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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전통과학 뒤집어보기

    서양의 근대과학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전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과학을 연구하고 생활화했을까. 혹자는 우리 전통과학의 역사에서 과연 ‘과학’이라 할 만한 것이 있느냐고 반문한다. 그런가 하면 또 한편에선 과학적인 것으로 칭송받는 우리의 몇몇 유물들도 따지고 보면 값싼 국수주의의 산물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우리 과학 유물들의 과학성이 서구의 그것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진다는 얘기다. 서울대 국사학과 문중양 교수는 이런 자기비하적인 의구심에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서구식 잣대로 우리 과학을 재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가 펴낸 ‘우리 역사 과학기행’(도서출판 동아시아)은 서양 근대과학과는 사뭇 다른 패러다임의 우리 전통과학 세계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우리 전통과학을 그것이 처한 특정한 시대의 사회 문화적 배경 속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복원한다. 고대 신라인들의 하늘에 대한 관념은 우리와 어떻게 달랐는지, 조선 건국을 주도한 사대부들이 어떤 의도로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천문도와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라는 세계지도를 국책사업으로 만들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저자의 표현대로 “그들의 세계관 속에 푹 빠져 봐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첨성대, 석불사 석굴, 훈민정음, 앙부일구, 금속활자, 거북선, 수표교, 혼천시계, 천하도 등 열여덟 가지 주제를 정해 각 유물에 담긴 의미를 짚어간다. 저자에 따르면 첨성대는 단순한 천문대가 아니다. 첨성대의 기능에 관해 처음으로 언급한 문헌은 15세기말 ‘신증동국여지승람’. 여기에 이후천문(以候天文) 즉 ‘천문을 물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외형상 전혀 천문대일 것 같지 않은 첨성대가 천문대로 알려지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역사 기록에 근거한 것이다. 우리 역사 기록은 첨성대가 근대적인 의미에서 ‘천문을 관측’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천문에 대해 묻던’ 구조물임을 분명히 한다. 천문을 묻는 행위는 단지 천문현상을 관측하는 일 뿐만 아니라 풍년을 기원하고 천변재이로부터 무사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활동까지 포함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첨성대는 1500년전 신라인들의 염원을 담은 상징적 조형물 또는 그 염원을 풀기 위한 일종의 제단이었다는 설이 힘을 얻게 된다. 임진왜란의 일등 공신은 거북선이 아니다(?). 우리에게 거북선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러나 ‘거북선 신화’에만 빠져 있을 뿐 정작 그 거북선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싸웠는가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조선의 수군은 이미 판옥선이라는 우수한 군함과 막강한 화력의 화포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거북선은 그 가공할 위력의 판옥선에 덮개를 씌워 ‘돌격용’ 군함으로 조금 개량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거북선은 뚜껑이 덮인 밀폐된 구조였기 때문에 기동성과 전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돌격선으로서 적의 예봉을 꺾는 임무를 수행했을 뿐 조선 수군의 주력은 어디까지나 판옥선이었다. 임진왜란 동안 거북선이 단지 3∼4척밖에 만들어지지 않은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는 것. 요컨대 이순신 장군의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거북선이 아니라 조선 수군의 대형 화포와 1555년에 개발한 판옥선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비스럽고 미신적이기까지 한 원형 천하도(天下圖)를 통해 조선후기 지식인들의 세계관을 들여다보는가 하면, 서양 천문도와 전통 천문도를 단순히 혼합한 것에 불과한 혼천전도(渾天全圖)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기도 한다.17세기 이후 그려진 조선의 이 ‘황당무계한’ 천하도가 비록 객관적인 지리정보를 전해주진 않지만, 그런 천하도의 등장 자체가 유가의 정통적 세계인식에 균열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이학박사 출신의 사학자라는 독특한 지적 배경을 갖고 있는 저자가 내리는 과학유물에 대한 평가는 일견 낯설고 거북스럽게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통과학의 패러다임이 서구 과학의 그것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전제 아래 우리 과학문화를 평가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은 적극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것은 결코 우리의 과학문화유산에 대한 어설픈 지적 분장(扮裝)이 아니기 때문이다.1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수도권플러스] 중구 ‘충무공탄생축제’ 24일부터

    서울 중구(구청장 직무대행 김충민)는 충무공 이순신기념사업회 주최로 24∼30일 청계천 등에서 ‘충무공 탄생 461주년 기념 축제’를 개최한다. 신당동 충무아트홀에서는 26∼30일 충무공 관련 시·서화전이, 청계천 모전교에서는 27일 모형 거북선 띄우기 행사가, 베를린광장에서는 이순신 관련 그림 100m 이어그리기가 각각 열린다.28일에는 국군의장대, 국악대, 사물놀이패, 농악대 등 1000여명이 거북선 모형을 앞세우고 충무아트홀을 출발해 충무공의 생가터인 명보극장 앞까지 퍼레이드를 펼친다.
  • [책꽂이]

    ●임진조국전쟁(박태원 지음, 깊은샘 펴냄)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천변풍경’등을 쓴 월북작가 박태원(1909∼1986)이 1960년대 북한에서 발표한 역사소설. 이순신의 투쟁과 죽음, 진주성 함락 등 7년에 걸친 임진왜란을 외세에 대한 인민항쟁이란 관점에서 39개 장으로 나누어 서술했다.1만 2000원. ●빈 병 교향곡(이강숙 지음, 민음사 펴냄) 피아니스트이자 음악이론가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지낸 저자가 2004년 장편소설 ‘피아니스트의 탄생’에 이어 내놓은 첫 소설집.‘2001년 ‘현대문학’등단작인 표제작을 비롯해 단편 ‘세 개의 눈’‘쇼팽의 넋’’, 중편 ‘즉흥연주를 하는 사람들’등 9편을 묶었다. 삶은 곧 ‘자기만의 음’을 찾기 위해 쉼없이 노력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9500원. ●작가들이 결딴 낸 우리말(권오운 지음, 문학수첨 펴냄) ‘우리말 지킴이’를 자임해온 저자가 국내 내로라하는 유명 작가들이 잘못 사용한 우리말 사례를 조목조목 지적한 책.‘속세말’‘달달하다’등 정체불명의 어휘와 문맥에 맞지 않는 우리말 사용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신춘문예 등단시인인 저자는 30년간 잡지 편집일을 했고, 대학에서 시창작 강의를 하고 있다.1만 2000원. ●꿀잠(송경동 지음, 삶이 보이는 창 펴냄) 2001년 ‘내일을 여는 작가’‘실천문학’으로 등단해 전국노동자문학연대에서 활동해온 시인의 첫 시집. 노동 현장에서 건져올린 삶의 체험과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판소리 가락같은 소박하고, 정감 넘치는 육성으로 들려준다.6000원. ●섀도 맨서(G.P. 테일러 지음, 강주헌 옮김, 생명의말씀사 펴냄) 마법의 힘을 가진 조각상을 둘러싸고 세 명의 아이들과 사악한 목사가 벌이는 대결을 그린 판타지 소설. 출간과 동시에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을 누르고 영국 북차트 15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섀도 맨서’는 죽은 자의 대변인이란 뜻.1만 2000원.
  • [오늘의 눈] 문화재청장의 지나친 의욕/김미경 문화부 기자

    문화재청과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2일 경북 경주시 양북면 감은사지 현장에서 ‘감은사지 서삼층석탑 해체보고회’를 개최한다. 이 보고회는 서삼층석탑의 부분적인 해체수리 시작을 알리고,2003년부터 시작된 경주 석탑들에 대한 보수정비사업 경과를 발표하는 자리다. 많은 준비를 했던 보고회는 당초 6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날로 연기됐다.6일 참석하기로 한 유홍준 문화재청장측에서 “급한 회의가 잡혔으니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행사 관계자는 “유 청장의 스케줄에 맞춰 12일로 연기했으나 이마저 참석하기 어렵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억지로 엿새간 늦춘 행사에 뒤늦게 불참한다는 통보가 오자 주최측은 허탈해 하는 표정이다. 이달 28일 열리는 ‘현충사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기념행사’와 ‘황룡사 복원을 위한 국제학술대회’. 공교롭게 개최날짜가 같은 이 두 행사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유 청장측에서 타진하면서 주최측은 일정을 조정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날짜 조정이 불가능한 충무공 행사인데다 학술대회도 국제행사인 만큼 스케줄 조정이 어려워서다. 결국 유 청장이 현충사에 다녀온 뒤 학술대회는 만찬때만 참석하기로 조정됐다고 한다. 굵직굵직한 문화재관련 행사가 유 청장의 스케줄에 영향을 받는 것은, 그가 ‘얼굴 내밀기’에 지나친 의욕을 보여서라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 북관대첩비가 돌아오자 유 청장이 관련 행사를 7차례나 개최한 것도, 아티스트 백남준씨가 타계했을 때 공무를 뒤로 한 채 5일이나 휴가를 내고 미국에 간 것도, 영화 ‘왕의 남자’ 제작진에게 공로패를 주기 위해 남사당놀이 공연을 기획한 것도 인기 위주의 행정에 따른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문화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은 “유 청장이 눈에 잘 띄는 이벤트성 행사에는 꼬박꼬박 참석하면서 정작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에는 한번도 가지 않았다.”고 꼬집는다. 굳이 이런 지적들이 아니더라도 문화재청의 수장으로서 혹시 놓치고 있는 일들은 없는지 한번쯤 되돌아 봤으면 한다. 김미경 문화부 기자 chaplin7@seoul.co.kr
  • 활을 쏘다/김형국 지음

    활을 쏘다/김형국 지음

    “한민족을 일컫는 동이족(東夷族)은 중화(中華) 동쪽에 사는 오랑캐란 뜻이 아닙니다. 이(夷)의 파자(破字)가 큰 대(大)와 활 궁(弓)인 데서 알 수 있듯, 동쪽의 큰 활잡이 곧 대궁인(大弓人)이란 뜻이지요. 우리 민족은 그만큼 활을 잘 쏘았습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형국(65) 교수가 우리 활의 역사와 문화를 살핀 ‘활을 쏘다­고요함의 동학(動學), 국궁’(효형출판 펴냄)이란 책을 펴냈다. ●美·日 긴활과 달리 힘과 거리 뛰어나 ‘한국공간구조론’등 전공저술과는 별개로 ‘장욱진 : 모더니스트 민화장’같은 예술책도 여러 권 펴낼 만큼 저자의 인문학적 관심은 폭이 넓다. 이번에는 ‘국궁(國弓)문화 찾기’라는 과제에 도전했다. 저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근대 국궁의 요람’인 인왕산 중턱의 활터 황학정에 오르는 열성 궁사.“쏠수록 묘미가 있고 아무리 배워도 끝이 없어 글로 활을 더 배우고자 한다.”는 말에서 활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묻어난다. 우리 활은 대나무와 쇠뿔 등 재료가 다양하고 길이가 짧으며 굽이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나무 재료만 사용하고 반달처럼 둥그스름해 굽이가 하나뿐인 일본이나 북미의 활과 비교해 화살을 쏘아내는 힘과 거리가 훨씬 뛰어나다. 활 자체도 우수하지만 우리 민족은 무엇보다 활을 잘 쏘았다. 조선 왕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나 시서화 삼절의 문예부흥군주 정조는 가히 신궁(神弓)이었다. 이성계의 활솜씨에 관해서는 여러 일화가 전설처럼 전한다. 왜구와 싸울 때 깃을 단 화살로 왜적의 왼쪽 눈만 쏘아 맞혔다거가, 송도 성문 밖에서 사냥할 때 꿩을 날아가게 한 뒤 고도리살(화살촉을 피나무로 둥글고 뭉뚝하게 만든 나무 화살)로 쏘아 잡았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성계·정조대왕은 신궁이었다 정조의 활솜씨 또한 입신의 경지였다.50대의 화살을 쏘면 49대를 명중시켰다니 백발백중인 셈이다. 그런데 정조가 50대를 모두 맞혔다는 기록은 없다. 왜 그럴까. 정조는 마지막 화살은 언제나 허공으로 날려버리거나 풀숲을 향해 쏘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런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활쏘기는 참으로 군자의 경쟁이니, 군자는 남보다 더 앞서려 하지 않으며 사물을 모두 차지하는 것도 기필(期必)하지 않는다.” 요컨대 정조에게 활쏘기는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요, 깨달음의 길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활쏘기는 심사(心射), 즉 마음으로 쏘는 것임을 강조한다. 활이 갖는 궁극적인 의미는 개인의 구원에서 찾을 수 있다. 한말의 고승 경허 스님은 자신이 머물던 충남 서산 연암산 천장사 법당에 ‘염궁문(念弓門)’이라 적어 놓았다.‘생각의 화살을 쏘는 곳’이란 뜻이다. 번뇌를 화살에 실어 날려버리겠다는 염원의 표현이다.“활쏘기는 각각 자기의 과녁을 쏘는 것”이라는 ‘예기(禮記)’의 구절도 그같은 심신 수행, 마음 다스림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국궁인구 고작 2만명에 불과 저자는 ‘고요함의 동학’이야말로 국궁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활을 당기는 팔은 동(動)이고, 땅을 버티고 선 두 다리는 정(靜)이다. 또 날아가는 화살은 동이고 멀리 우뚝 서 있는 과녁은 정이다. 움직임과 고요함이 오롯이 하나가 된 경지. 그래서 활쏘기는 ‘정중동의 예술’이다. 이 책은 고대 중국의 병서와 조선시대 역사문헌 등을 통해 활의 역사를 꼼꼼히 읽어낸다. 아울러 활쏘기 장비, 활터의 모습, 활쏘기 대회 등 우리 활문화 전반을 두루 살핀다. 조선시대 활터 풍경을 엿볼 수 있는 ‘탐라순력도첩’, 영조·정조 임금이 활을 쏘는 모습을 그린 ‘어사도(御射圖)’, 단원 김홍도의 ‘활쏘기와 활 얹기’등 활과 관련된 옛 그림은 물론 통영 한산정에 관한 이야기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수군통제영이 있던 한산도의 활터 한산정은 충무공 이순신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활을 쏘도록 만든 곳으로, 배에서 배로 활을 쏘아야 하는 수군 병사들에게 거리감각을 익히게 하려는 배려가 돋보인다. 우리 민족은 활에 관한 한 어느 민족보다 뛰어난 재주와 역사를 지닌 민족이다. 하지만 오늘날 국궁 인구는 배우다 그만둔 휴궁(休弓) 인구까지 합해 고작 2만명에 불과하다. 활쏘는 법을 일러주는 교본류의 실용서 몇권 정도 나와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기에, 국궁문화 전반을 다룬 이 책은 더욱 값어치가 있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조선 최고의 명저들/신병주 지음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조의궤. 최근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 조선시대 최고의 기록물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은 일본 도쿄대로 반출된 오대산 사고본에 대한 환수가 추진되고 있고, 의궤는 실록에 이어 세계기록유산으로 신청된 상태다. 조선사가인 서울대 규장각 신병주 학예연구사가 쓴 ‘조선 최고의 명저들’(휴머니스트 펴냄)은 이들 실록과 의궤를 비롯, 조선의 시대상과 그 시대 사람들의 지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록물과 서책 14권을 엄선, 역사학자의 눈으로 쉽게 풀어헤쳤다. 기행문에서 일기, 보고서, 문집, 관찬기록 등 국보급 기록물에서 당대 베스트셀러까지 명저들의 특징과 함께 관점과 맥락, 인물과 사건, 현재적 의미까지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평소 고전을 어렵게 느낀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조선이 기록과 서책의 문화역량을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조선왕조 500년간 이어진 방대한 편찬사업의 산물인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는 문치주의 확산의 촉매제였다. 학자 등 개인들도 문집이나 일기를 통해 자신의 학문과 사상을 기록, 책으로 남겼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건국의 주역 정도전과 의녀 장금도 등장한다. 실록 뿐 아니라 승정원일기에 담긴 국왕 비서들의 기록에서는 세종은 육식주의자, 영조는 채식주의자임을 알 수 있다. 최초의 체계화한 성문헌법인 ‘경국대전’에는 당대 사람들의 합리성이 담겨 있다. 조선왕실의 행사기록을 생생하게 담은 ‘의궤’는 당시의 높은 그림 수준을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 시대에도 삶의 모습을 후손에게 어떻게 전할 것인가를 과제로 던져준다. 국가적인 토목공사의 추진 상황을 명쾌하게 정리한 ‘준천사실’에서는 왕들의 국가경영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신숙주의 ‘해동제국기’나 최부의 ‘표해록’은 축적된 지적 역량과 해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보여준다.‘난중일기’에는 장군 이순신의 진솔한 모습이 담겨 있으며, 허균의 ‘홍길동전’은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지식인의 궤적을 보여준다. 백과사전인 ‘지봉유설’과 ‘성호사설’을 통해서는 조선시대에 대한 지식을 폭을 넓힐 수 있다.18세기 우리 국토를 답사하면서 산천·풍수·인심을 논한 ‘택리지’는 당대 사대부들이 너도나도 책을 손에 들고 국토를 유람하는 붐을 낳았던 베스트셀러였다.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은 궁중생활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며, 박지원의 진취적인 세계주의 사상이 담긴 ‘열하일기’는 세계화와 정보화의 과제를 안고 있는 오늘날에 필요한 새로운 지혜를 던져준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기록유산들 속에는 삶의 가치와 역사,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대를 이끌어간 고민과 사상의 깊이를 책 한권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기쁨이 있다.1만 5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등단 10년만에 자전적 단편집 ‘진해벚꽃’ 펴낸 김탁환씨

    등단 10년만에 자전적 단편집 ‘진해벚꽃’ 펴낸 김탁환씨

    소설 창작을 집 짓는 일에 비유하자면 김탁환(38)은 매우 치밀하고, 성실한 건축가다. 건축에 청사진과 설계도가 필수이듯 그는 집필에 들어가기전 구체적인 장면전환까지 미리 계획을 짜놓는다. 그리고 한장한장 벽돌을 쌓아가듯 매일 정해진 시간에 원고지 20매를 채운다. 잘 써진다고 더 많이 쓰거나 안 써진다고 빼먹는 일은 없다. 숨 쉬고, 밥먹는 일처럼 그에게 글쓰기는 일상이자 습관이다. 그렇게 10년 동안 쓴 작품이 11편이다. 거의 장편 역사소설이다 보니 권수로는 30권이 넘는다.‘불멸의 이순신’‘허균, 최후의 19일’‘나, 황진이’‘방각본 살인사건’등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한 이야기들은 ‘스토리’에 목말라 있는 영상매체의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 신작 ‘진해 벚꽃’(민음in)은 그래서 여러모로 뜻밖이다. 등단 10년만에 처음 펴내는 단편집이라는 것도 그렇고, 책에 실린 8편 대부분이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도 흥미롭다. 작가 스스로도 이런 글쓰기에 익숙지 않은 듯 “다른 소설들은 대충 판단이 서는데 이 책은 객관화가 되지 않는다.”면서 “책이 어떠냐.”고 되물었다. 수록작들은 저마다 작가의 어느 한 시절 풍경과 내면을 담고 있다. 진해가 고향인 소년은 축구선수와 마라토너가 꿈이었지만 폐결핵으로 더이상 운동장을 뛸 수 없게 되자 대신 책을 읽었다(‘진눈깨비’). 열여덟에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유학온 청년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해 평론가로 등단했으나 95년 진해 해군사관학교 교수로 내려오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진해로부터 29년´ ). “10년간 재밌는 이야기를 만드는 걸 업으로 삼았는데 그 이야기를 쓰는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지 궁금했습니다.‘어쩌다가 직업적으로 이야기를 팔어먹고 사는 사람이 됐을까’에 대한 자문자답입니다.” ‘매설가(賣說家)’를 자처하는 그에게 이야기의 힘은 무궁무진하다. 누가 이야기를 잘 만드는가가 판도를 좌지우지하며, 활자와 영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야기 산업’이 본격적으로 뜨는 시대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기성 문단의 외면과 우려에 대해서는 “문학이 죽는 게 아니라 해체·재구성되는 과정”이라며 “한가지 틀에서 벗어나 문학의 종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봄학기부터 한남대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문화과학기술대학원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연구실로 이사하면서 무려 3000여권의 책을 옮겨 동료 교수들을 깜짝 놀라게 한 그는 “완전히 새로운 연구분야라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나부터 공부를 해야 한다.”면서 “첨단 공학, 산업디자인, 인문학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카이스트의 연구 환경이 무척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가 맡은 전공은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다. 책에 한정됐던 이전의 아날로그적 글쓰기와 달리 디지털매체의 발달이 글쓰기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연구하는 과목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작업이 과거에서 현재를 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미래에서 현재를 보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gpod@seoul.co.kr
  • ‘데라우치 문고’ 서울 나들이

    경남대가 소장하고 있는 ‘데라우치 문고’가 서울 나들이를 한다. 데라우치문고는 일제하 초대 조선총독을 지낸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가 우리나라에서 약탈해간 유물 가운데 국내로 반환된 일부이다. 경남대박물관은 개교 60주년 및 데라우치 문고반환 10주년을 기념해 오는 25일부터 6월11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데라우치문고 특별전시회’를 갖는다고 3일 밝혔다. 데라우치문고 유물 98종,135점 모두 공개된다. 유물에는 추사 김정희가 자신의 서법을 친필로 기록한 ‘완당법첩조눌인병서(阮堂法帖曺訥人幷書)’와 조선 23대 순조의 왕세자가 세자시강원에 입학하는 광경을 서화로 표현하고 축하시문을 붙인 ‘정축입학도첩(丁丑入學圖帖)’등 국보급 문화재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 김생을 비롯한 정몽주, 성삼문, 박팽년, 이황, 이순신 등의 서첩과 윤두서, 심사정 등의 그림이 실린 서화첩과 대원군을 비롯한 김정희, 한석봉 등의 글씨에 대한 자료첩도 볼 수 있다.데라우치문고는 지난 1996년 한일의원연맹과 한일친선협회가 공동으로 추진한 해외유출 문화재 환수사업으로 80년 만에 돌아왔다.소장하고 있던 야마구치(山口)현립대학이 국제학술교류차원에서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경남대에 기증한 것. 야마구치현립대학에는 데라우치가 가져갔던 유물 1000여종,1500여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원규 연구사는 “반환된 유물 전부가 한꺼번에 공개되기는 처음”이라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높여 환수사업을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마산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드라마 ‘불량가족’ 주인공 김명민

    드라마 ‘불량가족’ 주인공 김명민

    “이순신 장군은 잊어주세요∼.” 마냥 근엄할 것 같던 목소리가 달라졌다. 벌써 건달 캐릭터에 몰입하고 있는지 눈빛이나 말투, 행동까지 건들거림이 솔솔 흘러내린다.“계속 불량스러운 연습을 해야 되거든요. 저도 모르게 그만…”이라고 멋쩍게 웃는 그는 지난해까지 이순신 장군이었다. 김명민이다. 번듯함에서 삐딱함으로 기울어진 모습에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이제부터 김명민은 ‘성웅’이 아니라 SBS 드라마 ‘불량가족’(연출 유인식, 극본 이희명, 제작 CK미디어웍스·22일 첫방송)의 ‘날건달’ 오달건이라는 사실에 차츰 익숙해졌다. 달건이는 자동차 사고로 대가족을 송두리째 잃고 기억상실에 걸린 아홉 살 소녀를 위해 만들어진 가짜 가족을 지휘하는 인물. 거칠지만 마음은 따뜻한 캐릭터이다. 가짜 가족들은 저마다 ‘불량한’ 과거가 있다. 어린이들에게 이순신 장군 시호가 ‘불멸’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KBS 연기대상을 받는 등 무명의 터널을 끝나게 했던 작품이 막을 내린 지 7개월이 흘렀다. 장군은 그에게 많은 것을 줬지만 이젠 넘어야 할 산이 됐다. ‘불량 가족’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이순신 캐릭터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는 메시지가 마음에 쏙 들었다.180도 달라질지,40도가 될지,90도가 될지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올인’한다는 자세만큼은 분명하고 설명했다. 그의 바람은 이번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 길을 걷다가 ‘어, 이순신이다.’는 말보다 ‘어, 달건이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 인터뷰에서 흔히 나오는 질문이 던져졌다.“이순신과 달건이 가운데 실제로 어느 쪽과 닮았나요?” 좀 색다른 답이 돌아온다.“달건이도 비슷하지 않고, 이순신 장군은 더더욱 아니구요. 그 연기를 하면서 제 안에 조금 있음직한 불량기를 끌어내서 맘껏 해보고 있어요. 건달 연기가 정말 재미있네요. 절 보고 선배들이 모두 ‘쫄아’주시니까요. 하하.” 연기도 편해졌다. 더이상 무거운 갑옷을 입지 않아도 되고 분장시간도 줄었다. 허전하기도 하지만 정말 살 것 같다고 했다.‘불멸의 이순신’에서는 분장만 90분 이상 걸렸다. 갑자기 화장실에 갈라치면 온 스태프들이 일손을 놔야했기에 민망하기도 했단다. 이번 드라마에서 분장시간은 10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웃는다. 세 살 된 아이 자랑도 곁들여졌다.“제가 화면에 나오면 알아보고 아예 빠져들어 가듯 TV를 봐요.”라면서 “사극에서 수염 단 사람이 나오면 모두 아빠라고 불러서 문제지요. 껄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왕의 남자’ 촬영지를 찾아

    ‘왕의 남자’ 촬영지를 찾아

    영화 ‘왕의 남자’ 촬영지인 전라북도 부안의 영상테마파크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관객수 1200만명을 넘어서며 최다 관객동원 신기록을 연일 새로 작성하고 있는 ‘왕남’의 후광(後光)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였던 궁항과 석불산 영상랜드,‘프라하의 연인’이 촬영된 내소사 등이 지척에 어우러져 있어 시너지효과를 더하고 있다. 촬영지들만을 둘러보아도 훌륭한 테마여행이 될 듯하다. 이외에도 채석강과 적벽강, 염전과 젓갈로 유명한 곰소만 등 관광명소들이 ‘널려’있어 부안지역을 모두 돌아보기엔 하루해가 짧다. 개구리가 놀라 뛰쳐나온다는 경칩도 지나고 이젠 완연한 봄. 개구리 뜀 뛰듯 가족끼리 손을 잡고 부안으로 뛰어가 보는 건 어떨까. 글 사진 부안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전북 부안을 아우르며 흘러가는 동진강 위로 가창오리 등 ‘철없는’ 겨울철새들이 마치 제철인 양 군무를 펼치며 날아오르고 있다. 김제평야 너른 들에서는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의 손길이 분주하다. 가슴에 품고 싶은 풍요로운 땅, 부안의 모습이다. 한때 원전센터 유치 문제 등으로 지역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른 때도 있었지만, 수려한 자연풍광을 바탕으로 새롭게 영상촬영 메카로 부상하면서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되찾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부안 영상테마파크(063-583-0957). 부안군청(buan.go.kr)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영상테마파크 등 영상관련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 수는 320만명, 주민소득은 254억원에 달했다. 금년에는 관광객 1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다니, 관광상품 하나로 만루홈런을 친 셈이다. 영상테마파크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으로는 양반촌이, 오른쪽으로는 저잣거리가 자리잡고 있다. 먼저 성곽에 올라 테마파크의 전경을 감상한 다음, 관광객들을 따라 궁궐로 향했다. 연산군과 장녹수, 그리고 공길의 애증섞인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다. 몇몇 짓궂은 관람객들은 궁궐입구에 놓여진 곤장틀과 ‘주리’를 트는 고문도구위에 올라가 짐짓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희희낙락하는 모습이다. 궁궐 안쪽은 문무대신들의 표지석 대신 조화가 꽂힌 화분을 놓아둔 것만 다를 뿐, 영락없는 인정전(仁政殿) 모습 그대로다. 바닥을 화강암 박석으로 처리하고, 임금만 다닐 수 있었던 어도(御道)를 만들어 놓는 등, 궁궐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려 고심했던 흔적이 엿보였다. 박석위에 서서 인정전을 바라보았다. 핏발 선 광기어린 눈을 번뜩이는 연산군이 금방이라도 칼을 빼들고 뛰쳐나올 것만 같다. 공길이 재주를 뽐냈던 외줄은 사라지고 없었지만, 영화속 장면만은 머릿속에 그대로 그려졌다. 연산군이 신하들과 국정을 논하던 인정전 안에는 용상(龍床)만 놓여져 있을 뿐, 다소 썰렁한 모습. 하지만 관광객들은 다투어 이곳에 앉아 사진을 찍으며, 잠시나마 연산군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인정전을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연산군의 침소와 집무실 등으로 사용되던 사정전(思政殿)이 나온다. 사정전 내부의 오른쪽 끝방은 공길이 왕을 향해 활을 쏘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왼쪽방은 장녹수와 밀회를 즐기던 곳. 그래서일까, 연산군과 장녹수가 희롱하는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왠지 에로틱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곳에는 연산군과 장녹수의 복장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의류와 소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복장 대여료와 사진값 등을 합해 1만원을 받는다. 경북 봉화에서 6시간 걸려 이곳을 찾았다는 안찬교(56)씨 부부. 왕과 왕비의 복식으로 갈아입으며 다소 어색한 듯, 객쩍은 웃음을 터뜨렸다.“이래 입는다고 왕이 되겠는교?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네예.” 사정전 바로 옆은 희락원. 공길과 장생의 처소였던 곳이다. 장생이 줄타기 연습을 했던 외줄과 거문고, 북 등이 전시돼 있다. 관람객들은 외줄에 매달려 보기도 하고, 거문고나 북을 쳐보기도 하며 영화의 감동을 되새기는 듯했다. 영상테마파크의 또 다른 재미는 체험프로그램. 양반촌 입구에는 활터와 승마장이 마련돼 있어, 연산군처럼 말을 타보기도 하고 활을 겨눠 보기도 한다. 말을 타고 테마파크 단지를 한바퀴 도는 데 5000원, 화살 10대를 쏴 보는 데는 3000원을 받는다. 격포항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부안영상테마파크는 조선시대 한양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사극전용 촬영세트장이다.4만 5000평의 부지에 궁궐 24동, 민가 11동 등의 집들과 200m길이의 성곽, 정자와 연못, 저잣거리 등이 사실적으로 재현돼 있다.‘태양인 이제마’를 비롯, ‘불멸의 이순신’, 최초의 추리사극인 ‘별순검’ 등의 TV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영화 ‘왕의 남자’는 전체 촬영분량의 80%가량이 이곳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최근엔 오는 7월 개봉예정인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가 촬영되고 있다. 부안은 영상의 메카로 불려도 좋을 만큼 곳곳에 촬영지가 널려 있다. 영상테마파크 인근 격포항과 궁항에는 TV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세트장이었던 ‘전라좌수영’이 옛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청호리 ‘석불산 영상랜드’에는 삼도수군 통제영과 왜관거리 등이 조성되어 있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장소인 우포 생태공원 갈대숲은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 로드무비…부안을 담아낸 영화 속으로 부안을 아우르고 있는 변산반도는 다양한 볼거리가 널려 있는 곳이다. 바람모퉁이에서 시작돼 곰소만까지 50여㎞에 달하는 30번국도를 따라 곰소만과 채석강, 내소사 등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실핏줄처럼 이어져 있다. 바람모퉁이는 바닷물이 드나들 때마다 바람이 분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 서해안 고속도로 줄포IC를 나와 30번 국도를 타고 시계방향으로 부안을 둘러보자. # 곰소만 우리나라 갯벌 중에서 가장 크고 이용가치가 높다는 곰소만 갯벌. 곰소만에서 채석강까지, 마치 끝도 없이 펼쳐진 듯하다. 곰소항에 들어서자 한 시인이 “비린내와 땀내, 그리고 눈물내”라고 표현한 것처럼, 소금과 젓갈이 풍기는 짠내가 진동했다. 곰소는 곰처럼 생긴 2개의 만(灣)과 앞바다에 깊은 소(沼)가 있어서 붙여진 지명. 곰소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품질 좋기로 정평이 난 지역특산물이다. 곰소에서 생산된 천일염으로 간을 맞춘 젓갈도 덩달아 유명세를 얻었다. 얼마나 맛이 좋으면 전라도 음식은 곰소항에서 나온다는 말이 생겨났을까?염전을 지나 곰소항쪽으로 가다 보면 천일염과 온갖 종류의 젓갈을 파는 가게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남선염업(063-582-7511)은 국내 몇개 남지 않은 천일염 생산업체.30㎏ 한봉지에 택배비 포함,2만원에 팔고 있다. # 내소사 “아름다운 전나무숲을 지나서 피안의 세계로.”내소사를 찾았을 때 가장 먼저 감동을 준 것은 다름아닌 나무다. 내소사 일주문에서 천왕문에 이르는 500여m 거리에 수령이 150년 이상된 전나무들이 빽빽이 서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에서 피톤치드(phytoncide)가 흩뿌려지는 듯하다. 아침 6시부터 낮 12시까지가 나무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간. 숲속 공기를 최대한 들이마시며 걷다 보면 저절로 머릿속이 맑아진다. 전나무 숲길을 벗어나자 내소사는 전혀 치장을 하지않은 다소곳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내소사 대웅보전은 쇠못하나 쓰지 않고 나무로만 매끄럽게 이음새를 맞춘 전각. 색바랜 수수한 외모가 오히려 고색창연함을 더해주고 있다. 보물 제291호. 경내 한쪽에 마련된 기념품 가게에서는 ‘솔바람차’를 팔고 있다. 지장암 주지인 일지 스님이 소나무 새순과 ‘해풍(海風)맞은 조선솔잎’으로 만들었다는 차다. 솔잎 특유의 향이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한잔에 3000원. 원액은 한병에 1만 5000원을 받고 있다. 벚꽃 등 봄꽃이 만개하는 4월이 되면 내소사 주변은 상춘객들로 몸살을 앓는다. 자칫하다간 내소사는 구경도 못하고 주차장으로 변한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 성수기에는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 채석강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사이로 오가는 배들의 모습에서 봄기운이 느껴지는 격포항. 항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영화 ‘음란서생’의 마지막 장면에서 배경이 되기도 했던 채석강이 장엄한 모습을 드러낸다. 변산반도 나들이의 하이라이트다. 중국 당나라의 시성(詩聖)이태백이 술에 취해 강물에 뜬 달그림자를 잡으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고사에서 이름을 따왔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듯한 퇴적암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낸다. 채석강에는 또 수만년 세월에 걸친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생긴 해식동굴들이 여러개 있다. 이 속에서 보는 낙조(落照)가 또한 일품이다. 이밖에도 도청리 전북 학생해양수련원 앞에 있는 솔섬과 월명암 뒤편의 낙조대, 새만금 방조제 등도 변산반도 일원에서 꽤 알려진 일몰명소다. # 먹을거리 먹을거리 또한 풍부한 곳이 부안이다. 그중에서도 요즘 제철인 주꾸미와 백합죽은 꼭 먹어 봐야 할 음식.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고 했던가? 격포항이나 궁항, 모항 등의 어촌계 직판장 회센터(063-584-9292)에서는 현지에서 생산된 쫄깃한 주꾸미를 실컷 맛볼 수 있다.1㎏에 2만원선. 부안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백합죽은 계화도 돈지 연안에서 채취되는 백합으로 만든다. 신기리에 있는 계화회관(063-584-3075)의 백합죽이 유명하다.6000원. 문의 부안군청 문화관광과(buan.go.kr·063-580-4191).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30번 국도→부안 호남고속도로 정읍IC→29번 국도→부안
  • ‘불멸의 이순신’ 방송위 대상

    방송위원회는 ‘방송위원회 대상’ 수상작으로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선정하고, 방송위원장 등을 지낸 강원룡 목사에게 특별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최우수상에는 MBC의 ‘!느낌표 눈을 떠요’ 등 4편이, 어린이·청소년 프로그램상에는 EBS의 ‘성교육 애니메이션 3부작’이 각각 뽑혔다. 시상식은 3월1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다.
  • [마니아] 심오한 역학에 빠져 인생의 매듭을 푼다

    [마니아] 심오한 역학에 빠져 인생의 매듭을 푼다

    “마음이 편해지고 인생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지난 20일 주민 8명이 서울 강서구 방화2동 주민자치센터의 역학 강의에 한창 빠져 있었다. 이날 김희순 역학강사는 결혼운에 대해 강의했다. 한 노총각의 사주에 대해 “처가 용신이어서 내년에 재물운이 많은 여자와 결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매주 두 차례 역학을 배우는 이들은 각자 역학을 시작한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식 성적에 대한 걱정 때문에 역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상당수가 자녀 성적 걱정 때문에 배우기 시작 올해로 3년째 수학중인 김수자(52·주부)씨는 “명문대를 꿈꾸던 아들이 성적은 좋았지만 삼수한 뒤 지방대에 갔다.”면서 “자식 문제가 마음대로 되지 않자 인생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정숙희(45·주부)씨는 “작은 딸을 명문 예술고에 보내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결국 딸은 지방의 한 예고에 진학하게 됐다.”면서 “의지가 약한 딸을 평소 다그쳤는데 딸이 의지가 약한 기운을 가진 걸 안 뒤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역학을 연구해 자식 외에도 남편 등 다른 가족들의 성격과 진로 등에 대한 좋은 참고사항을 얻는다고 한다. ●고도의 사고력·끈기 부족하면 도중하차 십상 김 강사는 “역학은 깊이 이해해야 하고 변수가 많아 고도의 사고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영신 반포3동 주임은 “역학은 다른 구의 주민들도 신청하는 등 인기강좌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 한문이 많이 나오는 등 내용이 어려워지면 출석률이 뚝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정미 방화 2동 주임도 “네 달이 지난 현재 수강생의 20%만 남았다.”고 말했다. 수강생인 서정숙(57·주부)씨는 “시작한 지 3년이 지나면서 이해하기 시작했다.”면서 “단기간에 삶의 심오한 진리를 파악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김 강사는 “제대로 보려면 적어도 10년을 공부해야 한다.”면서 “중간에 탈락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하며 통찰력과 인내심을 강조했다. ●‘덜익은 역술인´ 경계해야 오랜 기간 고생하면서 공부하는 대신 전문 역술인을 찾아가 상담을 받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냐고 묻자, 수강생 신은숙(60·주부)씨는 “실력없는 역술인도 많고 유명한 역술인도 손님이 많아 급하게 보다 보면 깊이 못 보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라면서 “이런 상담을 듣고 어떻게 인생설계를 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역학을 배운 사람은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더 궁금한 부분을 캐물으면 실력이 부족한 역술인을 쉽게 구별해낼 수 있고 잘 보는 사람에게는 더 깊은 상담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명목(50·주부)씨는 “역학을 배우면서 사주카페 등에 아직 공부를 덜한 역술인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들은 상담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깨달으면 마음 편해져 김희순 리현 철학원 원장은 “다양한 고민 때문에 시작하지만 배우면서 이를 점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수강생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김성자(46·가명)씨는 “얼마 전 남편이 불치병에 걸리자 괴로웠는데 요즘 편하게 받아들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윤수(42·가명)씨는 “젊은 시절 보증 등으로 돈을 많이 잃었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김숙희(59·가명)씨는 “결혼 초부터 시어머니와 자주 다투었다.”면서 “이혼을 고려했는데 역학을 배우면서 마음을 비운 뒤 사이가 좋아졌다.”면서 웃었다. 정철인 미래역학원 대표는 “역학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삶을 깨달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리트들도 적잖이 수강 주민자치센터에 역학특강을 나가는 유방현 한국전통과학아카데미 원장은 “이곳에서 역학을 배우는 주민들은 주로 인생을 역학이라는 학문으로 풀어보려는 사람”이라면서 “대학교수와 고급 공무원, 한의사 등 엘리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하지만 이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정미 방화2동 주임은 역학강좌 개설 취지에 대해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참여자 중 많은 비중인 고연령층들이 관심을 갖는 프로그램으로 역학을 생각했다.”면서 “배운 뒤 역학을 전통학문으로 여기게 됐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이순신·김구·알렉산더도 역학에 큰 관심 그리스에서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던 알렉산더 대왕. 그는 청년 시절 점성술사를 찾아가 손금을 보여주면서 “세계를 제패할 수 있냐.”고 물었다. 점성술사는 이에 대해 “당신의 손금이 1cm만 더 길었다면 분명 세계를 제패했을 것이오.”라고 답했다. 알렉산더 대왕은 이 말을 듣고 바로 칼을 뽑아들어 자신의 손금을 1㎝ 더 그었다. 그러자 점성술사는 “당신의 운명은 세계를 제패할 수 없으나, 당신의 개척의지가 세계를 제패할 것이오.”라고 말했다. 백범 김구 선생은 관상이 거지상이라는 것을 안 뒤 자살을 결심했었다고 한다. 김구 선생의 아버지는 중인이어서 결국 관직에 못 오를 것이라고 생각해 과거를 포기하고 돌아온 아들에게 관상과 주역, 풍수에 관한 책들을 주며 공부를 해보라고 권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관상을 살펴보자 거지의 상이 들어있는 걸 알게 돼 자살을 결심한다. 그런데 관상학 책의 맨 마지막 구절에 ‘관상불여심상’이라는 글귀를 읽었다. 이는 관상이 아무리 뛰어나도 마음의 상을 쫓아갈 수 없다는 의미. 이를 본 뒤 그는 자살 대신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김구 선생은 또 효창공원에 자신의 묘자리를 직접 알아보고 윤봉길과 이동녕의 산소 자리도 잡아주었다고 한다. 지금 보면 발복을 받고 안 받고를 떠나서,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후손 중 제일 잘 풀리는 후손이 김구 선생의 자손들이다. 김구의 손자인 김양은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가 되었다. 주역은 우리 역사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율곡과 이순신도 역학과 사주, 주역의 대가들이다. 이율곡은 주역으로 일본이 쳐들어 올 것을 8년 전에 알고 십만양병설을 주장한다. 또 이순신을 불러 함께 일을 도모키로 한다. 거북선도 이율곡과 이순신의 합작품이다. 이순신은 주역과 꿈 풀이의 대가였다. 난중일기에는 주역의 점치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그는 전쟁에 나갈 때마다 주역 점을 쳤다. 꿈 해몽과 주역을 활용해 국가와 민족을 지켰다고 한다. 이율곡과 이순신은 국가를 위해 주역을 이용한 전문가이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공직초대석] 이후천 위도면장

    [공직초대석] 이후천 위도면장

    최일선 행정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면장. 면장제는 1910년 처음 도입된 이후,1956년과 1960년에는 주민들이 직접 선거를 통해 뽑기도 했다. 그러나 1961년 면이 지방자치단체의 지위를 상실하면서 면장은 지금까지 군수가 임명하고 있다. 면장은 권한이 적은 만큼 상당수 지역에서 ‘드러나지 않는 존재’에 가깝다. 하지만 전북 부안군 위도면에서만은 뭍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주민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줄 손발이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위도면장으로 부임한 이후천(48) 면장을 만나봤다. 부안은 사람이 살기좋은 고장이라 하여 ‘생거부안(生居扶安)’이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위도에서 발생한 ‘서해페리호 침몰사고’는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사람들의 뇌리에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있다.1993년 10월10일 승객과 승무원 362명을 태우고 위도 파장금항을 출발, 변산반도 격포항을 향하던 서해페리호가 침몰했다.150여명 초과 승선이 원인으로 292명이 목숨을 잃고,54명이 다쳤다. 만 10년 후인 2003년 7월에는 위도가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립 부지로 선정되면서 이른바 ‘부안사태’를 겪었다. 주민 반발에 부딪혀 방폐장 유치는 무산됐고, 지난해 11월 경주시가 대상 부지로 확정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도 담벼락 곳곳에 남아있는 노란색 방폐장 반대 표시는 아물지 않은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2003년 4월 말 674가구 1458명이던 인구는 방폐장 유치논란이 불거지면서 그해 8월 말 917가구 1997명까지 늘었다. 그러나 올해 1월 말에는 다시 863가구 1699명으로 감소했다. 이 면장은 “많은 주민들이 뭍으로 떠나 실제 거주민은 700여명에 불과하다.”면서 “위도에서 겪은 시행착오가 방폐장 선정의 발판이 된 만큼 주민들에 대한 정부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위도면은 정부측에 위도∼식도간 연도교 건설, 한국전력공사 연수원 유치, 정기여객선 자체 운영 등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득사업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조기·새우·멸치잡이배로 넘쳐나던 포구는 어족자원 고갈로 ‘무늬만’ 어촌으로 변한 지 오래다. 또한 그 흔하던 소나 돼지 한마리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황량해졌다. 이 면장은 “대중교통 수단이래 봐야 각각 1대씩인 버스와 택시가 고작이고 심지어 대중목욕탕 하나 없을 정도로 주민복지시설이 열악한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때문에 낡은 면사무소 건물을 헐고 찜질방 등 주민편의시설을 함께 갖춘 현대식 건물을 세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게 위안거리다. 바다낚시로 유명한 데다 TV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영화 ‘해안선’의 촬영지까지 들어서 지난해 10만여명의 관광객이 위도를 찾았다. 이 면장은 “관광자원은 위도를 지켜나갈 유일한 버팀목”이라면서 “부족한 자본과 노하우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글 사진 부안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이순신 문화 콘텐츠로 부활

    ‘성웅 이순신’이 세계로 나아간다. 아울러 임진왜란의 역사와 나라를 지키다 스러져간 장졸과 의병들의 활동상도 세계적인 문화콘텐츠로 거듭난다. 경남도는 임진왜란을 역사적 교훈으로 삼고, 산발적인 개최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이순신 관련축제를 체계화하기 위해 ‘이순신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이순신 장군을 비롯한 승전인물과 7년 전쟁을 재조명하며, 임진왜란 사이버체험관 구축, 승첩지 세계화, 거북선 및 판옥선 등 당시의 무기 제작, 장졸 훈련 체험장 건설, 세계 군함축제 개최 등이다. 이와 함께 진주성 전투 재현과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로를 상품화하고, 김시민·곽재우·권율 장군, 사명대사, 논개 등 주요 인물과 이름없이 죽어간 수많은 장졸들을 주제로 한 뮤지컬도 제작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5년간 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최근 경남발전연구원에 이같은 내용의 용역을 발주했다. 도는 이 프로젝트 추진을 계기로 도내 10개 시·군이 경쟁적으로 개최하는 관련축제를 재정비하고, 유적지가 있는 타 시·도와 협약을 체결, 통일성과 다양성을 갖춘 콘텐츠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도내서는 10개 시·군에서 매년 26억여원의 사업비로 16종의 관련 축제 및 행사가 열리고 있다. 도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는 정부와도 사전교감을 갖고 추진한다.”며 “도의 역점사업인 남해안 시대의 핵심 문화관광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CEO칼럼] 코쿤 리더십,블루오션 리더십/서영태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CEO칼럼] 코쿤 리더십,블루오션 리더십/서영태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차관보를 지낸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세계적 석학 조지프 나이 학장은 2004년 펴낸 저서 ‘소프트 파워’에서 “소프트 파워란 강제나 보상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그는 “21세기 세계는 군사력이나 경제력같은 ‘하드 파워’가 아니라 문화·가치와 같은 ‘소프트 파워’가 지배할 것이다.”라고도 말했다. 언론들은 앞다퉈 소프트 파워가 21세기 국제정치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소프트 파워가 정치적 요소에만 국한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프트 파워는 물리적 요소가 아니라 감성과 창조적 이미지에 의해 개발되고 표현된다. 결국 ‘사람’에 의해서 소프트 파워가 발현된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은 사람에 의해 구성되고 경영된다. 사람이야말로 소프트 파워의 핵심인 것이다. 소프트 파워는 리더십에 의해 육성될 수 있다. 리더십의 중요성을 모르는 직장인은 없다. 리더십의 정의와 유형은 정말 다양하다. 이순신 리더십, 히딩크 리더십 등 사람 이름을 붙인 리더십도 적지 않다. 그렇게 명명된 리더십들은 기업경영 또는 직장인의 업무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경쟁력은 리더십에서 나온다. 리더십이 경영인의 전유물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리더십의 범위는 상하가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코쿤 리더십’과 ‘블루오션 리더십’이라는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낼 요량이다. 불확실한 사회에서 보호받고자 타인과의 접촉이나 교제를 거부하고, 안방 등 일정한 공간에 칩거하는 사람들을 코쿤족(族)이라고 한다. 코쿤(Cocoon)은 누에고치를 말함이니 코쿤족을 ‘나홀로 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코쿤족을 기업 경영에 빗대보면 배타적이고 경직된 조직에서는 코쿤 리더십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코쿤 리더십이 발휘되는 조직은, 경영진의 귀에 거슬리는 정보는 중간에 소멸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왜곡되거나 듣기 좋은 정보, 자기과시형 정보만이 위로 올라간다. 코쿤 리더십 하에서는 절대로 자신의 생각을 먼저 표현하지 않는다. 조직 속에서 자신의 위상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코쿤 리더는 실무자들에게 불필요한 긴장을 안겨준다. 젊은 리더들에게 중요한 임무와 과제를 리드할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는다. 자연히 창의성은 억제되고 획일적인 조직의 모습을 갖게 된다. 사업 환경이 복잡해지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혁신과 끊임없는 발전이 요구되는 오늘날 상황에서 최악의 리더십이다. 코쿤 리더십의 반대가 블루오션 리더십이다. 요즘 유행하는 블루오션이 기업 차원을 넘어 리더십 세계에도 적용 논리로 접근했다. 지금까지 리더십은 조직 계층을 대상으로 발휘됐다. 이때 리더십은 업무성과와 잠재력까지 포괄한다. 블루오션 리더십은 그 이상의 역할과 행동을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조직원의 감성과 창의성, 조직원의 가정과 가족에게까지 리더십을 펼쳐 보인다. 일과 맺어진 관계 그 이상의 범위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즉 조직구성원의 개인적 성향까지 파고드는 리더십으로 관계의 결속력을 키운다. 이것이 바로 블루오션 리더십이다. 새해는 새 각오를 다지면서 새로운 것들을 시험하게 한다. 올해 블루오션 리더십을 통해 조직의 감성과 창의성이 무한히 펼쳐졌으면 한다. 그래서 블루오션 리더십이 기업의 대표적 리더십이 됐으면 하는 소망이다.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 등대, 지역문화 불밝힌다

    어두운 밤 항만이나 포구에서 선박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등대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13일 등대의 모양이 기존의 원통형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지역의 특성과 예술적 조형미를 갖춘 등대로 변모하면서 ‘꼭 한번 가보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대표적인 등대로는 ▲평택시와 당진군의 화합과 번영을 기원하고 입출항 선박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는 ‘화합의 등대(평택·당진항)’▲지역특산물인 송이버섯을 형상화하고 관광객에게 바다 쉼터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송이버섯등대(양양 물치항)’▲관광객의 안전과 행복을 기원하는 ‘인어등대(군산 선유도)’▲이순신장군의 한산대첩을 기리고자 거북선 형상을 담은 ‘거북선등대(통영 대고포항)´ 등이 꼽혔다. 또 하멜표류기로 유명한 네델란드인 하멜이 13년 동안 살았던 곳을 기념하기 위한 `하멜등대(여수 구항방파제)´▲낙서판을 설치해 관광객들에게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낙서등대(포항 동방파제)’ 등 지역이미지를 살린 등대도 관광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해양부는 특히 19일 개장하는 부산항 신항의 관문인 동·서방파제에 세계로 뻗어나가는 신항의 힘찬 모습을 뱃머리와 파도 그리고 전통 차전놀이와 승천하는 해룡의 모습을 형상화한 ‘차전놀이등대(조감도)’를 건립하기로 했다. 모두 20억원이 투입되면 오는 6월공사에 들어가 2008년 완공한다. 이밖에 올해 동·서·남해안에 각각 1곳을 선정, 지역특성에 맞는 예술적 조형미를 갖춘 희망의 등대를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설치할 계획이다. 등대를 지역특색과 어울리는 예술적 조형물로 제작해 새로운 해양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에서다.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고유가 넘는 외나무다리

    ‘복사꽃 능금꽃이 피는 내 고향 만나면 즐거웁던 외나무 다리…’ 어릴 적 시골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고 최무룡씨의 ‘외나무 다리’노래다.6일 오전 경북 예천군 보문면 신월1리의 내성천. 이곳에 사라졌던 외나무 다리가 10년 만에 다시 놓여졌다. 외나무 다리는 폭이 20㎝, 길이 50m로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들어 보인다. 주민 30여명은 이날 차가운 강물 속에 들어가 길이 2∼3m가량인 나무토막 20여개를 연결해 외나무 다리를 만들었다. 마을 50여가구 주민 150명은 올 겨울에 외나무 다리를 오가며 땔감용 나무를 집으로 운반하게 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외나무 다리는 농산물과 땔감 수송통로로 이용됐다. 집집마다 기름보일러가 공급되고 유수량도 줄어들면서 외나무 다리는 자취를 감추었다. 최근 기름값이 오르자 주민들은 다시 다리를 놓기 시작했다. 단순히 경제적 이유뿐만은 아니다. 주민들은 외나무 다리를 놓으면서 옛 문화를 되살리고 화합을 다지기도 한다. 조선시대 때 이 마을에서는 추수가 끝난 뒤 매년 외나무 다리놓기 행사를 해왔다. 외나무 다리를 건너면 우거진 숲이 나오고 참나무, 소나무, 잡목의 죽은 가지 등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이곳에는 조선 선조 때 이순신 장군을 특별사면토록 건의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도록 한 약포 정탁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도정서원’도 자리잡고 있다. 신월1리 권상기(60) 이장은 “외나무 다리를 통해 조상들이 살아가던 모습을 오늘에 다시 본다.”며 “사라져가는 전통을 되살린다는 차원에서 기름값이 하락하더라도 매년 외나무 다리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예천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지자체 ‘세트장 수익사업’ 눈총

    자치단체들이 방송사에 드라마 세트장을 건립해준 뒤 세트장 관람료를 받아 관람객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6일 충남 부여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8일부터 충화면 가화리 가화저수지 옆 SBS드라마 ‘서동요’ 세트장을 구경하러온 관람객들로부터 어른 2000원 등 관람료를 받고 있다. 군은 이를 위해 ‘서동요 오픈세트장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입구에 매표소를 설치했다. ‘김가은’이란 네티즌은 충남도 홈페이지에 “연말에 서동요 세트장을 갔다가 요금을 받아 어이가 없어 그냥 돌아왔다.”며 “문화유산도 아니고 세트장에서 돈을 받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해 예산이 2200억여원에 불과했던 부여군은 세트장 건립비와 제작비, 소품구입비 등 60억원을 들여 서동요(지난해 9월∼올 3월 중순 방영) 세트장을 유치해 비난을 샀었다. 이 세트장에는 지난해 12월까지 하루 100∼200명이 찾았으나 겨울방학을 맞은 요즘 400∼500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부여와 함께 이 드라마 세트장을 유치했던 전북 익산시는 세트장 관람료를 받지 않고 있다. 전남 완도군은 KBS ‘해신’ 세트장에서 관람료를 받고 있으나 50억원을 들여 KBS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을 유치했던 전북 부안군은 관람료를 받지 않고 있다.KBS드라마 ‘왕건’ 세트장을 유치한 경북 문경시는 도립공원인 ‘문경새재’ 입장료조로 성인 2100원 등을 징수하고 있다. 부여군 관계자는 “‘큰돈 들여 지었는데 왜 가만히 있느냐.’는 주민 여론도 있고 관리비 등을 추가로 보태기가 어려워 ‘공공재산에 관해서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조례를 만들어 관람료를 받고 있다.”면서 “드라마가 종영된 뒤 관람객이 줄어들면 관람료 징수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부여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좌우 대립 넘지못한 운명적 사랑

    좌우 대립 넘지못한 운명적 사랑

    ‘KBS 대하드라마, 부활할까?’ 지난해 숱한 화제를 뿌린 ‘불멸의 이순신’의 뒤를 이어 KBS 1TV의 새 대하드라마가 이번 주말 시청자들과 다시 만난다. 해방 전후 한국 현대사 공간을 배경으로 좌·우익 젊은이들의 사랑을 다룬 60부작 대하드라마 ‘서울 1945’(연출 윤창범·유현기, 극본 이한호·정성희)가 7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밤 9시30분에 방송된다. 이 드라마는 ‘태조왕건’,‘불멸의 이순신’ 등 왕조시대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은 전작들과 달리 해방공간에서 활약한 실존 인물로부터 모티브를 빌려와 차별화를 꾀했다.1930년대부터 45년 광복,50년 한국전쟁 전후까지 젊은이들이 믿고 따른 좌우 이념과 이상을 함께 다루는 것도 현대사를 소재로 한 기존 드라마와도 다르다. 광산 노동자 출신으로 공산주의의 길을 걷는 최운혁(류수영)과, 하인 집안의 딸로 태어나 신교육을 받고 호텔에서 일하지만 운혁을 도우면서 공산주의에 합류하는 김해경(한은정)의 사랑은 미 군정기 실존인물인 김수임과 이강국의 관계에 기초한다. 이한호 작가는 “실제 인물들로부터 모티브를 얻었지만 다큐멘터리나 실록은 아니다.”라면서 “따라서 주인공들이 실존 인물의 이름을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이들의 관계에 지주의 아들인 이동우(김호진)와 일제 귀족 출신 문석경(소유진)이 가세하면서 난마처럼 엉킨 시대상을 격동적으로 풀어나간다. 문석경은 일제 치하에서 김해경을 자신의 몸종으로 부리다가 해방 후 집안이 몰락하게 되자 이승만의 양딸이 돼 사교계로 진출한다. 이동우는 이승만을 대부로 모시며 여운형을 추앙하는 최운혁과 정치적으로 대립한다. 이처럼 치열한 이념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제작진은 “이데올로기를 보여주는 정치드라마는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윤창범 PD는 “이념보다는 그 당시 보통사람의 삶을 통해 그 시대가 얼마나 생명력이 있고, 열린 가능성이 있는 시대였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호 작가도 “젊은이들의 각기 다른 경험을 조망하겠지만 이념에 치우친 것은 아니며, 좌우에 편향적인 시각을 배제하고 봐달라.”면서 “시대상을 대표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그들의 역사가 무엇을 얻었고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조명할 것”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새해엔 드라마 뭘볼까” 즐거운 걱정

    “새해엔 드라마 뭘볼까” 즐거운 걱정

    ‘새해 첫 달 드라마 대전이 펼쳐진다.’ 2005년 지상파 3사를 통해 방송된 드라마는 모두 66개(단막·특집극 제외). 인기에 따라 방영기간이 고무줄처럼 늘고 주는 경우가 있어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한 해에 60개 안팎의 작품이 쏟아진다.새해 1월에는 이례적으로 8편의 드라마가 안방에 등장할 예정이라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방송사로서는 보기 드문 접전이지만, 시청자로서는 작품이 좋다면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올해 대박을 터뜨렸던 ‘내 이름은 김삼순’과 ‘굳세어라 금순아’ 이후 흥행에 참패를 면치 못했던 MBC는 작심한듯, 무려 4편을 투입한다. 주말연속극 ‘결혼합시다’와 대하사극 ‘신돈’을 제외하고는 모두 새 간판을 내거는 것. 우선 2일에는 ‘맨발의 청춘’을 조기 강판시키고 새 일일극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를 올린다. 이어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새 수·목 미니시리즈 ‘궁’(11일)과 새 월·화 미니시리즈 ‘늑대’(16일)가 합세한다. 마지막으로 30일 우희진을 여주인공으로 내세운 새 아침드라마 ‘홍도가 나가신다’(가제)가 투입될 예정이다. 2005년 후반 들어 시청률 10%를 넘기는 작품을 찾기 힘들었던 MBC는 주간 드라마 라인업 6개 가운데 4개를 바꾸며 일거에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가수 출신 연기자가 대거 배치된 점이 눈에 띈다.‘사랑은’의 홍경민과 이현우,‘궁’의 윤은혜와 김정훈,‘늑대’의 문정혁(에릭) 등이 전면에 나섰다. 올해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KBS는 모두 세 편을 준비했다. KBS2 주말극 ‘슬픔이여 안녕’의 후속으로 ‘앞집 여자’,‘두 번째 프러포즈’에서 함께 했던 박은령 작가와 유호정이 뭉친 ‘인생이여 고마워요’가 7일부터 시작된다. 또 ‘불멸의 이순신’ 이후 한 박자 쉬며 야심차게 준비한 새 대하드라마 ‘서울 1945’도 같은 날 KBS1을 통해 막을 올린다. 9일부터는 ‘이 죽일 놈의 사랑’의 바통을 건네받은 KBS2 새 월·화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이 전파를 탄다. 이 드라마는 영화 ‘다세포 소녀’를 함께 촬영했던 신예 김옥빈과 유건이 다시 호흡을 맞춰 화제를 모으고 있다. SBS는 단 한 편을 새로 선보이지만 파괴력은 여느 드라마보다 크다. 특별기획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후속으로 김수현 작가의 ‘사랑과 야망’ 리메이크 버전이 21일부터 등장한다. 원작으로 80년 대 후반 브라운관을 뜨겁게 달궜던 김 작가와 곽영범 PD가 다시 손잡았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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