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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서예 1세대의 역작이 한자리에

    한국 서예 1세대의 역작이 한자리에

    한국 1세대 서예 대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귀한 전시가 마련됐다. 예술의전당과 한국서예단체총연합회 공동 주최로 지난 20일 서예박물관에서 개막한 ‘한국근대서예명가전’이다. 전시에는 고봉주, 김기승, 김용진, 김응현, 김충현, 박병규, 박세림, 배길기, 서동균, 서병오, 서희환, 손재형, 송성용, 유희강, 이기우, 이철경, 정주상, 정환섭, 조수호, 최정균, 최중길, 현중화, 황욱 등 작고 서예가 23인의 작품 120여점이 나왔다. 구한말부터 전후까지 활발히 활동하며 근대서예의 시작을 알리고, 전성기를 이끈 인물들이다. 서예인들에게 이번 전시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해 6월 ‘서예진흥법’ 제정을 계기로 여러 서예단체들이 뜻을 모아 연합회를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시켰고, 첫 사업으로 대규모 서예전을 기획했다. 1988년 문을 연 서예박물관에서 이처럼 많은 근대 서예가들의 작품이 한꺼번에 전시된 것도 드문 일이다. 침체된 서예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대중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붓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서예가’란 부제에 걸맞게 전시장에는 개성과 독창성 넘치는 명필로 가득 찼다. 전각서예의 불모지를 개척한 석봉 고봉주, 한글서예의 근대화를 이끈 일중 김충현,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한글궁체를 꽃피운 갈물 이철경 선생을 비롯한 대가들의 역작이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 지금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잠정 휴관 중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서예전’(7월 26일까지)과 추후에 함께 보면 더욱 뜻깊은 관람이 될 듯싶다. 전시는 8월 16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닮은 듯 다른 두 작가 시선, 작품 속 작품 서로를 잇다

    닮은 듯 다른 두 작가 시선, 작품 속 작품 서로를 잇다

    방 한가운데 침대에선 물보라가 하얗게 치솟고, 바닥에는 잡동사니가 어지러이 널려 있다. 펼쳐진 책과 풍선 인형은 허공을 떠다닌다. 유근택(55) 작가가 2012년에 그린 작품 ‘풍덩!’이다. 일상의 바다에 풍덩 뛰어들었을 때 수면 위로 떠오르는 남루하지만 애틋한 삶의 풍경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이 그림 안에는 다른 작가의 작품이 숨어 있다. 왼쪽 벽에 걸린 액자는 강홍구(64) 작가의 사진 ‘미키네집-구름’(2005-2006)이다. 유 작가의 집 거실에 실제로 걸려 있는 작품이다. 이쯤 되면 두 예술가의 인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강 작가도 유 작가의 그림을 갖고 있다. 공중 전화박스를 그린 ‘A Scene-대화’(2002)란 작품이다. 같은 대학을 나왔지만 전공이 달라 교류 관계가 딱히 없었던 둘은 2009년 즈음에 대담을 하면서 친분을 맺은 뒤 각자 마음에 드는 상대방의 작품을 골라 맞바꿨다. 작가끼리 작품을 교환하는 건 그만큼 친밀한 교감이 있었다는 의미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누크갤러리에서 열리는 강홍구·유근택의 2인전 ‘풍경 산책’은 바로 이 인연에서 시작됐다. 조정란 누크갤러리 대표는 “새로운 영역에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는 작업 태도와 장난기 넘치고 유쾌한 성향이 닮은 두 작가의 작품을 한 공간에 전시하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날지 궁금했다”고 기획 의도를 소개했다.서양화를 전공한 강 작가는 사진과 드로잉, 회화의 경계를 오가는 다양한 작품 세계를 추구해 왔다. 특히 재개발로 사라져 가는 도시 풍경들을 촬영한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으로 널리 알려졌다. 유 작가는 전통적인 한국화에 현대적인 표현 기법을 더해 회화의 영역을 확장하는 작품에 천착하고 있다. 일상 속 낯선 풍경을 산책하듯 거닐며 세상을 남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은 두 사람이 다르지 않다. 이번 전시에서 강 작가는 산 꼭대기 바위에 위태롭게 내려앉은 집을 표현한 ‘서울 산경’ 연작과 재개발로 곧 없어질 도시 한 귀퉁이의 서글픈 운명을 새벽녘 풍경으로 포착한 ‘안개와 서리’ 연작을 선보인다. 가까이서 보면 그의 사진은 미세하게 어긋나 있다. 실재하는 현실과 이상향의 괴리가 그 틈새로 배어 나온다. 주제는 무겁지만 경쾌하고, 서정적인 이미지가 중압감을 덜어 낸다. 유 작가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머물렀던 독일 베를린에서 경험하고 느낀 낯선 일상과 내면의 감정을 일기처럼 기록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그는 “작업에 눌린다는 강박감이 들 때 그곳에 갔는데 내가 부딪치는 모든 것이 그림이 될 수 있겠다는 깨달음이 왔다”면서 “본질적인 회화의 힘에 집중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라고 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두 작가는 아홉 살 나이 차가 무색하게도 격의 없이 호쾌하게 대화를 나눴다. 2인전에 대해 강 작가가 “다른 작가라면 망설였겠지만 유 작가여서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얘기하자 유 작가는 “예전부터 같이하고 싶었는데 바람이 이뤄져 기쁘다”고 화답했다. 상대방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도 애정 어린 견해를 피력했다. “공간과 재료를 다루는 방식이 흥미롭다. 동양화인데 동양화 같지 않은 느낌이 새롭다.”(강 작가) “예술가가 지녀야 하는 비평의 관점이 예리하다.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은 내게도 귀감이 된다.”(유 작가) ‘풍덩!’과 ‘미키네집-구름’이 나란히 걸린 전시장에 선 두 작가의 모습은 그 자체로 훈훈한 풍경이다. 전시는 7월 12일까지. 글 사진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그림명상’ 체험해볼까, 청담동에 상설 공간 오픈

    ‘그림명상’ 체험해볼까, 청담동에 상설 공간 오픈

    그림과 음악, 그리고 차. 바쁜 일상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찾을 때 더할 나위없이 유용한 것들이다. 이 세 가지를 오롯이 홀로 즐길 수 있는 전문 공간이 생겼다. 한국미술경영연구소에서 이름을 바꾼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는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으로 이전하면서 그림명상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벽에 걸린 그림은 딱 한 점. 그림과 마주 보는 위치에 좌식 의자가 놓여 있고, 작품과 어울리는 맞춤형 음악과 개인이 직접 선택하는 차가 제공된다. 차분하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 꾸몄다. 작품은 주기적으로 교체된다. 이우환, 김창열 등 근·현대 대표작가 명품부터 역량 있는 젊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그림명상실은 1인 또는 가족 단위로 이용할 수 있다. 감상 시간은 기본 1시간이다. 김윤섭 대표는 “전시와 명상을 연계한 기획 프로그램은 이전에도 간혹 있었지만 상설 공간은 국내에서 처음”이라며 “지친 현대인의 감성 힐링과 미술에 대한 잠재적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와 뉴욕에서 활동하는 패션사진작가 케이티김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아트 인 퓨처(Art in Future)’를 의미하는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는 전시기획, 미술강좌, 아트컨설팅 전문 회사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가장 오래된 부석사 조사당 벽화, 더 오래 볼 수 있게

    가장 오래된 부석사 조사당 벽화, 더 오래 볼 수 있게

    고려 제작 추정… 일제강점기 해체·분리 균열 보강했지만 표면 오염 등 손상 심각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벽화인 경북 영주시 부석사 조사당 벽화(국보 제46호)에 대한 보존처리가 시작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8일 해동 화엄종의 창시자인 의상대상(625~702) 초상을 모신 부석사 조사당(국보 제19호) 안쪽 벽면에 그려진 벽화 6점을 이날 대전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옮겼다고 밝혔다. 조사당 벽화는 지난해 실시한 국가지정문화재 정기조사에서 보존처리 필요성이 제기됐고, 지난 3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전면 보존처리가 결정됐다. 작업은 2026년까지 진행된다. 목재 골조 위에 흙벽을 만들어 다양한 안료로 채색한 벽화는 조사당이 건립될 당시인 1377년(고려 우왕 3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교의 수호신인 제석천(帝釋天)과 불법을 지키는 사천왕(四天王), 부처님을 모시는 수호신 범천(梵天)이 그려져 고려 시대 대표적인 벽화로 평가받는다. 벽화는 일제강점기인 1916~1918년 조사당에서 해체·분리됐다. 여섯 개 폭이 각각 벽체 뒷면 일부가 제거되고 석고로 보강돼 나무보호틀에 담겼다. 1926년 10월 6일 동아일보에는 ‘쪼각쪼각 썩어버린 부석사 대벽화’란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부석사 무량수전(국보 제18호)과 보장각을 거쳐 지금까지 성보박물관에 보관·전시돼 왔다. 벽체 분리 전부터 가로 방향 균열이 발생해 일제가 이를 석고로 보강했으나 이로 인한 백색오염과 추가 균열·분리가 일어나 구조적인 손상이 진행 중이다. 채색층의 박리, 표면 오염 등이 심각한 상태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먼저 벽화의 상태를 정밀진단해 손상 현황과 원인을 조사하고, 벽화를 재처리하기 위한 재료 연구와 보존처리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고려 후기 벽체의 구조와 벽화 제작기법에 대한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겹겹이 쌓인 색 너머 내면의 풍경

    겹겹이 쌓인 색 너머 내면의 풍경

    역동적 색띠… 칠하고 말리는 과정 반복 자신의 내면 ‘블루·핑크’로 감정 풀어내“10년 넘게 같은 작업을 하다 보니 안 좋게 얘기하는 분들도 있어요. 단순한 방식을 오래 우려먹는다고요(웃음). 하지만 세상엔 아름다운 색이 많고, 그 색들로 기쁨이나 슬픔, 분노 같은 여러 감정들을 풀어내는 것이 지루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해야 할 작업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완만한 곡선의 화려한 색띠들이 펼치는 경쾌한 군무 또는 합주. 하태임(47) 작가의 작품은 추상회화지만 난해하거나 무겁지 않다. 한국 고유의 색동이 연상되는 친근함과 단순한 형태의 다채로운 변주가 표출하는 역동적인 기운이 어우러져 대중적인 인기가 높다. 서울 한남동 가나아트나인원에서 2년 만에 개인전을 여는 하 작가를 개막 전날인 16일 전시장에서 만났다. 이번 전시에선 블루와 핑크, 두 가지 색에 집중했다고 한다. “색에 관한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그는 “블루는 꿈과 이상을 향한 호기심, 미지의 장소를 여행할 때 느끼는 그리움의 색”이라고 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장 좋아한 색이기도 하다. “핑크는 딸이 어렸을 때 좋아하던 색인데 사춘기가 되면서 질색하더라”며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화해와 너그러움의 색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소개했다. 겹겹이 쌓인 수십 개의 색띠는 하나하나가 시간의 축적물이다. 색띠 하나를 그리는 데 보통 이틀이 걸린다. 칠하고, 말리고, 다시 칠하는 과정을 평균 열두 번가량 반복하기 때문이다. 몸을 축으로 삼아 쭉 뻗은 팔의 궤도만큼 붓으로 선을 그리는 작업은 녹록지 않다.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 오십견을 달고 산다. “왜 한번에 그리지 않느냐고 하는데, 맑고 투명한 색이 올라오려면 꼭 필요한 과정이에요. 전 그걸 색이 익어간다고 표현해요. 손쉽게 작업한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색감과 결이죠.” 작가가 ‘통로’(Un passage)로 이름 지은 색띠 연작은 프랑스 유학시절 경험에서 비롯됐다.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각적 요소만으로도 소통이 되는 가능성을 깨달았고, 점차 선과 색을 부각하는 색띠 외에 다른 요소들을 배제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작가에게 인기의 비결을 묻자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로 등교를 못하는 자녀들을 위해 학부모 사이에서 색종이로 ‘하태임 따라하기’ 놀이가 유행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는 “처음엔 ‘내 작업이 그렇게 쉬워 보이나’ 기분이 별로였는데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치유의 한 방편이 됐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꼈다”며 웃었다. 전시는 7월 5일까지. 글 사진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문화유산보호, 숨은 유공자를 찾습니다”

    문화재청은 16일부터 7월 31일까지 ‘2020년도 문화유산보호 유공자 포상’ 후보자 추천을 받는다. 문화유산보호 유공자 포상은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애호의식을 확산시켜 우리 문화재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자 마련됐다. 문화유산 보존·관리, 학술·연구, 봉사·활용의 3개 부문에서 문화훈장,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으로 나눠 접수한다. 후보자는 국적과 생존 여부와 관계없이 문화훈장은 15년 이상 공적이 뚜렷한 개인, 대통령표창과 국무총리표창은 5년 이상 공적이 뚜렷한 개인 또는 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문화재청은 9월부터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와 일반 국민대상 공개검증 등을 거쳐 최종 수상자를 결정한다. 시상식은 12월 8일이다. 후보자 추천은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 서류를 내려 받아 작성한 뒤 방문 또는 우편 제출하면 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실험, 예술이 되다

    실험, 예술이 되다

    신예 현대미술가·해외 스타작가 전시도캔버스 대신 전시장 벽과 바닥, 천장이 거대한 화폭이 됐다. 쇠 막대기를 한지로 감싸고 실로 뭉쳐 선과 점의 형태로 만든 뒤 드로잉하듯 3차원 공간에 펼친 기하학적 형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이승택(88)의 ‘무제’다. 1982년 관훈미술관 개인전에서 발표한 이래 38년 만에 다시 관객과 만난다.한 남자가 브라운관 TV를 힘겹게 들고 있는 사진 네 장이 나란히 걸렸다. 남자가 TV를 기울이는 각도에 따라 화면 속 물도 비스듬히 기운다. 마치 TV 안에 물이 들어 있는 것 같다. 국내 비디오아트의 대부 박현기(1942~2000)가 197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한 퍼포먼스 기록사진 ‘물 기울기’는 실재와 허상의 경계에 몰두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 중반까지 한국 실험미술의 전성기를 이끈 거장 5인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기회가 마련됐다. 갤러리현대가 16일부터 일반에 공개하는 50주년 특별전 ‘현대 HYUNDAI 50’의 2부 전시에서다. 본관 1, 2층 전체를 실험미술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이승택, 박현기와 함께 곽덕준(83), 이강소(77), 이건용(78)의 작품이 초청됐다.한국과 일본 미술계에서 활약한 곽덕준은 사진, 이벤트, 영상 등으로 난센스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개념미술 작업을 해왔다. 출품작 ‘오바마와 곽’(2009)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지 표지에 실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사진과 작가의 얼굴을 합성한 것으로, 1974년 ‘포드와 곽’부터 이어져 온 대통령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새로운 실험미술 움직임을 주도한 이강소는 화랑을 주막으로 변신시킨 ‘소멸(선술집)’과 1975년 파리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닭 퍼포먼스의 기록 사진을 선보인다. 몸을 예술의 매체로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건용의 대표 연작 ‘신체 드로잉’과 아카이브 소장 자료도 만날 수 있다. 갤러리현대는 최근 10여년간 한국 실험미술을 재조명하는 기획 전시와 더불어 해외 미술계에 널리 알리는 일을 해왔다. 2010년 박현기 10주년 회고전, 2016년 이건용 개인전 ‘이벤트-로지컬’, 2018년 이강소 개인전 ‘소멸’ 등을 개최해 시대를 앞서갔던 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의 진면목을 돌아보게 했다. 해외에서도 뒤늦게 이들의 작품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테이트미술관이 2013년에 이승택의 ‘고드랫돌’, 2016년에 이건용의 퍼포먼스 사진 ‘장소의 논리’를 소장했고, 뉴욕현대미술관은 2018년에 박현기의 ‘무제(TV돌탑)’를 소장품 목록에 추가했다.신관은 한국 현대미술의 최신 경향을 대표하는 작가들과 해외 스타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2018년 영국 테이트리버풀에서 개인전을 연 듀오 문경원·전준호의 영상설치물 ‘이례적 산책 Ⅱ_황금의 연금술’, 달항아리 작업으로 잘 알려진 설치미술가 강익중의 ‘내가 아는 것들’이 소개된다. 기계 생명체를 만드는 작가로 유명한 최우람의 대형 신작 ‘One(이박사님께 드리는 답장)’은 방호복을 소재로 만든 거대한 흰 꽃이 천천히 피고 지는 모습이다. 코로나 시대 삶과 죽음의 순환을 돌아보게 한다.로버트 인디애나, 헤수스 라파엘 소토, 토마스 스트루스, 쩡판즈, 아이웨이웨이 등 갤러리현대가 국내에 소개한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눈을 즐겁게 한다. 이반 나바로의 신작 ‘콘스텔레이션’(Constellations)은 조명과 거울을 이용해 무수한 별들이 쏟아지는 우주를 탐험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관람은 온라인 예약제로 운영된다. 7월 19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주말 콕! 이 전시]무채색 식물의 울림, 박상미 개인전 ‘모르는 계절’

    [주말 콕! 이 전시]무채색 식물의 울림, 박상미 개인전 ‘모르는 계절’

    시절이 하 수상해서일까. ‘식물 화가‘로 알려진 박상미 작가가 4년 만에 연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들에선 수묵으로 그린 무채색 식물과 화려한 원색의 배경이 주는 대비가 한층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아마도 자연의 계절은 전염병에 아랑곳없이 화사한 옷을 갈아입는데 온전히 그 계절을 즐기지 못하는 지금 우리의 무미건조한 현실과 겹쳐보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인지 ‘모르는 계절’이란 전시 제목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장지 위에 먹과 채색을 활용해 독창적으로 표현한 식물 그림들은 박 작가가 데뷔 이래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온 주제다. 시작은 외할머니의 정원에 대한 추억이었다. 외할머니는 잡풀 하나까지도 아름답게 키우는 타고난 정원사였다.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정원은 사라졌고, 작가는 영원할 수 없는 존재와 관계를 고민하며 식물을 그렸다. “힘들었던 20대 시절 아스팔트 사이로 자란 잡초가 내 처지 같았다”는 작가는 “초라하고 우울한 현실에서도 꿋꿋이 살아내는 잡초의 자생력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유한한 관계와 존재에서 오는 상처와 불안은 화폭 안에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됐다. 작은 화분에서 뻗어나와 사방을 뒤덮은 거대한 식물,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를 비유하듯 실타래처럼 엉킨 둥근 식물은 위태롭고 쓸쓸하다. 형형색색 만개했지만 생화가 아닌 조화를 그린 그림에선 공허함이 묻어난다. 그러나 작가는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되 비관하지는 않는다. 서로가 ‘모르는 계절’ 속에서도 관계의 끈을 놓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생명력, 그것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6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율곡로 이화익갤러리.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고구려·백제·신라 ‘말 갑옷’ 처음으로 다 모였다

    고구려·백제·신라 ‘말 갑옷’ 처음으로 다 모였다

    신라와 가야, 백제지역에서 출토된 말 갑옷과 고구려 고분벽화 속 말 갑옷까지 고대 삼국의 말 갑옷을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만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국립경주박물관이 공동 개최하는 ‘말, 갑옷을 입다’ 특별전이 12일부터 8월 23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열린다. 1992년 함안 마갑총에서 출토된 말 갑옷 1점과 2009년 경주쪽샘지구 C10호에서 나온 말 갑옷 1점, 부산 복천동과 공주 공산성 등에서 수집된 말 갑옷 조각 6점·말 투구 10점 등 총 18점이 출품됐다. 말 갑옷은 일제강점기인 1934년 경주 황남동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전국에서 여러 점 출토됐다. 하지만 온전한 형태가 드물어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함안 마갑총과 경주쪽샘지구 C10호에서 완전한 형태의 말 갑옷이 출토되면서 고대 삼국 말 갑옷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1부 ‘신라 귀족들의 안식처, 쪽샘지구’는 10년간의 보존처리를 마친 말 갑옷과 재현품을 선보인다. 2부 ‘가야·백제의 말 갑옷’에선 함안 마갑총에서 나온 말 투구와 말 갑옷, 그리고 부산, 김해, 합천 등에서 출토된 말 갑옷을 만날 수 있다. 3부 ‘고구려 고분벽화 속 중장기병’은 고구려 고분벽화에 투영된 고대 철기병의 여러 모습을 영상 등으로 소개한다. 관람 신청은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삼국시대 말 갑옷 한자리서 만난다

    삼국시대 말 갑옷 한자리서 만난다

    신라와 가야, 백제지역에서 출토된 말 갑옷과 고구려 고분벽화 속 말 갑옷까지 고대 삼국의 말 갑옷을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만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국립경주박물관이 공동개최하는 ‘말, 갑옷을 입다’ 특별전이 12일부터 8월 23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열린다. 1992년 함안 마갑총에서 출토된 말 갑옷 1점과 2009년 경주쪽샘지구 C10호에서 나온 말 갑옷 1점, 부산 복천동과 공주 공산성 등에서 수집된 말 갑옷 조각 6점 및 말 투구 10점 등 총 18점이 출품됐다.말 갑옷은 일제강점기인 1934년 경주 황남동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전국에서 여러 점 출토됐다. 하지만 온전한 형태가 드물어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함안 마갑총과 경주 쪽샘지구 C10호에서 완전한 형태의 말 갑옷이 출토되면서 고대 삼국 말 갑옷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1부 ‘신라 귀족들의 안식처, 쪽샘지구’는 10년간의 보존처리를 마친 말 갑옷과 재현품을 선보인다. 황남동 109호와 계림로 1호에서 출토된 말 갑옷도 1934년과 1973년에 발굴된 이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2부 ‘말 갑옷’에선 함안 마갑총에서 나온 말 투구와 말 갑옷, 그리고 부산, 김해, 합천 등에서 출토된 말 갑옷을 만날 수 있다. 백제 지역인 공주 공산성에서 나온 우리나라 최초의 옻칠 말 갑옷과 말 투구도 자리한다.3부 ‘고구려 고분벽화 속 중장기병’은 고구려 고분벽화에 투영된 고대 철기병의 여러 모습을 영상 등으로 소개한다. 관람 신청은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며, 300명 안팎으로 현장 접수도 받는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코로나에도 피어난 조각의 美

    코로나에도 피어난 조각의 美

    조각, 유리, 설치, 미디어아트 등 입체 작품을 중심으로 하는 아트페어 ‘조형아트서울’(PLAS)이 오는 17~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에서 주요 아트페어와 비엔날레 등이 연기 또는 취소되는 상황에서 열리는 드문 미술계 행사다. 5회째인 올해 행사에는 웅갤러리, 청작화랑, 갤러리화이트원, 비앙갤러리, 이정갤러리 등 86개 갤러리가 참여해 국내외 작가 600여명의 작품 2000여점을 소개한다. 야외에서만 볼 수 있었던 대형 조형물들을 실내로 들여와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한 ‘대형조각 특별전’이 눈에 띈다. 이번 행사 주제이기도 한 김성복의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를 비롯해 권치규, 김병규, 김성민, 김재호 등 12명 작가의 작품이 설치됐다. 40여년간 작업용 면장갑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여 ‘장갑작가’라고 불리는 정경연, 국내 유리조형 분야 권위자인 고성희 특별전도 열린다. 관객 체험전으로 전시장에 마련된 흰 장갑에 글귀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 전시장에 빨래집게로 너는 ‘코로나19 극복! 희망장갑 널기’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이 밖에 중견작가 특별전, 유리 조각전, 신진작가 공모 특별전, 제주작가 특별전 등 다양한 기획전이 이어진다. 주최 측은 “행사장에 열화상 카메라와 체온계,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출입자 명부를 관리하는 등 방역에 힘쓰겠다”고 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파주 대성동 마을서 구석기 유물 발견

    파주 대성동 마을서 구석기 유물 발견

    비무장지대(DMZ) 내 최북단 마을인 경기 파주 대성동에서 구석기시대 뗀석기 유물이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비무장지대 문화·자연유산 실태조사단은 지난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파주 대성동 마을에서 진행한 첫 실태조사에서 구석기시대 석기를 비롯한 다양한 유물을 수습했다고 9일 밝혔다. 마을 남쪽 구릉 일대에서 확인된 석기는 뗀석기 2점이다. 사냥하거나 물건에 구멍을 낼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찌르개와 날을 세운 석기인 찍개류의 깨진 조각으로 추정된다. 뗀석기는 2004년 개성공업지구 문화유적 남북 공동조사 때도 1점이 발견돼 남북 고고학계가 주목한 바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임진강 유역에서 적지 않은 구석기시대 유적이 조사된 바 있고 특히 대성동 마을과 북측의 기정동 마을은 서로 마주 보고 있어 앞으로 남북공동 조사가 이뤄지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을 서쪽에 흙을 쌓아 만든 태성(台城)은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서 방향에 문지(門址·성문이 있었던 자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문지와 외곽 둘레에서 고려·조선 시대 토기와 기와 조각이 수습됐으며 시기가 이른 유물도 발견됐다. 조사단은 마을 주변 8곳을 매장문화재가 묻혀 있을 유물 산포지로 설정했다. 드러난 지표면에서 고려~조선 시대 기와, 도자기 조각 등이 발견됐고, 접근이 어려운 구릉에서도 봉분 등이 나타난 것으로 미뤄 마을 대부분 지역에 매장문화재가 분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구석기 유물이 발견된 마을 남쪽 구릉 일대에서는 고려 시대 일휘문(日暉文·원형 돌기 문양) 막새, 상감청자 조각, 전돌, 용두(龍頭) 장식 조각 등 통일신라부터 조선 시대의 유물이 확인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등 DMZ 국제평화지대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비무장지대 실태조사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태봉 철원성, 고성 최동북단 감시초소(GP) 등 총 40여 곳을 대상으로 내년 5월까지 이어진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예술가 손끝서 과학자 손길로… 아픈 곳 다듬는 수리수리 미술

    예술가 손끝서 과학자 손길로… 아픈 곳 다듬는 수리수리 미술

    미술 작품은 예술가의 손끝에서 태어나지만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건 과학자의 손길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충격에 의한 물리적 파손이든,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적인 노화 현상이든 상처나 질병 없는 작품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고 보살피는 ‘미술품 의사’의 존재 역시 필연적이다. 미술계 전문 용어로 ‘보존과학자’(콘서베이터)가 그들이다.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 영화 ‘인사동 스캔들’ 등 대중 매체에서 보존과학자가 매력적인 직업으로 등장한 적은 있으나 미술 전공자나 관계자가 아닌 일반 관람객에게 여전히 보존과학은 흥미롭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미지의 세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인공을 빛낸다는 점에서 무대로 치면 백스테이지에 해당하는 미술관 보존과학실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보존과학의 내막을 속속들이 관객에게 펼쳐보인다는 측면에서 얼핏 연극무대와도 닮았다. 미술품 수장과 보존·복원에 특화된 청주관의 성격을 십분 살린 영리한 기획이다. 전시는 보존과학자 C의 일상과 고민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C는 콘서베이터(conservator), 청주(Cheongju), 3인칭 대명사 ‘씨’를 두루 아우르는 약칭이다. ‘C의 도구’는 보존과학자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수백 종류의 안료와 현미경 등 광학기기, 분석자료를 다양하게 배치해 보존과학실의 풍경을 재현했다.전시장 한쪽 벽에 걸린 오지호 작가의 1927년 작품 ‘풍경’ 실물과 이 그림을 자외선, 적외선, X선으로 각각 촬영한 세 장의 사진은 마치 숨은 진실을 파헤치는 탐정 같은 보존과학의 묘미를 선사한다. 원본은 물론 자외선, 적외선 촬영에서 보이지 않던 여인 전신상 밑그림이 X선 촬영에선 마술처럼 뚜렷이 드러난다. ‘시간을 쌓는 C’에선 소장품 실물과 복원 과정을 담은 기록 영상을 함께 전시해 보존과학의 이해를 돕는다. 이갑경 작가의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1937)은 두 번의 대수술을 거쳤다. 캔버스 천이 찢어지고 물감이 군데군데 떨어져 나가는 등 중병 상태가 확인돼 1989년 집중 치료가 이뤄졌다. 이후 2011년 보존처리에 사용된 재료가 들뜨거나 변색된 것이 관찰돼 2014년 재보존처리했다. 오랜 야외전시로 표면 변색이 심했던 니키 드생팔의 조각 ‘검은 나나(라라)’를 복원하기 위해 니키 드생팔 재단 측과 보존처리 방향을 협의하는 과정은 현대미술품 보존처리의 원본성과 진정성에 대한 의미를 숙고하게 한다.어디까지가 작품의 원본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일까. 보존과학자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과제다. ‘C의 고민’은 바로 이 어려운 질문 앞에 선 보존과학자의 실존적 고뇌를 우종덕 작가의 설치 영상 ‘The More the better’(다다익선)로 풀어낸다. 단종된 브라운관 TV 부품 문제로 가동을 중단한 백남준의 ‘다다익선’(1988) 보존처리에 관한 3가지 의견을 배우 한 명이 3개 채널에서 각기 다르게 개진하는 영상은 보존과학자의 치열한 내적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우종덕 작가 외에 류한길, 김지수, 정정호, 주재범, 제로랩이 소리, 냄새, 도구 등을 주제로 보존과학의 다양한 면모를 해석한 신작을 출품해 자칫 실험실처럼 딱딱할 수 있는 전시가 한층 풍부해졌다.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해야 관람할 수 있다. 10월 4일까지. 청주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주말 콕! 이 전시]레고스케이프트·벤딩 라이트

    [주말 콕! 이 전시]레고스케이프트·벤딩 라이트

    레고스케이프트(Legosacped): 6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공근혜갤러리. 무료 어릴 적 레고를 유난히 좋아했다. 조각을 하나씩 맞춰 나만의 작품을 완성하는 그 질서정연한 세계에 매혹됐다. 어른이 된 지금도 매년 1월 1일 신년 의례 치르듯 레고와 마주한다.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는 신진작가 젠박(35) 얘기다. 그는 레고를 모티프로 도시를 재해석해 화폭에 담는다. 레고(lego), 도시경관(cityscape), 도피(escape)를 합한 ‘레고스케이프’ 시리즈를 2017년부터 발표해왔다. 삼각형 지붕, 사각형 창문으로 단순화한 도시 풍경은 알록달록한 파스텔 색감을 만나 동화같은 감성을 전달한다. 과거형 시제 어미를 붙인 레고스케이프트는 이번에 처음으로 발표하는 시리즈다. 집이나 빌딩 형태는 더욱 추상화돼 색과 면으로만 남았다. 코로나19로 집밖에 나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깨달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작업에 녹아들었다고 한다. 북촌의 단청색 기화, 뉴저지 교외의 굴뚝을 형상화한 나무 입체설치 작품은 평면회화와 같은 듯 다른 느낌을 전한다. 이번 전시는 공근혜갤러리가 기획한 ‘포스트 코로나 릴레이’전의 첫 주자다. 9월 네덜란드 작가 어윈 올라프, 내년 1월 밀레니언 영 코리안 아티스트 전, 4월 영국 작가 마이클 케나와 설치작가 김승영의 전시가 이어진다.벤딩 라이트(Bending Light): 8월 14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페이스갤러리. 무료 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빛과 공간’(Light and Space)운동을 이끌었던 세 명의 거장 작가, 피터 알렉산더와 제임스 터렐, 로버트 어윈의 최근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표현 양식은 다르지만 빛을 주요 매체로 삼아 공간과 지각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았던 이들의 작품 세계를 비교해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작업 초기에 레진을 활용한 기법으로 이름을 알린 피터 알렉산더는 2000년대 중반부터 우레탄으로 재료를 바꿨다. 우레탄 조각품들은 빛을 발하기보다 흡수하고, 반사시킨다. 반투명하거나 불투명한 기하학적 형태의 오브제들은 관객의 심상에 따라 제각기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를 품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와 올해 제작한 조각품 6점이 나왔다. 알렉산더는 전시 직전인 지난 5월 말 8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전시장 한쪽 벽을 채운 제임스 터렐(77)의 LED 설치작품 ‘아틀란티스, 미디움 렉탱글 글래스’(Altantis, Medium Rectangle Glass)는 하늘이 가진 무한한 색채의 경이로움을 무려 2시간 30분 동안 펼쳐보인다. 가만히 들여다 볼수록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듯한 착각이 든다. 로버트 어윈(92)은 불이 켜지지 않는 형광등을 세로로 나란히 설치하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투명한 색의 젤로 덮인 형광등은 오브제와 배경 사이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며 친숙하면서도 낯선 감각을 전파한다. 전시에는 2018년 작품 2점이 나왔다. 이들 세 작가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댄 플래빈의 1984년 형광등 설치작품 ‘언타이틀드’(Untitled)도 한켠에 자리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태안 신진도서 조선시대 수군 군적부 발견

    태안 신진도서 조선시대 수군 군적부 발견

    옛 수군 주둔지 빈집 벽지서 주민이 발견 충남 태안군 신진도에 있는 오래된 가옥 벽지에서 조선 후기 수군(水軍)의 명단이 적힌 군적부가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태안의 옛 수군 주둔지인 안흥진성 인근 신진도의 빈집에서 군역의 의무가 있는 장정 명단과 특징을 기록한 문서가 벽지로 사용된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4일 밝혔다. 군적부는 19세기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안흥진 소속 60여명의 군역 의무자를 전투 군인인 수군과 보조적 역할을 하는 병역 의무자인 보인(保人)으로 나눠 이름, 주소, 출생 연도, 나이, 신장을 부친의 이름과 함께 적었다. 수군 출신지는 모두 당진현(현 당진시)으로, 당진 현감의 직인과 자필 서명이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16세기 이후 수군 편성 체계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라면서 “주특기가 적혀 있는 다른 군적부와 달리 수군과 보인만 기록돼 있어 징발보다는 18~19세기 군역 부과 방식인 군포를 거두기 위한 것이 주목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군적부가 발견된 집 상량문에 청나라 도광제(1820~1850)의 연호인 ‘도광 23년’이라는 명문이 적혀 있어 건축연대는 1843년으로 추정된다. 한쪽 방에서는 수군 주둔 마을의 풍경과 일상을 표현한 한시 3편도 두루마리 형태로 발견됐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1960년 연세대 학생들의 기록 첫 4·19 국가등록문화재 된다

    1960년 연세대 학생들의 기록 첫 4·19 국가등록문화재 된다

    4·19혁명 당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학생들이 시위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구술 자료가 4·19혁명 문화유산 가운데 처음 등록문화재가 된다.문화재청은 ‘연세대학교 4월혁명연구반 4·19혁명 참여자 조사서’를 국가지정등록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고 3일 밝혔다. 조사서는 서울 지방 데모사항조사서, 대구·부산·마산 데모사항조사서 등 총 9건이다. 설문 항목에는 정치에 대한 관심, 당시의 심정 등을 묻고 있어 조사 대상별 정치의식과 사회의식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데모 사항 조사서에는 참여 동기와 경과, 시간·장소·해산까지의 충돌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문화재청은 이 외에도 4·19혁명 관련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조사해 등록문화재로 추진할 예정이다.‘영주 부석교회 구본당’과 ‘천도교 구임실교당’도 이날 등록문화재로 예고됐다. 영주 부석교회 구본당은 흙벽돌로 축조한 벽체와 목조 첨탑 등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1950∼1960년대 건축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천도교 구임실교당은 한옥으로 건립된 천도교 교당 건물로, 건축·종교사 측면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경주 통일신라 석불좌상 불두 발굴… 靑석불좌상과 닮았네!

    경주 통일신라 석불좌상 불두 발굴… 靑석불좌상과 닮았네!

    경북 경주 남산에서 통일신라시대 석불좌상에서 분리된 것으로 보이는 불상의 머리(불두)가 발견됐다. 경주 이거사지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는 청와대 안 녹지원 석불좌상과 닮아 주목된다. 문화재청은 경주 남산 약수곡(석조여래좌상절터) 제4지를 발굴조사하던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이 이 같은 불두를 발견했다고 3일 밝혔다. 발굴조사는 약수곡에 방치된 석조여래좌상을 보수·정비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이뤄졌다. 이 석조여래좌상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사진자료집 ‘경주 남산의 불적’에도 머리가 없는 채 실려 있다. 원래 위치에서 옮겨진 상태로 반듯하게 놓여 있었으며, 그 옆에 불상의 중대석과 상대석이 불안정한 상태로 노출된 상태였다. 하대석은 동남쪽 위에 있는 큰 바위 아래에 놓여 있었다. 불두는 큰 바위 서쪽, 즉 하대석 서쪽 옆 땅속에 묻힌 채 발견됐다. 머리는 아래를 향하고, 얼굴은 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기는 높이 50㎝, 너비 35㎝, 둘레 110㎝가량이다. 미간 사이 백호를 장식했던 둥근 수정이 불두 인근에서 발견됐는데, 통일신라시대 석조불상의 원형을 고증하는 데 중요한 학술연구 자료로 평가된다. 소형 청동탑, 소형 탄생불상 등도 주변에서 함께 출토됐다. 석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 후기 작품이다. 경주 석굴암 본존불상과 같이 왼손을 펴서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하고 오른손은 펴서 무릎 아래로 땅을 가리키는 항마촉지인 도상을 하고 있다. 통일신라 석불좌상의 대좌(불상을 놓는 대)는 상당수가 팔각형인데 이 불상의 대좌는 사각형(방형)으로 조각된 것이 특징이다. 이런 형태는 ‘청와대 불상’으로 알려진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과 동일하다. 청와대 불상은 본래 경주 남산 옛 절터에 있었으나 1927년 총독부 관저를 새로 지으면서 서울로 옮겨 왔다. 2018년 보물 제1977호로 지정됐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청와대 불상’ 닮은 경주 남산 석불좌상 머리 찾았다

    ‘청와대 불상’ 닮은 경주 남산 석불좌상 머리 찾았다

    경북 경주 남산에서 통일신라시대 석불좌상에서 분리된 것으로 보이는 불상의 머리(불두)가 발견됐다. 경주 이거사지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는 청와대 안 녹지원 석불좌상과 닮아 주목된다.문화재청은 경주 남산 약수곡(석조여래좌상절터) 제4지를 발굴조사하던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이 이같은 불두를 발견했다고 3일 밝혔다. 발굴조사는 약수곡에 방치된 석조여래좌상을 보수·정비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이뤄졌다. 이 석조여래좌상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사진자료집 ‘경주 남산의 불적’에도 머리가 없는 채 실려 있다. 원래 위치에서 옮겨진 상태로 반듯하게 놓여 있었으며, 그 옆에 불상의 중대석과 상대석이 불안정한 상태로 노출된 상태였다. 하대석은 동남쪽 위에 있는 큰 바위 아래에 놓여 있었다.불두는 큰 바위 서쪽, 즉 하대석 서쪽 옆 땅속에 묻힌 채 발견됐다. 머리는 아래를 향하고, 얼굴은 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기는 높이 50cm, 너비 35cm, 둘레 110cm 가량이다. 미간 사이 백호를 장식했던 둥근 수정이 불두 인근에서 발견됐는데, 통일신라시대 석조불상의 원형을 고증하는 데 중요한 학술연구 자료로 평가된다. 소형 청동탑, 소형 탄생불상 등도 주변에서 함께 출토됐다.석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 후기 작품이다. 경주 석굴암 본존불상과 같이 왼손을 펴서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하고 오른 손은 펴서 무릎 아래로 땅을 가리키는 항마촉지인 도상을 하고 있다. 통일신라 석불좌상의 대좌(불상을 놓는 대)는 상당수가 팔각형인데 이 불상의 대좌는 사각형(방형)으로 조각된 것이 특징이다. ‘청와대 불상’으로 알려진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과 형태와 양식이 동일하다. 청와대 불상은 2018년 보물 제1977호로 지정됐다. 경주시는 발굴된 불두와 석불좌상을 복원하고, 주변도 정비할 계획이다. 불두 등 출토 유물들은 오는 10일 일반에 공개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오월, 민주주의를 다시 질문해 봄…새롭게 새겨 봄

    오월, 민주주의를 다시 질문해 봄…새롭게 새겨 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비엔날레재단이 기획한 다국적 특별전 ‘메이투데이’(MaytoDay)의 서울 전시 ‘민주주의의 봄’이 3일부터 7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서울과 대만 타이베이, 독일 쾰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4개 도시에서 각국의 서사를 담아 개별적으로 전시되는 특별전은 지나간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그 의미가 유효한 광주 정신을 돌아보고, 5·18민주화운동의 유산을 국제적인 맥락에서 탐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원래 5월을 전후해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하려 했으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타이베이 전시 ‘오-월 공감: 민주중적 중류’전이 지난달 1일 먼저 개막했고, 6월 서울 전시에 이어 7월 쾰른에서 ‘광주 시간’전이 열린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미래의 신화’는 일정이 아직 유동적이다. ‘민주주의의 봄’은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큐레이터 우테 메타 바우어가 기획했다. 지난 20년간 광주비엔날레 작업을 위해 수차례 광주를 방문할 때마다 시민 의식과 민주주의 정신에 경탄했다는 그는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의 과정으로서 민주주의를 조명하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전시는 1995년 출범한 광주비엔날레 역대 출품작들과 당시 보도 사진, 기록 문서 등 아카이브로 구성됐다. 먼저 3층 전시장에선 각기 다른 시기 광주비엔날레에 선보였던 작품들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살펴볼 수 있다. 5·18 시위를 재현하면서 현실과 역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한 상황을 담은 오형근 작가의 ‘광주 이야기’ 사진 연작, 2014년 광주비엔날레 개막식 퍼포먼스로 한국전쟁 민간인 피학살자 유골이 들어 있는 컨테이너를 비엔날레 앞 광장으로 가져왔던 임민욱 작가의 기록 영상 등이 공개된다. 박태규, 쿠어퍼라티바 크라터 인버티도, 배영환, 이불, 강연균, 홍성담 등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2층 전시 공간은 기억과 망각에 대한 뼈아픈 질문을 관람객에게 던진다. 역사적 사건은 사회의 집단 기억을 통해 생명력을 얻고, 미래로 나아가는 토대가 된다. 광주 묘역에 놓인 한 학생의 영정 사진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빛이 바래다 결국 형태마저 알아볼 수 없게 풍화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은 노순택 작가의 ‘망각기계’는 우리가 진정 무엇을 기억하고, 기념하는지를 자문하게 한다. 전시장에는 광주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취재 자료들과 미국 기자 팀 셔록의 문서 등 뜨거운 역사적 현장의 기록들도 자리한다. 1980년대 광주 저항미술의 중심이었던 목판화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것도 의미 있다. 목판화 전시는 아트선재센터 외에 인사동 나무아트에서도 이달 30일까지 진행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글자인 듯 그림인 듯…亞 판화 문자도 70점

    글자인 듯 그림인 듯…亞 판화 문자도 70점

    글자와 그림이 어우러진 문자도(文字圖)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서민의 일상 공간을 장식하는 생활예술이었다. 잡귀를 막기 위해 문에 붙이거나(문배도) 밖에서 집안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가리는 용도(문병)로 활용했는가 하면 유교의 도리를 담은 효제도(孝悌圖)는 교육 효과와 더불어 미적인 감각을 선사했다. 강원도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마련한 특별전 ‘판화로 보는 동아시아 문자도의 세계’는 문자도 중에서도 판화로 찍은 문자도를 한자리에 모았다.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의 문자도 판화와 문자도를 찍었던 목판 등 70여점을 선보인다. 조선시대 육필 문자도는 다양하게 발전했지만 판화 문자도는 소수 작품만 남아 있고, 판화 문자도를 찍었던 원판은 공개된 경우가 거의 없다. 고판화박물관은 이번 전시에서 판화 문자도로 제작된 문병과 효제도 목판 2점, 수복 문자도 목판 1점 등 최근 수집한 희귀 자료를 공개한다. 우리나라 문자도는 효제도가 주류를 이룬다. 중국 작품은 쑤저우에서 제작된 ‘수’(壽)자 목판화 문자도를 비롯해 다양한 다색 문자도를 선보인다. 일본은 나무아미타불 채색 문자도 등 불교 작품이 주로 소개되고, 베트남 문자도는 요즘도 신년에 집집마다 붙인다는 ‘복만당’(福滿堂) 등이 전시된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 동아시아인들의 생활예술 세계를 이해하고, 조형성과 디자인이 뛰어난 문자도의 창의성을 현대 생활예술에도 접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31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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