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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참모의 시대/박건승 논설위원

    [서울광장] 참모의 시대/박건승 논설위원

    데이비드 액설로드를 빼놓고는 ‘대통령 오바마’를 설명할 수 없다. 그는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감동의 드라마를 선사한 주인공이다. 정치 컨설턴트 출신으로 오바마를 설득시킬 줄 아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둘은 리더와 참모로서 역할과 기능만 다를 뿐 대등한 파트너 관계였다. 오바마에게 ‘노’(no)라고 과감히 말했고, 오바마는 그런 그를 믿었다. 그는 시중의 반(反)오바마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그 유명한 오바마 슬로건인 ‘그래, 우린 할 수 있어’(Yes, we can)는 액설로드 작품이다. 오바마가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크게 뒤지자 네거티브 전술을 구사하라는 압력이 여기저기서 들어왔지만 포지티브 전술을 끝까지 밀어붙였던 것이다. 힐러리가 ‘국정 경험’을 강조하고 나서자 오바마에게 ‘변화’를 기치로 내세우도록 해서 판세를 뒤집은 것도 그였다. 뉴욕타임스는 그런 그를 ‘오바마의 인생 친구’라고 표현했다. 당 태종 이세민에게는 위징이란 직언가가 있었다. 마치 ‘반대를 간언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위징은 최고 권력자인 태종에게 300여 차례나 ‘아니 되옵니다’를 외쳤다고 한다. 물론 확인할 길은 없다. 태종은 그런 간언을 수용해 바로잡을 줄 알았다. 태종이 위징에게 ‘군주가 어떻게 해야 명군(明君)이 되고, 어떻게 하면 혼군(昏君)이 되느냐’고 물었다. “두루 들으면 현명한 임금이 되고, 한쪽 말만 들으면 어리석은 군주가 되옵니다.” 명쾌한 답변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론도 자주 인용했다고 한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음을 이른다. 참모와 핵심 측근은 다르다. 참모는 정책 비전을 제시한다. 측근은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며 여론을 전달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 때 이기붕과 장택상,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이후락과 차지철은 핵심 측근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명참모들에는 누가 있었을까. 경제 부문에 국한하자면 박 전 대통령 때 김정렴이나 박태준, 전두환 전 대통령 때의 김재익이나 남덕우 정도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측근이 핵심적인 참모 역할까지 맡아 사달 난 예가 적지 않다. 절대 권력에 빌붙어 덩달아 세도 부리려는 이른바 ‘갈개발’이 문제다. 전문성이 태부족인 측근들이 핵심 참모까지 하게 되면 국정 농단과 정책 실패는 필연적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정치의 후진성이다. 연말이면 교수들이 모여 그해를 관통하는 사자성어를 정한다. 2013년은 도행역시(倒行逆施·순리를 거슬러 행동함),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거짓이 진실을 가림), 2015년은 혼용무도(昏庸無道·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실정으로 나라가 어지러움)였다. 지난해에는 군주민수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이후 4년간의 핵심어가 한결같이 어지러운 정국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였다. 그의 곁에 액설로드나 위징과 같은 참모가 있어 그런 경고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했더라면? 바른정당 김성태 의원은 며칠 전 친정식구들을 향해 “제대로 된 참모나 충신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탄핵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헌법재판소에서 막말을 쏟아낸 대리인단에도 ‘제대로 된 참모와 충신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했다. 시중에서는 주변에 오죽 사람이 없으면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한테 그토록 의존했겠느냐는 한탄도 나온다. 이제 와서 탄식해 봤자 부질없는 짓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아픔으로만 남겨 두기에는 너무 큰 대가를 치렀다. 그 실패학을 역사의 교과서로 삼아야 한다. 벌써 어느 대선캠프에선 측근들의 가벼운 언행과 또 다른 인사들의 과거 독선이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말썽의 소지가 있는 인사는 걸러 내야 한다. 모래성 쌓는 것을 피하는 길이다. 적폐 청산은 내부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측근과 참모들이 뒤얽혀 날뛰면 그 정권은 무너진다.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큰일을 도모하려는 정치인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 하나.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길이 있으나, 스스로 만든 재앙은 피할 길이 없다.’ ksp@seoul.co.kr
  • [김유민의 노견일기] 개를 사랑한다는 거짓말

    [김유민의 노견일기] 개를 사랑한다는 거짓말

    진돗개 아홉 마리가 남겨졌다. 아니, 버려졌다. 새롬이와 희망이 그리고 올해 태어난 일곱 마리의 새끼들 이야기다.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로1, 소유자 박근혜. 새로운 희망이라는 예쁜 뜻이 무색하게 동물등록까지 마친 개들은 다른 주인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일주일이 된 오늘 네 마리가 ‘한국진도개혈통보존협회’로 가게 됐다. 남은 다섯 마리는 아직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았다. 햇수로 5년, 생후 2개월에 청와대에 들어간 ‘퍼스트 도그’는 ‘동물을 사랑하는 친근한 대통령’ 이미지와 ‘키우던 동물을 두고 떠난 대통령’ 이미지를 동시에 안겨줬다. 처음부터 대통령 취임 준비위 관계자의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입양이라 해도, 최순실이 이름 짓는 것까지 관여했다고 해도, 직접 입양해 품에 안았고 5년간 같은 공간에 있던 개를 그렇게 쉽게 맡기고 떠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나갈 때나 들어올 때 두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며 SNS에 소식을 전했고, 비선실세 논란에 “진짜 실세는 청와대 진돗개”라고 말하던 박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퍼스트 도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데려온 킹찰스스패니얼 4마리를 키웠다. 반려견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을 정도로 애정이 각별했고, 하와이 망명 때도 모두 데리고 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백구와 황구, 스피츠, 치와와 등 다양한 종류의 반려견을 키웠다. 당시 큰 영애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물사랑이 남다르다고 소문이 난 것도 이러한 집안배경 때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진돗개 ‘송이’와 ‘서리’를 키우다가 재산 몰수 당시 개도 재산으로 취급당해 압수당했다. 다행히 개를 낙찰 받은 사람이 두 마리 모두 돌려줬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요크셔테리어 네 마리를 예뻐해 청와대에서 풀어놓고 키웠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반려견을 키우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 때 선물한 풍산개 ‘단결이’와 ‘자주’를 5개월 동안 청와대에서 지내게 했다. 이후 국민의 공개 요청에 따라 서울동물원으로 이주시켰다. 개들은 이름을 ‘우리’와 ‘두리’로 바꾸었고, 2010년에 자연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함께 하던 반려견 ‘청돌이’를 사저로 데려갔다. 페이스북을 통해 청돌이가 새 집에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보더콜리 ‘누리’를 키웠다. 노 전 대통령은 방문객들에게 누리를 소개하고 인사시켰다. 주인의 빈자리가 그리워서였을까. 누리는 노 전 대통령 서거 두 달쯤 뒤 집을 떠나 실종됐다.대통령의 인식과 정책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 나는 강아지를 껴안은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혼자 사는 대통령이 외롭고 힘들 때 강아지들이 잠깐이나마 위로가 될 거라 생각했다. 대통령이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관련법과 의식도 좋아질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지난해 정유라로 추정된 페이스북 계정으로 ‘대통령이 본인 개 관리도 못 하시는데’라는 댓글이 올라왔을 때도 믿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부 4년간 동물보호정책은 이상하리만큼 아무것도 없었다. 단 한건의 동물보호법도 통과되지 않았다. 2016년 동물경매업이 신설되고, 반려동물 온라인판매가 허용되는 등 거꾸로 동물유기현상이 악화될 수 있는 방향의 정책이 발표됐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발했다. 대통령의 인식은 관련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반려견 ‘보’, ‘써니’와 함께 백악관을 떠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중 동물, 환경보호 정책에 있어 여러 성과를 냈다. 반려견 번식업장을 규제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동물을 파는 판매자도 허가를 받도록 하고, 외국에서 들여온 강아지를 되팔지 못하게 동물복지법을 개정했다. 또 침팬지 종을 멸종위기종으로 등록,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게끔 했다. 야생동물 밀렵 단속 강화, 상아 거래 금지 등을 위해 힘썼다.정말로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개를 키우면서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공동공간인 아파트에 살면서는 최대한 이웃에 피해가 가지 않게 조심하고, 주의해도 마음의 부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집 앞 마당에서 개와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이 정말 부럽다.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 역시 대지면적 484㎡, 건물면적 317.35㎡, 마당이 있는 넓은 공간이라는 점에서 참 부럽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한 개를 한 마리도 데려가지 않았다. 정말로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 없다.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이 동물을 사랑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직접 키울 수 없다면 좋은 주인을 찾아주는 최소한의 책임감은 보여주어야 했다. 나 역시 몇 번의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할 때 가장 먼저 반려동물을 챙기게 된다. 익숙한 곳을 떠나는 것은 동물에게도 낯설고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커다란 가구,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바들바들 떠는 모습을 본 첫 이사 이후로는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산책을 시키거나 다른 곳에 있다가 정리가 되면 들어온다. 그리고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함께 있어준다. 특별한 행동이 아닌 또 하나의 가족을 챙기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탄핵이후 대한민국의 길] ‘재벌은 정부가 만든다’ 60년대 인식 버려야 혁신 기업 만든다

    [탄핵이후 대한민국의 길] ‘재벌은 정부가 만든다’ 60년대 인식 버려야 혁신 기업 만든다

    “피청구인(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기업으로부터 재원을 마련하여 미르와 K스포츠를 설립하도록 지시하였고,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기업들에 출연을 요구하였다…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하여 기업으로 하여금 재단법인에 출연하도록 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해당 기업의 재산권 및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2016 헌나 1 탄핵 사건 결정문’에서 정경유착 행위가 명백하게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적시했다. 헌재는 재벌들이 미르재단 등에 출자한 돈이 뇌물인지를 따지지 않은 채 모금 행위 자체를 대통령 탄핵 사유로 봤다. 즉 기업이 권력에 떠밀려 돈을 냈더라도 대통령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낸 돈이 뇌물인지는 향후 최순실 게이트 관련 공판 및 검찰의 추가수사 과정에서 규명될 전망이다. 헌재의 지난 10일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정경유착에 대한 법리적 선고는 끝났다. 실제로도 앞으로 재벌과 권력이 결탁하는, 정경유착의 시대는 종언이 될까. 촛불민심이 “재벌도 공범”이라며 정경유착의 종언을 소리 내 요구한 지금이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게 울리고 있다. 정경유착은 건국 직후부터 시작됐다. 이승만 정부의 적산기업(일제가 패망 뒤 한반도에 남긴 기업) 불하 과정은 ‘기업 부자는 정부가 만든다’는 인식을 심기 충분했다. 당시 불하받은 기업인은 매각 대금의 20%만 선납하고, 나머지 금액은 연리 7% 저리에 10년간 분할해 갚으면 됐으니 사실상 거저 기업을 준 셈이었다. 본격적으로 국가 주도 경제개발이 이뤄진 박정희 정부 시절 이후엔 정부가 선별한 사업을 따낸 기업들이 승승장구했다. 정경유착의 역사를 짚어가다 보면 대한민국 정치·경제사의 주요 궤적이 그려질 정도로 정경유착의 역사가 오래된 셈이다. 뇌물의 액수로만 따지면, 과거 정경유착의 정도는 현재보다 훨씬 강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당시 돈으로 각각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기업으로부터 받아 챙겼다. 그러나 정경유착에 대한 비난 여론은 그때보다 지금 약해지지 않았다. 연초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재벌 경제체제의 개인·한국경제에의 영향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66.4%가 ‘재벌 체제가 한국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재벌 체제를 비판한 이들 중 39.1%는 ‘사회 양극화를 부르기 때문’이라고, 38.1%는 ‘정경유착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를 이어받아 검찰이 우선 수사해야 할 대상을 묻기 위해 MBN이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재벌 관련 (정경유착) 의혹’이 30.6%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정경유착의 양(뇌물 액수) 대신 질(특혜)에 초점을 맞추면, 정경유착을 비난하는 여론의 강도가 왜 이렇게 거센지 이해하기 쉽다. 재계 관계자는 15일 “과거 정경유착 상황에선 국가 주도 경제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변명할 여지가 있었던 데다 정경유착으로 이권을 몰아준 각종 산업이 크는 과정에서 고용이나 하청 기업이 창출되는 순기능적 측면도 일부 찾을 수 있었다”면서 “재벌 총수가 2, 3세가 된 현재는 정경유착을 통해 기업들이 얻는 반대급부가 총수 일가의 편법 승계, 승계 과정에서의 절세 등 공익에 반하는 요소 일색”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최순실게이트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 측근에게 금품을 제공한 대가로 자신의 안정적 삼성 그룹 승계를 보장받았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SK, CJ 등 향후 수사 대상 그룹들 역시 권력에 선을 댄 반대급부로 총수 사면 등을 약속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자한 재벌은 16곳, 이 가운데 정경유착 의혹이 정조준돼 수사 대상이 된 삼성은 재단 출자금과 별도로 최씨 측에게 금품을 제공했다. 또 다른 수사대상인 SK는 최씨 측으로부터 추가 금품제공 제안을 받았다 거절했다. 권력(측근)과 재벌이 직거래하는 방식, 이른바 P2P식 정경유착은 이처럼 명백하게 수사 대상이 된다. 하지만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통해 기업들이 모금 형식으로 금품을 제공한 경우를 형사적으로 처벌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정작 정경유착의 주요 양태가 P2P 방식보다 모금 방식으로 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모금 방식의 정경유착은 형사적 처벌이 어렵다는 측면뿐 아니라 기존 기업들 간 독과점 체제를 공고히 하는 측면에서도 사회적 해악을 일으킨다. 재단 출자 자체로 ‘내부자 그룹’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각종 원자재, 소재, 인허가가 필요한 서비스업 등의 분야에서 각종 ‘협회’가 구성돼 대정부·대언론 창구 역할을 하고 혁신적인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경우가 많지만 이에 대한 민형사적 처벌은 요원한 상태다. 은밀해지고 세련되어진, 그러면서 해악은 커진 정경유착을 어떻게 근절할 수 있을까. 재벌사 연구 권위자인 이한구 수원대 경제금융학과 명예교수는 “정경유착을 막을 시스템은 충분하다”면서 “실행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명예교수는 “정경유착을 막겠다고 새로운 규제를 너무 많이 양산하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기업이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유전무죄라는 체념적 상식을 깰 실행의지를 갖고 기업 경영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투명성을 높인다면 서서히 정경유착이 근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경유착이 언론 등에 포착돼 단죄받는 속도가 과거에 비해 개선됐고, 결국 우리 사회가 정경유착을 줄여 나가는 쪽으로 서서히 진화하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연세대 행정학과 문명재 교수와 동아대 행정학과 황창호 교수는 2012년에 발표한 ‘권력형 비리와 리더십 위기’ 연구에서 “전두환 정부부터 김대중 정부까지 집권 초반에 발생한 권력형 비리가 퇴임 이후나 집권 후반에 발각된 반면 이명박 정부에선 집권 초반에 발생한 권력형 비리가 집권 초반에 적발됐다”고 집계했다. 문 교수는 “과거보다 현재 시민의 감시가 강화됐고, 박근혜 정부에선 시민들이 주도해 정경유착을 행한 권력을 탄핵하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시민들의 감시와 참여가 이어진다면, 정경유착 근절을 향해 우리 사회가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청남대에 박 前대통령길 안 만든다

    전두환 정부부터 20여년간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이용되다가 대통령 테마 관광지가 된 충북 청주 청남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이름을 딴 산책로는 조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남대관리사업소는 13일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청남대를 방문한 적이 없어서 박 전 대통령 산책로를 조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탄핵으로 불명예 퇴진한 탓은 아니라고 밝혔다. 청남대 관계자는 “청남대를 별장으로 사용했거나 한번이라도 방문한 대통령들의 이름을 빌려 산책로를 조성한다는 내부 규정을 세워 그동안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산책로를 조성해 왔다”며 “박 전 대통령은 이런 내부 규정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산책로를 만들면 이승만·윤보선·박정희·최규하 전 대통령 길도 만들어야 한다”며 “청남대 공간이 넓지 않아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청남대는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회가 구성되면 협의를 거쳐 동상과 초상화 제작 등은 추진해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청남대는 현재 박 전 대통령을 제외한 10명의 역대 대통령 동상을 모두 제작, 대통령 길과 역사교육관 앞 등에 설치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박근혜, 불복시위 중?…‘승복 선언’없이 침묵 중

    박근혜, 불복시위 중?…‘승복 선언’없이 침묵 중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무런 입장 표명을 나타내지 않아 ‘불복 시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박 전 대통령 쪽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별도의 입장이나 메시지를 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탄핵안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경우에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 ‘국론통합’을 호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헌재가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탄핵 인용을 결정하자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통령은 선고 뒤 청와대 관저에서 한광옥 비서실장 등을 만났지만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근혜계인 자유한국당 조원진 의원이 청와대를 찾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면담을 거부하기도 했다. 국정을 마비시키고 국민들이 분열된 상황을 초래하고도 사과는커녕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도 내놓지 않은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격렬하게 반발하다가 11일 오전 현재 3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박 전 대통령의 침묵이 지지자들을 향한 ‘암묵적 불복 선동’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그 동안 헌재 심판 과정이 불공정하다며 불만을 표시해왔다. 또 법정에서뿐만 아니라 탄핵반대 집회에 변호사들이 직접 나가 헌재 결정 불복을 부추기는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지난 3월 1일 김평우 변호사는 연단에서 “3월 13일 이전에 탄핵심판 절차를 끝내겠다는 헌법재판소 법을 지키고만 있는 것은 시민이 아니라 조선시대 양민이거나 북한 인민들”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광장에 이승만 건국 대통령 동상이 세워지고 헌화가 매일 쌓일 때까지 애국시민들의 집회는 계속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호소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탄핵 불복’ 운동을 암묵적으로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묵묵부답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에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리까지 저버리는 행위다. 국정파탄의 당사자로서 너무 무책임하다”면서 “이 같은 행태에 대해 국민들은 헌재 판결에 불복하는 모습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더 큰 혼란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과거에 헌재 판결에 승복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적도 있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4년 헌재가 세종시 수도 이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대로 “헌재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2004년 10월 2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을 확인했을 때에는 고칠 줄 알아야 한다. 계속 잘못을 반복해서 완전한 파탄으로 갈 것인가, 잘못을 인정하고 나라를 살리는 길로 갈 것인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통합이 되려면/최용규 논설위원

    [서울광장] 통합이 되려면/최용규 논설위원

    1300년 이상 된 분열의 역사 승자의 우월적 DNA 이어져 통합 나선 DJ, 노무현도 실패 통합할 새로운 ‘이념’ 제시돼야 지긋지긋한 분열 끝낼 수 있어우리는 요즘 우리가 얼마나 극심하게 분열돼 있는지를 똑똑히 보고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크고 작은 분열과 대립, 갈등은 그간 수도 없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극명하게 갈라진 적은 일찍이 없었다. 내면에 내재된 분열의 본모습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이런 극심한 분열도 따지고 보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분열의 유전자(DNA)는 이미 우리 안에 들어 있었고, 이 DNA가 1300년 넘게 핏속을 타고 흘렀지만 적당히 은폐돼 노출되지 않았을 뿐이다. 승자와 패자의 운명이 확실하게 갈리는 게 전쟁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신라의 삼국 통일은 영토의 통일일 뿐 정서적 통일은 아니다. 말이 좋아 통일이지 전쟁에서 지면 노예로 전락하는 것은 동서고금의 이치다. 그런 역사가 면면히 이어져 오늘까지 왔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승자의 우월적 DNA는 빈부를 떠나 자자손손 핏속에 흐르고 있었으며, 진 쪽을 하대하고 우습게 보는 것이 이 DNA가 갖고 있는 속성이다. 어디 사람들은 속을 모르겠다느니, 어디 사람들은 뭐 끼고 노는 것만 좋아한다느니 하는 프레임을 누가 만들었겠는가. 전쟁에서 지고 입을 함부로 놀렸다가는 자기 한목숨은 물론이고 가족의 생사조차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알아도 모르는 척 입 닫고 눈만 껌벅껌벅하고, 물산은 풍부하니 세상 일 멀리하고 풍류에 젖어 있었는지 모른다. 이런 정서적 주류 세력이 오늘날 보수요, 비주류가 진보의 중심 세력으로 성장했다. 김대중(DJ)과 노무현이 이 판을 엎고자 그토록 애를 썼지만 안 된 이유가 쇠심줄보다 더 질긴 주류의 정서, 즉 우월적 DNA를 깨부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리 통합을 외쳐댄들 말처럼 쉽게 이루어지겠는가. DJ와 노무현 말고도 과거 수많은 사람들이 통합을 소리 높여 외쳤고, 대선을 앞둔 지금도 그런 사람이 여럿 있지만 통합의 당위성에만 고개를 끄덕일 뿐 정작 핏속을 타고 흐르는 DNA는 고개를 젓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지역적 통합은 바닷물 한 번 들이치면 흔적 없이 사라지는 사상누각과 같은 것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통합은 우열 없는 정서적 통합이다. 이 난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촛불과 태극기는 언제 어디서든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국가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지금 우리가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광장의 처참한 분열을 끊어 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DJ와 노무현의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는 것이 정치 하는 이유라고 했던 안희정이 ‘선의’(善意) 발언을 사과한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노무현 사후 폐족을 자처했던 그가 정치판에 뛰어든 것은 다름 아닌 미완의 역사에 대한 완성, 즉 통합에 있다고 했다. 박정희에 대한 공칠과삼(功七過三) 평가라든지, 대연정, 선의 발언도 통합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당장 같은 편 쪽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당내 경선이 위태롭다 해서 거둬들일 일이 아니었다. 왜 대통령이 되려는지에 대한 자기부정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보수·진보 양쪽의 협공을 받고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그가 김대중·노무현뿐만 아니라 이승만도 박정희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라고 했다. 비록 선의 발언에 대해 사과는 했지만 자기 정치철학의 요체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 것이다. 그러나 안희정의 통합도 과거 안철수의 새 정치나 반기문의 정치교체처럼 단지 슬로건에 머문다면 하는 말마다 공격의 대상이 되고, 그의 도전 또한 실패할 확률이 높다. 누가 됐든 통합을 기치로 대선에 나갈 생각이라면 정서적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이는 진보와 보수, 좌와 우가 아닌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 사상과 이념을 의미한다. 이 설계도 안에 정치와 경제는 어떻게 하고, 교육·복지·문화는 어떻게 할지를 담아 보여 줘야 한다. 그래야만 선의 발언도 당연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진보와 보수의 지긋지긋한 분열상도 마침내 끝낼 수 있을 것이다. ykchoi@seoul.co.kr
  • ‘3·1운동 얼굴’ 유관순 열사, 독립서훈은 고작 ‘3등급’

    ‘3·1운동 얼굴’ 유관순 열사, 독립서훈은 고작 ‘3등급’

    서훈 재조정안 본회의 못 넘어 유족 “친일파 농단에 밀려” 주장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상징인 유관순(1902∼20) 열사의 독립운동 서훈등급이 ‘3등급’밖에 안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1일 충남 천안시에 따르면 유 열사가 받은 서훈은 독립장(3등급)이다. 김도현, 김마리아 등 823명 중 한 명일 뿐이다. 명성으로 보면 김구, 이승만, 안창호, 안중근 등 30명이 포함된 1등급 대한민국장과 신채호, 신돌석, 이은찬 등 93명이 들어간 2등급 대통령장과 비교해 초라하다는 지적이다. 유 열사는 1919년 이화학당 재학 중 휴교령이 발령되자 고향 천안에 내려온 뒤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붙잡혀 옥사했다. 3·1운동 98주년을 맞아 아우내봉화제(충남 천안), 3·1 독립운동 희생선열 추모식(서울 탑골공원) 등 각종 기념행사가 열렸지만 만세운동을 주도한 대표인물 유 열사의 훈격은 변화가 없다. 정부가 1962년 독립유공자의 훈격을 결정한 뒤 수차례 조정 필요성이 제기됐고, 서훈 재조정을 골자로 한 ‘상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2015년 9월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탑원리 유관순 열사 추모각 화환식에 참석했던 유 열사의 조카 유제양(80·서울 답십리동)씨는 “친일파의 농단으로 고모의 훈격이 3등급으로 밀렸는데 아직도 그대로”라며 “원래 1등급으로 책정됐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밀렸다고 들었다. 3·1운동을 대표하는 유관순 열사의 훈격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혜훈 기념사업회장도 “3등급은 터무니없다. 재조정하면 각종 민원으로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는 게 국가보훈처의 논리지만, 그것은 기준에 따라 정리하면 되지 미리 방어막부터 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상훈법 개정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긴급 진단] 검·경 수사권 조정

    [긴급 진단] 검·경 수사권 조정

    대선을 앞두고 일부 주자들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구조 개편을 핵심 개혁 사안으로 거론하면서 이 문제가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소재를 둘러싼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은 이미 20년 이상 된 해묵은 논쟁 사안이다. 국가 형사체계의 골간으로 국민 개개인에게 미치는 여파가 큰 사안인 데다 검찰과 경찰 두 거대 조직의 이해와도 직결돼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향후 펼쳐질 본격적인 형사체계 재편 논의를 앞두고 권순범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과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으로부터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한 검·경의 주장을 들어봤다.■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檢 개혁 핵심은 감시와 견제…올해 수사권 조정 마무리를 “검찰 개혁의 핵심은 비대한 검찰의 권한을 분리하고 감시와 견제를 하자는 겁니다. 경찰에게 힘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국민들의 열망이 있는 만큼 반드시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될 겁니다.” 황운하(56)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1일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수사권 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경찰 측 목표를 밝혔다. 황 단장은 “수사권 조정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경찰이 수사권을 갖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적시된 헌법에서 이런 내용을 삭제하는 개헌안도 올해 안에 초안이 나올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황 단장은 수사권 조정 문제가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수사권 조정은 검찰이나 경찰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것은 국민의 편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인권 보호 장치가 될 수도 없다”며 “검찰이 권한을 독점하다 보니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하위권”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형사정책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검찰 12.7%, 경찰 23.1%, 법원 23.4% 등으로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그는 “검찰이 권력을 독점하면서 홍만표, 진경준, 김광준, 김형준 등 불행한 검사들이 나왔고 급기야는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고 지목되는 실정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최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황 단장은 올해 안으로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제가 2005년 수사구조개혁팀장을 할 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임에도 실패한 것은 여론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는 국회, 언론, 시민단체 누구를 만나도 지지를 받기 어려웠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에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 열망이 커졌다”며 “경찰 마음대로 수사권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권 조정의 당위성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는 게 경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야당 대선주자 상당수가 검찰 개혁을 이야기하고 수사권 조정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경찰로서는 호재다. 그는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헌법에 있는 만큼 개헌 없이 수사권을 조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에 대해서 황 단장은 한 발 더 나아가 결국 영장청구권도 경찰이 갖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사가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나 전관예우 비리에 악용하는 폐단이 크다”며 “법관이 중립적이고 독립적으로 영장을 발부하는 것이 영장주의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하면 경찰 권력이 오히려 비대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소권으로 수사권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직접 수사해서 기소하기 때문에 권한이 막대하지만 경찰은 수사해도 기소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에 넘기면 무리한 수사였는지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말 수사권 조정 업무를 책임지는 수사국 수사구조개혁팀을 수사구조개혁단으로 격상시키고 황운하 경무관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예전부터 ‘검찰 저격수’로 불리며 검찰 개혁을 주장해 왔다. 황 단장은 “경찰 생활 32년간 수사구조 개혁을 목표로 살아 왔다”며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체계는 내부 모순이 축적돼 폭발 단계에 이르렀다. 지금이야말로 검찰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 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경찰청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중앙집권적 체제에서는 중립적이기 어렵다”며 “교통과 관광 등 일부 분야에서 제주도식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이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수사권을 가져오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설립되면 영국의 NCA와 같은 중대범죄수사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청의 특수수사과와 지능범죄수사대 등을 중대범죄수사기구로 편입해 조직폭력, 마약 등을 수사하고 공수처, 검찰, 경찰, 중대범죄수사기구가 서로 감시와 견제를 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권순범 대검 미래기획단장 영장 청구권은 인권보호 장치…억울하게 구속되는 일 없어야 “검사의 영장 청구권은 국민 인권을 지켜 온 50년 역사의 이중 보호 장치입니다. 검찰 개혁도 결국 검찰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권순범(48·사법연수원 25기)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은 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수사권 조정 논의가 단순히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야권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특히 검사의 영장 청구권을 헌법에서 삭제하는 내용의 개헌안 추진까지 거론되는 데 대해 권 단장은 검찰의 염려를 전했다. 권 단장은 “수사권 조정이 검찰 개혁의 상징처럼 잘못 회자되고 있다”며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안전 장치를 없앤다면 검찰의 권한이 조금 줄어들지 몰라도 국민의 피해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경찰 수사에 미흡한 점이나 억울함이 있어도 국민이 더이상 구제받을 방법이 사라지는 것이어서 검찰은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경찰 역시 판사에게 구속영장 청구가 가능했다. 당시 이승만 정부가 군이나 검찰 대신 경찰을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삼으면서 억울한 구속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 결과 4·19혁명 이듬해인 1961년 현행처럼 경찰이 검찰을 거쳐 영장을 발부받도록 형사소송법이 개정됐다. 이후 국민 인권 보호를 위해 최고법인 헌법에 이를 규정함으로써 쉽게 변경할 수 없도록 했다. 현재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경찰 등이 헌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라는 부분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 구문이 50년간 이중 인권 보호장치로서 국민의 인권과 신체의 자유를 보장해 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권 단장은 “검사 영장청구권 도입 후 억울하게 구속당하는 비율이 현재 거의 0%이고, 최근 5년간의 통계를 보더라도 경찰에 체포됐다가 검사가 석방하는 인원이 매년 3000명에 이른다”며 “법원에서 영장의 발부나 기각 요건 충족 여부는 확인하지만 검찰은 다른 진범이 있진 않은지, 그 증거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지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검찰의 인지(認知) 수사 비율은 전체 사건의 0.7%에 불과하다. 약 99%의 사건들은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 진행한 뒤 송치하고 있다. 권 단장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멕시코 등에서는 경찰의 강제 수사에 대해 헌법을 통해 통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경찰은 독자적으로 열흘간 구속이 가능한 점 등 세계 선진국과 비교해 봐도 이미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경찰이 체포 익일을 초과해 구금할 수 없도록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이탈리아 헌법 역시 경찰이 영장 없이 인신의 자유를 구속할 경우 48시간 내 판사와 검사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권 단장은 “검찰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대형 사건은 극소수이고 99%의 검사들, 특히 전국 형사부 검사들은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국민 목소리를 반영해 보완하거나 체포·압수수색·구속 영장을 철저히 검토해 억울함이 없도록 살피는 역할만 한다”며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오해를 받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거듭 제기되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논의에 대해선 “국민에게 더 사랑받고 신뢰받는 검찰이 되길 바라는 건 모든 검사들의 바람이지만, 진단이 정확해야 처방도 확실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의 여론조사 등을 봤을 때 국민이 가장 바라는 점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였다”면서 “여러 기관끼리 다투고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라 과학적 분석으로 국민 편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권 단장은 검·경이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할 게 아니라 한 몸처럼 움직여 범죄에 단호히 맞서고, 국민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자체적인 노력이 아직 미흡하게 보일 수 있지만 검찰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검찰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국민이 자부심을 갖는 검찰이 되고자 진정성 있는 개혁을 이루겠습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文 “촛불집회, 국민저항권 행사” 안희정 “이승만·박정희도 대한민국”

    文 “촛불집회, 국민저항권 행사” 안희정 “이승만·박정희도 대한민국”

    특검 수사기간 연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등을 둘러싸고 대립해 온 정치권의 냉랭한 분위기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특검 연장을 거부한 황 권한대행이 기념사를 낭독하는 내내 시선을 주지 않았고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아예 행사에 불참했다.야권 대선 주자들의 3·1절 메시지도 미묘한 온도 차를 보였다. 특히 ‘선한 의지’ 발언 논란으로 적폐청산 해법에 이견을 드러냈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메시지는 여전히 기존 대립각의 연장선상으로 보였다. 문 전 대표는 “촛불집회는 일종의 국민저항권 행사”라며 극우 진영의 태극기집회와 차별성을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3·1 만세시위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으려는 것이었고 촛불집회는 무너진 나라를 다시 일으키자는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시민혁명으로 완성되도록 모든 국민이 마음을 모아 달라”고 또다시 ‘시민혁명’을 언급했다. 반면 안 지사는 ‘선한 의지’ 발언으로 호남을 비롯한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율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의 메시지를 거듭 소신으로 피력했다.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안 지사는 “헌정질서를 바로잡는 개혁에 동의한다면 그 누구와도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고 ‘대연정’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 100년 부끄러운 역사도 있었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했다. 그 자체로 자랑스러운 역사”라며 “그 역사 속에 김구도, 이승만도, 박정희도, 김대중도, 노무현도 있다. 그들 모두가 대한민국”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야권연합정부의 수립이야말로 촛불민심의 명령이고 3·1운동의 진정한 완성”이라며 “촛불민심을 꺾기 위한 시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빌미를 주지 말자”며 비폭력 집회를 호소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둘로 갈린 3·1절을 보면서 위대한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대통합의 시대가 열리길 기원한다”고 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보수혁명을 완성하고 무너진 공동체를 복원하고 대한민국을 다시 반석 위에 올리는 것이야말로 3·1운동 정신의 올바른 계승”이라고 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기초는 협치와 연정”이라고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차관급 이상 정무직 ‘영남 쏠림’

    9개 정부서 영남 출신 편중 극심 “지역대표성 지속적 관리 필요” 역대 정부에서 임명된 차관급 이상 정무직의 출신지역이 영남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들어 서울 출신이 많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과 정무직의 출신지 사이 상관관계를 어느정도 인정하더라도 극심한 지역 편중은 지역대표성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연구 결과는 22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리더십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국가리더십포럼에서 나왔다. 최성주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와 강혜진 서울대 행정학 박사는 ‘정치적 임용과 탕평인사’ 연구에서 이승만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11개 정부의 국무총리, 장·차관, 청와대 차관급 이상 정무직 등 3140명을 대상으로 출신지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영남 출신 정무직 비율은 이승만 정부와 김대중 정부를 제외하고 9개 정부의 정무직 인사에서 인구총조사상 전체 인구 중 영남 인구 비율보다 많았다. 특히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부 때는 영남 출신 비율이 이 지역 인구 비율보다 19.35~24.28% 포인트나 많아 ‘영남 편중’이 극심했다. 서울 출신의 경우 인구총조사에서 김영삼 정부까지 서울·경기·인천을 하나로 묶어 발표했기 때문에 김대중 정부부터 정확한 수치가 계산됐다. 그 결과 김대중 정부 때 서울 출신 정무직 비율이 서울 인구 비율보다 2.23% 포인트 많았지만, 노무현 정부(4.52% 포인트)와 이명박 정부(7.61% 포인트)를 지나 박근혜 정부 때 들어서는 14.91% 포인트나 급등했다. 정무직의 서울 출신 편중도가 점점 심화했다는 의미다. 호남 역시 김대중 정부부터 인구총조사에서 제주와 나누어 독자적인 인구가 발표됐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는 호남 출신 정무직 비율이 호남 인구 비율보다 각각 4.58% 포인트, 2.74% 포인트 높았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는 각각 -7.58% 포인트, -10.84% 포인트로, 낮은 비율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만 따로 분석하면 서울 비중이 14.91% 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영남(4.7% 포인트)이 뒤를 이었다. 제주(-0.32%〃), 충청(-1.03%〃), 강원(-3.31%〃), 경기·인천(-4.12%〃) 등 이외의 지역은 모두 인구 비율에 비해 고위직 비율이 낮았다. 강 박사는 “지역 인구비율에 맞춰 정무직을 임용할 수는 없겠지만 특정 지역이 10% 포인트 이상 과다하거나 과소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지역대표성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與野 ‘정세현 발언’ 공세… 文 “김정남 피살 패륜적 범죄”

    국민의당 “대한민국 위상 깎아내” 한국당 “북한 비위 맞추려 할런지” 바른정당 “인식 동의 여부 밝혀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외교자문그룹 ‘10년의 힘’ 대표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김정남 피살 사태를 두고 “우리도 그런 역사가 있었다”고 말해 논란을 빚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21일 논평을 통해 “세계 유례없는 3대 독재를 위해 고모부와 이복형 등 친족까지도 잔인하게 제거해 버리는 김정은 정권을 대한민국과 비교한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언행”이라며 “문 전 대표가 당선되면 북한 비위 맞추기나 하려는 게 아닌지 국민들은 강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도 “(정 전 장관의) 왜곡된 인식에 과연 문 전 대표도 동의하는 것인지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김정은 정권의 반인륜적인 국제범죄를 구시대적 발상 정도로 두둔하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정말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취지를 잘 모르겠지만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나의 입장은 단호하다.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패륜적인 범죄행위”라며 진화에 나섰다. 정 전 장관은 논란이 커지자 “권력의 속성을 안보문제로 비화하지 말라는 뜻으로 얘기한 것이었지, 김정은 체제의 잔혹사에 눈을 감자는 얘기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정 전 장관은 전날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가 비난만 할 처지는 아니다.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것이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의 속성”이라면서 ‘김대중 납치사건’과 이승만 대통령의 정적 제거 등의 사례를 거론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그날의 함성’처럼… 다시 불러보는 250만 대구 자긍심

    ‘그날의 함성’처럼… 다시 불러보는 250만 대구 자긍심

    21~28일 대구시민주간 대구는 국채보상운동, 2·28민주운동 등에서 보듯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힘을 모아 앞장섰다. 대구시는 이 같은 시민정신을 되살려 대구시민으로서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대구시민주간’을 지정,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8일간 열린다고 대구시가 16일 밝혔다.행사가 시작되는 21일은 국채보상기념일이다. 국채보상운동은 대한제국이 일본에 진 빚 1300만원을 국민 성금으로 갚자는 ‘나랏빚 갚기 운동’을 말한다. 1907년 1월 29일 항일구국지로 서울신문의 전신 대한매일신보의 대구지사원인 대구 광문출판사 김광제 사장과 부사장 서상돈의 발의로 시작됐다. 이들을 중심으로 대구의 유력 인사들이 ‘담배를 끊어 국채를 갚고 주권을 회복하자’며 모금운동에 나섰다. 당시 일제는 군수품을 들여오면서 담배도 함께 도입, 대구 서문시장을 중심으로 유통됐다. 그러나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일제의 담배 유통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이후 이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행사 마지막날은 2·28민주운동 기념일이다. 2·28민주운동은 이승만 정권 시절인 1960년 2월 28일 3·15 대선을 앞두고 대구 8개 고교생이 자유당 독재에 항거해 일어난 것이다. 마산의 3·15 부정선거 항의시위로 이어졌고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사건이다. 대구시는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했으며 오는 9월쯤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2·28민주운동의 국가기념일 지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국채보상운동 선열들 책임정신 되새겨 ‘시민주간’을 진정한 ‘시민축제의 장’으로 만든다는 게 대구시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2015년 11월부터 대구시교육청, 대구문화재단, 지역 시민단체 등과 함께 워킹그룹을 만들어 여러 차례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대구시민주간의 하이라이트는 21일 열리는 선포식이다. 엑스코 5층 오디토리움에서 오후 2시에 열리는 선포식에는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해 시민과 관계자 1300여명이 참석한다. 식전문화행사로 뮤지컬 갈라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공연된다. 국채보상운동과 항일운동을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40분간 진행되는 선포식은 ‘열정의 발걸음’이라는 미디어 퍼포먼스로 시작된다. 이어 시민주간을 샌드아트 영상으로 소개하고 지역 기관단체장 10명이 선포 세리머니를 한다. 또 권 시장이 비전을 발표하고 류규하 대구시의회 의장과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축하 메시지를 낭독한다. 이날 권 시장은 시민주간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 5개년간 비전을 직접 시민들에게 소개한다. 250만 시민 대표의 퍼포먼스도 진행된다. 퍼포먼스에는 10대부터 60대까지 400명의 시민 대표가 참가해 ‘대구찬가’, ‘고향의 봄’ 등의 노래를 오카리나와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등의 연주에 맞춰 부른다. 메인행사가 마무리되면 축하행사도 준비돼 있다. EBS 국사 선생이자 ‘KBS 역사저널 그날’의 출연자이기도 한 최태성 강사가 ‘역사 속의 대구’를 주제로 강연한다. 슈퍼스타K 시즌 4의 우승자이자 ‘봄봄봄’, ‘러브 러브 러브’ 등으로 인기를 끈 가수 로이킴이 미니콘서트를 준비해 새로운 시민축제의 탄생을 축하하게 된다. 선포식에 앞서 국채보상운동을 기념하는 행사가 대구중앙도서관 강당에서 열린다. 권 시장, 류 의장 등 15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참석자들은 국가를 대신해 나랏빚을 갚기 위해 나선 선열들의 책임정신을 되새긴다. 오후 4시부터는 엑스코 325호실에서 ‘대구 알기 가족 골든벨’이 열린다. 초·중·고등학생들이 가족 1명과 1팀으로, 모두 200여팀이 참가한다. 예선과 패자부활전 본선 등을 거쳐 20팀을 선발해 시상한다. 대상 1팀에게는 100만원, 금상 3팀 각 90만원, 은상 3팀 각 60만원, 동상 10팀 각 10만원의 상금을 준다. 문제는 대구의 문화, 역사, 인물, 기타 인문소양 등에서 나온다.●대구 상징물 가면 쓰는 ‘복면 가요제’ 23일부터 26일까지 창작 뮤지컬 ‘기적소리’가 공연된다. 기적소리는 국채보상운동을 뮤지컬로 만든 것이다. 2015년 12월 초연된 후 지난해 10월까지 모두 23회 공연됐다. 누적 관객 1만 1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공연을 이어 오면서 ‘대구의 가슴을 울렸다’, ‘대구의 정체성을 봤다’는 호평을 들었다. 24일 오후 6시부터 동성로 야외무대에서 ‘청년복면가요제’가 열린다. 지역 청년들이 직접 기획해 추진하는 것이다. MBC 인기 프로그램인 ‘복면가왕’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참가자들은 청년 예술가들이 제작한 사과, 팔공산 등 지역 상징물 복면을 쓰고 가창대회를 펼친다. 복면가요제 예선은 17일 오전 10시 대구시 청년센터에서 열린다. 예선을 통해 선발된 100명이 심사위원인 시민청중평가단 앞에서 진검승부를 벌인다. 대상과 금상, 은상 각 1명에게 100만원, 50만원, 30만원의 상금을 지급하고 장려상 1명에게도 20만원을 준다. 참가자 전원에게는 2만원 상당의 상품을 지급한다. 25일에는 도심문화 역할수행게임(RPG)이 진행된다. 참가자가 이야기 속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즐기는 미션 수행 프로그램으로 지역의 주요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펼쳐진다.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2·28기념중앙공원, 근대골목 등 도심 일원에서 열린다. 학생과 연인 등 500여명이 참가한다. ‘김광석 노래 가사 맞히기’, ‘과자 먹기 릴레이’, ‘약초 이름 맞히기’, ‘음표 맞춰 반주하기’, ‘고무신 던져 받기’, ‘태극기 들고 있는 여학생 찾기’ 등은 물론 키워드 카드를 조합해 장소를 찾는 ‘최종 미션장소를 찾아라’라는 게임이 마련돼 있다. 26일에는 노보텔에서 ‘대구정체성 포럼’이 열린다. 100여명이 참가하는 포럼에서는 대구 역사와 문화 속에 녹아 있는 대구 정체성을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시대정신을 찾는다. 여기서 나온 정체성을 인식하고 재해석해 현재 대구 지역 시대정신을 규명하게 된다. ●민주운동 기념식 영호남 인사 한자리에 28일에는 2·28민주운동 기념식이 대구 두류공원 학생 의거 기념탑 앞에서 열린다. 기념식에는 권 시장을 비롯해 2·28기념사업회 회원과 정치, 경제, 사회, 여성, 학생 등 각계각층 인사 1000여명이 참석한다. 특히 국민 대통합과 영호남 상생발전을 위해 윤장현 광주시장과 5·18기념재단 이사, 5·18 관련 단체장 등도 함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행사 때도 윤 시장 등이 참석했었다. 이날 오후에는 대구경북연구원에서 대구시민 주간 기념세미나가 열린다. 주제는 ‘대구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기억의 재구성(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을 중심으로)’이다. 이재필 대구경북연구원 대구경북학센터장이 국채보상운동 정신 계승과 세계화 전략,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뿌리 2·28민주운동 재조명, 대구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기억의 재구성 등을 주제발표하고 종합 토의와 토론이 이어진다. 또 경북대에서는 2·28민주운동 학술세미나가 개최된다. 2·28민주운동에 대한 시민의식 실태와 기념사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권영진 시장 “시민정신이 위기 속 빛” 한편 대구시는 10월 8일 열리는 ‘시민의 날’도 시민주간으로 옮기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시민의 날은 1981년 직할시 승격 100일을 기념해 제정됐다. 1982년 조례 제정과 함께 제1회 대구시민축제를 개최한 뒤 지금까지 기념행사 등을 해 왔다. 권 시장은 “대구는 위기에 직면했을 때 더욱 시민정신이 빛을 발했다”면서 “시민주간 선포를 계기로 시민 모두가 행복한 창조대구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안민석 “자유한국당? 호박에 선 긋는다고 수박되나”

    안민석 “자유한국당? 호박에 선 긋는다고 수박되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누리당의 당명 개칭에 대해 비판했다. 안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누리당이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꿨다”며 “호박에 선긋는다고 수박되나? 웃긴다”라고 적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당명을 자유 한국당으로 변경하고, 당 로고를 확정했다. 새 당명의 약칭은 ‘한국당’으로 쓰기로 했다. 새누리당의 이름이 바뀌는 것은 2012년 2월 이후 5년 만이다. 앞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8일 트위터를 통해 “최순실이 최서연으로 이름 바꾼 것과 같네요”라고 질타했다.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트위터에 “결국 자유한국당으로 정했네요. 약칭을 뭐라고 하실런지. 이승만의 자유당이라고 하실려나. 자한당이라고 하실려나”라며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통일부 교재 ‘대한민국 건국→수립’ 변경

    통일부가 ‘2017년 통일 교육교재’를 새롭게 발간하면서 기존에 썼던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표현 대신 ‘대한민국 수립’으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건국 시기와 관련해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서술한 국정 역사교과서와 동일한 표현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8일 통일부 통일교육원이 발간한 ‘2017 통일문제 이해’ 교재의 목차를 살펴보면 ‘남북의 분단과 대한민국 발전’의 소목차를 ‘대한민국 수립과 발전’이라고 표현했다. 2010~2016년에 발간된 해당 교재의 소목차에는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2017 통일문제 이해’ 53~54페이지의 소제목과 본문에도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해당 교재 54페이지에는 “이승만 대통령은 정부를 구성하고 광복 3주기가 되는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 수립을 국내외에 선포했다”고 기술했다. 통일부가 매년 발간하는 이 교재는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공공기관, 도서관 등에 국민 통일교육 교재로 배포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표현을 변경한 것은 국정교과서와 궤를 맞추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새로 발간된 ‘통일문제 이해’ 교재에는 북한의 4, 5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광명성호) 발사 등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2270호·2321호) 내용이 추가됐다. ‘2017 북한 이해’에는 제7차 당대회,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5차 회의 등 지난해 북한의 주요 정치행사 이후 권력기구 개편 등이 반영됐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국정교과서, 대안교과서·교학사 교과서 답습 확인”

    “국정교과서, 대안교과서·교학사 교과서 답습 확인”

    논란 끝에 교육부가 내놓은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2008년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이 발간했던 대안교과서와 2013년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역사인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국정교과서가 대안교과서, 한국사교과서의 역사 서술 기조를 유지해 식민지근대화론적 시각을 담고 있으며 친일 독재를 미화했다”며 세 교과서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국정교과서 최종본은 대안교과서에 이어 도산 안창호가 대한인 국민회 중앙총회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고 잘못 기재했다. 실제로는 초대 회장이 아니라 3대 회장이었다. 민족주의 우파진영이 내세운 실력양성운동에 대해 ‘민족실력양성운동’이라는 신조어를 내세운 교학사 교과서의 서술을 그대로 답습했다. 이준식 연구위원은 “이 용어는 학계에서도 쓰지 않고 검정 8종 교과서 중 교학사만 유일하게 사용한 용어”라며 “교학사가 이 운동을 부각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를 국가가 공인해준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승만·박정희 정권 독재를 미화한 기조도 그대로 이어졌다. 다른 역사교과서에서는 5·10 총선거에서 일부 친일파의 피선거권이 제한됐다는 사실이 제시된 바 없으나 대안교과서에 서술된 내용을 국정교과서도 따라 썼다.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은 “이승만 정권이 친일과 무관한 듯 보이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이 사실을 강조했지만 실제 피선거권이 제한된 사람이 출마한 경우도 여럿일 뿐더러 김구·김규식 등이 선거를 거부했고 당시 군·경찰·사법관료 등 국가권력이 친일파들로 채워졌다는 사실이 누락됐다”고 말했다. 1960년 3·15 부정선거의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서술하거나 5·16 군사쿠데타 ‘혁명공약’을 원문대로 수록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사진 캡션 오류, 잘못된 사진 사용 등도 있었다. 박 실장은 “국정 교과서는 단순히 학생 세뇌에 그치지 않고 각종 공무원시험 등에 표준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오류가 국민적으로 재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유승민, 전직 대통령 묘소 참배 진보·보수 아우르는 통합 강조

    유승민, 전직 대통령 묘소 참배 진보·보수 아우르는 통합 강조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7일 전직 대통령 묘소를 모두 참배하며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유 의원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순으로 묘역을 참배했다. 앞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직후 역대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지만 불출마를 선언해 지금까지 모든 대통령의 묘소를 다녀온 대선주자는 유 의원이 유일하다. 유 의원은 “지금 국민들 간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다 승복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갈등을 줄이고 통합해서 미래로 나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전직 대통령의 묘소를 가리면서 참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그분들의 공과(功過)는 역사와 국민이 평가하는 것이고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마당에 전직 대통령 모든 분께 예의를 표하는 게 도리”라며 “우리 역사에 모든 족적을 남기신 분들께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8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계획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소름돋는 甲질의 역사…남루한 인간들의 비애

    소름돋는 甲질의 역사…남루한 인간들의 비애

    시대의 폭거에 내몰리는 마동수 일가의 구겨진 가족사192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현대사 관통1910년에 태어나 1979년에 죽은 마동수는 ‘뭍으로 올라온 물고기’ 꼴이었다. 달아날 수 없는 세상에서 허방만 내디뎌 온 마동수. 전 생애에 걸쳐 거점 하나 없던 그는 마지막 순간 육신마저도 검불처럼 존재감 없이 갔다. 하지만 세상에 활착(活着)하지 못한 그의 보잘것없는 삶은 아들들의 시간을 내내 짓누른다. 소설가 김훈(69)의 새 장편 ‘공터에서’(해냄) 얘기다. ‘흑산’ 이후 6년 만에 펴낸 소설은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현대사를 관통하지만 작가의 시선은 역사의 굴곡마다 어긋나고 구겨지는 ‘남루한 사람들’에게 쏠려 있다.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고 죄 없이 쫓겨 다니는, 남루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6일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저나 아버지 모두 결코 피해 달아날 수 없는 시대의 참혹한 피해자였다. 결국 피해자의 이야기가 소설로 나온 것”이라며 작품을 소개했다. ‘공터에서’란 제목은 일견 그 특유의 문장처럼 건조해 보이지만 거점 없는 이들 세대에 대한 눅진한 비애가 서려 있다. “공터란 주택과 주택 사이 버려진 땅이잖아요. 아무 역사적인 구조물이나 시대가 안착할 만한 건물이 들어 있지 않은 곳이죠. 나와 아버지가 살아온 시대가 공터가 아닌가 싶어요. 요즘 광장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세대와 아버지 세대는 계속 철거되는 운명의 가건물에서 살아온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죠. 결국 나의 비애감을 담은 제목이죠.” 소설은 나라가 망한 1910년에 태어나 나라 밖을 유랑하다 이승만, 박정희 시대를 겪은 아버지 세대, 마동수의 일생과 1950년대생 장남 마장세, 차남 마차세의 삶의 장면들을 날카롭고 빠르게 포착해 엮어 낸다. 아버지의 삶과 시대의 억압이 지긋지긋해 외국을 떠도는 마장세와 생활인으로 발붙여 보려 하지만 거듭 실패하는 마차세는 일견 다르다. 하지만 아버지 세대부터 되풀이돼 온 ‘남루한 인간들의 비애’를 재연한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김훈 특유의 물기 뺀 냉정한 문장과 제겨디딜 곳 하나 없다는 비관적 인식은 시대의 폭거에 번번이 내몰리는 부자의 비극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제 소설엔 영웅이나 저항하는 인간은 나오지 않습니다. 역사의 하중, 시대가 개인에게 가하는 고통을 견딜 수 없어 도망 다니고, 그 시대를 부인하고, 그 시대의 하중이 무서워 미치광이가 돼서 세계의 바깥을 떠도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렸죠. 아주 사소한 것에 들어 있는 희망을 조심스레 말하다 미수에 그친 것 같습니다.” “내 마음 깊은 바닥에 들러붙어 있는 기억과 인상의 파편들을 엮은 글”이라는 말처럼 이번 소설엔 김훈의 자전적인 이야기도 섞여 들었다.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경향신문 문화부장, 편집국장을 지내고 무협소설을 쓴 그의 부친 김홍주(1910~1973)의 자취가 마동수의 삶과 데자뷔를 이룬다. 이에 대해 그는 “저의 아버지를 모델로 한 게 아니냐고들 하는데 이번 소설은 현실에선 완전히 뿌리 뽑힌 나의 아버지와 그 시대 많은 아버지들을 모자이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설을 밀고 나가는 데는 아버지 세대에 대한 이해와 결핍, 애증이 함께 작동했다. “나는 우리 아버지 세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아버지의 고통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절대 저런 아버지가 되지 말자, 저런 삶은 살지 말자고 생각했죠. 그런 고통이 글을 쓰게 된 중요한 동력이었습니다.” 작가는 이번 소설을 쓰려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신문을 탐독했다. 거기서 작가는 지난 70년간 우리 사회의 유구한 전통이랄 수 있는 키워드 하나를 길어 올렸다. 바로 고위층의 ‘갑질’이었다. “이 땅에서 70년을 살면서 소름 끼치게 무서웠던 것은 우리들 시대의 한없는 폭력과 한없는 억압, 한없는 야만성이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50만명이 피난을 가는데 이 나라 고관대작들이 군용차와 관용차를 징발해서 응접세트를 싣고 피아노를 싣고 피난민 사이를 지나 남쪽으로 질주해 내려갔어요. 광화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노의 함성을 보면서 그런 갑질의 전통은 유구한 것이구나, 생각했어요. 앞으로 그런 문제에 대해 저 나름대로의 소극적이고 조심스러운 글쓰기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역시 지난해 말 두 차례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탄핵 찬성집회에 나가자는 조카들과 반대집회에 나가자는 또래 친구들의 청은 감기를 핑계로 거절하고 그는 ‘관찰자’로 혼자 거리에 섰다. “해방 70년이 지났는데 우리는 여전히 엔진이 공회전하듯 같은 자리에 있는 게 아닌가, 박정희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닌가 굉장히 서글픈 마음이 들었죠. (광장에 선 국민들의 함성이) 분노의 폭발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는 동력으로 연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걸 연결하는 게 이 나라 지도자들의 몫이겠죠.”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공개] ‘김구 선생 암살’ 추가… “반민특위, 친일 청산 미흡” 서술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공개] ‘김구 선생 암살’ 추가… “반민특위, 친일 청산 미흡” 서술

    교육부가 31일 발표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은 ‘일부 표현만 수정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현대사 관련 서술이 상당 부분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날 교육부가 함께 발표한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함께 쓸 수 있도록 한 것은 그동안의 행보로 미뤄 볼 때 크게 물러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검정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국정교과서에서 논란이 됐던 ‘대한민국 수립’ 표현이다. 검정교과서 집필 기준(성취 기준)과 집필 방향에는 ‘8·15 광복 이후 전개된 대한민국의 수립 과정을 파악한다’고 돼 있다. 이는 국정교과서의 편찬 기준 내용과 같다. 그러나 하위 항목인 ‘집필 유의사항’에 ‘대한민국 출범에 대해 ‘대한민국 수립’, ‘대한민국 정부 수립’ 등으로 표현하는 다양한 견해가 있음에 유의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의견 수렴 과정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것이 이 부분(대한민국 수립)에 대한 논쟁이었다.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검정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용한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는 집필 기준을 중심으로 출제한다”고 덧붙였다. 상위 항목인 집필 기준과 집필 방향은 그대로 두고 하위 항목인 유의사항에 반영한 일종의 ‘절충안’인 셈이다. 이날 함께 발표한 국정교과서 완성본도 지난해 11월 28일 발표했던 현장검토본에서 진보진영 의견이 일부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학교 역사는 310건, 고교 한국사는 450건에 이른다.개항기 및 일제강점기 관련 부분에서는 친일 반민족 행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예컨대 중학교 역사②에서는 최근 일본과 논란을 빚었던 위안부 소녀상 서술이 들어갔다. ‘일본이 위안부 모집에 관헌이 직접 가담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서술도 새로 들어갔다. 현대사 관련 서술도 강화됐다. 김구 선생 암살이 새로 들어가고, 반민특위에 관해서는 ‘친일파 청산이 미흡했다’는 식의 부정적 서술이 덧붙여졌다. 제주 4·3 사건 관련 부분은 고교 한국사에 제주 4·3 관련 서술에서 오류가 있었던 특별법 명칭을 정정하고, 제주 4·3 평화공원에 안치된 희생자 위패 관련 내용도 들어갔다. 다만 재벌과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 관련 서술은 크게 변동이 없다는 게 진보진영 측의 주장이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과 관련해 대규모 조선소 건립 자금을 마련하려고 거북선 지폐를 영국 투자 은행에 보여 주었던 영웅적 일화는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 포니 개발을 추진하는 등’으로 고쳐졌다.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도 ‘농촌 개발 사업으로 출발했지만 관 주도의 의식 개혁 운동으로 나아갔다’는 서술을 추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부분은 9쪽 내용 모두 그대로였다. 진재관 국사편찬위원회 편사부장은 “박 전 대통령의 집권 기간이 18년으로 다른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었고, 기존 검정교과서에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내용이 적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용어 클릭]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차이 언뜻 보면 같은 말처럼 보이지만,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대한민국 공식 정부로 인정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를 품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3·1 독립선언에 기초해 일본 제국주의의 대한제국 침탈과 식민통치를 부인하고 한반도 내외의 항일 독립운동을 주도하고자 중화민국 상하이에서 설립됐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은 뒤 꼬박 3년이 지난 1948년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취임하기 전까지를 임정 시기로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8월 15일을 ‘광복절’ 대신 ‘건국절’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논쟁이 붙었다. 건국절을 주장하는 쪽에서 말하는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은 임정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런 경우 일제강점기 한반도는 국가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본 통치는 정당하고 독립운동가의 항일 투쟁은 일종의 테러 행위로 왜곡될 수 있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단어를 쓰는 대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를 전제로 깔아 우려를 희석시켰다.
  • 예비후보 등록한 이재명 “文 대세론 뒤집기 가능”

    예비후보 등록한 이재명 “文 대세론 뒤집기 가능”

    현충원 이어 국립 5·18묘지 참배 “이승만·박정희에게 고개 못 숙여”이재명 성남시장이 31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섰다. 이 시장은 “민주당 경선은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고 있는 부패·불공정·불평등 구조를 누가 가장 속시원하게 걷어 낼 수 있는가를 선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면서 “이재명만큼 이 일을 잘할 후보가 있나”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대세론을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문 전 대표가) 당권을 다 가지고 있고 언론도 계속 압도적으로 많이 보도하는데도 여전히 그 자리”라면서 “경선은 될 사람을 뽑는 것이고 일반 여론조사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여야 대선주자 지지율 3위까지 올랐지만 최근 상승세가 주춤한 상태다. 지난 28일 설날에 다른 대선주자들이 휴식을 취하며 정국 구상에 나선 중에도 이 시장은 서울 광화문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과 정부종합청사 앞 노동자 장기농성장, 세월호 유가족 합동차례장을 잇달아 찾으며 바닥 민심 확보에 집중했다. 이어 경선 예비후보 등록날 오전에는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오후에는 광주로 이동해 국립5·18민주묘지를 찾는 등 야권 표 다지기에 나섰다. 이 시장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친일매국세력의 아버지,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었다”며 “제 사회적 삶의 어머니 광주에서 새로운 제 정치 인생을 고하고 도움을 받고자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단독] 역대 정부 기밀자료 파기했나

    DJ정부 74만건 포함 2002년까지 105만건 불과 참여정부, 755만건 이관… 대통령 기록물 폐기 논란 MB정부, 1088만건 이관했지만 외교문서 파기 의혹 현 정부의 정부부처 장관·청장들의 업무용 휴대전화 폐기는 전대미문의 일이지만, 전 정권에서 자료를 파기하거나 자료가 들어 있던 컴퓨터 등을 포맷하는 일은 있었다. 정권 차원의 불법적인 흔적 지우기가 부각된 시점은 50년 만에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던 1997년 12월이었다. 당시 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가 있던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서 밤마다 존안 자료 등을 불태우는 검은 연기가 올라왔다는 소문이 무성했고, 그 소문의 일부는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뒤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청와대 기밀자료들을 빼돌리거나 파기한 정황이 있다. 남긴 문건이 적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55년간 10명의 대한민국 대통령(허정·박충훈 권한대행 포함)이 남긴 대통령기록물은 105만건에 불과하다. 이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문서가 3분의2를 넘는 74만건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31일 “국회의원, 장관 등 고위직들의 사정 관련 자료들은 정권이 바뀌면 긴요하게 사용될 수 있어 파기하는 게 불문율이었다”고 전했다. 참여정부에서 처음으로 청와대 공식 문서관리 시스템이 도입됐다. 당초 청와대 내부통신망으로 도입된 이지원(e知園)을 2004년 청와대 공식 문서관리 시스템으로 개선해 755만건의 자료를 다음 정부에 이관했다. 이 중 30년 뒤 개봉하는 비밀기록이 약 1만건이나 된다. 그러나 이런 체계적 시스템으로 문서를 작성해 넘겼으나, 이명박(MB) 정부가 들어선 뒤 대통령 기록물 폐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기밀자료 폐기 논란이 제기됐다. 2013년 당시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이었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MB정부가 3만 2446건에 이르는 외교문서를 파기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문서 파기 시점이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시도했던 2012년 8월에 집중돼 논란을 부추겼다. MB 정부는 1088만건의 이관 문서를 남겼지만, 비밀기록물은 ‘0’이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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