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아노’ 작곡자 마이클 니만 내한공연
호주 여성감독 제인 캠피온의 영화 ‘피아노’(1992년)에서 말못하는 여주인공의 심리를 때론 물처럼,때론 불처럼 섬세하게 전달하던 피아노 선율을 기억하는가.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던 이 영화음악의 작곡가 마이클 니만(60)이 자신이 이끄는 밴드와 함께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8·9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02)2005-0114.
마이클 니만은 존 케이지,필립 글라스와 더불어 미니멀리즘 음악을 대표하는 현대 음악가이자,영국 거장 감독 피터 그리너웨이와 함께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 ‘요리사,도둑,그의 아내,그리고 그녀의 정부’등 11편의 음악을 작곡한 영화음악가로 유명하다.이번 무대에서는 1부에서 마이클 니만이 ‘피아노’ 등 히트 영화음악을 직접 연주하고,2부에서는 러시아 영화감독 치가 베르토프의 흑백 무성영화 ‘카메라를 든 사나이’의 영상에 맞춰 10인조 밴드가 라이브로 음악을 들려준다.지난 주말 서울에 온 마이클 니만을 31일 오전 코리아나호텔에서 만났다.
한국에 온 소감은.
-지난 토요일 저녁 싱가포르에서 서울에 왔다.새로운 곳에 오는 것은 늘 용기를 필요로 한다.주말에 동대문 심야시장을 구경했는데 사람들이 물건을 거래하는 모습과 거리공연 등이 인상적이었다.이곳에 머무는 동안 한국 문화를 많이 접하고 싶다.
영화음악과 정통 클래식음악을 병행하고 있는데,두 장르간의 차이는.
-진정한 작곡가는 창조성을 기반으로 개인의 특성을 음악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아침에 일어나서 항상 새로운 음악을 생각한다.영화음악과 다른 여타 음악은 내 생각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차별성이지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영상과 음악의 결합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카메라를 든 사나이’를 택한 이유는.
-예전에 ‘Enemy zero’라는 일본 컴퓨터게임용 음악을 작곡한 적이 있는데 그때 영상 없이도 음악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카메라를 든 사나이’의 사운드트랙을 라이브로 연주하는 작업은 그 한 예이다.DVD영화로 보고,강렬한 에너지에 깊은 인상을 받아 택했다.지난 2002년 런던 로열페스티벌홀에서 초연했는데 라이브 실황연주는 음악과 영상의 템포를 맞추는 것이 매우 어렵다.그래서 가장 희열을 느끼는 동시에 가슴 떨리는 작업이기도 한다.
피터 그리너웨이와 오랫동안 작업한 것으로 유명한데.
-1976년 그와 만나면서 작곡가로서의 새로운 길을 걷게 됐다.보통 감독과 작곡가로 만나면 음악적 표현에 한계가 있게 마련인데 그는 영화안에서 내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도록 도와줬다.
자신의 음악을 정의한다면.
-글쎄,음악을 언어로 정의한다는 것이 가능할까.60년대 이후 팝음악,아방가르드,비틀즈 등 다양한 음악들이 터져나왔다.모든 음악적 경향들을 하나로 수용해 개인적인 성향으로 재구성한 것이 나의 음악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이는 작곡자로서의 관점이고,관객들이 내 음악을 어떻게 듣고,어떻게 정의하는지 궁금하다.
한국에선 ‘피아노’가 대표작으로 소개되는데 외국에선 어떤가.또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외국에서도 ‘피아노’의 작곡자로 소개된다.(웃음)팝음악만 히트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영화음악도 히트해서 무척 좋았다.하지만 ‘피아노’는 영화라는 장르 특성상 작곡자로서의 개성이 충분히 발휘된 곡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나도 이 곡을 좋아하지만 때때로 내 음악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개인적으로는 ‘Facing Goya’(2000년)같은 오페라 음악을 선호한다.
한국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최근 칸영화제에서 ‘올드보이’를 봤다.기회가 된다면 한국 영화와 작업해보고 싶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