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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람채권법 2월국회 새 변수로

    중동의 석유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이슬람 채권에 세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슬람 채권법안)이 2월 국회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UAE 원전수주 관련 의혹도 여야 간 대립이 아니라 각 당 내부에서 찬반이 첨예하다. 이슬람 포교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기독교계의 반발도 크다. 한전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수주액 186억 달러 중 100억 달러를 한전이 28년 동안 UAE에 빌려주기로 했다.”는 미공개 합의가 공개되면서 이 돈을 끌어오기 위해 정부가 서두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임시국회에서 1순위로 이 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말 국회 기재위에서 막판에 법안 통과가 보류되자 “어째서 의원님들이 이렇게 생각하시는지요.”라며 발끈하기도 했다. 막대한 오일 머니를 국내 자본시장으로 끌어 들이려면 이슬람 채권(스쿠크)에 대한 세제 혜택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금융업계도 법안 통과를 고대하고 있다. 논란은 돈 거래에 따른 이자를 받지 못하게 하는 이슬람 교리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이슬람 금융권은 채권 거래를 부동산 등 실물 형태로 변형시킨 스쿠크 기법을 활용한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이자 대신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 이자만큼의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실물 거래에 따른 양도세와 취득·등록세 등이 발생하는데, 이 세금을 면제하자는 게 법안의 골자다. 재정부 관계자는 “실물을 실제로 사고파는 게 아닌 만큼 이슬람 채권도 이자소득세 감면에 해당하는 면세 혜택을 주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정부·금융업계 법안통과 기대 반면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스쿠크는 근본주의자들이 주도하는 샤리아 위원회가 좌지우지하며, 투자수익금의 2.5%를 헌금하도록 의무화하면서도 ‘관련 서류 파기’가 강제되는 관행 때문에 테러 연관성이 의심된다.”면서 “과도한 면세 혜택은 최근 정부의 조치에도 역행한다.”고 말했다. 이창구·황비웅기자 window2@seoul.co.kr
  • [사설] 분별없는 선교지상주의는 도그마일 뿐

    또 해묵은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외교통상부가 여권법 시행령에 외국에서 국위를 손상한 자에 대해 여권 발급 또는 재발급을 제한한다는 조항을 넣기로 한 데 대해 개신교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해외선교를 가로막는 독소조항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종교의 자유가 양도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이지만 재외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의무 또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연전의 아프가니스탄 ‘샘물교회 선교단 피랍사건’을 우리는 악몽처럼 기억한다. 여행제한지역인 예멘 수도 한복판에서 위험천만한 거리 설교를 벌여 국민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것은 바로 지난달 일이다. 개신교인으로서는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보람이요 사명일 터이다. 그러나 많은 이슬람 국가들은 모든 선교를 금지하고 있다. 종교를 전도하거나 집회를 열 땐 현장에서 곧장 체포할 수 있다. 언제까지 이 엄연한 현실을 외면하려 하는가. 선교자유 제한이라는 볼멘소리를 하기 전에 과연 현지법을 지키며 합리적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기 바란다. 독선은 또 다른 독선을 낳는다. 우리는 왕조시대 천주교 혹은 불교가 부모도 국왕도 모르는 무부무군(無父無君)의 종교로 배척받은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도무지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작금의 선교 행태가 개신교로 하여금 ‘국가는 안중에도 없는 종교’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정신적 오만에 가까운 무분별한 이슬람권 선교는 자제돼야 마땅하다. 아프간 피랍사건 이후 개신교계는 해외선교 방법론에 대해 나름의 성찰을 보였다. 그러나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번에 손질한 여권법 시행령은 그처럼 완고한 현실을 반영한 고육지책이다. 일각에선 이슬람 국가에서 추방당하는 선교사는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 양심의 자유를 침해당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양심이나 사상의 자유라는 것도 ‘시장’이 있을진대 그것은 무한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분별 없는 선교로 국익이 심대하게 손상된다면 여권 제한은 물론 일본의 경우처럼 구상권까지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 [요동치는 중동] “벤 알리·무바라크 이어 하메네이 떠날 차례다”

    [요동치는 중동] “벤 알리·무바라크 이어 하메네이 떠날 차례다”

    “벤 알리, 무바라크에 이어 이제는 사이드 알리(최고지도자)가 떠날 차례다.” 14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는 2009년 대선 직후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대규모 시위와는 달랐다. 당시 시위대는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비난했고 재선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1989년 이후 지금까지 최고 종교지도자로서 이란 최고의 권력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타깃이 됐다. 선출직인 대통령이 아닌, 신성 체제의 최고 권력자에 대한 도전이다. 수만명이 참가한 시위대는 2년 전 시위의 주요 무대였던 아자디 광장에 집결, 도심에 자리한 이맘후세인 광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유튜브에 공개된 한 동영상에는 시위대가 하메네이 사진을 불태우는 장면도 담겨 있다. ●이맘후세인광장 ‘완전봉쇄’ 시위는 당초 이집트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려는 목적에서 계획됐다. 하지만 정부는 이슬람혁명일에 정부가 주관하는 공식 집회를 빼고는 모든 시위를 불허했다. 정부는 불법 시위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공언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실제로 경찰은 시위대의 최종 목적지인 이맘후세인 광장 인근에서 최소 100곳 이상을 봉쇄했고 최루가스와 곤봉을 동원했다. 일부 경찰이 총을 사용해 결국 두명이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또 50명가량의 경찰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눈에 띄는 시위대에 곤봉을 휘둘렀다. 친정부 민병대인 바시즈도 등장해 구호를 외치는 반정부 시위대를 가차 없이 진압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일부 시위대는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고 시위를 진압하려는 경찰에게 돌을 던지며 저항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공식 통계는 확인되지 않지만 수십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외신들은 이날 테헤란 전역에 수천명의 시위 진압 인력이 배치됐다고 추정했다. 결국 저녁쯤 테헤란의 대다수 거리에서 시위대는 사라졌다. 하지만 오는 18일 또다시 대규모 시위를 가질 예정이어서 대규모 유혈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야권인사·기자 체포… 검색어 차단 이란 정부의 반정부 시위 차단 노력은 치밀했다. 정부에 집회 신청을 했던 야당 지도자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대선 후보와 메디 카루비가 가택 연금되고, 시위 전까지 최소 20명의 야권 인사와 기자가 체포됐다. 야당 단체들이 웹사이트 이름으로 사용하는, 11월을 의미하는 단어 ‘바흐만’은 검색이 차단됐고 시위 당일 광장 인근에서는 휴대전화가 불통이었다. 외신 기자들에게는 비자가 발급되지 않았다. 시위 당일 인터넷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거리의 야당과 용감한 사람들이 이집트 국민들과 같은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며 이란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요동치는 중동] 혁명 후 계층 간 갈등 더 커져

    이슬람혁명 32주년을 맞아 이란 국민이 고물가와 계층 간 갈등으로 다시 폭발하고 있다. 2009년 대선 당시 유혈시위로 번졌던 ‘그린 무브먼트’가 튀니지·이집트 시민혁명에 힘을 얻어 ‘제2의 이란혁명’을 실현시킬지 주목된다. ●탄압정치·생필품 보조금 삭감에 분노 시위대를 이끄는 야권세력은 튀니지·이집트 시위를 1979년 이란혁명에 비유,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은 독재자에 저항한 이슬람 운동’이라고 표현하며 지지해 왔다. 하미드 다바쉬 미 컬럼비아대 이란학과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집트·튀지니 혁명으로 새 에너지를 받아 이번 시위는 2009년보다 더 과격해졌으며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모두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원과 막대한 석유 수익을 등에 업고 탄압 정치로 일관한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지 32년이 지난 지금 이란 내부는 정부의 탄압정치에 대한 분노가 응집돼 있다. 지난해 12월 이란 정부가 생필품에 대한 보조금 수백억 달러를 삭감하는 대규모 경제 개혁 조치를 단행하고 이로 인해 물과 식량, 석유, 가스, 전기 등의 가격이 살인적인 수준에 이르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보조금 삭감 이후 밀가루 값은 40배 가까이 뛰었고 석유 가격은 4~7배, 가스는 5배, 전기와 물값은 3배 이상 올랐다.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11%에 이른다. 이란 전체 인구 7300만명 가운데 4800만명이 한 달에 800달러(약 89만원)도 벌지 못해 빈곤선 아래로 추락하고 있다. ●이란 지도자 “서방국가 시위 책임” 하지만 이란 지도자들은 시위의 책임을 서방국가에 전가하며 사태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 이번 행진이 ‘그린 무브먼트’를 되살리려는 음모로 규정하고, 서방국가들이 시위를 부채질해 이슬람 정권을 전복시키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편안하고 재미있는 박물관 만들겠다”

    “편안하고 재미있는 박물관 만들겠다”

    “서양미술사 전공자가 어떻게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됐냐고 안 물어보세요? 하하하.” ‘의외’라는 얘기를 지겹도록 들었던 모양이다. 14일 서울 용산동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영나(60)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먼저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관장에 임명되면서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자리를 휴직한 그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서양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45~1970년 초대 박물관장을 지낸 김재원(1909∼1990) 박사의 넷째 딸이기도 하다. 대를 이은 부녀(父女) 관장으로 큰 화제가 됐던 그녀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통보받았을 때 어땠나. -발표 전날 얘기를 들었다. 박물관장을 맡으리라 생각해본 적 없는 건 사실이다. 예전에 서울대박물관장을 할 때도 ‘난 미술관 쪽이지 박물관은 아니다.’라고 했었다. 그러나 하다 보니 나름대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고, 그래서 이번에도 받아들였다. →전공 질문을 안 할 수 없다. 신선하다는 평도 있지만, 발굴 같은 현장 경험이 없다는 우려도 있다.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한 바티칸전 자문위원을 맡았다. 그때 박물관에 서양미술 전공자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시하다 보면 자연스레 이런저런 전공자들이 섞여 든다. 어느 분야 전문가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만 해도 글렌 로리 관장은 이슬람 건축 전문가다. 영국에서는 국가가 부르면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 자체보다 박물관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신념과 확신이 더 중요하다. →그 신념과 확신 가운데 들려줄 부분이 있다면. -박물관이 그동안 바빴다. (서울 세종로에서) 용산으로 이사 왔고, ‘세계문명전’ 기획 전시 등을 통해 서양과의 접점도 찾았다. 지금 박물관이 세계 10위권이라지만, 질적으로 도약할 필요가 있다. 동·서양을 폭넓게 보면서 기여해 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일은 사실 시간도 걸리고 티도 안 난다. 그래도 질의 문제에 집중해 보겠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박물관) 첫인상이 딱딱해 뵌다. 넓은 장소인데 쉴 곳도 마땅찮고, 학생들이 소지품을 보관할 만한 곳도 없다. 편안한 느낌이 들도록 하겠다. 그리고 재밌는 전시를 해야 한다. 학술적 깊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문제도 중요하다. 어린이 교육도 활성화하겠다. 지금은 애들이 우르르 몰려 다니는 방식인데 이를 20~30명 정도 소규모 집단으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이 작품이 왜 걸작인지 스스로 답을 찾도록 질문을 던지는 거다. 미술사와 고고학, 역사학을 합쳐 보이고 싶다. →아버지와 박물관의 인연이 남달라 화제다. -독일 유학 경험 때문에 아버지는 그 시절 흔치 않게 영어, 독어, 일어를 했고 프랑스어도 조금 했다. 박물관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한국전쟁 때 미술품을 미군 열차에 태워 안전한 곳에 옮기고, 미군이 막사를 치다 경복궁 훼손하는 것을 막으려다 견책 받은 적도 있다. 또 늘 전문가 타령을 하셨다. 그래서 내 기억 속 아버지는 오후만 되면 언제나 해외 대학이나 박물관 같은 곳에 편지를 쓰던 모습이다. 그렇게 유학 보낸 후학들이 300명쯤 된다고 매우 자랑스러워하셨다. →언니(김리나 홍익대 명예교수) 자리를 빼앗은 건 아닌지. -안 그래도 뭐라 할까 궁금했다. 그런데 일단 지금 스리랑카에 있다. 축하 문자는 받았는데 통화가 잘 안 돼서 자세한 말은 아직 못 들었다(웃음).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美, 페르시아어 트위터 전송 이번엔 이란 민주화 겨냥?

    美, 페르시아어 트위터 전송 이번엔 이란 민주화 겨냥?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대립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과 이란이 이번에는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촉발된 민주화 열기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집트 민주화시위 과정에서 위력을 발휘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이란 국민들을 겨냥해 13일(현지시간)부터 페르시아어 트위터 메시지 전송을 시작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반면 이날 이란에선 미국 정보기관들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분신자살을 감행할 정신장애인을 물색하고 있다며 미국의 음모를 규탄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트위터 계정인 ‘미국 다르파르시’(USA darFarsi)를 통해 페르시아어로 “우리는 당신들의 대화에 참여하고 싶다.”는 첫 ‘트윗’을 날렸다. 이어 두 번째와 세 번째 트윗에서는 이란 정부가 이집트 민주화 운동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자국 내 민주화 활동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카이로에서처럼 이란 국민에게도 평화적으로 집회·시위를 할 수 있는 보편적 권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의 페르시아어 트위터 계정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트위터(@M_Ahmadinejad) 계정을 첫 팔로잉으로 등록했고, 개설 11시간여 만에 1000명이 넘는 팔로어를 확보했다. 팔로잉이란 다른 사람의 트위터 글을 받아보겠다는 일종의 구독신청이고, 팔로어는 내 트위터 계정을 구독 신청(팔로잉)한 트위터 이용자를 말한다. 이란은 미국에 대해 독설로 맞섰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은 미국이 이집트 혁명을 이스라엘의 요구에 맞춰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바시지 민병대의 모함마드 레자 나그디 사령관은 서방 정보기관들이 테헤란에서 자기 몸에 불을 지를 정신장애인을 물색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튀니지와 같은 분신 사건을 모방해 이란에 대해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매우 저열한 사고방식”이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이란 당국은 최근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퇴진을 이끌어낸 민주화 시위 여파가 국내에 미칠 것을 우려해 14일(현지시간) 집회 불허 조치를 내리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시위대가 시위를 강행할 뜻을 밝히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이미 이란에서는 지난 2009년 6월 대선 이후 크고 작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멀린 美 합참의장 요르단·이스라엘 전격 방문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하야로 향후 중동정세가 불투명해지면서 상황을 ‘제어’하기 위한 미국의 발길이 빨라지고 있다. 튀니지에 이은 이집트에서의 시민혁명 성공 여파가 주변 중동 국가들로 파급되면서 가져올 상황 변화를 협의하기 위해서다. 먼저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이 12일(현지시간) 요르단과 이스라엘 방문길에 올랐다. 멀린 의장은 13일 요르단 암만을 방문, 국왕 압둘라 2세 등 요르단 고위 관계자들과 회담할 예정이다. 요르단은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증폭되고 있는 곳으로, 압둘라 2세 국왕은 얼마 전 국민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내각을 전면 개편했다. 친미 성향의 요르단은 모로코 등과 함께 이슬람 극단주의의 확대를 막기 위한 보루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도 요르단의 정치적 불안은 결코 원하는 상황이 아니다. 이번 중동 민주화 바람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나라 중 하나가 이스라엘이다. 멀린 의장은 이스라엘을 방문해 가비 아슈케나지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의 전역식에 참석한 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시몬 페레스 대통령과 면담한다. 멀린 의장은 이집트 정권이양의 과도기를 책임지게 될 군부의 동향 등과 관련해 이스라엘 측과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차관도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요르단을 방문해 압둘라 2세 국왕과 알바키트 총리, 나세르 주데 외무장관은 물론 시민단체 지도자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중동서 이란 입김 커질 듯… 美 정책기조 수정 불가피”

    “중동서 이란 입김 커질 듯… 美 정책기조 수정 불가피”

    30년 철권통치를 끝낸 이집트인들의 혁명 열기가 뜨겁다. 호스니 무바라크가 물러난 이집트는 과연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가. 튀니지에서 시작돼 이집트의 독재정권마저 무너뜨린 아랍 민주화의 물결은 이제 어디로 향할 것인가. 중동 전문가인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와 황병하 조선대 아랍어과 교수의 긴급 지상대담을 통해 코샤리 혁명 이후의 이집트와 중동의 앞날을 짚어 본다. ●무바라크 퇴진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뭔가. 서정민 교수 가장 먼저 짚어 봐야 할 대목은 이집트인들이 500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시민혁명을 성공시켰다는 점이다. 이집트가 아랍권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한다면 아랍 현대사를 다시 쓰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 10일 밤 무바라크가 퇴진을 거부하고 나서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봐야 한다. 1952년 쿠데타로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채택했지만 그것이 민주화는 아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치와 경제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군부가 얼마나 개혁조치를 취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이집트인들은 이제 민주화로 가는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무바라크 퇴진 이후 군부가 실권을 장악했다. 황병하 교수 이집트 헌법은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국회의장이 권력을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번 사태에서는 군 최고위원회가 권한을 이어받았다. 군부는 나세르 전 대통령이 주도한 쿠데타 당시부터 이집트 정치에서 핵심 역할을 해 왔다. 역대 대통령이 모두 군부 출신이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무함마드 탄타위 국방장관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군부는 지금 적지 않은 불안감을 느낄 것으로 생각된다. 상황이 원하는 대로 흘러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1952년 나세르 혁명도 군부 고위장교들이 왕정을 지지하며 기득권에 안주할 때 자유장교단을 중심으로 한 하위직 청년 장교들이 나세르 혁명을 이끌었다. 이번 시위에 일부 청년 장교들이 가담했던 점을 감안하면 군부가 실권을 장악한 것은 군부 내부결속을 다지는 것과 함께 무바라크를 옹호하는 쿠데타와 그를 축출하려는 쿠데타 모두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였다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또 다른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군부가 오랜 이집트 통치 경험을 바탕으로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측면도 존재한다. 무바라크가 아들 가말에게 권력을 세습시키려 했지만 술레이만 당시 정보국장과 탄타위 국방장관이 끝까지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을 정도다. 군부는 앞으로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무바라크를 퇴진시키기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이집트 정국을 전망한다면. 서 교수 한국이 1987년 경험했던 6월항쟁과 비슷한 경로로 갈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가 국민들 요구를 수렴하는 선에서 양보하되 권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모델이 가장 유력할 것이다. 그게 사실 미국 등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물론 자유로운 총선과 대선은 보장할 것이다. 다만 당초 계획대로 오는 9월에 대선을 치를 가능성은 많이 낮아졌다. 1년 이상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선거 일정에 따라 이집트 정세가 안정으로 갈지 혼란으로 갈지 판가름 날 것이다. 무바라크 측근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요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상황에서 쉽지는 않을 것이다. 향후 정국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집단은 무슬림형제단이다. 가장 큰 득표력을 갖고 있다. 이번 혁명은 민족적·세속적 성격이 강했고 무슬림형제단이 주도한 것도 아니지만 앞으로 의회에서 굉장히 약진할 것이다. 2005년 총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도 전체 의석의 20%를 차지한 경험이 있다. 향후 총선에선 최소한 3분의1의 의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무슬림형제단은 군부와 대화 채널을 유지하면서 캐스팅보트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황 교수 무바라크가 퇴임한 건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기존의 공동목표를 달성한 이상 이제부터는 각자 소속 정파와 조직 목표에 따라 다양한 요구가 터져나올 것이다. 현재 야권세력은 외형상으로는 크게 4·6청년운동, 변화를 위한 이집트운동(키파야), 무슬림형제단으로 나눌 수 있다. 4·6 청년운동과 키파야 등은 암르 마무드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을 지지한다. 변화를 위한 민족연합(NAC)은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과 파루크 아흐마드 술탄 대법원장을 지지한다. 무슬림형제단이 대선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대선 승리가 아니라 의회에서 의석을 최대한 확보해서 이집트 민주화와 선거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인 듯하다. 전체 인구의 40%가 하루 2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경제문제는 가장 첨예한 쟁점이다. 무슬림형제단은 빈곤구제 등 사회활동에서 보여준 오랜 경험과 열정으로 서민들의 신뢰를 쌓아 왔다. 앞으로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보여줄 것이다. ●중동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황 교수 튀니지에서 벌어진 민주화 열기가 이집트로 옮겨 왔지만 이집트와 튀니지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다. 튀니지는 서구나 다름없는 국가지만 이집트는 관광산업을 빼고는 그동안 철저히 고립된 상황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집트는 말 그대로 혁명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이집트 혁명이 곧바로 중동에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다. 만약 이집트에서 이슬람 정당을 허용했다면 지금처럼 급격한 변화를 겪진 않았을 것이란 말도 있지만 요르단만 해도 이슬람 정당을 인정하고 정부에 참여시킴으로써 완충작용을 한다. 예멘이 불안하다고는 하지만 4개 유력부족 대표가 대통령과 협의하면서 운영하는 이 나라에서 이집트식 혁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페르시아만 인근 산유국들도 막대한 자금력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을 흡수할 충분한 여력이 있기 때문에 일부 개혁은 가능하겠지만 이집트식 혁명은 힘들다. 서 교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고 이스라엘은 어느 정도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슬람에서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은 종교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성격이 강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수니파의 대표주자였던 이집트가 격랑에 싸였다. 그동안 이란과 국교까지 단절했던 이집트에서 발생한 정치변화는 이란에 대한 단일전선을 흔들게 되고 이는 중동 전체 정치 역학에서 이란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이스라엘의 입지가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그동안 이집트는 중동에서 가장 이스라엘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국가였다. ●이번 혁명이 ‘쇠퇴하는 미국 헤게모니’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서 교수 미국은 중동에 대한 정책기조를 바꿔야 한다. 미국은 그동안 입만 열면 중동 민주화와 인권을 외쳤지만 사실 지역 안정을 가장 중시했다. 그러다 보니 이집트에서 발생한 혁명 국면에서 상황을 주도하지 못했다. 겉보기엔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대통령 퇴진을 이끌어냈으니까 외교적 승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무바라크가 사임을 거부했다가 번복하는 약 24시간 동안 미국이 별다른 역할을 못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그동안 중동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무력으로 후세인 정권을 교체하는 건 가능할지 몰라도 국내 정치에 미치는 힘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무바라크가 그동안 적극적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춰온 대표적인 친미 인사라는 점도 미국엔 부담이다. 무바라크에 대한 역풍 때문에 이집트가 과거처럼 친미정책을 펼 여지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무바라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황 교수 군부가 지켜주는 한 무바라크가 이집트를 떠날 가능성은 낮다. 무바라크가 머물고 있는 샤름 엘셰이크는 이집트 국내에서 무바라크에게 가장 안전한 곳이다. 독재자 단죄에 있어서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전통적인 차이를 살펴봐야 한다. 시아파는 지도자가 잘못하면 법적인 책임을 포함해 끝까지 책임을 묻지만 수니파는 역사적으로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 비록 각종 부정부패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일단 사임한 이상 무바라크 쪽에서 볼 때 수니파 정부가 무리한 요구까지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거기다 군부도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무바라크를 마냥 내칠 수 없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도망자 신세 된 독재자… 700억달러 어디로 빼돌렸나

    도망자 신세 된 독재자… 700억달러 어디로 빼돌렸나

    ‘현대판 파라오’를 무너뜨린 것은 차량폭탄·총격 등 10차례의 암살 시도도, 중병도 아닌 그의 국민들이었다. 29년 120일간 지속됐던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숨통을 민주화 시위가 18일 만에 끊어 놓은 것이다. 명예퇴진을 고집하던 무바라크는 이제 구원의 손길 없이 남은 세월을 가족과 함께 도망 다니는 신세로 전락했다. 1973년 이스라엘과 맞붙은 제4차 중동전쟁에서 세운 공으로 1975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으로부터 부통령으로 발탁된 그는 1981년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당하면서 4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가말 압둘라 나세르와 사다트 같은 전임 대통령들이 군사혁명으로 왕정을 무너뜨려 국민들 사이에 정통성을 획득한 것과 비교하면 처음부터 취약한 기반에서 출발한 그는 철저한 권위주의 정부를 고수했다. 30년간 국가를 옥죄어 온 비상계엄법과 이집트 최대 야권 세력인 무슬림형제단 탄압, 정당·대선 후보 조건 강화로 반대파의 정계 진입 봉쇄 등이 대표적 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정적들을 낳았다. 알지하드, 카마 이슬라미야, 탈레알파타 등 숱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암살 시도에도 여러 차례 직면했다. 하지만 외교적 수완은 남달랐다. 미국·이스라엘 등과 탄탄한 동맹을 유지, 중동평화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한 동시에 매년 15억 달러의 원조를 얻어내 이집트 경제에 수혈했다. 무바라크의 가장 큰 실책은 차남 가말을 후계자로 삼으려 했던 것이다. 이집트 국민들을 돌아서게 만든 결정적 계기였다. 가말은 결국 지난 5일 집권 국민민주당 ‘넘버 3’인 정책위 의장에서 사퇴, 세습의 꿈을 버려야 했다. 700억 달러(약 78조 8900억원)로 알려진 무바라크 일가의 재산에도 세계의 눈이 쏠려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관리들은 무바라크 가족들의 재산을 20억~3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으며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 은행에 은닉돼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무바라크가 시위기간 중 재산을 추적 불가능한 해외 계좌로 빼돌렸다고 전했다. 스위스 당국이 지난 11일 스위스 은행의 무바라크 자산을 동결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무바라크는 자산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빼돌리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 일가는 미국 뉴욕과 베벌리힐스를 비롯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에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국영기업 민영화와 외국 기업의 이집트 진출 과정 등에서 이권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가말은 이집트 최대 투자은행인 EFG-헤르메스와 함께 석유, 철강, 시멘트 등의 사업에서 영향력을 행사, 부를 형성한 혐의가 짙다. 유럽연합(EU) 관계자는 14~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등에서 무바라크의 자산 동결 여부가 긴급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무바라크 일가의 부정부패로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면서 그가 이미 독일로 출국했거나 UAE,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다는 설도 나온다. 허핑턴포스트는 “무바라크가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하면 튀니지 혁명으로 축출된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과 함께 ‘독재자 클럽’을 만들 것이고 이 클럽의 회원 수는 더 많아질 것”이라는 뼈 있는 농담으로 30년 독재자의 말로를 정리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피플파워’ 중동 현대사 새로 쓰다

    시민혁명이 중동의 현대사를 바꾸고 있다. 중동의 맹주인 이집트의 30년 철권 통치도, 튀니지의 23년 장기집권 체제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피플파워 앞에 잇따라 무너져 내렸다. 중동의 시민혁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조짐이다. 알제리와 예멘, 요르단, 바레인 등에서도 권위주의 독재정권들이 시민혁명의 물결 앞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중동 혁명의 주요 동력으로 인터넷을 미디어로 활용하는 디지털 세대와 트위트·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를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이집트의 시민혁명이 인터넷에 익숙한 수십명의 페이스북 활동에서 최초 점화됐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디지털 세대를 과거의 틀 속에 가둬 두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분석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시민혁명 18일 만에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국 권좌에서 물러나자 중동의 인근 독재정권들은 ‘퇴진 도미노’를 피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시위대의 요구에 굴복하거나 ‘당근’을 내놓고 있다. 청년들의 분신자살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알제리에서는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1992년 이후 19년 동안 이어온 국가비상사태 조치를 곧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수도 알제의 메이데이 광장 등에서는 시민 수천명과 일부 야권 인사들이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 강도를 높였다. 예멘에서도 이날 학생들이 중심이 된 시위대 4000여명이 수도 사나에서 1978년 이후 장기 집권하고 있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이들은 “무바라크 다음은 알리의 차례”라는 구호를 외치며 한때 경찰과 대치했다. 살레 대통령은 최근 튀니지와 이집트의 시민혁명에 자극받아 2013년 임기가 끝나면 권좌에서 물러나고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하지도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 8일 야권 인사를 포함한 새 내각을 출범시키는 한편 쌀과 설탕, 연료 등 주요 생필품 가격을 억제하는 조치를 내놓았고, 바레인에서는 다음주 야권 시아파의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각 가정에 1000디나르(약 298만원)씩 나눠 주기로 하는 등 유화책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랍 현대사가 네 번째 시기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이집트에 대통령 공화제가 수립된 1952년 나세르혁명, 이집트를 위시한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이 충돌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그리고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공화국이 등장한 1979년 이란혁명에 이어 2011년 민주화 혁명이 중동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무바라크라는 ‘기존 권력’과 이집트 시민, 그리고 미국이라는 외세의 3각 힘겨루기에서 시민혁명이 결실을 이뤄 냈음을 의미한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무바라크 대통령 하야] 오바마 “무바라크 하야 환영”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대통령직 사퇴를 선언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즉각 TV 연설을 통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은 민주 개혁을 열망하는 이집트 시민들의 승리이자 민주주의 승리”라며 “과도 정부에 의한 순조로운 권력이양 작업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게이츠·이집트 국방장관 통화 무바라크 대통령의 전격 퇴진으로 군부가 전면에 나선 가운데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이날 낮 무함마드 탄타위 이집트 국방장관과 전화 통화를 가져 논의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통화에서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무바라 크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 이집트 정국을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며 무바라크 퇴진을 위해 군부가 적극 나서줄것을 강렬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오바 마 대통령은 무바라크가 전날밤 TV연설을 통해 퇴진거부 의사를 밝히자 백악관에서 긴급 안보관련 참모회의를 소집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대책회의를 마친 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무바라크 대통령이 말한) 권력 이양이 즉각적이고 의미 있으며 충분한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 정부가 신뢰할 만하고 구체적이며 분명한 (권력 이양의) 경로를 제시해야 하나 아직까지는 그러한 기회를 갖지 않았다.”고 전례 없이 강한 어조로 무바라크 정권을 비판했다. 미국은 그러나 무바라크의 사임을 직접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아 압박의 수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대신 백악관은 어떤 식으로 권력이양이 이뤄질지 분명하게 설명할 것을 촉구했다. 점진적인 권력이양으로 무바라크의 명예로운 퇴진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미국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일격에 향후 압박 수위를 놓고 내부 입장 조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美 영향력 제한적” 하지만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슬람권의 대표적인 친미 지도자였던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번 연설로 미국에 대해 분명한 단절 신호를 보냄으로써 이집트 사태가 미국의 통제권 밖으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미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집트 현정권과 반정부 시위대 간의 갈등이 폭력사태로 격화될 경우 오바마 행정부의 ‘줄타기식’ 전략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오바마! 내친구 모욕마라

    “내 친구를 모욕하지 마라.” 친미파인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미국의 대(對)이집트 전략을 비판하며 오바마 대통령을 강하게 몰아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갑작스레 퇴진해 아랍권의 ‘친미 라인’이 무너지면 지역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으로 보인다. 압둘라 국왕은 이집트 시위 발생 나흘째인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과 가진 통화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굴욕감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10일 영국 더 타임스 인터넷판이 전했다. 압둘라 국왕은 “미국이 매년 15억 달러(약 1조 6722억원) 규모의 이집트 재정지원을 중단한다면 내가 지원을 시작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압둘라 국왕과 무바라크 대통령은 매우 가까운 사이로 국왕은 자신의 친구가 굴욕적으로 내동댕이쳐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이집트에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면 자국이 이란은 물론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무슬림 세력에 포위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9일 압둘라 국왕과 전화 통화를 갖고 “이집트에서 의미 있고 적법하면서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는, 질서 있는 전환이 이뤄질 수 있게 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해적 시신 조만간 소말리아 인도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 과정에서 사살된 소말리아 해적들의 시신 8구가 조만간 소말리아로 인도될 전망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8일 “소말리아 정부 측과 협의 후 사망자들에 대한 신원 확인이 끝나 며칠 내 항공편을 통해 소말리아로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생포 해적 5명에게 사망자들의 사진을 보여줘 신원을 확인했으며, 이들은 대부분 같은 지역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오만 항구에 있는 삼호주얼리호 냉동실에 보관 중인 시신은 항공기를 통해 두바이를 거쳐 소말리아로 보내질 예정이다. 시신 운구 등 제반 비용은 한국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슬람 국가의 관습에 맞게 최대한 절차를 갖춰 인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이집트 민주화 → 중동 안정’… 서방 셈법이 달라지고 있다

    이집트, 튀니지 등의 반정부 민주화 시위를 계기로 서방 진영이 아랍권 국가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교정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중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인 알자지라방송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7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미 국무부 두바이 공보 사무소는 최근 중동에서 번지는 반정부 시위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생각을 아랍어 구사 외교관들을 통해 알자지라에 설명했다. 아울러 필립 크롤리 공보 담당 차관보와 제프리 펠트먼 중동 담당 차관보를 비롯한 국무부 관리들이 지난달 10여 차례 알자지라방송을 방문했고, 존 케리 미 상원 외교위원장도 최근 이 방송을 찾았다. 미 정부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알자지라와 긴장 관계에 있었다.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은 “알자지라가 이라크 주둔 미군 활동에 대해 사악하고 부정확하며 변명할 수 없는 내용을 보도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알자지라의 미주 담당 수석고문 토니 버먼은 “최근 미국 관리들과 다양한 접촉을 통해 관계가 부드러워졌다.”면서 “부시 행정부와 알자지라 사이에 존재했던 냉전 분위기는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1년 전 카타르를 방문했을 때 알자지라의 고위 관계자와 1시간 동안 허심탄회한 대화를 했다는 비화도 소개했다. 앞서 6일 열린 독일 뮌헨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한 서방 진영 대표들 사이에서는 아랍권의 민주화가 서방 진영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금까지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는 아랍권의 민주화가 서방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음을 고려할 때 이는 새로운 흐름으로 분석된다. 회의에 참석한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은 “(이집트 시위가 벌어진) 지난 2주는 잠을 깨우는 소리였다.”며 “민주주의는 아랍권의 안정으로 이어지며 이는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서방 진영이 아랍권의 민주화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최근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민주화를 주도하는 것은 부패와 실업에 분노하는 시민들이지 이슬람주의자들이 아니라는 정세 분석과 무관하지 않다. 2006년만 해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가 승리해 서방 진영에 실망감을 안겨줬지만 이번에는 민주주의가 이슬람주의자들의 집권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스웨덴의 칼 빌트 외무장관은 “우리의 친구들은 이집트를 현대적인 세계로 이끌어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며 이집트 민주화 주도세력에 대한 신뢰감을 나타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존 치프먼 소장은 이집트에서 무바라크의 대안이 이슬람주의자들일 뿐이라는 주장은 “전적으로 철이 지난 주문(呪文)”이라고 일축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무바라크 퇴진땐 중동 군비경쟁 촉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 후 뒤를 이을 새 이집트 정부가 중동의 군비 경쟁을 가속화시킬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msnbc 방송은 8일 미국 관리들을 인터뷰하고 정부 문서를 분석한 결과 이집트가 지난 30여년간 대량살상무기(WMD) 연구·개발을 중단 없이 해 왔으며 여기에는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도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을 중심으로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군비 강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새 정부가 민심에 영합하려는 국수주의 정책으로 군비경쟁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방송은 미국이 지금껏 이집트의 군사적 야망을 묵인해온 것은 이집트가 중동에서 강력한 우방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 중 하나는 이집트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다. 이집트는 이미 이라크, 북한 등과 협력을 통해 무기 개발 등에서 상당한 능력을 입증했고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연구를 비밀리에 수행한 전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집트는 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쿠르드족 학살에 사용한 생물학 무기 개발을 도운 전력이 있으며 북한과는 소련제 스커드 미사일 판매와 개발 협력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미사일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집트는 이스라엘 핵무기 프로그램이나 이란 핵 야망에 대해 어떤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NPT를 탈퇴할 수 있음을 시사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이집트가 핵개발을 감행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아직은 우세한 편이다. 미 국방부 출신의 핵 확산금지 전문가인 해군대학원의 제임스 러셀은 “이집트는 1967년 이스라엘과 전쟁 후 막대한 비용과 기술 부족으로 핵 야망을 포기했다.”면서 “핵무기 경쟁에 다시 뛰어드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하고 경제적으로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혼돈의 이집트] “아랍권 시위는 일시적 사태 아닌 보편적가치 지향의 세계사적 흐름”

    “이집트, 튀니지 등의 민주화 시위는 프랑스 혁명과 같은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한국의 중동 문제 전문가들은 최근 아랍권 독재국가에서 민주화 시위가 도미노식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일시적인 소요사태가 아니라고 7일 진단했다. 한국중동학회와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가 8일 명지대에서 공동 주최하는 ‘이집트, 수단, 튀니지 사태와 중동의 민주화 전망’이라는 주제의 긴급 심포지엄에 앞서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참석자들은 지금 아랍권 국가에서 범상치 않은 변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중동 아랍 국가들 가운데 레바논을 제외하고는 시민혁명이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이집트의 시민혁명은 아랍권의 ‘남성 주도 가부장적 인식 체계’를 바꾸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민주화 시위의 근본 원인으로 장기 독재, 지도층의 부패, 빈곤과 실업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앞으로 프랑스혁명과 같은 큰 변화, 장기적인 민주화 열풍이 불 것이라고 예견했다. 서 교수는 튀니지와 이집트 사태를 ‘웹에 등장한 벤츠와 당나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탈근대적 현상(벤츠)과 거리 시위와 같은 전근대적 현상(당나귀)이 동시에 나타나는 특이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황병하 조선대 교수는 이집트 야권의 최대 단일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았지만, 세속적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미국 등 서방국가와 민주화운동 내부의 또 다른 중심축인 엘바라데이 및 암르 무사 지지 세력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켜야 하는 숙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향후 무슬림형제단의 행보와 관련해 첫째, 샤리아에 근거한 이슬람국가의 수립 이념을 포기하지 않을 것, 둘째, 온건주의와 중도주의를 표방하면서 폭력 사용을 철저히 배격하고 무바라크의 점진적 퇴진과 정권 이양을 지지할 것, 셋째, 이슬람주의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세속적 민주주의를 포용하면서 종교와 정치의 분리와 이슬람 가치의 확립을 헌법 개정으로 수렴하는 전략을 취할 것, 넷째, 이집트 민주화 과정과 선거에서 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은 것 등으로 분석했다. 김효정 명지대 교수는 튀니지 민주화 운동을 ‘경제적 문제뿐만이 아닌 총체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현재 튀니지 국민의 반발에 비춰보면 벤 알리 측근 인물이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내다보고 “벤 알리 정권 아래에서 탄압을 받아 국외로 망명했던 인사들이 귀국하면서 튀니지 대선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상률 명지대 교수는 “중동 아랍 국가들의 민주화 문제는 하루아침에 부상한 것이 아니며, 자유와 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세계사적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금상문 한국외대 교수는 “이집트 등 중동 국가에서 불고 있는 민주화 시위의 근본 원인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고”라고 국한시켜 주장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기로에 선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勢불리기 서방 위협?

    이집트 정부가 최대 야권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을 비롯, 일부 야권세력의 개헌 요구를 수용하는 등 전격 협상에 돌입하면서 13일째 지속된 이집트 시위사태가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1928년 이슬람학자인 하산 알반나가 창설한 무슬림형제단은 100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1952년 이집트 최고 실권자였던 가말 압둘 나세르 초대 대통령의 암살을 기도해 이후 이집트 정부로부터 불법조직으로 규정, 배제돼 왔다. 하지만 6일(현지시간) 무슬림형제단은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가진 대화에서 개헌을 비롯, 여러 요구사항을 관철하면서 정부와의 관계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형제단’ 정계진출 확대되나 이번 합의로 이집트 시위사태와 정국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무슬림형제단이 웹사이트에 게재한 요구사항에 따르면 이들은 모든 부정부패에 대한 신속하고 책임있는 조사와, 모든 정당에 대한 공정한 기회 부여, 언론의 자유, 국가 통합정부 구성, 투명한 의회 선거 보장, 구금된 활동가 석방 등을 주장하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수십년 전부터 폭력투쟁을 포기하고 자신들도 다른 정당처럼 선거에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이집트 정부에 민주적 개혁과 선거를 요구해 왔다. 이를 통해 2005년 선거에서는 전체 하원 의석의 20%인 88석을 차지했으나 지난해 11~12월 총선에서는 단 한 석도 획득하지 못했다. 이들이 이번 합의를 계기로 정부에 입김을 불어넣고 세를 불리게 될 경우 미국, 유럽 등 서방 국가들에 위협으로 작용하게 된다. 급진주의 이슬람단체로의 권력 이양을 우려해 왔던 미국정부는 기존의 입장을 바꿔 이집트 정부의 점진적인 권력 이양을 지지한다고 5일 밝혔고 이 과정에서 이집트 군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집트와의 4차례에 전쟁 끝에 1979년 평화협정을 체결해 중동의 ‘왕따’를 피했던 이스라엘은 이번 합의로 반 이스라엘 기치와 이슬람 정부 확대를 내세우는 무슬림형제단의 세 확대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야권 전체 갈등 비화 가능성 이번 합의가 야권의 대표주자였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등을 배제하고 이뤄진 점이라는 데서 야권 전체의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야권 세력 간의 정권 이양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로 권력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5일 로이터통신은 현자 협의회를 자칭하는 유력 엘리트 단체가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실권을 위임, 그가 9월 대선까지 과도정부를 이끌며 대선을 치르는 방안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야권의 인사 25명이 정부 수립을 위한 정권교체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의로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을 요구해왔던 시위대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날도 수천명의 시위대가 반정부 시위의 메카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을 메우며 시위를 이어갔지만 시위대는 반 무바라크와 친 무바라크파로 나뉘어 균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대부분의 기업과 시중은행들이 업무를 재개하면서 시민들은 일상을 서서히 회복했다. 강국진·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기로에 선 이집트] ‘親美’ 술레이만 부통령 중심 점진적 권력이양 선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점진적 권력이양’ 사이에서 미국은 후자를 선택했다. 무바라크가 버티기를 계속하고, ‘대통령의 퇴진 없이 대화는 없다.’고 주장하는 시위대·야권 사이에서 미국은 ‘불안정 속의 이집트의 민주화’라는 모험을 무릅쓰기보다는 친미적인 군부 주도의 안정을 선택한 셈이다. 점진적 권력이양이란 당장 새로운 과도정부를 수립해서 문제를 풀기보다는 기존 정부가 개헌이나, 9월 대선까지 실질적으로 정권을 관리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는 일단 이행과정의 중심인물로 현 정권의 부통령을 꼭 집어서 지적했다. “이집트 민주화 과정에서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이 주도하는 개혁 이행과정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5일(현지시간) 발언은 이 같은 점진적 권력이양에 힘을 싣고 있다. 술레이만 부통령이 이끄는 현 과도체제가 야당과 협상을 통해 개헌을 단행하거나, 혹은 9월 대선까지 정권을 관리해 나가는 것을 지지하겠다는 의미다. 무바라크가 버티기를 계속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그를 밀어내려다가 급진적인 이슬람세력에 어부지리를 안겨 주기보다는 그의 권력을 계속 줄여 나가면서 2인자인 술레이만에게 힘을 실어줘서 친미적인 세력의 권력 승계를 완성하겠다는 의도다. 미국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물러날 경우 정치적 공백을 반미적인 급진 이슬람 세력이 메우고 시민혁명의 과실을 움켜 쥘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1979년 이란 혁명 때도 처음에는 구심점 없는 좌파 주도의 시민혁명에서 반미적인 급진 이슬람 주도의 이슬람혁명으로 옮겨가면서 중동 패권의 한 축을 상실했던 뼈아픈 경험을 미국은 잊지 않고 있다. 클린턴 장관이 언급한 술레이만 부통령은 이집트 군부 내의 명망이 두터운 군 장성출신에다가 무바라크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이점에서 미국이 친미적인 군부 엘리트들이 무바라크 이후의 권력 공백을 메워 주기를 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 국무부가 “권력이양 과정에서 무바라크가 계속 현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프랭크 와이즈너 이집트 특사의 발언은 개인 의견”이라고 일축했지만, 이는 미국 정부의 복잡한 속내를 보여 준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의 권력이양 작업이 당장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지만 “무바라크 대통령을 즉각 물러나게 할 것인지는 이집트인들에 의해 결정될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글로벌 시대] 얼굴 없는 테러/아르촘 산지예프 러시아 로시스카야 가제타 서울특파원

    [글로벌 시대] 얼굴 없는 테러/아르촘 산지예프 러시아 로시스카야 가제타 서울특파원

    지난달 24일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테러범이 공항 입국장 군중 사이에서 자폭해 35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중상을 입었다. 이 테러행위는 곧 러시아뿐 아니라 전세계 여론을 들끓게 했으며, 테러범들이 잠자고 있는 것이 아니며 그들의 새로운 공격 위험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모스크바 지하철 테러에 대한 기억이 아직 지워지지 않은 시점에 또 한번의 테러가 발생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테러리스트들 측으로부터 그 어떤 협박이나 그 어떤 요구도 없었다. 그저 얼굴 없는 자살 테러범이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을 앗아갔을 뿐이다. 도대체 그 테러범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근시안적인 시각의 일부 전문가들은 북카프카스에 혐의를 두고 있다. 그곳에서는 독립전쟁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곳에만 혐의를 둘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카프카스의 상황이 아직은 안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최근 몇년간 그곳 상황이 대폭 개선되었고 주민들도 평화로운 삶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그 지역에서의 긍정적인 변화를 전혀 달갑지 않게 여기는 세력이 있다. 그들은 인종이나 민족과 무관하게 불안을 확산시키고 민족 간의 분쟁을 야기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국제 테러리스트들이다. 그들이 러시아에서 카프카스 민족과 다른 지역 민족들을 이간시키려 테러를 자행하는 것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에서 거주하고 있는 그러한 민족의 숫자는 180여 민족이 넘는다고 한다. 그들은 과거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이미 민족적인 뿌리를 상실한 민족들이다. 그들 가운데는 러시아, 중동, 유럽 등의 출신들도 있다. 유일하게 그들을 연합시키는 것은 그들에게 부과된 허구적인 의무를 수행한다는 것뿐이다. 실상 그들은 대중을 위협하기 위해 ‘자살폭탄’을 이용하는 교활한 전략가들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꼭두각시이자 단순한 도구일 뿐이다. 뉴스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테러리스트들은 현재 자살 테러범을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러시아에서뿐 아니라 중동에서도 그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 수사기관의 정보에 따르면 ‘도모데도보 테러’를 획책한 그룹의 일원이 현재 파키스탄의 반군기지 한 곳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그곳인가? 그것은 테러리스트들을 양성하는 곳이 카프카스가 아닌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접경 산악지역의 반군기지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반군기지에서는 러시아나 아랍, 아시아 출신만 교육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럽인들도 교육받고 있다. 독일 내 이슬람 단체들, 특히 아헨의 이슬람 단체가 독일 청년들을 지하드에 끌어들였다는 것은 아주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러시아에서도 작년에 로스토프의 17세 대학생 표트르 주벤코는 인구세티야에서 온 한 대학생에게 포섭되어 자살 테러범이 되기 위해 카프카스로 가려다 체포되었다. 그들은 전술을 바꾸는 데서 더 나아가 목표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테러의 대상이 주로 러시아 국민에 국한됐었다. 그에 반해 ‘도모데도보 공항’ 자살 테러범의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외국인을 살상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는 국제선 입국장에서 폭탄을 터뜨렸다. 124명의 부상자가 지금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그 가운데 18명이 외국인이다. 이번 테러가 외국인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보면 국제테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 나라의 일이 아니다. 전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테러가 발생한 시간도 그냥 정한 것이 아니었다.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다보스 국제경제포럼 기조연설을 며칠 앞두고 있는 시점으로 정했다. 따라서 모든 면에서 볼 때, 그런 테러행위를 통해 국제 비즈니스 공동체가 러시아 경제를 멀리하도록 하는 것이 테러리스트들이 의도했던 바라고 생각된다.
  • 이집트 민주화 시위 12일째 ‘숨고르기’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숨 가쁘게 달려온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12일째인 5일 다소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야권이 뚜렷한 구심점 없이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강경세력과 조금 지켜보자는 온건세력으로 갈리면서 이집트 사태는 일단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시작된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는 28일 금요 기도회 이후 경찰과의 충돌로 수십 여명이 사망하고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귀국 이후 가택연금을 당하는 등 확산돼 왔다. 대규모 시위와 국제사회의 압박에 밀려 무바라크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내각 해산과 정치개혁을 천명했고 이어 지난 2일에는 9월 대선 불출마 및 평화적 정권이양을 약속했다. 이런 가운데, 카이로 도심에서는 무바라크 찬반 시위대가 결렬이 충돌하면서 11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가 속출했다. 그러나 이집트의 공휴일로 이슬람교도가 모스크에서 기도를 마친 뒤 몰려나온 4일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는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비교적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물론 카이로 도심 타흐리르 광장에는 여전히 반정부 시위대가 남아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와히드라는 이름의 한 청년은 “무바라크는 지금 당장 떠나야 한다”면서 “내일이 아니고 지금(Leave now, not tomorrow)”이라고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토요일인 5일 반정부 시위 수위는 눈에 띄게 누그러졌고 일요일인 6일부터 학교와 증권시장 등도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야간 통행금지 시간도 오후 7시~오전 6시로 단축됐다. 타흐리르 광장으로 통하는 길목에 있던 탱크와 장갑차, 군인들도 4일 밤부터 많이 철수해 군인의 검문검색 시행 구역이 5일 오전 현재 타흐리르 광장 입구와 카스르 알 나일 다리 등으로 축소됐다. 이날 오전 시내 곳곳에서는 그동안 모습을 잘 보이지 않았던 경찰도 배치돼 차량 통행을 유도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실제 카이로 도심에서 만난 여행업 종사자, 상점 주인 등 무바라크에게 동정적인 여론을 보내는 세력도 적지 않고 반정부 시위대나 야권 내에서도 평화적 정권 이양 약속을 한번 지켜보자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4일 타흐리르 광장 주변에서 만난 한 30대 남성은 “누가 정권을 잡든지 간에 이집트의 안정과 번영을 이뤄야 한다”면서 “무바라크가 즉각 물러나면 좋지만, 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밀이라는 이름의 남성도 “무바라크 정권이 잘못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이룬 것도 많다”면서도 “이집트에 더 많은 민주화가 와야 한다는데는 모두가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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