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희망 줄 게 뭔지 고민하라”
“경제가 어려운 지금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하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여러분 손에 달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새 정부의 장·차관들을 향해 ‘MB노믹스(이명박 경제 철학)’와 ‘창조적 실용주의’ 등 자신의 국정철학을 강도 높게 설파했다. 정치적 안정의 필요성과 공직자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조했다.
●“오일 쇼크 이후 최대 경제위기”
이 대통령은 16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처음 열린 ‘국정철학 공유를 위한 장·차관 워크숍’에서 어려운 경제상황부터 짚었다. 노타이에 간소복 차림으로 분위기를 풀었지만, 이내 냉정한 진단과 송곳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현재의 경제상황은 아마 오일쇼크 이후 최대의 위기 같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너무 어려워져서 내수가 점점 악화되면 중소기업이 더 어려워질 것이고 결국은 서민들 생활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최근 단행된 유류세 인하 결정의 부적절한 타이밍을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유가가 유지될 때 10% 내렸으면 국민들이 느낄 텐데,10% 내려봤자 유가가 오르니까 전혀 체감을 못하고 세수만 줄어들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20일이 6개월 같다.”,“정치적 안정 필요”
취임 후 눈코뜰새 없이 보낸 시간도 회고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한 지 딱 20일 되는 날이긴 한데 6개월 정도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실검증 논란속에 장관 후보자 3명이 낙마하는 등 정권 초기의 파문으로 심적 고충이 컸음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민들은) 뭔가 좀 새로운 게 나오지 않나 하시고, 언론은 한 1년쯤 된 정권으로 알고 많은 충고를 한다.”며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과 여론의 비판에 대한 부담감도 토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악화되는 경제적 상황과 연계해 “이 즈음에서 정치적 안정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정 안정을 위해 내달 총선에서 여당의 과반 의석 확보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장·차관에게 ‘내부지향형 인간상’ 주문
이 대통령은 ‘고독한 군중’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리즈먼의 저서를 인용해 “전통지향형은 마냥 전통과 관습에만 따르는 사람, 타인지향형은 주관이나 소신없이 일하는 사람, 내부지향형은 자기확신과 자신감, 주체성을 가지고 원칙에 따라 사람들을 이끌어 나가는 형”이라며 장차관들이 ‘내부지향형’ 인간상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10년간의 정권이 이번에 바뀌었지만 과거기간으로 친다면 적어도 30년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국민에게 보답하는 길은 결국 국민이 기대하는 대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정주영 회장과의 일화 눈길
과거 정부가 민간기업을 격려하고 인센티브를 주던 방식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연초가 되면 대통령이 중동 근로자들에게 ‘여러분은 근로자가 아니라 산업역군이다. 여러분이 버는 달러가 한국경제를 살린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감동을 줬다.”고 소개했다.
특히 고 정주영 회장과의 에피소드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현대가 수출 3위를 해 정부로부터 스포츠카를 받았는데, 고 정 회장이 용도를 모른 채 비좁은 뒷좌석에 한달간 타며 형편없다고 불평을 했다.”면서 “나는 조수석에 ‘반쯤 누울 정도’로 편하게 탔다.”고 말해 장내 웃음을 이끌어 냈다. 한편 박대연 티맥스소프트 대표는 특강을 통해 자신을 ‘30년 소프트웨어의 산 증인’이라고 소개하며 “24년간 영화 한 편 보지 못했고 평생 하루도 쉬어 본 적이 없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며 격려하기도 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