해 치료하는 이른바 ‘맞춤운동’이다.운동이 단지 예방기능만이 아니라 치료의 수단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골프 마니아들은 허리를 다치기 매우 쉽다.”면서 “타이거 우즈도 메덱스라는 기기를 이용,하루 40분씩 운동을 한 결과 비거리가 훨씬 늘어났다.”고 귀띔했다.얼마전 국가대표급 수영선수들이 장 원장을 찾아와 허리통증을 호소했을 때 그가 내린 처방 단지 윗몸일으키기를 잘 하라는 운동요법이었다.어눌하고 순한 말투 때문에 ‘순둥이 원장’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환자가 주주가 되는 병원을 위해 우선 ▲85개 병상을 지닌 중대형 병원 지분 50%를 직원들에게 나눠준 뒤 ▲순차적으로 ‘나누리법인’을 만들어 뜻을 이루겠다고 거듭 밝혔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술CF는 ‘독한女 순한男’

    술CF는 ‘독한女 순한男’

    ‘소주는 미녀,맥주는 박력남?’ 도수를 낮췄다고 하지만 여전히 알코올 도수 20도가 넘는 소주는 미모의 여성이,맥주와 10도 안팎의 순한 술은 박력 있는 남성이 광고모델로 나서는 게 대세로 자리잡았다.소주 광고를 여배우가 맡은 것은 이영애가 1998년 진로 ‘참이슬’의 모델로 나서면서 시작됐다.술의 주요 소비층이 남성이다 보니 이전에는 여성이 술광고의 주모델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주류회사가 제공하는 달력 정도에서 수영복을 입고 웃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영애의 청순한 매력이 돋보인 소주 광고가 좋은 평가를 얻자 황수정·박주미·김태희 등이 줄줄이 모델로 발탁됐다.두산의 ‘산’은 참이슬과 반대로 최민수·유오성·장동건 등 남성미 넘치는 모델을 내세웠으나 최근 새 모델로 손예진을 기용했다.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22도에서 1도 내리면서 부드러워진 맛을 손예진의 부드러운 미소를 통해 전달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시원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마시는 맥주는 주로 남성 모델을 기용하고 있다. 하이트 프라임맥주의 최근 광고는 권상우를 1900년대 초반 유럽 식민지 시절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중국 상하이(上海)로 데려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재현했다. 권상우가 직접 줄에 매달려 와이어 액션 연기를 하면서 이소룡의 기괴한 기합소리 속에 맥주의 시원한 거품맛을 살려냈다.이에 앞선 하이트의 다른 광고도 김래원·김남준 등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모델을 내세웠다.카스맥주도 역시 김태희의 친동생 이완을 내세워 거칠고 도전적인 광고를 선보였다. 국순당의 전통주들은 ‘털털한’ 이미지의 모델을 애용한다. 최근 출시된 ‘삼겹살에 메밀한잔’은 드라마 ‘천생연분’의 탤런트 권오중을 기용했다.광고는 옛날 추억이 떠오르는 허름한 술집에서 삼겹살을 먹는 권오중이 욕쟁이 할머니로부터 ‘삼겹살에 메밀한잔’을 받아 즐겁게 마신다는 내용이다.권오중이 술을 찾자 할머니가 “니가 갖다 먹어.이놈아!”라고 외치지만 결국에는 삼겹살엔 ‘메밀한잔’이 제격이라며 정겹게 챙겨준다. 정 많은 욕쟁이 할머니 역에는 제작진이 3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100여명의 할머니를 인터뷰한 결과 영등포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하는 승옥환(70) 할머니로 낙점했다. 제작진은 평생 욕을 모르고 살아온 분이라는 할머니로부터 욕을 듣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고 한다.권오중이 “할머니,제발 저에게 욕 좀 해주세요.”라고 애걸복걸했지만 할머니로부터 나온 가장 심한 욕은 ‘이놈!’이 전부였다고 제작진은 소개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모델로 기용된 승 할머니가 받은 모델료는 500만원.할머니로부터 어렵게 얻어낸 욕은 방송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극장 광고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백세주 광고도 송강호를 내세워 이웃집 아저씨와 같은 친근감을 전달하고 있다. 광고를 제작한 휘닉스컴측은 “소주 광고는 미모의 탤런트들이 유혹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삼겹살에 메밀한잔’은 전통주인 만큼 일상의 편한 술자리에서 친근감을 줄 수 있는 남성 모델을 기용했다.”고 밝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근대 기상관측 100년] “이웃집 딸 야외결혼 한다며 맑은 날 알려달랬을때 당황”

    근대 기상 100주년을 맞아 안명환(59) 기상청장은 “2004년을 기상관측 향후 100년의 새로운 원년으로 삼고 고객 중심의 기상예보 서비스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다음은 일문일답. 근대 기상관측 100년의 의미는. -역사를 되돌아 봄으로써 선현들의 기상 기술을 이어받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정하자는 취지다.이를 위해 기상시스템의 혁신사업을 병행할 것이다. 태풍 루사와 지난 4일 쏟아진 폭설 등으로 예보 및 재난관리체계 허점이 노출됐는데. -우리나라의 기상예보 정확도는 85%로 예보 선진국인 미국 88%,일본 86%에 뒤지지 않는다.하지만 한반도의 3면을 둘러싼 바다와 높은 산의 영향으로 날씨 변화가 심해 예보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이같은 지역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 단위로 예보체계를 구성하고 국지예보구역 한 곳에 기상대 하나씩을 설치할 예정이다.또한 중앙재해대책본부 등과 연계해 방재기상 업무를 전담하는 기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기상청에 몸담은 34년 동안 기억나는 일화는. -이웃집 딸이 야외결혼식을 한다고 비가 오지 않는 날을 알려달라고 부탁을 해 무척 당혹스러웠다.또 염전사업이 호황을 이룰 때 여름철에 비가 오지 않는 날을 예측해 동업을 하자는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 중점을 둘 기상 사업은. -우선 슈퍼컴퓨터 2호를 최대한 빨리 도입,집중호우와 태풍예보 정확도를 높여 기상재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겠다.또 예보브리핑 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태풍·황사 전문 예보관제 시행 등 고객위주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유지혜기자 wisepen@˝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내 마음속의 출석부

    작년 가을에 이웃집에서 복수초를 나누어 받았다.뿌리는 구근이 아니라 흑갈색 잔뿌리와 검은 흙이 한데 엉켜 있고,키는 땅이 닿을 듯이 작은데 잎도 새의 깃털처럼 잘게 갈라져 있어서 전체적으로 볼륨이 느껴지지 않아 하찮은 잡초처럼 보였다.그 전에 나는 복수초라는 화초를 사진으로 본 적은 있지만 실물을 본적은 없기 때문에 그게 과연 눈 속에서 핀다는 그 복수초인지 잘 믿기지 않았다.생각해서 나누어준 분 앞이라 당장 양지 바른 곳에 심긴 했지만 곧 가을이 깊어지니 워낙 시원치 않아 보이던 이파리들은 자취도 없어지고 나 역시 그게 있던 자리조차 기억 못하게 되었다. 아마 3월이 되자마자였을 것이다.샛노란 꽃이 두 송이 땅에 닿게 피어 있었다.하도 키가 작아서 하마터면 밟을 뻔했다.그러나 빛깔은 진한 황금색이어서 아직 아무 것도 싹트지 않은 황량한 마당에 몹시 생뚱스러워 보였다.그리고 곧 큰 눈이 왔다.아무리 눈 속에도 피는 꽃이라고 알려져 있어도 그 작은 키로 견디기엔 너무 많은 눈이었다.나는 눈으로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꺾인 듯이 축 처진 소나무 가지를 바라보면서 마음으로는 그 샛노란 꽃의 속절없음을 생각하고 있었다.대문 밖의 눈은 쳐주었지만 마당의 눈은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에 녹아 없어지는데 며칠 걸렸다. 놀랍게도 제일 먼저 녹은 데가 복수초 언저리였다.고 작은 풀꽃의 머리칼 같은 뿌리가 땅 속 어드메서 따뜻한 지열을 길어 올렸기에 그 두터운 눈을 녹이고 더욱 샛노랗게 더욱 싱싱하게 해를 보고 있었다.온종일 그렇게 피어 있다가 해질 무렵에는 타원형으로 오무라든다.그러다가 아주 시들어버릴 줄 알았는데 다음날 해만 뜨면 다시 활짝 핀다.그러나 마냥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곧 안 깨어나고 져버리는 날이 있겠기에 그게 피어 있는 동안만이라도 누구에겐가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어서 나는 집에 손님만 오면 그걸 구경시킨다. 그러나 내가 기대하는 것만치 신기해 해주는 이가 별로 없다.어떤 친구는 마당에 피는 꽃이 백가지도 넘는다고 해서 부러워했는데 이런 것까지 쳐서 백가지냐고 기막힌 듯이 물었다.듣고 보니 내가 그런 자랑을 한 적이 있는 것 같았다.그러나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그 친구는 아마 기화요초가 어우러진 광경을 상상했었나 보다.내가 백가지도 넘는다고 한 것은 복수초 다음으로 피어날 민들레나 제비꽃 할미꽃까지 다 합친 수효이다. 올해는 복수초가 1번이 되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산수유가 1번이었다.곧 4월이 되면 목련 매화 살구 자두 앵두 조팝나무등이 다투어 꽃을 피우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날짜를 달리해 순서대로 피면서 그 그늘에 제비꽃이나 민들레,은방울꽃을 거느린다. 꽃이 제일 먼저 핀 것은 복수초지만 잎이 제일 먼저 흙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상사초고 그 다음이 수선화이다.수선화는 벚꽃이 필 무렵에나 필 것 같고 상사초는 잎이 시들어 지상에서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이나 더 있다가 꽃대를 밀어 올릴 것이다.이렇게 그것들을 기다리고 마중하다 보니 내 머릿속에 출석부가 생기게 되고 출석부란 원래 이름과 함께 번호를 매기게 되어있는지라 100번이 넘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이름을 모르면 100번이라는 숫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그것들이 순서를 지키지 않고 멋대로 피고 지면 이름이 궁금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출석을 부르지 않아도 그것들은 올 것이다.그래도 나는 그것들이 올해도 하나도 결석하지 않고 전원출석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것들이 뿌리로 씨로 잠든 땅을 함부로 밟지 못한다.그것들이 왕성하게 자랄 여름에는 그것들이 목마를까봐 마음 놓고 어디 여행도 못할 것이다.그것들은 출석할 때마다 내 가슴을 기쁨으로 뛰놀게 했다.100식구는 대식구다.나에게 그것들을 부양할 마당이 있다는 건 생각만 해도 뿌듯한 행복감을 준다.내가 이렇게 사치를 해도 되는 것일까.괜히 송구스러울 때도 있다. 그것들은 내가 기다리지 않아도 올 것이다.그래도 나는 기다린다.기다리는 기쁨 때문에 기다린다. ˝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내 마음속의 출석부

    작년 가을에 이웃집에서 복수초를 나누어 받았다.뿌리는 구근이 아니라 흑갈색 잔뿌리와 검은 흙이 한데 엉켜 있고,키는 땅이 닿을 듯이 작은데 잎도 새의 깃털처럼 잘게 갈라져 있어서 전체적으로 볼륨이 느껴지지 않아 하찮은 잡초처럼 보였다.그 전에 나는 복수초라는 화초를 사진으로 본 적은 있지만 실물을 본적은 없기 때문에 그게 과연 눈 속에서 핀다는 그 복수초인지 잘 믿기지 않았다.생각해서 나누어준 분 앞이라 당장 양지 바른 곳에 심긴 했지만 곧 가을이 깊어지니 워낙 시원치 않아 보이던 이파리들은 자취도 없어지고 나 역시 그게 있던 자리조차 기억 못하게 되었다. 아마 3월이 되자마자였을 것이다.샛노란 꽃이 두 송이 땅에 닿게 피어 있었다.하도 키가 작아서 하마터면 밟을 뻔했다.그러나 빛깔은 진한 황금색이어서 아직 아무 것도 싹트지 않은 황량한 마당에 몹시 생뚱스러워 보였다.그리고 곧 큰 눈이 왔다.아무리 눈 속에도 피는 꽃이라고 알려져 있어도 그 작은 키로 견디기엔 너무 많은 눈이었다.나는 눈으로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꺾인 듯이 축 처진 소나무 가지를 바라보면서 마음으로는 그 샛노란 꽃의 속절없음을 생각하고 있었다.대문 밖의 눈은 쳐주었지만 마당의 눈은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에 녹아 없어지는데 며칠 걸렸다. 놀랍게도 제일 먼저 녹은 데가 복수초 언저리였다.고 작은 풀꽃의 머리칼 같은 뿌리가 땅 속 어드메서 따뜻한 지열을 길어 올렸기에 그 두터운 눈을 녹이고 더욱 샛노랗게 더욱 싱싱하게 해를 보고 있었다.온종일 그렇게 피어 있다가 해질 무렵에는 타원형으로 오무라든다.그러다가 아주 시들어버릴 줄 알았는데 다음날 해만 뜨면 다시 활짝 핀다.그러나 마냥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곧 안 깨어나고 져버리는 날이 있겠기에 그게 피어 있는 동안만이라도 누구에겐가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어서 나는 집에 손님만 오면 그걸 구경시킨다. 그러나 내가 기대하는 것만치 신기해 해주는 이가 별로 없다.어떤 친구는 마당에 피는 꽃이 백가지도 넘는다고 해서 부러워했는데 이런 것까지 쳐서 백가지냐고 기막힌 듯이 물었다.듣고 보니 내가 그런 자랑을 한 적이 있는 것 같았다.그러나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그 친구는 아마 기화요초가 어우러진 광경을 상상했었나 보다.내가 백가지도 넘는다고 한 것은 복수초 다음으로 피어날 민들레나 제비꽃 할미꽃까지 다 합친 수효이다. 올해는 복수초가 1번이 되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산수유가 1번이었다.곧 4월이 되면 목련 매화 살구 자두 앵두 조팝나무등이 다투어 꽃을 피우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날짜를 달리해 순서대로 피면서 그 그늘에 제비꽃이나 민들레,은방울꽃을 거느린다. 꽃이 제일 먼저 핀 것은 복수초지만 잎이 제일 먼저 흙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상사초고 그 다음이 수선화이다.수선화는 벚꽃이 필 무렵에나 필 것 같고 상사초는 잎이 시들어 지상에서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이나 더 있다가 꽃대를 밀어 올릴 것이다.이렇게 그것들을 기다리고 마중하다 보니 내 머릿속에 출석부가 생기게 되고 출석부란 원래 이름과 함께 번호를 매기게 되어있는지라 100번이 넘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이름을 모르면 100번이라는 숫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그것들이 순서를 지키지 않고 멋대로 피고 지면 이름이 궁금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출석을 부르지 않아도 그것들은 올 것이다.그래도 나는 그것들이 올해도 하나도 결석하지 않고 전원출석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것들이 뿌리로 씨로 잠든 땅을 함부로 밟지 못한다.그것들이 왕성하게 자랄 여름에는 그것들이 목마를까봐 마음 놓고 어디 여행도 못할 것이다.그것들은 출석할 때마다 내 가슴을 기쁨으로 뛰놀게 했다.100식구는 대식구다.나에게 그것들을 부양할 마당이 있다는 건 생각만 해도 뿌듯한 행복감을 준다.내가 이렇게 사치를 해도 되는 것일까.괜히 송구스러울 때도 있다. 그것들은 내가 기다리지 않아도 올 것이다.그래도 나는 기다린다.기다리는 기쁨 때문에 기다린다.
  • 스크린에 나이는 없다

    “늙거나 혹은 어리거나” 영화보기의 고정관념을 깨는 한국영화 2편이 잇따라 개봉된다.관록의 중견배우들이 스크린을 완전장악한 ‘고독이 몸부림칠 때’(19일 개봉)와 아역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가 일품인 ‘아홉살 인생’(26일 개봉).영화는 ‘20대 청춘만을 예찬하란 법이 있느냐.’며 편견을 꼬집는 독특한 작품들이다. ■ ’고독이 몸부림칠때’ 60대 홀아비들의 유쾌한 도발 주현·송재호·양택조·김무생·선우용녀·박영규·진희경.드라마를 끌어가는 주인공들의 면면만으로도 영화의 심상찮은 질감이 감지되는 코미디다.청춘스타들에 의존하는 주류영화의 안락한 공식을 외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시선을 끌 만하다. ‘물건리’라는,이름도 재미있는 바닷가 시골마을의 삶은 고독할 수밖에 없다.알도 제대로 못 낳는 타조들 때문에 시름하는 농장주인 중달(주현)은 혼자 사는 이웃집 진봉(김무생)과 만나면 어린애들처럼 티격태격 쌈박질이다.그나마 온전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건 아내(이주실)와 아옹다옹하며 구멍가게를 꾸리는 찬경(양택조)뿐.중달,진봉과 마찬가지로 필국(송재호)도 어린 손녀를 키우는 재미만으로 홀로 적적하게 말년을 보내기는 마찬가지다. 60대 홀아비들의 건조한 일상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영화는 유쾌한 에피소드들을 본격적으로 엮어낸다.세련된 자태의 중년 여인 송여사(선우용녀)가 서울에서 내려오자 늙은 홀아비들의 일상에는 전에 없던 균열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관찰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TV드라마에서 묵직한 기둥역할을 해온 중견스타들이 군상드라마의 부분적인 캐릭터가 되어 일렬횡대로 늘어선 형국은 그 자체로 ‘낯선 충격’이다. 코미디의 강도를 높이는 역할은 ‘물건리 삼총사’로 불리는 주현·김무생·양택조가 도맡다시피 했다.말장난과 에피소드에 기대는 코미디에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건 오히려 코믹배우 이미지가 강한 박영규의 몫.중달의 동생으로 오십줄을 바라보는 노총각인 중범 역의 그는,무슨 영문인지 형의 협박에도 절대 결혼만은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오랫동안 주류영화에서 소외돼온 부분들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영화는 참신함의 미덕을 힘껏 발휘했다.꿈에 나타난 죽은 어머니에게 “엄마”라 부르며 어리광 피우는 주현,여자 팬티를 몰래 훔쳐 입는 김무생,동성애자로 둔갑한 박영규 등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고유의 결을 유지한 채 생생히 살아 있다.가공의 흔적이 없는 소박한 전원에 카메라를 고정시킨 것도 남다른 뚝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그러나 이런 미덕들은 외려 단점으로 꼬집힐 위험성도 있다.7명의 캐릭터들을 지나치도록 공평하게 해설하는 탓일까.집중력이 떨어지는 데다 갈수록 이야기가 방향타를 잃고 흩어지는 느낌이다. 황수정기자 sjh@ ■ ’아홉살 인생’ 아홉살 꼬마들의 사랑과 우정 ‘아홉살 인생’(제작 황기성사단)의 주연은 대부분 초등학생.하지만 이들은 어른 뺨치는 의뭉스럽고 개성강한 연기로 동심의 세계를 감성있게 그린다.그리고 묻는다.당신의 아홉살 때 모습은 어떠했나요? 또 지금은? 영화가 열리면서 펼쳐지는 맑고 정감어린 수채화는 전체 분위기를 오롯이 암시한다.잔잔한 풍경을 담은 몇 폭의 그림은 해맑은 동심으로 아기자기하게 펼쳐지는 한편의 동화 속 세계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한다. 영화는 아홉살 지민(김석)을 중심으로 그들만의 올망졸망한 세계를 보여준다.그 곳엔 동네 뒷산이 있고 맞장뜨기 장면이 나온다.도시락 못 싸오는 친구,서울서 전학온 부잣집 딸이 있다.그들의 만남에 풋사랑과 질투,우정과 대결,빈부 격차 등 인간사 모든 일을 빼곡하게 담는다.누구나 한번은 거쳐온 고만고만한 추억을 한보따리 풀어놓으며 입가에 연신 미소를 번지게 한다.그것은 ‘공감의 힘’인데 영화에서 한꺼번에 쓰느라 날씨가 틀린 일기를 베껴 써 들통난 일,여학생 고무줄을 끊어 혼난 일,돈이 없어졌다고 눈을 감기고 자백을 유도하는 장면 등으로 다가온다. 무대는 70년대 산동네.여민은 속이 깊은 초등3년생.여공 시절 사고로 한쪽 의안을 한 어머니(정선경)가 놀림을 받자 선글라스를 사주려고 돈을 모으기 위해 얼음과자(아이스케키) 장사에 어른들 심부름을 하면서 학교에선 의리있는 대장노릇도 한다.이 조숙한 동심은 우림(이세영)이 서울에서 전학오면서 미묘한 감정으로 바뀐다.내심을 감추고 주위에서 맴돌다가 차츰 마음을 드러내면서 그를 좋아하던 금복의 질투가 맞물리고 여민의 순정이 익어가면서 감동도 짙어간다. 하지만 영화는 ‘그들만의 세계’를 완전히 재현하지는 못한 듯하다.몸은 동심이지만 그들이 걸친 옷에는 어른의 자취가 이따금 어른거린다.여민과 대장자리를 놓고 다투는 검은 제비의 말투나,우림·금복의 용어가 너무 나이 들어 보인다.또 서울서 전학온 여학생과 시골 학생의 순애보를 다룬 구도는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를 연상케 해 진부할 수도 있다.그러나 이런 흠이 영화의 잔잔한 감동을 막지는 못한다.달콤하고 시고, 떫고, 맵기도 한 아련한 그리움들이 묻어난다.애늙은이 같은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한 김석을 비롯,그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나아현 등 앙증맞은 아역들의 연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종수기자 vielee@˝
  • 부모 돈받으러간 새 화재…어린남매 단칸방서 참변

    부모가 밀린 임금을 받으러 가면서 집을 비운 사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집을 지키던 어린 남매가 목숨을 잃었다.9일 오후 4시20분쯤 서울 성동구 도선동 3층짜리 주상복합 건물 3층 김모(30)씨 집에서 불이 나 김씨의 딸(6)과 아들(4)이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불은 김씨의 4평짜리 단칸방과 이웃집 일부를 태우고 20분 만에 꺼졌지만 김양 남매는 출입문 쪽이 불길에 휩싸이는 바람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사고 당시 김씨와 부인(29)은 김씨의 밀린 임금 12만원을 받기 위해 집을 비운 상태였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7년 전 결혼한 뒤 중국집 배달원 등으로 일하며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집에서 살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지난해 건강이 악화돼 일을 그만두면서 딸이 다니던 어린이집도 그만두게 했다.”면서 “어떻게든 밀린 돈을 받아 어린이집을 다시 보내려고 했는데….”라며 오열했다. 이세영기자 sylee@
  • ‘신용불량’ 40대실직가장 아내·두딸 살해후 자살

    실직한 40대 가장이 가족 3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5일 오후 4시쯤 인천시 남구 주안7동 T아파트 3동 610호 이모(45)씨 집에서 이씨와 아내 안모(35)씨,두 딸(12세,10세) 등 모두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당시 안씨는 과도에 목이 관통당한 채 욕실 욕조 안에 엎드려 있었고, 이씨는 왼손 동맥이 찔린 채 욕조 밖에 엎드려 있었다.두 딸은 안방에서 누운 채 발견됐으며,커피잔 2개 속에는 독극물로 보이는 흰색가루가 있었다.경찰은 “우리 걱정 없는 하늘나라에 가서 살자.”는 내용의 유서가 3월1일자로 돼 있고,같은날 오후 11시까지 안씨와 술을 마셨다는 이웃집 한모(40)씨의 진술에 따라 이들이 지난 1일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무직인 이씨가 신용불량자인 데다 휴대전화 사용료가 90여만원이나 밀려 있는 점에 비춰 경제적인 어려움을 비관,아내와 자식을 살해한 뒤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이씨가 남긴 다른 글에는 “당신은 좋아하는 사람이랑 잘 살어.”라고 쓰인 점으로 미뤄 아내가 바람을 피운 데 대한 비관도 겹쳤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내가 그녀를 죽였다고?-‘아웃오브타임’

    12일 개봉하는 ‘아웃 오브 타임(Out of Time)’은 반전과 음모를 적당하게 버무린 전형적인 스릴러.음모에 휘말린 주인공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험을 아슬아슬하게 탈출하는 과정을 적당한 반전 속에 담아 긴박감도 맛볼 수 있다. 무대는 플로리다 해변 마을.보안관 매트(덴젤 워싱턴)는 내연의 관계인 앤(산나 라단)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동정과 연정이 겹치면서 이성이 마비된 그는 사무실에 보관하던 범인들의 압수금을 몰래 꺼내 그녀에게 건네준 뒤 함께 스위스로 건너가 특수치료를 받을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앤의 집에 불이 나고 앤과 남편이 죽으면서 매트는 사건의 용의자로 몰릴 위기에 처한다.방화 직전 초조한 상태에서 앤의 집을 찾은 자신을 목격한 이웃집 할머니,앤과의 통화 내역,앤이 가입한 보험의 수익자로 지정된 것 등 모든 정황이 자신에게 불리한 상태다.더구나 수사를 책임진 강력반 형사는 이혼 소송을 준비 중인 아내 알렉스(에바 멘데스)여서 혼자 음모를 밝혀야 하기에 덫에서 벗어나는 길은 더 험난하다. 아내와 함께 수사를 하던 매트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서 영화의 흡입력은 늘어난다.칼 프랭클린 감독은 치밀한 구성으로 주인공을 ‘덫’에 가둔 뒤 그가 탈출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지나치게 말끔한 구성이 오히려 애초의 의도를 가로막고 자연스러운 몰입을 깨뜨린다.매트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없애가는 아슬아슬한 장면을 많이 배치한 것이나 너무 잦은 우연은 거북하다.또 반전 구도가 너무 틀에 박혀 결말이 빤히 보이는 것도 긴박감을 떨어뜨린다.게다가 마지막에 아내와의 화해 등 모든 것이 너무 쉽게 풀려서 싱겁다 못해 허탈해진다. 하지만 아카데미상을 두번이나 움켜쥔 덴젤 워싱턴의 연기는 여전히 돋보인다.위험에 빠진 캐릭터의 다양한 심리 상태를 실감나게 표현한다.영화 전체를 거의 혼자 끌고가다시피 하면서 연신 시선을 빨아들인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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