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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3세 경영과 월급쟁이 신화/김경운 산업부 전문기자

    [데스크 시각] 3세 경영과 월급쟁이 신화/김경운 산업부 전문기자

    한두 해 사이에 10대 그룹의 순환출자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은 어찌 보면, 창업주 3세의 경영이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두산은 대한민국이 선진국 문턱까지 뛰어오르는 데 모두 나름의 역할을 한 기업집단(그룹)이다. 다만 이 기업들은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로 이른바 ‘총수’(최대주주)의 보유지분은 평균적으로 줄었지만 일가의 지분이 더 늘어난 탓에 눈총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11번째 기업집단’에 눈길이 간다. 자산 총액이 24조 3000억원으로 10위 두산(29조 9000억원)의 뒤를 잇는 STX그룹이다. STX는 최근 10대 그룹과 달리 세계 경기불황 속에서도 공세적인 경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 STX의 창업주인 강덕수 회장이 여느 총수들의 배경과 다르게 ‘월급쟁이 신화’를 일군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유럽의 총체적 경제난은 중국의 성장 부진과 미국의 경제력 상실로 이어졌다.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로서는 뛰어다닐 시장이 활력을 잃은 셈이다. 이럴 때에는 우선 제 몸부터 추스르는 수세적 경영전략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화려한 글로벌 마케팅보다 내핍(耐乏)경영, 생산·품질관리 등이 강조된다. 대기업 경영인들이 생산 현장을 다독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STX는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의 창싱다오(長興島)에 서울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가까운 조선소를 짓고, 세계 최대급 생산설비를 갖춘 뒤 미래 투자에 몰두하고 있다. 더구나 세계 해양조선 경기가 여전히 불황인데, 자칫 위험해 보일 수도 있는 과감한 행보를 내디딘 것이다. 이는 ‘10대 그룹’과 ‘11번째 그룹’ 중 누구의 길이 옳다 그르다를 따질 문제가 아니고 분명히 다른 선택인 만큼, 결과를 지켜볼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강 회장은 30년 직장생활을 하다가 자신이 다니던 쌍용중공업이 2000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무너지자, 종업원 신분으로 그 회사를 인수해 오늘의 STX로 키웠다.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10여년 만에 몸집을 부풀리다 보니 종종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그의 신화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이유는 앞서 월급쟁이 출신의 총수였던 1960년대 율산그룹 신선호 회장과 1980~90년대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 신화의 주인공에서 부정의 장본인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STX가 기업의 도전 정신만은 이어주길 바랄 뿐이다. 우리 대다수 기업집단의 역사는 창업주의 놀라운 신화가 경영권의 세습으로 이어진 탓에 영욕의 ‘재벌’(財閥) 역사라고 볼 수 있다. 많은 2세 경영인은 기업 지배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고 혼란을 겪어야 했다. 과거에 일부 준비 안 된 2세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제 3세 경영인은 창업 신화의 효험을 누릴 수 없다. 제 스스로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STX 강 회장 역시 자신이 일군 부를 자녀들에게 나눠줄 수는 있어도, 경영권을 넘기는 것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태종인 방원 등 2세들의 비극을 보면서 ‘용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러나 영명한 3세 세종을 맞으면서 조선은 500년 왕조의 역사를 이어간다. 반면 로마제국을 연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경우 2세 티베리우스 때에는 그런대로 넘어갔지만 3세 칼리굴라가 폭군으로 남으면서, 영광스러운 왕조를 5대 만에 잃고 만다. 이슬람 제국의 경우는 또 다르다. 이슬람교를 창시한 무함마드는 제국의 후계를 일종의 전문경영인(CEO)에게 넘겼지만, 여기서 세습이 발생했고 결국 무함마드 3세가 반기를 들면서 오늘날 수니파와 시아파의 비극적 앙숙이 시작됐다. 고금에서 3세 경영이 중요했다. kkwoon@seoul.co.kr
  • 이란 “석유운반선 보호” 카스피해 잠수함 배치

    유럽연합(EU)이 1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의 전면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이란이 자국 석유운반선 보호를 위해 카스피해에 잠수함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반관영 뉴스통신 파르스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아바스 자미니 해군 부사령관의 말을 인용해 이란군이 석유자원이 풍부한 카스피해에 석유 운반선과 상업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경잠수함과 함정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카스피해는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등 5개국과 접하고 있다. 이란과 아제르바이잔은 최근 긴장관계를 고조시켜 왔다. 이란은 아제르바이잔이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와 연계된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란이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지원한다고 맞받아쳤다. 한편 이란 석유부는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 측에 유가 하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로스탐 카세미 이란 석유장관은 “OPEC 회원국들이 산유량 동결 합의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세계 석유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OPEC은 지난달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회원국 하루 산유량 한도를 3000만 배럴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이집트 이슬람 정권 수립…험난한 국내외 정세

    ■첩첩산중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당선으로 ‘아랍의 봄’이라는 과실을 거머쥔 무함마드 무르시(60)를 기다리는 건 첩첩산중의 가시밭길이다.” 무르시 당선을 보는 외신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집트 사상 최초의 자유투표로 당선된 무르시는 ‘선출되지 않은’ 최고 권력인 군부와 싸울지 아니면 축소된 대통령 권한을 받아들일지 당장 선택해야 한다고 알자지라와 뉴욕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전했다. 군최고위원회(SCAF)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축출당한 이후 17개월 동안 이집트를 실질적으로 통치했다. 이달 말 정권을 민간에 이양한다고 밝혀 왔다. 무르시의 첫 과제는 그의 지지세력에서 나왔다. 군부가 해산시킨 의회의 거취를 놓고 당장 군부와의 쉽지 않은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 무슬림형제단의 지도자들은 “군부가 지난주 해산시켰던 의회를 회복시키지 않으면 타흐리르 광장 점거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군부는 “새로운 총선을 실시하겠다.”며 의회 해산의 철회 가능성을 일축했다. 무르시는 이날 “취임선서는 (해산된) 의회 앞에서만 하겠다.”며 군부에 한 방 날렸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무슬림형제단 출신이 47%를 장악한 의회를 군부가 대선 이틀 전인 지난 14일 해산시켰다. 무르시는 또한 무슬림형제단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 그는 이날 형제단의 모든 직책에서 사퇴했지만 많은 이들은 형제단과의 유대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믿고 있다. 선거기간 무르시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무슬림형제단 수호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무슬림형제단 부의장 출신인 무함마드 하비브는 “무르시는 조만간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이고 그러면 형제단과의 긴장관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무르시는 이날 당선 확정 후 타흐리르 광장에서 행한 첫 대중연설에서 형제단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무슬림과 기독교도인 우리 이집트 국민 모두가 단결해서 국가 단합을 해치는 갈등과 음모에 단호히 대처하자.”고 호소했다. 유세기간 “여성과 비(非)무슬림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무르시가 기독교도를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무르시 외교 노선은 아랍 전체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르시는 25일 이란 뉴스통신사 파르스와의 회견에서 “이집트는 이란과의 관계를 확대하며 지역에서 전략적 균형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혀 미국과는 거리를 두되 이란과의 관계는 확대해 나갈 뜻임을 분명히 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전전긍긍 美정부 이집트 대통령에 최대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60) 후보의 당선이 공식화된 직후 국제사회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입장에 따라 다소 온도 차는 드러났다. 미국 정부는 24일(현지시간) 이집트 대선 결과가 나온 지 수시간 만에 “민주주의 이행을 위한 이정표”라는 내용의 축하성명을 발표했다. 성명 곳곳에 이슬람주의자 대통령 탄생에 대한 우려가 묻어 있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무르시 대통령 당선자, 이집트의 새 정부와 함께 상호 존중을 토대로 양국 간에 많은 공통된 이해를 진전시키기 위해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르시 당선자가 이 역사적인 시기에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면서 제 정파와 유권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가적 통합을 진전시키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집트 정부가 보편적 가치를 지켜내고, 이집트 기독교인 콥트교와 같은 종교 소수파나 여성을 포함한 모든 이집트 시민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면서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 이집트 내 모든 정파와 협력할 생각”이라면서 “이집트 정부가 앞으로 역내 평화, 안보, 안정을 위한 기둥으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이행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며 미국은 앞으로 민주주의, 존엄, 기회를 추구하고 혁명의 정신을 지켜 나갈 이집트 민중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친미 정권이었던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상대하는 것보다 이슬람주의자 대통령과 상대하는 게 훨씬 버거울 법하다. 미국은 ‘무바라크 없는 이집트’ 체제에서 중동 평화를 유지하면서 이집트 민중의 민주주의 열망도 지지해야 하는 이중과제를 떠안은 형국이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당선자가 발표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무르시 당선자가 이집트를 더욱 풍요롭고 안정적으로 이끌어 줄 것”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 캐서린 애슈턴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번 선거는 이집트의 민주적 권력 이양 과정에서의 중요한 이정표”라며 “새 대통령은 이집트의 다양성을 대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에서 이집트의 민주적인 절차를 존중하며 양국 간 평화협정이 유지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랍권의 반응도 차이를 보였다. 팔레스타인 자치령에서는 무르시의 당선에 열광하는 분위기였다. 하마스의 고위 관리는 “선거 결과는 모든 아랍과 무슬림의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란 역시 새 정부가 앞으로 민주주의의 빛나는 장을 열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반면 터키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 무르시의 당선은 국민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새 정부는 이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연합뉴스 carlos@seoul.co.kr
  • 이슬람파워, 이집트 60년 군부정치 끝냈다

    “이집트와 중동의 역사에 중대한 이정표가 마련됐다.” 아랍 최대 국가인 이집트에서 이슬람 세력이 60년간의 군부 통치를 종식시키고 대권을 차지함으로써 이집트 정정(政情)은 물론 역내 역학 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무슬림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60)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과거 이집트의 주요 지원국이었던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향후 예상되는 역내 정치적 상황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이 이집트가 반(反)서방 국가로 방향을 전환하고, 이스라엘과의 기존 평화협정을 파기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시민의 권리나 자유가 제약당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대선 결선투표 이후 무슬림형제단은 국내 다른 주체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으며 기존의 조약들을 기꺼이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해 왔다. 일부 지지자들은 군부의 정치 간여 속에서도 헌신적이고 선출된 정치인들이 서서히 권력을 장악한, 터키식의 무슬림 민주주의 모델을 언급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물론 이슬람 세력이 국내 정치를 전적으로 장악하기에는 많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군부통치 시절 입법권과 경제적 이익을 누려온 군최고위원회(SCAF)가 이번 대선과정에서도 의회 해산과 입법권 장악 등으로 정치 개입을 노골화했기 때문이다. 당초 대선 결과 발표는 21일로 예정됐으나, 선거부정 신고 사례에 대한 조사를 이유로 일정이 늦춰지면서 무슬림형제단의 군부 견제 목소리는 더욱 높아진 바 있다. 군부가 천명한 다음 달 1일 민간 정부로의 권력 이양도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때문에 역사적인 이집트의 민선 대통령 탄생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정정은 당분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군부는 선관위의 발표를 전후해 치안 수준을 최고조로 강화하면서,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철야시위를 이어간 수만명의 반군부 시위대를 압박했다. 무르시 당선자는 이집트의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그는 미국에서 교육받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무바라크 시절 정치범으로 수감된 경력을 갖고 있다. 앞서 무슬림형제단은 결선투표 직후 자체 조사결과를 내세우며 줄곧 승리를 주장했다. 반면 군부와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샤피크 후보는 엄격한 법질서 유지를 주창하며 무슬림형제단이 시위대를 동원해 선관위를 압박한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BBC는 SCAF의 임시헌법 발동 등 정치 개입과 두 후보 지지자 간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로 이집트 국내 상황이 극심한 불안으로 빠져든 상태라고 전했고, 알자지라는 이집트의 향후 국내 상황을 ‘예측불가’라고 진단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이집트 첫 ‘이슬람 대통령’

    이집트가 군부 통치 60년 만에 치른 민주적인 선거에서 이슬람 세력이 처음으로 대권을 차지했다. ‘아랍의 봄’ 여파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퇴진한 지 500일 만이다. 파루크 술탄 중앙선관위원회 위원장은 24일 오후(현지시간) 카이로의 선관위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슬림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60) 후보가 대선 결선투표에서 과반을 얻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무르시 후보는 51.7%인 1320만표를 얻어, 1230만표를 차지한 아흐메드 샤피크(70) 후보를 따돌렸다. 80만표는 무효 처리됐다. 이슬람 세력이 아랍 최대 국가인 이집트의 대권을 장악함으로써 수십년에 걸친 서방 및 이스라엘과의 관계 재설정 등 역내 역학구조에 변화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 외신들은 과거 군부와 가까이 지냈던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슬람 세력의 권력 장악으로 이집트가 반(反)서방 행보를 보일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대선은 지난해 아랍 지역을 뒤흔든 민주화 시위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난 16~17일 결선투표 이후 군최고위원회(SCAF)가 노골적인 정치 개입과 임시헌법 발동 등으로 실권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 터여서, 향후 군부와 이슬람 세력 간 격렬한 주도권 싸움이 예상된다. 이에 따른 이집트내 정정(政情) 불안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특히 결선투표 이후 무슬림형제단은 군부가 대선 결과를 무바라크 정권의 총리 출신인 샤피크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조작하기 위해 선거 결과 발표를 당초 21일에서 지연시켰다고 주장하며 SCAF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무바라크 시절 마지막 총리를 지낸 샤피크 후보는 공군사령관 출신으로, 당선시 군부 주도의 강압 통치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집트에서 이슬람주의자 대통령의 탄생은 18개월 전만 해도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일”이라면서 “향후 중동 정세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선관위의 발표는 무르시 후보와 샤피크 후보의 지지자들이 각각 수도 카이로와 인근 나스르 지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이뤄졌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탈레반, 카불 호텔서 인질극… 민간인·범인 등 26명 사망

    탈레반 반군이 2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인근의 유명 호텔에서 12시간가량 인질극을 벌이다 테러범 7명 모두 사살됐다. 이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15명과 호텔 경비원 3명, 경찰 1명이 숨졌다. 미국 등 서방의 아프간 주둔군이 2014년까지 완전 철군하고 아프간 당국에 치안권을 넘기는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발생한 인질극이어서 향후 아프간의 치안 악화가 크게 우려된다. 테러범들이 이날 오후 11시 20분쯤 카불 북서쪽의 호숫가에 위치한 유명 리조트 ‘스포즈마이 호텔’에 기관총과 유탄발사기(RPG) 등을 쏘며 난입하면서 인질극이 시작됐다. 테러범들은 인질 구출 작전에 나선 아프간 보안군들과 12시간 동안 교전했다. 아유부 살랑키 카불 경찰청장은 “당시 호텔에는 350~400명의 투숙객이 있었으며 경찰이 이들을 구출했다.”고 말했다.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은 “테러범들이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기도 했다.”며 “아프간 보안군이 무장 대원들을 모두 진압했으며 또 다른 무장 대원들이 은신해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호텔 주변을 수색했다.”고 말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카불 주재) 외교관들과 국제안보지원군(ISAF)의 고위 관리, 카불의 행정 공무원 등이 이 호텔에 매주 목요일 모여 (이슬람에서 금지된) 난잡한 파티와 술판을 벌이고 성매매까지 했기 때문에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아프간 경찰은 “알코올은 전혀 없었다.”며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산타클로스 고향은 핀란드 아닌 터키?

    그곳에선 굴러다니는 돌도 문화재급이라 했다. 얼핏 우스갯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그만큼 농축된 시간들이 여전히 도시 주변에서 살아 숨 쉬는 ‘역사의 떡시루’ 같은 곳이란 뜻일 터다. 동·서양을 잇는 문명의 교차로, 터키 이야기다. 터키 하면 퍼뜩 떠오르는 게 카파도키아, 파묵칼레 등의 경승지들이다. 한데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이호준 지음, 애플미디어 펴냄)는 다르다. 느닷없이 터키 남부의 고색창연한 도시 보드룸을 들이댄다. 중세 이슬람과 가톨릭 세력들이 번갈아 가며 점령했던 지역으로, 두 세력의 패권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보드룸=베드로’라 표현하면 좀 더 알기 쉽겠다. 이는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것들의 복선이기도 하다. 유럽이 아닌 동양의 시선으로 본 터키 역사이야기를 쓰겠다는 예고다. 현직 서울신문 기자인 데다 저서 ‘사라져 가는 것들, 잊혀져 가는 것들 1, 2’ 등을 통해 내면의 이야기를 전하길 즐겼던 저자의 성정에 비춰 볼 때 능히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책은 보드룸 등 터키의 역사와 그에 기대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위트 있게’ 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산타클로스의 터키 출생설이다. 저자는 산타클로스의 고향이 터키 남쪽 안탈리아에서 144㎞ 떨어진 소도시 뎀레라고 밝히고 있다. ‘산타클로스는 핀란드의 산타 마을 출신’이란 상식에 쨍하고 금이 가는 순간이다. 저자에 따르면 산타클로스는 280년 경 뎀레에서 여러 선행과 이적으로 칭송이 자자했던 성 니콜라스 주교의 아바타다. 부유한 곡물상인의 아들이었던 성 니콜라스는 자신의 유산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쾌척하는데 여기서 그의 상징이 된 ‘굴뚝 출입설’이 태동한다. 한 마을에 어여쁜 처자 셋이 살았다. 결혼을 앞둔 이들의 최대 애로사항은 지참금이 없다는 것. 처자들 몰래 돈을 전달할 방법을 궁리하던 성 니콜라스는 굴뚝으로 돈을 던져 넣는 ‘묘계’를 생각해 낸다. 굴뚝을 타고 내려오는 산타클로스의 기벽은 이때부터 생겼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스토리텔링은 성 니콜라스가 죽은 세 소년을 살려냈다는 기적에서 비롯됐다. 이런 얘기들이 유럽으로 넘어가면서 여러 상업적 형태로 각색됐다. 결정타는 미국의 코카콜라사에서 날렸다. 겨울철 매출을 올리기 위해 자신들의 상징색인 빨간 옷을 입고 흰 거품(수염)을 뒤집어 쓴 산타클로스를 만들어 낸 것이다. 산타클로스 이야기를 정색하고 다룬 ‘폴라 익스프레스’(2004)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들으면 펄펄 뛸 얘기다. 여기에 절세가인 클레오파트라가 연인 안토니우스와 함께 로맨틱한 순간을 보냈다는 아폴론 신전과 클레오파트라 해변, 유령도시 카야쾨이에 얽힌 이야기들도 감칠맛을 더한다. 책은 저자의 터키 여행 시리즈 제1권이다. 저자는 “역사를 기록한 이들에 의해 윤색된, 혹은 시간이 감춰 둔 이야기들을 캐내 지속적으로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1만 5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美 “이집트 군부, 권력 이양 안할 땐 원조 중단”

    이집트 대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군부가 임시헌법을 발동하는 등 사실상 계엄 상태에 들어가자 미국이 이집트 군부를 본격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집트 군부는 이달 내 새 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혔으나 반군부 시위가 세를 더하고 있어 정국이 다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집트 군부가 이른 시일 안에 권한을 이양하지 않으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이집트 군사·경제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뉼런드 대변인은 “이집트로서는 지금이 중요한 시기로 전 세계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면서 “미국은 특히 군부의 장기 집권 기도로 보이는 결정을 우려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집트 군부는 앞서 17일 대선 결선투표가 끝나자마자 새 의회 구성 때까지 입법권과 예산 감독권을 자신들의 권한 아래 두는 임시헌법을 발동했다. 또 새 대통령은 군 최고위원회(SCAF)의 승인 아래 전쟁을 선포하거나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으며 새 헌법을 마련할 제헌위원회 위원 100명도 1주일 내에 직접 지명할 수 있도록 했다. 군부는 임시 헌법을 통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돼도 국방 등 주요 정책에 대한 발언권을 확보하고 의회 감시를 피해 자신들의 거대한 경제적 이익을 지킬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부는 표면적으로는 “30일까지 새 대통령에게 권력을 넘기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집트 최대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과 이 조직이 창당한 자유정의당은 군부의 임시 헌법 발동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19일 대규모 가두 시위에 참여했다. 무슬림형제단은 대선 비공식 집계 결과 자신들이 내세운 무함마드 무르시 후보가 51.8%를 득표해 당선된 것으로 보고 있으나 군부가 임시 헌법을 내세워 무르시를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16일 대선인데… 이집트 혼란의 ‘도가니’

    이집트 대선 결선투표를 하루 앞둔 15일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들이 속해 있는 헌법재판소가 이슬람 정당이 장악한 의회에 해산 명령을 내리고 무바라크 정권 시절 마지막 총리를 지낸 아흐마드 샤피끄 후보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이집트 하원 의원 가운데 3분의1이 불법적으로 당선됐으며 이에 따라 전체 의회 구성 역시 불법이라며 의회 해산 명령의 근거를 들었다. 또 지난 무바라크 정권에서 일했던 사람은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정치적 격리법’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샤피끄 후보의 대선 결선투표 출마 자격을 인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지난 16개월간의 민주화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정국이 혼란에 휩싸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이 보도했다. 무함마드 무르시 후보가 속한 무슬림형제단이 샤피끄 후보와의 대선 대결에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한 이후 무슬림형제단이 만든 자유정의당이 총선에서 절반가량의 의석을 차지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쌓아 온 정치적 기반이 흔들리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무슬림형제단은 “지난해 혁명의 소득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무슬림형제단의 대변인은 “헌재의 결정이 무바라크 정부 치하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을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헌재의 결정이 발표되자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수백 명의 시민들은 무바라크 독재 정권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샤피끄 후보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위대는 “이번 결정은 군부가 7월 1일부로 민주적 절차에 의해 뽑힌 대통령에게 권한을 넘기기로 한 약속을 지킬 의사가 없다는 증거”라며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두 후보 모두 지난해 민주화 시위의 염원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투표를 하지 않거나 후보들 이름에 붉은색 ‘X’선을 그어 무효표를 행사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그렉시트’ 운명의 날 D-2] “獨·佛은 그리스 포기 못한다”… 3가지 이유는

    “독일과 프랑스는 그리스를 포기할 수 없을 거라고 합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14일 기자와 만나 최근 미국 뉴욕을 방문해 월가 전문가들과 면담한 결과를 이같이 전했다. 그리스가 오는 17일 2차 총선을 치르고 나면 3차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금융시장 일부 투자자들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확률을 100%로 보는 것과 상반된 관측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그리스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세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그리스는 프랑스·독일 방위산업의 주요 고객이라는 점이다. 터키와 마주하고 있는 그리스의 국방비 지출은 유럽에서 1위다. 세계은행의 2010년 11월 발표에 따르면 그리스의 1인당 국민소득 가운데 국방비 비중은 4%로 세계 9위이자 유럽연합 1위였다. 한국처럼 국민개병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그리스의 국방비는 사병 복지가 아니라 고가의 무기 구매에 쓰였다. 그리스에 주로 무기를 파는 나라는 바로 프랑스, 독일, 미국, 영국 등이다. 유럽 최대의 무기 수입국이자 국방비 지출국인 그리스는 2008년에만 국방비로 93억 달러(약 10조원)를 썼다. 앙숙인 그리스와 터키는 오랫동안 에게해 해역 분쟁, 영공 분쟁 등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군비를 증강해 왔다. 둘째는 그리스의 지중해 연안 등에 막대한 유전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그리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가 이슬람 국가여서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벗어나게 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의 금융전문가들은 그리스의 위기가 과도한 복지 때문이라는 진단 자체가 잘못됐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07년 통계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 대비 정부의 사회복지비 지출 비중은 그리스가 21.3%였다. 이는 덴마크 26.1%, 핀란드 24.9%, 스웨덴 27.3%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럽에서는 최하위 수준이라는 것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15일 TV 하이라이트]

    ●고향극장(KBS1 밤 7시 30분) 전남 순천시 낙안면 사람들은 이모작으로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농사는 뒷전이고 놀고 즐기는 데에만 온 신경을 쏟는 세 남자가 있다. 바로 순천 베짱이 3인방이다. 한낮 보리밭에서 보리 서리는 이들에겐 기본이다. 또 하우스 일을 도와주겠다며 오이에 토마토까지 먹고 달아나는 대범함까지 보인다. ●스펀지(KBS2 밤 8시 50분) 새로 이사 온 집에서 행복한 나날도 잠시, 자꾸만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에 이제는 집이 공포스러운 공간으로 느껴진다. 밤마다 괴롭히는 악몽과 핏물 섞여 쏟아지는 수돗물, 의문의 소리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한편 유명한 심리학자 레이먼드 무디 박사가 추천한 귀신 보는 방법을 브레이브걸스와 함께 직접 실험해 본다. ●스탠바이(MBC 밤 7시 45분) 시완은 우연히 진행이 여자를 만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데 정우로부터 그 여자가 진행의 애인이며, 시완이 신경쓰여 몰래 만나고 있었다는 말을 듣는다. 이에 시완은 진행을 위해 집을 나가기로 마음먹는다. 한편 수현은 석진, 기우와 함께 직장인 밴드 ‘김수현과 석기시대’를 결성하고 석진은 수현에게 제대로 점수를 따려 한다. ●궁금한 이야기 Y(SBS 밤 8시 50분) 지난 5월 사이클 선수 정수정양은 경북 의성군의 한 국도에서 훈련 중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리고 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녀의 사망보험금을 둘러싸고 새엄마와 친엄마 사이에서 분쟁이 일어났다. 각종 언론에서는 11년 전, 이혼하고서 소식이 없던 생모가 나타나 보험금 절반을 챙겨 갔다고 보도했다. ●금요극장-여름연가(EBS 밤 12시 5분) 말레이시아의 한적한 시골에 사는 올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소녀이다. 영국 유학을 다녀온 올케의 부모는 보통 이슬람 가정과 달리 가부장적이지 않은 가정을 이루고 살아간다. 또 부부간의 애정표현에도 자유롭고 가정부와도 가족처럼 지낸다. 하지만 마을에서는 올케의 가족을 서양물이 든 집안이라고 수군대는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OBS 밤 11시 5분) 도쿄에서 백수 생활을 하던 쇼에게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온다. 바로 행방불명됐던 그녀의 고모 마츠코의 유품을 정리하라는 전화였다. 쇼는 유품을 정리하던 중 마츠코가 이웃들에게 혐오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과연 중학교 교사로 일하던 마츠코에게 지난 25년간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이집트 총선 위법” 헌재, 의회 해산 명령

    이집트 헌법재판소는 6개월 전 실시된 총선이 위법하다며 14일(현지시간) 의회 해산 명령을 내렸다고 관영 통신사 메나가 보도했다. 헌재는 이날 “전체 의회 구성은 총선 이후부터 헌법에 어긋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대통령 선거를 3일 앞둔 이집트에서 이번 헌재의 결정은 총선을 다시 실시해야 한다는 의미여서 정치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AP 등이 전했다. 헌재는 이집트 하원 의원 가운데 3분의1이 불법적으로 당선됐다며 결과적으로 전체 의회 구성도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하급 법원은 의회 의석 중 3분의1은 정당별 후보가 아닌 개인별 후보들에게 할당됐음에도 정당들이 개인별 의석에도 후보를 내 평등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집트 최대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과 이슬람 근본주의 정당인 누르당 등 이슬람 정당들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전체 의석 중 3분의2를 차지했다. 과도 정부를 이끄는 군부는 이번 결정 직후 긴급 회의를 소집했으나 어떠한 공식 발표도 내놓지 않았다. 이집트 헌재는 또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시절 마지막 총리를 지낸 아흐메드 샤피크(71)가 16~17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후보에 나설 자격이 된다고 판결해 무슬림형제단의 후보 무함마드 모르시(61)와 경쟁할 수 있게 됐다. 헌재의 결정은 ‘무바라크 정권에서 고위 공직을 지낸 인사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내용의 ‘정치적 격리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문화마당] 분단이 고맙다/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분단이 고맙다/신동호 시인

    그라운드의 시인들이 쓴 창의력의 향연을 만끽했다. 새벽 1시의 바르샤바 유로2012, 스페인의 축구는 상식을 조롱했고 이탈리아의 축구는 주류를 거부했다. 다비드 비야가 없다지만 미드필더만 6명을 둔 4-6-0 포메이션이라니. 시작하기도 전에 짜릿한 전율이 일게 한 스페인의 축구는 바르셀로나의 파밀리아 성당처럼 예측할 수 없는 자연스러움을 그렸다. 그러고 보니 그들은 건축가 가우디의 후예들이 아니었던가. 중앙미드필더 데 로시가 후방 배치된 이탈리아의 3-5-2 포메이션은 한국 축구에서도 수시로 비판받던 전술이었다. 바이올린의 지판을 잡아야 할 왼손으로 줄을 튕겼다면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는 당장 스승에게 쫓겨났을 것. 피치카토 기법으로 낯선 소리를 만들어낸 파가니니의 후예들이 또 낯선 테크닉으로 그라운드를 매료시켰다. 솔직히 그들의 창의력이 부럽다. 창의력을 실현하는 용기가 부럽고 풋볼리스트 서형욱의 말마따나 “훗날 축구사가 당대 축구의 경계선으로 지목할 중대한 역사적 현장”을 보여준 그들의 진화하는 자세가 부럽다. 그들의 역사라고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건 아니다. 16~17세기 해가 지지 않는 대제국을 이뤘지만, 스페인은 8세기부터 이슬람의 통치시기를 거쳐 15세기에야 완전한 독립국을 이뤘다. 1936년엔 내전으로 수많은 학살을 경험했다. 바르셀로나는 이때 사회주의와 무정부주의 운동의 중심지였다. 레알마드리드로 유명한 마드리드 또한 종교재판의 광기로 가득 찬 피의 도시였다. 그러나 내전은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미로의 ‘추수’를 낳았고, 광기의 현장이었던 플라사 마요르 광장은 ‘돈키호테’의 고향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탈리아의 분열 시기는 길었다. 16세기에는 외국세력의 싸움터였다. 르네상스의 나라라는 것이 무색하게도 오스트리아와 스페인, 오스만튀르크 세력의 각축장이 되었다. 프랑스의 혁명 정신이 이탈리아의 공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1861년이 되어서야 왕정으로 통일국가를 이뤘다. 통일 이후에도 20년간 남부 이탈리아는 북부의 식민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분열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신은 고양되었다. 베르디와 푸치니는 그 역사를 함께했다. 지난한 역사를 역전시켜 서양 지성을 이끄는 ‘장미의 이름으로’의 에코나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창시자 로셀리니 또한 이탈리아가 낳은 창의력의 자손들이다. 치고받는 오늘의 한반도 역시 참으로 생동하는 역사의 현장일 수 있다. 배고픔을 피해 탈북하고, 남의 돈을 떼먹고 탈남한다. 친일, 종북, 변절이 거침없이 오간다. 국민은 자연스럽게 사상투쟁을 학습하고 분쟁 극복 과정을 익힌다. 사람들을 긴장하게 한다. 긴장은 창의력의 본산이다. 민주주의란 제도도, 자본주의 체제도 우리는 빌려왔다. 산업화의 과정도 서양의 길을 따랐고 법체계와 의료체계, 교육의 방법 또한 서양의 성과에 기댄 바가 크다. 한류를 자랑하지만 영화와 방송의 기술발전, 배급체계가 발달하는 동안 우리는 식민지에서 허덕였다. 한마디로 인류사 전체를 본다면 빚쟁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다행이게도 인류사가 아직 풀지 못한 숙제, ‘평화’가 있다. 21세기 분쟁을 상징하는 한반도에서 평화가 완성된다면 이 평화는 인류의 교과서에 수록될 확률이 높다. 강대국의 각축장이며 온갖 사상이 난무하는 현장이고 상대방의 마음에 갖은 비수를 다 겨누어 보았으니, 이곳에서 이뤄진 평화는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평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상과 예술이 미래 지구사회의 지성을 이끌어갈 수 있음은 자명하다. 그때라면 우리도 인류사에 진 빚을 갚고도 남는다. 분단은 찬란한 선물이다. 평화를 실험하고 완성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평화가 오면 한국의 동네축구가 창의력을 발휘하여 배흘림기둥 같은 아름다운 패스를 날릴 것이다. 우리 축구를 보고자 세계가 잠을 설치는 건, 분단을 평화로 극복한 민족에게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 [Weekend inside] 유로존 경제·아랍권 정치 흔드는 운명의 1주일

    [Weekend inside] 유로존 경제·아랍권 정치 흔드는 운명의 1주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과 아랍권의 운명을 가를 3대 선거가 10일(현지시간)부터 17일까지 1주일 사이에 치러진다. 프랑스 총선(1차 10일, 2차 17일), 그리스 재총선(17일), 이집트 대선 결선(16~17일)은 각각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정치 지형뿐 아니라 유로존의 경제 위기와 아랍권의 민주화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각 선거의 의미와 전망 등을 정리했다. #프랑스 총선 하원의원 577명을 뽑는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5% 이상 득표자끼리 결선 투표를 치른다. 유로존 위기 해법을 놓고 ‘긴축’을 우선시하는 독일에 맞서 ‘성장’을 내세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사회당이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여론조사를 보면 17년 만에 사회당 출신 대통령을 뽑은 프랑스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도 사회당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입소스가 지난 5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사회당은 단독으로 최대 291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사회당과 녹색당 등 좌파 정당들이 힘을 합치면 최대 357석까지 늘어날 수 있다. 프랑스 진보성향 일간 리베라시옹도 이번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59%가 올랑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현재 프랑스 의회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대중운동연합(UMP)이 317석으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으며, 사회당은 204석을 점하고 있다. 사르코지는 이번 총선에서 다수당 위치를 지켜 사회당과 UMP의 ‘동거정부’를 구성할 전략을 짜고 있지만 현실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리스 재총선 구제금융과 긴축재정을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와 구제금융을 지지하는 신민당이 팽팽하게 맞서는 이번 총선은 구제금융에 대한 국민투표의 성격이 강하다. 결과에 따라 유로존 잔류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만큼 유로존 경제 위기의 중대 기로가 될 전망이다.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는 구제금융 재협상을 내세우면서도 유로존에는 잔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유로존 채권국들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협상 파기는 곧 유로존 탈퇴’라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긴축재정을 추진하는 집권 여당인 신민당은 ‘유로화 대 드라크마화(옛 그리스 화폐)’란 이분법으로 유권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지난달 1차 총선에서 신민당(16.8%)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던 시리자(19.8%)는 한동안 선두자리를 지켰으나 유로존 퇴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최근엔 신민당이 우세한 쪽으로 흐름이 역전됐다. 하지만 1차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연정 구성 협상이 불가피해져 또 다시 파행이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극우정당인 황금새벽당의 대변인 엘리아스 카시디아리스 의원이 7일 오전 민영 아테네TV ANT1에 출연해 토론하던 중 리아나 카넬리(여) 공산당 부대표의 얼굴과 머리를 가격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집트 대선 결선 이집트 최대 이슬람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61)와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시절 마지막 총리를 지낸 아흐메드 샤피크(71)가 맞붙었다. 이들은 지난달 23~24일 치른 대선 1차 투표에서 각각 1, 2위로 결선에 진출했지만 두 후보 모두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가 의도했던 개혁성과는 거리가 멀어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보수 강경 이슬람세력인 무르시 후보는 여성차별과 종교 간 다양성을 부정하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헌법의 기본틀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민주주의 확장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게다가 이집트 인구의 10%에 이르는 콥트 기독교도들이 ‘이슬람 세력에 표를 주면 기독교도들이 추방당할 것’이라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점도 장애물이다. 샤피크 후보에 대한 반감은 더욱 거세다. 1차 결과 발표 이후 선거운동 사무소가 두 차례 습격당했다. 특히 지난 2일 무바라크에게 25년형이 선고된 판결에 대한 항의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면서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2주도 안돼… 시리아, 하마서 또 학살

    유엔은 7일(현지시간) 시리아의 시아파 소수 정권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학살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은 이날 뉴욕 본부에서 시리아 사태와 관련, 긴급 총회를 열고 아랍연맹 사무총장과 코피 아난 특사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총회에서 “100여명의 주민이 학살당한 하마주 현장에 가려는 유엔 감시단원들이 총격을 받았다.”면서 “현재 시리아 상황은 충격적이고 소름이 끼칠 정도”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알아사드 대통령은 잇단 대규모 민간인 학살로 “합법성을 상실했다.”고 비난했다. 아난 특사도 대규모 학살극이 일상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개입해야 하며 시리아 정부는 합의한 평화중재안을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아난 특사는 그러나 국제사회의 일방적 개입은 악화일로의 시리아 사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며 군사적 개입 주장에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시리아 하마주에서는 6일 친정부 세력에 의해 주민 100여명이 또다시 잔혹하게 살해됐다. 지난달 25일 훌라에서 주민 100여명이 학살당한 지 2주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참극이다.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내전이 시리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미국은 알아사드 대통령의 권력을 과도 정부로 완전 이양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해외로 망명한 시리아 기업인들은 반군과 주민을 돕기 위해 300만 달러(약 35억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국제사회의 개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시리아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시리아 야권연합체인 시리아국가위원회(SNC)와 반정부 활동가들에 따르면 중부 하마주(州)의 알쿠바이르 마을에 알아사드 세력이 난입해 주민 100여명을 살해했다. 두 돌이 되지 않은 아이를 포함해 어린이와 여성도 각각 20여명씩 희생됐으며, 일가 친척 35명이 몰살되기도 했다. 무삽 알하마디 등 활동가들은 “정부군 탱크들이 오후에 포탄을 퍼부은 뒤, 근처 마을에 있던 친 알아사드계 민병대 샤비아가 들이닥쳐 훌라에서와 똑같은 방식으로 주민들을 근거리 조준 사격으로 즉결 처형하고, 칼로 찔러 죽였으며, 대다수 시신을 희생자들의 집에서 불태웠다.”고 말했다고 AFP와 알자지라 등 외신들이 전했다. 샤비아는 알아사드가 속한 이슬람교 시아파의 알라위 주민들로 이뤄졌으며, 홈스와 훌라·하마 등 시리아 전역에서 전체 국민의 74%를 차지하는 수니파를 학살하고 있다. 훌라 학살 때 처럼 이번에도 정부는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며, 정부군은 무관하다고 국영 TV를 통해 주장했다. 같은 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터키에서 유럽·아랍의 16개국과 회의를 갖고 알아사드의 권력을 과도정부에 넘기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는 전략을 제시했다고 미 관계자가 말했다. 반면 중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국 지도자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시리아의 위기를 통제하려는 외세의 개입과 정권교체 시도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7일 TV 하이라이트]

    ●한국인의 밥상(KBS1 밤 7시 30분) 충남 당진 장고항의 낚시대회 날. 푸른 바다에 3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고기를 잡는다. 광어, 우럭 등 여러 가지 고기가 낚싯줄에 걸려 올라오지만 그 중에서도 으뜸은 간재미다. 바다 가장 밑바닥에 사는 간재미는 가오릿과의 생선을 통칭하는 말로 홍어와는 사촌지간이다. 프로그램에서는 간재미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들을 소개한다. ●세상의 모든 다큐(KBS2 밤 12시 40분) 지중해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6세기 당시에는 기독교의 유럽과 이슬람의 오스만제국 사이에 치열한 패권다툼이 벌어졌던 힘의 각축장이었다. 단지 부와 권력뿐만 아니라, 문화와 종교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싸움이었으며, 3세기 동안 지속된 이 두 문명의 충돌은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두 아이두(MBC 밤 9시 55분) 지안을 찾아온 장 여사는 회사를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지안은 자신의 브랜드가 생길 생각에 들뜬다. 낙하산으로 힘든 회사 생활을 보내던 태강은 봉수에게 지안의 입사 초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충백에게 태강과 지안의 첫 만남 이야기를 듣게 된 봉수는 직원들에게 소문을 내고, 급기야 회사 게시판에 사건의 전말이 공개되기에 이른다. ●내 마음의 크레파스(SBS 오후 5시 20분) 앙골라에서 온 11살 소년 사무엘은 아버지와 함께 5년 전 오랜 내전으로 치안이 불안정한 앙골라를 떠나 한국으로 왔다. 어느새 앙골라보다는 한국에 더 익숙해진 사무엘. 하지만 떠나온 고국을 늘 그리워하며 언젠가 앙골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버지는 사무엘이 이대로 앙골라를 영영 잊어버릴까 걱정이다. ●다큐10+(EBS 밤 11시 10분) 1929년에 순항하던 미국 경제에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친다. 1929년 10월 24일, 증시가 폭락하면서 경제 대공황이 발생한 것이다. 각국 경제가 연쇄적으로 붕괴되고, 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쳐났다. 한편 미국 정부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관세법을 제정했지만, 예상 외로 보호무역만 강화되었는데…. ●건강버라이어티-올리브(OBS 밤 11시 5분) 아나테이너에서 연기자로 거듭나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오영실이 2년 전 갑상선암을 극복한 사연을 전한다. 최근 건강을 위해 아이돌 댄스를 배운다며 즉석에서 티아라의 ‘러비더비’에 맞춰 숨겨진 댄스 실력을 뽐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또 건강검진코너를 통해 근막통 증후군 검진결과도 공개한다.
  • 이집트, 31년만에 비상사태 해제

    이집트의 악명 높은 국가비상사태법이 폐지됨에 따라 31년간의 ‘비상사태’가 해제됐다. 1981년 제정된 국가비상사태법은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통과된 2년의 연장조치가 계속 갱신돼오다 31일(현지시간) 종료됐다고 AP·AFP 통신이 이집트 최고군사위원회 성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1981년 10월 안와르 사다트 당시 대통령 암살을 계기로 제정된 이 법은 경찰에 용의자 체포와 구금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다트의 뒤를 이은 무바라크의 철권통치를 이 법이 뒷받침해 왔으며 무바라크 정권을 무너뜨린 청년 그룹들의 민주화 시위에서는 이 법의 폐지가 핵심 요구의 하나였다. 이집트 군은 “비상사태가 종료됐음을 감안해 헌법 선언과 법률에 따라 국가적이고 역사적인 책임을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국민투표를 통해 채택된 헌법 선언은 군에 국가를 ‘보호’할 책임을 부여했으나 국가비상사태는 행정부의 요청에 따라 의회만이 선포할 권한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회 제1당인 이슬람 자유정의당의 에삼 에리안 부대표는 군부의 이러한 언급은 비상사태법의 연장을 요구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더 스토닝’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더 스토닝’

    1986년, 프랑스 언론인 프리든 사헤브잠은 이란 국경을 향하던 중 자동차에 문제가 생겨 시골마을에 머물게 된다. 그에게 한 여인이 접근해 “그냥 묻혀선 안 될 사연이 있다.”고 말한다. 처음엔 그녀를 미친 사람으로 생각했던 사헤브잠은 진지한 태도에 이끌려 증언을 녹음한다. 그녀는 전날 투석형으로 목숨을 빼앗긴 조카 사라야에 대한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전한다. 사라야는 두 아들과 두 딸을 둔 엄마였다. 어린 소녀와 재혼하고 싶은 남편 알리는 사라야가 이혼을 거부하자 간통의 음모를 꾸민다. 남편은 마을의 지도자들을 꼬드겨 투석형을 이끌어 내고, 두 아들을 포함한 마을 남자들도 그의 편에 선다. 두 딸과 행복하게 살기를 꿈꾸었던 여자는 억울하게 땅속에 묻힌다. 무시무시한 영화다. 사라야는 양손이 묶이고 하반신이 파묻힌 채 사람들이 던지는 돌을 몸으로 받다 죽는다. 그걸 보는데 어찌 괴롭지 않겠나. 반쯤 목숨을 잃은 그녀의 희번덕거리는 눈동자를 보느니 차라리 눈을 돌리고 싶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힘겹게 내쉬는 숨소리를 듣느니 그냥 귀를 막고 싶다. 그러나 불의에 희생당하는 인간의 모습을 부릅뜬 눈으로 보기를 권한다. 그것이 ‘더 스토닝’을 보는 사람이 지킬 예의다. ‘더 스토닝’이라는 영화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드물 것 같다. 최소한 한국에서는 그러하다. 한낱 권력에 굴복당해 불의에 침묵한 적이 있다면, 대중의 힘에 취해 다수의 미치광이 놀음에 동참한 적이 있다면 ‘더 스토닝’은 잃어버린 양심과 정의를 되찾을 기회를 제공한다. 실화를 옮긴 책에 바탕을 둔 ‘더 스토닝’은 조심스럽게 읽을 필요가 있는 영화다. 이란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프랑스인의 글을 빌려 담고 있으나 영화를 제작한 곳은 미국이며, 시간적 배경은 호메니이가 왕국을 뒤엎고 이슬람 혁명을 벌이던 때다(종교 감독관을 두어 율법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감시하던 때와 지금은 형편이 다르다). 이슬람 문화에 적대적인 미국에서 제작됐다는 사실과 시대적 배경을 느슨하게 현재인 것처럼 꾸며 놓은 점은 반칙으로 느껴진다. 한 편의 영화가 상대편 문화와 사회를 야만적이고 폭력적으로 여기게 할 여지를 제공한다면, 그 영화는 공평하게 게임을 한다고 볼 수 없다. ‘더 스토닝’은 시간적 배경을 보다 명확하게 밝혔어야 했으며, 투석형이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데 있어 후자를 강조하는 뉘앙스를 눌렀어야 옳았다. 형벌이란 한 사회가 유지되도록 돕는 토대 중 하나다. 투석형을 보며 두려움에 떨게 함으로써 ‘더 스토닝’은 이슬람 문화에 대한 근원적 공포를 심는다. 극 중 여자들은 수많은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살고 있으며, 투석형이라는 형벌이 진행되는 과정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지독하다. 하지만 이슬람교가 불관용의 문화와 사회를 낳았다고 함부로 재단할 권리는 우리에게 없다. 설령 비판하더라도 일방적인 근거만을 바탕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할리우드 영화가 특히 이슬람 문화를 다룰 때 발생하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바른 읽기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더 스토닝’은 바르게 읽을 때 훌륭한 작품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거꾸로 읽어 ‘이란은 살기에 무서운 괴상한 사회다.’라는 편견을 낳는다면 그거야말로 최악이다. 14일 개봉. 영화평론가
  • 이집트 대선 1차 후폭풍… “후보 다 싫다” 시위 재점화

    이집트 대선 1차 결과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면서 새달 16~17일(현지시간) 치러질 결선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가 28일 무슬림형제단의 모하메드 모르시(61)와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마지막 총리 출신의 아흐메드 샤피크(71)가 결선에 진출하게 됐다고 공식 발표하자 이집트 전역에서 수천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불만을 표출했다고 AP 등이 보도했다. ‘아랍의 봄’ 시위를 이끈 젊은층들로 구성된 시위대는 타흐리르 광장으로 몰려가 샤피크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샤피크가 당선될 경우 무바라크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 중 일부 시위자들은 샤피크의 카이로 선거사무실에 난입, 유리창과 선거 홍보물들을 닥치는 대로 부수고 홍보 벽보를 떼어냈으며, 건물에 불까지 질렀다. 이집트 경찰은 현장에서 8명을 체포했다. 시위대는 모르시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무슬림형제단이 대통령직까지 거머쥘 경우 이집트 사회의 급격한 이슬람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이집트 선관위는 대선 후보 4명으로부터 접수된 부정 선거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일간 이집션가제트가 이날 보도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훌라 학살’ 국제사회 공분… 시리아 사태 판도 바뀌나

    ‘훌라 학살’ 국제사회 공분… 시리아 사태 판도 바뀌나

    ‘훌라 학살이 시리아의 게임체인저(사태의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 요인)가 될 수 있을까.’ 시리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진 14개월 중 발생한 최악의 유혈 사태 ‘훌라 학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등 개별 국가는 물론 유엔까지 나서 시리아 정부에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이번에는 러시아도 가세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대국민 학살극’에 국제사회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시리아 사태 종식을 위해 외교적 노력 대신 군사 개입을 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터져 나온다. 하지만 시리아 정권 곁의 러시아에 싸움을 걸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7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훌라 학살과 관련해) 시리아 정부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학살을 부른 공격이) 주거지에 대한 정부 측 대포 및 탱크 포격과 관련돼 있다.”면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해당 지역 내 중화기 철수를 촉구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안보리 이사국들은 모든 당사자들에게 일체의 폭력을 중단할 것을 재차 강조한다.”면서 “폭력 행위를 자행한 자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 발표에는 시리아 동맹국인 러시아를 포함해 15개 안보리 이사국이 모두 동의했다. 러시아는 애초 “학살의 배후에 시리아 정부가 있음이 우선 입증돼야 한다.”며 성명 채택에 반대했으나 현지 감시단의 설명을 들은 뒤 동의했다고 유엔 외교관들이 전했다. 유엔 감시단은 이번 학살의 사망자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많은 어린이 49명, 여성 34명 등 모두 108명이라고 밝혔다. 또 시리아 중부의 하마 지역에서도 27일 정부군의 공격으로 어린이 7명 등 33명이 숨졌다고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가 주장했다. 훌라 학살 이후 관심은 국제사회가 과연 ‘군사 개입’ 카드를 꺼낼 것인지에 쏠린다. 역사적으로 정부군이 자행한 대량 학살은 외부적 무력 개입의 결정적 원인이 된 경우가 많다. 지난해 서방 주도의 다국적군이 리비아 공습을 택한 것은 정부군이 반군 거점인 벵가지의 시민을 대량 학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고 1995년 세르비아 사태에 국제사회가 군사 개입한 것도 스레브레니카에서 발생한 이슬람교도 대량 학살 사건이 발단이 됐다. 하지만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가 치솟았다고 해도 당장 군사 개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시리아 정권과 손잡은 러시아가 부담스럽다. 시리아에 무기를 수출해 온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 발발 이후에도 무기 판매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러시아가 시리아에 계속 무기를 실어 나르고 다른 지원을 한다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도 이를 막기는 어렵다고 BBC는 보도했다. 서방국들은 또 시리아 군사 개입이 이슬람 종파 갈등을 부추겨 아랍권 전역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이란과 함께 중동 내 반미·반이스라엘 연대의 한 축인 시리아 정권을 무력으로 끌어내리려다 자칫 중동 전역에서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이 불붙을 수 있다.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혁명수비대 산하 알쿠즈 여단의 이스마일 카아니 부사령관이 27일 통신사인 ISNA와의 인터뷰에서 자국군의 시리아 파병을 시인하는 등 이란이 시리아 정권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리아 사태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 등 서방국 유권자 다수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또다시 아랍 분쟁 지역으로 자국군을 파병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도 군사 개입을 막는 이유다. 이 때문에 미국 외교가에서는 러시아가 알아사드 대통령을 설득해 현 세력이 계속 정권을 유지한 채 알아사드만 퇴진하도록 유도해 주길 바라고 있다고 이 방송이 전했다. 한편 유엔·아랍연맹의 공동특사인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훌라 학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8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도착했다. 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같은 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러시아와 영국은 시리아 내 모든 정치 세력이 참여하는 정치적 대화를 추진하기 위한 아난 특사의 계획을 지지한다.”면서도 “(훌라 대량 학살의) 책임이 일정 부분 시리아 반군에 있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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