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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프리뷰] ‘그녀가 떠날 때’

    [영화프리뷰] ‘그녀가 떠날 때’

    사회 문화적인 통념이나 가치관은 과연 인간이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보다 우선시되는 것일까. 물론 일단은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이 많겠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개인의 삶을 구속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독일 영화 ‘그녀가 떠날 때’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한 여성의 삶의 궤적과 무게를 뒤쫓는 영화다. 물론 이 작품은 여성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이슬람 문화권의 특수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 가부장적인 인식이 있는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터키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독일에서 자라나 서구 문화를 접하며 자란 여주인공 우마이(시벨 케킬리). 남편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그녀는 결국 불행한 결혼 생활을 견디다 못해 친정을 찾지만 가족들에게도 환영을 받지 못한다. 가부장적인 사고 방식의 아버지는 “딸은 출가외인”이라고 말하면서 딸의 안위보다는 사회적인 체면을 더 중시한다. 그 사고를 그대로 이어받은 큰오빠 역시 우마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20대 중반의 나이에 결혼을 하느라 자신의 꿈을 포기한 우마이는 일도 하고 못다 한 학업도 하면서 가족들의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홀로서기’에 나선다. 하지만 그녀에게 집마저 떠나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 아버지와 오빠가 그녀가 목숨처럼 아끼는 아들 쳄을 남편에게 돌려보내려는 계획을 세운 것. 호시탐탐 그녀를 쫓는 가족들을 피해 거처를 옮겨 다니는 우마이. 그녀는 머물던 장소를 떠날 때마다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흔적처럼 남겨 둔다. 남편에게는 육체적인 폭력, 가족에게는 정신적인 폭력에 시달린 그녀에게 낯선 곳에서 만난 타인들이 차라리 더 가깝게 다가온다. 설탕 축제 때 어렵게 집을 찾아간 우마이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띌까봐 문앞에서 돌려보낸 뒤 눈물을 훔치는 아버지의 모습은 희생을 강요당하는 여성의 가혹한 삶의 굴레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이처럼 영화는 문화적 충돌로 인해 가족과 사회로부터 억압받는 이슬람 문화권 여성의 인권 문제를 밀도 있게 그려 낸다. 그 결과 2010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유럽영화상을 비롯해 독일 대부분의 영화제에서 주요상을 휩쓸었다. 평소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많았던 여성 감독 페오 알라다그는 우연히 터키계 독일 여성들이 가족의 결속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을 희생하는 사실을 접하고 관련 주제를 연구한 끝에 6년 만에 탄탄한 시나리오를 완성해 냈다. 터키 가정에서 자란 자신의 삶의 경험을 영화에 녹여내며 우마이의 험난한 삶의 여정과 복잡한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 낸 여주인공 시벨 케킬리는 미국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29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죽은 카다피 산 사르코지 잡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재선 앞길이 첩첩산중이다. 다음 달 22일 1차 투표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에게 밀리면서 불법이민 단속강화 등 극우 정책들을 내놓으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번엔 지난해 사망한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로부터 2007년 대선때 거액의 선거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언론 보도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프랑스 인터넷매체 메디아파르는 12일(현지시간) 대선을 치르기 2년 전인 2005년 10월 6일 리비아에서 카다피가 사르코지 당시 재무장관에게 선거자금으로 5000만 유로(약 739억원)를 지급했다는 내용의 문서를 입수해 단독 보도했다. 이 자금은 선거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파나마와 스위스에서 돈세탁을 거쳤으며, 사르코지가 속한 대중운동연합(UMP)의 장 프랑수아 코페 대표의 여동생 이름으로 스위스에 계좌가 개설됐다고 메디아파르는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은 당시 선거자금 지원을 주선했던 프랑스 무기 중개업자 지아드 타키딘의 옛 주치의가 프랑스 정치인의 무기 거래 리베이트와 관련한 사건 조사 과정에서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보도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이날 TF1 방송 인터뷰에서 “카다피가 돈을 줬다면 달갑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카다피의 ‘은밀한 거래’의혹은 지난해에도 한 차례 불거졌다. 프랑스가 영국과 손잡고 리비아를 공습하던 지난해 3월 카다피의 아들인 샤이프 알이슬람은 유로뉴스 TV에서 리비아가 사르코지의 선거자금을 지원했다고 주장하며 자금 반환을 요구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에도 프랑스 대통령궁은 이를 부인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시신훼손·코란모독 이어… 대규모 반미시위 ‘일촉즉발’

    시신훼손·코란모독 이어… 대규모 반미시위 ‘일촉즉발’

    반미 감정이 몰아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11일(현지시간) 미군의 민간인 총기난사 사건까지 터지자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솟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과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 측은 즉각 유감을 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민간인 사망은 아프간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여서 이번 사건이 아프간인들의 대규모 항의시위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방 군 당국과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하사관으로 알려진 한 미군이 이날 새벽 3시 판즈와이 군기지를 빠져나와 인근 마을을 향했다. 이 미군은 민가 2~3곳을 연쇄적으로 침입해 총기를 난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당했다고 AFP통신과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 미군은 사건 직후 부대로 복귀했다가 체포됐다. 사건 현장을 둘러본 AFP 특파원은 “한 민가에는 여성과 어린이 등 10명의 주검이 너부러져 있었고 출입문에는 한 여인이 사망한 채 누워 있었다.”고 처참한 광경을 전했다. 나지반 마을에 사는 중년 남성 하지 사마드는 이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내 가족 가운데 11명이 사망했다.”며 비통한 감정을 드러냈다. 나토 주도 국제안보지원군(ISAF) 측은 “아프간 주재 미 정부 관계자들이 아프간 정부 측과 사고 원인 등에 대해 공동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거센 후폭풍이 불 조짐이 포착됐다.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주민들은 판즈와이 기지 주변으로 모여들어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대사관 측은 자국민들에게 “이 지역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아프간에서는 최근 미군들의 일탈행동 탓에 반미감정이 고조됐다. 지난달 20일에는 아프간의 바그람 공군기지 주둔 미군이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불태웠다가 대규모 항의시위가 발생했고 앞서 미국 해병대원들이 사살한 탈레반 대원들의 시체에 소변을 뿌리는 동영상이 공개돼 비난받기도 했다. 사건 직후 아프간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이 거듭 유감을 표한 가운데 ISAF도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사과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한편 사건이 발생한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주는 ‘탈레반의 정신적 심장부’로 불리는 반군 거점지역이다. 국제공항이 위치해 있고 농업과 공업 분야가 발달해 아프간의 무역 몇 전략 중심지로 통한다. 이 때문에 칸다하르에서는 지난 5년간 나토와 탈레반 측의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됐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무장세력 탈레반 가세 ‘코란 소각’ 시위 격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코란 소각에 항의하는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23일(현지시간) 현재까지 아프간 정부군에 사살된 미군 2명과 아프간 시위대 12명 등 모두 19명이 숨졌다.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의 공식 사과도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은 침략군에 대한 공격을 촉구하는 등 혼란과 불안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아프간軍 보복공격… 美軍 2명 사망 탈레반 대변인 자비울라 무자히드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아프간 국민에게 침략군과 그들의 군사기지에 대한 공격과 반미 시위를 멈추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신성한 코란을 모욕하지 않도록 분명한 교훈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코란 소각에 대해 “깊은 유감”과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아프간 대통령실이 전했다. 오바마는 서한에서 “(코란 소각은) 고의가 아닌 실수였다.”면서 “관련자 문책을 포함해 재발방지를 위해 적절한 조치들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이후 폐쇄 상태인 카불 주재 미 대사관도 트위터에 “평화집회가 미국의 가치와 전통이며, 우리는 자제와 비폭력을 촉구한 카르자이 대통령과 뜻을 같이한다.”고 올렸다. ●오바마 대통령 “진심어린 사과” 서한 하지만 시위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아프간 서부 헤랏 지역에서는 반미 시위 도중 경찰의 총을 빼앗으려 한 시민 2명이 사살되는 등 모두 4명이 사망했다. 또 전날에는 아프간 동부 낭가하르주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기지 주변에서 일어난 시위에 참여한 아프간 병사 1명이 미군 2명에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고 모하마드 하산 주지사가 AFP에 밝혔다. 동부 라그만주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주도 미타르람에 있는 지방재건팀 본부를 둘러싸고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며 일부 시설에 불을 질렀다. 동부 도시 잘랄라바드와 북부의 바다흐샨주 등지에서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몰려 나와 반미 시위를 벌였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미스터 유엔’ 코피 아난, 아사드 마음 돌릴까

    ‘미스터(Mr.) 유엔이 돌아왔다.’ 시리아 사태 탓에 골머리를 앓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전임자에게 ‘SOS’를 보냈다. 코피 아난(74) 전 유엔 사무총장에 시리아 특사를 맡긴 것이다. 아난은 6년 전에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설득해 중동지역의 군사 충돌 위기를 막아냈다. ●아난 前 총장, 2006년에도 중동분쟁 중재경험 유엔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반 총장과 나빌 엘아라비 아랍연맹 사무총장이 아난에게 시리아 특사를 맡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엔은 “아난이 시리아 안팎의 협상 담당자를 만나 시리아의 폭력사태와 인도주의적 위기를 끝내기 위해 폭넓게 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난이 분쟁 중재자로 국제 사회의 전면에 나선 것은 2008년 ‘케냐 사태’에 개입한 뒤 처음이다. 당시 케냐에서는 대선 뒤 부정선거 주장이 제기되면서 유혈충돌이 발생했지만, 아난의 중재로 므와이 키바키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인 라일라 오딩가가 연정을 구성해 위기를 끝냈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인 아난은 유엔 직원으로 시작해 35년 만에 수장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세계적 인권문제와 개도국 이슈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 ‘세속적 교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강력한 지도력을 앞세워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1년 유엔과 함께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국제 외교가의 고위 관계자들은 “시리아 사태는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할 시점을 넘겼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베테랑 교섭가의 등장으로 사태 해결의 새 실마리를 찾을지 모른다는 기대도 피어오른다. 아난은 2006년에도 알아사드 대통령을 만나 중동 분쟁을 중재한 경험이 있다. 당시 이스라엘과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을 때 시리아가 양국 간 갈등에 개입하려 하자 아난이 직접 알아사드 대통령을 설득해 이를 막았다. ●시리아 친구들 “즉각 휴전” 최후통첩 한편 미국과 유럽, 아랍권 국가 등이 모인 ‘시리아의 친구’들은 시리아 정부에 “즉각 휴전하고 민간인 구호품 전달을 허용하라.”는 내용의 최후 통첩을 발표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성명 초안을 토대로 보도했다. ‘시리아의 친구들’ 소속 60여개국 외무장관들은 24일 튀니지에 모여 시리아 사태 해법을 논의했으며 알아사드 정권이 요구 사항을 따르지 않으면 경제 제재 강화를 포함한 추가 징벌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아프간 미군 ‘코란소각’ 파문확산… 美 진화 나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코란 소각 사건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즉각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아프간인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카불 주재 미 대사관은 직원들의 현지 활동을 중단하고 대사관을 폐쇄했다. 미 백악관이 21일(현지시간) 아프간 바그람 미 공군기지 내에서 미군이 코란 등 이슬람 종교 서적을 불태운 사건과 관련,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수백명의 아프간인들이 이틀째 강력히 반발하며 항의 시위를 벌여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AP·AFP통신이 보도했다. 전날에 이어 22일 오전부터 500여명의 아프간인들이 수도 카불의 중심가로 뛰쳐 나와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반미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AP와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카불과 잘랄라바드, 파르완 등 4곳에서 군경과 시위대가 충돌해 적어도 7명이 사망하고 32명이 다쳤다. 현지 미 대사관은 “직원들이 통제된 상태에 있으며, 여행도 중단됐다.”고 밝혔다. 앞서 존 앨런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21일 성명을 통해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코란을 비롯한 다수의 이슬람 종교 자료를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즉각 중단시키고 나서 전면 조사를 지시했다.”면서 “고의는 아니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상처받았을 아프간 정부와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미군 소식통은 이들 서적 중 일부가 극단주의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바그람 기지와 인접한 파르완 수용시설의 수감자들 간의 과격 메시지 교환에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소각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진 직후 2000여명의 아프간인들이 바그람 기지 인근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파문이 번지자 미 백악관은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진화에 나섰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일은 매우 불행한 사건”이라면서 미군이 아프간인들의 종교에 대해 갖고 있는 존경심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사과했다. 아프간에서는 지난달에도 미 해병대원으로 추정되는 4명이 사살된 탈레반 시신에 소변을 보는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시나이 반도, 왜 납치사건 잦나

    시나이 반도, 왜 납치사건 잦나

    지난달 이집트 홍해 해변에 자리한 아쿠아선 리조트 직원 아흐무드 압도(30)는 잠을 자다 난데없이 습격을 받았다. 복면을 쓴 괴한 20명이 총을 겨누며 토지 보상금 400만 이집트파운드(약 7억 5000만원)를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괴한들은 냉장고며 에어컨, 텔레비전, 문짝까지 훔쳐갔다. 약탈 당시 경찰 순찰차가 리조트를 지나갔지만 개입하지 않았다. “베두인족과 충돌하면 문제가 더 커진다.”는 게 경찰의 변이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퇴진 이후 시나이 반도에서 횡행하고 있는 폭력사태의 한 단면이다. 최근 시나이 반도가 폭력과 테러의 무풍지대가 되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한 베두인족은 걸핏 하면 외국인 납치·강도 행각을 벌인다. 지난 1년 새 이스라엘·요르단 등으로 수송되는 가스관 폭파만도 열두차례에 이른다. 이 틈을 타 이슬람 무장세력들이 준동하면서 서방과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새 테러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알카에다와 연계한 신생 테러단체 ‘안사르 알지하드’가 출범, 미국과 이집트 군사정권에 대한 테러를 선포했다. 세계적 휴양도시 샴엘셰이크와 다합 등을 품고 있는 시나이가 테러의 온상지로 전락한 까닭은 무엇일까.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수십년간 빈곤과 차별, 소외를 겪은 베두인족들이 폭발했다고 14일 보도했다. 무바라크 하야 이후 안보 공백도 원인이다. 시나이는 교육, 보건, 교통 등 인프라 투자가 턱없이 부족해 이집트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1990년대부터 베두인족 어촌 마을이었던 샴엘셰이크가 대규모 휴양지로 개발되면서 베두인족들은 오히려 더 소외됐다. 부유한 카이로 시민들과 유럽·중동 등에서 온 외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리조트 운영사는 대부분 글로벌 호텔 체인인 데다, 토착 베두인족 대신 카이로나 타지인들을 고용해 주민들에겐 수익이 전혀 돌아가지 않았다. 베두인족은 기껏해야 관광객에게 낙타를 태워주거나 홍차를 끓여주며 밥벌이를 한다. 이집트 관광당국은 리조트 개발을 위해 베두인족들을 사막으로 내몰았다. 결국 2004~2006년 시나이에서 연쇄 테러가 발생하는 참극이 빚어졌다. 240㎞ 거리에 국경을 둔 이스라엘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 당국자들은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와 베두인족 무장단체가 이스라엘에 대한 협공 작전을 펴고 있다고 주장한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가 최근 펴낸 보고서 ‘시나이: 새로운 최전방’에 따르면 지난해 시나이에서 가자지구로의 무기 밀수 및 이스라엘로의 마리화나 밀수는 3억 달러(약 3400억원)를 넘어섰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美의회 “시리아 반군 무기 지원” 속내는 ‘親알아사드’ 이란 견제?

    시리아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언급한 ‘시리아인에 의한 시리아 사태의 해법’은 물건너 간 형국이다. 아랍연맹(AL)과 이슬람 수니파인 알카에다의 반군 지지 선언에 이어 미국 일각에서도 반군에 대한 무장 지원을 주장하는 등 시리아가 ‘제2의 리비아’ 사태로 흘러가고 있다. ●알아사드 정권 이란의 완충 지대 역할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AL과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시리아 반군 지지를 선언한 가운데 조지프 리버먼 미 상원 국토안보위원장은 12일(현지시간) 유혈사태 종식을 위해 시리아 반군의 무장을 미국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인 리버먼 위원장은 CNN에 출연해 “지금이야말로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할 때”라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은 시리아 정부에 무기를 공급해 자국민을 죽이도록 도와 주는 이란에 전략적인 승리를 안겨 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적으로 의료지원을 하고, 이어 반군에 대한 훈련과 통신 장비 제공, 궁극적으로는 무기 보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공화당의 목소리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잭 류 백악관 비서실장도 무장 지원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는 시간문제”라며 알아사드 체제의 종식을 위해 미국은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제2리비아 사태’로 내전 확대 전망 이런 가운데 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운명이 시아파가 다수인 이란의 역내 입지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정치전문가인 파리드 자카리아 포린 어페어즈 편집장은 CNN을 통해 알아사드 정권의 몰락을 이란이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일한 동맹이며,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는 알아사드 정권을 잃는 것은 이란에 큰 손실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시리아 정부군에게서 특별한 약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반군이 무기지원을 받더라도 승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리 전쟁을 시리아에서 발생 가능한 최악의 상황으로 상정했다. 한편 AL 외무장관들은 오는 24일 튀니지에서 미국과 유럽 대표들이 참여한 가운데 반군을 지원하는 국제연대 ‘시리아의 친구들’ 회의를 열어 행동 프로그램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지금&여기] 종교과세/전경하 경제부 차장

    [지금&여기] 종교과세/전경하 경제부 차장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각종 공약을 보면 처음엔 귀가 즐겁다. 몇 초 뒤 머리가 아프다. 무슨 돈으로 하겠다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부자 증세와 재벌 옥죄기가 대안이다. 물론 그것들도 일부 필요하다. 그런데 왜 아무도 성직자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을까. 종교단체는 비영리법인으로 보유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를 내지 않는다. 법인의 수익활동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하지만 그 경계가 애매하다. 성직자들에 대한 과세는 자발성에 의존하고 있다. 천주교의 전국 16개 교구는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1994년부터 적지만 소득세 납부신고를 하고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있다. 일부 교회도 수십년 전부터 목사들의 활동비에 대해 소득세를 원천징수해 내고 있지만 극소수다. 스님들은 묵묵부답이다. 성직자에 대한 소득세 면제가 법에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이 있기에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 것이 국민의 의무다. 그러나 많은 성직자들은 자신들의 수입은 소득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신부의 수입이나, 소득세를 내는 다른 나라 성직자의 수입만 소득인가 보다. 2006년 국세청은 성직자 과세 가능 여부를 기획재정부에 질의했다. 재정부의 입장은 아직까지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중동자금 유치를 위한 이슬람채권법(일명 수쿠크법)을 시도했다가 종교단체와 국회에 완패한 재정부는 이제 종교 관련 일이라면 손사래를 친다. 소득세 부과는 제쳐두고 기부금을 누구한테 얼마나 받았는지 목록만이라도 받아냈으면 좋겠다. 기부금은 소득공제가 되는 까닭에 실제 낸 기부금 액수보다 부풀려진 기부금 영수증을 가지고 보다 많은 세금을 돌려받는 것은 탈세의 기본이다. 목록이 없으니 돈세탁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우리나라 기부금의 80%를 종교단체가 차지하는 것은 우연일까. 각종 종교행사에는 정부 지원이 뒤따른다. 세금이다. 실질적 입법권은 이미 국회로 넘어갔다. 일부 저축은행의 예금보호 한도를 높이는 황당무계함보다 성직자 과세를 언급하는 강단이 보고 싶다. lark3@seoul.co.kr
  • [Weekend inside] 아랍 동성애자에겐 머나먼 ‘사랑의 봄’

    [Weekend inside] 아랍 동성애자에겐 머나먼 ‘사랑의 봄’

    중동 권력 지도를 바꾼 ‘아랍의 봄’이 성적 소수자에겐 ‘혹독한 겨울’이 되고 있다. 개인의 신념과 성적 취향이 존중되는 사회가 들어서길 기대했던 튀니지, 이집트 등 혁명의 진앙지에서 권력을 잡은 강경보수파가 종전의 동성애 금지법을 유지한 채 탄압의 고삐를 죄고 있기 때문이다. 함마디 지발리 튀니지 총리는 기존의 반(反)동성애법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총선 전만 해도 집권 엔나흐다당 지도자들은 동성애자의 존엄성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대부분인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로 이는 ‘공약’(空約)에 그쳤다. 심지어 인권장관인 사미르 딜루는 지난 4일 TV 인터뷰에서 “동성애는 치료가 필요한 성도착증”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튀니지의 동성애자들은 대부분 희망을 버리고 고국을 등지려 하고 있다. 국제동성애인권위원회(IGLHRC)의 호세인 알리자데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종교적 자각이 보수적인 이슬람법의 해석을 강화하고 성 문제를 더 억압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웹사이트 ‘중동 동성애’(GME)의 댄 리타우어 편집장은 “시리아 등 중동에는 동성애자가 정권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퍼져 있다.”고 말했다. 사회 변혁이 성적 소수자에게 부메랑이 된 대표적인 나라는 이라크다. 2003년 미국 침공 이전 이라크정권은 독재국가였지만 성적 풍습까진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이라크 사회에서는 동성애자라는 의심만 받아도 살해, 납치, 강간, 고문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3년 이후 700명 이상이 죽임을 당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동성애 탄압국으로 낙인찍혔다. 국제동성애협회(ILGA)에 따르면 동성애가 불법인 나라는 2011년 현재 76개국에 이른다. 아프리카에선 전체 국가의 50%,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터키, 요르단 등을 제외한 대부분이 동성애를 ‘범죄’로 보아 금지한다. 특히 이란,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남수단, 모리타니 등 5개국은 동성애자를 사형으로 다스린다. 나이지리아와 소말리아 일부 지역에서도 사형을 선고하기 일쑤다. 동성애가 합법인 나라에서는 우회적으로 성적 소수자를 괴롭힌다. 요르단에서는 남성들이 어울리는 현장을 급습해 불법 음주 혐의를 씌우는가 하면 터키에서는 당국이 이들을 철저히 감시한다. 터키에서는 2008년 동성애자인 20대 아들을 아버지가 ‘명예살인’이라는 명목으로 살해하는 참극도 벌어졌다. 정치적 억압으로도 악용된다. 유력한 차기 총리감이던 안와르 이브라힘 전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2차례나 동성애 혐의로 곤욕을 치렀다. 1998년 부총리 퇴임 이후 동성애자로 몰려 6년간 옥살이를 하다 무죄로 밝혀져 석방된 그는 2008년 다시 전 보좌관의 고발로 기소됐다가 지난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아랍 청년들이 동성애 인권운동을 펴는가 하면 동성애 금지가 타당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코란(이슬람 경전)은 동성애를 비난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이슬람권의 오랜 편견은 쉽게 거둬지지 않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멈출 줄 모르는 시리아의 비극

    시리아 정부의 자국민에 대한 무차별적 유혈 진압이 계속 이어지면서 국제 사회가 추가 해법 마련과 공조 모색을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서방 측은 아직은 군사적 개입보다 정치·외교적 해결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논의만 무성한 채 실효성 있는 방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시리아에 대한 새로운 고강도 제재를 추진하고 있고, 아랍연맹(AL)과 유엔은 시리아에서의 공동 감시단 운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8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나빌 엘라라비 AL 사무총장이 어제 전화를 걸어 시리아 감시단 재개를 원하며, 유엔과 AL이 시리아에서 합동 감시단과 공동의 특사를 운영하길 바란다고 알려 왔다.”고 밝혔다. AL은 지난달 28일 실효성과 허위 보고 논란 끝에 시리아 감시단의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시리아의 동맹인 터키 역할론도 부상하고 있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날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시리아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수도 앙카라에서 유엔 안보리 회원국과 이슬람회의체, 아랍권 국가들을 망라한 ‘광범위한 국제적 연합체 구성’ 방안을 제시했다. EU는 27개 회원국이 시리아에 대해 더욱 엄격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한 고위 관리는 오는 27일 EU 외무장관 회담에서 시리아산 인산염과 시리아~유럽 간 상용비행, 시리아 중앙은행과의 금융거래 금지 등 제재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방 측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정부군은 반정부 세력의 거점 도시 홈스 등지에서 로켓포와 박격포, 탱크 등을 앞세워 시민들을 잔인하게 학살하고 있다. 현지 인권단체는 8일 하루에만 적어도 68명이 정부군의 공격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홈스 내 바바 아므르 지역의 활동가인 하디 알압달라 등에 따르면 정부군의 폭격이 5일 동안 이어지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와 이란 등은 “시리아의 운명은 시리아가 결정해야 한다.”며 서방 측과 대립각을 세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서방이 “경솔하게 행동하고 있다.”며 시리아를 두둔했고,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차관은 시리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반정부 세력을 “외세의 지원을 받는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시리아의 개혁의지에 지지를 표명했다고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이 전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팔레스타인, 온건·강경파 단일총리 추대 합의

    팔레스타인 양대 정파인 온건파 파타와 무장정파 하마스가 6일(현지시간)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과도 단일 정부 총리로 추대하는 데 합의했다. 양측이 지난해 단일 정부 구성에 합의한 지 10개월 만에 실질적 절차가 진행되면서 팔레스타인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합의가 이·팔 평화 협상을 포기하는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자치정부를 세운 파타와 가자지구를 장악한 하마스는 이날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린 협상에서 앞으로 1~2주 안에 과도 내각을 구성하고, 대선과 총선 일정을 확정해 발표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2007년 6월 하마스가 아바스 수반의 보안군을 몰아내고 가자지구를 장악하면서 갈등과 대립의 길을 걸어오다 지난해 4월 단일 정부 구성에 전격 합의했다. 이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는 평화의 적이며 이스라엘 파괴를 위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 집단”이라며 “아바스 수반은 하마스와 평화를 논할 것인지, 이스라엘과 평화를 논할 것인지 양자택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참여한 정부와는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팔 평화 협상의 진척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파타와 하마스의 단일 정부 구성으로 미국도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테러 집단의 지원을 금지한 법안에 따라 아바스 수반에 대한 미국의 지원과 협력 관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 중동 지역에서 벌어졌던 이슬람 무장단체의 정치세력화처럼 하마스도 무장 투쟁 대신 통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美국방 “이스라엘, 올봄 이란 공격 가능성”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올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주장이 미국 현지 언론에 보도됐다. 때마침 이스라엘이 미국을 겨냥한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설까지 제기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3일(현지시간) 이 신문 칼럼을 통해 “이란이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에 돌입하기 전인 4~6월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패네타 장관은 보고 있다.”고 썼다. 칼럼은 주장의 출처를 밝히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CNN도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 “패네타 장관이 이스라엘이 핵 무기 프로그램으로 의심되는 이란의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패네타 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의 직전 기자들에게 “언급하지 않겠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모셰 얄론 이스라엘 부총리는 전날 한 학회에서 이란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3개월 전 이란 군사기지에서 일어난 폭발사고가 미사일 개발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얄론 부총리는 “(폭발사고가 일어난 곳에서) 이란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미국을 타격할 사거리 1만㎞의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얄론 부총리는 이란의 핵시설이 있는 지하벙커는 방어물이 충분치 않아 군사공격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언제든지 이란의 핵 개발 의혹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이스라엘 군정보를 책임진 아비브 코차비도 이 자리에서 이란이 20% 농도의 농축 우라늄 100㎏을 갖고 있으며, 이는 핵폭탄 4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1년 안에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한편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슬람혁명 33주년을 앞두고 이날 국영TV로 생중계된 설교에서 “이란은 서방의 전쟁이나 제재 위협에 겁먹지 않는다.”면서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기에 우리만의 위협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숙적 이스라엘을 “악성 종양”이라고 비난하며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어떤 국가나 단체도 지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한국 증시 곧 정점 찍는다고?

    2009년 말, 세계는 마천루 경쟁에 빠졌다.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595m짜리 건물이 세계에서 가장 높이 솟은 가운데 아랍에미리트에선 부르즈 두바이(818m) 건설이 한창이었다. 여기에 인도가 델리에 초고층 건물을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우연히도 이들 나라는 빌딩의 완공 시점을 전후로 비슷한 현상을 겪었다. 하나같이 주가 폭락을 맛본 것이다.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원(IIASA)의 선임연구원인 존 L 캐스티는 2015년 완공되는 서울의 초고층 건물을 언급하며 “앞을 내다보는 투자자라면 곧 한국 주식시장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할 것”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이런 분석이 가능할까. 캐스티는 신간 ‘대중의 직관’(이현주 옮김, 황상민 해제, 반비 펴냄)에서 이 같은 현상을 ‘사회적 분위기’를 이용해 설명한다. 사회적 분위기란 대중이 공유하는 심리로, 이것이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를 파악하면 전문가들의 합리적인 해석보다 더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초고층 건물을 놓고 보자. 착공 순간 대중의 기대심리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한다. 공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대중의 희망은 점점 잦아들면서 완공될 즈음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주가지수로 맞물려 나타나는데, 저자는 이를 ‘마천루 지수’라고 부른다. 이런 유형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지어진 1930년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연유로 초고층 건물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떴다는 소식이 있으면 그 나라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올 때가 된 것이라고 내다보면 된다. 저자는 ‘특정(또는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역사의 전환점이 된다.’는 기존의 통념을 반박한다. 오히려 사회적 분위기가 사건을 유도하고 역사를 주도한다는 역관계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2001년 엔론 사태의 경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엔론사의 파산이 금융시장을 냉각시켰다는 게 통념이다. 그러나 그 즈음 주식시장은 이미 이전 18개월동안 39% 하락했고, 오히려 사건 이후 10% 상승했다. 부정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부패를 처벌하라는 대중 욕구로 폭발하면서 결국 파산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분석하는 식이다. 저자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경제 지표, 역사적 사건들을 엮어 유행하는 색깔이나 치마 길이, 디즈니 만화가 잘 팔리다가 어느 순간 공포영화가 판을 치는 취향 변화 등 사회 문화 현상부터 서구의 몰락과 강대국의 흥망,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등 거대담론까지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가뭄시계를 이용한 날씨와 전쟁의 상관관계, 1925년부터 2000년까지 다우존스지수 변화와 중동지역 정치 변동 등을 보여주는 다양한 그래프가 특히 흥미롭다. 1만 6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소녀에게 입맞췄다 3년형 선고받은 15세 소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사는 15세 소년이 또래 여학생에게 가벼운 키스를 했다는 이유로 3년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일자 보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 경찰은 최근 자신의 13세 딸에게 키스를 했다는 남성의 신고를 접하고 ‘용의자’ 소년을 집에서 체포했다. 신고를 한 남성은 “소년이 집에 무단 침입해 내 딸에게 강제로 키스를 했다.”면서 “성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소년은 법정에서 “합의하에 키스를 했으며 무단 침입한 것이 아니라 문을 열어줘서 들어간 것”이라며 “게다가 처음 문을 열어준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지 언론은 소년이 18세가 될 때까지 형을 살아야 할 것으로 보이며, 그 이후 적절한 교육 등을 받게 한 뒤 출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슬람 종교적 관행과 관습이 철저하게 적용되는 이 곳에서는 남녀 사이의 애정행각이나 음주 등이 제한돼 있으며, 이를 어길 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관습과 법규를 지키지 않은 서양 여행객들은 종종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어 왔는데, 실제로 지난 해 영국인 커플이 한 식당에서 볼에 가벼운 입맞춤을 나눴다가 1개월 간 감옥에 갇혔다 풀려난 사례가 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씨줄날줄] 명예살인/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지하드의 아이들’(Children of Jihad)은 유태계 미국인 청년 재리드 코언의 중동 기행문이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한 뒤 영국 옥스퍼드 대학원에 재학하던 2005년 레바논, 팔레스타인 난민촌, 이란, 시리아, 이라크로 잠입여행을 떠난다. 이라크와의 전쟁에 연합군으로 참전했다는 이유로 서방 기자나 기술자들이 납치돼 참수당하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는 맥도널드 햄버그가게에서, 스타벅스 커피점에서, 창고를 개조한 나이트클럽에서 또래의 남녀 대학생, 헤즈볼라 전사 등을 만나 그들의 고민, 미국에 대한 생각 등을 꼬치꼬치 캐묻는다. 미국을 적대시하면서도 미국의 풍요로운 물질문명과 할리우드의 화려한 문화를 동경하는 중동 청년층의 두 얼굴을 담담하게 써내려 간다. 히잡, 차도르, 부르카로 상징되는 이슬람의 여성 속박문화도 코란의 경전과는 거리가 먼, 잘못된 해석과 믿음에서 유래한 악습임을 이들을 통해 확인한다. 코언은 특히 시리아 베두인족의 텐트와 이라크 쿠르드지역 시골마을에서 설치비 100달러만 내고 공짜로 위성안테나를 통해 전세계 900여개 위성TV 채널에 빠져든 청소년들과 만난다. 이 중 100개 이상 채널이 포르노방송이다. 코언은 외부세계를 향한 이들의 갈망과 함께 이미 저녁생활을 점거한 위성TV 중독이 강권통치와 이슬람 율법을 뛰어넘는 변화의 새 물결을 몰고 올 것임을 확신한다. 하지만 코언의 예측과는 달리 변화는 여전히 더디다. 외신에 따르면 부모 허락 없이 남자친구를 사귀는 등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첫째 부인과 세 딸을 살해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 가족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슬람의 여성 차별적인 교리 해석으로 생겨난 악습인 ‘명예살인’이다. 지난 2009년 유엔은 인권보고서에서 매년 5000명가량의 여성이 명예살인이라는 명목으로 희생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년 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0개월에 걸친 자체 취재결과를 바탕으로 이보다 4배나 많은 2만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으로 희생된다고 보도했다.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자살을 강요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파키스탄, 요르단, 터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보수적인 이슬람국가 외에도 유럽과 미국 등 이민자 사회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인도에서는 종교나 계급(카스트)이 명예살인의 이유가 된다. 관습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반문명적 폭거는 언제쯤에나 사라질까. 우득정 수석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노출 심해” 딸 셋·첫째부인 살해… 加 ‘명예살인’에 종신형

    부모 허락 없이 남자친구를 사귀는 등 가족의 가치를 훼손했다며 딸을 ‘명예 살인’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캐나다 이민자 가족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중동 및 남아시아의 이슬람 국가에서는 ‘가족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죽이는 참극이 종종 일어난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고등법원 배심원단은 29일(현지시간) 첫째 부인과 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모하메드 샤피아(58)와 둘째 부인 투바 야흐야(42), 아들 하메드(21) 등에 대해 1급 살인 유죄 평결을 내렸다. 로버트 마란저 판사는 샤피아를 향해 “(세 딸이) 당신의 일그러진 명예의 개념을 침범했기 때문에 냉혈하고 수치스러운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샤피아의 첫째 부인인 로나 아미르 모하메드(52)와 세 딸 자이나브(19), 샤하르(17), 자티(13)는 2009년 6월 온타리오주 킹스턴의 한 운하에 추락한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샤피아 가족의 불행은 2007년 캐나다에 건너오면서 시작됐다. 부유한 사업가인 샤피아는 1992년 고향인 아프간을 떠나 파키스탄과 호주, 두바이를 거쳐 캐나다에 정착했다. 첫째 부인과 둘째 부인, 세 딸과 아들도 동반 이주했다. 샤피아는 캐나다에서 중혼 사실이 발각되면 추방되는 까닭에 첫째 부인과 세 딸을 사촌이라고 속여왔다. 검찰에 따르면 샤피아는 자이나브와 샤하르가 자신의 타이름을 무시한 채 남자친구를 몰래 만났고,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는 것에 분노했다. 검찰이 입수한 녹취 테이프에는 샤피아가 딸들을 성매매 여성에 비유하며 “가족을 엄청나게 모욕했다.”고 노발대발하는 음성이 담겨 있다. 또 첫째 부인과 세 딸이 아버지로부터 학대받아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토대로 샤피아와 둘째 부인, 아들이 공모해 첫째 부인과 세 딸을 살해한 뒤 사체를 차량에 싣고 다른 차로 차량을 밀어 운하에 빠뜨린 것으로 결론내렸다. 피고 측은 큰딸이 부주의하게 운전하다가 운하로 곤두박질쳤다고 반박하면서 자신들은 무죄라고 항변했다. 이들은 이번 유죄 평결로 25년 내 가석방이 안 되는 무기징역형에 처해진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문제는 정치야,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바보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저서 ‘다시 일터로’(Back to Work·이순영 옮김, 물푸레 펴냄)는 ‘문제는 정치야, 바보야.’로 요약할 수 있다. 출판사는 ‘문제는 일자리야, 바보야.’라고 요약했지만 이는 1992년 대선에서 클린턴이 크게 히트시켰던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와 별 차별성이 없어 뵌다. 경제 회복이 곧 좋은 일자리의 확대라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아서다. 거기다 책 서술의 큰 틀에서 클린턴이 명백하게 의식하고 있는 것은 공화당 편향의 시민운동인 ‘티 파티’ 운동이다. 1부에서 클린턴은 티 파티 운동이 이를 갈아 마지않는 ‘정부’라는 게 왜 필요한지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티 파티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노출돼 혹할 수 있는 공화당과 유권자들에 대한 설득 작업이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문제는 정치야, 바보야.’다. 티 파티에 대한 경고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인종주의적 반감에다 이슬람원리주의 수준의 최소국가를 신봉하는 태도가 결합됐기 때문이다.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이 테러를 저지르듯 최소국가를 지향하는 이들은 정부가 뭔가 하려고만 들면 무조건 이념 색을 덮어씌우는 테러를 저지른다. 그러다 보니 티 파티는 그냥 보수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앞뒤 재지 않고 맹동하는 극우세력이다. 이런 티 파티를 두고 로버트 라이시 전 노동부 장관은 “미국판 나치즘의 맹아”라 불렀고,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티 파티 때문에 미국 의회가 정치적 마비 상태에 들었다.”고 한탄했다. 티 파티 운동은 사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어리둥절한 구석이 있다. 티 파티 진영은 건전 재정, 작은 정부, 세금 인하 같은 한국 보수주의자들 단골 레퍼토리의 원조 격이다. 그런데 이들은 정부를 도둑놈 취급한다. 국경수비대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식민지, 냉전, 군사독재의 경험 때문에 말로만 정부를 절대적인 무엇으로 생각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정부를 불필요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존재로만 이해하는 티 파티의 존재가 낯설다. 이는 미국 건국 때부터 이어져 온 문제다. 독립적이고 자급자족적인 농업국가를 미국의 미래로 제시했던 토머스 제퍼슨과 강력한 중앙 정부의 영도 아래 발전된 산업국가를 꿈꾸었던 알렉산더 해밀턴 간의 대립이다. 오늘날 해밀턴에 대해 아는 사람은 드물지만 제퍼슨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많다. 비록 지폐에서는 제퍼슨(2달러)보다 해밀턴(10달러)의 몸값이 5배나 비싸지만 후대에 남겨진 상징적 이미지는 제퍼슨이 더 강력하다는 뜻이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제퍼슨의 후예인 남부 지주들을 ‘고상한 귀족’처럼, 해밀턴의 후예인 북부 자본가들을 ‘무식한 건달’로 묘사한 것을 떠올려보면 된다. 클린턴은 이 오래된 문제를 다시 끄집어낸다. “미국이 영국의 과도한 식민통치에 대한 반동으로 건국되었기 때문에 미국인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두 가지 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 그 두 가지 관념을 “우리는 큰 정부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적당한 정부를 원한다.”로 정리한다. 문제는 정도와 수준이다. 보수와 진보 진영 나름대로의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었는데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집권기에 정부라면 무조건 비판하고 보는 종교적 신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정부의 힘을 약화시키고 세입을 줄이며 정부의 영향력을 제한해 그 사슬에서 벗어날까.”에만 골몰하는 것이다. 클린턴은 이를 “반정부 강박증”이라 부른다. 반정부 강박증은 뚜렷한 경제적 성과도 내세우지 못하면서 오직 정치적 공세만 벌인다. 이 무책임한 정치 공세가 가능한 이유는 공화당 입장에서는 “최대 후원자들의 재정적 필요와 소외된 유권자들의 감정적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고 상황이 정말로 악화돼도 통치 실패의 책임을 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민주당 정권 흔들기요, 조지 부시 정권 탄생은 그 성과물이다. 그러나 한계는 명백하다. “큰 성공을 거둔 정략으로 입증된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는 무기력해지고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모든 쟁점을 반정부, 반과세, 반규제의 속박 안에 밀어넣을 때 우리는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만들 뿐”이고 “이념적 논쟁 너머에 존재하는 가능성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언론의 문제도 빠질 수 없다. “주류 언론은 극단적 반정부 정책을 가리켜 보수적이란 용어를 쓰고,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진보적이라 표현한다.”면서 “그러나 이런 단순하고 피상적인 용어는 보수라는 옷으로 위장한 급진적 행동이 벌여놓을 수 있는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클린턴이 호소하는 바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실제 경험을 가지고 얘기하자는 것이다. “이념에 지나치게 매몰되면 증거와 경험, 논쟁을 받아들지지 못한다.”거나 “진짜 결과를 만드는, 진짜 사실에 근거한 진짜 논쟁을 한다면 얼마나 흥미로울지 생각해보라.”고도 한다. 그 뒤 2부에서는 미국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46가지 구체적 정책 제안을 내놓는다. 제조업의 부흥을 통한 일자리 창출, 사회간접자본 확충, 대안에너지 개발 등 큼직한 것도 있지만 미국산 제품 애용 운동이나 지붕에 흰색을 칠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자는 귀여운 제안들도 눈에 띈다. 클린턴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잃어버린 10년’, ‘좌파정책 때문에 경제를 망쳤다.’는 소리가 요란하던 노무현 정부 시절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때가 ‘한국판 티 파티’ 운동의 전성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공격으로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경직되고 교조적인 시장이데올로기만 들이밀었던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운동단체들, 이에 부화뇌동하는 보수 언론들의 모습이 티 파티 운동에 겹쳐 보인다. 그래서 그들이 실제 집권한 결과는, 지금과 같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집트 ‘미완의 혁명’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낸 이집트 시민혁명이 발발한 지 꼭 1년째인 25일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은 또다시 시민 수만명의 물결로 넘쳤다. 독재 타도와 민주화를 한목소리로 외쳤던 1년 전과 달리 이날은 시민혁명을 자축하는 시민들의 함성과 군부의 신속한 권력 이양을 주장하는 시위대의 구호가 엇갈렸다. 전날 타흐리르 광장에 텐트까지 설치한 시위대는 군부를 거세게 비판했다. 시위에 참가한 아므르 알 잠루트는 “군부는 무바라크와 같다. 지금까지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반면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이슬람 정당 회원들을 비롯한 일부 시민들은 이집트의 경제 회복을 위해 안정이 필요할 때라며 시위대의 자제를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군부는 시민혁명 1주년을 기념하고, 시위대를 무마하기 위한 유화책을 내놓았다. 군부의 최고 실세인 후세인 탄타위 군 최고위원회(SCAF) 사령관은 전날 TV 연설을 통해 31년간 지속돼 온 비상계엄령을 부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또 무바라크 퇴진 후 군사법정에 넘겨진 2000여명을 사면키로 했다. 하지만 야권과 시민단체는 살인행위 조항을 예외로 남겨둔 계엄령 부분 해제는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집트 인권 선도’의 호삼 바가트 국장은 “경찰은 임의적으로 ‘살인행위’란 조항을 악용해 아무나 수색하고 감금할 수 있다. 계엄은 해제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이후 1만 2000명이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나 이중 상당수는 시위 가담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나이지리아 테러… 185명 사망

    나이지리아 북부의 최대도시 카노에서 이슬람 과격단체의 잇단 테러로 적어도 185명이 숨졌다. 나이지리아는 기독교도와 무슬림 간 유혈 충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현지 경찰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 하람’이 관공서와 경찰서 등에 연쇄 폭탄 테러를 저질러 23일까지 최소 185명의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는 경찰관 29명과 정보기관 관계자 3명, 이민국 관계자 2명 등 공무원도 다수 포함됐다. 또 나이지리아 TV 방송사의 카노 주재 기자와 국영 라디오의 편집자가 각각 숨졌다. 카노 지역에서 가장 큰 병원의 한 의사는 “병원으로 옮겨지지 않은 시신도 있어 전체 사망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의 군과 경찰이 카노로 속속 집결하는 가운데 도시와 주변 지역에서 총성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인구 1억 6000만명의 나이지리아는 북부 이슬람 지역과 남부 기독교 지역으로 나뉘어 그동안 첨예한 종교 갈등을 빚어 왔다. 2002년 이슬람 성직자인 모하메드 유수프가 세운 보코 하람은 서구식 교육에 반대하고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시행할 것을 요구하며 유혈 테러를 계속 벌이고 있다. 이 단체 관계자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우리 대원들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정부가 들어주지 않아 (관공서 등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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