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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봇에 뇌 이식, 죽지 않는 인간 만든다”…러 아바타 계획

    “로봇에 뇌 이식, 죽지 않는 인간 만든다”…러 아바타 계획

    러시아의 한 백만장자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영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플랜에 돌입했다고 밝혀 눈길을 모으고 있다. 드미트리 이츠보프(31)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러시아 미디어산업계의 거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전 세계 다른 기업가들에게 사이버네틱(Cybernetic·인공두뇌학) 아바타 연구계획에 투자해 줄 것을 권하고 있다. 생명연장에 한계가 있는 육체를 버리고 로봇에 두뇌를 이식하는 이 프로젝트는 2045년 완성을 목표로 ‘글로벌 퓨처 2045’라 부르며, ‘아바타 프로젝트’라 부르기도 한다. 이츠보프는 이를 위해 이미 과학자 30여 명을 고용했으며,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억만장자로 이름을 올린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당신에게 또 다른 부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당신은 영원히 불사하는 인생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것은 단지 판타지가 아니다. 이러한 목표는 당신이 살아있는 동안 이뤄질 것이며, 당신의 손에 달려 있다.”며 전 세계 백만장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의 ‘불멸의 아바타 프로젝트’ 계획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2015년~2020년. 사람의 뇌파로 로봇을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 ▲두 번째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사람의 뇌를 이식할 수 있는 아바타를 만든다. ▲세 번째 2030년~2035년. 인공두뇌를 가진 아바타를 만들고 여기에 인간의 개성과 의식을 이식한다. ▲네 번째 2040년~2045년. 홀로그램 아바타, 즉 불멸의 존재를 완성한다. 이츠보프는 과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만약 질병과 심장 등 장기의 퇴행이 없다면 우리의 두뇌는 200~300년 더 살 수 있다.”면서 “우리의 최종목표는 아바타를 이용해 새로운 행성을 탐험하는 것이 아닌, 불멸·불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노장이 金 메쳤다

    노장이 金 메쳤다

    먼 길을 돌아왔다. 투기 종목인 유도에서 환갑이나 다름없는 서른셋에 처음 올림픽 무대에 섰다. 마지막일 거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의지의 사나이’ 송대남(33·남양주시청)은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실력은 늘 세계 정상권. 하지만 한 끗이 부족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는 권영우에게 밀렸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선발전에선 ‘굴러온 돌’ 김재범에게 밀렸다. 당시 김재범은 올림픽을 10개월 남기고 왕기춘(포항시청), 이원희(용인대 교수) 등 강자들이 득실거리던 73㎏급에서 체급을 올려 세계 1위 송대남을 누르고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상실감이 너무 컸던 탓에 2008년 5월 대표선발전이 끝난 뒤 도복을 벗기도 했다. 그러길 반 년. 정훈 남자대표팀 감독의 설득으로 그해 말 다시 도복을 고쳐 입었다. 이듬해 1월 파리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며 ‘짧고 굵은’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불운은 끝이 아니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두고 무릎 부상으로 양쪽에 인공 인대를 이식했다. 정 감독은 “무릎 수술을 받고 일주일 만에 걷더니 한 달도 안 돼 재활에 들어갔다. 그리고 50일 만에 본 운동을 시작했다. 의지의 사나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난해 3월 송대남은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김재범과 피말리는 경쟁을 펼치던 81㎏급을 버리고 올림픽 꿈을 이루고자 도박을 감행한 것. 남들은 은퇴를 고민할 나이에 그는 낯선 90㎏급으로 옮겼다. 그리고 ‘신예’ 이규원(용인대)을 제치고 극적으로 런던행 티켓을 쥐었다. 경기가 끝난 직후 뜨거운 눈빛 교환에서 눈치를 챘을지도 모르겠다. 송대남과 정 감독은 동서지간이다. 정 감독 부부 집에 인사 온 송대남이 처제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성실하고 듬직한 송대남을 예뻐하던 정 감독은 이미 여러 차례 여자를 소개했지만 그때마다 퇴짜(?)를 맞았다고. 하지만 우연히 만난 송대남과 처제는 불꽃처럼 타올랐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결혼식을 올렸다. 올림픽 직전 아들도 낳았다. 역경에 부딪힐 때마다 자신을 다잡아줬던 은인이자 손위 형님의 못 이룬 꿈(정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동메달리스트다)을 동서는 금메달로 보답했다. 런던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체니 “롬니 부통령 선정 과정에 4년전 페일린 같은 실수 말아야”

    체니 “롬니 부통령 선정 과정에 4년전 페일린 같은 실수 말아야”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이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선정한 것은 ‘실수’라고 말했다. 체니 전 부통령은 29일(현지시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한 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에게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부통령 후보의 자격에 대해 “(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이 될 능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페일린 전 주지사는 정치 경력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준비된 대통령을 가리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8년 부통령 선정 과정은 잘 관리되지 않았다.”면서 “롬니 전 주지사는 당시와 달리 제대로 된 선정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0년 대선 당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 캠프에서 러닝메이트 선정 작업을 주도했던 체니 전 부통령은 이후 자신이 부통령 후보로 선정돼 8년간 재임했다. 최근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그는 롬니 후보의 러닝메이트 물색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베스 마이어스에게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몸무게 12㎏의 3세 아이에게 52㎏ 성인 뇌사자 심장 이식

    건국대병원 소아심장외과 서동만 교수팀은 선천적인 난치성 심장질환을 앓는 체중 12㎏의 3세 아이에게 체중 52㎏인 성인(27) 뇌사자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수술 후 1개월이 지난 현재 아이는 양호한 회복상태를 보여 이달 중에 퇴원할 방침이다. 이번 수술은 심장을 이식받는 환자와 기증자의 체중 차이가 40㎏이나 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에게 성인의 큰 심장을 이식하면 심장이 자리 잡을 공간이 부족한 데다 성인 심장은 박출량이 달라 고혈압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갑자기 뇌혈류량이 증가하면서 치명적인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서동만 교수는 이런 문제를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몸집보다 큰 심장을 이식했을때 일시적으로 폐가 위축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심장이 환자의 몸집에 맞게 작아지기 때문에 위치만 잘 잡는다면 기술적으로 이식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심장을 이식한 환아는 ‘좌심실형성부전’이라는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다른 대학병원에서 4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결국 심기능 저하로 인한 심정지가 발생하면서 인공심폐장치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해 왔다. 서 교수는 “이번 심장이식 수술은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이뤄진 심장이식 수술 사례 중 체중 차이가 가장 큰 경우였다.”면서 “그럼에도 환아의 흉곽을 넓히는 별도의 조치 없이 수술에 성공함으로써 이제는 체중 차이로 인한 심장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심장이식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지난 4월에도 생후 4개월 된 뇌사 아이의 심장을 11개월 된 환아에게 이식한 바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미모로 주름잡던 당신도… 주름에 발목 잡혔다면

    [Weekly Health Issue] 미모로 주름잡던 당신도… 주름에 발목 잡혔다면

    피부 주름치료는 더 이상 여성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는 관심사가 되었다. 시대의 흐름이다. 흔히 말하는 안티 에이징(Anti-aging), 즉 노화방지는 자연의 법칙에 맞서는 과학성의 대명사가 되었고, 이 중에서도 핵심은 피부의 주름치료로 집약된다. 물론 이미 생긴 주름을 의학적으로 치료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다. 주름이 안 생기게 하거나 덜 생기게 하는 일도 그렇다. 그래서 이 분야의 전문성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는 기대이기도 하다. 이런 피부 주름치료를 두고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이상준 원장과 대화를 나눴다. ●먼저, 주름이 왜 문제가 된다고 보는가 미래학자들은 인간의 수명이 130세까지 연장되며, 머지않아 100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처럼 수명이 늘면 삶의 질과 가치에 대한 고민도 늘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실제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가 경쟁력이라고 믿는 것도 주름에 대한 고민을 낳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젊고 아름다운 외모가 경쟁력인 세상이니 주름이 치료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하지 않나. ●인체생리적 관점에서 본 주름 생성 이유는 피부는 25∼30세부터 노화가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세포가 줄고 기능이 떨어지면서 주름이 만들어진다. 피부는 표피·진피·피하지방층으로 나뉘는데, 피부노화는 전 층에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표피 두께가 줄고 진피와 표피의 접촉면도 위축된다. 또 면역기능을 하는 랑게르한스 세포가 줄어 면역력이 떨어지고, 멜라닌 세포가 줄면서 자외선 방어기능도 약해진다. ●주름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원인에 따라 표정주름과 중력에 의해 처지는 주름, 전반적 또는 국소적 잔주름 등으로 나눈다. 특히 얼굴의 표정근은 다른 부위와 달리 근육의 한쪽이 피부에 붙어 있어 표정을 지을 때마다 피부를 움직여 주름을 만든다. 이런 안면근육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주름이 눈가 주름이다. 부위별로는 안면·목·이마·미간·팔자·턱·눈가 주름 등으로, 형태에 따라 잔주름·깊은주름·골주름으로 나누기도 한다. ●주름에도 시대상이 반영되는가 그렇다. 단기간에 심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늘면서 몸은 젊어졌는데 얼굴은 겉늙는 경우가 많다. 짧은 시간에 급하게 체중을 줄이면 얼굴의 지방이 감소해 주름이 생기기 쉽다. 얼굴은 지방세포의 특성상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 살이 먼저 빠지고, 나중에 찐다. 따라서 심한 다이어트를 하면 얼굴 지방은 줄지만 피부 면적은 그대로여서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글쪼글하게 변한다. 또 스트레스로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마나 미간주름으로 고민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주름 치료의 발전 과정은 기존의 수술적 주름치료법인 안면거상술은 늘어진 피부를 잘라내고 근육을 당겨서 봉합하는 방법으로, 신경손상 등의 문제가 있어 레이저치료라는 대안이 등장했다. 초기 레이저치료는 박피를 통해 콜라겐 재생을 유도하는 이산화탄소나 어븀 야그 방식이 주류였으나 장기간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불편함과 색소침착 우려 등이 있었다. 이런 레이저치료는 이후 고주파나 프락셀 등을 이용해 박피하지 않고 치료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이 가운데 서마지는 한 번의 시술로 피부를 깊게 벗겨내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주름치료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서마지도 1∼2세대를 거쳐 최근에는 3세대인 CPT로 진화했고, 여기에 더해 울세라 고강도 집속초음파를 이용해 근육층까지 직접 작용하는 주름치료법도 적용되고 있다. 이후 가장 최근에 개발된 이프라임은 피부 진피층에 직접 미세바늘을 삽입해 자극하는 방식으로, 한번의 시술로 콜라겐 재합성과 볼륨 재배치 등 수술과 대등한 효과를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주름치료법은 유형이 무척 다양하지 않나 그런 편이다. 안면거상술이나 박피술 외에도 고주파 열을 가해 피부를 수축시키는 서마지 CPT, 고강도 집속초음파인 SMAS로 열을 가해 주름을 없애는 울세라, 피부진피층에 미세바늘을 삽입해 콜라겐 합성을 유도하는 이프라임까지 무척 다양하다. 또 신경 마비약물로 주름 근육을 마비시키거나 자가지방 이식술, 자가혈 필러, 보충물질을 이용하는 필러주입술, 자신의 혈액 속 성장인자를 이용해 콜라겐 재합성을 촉진시키는 자가혈 피부재생술도 있다. ●각 치료법의 특성도 짚어 달라 안면거상술은 가끔 신경을 손상하고 회복기간이 길며, 피부층에 실을 삽입하는 실주름 제거술은 안면거상술보다 간단하지만 효과가 제한적이다. 화학박 및 레이저박피술은 2∼3개월이나 붉은 기운이 남아 있고, 색소가 침착되는 문제가 있다. 이런 피부주름 치료의 신기원이 바로 서마지다. 특히 3세대 서마지인 CPT는 서마지의 유일한 단점이었던 통증까지 완화했다. CTP는 병변에 에너지를 균일하게 전달해 눈이나 입가의 잔주름은 물론 깊은 주름, 팔뚝이나 뱃살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필자가 SCI 최상위 등급의 미국과 유럽 학회지에 게재한 서마지 관련 논문의 인용 지수만 봐도 CTP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도를 알 수 있다. 비용도 부위와 면적에 따라 200만∼450만원 선으로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프락셀 레이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천개의 점을 피부에 만들고, 그 점을 통해 레이저 빔을 투과시켜 주름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피부톤까지 개선하며, 비용은 70만∼100만원 선이다. 우리 병원이 세계적으로 2곳뿐인 교육병원이기도 한 울세라는 근육층에까지 작용함으로써 잔주름은 물론 깊은 주름까지 치료하며, 피부 탄력도 강화해 특히 목주름 개선에 효과적이다. 비용은 200만∼300만원 선이다. 우리 병원이 서마지, 울세라와 함께 국내 최초로 도입한 PRP 자가혈 피부재생술은 자신의 혈액에서 혈소판을 분리, 주입해 세포 증식을 촉진하고 콜라겐 성분을 충분히 합성하도록 하는 치료법이며, 이프라임은 피부 진피층에 센서가 부착된 미세한 바늘을 삽입해 자극을 가함으로써 콜라겐 합성과 볼륨 재배치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수술 부작용을 극복해 미국 FDA와 우리 식약청도 승인한 치료법이다. 비용은 400만∼500만원 선이다. 보톡스 치료는 눈가나 입가·미간·이마·콧등·턱끝·목 부위 등의 주름에 사용하며, 시술이 간편하지만 효과가 제한적이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어느 고부의 기적의 반지

    어느 고부의 기적의 반지

    #2008년 미국 아이다호 주에 사는 네시아 라스무센(34)은 릭비 호수에 놀러 갔다. 호숫가에 앉아 아이들에게 선크림을 발라 주려고 그녀는 반지를 빼 접이식 의자 컵 받침대 안쪽에 올려놓았다. 나들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야 반지 생각이 났다. 의자를 접다가 반지가 떨어졌다고 생각해 호숫가를 샅샅이 뒤졌지만 반지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고급 다이아몬드 결혼반지였기에 상심이 컸고,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손가락만 보면 속이 상했다. #지난 23일 에밀리 가이슬러는 릭비 호수에 놀러 갔다. 남편이 카약을 즐기는 동안 그녀는 호숫가를 거닐다가 뭔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4년 전 라스무센이 잃어버린 반지였다. 가이슬러는 다음 날 지역 로터리클럽에서 반지를 습득한 사실을 밝혔다. 마침 그 자리에는 같은 클럽 회원인 라스무센의 형부가 앉아 있었다. #형부로부터 반지 얘기를 전해 들은 라스무센은 너무 기뻐 기절할 뻔했다. 하지만 바로 반지를 손에 넣은 것은 아니다. 미심쩍어하는 가이슬러의 ‘검증’을 통과해야 했다. 라스무센은 가이슬러와의 전화 통화에서 반지의 생김새를 상세하게 묘사했고 반지가 찍힌 사진까지 보냈다. 마침내 가이슬러로부터 반지를 넘겨받은 라스무센은 감격에 겨워 울었다. 반지는 라스무센의 손가락에 꼭 맞았다. 손상된 부분도 없었다. 그녀는 26일 AP통신에 “지난 4년간 반지를 찾게 해 달라고 끊임없이 기도했지만, 솔직히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지는 못했다.”면서 “이제는 기적이라는 것을 믿게 됐다.”고 말했다. #라스무센이 반지를 잃어버렸을 때 특히 더 속상했던 것은 남편이 시어머니의 결혼반지와 똑같은 재질과 모양으로 고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어머니 역시 결혼반지를 잃어버렸다가 30년 만에 시아버지가 정원에서 찾았다고 한다. 라스무센은 반지를 분실한 뒤 새 반지를 낄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았다고 한다. 잃어버린 반지가 자꾸 눈에 아른거려서였다. 하늘이 그녀의 정성에 감복한 것일까.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모두가 기쁘다 그럼 善일까

    모두가 기쁘다 그럼 善일까

    끈적한 피가 주룩주룩 내린다. 어느 지방의 부도난 병원의 4층 수술방에서, 아프리카의 40년째 내전으로 시달리는 나라에서. 피칠갑으로는 모자라 피를 한 양동이는 거뜬히 뽑아낼 것 같은 기세의 이 소설은 ‘인간의 조건’을 묻고 있다. 납량특집 같은 소설이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 ‘인간의 조건’ 고민 임성순(36)의 신작 장편소설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실천문학 펴냄)는 자본주의 체제의 바탕이 된 공리주의가 선(善)한 세상을 만드느냐는 질문에서 비롯된다. 이 소설의 시작은 습관적 자살자들의 삶을 거두고 그 대가로 그들의 심장, 신장, 간, 폐 등을 꺼내 이식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제공한다. 자살의 뜻을 이룬 사람도,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도, 이를 도와준 회사도 모두 ‘행복한’ 거래일까? 장기 적출이 끝나면 ‘수확’도 한다. 정강이뼈는 2500만원, 각막은 800만원, 아킬레스건은 개당 100만원, 복재정맥은 미터 당 1200만원, 화상환자를 위한 피부조직 등을 모두 거두면 2억 5000만~3억원의 판매액을 거둘 수 있다. 영혼을 뺀 인간의 상품가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가난해서 치료받지 못한 사람을 위해 사용한다. 이것을 ‘선’(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소설은 계몽주의적인 정신이 투철한 의사 최범준과 추기경이 되고 싶었던 신부 박현석이 주인공이다. 작가는 “고결한 공리주의자 범준”과 “세속적인 존재론자 현석”이라고 부른다. 각각은 인술을 베풀고 싶어서 또는 추기경으로 가는 빠른 사닥다리를 타기 위해 15년전 내전이 벌어지던 아프리카에서 NGO활동을 했다. 내전이 벌어지는 아프리카의 한 나라는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나 ‘호텔 르완다’에서 보던 나라와 다르지 않다. 식민지 시기에 소수부족이 외세에 빌붙어 나라를 팔아먹고 다수부족을 착취했다. 2차 대전 후 독립한 소수부족의 정권은 다수부족들이 봉기함에 따라 내전에 들어간다. 내전에는 반드시 살인·강도·강간이 병행하는 인종청소가 진행된다. 지옥이 따로 없다.세계의 언론은 내전에만 주목하지 내전의 원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러다 보니 유엔평화유지군이 부패한 외세종속적 정부의 수명을 연장하는 노릇을 하고, 난민캠프는 포악한 반군의 전진기지나 보급창고로 전락하게 된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의 의도도 순수하지 않다. 20대의 금발머리는 뉴욕의 유엔 사무국 직원이 되려고 경력쌓기 차원에서 활동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선한 것인가? 극한의 상황에서 신참내기 의사와 선교사는 잠깐 만나 신의 존재에 대해 갑론을박한다. 그리고 15년 만에 이들은 ‘회사’에서 다시 만났다. ●공리주의 의사·세속적 신부의 어긋난 善 임성순 작가는 이번 소설이 “2010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컨설턴트’와 올해 초 출간한 ‘문근영은 위험해’에 이어 “자본주의의 은유로서의 ‘회사’를 통해 우리 사회를 보는 ‘회사 3부작’의 완결작”이라고 설명했다. 출간되기까지 12버전의 원고를 썼고, 초고로 알려진 3번째 쓴 작품의 원고 2400장 중 최종까지 살아남은 원고분량은 300장에 불과하다. ‘문근영은 위험해’ 이후 속전속결로 6개월 만에 작품을 내놨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이야기다. 니체의 ‘모든 것은 선한 사람들에 의해 철저히 기만되고 왜곡되고 있다.’거나 브레히트의 ‘유혈 참극이 벌어지는 시대에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경구가 소설에서 내내 날뛴다. 네이팜탄 폭격으로 마을이 불바다가 되고 사람들은 살려달라고 내달리는데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What a wonderful world)’가 흘러나오던 영화 ‘굿모닝 베트남’처럼 기가 막힐 것이다. 비위가 약하거나 임산부는 일독을 거부하는 것이 좋겠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박지원 “檢이 언론플레이” 권 법무 “정식 피의자 신분”

    박지원 “檢이 언론플레이” 권 법무 “정식 피의자 신분”

    검찰이 저축은행 비리 수사와 관련해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는 검찰 수사에 대한 야당의 성토장이 됐다.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에 대해 검찰이 피의 사실을 무차별 공표하며 ‘먼지털이식’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아들 이시형씨, 손위 동서도 검찰로부터 서면조사를 받았다.”며 “검찰은 박 원내대표에 대해 알아볼 게 있다고 하더니 이제는 체포영장을 운운하는데 서면조사를 할 의향이 없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권재진 법무장관은 “박 원내대표가 첫 소환 때는 참고인이었지만 현재는 정식 피의자 신분이 됐다.”고 일축했다. 법사위원인 박 원내대표는 권 장관에게 직접 결백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박 원내대표는 “주요 언론에 계좌추적 내용과 박지원이 1억원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올 수 있는지 검찰이 아니면 누가 이야기를 하겠느냐. 왕조시대 검찰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에게 구명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진 임건우 전 보해양조 회장에 대해 “국민의 정부 공보수석 때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마시는 술이 보해와 매취순이라고 알려졌을 때 그분이 제게 감사하다고 말했던 게 전부”라며 “보해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고 증자에 실패했을 때 제가 야단을 쳤던 기억이 있다.”고 해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1년 전 광주지검에 구속됐던 임 회장을 검찰이 서울로 불러들여 가족 계좌를 추적하고 매일 정신적 고문을 하며 진술을 받아 냈다.”며 “대선을 5개월 앞두고 야당 대표에게 이럴 수 없다. 증거가 있으면 기소를 하라.”고 호통을 쳤다. 이날 법사위는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후보로 큰 손색이 없다.”는 권 장관의 발언에 대한 사과 여부를 놓고 맞서다 한 차례 정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의정부지검장 재직 때 고양지청에 전화를 걸어 저축은행 수사와 관련해 압력을 행사했는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 태도와는 너무 다르지 않나.”라고 추궁했다. 여야는 검찰의 박 원내대표 체포영장 청구 방침에 대해 방탄국회 공방도 벌이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를 8월 방탄국회 소집용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구태의연한 관습이 남아 있고 책임감이 부족한 면이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홍일표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은 “박지원 원내대표뿐 아니라 어느 누구의 체포동의안이 와도 다른 고려를 하기 어렵다.”며 “자유투표를 당론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은 검찰이 박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면 다음 달 1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돼 이튿날 표결 처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주당은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와 내곡동 대통령 사저 매입 특검 추진을 위해 8월 임시국회를 소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칫 임시국회를 추진할 경우 ‘박지원 방탄국회’라는 비판을 뒤집어쓸 수 있어 속앓이가 깊다. 당내 일각에서는 다음 달 국회 소집일을 7월 국회 종료일부터 1주일가량 늦추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불체포 특권이 사라지는 기간에 박 원내대표가 스스로 영장실질심사에 응해 꼬인 정국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안동환·이범수기자 ipsofacto@seoul.co.kr
  • [발언대] 취지 잃은 간호사 채용 박람회/최남정 인천유휴간호사 재취업센터

    [발언대] 취지 잃은 간호사 채용 박람회/최남정 인천유휴간호사 재취업센터

    중소병원협의회 주최 채용박람회에 갔다. 간호사 구인난을 반영하듯 30여개 중소병원이 부스를 마련, 경쟁적으로 간호사를 모집했다. 그러나 지원 창구에는 간호사가 아닌 병원 행정직만 넘쳐났다. 이유는 병원 부스마다 간호부서 채용담당이 아닌 병원 행정직 채용담당들이 상담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간호사 근무조건을 묻자 “모른다.”면서 궁금한 사항은 직접 병원을 찾아 문의하라고 답변했다. 간호부서 담당자가 없느냐는 질문에 “너무 바빠서”라고만 해명했다. 간호사가 부족해 열었다는 채용박람회의 취지가 무색했다. 필자 역시 취업을 망설이던 유휴간호사였다. 전업주부를 계속하느냐, 의료현장을 다시 찾느냐를 놓고 오래 갈등하다 지난해부터 유휴간호사재취업센터의 전담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지방의 중소병원 상당수가 간호사 구인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유휴간호사 재취업 사업을 통해 간호사와 병원 모두가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채용박람회장에서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중소병원의 근무조건이 여전히 열악한 탓이다. 3교대 근무 가능자만 원하는가 하면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아이 양육을 병행하는 간호사들의 지원을 막고 있는 것이다. 급여도 너무 낮다. 해마다 1만 4000명의 예비간호사들이 간호대를 졸업하고 있다. 또 9만여명으로 추정되는 유휴간호사 가운데 언제든지 일할 수 있는 20~30대는 절반이 넘는 5만여명이다. 간호사 배출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경제적 측면에서라도 대학에서 잘 교육된 간호사들이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 특히 중소병원들이 간호사 채용을 진정 원한다면 선발하려는 의지부터 다져야 한다. 여론몰이식의 형식적 채용박람회는 안 된다. 구직을 희망하는 간호사들이 중소병원에서 전문직으로서의 길을 되찾을 수 있도록 근무조건을 개선하려는 고민도 우선돼야 한다.
  • [종교플러스] 저소득층 개안 수술 신청자 모집

    저소득층 개안 수술 신청자 모집 공익기부재단 아름다운 동행은 개안수술 지원을 위한 신청자를 모집한다. 지원 대상은 망막질환이나 각막이식 수술로 시력 회복이 가능하지만 수술비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가정이다. 각막 이식수술용 각막은 미국 안구은행을 통해 지원하며, 아름다운 동행은 수술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지원한다. 수술은 아름다운 동행 협력병원인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한다. 신청자는 개안수술비 지원신청서, 수급·차상위증명서, 안과진료의뢰서(진단서), 주민등록등본, 기타 관련서류 등을 첨부해 아름다운 동행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 개안수술 지원은 익명의 기부자가 기금 5000만원을 기탁한 게 계기가 됐다. (02)737-9595. 기윤실 ‘교회 부동산 과세’ 좌담회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과 희년함께는 ‘교회 관련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 및 취득세 과세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긴급 좌담회를 19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명동 청어람 3실에서 연다. 방인성(함께여는교회) 목사의 사회로 전강수(대구가톨릭대) 교수, 정성진(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 조성돈 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최호윤(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 회계사가 패널로 나선다. 이번 좌담회는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교회 관련 부동산에 대한 과세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교회들이 당면한 혼란과 문제점을 짚기 위해 마련했다. (02)794-6200. 템플스테이 대학생 광고 공모전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한국관광공사는 템플스테이 10주년을 맞아 전국 대학생·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제1회 ‘템플스테이 대학생 광고 공모전’을 실시한다. 템플스테이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행사다. ‘나를 위한 행복한 습관, 템플스테이’를 주제로 한 국문판 인쇄광고와 ‘자랑스러운 한국의 전통문화, 템플스테이’ 주제의 영문판 인쇄광고 등 2개 분야로 나눠 진행한다. 공모작품은 다음 달 13일부터 9월 9일까지 공모전 전용 온라인 카페를 통해 접수한다. 전체 부문에서 선정된 대상 1팀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하반기 템플스테이 광고로 활용되는 특전이 주어진다. (02)5641-1806.
  • [기술의 시대 인간의 시대] 기술이 인간 이끄는 시대… 혁신 없는 미래는 퇴보 뿐

    [기술의 시대 인간의 시대] 기술이 인간 이끄는 시대… 혁신 없는 미래는 퇴보 뿐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최근 회사 신제품 개발을 위해 플라스틱 성형 기술자 구인광고를 냈다가 실망만 했다. 이씨가 구상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폴더형 휴대전화의 연결부분이나 키패드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야 하는데, 의외로 마땅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이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플라스틱 성형 기술자들이 어디 있는지 찾기조차 힘들더라.”면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일거리도 더 빠르게 바뀌는 것 같다.”고 밝혔다. ●‘특이점’ 기술 발전 감당 못하는 시점 2012년, 오늘 우리는 특이점의 시대에 살고 있다. ‘특이점’은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간의 부조화에 대한 시각을 일컫는 대표적인 용어로,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 박사가 2005년 출간한 베스트셀러 ‘특이점(싱귤래러티)이 온다’에서 처음 사용했다. 커즈와일 박사는 특이점을 인류가 과학기술의 발전속도를 감당할 수 없게 되는 시점으로 정의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통적 직업분류나 사고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더욱 빨리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커즈와일 박사는 과학기술의 발전속도가 2제곱씩 빨라지고 있다고 봤다. 과거에는 인간이 기술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기술이 인간을 끌고 가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30년이면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고, 인간이 자신의 기억을 기계에 이식해 정신적으로 불멸의 경지에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사람이 따라잡기 위해서 육체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다소 황당한 주장이지만, 이 제안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 전 세계적 기업가들이 앞다퉈 커즈와일의 이론에 찬사를 보냈다. 게이츠는 “인공지능 분야의 최고 권위자가 들려주는 인류문명의 미래”라며 “변혁된 우리 삶의 모습을 여실히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공동창립자인 빌 조이는 “커즈와일은 극단적으로 미래를 낙관하고 있기 때문에 나와는 입장이 정반대”라며 “그러나 그의 이론은 꼭 알아둬야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10년에는 구글과 미항공우주국(NASA) 등의 후원으로 미 캘리포니아 NASA 에임스센터에 ‘특이점 대학’이 세워졌다. 민간 우주여행을 주도한 재단인 X프라이즈의 창업자인 피터 디아멘데스가 커즈와일과 뜻을 합치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구글이 거액의 장학금을 내놓았고, 전 세계에서 후원이 쇄도했다. NASA는 에임스센터의 건물 두 동을 무상으로 내놓았다. 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학생들은 10주간의 대학원 과정 또는 9일간의 전문가 과정을 통해 어떻게 인류가 특이점에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공유한다. 나노기술, 인공지능, 에너지, 생명공학, 컴퓨터 등 각 분야 최고전문가들이 강연을 맡고 학생들은 공상과학을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토론을 진행한다. 선발기준은 거창하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출 것, 기업가 정신이 충만할 것, 인류를 위한 거대한 도전을 생각할 것 등이다. ●한국형 싱귤래러티 꿈틀 한국 출신의 졸업생들도 늘고 있다. 1기 졸업생 중에는 우주인 고산씨와 유엔 우주사무국에 근무했던 금융컨설턴트 유영석씨가 있다. 고씨는 이를 기반으로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 한국 청년들에게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가 세운 타이드(TIDE) 인스티튜트는 ‘조류’라는 뜻으로 거대한 것, 곧 새로운 미래가 몰려온다는 의미다. 또 TIDE는 기술(Technology), 상상력(Imagination), 디자인(Design), 기업가정신(Enterpreneurship)의 앞 글자이기도 하다. 고씨는 TIDE가 한국판 싱귤래러티 대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싱귤래러티 대학에서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혁신 기업의 필요성을 배웠다.”면서 “최종적인 목표는 누군가를 따라가거나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 아닌 빅아이디어를 내놓고, 세계를 주도하는 창업자들을 키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기술의 시대 인간의 시대] 오른팔엔 바이오컴퓨터… 점심은 영양캡슐… 집에서 화상회의

    2025년 7월 어느 날. 아침 느지막이 눈을 뜬 김민수(가명·34)씨는 오른팔에 이식한 바이오 컴퓨터를 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서울의 날씨를 책임지고 있는 ‘날씨 조절 관리자’인 김씨는 집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화상회의에 참석했다. 인공비를 내리게 했더니 습도가 너무 높아져 김씨는 날씨 조종시스템을 조작했다. 점심식사는 영양 캡슐로 가볍게 해결하기로 했다. 미세조류(물, 이산화탄소, 햇빛을 통해 광합성 성장을 하는 단세포성 미생물) 스피루리나를 주원료로 한 이 캡슐은 입맛이 없어 끼니를 거르더라도 몸에 필요한 필수 영양분을 공급해 준다. 글로벌 미래연구기관 ‘밀레니엄 프로젝트’가 발행한 ‘유엔미래보고서 2025’를 바탕으로 재구성해본 2025년 한국인의 일상이다. 언뜻 황당해보이는 내용도 있지만 변화의 시대에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는 일. 미래학의 대부 짐 데이토 교수도 “처음 들었을 때 우스꽝스러워야 가치 있는 미래”라고 하지 않았던가.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미래사회가 의식기술, 뇌공학 등과 나노·바이오기술이 합쳐진 융합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에는 융합을 통한 첨단기술의 발전이 완전히 바꿔놓을 인간의 생활상이 담겨있다. 유엔미래포럼측은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따라잡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면서 “여기에 바이오·양자 컴퓨터 등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기술이 융합되면 생활양식에 큰 변화가 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식주 양상도 변하게 된다.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물부족 현상에다 급증하는 육류 수요까지 더해져 먹거리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문제는 미세조류와, 배양육(줄기세포를 인공적으로 키워 만든 고기)과 같은 ‘뉴 푸드’(New food)의 등장으로 해결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또 일자리가 수시로 바뀌게 되면서 한 곳에 거처를 두지 않고 여러 가구가 한집에 모여서 사는 집단거주의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생활상이 바뀌면서 인간 관계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결혼을 통한 전통적인 가족 구성은 동거 형태로 변하고, 직접적인 인간관계보다 사이버 공간을 통해 관계를 맺는 일이 잦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남녀가 각 다른 목적의 파트너를 3명씩 갖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만능처럼 보이는 미래사회에도 위기는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와 에너지·물 부족 등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엔미래포럼 측은 “빠르면 2035년쯤 석유가 고갈되면 인류가 치명적인 결핍을 맞을 수 있다.”면서 “대체 에너지 개발과 지구 온난화 방지가 현재 인류에게 닥친 숙제”라고 강조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런던올림픽 특수 잡아라” 유통업계 ‘마케팅 大戰’

    “런던올림픽 특수 잡아라” 유통업계 ‘마케팅 大戰’

    런던올림픽이 극심한 소비 침체의 숨통을 터줄까. 기대가 큰 유통업체들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 롯데백화점은 13∼18일 서울 소공동 본점, 25∼29일 잠실점에서 ‘런던 올림픽 팝업스토어(한시매장)’를 각각 운영한다. 매장에는 우리나라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복이 전시된다. 비매품인 선수단복은 제작사인 빈폴 매장을 제외하고 롯데백화점에만 전시된다. 팝업스토어에서는 빈폴의 ‘올림픽 라인’ 제품인 양궁, 축구, 배드민턴, 핸드볼 경기복을 13만 8000원에 각각 판매한다. 올림픽 라인을 구매한 고객 가운데 20명을 추첨해 77만원 상당의 선수단복을 증정하는 경품 행사도 벌인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16일부터 새달 12일까지 전국 13개 점포에서 ‘5색 영수증 기프트’ 행사를 진행한다. 상품군별 영수증 색깔을 파랑, 검정, 빨강, 초록, 노란색의 오륜기 색상으로 만들어 고객이 5가지 색깔의 영수증(총 구매액 30만원 이상)을 모아오면 현대백화점 상품권(2만원)을 증정한다. 천호점에서는 28일 ‘런던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행사 당일 구매 고객에게 영국산 홍차를 나눠주고 정문 앞에서는 라이브밴드 콘서트를 열어 비틀스 등의 인기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또 9층 아동 매장에서 영국 근위병 복장 직원과 함께하는 포토타임을 갖는다. AK플라자 분당점은 13~22일 대한민국 금메달 15개 획득을 기원하는 이벤트를 연다. 하루 선착순 500명씩 열흘간 총 5000매의 응모권을 증정, 목표 금메달 수에 도달하면 응모권 1장당 1만원 상품권으로 교환해 준다. 당일 5만원 이상 구매 1일 1매 한정이며, 1인 수령 가능 금액은 최대 10만원이다. AK몰(www.akmall.com)은 16~31일 육상·조정·근대5종·사이클 등 비인기종목 중 하나를 선택해 응원 메시지 띄우기 행사를 진행한다. 5명을 뽑아 여성용 워킹화, 인텍스 3인용 보트세트, 접이식 헬스사이클, MTB형 자전거 등 각 종목 관련 경품을 증정한다. 롯데닷컴(www.lotte.com)은 16일까지 대한민국 첫 금메달을 따는 종목을 맞히는 고객(총 500명)에게 올림픽 개막 첫날(28일) 야식을 즐길 수 있는 모바일 편의점 상품권(1만원)을 증정한다. 팔도도 26일 예정된 올림픽 축구 본선 조별 리그 첫 경기인 대한민국과 멕시코전에서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응원 이벤트를 벌인다. 18일까지 팔도 페이스북(www.facebook.com/paldofood)에 응원 메시지를 댓글로 남기면 50명을 선정해 ‘남자라면 왕컵’ 1박스를 보내준다. 남성뷰티케어전문점 블루클럽은 14일~새달 12일 매장에서 올림픽 개최국 관련 퀴즈 응모를 진행한다. 22일 추첨을 통해 1등(2명) 금 10돈, 2등(10명) LED TV, 3등(10명) 백화점상품권(20만원) 등 푸짐한 경품을 증정한다. 27일~새달 12일 블루클럽 골드메뉴(비타민컷, 두피케어세트, 염색, 펌)를 시술받는 고객에게 스포츠타월을 선물한다. 청과회사 돌(Dole)코리아는 ‘태양의 레시피 금빛 축제’를 마련했다. 올림픽이 끝나는 새달 12일까지 한달 동안 자사의 스위티오 바나나, 스위티오 파인애플, 미니 바나나, 로보카폴리 바나나, 실론 바나나 등을 포함한 과일 및 채소 제품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펼친다. 제품의 2중 스티커 라벨의 응모 번호를 홈페이지(www.dole.co.kr)에 입력하면 추첨을 통해 3차원(3D) 스마트TV 4대를 제공한다. 돌 제품과 함께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재미난 사연과 사연을 공식 페이스북(www.facebook.com/Dolekorea)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스위티오 바나나를 증정한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섣부른 ‘포경’… 국제비난에 없던 일로

    농림수산식품부가 국제적 비난이 일고 있는 과학조사 목적의 포경(捕鯨·고래잡이) 계획에 대해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농식품부가 국내외 여론 파악과 정부 부처 간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포경 계획을 밝히는 바람에 국제적 망신만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제포경위원회(IWC) 연례회의 한국대표단 단장인 강준석 농식품부 원양협력관은 11일 “‘과학조사 포경 계획서’의 IWC 제출 여부 및 내용에 대해 국내 어업인과 환경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심 있는 IWC 회원국과의 논의를 거쳐 조속한 시일 내에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11월쯤 IWC 산하 과학위원회에 포경 계획서를 제출하겠다던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강 협력관은 “과학조사 포경 계획서를 IWC에 제출하더라도 포경 여부는 국제적 규정과 절차에 따르고 IWC 과학위원회의 권고를 존중하겠다.”며 “포경 외에도 과학조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호주 등 일부 국가는 고래에 칩을 이식한 뒤 위성 추적 장치를 이용해 각종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포경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환경보호단체인 ‘시 셰퍼드’(Sea Shepherd)와 국내 단체 환경운동연합 등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물론 미국 국무부까지 나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농식품부의 포경계획 발표는 부처 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 강 협력관은 “IWC에 포경 계획서 제출 의사를 밝히기 전 외교부에 사전 통보했다.”고 해명했지만, 포경 재개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내외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날 만한 정책에 대해선 부처 간 협의를 거치고 총리실, 청와대 등과 협의해서 국민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이 대통령 지적 후인 지난 10일에야 부랴부랴 외교부 및 환경부 관계자와 협의를 가졌다. 우리나라는 1986년 IWC의 ‘상업용 고래잡이 모라토리엄(유예)’에 동참하면서 26년째 포경을 금지하고 있지만, 최근 고래 개체 급증으로 인해 국내 어업 피해가 잇따라 신고되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 4일(현지시간) IWC 연례회의에 한국대표단의 단장으로 참석, 과학조사용 포경 계획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이상득, 1.9평 독거실에 수감… 특별대우 없어

    이상득, 1.9평 독거실에 수감… 특별대우 없어

    구치소에서는 대통령의 형도, ‘상왕’도 아닌 일반 재소자에 불과했다. 11일 새벽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은 6.56㎡(약 1.9평)의 독거실(독방)에서 첫날을 시작했다. 특별대우는 없었다. 이날 새벽 쏟아지는 장맛비를 맞으며 구치소에 들어선 이 전 의원은 신분 대조, 목욕, 건강진단 등 일반적인 입소 절차를 거쳐 독거실에 수감됐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방을 쓰면 서로가 불편하기 때문에 독거실에 수감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심경이 복잡한지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이 전 의원이 수감된 독거실에는 접이식 매트리스와 관물대, TV, 1인용 책상, 세면대와 화장실이 설치돼 있다. 다른 수용자들이 묵는 거실에도 TV, 변기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수용자 편의 측면은 차이가 없다는 게 구치소 측의 설명이다. 생활도 일반 수용자와 다름없다. 구치소 일정에 따라 하루 1시간 운동할 수 있다. 또 외부 음식 반입 금지 규정에 따라 식사는 독거실에서 구치소 측이 배식하는 음식만 먹을 수 있다. 구치소 측은 운동이나 접견 등 이 전 의원이 방에서 나갈 경우, 다른 수용자들과 부딪치지 않도록 단독이동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 전 의원은 이날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검찰청사로 이동하면서도 특별대우 없이 일반 수용자들이 타는 호송차량을 이용했다. 구치소 관계자는 “대통령 가족이라고 특별대우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3000여명의 재소자를 관리하는 서울구치소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수감돼 있어 이들이 우연한 기회에 마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롯데+하이마트’ 가전업체 초긴장

    ‘롯데+하이마트’ 가전업체 초긴장

    롯데가 전자제품 유통시장 1위 업체인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한국의 베스트바이’로 떠올랐다. 국내 가전업계 경쟁 구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롯데의 국내 가전 유통 점유율이 45% 안팎으로 높아지는 데다 향후 아시아 지역 진출도 구상하고 있어 국내 가전업체들은 ‘롯데발 쓰나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마트와 中 등서 시너지 모색 1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하이마트를 인수한 롯데쇼핑은 롯데마트가 진출한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하이마트를 진출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너지 창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류 등의 영향으로 국내 가전업체 브랜드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가전 유통업이 태동기인 곳이 많아 시장 진출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하이마트 인수가 갑작스레 이뤄져 아직 확정된 계획은 없다.”면서도 “하이마트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사업을 해 온 만큼 당분간은 이들의 노하우를 (국내외 지역에) 확산시키는 쪽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이마트 매출은 3조 4000억원 정도다. 여기에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가전 매출(약 1조원)을 더하면 4조 4000억원에 달한다. 롯데홈쇼핑과 롯데닷컴 등 인터넷 쇼핑몰까지 포함하면 롯데의 가전 매출은 5조원에 근접한다. ●롯데, 가전 유통 매장 449곳 확보 국내 가전 유통 시장 규모가 10조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는 단번에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가져가게 됐다. 향후 아시아 지역으로까지 범위를 넓힐 경우 롯데의 가전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로써 롯데는 ▲전문점 317곳 ▲마트 95곳 ▲백화점(라이프스타일몰 포함) 37곳 등의 막강한 가전 유통 채널을 확보했다. 국내 가전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유통망과 구매력, 아시아 진출 메리트까지 갖춘 롯데의 등장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이마트 하나만 놓고 봐도 가전 유통 시장점유율이 34.9%에 달해 삼성 디지털프라자(20.0%)와 LG베스트샵(14.8%)을 합친 수준이다. 자칫 롯데와의 관계가 나빠질 경우 두 회사는 사실상 국내 1위 경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전업계는 조만간 롯데가 ▲제품 가격 인하 ▲전략 제품 독점 출시 ▲강화된 프로모션 기획 등 과거 하이마트 시절보다 한 단계 높아진 거래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 “점유 늘릴 기회 될 수도” 삼성전자 관계자는 “롯데가 커진 구매력을 바탕으로 가격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본다.”면서 “롯데의 유통 채널이 하나로 통합되는 만큼 오히려 손쉽게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롯데가 미국 최대 유통점인 ‘베스트바이’처럼 주요 가전업체들에 군림하는 ‘슈퍼갑’의 위상은 갖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다양한 브랜드가 난립한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삼성과 LG가 사실상 과점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가전사들과 유통점들이 비교적 공고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롯데가 이른바 철저한 ‘갑을관계’에 입각한 ‘베스트바이식’ 전략을 가져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수혈, 최선의 대안인가

    [Weekly Health Issue] 수혈, 최선의 대안인가

    수혈은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의료적 조치로 인식되어 왔다. 무엇으로도 피를 대체할 수 없다고 믿었고, 그래서 생명 유지에 절대적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이런 절대성 때문에 수혈의 문제를 간과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수혈의 이런 절대성의 이면에는 면역반응 외에도 치료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상대적으로 고비용이든다는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문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ABO식 혈액형 분류체계의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보다 근본적으로는 타인의 피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숭고하면서도 위험한’ 발상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이런 수혈의 문제를 두고 김영우 국립암센터 위암연구과장과 대화를 나눴다. ●수혈이란 어떤 의료적 조치인가. 사람의 혈관에 직접 혈액 성분의 일부 혹은 전부를 주입하는 치료 방법을 수혈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목적에 따라 혈액의 특정 성분만을 분리해 사용하는 성분수혈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혈’ 하면 떠올리는 것이 바로 적혈구 수혈이다.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고 생명 유지에 가장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혈구 수혈 외에도 혈장이나 혈소판 등을 따로 분리해 혈액 응고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 사용하기도 한다. ●수혈의 유효성은 어디에 있는가. 상식적인 말이지만 질병의 치료를 돕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수혈의 절대적인 유효성이다. 가장 대표적인 적혈구 수혈을 보자.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이라는 분자들이 산소를 모든 인체조직에 운반해 주기 때문에 우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적혈구가 심각하게 모자랄 때 생명을 구하기 위해 수혈이라는 치료법을 사용하게 된다. ●수혈이 가진 한계도 있을 텐데. 모자란 혈액을 그대로 보충만 해준다고 본래 혈액이 갖고 있는 모든 기능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산소 운반능력이 떨어지고, 적혈구 수명도 길지 않아 수혈 효과라는 게 생각보다 제한적이고 일시적이다. 또 환자의 안전성이나 부작용 등의 문제도 많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드러난 수혈의 문제를 짚어 달라. 자기 피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혈액을 주입해서 생기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마치 동종 장기이식처럼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것으로, 심하면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런 면역반응은 암 환자들의 치료 예후를 나쁘게 하는가 하면 면역 억제로 인해 수술 후 감염 등의 합병증이 늘어나고 회복도 더디게 된다. 또 세균·바이러스·기생충 등 혈액 속의 병원체를 고스란히 옮겨 에이즈·간염·광우병·톡소플라즈마 등 심각한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수혈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따로 있는가. 현재로서는 무수혈 치료가 가장 실효성있는 대안이다. 무수혈 치료는 다른 사람이나 자신의 혈액을 미리 보관해 놓았다가 사용하는 경우라도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과 부작용 가능성을 없애는 것은 물론 자기 혈액의 산소 운반능력을 극대화해 심각한 빈혈 상태에서도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치료 개념이다. 이런 무수혈 치료는 특정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만 바꿔도 가능한 치료방법이기도 하다. ●무수혈 치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가. 그럴 수 있다면 아예 수혈이 필요 없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다. 과거에 일반적으로 큰 수술의 경우 수혈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수혈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 외과의 수술 방법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최근 복강경 수술 등 최소침습 수술이 중요한 흐름을 이루면서 더더욱 수혈이 필요 없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또 큰 사고 등으로 출혈이 심한 경우라도 혈액이 준비될 때까지 대기할 필요 없이 신속하게 링거액을 투여해 활력 징후를 유지하면서 지체없이 수술을 시행해 터진 혈관을 수습한다면 수혈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외상학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권고해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즉 혈관을 수습하기 전에는 절대로 수혈을 하지 말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위급한 상황이 아닌 경우 즉 수술 전에 심한 빈혈이 있거나, 수술이나 출산 후에 생기는 급성 빈혈의 경우 혈압이나 맥박수 등 활력 징후가 안정되게 유지만 된다면 주사용 철분제제와 조혈호르몬제제를 사용해 2∼3주 안에 부족한 적혈구를 생성하게 함으로써 수혈을 피할 수도 있다. 인공 적혈구의 개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아직은 널리 활용되지 않고 있으나 향후 수년 내에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수혈 치료 중 특히 의료현장에서 주목하는 치료법이 따로 있나. 최근 들어 주사용 철분제제에 대한 재평가가 전 세계 학계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페릭 카복시 말토즈 제제는 한번에 1g까지 투여가 가능해 한번으로 심한 빈혈을 교정할 수 있고, 경구용 약제의 부작용을 크게 줄여 약물반응 걱정이 거의 없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비해 조혈호르몬은 암 환자에게 사용할 경우 암 세포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수혈과 무수혈 치료의 유효성을 간명하게 비교해 달라. 수혈은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을 지키게 하는 효과적인 응급치료 수단이다. 그러나 이런 효과를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심각한 부작용이 있으므로 선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무수혈 치료는 안전할 뿐 아니라 장기적인 치료효과 면에서 수혈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현명한 의료인이라면 한 가지 치료 방법에 극단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무수혈 치료의 개념과 지식을 계속 확장하면서, 필요한 경우에만 주의깊게 수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수혈이 대세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가. 의료계의 보수성과 신중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의술 발전과 정보의 전파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과거의 지식과 경험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수혈 대체치료와 관련된 의미있는 연구와 임상시험들이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본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의학이 부추긴 女性 쇼핑

    의학이 부추긴 女性 쇼핑

    “인간의 난자는 나무에 열리지 않는다.” 의료윤리 연구자인 저자가 한마디 툭 던져놨다. 가슴 아린 한마디다. 황우석 사태가 비극인 까닭은 연구 자체가 거짓말이어서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거짓 연구 자체는 그냥 희극이다. 진정한 비극은 그 파문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몸, 구체적으로는 난자 문제가 여전히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뜻에서 ‘인체 쇼핑’(도나 디켄슨 지음, 이근애 옮김, 소담출판사 펴냄)은 번역이 때늦은 감이 있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이다.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언급하자면 황우석의 방법은 체세포 핵이식이다. 영국의 이언 윌머트가 복제양 돌리를 만들 때와 같은 기법이다.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체세포의 핵을 대신 넣는 것이다. 거짓 연구라는 걸 들키기 전부터 이미 외국에선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애국주의자들 눈에는 한국의 성취에 대한 질투로만 보였겠지만 의심받은 이유는 간단했다. 윌머트는 400개의 난자를 획득한 뒤 핵을 제거했더니 267개가 사용가능했고 이 267개 가운데 1개에서 돌리를 탄생시켰다고 했다. 그렇게 어려운 작업인데 황우석은 무려 11개의 줄기세포주를 만들어내는 데 난자는 200개도 채 안 썼다고 주장했다. 돌리에다 단순비교하자면 난자 4400개 정도는 써야 했는데 말이다. 이런 의심에 대한 황우석의 과학적(?) 반론은 연구원의 손기술을 진화시킨 한민족의 젓가락문화였다. 물론 거짓 연구가 들통난 뒤 난자에 대한 해명 역시 거짓임이 드러났다. 200개도 채 안 된다고 했는데 난자 “2200여개를 119명의 여성에게서 채취”했다. 한 여성에게서는 무려 “43개의 난자”를 얻었는데 이는 “배란촉진제를 치명적일 정도로 과다투여했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난자 기증자의 15~20%가 심각한 난소과자극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연구팀 소속 연구원에게 난자를 기증하라 했다. 이는 나치정권의 생체실험을 비판하면서 이타주의로 치장된 거짓 자발성을 엄격히 금지했던 과학계의 대원칙을 위배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기증자의 절반 이상이 “평균적으로 난자 1개당 1400달러”를 받았다. 기증이 아니라 매매였다. 그러면 이렇게 물어보자. 황우석 연구가 진실이었다면? 위대한 젓가락문화가 진화시킨 연구원의 세심한 손가락 놀림 덕분에 정말 그런 결과를 이뤄냈다면? 그래서 영국의 시민운동가 세라 색스턴은 황우석 연구가 진실이란 가정하에 필요한 난자량을 계산해 봤다. 치료대상은 영국 당뇨병 환자로 한정했다. 의료전문가들이 황우석 기술이 가장 널리 쓰이게 될 분야로 당뇨병을 지목해서다. 그 결과는 “영국 젊은 여성 3분의1 내지 2분의1이 난자를 기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다른 어려운 질병을 제쳐 두고 당뇨 하나만에도 그렇게 많은 난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너를 일어서 걷게 하리라.’는 복음을 위해서는 얼마나 더 필요할까. 다른 하나는 “젊은”이다. 성공률은 여전히 낮기 때문에 이 과정을 견딜 수 있는 젊고 싱싱한 난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만약 그 당시 황우석 연구가 진짜로 판명났다면 지금쯤 대한민국 젊은 여성들에게는 난자를 기증해 박애주의자로 거듭나라는 지속적인 대국민 캠페인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자 채취는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책에는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데 불임클리닉에 다닌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른 길이다. 저자는 난자를 얻기 위해 난소를 지나치게 자극하다 죽음에까지 이르는 실제 사례들도 소개해뒀다. 더구나 여성이 생산할 수 있는 난자 수는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자를 뽑아 쓸 경우 조기 폐경이 우려된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골밀도가 떨어지고 자궁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일부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 이런 이유 때문에 캐나다는 난자 기증 자체를 중지시켰다. 과학적으로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여성의 몸에 해가 안 된다는 증거가 분명해질 때까지 금지한다고 선언해버린 것이다. 가장 한심한 소리는 체외수정을 위해 쓰고 남은 난자를 연구용으로 쓰는 것은 무방하지 않으냐는 주장이다. 저자는 목적에 따라 난자를 얻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가령 영국의 한 연구팀은 체외수정용으로 쓰고 남은 난자를 모으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7개월 동안 겨우 66개를 모았다. 반면 뉴캐슬 불임클리닉을 조사해 보니 29세의 한 여성에게서만도 44개의 난자를 뽑아낸 경우가 있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차피 남는 난자인데 다른 사람 치료를 위해 연구용으로 쓰는 게 뭐 어때.”라고 합리화하는 순간, 불임클리닉들은 체외수정에 적당한 수준 이상으로 난소를 더 자극해 더 많은 난자를 뽑아내려 들 것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특허로 인한 학문적 명망과 경제적 이득이 연구자 혹은 병원장의 양심을 마비시키고, 국익이라는 애국적 가치가 지켜보는 이들의 입까지 다 막아버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렇게 보면 차라리 황우석의 연구가 거짓으로 들통나 일찍 중단되어버린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책은 제목에서 보듯 황우석 사태만 다룬 건 아니다. 불로장생을 가져다 줄 것처럼 떠들어대는 생명의학계가 얼마나 엉뚱한 짓을 일삼는지 보여준다. 죽은 자의 뼈를 아무렇지도 않게 거래하는 대형병원들, 이 병원들에 제품을 잘 공급하기 위해 밀매조직들이 내놓은 각종 인체조직들의 가격표, 언론에서 크게 부풀려진 장기이식 수술 성공사례들의 널리 알려지지 않은 비참한 결과 같은 것들이 빼곡하다. 얼마 전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레베카 스클루트 지음, 김정한·김정부 옮김, 문학동네 펴냄)으로 널리 알려진 헨리에타 랙스의 사례는 물론, 그와 비슷한 사례와 이를 둘러싼 각종 법적 공방까지 모두 다뤄뒀다. 그 가운데 제대혈이 눈길을 끈다. 출산 때 태반과 함께 버려지는 제대혈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대혈 보관이 유행이 됐다. 저자에 따르면 여기엔 거짓말, 그것도 중대한 거짓말이 하나 있다. 제대혈은 그냥 ‘버려지는’ 게 아니다. 저자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제대혈은 아기에게, 특히 조산아에게 신선한 산소 공급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구나 제대혈 채취는 산후출혈이라는, 출산과정에서 산모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에 행해진다. 제대혈 보관은 어차피 버려질 것을 소중하게 다시 쓰는 기법이 아니라, 산모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에 아기에게 주어지는 소중한 무언가를 일부 덜어내는 것이다. 이는 난자와 똑같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필요한 만큼 최소한으로 억제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버릴 거 유용하게 쓰는데 뭐 어때.’라고 합리화하는 순간 큰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합리화란 대개 양심을 마비시킬 때 쓰는 전략이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황우석, 女 119명의 난자 2200개 채취해놓고…

    황우석, 女 119명의 난자 2200개 채취해놓고…

    “인간의 난자는 나무에 열리지 않는다.” 의료윤리 연구자인 저자가 한마디 툭 던져놨다. 가슴 아린 한마디다. 황우석 사태가 비극인 까닭은 연구 자체가 거짓말이어서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거짓 연구 자체는 그냥 희극이다. 진정한 비극은 그 파문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몸, 구체적으로는 난자 문제가 여전히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뜻에서 ‘인체 쇼핑’(도나 디켄슨 지음, 이근애 옮김, 소담출판사 펴냄)은 번역이 때늦은 감이 있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이다.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언급하자면 황우석의 방법은 체세포 핵이식이다. 영국의 이언 윌머트가 복제양 돌리를 만들 때와 같은 기법이다.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체세포의 핵을 대신 넣는 것이다. 거짓 연구라는 걸 들키기 전부터 이미 외국에선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애국주의자들 눈에는 한국의 성취에 대한 질투로만 보였겠지만 의심받은 이유는 간단했다. 윌머트는 400개의 난자를 획득한 뒤 핵을 제거했더니 267개가 사용가능했고 이 267개 가운데 1개에서 돌리를 탄생시켰다고 했다. 그렇게 어려운 작업인데 황우석은 무려 11개의 줄기세포주를 만들어내는 데 난자는 200개도 채 안 썼다고 주장했다. 돌리에다 단순비교하자면 난자 4400개 정도는 써야 했는데 말이다. 이런 의심에 대한 황우석의 과학적(?) 반론은 연구원의 손기술을 진화시킨 한민족의 젓가락문화였다. 물론 거짓 연구가 들통난 뒤 난자에 대한 해명 역시 거짓임이 드러났다. 200개도 채 안 된다고 했는데 난자 “2200여개를 119명의 여성에게서 채취”했다. 한 여성에게서는 무려 “43개의 난자”를 얻었는데 이는 “배란촉진제를 치명적일 정도로 과다투여했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난자 기증자의 15~20%가 심각한 난소과자극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연구팀 소속 연구원에게 난자를 기증하라 했다. 이는 나치정권의 생체실험을 비판하면서 이타주의로 치장된 거짓 자발성을 엄격히 금지했던 과학계의 대원칙을 위배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기증자의 절반 이상이 “평균적으로 난자 1개당 1400달러”를 받았다. 기증이 아니라 매매였다. 그러면 이렇게 물어보자. 황우석 연구가 진실이었다면? 위대한 젓가락문화가 진화시킨 연구원의 세심한 손가락 놀림 덕분에 정말 그런 결과를 이뤄냈다면? 그래서 영국의 시민운동가 세라 색스턴은 황우석 연구가 진실이란 가정하에 필요한 난자량을 계산해 봤다. 치료대상은 영국 당뇨병 환자로 한정했다. 의료전문가들이 황우석 기술이 가장 널리 쓰이게 될 분야로 당뇨병을 지목해서다. 그 결과는 “영국 젊은 여성 3분의1 내지 2분의1이 난자를 기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다른 어려운 질병을 제쳐 두고 당뇨 하나만에도 그렇게 많은 난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너를 일어서 걷게 하리라.’는 복음을 위해서는 얼마나 더 필요할까. 다른 하나는 “젊은”이다. 성공률은 여전히 낮기 때문에 이 과정을 견딜 수 있는 젊고 싱싱한 난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만약 그 당시 황우석 연구가 진짜로 판명났다면 지금쯤 대한민국 젊은 여성들에게는 난자를 기증해 박애주의자로 거듭나라는 지속적인 대국민 캠페인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자 채취는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책에는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데 불임클리닉에 다닌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른 길이다. 저자는 난자를 얻기 위해 난소를 지나치게 자극하다 죽음에까지 이르는 실제 사례들도 소개해뒀다. 더구나 여성이 생산할 수 있는 난자 수는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자를 뽑아 쓸 경우 조기 폐경이 우려된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골밀도가 떨어지고 자궁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일부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 이런 이유 때문에 캐나다는 난자 기증 자체를 중지시켰다. 과학적으로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여성의 몸에 해가 안 된다는 증거가 분명해질 때까지 금지한다고 선언해버린 것이다. 가장 한심한 소리는 체외수정을 위해 쓰고 남은 난자를 연구용으로 쓰는 것은 무방하지 않으냐는 주장이다. 저자는 목적에 따라 난자를 얻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가령 영국의 한 연구팀은 체외수정용으로 쓰고 남은 난자를 모으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7개월 동안 겨우 66개를 모았다. 반면 뉴캐슬 불임클리닉을 조사해 보니 29세의 한 여성에게서만도 44개의 난자를 뽑아낸 경우가 있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차피 남는 난자인데 다른 사람 치료를 위해 연구용으로 쓰는 게 뭐 어때.”라고 합리화하는 순간, 불임클리닉들은 체외수정에 적당한 수준 이상으로 난소를 더 자극해 더 많은 난자를 뽑아내려 들 것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특허로 인한 학문적 명망과 경제적 이득이 연구자 혹은 병원장의 양심을 마비시키고, 국익이라는 애국적 가치가 지켜보는 이들의 입까지 다 막아버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렇게 보면 차라리 황우석의 연구가 거짓으로 들통나 일찍 중단되어버린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책은 제목에서 보듯 황우석 사태만 다룬 건 아니다. 불로장생을 가져다 줄 것처럼 떠들어대는 생명의학계가 얼마나 엉뚱한 짓을 일삼는지 보여준다. 죽은 자의 뼈를 아무렇지도 않게 거래하는 대형병원들, 이 병원들에 제품을 잘 공급하기 위해 밀매조직들이 내놓은 각종 인체조직들의 가격표, 언론에서 크게 부풀려진 장기이식 수술 성공사례들의 널리 알려지지 않은 비참한 결과 같은 것들이 빼곡하다. 얼마 전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레베카 스클루트 지음, 김정한·김정부 옮김, 문학동네 펴냄)으로 널리 알려진 헨리에타 랙스의 사례는 물론, 그와 비슷한 사례와 이를 둘러싼 각종 법적 공방까지 모두 다뤄뒀다. 그 가운데 제대혈이 눈길을 끈다. 출산 때 태반과 함께 버려지는 제대혈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대혈 보관이 유행이 됐다. 저자에 따르면 여기엔 거짓말, 그것도 중대한 거짓말이 하나 있다. 제대혈은 그냥 ‘버려지는’ 게 아니다. 저자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제대혈은 아기에게, 특히 조산아에게 신선한 산소 공급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구나 제대혈 채취는 산후출혈이라는, 출산과정에서 산모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에 행해진다. 제대혈 보관은 어차피 버려질 것을 소중하게 다시 쓰는 기법이 아니라, 산모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에 아기에게 주어지는 소중한 무언가를 일부 덜어내는 것이다. 이는 난자와 똑같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필요한 만큼 최소한으로 억제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버릴 거 유용하게 쓰는데 뭐 어때.’라고 합리화하는 순간 큰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합리화란 대개 양심을 마비시킬 때 쓰는 전략이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호진 前 태광회장 보석 허가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은 이호진(50)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 법원이 보석을 허가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최규홍)는 29일 “환자의 현재 건강 상태와 간 이식 수술 필요성을 고려해 보석과 함께 간 이식 수술 사전 검사를 위한 13일간의 미국 출국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거주지는 집과 서울아산병원으로 제한된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부인과 미국에 동행할 의사 2명의 출석보증서를 제출받았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간암 판정을 받은 뒤 간절제술을 받았지만 건강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7월 중순 이후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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