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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언론인 피격 사망

    터키의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고발해 온 유명 언론인이 이스탄불에서 암살됐다. 지난해 10월 러시아의 잔혹한 체첸 탄압을 고발하다 총격으로 숨진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48) 기자에 이어 발생한 두번째 기사로 인한 피격이다.미국 CNN은 19일 아르메니아계 터키인으로 터키-아르메니아 주간지 ‘아고스’의 편집국장인 헤란트 딩크(53)가 신문사 사무실 입구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보도했다. 딩크는 총탄 3발을 맞아 즉사했고,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딩크 편집국장은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고발하는 활동으로 수차례 기소됐으며 세계 언론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터키 국수주의자들로부터 ‘반역자’로 암살 협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메니아 대학살’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자행한 20세기 최초의 대량 학살이다. 당시 터키 정부는 자국에 거주하는 아르메니아인 150만명을 학살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노벨 문학·평화상 수상자와의 만남

    EBS에서 29일 오후 11시부터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를 만나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한다. 인류는 어떤 사람들에 의해 진보해왔을까? 매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가장 많은 관심이 몰리는 쪽은 문학상과 평화상 부문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터키의 작가 오르한 파묵(사진 왼쪽)과 평화상 수상자인 방글라데시의 은행가 마하마드 유누스(오른쪽)의 삶과 업적, 그들의 진솔하고 심층적인 인터뷰를 함께 소개한다. 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은 ‘내 이름은 빨강’,‘새로운 인생’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가이다. 이스탄불 출신인 그는 과거와 현재, 이슬람교와 기독교, 아시아와 유럽의 가치가 화합하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하는 지역문화적 특성을 녹여낸 작품들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는 과거 터키공화국이 아르메니아인과 쿠르드인을 학살한 역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래서 역사와 국가에 대한 비난을 금기시하는 터키에서 ‘공공의 적’이 되기도 했다. 빈민에게 필요한 도움을 준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는 수상 소식과 함께 세계 언론에 자주 소개되었다. 그는 30년 전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난처해하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자비 27달러를 빌려주었다. 또한 그들이 그 돈을 갚은 것은 물론 새 삶을 시작한 것을 지켜보며 빈민에게 무담보 소액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라민 은행’을 열었다. “빈민들이 절망과 수치심에서 벗어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해준다.”는 취지로 시작한 그의 은행은 여성을 주요고객으로 확보하면서 또 다른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방글라데시에서만 700만 가구를 도운 ‘그라민 은행’은 제3세계를 시작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 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해결되면 평화와 안정이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주프랑스 대사 조일환씨 주그리스 대사 배영한씨

    정부는 5일 주(駐)프랑스 대사에 조일환(56·외시 7회) 전 외교통상부 대테러국제협력대사, 주그리스 대사에 배영한(52·13회) 전 외교부 홍보관리관을 임명했다. 또 주가나 대사에 위계출(56·행시 19회) 전 주중홍보공사, 주탄자니아 대사에 김영준(55·외시 14회) 외교안보연구원 구주·아프리카연구부 연구관을 기용했다. 주아제르바이잔 대사에는 류광철(53·15회) 주우즈베키스탄 공사 겸 아제르바이잔 대사대리, 중국 주시안 총영사에는 유재현(55·13회) 전 경희대 외교겸임교수, 주이스탄불 총영사에는 백성택(52·14회) 재외국민보호지원대사, 주히로시마 총영사에 서영진(58)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이 임명됐다. 정부는 최근 차관 인사에 이어 이번에도 비(非)외시 출신 2명을 발탁했다. 서 주히로시마 총영사는 광주일보 편집국장과 이사 겸 주필을 거쳤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웃키는 외국인 웅편대회

    웃키는 외국인 웅편대회

    주한 외국인 남녀 한국어 웅변대회가 3월31일 대한공론사(大韓公論社) 강당에서 열렸다. 8개국 22명의 연사들은「에트랑제」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을 말하는가 하면 때로는 서툰 한국말로 청중을 웃기기도 했다. 다음은 이날 청중을 웃긴 걸작「하일라이트」-. 한복에 와이샤쓰 입고 넥타이 맨 차림도 첫번째 여자 연사로 등장한 사람은 태국서 온「짜루완·부냐시티」양. 현재 예원(藝苑)여중에 재학중인「부냐시티」양은 한국에 온지 1년1개월밖에 안된 아가씨답지 않게 우리 말에 익숙했다. 『킴치, 맵다 맵다 하지만 우리 태국 킴치 더 맵습니다. 딴 외국학생들 킴치 못 먹는데 전 아주 아주 잘 먹습니다. 그래서 전 한국 더 좋습니다』하며 김치예찬론으로 자신이 친한파(親韓派)임을 과시.「부냐시티」양은 현재「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방 호수가 10호. 그래 자기는 멋도 모르고「넘버·텐」,「넘버·텐」했더니 하루는 자기 집에 온 태국군인 하나가「넘버·텐」이란 나쁘단 뜻도 갖고 있다고 알려 주더라는 것. 그러면서 『한국「넘버·원」』이라고 치켜 올려 박수를 받기도 했다. 다음 등장연사는 자유중국의 조운화(曺雲和)씨. 장사 관계로 10년 가까이 한국을 드나들었다는데 한국어 실력은 예상 외로 저조. 미리 준비해 온 원고를 이따금 「커닝」하며 연설하곤 했는데 끝내 종반에 가선 외워 두었던 원고를 잊어버린듯 말이 막히고 말았다. 그러자 당황하여 갑자기 두 주먹으로 연단을 꽝! 두드리며 외쳤다. 『여러분! 우리 모두 천진합시다!』 알고보니 연제는『우리 모두 전진합시다』 그래도 그 뒷말이 생각 안나 연단 위에 있던 물을 따라 한「컵」들이키고도 말을 잇지 못해 계속 연단을 두드리며『천진! 천진!』만. 관중석에선 폭소가 터지고. 7번째 연사로 등장한 미국인 「마크·하카」씨는 독특한 의상으로 한몫 보았다. 옥색 한복바지에 흰 웃저고리와 푸른 조끼로 영락없는 시골 총각차림인데 저고리속엔 흰「와이샤쓰」에「넥타이」까지 단정히 매고 바지 아래는 윤이 나는 구두를 신었다. 한양(韓洋)절충식. 이어 등장한 연사는 주한 일본대사관에 근무하고 있는「도시로·이시구라」씨. 서울에 온지 8개월 밖에 안된다는데 한국사람보다 더 정확하고 유창한 한국말을 해 청중을 놀라게 했다. 『이야기 좀 할까요?』로 말문을 연 「이시구라」씨는 우리말 큰 사전에 나온 선입관의 뜻부터 설명,「쪽바리」,「조센징」으로 서로를 멸시하는 한·일양국의 국민감정이 근거없는 선입관에서 온 것임을 지적, 보다 돈독한 우의를 쌓아야겠다고 외교관다운 연설을 했다. 끝까지『이야기 좀 할까요?』식의 차분한 강연으로 이날의 우수상을 차지. 두번째 아가씨 연사는 평화봉사단으로 1년전 우리나라에 온 「브리나·카이츠」양.『저는 현재 여관에서 살고 있읍니다』로 시작, 파란 눈의 아가씨 눈에 비친 여관생태를 털어 놓아 청중을 웃겼다. 『한국 여관 참 웃기는 곳입니다. 밥먹고 잠자고 돈안내고 도망가는 사람, 밤 12시 지나 담 넘어 도둑처럼 오는 사람, 또 좋지 않은 짓 하러 오는 상상(쌍쌍), 이거 별로 안 좋습니다』 ”체주도·켱주불쿡사·해인사 다 갓고 싶습니다”에 폭소 한창 여관비판으로 열을 올리던「카이츠」양, 화제를 바꾸어『체주도 보고 싶고 광한루, 오작교 가고 싶습니다. 켱주 불쿡사, 합천 해인사 모두 갓고(가고?) 싶습니다』로 한국관광 한바탕. 끝내는 한국사람으로 자기보다 더 영어 잘하는 사람 많아 자기도 빨리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말을 잘해야겠다고. 이 날 영예의 대통령상은 역시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온 인도 출신의「라마·크리슈난」씨. 작달막한 키에 가무잡잡한 얼굴의 이 인도 청년은『한국사람들 1961년 전엔 무엇 했읍니까?』로 시작, 시종 60연대의 경제성장과 건설상을 격찬. 『미스·코리어와 민족문화』를 연제로 들고 나온 미국의「제임즈·미프서드」신부는 거리에 범람하는 외래어 상표와 한국인들의「외국 것이면 덮어놓고 좋다」식의 사고 방식에 일침을 가했다. 『명동 지나가면 어느나란지 잘 모르겠읍니다.「샹젤릴제」「에펠」의 간판 있고「뉴요크」「워싱턴」「에스콰이어」있고 「이스탄불」「삿뽀로」있고, 없는것 없읍니다. 이거 되겠읍니까?』하며 한국고유의 것을 내세우고 찾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 『「미스·코리어」뽑는다 해서 구경캈더니 나온 사람, 천부 미국여자 뿐입니다. 36~22~36 그거 미국여잡니다. 트기입니다. 그런것 한국의 아름다움 아닙니다.「미스·코리어」-한국 아름다움 그대로 가진 여자라야 합니다. 수영복, 「이브닝·드레스」대신 더 아름답고 우아한 한복 입고 「콘테스트」해야 합네다. 그래야 외국사람에게 매력 있읍니다. 또「미니」많이 입는데 무릎 더 내놓았다고 근대화 절대 절대 아닙니다』 ”한국말 5가지 밖에 몰라 상을 타도 기자회견 못해” 『세균전』을 연제로 들고 나온 미국의「그란트·파커」씨 역시 도중에 말문이 막혀 청중을 웃겼다. 청중석에서 웃음이 터지자「파커」씨도 함께 파안대소. 『이거 미안합니다』하곤 다시 히죽. 결국 청중과 연사가 함께 웃기만 하다가 시간이 다 지나자『우리 모두 힘 뭉쳐「콜레라」쳐부십시다!』하곤 하단. 연세대 교환교수로 와있는 서독의「게르하르크·브라이덴슈타인」박사의 연제는『한국말이 쉽지 않습니까?』 한국말 다섯가지만 알면 충분하다는게「브라이덴슈타인」박사의 지론인데 우선 김포(金浦)에 내려「택시」타고 『반도호텔 갑시다』그다음엔『어느나라서 왔다』『식구는 몇이다』『한국하늘 참 좋다』『고맙습니다』면 OK 라는 것. 이런「브로큰·코리언」으로 자신은 눈치껏 살아왔는데 어느날 봉변을 당해 역시 한국 말은 어렵다고. 3·1절날「택시」를 탔는데 운전사 말이『오늘 무슨날인 줄 아느냐?』교수 대답인즉『서독서 왔다』이 동문서답은 「날」을「나라」로 알아들은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맨 마지막으로 가로되『심사위원께 꼭 부탁합니다. 나 상주지 마십시오. 한국말 5가지 밖에 몰라 상타도 기자회견 못합니다』 [선데이서울 70년 4월 12일호 제3권 15호 통권 제 80호]
  • [책꽂이]

    ●자유, 사랑 그리고 열정 예술의 도시(이태훈 지음, 다른세상 펴냄) 동유럽은 그리스, 로마, 터키 등 동서양의 문화적 흔적들이 남아있는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들로 가득하다. 크로아티아의 스플릿엔 로마 문화가 스며있고, 두브로브니크엔 베네치아의 문화가, 헝가리 페치와 죄르엔 오스만 튀르크족의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유네스코 선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도시가 수십 개나 될 정도로 문화의 보고인 동유럽의 매력을 소개했다.1만 6000원.●실크로드 문명기행(정수일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중앙아시아는 지리적으론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에게 왠지 낯설지 않다. 고구려 사신이 다녀간 아프라시압 궁전터가 있고, 고선지 장군이 이슬람 대군과 맞선 탈라스 싸움터가 있으며, 곳곳에 카레이스키(고려인)들이 살고 있어서일까. 실크로드학의 대가인 저자는 서울에서 이스탄불로 이어지는 실크로드 3대 간선의 하나인 오아시스 육로를 택해 문명탐험에 나섰다. 오리엔트 문명의 정화를 보여주는 중동 최대의 문명유적 페르세폴리스와 1500여년 동안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조로아스터교의 성화, 라틴문자의 모체인 우가리트 문자가 출토된 현장 등을 추적한다.1만 5000원.●앙코르와트(비토리오 로베다 지음, 윤길순 옮김, 문학동네 펴냄) ‘캄보디아의 영원한 등불’‘신의 정원’‘아시아의 보석’으로 불리는 앙코르와트. 지금은 관광명소가 됐지만 불과 200년 전만 하더라도 앙코르와트는 정글 속에 버려진 유적지였다. 아시아 예술사를 공부한 저자는 크메르인들이 받아들인 힌두신화와 천문학적이고 우주론적인 상징체계를 담은 건축물에 숨겨진 지혜를 밝힌다. 저자는 산스크리트어와 고대 크메르어로 된 비문들을 보면 크메르 제국은 매우 잘 조직된 사회였으며, 인도문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자율성과 독창성을 발휘했다고 말한다.2만 3000원.●혈농어수(血濃於水)(강준식 지음, 아름다운책 펴냄) 민족지도자 몽양 여운형(1886∼1947)의 일대기를 다룬 정치소설. 해방공간에서 조선건국준비위원회를 결성, 좌우합작 정부수립을 추진하던 몽양은 당시 조선 민중에게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좌우통합을 주장하던 몽양은 좌우 양측으로부터 테러를 당한다. 혈농어수는 몽양이 일본의 고려 신사 방명록에 남긴 글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뜻. 이념이나 사상보다 민족의 하나됨이 중요하다는 몽양의 통합정신이 잘 드러나 있다. 전3권 각권 1만 9800원.●일본 모더니즘 소설 연구(강인숙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일본의 3대 모더니즘 작가를 분석. 저자(영인문학관 관장)는 일본 모더니즘 소설이 이상과 박태원, 이효석 등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1930년대 일본 문단의 영향 아래서 한국적 모더니즘이 형성됐다는 점에서 일본 모더니즘 작가 연구는 한국문학 연구를 위한 기초작업이라고 주장한다.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일본 문단을 주도한 신감각파 요코미쓰 리이치(橫光利一), 신흥예술파 류탄지 유(龍膽寺雄), 신심리주의파 이토 세이(伊藤 整) 등의 작품세계를 살폈다.1만 8000원.
  • 동·서양 도자기 교류사 한눈에

    동·서양 도자기 교류사 한눈에

    옛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영화를 그대로 보여주어 터키를 찾는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된 이스탄불의 톱카피 궁전 박물관(Topkapi Sarayi Muzesi)은 세계 최고 수준의 동양도자기 컬렉션으로도 유명하다. 줄잡아 1만 2000여점에 이르는 중국과 일본의 명품 도자기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톱카피의 동양도자 컬렉션은 중국과 일본의 ‘내수용’이 아닌 유럽 및 이슬람권 수요자의 취향에 맞추어 만든 ‘수출용’이다. 수출자기의 양상을 문화교류사 차원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 톱카피 궁전 박물관이 갖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수출자기 80여점이 한국에 온다.‘동서도자교류의 접점-터키’라는 주제로 제4회 국제도자비엔날레가 열리는 내년 4월28일부터 6월24일 사이에 경기도 광주에 있는 조선관요박물관에서 전시된다. 터키가 자랑하는 국보급 유물이지만 6·25전쟁에 참전한 데 이어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에서도 우의를 과시한 ‘형제국’인 만큼 2007년 한·터키 수교 50주년을 맞아 흔쾌히 반출을 허가했다고 한다. 이번에 한국에 오는 톱카피 도자기는 14세기에서 16세기에 이르는 중국의 명·청대 청화백자가 주류를 이룬다. 또 몇몇 일본 백자가 시대별·양식별로 조명될 예정이다. 당시 이슬람문화권을 겨냥해 중국과 일본이 제작한 수출자기의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특별히 이번 전시회는 동아시아의 수출자기가 터키의 전통 도자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 보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과 치니리 키오스크 타일미술관, 터키&이슬람 미술관, 사드베르크 하님 미술관, 코냐 카라타이 박물관의 대표적인 터키 자기 80여점도 출품된다. 유례가 없는 전시회지만, 관계자들은 고민도 없지 않았다. 전시회가 한국 도자기에 전해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자문(自問)하면 더욱 그랬다. 최건 조선관요박물관장은 “중국은 앞선 기술로 이슬람과 유럽을 석권했고 일본도 명·청이 교체되는 혼란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조선은 교류에서 단절되어 있었다.”면서 “이후 중국과 일본은 수요자의 취향에 부응하느라 쇠퇴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침체기였던 조선은 오히려 훗날의 시각으로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백자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동철 기자 dcsuh@seoul.co.kr
  • “가정 평화, 세계 평화” 종교간 갈등치유 강조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8일 앙카라 공항에 도착하면서 역사적인 4일간의 터키 방문을 시작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교황은 터키 무슬림들의 경고와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종교간 갈등을 치유하겠다며 재임 중 처음으로 이슬람 국가를 찾았다. 공항에는 1만 5000명의 경찰이 배치되는 등 2004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터키 방문때보다 더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공항에서 교황을 영접한 레젭 타입 에르도간 터키 총리는 “교황에게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지지해줄 것을 부탁했으며, 그는 터키가 EU의 일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교황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터키행을 감행한 것은 지난 9월 이슬람교 폄하 발언으로 불붙은 전세계 무슬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함이다. 올들어 덴마크 언론의 마호메트 만평 파문, 유럽의 이슬람 여성의 전통 스카프인 히잡 착용 금지 논란 등으로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증폭된 갈등을 완화하는 것도 교황의 방문 목적이다. 교황은 공항에서 ‘터키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의 묘로 직행했다. 방문록에는 “다른 종교와 문화,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정에 평화, 세계에 평화’라는 소망을 말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적었다. 교황은 터키 방문 동안 그리스 정교 총대주교인 바르톨로뮤 1세와 만나고 이스탄불의 홀리 스피리트 성당에서 미사도 집전한다. 터키내에서 2000명에 불과한 극소수 신도를 보유한 그리스 정교측은 이날 교황의 방문으로 신자들의 권리가 확대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종교간 화해와 평화를 강조하고, 터키내 소수 기독교 세력의 보호를 호소할 교황의 노력이 성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이슬람교와 터키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해 온 보수적인 교황의 이미지가 이슬람 국가 방문만으론 벗겨지기 힘들다는 관측이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교황 28일 터키행 반대시위 초긴장

    지난 9월 이슬람 폄하 발언으로 터키를 방문하면 살해될 수 있다는 위협을 받았던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8일 터키 땅을 밟는다. 교황은 나흘 동안 머무르며 행정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 성모 마리아가 한때 살았고 죽음을 맞이한 곳으로 널리 알려진 에페스 등을 둘러볼 계획이다. 알리 바르다코글루 앙카라 종교청장은 방문을 닷새 앞둔 23일 “교황은 터키 방문 도중에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이슬람교가 평화의 종교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교황이 이슬람을 ‘폭력에 경도된 비이성적 종교’로 묘사했을 당시 바르다코글루 청장은 교황이 사과하지 않으면 터키 방문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바르다코글루 청장은 “교황이 취해야 할 태도는 이슬람이건 기독교건 폭력의 원천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는 일”이라며 “무슬림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터키에서 교황은 진심어린 환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하지만 이런 화해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이스탄불의 건물 곳곳에는 교황 반대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관광객들이 즐겨 찾고 교황도 이번 방문기간에 둘러보게 될 6세기 건축물 아야 소피야 근처에선 전날 수십명의 청년이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행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경찰은 이들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39명을 구금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터키 정부는 교황 방문이 자칫 불상사로 이어질 경우,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일요일인 26일에는 ‘은총당’ 주도로 7만 5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집회가 계획돼 있어 경찰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25일 TV 하이라이트]

    ●라이프n조이(YTN 오전 11시35분)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단양 8경의 절경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산과 강을 유람하는 것뿐 아니라 하늘을 나는 짜릿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레저 스포츠, 행글라이더,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해 본다. 또 충주호를 찾아 잔잔한 뱃길을 가르며 아름다운 기암절벽인 옥순봉, 강선대 등 단양 8경을 둘러본다.   ●행복의 오솔길(EBS 오전 6시20분) 어린이집에서 동화구연을하는 조송자 어르신을 소개한다. 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동심에 빠져 사는 것이 건강 비결이라는데, 젊고 활기찬 인생을 사는 그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또 일 속에서 행복과 사랑을 찾는 실버내레이터모델 김종갑·최정복 부부를 ‘2006 노인 일자리 박람회’현장에서 만나본다.   ●TV 종합병원(SBS 오전 11시) 작년 봄 간이식 수술로 건강을 되찾은 건강역전 스토리의 첫 번째 주인공 양택조씨. 간암을 이겨낸 그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 병을 앓았을 당시의 상황 재연을 통해 그의 잘못된 생활습관을 알아본다. 간암을 극복한 양택조씨만의 건강관리 비법음식과 간암 예방에 좋은 음식을 공개한다.   ●두뇌발전소Q(MBC 오전 10시) 지구에서 만나는 화성, 피너클스. 사막 한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정체불명의 기둥들은 무려 1만 5000여개다. 혹시 이곳은 지구 속에 숨은 화성이 아닐까. 사막에 솟아난 기둥의 비밀을 밝혀본다. 선명한 분홍색의 호수, 핑크레이크. 그 색깔만큼 신비한 호수. 과연 미스터리한 분홍색의 정체는 무엇일까.   ●소문난 칠공주(KBS2 오후 7시55분) 일한으로부터 미칠과 이혼했다는 말을 들은 설칠은 미칠에게 전화를 걸어 이혼한 사실을 왜 말하지 않았냐며 어디에 있느냐고 묻고, 당황한 미칠은 황급히 전화를 끊는다. 연락이 끊긴 미칠 때문에 걱정을 하던 설칠은 미칠이 쓰던 옷장을 뒤져보다 미칠의 산모 수첩을 발견하게 된다.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오전 10시) 1500년의 역사를 지닌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 동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강성한 세력을 자랑하던 곳이다. 찬란한 역사에 빛나는 땅, 동 슬라브인들의 영혼이 깃든 도시,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고색창연한 매력을 따라가 본다.
  • 터키 파묵 ‘노벨 문학상’

    ‘내 이름은 빨강’‘눈’등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54)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력 후보로 꼽혔던 고은 시인은 아쉽지만 후일을 기약하게 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12일 “(파묵이)고향 이스탄불의 우울한 영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문화간 충돌과 얽힘에 대한 새로운 상징들을 발견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지난해부터 유력후보로 거론돼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는 예측불허였지만 올해는 좀 달랐다. 파묵의 수상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고,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선정과정에서 불거진 사건 때문이다. 당시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영국 일간지에 매우 이례적인 보도가 나왔다. 심사위원들이 한 명의 유력후보를 두고 심각한 의견대립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언급된 작가가 바로 오르한 파묵이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파묵은 고배를 마신 지 1년 만에 노벨문학상을 되찾아온 것이다. 파묵은 1952년 이스탄불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명문 로버트 칼리지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이스탄불 대학에서 건축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하지만 스물세살때 전업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학교를 그만뒀다. 1982년 첫번째 소설 ‘제브뎃씨와 그의 아들들’로 터키의 대표적 문학상인 오르한 케말 소설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두번째 소설 ‘고요한 집’으로 마다라르 소설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 ‘하얀성’‘흑서’‘새로운 인생’‘눈’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건 ‘하얀 성’부터다. 뉴욕타임스는 그에게 ‘동양에 샛별이 떠올랐다.’고 극찬했다.‘내이름은 빨강’은 전세계 32개 국어로 번역돼 세계 유수 문학상을 휩쓸었다. 타임지는 올해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00’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현실 문제에도 적극 참여 문학적 성과와 더불어 정치사회적인 발언도 고려하는 노벨문학상의 성향은 올해 수상자인 파묵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파묵 역시 현실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다. 지난해 스위스 신문과의 회견에서 터키가 90년 전에 아르메니아인 100만명을 학살한 것과 지난 20년간 분리독립 운동을 벌여온 쿠르드인 3만명을 집단 살해한 사건에 대해 비판했다가 국가모독죄 혐의로 기소됐다. 스웨덴 한림원이 지난해 그의 수상여부를 두고 의견대립을 벌인 이유도 터키 정부의 반발을 우려해서라는 지적이 높다. 파묵의 혐의는 올초 이스탄불의 시슬리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파묵은 이슬람문명과 서구문명의 갈등을 매혹적인 서사구조 안에 풀어놓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견지하고 있다.‘내 이름은 빨강’이나 ‘눈’등을 통해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간 충돌이라는 터키의 당면 과제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 파묵은 지난해 5월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했을 때 “이모부가 한국전에 참전했었다.”며 남다른 친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파묵은 “나는 문화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서구적이다. 독자는 작가의 국적이나 종교, 문화에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소설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인 종교”라는 신념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노벨문학상 상금은 1000만 스웨덴 크로네(미화 140만달러)이며, 시상식은 12월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오르한 파묵 ▲ 1952년 터키 이스탄불 출생 ▲ 1982년 첫 소설 ‘제브뎃과 아들들’로 오르한 케말소설상 수상 ▲ 1984년 ‘고요한 집’으로 마다랄르 소설상 수상. 프랑스 ‘유럽 발견상’수상 ▲ 1985년 ‘하얀 성’발표. ▲ 1985∼88년 미국 컬럼비아대 방문교수 ▲ 1994년 ‘새로운 인생’ 발표 ▲ 1998년 ‘내 이름은 빨강’ 발표. 프랑스 ‘최우수 외국문학상’, 이탈리아 ‘그린차네 카보우르 상’, 아일랜드 ‘인터내셔널 임팩 더블린 문학상’수상 ▲ 2002년 ‘눈’ 발표
  • 교황방문 항의 터키인 2명 여객기 납치소동

    터키인 2명이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터키 방문을 취소하라며 한때 여객기를 납치했다. 이들은 3일(현지시간)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가던 터키항공 소속 여객기를 그리스 영공에서 공중 납치해 이탈리아의 브린디시 공항에 강제 착륙시킨 뒤 2시간 만에 투항했다고 이탈리아 경찰이 밝혔다. 승객 113명도 무사히 풀려났다. 용의자 2명은 교황의 터키 방문을 항의하기 위해 이 같은 납치극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앞서 터키 TV방송이 전했다. 그리스 국방부 관계자는 민간 여객기가 공중 납치됐다는 신호를 받은 뒤 곧바로 4대의 그리스 전투기를 출동시켜 브린디시 공항까지 동반 비행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터키를 방문할 예정인 교황은 지난번 ‘지하드(성전)’ 발언 이후 이슬람권에서 갖가지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 1981년 고(故) 요한 바오르 2세 교황을 저격했던 터키인 메흐메트 알리 아그카는 “베네딕토 16세는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니 오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이종현의 나이스샷] 터키 골프마인드 = 골드마인드

    얼마 전 터키관광청 초청으로 골프 팸투어를 다녀왔다.12시간을 날아가 도착한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유구한 역사의 나라답게 찬란한 문화유적을 자랑했다. 그동안 터키문화와 역사를 대상으로 한 팸투어는 있었지만 골프를 주요 테마로 해서 팸투어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터키엔 골프장이 모두 9개 밖에 없다. 이스탄불에 2곳, 안탈리아에 7곳이다. 골프인구도 1000여명에도 못 미친다. 한국의 골프 인구 350만명, 골프장 280개와 견줘볼 때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골프 후진국’임에 틀림없다. 국민총생산(GNP)도 터키는 4000달러, 한국은 1만 8000달러로 4.5배의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터키는 ‘골프 마인드’에 관한 한 우리보다 앞선다. 국내처럼 골프가 ‘가진 자’의 스포츠가 아니고 정치, 사회적으로 이용당하지도 않았다. 단순히 레저의 한 부분이었다. 여기에 골프를 통해 관광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국민의 공감대가 퍼져있어 터키의 골프정책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다. 정부 역시 앞으로 고수익을 창출할 레저 테마는 골프밖에 없다고 판단, 골프팸투어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누가 골프만 치면 문제가 되는 한국과는 딴 판이다. 환경을 볼모로 골프장 건설에 무조건 딴죽을 거는 국내 시민단체와도 달랐다. 적어도 이들은 12시간을 날아와 문화유적만 보고 가는 한국 관광객들에게 골프상품을 끼워 소득을 올리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국가별 방문객 수를 보면 독일 400만명, 러시아 200만명을 비롯해 한국도 한 해 10만명 이상이 다녀가고 있다. 관광객 2000만명 중 20%만 골프를 치고 가도 400만명이다. 현재의 관광수익보다 40% 이상 더 늘어날 것이란 게 터키의 계산이다. 이번 팸투어에 경기관광공사도 동행 했다. 그러나 골프장엔 별반 관심이 없었다. 제목은 골프 팸투어였지만 공사 관계자는 쇼핑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듯했다. 과연 이들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배웠을까.2010년엔 국내 골프장이 400개를 넘게 된다. 일본과 같은 골프장 줄 도산을 막고 관광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다 적극적인 골프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터키의 골프. 비록 작지만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궁무진하다.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 [일요영화]

    ●그녀에게(KBS1 밤12시30분) 수많은 대화 가운데 정말 서로를 믿는 대화는 그리 많지 않다. 대개는 떠보고, 넘겨 짐작하고, 탓하는 경우가 많다. 형식만 대화일 뿐 내용은 독백인 셈이다. 그런데 독백하는 사람들치고 그게 독백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영화는 이 문제를 다룬다. 남자 간호사 베니그노는 어느날 창 밖으로 넘겨다 본 발레교습소의 무용수 알리샤를 사랑하게 된다. 그렇지만 형식적인 짧은 대화 한두번이 고작. 그러다 알리샤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자 자신의 병원으로 데려와 정성껏 간호한다. 압권은 알리샤가 좋아할 것 같은 영화나 뮤지컬을 보고 와서는 신나게 얘기해주는 장면. 식물인간이 알아듣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알리샤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는 베니그노의 사랑법은 그런 것이다. 이런 베니그노를 지켜보는 마르코는 찜찜하다. 투우사였던 애인 리디아가 소에 받쳐 식물인간이 됐으니 같은 처지인데, 베니그노의 행동이 어리석어 보이면서도 어쨌든 정성이 지극하니 그 마음이 통하는가 싶기도 하다.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이들 4명의 엇갈리는 행보가 속도감을 더하는데, 그 결론이 제법 신선하다.1999년 ‘내 어머니의 모든 것’으로 이러저런 영화제에서 상을 쓸어간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작품. 이 영화도 각국 영화제의 상을 페드로에게 안겨줬다. 베니스·칸 영화제 수상작인 ‘몬순 웨딩’,‘피아니스트’를 제치고 2002년 타임지의 올해 최고의 영화에도 선정됐다.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가 쓰고 브라질의 음유시인 카에타노 벨로소가 부른 OST,‘현대무용의 대가’로 꼽히는 피나 바우슈가 만든 무용 등 즐길 거리도 많다.2002년작,112분. ●구름을 기다리며(EBS 오후2시20분) 터키의 유명 감독 예심 우스타오글루의 영화다.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인 ‘태양으로의 여행’(1999년작)에 이어 국내 두번째 소개되는 작품. 이스탄불영화제에서 최우수 터키영화로 뽑히고 세계 곳곳의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조국 그리스에서 쫓겨나 터키에 정착한 뒤 언니의 죽음과 잃어버린 동생에 대한 기억 때문에 세상과 단절하려는 노파 아이셰. 꼼짝않고 집에 틀어박혀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동생의 소식이라도 전해줄 듯한 구름을 쳐다보는 일 뿐. 그런 노파에게 다가오는 한 소년이 있었다. 이제 한창 말문이 트이려는 이 소년과의 우정 덕분에 아이셰는 슬슬 일어나려는데…. 문화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2004년작,87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쿠르드 조직 “터키 오지 말라” 경고

    2004년 5만 7000명, 지난해 9만 1600명의 한국인이 찾은 배낭여행의 천국 터키에서 24시간새 폭탄테러가 5건이나 발생해 4명이 숨지고 90여명이 다쳤다. 현지 한국대사관은 28일 웹사이트를 통해 한국 관광객의 주의를 당부하는 글을 올렸다. 전날에는 남서부 부르두르에서 관광버스가 전복되는 바람에 한국 관광객 4명이 경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이날 터키 남부의 지중해 휴양지 안탈야 시청사앞 번화가에서 오후 4시45분쯤 폭탄이 터져 행인 2명이 즉사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이 사고로 2명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으며 70여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에는 러시아인 2명과 이스라엘인 4명, 요르단인 1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날에는 또 다른 지중해 연안 휴양지 마르마리스에서 하루 동안 3건의 폭탄이 잇따라 터지는 바람에 미니버스 탑승객과 행인 등 모두 21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에는 영국 관광객 10명도 포함됐다. 지난 12일과 14,15일에도 폭탄 공격이 있었던 수도 이스탄불에선 같은날 밤 폭탄이 터져 6명이 다쳤다.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된 쿠르드자유팰컨스(KFF)는 이날 마르마리스와 이스탄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KFF는 이날 성명에서 “전에도 경고했듯이 터키는 결코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며 “관광객들은 터키에 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터키 경찰은 역시 지중해 연안의 제3도시 이즈미르에서 폭탄테러 공격을 감행하려던 음모를 사전에 적발,PKK 소속 용의자 1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터키 공군기들이 이라크 영공까지 넘어가 쿠르드족 본거지에 공습을 자행한 데 대한 보복 테러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광 수입에 국가경제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중앙정부를 최대한 옥죄어 자치권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의도는 어느 정도 적중해 올들어 7월까지 외국 관광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줄었다. 쿠르드족 탄압 문제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앞두고 있는 터키의 발목을 잡고 있기도 하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World cup] 붉은 악마 vs 스위스 서포터스

    ‘누가 더 셀까.’ 24일 오전 4시 한국과 스위스 축구의 운명을 건 한 판이 펼쳐지는 하노버 월드컵경기장(니더작센 슈타디온)은 온통 붉은 색 응원복으로 뒤덮일 전망이다. 한국의 ‘붉은 악마’와 스위스의 응원단은 모두 붉은 상의로 통일하고 전쟁과도 같은 응원전을 펼친다. 양측은 각각 이번 월드컵대회를 대표하는 해외응원단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스타디움은 16강뿐 아니라 ‘진정한 레드’를 가리는 열띤 경연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붉은 악마는 지난 13일 토고전에서 프랑크푸르트를 붉은 바다로 만든 데 이어 19일 프랑스전이 열린 라이프치히에서도 프랑스 팬들과 비교해 규모 면에서는 적었지만 특유의 단결되고 조직적인 응원전으로 우위를 점했다. 붉은 악마는 이번 스위스전에서도 꽹과리와 징 등 한국 고유의 악기로 수적 열세를 극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음향면에서 뿔피리와 목장용 벨이 주무기인 스위스측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팬들도 지난 14일 프랑스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푸른 물결의 ‘레 블뢰’ 서포터스에 판정승을 거뒀다. 토고전에서는 도르트문트의 5만명을 수용하는 관중석을 완전히 점령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스위스 응원단은 경기 당일 약 12만명 정도가 국경을 넘어 경기장 안팎에서 응원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에서 열차편으로 5∼6시간이면 하노버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적 규모에선 압도적으로 우세할 전망이다. 그러나 스위스 응원단은 조직과 경험에서는 약점을 드러냈다. 열광적이긴 하지만 분위기를 주도하기에는 미흡하다는게 스위스 응원을 지켜본 붉은 악마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계 스위스인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아킬레스건이다. 붉은 악마의 한 관계자는 “스위스전에는 유럽지역의 붉은 악마들이 몰려 2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월드컵 사상 최고수준의 응원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터키-한국친선협회’소속 터키 기업인 50여명이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로 3시간을 날아가 한국팀 원정 응원에 가세하는 등 독일에 거주하는 상당수의 터키인들도 수적 열세에 놓인 붉은악마에게 힘을 보탤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10)‘북아프리카 지중해의 중심’ 알제리의 알제

    [이슬람 문명과 도시] (10)‘북아프리카 지중해의 중심’ 알제리의 알제

    북아프리카 서쪽의 알제리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매우 익숙한 나라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출신지역이고,‘이방인’·‘페스트’ 같은 그의 소설 주무대가 대부분 알제리를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 뿐이랴. 프랑스 대문호 앙드레 지드는 알제리의 체험을 배경으로 평생 소설과 산문시, 회고록 등을 남겼다. 그렇지만 알제리는 우리에게 별로 좋지 않은 이미지로 다가온다. 정부군과 이슬람 급진주의자들 사이의 끈질긴 내전과 잔혹한 민간인 학살 사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알제리는 아프리카의 해맑은 햇빛과 순수하고 파란 지중해로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의 나라로 일어서고 있다. 지금까지 가려져 있었던 북아프리카 지중해의 깊은 역사와 아름다운 사연들도 진주처럼 하나씩 베일을 벗고 우리 앞에 서게 된다. 그 알제리의 수도요 지중해의 중심도시가 알제다. 긴 여정이었다. 서울에서 11시간을 날아 터키의 이스탄불로 가서, 다시 그곳에서 4시간을 더 날아 도착한 곳이 알제 공항이었다. 그렇게 붐비지는 않지만 정감이 흐르는 도심이다. 하얀 차도르를 걸친 여인들과 삼각형 고깔 모자를 쓴 노인들이, 만나기만 하면 눈웃음을 보내는 정겨운 나라. 원시의 지중해를 끼고 언덕 위의 하얀 집과 해안가에 자리 잡은 또 다른 하얀 모스크와 성채들이 독특한 북아프리카 이슬람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 삶의 역동적 공간 ‘카사바´ 알제를 가까이서 호흡하기 위해 언덕위의 구 도심 카사바로 향했다. 알제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 구역이고 가난한 서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위험하다며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원의 당부가 전공자들의 관심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오히려 알제 주민들과 친구가 되어 그들의 삶 구석구석을 들여다 볼 기회를 만끽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인파들 사이로 여기저기 좁은 골목길이 미로를 만들고 있었다. 그 사이로 각양각색의 상품들이 제 주인을 기다리며 시끌벅적하게 흥정되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가장 알제다운 역동적인 삶의 공간이 아니겠는가. 수백년 된 목욕탕 ‘함맘’은 아직도 따스한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길에서 만난 꼬마는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따라 한참 동안 우리를 안내하더니, 어느 집 앞에서 멈춰 섰다. 알제리 독립을 위해 애쓰던 독립 투사들이 1957년 프랑스의 공격을 받고 순교한 곳이라고 했다. 그 앞에서 옷매무새를 고치고 잠시 묵념을 했다. 우리도 똑같은 독립의 험난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가. # 알제리 대학 도서관의 카뮈 원서 한 권 구시가에 발길을 돌려 신시가 중심지로 방향을 틀었다. 체 게바라 거리를 따라 해안가로 20분정도 걸어가다가 서쪽 언덕으로 방향을 바꾸면 넓은 광장에 기마 동상 하나가 서 있다. 에미르 압둘 카디르의 동상이다.19세기 알제리 서부에서 프랑스에 저항하며 조국의 해방을 위해 평생을 바친 독립 투사다. 알제리 사람이면 누구나 존경하고 따르는 인물이라고 한다. 여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10만 대학생을 수용하는 알제리 대학이 보인다. 카페와 레스토랑, 패션 명품점까지 들어찬 대학촌을 지나 알제리 대학 도서관 안으로 들어섰다.19세기 이전에 편찬된 귀중본만 100만권 이상 소장하고 있는 북아프리카 최대 도서관 중의 하나로 알려진 곳이다. 운이 좋았던지 도서관장의 특별 배려로 전 세계에서 단 1부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카뮈의 ‘형이상학, 기독교, 신플라톤주의’라는 빨간 표지의 책을 볼 수 있었다. 그 때의 짜릿한 기분이란, 정말 말로 형용하기 어려웠다. # 카뮈의 ‘티파사에서의 결혼’을 찾아서 알제리 주민 대부분은 7세기 무렵 이슬람교를 받아들였지만, 그들의 삶 속에는 고대 역사의 숨결이 여전히 묻어나고 있었다. 그 중심지가 수도 알제다. 아랍어로 ‘엘 제자이르’라 불리는 이곳은 고대 페니키아 시절부터 중요한 항구 도시였고,10세기경에는 로마와 북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교역 도시로 성장했다. 그 때문인지 국제 교역의 요충지로서 알제 항구는 일찍부터 외세는 물론, 그 당시 성행하던 해적들의 주된 공격 목표가 됐다. 결국 16세기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으며 그나마 발전의 발판으로 삼으며 성장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지금 남아 있는 성채나 모스크, 마드라사(신학교) 등은 이 시기에 건축된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알제 주변에는 이슬람 유적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로마와 비잔틴 시대의 화려한 유적들까지 군데군데 숨어 있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고대 유적지가 티파사다. 티파사라면, 카뮈의 산문 ‘티파사에서의 결혼’이란 작품을 탄생시킨 무대가 아닌가. 알제에서 서쪽으로 70㎞ 정도 떨어져 있는 티파사로 가는 해변길은 풍요와 은총으로 가득했다. 흑갈색 땅에서는 옥수수가 자라고 그 사이로 푸른 채소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드디어 티파사에 도착했다. 북아프리카 해변 한 쪽에 이렇게 장대한 고대 유적지가 숨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잘 포장된 길을 열어뒀다든가 안락한 숙박 시설을 마련해 관광객의 편의를 도모한 그런 유적지는 아니었다. 잡풀이 무성하고 이름 모를 열대의 붉은 꽃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고대의 역사 공간이었다. 유네스코는 초라한 이 유적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그 의미를 기리고 있었다. # 유럽과 아프리카의 만남-알제리 카뮈가 거닐었을 길을 따라 단절된 역사의 향기에 취해 보았다. 오래된 유적지는 고대 페니키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지만 원형극장이나 신전, 바실리카 등 대부분 비잔틴 시대의 유산이었다. 유적지가 끝나는 막다른 지점까지 다다르자 언덕 아래 세찬 물살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바다와 닿아 있었다. 북아프리카의 지중해다. 그리고 그 건너편이 바로 프랑스 땅이다. 그러고 보니 알제에서 사하라 사막을 가로지르는 알제리 남쪽 도시 타만라세까지 2000㎞에 이르니, 알제에서 파리까지의 거리보다 길다는 사실이 문뜩 떠올랐다. 사하라를 고향으로 유목 생활을 하는 토착 투아레그족이나 베르베르족들의 전통과 관습보다 로마나 유럽의 해양 문화가 더 강하게, 더 빨리 스며들 수밖에 없는 북아프리카 문화의 특성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 듯했다. 문화는 섞일수록 발전하고 다양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일수록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는 사실을 북아프리카 최고의 해안 도시 알제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희수 이슬람문화연구소장·한양대 교수
  • 터키 2000년전으로의 여행

    터키 2000년전으로의 여행

    무너져 내린 돌덩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거대한 대리석 기둥에 손을 대어보자. 느껴지는가,2000년 전의 그들의 외침이.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터키 디딤의 아폴로 신전은 ‘신’과 인간을 이어주었던 대표적인 ‘신탁’의 성지였다. 무채색의 올리브 나무, 파란 물감을 잔뜩 풀어놓은 듯한 바다와 하늘의 절묘한 조화가 그림처럼 펼쳐지는 해안 도시로의 여행은 낯선 이방인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에게해, 마르마라해, 흑해 그리고 지중해 사이에 기묘한 모양으로 떠있는 나라, 터키 여행은 보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또한 지중해를 따라 가득 들어선 고대 로마시대의 유적들과 아폴로 신전, 고대 기독교 문화의 에페소 등 세계 문명의 흔적들이 가슴 뭉클하게 만든다. 시계를 2000년 전으로 맞추어 놓고 코발트빛 바다가 펼쳐진 지중해를 따라 터키를 돌아보자. 글 사진 터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터키 서남부 해안을 달리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좁다란 해안도로가 뻗어 있는 터키의 서남부 해안을 버스로 달렸다. 따스한 봄바람에 실려오는 싱그러운 바다 내음에 기분이 들뜨기도 하고, 로마와 그리스의 위대한 문화를 칭송하듯 하얀 포말을 토해내는 파도의 노랫소리에 맞춰 콧노래를 부르며 여행을 시작했다. # 진짜 코발트 블루, 이런 색이야 터키의 지중해 여행은 안탈리아에서 시작한다. 이스탄블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지중해 해안 도시로 터키 관광의 중심으로 불릴 정도로 최고급 호텔과 빌라 등 여행자들을 위한 고급스러운 편의시설이 많다. 또 우리나라 여행객들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안탈리아에서 주변의 유적지를 돌아보는 ‘버스투어’는 유럽인들에게는 인기. 첫번째 목적지인 올림포스까진 이름 모를 크고 작은 해변들을 끼고 달렸다. 끝없이 펼쳐지는 파란 하늘과 바다가 하나인 수평선을 보고 있노라니 ‘김형영씨 시’가 생각난다.‘하늘과 바다가 내통하더니/넘을 수 없는 선을 하나 그었구나/나 이제 어디서 널 그리워하지.’ 낯선 땅이라서일까, 슬픔을 간직한 색 ‘블루’때문일까. 뜻모를 슬픔이 가슴을 메운다. 파란 도화지에 흰점 같은 버스는 하얀 선을 그리며 달리고 또 달린다. 올림포스 해변은 로마시대부터 귀족들의 휴양지로 유명했으며 아직도 해안 절벽 위에는 집터들이 남아 있다. 계곡으로 들어가면 도굴되어 겉모양만 남아 있는 AD2세기 오데모스 장군의 묘, 바실리카 양식의 교회 흔적과 담장 등이 기다린다. 또한 올림포스는 레포츠의 천국으로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다. 산과 바다, 계곡이 잘 어우러져 캠핑이나 산장에서 머물며 트레킹, 카약, 스쿠버다이빙, 암벽 등반 등을 즐긴다. 많은 산장 중에 트리하우스가 유명하다. 산타클로스로 유명한 성니콜라스 교회와 바위절벽에 굴을 파 만든 암굴 묘가 있는 미라를 지나면 ‘슬픔’의 도시 게코바가 있다. 비잔틴 시대의 아름다웠던 도시가 수차례 지진으로 인해 물에 잠겼다. 그래서 지금은 산 정상에 있는 리키아인들의 무덤만 슬픔 역사를 조린다. 하지만 에메랄드빛 바다 속에는 당시의 아름다운 도시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렇게 바다의 아름다움에 취했다면 이젠 로마와 그리스의 거대한 문화에 취해보자. # 아폴로 신을 만나다 ‘아폴로 신전’이 터키에도 있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게코바에서 버스로 2시간을 달리면 디딤이란 작은 마을이 나온다. 이곳 역시 그리스와 로마시대 번영을 누렸던 항구도시다. 그러나 지금 남겨진 것은 아폴로 신전이 유일하다. 아폴로 신전으로는 그리스 델포이 신전이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터키에도 디딤을 비롯한 아폴로 신전이 두개나 있다. 디딤의 아폴로 신전은 규모 면에서는 그리스 델포이보다 크다. 그러나 온전히 서 있는 기둥이 3개에 불과해 세상에 덜 알려졌다. 디딤의 아폴로 신전에 발을 디뎠다. 인간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던 신들의 영역은 지금 몇 번의 지진으로 무너져 내려 신전 앞에 뒹굴며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준다. 몇 아름도 넘는 기둥에 눈을 감고 손을 대어보았다. 혹시 아폴로 신을 만날까 하고 말이다. BC6세기경에 지어진 이 신전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황제들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오직 고위 사제만이 신전 안으로 들어가 하늘의 계시를 듣고 그 내용을 밖에 있는 왕이나 백성들에게 전하는 그런 곳이었다. # 황홀한 로마의 도시 에게해 해안 도시 이즈미르는 오디세이로 유명한 호메로스의 고향으로 터키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이다. 여기서 남쪽으로 70㎞ 정도 떨어진 셀주크에는 터키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에페소가 기다린다.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으로 유명하며 로마시대에는 25만 명이 살던 아시아 최대의 도시였다. 에페소로 들어서자 기다리는 것은 앙상한 뼈대만 남은 신전의 기둥, 나뒹구는 대리석, 허물어진 건물뿐이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기둥 하나, 돌멩이는 모두 로마의 역사다. 특히 에페소는 기독교인이면 꼭 한번 들러보는 성지이기도 하다. 사도 바울이 갖은 핍박을 받으며 전도를 했던 곳이며 옥중에서 에페소 교인들에게 보냈던 편지가 바로 신약성서의 ‘에베소서’이다. 또한 사도 요한이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와 함께 에페소에 머물며 요한복음을 썼던 기독교 역사상 아주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에페소에는 없는 것이 없다. 여러 신전은 물론이고 대중들을 위한 목욕탕, 돈을 받고 운영했다는 화장실, 평민과 귀족들의 공간을 나누었던 헤라클래스가 새겨진 기둥문, 병원을 상징하는 조각, 대리석에 새겨진 ‘발’보다 작으면 미성년자로 취급해 들어 갈 수 없었던 창녀의 집, 도서관, 각종 하수도 시설 등 정말 고대 로마의 발달한 도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원형극장도 두개다. 귀족들이 회의를 했던 작은 것과 무려 2만 5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대중을 위한 원형극장도 재미나다. 과학적인 설계로 앞에서 그렇게 큰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뒤쪽까지 잘 들린다. 에페소에서 가장 멋있는 건물은 단연 켈수스 도서관이다. 비록 거의 다 무너져 내려 앞쪽만 간신히 건물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건물의 높이가 16m나 되고 1만 2000권의 책을 가지고 있던 거대한 도서관이었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도대체 2000여년전 기계도 하나 없던 그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거대한 신전과 건물들을 오직 손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따사로운 봄햇살이 내리쬐는 켈수스 도서관 앞에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선율에 잠시 발을 멈춘다. 한쪽에서 3인조 오케스트라가 관광객을 위해 음악을 선물한다. 정말 2000년 전 그들의 삶이 스치듯 지나간다. 이곳에서 나온 많은 유물은 인근 셀주크 박물관이나 에페소 고고학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 터키 여행정보 인천∼이스탄불 직항편은 터키항공(02-777-7055)이 월·목·토요일 1주일에 3차례 뜬다. 현재 전세기를 띄우고 있는 대한항공(1588-2001)도 조만간 주 3회 정식 취항할 예정. 인천에서 이스탄불까지는 약 12시간 걸린다. 시차는 한국보다 6시간 늦다. 통화는 터키 리라인 에테르(YTL)를 쓴다. 1달러에 1.25 YTL 정도.1유로는 1.45YTL. 우리 돈으로 720원 정도. 달러와 유로 모두 통용된다. 미리 달러로 환전을 해서 출국하는 편이 좋다.
  • 터키 파묵칼레·카파도키아를 가다

    터키 파묵칼레·카파도키아를 가다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상큼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 아직도 하얀 모자를 눌러 쓴 채 위엄있는 눈초리로 내려다 보고 있는 거대한 산, 인간의 유한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수 천년을 넘게 버티고 있는 신전의 거대한 대리석 기둥들.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푸른 밀밭위에 한가로이 거니는 목동과 양떼들… 동·서양 문명이 교차하고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오랫동안 공존해온 터키.6·25 참전, 또 2002년 월드컵때 한국과 3,4위전을 치르며 ‘형제의 국가’로 인식되는 친숙한 나라이다. 온천으로 유명한 ‘파묵칼레’와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움으로 가득찬 ‘카파도키아’로 떠나 보자. 글 터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석회질 사이로 생명수 꿈틀꿈틀화산 폭발과 지진이 많았던 터키는 전국에 300여 개의 크고 작은 온천이 산재해 있는 화산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발전했던 목욕 문화가 이어져 역사 깊고 물 좋은 온천들이 많다. 고대시대에는 온천이 휴양보다는 치료의 개념으로 쓰여 유명하다는 온천에는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남서부에 있는 휴양도시 데니즈리에서 약 20㎞ 떨어진 곳에 위치한 ‘파묵칼레’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온천과 유서 깊은 고대도시 유적이 어우러진 곳이다. # 신이 그려놓은 한 폭의 그림 이스탄불에서 버스로 10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한 파묵칼레. 갑자기 하얀 눈으로 뒤덮인 듯한 야트막한 산이 눈에 들어온다. 이게 무슨 일인가. 우리나라의 봄처럼 따뜻한데 눈이 쌓여있다니 말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버스에서 내려 제일 먼저 산이 보이는 곳을 달려갔다. 산 밑에는 하얀 산을 그대로 담고 쪽빛 호수와 퍼런 물이 밸 듯한 하늘이 자리잡고 있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여행의 고단함이 말끔히 사라진다. 도대체 저 산의 정체는 무엇일까 너무 궁금했다. 수 천년 동안 지하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온천수가 산의 경사면을 따라 흐르면서 지표면에 수많은 물웅덩이와 종유석, 석회동굴 등을 만들었으며 물에 포함되어 있는 미네랄 성분이 지표면을 부드러운 백색 석회질로 덮어 버려 이렇게 특이하고 아름다운 지형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이다. 또한 멀리서 보면 꼭 목화에 덮인 산 같다고 해서 터키어로 ‘목화의 성’이란 뜻의 파묵칼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래도 믿기지 않아 버스를 타고 파묵칼레의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에서 거대한 하얀 산을 내려보았다. 마치 고행을 떠나는 수도자 행렬처럼 맨발의 여행객들이 줄을 지어 하얀 산을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신발과 양말을 벗어 던지고 그들과 함께 했다. 발바닥에 따뜻한 감촉이 느껴진다. 정말 온천수가 흐르고 있다. 아니 딱딱하게 굳어 버린 하얀색의 석회질 사이로 파묵칼레의 생명수가 수 천년을 이어 아직도 그 숨을 쉬며 이어졌다. 여기에 온천이 생긴 것이 문헌상 B.C 2세기이니까 족히 2000년을 넘어 흐르고 있는 셈이다. 수 천년 동안 고대 로마시대의 황제들과 클레오파트라 등 수많은 사람들이 즐겼던 그 곳에, 그 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사실에 시대를 넘어선 감흥이 가슴을 벅차 오르게 한다. 이런 파묵칼레의 모습은 낯선 이방인에게 아름다움을 가르쳐 준다. 너무도 신비하다, 자연의 힘이. 그리고 그 위대함에 고개가 숙여진다. 80년 후반까지 수영복을 입고 신이 만든 온천에서 직접 온천욕을 즐길 수 있었다고 하는데 1988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보존때문에 목욕을 금지시키고 신발도 벗고 걷게 만들었다. # 터키에서 맛보는 터키의 목욕탕 우리나라에서 80년대 퇴폐 문화의 상징으로 이름을 날리던 ‘그 터키탕이 정말 터키에 있을까.’라고 많은 사람들의 궁금해 할 것 같아 ‘터키탕’을 찾아 보았다. 결론은 중국에 자장면이 없고, 인도에 카레가 없듯 터키에도 터키탕은 없었다. 다만 ‘하맘’이란 공중목욕탕이 있다. 목욕 문화가 발달한 로마를 거쳐 오스만제국에 이르러 절정에 맞았다는 터키의 하맘은 우리의 목욕 문화와는 좀 달랐다. 일단 대리석 벽돌로 웅장하게 지어진 건물 내부에는 탈의실과 넓은 휴게실까지 갖추고 있었다. 우리나라 목욕탕과는 격이 달랐다. ‘옷을 다 벗고 나가야 하나.’며 터키인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노라니 그들은 커다란 수건을 몸에 두른다. 나도 재빨리 따라하며 하맘으로 들어서려 하자 터키말로 뭐라 뭐라 하며 제지를 한다. 뭐 여자들이 하는 시간이라고 하는 것 같다. 목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라 시간을 정해서 남·여가 돌려쓰는 것 같았다. 10여분 흐르고야 들어섰다. 그런데 ‘에이 이게 뭐야.’ 겉모습은 무엇인가 근사한 시설이 있을 것 같았는데 정작 내부에 들어서자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목욕탕에 몸을 담글 수 있는 ‘탕’이 없고 대신 대리석으로 50㎝정도 쌓아 올려 만든 4∼5평 정도의 평상 같은 것이 있는데 사람들이 거기서 누워 땀을 낸다. 샤워기도 몇 개 되지 않고 말이다. 나도 중요 부위는 가리고 누웠다. 우리 찜질방처럼 아주 뜨겁지는 않지만 몸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신기하네. 갑자기 건장한 청년이 들어오더니 옆에 누워 있는 터키인의 때를 민다. 마치 우리나라처럼 말이다. 짧은 영어로 그를 불러 똑같이 해달라고 했다. 재미(fun)와 기술(technology)을 모두 잡은 ‘퍼놀로지(funology)’는 떨쳐버리기 힘든 문화 코드다. 재미를 추구하는 감성에 딱 들어맞으면서 기능을 놓치지 않는 상품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봄 햇살이 짱짱하게 내리쬐는 상쾌한 날에는 더욱 경쾌하게, 황사가 불어와 하늘이 뿌옇게 되면 마음이라도 신나게, 재미있는 소품으로 패션에 즐거움을 더해 보자.
  • 나홀로 해외 배낭여행 주의!

    “홀로 배낭여행, 특히 조심하세요.” 터키 배낭여행 중 지난달 초 행방불명됐다가 지난 3일 시체로 발견된 임지원씨 사건을 계기로 배낭여행 ‘주의보’가 내려졌다. 배낭여행의 경우 선진국에서도 피해사례가 계속 접수되고 있다는 게 외교통상부 설명이다. 정달호 재외동포 영사대사는 4일 “배낭여행의 경우, 특히 혼자 여행하는 경우 선진국·후진국 가릴 것 없이 피해사례가 많이 접수된다.”고 밝혔다.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스트리아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정 대사는 “경찰을 사칭, 소지품을 다 내놓으라고 하고 금품을 뺏거나, 혼자 외롭게 카페 등에 앉아 있으면 친구가 돼주겠다고 접근해 술값을 내주는 척 주문을 많이 해 돈을 갈취한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주 터키 우리 대사관도 홈페이지에 지난달 초 이같은 내용의 여행 주의사항을 게시했다. 최근 쿠르드족 폭동이 남동부에서 수도 이스탄불까지 번지면서 지난 2일엔 만원버스에 화염병 투척 테러까지 발생,3명이 숨지기도 했다. 외교부는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안전정보(www.0404.go.kr)를 꼭 숙지할 것을 당부했다. 임씨의 경우 현지 경찰은 지난 9∼14일께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뚜렷한 외상은 없으며 독극물 살해여부 등은 부검 결과가 나오는 1∼2개월 뒤에 밝혀질 것 같다는 게 현지 경찰의 설명이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사회플러스] 터키서 실종 여행객 시신 발견

    외교통상부는 3일 “지난달 초 터키 여행 중 실종됐던 한국인 임지원(29)씨의 시신이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2시께 터키 이스탄불 외곽 골든 혼(Golden Horn) 지역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어 “임씨 가족과 현지에 파견한 한국측 경찰관 등이 입회해서 임씨 시신이 확인됐다.”며 “현재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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