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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라과이, 美 따라 옮긴 예루살렘 대사관 텔아비브로 재이전

    파라과이, 美 따라 옮긴 예루살렘 대사관 텔아비브로 재이전

    파라과이의 새 정부가 지난 5월 전임 정부가 예루살렘으로 옮겼던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다시 텔아비브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에 즉각 반발하고 파라과이 대사관 폐쇄를 명령해 양국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파라과이 외교부는 5일(현지시간) 주 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결정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분쟁을 벌이는 지역으로, 지난 5월 미국과 과테말라 등이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옮길 당시 팔레스타인이 강력 반발했다. 지난달 취임한 마리아 압도 베니테스 파라과이 대통령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광범위하고 정의로우며 지속적인 중동평화 달성이라는 목표를 위한 지역 및 국제 외교 노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이전 이유를 설명했다.당초 지난 5월 파라과이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키로 한 것은 오라시오 카르테스 당시 대통령의 결정이었다. 예루살렘으로의 미국의 대사관 이전 계획이 나온 직후 이같은 결정을 발표했으며 카르테스 전 대통령은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자국 대사관 개관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카르테스 전 대통령과 같은 집권 콜로라도당의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었던 압도 현 파라과이 대통령은 그와 상의 없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압도 대통령은 임기 중에 평균 6%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카르테스 정부의 친(親)시장주의 경제정책을 승계할 것을 천명했다. 하지만 중동 정책 등 외교문제에 있어서는 이슬람 국가들을 고려한 보다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주 이스라엘 파라과이 대사관을 폐쇄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양국 유대관계를 긴장시킬 파라과이 정부의 유별난 결정을 매우 통렬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밝히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외교부에 파라과이 대사관 폐쇄를 요청했다고 성명문을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파라과이 정부의 결정을 환영했다. 팔레스타인 뉴스통신 와파(WAFA)는 팔레스타인 정부가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 있는 대사관을 즉시 열기로 했다고 리야드 알 말리키 팔레스타인 외교부 장관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파라과이 정부는 대사관 재이전 결정에도 이스라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오랜 역사를 언급하며 사태를 수습하려했다. 루이스 카스티글리오니 파라과이 외교부 장관은 “이 일이 이스라엘 형제들과 친구들을 화나게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아직까지 텔아비브에는 85개국 이상의 대사관들이 있으며 우리는 이스라엘과 역사적인 동맹관계”라고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폼페이오의 구애, 싸늘한 파키스탄

    폼페이오의 구애, 싸늘한 파키스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구애에도 파키스탄은 냉담했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해 임란 칸 총리를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아프카니스탄 대테러 작전에 파키스탄이 동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NYT는 현재 파키스탄 정부 내부에 반미 기류가 거세 이번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폼페이오의 방문을 거절하고 총리 면담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양국은 한때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을 함께 치르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파키스탄이 테러리스트에게 피난처를 제공한다며 군사원조 중단을 선언하면서 멀어졌다. 미국은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을 지원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미국은 지난 2일 파키스탄에 지원할 예정이던 국방부 연합지원자금(CSF) 3억 달러(3350억원)를 다른 용도로 돌렸다고 밝혔다. 당시 샤 메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그 돈은 군사원조가 아니라 파키스탄이 대테러 전쟁에 쓴 비용이다. 미국이 우리에 진 빚”이라며 반박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최강욱의 법과 사람 사이] 그땐 그랬지

    [최강욱의 법과 사람 사이] 그땐 그랬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창의력은 서로 다른 것을 연결·편집하는 것을 의미할 뿐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아니라는 것이다.마차의 양쪽 바퀴를 이어 주던 축간거리가 오늘 우리가 타는 철도의 궤도 폭으로 이어지고, 이집트 채석장부터 피라미드까지의 이동로가 복선철도의 폭과 비슷한 15미터를 유지한다는 것, 로마가 만든 최초의 고속도로 아피아가도의 폭이 4미터 내외의 폭을 갖는 왕복 마차도와 인도를 구분한 것 모두 현재까지 이어지는 문명의 유전자를 보여 준다. 어쩌면 익숙한 것을 지키려는 보수적 성향이 인류의 본능인 것이다. 그렇다 해서 세상이 늘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인류 문명의 발전에서 보듯 과거에 갇혀서는 진보도 없다. 마차 폭은 유지될망정 말이 끄는 마차보다 내연기관을 갖춘 자동차가 인류의 발전과 편익을 증진시킨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개인도, 조직도, 그리고 국가도 주변 환경에 대응해 매일매일 변신하고 적응해야 생존하고 발전한다는 것은 역사가 입증하는 만고의 진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발전하고 어떻게 변했을까. 한때 세상을 뒤흔들던 격렬한 논쟁은 지금 우리 주위에 어떻게 정착됐는지 살피는 것이 앞날의 교훈이 될 것이다. 때로는 정부 정책의 변경으로, 때로는 법원의 판결로, 또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정리됐던 일들은 그때마다 격렬한 반대론을 넘어서야 했다. 남자를 통해서만 승계되던 호주제는 2005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폐지됐다. 당시 유림은 “호주제 폐지는 사회 혼란과 가정 파괴를 초래하는 중대한 원인이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1997년 동성동본 간의 결혼을 금지한 민법 조항과 2005년 아버지의 성만을 따르는 부성(父姓)주의 또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폐지되기 전에도 반대론을 펼치며 “민족의 근본인 정통 가족제도를 말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2008년 촛불시위 이후 제기된, 야간집회를 금지했던 집시법에 대한 위헌심판 과정에서 법무부와 경찰청은 “야간의 익명성, 군중심리를 고려할 때 과격 폭력집회로 변질되기 쉽다”는 이유를 들어 강력히 반대했다. “우리나라는 시민들의 법치의식이 떨어져 질서 유지가 어렵다”고 국가의 편을 든 참고인도 있었다. 그러나 평화적 촛불시위는 세계의 찬사를 받는 시위문화로 완전히 정착됐다. 병 복무기한 단축 문제는 어떤가. 1948년 국군 창설 당시 법적 복무 기간은 육군 2년, 해군 3년이었다. 휴전 후에는 의무복무 기간이 3군 모두 36개월로 정해졌다. 이후로도 육군의 복무는 점차 33개월, 30개월까지 줄어가다 1·21 사태 후 다시 36개월로 연장됐다. 하지만 그 후 다시 30개월, 26개월, 24개월, 21개월로 차차 줄더니 이제는 국방 개혁의 일환으로 18개월이 됐다. 그때마다 안보를 중시한다는 이들은 병력이 줄고 숙련도가 떨어지며 직업군인으로 대체할 경우 예산 부담이 늘어나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전투경찰의 경우를 보자. 후방의 신속한 대간첩작전의 필요성을 이유로 1971년 창설됐지만, 1980년대 초부터는 국가 중요시설 경비, 집회·시위 관리 등 치안 업무에도 투입돼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와 치안질서 유지, 예산 절감을 앞세워 위헌 주장이 무시되기 일쑤였던 것이다. 이 점은 병에 대한 영창 처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특정 종교에 대한 거부와 대체복무제에 대한 비판을 동일시하는 경우는 물론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에서 비롯된 성적 소수자의 인권 문제를 두고 등장한 동성애 및 에이즈 조장 논란, 제주로 들어온 예멘 난민을 향해 발생한 각종 괴담에서 보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할랄푸드를 둘러싼 이슬람교 확대에 대한 논란에 이르기까지 아직 우리 사회가 논의하고 정리해야 할 주제는 많다. 하지만 분명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내세우는 반대론은 언젠가 분명히 시대착오적인 기우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입증된다는 점이다. 희망을 놓지 말자.
  • [글로벌 In&Out] 북한 웹사이트의 국내 차단, 폐지하자/피터 워드 북한전문 칼럼니스트

    [글로벌 In&Out] 북한 웹사이트의 국내 차단, 폐지하자/피터 워드 북한전문 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국가다. 지난 31년 동안 민주화가 공고화됐다. 1998년 이후 세 번이나 여야 정권 교체가 이어졌다. 한국은 군사독재의 역사적 잔재들의 상당 부분이 청산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남한에서 북한을 보려면 구세대의 잔재에 직면하게 된다.북한의 공식 매체에서 나오는 선전물, 그리고 북한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영상물, 책 등은 남한에서 ‘특수자료’로 규정돼 통제되고 있다. 노동신문도 예외가 아니다. 매일 노동신문 전문을 볼 수 있는 노동신문 웹사이트 역시 차단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일반 주민들에게 어떻게 선전선동을 하고 있는지 노동신문을 봐야 하는데 일반 한국인이 쉽게 볼 수 없는 것은 과연 어떤 이득이 있겠는가. 북한의 선전물은 남한의 정치제도를 비방하고 남한을 ‘괴뢰국가’로 흑색선전하면서 남한은 그저 미국의 식민지인 것처럼 웃길 정도로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에 해외동포나 외국인 심지어 한국인이 그런 주장을 인터넷 공간에서 한다면 방송통신위원회가 그런 주장이 실린 웹사이트를 차단하겠는가. 북한 웹사이트에는 김정은 가문에 대한 선전과 북한의 정치제도를 선전하는 부분이 상당하지만 북한의 경제와 문화, 그리고 사회를 이해하는 귀중한 자료도 있다. 여야와 상관없이 ‘통일은 우리의 소원’이라고 하지만, 통일이 되려면 사회와 문화의 통합이 필요한데 북한의 문화에 접근할 수 없으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현재 북한 웹사이트에서는 한국 도서관에서 접할 수 없는 자료를 많이 제공한다. 수많은 영화, TV 연속물(드라마 등), 기록영화(다큐멘터리), 책자 등이 나온다. 날이 갈수록 북한 온라인 매체들은 발달하고 있다.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나 언론인뿐만 아니라 통일을 원하는 국민, 북한 당국의 합법적 선전만을 보고 듣는 북한 주민의 언론 세상이 궁금한 국민이라면 볼만한 것이 엄청나게 많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의 검열과 통일부 특수자료 규정에 따라 북한 웹사이트들은 차단되고 있고, 북한 책이나 다른 자료들은 판매되지 않고 있다. 또한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들마저도 특수자료 취급 지침에 따라 2011년 이후 인터넷 연결이 안 된 전용 컴퓨터에서만 북한 자료를 볼 수 있다. 과연 왜 그럴까. 이런 제도는 한국전쟁 전부터 생겼다고 할 수 있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한반도에서 체제적 경쟁은 전쟁으로 이어졌고, 이 전쟁은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라는 국가를 ‘당국’으로 부르고 헌법상 여전히 ‘반국가단체’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전쟁의 적대국인 만큼 법률상 당연하기도 하다.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 반국가단체 매체는 구미에서 급진적 이슬람 근본주의적 매체만큼 위협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슬람국가나 알카에다만큼 북한의 선전은 남한 사회에 위험한가?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북한 문화 작품에서 매력적인 장면이나 분위기가 나올 때가 많다고 본다. 북한은 인간이 사는 나라이고 심지어 한반도 문화권에 포함된 나라로 상당히 매력적인 문화적 뿌리가 있다. 그런데 한국인들에게 이 매력이 북한 체제에 대한 매혹으로 변질될 리 없다. 북한 선전물을 보고 ‘어머니 당의 품’을 그리워하거나 ‘김정은 동지 없이는 못 사는’ 한국인을 찾기란 힘들 것이다. 또 북한 선전물을 보고 빨치산을 할 마음이 생길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이제 남북 관계가 진척되면서 문화적 교류가 중요해졌다. 그저 단체의 방문으로 공간과 시간으로 제한된 문화 교류에서 벗어나 북한 언론매체에 한국인이 접근할 수 있게 하자. 가난하고 억압적인 북한에 끌리는 사람들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 말레이시아 차 안에서 동성애했다는 이유로 두 여성 공개 태형

    말레이시아 차 안에서 동성애했다는 이유로 두 여성 공개 태형

    말레이시아의 두 여성이 자동차 안에서 동성애 섹스를 하려 했다는 이유로 공개 태형을 받았다. 22세와 32세로 알려진 두 무슬림 여성은 테렝가누주 샤리아(율법) 최고법정에서 채찍 6대씩을 맞는 징벌에 처해졌다. 100명 이상이 태형 장면을 지켜봤다.한 정부 관리에 따르면 동성애와 관련돼 공개 태형이 언도된 것은 이 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동성애는 세속 법이나 종교법에서 모두 불법이다. 인권운동가들은 분노하고 있다. 여성들을 돕는 기구(WAO)는 로이터통신에 “이렇게 심각한 인권침해에 당황했다”면서 “두 성인이 합의한 성관계는 채찍으로 처벌하는 것은 물론이고 범죄시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테렝가누주 집행위원회의 사티풀 바흐리 마맛 위원은 “고문이나 부상을 입히려는 의도가 아니라 사회에 교훈을 던져주기 위해 공개적으로 태형을 집행한 것뿐”이라고 옹호했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두 여인은 지난 4월 테렝가누의 광장에 세워진 자동차 안에서 발견돼 이슬람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지난달 이슬람 율법을 어겼다는 점을 인정하고 태형과 함께 벌금 3300링기트(약 88만원)를 선고받았다. 현지 인터넷 매체 ‘더 스타’에 따르면 이슬람 율법의 태형은 세속법에서의 태형과 달리 아프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시늉을 하는 데 불과하다. 말레이시아는 세속법과 종교법을 동시에 운용하는데 무슬림들은 결혼이나 양육권 같은 개인적 영역에서 샤리아 율법을 따지고, 다른 믿음을 갖는 이들은 세속법을 따른다. 이 나라는 온건(중도) 이슬람 국가이지만 최근 들어 교리를 엄격히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한 장관이 성적 소수자(LGBT) 활동가들의 사진을 공공전시에서 제외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무역전쟁 이어 대만·신장까지… 전선 넓히는 미·중

    美공화 15명 “신장 인권침해 中 제재를” 中 외교부 “내정간섭 말라” 강력 반발 美, 中 보란 듯 대만에 해병대 배치키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무역전쟁에 이어 ‘하나의 중국’ 원칙과 신장 자치구 위구르족 인권 등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30일 마코 루비오 등 미 공화당 의원 15명이 중국 신장 지역에 대한 인권침해를 이유로 중국에 대한 제재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교를 믿는 신장 자치구의 위구르족은 종교 문제로 분리 독립운동을 지속하고 있어 중국 당국의 강력한 감시·통제를 받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임의 구금과 고문, 종교 활동에 대한 심각한 제한이 가해지고 있으며 모든 일상 활동이 감시받고 있다”는 내용의 서신과 함께 ‘세계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에 따라 천취안궈(陳全) 신장 자치구 서기 등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측은 신장 지역에서 100만명의 위구르족이 대형 유치장에 갇혀 있다고 폭로했으나 미 국무부 측은 제재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정부의 신장 지역 인권 탄압 우려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관영언론인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은 “신장 지역에 중국의 통치가 없었다면 체첸이나 시리아, 리비아처럼 내전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중국의 철저한 안보가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이것이 바로 인권 보호”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인권 문제와 함께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만 문제도 계속 건드리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에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예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미국이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 신청사에 해병대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익명의 미 국무부 관리는 미 병력의 대만 배치는 중국 영토를 침략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중국의 주장에도 “소수의 미국인 인력을 배치해 AIT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달 열리는 AIT 신청사 현판식에 미 해병대가 경비 인력으로 파견될 전망이다. 미국 항공사 유나이티드도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표기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유연하게 수용해 대만 당국의 감사 인사를 받았다. 유나이티드는 ‘아태구’(亞太區)란 새로운 카테고리에 국가명을 따로 표기하지 않고 대만의 취항 도시들을 포함했다. 29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서 끝난 연례 대두 수출업자 콘퍼런스에서 중국 측의 구매량이 지난해 120억 달러(약 13조 3020억원)에서 제로로 떨어지는 등 무역 갈등도 봉합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수치, 로힝야족 학살 방관에도… 노벨위 “평화상 박탈 불가”

    수치, 로힝야족 학살 방관에도… 노벨위 “평화상 박탈 불가”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으로 불리던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또다시 입방아에 올랐다.노벨위원회는 29일(현지시간) 미얀마 내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에 대한 군부의 학살 만행을 방관한 수치 자문역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박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영국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노벨위원회 측은 “노벨상은 물리학상이든지, 문학상이든지, 평화상이든지 과거에 상을 받을 만한 노력과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주어진다”며 “수치는 상을 받은 1991년까지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싸워 노벨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노벨상 규정에 따르면 수상 철회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위원회 측이 덧붙였다. 수치 자문역은 유엔 진상조사단이 지난 27일 발표한 로힝야족 탄압 관련 보고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보고서 발표 후 첫 공개 일정을 가진 28일 그는 양곤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등 문학 관련 강연을 했지만 로힝야족 사태 등 정치적 이슈나 유엔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유엔 진상조사단은 보고서에서 미얀마 군부가 인종 청소 의도를 갖고 대량 학살과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결론 내리고, 고위 장성 6명을 국제법에 따라 중범죄 혐의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때문에 노벨상을 받은 수치 자문역이 로힝야족 사태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편 로힝야족 학살 책임자로 지목되면서 페이스북에서 퇴출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러시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새 계정을 열었다고 현지 이라와디뉴스매거진이 29일 보도했다.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러시아 최대 SNS인 ‘브콘탁테’에 페이스북에서 사용했던 것과 같은 이름인 ‘선임 장군 민 아웅 흘라잉’ 명의로 계정을 열었다. 이 계정에는 이틀 만에 4900여명의 구독자가 생겼다. 수치 자문역과 함께 미얀마 국정을 양분해 온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그동안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자신의 활동 상황을 알리고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도 발표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법 위에 권력자… 아프간의 비극 불렀다

    법 위에 권력자… 아프간의 비극 불렀다

    부패권력은 어떻게 국가를 파괴하는가/세라 체이스 지음/이정민 옮김/이와우/314쪽/1만 6000원 저자가 10여년간 취재한 ‘부패 보고서’ 주택 개발로 차익 챙긴 대통령 가족 등 정치인 도덕적 붕괴가 경제 붕괴 원인 내전 종식 후 아프간 상황 생생한 증언‘예절, 절제, 그리고 옮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의 부재는 경제적으로도 대재앙을 일으킨다.” 2008년 파탄 직전까지 갔던 아일랜드 사태를 색다른 시각으로 분석해 주목받은 아일랜드 칼럼니스트 핀턴 오툴의 유명한 일갈이다. 공직자와 은행 고위간부, 그리고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똘똘 뭉친 부패정치 네트워크를 파헤친 오툴은 이렇게 경고한다. “시민들은 자신을 둘러싼 명백한 범죄에 정면 대응하길 꺼린다. 그 경향은 부패와 연관될 때 더욱 심해진다.”#1.아프가니스탄 고위 공직자가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된 뒤 검찰이 관련 혐의 증거와 함께 거액의 현금 다발까지 확보했지만 현직 대통령이 석방을 지시하고 TV에까지 등장해 무고를 주장한다. 이후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보직 해임되고 체포 영장을 승인한 검찰 부총장은 스파이 누명을 쓴 채 해임된다. #2.세관, 부패한 관리와 기업가들이 결탁해 불법으로 물건들을 들여오고 값싼 수입품들을 무한한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에 깔아 놓는다. 권력에 줄이 없는 지역 상품 생산자며 수입업자들은 경쟁력을 잃고 도산한다…. 1996년 탈레반의 카불 점령으로 시작해 5년간 지속된 아프가니스탄 내전.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은 이 내전은 종전 이후의 비참한 양상 탓에 더욱 회자된다. 책은 10여년간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에 살면서 건져낸 ‘부패 고발서’로 눈길을 끈다. 부패권력이 국가를 망쳐 가는 과정과 암묵적 동조가 부른 비극상이 생생하다. 아프간의 부패상은 지독하다. 내전 종식과 함께 탈레반이 떠난 칸다하르에는 폭력이 난무했다. 폭력을 피해 시민들이 모여든 공유지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고 주택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대통령의 형과 그 형제들이 공유지를 헐값에 사들여 주택단지를 개발, 시민을 상대로 비싼 가격에 집을 팔아 엄청난 차익을 거둔 것이다. 탈레반 수감자들의 말을 전하는 관리들의 증언이 충격적이다. 탈레반 가입 동기가 민족적 편견이나 이슬람교 무시, 미군 영구 주둔에 대한 우려, 민간 사상자들에 대한 원한 때문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프간 정부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부패했고 부패가 확산되다 못해 제도적으로 자리잡자 비폭력적 방법으로는 아프간 정부의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물론 당시 아프간과 탈레반의 국제, 정치적 역학 관계는 슬쩍 비켜간 진단일 수 있다. 하지만 아프간 관리들과 시민, 탈레반 수감자들의 생생한 증언은 그 부패상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고스란히 입증한다. 특히 아프간과 연결해서 소개한 이집트, 튀니지, 나이지리아의 부패 사례는 우리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 인문주의자로 통하는 에라스무스는 일찍이 간파했다. “그렇게 입이 쩍 벌어지는 소득 격차는 우연히 생기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권력층에게 유리하도록 온갖 법을 개정하고 특혜를 몰아준 결과다.” 600년 전 에라스무스가 경고한 부패의 문제는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경제평론가 알다 지그문트 도티르의 말을 결론삼아 전한다. 정부 관리들과 은행 간부들이 결탁한 부패정치 탓에 2008년 경제 붕괴를 맞은 아이슬란드를 꼬집은 말이다. “아이슬란드의 붕괴는 경제적 붕괴일 뿐 아니라 도덕적 붕괴이기도 하다. 수십년간 우리 사회의 표면 아래서 꿈틀댄 광범위한 정치부패와 방치를 우리는 전혀 모르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재판은 반드시 필요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中 아프간에 대테러 군사기지 건설”

    “中 아프간에 대테러 군사기지 건설”

    아프리카 이어 두번째… 中 “사실무근” 중국이 아프리카 지부티에 이어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 지대에 있는 와칸 회랑에 군사기지를 세운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9일 보도했다. 중국의 첫 해외 군사기지로 지난해 지부티에 세워진 이후 두 번째 해외기지가 될 아프가니스탄 와칸 회랑에는 500여명의 대대급 병력이 주둔할 계획이다.와칸 회랑은 아프가니스탄 북부와 중국 신장자치구를 연결하는 길이 350㎞의 오지에 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에 대한 군사훈련이 주목적이다. 중국은 이 기지 건립을 통해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정학적 요충지 아프가니스탄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를 확대하는 발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3년간 아프가니스탄에 7000만 달러(약 778억원) 이상의 군사원조를 했다. 아울러 신장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이슬람 분리운동과 이슬람 세력의 중국 유입을 막는 역할도 기대된다. ‘세계 최대의 감옥’이라 불리는 신장 지역에서 무슬림 위구르족은 얼굴 인식, 동공 스캔, 유전자 정보 수집 등을 동원한 철저한 감시·통제에 놓여 있다. 중국은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 등 위구르족 분리주의단체 조직원들이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 등에서 훈련을 받고 중국에 대해 테러공격을 벌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중국 군사전문가 리제(李杰)는 “중국은 대테러 활동 강화를 위해 중앙아시아와 중동 국가와의 협력과 분리주의, 테러리즘, 극단주의에 맞서기 위한 군사기지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중국 외교부는 아프간 군사기지 건설이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으며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뉴욕 무역센터 테러범 “미 연방 교도소가 종교 자유 침해한다” 고소

    뉴욕 무역센터 테러범 “미 연방 교도소가 종교 자유 침해한다” 고소

    9·11 테러보다 8년 앞선 1993년 2월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쌍둥이 빌딩)에 폭탄 테러를 가한 혐의로 사실상 종신형을 선고받은 무슬림 테러범이 미 연방 교도소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2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1993년 WTC 테러에 가담해 11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아흐메드 아자즈(52)는 콜로라도주 연방교도소가 자신이 속한 이슬람교 분파 출신 이맘(영적 지도자)을 만나지 못하게 하고 식사 때 자신의 이슬람 율법에 부합하는 할랄 식품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2015년부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 27일부터 재판을 시작한 미 연방법원 덴버 지원의 브루크 잭슨 판사는 당장 이 문제에 대한 판결을 내리지 못하고 고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출신인 아자즈는 이밖에 교도소측의 방해로 이슬람교도의 의무 가운데 하나인 라마단(금식)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자즈는 그동안 금식에 참여하지 못한 것과 이슬람교의 의무인 메카 성지 순례(하지)에 참여하지 못한 데 따른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도소측은 아자즈에게 지난 주부터 이슬람에 맞는 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다른 이슬람 분파 출신 이맘을 대신 만날 수 있게 해 줬다며 소송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카에다의 후원을 받은 아자즈와 동료 테러범 6명은 1993년 2월 26일 뉴욕 WTC 건물을 붕괴시킬 목적으로 건물 지하 2층 주차장에 600㎏의 사제 폭탄을 장착한 트럭을 주차시킨 뒤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도주했다. 12분 뒤 폭탄은 폭발했지만 건물은 붕괴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테러로 6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후 WTC 건물은 2001년 9월 11일 오사마 빈 라덴이 주도한 비행기 충돌 테러로 무너졌다. 아자즈는 올해 초 콜로라도의 연방교도소에서 인디애나주 연방교도소로 이감됐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망설 IS 수괴 알바그다디 1년 만에 나타나 한 말은

    사망설 IS 수괴 알바그다디 1년 만에 나타나 한 말은

    한때 사망설에 휩싸였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계속 적과 싸우라”고 육성으로 지시했다. 그의 육성이 공개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알바그다디는 IS 선전매체를 통해 육성 녹음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는 최근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의 배후에 ‘용맹한 전사’가 있었다며 폭탄과 칼, 차량을 이용한 공격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알바그다디는 “여러분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품위있게 살기 원한다면 종교에 귀의해 적과 싸우라”며 “이슬람 율법 외에는 받아들이지 말고 이를 성취하는 데 목숨을 던져라”고 강조했다. 이라크의 IS 추종자들에게는 시아파 이슬람교도를 공격하라고 요구했다. IS는 이슬람 수니파를 신봉한다. 그는 또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요르단의 정권을 전복하라고 주문했다. 알바그다디는 지난해 9월 육성 녹음 메시지를 공개한 뒤 이날까지 침묵했다. 이를 둘러싸고 그의 생사 여부, 은신처 등에 대한 갖은 설이 떠돌았다. IS는 최근 거듭된 토벌전에서 져 점령지의 90% 이상을 잃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유럽 음식에 새겨진 이슬람의 흔적들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유럽 음식에 새겨진 이슬람의 흔적들

    서양 음식사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은 언제였을까. 단골로 언급되는 순간은 1492년, 바로 신대륙이 발견된 해다. 미국의 역사학자 알프레드 크로즈비는 당시 벌어진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간 인적, 물적 교류를 두고 ‘콜럼버스의 교환’이라 이름 붙였다. 말이 좋아 교환이지 실제로는 일방적인 수탈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유럽 세계와 신대륙의 문화적 충돌 이후 세계 식문화 지형도는 크게 변했다. 유럽, 그러니까 구대륙에서는 구경도 하지 못했던 토마토, 감자, 옥수수, 고추 등 신대륙의 작물이 유입됐고 이들은 이내 유럽인의 식탁을 점령했다.‘콜럼버스의 교환’은 문화 간 충돌이 대개 비극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식문화의 관점에서만 보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순간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후의 영향을 덜 받고 비교적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구황작물인 감자와 옥수수로 인해 유럽은 만성적 기근을 버틸 수 있는 길이 열렸고, 고추나 토마토 같은 작물은 식단의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 피멘톤이라 불리는 고추는 포르투갈과 스페인 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재료 중 하나며 남미가 고향인 토마토는 비록 스페인 사람들이 처음 먹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신대륙 발견 말고도 식문화의 극적인 순간은 또 있었다. 두 문화 간의 뿌리 깊은 반목의 역사로 인해 자주 간과되는, 바로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의 충돌이다. 기독교 문화권으로 대표되는 유럽 음식의 근원을 찾다 보면 많은 부분이 이슬람 식문화와 연관이 있음을 종종 목도하게 된다. 유럽의 전통 음식 중 튀기는 요리, 달콤한 디저트, 증류한 술, 견과류와 말린 과일을 이용한 음식 그리고 형형색색 음식에 물을 들여 시각적인 효과를 주는 음식 등은 대부분 이슬람 문화에 빚을 지고 있다. 유럽에서 이슬람 문화의 흔적이 가장 깊게 새겨져 있는 곳은 이베리아반도와 이탈리아의 남쪽 섬 시칠리아다. 시칠리아는 약 200년, 이베리아반도는 무려 780년 동안 무슬림의 지배하에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 이 두 지역이었을까. 이유는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다. 두 지역은 유럽에서 북아프리카와 가장 가까운 곳이다. 무슬림들의 안마당이었던 북아프리카와 가깝다는 건 쉽게 건너갈 수 있었다는 것과 동시에 기후도 비슷하다는 의미도 된다.한국인이 외국에 정착해 살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김치를 담그는 것이다. 배추와 고추가 있으면 좋으련만 없으면 직접 심고 키워야 한다. 낯선 땅을 점령한 무슬림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향의 뜨겁고 건조한 기후와 비슷한 그곳에 그들이 먹는 작물을 심었다. 대표적인 것이 레몬과 오렌지, 가지, 아몬드, 대추야자, 쌀 등이다. 이베리아반도와 시칠리아 두 지역의 식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들이다. 스페인 발렌시아가 쌀로 만든 요리인 파에야와 오렌지로, 이탈리아의 시칠리아가 레몬과 아몬드로 유명한 건 이 때문이다. 이슬람 문화는 두 지역의 식문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숨이 멎을 정도로 달콤한 디저트 문화는 무슬림이 남겨준 대표적인 유산 중 하나다. 달콤함에서 오는 쾌락을 죄악으로 여기던 기독교와 달리 이슬람 문화에서 달콤함은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하나의 목표였다. 음식 역사학자 레이첼 로던은 무슬림을 두고 ‘현세의 쾌락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 오히려 낙원에서 누릴 기쁨의 예시로 여겼다’고 설명한다. 과일과 벌꿀에서 달콤함을 얻은 기독교인들과 달리 무슬림들은 사탕수수에서 뽑아낸 설탕을 가공해 갖가지 디저트를 만들었다. 단맛에 눈뜬 유럽인들이 훗날 아프리카 노예를 동원해 신대륙에서 대규모 사탕수수 재배를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인류가 ‘인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는 걸 당시의 무슬림은 짐작이나 했을까. 무슬림이 남긴 또 하나의 유산은 증류기술이다. 증류는 무슬림들이 선호하는 향수나 의약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됐다. 무슬림의 증류기술을 알게 된 유럽의 연금술사들은 액체를 증류해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데 열정을 다했다.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생명의 물’로 불리는 독한 증류주였다. 지금이야 유흥을 위해 독한 술을 즐기지만 당시에는 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진귀한 약이었다. 위스키, 보드카, 테킬라, 코냑 등 오늘날 애주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증류주는 아이러니하게도 술을 마시는 걸 율법으로 금한 무슬림의 기술과 연금술사의 황금을 향한 열정이 빚어낸 산물인 셈이다. 이 역시 무슬림들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 ‘IS 성노예’였던 난민 소녀, 독일서 IS 전투원과 ‘악몽의 재회’

    ‘IS 성노예’였던 난민 소녀, 독일서 IS 전투원과 ‘악몽의 재회’

    이슬람국가(IS)에 납치돼 성노예로 지내다 탈출한 뒤 가족과 독일로 넘어가 난민이 됐던 야지디족 10대 소녀가 길거리에서 과거 자신을 가두고 성적으로 학대했던 IS 전투원에게 발각돼 신변의 위협을 느껴 이라크로 되돌아간 사실이 전해졌다. 영국 더 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16일(현지시간) 쿠르드계 이라크 매체 바스뉴스를 인용해 최근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난민 캠프에서 머물던 한 야지디족 난민 소녀가 IS 출신 남성을 피해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쿠르디스탄으로 돌아간 사연을 전했다. 아쉬왁 하지라는 이름의 이 소녀는 4년 전인 2014년 8월, 이라크 북부로 진격한 IS에 의해 납치된 수천 명의 쿠르드족·야지디족 중 한 명이었다. 당시 15세였던 아쉬왁 하지는 가족과 함께 납치됐지만, 아부 후맘이라는 이름의 한 남성에게 100달러(약 11만원) 팔려 약 3개월 동안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지역에서 지냈다. 하지는 함께 팔려온 다른 소녀들과 함께 이 남성에게 거의 매일 밤 성적으로 학대를 받으며 이슬람교로 개종할 것을 강요받았다. 3개월쯤 지났을 무렵, 하지는 다른 소녀들과 함께 몰래 아부 후맘의 휴대전화를 빼돌렸고 자신의 오빠에게 극적으로 연락할 수 있었다. 오빠는 이들 소녀가 탈출할 수 있도록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소녀들은 그의 계획에 따라 신체 이곳저곳을 손톱으로 긁어 상처를 낸 다음 피부병에 걸렸다고 거짓말했다. 이에 따라 병원에 간 소녀들 중 한 명이 수면제를 하나 입수할 수 있었다. 이후 소녀들은 남성의 음식을 준비할 때 수면제를 탔고 남성이 잠이 든 틈을 타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는 이후 가족과 만났고 6개월 동안 이라크에 머물다 함께 독일로 넘어가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녀는 슈투트가르트에서 살면서 노예 생활 중 생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완화하는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을 받았고 슈퍼마켓에 취직해 일도 했다. 하지는 어느 날 누군가에게 미행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던 지난 2월 일을 마치고 집이 있는 난민 캠프를 향해 가던 중 한 남성이 차에서 내려 자신 앞을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하지는 “지난 2월 21일, 누군가가 나를 가로막았다. 그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봤을 때 몸이 굳고 말았다”면서 “날 감금했던 아부 후맘과 똑같이 무서운 턱수염과 못 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가 내게 독일어로 ‘너, 아쉬왁이지?’라고 추궁했을 때 난 곧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소녀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위험이 미칠 것을 두려워했다. 탈출 후 가족 대부분과 재회했지만 4명의 오빠는 여전히 행방 불명이며 언니 1명은 아직도 IS에 납치된 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는 독일에서 남성에게 가던 길을 저지당했을 때 다른 사람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남성은 집요하게 따졌다. 그는 “아니, 넌 아쉬왁이 맞다. 난 잘 안다”면서 “내가 바로 모술에서 잠시 함께 있었던 아부 후맘”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가 지금 어디서 누구와 살고 무엇을 하는지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는 그 자리에서 도망쳐 남성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근처 시장에 몸을 숨겼다. 귀가 후 오빠에게 연락해 자초 지종을 말하고 다음날에는 난민 캠프 관리자에게 사실을 알렸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CCTV 영상에서 남성의 신원을 파악했다. 남성은 이라크 바그다드 출신으로 본명은 무하마드 라시드였다. 하지만 경찰은 이 남성 역시 난민 지위를 받은 상태이고 소녀에게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므로 해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는 “경찰은 해당 남성도 나처럼 난민이므로 지금은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일 또 남성에게 저지당하면 여기로 연락하면 된다는 말과 함께 전화번호 하나를 건네줬을 뿐”이라면서 “문제는 남성은 물론 그의 일부 가족이 독일 안에 살고 있어 나는 물론 내 가족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독일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독일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슈투트가르트 지역을 관할하는 바덴뷔르템베르크주 경찰은 외신들의 코멘트 요구에 어떤 답변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트위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IS 손아귀에서 탈출한 나디아 무라드, 인권운동가와 약혼

    IS 손아귀에서 탈출한 나디아 무라드, 인권운동가와 약혼

    이라크 북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야지디족 출신으로 이슬람 국가(IS) 무장집단의 손아귀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나디아 무라드(25)가 야지디 인권운동가 아비드 샴딘과 약혼한 사실을 공개했다. 무라드는 고향인 코초 마을을 IS 세력이 공격해 여섯 형제가 모두 살해되고 자신은 납치된 4주기를 지낸 지 며칠 만인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우리 부족을 위한 투쟁” 때문에 둘이 가까워졌다며 전날 약혼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둘이 함께 촬영한 사진들을 공유했다. 피랍 이후 그녀는 여러 차례 사고 팔려 집단 성폭행 등 성적, 신체적으로 유린당했다. 그녀는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뒤 자신의 사연을 세계인과 함께 한 뒤 2016년 인신매매 생존자의 존엄을 위한 친선대사 1호로 임명됐다. 둘이 언제 처음 만났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일에 거주하는 샴딘은 “우리 둘다의 삶에 어려운 시간을 견뎌 커다란 싸움을 이겨내고 사랑을 발견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무라드는 “우리 민족을 위한 투쟁이 둘을 한데 묶었고 우리는 이 길을 함께 계속 걷기로 했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이 이들의 약혼 사실을 기뻐했다. 둘이 함께 일하고 있는 미국의 비정부기구(NGO)인 야즈다는 사진 하나을 올리고 “둘이 행복하고 안전한 삶을 누리고 모든 학살 생존자들에게도 밝은 미래가 있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상실의 시대, 그대는 어떤 낮꿈을 꾸는가

    [강남순의 낮꿈꾸기] 상실의 시대, 그대는 어떤 낮꿈을 꾸는가

    서재를 오갈 때마다 내가 바라보곤 하는 것이 있다. 서재 문 바로 옆에 나지막한 책꽂이가 하나 있는데, 그 위 벽에 걸린 목판으로 된 현판이다. 그 현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 있다. ‘낮꿈 믿는 이들(Daydream Believer).’ 인간은 왜 낮꿈을 꾸는 것인가.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 중 하나는 ‘낮꿈을 꾸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낮꿈의 역사’이기도 하다. 역사에서 일어난 새로운 변화들은 이 ‘낮꿈 꾸는 이들’에 의해서 가능했다.21세기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들이 있다. 이러한 위기들은 한국과 무관할 수 없다. 세계 위기를 분석하는 학자들은 대략 다음과 같은 7가지를 꼽는다. 평화문제, 난민문제, 세계 정의(global justice) 문제, 환경문제, 경제문제, 인권문제, 그리고 문명 간의 충돌문제이다. 이 7가지의 세계 위기들은 한국과 상관없이 ‘저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여기와 저기’ 또는 ‘우리와 그들’의 경계를 긋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에 접어들었다.# 상실의 시대 예를 들어보자. 2018년 여름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경험한 전례 없는 더위는 세계 환경문제의 위기와 직결된다. 제주도 예멘 난민문제는 일회적인 사건이나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전체가 함께 지속적으로 씨름해야 할 과제이다. 남한과 북한의 평화문제는 한반도의 문제만이 아니라 세계 평화문제이다. 사회적 계층에 따른 차별과 배제의 문제, 그리고 이슬람 혐오·성소수자 혐오·여성혐오·장애혐오 등 다층적 혐오가 한국 사회가 대면하고 있는 위기들이다. 이러한 위기들 한가운데에서 우리가 상실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희망·자유·평등·정의·환대 등 인간이 인간됨을 지켜낼 수 있도록 하는 보편가치들이다. 인간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해 오던 이러한 가치들은 상품화되고 상투화돼서, 이제 이 개념들을 호명하는 것 자체가 공허한 행위가 되고 있다. 종교·교육·정치·문화·사회 영역 등 일상 세계들에서 이 보편가치들이 왜곡되고 사라진 상실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낮꿈의 두 얼굴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머리에는 각기 다른 낮꿈들로 가득하다. 우리의 일상적 삶은 이 낮꿈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밤꿈’은 우리의 의지나 계획과 상관없이 구성돼 통제 너머에 있다. 반면 ‘낮꿈’은 어떤 미래를 자신의 삶에서 보고자 하는가에 따라서 그 내용과 방향이 달라진다. 낮꿈을 꾼다는 것은 사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유를 통해 현실세계에 ‘무엇인가 빠져 있다’고 자각하는 이들은 낮꿈을 꾸기 시작한다. 지금은 없지만 다가올 미래에는 있어야 할 그 ‘어떤 것’을 생각하는 이들은 개인적·집단적 ‘낮꿈’을 꾼다. 그래서 낮꿈이란 ‘이미(already)의 세계’와 ‘아직 아닌(not yet) 세계’의 사이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그래서 낮꿈 꾸는 이들이 사라진 세계는 황폐화한다. 현상유지적 삶으로만 만족하면서, 동물적 생명만을 유지하는 세계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낮꿈들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거리를 걷는 많은 사람의 낮꿈은 대부분 돈과 연결돼 있다고 어떤 철학자는 말한다. ‘돈’으로 상징되는 것은 개인적 이득과 권력의 확장에 대한 욕망이기도 하다. ‘돈’과 연결된 낮꿈은 타자의 삶을 짓밟고서라도 실현시키고자 하는 ‘파시스트적 낮꿈’으로 전이될 수 있다. 이러한 ‘일그러진 낮꿈’은 개인의 삶은 물론 한 사회를 폭력의 세계로 황폐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개별인·종교·공동체·교육·정치·경제 등 다양한 공간에서 일그러진 낮꿈은 차별과 혐오, 배제와 폭력의 메커니즘을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하고 확산한다. 이렇듯 많은 이들의 낮꿈은 개인의 이득과 권력만을 확대하고자 하는 데 초점이 있다.그런데 다른 종류의 낮꿈이 있다. 보다 ‘나은 세계’에 대한 희망에 관한 낮꿈이다. ‘일그러진 낮꿈’이 아닌 ‘변혁적 낮꿈’이다. 변혁적 낮꿈은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이 ‘상호연관된 존재’라는 것에 대한 인식으로 구성된다. 현재와 미래가 연결돼 있다는 인식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누군가가 배제되고 차별받는다면, 그것은 결국 그 배제와 차별의 폐해가 나의 삶과도 연결돼 있다는 의식에서 나온다. 나의 삶이란 너의 삶과 연결돼 있으며, 살아감이란 결국 ‘함께-살아감’이기 때문이다.# 낮꿈 꾸기 배우기 1963년 마틴 루서 킹은 “나는 꿈이 있다”(I have a dream)는 역사적 연설을 한다. 6쪽 분량의 이 연설문은 심오한 ‘변혁적 낮꿈’을 담고 있다. 그의 연설은 ‘지금의 세계’가 무엇이 결여돼 있는가로부터 시작한다. 피부색에 따른 분리와 차별이 주는 극도의 비인간적 현실이 결여하고 있는 것,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존엄이다. 마틴 루서 킹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결여된 것만을 지적하며 피해자 의식을 절대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아직 아닌 세계’에 대한 강렬한 희망의 언어를 전한다. ‘피해자 의식’으로부터 ‘주체자 의식’으로 전이하는 지점이다. 진정한 희망의 낮꿈은 연설을 접하는 이들의 지성과 감성의 세계를 출렁이게 한다. 마틴 루서 킹의 ‘변혁적 낮꿈’은 진정성을 담은 ‘설득의 예술’을 통해서 아직 오지 않은 세계를 향한 지지와 연대를 이끌어낸다. 마틴 루서 킹은 정의가 ‘모든’ 사람들의 현실에 자리잡는 세상을 꿈꾼다. 아직 오지 않았지만 도래해야 할 세계는, 인종과 종교의 차이를 넘어서서 ‘모든’ 사람이 온전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세계이다. 그러한 낮꿈을 실현하는 일은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낮꿈을 공유하는 이들이 ‘함께’ 그 ‘아직 아닌 세계’를 향해 걸어야 한다. 그 세계가 이루어질 때까지 흑인과 백인이, 유대인과 비유대인이, 그리고 개신교와 가톨릭들이 ‘함께’ 걸어야 한다는 것으로 마틴 루서 킹은 연설을 매듭짓는다. 밤꿈은 저절로 온다. 그러나 낮꿈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변혁적 낮꿈’ 꾸기는 배우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낮꿈 꾸기를 배우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첫째 지금 우리 현실세계에서 무엇이 결여돼 있으며, 무엇이 문제인가. 둘째 내가 꿈꾸는 세계는 어떠한 세계인가. 셋째 그 세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어떻게 그리고 누구와 ‘함께’ 일해야 하는가. 여기에서 ‘함께’는 동질성을 지닌 사람들끼리만이 아니다. 인종, 종교, 젠더,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차이를 넘어서서 다름을 지닌 사람과도 ‘함께’의 지지와 연대를 나누는 것이다. 낮꿈 꾸기는 희망하기를 배우는 것과 같다. ‘희망 고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희망’이라는 가치는 퇴색되고 왜곡돼 있다. 그렇다고 해서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사랑이 도처에서 상품화됐다고 해서 사랑의 소중한 의미를 버릴 수 없는 것과 같다. 값싼 희망은 공허한 기대, 망상 또는 정치적 구호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진정한 희망은 새로운 삶과 세계에 대한 구상, 그리고 이 세계로의 개입과 변혁의 의지로 구성된다. 희망이란 고정돼 저쪽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씨름하는 그 한가운데에서 경험하는 ‘사건’이다. 그 누구도 개인적·집단적 ‘낮꿈’이 모두 성취될 것이라는 성공과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낮꿈이 담은 ‘아직 오지 않은 세계’를 향해서 ‘함께’ 씨름하는 그 과정-그 과정 자체가 바로 희망의 근거이다. 그대는 지금 어떠한 낮꿈을 꾸고 있는가.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주한미군·중동 사령관 등 美 군 수뇌부 대대적 교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및 유럽, 중남미 관할 사령관과 특수작전사령관 등 군 수뇌부를 대거 교체한다. 빈센트 브룩스 현 주한미군사령관도 퇴임 대상에 포함돼 있는 등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대대적인 군 수뇌부 변화가 예상된다. ●‘빈라덴 작전’ 클라크 중장, 특전사령관 전망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이같이 전하면서 현 합동참모본부장인 케네스 매켄지 해병대 중장이 내년 봄 퇴임하는 조지프 보텔 현 중부사령관의 자리를 물려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부사령관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등 중동 지역을 책임지는 미 지역사령관 가운데 가장 비중 있는 자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후보자 인선을 공식화한 뒤 내년 봄부터 단계적으로 수뇌부를 교체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미 유럽사령부 사령관 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연합군 최고사령관에는 토드 월터스 미 공군 장군이 물망에 올랐다. 월터스 장군은 합참 작전장교를 지냈으며, 최근 몇년 동안 러시아에 대응하는 미국의 군사 정책에 집중해 왔다. 현재는 유럽과 아프리카의 미 공군과 나토의 동맹공군사령부(AIRCOM)를 이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리처드 클라크 육군 중장을 특수작전사령부 사령관으로 공식 지명할 전망이라고 WSJ는 전했다. 특전사령부는 해군 소속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육군 소속 특수부대인 그린베레 등 고도로 훈련된 정예 특수병력을 통제 지휘한다. 클라크 중장은 2011년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인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에서 기획과 훈련, 실행 등에 크게 기여했으며 합참 전략계획·정책 책임자로 있다. ●트럼프, 중간선거 앞두고 보수 지지 확보 이 밖에도 퇴임을 앞둔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과 폴 셀바 합참차장의 후임자 인선도 진행 중이며, 존 니컬슨 주아프간미군사령관도 퇴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지난 16일 백악관이 관타나모만 등 중남미 지역을 책임지는 남부사령부 수장에 국방장관 선임 군사보좌관인 크레이그 폴러 해군 제독을 임명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나온 이 같은 대대적인 군 수뇌 교체 계획 소식은 보수 계층의 지지를 계속 확보해 나가면서 트럼프 2기를 준비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극우 열풍 따라 번지는 유럽의 ‘부르카 금지법’

    극우 열풍 따라 번지는 유럽의 ‘부르카 금지법’

    지난 3일 덴마크에서 이슬람 전통 복장인 ‘니캅’을 입은 28세 여성이 공격을 당했다. 주위를 지나던 여성이 그녀의 니캅을 강제로 벗기려 한 것이다. 니캅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가리되 눈 부위만 드러내는 복장이다. 하지만 경찰은 공격을 당한 무슬림 여성에게 156달러(약 17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이달 1일부터 니캅과 부르카(눈 부위까지 망사로 된 천으로 가린 복장) 착용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부르카 금지법’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덴마크는 수도 코펜하겐에서 연일 이어지는 반대 시위에도 유럽에서 이 법을 시행한 5번째 나라가 됐다. 특히 유럽에서 ‘극우 열풍’이 거세진 지난 3년간 부르카·니캅 착용 금지 입법화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덜란드 의회는 지난 6월 길 거리를 제외한 학교, 병원, 대중교통, 정부시설 등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니캅 착용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벌금 400유로(약 51만원)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를 비롯해 프랑스, 벨기에, 불가리아, 오스트리아 등 6개국에 무슬림 여성 복장을 제한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밖에도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3국의 지방 도시나 마을에서는 자체적으로 법을 마련해 니캅과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독일, 라트비아, 핀란드, 룩셈부르크 4개국 지방 도시에서는 법안이 의회에 계류 중인 상태라고 WP는 전했다. 프랑스는 가장 먼저인 2011년 4월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금지했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부르카는 프랑스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베일 뒤에 갇힌 여성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무슬림 사회는 크게 반발하며 ‘부르카 착용 금지는 종교적 자유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제소했다. ECHR는 2014년 이 법을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각국의 입법재량을 인정했다. 부르카 금지법을 정당화하는 주된 명목은 ‘안보 위협’이다. 앞서 바이라 비케 프라이베르가 라트비아 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에 “테러가 만연한 시대에 공중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베일 뒤에 로켓발사대를 숨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라트비아에서는 인구 200명당 3명이 부르카를 착용한다. 유럽의 가치와 상반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지난해 “우리는 열린 사회를 지향하고, 서로 얼굴을 보여준다. 부르카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쇠렌 파페 포울센 덴마크 법무장관은 올 초 “얼굴 가리고 있는 사람은 존경받을 수 없다. 덴마크 사회가 중요시하는 가치와 상반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부르카 금지법이 유럽 전역에서 확산하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WP는 꼬집었다. 아크바르 아메드 미 아메리카대 교수는 “대부분 유럽 국가에서 니캅, 부르카를 입는 여성의 비율은 극소수”라며 “하지만 이런 복장은 이슬람 사회를 상징하기 때문에 우익 지도자들이 ‘유럽 사회가 이슬람화 되어 간다’는 주장의 증거로 지목,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국 정권에서는 극우 세력의 득세를 막기 위해 점점 더 부르카 금지법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비영리재단인 ‘프리덤포럼’ 종교자유센터의 아스마 우딘 선임연구원은 “법 시행이 확산할 수록 나머지 국가들도 이런 추세를 따라가도 된다고 느끼며 (종교적 자유 침해 논란 등을)합리화할 것”이라면서 “이미 ECHR에서 부르카 금지법 시행을 정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더 그렇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이슬람 성지순례기간 전후 사우디 방문 시 메르스 주의보

    이슬람 성지순례기간 전후 사우디 방문 시 메르스 주의보

    경기 김포시보건소는 이슬람 하지 성지순례기간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시민출국자들에게 메르스 감염에 주의하라고 17일 밝혔다. 하지 이슬람 성지순례기간은 오는 19일부터 24일까지다. 매년 하지 기간에 사우디 메카에 전세계 180여개 나라에서 300만명 넘게 몰려들어 감염병 발생 위험이 높다. 사우디 보건부와 의료계 전문가들은 심장질환이나 신장질환·폐질환·당뇨·면역질환 등 기저질환자와 임신부·고령자·어린이는 안전을 위해 순례 방문을 연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올 현재 전 세계적으로 메르스 환자는 모두 108명이 발생해 사망자가 26명에 이르고 있다. 이 중 106명이 사우디서 발생했으며 낙타접촉 등으로 메르스 1차 감염이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황순미 보건소장은 중동지역 방문 후 14일 이내에 발열 37.5도 이상과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의료기관에 바로 방문하지 말고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나 보건소 감염병관리팀(980-5036)으로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씨줄날줄] 터키 특수/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터키 특수/박현갑 논설위원

    한국전 참전국 중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낸 나라. 국토의 97%가 아시아 대륙과 마주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NATO)에 가입한 나라. 미국의 무역 제재로 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국내 미디어에 부쩍 많이 거론되는 나라. 인구 8500만명에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3.5배인 터키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관세를 2배로 인상하면서 터키 화폐인 리라화 가치가 올 초 대비 40% 이상 하락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우리나라에 ‘터키 특수’라 할 만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으로 리라화로 표시된 영국 의류 브랜드인 버버리 등 명품을 거의 반값에 구매할 수 있고, 이스탄불의 5성급 호텔 숙박도 한국 돈으로 5만원이면 가능하다는 소식에 터키 쇼핑과 여행에 쏠린 높은 관심이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전 파병으로 ‘형제의 나라’로 불리는 터키이지만, 파병 당시에는 공식적 외교관계가 없었다. 터키와 우리나라가 국교를 맺은 시점은 한국전 정전 4년 뒤인 1957년 3월 8일이다. 터키는 한국전 참전국 가운데 군인수 대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냈다. 1만 4936명을 파병해 전사자 742명, 부상 2147명, 실종 175명, 포로 346명이 발생했다. 터키의 한국전 파병은 자유진영 가입을 통해 국가 안보를 유지하려던 터키와 당시 소련과 대치하던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가능했다. 터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소 양극체제에서 과거의 중립정책을 포기하고 소련에 맞서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진영이 만든 안보기구인 나토에 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시아 국가라는 이유로 번번이 가입을 거절당하다 자국에서 8000㎞나 떨어지고, 외교관계도 없던 한국에 군대를 보내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나면서 미국의 지원 끝에 한국전쟁 중이던 52년 2월 나토에 가입했다. 최근 미국과의 갈등도 안보 문제가 원인이다. 미국은 자국민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억류한 터키에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요구하나 터키는 거부하고 있다. 브런슨 목사는 2016년 터키 군부의 쿠데타 시도 세력인 재미 이슬람 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도왔다는 혐의로 그해 10월 구속됐다가 현재 가택연금 상태다. 대신 터키는 당시 쿠데타 미수 사건의 배후로 지목한 귈렌의 송환을 요구 중이나 미국 역시 거부하고 있다. 두 사람의 송환과 석방으로 위기를 타개할지, 미국이 최대 출자국인 국제통화기금 요구에 따라 경제개혁과 긴축정책에 나설지 아닐지, 아니면 러시아와 손잡고 또 다른 갈등을 증폭시킬지 터키의 선택이 주목된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한화 2분기 영업익 7061억… 전년比 9% 감소

    한화 별도 기준 땐 영업익 20.2% 증가 ㈜한화는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 올해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감소한 7061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12조 6222억원으로 10.9% 늘고, 당기순이익은 4161억원으로 23.5% 줄었다. ㈜한화는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한화생명,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화약, 방산, 무역 등 자체사업 기준의 ㈜한화 별도 기준으로 보면 2분기 매출액은 1조 1390억원, 영업이익은 9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1.3%, 영업이익은 20.2% 증가했다. 특히 이번 2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분기 최대 실적이라고 한화는 설명했다. 매출 증가는 한화 자체 사업 가운데 방산 및 무역 부문이 양호한 사업 성과를 보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견조한 실적 성장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화는 설명했다. 방산 부문의 경우 ‘천무’ 양산 매출 증가가 영업이익 성장에 기여했고, 무역 부문은 유화제품 판매 확대 및 수익성 개선이 이뤄졌다. 특히 한화는 연결실적 구성 요인 가운데 한화건설 부문을 주목했다. 한화는 “한화건설의 주력 해외 프로젝트인 이라크 사업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전쟁 종식과 유가 상승으로 이라크 정부 재정 상황이 개선돼 미수금이 해소됐다”며 “향후 공정 진행도 원활하게 추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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