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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인·명물을 찾아서] 제주항공우주박물관

    [명인·명물을 찾아서] 제주항공우주박물관

    하늘과 우주에 대해 한번쯤 꿈꿔 봤던 사람이라면 기대에 부풀 만한 공간이 곧 문을 연다. 항공과 우주를 테마로 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이 오는 24일 개관한다. 항공역사관과 천문우주관, 테마존, 야외 전시장, 전망대 등으로 구성된 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하늘과 우주를 향한 인류의 꿈과 역사, 항공 우주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다. 커다란 비행선 모양의 박물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건물 안팎으로 전시된 항공기다. 한국전쟁에 투입됐던 전투기를 비롯해 대한민국 영공을 지켜 온 공군 항공기 35대(실내 23대, 외부 12대)를 직접 볼 수 있다. 실내에 전시된 항공기 대부분은 다양한 높이와 각도로 공중에 매달려 창공을 날던 모습 그대로 전시됐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든 비행기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새겨진 ‘부활’호(모형)를 비롯해 항공기마다 얽힌 사연을 엿볼 수 있다. 일부 항공기는 관람객이 직접 조종석에 올라타 볼 수도 있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류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호도 실물 크기로 제작돼 하늘을 향한 인류 도전의 역사를 직접 보여준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제주도와 협약을 맺고 항공기를 기증한 대한민국 공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공군 갤러리’도 1층 한편에 자리 잡았다. 항공기의 엔진과 부품을 비롯해 측면을 절개한 전투기도 전시돼 비행기 구조를 낱낱이 살펴볼 수 있다. 항공시뮬레이터에서 조종사 가상 체험도 할 수 있다. 이곳에는 세계 최대 박물관인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의 콘텐츠가 그대로 도입됐다. 2층 천문우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실물의 절반 크기로 제작된 ‘첨성대’ 절개 모형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는 물론 동서양 천문학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별자리 체험을 할 수 있는 대형 파노라마 스크린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자신의 동서양 별자리가 까만 밤하늘 같은 스크린에 떠오른다. 화성 탐사로봇인 ‘큐리오시티’ 모형이 실물 크기로 전시되며 우주정거장 모듈도 재현돼 전시장 한곳을 차지한다. 수차례 시도 끝에 지난해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도 실제 크기 모형으로 전시돼 안팎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2층 전시 공간은 ‘우주를 향한 길’을 따라 이어진다. 길을 걸으며 대형 스크린에 떠오르는 영상 등을 통해 우리가 사는 태양계뿐 아니라 은하계와 초대형 블랙홀 등 우주 전체의 구조와 생성 과정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우주에서는 무엇을 먹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화장실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우주에서는 어떤 신체 변화가 일어나는지 등 우주 생활의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또 이곳에서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운석을 직접 관람하고 체험해 볼 수 있다. 지구 밖에서 날아온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운석 17종 270여점이 전시되며 ‘행운의 운석’으로 알려진 ‘기베온’은 별도로 전시돼 관람객들이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천문우주관을 지나면 오감으로 우주 여행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테마관’으로 이어진다. ‘폴라리스’는 한 번에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5차원(5D) 서클비전으로 이곳에서는 높이 5m, 전체 길이 50m의 360도 대형 스크린에서 나오는 입체 영상에 실감 나는 특수효과가 더해져 오감으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오리온’에서는 시뮬레이터로 우주비행사 체험을 해 볼 수 있으며 ‘프로시온’에서는 멀티 터치 테이블에서 직접 만든 캐릭터가 스크린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주를 테마로 한 가상현실 극장인 ‘아리어스’에서는 전면 30m의 초대형 파노라마 스크린과 27개의 개별 모니터를 통해 직접 우주선을 타고 우주 여행을 하는 듯한 몰입감을 느껴볼 수 있다. 지름 15m의 대형 돔스크린이 설치된 ‘캐노프스’에서는 최첨단 영상기술과 입체음향을 통해 항공우주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다. 1층 로비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대형 모니터에는 관람객들의 모습에 미리 설정해 둔 우주인 이미지가 합성돼 나타나 관람객이 우주인과 함께 서 있는 듯한 시각적 체험을 할 수 있다. 40m 높이의 건물 전망대에서는 산방산과 제주 바다, 한라산과 오름 등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사방에서 조망할 수 있다. 야외에서는 물로켓과 에어로켓을 만들어 하늘에 날려볼 수 있다. 이 밖에 각종 항공우주 관련 세미나와 전시 이벤트를 열 수 있는 회의장, 항공우주 관련 캐릭터 상품 등을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도 들어서며 박물관 부지 내에 110실 규모(500명 수용)의 항공우주호텔이 들어섰다. 강승무 JDC 항공우주박물관 처장은 “항공우주와 관련된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 등에게 항공우주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인류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정신을 키워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JDC가 운영하는 항공우주박물관은 총사업비 1150억원이 투입돼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공원 인근 부지 32만 9838㎡에 지하 1층, 지상 3층 전체 면적 3만 167㎡ 규모로 지어졌다. 제주공항에서 차량으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임태순 선임기자의 5060 리포트] 8년째 도서관에 ‘출근’하는 박춘씨

    [임태순 선임기자의 5060 리포트] 8년째 도서관에 ‘출근’하는 박춘씨

    도서관과 주식, 세계관. 세 단어는 서로 어울리지 않고 아무 연관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박춘(62·서울 강동구 둔촌동)씨에겐 그의 후반부 인생을 지배하는 키워드이자 서로 일맥상통한다. “세상을 살다 힘들고 어려울 땐 도서관으로 가라.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3년간 책을 읽어라. 그러면 지금과 다른 세상이 보이고 다른 삶을 찾을 수 있다.” 서울 송파구 동남로 263 송파도서관에서 8년째 책을 보고 있는 박씨는 두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는 2006년 가을부터 지하철을 타고 도서관으로 출퇴근을 계속하고 있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주는 건 도서관’이라는 그의 지론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회사나 학교를 다니며 바쁠 때는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 미처 몰랐던 자신의 재능을 찾게 된다. 그는 “도서관에 오면 그동안 흘려 넘겼던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면서 “책을 읽으면 생각하게 되고, 생각을 하게 되면 뭔가 정리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는 또 “한 시대의 천재와 수재들이 온 힘을 쏟아부어 평생을 통해 터득한 지식과 지혜를 단 몇 시간 또는 며칠의 독서를 통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으니 우리는 보통 행운아가 아니다”라고 했다. 봉제공장, 부동산중개업 등 자영업을 하며 살아오던 그는 2003년 가을 병원에 입원했다. 진단을 해보니 몸이 굳는 강직성 척추염이었다. 일명 ‘대나무병’으로 불렸다. 8개월 동안 병원을 다니며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았다. 의사가 1시간 이상 움직이라고 해 동네 운동장을 돌며 몸을 추슬렀다.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60만원을 줘 주식을 했다. 집안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자는 생각이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6개월 지나니 20만원이 남아 아들에게 돌려줬다. 2006년 11월부터 송파도서관에 나오기 시작했다. 아파트를 팔아 상가를 구입했으나 시행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빈털터리가 됐다. 아픈 몸으로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아내가 근근이 생계를 꾸려갔지만 고교와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을 뒷바라지하기엔 힘에 부쳤다. 인생의 나락에 빠져든 느낌이었다. 우연히 신문에서 강태공에 대해 쓴 칼럼을 읽었다. 낚시를 하며 때를 기다리던 강태공이 70대에 위수에서 주 문왕을 만나고, 80대에 목야에서 은나라를 쳐부수고 재상이 돼 제나라 시조가 됐다는 내용이다. 글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강태공은 여든에 세상을 움직였는데 예순도 되지 않은 내가 움츠려 들어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나이를 잊어 먹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건강을 되찾고,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도서관을 찾았다. 제대로 공부해서 주식도 해보기로 했다. 경제학, 회계학 등 경제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밑바닥을 다졌다. 워런 버핏과 벤자민 그레이엄의 주식 분석에 대한 책도 읽었다. 3년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아내가 준 100만원으로 다시 주식을 했다. 다행히 경제에 대한 기반을 다진 때문인지 손실을 보지 않았다. 그의 주식에 대한 기본원칙은 두 가지다. 첫째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고평가가 되면 매매한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과 같은 주식투자 달인들의 투자법이다. 또 하나는 재물의 값이 떨어지면 이제 오를 일만 남았고 반대로 값이 올라가면 내려간다는 것이다.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의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나오는 내용이다. 주식의 가치는 경제학과 회계학을 공부하면 알 수 있다. 소액투자자들은 기관투자가나 애널리스트를 두고 있는 펀드사 등에 비해 자본력이 뒤지고 정보에 어둡다. 개미들이 큰 손을 당해낼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은 개미들처럼 주식을 마음대로 사고팔 수 없다. 주식 매매의 기동성은 소액투자자들이 훨씬 뛰어나다. 그렇다면 주식이 쌀 때 사서 갖고 있다 값이 오르면 팔면 된다. 그는 이 원칙을 고수해 두 번째 주식투자에서는 실패를 하지 않았다. 수익률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주식은 두렵고 알면 알수록 겁이 난다고 했다. 주식을 하기에는 경제적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문명의 시원, 자본주의 태동 등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로마, 중국, 영국·프랑스·독일, 일본 등 강국의 역사에 대해 공부했다. 자본주의를 태동시킨 중세 유럽사와 케인즈학파에 대해서도 책을 읽었다. 왜 근대로 접어들면서 서양이 동양을 점령하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이 일어났을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한 서구 문명이 오늘날 어떻게 지구의 표준적인 가치척도가 됐을까. 궁금증이 커지자 스스로도 종잡을 수 없었다. 마음 가는 대로, 닥치는 대로 책을 봤다. 동·서양 철학, 사상사, 신학, 사회사…. 송파도서관 3층에서 책을 보는 그는 종종 눈이 아프면 2층 어문학실로 가 잡지를 본다. 우연히 수필문학을 읽다 수필가를 공모한다는 공고를 봤다. 디지털에 문외한 이어서 휴대전화도 없는 그는 아들을 시켜 평소 써놓은 글 5편을 워드프로세서로 쳐 보냈다.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당선통지서가 날아와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는 수필반 동료에게 보낸 편지에서 “수필 장르는 체험의 문학으로, 나의 체험을 객관화하면서 나를 비추어보는 인간탐구의 문학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서 “통찰(성찰)을 통해 인생의 깨달음을 얻는 데서 수필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인간이 살아온 자취와 생각의 틀을 지나치게 되면 글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러한 체험과 이를 기반으로 한 사유의 틀은 독서로 얻은 철학, 역사 등 지식을 통해 더 다듬어지고 심화될 것”이라면서 독서관을 피력했다. 그의 사고의 중심은 경제에 있다. 그는 이 편지에서 “문명은 소유권 보장과 사유권의 확대, 확장을 통해 진보해왔다”면서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세상을 이해하기 쉬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철학이야기’, ‘파르메니데스의 세계’, ‘철학의 탄생’ 등 철학도서를 추천한 뒤 우리가 뿌리 내리고 있는 대한민국을 알기 위해서는 ‘헌법이야기’ ‘이승만의 삶과 국가’ ‘한국전쟁’을 일독할 것을 권했다. 또 ‘존 메이너드 케인즈 Ⅰ,Ⅱ’ ‘자유의 길’ ‘국부론’ ‘자본론’ 등의 경제관련 책을 추천했다. 그는 오전 11~12시쯤 도서관으로 와 4~5시간 책을 보고 1시간 남짓 공원을 산책한 뒤 오후 7시쯤 아내 가게로 가 함께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간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오거나 도서관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종종 생각을 글로 옮기기도 한다. 서세동점에 대해 글을 쓰려다 보니 우선 우리나라 역사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선왕조실록을 보고 있다. 1년 반이나 됐다. 세종, 세조, 선조, 인조실록을 떼고 요즘에는 광해군조를 읽고 있다. 그는 올바르게 살아가려면 옳음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하고 그래야지만 옳음을 체화하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의 가방끈이 긴 것은 아니다. 전남 보성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이 학력의 전부다. 그러나 그는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서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눈과 안목을 길렀다. 이제 생을 정리할 나이가 됐다. 그는 경제적 여유가 있든 없든 한 번쯤 사회와 단절돼 도서관에 파묻혀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작은 목표를 세우면 분별력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책을 좋아하면 괜찮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도서관에 오는 것이 고역이지 않겠느냐고 묻자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책과 담을 쌓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책과 인연이 있는 나를 찾을 수도 있다”면서 “도서관은 숨어있는 나를 발견하게 해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코 나이 때문에 망설이지 말라”고 덧붙인다. 그는 책을 소화하는 방법은 저자의 지식과 체계를 다시 한번 자신의 사유의 공간을 거쳐 가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독서는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지만 산책을 하면 흡수한 지식을 다시 끄집어 내 나의 체계로 재해석하고 재정리하게 돼 독서보다 산책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책을 덮고 목련, 진달래,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오금공원으로 나갔다. stslim@seoul.co.kr
  • [사설] 정파와 이념 넘어선 통일구상 세워나가자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선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이번 독일 방문이 한반도 통일을 향한 대장정의 출발점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귀국 후 박 대통령이 본격적인 통일정책 구상에 돌입할 것임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 직후 “독일의 통일 경험과 지식 등을 참고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 준비에 나서겠다”고 피력했다. 남북한의 경제력 차이와 이질성, 그리고 북한의 안보위협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들어 작금의 통일 논의가 생뚱맞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100년도 더 갈 것이라던 베를린 장벽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데서 보듯 한반도의 통일 또한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맞게 될 운명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통일 준비는 지금도 늦었다고 보는 게 보다 현실적 인식일 것이다. 통일이 대박이 되느냐, 쪽박이 되느냐 또한 우리의 준비 여부에 달렸다고 할 것이다. 내년으로 70년을 맞는 분단사를 돌이켜보면 통일과 관련해 숱한 담론과 정책이 명멸했다. 이승만 초대정부의 흡수통일론과 장면 정부의 ‘선(先)건설-후(後)통일론’, 박정희 정부의 ‘한반도 평화통일 3대 기본원칙’, 전두환 정부의 ‘민족화합민주통일방안’, 노태우 정부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김영삼 정부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김대중 정부의 ‘3단계 통일론’,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구상’ 등이 대표적이다. 큰 틀에서 보면 전두환 정부까지의 통일정책은 남북 간 체제 경쟁에서의 우위를 목표로 한 현상유지론에 가까웠고, 노태우 정부가 만든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이후 정부에서 부분 수정을 거친, 공식적 통일 모델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통일한국의 미래상과 과정상의 얼개만 제시했을 뿐 통일을 전후한 종합적· 체계적 구상은 결여돼 있다. 아울러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정부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북정책 기조만 제시했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따지고 보면 통일 정책의 하위개념인 대북정책 기조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설계하겠다고 나선 통일 구상은 분단 70년사에 한 획을 긋는 시대적 의미를 지닌다. 통일과정뿐 아니라 통일의 형태, 그리고 그 이후 통일한국의 비전까지 포괄하는 내용을 담는 만큼 시대정신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춰야 한다. 국가적 역량이 총결집돼야 할 과업인 것이다. 과거 우리는 정권에 따라 대북정책의 강·온 기조를 되풀이해 왔다. 힘을 앞세운 ‘아데나워 모델’과 대화를 앞세운 ‘브란트 모델’이 뒤엉키면서 안으로는 보수 대 진보, 우파 대 좌파의 소모적 논쟁을 되풀이했고 밖으로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는 요소의 하나가 됐다. 종북과 용공 논란에서 보듯 70년의 분단이 영토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조차 이념과 정파로 갈라 놓은 것이다. 통일을 설계하는 과정 자체가 사회통합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통일구상이 된다. 박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인 2012년 11월 외교·안보·통일정책 기조를 발표하면서 “통일로 가는 여정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대”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첫째 조건이 정파와 이념의 초월이다. 통일 담론을 이끌 대통령 직속 통일위원회부터 범정파, 탈이념으로 구성하기 바란다. 야당도 이에 적극 협력하는 모습으로 새 정치를 선보여야 할 것이다.
  • [정치뉴스 why] 새정치 첫날 왜 국립현충원 안 갔나

    [정치뉴스 why] 새정치 첫날 왜 국립현충원 안 갔나

    그동안 야당이 새 출발을 할 때나 새 지도부 등이 구성될 때는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찾는 것이 관례였다. 2012년 민주통합당은 새 지도부 출범 후 국립현충원을 방문했고, 김한길 대표는 지난해 5월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후 첫 행보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27일 첫 공식활동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를 하는 대신 민생 현장을 찾았다. 왜 그랬을까.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이념 문제를 넘어서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찾을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 지도부가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에 대해 계획조차 없다고 잘라 말한 것은 의도적으로 논쟁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안 공동대표는 지난 대선에 이어 새해 첫날 김·노 전 대통령의 묘역뿐만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해 민주당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미 양측은 신당의 이념적 좌표인 정강·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삭제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념 논란은 당내 계파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신당 이미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당 관계자는 “전날 대전현충원을 방문했기 때문에 첫날은 민생행보에 집중한다는 의미”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신당 지도부는 대신 서울 서대문구청 희망복지지원단을 찾아 일명 ‘세모녀 자살사태 방지법안’ 발의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갖고 취약계층 가정을 방문했다. ‘민생 중심 행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이날 사회복지 공무원과의 간담회에서 “국민의 삶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민생 중심주의 정치와 삶의 정치를 국민께 약속한 새정치연합의 첫걸음으로 복지현장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이 이날 통합신당의 1호 법안으로 기초생활보장법 등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한 것도 민생정치의 실천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최고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당명이 새겨진 파란색 점퍼를 함께 입고 화합을 다짐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기초선거 무공천과 관련해 더 이상의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새정치연합 정책노선 ‘탈DJ·盧 지우기’ 충돌

    새정치연합 정책노선 ‘탈DJ·盧 지우기’ 충돌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체성을 담은 정강·정책을 놓고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의 노선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발기취지문 등에서 중도노선을 취하고 있는 안 의원 측의 입장을 상당 부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통일·외교·안보, 복지·경제 분야 등 각론에 들어가면서 양측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특히 민주당의 기존 정강·정책에 김대중(DJ)·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과만 언급하고 있는 데 대해 안 의원 측이 박정희 정권의 7·4 공동선언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고 나서 신당의 좌표 설정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60년간 이어져 온 민주당 노선에 중대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18일 서울 여의도 민주정책연구원에서 정강·정책분과위원회 회의를 열고 양측이 마련한 정강·정책 초안을 논의했다. 새정치연합이 민주당에 제시한 정강·정책 초안에는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 등을 존중·승계한다’는 내용이 빠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안 의원 측 윤영관 공동분과위원장은 “과거의 소모적, 비생산적인 이념 논쟁은 피하는 게 좋다”며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민주당으로선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의 핵심적 성과를 부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물러날 수 없는 부분이다. 논란이 커지자 안 의원 측 금태섭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6·15 남북공동선언이나 10·4 남북정상선언을 존중하지 않아서 뺀 것은 아니다. 7·4 공동선언은 왜 없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특정 사건을 늘어놓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 측이 그동안 중도 노선을 취해 왔던 만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성과를 담으려면 박정희 정권의 공도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에 이어 새해 첫날에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고 민주화 세력뿐 아니라 산업화 세력도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에 민주당 측 정강·정책분과위원인 홍종학 의원은 “7·4 공동선언도 정강·정책에 넣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해 조율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러나 친노무현·DJ계 등 강경파가 ‘노무현 흔적 지우기’, ‘탈DJ’라고 반발하면서 양측이 접점을 찾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지원 의원은 “논쟁을 피하고자 좋은 역사, 업적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권노갑·정동영 등 민주당 원내 상임고문들도 이날 안 의원과의 만찬 자리에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 측은 처음 제시한 초안에 ‘4·19 혁명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도 넣지 않았으나 논란이 커지자 정강·정책 전문에 기술하기로 한발 물러섰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통합신당 “고집불통” 오거돈·김상곤 어쩌나

    통합신당 “고집불통” 오거돈·김상곤 어쩌나

    6·4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의원 측의 기대주였던 오거돈(왼쪽)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상곤(오른쪽) 전 경기도교육감이 민주당과 안 의원이 추진하는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난제가 되고 있다. 부산시장에 출마하는 오 전 장관은 통합신당 합류를 거부한 채 무소속 후보를 고집하고 있고 김 전 교육감은 최근 좌클릭 행보를 강화하면서 중도노선 강화로 외연 넓히기에 들어간 신당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 의원 측 입장에서는 ‘안철수 브랜드’로 통하는 두 후보가 통합신당의 후보가 돼야 지방선거에서 체면을 차릴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더욱 깊다. 오 전 장관은 17일 부산시장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당의 힘으로 시장이 되고 싶지 않다”면서 무소속 출마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 후보로 부산시장에 출마한 김영춘 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 전 장관이 무소속 출마를 얘기하면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다. 각자 마이웨이를 가는 수밖에 없다”며 초강수를 두는 등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양측이 야권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안 의원 측이 지지하는 후보가 오 전 장관과 통합신당 후보 두 명인 모양새가 돼 어떻게든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김 전 교육감도 새정치연합의 또 다른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김 전 교육감은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할 생각이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을뿐더러 ‘공짜 버스’ 논쟁까지 촉발시키면서 진보적 색채를 뚜렷이 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안 의원 측이 보여 왔던 행보와 차이가 난다. 안 의원은 새해 첫날에도 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고 이에 김효석 공동위원장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로서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었다. 특히 새로 출범한 새정치연합이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 교육감의 행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유시민 후보가 패한 것처럼 경기도는 보수 대 진보 구도로 갈 경우 싸움이 어려워진다”면서 “김 전 교육감이 마이너스 정치가 아닌 플러스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아리스토텔레스·플라톤 인터넷선 내가 제일 잘나가~

    적어도 인터넷에서는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이 예수보다 유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에 소속된 거시연결그룹이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소개된 언어의 수와 2008년 초부터 지난해 말까지 클릭 수 등을 종합해 유명도를 산출한 결과 아리스토텔레스가 1위에 올랐다. 아리스토텔레스는 152개 언어로 위키피디아에 소개돼 있었으며 6년간 조회수가 5600여만 회에 달했다. 2위는 플라톤, 3위는 예수였으며 소크라테스와 알렉산더 대왕,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순서대로 4∼6위에 올랐다. 공자는 7위로 동양권에서는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다. MIT가 ‘판테온’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이 프로젝트의 사이트(http://pantheon.media.mit.edu/)에 접속하면 연대, 직업, 나라 등 다양한 조건으로 유명인 순위를 정렬해 볼 수 있다. 한국인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었다. 2위부터 4위까지는 이승만·이명박·김대중 전 대통령이 차지했으며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각각 5·6위에 올랐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마산서 3.15의거 기념식…3,15 의거의 의미 되짚어보니

    1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제54주년 3.15 의거 기념식이 열렸다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열린 이날 3.15 의거 기념식에는 정홍원 국무총리,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홍준표 경남도지사, 3·15 의거 유공자와 유족 등 1천200여 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은 ‘민주주의 고귀한 희생, 국민통합으로 꽃 피우자’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국민의례, 변승기 3·15 의거 기념사업회장의 경과보고, 국무총리 기념사, 기념 공연, 3·15 의거의 노래 제창 순서로 30분 동안 이어졌다. 정 총리는 기념사에서 “3·15 의거는 부정선거에서 비롯됐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시작이고 꽃이라고 할 수 있다”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선거가 되도록 엄정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총리는 기념식에 앞서 3·15 민주묘지를 참배하기도 했다. 방명록에는 “3·15 의거의 정신을 새겨 품격 높은 민주국가를 이룩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전날에는 3.15 의거 희생자 유족회를 중심으로 추모제가 개최됐고 오는 24일과 29일에도 마라톤대회와 백일장 대회 등이 열릴 예정이다. 3.15 의거는 지난 1960년 이승만 대통령이 이끄는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 반발해 마산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사건이다. 당시 자유당 정부는 1960년 3.15 정·부통령선거에서 장기집권을 위해 선거준비 과정에서부터 부정행위를 했다. 이를 목격한 마산 시민들은 이에 항의했고, 경찰은 무차별 발포로 맞섰다. 결국 이날 수많은 시민들이 죽거나 다쳤고, 4월 11일 28일동안 실종됐던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마산 중앙부두에서 발견되면서 마산 시민들의 2차 시위와 함께 전국민적인 공분이 일면서 4.19혁명이 일어났다. 이후 3.15 의거가 일어난지 43년만인 2003년 3월, 국립 3.15 묘지가 준공됐고, 2011년부터 총리가 참석하는 정부 주관 행사로 기념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3.15 의거 기념행사 개최…54년 전 ‘3.15 의거’는 어떤 사건?

    15일 3.15 의거 54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가 개최된다. 국가보훈처는 정홍원 국무총리와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마산 3.15 아트센터에서 제54주년 3.15의거 기념식을 개최한다. 전날에는 희생자 유족회를 중심으로 추모제가 개최됐고 오는 24일과 29일에도 마라톤대회와 백일장 대회 등이 열릴 예정이다. 3.15 의거는 지난 1960년 이승만 대통령이 이끄는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 반발해 마산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사건이다. 당시 자유당 정부는 1960년 3.15 정·부통령선거에서 장기집권을 위해 선거준비 과정에서부터 부정행위를 했다. 이를 목격한 마산 시민들은 이에 항의했고, 경찰은 무차별 발포로 맞섰다. 결국 이날 수많은 시민들이 죽거나 다쳤고, 4월 11일 28일동안 실종됐던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마산 중앙부두에서 발견되면서 마산 시민들의 2차 시위와 함께 전국민적인 공분이 일면서 4.19혁명이 일어났다. 이후 3.15 의거가 일어난지 43년만인 2003년 3월, 국립 3.15 묘지가 준공됐고, 매년 3월 15일을 전후로 전국적인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60년 정통 야당명 ‘민주’ 새정치에 밀려나나

    60년 정통 야당명 ‘민주’ 새정치에 밀려나나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 새정치연합이 오는 16일 창당 발기인 대회 때 결정하기로 한 통합신당의 명칭에 대해 정통 야당의 적통을 상징하는 ‘민주당’(民主黨)이라는 명칭이 새 정치에 밀려 사라질 기로에 처했다. 영욕의 한국 정당 역사에서 ‘민주’라는 이름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1955년 이승만 정권에 맞서 민주당을 창당하면서 ‘민주’라는 이름이 전면에 등장했고 이후에도 이합집산을 거듭하던 여야 정당들은 집권 여부를 떠나 경쟁적으로 이 이름을 부분 또는 전면적으로 차용해 왔다. 통합신당 측은 지난 12일부터 14일 오후 6시까지 통합신당 당명을 공모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민주당 측은 수십년 동안 지켜온 민주라는 이름을 선호하지만, 안 의원 측은 새 정치라는 단어에 집착한다. 새정치연합은 당명(黨名)에 대해 “새 정치를 위한 통합신당의 참뜻을 잘 담았는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포용성이 있는가, 부르기 쉽고 참신한가 등이 선정 기준”이라면서 “기존 정당 명칭과는 구분이 되는 명칭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도로 민주당’에 대한 새정치연합 측의 거부감이 작용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공모 기준에서 ‘기존 정당과의 구분’을 명시했기 때문에 통합신당 당명에서 ‘민주’라는 단어를 아예 없애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통합신당 창당 논의에서 새정치연합 출신들은 ‘민주’라는 말이 빠진 ‘새정치미래연합’ 등의 당명을 유력하게 거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인기가 크게 떨어진 민주라는 명칭 폐기 목소리가 나온다. 낡은 이미지를 경계하는 기류 때문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당명 논란과 관련, “합당을 하는 쪽에서 (민주를) 빼야 된다고 고집한다면 민주당에서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반대하고, 민주당도 전향적이어서 ‘민주’의 처지가 위태롭다. 민주라는 명칭이 사라지게 되면 1997년 11월 민주당(속칭 꼬마민주당)과 신한국당이 ‘한나라당’으로 합당한 지 17년 만에 정당 명칭에서 ‘민주당’이라는 당명이 사라지게 된다. 주요 정당명에서 민주라는 단어가 빠지는 것은 정당사에서 초유의 일이 될 수도 있다. 1997년 11월부터 2000년 1월까지 ‘민주당’은 없었지만 자유민주연합 당명에 민주를 사용, 명맥이 이어졌다. 2003년 열린우리당이 창당됐을 때도 소수 민주당은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 특히 동교동계를 포함한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야당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민주당에 대해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는 게 변수다. 박지원 의원이나 이석현 의원 등은 “민주는 해방 후 지금까지 비판 세력의 정통성이자 상징”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민주’라는 이름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라는 이름이 사라질 경우 다른 정치세력이 ‘민주당’ 명칭을 사용할 경우의 혼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2012년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했을 때 대구·경북 지역에 근거한 군소정당 영남신당자유평화당이 한나라당으로 변경했다. 이 당은 19대 총선 이후 등록이 취소된 뒤 희망한나라당, 새한나라당으로 나뉘어 재창당했을 정도다. 통합신당 당명에서 민주가 배제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민주·安 “통합신당 당명 먼저”

    민주당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 새정치연합이 지지율이 정체된 ‘통합 신당 띄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양측은 당명이 정해지지 않아 통합 신당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있다는 여론을 감안해 당명을 서둘러 공모하기로 했다. 박광온 민주당 대변인과 금태섭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11일 “신당의 당명은 국민 공모와 전문가 제안 방식으로 결정할 예정이며 16일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 공모는 12일 오전 10시부터 14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되며 민주당 및 새정치연합 홈페이지와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직접 제안 등으로 이뤄진다. 신당추진단 정무기획분과 위원장인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통합 신당의 당명이 알려지지 않아 여론 조사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부분이 4~10% 포인트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이날 정무기획분과 회의에서는 임시 당명을 발표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임시 당명을 쓰는 기간이 너무 짧아 국민에게 혼선만 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당 일각에서 ‘민주’라는 명칭을 고집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민주라는 이름이 들어가야 한다”면서 “60년 전 이승만 독재정권 때 민주당이 출범한 만큼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16일 발기인 대회에는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에서 300명씩 참석하기로 했다. 민주당에서는 현역 의원 전원과 상임고문단, 당무위원들이 참석한다. 새정치연합은 기존 발기인들에게 참여를 독려키로 했다. 양측은 발기인 대회 이후 5개 시·도당의 창당대회를 각각 개최하고 23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연 뒤 이달 안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당추진단의 새정치연합 측 분과위원 인선도 마무리됐다. 정강정책분과에는 박원암 홍익대 교수와 조영탁 한밭대 교수, 당헌당규분과에는 정연정 배재대 교수와 윤석규 새정치연합 전략기획팀장, 총무조직분과에는 강인철 새정치연합 조직1팀장과 이수봉 새정치연합 조직2팀장이 선임됐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이승만에서 노무현까지… 숨겨진 한국정치 이면사

    이승만에서 노무현까지… 숨겨진 한국정치 이면사

    남재희가 만난 통 큰 사람들/남재희 지음/리더스하우스/288쪽/1만 4500원 “정치에서 이론서를 읽는 것은 마른 풀을 씹는 것과 같다. 자전이나 전기를 읽는 것은 싱싱한 풀을 씹는 것이다. 이론서보다는 자전이나 전기들이 정치의 지혜에 관해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2006년 ‘아주 사적인 정치 비망록’에 수록된 내용) 언론인 출신의 진보적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이 ‘아주 사적인 정치 비망록’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책 ‘남재희가 만난 통 큰 사람들’을 최근 펴냈다. 그러나 이번엔 ‘아주 사적’이지만은 않다. 전반부에는 이승만에서 노무현까지 역대 대통령 8인, 후반부에는 유진산에서 이회창까지 대권에 근접했거나 2인자 역할을 했던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저자와 직접 교유했던 민기식·김상현·윤길중 등 정치인, 선우휘·천관우·이영근 등 언론인, 그리고 종교계 강원룡, 소설가 이병주, 여류 인사 전옥숙·김정례 등과의 일화들을 흥미롭게 끄집어냈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 현대사의 중심에서 언론인으로 20년, 정치인으로 20년 가까이 살아온 저자가 그동안 숨겨놓았던 한국 정치 이면사의 보따리를 풀어놓은 ‘걸물 열전’이자 ‘정치 인류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인간적인 풍모와 삶의 뒤안길, 역경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낭만과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마음의 풍경, 고비를 이겨내는 용기 있는 행동 등을 인간적으로 솔직하게 들여다보면서 역사의 흐름 속에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신문 기자 시절에는 선술집에서 그들과 삶을 이야기하고 정치를 논했으며, 정치 현장에 몸을 던진 이후에는 그 자신 정치인으로서 치열하게 세상과 호흡했다. 이제까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일화와 역사·정치적인 의미로 새롭게 주목해야 할 사실들이 책에 역사적 가치를 더한다. 책이 다루는 시기는 195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전반까지이다. 1~2세대 전의 이야기이지만 당시의 정치적 과제들은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완으로 남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오늘날 정치인들이 풀어야 할 숙제를 던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20세기 후반부 우리 정치·사회의 풍속도를 나름대로 그린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말하자면 한국 현대사를 옆에서 본 것이다”라고 담담히 말하면서 후배 세대에게 통 크고 저돌적인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씨줄날줄] 군내(軍內) 여풍과 군대문화/박찬구 논설위원

    우리 여군의 역사는 1950년 6·25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9월 부산에서 500명 정원의 여자의용군이 창설됐다. 한 해 전 육군 예비역 소위로 임관한 여성 배속장교들의 건의에 따른 것이다. 고(故) 김현숙 초대 병과장은 당시 ‘모병을 회피하기 위해 각처를 돌아다니는 일부 남자들의 비겁한 태도에 여성들은 통한을 금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승만 대통령에게 의용군 모집을 건의했다. 여군의 발자취는 여군교육대와 여군훈련소를 거쳐 1970년 여군단 창설, 1990년 여군학교 승격 개편으로 이어졌다. ‘선배 여성장교’들은 퇴역 이후 고초를 털어놓곤 했다. ‘총이 없으면 부지깽이라도 들고 나가서 싸운다’는 심정으로 일선을 누비며 자부심을 느꼈지만, 결혼과 출산의 어려움으로 군을 떠난 뒤에는 나라의 무관심 속에 생활고와 병마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여성에게 사관학교가 개방된 것은 90년대 후반부터다. 공군에서 97년 여성의 사관학교 입학을 허용했고, 98년과 99년 육사와 해사도 뒤를 밟았다. 학생군사교육단(ROTC)도 2010년과 이듬해 숙명여대와 성신여대에 각각 창설됐다. 올해부터는 육군의 전투병과인 포병, 기갑, 방공 등을 포함한 24개 전 병과에 여군 장교와 부사관 배치를 허용하고 육군 3사관학교에서도 여생도를 선발키로 해 금녀(禁女)의 벽을 거듭 허물었다. 양성 평등의 시대 조류를 반영하고 갈수록 줄어드는 장교 자원을 확충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최근 들어 시대 조류에 역행하는 조짐이 공사와 ROTC에 이어 육사에서도 확연하다. 공사가 졸업성적 1위를 차지한 여생도에게 대통령상을 주지 않으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번복하는가 하면, 군 당국이 ROTC 후보생 군사훈련 평가에서 여대가 2회 연속 1위를 차지하자 위화감 조성을 이유로 학교별 순위를 없애고 등급제로 바꾸기로 했다. 육사는 올해부터 생도의 성적 평가 시 여성에게 불리한 군사훈련과 체육과목 등의 가중치를 높이는 대신 일반학 과목의 가중치는 낮추기로 했다고 그저께 밝혔다. 최근 2년 사이 여생도가 잇따라 수석졸업을 차지하자 성적 산정 방식을 바꾼 것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모병을 회피하던 남성의 비겁함’에 총과 부지깽이를 마다하지 않던 선배 여성장교들은 이 소식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성중심의 군 문화에서 배척당하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우리 군 조직은 여전히 인권 후진과 성차별의 미망(迷妄)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박찬구 논설위원 ckpark@seoul.co.kr
  • [부고] 강주성 前 3·15의거기념사업회장

    [부고] 강주성 前 3·15의거기념사업회장

    강주성 3·15의거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이 지난 22일 오후 3시 30분쯤 숙환으로 별세했다. 75세. 강 명예회장은 마산상고(현 용마고교)를 졸업하고 웅변학원 강사로 일하던 1960년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를 맞았다. 그해 4월 11일 마산중앙부두에 최루탄에 맞아 숨진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떠오르자 13일까지 시민들을 모아 의거를 주도했다. 그는 “왜 우리가 싸워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연설한 뒤 불종거리, 오동동파출소, 월남다리를 거쳐 시내 중심가를 지나 마산경찰서까지 진출해 경찰과 맞섰다. 이후 1966년 3·15의거 정신계승 전국남녀웅변대회를 창설해 3·15의거 정신 계승에 헌신했다. 1994~2005년 사업회장으로 국립 3·15민주묘지 준공, 3·15의거 경남도 기념일 제정 등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2010년엔 4·19혁명 공로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결식은 24일 오전 10시 국립 3·15민주묘지에서 열린다. 빈소는 마산연세병원. (055)240-7444, 223-1044.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공무원 선거중립 위반 최대 징역 10년

    공무원이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벌칙 규정이 신설됐다. 공소시효도 선거일 후 6개월에서 10년으로 확대됐다. 안전행정부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6·4 지방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모인 전국 17개 시·도와 227개 시·군·구의 부단체장을 대상으로 이 같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집중 강조했다. 유정복 장관은 이날 전국 부단체장들에게 엄중한 선거관리를 당부하며 올해 각 부처의 주요 정책도 설명했다. 지난 13일 통과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공무원이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하면 1~10년의 징역, 1000만~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선거법에서 가장 무거운 처벌 규정을 신설했다. 지금까지는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만 규정됐을 뿐 처벌 규정은 없었으나 개정안에 처음 들어갔다. 또 선거일이 끝난 뒤에 저지른 범죄는 그 행위가 있는 날부터 10년이 지나야만 죄가 사라진다. 당선된 지자체장의 선거를 도운 공무원일지라도 10년 동안 죄가 들춰져 과거 잘못이 묻히지 않게 됐다. 금품 수수뿐 아니라 단순 운반 혐의도 처벌 대상이다. 선거 기간에 포장된 선물 또는 돈 봉투 등 금품을 운반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긴다는 규정도 공직선거법에 신설됐다. 아울러 공무원 조직 내부의 조직적인 선거범죄를 고발하는 공무원에게 최소 1억원 이상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안행부는 이처럼 공무원 선거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만큼 지자체에서 한 건의 선거개입 사례도 발생하지 않도록 공무원의 선거중립과 공직기강을 엄정하게 확립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달 25일까지 기초의원 선거구 의원정수에 대한 조례 의결을 마쳐 달라고 주문했다.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정부의 부정선거에 개입했다가 사형을 당한 최인규 전 내무부 장관의 사례를 언급하며 평소 공무원의 선거중립을 강조했던 유 장관은 “아무리 좋은 정책과 제도라도 행정이 집행되는 지방의 적극적 협조와 동참 없이는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변화를 끌어낼 수 없다”며 민선 6기 지방자치의 성공적 출범을 위한 지자체의 협조를 강조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서세원 “빨갱이로부터 나라 지키자” 파문

    서세원 “빨갱이로부터 나라 지키자” 파문

    개그맨 출신 목사 서세원이 공식석상에서 “빨갱이들로부터 나라를 지키자”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세원은 13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영화 ‘건국대통령 이승만’ 제작을 위한 시나리오 심포지움을 열었다. 이날 참석한 김길자 대한민국사랑회 회장, 애국총연합회 이상훈 전 국방부장관 등은 11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미화한 영화”라고 비판했다. 이어 서세원은 갑자기 “빨갱이들로부터 이 나라를 지켜보자”면서 “우리가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우리 자녀들이 큰일 난다”는 발언을 했다. 서세원은 또 “좌익도 다 망했다”면서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 독재 국가다. 사회주의를 꿈꾸는 자들은 다 망했다. 민주주의도 잘못돼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념을 버리고 하나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서세원은 후폭풍을 예상한 듯 “이념 싸움은 하지 말자. 좌익, 우익 하는 것은 부끄럽다”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서세원은 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백범 김구 선생,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도 영화에 담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건국대통령 이승만’은 자유평화통일재단·불교애국단체총연합회·기독교이승만영화추진위원회·대한민국사랑회 등 보수 단체들이 제작에 나서는 영화로, 서세원은 ‘도마 안중근’(2002) ‘젓가락’(2010) 이후 또 다시 영화감독으로서 출사표를 던졌다. 서세원은 주인공인 이승만 대통령 역은 국내 배우들 중에 오디션을 통해 선발할 예정이며, 영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 역할은 미국과 독일 배우 중에서 캐스팅하려고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맥아더 장군 역할은 할리우드 유명배우를 섭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겨울 발자국 봄으로 간다

    겨울 발자국 봄으로 간다

    애초 겨냥한 건 설악산이었다. 눈(雪) 덮힌 큰 산(嶽), 이름 같은 풍경을 보자는 뜻이었다. 눈이 올 거란 일기예보만 듣고 떠난 길, 한데 ‘눈폭탄’이 쏟아졌다. 산에 오른들 눈보라만 실컷 보고 오게 될 터. 대안을 꼽자니 퍼뜩 7번 국도가 떠오른다. 돌아서면 바다, 돌아서면 백두대간이 우뚝한 곳. 귀와 눈, 그리고 폐부를 씻기도 맞춤하다. 입춘은 벌써 지났고 봄은 머잖은 곳에 와 있다. 갯바람에서도 한겨울의 매서운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새봄을 준비하는 이라면 이 바람에 겨우내 묵은 흔적을 훌훌 털어낼 일이다. 강원도 속초와 고성, 강릉은 사실상 한 묶음이다. 잘 뚫린 도로 덕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44번 국도 타고 고성, 속초 찍은 뒤, 7번 국도 따라 양양과 강릉을 돌아 영동고속도로 타고 돌아오는 여정은 1박 2일 프로그램으로 맞춤하다. 한 시인이 노래했다. “속초가 속초일 수 있는 것은 청초와 영랑, 두 개의 맑은 눈동자가 빛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를 고성에 비유하자면 “고성이 고성일 수 있는 것은 화진포와 송지, 두 개의 맑고 아름다운 석호(潟湖)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성 관광의 ‘아이콘’을 여정의 들머리로 삼는 건 당연한 노릇일 터다. 두 호수는 석호다. 내륙의 자연호수와 달리 바닷물과 민물이 뒤섞였다. 규모로는 화진포가 단연 앞선다. 호안선 길이가 16㎞에 달한다. 호수 주변에 이승만, 김일성 별장 등 볼거리도 많아 늘 사람들로 북적댄다. 아름답기로는 7번 국도변의 송지호도 뒤질 게 없다. 둘레 4㎞ 남짓한 아담한 호수로 겨울철이면 큰고니 등 다양한 종류의 철새들이 많이 날아든다. 송지호는 바람이 잠을 덜 깬 이른 아침에 찾는 게 좋다. 명경지수 같은 물 위로 주변 풍경이 수렴되는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송지호 뒤편은 왕곡마을이다. 북방식 전통가옥이 잘 보존돼 있어 지난 2000년 국가 중요 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 강릉최씨와 강릉함씨 집성촌으로 20여채의 북방식 한옥과 초가 등에서 약 50여 가구 주민이 살아간다. 왕곡마을과 송지호는 ‘송지호 둘레길’로 이어져 있다. 예서 송지호해수욕장도 멀지 않다. 약 4㎞에 이르는 모래사장이 인상적인 해변이다. 바로 앞에 죽도라는 바위섬이 있어 ‘죽도해변’이라고도 불린다. 이 해변, 참 예쁘다. 활처럼 휘어진 해안의 모양새가 우아하고, 등쪽엔 송림도 우거졌다. 멀리 뒤로는 설악산이 버티고 섰다. 주민들에게 듣자니 고성군 내 가장 유명한 해변으로 꼽힌단다. 속초에 들면 설악산이 여행자의 발길을 잡아 끈다. 꼭 고산준령에 올라야 맛이랴. 험한 눈길 헤치고 높은 봉우리에 오를 자신이 없다면 설악동까지만 가도 된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빼어난 설경과 마주할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오르거나 절집 신흥사만 둘러볼 수도 있다. 좀 더 욕심을 내 흔들바위가 있는 계조암까지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작은 암자에서 울산바위를 감상하는 맛이 각별하다. 산행의 피로는 노천 온천에서 푼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눈 덮인 설악산 자락을 완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시령 아래 있는 워터피아는 10여개의 노천 테마탕이 일품. 물놀이와 스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온천 테마파크다. 사용되는 물은 모두 온천수다. 이웃한 척산온천과 같은 단층대에 속해 있어 수질이 좋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척산온천 옆의 족욕체험장은 겨울철이면 문을 닫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속초의 바다는 설악산의 명성에 가려 있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설악산을 찾은 김에 잠깐 들르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아바이마을과 동명항, 속초해변 등에서 동해의 정취와 맛을 동시에 즐기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영금정해안도 빼놓을 수 없다. 속초에서 으뜸가는 해돋이 명소다. 양양에 들면 반드시 하조대에 들를 일이다. 조선의 개국공신 하륜과 조권의 성을 따 명명된 바위절벽이다. 둘이 ‘사방을 볼 수 있는 높은 곳’ 하조대에서 혁명을 도모했다거나, 혁명 이후 놀고 즐겼다는 전설이 여태 전한다. 하조대해변은 동해 바다의 진수다. 웅혼하다 할 만큼 장쾌한 풍경을 선보인다. 하조대 정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해안 절벽 위에 조성된 전망대가 나온다. 예서 굽어보는 하조대해변이 빼어나다. 양양엔 바닷가 절집이 특히 많다. 파도 소리 들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암자들이다. 홍련암은 대가람 낙산사의 산내 암자다. 절벽 위에 세워진 암자 옆으로 바다가 맞닿아 있다. 죽도암은 동산항과 인구항 사이에 있는 작은 섬 죽도에 깃든 절집이다. 이정표가 작아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암자는 작아도 앞마당에 담긴 풍경은 크다. 절집 문만 열만 동해의 만경창파가 멍석처럼 말려 오는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휴휴암(休休庵)은 죽도암에서 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1㎞쯤 내려가면 만난다. 연화법당이라 불리는 바닷가 너럭바위가 볼거리다. 여정의 마무리로는 커피가 제격이다. 강릉엔 유난히 커피 전문점이 많다. ‘커피 리퍼블릭’(coffee republic)이라 불릴 정도다. 특히 연곡면 영진해변은 과장 좀 보태 한 집 건너 커피숍이다. 갯가 마을 안쪽의 카페 보헤미안이 그중 이름난 집. 재일 교포 출신의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드립 커피로 명성이 떠르르하다. 옛 영진항은 지나쳐도 모를 정도로 작은 어항이었다. 요즘엔 몰라볼 만큼 커졌다. 커피의 거리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덩달아 물가도 올랐다. 작은 식당에서조차 물회, 회덮밥 등을 ‘시가’로 받는다. 바다와 접한 업소에선 회덮밥 한 그릇에 2만원을 받기도 한다. 지갑 얇은 서민들로선 달갑지 않은 변화다. 강릉항으로 이름이 바뀐 옛 안목항 주변도 온통 카페촌이다. 규모가 큰 항구인데도 활어 수조보다는 커피 로스팅 머신이 더 잘 눈에 띈다. 글 사진 고성·속초·양양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 나들목으로 나와 44번 국도로 갈아탄 뒤 속초까지 곧장 간다. 경기 양평에서 44번 국도를 타고 강원 홍천, 인제 등을 지나 미시령 터널을 넘는 방법도 있다. 고성 북쪽을 먼저 둘러보겠다면 진부령이 낫다. 지난 10일까지 내린 폭설로 통제됐다가 11일 해제됐다. 월동 장구를 갖추고 안전 운행한다면 최고의 설경과 마주할 수 있을 듯하다. 왕곡마을(www.wanggok.kr)은 7번 국도 송지호 못미쳐 우회전해 1.5㎞쯤 들어가면 나온다. 설악산케이블카(636-4300)는 어른 9000원이다. 문화재관람료(3500원)와 별도로 징수한다. 설악산국립공원 주차료는 4000원이다. →맛집:양양군 서면 송천리 떡마을(673-7020)은 장작불로 떡쌀을 삶고 떡메로 쳐 만든 전통 떡으로 이름난 곳. 오대산 자락의 진고개에서 강릉 방향으로 흐르는 연곡천 주변에선 꾹저구탕을 맛볼 수 있다. 꾹저구는 한국 특산 어류. 영동 지역 수계에서 주로 발견된다. 저구새가 부리로 꾹 찍어 잡아먹는 모습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조선시대 송강 정철이 지었다고 전해진다. 대부분의 식당들은 꾹저구를 갈아 걸죽하게 끓여낸다. 통째 끓여내는 집도 있다. 연곡꾹저구탕(661-1494)이 알려졌다. 7000원. 생선회를 좋아하는 이들은 속초 동명항 회센터를 주로 찾는다. 횟감과 채소를 사서 회를 뜨고 매운탕을 곁들여 먹는데 각각의 과정마다 돈을 내야 한다. →잘 곳: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속초 쪽에선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630-5500), 델피노 골프 앤드 리조트(1588-4888) 등을 권할 만하다. 강릉 영진해변 뒤편의 노벰버(662-6642), 경포호 안쪽의 비치호텔(643-6699) 등도 가격 대비 시설이 뛰어난 곳으로 꼽힌다. 양반들의 잠자리가 궁금하다면 선교장(646-3270) 한옥체험도 좋겠다.
  • ‘1907년 윤치호 작’ 친필 美 에머리大 원고 소장 친일 논란 있더라도 원작 맞다면 대우해야

    ‘1907년 윤치호 작’ 친필 美 에머리大 원고 소장 친일 논란 있더라도 원작 맞다면 대우해야

    “(애국가 작사가가)윤치호든 안창호든 그게 뭐 중요합니까. 영원히 작자 미상으로 방치하는 게 옳지 않다는 겁니다. 광복 70주년인 내년까지 작사가 규명 문제를 매듭지을 각오입니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인 혜문(41) 스님이 새해 벽두부터 또 일을 냈다.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주립박물관(LACMA)에 소장된 문정왕후 어보를 돌려받자마자 다시 애국가 작사가 규명이란 지난한 여정에 뛰어든 것이다. 이번 ‘애국가제자리찾기’는 환수보다는 정체성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7일 각계 인사들로 위원회를 꾸린 스님은 이달 말 미국으로 날아가 오는 31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머리대 도서관에서 윤치호의 친필 애국가 원본을 열람할 계획이다. 윤치호의 유족(딸)이 1990년대에 아버지 모교인 에머리대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진 원고다. 1~4절까지 한글 붓글씨로 쓰여 있고, ‘1907년 윤치호 작’이란 서명이 붙었다고 한다. 그는 “1945년 쓰인 친필 원본이란 이야기도 있는데 어떻든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사무실에서 마주한 스님은 표정이 밝지 못했다. “왜 친일파(윤치호)를 옹호하려 드느냐”, “스님이 찬송가에서 비롯된 애국가 원본을 찾아 무엇에 쓰려느냐”는 쓴소리들 탓이다. 독립협회장을 지낸 윤치호는 일제강점기 친일파로 변절했다가 해방 직후 자결했다. 혜문 스님은 “친일 논란이 있는 안익태의 애국가 자필 악보도 근대문화재로 지정받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며 “윤치호 작사가 맞다면 원고는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955년 국사편찬위원회는 윤치호와 안창호, 김윤식 등 각기 다른 5명의 작사설을 놓고 표결 끝에 11대2로 윤치호 작사설에 힘을 실어 줬다. 작사가를 확정치 않았으나 당시 최남선 국사편찬위원장은 이 원고의 사본을 접한 뒤 “‘윤치호 작’이란 서명이 붙은 것이 확실하다면 윤치호가 가사를 썼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행방이 묘연해진 원고는 2009년 12월 뉴욕국립도서관을 방문한 혜문 스님에게 우연히 발견됐다. ‘Korean Anthem’을 검색창에 입력하자 독일 음악가 프란츠 에케르트의 대한제국 애국가(뉴욕국립도서관)와 윤치호의 애국가(에머리대 도서관)가 동시에 떴다. 이후 도서관을 설득해 가까스로 열람 허가를 얻었다. 윤치호의 애국가 원본에는 일반인이 볼 수 없는 ‘접근 제한’이 걸려 있다. 첫 열람을 앞두고 혜문 스님의 고민은 깊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원고가 윤치호의 친필본인지부터 기증자와 기증 조건까지 모두 뒤질 계획입니다. 약탈 문화재가 아니라서 쉽게 되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요. 유족의 기증 조건에 ‘윤치호가 국내에서 애국가 작사가로 인정받으면 내주라’는 단서가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혜문 스님은 문헌을 검토한 결과 안창호 작사설보다 윤치호설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동안 ‘안창호가 1907년 선천예배당에서 7일간 금식기도를 마친 뒤 직접 작사했다’는 주장이 통용돼 왔다. 그는 “1907년 윤치호가 편찬한 ‘찬미가’의 14장, 19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행된 ‘신한민보’, 1951년 서정주가 쓴 ‘이승만 박사’ 전기, 로스앤젤레스에서 편찬된 ‘세계명작가곡집’이 윤치호 작사설을 뒷받침한다”고 열거했다. 또 1904~1920년 사이 부른 미국 한인 찬송가 속에는 ‘윤선생 티호군 작사’로, 미국 적십자가 발간한 영문 책자 속에는 ‘Chiho Yun’으로 각각 표기됐다는 것이다. 6·25 전쟁 직후 한국 정부가 미국에서 발간한 한국 소개 책자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애국가 후렴구는 윤치호가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대성학교 교장인 안창호와 명예교장인 윤치호가 가까운 사이였던 만큼 의견을 나눴거나 여러 명의 공동 창작가가 시간을 두고 작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그는 “규명 작업을 거쳐 내년까지 국가상징위원회와 국사편찬위원회에 최종적으로 애국가 작사가를 가려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수석박물관 개관 꿈꾸는 박병선씨

    [명인·명물을 찾아서] 수석박물관 개관 꿈꾸는 박병선씨

    세상의 모든 모습이 돌에 표현돼 있다. 아무 움직임도 없는 단순한 돌이지만 우주의 삼라만상을 보는 것 같다. 전남 순천시 조례동에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수석박물관이 있다. 한 개인이 평생 수집한 돌들이다. 아직 외부인에게 공개하지 않았는데도 알음알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명품이 가득하다. “사람이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돌 작품을 한데 모아 세계 최고의 수석박물관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2002년 전남 순천시 사무관으로 명예퇴직한 뒤 순천시의원을 지낸 박병선(65)씨는 지난 35년 동안 3700여점의 명석을 모았다. 비싼 가격으로 사고 싶다는 유혹이 많았지만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지금껏 한 개도 팔지 않고 모았다. 명석들을 ‘신의 작품’이라고 부르는 박씨의 ‘운산(雲山)수석원’은 264㎡(80평) 전시실 천장에까지 돌이 쌓여 있어 걸어다닐 수 없을 정도다.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서울 등지에서 밤늦은 시간까지 찾아오곤 한다. ‘문전박대’할 수 없어 박물관을 개관할 때까지 공개하지 않겠다는 수십년간의 고집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초에는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해 수석의 아름다움을 뽐냈다. 방송이 나간 뒤 순천시청 홍보과 전화가 마비될 정도로 문의가 쇄도했다. 박씨가 소장한 수석은 기존의 관상용 수석도 있지만,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무늬를 가진 문양 수석이 많은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로부터 수석 문화를 업그레이드했다는 찬사를 받는다. 전시실은 4군자 등 화려한 꽃과 ‘십이지신’(十二支神) 12동물, 아라비아숫자 1부터 10까지 새겨진 진기한 돌로 가득 찼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태극기와 지도, 무궁화도 50여점 있으며 초대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해 윤보선·최규하·노태우·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빼닮은 대통령 수석을 보면 눈길을 뗄 수 없다. 순천만을 상징하는 순천만 갯벌과 철새, ‘S자’ 수로, 갈대밭과 칠면초도 돌에 있다. 토끼가 달에서 방아 찧는 모습, 초가집 굴뚝에서 연기 나는 모습, 어미 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 낙안읍성과 각종 과일 문양, 강태공이 낚시하는 모습 등 경이로운 수석들이 끊임없이 보인다.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한다. 화가가 돌 위에 그림을 그린 듯 새겨진 각양각색의 문양들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신비로움마저 주고 있다. 태아부터 무덤까지 성장 단계, 십자가, 봄·여름·가을·겨울의 4계절, 바다, 동물 등 각종 생태계가 돌 안에 총집합해 있다. 돌 위에 그린 것 같아 수세미로 벅벅 문질러 봐도 벗겨지지 않는 수석의 그림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주제별로 나뉜 돌들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린아이들도 쉽게 판별할 수 있을 정도로 문양이 선명해 오히려 아이들이 더 재밌고, 신난다는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성인들만 볼 수 있다며 따로 보관해 놓은 발칙한 ‘19금(禁)’ 수석 50여점은 남녀 성기를 닮아 은근한 볼거리를 준다. 박씨는 “이런 돌들이 물속과 땅속에서 수억만년을 파도와 물, 모래에 씻겨 닳고 닳아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와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는 게 얼마나 신기한 일이냐”며 “자연 그대로인 수석으로 순천을 알리고 나아가 세계인들이 한국을 찾도록 하고 싶다”고 포부를 보였다. 박씨는 순천만 등 천혜의 관광지가 많은 지역에 또 하나의 관광지로 만들어 지역 경제에 많은 도움이 주고 싶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전시실이 협소하다 보니 개당 수백만원씩하는 돌 수십개를 바닥에 쌓아 놓을 정도라 3300㎡(1000평) 규모의 수석박물관을 짓는 게 그의 꿈이다. 가칭 ‘명품 국제 수석박물관’이다. 막대한 비용 탓에 선뜻 실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좋은 돌을 수집하는 데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소식을 들으면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까지 한걸음에 달려간다.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들이 많이 발견되는 충북 충주 남한강과 단양, 강원 영월 등 전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수석 산지인 중국 쓰촨·류저우·베이징 등까지 가서 구매한다. 최근 3개월 동안 중국에만 3번 다녀왔다. “돌에도 나이가 있고 이름이 있고 생명이 있다”는 박씨는 “이것들을 보고 있으면 엔도르핀이 팍팍 솟는다. 한 편의 그림이다. 재미가 있고 기운이 넘쳐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수석에 대해 설명을 한다. 겨울철 순천만도 볼 겸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는 김모(68·서울 서대문구)씨 일행 5명은 1시간째 보고 있는데도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씨는 “너무나 신비롭고 정말 자연 그대로의 수석인지 몇 번이나 확인을 해보면서도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며 “경이로운 돌들이 많아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정모(59·인천 계양구)씨는 “전설의 동물이라고 하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수석도 있다. 올해가 청마의 해인데 꼬리까지 달려 있는 말이 선명하게 새겨진 돌들을 보고 식구들 건강을 기원했다”며 “지금이라도 일반인에게 공개한다면 관광 명소가 될 텐데 개인이 소장하고만 있어서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이렇게 수석을 모으기 위해 박씨는 공무원 월급을 몽땅 털어넣었다. 박씨는 “폭포를 보면 물소리가 들리고, 새를 보면 새소리가 들리고, 동물을 보면 동물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릴 만큼 35년을 수석과 함께 살아왔다”며 “공무원 생활 26년 동안 한 번도 봉급을 집에 가져다주지 못했지만 싫은 내색 한 번 안 하고 묵묵히 내조해 온 집사람에게 항상 미안함을 갖고 산다”고 말했다. 박씨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십자가가 27m인데 돌로 쌓아 이보다 더 큰 30m 규모의 돌탑 십자가를 남산타워처럼 만들 생각”이라면서 “앞으로 5000개까지 모아 세계인들이 이 신비하고 놀라운 수석을 보러 오게 만들어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글 사진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가인 선생의 ‘법 정신’ 추모

    가인 선생의 ‘법 정신’ 추모

    대법원은 13일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 50주기를 맞아 추념식을 가졌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추념식에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황찬현 감사원장, 황교안 법무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김병로 선생 유족 등 각계 인사가 참석했다. 김병로 선생은 일제강점기 때 도산 안창호 선생과 의열단 사건 등에서 독립운동가를 위해 무료 변론을 펼치고 해방 후에는 사법부장(현 법무부 장관)과 초대 대법원장을 맡아 사법부 기틀을 세웠다. 또 이승만 정권 시절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면서 3권 분립 원칙을 제도화하는 등 법조계에선 가장 존경받는 인사 중 한명으로 꼽힌다. 양 대법원장은 추념식에서 “사법부는 이 나라 전체를 수호하는 꺼지지 않는 등불이었던 가인 선생의 뜻을 이어가야 한다”면서 “사법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가인 선생이 바라는 추모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김병로 선생의 손자인 김종인 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은 유족 대표 발언에서 “나라가 잘되려면 3가지 직종이 본래의 기능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한다”며 “학문하는 사람, 언론, 법관이 각자 역할을 해야 한다. 조부께서도 법관으로서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는 신념을 갖고 사셨다”고 강조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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