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관련장관회의 내용과 과제
◎통화정책 동원,“물가잡기” 총력전/총통화량은 유지… 선별적 긴축운용/소비성 금융 억제,투자부문은 진작/성장정책 계속 고수… “폭등세” 꺾기 실효성 의문
정부가 연초부터 폭등하고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2일 긴급 물가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종합적인 물가처방전을 내놓았다.
이날 회의는 올해 들어 정부가 개최한 각종 물가대책회의 가운데 15번째에 해당하는 것이다. 평균해서 이틀에 한번꼴로 회의가 열린셈이다. 지난 1개월여 동안을 따져 본다면 물가회의 최다 개최라는 반갑지 않은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만큼 올해 물가불안 현상이 쉽게 치유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중증」임을 말해준다.
지난 1월중 소비자물가는 2.1%가 올라 한달간의 상승폭으로는 10년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물가폭등세를 잡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의 안정기반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정부가 물가잡기 총력전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같은 상황인식에 따른 것이다.
긴급물가 관계장관회의가 내놓은 물가처방전은 크게 보아 ▲통화의 선별적인 긴축 ▲재정의 소폭절감운용 ▲소비절약으로 요약된다. 통화와 재정부문에 대한 대책이 포함된 것은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뒤늦게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통화와 재정의 운용은 경제를 운용해 나가는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통화부문의 물가 안정대책은 비제조업 부문에 대한 정책자금(주로 주택자금)을 축소조정하고 소비성 금융을 억제하는 내용으로 짜여져 있다. 그러나 총통화 증가율의 억제목표는 정부가 당초 올해 경제운용 계획에서 설정한 17∼19%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로 보아 연간 총통화 공급량은 줄이지 않고 다만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르고 있는 자금물꼬를 생산적인 부문으로 돌리는데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물가를 잡는데 있어서는 총수요의 억제가 가장 긴요한 관건이 된다. 수요를 성질별로 나누면 소비수요와 투자수요로 구분할 수 있다. 정부의 통화부문 안정대책은 소비와 투자가운데 소비부문 수요를 억제하고 투자부문의 수요를 늘리는 쪽을 지향하고 있다. 소비수요는 직접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유발하는데 비해 투자수요는 단기적으로는 물가상승 압력을 갖기만 생산증대 효과를 통해 공급을 늘려 장기적으로는 물가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같은 정책선택은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제1목표로 삼는 이승윤 경제팀의 정책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통화공급 자체를 줄이는 강력한 「총량긴축」은 배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연 선별적이고 부분적인 긴축만으로 현재의 물가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흔히 물가는 한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통화량,즉 돈의 밀도로 설명된다. 즉 상품에 비해 돈의 양이 많으면 물건값은 오르고,상품은 많은데 돈이 적으면 물건값은 자동적으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물가를 잡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돈을 거두어들이는 것이다.
통화긴축은 이런 점에서 인플레를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통화긴축에는 고통이 따른다. 통화를 줄이면 투자를 위축시켜 성장률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승윤 경제팀이 각계의 거듭된 긴축건의를 받아들이기를 꺼리는 것은 통화긴축이 초래할 성장률 둔화를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현 경제팀은 「안정」을 위해 「성장」을 다소 희생시킬 것인지,혹은 「안정」이 훼손되더라도 「성장」에 계속 매달릴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시점에 놓여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2일의 긴급 물가관계 장관회의를 앞두고 대책의 선택문제를 놓고 경제기획원의 핵심부서인 물가정책국과 경제기획국이 벌인 토론 내용은 향후 정책방향과 연관지어 볼때 의미있는 대목으로 여겨진다. 물가정책국은 『통화긴축이 없이는 현재의 물가불안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통화긴축은 이부총리의 제조업경쟁력 강화시책에 어긋난다』는 경제기획국쪽의 주장에 밀려 「긴축론」이 정책에 반영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들어 학계 일각에서부터 『현재의 경제정책 기조를 수정하거나 혹은 현 경제팀을 교체하지 않는한 물가안정을 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점도 유의해 볼만 하다.
재정부문에서는 물가안정을 위해 올해 예산중 ▲1천5백억원을 절감하고 ▲유가인상 등에 따른 추가재정 소요분 5백억원을 자체예산에서 충당토록 하며 ▲3천억원은 예산배정 시기를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늦추는 등의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올해 전체예산규모 26조9천7백97억원의 1% 미만인 2천억원의 예산절감으로 직접적인 물가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부분은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고통분담」이라는 측면과,정부의 강력한 「의지천명」이라는 측면을 통해 물가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는 심리적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밖에 학원수강료 등 일부 개인서비스요금과 임대료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도의 시도와 선거자금 과다사용자에 대한 탈세조사 등 선거자금에 대한 관리 강화 등은 매우 적절한 조치로 평가되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후속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물가 긴급대책 주요 내용
◇수요관리 및 물가불안심리 해소
비제조업부문 정책금융축소
●민영주택자금 융자규모 축소조정
●조합주택 융자대상규모축소(25.7평→18평 이하)
여신금지업종에 대한 여신심사강화
●여신금지부문에 포함되는 대중음식점 범위확대(건평 1백평,대지 2백평 초과업체→건평 1백평,대지 1백평)
신용카드 과다사용 억제
●할부구매기간 및 금액축소(24개월→12개월,2백만원→1백50만 원)
●현금서비스한도 하향조정(50만원→30만원)
●신용카드회사에 대한 대출억제
●자동차등 구입시 할부금융축소(선수금비율 50%로 축소)
과다 선거자금 사용후보자에 대한 대출유용·탈세여부조사
세입내 세출원칙견지,정부예산 절약집행
●청사등 공공건물 건축예산(3천억원) 배정연기
●일반경상비용 등 1천5백억원 절감
●유가조정에 따른 추가세출요소 등(5백억원) 자체흡수
건축경기 과열 사전방지
●투기과열지구 신축분양 분양주택수 20배 범위내 제한
●40.8평 이상 주택소유자 청약예금 2년 지나도 2순위 처리
학원비 인상률 적정수준이하(1년미만 0%,2년미만 5%,3년미 만 7%)
◇부동산 가격안정
상업용건물 임대료 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 설정(1년미만 동결, 2년미만 5%,2년이상 8%)
지방자치단체별 임대료분쟁 조정기구설치
임대료 과다인상업체 세무관리강화
◇부문별 가격안정대책
농축수산물
●정부의 직접운송·보관기능 축소로 유통기능개선
●농안기금중 일정규모 긴급수입을 위한 풀자금으로 활용(6천8백6 0억원)
●축산진흥기금(3천1백억원) 통해 쇠고기 등 수급조절기능 강화
●권역별 식육류유통센터 건립
공산품
●수입원자재 할당관세 적용확대(원유 등 69개품목)
●인하요인 발생품목(17개품목) 가격인하 유도
◇에너지가격·공공요금관리
걸프전 확산대비,멕시코 등 원유도입선 확대
원유조정여부 국제원유가 추이살펴 신중검토
불가피한 공공요금인상 올해중 반영,가격체계 정상화
●상반기중에는 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만 현실화
◇물가관리체제 강화
품목별 물가관리 부처책임제 운영
주1회 기획원 기획관리실장 반장하에 물가안정 실무대책반편성
소비자고발센터,치안본부,국세청 연계감시망 체계확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