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흑자’ 뛰어넘은 실적
올 들어 11월까지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1998년(403억 7000만달러) 이후 처음으로 400억달러를 돌파했다. 사상 최대치다. 12월분까지 합하면 43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년동월 대비 수출입 증가율이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서 ‘불황형 흑자’에서 탈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원화가치와 국제유가가 오르는 내년부터는 이 정도 흑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09년 11월 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42억 8000만달러 흑자였다. 11개월 누적 흑자도 사상 최대인 411억 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지난 2월 이후 10개월째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흑자 규모는 지난 8월 19억 1000만달러에서 9월 40억 5000만달러, 10월 47억 6000만달러로 늘었지만 지난달에는 소폭 감소했다. 서비스수지와 경상이전수지의 적자 규모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서비스 수지의 경우 여행수지와 기타서비스수지를 중심으로 적자 규모가 전월 13억 1000만달러에서 16억 6000만달러로 확대됐다.
이영복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지난달 경상수지가 전월보다 줄어든 것은 추세적 요인이 아니라 계절 요인 때문”이라면서 “12월 중 경상수지 흑자 폭이 약간 줄어들겠지만 흑자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보여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43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수출 감소폭이 수입 감소폭보다 적어서 얻어지는 흑자를 뜻하는 ‘불황형 흑자’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1월 수출과 수입은 전년동월에 비해 각각 18.0%와 2.4% 증가했다. 전년 동월대비 수출입은 지난해 11월부터 줄곧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했으며, 지난 2월부터는 수출 감소폭이 수입 감소폭보다 작았다.
사상 최대 흑자는 우리나라 주력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의 선전을 펼친 결과로 분석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반도체 DRAM, 휴대전화,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등 국내 5대 주력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높은 환율과 낮은 원자재 값 등 가격 요인이 수출을 뒤에서 밀어준 효과도 컸다. 일본계 경쟁기업이 부진했던 덕도 봤다. 이 때문에 내년에 환율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고 세계 경제의 회복이 본격화하면 흑자폭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은은 내년 경상 흑자가 170억달러로 줄어들고 2011년에는 90억달러까지 작아질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흑자폭을 150억달러로 예상했으며, 대다수 연구기관도 100억달러 후반대로 내다봤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