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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솥밥 먹던 스타 다 모였네”

    올해 창단 10돌을 맞은 극단 차이무(대표 민복기)와 극단 유(대표 유인촌)가 나란히 ‘공연 잔치’를 벌인다. 한솥밥 먹던 옛 식구들까지 모두 가세해 펼치는 특별한 자축연이다. 극단 차이무는 풍자 코미디 ‘마르고 닳도록’(12월1∼1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으로 관객의 웃음보를 찌르고, 극단 유는 톨스토이 원작의 뮤지컬 ‘어느 말의 이야기, 홀스또메르’(12월9∼18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노래한다. 두 극단 모두 영화와 드라마에서 각광받는 스타 연기자들의 산실 노릇을 해왔는데 이들이 단역도 마다않고 뛰어드는 통에 보기 드물게 초호화 캐스팅 무대가 돼버렸다. ●새로운 차원으로 관객을 안내하는 즐거움 극단 차이무는 ‘차원이동무대선’의 준말이다. 세상을 보는 다차원의 관점을 제시하고 싶어서 붙인 이름이다. 연우무대 출신의 극작가 겸 연출가 이상우, 배우 문성근, 류태호를 중심으로 송강호 강신일 박광정 등 ‘범 연우인’들이 뭉쳤다. 이상우 연출가는 “91년 연우무대를 나온 뒤 개인사무실을 냈는데 동료·후배들이 매일 몰려와 술을 마시기에 ‘그러지 말고 공연을 하자.’고 해서 만든 극단”이라며 웃었다. 차이무는 번역극 ‘플레이랜드’로 창단 신고식을 치른 이후 ‘늙은 도둑이야기’‘비언소’‘돼지 사냥’ 등 창작 흥행작을 줄줄이 내놓았다.‘차이무 스타일’ 혹은 ‘이상우 스타일’로 불리는 차이무 연극의 가장 큰 특징은 ‘재미’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다.‘생각은 깊게, 표현은 경쾌하게’라는 이상우 연출가의 작품관은 풍자와 냉소가 깃든 독특한 질감의 ‘차이무표 코미디’를 만들어냈다. 극단 차이무의 또다른 특징은 단원들을 멀티플레이어로 키우는 것. 배우가 연출도 하고, 연출이 스태프 일을 하기도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면 ‘변절자’로 취급하는 다른 극단들과 달리 차이무는 오히려 배우들에게 “여기에서만 필요한 배우가 되지 말고 다른 곳에서도 불러주는 배우가 되라.”고 독려한다. 이런 분위기 덕에 차이무에는 TV와 스크린, 무대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하는 배우들이 많다. 창단 공연 이후 10년 만에 무대에 서는 문성근은 “공동체 안에서 하모니를 이뤄내는 차이무만의 남다른 분위기가 있다.”면서 “차이무의 레퍼토리를 연중 공연할 수 있는 전용극장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주년 기념작 ‘마르고 닳도록’(이강백 작·이상우 연출)은 애국가의 저작료를 받아내려는 스페인 마피아 집단을 내세워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꼬집는 블랙 코미디. 문성근 강신일 박광정 김승욱 등 스타 배우들이 단독 캐스트로 공연 내내 무대를 지킨다.(02)747-1010. ●무대와 관객을 향한 끝없는 열정 배우 유인촌이 이끄는 극단 유는 남들이 가지 않는 험한 길을 주로 택했다.IMF 외환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99년, 공연문화의 불모지인 강남 한복판에 전용극장을 덜컥 지었고,‘홀스또메르’‘철안 붓다’ 등 작품성은 있지만 돈은 안 되는 공연들을 뚝심있게 무대에 올렸다. 지난해에는 지방으로까지 눈을 돌려 강원도 봉평에 달빛극장을 개관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유 대표가 CF 찍어 적자를 메워 온 시간들이 쌓여 어느새 10년. 그의 말대로 여태 버텨온 게 ‘기적’이다. 더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힘들 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택시 드리벌’‘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같은 흥행작들도 큰 버팀목이 됐다. 과거 10년을 결산하고, 미래의 10년을 전망하는 기념 공연 ‘어느 말의 이야기, 홀스또메르’를 앞둔 그는 “기대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했다. 원래 계획했던 ‘햄릿’이 주역 캐스팅 문제로 무산되면서 차질이 빚어지긴 했지만 유 대표가 맨처음 10주년 기념작으로 점찍었던 작품은 ‘어느 말의 이야기’였다. 그는 “서사적인 스타일과 사실주의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무대로 연극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을 두루 갖춘 작품이어서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어느말의 이야기’는 한때 뛰어난 경주마였으나 지금은 늙고 병든 말 홀스또메르의 일생을 통해 우리네 인생을 통찰하는 우화극이다. 러시아 전통민요를 연상케 하는 서정적인 음악들이 곁들여진 뮤지컬로, 러시아인 아코디언 연주자를 비롯한 5인조 밴드가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한다. 1997년 초연부터 세차례 ‘홀스또메르’역을 맡아온 유 대표가 이번에도 같은 역할로 무대에 오른다. 서울문화재단 대표로 임명되면서 잠시 배우 일을 접었던 그는 “체력적으로 아주 힘든 배역인데다 부족한 연습시간 등 어려운 점은 많지만 10주년 기념작인 만큼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공연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극단 출신의 영화배우 김수로, 정규수 등 30여명의 단원들이 출연한다.(02)515-0589.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 낸 무서운 신인 김애란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 낸 무서운 신인 김애란

    “사람의 유전자에는 나무에 대한 친숙한 기억 인자가 있어서 나무로 만들어진 종이나 책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진대요. 종이책 시대에 책을 낼 수 있어 기뻐요.” 탁자위에 놓인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창비)를 손끝으로 매만지던 그가 담담한 어조로 소감을 말했다. 김애란. 자신의 이름을 건 첫번째 책을 내놓기도 전에 이미 문단의 유명세를 탔던 무서운 신인이다.1980년에 태어났으니 이제 만 스물다섯. 대학(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다니던 2002년, 난생 처음 쓴 단편 ‘노크하지 않는 그녀들’로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을 때부터 싹수는 파릇파릇했다. 하지만 이후 문예지에 한두 편씩 발표한 그의 작품들이 현대문학상 최종심에 오르고,‘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에 선정되더니 마침내 이달 초 한국일보문학상을 최연소로 수상하기까지의 아찔한 속도감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다. ●이달초 최연소 한국일보 문학상 수상 ‘상복이 많은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동의한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어린 나이에 큰 상을 받았다고 주위 어른들이 염려를 많이 하세요. 상의 무게에 눌리거나 겁먹지는 않으려고 해요.” 부모님이 계신 고향(충남 서산)마을에는 축하 현수막이 내걸렸단다. 문학상을 신춘문예로 잘못 썼지만 “전봇대에 올라가서 고칠 수도 없고 해서 그냥 놔뒀다. 신춘문예는 동네 어르신들이 주신 상으로 알고 그냥 받기로 했다.”며 웃었다.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에는 아버지 부재와 가난의 풍경을 경쾌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표제작을 비롯해 9편의 단편이 실렸다.‘달려아, 아비’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지하 단칸방에 사는 ‘나’는 만삭의 어머니를 버려둔 채 집을 나간 아버지를 원망하거나 애틋하게 그리워하지 않는다. 다만 아버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상할 뿐이다.‘내겐 아버지가 없다. 하지만 여기 없다는 것뿐이다. 아버지는 계속 뛰고 계신다.’(15쪽) 지방 소도시 옥탑방에서 살아가는 소년의 성장기 ‘스카이콩콩’, 잃어버린 아버지 찾기와 네스호의 괴수 미스터리를 겹친 ‘사랑의 인사’, 불면증에 시달리는 젊은 직장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그녀가 잠 못드는 이유가 있다’ 등은 모두 작가 특유의 자기 긍정이 지닌 가치와 매력을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저 자신 속이지 않는 글 쓰고 싶어” 소설을 쓸 때 스스로도 무슨 이야기가 나올 지 모르는 불안감과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다.“머릿속에 존재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 함께 이야기를 발견해 가는 기분”으로 글을 쓴다.‘달려라, 아비’에서의 아버지 이야기도 처음부터 구상된 것이 아니라 도중에 아버지가 뛰어들었단다.“글을 쓰면서 ‘어쩌려고 이럴까’란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그래도 계속 가다 보면 ‘아, 내가 여기 오려고 그랬구나.’싶은 순간이 있는데 그럴 때 참 신기해요.” 앞으로 쓰고 싶은 소설은 ‘무서운 이야기’다. 어떤 내용인지 묻자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직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대답이 무성의해 보였다고 느꼈는지 잠시 후 조용히 말문을 연다.“말이 되든 안 되든, 문장이 되든 안 되든 제가 쓴 소설이 저 자신과 독자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글을 쓰고 싶어요.”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베스트셀러의 모든것 집중분석

    베스트셀러의 모든것 집중분석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베스트셀러지만 현대 사회에서 베스트셀러의 존재 의미와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계간지 ‘21세기문학’ 겨울호가 베스트셀러의 기원과 역사, 국내에서의 베스트셀러 형성 과정, 베스트셀러의 요인 등을 집중 분석한 기획물을 실어 눈길을 끈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은 ‘베스트셀러, 난감하고 위태롭고 불편한 것’이란 글에서 “(베스트셀러는)마케팅을 위한 수사와 객관적 현실의 반영 사이에서 위태롭게 외줄을 타고 있다.”면서 “극단적으로 토로하자면 베스트셀러 목록이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베스트셀러’란 말의 기원은 1903년 미국에서 소설분야의 월별 베스트셀러를 공표하는 코너가 생기면서부터. 베스트셀러가 일종의 국제어로 자리잡은 것은 1920년대의 일로 이때부터 책만이 아닌 다른 상품에까지 사용됐다. 국내에서는 1950년대 중반 정비석의 ‘자유부인’이 7만부 이상 팔리면서 베스트셀러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고,1960년대부터 언론 매체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다뤘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북리뷰’처럼 아무리 권위를 인정받는 베스트셀러 목록이라고 해도 범위나 기준에 있어 완벽하게 객관적이고, 정확한 순위는 불가능하다. 표정훈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출판사조차 자사 발행 도서의 정확한 판매량을 빠르게 파악하는 게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베스트셀러의 공신력을 완전히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온라인 서점이든 오프라인 서점이든 사재기를 포착할 수 있는 상시적인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지난 10년간의 베스트셀러 흐름을 연구한 ‘베스트셀러가 형성하는 특정한 코드 또는 독자의 내면을 사로잡는 요인’이란 글에서 “베스트셀러가 담고 있는 것은 결국 ‘결핍’에 대한 충족이라는 너무나 평범한 진리”라고 설명했다. “베스트셀러? 그저 잘 팔렸으니까 베스트셀러겠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미 의회 도서관 관장을 지낸 역사학자이자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남긴 대니얼 J. 부어스틴(1914∼2004)의 명언이 새삼스럽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는 게 맛있다/푸르메재단 엮음

    소설가 박완서, 탤런트 김혜자, 가수 강원래 등 각계 인사 23명이 쓴 수필집 ‘사는 게 맛있다’(푸르메재단 엮음, 이끌리오 펴냄)가 나왔다. 장애를 지녔거나 혹은 장애인을 돕고 있는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국내 최초의 장애인 재활전문병원 건립을 준비중인 푸르메재단(이사장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을 후원하기 위해 십시일반 글을 보탠 것. 선천성 소아마비에 척추암을 앓고 있는 서강대 장영희 교수, 교통사고로 전신에 화상을 입었지만 절망하지 않고 현재 보스턴에서 장애인 재활상담 분야를 공부중인 이지선, 하반신 마비를 딛고 휠체어댄스 가수로 활동중인 강원래 등이 글을 실었다. 몸이 온전치 않은 입양아를 위해 온 가족이 헌신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 희귀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를 위해 네티즌들이 성금을 보낸 이야기 등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사랑이 점차 나눌수록 커지는 과정과 그 힘으로 자라나는 희망을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저작권 인세와 판매 수익금 전액은 푸르메재단에 기부돼 장애인 재활전문병원 건립 기금으로 사용된다. 재단은 29일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후원의 밤 행사를 갖는다.(02)720-7002.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신감각 ‘로미오와 줄리엣’

    경기 지역 14개 문예회관이 공동으로 제작한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이 25일 과천시민회관을 시작으로 내년 1월까지 순회공연을 갖는다. 이같은 공동제작방식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각 극장들이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제작사업을 추진하면서 부딪혀온 제작비 부담과 배급문제 등의 한계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마련됐다. 첫 프로젝트인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경기지역문화예술회관협의회(경문협)소속 8개 공연장이 각각 3000만원을 내고, 복권기금사업 지원금을 합해 총 예산 3억8000만원을 투입했다. ‘웃어라 무덤아’‘에쿠우스’등 감각적이고 세련된 연출 스타일을 고수해온 김광보 연출가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 선남선녀의 순애보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이들의 비극적 사랑을 잉태시킨 현대사회의 권력과 욕망에 칼끝을 겨눈다.‘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의 작곡가 김태근이 음악을 맡았다.(02)744-030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6·15 민족문학인協 조직위 구성

    ‘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을 위한 남북 조직위원회가 구성됐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는 22일 김형수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측 조직위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부위원장은 한분순 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소설가 김훈 등 2명이며 위원은 도종환 시인, 강태형 작가회의 출판위원장, 정도상 작가회의 통일위원회 부위원장, 김재용 민족문학연구소 소장, 고명철 작가회의 청년위원장 등 5명이다. 남북 조직위는 12월초 개성에서 실무회담을 갖고 이르면 12월 하순에 ‘6·15민족문학인협회’의 결성식을 가질 예정이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윤석화 1인극 ‘영영 이별 영 이별’

    올초 연극 ‘위트’에서 암 투병 중인 영문학자 역으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배우 윤석화가 이번엔 지고지순한 사랑의 화신으로 분해 뭇 남성들의 심금을 울린다.24일 서울 산울림소극장에서 막올리는 ‘윤석화의 정순왕후, 영영 이별 영 이별’(전옥란 극본, 임영웅 연출)에서다. 정순왕후는 숙부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열일곱 나이에 목숨까지 빼앗긴 비운의 왕 단종의 아내. 열여덟에 남편을 잃고 궁에서 내쳐져 서인으로, 걸인으로, 날품팔이꾼으로 목숨을 연명하며 여든 두해를 살아낸 한 많은 여인이다. 연극 ‘…영영 이별 영 이별’은 정순왕후의 혼백이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의 1인극으로, 작가 김별아의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 윤석화로서는 뮤지컬 ‘명성황후’, 연극 ‘덕혜옹주’의 뒤를 이어 세번째 연기하는 왕가의 여인인데다 ‘목소리’(1989),‘딸에게 보내는 편지’(1992)에 이은 세번째 모노드라마. 연출을 맡은 극단 산울림 임영웅 대표와는 연극 ‘세자매’이후 5년 만의 만남이어서 두루 의미가 깊다. “자신의 불행했던 일생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정순왕후의 내면을 배우로서 꼭 연기하고 싶었다.”는 윤석화는 공연을 앞두고 단종과 정순왕후가 마지막으로 이별한 청계천 영도교와 단종의 유배지였던 강원도 영월을 찾아 심신을 가다듬었다. 극중에서 열다섯 어린 신부의 모습부터 여든 두살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까지 60여년의 세월을 펼쳐 보일 예정인 그는 이번 공연을 위해 시조창과 살풀이 연습에도 공을 들였다. 내년 2월19일까지.(02)334-591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겨울나그네’ 8년만에 돌아왔다

    ‘겨울나그네’ 8년만에 돌아왔다

    ‘민우’와 ‘다혜’란 이름을 기억하시는지. 상처입은 젊은 영혼들의 방황과 순애보를 그린 소설가 최인호의 1984년작 ‘겨울나그네’의 슬픈 연인들이 이 겨울,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온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제작사인 에이콤(대표 윤호진)이 1997년 초연한 뮤지컬 ‘겨울나그네’가 8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 10주년 기념으로 마련됐던 초연은 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기록과 함께 그해 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고,‘다혜’역의 신인 배우 윤손하를 스타로 부각시키는 등 많은 화제를 낳았다. 2년여의 준비작업 끝에 재공연되는 이번 무대는 초연의 감동과 장점을 살리면서 달라진 시대상에 맞춰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장치들을 추가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극중극 형식으로 삽입되는 연극 ‘갈매기’. 캠퍼스에서 자전거 사고로 운명처럼 만난 다혜와 민우가 연극반에서 ‘갈매기’공연의 남녀주인공을 맡아 사랑을 키워간다는 설정은 원작과 다른 부분이다. 민우가 생모에 관한 비밀을 안 뒤 방황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다혜는 사라진 민우를 잊지 못하고 연극배우가 되어 ‘갈매기’를 공연하고, 민우의 연극반 선배인 연출가 현태는 그런 다혜를 남몰래 사랑하며 가슴 아파한다. 민우, 다혜, 현태 세 젊은이의 방황과 사랑은 안톤 체호프의 명작 ‘갈매기’와 겹쳐지며 비극적 정서를 한층 강화시킨다. 일러스트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의 활용도 색다르다. 민우와 다혜의 첫만남, 눈 오는 밤 민우가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마지막 장면 등 파스텔톤의 환상적인 이미지로 감각적인 무대를 선사할 예정. 무대 뒤편을 빽빽이 채우는 자작나무숲의 배경은 ‘겨울나그네’의 아련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윤호진 연출가는 “속도감에 취했던 사람들이 이제 스피드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8년 전보다 지금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더 어필할 것으로 본다.”면서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되돌려주고, 젊은 층에게는 순수한 사랑의 원형을 보여주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민우(오만석, 민영기), 다혜(윤공주, 전소영), 현태(서범석, 이상현)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뮤지컬 배우인 오만석은 “민우의 캐릭터가 진부하지 않게 보이도록 연기하는 게 숙제”라면서 “화려하고, 빠른 전개의 뮤지컬 홍수 속에서 천천히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12월1∼2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02)575-6606.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혁명과 웃음/천정환 외 지음

    1964년, 스물 넷의 나이에 단편소설 ‘무진 기행’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김승옥(64).‘감수성의 혁명’이라는 극찬을 들으며 문단에 발을 디딘 그는 이후 대중소설,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등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는 전방위 문화예술인으로 대중에게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등단 전 시사만화가로 먼저 데뷔했다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혁명과 웃음’(천정환 외 지음, 앨피 펴냄)은 소설가 김승옥이 아니라 시사만화가 김승옥을 새롭게 부각시킨 책이다.4·19혁명의 불길이 뜨겁던 1960년, 서울대 불문과 신입생 김승옥은 학비를 벌 요량으로 신생 ‘서울경제신문’에 네컷 시사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필명은 김이구. 순천 고향집의 번지수를 따서 지었다. 콧수염을 기른 전형적인 중년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파고다 영감’은 그해 9월1일부터 이듬해 2월14일까지 134회가 연재됐다. 첫 작품은 장관에게 취직을 부탁하러 온 지게꾼이 ‘도시락 배달국’을 설치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는 이야기. 당시 새로 출범한 장면 국무총리가 청렴한 지도자의 면모를 위해 점심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는 세태를 반영했다. 날카로운 현실인식에 기반한 신랄한 풍자는 이후 김승옥의 전방위적인 창작활동을 추동한 힘의 단초를 보여준다. ‘웃음과 혁명’이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생명연습’으로 등단하기 이전의 김승옥을 조명한 책이라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르네상스인 김승옥’(백문임 외 지음)은 5년 간의 짧은 작품 활동끝에 ‘순수문학’의 장을 떠난 이후의 김승옥을 다루고 있다.1967년 ‘안개’로 시작된 그의 영화 이력은 1986년 ‘무진 흐린 뒤 안개’에 이르기까지 16편에 이른다.‘어제 내린 비’,‘영자의 전성시대’,‘겨울여자’ 등 1970년대를 풍미한 영화의 각본들도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저자들은 “김승옥의 문학 바깥 활동이 그저 개인적인 여기나 외도의 소산은 아니었다.”면서 “결코 한번도 제대로 씌어지지 않은, 그러나 꼭 씌어져야 하는 새로운 작가론과 작품론”이라고 밝혔다.2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김승옥은 현재 재활 치료 중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두 중진의 세상·문학 이야기

    문단의 두 중진 소설가가 나란히 산문집을 냈다. 같은 고향(전남 장흥), 같은 연배(66)의 이청준과 한승원. 이청준은 2000년 이후에 쓴 산문들을 가려 엮은 ‘머물고 간 자리, 우리 뒷모습’(문이당)을, 한승원은 그동안 쓴 수필들을 모으고 새로 덧붙인 ‘이 세상을 다녀가는 것 가운데 바람 아닌 것이 있으랴’(황금나침반)를 출간했다. 꼬박 40년을 문학에 매달려온 두 작가가 세상살이에 대한 회고와 문학에 대한 감회를 진솔하게 풀어낸 글들이다. ‘머물고 간 자리’는 작가의 주변 인물과 개인적인 경험들을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 문학의 본질을 통찰한 글들이 두드러진다. 장애가 있는 누이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된 ‘아름다운 두루마기의 기억’이란 글에서 작가는 ‘이웃의 배려는 대개 일상의 불편을 어느 만큼 줄여 줄 수 있을 뿐, 우리 삶의 결핍은 스스로 채우는 부분이 더욱 값지고 소중한 품격을 지닐 수 있지 않을까. 문학 역시도 그 삶의 결핍을 제대로 끌어안고 모양새있게 채워나가려는(혹은 지우고 가꿔 나가려는)것이 큰 몫의 하나일 터’(28쪽)라고 말한다. 임권택 감독과 영화 ‘축제’를 촬영하는 동안 어머니의 치상(治喪)과정을 한번 더 치르며 비로소 마음으로부터 어머니를 떠나보내드렸던 경험에서는 ‘소설은 우리를 모방해 베끼는 일이라지만, 그런 뜻에서 소설을 쓰는 일은 작가가 지난날의 제 삶을 소설로 한번 더 살아내는 일이라 할 수도 있으리라’(47쪽)는 성찰을 이끌어낸다. 새벽 어둠 속 아들을 떠나보내고 홀로 눈길을 따라 밟으며 마을로 돌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소설 ‘눈길’의 실제 모델인 어머니에 대한 회고, 평소 친분있는 스님에게 돈봉투를 받고 깨달은 삶의 의미, 밤 산길의 독행자처럼 각자의 산길을 외롭게 지나온 동료 문우들에 대한 애정 등 세상을 향한 따뜻하고 넉넉한 시선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 세상을’은 고향인 장흥 바닷가에 ‘해산토굴’이란 글집을 짓고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가 그동안 세상을 살아오면서 깨달은 지혜와 통찰을 담은 인생론이다.‘여느 시집이나 소설집들과 달리 모든 표현의 기교나 장치들을 다 벗어던져버린 알몸 그 자체’라고 작가 스스로 책머리에 밝혔듯 산문집에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유명 문인이기 이전에 개인으로서의 진솔한 모습이 담겨 있다.‘밥 따로, 국 따로, 반찬 따로’인 독특한 식습관의 유래, 까칠까칠한 내의가 거추장스러워 속옷을 뒤집어 입는 버릇, 생애 한번 뿐인 결혼식을 하객 여덟명만 불러 조촐하게 치르겠다고 고집을 부린 사연 등은 ‘세상과 삶의 경계에 선’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게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가운데 이 세상을 다녀가는 바람 아닌 것이 있으랴.…언제가는 그 이름을 기억해주는 사람들마저 사라진다. 그 그림자와 이미지만 남아 구름처럼 흘러간다. 견고한 사각형에 갇혀 살 일이 아니고 오각형으로서 자유자재의 구멍을 뚫어놓고 살 일이다.’(249쪽)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은빛 송어/김남극 엮음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1907∼1942)이 일본어로 쓴 작품들을 발굴해 엮은 ‘은빛 송어’(김남극 엮음, 송태욱 옮김, 해토 펴냄)가 나왔다. 단편 ‘은은한 빛’,‘엉겅퀴의 장’ 등 몇 편의 작품이 이미 번역돼 ‘이효석 전집’에 실린 적은 있지만 이처럼 일본어 작품만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것은 처음.‘이효석 문학관’건립 실무작업을 했던 시인 김남극이 일본 와세다대 연구원 호테이 도시히로의 도움으로 입수한 소설 5편과 수필 9편을 실었다. 이효석은 이광수, 최남선 등과 더불어 친일 혐의를 받아온 작가. 그러나 지난 8월말 발표된 ‘친일인명사전’의 1차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문학평론가 이상옥 서울대 명예교수는 “일제의 강압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면 그것은 집필을 계속하느냐 아니면 절필하느냐 였다.”면서 “일본어로 글을 썼지만 이전에 전혀 내비치지 않았던 민족의식까지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구려 시대의 칼을 수집하는 주인공이 이를 얻으려는 일본인 박물관장의 온갖 유혹에도 끝내 칼을 지킨다는 내용의 단편 ‘은은한 빛’이 대표적인 예.‘우리의 장점이란 원래 우리한테 있는 거네. 남들이 가르쳐 주어야 겨우 알게 된다면 그런 건 없어도 좋아. 치즈와 된장, 자넨 어느 게 구미에 맞던가?’(‘은은한 빛’중,66쪽). 이밖에 이역에서 고향의 가을풍경을 편지글 형식으로 묘사하면서 그리워하는 ‘가을’, 양장 드레스만을 고집하던 미호코가 한복을 입고 아름다움을 뽐내면서 어렸을 때 색동옷을 입었다고 회상하는 내용의 ‘봄옷’ 등이 실렸다. 수필에는 작가로서의 가치관, 사회비판의식, 자연예찬 등 작가의 내면이 좀더 솔직하게 드러난다.89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보이지않는 세계 밝히는 열망

    스페인 희곡의 거장 안토니오 부에로 바에호(1916∼2000)의 대표작 ‘타오르는 어둠속에서’(이송 연출)가 17∼27일 서울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에서 공연된다. 부에로 바에호는 ‘어느 계단의 이야기’‘궁정의 시녀들’같은 작품들을 통해 자아 실현, 자유에 대한 열망, 사랑을 역설한 작가.‘타오르는 어둠속에서’는 이중에서도 작가 자신이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작품으로 시각 장애인인 주인공을 내세워 완벽하지 못한 인간의 한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진지하게 파헤친다. 이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극단 솔마루는 청운대 방송연기학과 교수진과 졸업생들이 만든 단체. 중견 연극배우이자 청운대 겸임교수인 권성덕, 정혜승, 서광재가 제자들인 이우용, 민성기 등과 한 무대에 선다. 사제지간의 정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훈훈하다.(02)744-0300.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10년만에 다시 주인공 맡은 양희경

    10년만에 다시 주인공 맡은 양희경

    남녀 관계에만 천생연분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배우와 작품(배역) 사이에도 자석처럼 찰싹 달라붙어 떼려야 뗄 수 없는 찰떡궁합이 있다. 배우 양희경(51)에게는 모노극 ‘늙은 창녀의 노래’가 그런 작품이다.1995년 초연에서 서울에서만 7개월, 그리고 지방을 1년간 돌며 장기 공연할 정도로 대단한 흥행을 기록했고, 그해 서울연극제 연기상까지 안겨준 작품이니 어찌 안그렇겠는가. 그런데도 초연 이후 다시 볼 기회가 없었던 이 공연이 10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PMC프로덕션이 연중 기획한 ‘여배우 시리즈’의 하나로 18일 서울 우림청담시어터에서 개막한다. “그동안 이곳저곳에서 프러포즈는 많았는데 모두 거절했어요. 초연 때 워낙 진이 빠지도록 한 데다 섣불리 했다간 금방 타성에 젖을까봐 일부러 피했지요. 지난해부터 ‘다시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는데 올해가 마침 딱 10년이 되는 해더라고요.” 초연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가 워낙 강해서였는지 다른 여배우들도 선뜻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방 어디에선가 한번 무대에 올렸는데 잘 안됐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다고 했다. ‘늙은 창녀의 노래’는 마흔 한살의 주인공이 처음 만난 ‘손님’에게 자신의 인생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1인극이다. 소설가 송기원이 뒷골목 기행을 하면서 목포의 거리에서 실제로 만났던 한 직업여성을 모델로 썼다.“후배의 권유로 처음 작품을 읽었는데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뒹굴뒹굴 누워서 읽다가 벌떡 일어났지요.‘언젠가 내가 해야 할 작품’이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꼭 돈 땜시 그란달 것도 없이 손님들이 모다 남 같지 않어서 안즉까장 여그를 못 떠나라우. 썩은 몸뚱어리도 좋다고 탐허는 손님들이 인자는 참말로 살붙이 같어라우.’ 꽃다운 스무살 나이에 꾐에 빠져 창녀촌에 발을 디뎠던 ‘늙은 창녀’는 20년 세월의 회한이나 원망 대신 자신을 찾아오는 외로운 남자들을 따뜻하게 껴안으며 위로한다. 양희경은 이런 그녀를 두고 “도인이 따로 없다.”고 표현했다.“제주도에서 난생 처음 상경한 관객, 지방에서 올라와 막차 타고 내려가는 관객, 분장실에 찾아와 손을 잡고 우는 관객들로 공연장은 늘 북새통이었다.”고 회상했다. 오랜만에 ‘늙은 창녀의 노래’를 다시 부르는 심정은 어떨까.“10년 만에 대본을 보는데도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전라도 사투리를 못해 연출가에게 참 많이 혼났었는데…(웃음). 예전에 비해 체력은 달리지만 감정의 결이나 깊이를 표현하는 건 아무래도 낫겠지요.” “‘늙은 창녀의 노래’는 지치고, 위로받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한 연극”이라는 그는 “이전 공연에선 내가 주인공의 등을 토닥거려주고 싶었는데 이번엔 나도 그녀의 품에 안겨 위로받고 싶다.”고 말했다.12월31일까지.(02)569-0696.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gpod@seoul.co.kr
  • ‘베니스의 상인’ 마당놀이서 환생

    24년 전통을 자랑하는 마당놀이의 명가, 극단 미추가 올해도 어김없이 흥겨운 판을 벌인다.18일부터 12월18일까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막올리는 ‘마포 황부자’. 빌려준 돈을 못 갚을 경우 몸의 살을 대신 내놓으라는 고약한 계약을 요구하는 마포 고리대금업자 황부자의 이야기. 어디서 본 듯한 줄거리다 했더니 다름아닌 셰익스피어의 명작 ‘베니스의 상인’을 각색한 것이다. 춘향전, 심청전 등 우리 고전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한 작품을 무대에 올려왔던 극단 미추로서는 파격적인 시도. 마당놀이 주 관객층인 40∼50대 외에 20∼30대 젊은 관객들을 끌어안으려는 복안이다. 의원을 부를 돈이 없어 아내와 사별한 황득업(윤문식)은 돈을 빌려 달라는 자신의 청을 거절한 김부자(정태화)에 대한 원한으로 악착같이 돈을 모아 갑부가 된다. 청나라와 무역을 하던 김부자의 아들 무숙(이기봉)은 자금이 딸리자 황부자를 찾아오고,‘약속한 날까지 돈을 못 갚으면 살코기 한 근을 떼어준다.’는 계약을 맺는다. 이 와중에 황부자의 무남독녀 만금(김성녀)은 무숙에게 첫눈에 반하는데…. 전작 ‘허삼관 매혈기’‘벽속의 요정’을 통해 원작에 버금가는 탁월한 각색 능력을 선보인 극작가 배삼식이 이번에도 예의 그 맛깔스런 솜씨를 발휘했다. 땅 투기, 주식투자 등의 현실 풍자가 혀끝에 톡 쏘는 겨자처럼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손진책 대표가 연출을 맡은 이번 공연에는 작곡가 박범훈, 한국무용가 국수호, 무대미술가 박동우 등 내로라하는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02)368-1515.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루이스와 톨킨/콜린 듀리에즈 지음

    “그의 끊임없는 관심과 다음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재촉이 없었더라면 나는 결코 ‘반지의 제왕’을 끝마치지 못했을 것입니다.”(275쪽) 피터 잭슨 감독의 3부작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반지의 제왕’의 원작자 J. R. R. 톨킨(1892∼1973). 그가 어느 편지 글에서 지칭한 ‘그’는 다름아닌 옥스퍼드대 동료 학자이자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 C.S. 루이스(1898∼1963)다. 20세기 판타지 문학의 거장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두 사람이지만 이들이 40여년간 남다른 우정을 쌓아왔다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영국 작가 콜린 듀리에즈의 ‘루이스와 톨킨’(홍종락 옮김, 홍성사 펴냄)은 1926년 옥스퍼드대 동료 교수로 문학모임 ‘잉클리즈’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이후 1963년 루이스가 먼저 숨을 거둘 때까지 이어진 이들의 교우관계를 세심하게 추적한 전기다. 톨킨은 1892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생해 네 살때 영국으로 이주했다.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북유럽의 신화연대기인 ‘잃어버린 이야기들’ ‘베어울프’ ‘호빗’ 등을 발표했다. 이후 ‘호빗’에서 영감을 얻어 ‘반지의 제왕’ 3부작을 완성했다. 루이스는 1898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변호사 집안에서 태어났다.1919년 ‘구속된 영혼’이라는 첫 시집을 출간한 그는 1926년 톨킨과 마찬가지로 모교인 옥스퍼드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톨킨과 처음 만났다. 톨킨과 루이스는 문학이나 인생에서 서로에게 대단한 영향을 주고 받았다. 앞서 언급했듯 루이스는 톨킨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톨킨은 루이스가 죽은 지 2년 뒤에 쓴 편지에서 “오랫동안 그는 나의 유일한 청중이었다. 내 글이 개인적 취미 이상의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오로지 루이스 덕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루이스 또한 톨킨에게 큰 빚을 지기는 마찬가지였다. 루이스의 모든 소설에는 톨킨의 영향이 알게 모르게 스며있다. 오랫동안 무신론자였던 루이스를 기독교 사상가로 변모시킨 이도 톨킨이다. 루이스는 이후 ‘스쿠르테이프의 편지’‘기독교의 정수’등을 발표했고,1950년부터 3년간 ‘나니아 연대기’를 집필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가 늘 좋았던 건 아니어서 말년에는 꽤 소원해지기도 했다. 콜린 듀리에즈는 그러나 “그들을 하나로 잇는 유사성은 그들을 갈라놓는 차이점보다 언제나 강했다.”고 서술했다. 한편 지난 50년간 29개국의 언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 ‘나니아 연대기’는 ‘슈렉’의 앤드루 애덤슨 감독에 의해 영화화돼 내달 초 미국을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개봉될 예정이다.1만 45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세계 챔피언/ 로알드 달 지음

    조니 뎁이 주연한 영화 ‘찰리와 초콜릿공장’의 원작자인 소설가 로알드 달(1916∼1990)의 단편집 ‘세계 챔피언’(강)이 번역 출간됐다. 영국 사우스웨일스에서 태어나 노르웨이 이민자 부모 밑에서 자란 로알드 달은 그의 소설만큼이나 기발하고 엉뚱한 인생 반전을 몸소 겪은 인물. 대학 진학 대신 석유회사 셸에 들어간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공군에 지원해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뒤늦게 작가적 재능을 발견하고 본격적인 소설쓰기에 뛰어들었다. 미국에서 발표한 첫 단편집 ‘당신에게로’ 이후 로알드 달의 이름 앞에는 항상 ‘이야기의 귀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웬만한 상상력으로는 결말을 예상할 수 없는 기막힌 반전의 소설들을 읽다보면 ‘오 헨리, 모파상, 서머싯 몸이 함께 들어있다.’(뉴욕타임스)는 극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계 챔피언’은 ‘로알드 달 베스트’(1990)에 실린 작품 가운데 연작소설 ‘클로드의 개’를 비롯해 11편을 묶었다. 이중 ‘클로드의 개’에 나오는 주인공 클로드는 끊임없이 새로운 게임을 시도하고, 사기꾼적인 몽상가의 면모를 지닌 점 등이 작가의 분신처럼 여겨져 흥미진진하다. 클로드는 거만한 부자인 빅터 헤이즐의 꿩을 밀렵하기 위해 파수꾼들의 경계가 삼엄한 숲속으로 잠입하고(‘세계 챔피언’), 삼류 인생들이 모여든 경견장에서 한몫 잡기 위해 쌍둥이처럼 똑같은 개를 구해서 눈속임을 시도한다(‘피지 씨’). 로알드 달의 소설 속에서 기발한 상상력은 ‘치밀한 구성’과 ‘생동감있는 묘사’라는 두 개의 바퀴로 더욱 힘차게 내달린다.‘조지 포지’에서 여성에 대한 혐오증을 지닌 목사가 조신한 여성에게 강제로 키스를 당하는 순간 그녀의 입속으로 빨려들거나 ‘로열 젤리’에서 비썩 마른 아기에게 로열 젤리를 먹이자 몸무게가 급격히 불면서 벌처럼 변하는 것 같은 황당한 이야기들도 그의 능수능란한 손을 거쳐 그럴 듯한 현실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은 정말 감탄스럽다.1만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김명인·김연수·정과리씨 제13회 대산 문학상 수상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9일 제13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으로 시부문에 김명인의 ‘파문’, 소설부문에 김연수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평론부문에는 정과리의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 번역 부문에는 프란시스카 조의 ‘Everything yearned for 만해 한용운시선’이 뽑혔다. 희곡부문은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대산문학상은 국내 최대의 종합문학상으로 부문별 3000만원씩 모두 1억 2000만원의 상금을 시상하며, 수상작은 외국어로 번역 출판된다. 시상식은 25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여행’ 10일부터 아르코예술극장

    ‘여행’ 10일부터 아르코예술극장

    연극 ‘키스’‘나무는 신발가게를 찾아가지 않는다’등으로 호흡을 맞춰온 극작가 윤영선과 연출가 이성열이 신작 ‘여행’으로 다시 한번 콤비를 이룬다. 10∼27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여행’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죽은 친구의 문상을 다녀오면서 하룻밤 동안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사실주의연극. 올초 극단 파티의 워크숍 작품으로 대학로 상명대아트홀 소극장에서 공연됐던 작품으로 8월 수원화성국제연극제에 초청됐고,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에도 다녀왔다. 다섯명의 친구들은 초등학교 동창생의 갑작스러운 부음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향한다. 영화감독, 모피회사 사장, 택시기사, 신발가게 주인 등으로 저마다 다른 길을 걷게 된 친구들은 알게모르게 서로를 시샘하면서 차츰 엇나가는데…. 극 전반에 걸쳐 잔잔하게 흐르는 라이브 기타 연주가 여운을 남긴다.(02)744-730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동·서양 정통희극 릴레이무대

    동·서양 정통희극 릴레이무대

    가벼운 말장난식 개그가 코미디의 전부 인양 여겨지는 요즘, 촌철살인의 풍자와 해학의 진수를 선사할 정통 희극 릴레이 무대가 마련된다.9일부터 12월1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과 대학로 일대 소극장에서 열리는 ‘제1회 명작 코미디페스티벌’(집행위원장 장민호). 극작가 이근삼 선생의 2주기를 즈음해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에는 한국 정통희극의 계보를 잇는 오영진, 이근삼, 이만희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서양 고전희극과 현대희극을 대표하는 몰리에르, 버나드 쇼의 작품 등 5편이 선보인다.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극단과 배우들의 면모도 쟁쟁하다. 국립극단, 서울시극단을 비롯해 극단 민중, 전설, 신화가 참여하고. 장민호, 백성희, 윤주상 등 원로와 중견 배우들이 대거 무대에 선다. 공연작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극단 신화의 ‘멧돼지와 꽃사슴’(12월1∼11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이근삼 선생이 2000년 완성한 유작으로 무대에 올려지는 건 이번이 처음인 데다 고인의 셋째 딸인 유정씨가 무대미술을, 사위인 김종석씨가 연출을 맡아 의미가 남다르다. 멧돼지처럼 솔직하고 저돌적인 40대 중반의 남자와 꽃사슴처럼 우아한 60대 노부인의 갈등과 화해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고인이 희곡을 쓸 때 염두에 뒀던 원로배우 백성희·중견배우 윤주상이 함께 출연한다. 이밖에 국립극단은 이윤택 예술감독의 연출로 오영진 작가의 ‘맹진사댁 경사’(9∼13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를 선보이고, 서울시극단은 몰리에르의 ‘서민귀족’(10∼20일 게릴라극장)을 손정우 연출로 무대에 올린다. 또 극단 전설은 이만희 작가의 신작 ‘베이비시터’(23일∼12월4일 상명아트홀1관, 김영수 연출)를, 극단 민중은 버나드 쇼의 대표작 ‘캔디다’(12월6∼18일 상명아트홀1관, 정진수 연출)를 공연한다. 부대행사로 이근삼 선생 추모식(30일 오후 7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과 명작코미디페스티벌 희곡집 출판기념회도 열린다.(02)764-6979.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밥 포시 명성 그대로 뮤지컬 ‘피핀’ 초연

    뮤지컬 ‘시카고’‘카바레’ 등으로 국내에도 친숙한 브로드웨이 안무가 겸 연출가 밥 포시의 흥행작 `피핀(Pippin)´이 국내 초연된다. 밥 포시는 섹시하고 도발적이면서도 냉소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일명 ‘포시 스타일’의 안무로 1970·80년대 뮤지컬계를 장악한 인물. 사후 2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안무가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피핀’은 그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1972년 초연한 작품으로 토니상 감독상, 안무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9세기 서로마제국의 프랑크 왕국을 배경으로 찰스 대제의 아들 ‘피핀’이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신분이지만 자유로운 영혼과 특별한 인생을 갈망한 피핀은 혁명, 살인, 육체의 유희, 일상의 삶 등 인생의 희로애락을 두루 경험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극중 눈여겨볼 것은 역시 밥 포시만의 독특한 안무. 특히 주인공 피핀이 성의 쾌락에 빠지는 장면은 대사없이 음악과 춤으로 타락과 환락의 세계를 완벽히 묘사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각광받는 작곡가인 스티븐 슈왈츠의 음악을 듣는 재미도 크다. ‘오페라의 유령’의 설앤컴퍼니와 CJ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피핀’은 국내에서 밥 포시 전문가로 일컬어지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총출동해 관심을 모은다.2001년 밥 포시의 일대기를 뮤지컬로 만든 ‘올 댓 재즈’의 연출가 한진섭, 안무가 서병구, 그리고 배우 윤복희가 재결합했다. 피핀역에는 서재경, 최성원이 더블 캐스팅됐다.18일∼내년1월15일 충무아트홀.(02)501-7888.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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