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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탄불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무조건 참가해”

    경상북도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가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3’ 행사 개최를 추진하면서 지역의 23개 모든 시·군에 현지 홍보관을 설치, 운영하도록 강권해 반발을 사고 있다. 24일 엑스포조직위 등에 따르면 도와 시·군은 엑스포 기간(8월 31일~9월 22일) 주행사장인 터키 이스탄불 술탄아흐멧 광장 일원에 자체 홍보관(가로 3.4 세로 2.4m)을 설치, 운영하기로 했다. 행사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시·군별 농·특산물 및 관광자원 홍보, 투자 유치 등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드는 시·군별 평균 비용 2500만원 중 500만원은 도비로 지원된다. 그러나 시·군들은 홍보관 운영이 예산만 낭비할 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스탄불 현지 검역 및 통관 등의 어려움으로 당초 계획했던 가공하지 않은 농·수·축산물의 전시·홍보가 사실상 물 건너간 데다 관광지 등을 홍보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칫 홍보관의 개점휴업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검역 문제 등으로 이스탄불 현지로 농·특산물을 가져갈 수 없다면 도대체 뭘 홍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게다가 홍보관 운영을 위해 최소 3명 정도의 관계 공무원을 파견하고 현지 도우미를 고용해야 하는 등 각종 부대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군들은 홍보관 운영에 드는 비용이 3000만~500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가운데 엑스포조직위 등은 최근 들어 홍보관에 전시할 농·특산물 가공품 및 홍보물 등을 이른 시일 내에 선적할 것을 시·군에 독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포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와 지체할 경우 행사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시·군 관계자들은 “누굴 위한 홍보관 운영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엑스포조직위 관계자는 “시·군 홍보관 운영은 사전 협의에 따른 것”이라며 “준비 과정의 어려움으로 다소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경주엑스포 26일에 미리 맛보세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가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을 한 달여 앞두고 국내에서 행사의 핵심 공연을 미리 선보인다. 조직위는 오는 26일 경북 경주 봉황대 특설무대에서 이스탄불·경주엑스포 준비상황 보고회 및 쇼케이스 행사를 연다고 21일 밝혔다. 이 행사는 오후 7시 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시민과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 자문위원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핵심 공연 ‘빅5’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선보인다. 공동조직위원장인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이번 행사는 이스탄불에서 펼쳐지는 핵심 공연을 시·도민 등이 미리 맛볼 수 있도록 ‘헌정’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 엑스포는 8월 31일~9월 22일 23일간 이스탄불 일원에서 ‘길, 만남 그리고 동행’을 주제로 세계 40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스위스 알프스 그 너른 품에 안기다

    스위스 알프스 그 너른 품에 안기다

    그곳에 산이 있었기에 오르다가 놀고 먹고 쉬었다. 닮은 듯 다른 산들의 풍경을 만끽하면서 치즈도 만들어 보고, 3,100m 산꼭대기에 자리한 호텔에서 하룻밤 묵어 보기도 했다. 알프스가 줄 수 있는 모든 선물을 받아 누린 시간이었다. 도전자유여행 38탄 유기웅(29세·건설사 근무) 오직 여행을 위해 2주 연속 휴가를 쓸 수 있는 직장을 구했으며, 남미의 파타고니아부터 북극권의 아이슬란드까지 여행하며 사진을 찍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여행 중증 환자(?)다. 그의 여권에는 이미 스위스 도장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대학 시절, 스치듯 배낭여행으로 들른 스위스 여행에는 여전한 갈증이 남아 있었고, 세계 5대 미봉 중 하나인 마테호른을 가까이서 보고픈 욕망은 가시질 않았다. 열차시간표를 일일이 출력해 올 정도로 이번 여행에 열정을 보인 그는 올 여름 2주 휴가를 싹둑 잘라 스위스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여행지 스위스 여행기간 2013년 5월23~27일(4박6일) 항공편 터키항공(이스탄불 경유) 여행조건 당첨자는 내일투어 ‘스위스 금까기’ 상품으로 여행을 떠났으며, <트래비> 기자가 직접 동행 취재했다. 금까기 상품 내역에 해당하는 왕복항공권 및 호텔 숙박비 등을 제외한 개인 지출 비용은 독자가 개별 부담했으며, 일부는 스위스관광청의 협조를 받아 진행됐다. 스위스 금까기 상품가 129만원부터 포함내역 유럽 왕복항공권, 투어리스트급 호텔 및 조식, 스위스 플렉시 패스 3일 2등석 세이버, <스위스로 가출하기>, 1억원 여행자 보험, 기내용 슬리퍼, 네임태그·여권커버, 각종 면세점 할인쿠폰, ‘융프라요흐/티틀리스’ 할인 쿠폰 불포함내역 현지생활비, 유류할증료 및 세금 예약 및 문의 02-6262-5353 www.naeiltour.co.kr 가장 쉬운 알프스 공략법 Luzern루체른 취리히공항에 착륙하자마자 기차를 타고 루체른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알프스 산악 체험’. 이번 여행의 주제는 ‘산’이었기에 필라투스, 리기, 티틀리스 등 유명한 산들이 기다리고 있는 스위스 중부 지역으로 가기 위한 거점으로 루체른이 제격인 까닭이었다. Rigi리기 메인코스만큼 배부른 애피타이저 “루체른은 한국인 여행객들에겐 필수 코스 같은 데죠. 대학 시절, 배낭여행을 왔을 때도 카펠교, 무제크 성벽, 빈사의 사자상 등을 둘러봤던 기억이 납니다.” 루체른은 크게 변한 게 없었다. 특히 구시가지는 중세시대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1,300년에 세워졌다는 카펠교도 튼튼하게 루체른 호수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가벼운 도시 산책을 하던 기웅은 몸이 근질근질했다. 3,000m가 넘는 산들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모든 신경이 ‘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추웠던 날씨에 옷을 너무 얇게 가져온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루체른 구시가지의 상점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기웅은 “사실 전 도시형 여행자는 아니에요”라고 커밍아웃을 했고, “시간이 충분할 것 같은데 리기Rigi 산을 다녀오면 어떨까요?”라며 태블릿PC에 담아 온 시간표를 내밀었다. 리기는 루체른에서 유람선과 산악열차를 타고 1,800m 산 정상까지 왕복 3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산으로 필라투스와의 경쟁에서 우리의 간택(?)을 받은 것이다. 기차역 바로 선착장에서 배에 올라탔다. 루체른이 스위스의 모든 매력을 응축하고 있는 도시라는 사실은 유람선에 올라 호수 위를 가르면서 더 명징하게 확인됐다. 갈색 지붕의 중세 건물들이 시선에서 점점 멀어져 가면서 만년설에 뒤덮인 산들과 짙푸른 루체른 호수 위를 유유히 가르는 배는 사람들을 낙원으로 인도했다. 산과 호수를 타고 온 시원한 바람으로 장시간 비행의 피로가 한순간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기웅은 일일이 지도를 확인해가며 “저기 도시 뒤편에 보이는 바위산이 ‘악마의 산’이라 불리는 필라투스고, 남쪽에 좌우로 길게 뻗은 설산이 티틀리스에요. 리기는 작은 언덕을 돌아가야 보일 것 같아요”라고 루체른을 둘러싼 산들에 대해 브리핑을 해줬다. 그리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으니 맑을 때 최대한 사진을 찍어둬야 한다며,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다. 루체른 호수를 유유히 흐르던 배가 40분만에 비츠나우Vitznau에 정박하자 대부분의 여행객은 하선했다. 해발 1,800m, 리기산 꼭대기로 가는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산악열차를 타기 위함이었다. 14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열차는 가파른 산길을 천천히 그러나 능숙하게 타고 올라갔다. 종착역인 리기 쿨름Rigi Kulm에 이를 때 즈음, 모든 계절을 품고 있는 산의 위용이 드러났다. 아직도 남아 있는 눈의 흔적과 노란 야생화, 그리고 산 아래 너른 호수와 마을들의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그러나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 연신 탄성을 내지르던 기웅은 “리기가 산들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겠어요. 빨리 꼭대기로 올라가시죠”라며 서둘렀다. 눈이 얕게 쌓인 리기산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평야지대와 남쪽의 3,000m급 고봉들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었다. 오히려 높은 산, 안쪽으로 들어간 풍경보다 스위스다운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더 훌륭하게 느껴지는 경관이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칼트바트Kaltbad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웨지스Weggis에 내렸다. 기차, 케이블카, 유람선까지 1분 1초도 어긋남이 없는 스위스의 다양한 교통수단에 감탄하며 루체른행 배편에서 스치듯 지나간 감동을 돌이켰다. 1,800m라는 높이 때문에 앞으로 볼 산들의 애피타이저 정도로 생각했는데, 메인코스를 소화시킬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충분히 배부른 풍경이었다. 리기산 가는 법 리기산의 가장 큰 매력은 스위스패스만 있으면 무료로 유람선, 산악열차, 케이블카 등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해 여행할 수 있다는 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티켓을 별도로 구매하면 왕복 30CHF이다. www.rigi.ch ▶travie info 스위스패스 스위스 내의 열차, 버스, 유람선 등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만능열쇠로 2인 이상, 5인 이하에게 할인해 주는 세이버 패스, 1달 이내에 날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플렉시패스 등이 있다. 470개 박물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주요 관광열차와 케이블카를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이등석 4일권은 272CHF(스위스프랑), 일등석 4일권은 435CHF이다. 한국에서는 가까운 여행사에서 구매할 수 있다. www.swisstravelsystem.com Titlis티틀리스 뜻밖의 눈 천지를 마주하다 낌새가 좋지 않았다. 루체른에서부터 가는 빗발이 날리더니 티틀리스Titlis산의 베이스캠프인 엥겔베르그Engelberg에 도착할 저녁 무렵에는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엥겔베르그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다는 테라스 호텔에 여장을 풀고, 다음날 맑게 갠 하늘을 간절히 바라며 스위스에서의 첫날밤을 마무리했다. 이른 아침, 티틀리스 산이 손에 잡힐 듯한 풍경을 기대하며 창을 열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새하얀 눈 천지였다. 기웅은 티틀리스 꼭대기에서는 아무것도 못 보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스위스가 다섯 번째인 기자는 처음으로 내리는 눈, 그러니까 산꼭대기 만년설이 아닌 동화 같은 주택 지붕 위에 차곡차곡 쌓이는 눈을 ‘실시간’으로 보고 싶었고 엥겔베르그에서야 그 풍경을 맞딱드리게 된 것이다. 늦봄, ‘천사의 마을’이란 뜻의 엥겔베르그에 비로소 날개 단 천사가 강림할 것만 같았다. 호텔에서 약 15분을 걸어 케이블카 탑승역으로 향했다. 6명까지 탈 수 있는 소형 케이블카를 타고, 트뤼브제Trubsee에서 회전식 곤돌라로 갈아타자 어느새 산 정상에 다다랐다. 갈수록 굵어지는 눈발 때문에 장엄한 풍경은 포기해야 했지만 여름을 코앞에 둔 계절에 눈천지를 볼 수 있는 우연이야말로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냐며 이 순간을 만끽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5월 말 이 정도의 폭설은 스위스에서도 25년 만이었다고 한다. 산 정상에는 즐길거리가 많았다. 스위스 중부 최대의 스키 목적지답게 매년 10월부터 5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빙하공원에서는 눈썰매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고 얼음동굴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올해는 티틀리스 케이블카 100주년을 맞아 흔들다리 클리프워크Cliff Walk가 선을 보여 다리 위에서 아찔한 절벽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곧잘 티틀리스와 융프라우를 비교하곤 하는데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회전식 곤돌라를 타고 순식간에 3,000m급 산 정상에 올라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티틀리스의 매력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애초 목표로 했던 산 중턱에서의 야생화길 산책이나 트뤼브제 호수에서의 조각배 노 젓기 체험 등을 못한 아쉬움은 다시 티틀리스를 찾아와야 할 명분으로 남겨두었다. 티틀리스 로테어 엥겔베르그에서 티틀리스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로 트뤼브제에서 회전식 곤돌라로 갈아탄다. 왕복 케이블카 요금은 86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엥겔베르그에 위치한 테라스 호텔은 티틀리스 케이블카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www.titlis.ch ▶travie info 패스트 배기지Fast Baggage 여행 중 이동이 많은 여행객은 짐 걱정을 내려놓아도 된다. 패스트 배기지Fast Baggage 서비스를 이용하면 46개 역에서 짐을 따로 부치고 24시간 내에, 이르면 오전 9시 전에 부쳐 오후 6시 전에 받을 수도 있다. 요금은 짐 한 개당 22CHF. 철도청 사이트에서 배송 가능한 역을 확인할 수 있다. www.sbb.ch 스위스의 진짜 시골 Emmental에멘탈 우리는 에멘탈Emmental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치즈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스위스인들과 가장 보통의 스위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그 여운은 스펙터클한 알프스의 풍경보다 깊고 진했다. Cheese치즈 스위스 명품 치즈를 만들어 보다 엥겔베르그에서 열차를 타고 부르크도르프Burgdorf 역에 도착해 471번 버스를 타고 에멘탈 치즈공장으로 향했다. 엠메Emme 계곡 일대를 일컫는 에멘탈 지역에는 약 150개의 소규모 치즈공방에서 치즈를 생산한다고 하는데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융단 같은 구릉지대에 치즈의 공급원(?)인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그뤼에르 치즈와 함께 스위스를 대표하는 에멘탈 치즈는 엄격하게 품질이 관리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신선한 풀과 건초만을 먹은 건강한 소들이 명품 치즈의 근간이 된다고 한다. 물론 치즈 제조과정에서 어떠한 인공적인 요소도 가미하지 않는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치즈 공방은 크게 두 개의 관람장소로 나뉘어 있는데 전통방식의 제조소는 1750년부터 이어져 온 제작방식을 재현한다. 커다란 냄비에 우유를 담고 장작불을 지펴 32도로 가열해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다시 45도의 열로 40분간 가열하면 우유는 뿌연 물 같은 유장과 반고체 형태로 응고된 치즈로 분리된다. 커드Curd라 불리는 이 반고체의 치즈를 틀에 넣어 36시간 동안 소금물에 담갔다가 다시 물에 담근 후, 최소한 4달 이상 숙성시키면 고소한 치즈로 완성되는 것이다. 에멘탈 치즈는 최소 4달 숙성을 기본으로,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숙성시키며 맛을 다양화하고 있다. 물론 3년 동안 치즈 덩어리를 방치하는 건 아니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키우듯 이틀에 한 번씩 뒤집어 주며 골고루 건조되고 그 안에서 영양분이 자라나도록 관리를 해줘야만 한다. 현대식 제조공장에서는 다양한 치즈를 맛보며 숙성과정도 볼 수 있었다. 현대식은 보다 많은 양의 치즈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방편일 뿐 제조방식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에멘탈 치즈는 온도를 계속 바꿔주며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기포가 발생해 구멍이 뽕뽕 뚫려 있다. 치즈 덩어리를 위에서 아래로 잘랐을 때 5개 정도의 구멍이 있어야 이상적이라고 한다. 바로 이 숙성 방식이 일정한 저온으로 숙성시키는 그뤼에르 치즈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으로, 에멘탈은 그뤼에르 치즈에 비해 덜 짜고 고소한 맛으로 대중적인 명품 치즈로 꼽힌다. 치즈 제조공장 스위스의 대표적인 명품 치즈인 에멘탈 치즈의 제작과정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판매도 하며, 레스토랑에서는 치즈요리를 즐길 수도 있다. 베이커리 벡Beck에서는 다채로운 빵, 제과류를 구입할 수 있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가이드 투어는 최대 30명까지 130CHF에 이용할 수 있다. www.showdairy.ch 에멘탈 치즈공방에서는 18세기식 전통 치즈 제조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에멘탈 치즈는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온도를 바꿔주는 건조법으로 기포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Farm House팜하우스소 젖짜고 말 밥 주고 ‘리얼’ 농촌체험 에멘탈에서 치즈공장만 구경하고 떠나기는 뭔가 허전해 가장 평범한 스위스 시골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팜하우스Farm House를 찾아갔다. 부르크도르프Burgdorf 기차역에서 468번 버스를 타고 치에켈레이Zielgelei 정거장에 내려 야트막한 언덕길을 따라 15분쯤 걸어갔더니 가축 냄새가 물씬 풍기는 농장, 발음도 어려운 배트빌Battwil이 나타났다. 기웅은 조금은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정말 여기가 맞아요? 여기서 뭘 하라는 거죠?” 농장 안 쪽, 몇 채의 농가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더니 수줍은 미소를 띈 주인 아주머니가 손을 흔들며 반겨 주었다. 영낙 없는 시골 큰엄마의 행색 그대로였다. “찾아오느라 고생했지? 자, 농장에 왔으니 무얼 하고 싶은지 말해 봐. 아, 먼저 잠자리를 봐야겠구나.” (그녀는 아들뻘 되는 동양 청년들을 ‘아들처럼’ 편하고 정겹게 대했다) 외양간과 바로 연결된 침실은 한국의 시골 헛간과 다르지 않았고, 서울서 나고 자란 기웅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런데 날씨가 우릴 구해(?) 주었다. “지금은 너무 추워서 여기서 자는 건 곤란할 것 같은데 조금 더 편안한 숙소가 있으니 거기서 자는 게 어때?” 그렇게 기웅과 기자는 다행히도 웬만한 게스트하우스보다 깔끔한 숙소에 묵게 됐다. 아줌마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농장 주변을 산책했다. 푸른 밀밭과 소 떼들을 위한 목초지, 그리고 멀리 부르크도르프 성과 교회가 어우러진 풍경이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집으로 돌아와 부엌을 ‘기습’했다. 스위스의 가정집에서 밥 짓는 풍경이 궁금했던 까닭이다. 라클렛 치즈와 감자 요리, 화이트와인 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까지. 성찬이 준비되고 있었다. 스위스 전통 빵인 초프Zopf와 통밀빵까지. 입이 쩍 벌어진 우리를 본 엘리자베스는 “아이고, 나는 요리를 잘 못하는 편이야”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날 밤 우리는 여정 중 최고의 만찬을 즐겼고, 진한 치즈향에 적응한 기웅은 라클렛을 쉼없이 흡입했다. 식사를 하면서 아줌마의 수다를 듣는 것도 남다른 재미였다. 한국에 짧게나마 유학을 했던 딸 이야기부터 왜 에멘탈 지역 유제품의 질이 훌륭한지까지. 자식 자랑, 동물 자랑이 멈추지 않았다. 5성급 호텔, 미슐랭스타 식당에서도 누릴 수 없는 흥미롭고 배부른 밤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농장에서는 알람이 필요 없었다. 엘리자베스는 “아침에 소 젖을 짜보고 싶으면 7시에는 일어나야 해”라고 했는데 그보다 일찍 닭이 울어 주었다. 외양간에는 건장한 체격의 아들이 열심히 소 젖을 짜고 있었고, 아버지는 퇴비를 긁어모으고 있었다. 소 20마리로부터 매일 아침 채취한 500~700리터의 우유는 바로바로 낙농회사에 납품된다고 한다. 관광객을 위해 볼거리로 소를 키우고 젖 짜기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은 없었으나 신선한 우유가 생산되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설마 이렇게 짠 젖을 바로 마시는 건 아니죠?” 기웅의 질문에 엘리자베스는 “물론 바로 마시지. 5도로 저온 보관을 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가공과정도 필요가 없는 건 그만큼 우유가 신선하고 품질이 좋기 때문이지”라고 설명을 하더니 스위스의 우유회사 에미Emmi로부터 받은 품질 평가서, 우유 판매 내역서 등을 직접 보여줬다. 엘리자베스의 설명은 이어졌다. 스위스의 유제품이 훌륭한 건 소규모 농장들이 소를 약 20마리씩 정성 들여 키우고, 신선한 풀만 먹이기 때문이고, 수천마리 소를 한번에 키우는 미국이나 뉴질랜드에서는 절대 우유를 바로 마실 수 없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어쨌든 그렇게 한 마리, 한 마리 이름 붙여가며 정성 들여 돌본 소들이 공급해 준 그날 아침의 우유는 단연 최고였다. 소 젖 짜기를 구경한 뒤, 동물농장을 차례로 돌아봤다. 말들에게는 건초더미를 아침식사로 챙겨 주었고, 새끼 염소들에게는 사료를 직접 먹여 줬다. 간단한 아침 노동(?)을 마친 뒤 고대하던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메뉴는 간단했다. 삶은 달걀, 커피, 우유, 어젯밤에 구운 빵, 햄, 치즈. 어떤 호텔이나 가정집에서도 맛볼 수 있는 평범한 아침식사였지만 재료의 질과 신선도는 비교할 수 없었다. 사소한 잼과 사과주스까지 모두 농장에서 나온 재료로 엘리자베스가 손수 만든 음식들은 이른 아침부터 두 남정네의 혀끝을 황홀경으로 몰아넣었다. “자, 이제 아침을 먹었으니 소화를 좀 시켜야겠지?” 또 어떤 일감이 기다리나 했더니만 나귀를 태워 주겠단다. 마침 주말을 맞아 큰딸과 친구들이 나귀를 타기 위해 놀러왔는데 우리도 끼워주겠다는 것이었다. 나귀의 털을 골라 주며 정겹게 대화를 나누던 그녀들은 익숙하게 나귀를 몰았다. 말에 비해 온순한 나귀의 승차감은 페라리가 부럽지 않았고, 조금 더 높은 눈으로 굽어본 에멘탈의 아침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미녀들이 나귀를 몰아 준 탓일까? 서울 총각 기웅의 입은 귀에 걸려 내려오지 않았고, 그는 여행을 마칠 때까지 에멘탈에서의 경험을 되새김질하며 행복해했다. 팜하우스Farmhouse 에멘탈, 부르크도르프 지역에는 잠자리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약 10개의 팜하우스가 있다. 이번에 독자가 머문 베트빌Battwil 농장은 특별히 당나귀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신선한 목장 우유와 식사도 일품이다. 헛간에서의 1박은 25CHF이다. www.bauernhof-baettwil.ch 에멘탈 지역의 한 농가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젖소, 염소, 양, 당나귀, 말, 돼지, 닭, 오리 등등 농장 주인은 일일이 손을 꼽아가며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있는지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말그대로 동물농장이었다. 농장에서 맛본 스위스 가정의 가장 평범한 두끼 식사는 이번 여정 중 단연 최고였다. 모든 재료는 농장에서 바로 공수했으니 그 신선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travie info 스위스 여행의 필수 어플┃SBB 스위스철도청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1분 1초도 어긋남이 없는 스위스의 모든 교통 정보를 담고 있다. 환승 시간, 도보 이동시간까지 정확하게 계산해 준다. 네트워크 되는 곳에서만 검색이 된다. 웹사이트 www.sbb.ch도 유용하다. Swiss Hike 스위스의 주요 하이킹 코스를 상세히 안내해 주는 앱으로, 한번 다운 받아놓으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 여행한 대부분의 하이킹 코스도 포함돼 있다. 거친 산 속 호젓한 휴식 Valais발레 다음 목적지는 스위스 남부에 위치한 산악지역 발레주Valis. 마테호른의 관문도시인 체르마트Zermatt로 가기 전, 온천마을 로이커바트Leukerbad에 서 몸을 녹였다. Leukerbad로이커바트 스트레스가 금지된 물의 나라 굽이굽이 거친 바위산을 버스를 타고 오르면서 마주한 풍광은 이전의 산들과는 또 달랐다. 스위스 최대의 와인 생산지인 발레에는 계단식 포도농장이 가파른 비탈을 덮고 있었다. 로이커바트에 도착하자 뾰족뾰족한 형상이 거칠어 보이는 바위산이 마을을 굽어보고 있었다. 기웅은 역시나 산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며 가이드에게 “케이블카를 타면 저 봉우리까지 갈 수 있는 거죠? 어서 구름이 걷혀야 기막힌 풍경을 볼 수 있을 텐데”라고 묻자 가이드는 “너무 서두르지 마. 로이커바트에서 스트레스는 금지돼 있거든”이라고 눙을 쳤다. 로마시대부터 온천 휴양지로 명성을 떨친 로이커바트에서 제대로 온천을 만끽하려면 몸을 조금 피곤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하여 우리는 가벼운 하이킹에 도전하기로 했다. 소담스러운 샬레식 주택들이 줄지어 있는 마을을 지나 온천물이 솟아나는 온천협곡Thermal Canyon을 걸었다. 이곳에서 하루에만 3,900만 리터의 온천물이 솟아난다고 하니 예로부터 괴테, 마크 트웨인, 레닌 등등 유명인들이 이곳에서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녹였다 갔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음엔 겜미패스Gemmi Pass로 향했다. 그런데 옅은 구름과 눈발 때문에 스위스에서도 가장 험하다는 트레킹 코스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곳은 스위스가 아니었던가. 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2,350m에 달하는 전망대로 순간이동을 감행했다. 1200년경에 개통된 겜미패스는 발레주와 베른Bern주를 연결하는 통상의 길로 모파상과 셜록 홈즈의 작품 속에도 등장할 정도로 악명이 높다. 수직에 가까운 암벽에 지그재그로 난 길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는 이 길은 하이킹 마니아라면 도전해 볼 만한 코스다. 40년 전 눈으로 온천욕을 즐기다 이제 온천을 즐길 시간. 부르거바트Burgerbad와 알펜테름Alpentherme이 양대 온천으로 꼽히는데 부르거바트는 워터파크 형태로 가족여행객들이 즐기기 좋고, 알펜테름은 사우나, 스파 등이 있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성격이 달랐다. 알펜테름은 실내와 노천 풀장으로 크게 나뉘어 있었다. 기웅은 웅장한 산세를 감상하며 온천을 즐기기 좋은 노천 풀장으로 바로 향했다. 궂은 날씨는 온천에서는 색다른 재미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머리 위에는 눈에 소복이 쌓이고 물에 담긴 몸은 뜨끈뜨끈 녹아내리는 기분이 오묘했다. 온천수는 40년 전에 내린 눈이 지하 500m까지 스며들어가 다시 끓어오른 물이라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70년대에 로이커바트를 적신 눈으로 목욕을 한 것이었다. 온천에는 발레식 사우나도 있었다. 말로만 듣던 ‘전라’로 입장해야 하는 사우나였다. 기웅은 사우나 입구에서 “진짜 다 벗어야 하는 거에요?”라고 쭈뼛거리고 있는데 웬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는 것을 보고는 안도하며 어색하게 사우나와 냉탕을 오갔다. 분명 한국의 온천에 비하면 자극적이지는 않았으나 칼슘, 나트륨, 철분 등 130가지 성분이 담겨 있는 로이커바트의 온천수와 충격적인 사우나는 그날 밤 우리에게 가장 달고 깊은 잠을 허락했다. 로이커바트 추천 온천┃부르거바트Burgerbad 온도별로 10개의 풀장으로 이뤄진 가족형 온천시설이다. 미끄럼틀, 마사지풀 등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으며 사우나와 수영장도 있다. 3시간 이용권은 23CHF, 하루 이용권은 29CHF. www.burgerbad.ch 알펜테름Alpentherme 부르거바트에 비해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사우나는 전라로 입장하며, 로만-아이리시 스파와 테라피 시설도 있다. 사우나까지 이용할 수 있는 5시간 이용권은 39CHF. 하루 이용권은 53CHF. www.alpentherme.ch 겜미 케이블카 로이커바트와 겜미패스를 연결하는 케이블카로,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왕복 32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www.gemmi.ch Zermatt체르마트 스위스 산악 체험의 클라이맥스 로이커바트에서 체르마트로 가는 아침, 날이 맑게 갰다. 온천으로 재충전을 한 탓일까, 기다리던 마테호른을 만날 순간이 다가와서일까. 기웅은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고 열차가 체르마트에 접근할수록 바쁘게 차창을 좌우로 오가며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체르마트 역에서 내려 마을 안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갔을 때 북쪽으로 마테호른이 그 환한 얼굴을 드러냈다. 완벽하게 푸른 하늘, 초록색 옷을 갈아입고 있는 산과 오래된 샬레식 주택들이 조화를 이룬 풍경에 화룡점정으로 뾰족한 마테호른이 더해지니 완벽한 한 폭의 그림이 만들어졌고 기웅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먹먹한 표정을 띄고 있었다. “저 봉우리 하나를 보려고 이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를 알겠어요.” 며칠 전 내린 눈 때문에 산 중턱의 트레킹 코스는 폐쇄돼 있었다. 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퓨리Furi역에서 다시 체르마트로 내려오는 길을 걷기로 했다. 체르마트 관광청 직원이 추천한 레스토랑 레마모트Les Marmottes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퐁뒤와 스위스 전통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웠다. 다양한 스위스 치즈와 화이트와인을 팔팔 끓여 빵을 찍어 먹는 스위스 전통식을 이처럼 찬란한 풍경 아래서 즐길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체르마트로 향하는 내리막길에는 오래된 목조 건물들과 양떼들, 야생화가 만발해 있었다. 마테호른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고르너그라트Gonergrat 열차에 올라탔다. 스위스 최초의 톱니바퀴식 산악열차는 느긋하게 산을 밟아 올라갔다. 기차가 방향을 꺾을 때마다 다른 각도의 마테호른이 보였고, 수목한계선을 넘어선 뒤로는 순백의 눈천지가 펼쳐졌고, 눈 위에는 동물 발자국만이 희미했다. 마침내 고르너그라트 정상에 위치한 정거장에 도착했다. 막차여서인지 인적이 드물었다. 굳이 막차를 탄 까닭은 산 정상에 있는 고르너그라트 3100 쿨름 호텔Kulm Hotel에 묵기 위함이었다. 해발 3,100m. 스위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호텔은 지어진 지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사위가 어둑해진 밤, 식당에 모인 여행객들은 마치 성지순례자처럼 창밖 풍경을 조용히 감상하며 경건하게 저녁식사를 즐겼다. 객실에 침을 풀고 창을 열었다. 마테호른 봉우리가 정면으로 한눈에 들어왔다. 저녁과 아침, 두 차례의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기웅은 넋을 놓고 봉우리를 바라다봤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뜨면서 달라지는 그 기묘한 색을 보면서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온 풍경을 가슴 속에 깊이깊이 새겼다. 3100 쿨름호텔 고르너그라트 1907년에 개장한 호텔로 스위스에서 최고 높이에 위치한 숙소다. 호텔이 위치한 전망대에서는 29개의 4,000m급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이 봉우리들의 높이로 객실 번호를 매겼다. 풍광만큼 수준 높은 식사를 제공한다. 건물 위쪽의 돔은 천문 관측을 위한 용도로 쓰인다. www.gornergrat-kulm.ch 고르너그라트열차Gornergratbahn 해발 1,620m의 마을 체르마트에서 해발 3,089m의 고르너그라트까지 운행하는 톱니바퀴 산악열차다. 중간에 리펠알프Riffelalp, 리펠베르그Riffelberg 등의 역에서 하차하면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소화할 수 있다. 체르마트 기차역 바로 앞에 탑승장이 있다. 왕복 요금은 82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www.gornergratbahn.ch 해발 3,100m에 위치한 고르너그라트 쿨름호텔의 창밖 풍경.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과 마테호른의 기막힌 장관을 넋 놓고 바라봤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내일투어 02-6262-5353 www.naeiltour.co.kr, 스위스관광청 www.Myswitzerland.com ●Swiss Review 풍경에 취하고 맛에 홀린 시간 5월의 스위스를, 그것도 ‘공짜로’ 다녀올 수 있다는 전화를 받고부터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특히 ‘알프스의 산 속 체험’을 테마로 했던 만큼 더욱 들뜨고 설레었다. 파라마운트 영화사와 토블론Toblerone 초콜릿의 상징인 마테호른을 마주하던 순간은 감탄의 연속이었다. 특히 고르너그라트의 정상에 자리한 ‘3100 호텔’에서의 밤은 영영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침대에 누워 고개만 돌리면 손에 잡힐 듯 마테호른이 보였고, 주변은 온통 만년설로 뒤덮여 있어 마치 우주의 어딘가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마테호른에 비하면 초라할지 몰라도 도착하는 순간 힐링을 느끼게 해준 리기산은 왜 ‘산의 여왕’이라 불리는지 알 만한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한국 여행자들에게 생소한 로이커바트에서 노천 온천을 즐기고, 예상치 못한 남녀 혼욕을 해본 것도 민망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나를 연상시키는 에멘탈 지역은 압도적인 위용은 없었지만 잔상이 오래 남는 곳이었다. 특히 팜하우스는 지금껏 수많은 나라를 여행해본 경험 중 가장 이색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라클렛을 비롯한 전통 스위스 식사와 신선한 치즈와 빵 등은 단연코 ‘생애 최고의 한 끼’였다고 할 것이다. 여행 기회를 선물해 준 내일투어와 <트래비>, 갑작스런 휴가를 허락해 주신 회사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 도전자유여행 38탄 참가자 유기웅
  • SK건설, 세계 최대 터널굴착장비 제작

    SK건설, 세계 최대 터널굴착장비 제작

    SK건설이 세계 최대 규모의 터널굴착장비(TBM)를 제작,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터키 이스탄불 해저터널(유라시아 터널) 현장에 적용한다고 15일 밝혔다. TBM공법은 추진체로부터 동력을 얻은 커터헤드가 암반을 압쇄·절삭해 전진하면서 동시에 터널의 곡면을 만드는 활 모양의 철재 토막(세그먼트)을 곧바로 터널 내벽에 끼워 넣어 원형터널을 만드는 공법이다. SK가 제작한 TBM 본체는 단면 지름 13.5m, 길이 120m, 무게 3300t에 이른다. 후방설비는 TBM의 운전·모니터링을 위한 설비시설, 세그먼트를 운반하는 크레인, 폐석과 혼합된 특수용액을 지상으로 배출하는 파이프 및 펌프 등으로 구성됐다. SK건설은 이 기계로 대기압의 11배에 이르는 높은 압력에서도 3.34㎞의 TBM 구간을 하루 평균 6.6m씩 17개월 동안 굴착할 예정이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U-20 월드컵] 리틀 태극전사, 4일 콜롬비아와 8강행 격돌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에 오른 대표팀의 8강행 상대로 콜롬비아가 낙점됐다. 조별리그를 치른 6개 조의 3위 중 성적이 좋은 네 팀에 16강행 티켓을 나눠 주는데 한국(승점 4·1승1무1패·득실 차 0)의 성적이 가장 나았다. 3회 연속 16강에 오른 한국은 C조 1위로 토너먼트에 오른 콜롬비아와 8강행을 다툰다. 남미축구연맹 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대회 티켓을 따낸 강호다. 특히 주장 후안 킨테로(이탈리아 페스카라)와 스트라이커 존 코르도바(멕시코 하구아레스)는 어린 나이에도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을 만큼 빛나는 ‘샛별’이다. 킨테로는 남미 U-20 선수권대회에서 팀 내 최다인 5골로 우승을 이끌었고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167㎝에 불과하지만 성인 대표팀에서 데뷔전까지 치렀다. ‘콜롬비아의 드로그바’로 불리는 코르도바 역시 남미 예선에서의 4골로 주가를 높였다. 지난달 프랑스 툴롱컵에서 한국을 1-0으로 꺾었을 때에도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수비진을 교란시켰다. 쌍포는 대회 조별리그에서도 절정의 감각으로 나란히 득점포를 가동했다. 대표팀은 남은 기간 콜롬비아의 약점만 파고들어도 모자랄 판에 우리 전술까지 손질해야 해 시간이 빠듯하다. 주전들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연속골을 뽑은 해결사 류승우(중앙대)는 발목 인대 파열로, 3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한 미드필더 이창민(중앙대)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다. 이광종 감독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양한 포메이션으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30일 훈련에서는 선봉에 김현(성남), 조석재(건국대)를 세우고 왼쪽 날개에 한성규(광운대)를 배치해 류승우의 빈자리를 채웠다. 이창민이 지켰던 중원은 우주성(중앙대)에게 맡겨 김선우(울산대)와 발을 맞추게 했다.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모두 세트피스로 실점한 까닭에 수비 조직력을 집중적으로 가다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끝장 승부’를 염두에 둔 듯 승부차기까지 꼼꼼하게 준비했다. 어린 태극전사들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로 1시간 40분을 날아 오는 4일 오전 3시 콜롬비아와의 16강전이 열릴 트라브존으로 이동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리틀 태극전사, 16강 가시밭길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 나선 어린 태극전사들이 16강 직행티켓을 놓쳤다. 3회 연속 16강행을 노리는 한국은 조별리그가 끝날 때까지 마음을 졸이며 다른 팀들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팀은 28일 터키 이스탄불의 알리 사미 옌 아레나에서 끝난 대회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의 카요데(하트랜드FC)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졌다. 승점 4(1승1무1패)가 된 한국은 포르투갈(승점 7), 나이지리아(승점 6)에 이어 B조 3위에 머물렀다. 앞선 쿠바-포르투갈전처럼 이날도 전반 9분 만에 올라렌와주 카요데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다녔다. 얄궂게도 세 경기 모두 전반 10분 이전에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했다. 골을 넣은 나이지리아는 수세적인 플레이로 일관했고, 태극전사들은 조급하게 뛸 수밖에 없었다. 두 경기 연속골을 쏘았던 ‘해결사’ 류승우(중앙대)가 후반 3분 발목을 접질리는 부상을 당해 교체된 것도 뼈아팠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직행 티켓은 놓쳤지만 30일 다른 조 최종전 결과에 따라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어 희망을 품고 있다. A~F조 3위끼리의 성적을 비교해 승점-골득실-다득점 순으로 더 높은 4개 팀은 16강에 합류한다. A조 3위는 가나(승점 3)로 확정돼 우리보다 승점이 낮다. 이날까지 한 경기씩을 남겨둔 C조 엘살바도르(승점 3), D조 말리(승점 2), E조 잉글랜드(승점 2), F조 우루과이(승점 3) 가운데 한 팀이 우리보다 승점이 낮으면 된다. 토너먼트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지만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일정과 대진도 꼬였다. 2위를 확정지었다면 이스탄불에 머물면서 느긋하게 16강전을 치를 수 있었지만, 3위로 16강에 오른다면 중남부의 가지안테프나 동북부의 트라브존으로 이동해서 뛰어야 한다. 다른 조 1위와 격돌하는 점도 악재다. B조 3위는 C조나 D조 1위를 상대한다. 이광종 감독은 “오늘은 우리의 주무기인 조직력이 다소 부족했지만 16강에서는 장점을 더 살리겠다”고 희망을 얘기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폭력의 한복판서 ‘비폭력 저항’ 상징 된 두 여인

    폭력의 한복판서 ‘비폭력 저항’ 상징 된 두 여인

    전국 단위의 반정부 시위가 한창인 터키와 브라질에서 최루탄을 몸으로 견뎌 낸 두 여성이 비폭력 저항의 상징이 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0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위 당시 전투경찰이 쏜 최루가스를 얼굴에 맞고도 참아내 브라질 시위의 ‘아이콘’이 된 리브 올리베이라(왼쪽 사진)를 소개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에 다니는 학생이자 시인으로 활동하는 올리베이라는 “시위 직후 2000헤알(약 105만원)의 벌금을 내고 풀려났지만 체포 당시 충격으로 여전히 ‘정신적 고문’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상파울루의 시내버스 요금을 3헤알(약 1570원)에서 3.2헤알로 인상하겠다는 당국의 발표 직후 시작된 이번 시위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자제 요청에도 브라질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리베이라는 “우리는 모두 각 나라의 국민이기에 앞서 세계의 시민”이라며 “(월드컵 성공 개최 등을 명분 삼아 약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현 브라질 대통령의 국가주의적 발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시위가 2주째로 접어든 20~21일 이틀 동안 전국 주요 도시에서 120만명이 거리로 나와 항의 집회를 여는 등 시위 열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동남부 히베이랑프레투에서는 시위에 참여한 18세 소년이 차에 치여 숨지면서 첫 사망자로 기록됐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시위 분위기가 격화되자 호세프 대통령은 긴급 각료회의를 여는 한편, 오는 26일로 예정된 일본 방문을 취소했다. 앞서 터키 일간 후리예트도 지난달 28일 터키 이스탄불 게지 공원에서 경찰의 최루액 분사에도 물러서지 않은 여성이 이스탄불기술대 건축학부 도시지역개발학과의 보조 조사원으로 일하는 제이다 순구르(오른쪽 사진)라고 보도했다. 당시 그는 파티복으로 보이는 붉은색 원피스 차림으로 방독면을 쓴 경찰이 쏘는 최루가스에도 고개만 돌린 채 저항해 세계적 유명인이 됐다. 순구르는 “난 최루가스 맞은 수많은 시민 중 한명일 뿐 이번 행동의 상징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루액을 맞은 뒤에도 대학 동료와 함께 터키 시위의 발단이 된 게지 공원 개발을 반대하는 대국민 서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대구시·경북도 “지역 현안사업 공조”

    대구시와 경북도가 손잡고 두 지역 주요 현안을 추진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21일 여희광 행정부시장, 주낙영 행정부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남부권 신공항 건설, 경북도청 이전 등 공동 협력이 필요한 사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지난 18일 국토교통부와 영남권 5개 시·도가 수요조사에 전격 합의한 남부권 신공항 건설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대구시·경북도·대구경북연구원에 지역 정치권, 시민단체, 전문가 등을 총망라한 ‘신공항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정부 부처를 설득하고 신공항 건설 당위성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전략·전술 개발을 총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경북도청 이전 터 개발을 위한 국비 확보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시·도는 또 대구와 구미, 경산을 연결하는 대구 광역권철도망 구축 사업이 빨리 가시화될 수 있도록 공조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3D융합산업 등에 대해서도 연합 전선을 펴기로 했다. 오는 8월과 10월에 각각 열리는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와 세계에너지 총회, 2015년 세계물포럼 등 굵직한 국제행사 때는 대구·경북이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협력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그동안 두 지역에선 대구와 경북이 운명 공동체란 인식을 갖고 힘을 모아야만 여러 난관을 돌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여 행정부시장은 “대구와 경북은 한 뿌리다. 상생·발전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서로 역량을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U-20 태극전사, 4강 향해 쏜다

    U-20 태극전사, 4강 향해 쏜다

    축구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월드컵이 개막한다. 터키 이스탄불, 안탈리아, 카이세리 등 7개 도시에서 열리는 대회는 21일 자정 A조 프랑스-가나, B조 한국-쿠바의 조별리그를 시작으로 다음 달 14일까지 진행된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팀은 1983년 멕시코대회에 이어 30년 만에 ‘4강 신화’를 재연하겠다고 나섰다. 이번 U-20대표팀은 과거에 비해 ‘이름값’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동국(전북·1999년), 박주영(아스널·2003, 05년), 기성용(스완지시티)·이청용(볼턴·이상 2007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김보경(카디프시티·이상 2009년) 등 기대주들이 나섰던 예년 대회보다는 중량감이 덜하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 선수권대회에서 4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문창진(포항)이 허리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고, 유럽파 박정빈(독일 그로이터퓌르트)도 소속팀의 차출 반대로 합류하지 못했다. 이창근(부산), 이광훈(포항), 연제민(수원), 김현(성남) 등 프로선수가 일부 있지만 특출난 스타는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이광종호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쳤다. 지난해 아시아대회에서도 ‘약체’로 평가받았지만 우승을 일궈낸 저력이 있다고 큰소리쳤다. 최종엔트리 21명 중 작년 U-19대회 우승 멤버가 16명이라 조직력이 끈끈하다. 올해 초부터 담금질을 통해 손발을 맞춰온 덕분에 ‘팀워크만큼은 역대 최강’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B조에 속한 한국은 21일 자정 쿠바와의 1차전을 시작으로 포르투갈(25일 오전 3시), 나이지리아(27일 오후 11시)와 차례로 상대한다. 조별리그 2위까지는 16강 티켓이 주어진다. 각 조 3위 6개 팀 중 성적이 나은 4개팀도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8월 ‘이스탄불 -경주엑스포’ 차질 빚나

    오는 8월 말부터 터키에서 국제 행사로 치러질 예정인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이 터키 국내 정세 불안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경북도와 경주엑스포조직위원회는 2010년 태국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방콕-경주 세계문화엑스포’가 현지 정세 불안으로 무산됐던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스탄불 신시가지에 있는 탁심광장 인근 지역 공원 재개발에 반대하면서 지난달 28일 촉발된 시위가 총리 퇴진 운동으로 번지면서 2주일여째 계속되고 있다. 시위는 터키 전역으로 번졌고 15, 16일(현지시간) 터키의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예고된 상태다. 특히 세계문화엑스포의 각종 공연을 비롯해 전시회, 퍼레이드 등의 행사가 계획된 탁심광장이 시위대에 점거돼 행사 준비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게다가 정세를 예측할 수 없는 것도 걸림돌 중 하나다. 이에 대해 김종수 경주문화엑스포 행사기획실장은 14일 “10개 분야 40여개 행사 프로그램은 이미 다 짜여 있어 대회 개최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스탄불 공동조직위는 지난 13일 이스탄불 시청에서 이번 행사 전반에 대한 브리핑을 갖고 성공 개최를 다짐했다”고 소개했다. 엑스포 측은 양국 공동조직위가 그동안 행사 준비에 집중해 왔고 이스탄불 주재 인력 등을 통해 현지 사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비상 체제를 가동 중이어서 행사 개최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또 “이스탄불 공동조직위는 다음 달 9일부터 1개월간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이 시작되면 시위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이후에도 시위가 계속될 경우 공연 무대를 구시가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공동조직위와 적극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터키를 찾는 관광객이 감소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등 반정부 시위의 여파가 점차 커지고 있다. 경북도와 경주시, 이스탄불시가 총예산 210억원(경북도·경주시 160억원)을 들여 공동 주최하는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8월 31일부터 9월 22일까지 23일간 이스탄불시 일원에서 열린다. ‘길, 만남 그리고 동행’이란 주제로 열리며 50개국이 참여한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① 프롤로그-변천사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① 프롤로그-변천사

    우리에게 서울이란 무엇인가. 한강 기슭에 터 잡은 한성백제 이후 2000년의 역사가 어린 한민족의 고향쯤이기도 하고, 북악 아래 도읍을 정한 지 600년을 훌쩍 넘긴 조선의 심장부이기도 하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유린당했지만 정체성을 지켰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일본은 민족정기 말살을 노리는 대못을 구석구석 박았다. 근대화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일제의 식민 경영에 의해 서울은 심각하게 왜곡됐다. 한국전쟁의 포연 속에서 서울시내 건물의 3분의1이 파괴됐다. 사대문 안 문화재는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전쟁이 끝났을 때 서울은 폐허에 가까웠다. 그런 서울이 ‘한강의 기적’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60년.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압축적인 성장과 변화가 휩쓸고 갔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 장기 개발독재와 불도저식 행정가의 밀어붙이기 도시계획에 따른 엄혹한 고통을 묵묵히 감내한 서울시민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견뎌 내지 못했더라면 인도의 뭄바이,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서울은 진화 중이다. 진화는 상실을 수반한다. 기억하고 남겨야 할 가치마저 토건의 흙먼지 속에 숱하게 사라졌다. 개발 연대의 기록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숨가쁘게 달려온 길이 보인다. 험하고 불편했지만, 기억 속에서는 정겨운 시절이기도 하다. ‘서울 택리지’(擇里志)는 지금 우리 옆에 남아 있는 건물, 도로, 장소, 풍광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재생 과정을 도시계획적 관점에서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잊고 지내 온 것들을 되새김하고자 한다. ■서울 2000년사 새로 써야 하나 미국의 도시설계가 케빈 린치는 “도시는 랜드마크(landmark)와 구역(district), 통로(path), 접점(node), 경계(edge)로 인지된다”고 ‘도시의 이미지’를 정의했다. 서울을 도시건축적 시각에서 보면 다섯 가지 키워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본 서울은 만감이 교차하는 상념의 뿌리 같은 곳이다. 서울의 진짜 나이는 몇 살일까. 우리는 ‘서울은 600년 역사를 지닌 도시’라고 알고 있고, 서울을 소개하는 대부분 책에 그렇게 적혀 있다. 1978년 ‘서울 600년사’가 편찬됐고, 1994년에는 서울 정도 600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렀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서울의 기원과 역사에 관한 정설은 흔들리고 있다.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는 2009년 ‘서울 역사 2000년’을 내놓으면서 서울의 공간을 확장했고, 역사도 1400년 늘렸다. ‘온조가 위례에 자리 잡았다’는 삼국사기의 백제 건국설화에 따라 서울의 기원을 기원전(BC) 18년으로 본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성백제시대 493년이 서울의 역사로 편입됐고, 한강 이남까지 영역이 확장됐다. 위례는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일대다. 백제는 475년 고구려 장수왕의 침공을 받아 수도를 웅진(공주)으로 옮겼으므로 백제 수도로서의 서울 역사는 500년 가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석촌동 일대에는 백제 초기 적석총 10여 기가 남아 있는데 이 중 3호분을 13번째 왕 근초고왕(?~375)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다. 곧 한성백제 493년에,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가 서울을 남경(南京)으로 삼은 기간까지 더하면 수도 서울의 역사는 물경 2000년에 이른다는 것이다. 로마, 아테네, 바빌론, 이스탄불, 다마스쿠스, 테베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의 반열이다. 900년 설도 있다. 조선의 수도 한양은 18㎞ 사대문 안과 사방 십리(城底十里)를 의미하는데 위례는 경기도 지역으로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서울에 속한 곳이므로 역사적으로 전혀 다른 지역이라는 것이다. ‘오래된 서울’을 펴낸 최종현·김창희씨는 “서울의 기원을 위례에서 잡을 것이 아니라 고려 숙종의 남경 천도로 잡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숙종이 경복궁 근처에 남경행궁을 만들어 행차한 1104년을 서울의 기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서울의 역사는 919년이 됐다는 얘기다. 묵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서울의 나이를 무한정 늘리는 것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1392년 조선 건국과 한양 천도를 한민족 수도 서울의 주춧돌로 보는 것이 일반의 통설이다. ■고려 286년 동안 5차례 시도된 한양 천도 한양 천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얘깃거리가 많다. 고려 건국 후 서울은 양주(楊州)로 불렸으며 지방 호족이 할거했지만, 지정학적 중요성을 고려한 문종은 1067년 남경으로 승격시켰다. 개경(개성), 서경(평양)과 함께 고려의 3대 도시로 삼은 것이다. 한양 천도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역성혁명 성공과 이에 따른 지배층 정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역사 교과서는 소개하고 있지만, 천도는 고려 중기부터 끊임없이 시도됐음을 알 수 있다. 1308년 충선왕은 남경을 한양부(漢陽府)라고 고쳤다. 1357년 공민왕은 남경 천도를 본격화했다. 수도를 옮김으로써 국내외 혼란을 바로잡고자 했다. 그러나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송도(개경)의 지덕이 다해 나라 안팎의 우환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리도참설이 도읍을 옮기도록 부추겼다. 1382년 우왕은 한양 천도를 단행했지만, 이듬해 개경으로 돌아갔다. 1390년 공양왕은 한양으로 옮기면서 백관들이 양쪽에서 나눠 근무하게 함으로써 6개월짜리 ‘반쪽’ 수도에 그쳤다. 천도는 태조가 조선을 건국한 지 3년 만인 1395년 6월 6일 한양부를 한성부로 바꾸면서 완성됐다. 고려의 한양 천도는 1104년 숙종 때 처음 시도된 이래 충선왕, 공민왕, 우왕, 공양왕 등 5명의 고려왕이 시도했지만, 무위로 돌아갔고, 결국 조선 태조에 의해 291년 만에 실행에 옮겨졌다. 고려왕조 476년의 절반을 넘는 286년 동안 고려의 마음은 개성을 떠나 한양을 기웃거렸다. ■‘서울특별시’의 탄생 비화 서울은 지명이 아니라 도읍을 이르는 용어다. 서울은 고려 때 한양으로 불렸으며 조선시대 공식 지명은 한성부(漢城府)였다. 중국이 지금까지 서울을 한성(漢城)이라고 호칭하는 까닭이다. 일제는 경성부(京城府)로 개칭, 경기도 내 행정구역의 하나로 깔아뭉갰다. ‘서울’이라는 지명은 1946년 8월 14일 미 군정청 특별발표에서 처음 등장한다. 손정목 전 시울시립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미 군정장관 아처 러치 소장이 광복 1주년 기념 선물로 서울을 경기도에서 독립시켜 특별시(영문 표기는 독립시)로 승격시켰다고 한다. 서울특별시는 군정 법령의 효력이 발생한 1946년 9월 28일을 기해 공식 지명이 됐다. 서울 사대문 안이 미군의 무차별 공습에서 벗어나 문화재를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하게 된 비화도 전해진다. 한국전쟁 당시 주일대표부 전권공사를 지낸 김용주(1905~1985)는 ‘나의 회고록, 풍설시대 80년’에서 도쿄사령부로 맥아더 장군을 찾아가 설득한 경위를 밝혔다. 그는 5대 궁과 사대문을 포함하는 지역을 작전지도에 표시하면서 폭격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고, 맥아더는 “좋은 조언을 해 줘 대단히 기쁘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김용주는 후에 전남방직을 창업했고 경총회장을 지냈다. ■이중환은 ‘서울 택리지’를 어떻게 쓸까 나라에 사(史)가 있으면 고을에는 지(志)가 있다. 이것이 우리의 문화 전통이다. 지리지(地理志)는 지역의 역사, 지리, 인물, 풍속 등을 기록한 책이다. 지리지도 정사의 일부였다. 중국의 경우 반고는 한서(漢書)에 지리지를 포함했고, 삼국사기와 고려사도 각각 지리지를 갖추고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1690~1756)이 펴낸 택리지(擇里志)는 동국여지승람과 함께 우리나라 지리지를 대표한다. 동국여지승람이 행정중심적 백과사전이라면 택리지는 생활권과 지역권의 시각으로 서술한 근대 지리학의 맹아라고 할 수 있다. 이중환은 30여년간 전국을 떠돌면서 살 만한 곳을 찾아 헤맸다. 공자가 논어에서 ‘군자는 살 만한 곳을 찾아 거한다(可居地)’는 그곳, 동양의 유토피아였다. 특히 사람이 살 만한 곳의 입지 조건으로 지리(地理)와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 등 4가지를 꼽았다. 이중환은 살 만한 곳을 찾았을까? 택리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신택리지’의 저자 신정일은 “끝내 살 만한 땅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울은 살 만한 곳인가?’ 서울은 ‘연식’은 오래된 도시이지만 ‘마일리지’는 환갑을 넘지 못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다이내믹하게 변화한 도시다. 조선 말 20만명이 살던 도성은 해방 전후 100만명으로 늘어났고, 1990년 1000만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것은 광적으로 서울에 몰렸다. 개발 연대기 서울 행정은 인구 분산과 교통난 해소, 택지개발, 아파트 건설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서울은 늘 만원이고, 늘 공사 중이었다. 개발의 와중에서 역사와 애환이 서린 ‘그때 그곳’은 보호받지 못했고, 달랑 표지석으로 남은 곳이 숱하다. 그런 서울이 사람 위주의 환경도시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개발 연대를 대표하는 청계고가의 철거와 청계천 복원이 터닝포인트였다. 2013년 서울은 수도권 주민 등 3000여만명이 드나들고,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이 지향하며,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이 찾는 ‘동방의 메트로폴리스’가 됐다. 불과 반 세기 만에 일어난 경천동지할 변화다. 이중환이 현대 서울을 보았다면 택리지의 후편으로 ‘서울 택리지’를 집필했을 것이다. 그는 무엇이라고 쓸까. joo@seoul.co.kr
  • [터키 사태를 보는 두 시각] “민주화 운동 아닌 폭동”

    [터키 사태를 보는 두 시각] “민주화 운동 아닌 폭동”

    터키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2주를 넘기면서 ‘탁심 사태’가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시위대가 언론자유 보장과 권위주의 정권 퇴진 등을 요구하자 대부분의 서방 언론들은 이번 시위를 ‘민주화 시위’로 보도하고 있다. ‘터키 한국특파원 1호’인 알파고 시나시 지한통신사 기자와 중동 문제 전문가인 오종진 한국외대 터키-아제르바이잔학과 교수를 통해 터키 사태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소개한다. 정리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탁심 사태’는 이스탄불 탁심 광장 내 게지(Gezi) 공원 재개발을 둘러싼 작은 시위가 발단이 됐다. 당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외국 비즈니스맨들이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점에 착안해 호텔과 백화점, 박물관 등을 결합한 복합 쇼핑몰을 지으려 했다. 그러자 환경론자들이 숲 철거를 반대하기 위해 집회를 시작했다. ‘숲을 살리자’는 취지도 좋았고 시위도 평화롭게 진행돼 초기에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일부 정치 세력들이 이런 상황을 이용하면서 시위가 본래 목적을 잃고 과격해졌다. 극좌 집단들이 시위에 참가했고, 나중에는 ‘에르게네콘’(요인 암살 등을 통해 현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비밀 네트워크)을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한 유명 기자가 트위터에 “시위가 48시간 이상 지속되면 유엔이 현 정부를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멘션을 남기는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키는 데 한 몫 했다. 터키는 선거를 통해 정권을 선택해 온 민주주의 국가다. 총리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면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물러나게 할 수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세 번이나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하고 있고, 선거 때마다 지지율을 더욱 끌어올렸다. 현 총리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충분한 정당성을 인정받았다.결론적으로 탁심 사태는 ‘터키의 봄’ 등으로 포장될 민주화 시위가 아니다. 2011년 영국 런던 시위처럼 일부 과격분자들의 ‘폭동’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탁심 광장에는 에르도안 총리를 싫어하는 시위자들이 넘쳐나지만, 집이나 일터 등에는 묵묵히 에르도안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더 많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한다. 알파고 시나시(25) ▲터키 이스탄불기술대 ▲충남대 정치외교학과(학사) ▲서울대 외교학과(석사 재학중) ▲터키 지한통신사 한국특파원(터키 한국특파원 1호)
  • 터키 총리, 반정부 시위 대표단과 만나기로

    터키 총리, 반정부 시위 대표단과 만나기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예정대로 반정부 시위대 대표와 만나기로 했다. 터키 아노돌루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에르도안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앙카라 정의개발당 당사에서 학생, 학자, 예술가 등 11명으로 구성된 대표단과 만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무아메르 귤레르 내무장관, 에르도안 바이락타르 환경도시계획장관, 오메르 젤릭 문화관광부장관, 휴세인 젤릭 정의개발당 부대표 등도 동석할 예정이다. 에르도안 총리는 시위대 대표단으로부터 반정부 시위와 관련한 의견을 듣고 격식 없이 대화를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시위의 중심지인 이스탄불 탁심광장의 게지공원에서 지난달 28일부터 점령시위를 하고 있는 탁심연대는 이날 총리와의 회담과 관련해 사전에 연락을 받지 않았으며, 총리가 만나는 대표단은 시위대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이번 회담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터키 야당은 경찰이 탁심광장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것에 대해 일제히 비판했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의 케말 클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에르도안 총리가 게지공원 시위에 가장 앞장선 선동가”라고 비난했다. 민족주의행동당 데블레트 바흐첼리 대표 역시 총리를 향해 국민을 분열시켜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탁심광장에서 철수한 지 열흘 만인 11일 광장을 기습 진압하면서 시위대와 격렬히 충돌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에르도안 총리에게 법치주의 준수를 요구하며 이스탄불 지방법원에서 시위를 벌이던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70여명도 함께 체포됐다. 잡혀간 법조인들은 경찰의 불법 연행에 항의하며 구금 상태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 소식통은 “터키에서 가장 큰 권력집단 가운데 하나인 법조인들조차도 총리에게 반발하면 사법조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 시민들에게 공포를 심어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대화한다던 터키 총리 하루만에 최루탄 진압

    터키에서 반정부 시위가 12일째로 접어든 11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며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예고했다. 이날 여당인 정의개발당(AKP) 국회의원들에게 한 연설에서 에르도안 총리는 “이번 사건은 이제 끝났다. 더는 관용을 (시위대에) 보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시위가 ‘폭력의 악순환’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며 “민주적 요구를 위해 투쟁하는 것은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날 터키 정부는 에르도안 총리가 12일 시위대 대표와 회동할 예정이라고 발표해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를 모았으나 하루 만에 강경한 태도로 돌변, 반정부 시위가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 이번 시위가 촉발된 탁심광장에서 철수했던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진압 차량 2대를 동원, 광장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을 향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에 나섰다. 시위대도 경찰을 향해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맞섰으나 속수무책이었다. 탁심광장 뒤편의 게지공원으로 물러난 수천명의 시위대는 텐트 수백 개를 설치한 채 타이이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했다. 휘세인 무틀루 이스탄불 주지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목적은 광장 주변에 있는 현수막과 동상을 제거하는 것”이라면서 “게지공원과 탁심광장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탁심광장은 ‘타이이프(총리) 사임’, ‘입 닥쳐, 타이이프’라고 적힌 현수막으로 뒤덮였으나 모두 철거됐다. 경찰은 대신 터키 국기와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케말 파샤의 초상화를 내걸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터키 시위 열흘째… 조기총선론 제기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수만명이 반정부 집회에 참여하는 등 시위가 확산하면서 조기 총선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시위를 둘러싸고 터키와 미국이 설전을 벌이는 등 껄끄러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 열흘째인 9일(현지시간) 시위의 진원지인 이스탄불 탁심광장뿐 아니라 앙카라에서도 수만명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 이들과 충돌했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은 전날 이스탄불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이번 사태를 논의했다. 정의개발당 휘세인 젤릭 대변인은 일각에서 제기된 조기 총선설을 부인하며 총선은 예정대로 2015년에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은 경찰의 강경진압을 비판하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발언을 비난하며 현 정권과 각을 세웠다. 공화인민당 입장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 2015년 총선 등 굵직한 일정이 예정돼 있어 지지층 결집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시위대의 반발을 사고 있는 에르도안 총리가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에서도 17명이 숨졌다며 터키 경찰만 과잉진압을 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자, 주터키 미 대사관이 총리의 발언을 트위터를 통해 반박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7일 “(미국이) 우리를 가르치려 드는데, 월가 사건 때 최루가스가 있었고 17명이 죽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 대사관은 트위터에서 영어와 터키어로 쓴 글을 통해 “에르도안 총리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에서 경찰 진압으로 인한 사망 사건은 없다”고 반박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터키 총리 “재개발 철회 없다”… 주말 시위 격화 조짐

    터키 총리 “재개발 철회 없다”… 주말 시위 격화 조짐

    한동안 소강 상태를 보이던 터키 반정부 시위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잇따른 강경 발언으로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북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이스탄불 공항에서 “이번 시위는 민주적 자격을 상실해 (무지로 인한 파괴 행위인) 반달리즘으로 변했다”고 비난했다. 시위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공항 주위에는 에르도안 총리를 지지하는 시민 1만여명이 모여 첫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총리가 당수로 있는 정의개발당(AKP)을 지지하는 이들은 “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에르도안 총리를 옹호했다. 이들은 “(반정부 시위대가 점령한 이스탄불 탁심 광장으로) 우리를 보내 달라, 그들을 박살 내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총리의 이 같은 태도는 11년 집권 기간 동안 그를 굳건히 지지해 온 보수 이슬람 계층 덕분이라는 것이 중동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개발 독재’ ‘인권탄압’ 논란과 관계없이 선거 때마다 이슬람근본주의를 추구하는 에르도안 총리와 AKP에 40%가 넘는 지지를 보내 왔다. 터키 국민 상당수는 총리가 최소한이나마 시위대의 여론을 수렴해 독선적 국정운영 방식을 바꿀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강경 입장으로 일관하면서 그의 독선적인 면모에 대한 대중적 반감 또한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주말 열리는 시위는 규모 면에서 최근 10년 만에 최대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6일 이스탄불 증시도 8% 이상 곤두박질쳤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침묵 지키던 터키 법조계, 반정부 시위 가세

    침묵 지키던 터키 법조계, 반정부 시위 가세

    터키 정부가 시위 강경 대응에 대해 사과하고도 최루탄·물대포 진압을 고수하면서 사망자 수가 3명으로 늘었다. 그간 침묵을 지키던 법조인들이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고, 국제 해커집단들도 터키 정부 웹사이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서울신문이 5일(현지시간) 터키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시위 도중 머리를 다쳐 치료받던 에트헴 사르슈류크가 숨지는 등 사태가 악화되자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판사와 검사, 변호사들이 지방법원들을 점거하고 시위에 돌입했다. 이들은 법치주의 준수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터키 사회에서 법조인들의 시위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해커들도 터키 정부를 공격하며 시위대를 옹호했다. 해킹·보안 관련 사이트 ‘해커스뉴스 블레틴’은 ‘어나니머스’와 ‘시큐리티 드래건’ 등 국제 해커집단들이 180여개의 사이트들을 마비시켰다고 밝혔다. ‘작전명 터키’(#Op Turkey)로 이름 붙여진 이번 해킹으로 터키 정부와 국회,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등 주요 홈페이지가 다운됐다. 어나니머스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터키 국민들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고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나섰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를 방문 중인 에르도안 총리가 7일 귀국하는 데다, 주말에 대규모 집회가 예고돼 있어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터키 내부에서는 언론이 통제돼 이런 소식들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터키의 시위 소식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터키 시위대가 정부의 인터넷 통제를 피하기 위해 가상사설망(VPN)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터키 경찰은 트위터에 허위사실을 올렸다는 혐의로 수백명을 연행하는 등 인터넷 사용내역을 추적하고 있다. 시위 초기 정보의 허브 역할을 하던 ‘터키를 점령하라’ 등 사이트들도 속속 폐쇄됐다. 한편 미국 CNN은 터키 시민들이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게재할 반정부 시위 광고비를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상에서 9만 달러(약 1억원)가량을 모았다고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케말 파샤 비난하는 현 총리에 지지자들도 우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선거 때마다 40~45%의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어요. 하지만 어렵게 술탄(터키 황제) 제도를 없앤 케말 파샤(1881~1938)를 대놓고 모욕하는(insulting) 등 민주주의를 부정해 열성 지지자들도 걱정스러워하고 있어요.” 터키 반정부 시위의 중심인 이스탄불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알리 아카이(32·가명)는 4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에르도안 총리가 터키를 정교일치의 이슬람 근본주의 사회로 돌려놓으려 해 국민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에 대한 전통적 지지층이 확고하고 언론도 장악돼 있어 (이번 시위로) 총리가 물러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총리가 건재해도) 터키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게 국제사회가 관심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부터 확산된 터키의 반정부 시위로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대규모 파업도 예고되는 등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일 터키 NTV에 따르면 압둘라 코메르트(22)는 전날 남부 하타이주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 앞서 1일 터키의사협회도 이스탄불에서 한 차량이 시위대를 덮쳐 메흐메트 아이발르타쉬(20)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터키 최대 노동조합 가운데 하나인 공공노동조합연맹(조합원 24만명)은 경찰의 폭력진압에 항의하기 위해 ‘터키의 민주주의’라는 투쟁 목표를 걸고 파업에 돌입했다. 한편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하자 터키 정부가 시위대 부상자에 사과하면서 사태 진정에 나섰다. 뷸렌트 아른츠 부총리는 이날 TV를 통한 대국민 담화에서 “경찰은 자기방어 목적을 제외하고 최루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경찰의 과잉진압을 시인하고, 부상한 시위대에 사과한다고 말했다. 아른츠 부총리는 현재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 에르도안 총리의 발표문을 대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 정부의 이런 발언은 시위 장기화에 대한 우려와 세계 각국에서 쏟아지는 폭력진압에 대한 비판에 국가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터키 개발반대 집회, 민주화 시위로… ‘아랍의 봄’ 재연?

    터키 개발반대 집회, 민주화 시위로… ‘아랍의 봄’ 재연?

    터키 정부의 이스탄불 도심 공원 재개발 추진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위가 아프리카, 중동을 휩쓴 ‘재스민 혁명’(민주화 요구) 때와 마찬가지로 권위주의 정권 교체와 언론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어 ‘아랍의 봄’이 재현될지 주목된다. 2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스탄불 도심 공원을 지키려는 시위로 지난 1일까지 900명 이상이 경찰에 연행됐고 이스탄불에서만 1000명 넘게 다쳤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시위대 일부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 공관에 진입을 시도했고 시위 축소 보도에 불만을 토로하며 현지 방송국 중계차를 공격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7일 터키 정부가 이스탄불 도심 탁심 광장에 쇼핑몰을 짓기 위해 광장 내 공원의 나무들을 베어내면서 시작됐다.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지역의 마지막 숲을 없애려는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시민단체 ‘탁심연대’가 공원을 점령하자 30일 경찰이 강제 진압에 나섰고 이를 계기로 31일부터 민주화 요구 시위로 번져 나갔다. 에르도안 총리의 10년 넘는 ‘개발 독재’에 대한 반감이 공원 재개발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것이 중동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에서 1987년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이 알려지면서 6월 민주화 운동이 촉발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에르도안 총리는 2003년 총리에 오른 뒤 터키의 고도 성장을 이끌어 내며 높은 지지를 얻었다. 현재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바꿔 장기 집권도 노리고 있다. 하지만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고집해 이슬람 지역이면서도 서구식 민주주의를 유지해 온 터키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최근에도 심야 주류 판매를 금지하고 공공장소에서의 남녀 간 애정 표시를 규제해 반발을 샀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76명의 언론인이 감옥에 갇혀 있다”며 터키를 세계 최악의 언론 탄압국에 올려놓았다. 현재 터키 언론들은 정부의 통제로 시위 관련 보도를 내보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터키를 점령하라’(Occupy Turkey) 등 시민들이 만든 페이스북 사이트들이 속보와 사진을 전달하며 시위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시위를 터키 민주화의 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압둘라 귈 대통령이 1일 경찰 철수를 명령하는 등 긴급 중재에 나선 뒤 안정을 찾고 있어 시위 열기가 빠르게 사그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수백년 떠돈 ‘비운의 민족’ 쿠르드족, 그들에게 평화의 꽃은 필까

    수백년 떠돈 ‘비운의 민족’ 쿠르드족, 그들에게 평화의 꽃은 필까

    제국주의의 침탈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채 수백년간 뿔뿔이 흩어져 이산의 아픔을 겪어온 중동의 쿠르드족. 이들에게도 ‘평화의 봄’이 찾아올 것인가. 지난 29년 동안 터키 정부에 무력으로 대항한 터키 ‘쿠르드 노동자당’(PKK) 소속 반군이 지난 3월 무장투쟁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터키에서 철수하기 시작함에 따라 쿠르드족이 지구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AP·AFP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터키 내 쿠르드족 반군들은 지난 8일(현지시간) 터키 정부와의 평화협상안에 따라 이라크 북부 지역으로 공식 철수를 시작했다. PKK 소속 반군 2000여명은 이날 철수를 개시해 4개월 동안 산악지대를 통해 이라크 북부지역의 칸딜산으로 기지를 옮길 예정이다. ‘비운의 민족’인 쿠르드인들은 쿠르디스탄 지역에 사는 산악 민족이다. ‘쿠르드족의 땅’으로 불리는 쿠르디스탄은 이란과 아르메니아의 국경 부근에서 티그리스강의 지류인 디얄라강 유역에 이르는 20만㎢의 지역이다. 터키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르메니아 등 5개국에 각각 분할 점령돼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한국국방연구원(KIDA) 등에 따르면 인구는 3000만~3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쿠르드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국가는 터키로 1400만명이며 이란(790만명), 이라크(470만명), 시리아(160만명), 아제르바이잔(115만명) 등의 순으로 많다.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쿠르드족은 수천년 동안 쿠르디스탄에서 평화롭게 유목 생활을 해오다 16세기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하에 들어가면서 끝모를 불행이 시작됐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터키가 패배하자 세력 공백기를 이용해 1922년 6월 무장 독립투쟁을 벌였지만 쿠르디스탄의 일부인 이라크 북서부 지역의 유전지대를 탐내던 영국이 개입해 좌절됐다. 이후 터키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르메니아 등에 쿠르디스탄이 분할 점령돼 한때 품었던 ‘독립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다섯 조각’으로 쪼개진 상황에서도 쿠르드족은 독립을 위한 투쟁을 계속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신들이 거주하는 국가를 상대로 수십 차례 분리·독립을 요구했으나 그때마다 각국 정부군에 의해 무력으로 진압되는 등 탄압과 박해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데다 역량마저 부족했던 탓이다. 10년에 한 번꼴로 대규모 학살을 당했다. ‘달걀로 바위치기’처럼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던 쿠르드족의 독립은 1984년 ‘쿠르드 노동자당’을 창설해 본격적인 무장투쟁을 전개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PKK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65)은 이라크와 터키 국경에 독립국가 건설을 목표로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동족들을 규합해 분리·독립 운동의 포문을 열었다. 터키 내 쿠르드 반군 3000여명을 중심으로 터키 정부군과 이라크 정부군에 대해 대대적인 반격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터키군과 이라크군의 절대적으로 우세한 화력을 끝내 당해내지 못하고 1984년 한 해 동안에만 2700여명의 쿠르드족 전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를 빌미로 터키 정부는 쿠르드어 방송과 교육을 금지하며 탄압정책의 강도를 더욱더 높였다. 쿠르드족은 이에 굴하지 않고 터키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군 시설 등을 로켓포로 공격하는 등 무장투쟁을 지속했다. 이에 터키군은 동남부 지역에 병력 15만명을 긴급 배치해 PKK 거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당황한 오잘란은 1993년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하고 대화를 통한 분쟁 해결을 제안하기도 했다. PKK 강경파의 테러 활동이 끊이지 않자 각국 정부는 쿠르드족에 대한 강경 탄압을 지속했다. 특히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1980년대 화학무기를 사용해 현지 쿠르드족 5000명 이상을 학살하기도 했다.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후세인이 미국과의 이라크 전쟁에서 패한 후 비로소 자치권을 얻었다. 이란 내 쿠르드족은 1946년 소련 군대의 지원으로 독립 국가 ‘마하바드 공화국’을 세웠으나 1년 만에 무너졌다. 1999년 2월 PKK 반군 지도자 오잘란이 체포돼 터키로 압송되면서 쿠르드족 분리·독립운동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쿠르드족의 영웅’인 오잘란이 수감돼 있던 터키 이스탄불의 임잘린 교도소에서 가혹행위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터키 곳곳에서 쿠르드족의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등 2000년대 들어서도 이들의 무장투쟁은 지속됐다. 서로 간의 피해가 갈수록 극심해지자 터키 정부와 PKK는 지난해 말부터 평화 협상을 시작했다. 터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이 유화정책을 내놓자 PKK도 자치권 확대, 쿠르드족 정체성 인정과 언어 사용 등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화답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EU 가입을 희망하는 터키에 대해 쿠르드 인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면서 평화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이에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오잘란이 지난 2월 PKK를 비롯한 쿠르드계 정당에 보낸 평화안 로드맵에서 정전을 선언하고 올여름까지 무장을 해제하겠다고 밝히자, PKK 반군이 2년간 억류했던 터키군 8명을 석방하고 터키 땅에서 공식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PKK가 30년 가까이 분리·독립을 요구하면서 터키군에 무장 항쟁을 지속하는 동안 목숨을 잃은 희생자는 4만 50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터키 내 쿠르드 반군의 철군이 시작됐지만 쿠르드족의 앞날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1993년과 1999년 정전을 선언했다 깨졌던 선례가 있고, 평화협상에서 PKK가 요구하는 새로운 평등 헌법을 터키 정부가 수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평화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쿠르드 강경세력이 언제든지 테러를 일으킬 수 있고, 쿠르드족 문제는 정치적 상황과 쿠르드족에 대한 노선과 정책이 다른 여러 국가들이 직접 관련돼 있어 풀기 어렵다는 게 중동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특히 팔레스타인인들과는 달리 중동 국가들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데다 대부분 각국의 내정에 속해 국제사회도 인도주의적 지원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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