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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고비서 만난 희망의 메시지

    “집안 아이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첫째,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라, 둘째 남과의 약속은 작은 약속이든 큰 약속이든 일단 약속했다면 지켜라. 셋째, 우리가 먹는 것, 입는 것 어느 하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어디 있느냐. 그러니 범사에 감사하며 살아가라. 그 다음은 네 멋대로 살아가라.”(18쪽) “한 자루의 장도를 샀을 때도 못을 박는 데 쓸 것이 아니라 못을 빼는 역할에 먼저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지금 대하고 있는 것에는 당신으로부터 어떤 의의가 주어지고 있는지요?”(118쪽) 월간 ‘샘터’의 뒤표지에는 창간 이후 단 한번도 광고가 실린 적이 없다. 대신 진솔한 언어로 삶의 희망을 전하는 한 편의 글이 매번 그 자리를 채워 왔다. 1970년 창간호부터 뒤표지글을 써온 이는 샘터사 고문인 우암 김재순이다.‘평범한 사람들의 행복 추구’라는 ‘샘터’의 창간 이념 그대로 우암은 인생의 절정이나 내리막길에서, 혹은 좌절과 패배의 질곡에서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지혜를 독자들에게 선사했다. 대장암으로 투병하던 시절에도 연재를 멈추지 않았다. ‘그 다음은, 네 멋대로 살아가라’(샘터)는 지금까지 우암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뒤표지에 연재했던 글을 한데 모은 것이다.“뒤표지를 복사해서 아들 책상에 붙여둔다.”는 어머니부터 “막막했던 이십대에 위안과 용기를 주었던 나의 멘토”라고 말하는 독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여름부터 봄까지 네 개의 장으로 나눠 모두 85편의 글을 실었다. 각 계절의 머리마다 수필가 장영희 교수, 소설가 최인호, 화가 조광호, 이해인 수녀가 추천사를 썼고, 우암의 오랜 친구의 딸인 화가 황주리가 정감어린 그림들을 보탰다.9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무용계 ‘견우와 직녀’ 한무대서 ‘사랑노래’

    무용계 ‘견우와 직녀’ 한무대서 ‘사랑노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은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추는 춤일 것이다.19·20일 정동극장에 가면 그 춤을 만날 수 있다. 오랜 연인 사이인 발레리노 김용걸(33·파리오페라발레단 솔리스트)과 한국무용수 김미애(34·국립무용단 주역 무용수)가 처음으로 둘만의 무대를 마련했다. 정동극장이 젊은 예술가를 소개하는 ‘아트 프런티어’시리즈로 기획한 김미애의 공연에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연인 김용걸이 특별초청된 것. 이 무대에서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춤으로 풀어낸 20분 분량의 2인무 ‘회색빛 하늘’을 선보인다. 프랑스와 한국에 떨어져 지내면서 서로를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심정을 담았다. 연애 10년차인 김용걸과 김미애는 만남보다 헤어짐에 더 익숙한 커플이다. 국립발레단 스타 무용수로 명성을 떨치던 김용걸이 파리행 비행기를 탄 게 2000년이니 벌써 6년째 떨어져 지낸 셈. 김용걸은 “파리오페라발레단의 휴가 시즌인 여름에만 한국에 들어와 미애씨를 볼 수 있으니 견우직녀가 따로 없었다.”면서 “매번 헤어질 때마다 너무 힘들고, 안타까웠는데 그런 경험들을 이번 공연에서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연애담은 무용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국립발레단이 남산 국립극장에 있던 1997년, 김용걸은 이웃 국립무용단의 신입 단원 김미애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 하지만 갓 무용단에 들어온 김미애에게 춤 말고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때였다. 김용걸은 그녀의 눈에 띄기 위해 몸을 던져 춤을 췄고, 마침내 사랑을 얻었다.“무용단에서 단체로 발레단 공연을 보러갔는데 너무 멋지게 춤을 추는 남자무용수가 있더라구요. 여자보다 아름답게 춤추는 남자라니,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지요.(웃음)” 연인이기 이전에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가는 동료로서 서로의 재능을 아끼고, 사랑한다. 국립무용단 입단 1년 만에 주역 자리를 꿰찰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김미애에 대해 김용걸은 “한국무용뿐 아니라 현대무용에서도 감정 표현력이 아주 좋다.”면서 “나를 긴장시키는 무용수”라고 평했다. 김용걸의 주선으로 김미애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무용수와 함께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기념공연에 참가하게 됐다. 김용걸이 국립발레단의 주역 자리를 박차고 파리오페라발레단의 군무로 가겠다고 했을 때 김미애가 반대하지 않았던 것도 세계 무대에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연인의 재능을 누구보다 확신했기 때문이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유일한 동양인 남성 단원인 김용걸은 군무와 드미솔리스트(군무 겸 솔리스트)를 거쳐 지난 연말 주역 바로 아래인 솔리스트로 승급했다. 파리에 온 후 한동안은 자리에 연연하고, 느린 승급에 초조해했지만 이젠 달라졌다.“프리미어(주역 무용수)나 에투왈(최고 무용수)이 되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발레와 한국무용의 장르간 벽을 넘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몸짓을 선보일 이번 공연은 내년 결혼을 앞둔 김용걸·김미애 커플의 ‘공연 청첩장’이 될 듯싶다.(02)751-1500.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원자폭탄, 그 빗나간 열정… ’ /류윤 옮김

    1945년 8월6일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 보이’가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다.3일 뒤 두번째 원자폭탄 ‘팻맨’이 나가사키에 떨어지자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그해 말까지 핵폭탄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사망한 히로시마 주민은 14만여명을 헤아린다. 이 중 1만여명은 조선인 징용자로 추정되고 있다. 원폭 투하는 전쟁을 종식시키고, 한반도를 해방시켰지만 동시에 전 세계인에게 이전까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공포를 안겼다. 1903년 마리 퀴리가 피부병 치료에 활용한 기적의 물질,‘라듐’이 40년 후 이렇듯 막대한 인류의 재앙을 초래할지 그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영국 역사가이자 방송인인 다이애나 프레스턴의 저서 ‘원자폭탄, 그 빗나간 열정의 역사’(류운 옮김, 뿌리와 이파리 펴냄)는 원자폭탄에 얽힌 반세기의 역사를 촘촘히 재구성함으로써 과학이 정치와 부적절하게 결합할 때 얼마나 큰 비극을 불러올 수 있는가를 생생하게 상기시킨다. 라듐 추출공정을 발견한 마리 퀴리에 이어 핵물리학의 세계에 한발짝 다가간 이는 영국인 과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다.1911년 원자핵을 발견했고, 원자를 쪼개는 방법까지 알아냈다. 이후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닐스 보어, 등 여러 과학자들이 앞다퉈 핵물리학 연구에 나섰지만 누구도 원자 에너지가 대규모로 방출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었다. 핵분열의 위험을 최초로 감지한 과학자는 레오 실라르드다. 핵 연쇄반응을 지속해 폭발물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실라르드는 1934년 봄, 특허를 신청한 뒤 안전을 우려해 이를 영국해군본부에 양도했다. 그로부터 4년 후 분열은 현실로 나타났다. “과학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사물이지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한 마리 퀴리처럼 대다수 과학자들은 지적인 모험을 연구의 가장 큰 목적으로 삼았다. 하지만 전쟁의 시대가 도래하고 정치세력간에 대량살상무기를 만들기 위한 경쟁이 불붙으면서 이들이 쌓아올린 연구성과는 원자폭탄이라는 괴물을 탄생시키는 데 활용됐다. 책은 과학과 현실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는 과학자들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마리 퀴리에서 히로시마까지 원자폭탄에 얽힌 다양한 사람들과 사건들을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엮어나간 글은 긴박감마저 느끼게 한다.2만 8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남북 분단 그린 장편 ‘빛의 제국’ 펴낸 김영하

    남북 분단 그린 장편 ‘빛의 제국’ 펴낸 김영하

    소설가 김영하(38)가 장편 ‘빛의 제국’(문학동네)을 냈다.2004년 한해에 이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을 독식하며 문단의 스타로 떠올랐던 그가 ‘검은 꽃’ 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장편소설이다. 흡혈귀, 자살안내인 같은 비일상적인 설정에서 멕시코 이민사의 거대 서사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전복적인 글쓰기로 자신만의 문학적 입지를 탄탄히 구축해온 작가는 이번에도 내용과 형식 모두 기존 소설과 차별되는 실험적 작품을 내놓았다. ‘빛의 제국’은 남파 간첩으로 20년을 살아오다 갑작스럽게 북으로의 귀환 명령을 받은 40대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 김기영은 엘리트 출신 공작원을 남한 대학의 신입생으로 입학시켜 학생운동을 주도하려는 당의 계획에 따라 스물두살이던 1984년 서울로 남파된다. 대학 졸업 후 영화수입업을 하며 임무를 수행하던 김기영은 1995년 북측의 책임자가 실각하면서 잊혀진 스파이가 되어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왔다. 소설은 김기영이 귀환 명령을 받은 그날 오전 7시부터 다음날 같은 시간까지 단 하루 동안 김기영과 그의 아내 마리, 딸 현미에게 일어난 일상을 긴박하게 엮어나간다. 생의 절반은 북한에서, 나머지 절반은 남한에서 지낸 한 남자의 삶에서 남북 분단의 현실과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조명하는 소설의 구조는 최인훈의 ‘광장’과 닮아 있다.“처음부터 ‘광장’을 염두에 뒀다.”는 작가는 “1980년대 이후 달라진 남북의 변화상을 통해 ‘광장’이 지닌 시대적 한계들을 돌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동당원인 김기영이 대학 운동권서클에서 주체사상을 학습하는 비극적 아이러니는 ‘빛의 제국’이 ‘광장’과 결별하는 지점이다. 스파이가 주인공이지만 30·40대 남성들의 갈등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보편적인 이야기로도 읽힌다. 작가는 “과거를 잊고 평범한 일상을 지내다 하루아침에 소환명령을 받는 주인공은 언제든 세상으로부터 해고를 당할 수 있는 이 시대 남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폴 발레리의 시구처럼 어느 한순간 중심을 잃어버린 채 한치 앞도 예측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로 추락하는 것이다. ‘빛의 제국’은 계간 ‘문학동네’에 지난해 가을호까지 4차례 연재하다 중단했던 소설이다. 하지만 등장인물만 제외하고 시점이나 구성을 완전히 바꿔 새로 썼다. 지난 겨울부터 칩거하면서 몸무게가 10㎏이나 빠질 정도로 작품에 열중했다.“착상이나 진행방향 등에 자신이 있었고, 쓰여져야 할 책이라는 확신도 컸다.”는 그는 “지금까지 작가로서 쌓아온 모든 역량을 총체적으로 쏟아부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작가 김영하의 모든 것이 담긴 야심작이라는 얘기다.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소설은 속도감 있고, 재밌게 잘 읽힌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희미해진다. 작가는 “다시 쓰여진 ‘광장’처럼 보이나 뒤로 갈수록 그 의미가 사라지도록 했다. 독자가 책을 읽은 뒤 안개 숲속을 즐겁게 헤맸다는 느낌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가장 잘 팔리는 한국 작가인 그의 신작은 벌써 해외 에이전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문 시놉시스만 보고 프랑스와 미국에서 먼저 출간 제의를 해올 정도. 작가는 10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빛의 제국’ 해외 출간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강과 산으로 떠난 문학

    빽빽한 서가 대신 탁트인 강변과 깊은 산중에서 만나는 문학은 어떤 얼굴일까.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한강과 지리산에서 대규모 문학축제가 동시에 열린다. 대중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문학의 적극적인 의지가 한여름 소나기처럼 반갑고, 고맙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회(www.for-munhak.or.kr)가 주관하는 ‘2006 한강문학나눔 큰잔치’는 문학과 공연, 전시가 함께하는 범 문화예술축제다. 여의도 원효대교 아래 한강 둔치에서 매일 저녁 6시부터 밤 12시까지 열린다. ‘노래하라 사랑아’라는 타이틀 아래 ‘꽃’(김춘수) ‘오래 말하는 사이’(신달자) ‘저물 무렵’(안도현) 등 사랑에 관한 시 30편을 엮은 음악극이 공연되고, 유람선 선상에서 시인 정희성 황학주 이진명과 황신혜밴드 등이 참여하는 문학나눔콘서트가 열린다. 행사에는 문학인을 비롯해 연극배우, 무용가, 마임연기자, 가수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 60여명이 참가한다. 총연출을 맡은 연극연출가 김아라씨는 “문학에 빚진 타 장르의 예술인들이 문학을 응원하는 행사”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행사 추진위원인 시인 신달자씨는 “문학의 굿판”이라고 정의했다. 같은 기간, 지리산 일대에서는 김훈 공지영 신경숙 등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3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지리산 문학캠프’가 열린다. 인터넷서점 YES24가 실시한 ‘네티즌 추천 한국의 대표작가’로 뽑힌 작가들과 온라인 투표에 참여했던 독자 100여명이 2박3일간 일정을 함께하며 문학의 향기를 만끽하는 행사다. 낮에는 쌍계사, 화엄사, 노고단 등을 여행하고, 밤에는 작가들의 강연과 대담, 사인회 등의 행사로 진행된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버자이너’로 모노극 도전 장영남

    12년차 배우 장영남은 요즘 단어 하나와 씨름중이다. 지금껏 한번도 입밖에 내지 않았던, 아니 낼 수 없었던 사회적 금기어를 일상어처럼 자연스럽게 발음하는 연습에 진을 빼고 있다. 여성의 음부를 가리키는 두 음절의 그 단어가 바로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The virgina monologues)의 무대를 열고 닫는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1996년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미국의 극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이브 엔슬러가 각계 각층의 여성 200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쓴 생생한 ‘성(性)보고서’다. 적나라한 제목에서 드러나듯 금기를 깨는 파격적인 묘사와 도발적인 메시지로 전세계 여성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10년째 장수하고 있는 흥행작이다. 국내에서도 2001년 김지숙, 예지원, 이경미 등 여배우 3명이 토크쇼 형식으로 초연했고, 이후 두번째 공연부터 서주희가 단독으로 출연하는 모노극으로 각색돼 2004년까지 매년 재공연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장영남에게 이번 출연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혼자서 무대를 책임져야 하는 모노극은 처음인 데다 선배 배우의 명성이 짙게 드리운 작품이라 두려움과 부담감이 컸다. 안주하고 싶은 마음과 도전하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모험을 택했다. “예전에 서주희 선배가 공연하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봤는데 무척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어요. 민망한 대사가 많아서 킥킥 웃었던 기억도 나고…. 무엇보다 선배의 연기가 너무 뛰어나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잘해야 본전’일 수도 있는 공연이지만 “젊을 때 깨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대학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배우중 한명인 장영남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배우다. 가녀린 외모로만 보면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딱일 듯싶은데 무대위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늘 어딘가 어긋나 있거나 비일상적인 면이 강한 캐릭터다. 백상예술상 신인연기상을 받은 연극 ‘분장실’에선 정신이 온전치 못한 단역배우역을 맡았고,‘맥베스’를 각색한 연극 ‘환’에선 광기와 색정에 휩싸인 게이 왕으로 분해 묘한 매력을 발산하기도 했다. “실제 성격은 보수적인 편인데 이상하게도 무대에선 강한 역할에 끌려요.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걸 연기하면서 푼다고 할까요.” 70대 할머니부터 어린 소녀까지 1인9역을 소화해야 하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도 그런 점에서 장영남의 마음을 흔들었다. “아직은 남 앞에서 대사를 하는 것이 부끄럽고 낯설다.”는 그녀. 하지만 “연습을 할수록 누구도 말하려 하지 않는 금기를 수면위로 끄집어내 관객과 함께 알아가는 과정에 호기심이 발동한다.”며 웃었다.‘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서 그녀가 보여줄 모습이 기다려진다.9월15일∼11월12일 대학로 두레홀3관.1544-155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유비쿼터스 시대의 마케팅… /릭 마티슨 지음

    직장인인 당신이 오후 4시 어떤 초콜릿회사로부터 ‘초콜릿 드실 시간 됐는데요.’라는 애교 섞인 문자메시지를 받는다면 어떨까. 겉보기엔 똑같은 콜라 캔인데 휴대전화와 GPS추적장치가 내장돼 경품 당첨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면?. 앞의 두 예는 영국의 초콜릿회사 킷캣과 코카콜라에서 최근 시도한 무선 모바일 마케팅 사례다. 불특정 다수를 공략하던 기업의 마케팅 활동은 이제 정확한 고객 대상을 선별해 휴대전화나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접근하는 ‘맞춤형 마케팅’과 고객들이 구축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아가는 ‘쌍방향 마케팅’으로 변하고 있다.‘유비쿼터스 시대의 마케팅 전략-통찰력을 구매하라’(릭 마티슨 지음, 박주민 옮김, 가람북 펴냄)는 무선 모바일시대에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한 기업들의 다양한 전략을 소개한다.1만 5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연금술사’의 코엘료 데뷔작 ‘순례자’

    프랑스 남부 도시 생장드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북부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700㎞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아니었다면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파울로 코엘료(59)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20년 전, 산티아고 길을 온전히 걸어서 순례하기 전까지 그에게 작가가 된다는 것은 이루지 못할 꿈에 불과했다. 음반회사의 중역으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던 그가 일상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영혼의 목소리를 좇아 길을 나선 순간 신기루 같던 그 꿈은 놀랍게도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길 안내자 페트루스와 함께 걸었던 ‘산티아고의 길’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했고, 그 깨달음을 글로 옮기도록 용기를 북돋워줬다. 순례를 다녀온 이듬해 출간한 데뷔작 ‘순례자’(1987)는 “비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존재한다.”는 인생의 소중한 진리를 전파하는 동시에 한 인간이 꿈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산티아고 길’에 감사를 표하는 나만의 방식으로 책을 썼다.”는 코엘료는 이후 ‘연금술사’‘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등 잇따라 베스트셀러를 발표하며 동시대 가장 각광받는 작가 중 한명으로 떠올랐다. 문학동네에서 번역출간된 ‘순례자’는 코엘료를 사랑하는 국내 독자들에게 그의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철학의 원천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엿보게 한다는 점에서 늦은 감은 있지만 반가운 책이다. ‘산티아고의 길’순례 20주년을 맞아 코엘료는 지난 3월 다시 순례길에 올랐다. 그 여정의 중간에서 그는 ‘우리를 신께 한걸음 더 가까이 가닿게 해주는 것은 열정이지 수백수천의 고전을 읽는 것이 아니며, 삶이 기적임을 믿으려는 의지가 기적을 낳는 것’이라는 페트루스의 말을 떠올린다. 기적의 한조각은 이미 이루어졌다. 코엘료가 순례할 당시 연간 400명이었던 순례자들의 숫자가 어느덧 450만명으로 불어났다고 하니 말이다. 박명숙 옮김,95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파라다이스 가든’으로 오늘의 작가상 받은 권기태씨

    ‘파라다이스 가든’으로 오늘의 작가상 받은 권기태씨

    2006년 ‘오늘의작가상’ 공동수상작인 권기태(40)의 장편소설 ‘파라다이스 가든’(전2권, 민음사 펴냄)은 이상향에 대한 현대인의 잃어버린 기억을 환기시키는 작품이다. 저마다 다른 낙원을 소유한 인간들의 처절한 투쟁과 그로 인한 상처를 통해 진정한 유토피아의 의미를 묻는 주제의식이 묵직하다. 중국 시인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도원은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이지만, 강원도 영월에 가면 실재 지명인 무릉리와 도원리가 있다. 소설속 주인공 김범오의 지상낙원은 도원리에 있는 수목원이다. 평범한 회사원인 그는 도원수목원을 모델 삼아 연립주택 옥상에 정원을 만들어 자신만의 소중한 낙원을 가꾼다. 그러나 김범오의 낙원은 그가 다니는 성림건설 원직수 사장의 그룹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음모에 휘말리면서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손바닥만 한 공간이라도 자연에 파묻혀 살고 싶은 김범오의 낙원과 시장경쟁체제에서 승자로 남고 싶은 원직수의 낙원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갈등은 선굵은 스토리와 세밀한 상황묘사, 힘있는 문체에 힘입어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4년 전 작품을 처음 구상하고 나서 일간지 문학담당기자로 일하는 틈틈이 원고를 써왔던 권씨는 올초 회사에 사표를 낸 뒤 본격적으로 집필에 매달렸다.“대학 때 ‘유토피아’와 ‘도덕경’을 재밌게 읽은 이후 이상향에 대한 소설을 한번쯤 써보고 싶었다.”는 그는 “사람 사는 일은 결국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니겠느냐. 비록 상자만 한 공간이라도 내가 내 뜻대로 살아갈 수 있는 작은 보금자리가 있다면 그게 바로 낙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목 ‘파라다이스 가든’은 김범오와 그의 연인 강세연이 도원수목원에 전시된 일본식 모형 정원 ‘상자 정원’에 붙인 이름이다. 수목원의 주인이 오래전 자신의 유토피아를 꿈꾸며 만든 것이다. “작은 집필실에서 오래 기억될 작품을 쓰는 것”이 스스로가 꿈꾸는 낙원이라는 작가는 “문학성과 대중성, 시대성이 어우러진 드라마틱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더위를 얼려라” 아이스 쇼! 쇼! 쇼!

    “더위를 얼려라” 아이스 쇼! 쇼! 쇼!

    흩날리는 눈보라와 꽁꽁 얼어붙은 빙판. 생각만 해도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공연들이 앞다퉈 무대에 오른다. 시끌벅적한 휴가지 대신 겨울 풍경을 담은 공연장으로 두 시간의 짧은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러시아 마임연기자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쇼’(15∼27일 LG아트센터)는 쌩쌩 부는 차가운 바람, 객석 위로 몰아치는 눈보라 등 한겨울의 정취를 만끽하는 데 제격인 작품이다.2001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세차례 내한공연에서 관객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잿빛 하늘 아래 4명의 광대들이 펼치는 동화같은 이야기들은 아련한 추억과 더불어 동심의 세계로 관객을 안내한다.(02)2005-0114. 빙판 위를 부드럽게 가로지르는 피겨스케이팅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커스의 묘기를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모스크바 서커스 온 아이스’(10∼15일 고양어울림누리 성사얼음마루)와 ‘샹그리라 그랜드 아이스쇼’(19∼9월10일 목동 아이스링크)가 딱이다. 모스크바 서커스대회와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대회 출신 단원들이 출연하는 ‘모스크바’는 화려한 야광 아이스발레와 공중 아크로바틱, 마술쇼 등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1544-1559. ‘샹그리라’는 지상낙원 샹그리라를 찾아가는 한 편의 아름다운 모험담이다. 광대들이 새를 따라 샹그리라로 향하는 1부에서는 새들처럼 날아다니며 노래하는 마법같은 공연이 펼쳐지고,2부에서는 얼음행성에 갇힌 노예를 구출한 뒤 샹그리라에 도착하는 과정이 스펙터클하게 그려진다.1588-6122. 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공연하는 ‘로만자’는 세계 최장수 아이스쇼 제작사인 홀리데이 온 아이스의 작품.‘로만자’는 이탈리아어로 로맨스를 뜻한다. 로미오와 줄리엣, 삼손과 데릴라, 나비부인, 아담과 이브, 클레오파트라와 시저 등 7개의 러브스토리를 선사한다.(02)554-4484. 러시아 상트페레르부르크 발레단은 1998년부터 매년 한국을 방문하는 단골 공연단. 올해는 ‘호두까기 인형’과 ‘신데렐라’로 8∼1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선다.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 미하일 카미노프가 총 예술감독을 맡아 우아한 고전 발레와 격정적인 피겨스케이팅의 절묘한 조화를 이뤄낸다.15m×15m 크기의 최첨단 이동식 장치를 공수해 세종문화회관 무대를 얼음판으로 바꿔놓는다.(02)548-448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北, 민족문인協 결성 연기

    29일 금강산에서 열리기로 한 ‘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식’이 북측의 요구로 연기됐다. 6·15민족문학인협회 남측 조직위원회(회장 고은)는 28일 “어젯밤 11시쯤 북측 조직위원회에서 결성식을 부득이하게 연기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팩스로 보내 왔다.”고 밝혔다. 연기 사유나 추후 일정 등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남측 조직위측은 “27일 낮까지도 행사 관련 문건을 교환했고,‘중단’이라는 표현 대신 ‘부득이하게 연기한다.’고 쓴 점으로 미뤄 최근 남북관계를 고려한 결정이라기보다는 비 피해 등 긴급상황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남측 조직위는 “남북민간교류 관례상 북측이 초청장을 보낸 뒤 행사를 취소한 사례가 없다.”면서 “북측에 팩스를 보내 정확한 연기 사유와 빠른 시일내 가능한 일시를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소망해온 무대… 기적처럼 이뤄져”

    “오랫동안 소망해온 무대였는데 정말 기적처럼 그 꿈이 이뤄졌네요.” 팔순의 원로 무용가 강선영(81)씨가 세계적 공연장인 미국 뉴욕 링컨센터 무대에 선다. 중요무형문화재 태평무 예능보유자인 강씨는 제자와 악사 등 출연진 70명과 함께 새달 8일 링컨센터의 뉴욕 스테이트시어터(2700석)에서 ‘태평무’‘살풀이’‘승무’ 등 13편의 전통 무용을 선보인다. 28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강씨는 “30년 전 미국에 갔을 때 ‘나는 언제 저기서 공연해보나’라고 생각했었다.”면서 “극장의 대관 절차가 워낙 까다로워 기대도 안했는데 뜻밖에 일이 잘 풀렸다.”고 말했다. 이 극장은 뉴욕시티오페라단과 뉴욕시티발레단의 전용극장으로, 자체 공연 일정이 없는 기간에만 외부 공연단에 극장을 빌려준다. 한국 공연으로는 뮤지컬 ‘명성황후’(1997년)와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1998년)이 이곳에서 공연했고, 한국 전통무용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에 사는 강씨의 외손녀가 할머니의 평생 소원을 위해 직접 링컨센터를 찾아갔고, 극장측은 지난해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강선영 춤 인생 70년, 불멸의 춤’공연의 녹화 테이프를 본 뒤 ‘흥미롭다’며 대관을 결정했다.3억원 정도가 드는 공연비의 대부분은 사비를 털어 충당했다. 7년 전 받은 척추수술의 후유증으로 걷는 일조차 쉽지 않지만 이번 공연에서 ‘태평무’와 ‘살풀이’만큼은 손수 선보일 예정이다. 강씨는 “나라를 대표해서 간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무겁다.”면서 “내가 잘해야 다음에 심청전, 춘향전도 올라가지 않겠느냐. 후배들이 자랑으로 여길 수 있는 선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열한 살 때부터 한국 춤의 큰 스승 한성준 선생에게 사사한 강씨는 지금까지 170여개국에서 1000회가 넘는 공연을 했고, 수많은 창작 무용극을 안무하는 한편 고향 안성에 태평무 전수관을 세워 제자들을 키우는 일에도 애쓰고 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김승희씨 아홉번째 시집 ‘냄비는 둥둥’

    김승희(54) 시인이 아홉번째 시집 ‘냄비는 둥둥’(창비)을 냈다.6년 만에 발표하는 새 시집에는 시인 특유의 강렬한 야성적 에너지와 더불어 고통스러운 현실마저 끌어안는 생의 원초적 리듬이 넘실거린다. 표제작 ‘냄비는 둥둥’은 지구 반바퀴 거리에 떨어져 있는 두 나라의 가난의 풍경을 냄비 두드리는 소리로 형상화한다.“텔레비전을 통해/아르헨티나 아, 아르헨티나가 냄비 두드리던 소리,/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여름 밤거리를 뒤흔들던 소리,/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냄비, 프라이팬, 국자, 냄비뚜껑까지/들고 나와 두드려대던 소리”는 “조용한 밥상의 시간,/비 내리는 저녁장마,/냄비는 둥둥”떠다니는 한국의 물난리 현실과 겹쳐지며 연대감을 형성한다. 우리말의 자음과 모음을 갈라놓는 파자(破字)놀이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시도도 눈길을 끈다. 이를 테면 ‘별’에서는 별의 ‘ㄹ’이 떨어져 땅에 들어가 자란 것이 벼이고, 농부의 힘든 무릎이 ‘ㄹ’자로 꺾일 때 벼가 별이 된다고 노래한다.‘저 산을 옮겨야겠다’에서는 산을 옮기는 과정이 산에서 ‘ㄴ’을 빼고 “목놓아 바깥으로 아를 풀어놓으면/산은 마침내 ㅅ만 남게”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 사람이 사랑이 되는 과정은 “ㅁ이 ㅇ이 될 때까지 아리 아리게 쓰리 쓰리게/뼈를 깎는 그 고통이 지나야”한다고 말한다.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그림속의 물’이,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산타페로 가는 사람’으로 등단한 시인은 다수의 시집과 소설집 등을 펴냈다. 소월시문학상, 고정희상 등을 수상했고, 현재 서강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6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현실…

    ‘소설보다 더 소설적인’현실을 재료로 다룬 책들이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결합한 ‘팩션’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논픽션소설, 실화소설 등이 휴가철 독자를 겨냥해 속속 서점가에 나오고 있다. 소설이 주는 재미와 감동에 생생한 현실감까지 더해져 한층 구미를 당긴다. 저명한 논픽션 작가 존 베런트의 대표작 2권이 한꺼번에 번역돼 나왔다.‘선악의 정원’‘추락하는 천사들의 도시’(정영문 옮김, 황금나침반 펴냄)는 작가가 실제 경험한 일들을 쓴 소설 형식의 논픽션으로 이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장르다. 1995년 출간된 선악의 정원은 존 베런트가 8년 간 머물렀던 미국 조지아주의 작은 도시 서배너에 관한 이야기로, 책 출간 이후 이곳은 인기 관광지가 됐다.4년5개월간 ‘뉴욕타임스’ 최장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전세계적으로 1000만부가 팔렸다.추락하는 천사들의 도시는 10년 전 베런트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도착하기 직전 발생한 페니체 오페라하우스의 화재 사건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18세기,19세기에 이어 세번째 일어난 페니체의 화재가 고의에 의한 방화일지 모른다는 가정하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사건을 조사한다. 소피의 리스트(잉게보르크 프리어 지음, 명정 옮김, 자음과 모음 펴냄)는 독일 태생의 여성 예술가 소피 슈나이더의 소장 미술품 목록을 둘러싸고 유럽에서 벌어진 미술품 반환 소송을 그린 실화소설이다. 소피는 몬드리안, 칸딘스키, 클레 등 유럽을 주름잡던 예술가들과 교분을 나눴던 실존 인물로 총 13점에 이르는 그녀의 소장품은 1938년 나치에 약탈당했다. 소피는 죽기 직전 자신의 아들에게 미술품의 목록을 자필로 작성해 유산으로 남겼고, 세월이 흐른 뒤 소피의 아들은 사상 유례없는 미술품 반환 소송을 제기한다. 파란만장했던 소피의 삶과 1920년대 유럽 미술계의 생생한 모습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팩션류 소설로는 암스테르담의 커피상인(데이비드 리스 지음, 서현정 옮김, 대교베텔스만)과 오메가 스크롤(에이드리언 다게 지음, 이영아 옮김, 김영사)이 돋보인다.‘암스테르담’의 무대는 거짓말과 계략이 난무하는 17세기 중반 상업도시 암스테르담이다. 2000년 데뷔소설 ‘종이의 음모’로 에드거상을 수상한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커피를 소재로 당시 암스테르담에서 막 열기를 띠기 시작한 선물중개소와 유대인들의 생활상, 커피 거래에 얽힌 음모와 반전 등을 솜씨있게 버무려낸다. ‘오메가 스크롤’은 1947년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 사해 근처의 동굴에서 발견된 두루마리 고문서의 기원을 추적하는 팩션 스릴러다. 초기 조사단계에서 최소 기원전 1세기 이전 유대 기독교 일파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지자 바티칸은 이후 문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언급을 회피하는 등 의문의 행동을 보이고 있다. 육군 장성출신의 저자는 철저한 사실조사를 바탕으로 사해문서에 얽힌 충격적 예언들을 파헤친다. 김유정, 백석, 이상 등 1930년대 문화예술인들에 관한 궁금증을 팩션 형식으로 재구성한 ‘그 이상은 없다’(오명근 지음, 동양문고 펴냄)도 눈길을 끈다. 임화가 진짜 미국 스파이인지, 백석의 나타샤는 누구인지 등 풀리지 않는 의문에 대해 작가 나름의 경쾌한 상상력을 풀어놓는다. 각 장마다 ‘각주로 읽는 팩트와 픽션’을 달아 혼란과 오해를 피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터키 풍자문학가 아지즈 네신 ‘생사불명 야샤르’

    억세게 운나쁜 사나이가 있다. 사나이의 이름은 야샤르 야샤마즈. 열두살 때 초등학교 입학서류를 떼려 동사무소에 갔다가 자신이 ‘공식적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호적 대장에 전사자로 처리돼 있었던 것. 여기까지는 ‘뭐, 그럴 수도 있는 일이겠거니’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야샤르는 이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으려고 할 때마다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 게다가 더 황당한 일은 정부가 엿장수처럼 제멋대로 그를 죽였다 살렸다 한다는 사실이다. 참다못해 공무원에게 대들다 정부 모독죄로 수감된 야샤르는 감방의 동료들에게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한다. “형님들, 제가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학교에 가려고 할 때는 ‘넌 죽었어.’라고 하더니 군에 입대할 때가 되니 ‘넌 살아 있어.’라고 했어요. 아버지의 빚을 갚으라고 할 때는 ‘넌 살아있어.’라고 하더니 유산을 상속받을 때가 되자 ‘넌 죽었어.’라고 하네요. 그리고 정신병원에 처넣을 때는 ‘넌 살아 있어’라고 하고.”(134쪽)당사자야 속 터지고, 환장할 노릇이지만 이쯤되면 독자들은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된다. 폭소는 곧 실소로 변하고 뒤이어 “공공기관이라는 것들은 다 똑같군.”이라는 비아냥이 절로 나온다. ‘생사불명 야샤르’(이난아 옮김, 푸른숲 펴냄)는 터키 최고의 풍자문학가 아지즈 네신의 대표작이다. 실천적 지식인으로 유배와 수감생활을 반복했던 그는 1948년 교도소 동료의 실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원래 12막짜리 라디오 극본으로 썼고, 드라마와 연극으로 만들어져 크게 성공한 뒤에 소설로 완성됐다. 야샤르가 감방에 들어와서 출소할 때까지 매일 밤 들려주는 스물한 편의 에피소드는 포복절도할 웃음과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양날의 칼처럼 펼쳐보인다. 세계적 권위의 풍자 문학상을 휩쓴 아지즈 네신은 1995년 사망한 이후에도 터키 국민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에는 아동청소년 소설인 ‘제이넵의 비밀편지’‘당나귀는 당나귀답게’가 나와 있다.1만 2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대학로, 나와”

    “대학로, 나와”

    서울 강남이 소극장 문화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예술의전당과 LG아트센터 등 대형 공연장 위주였던 강남지역에 소극장이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소비문화 1번지인 청담동, 삼성동, 역삼동 일대를 거점으로 최근 2∼3년새 10여곳의 소극장이 문을 열었다. 공연기획자들이 공연장 포화상태에 이른 대학로(약 80여곳)를 벗어나 소극장 문화의 블루 오션으로 강남지역을 적극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문화 1번지에서 소극장 문화 중심지로 올들어 2곳의 소극장이 새로 생겼다. 지난 21일 강남 신사역 인근에 영화관 시네마오즈를 리모델링한 270석 규모의 동양아트홀이 개관했다. 정동극장 초기 멤버들이 모인 공연기획사 아트노우에서 운영 대행을 맡아 코믹극 ‘라이어’를 첫 작품으로 무대에 올리고 있다. 압구정동, 반포지역 아파트 단지의 주부와 가족 관객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새달 25일 강남역 근처에 개관하는 LIG아트홀은 뉴욕의 실험적인 소극장을 연상케 하는 이색 공연장이다.LG화재가 LIG손해보험으로 회사명을 바꾸고, 강남으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지하 2층에 170석짜리 소극장을 들였다. 극장측은 “연극, 무용, 뮤지컬, 음악 등 장르 구분 없이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지역 소극장의 선발 주자는 1999년 청담동에 문을 연 유씨어터. 배우 유인촌씨가 사비를 들여 지은 유씨어터는 문화 불모지로 불리던 강남 한복판에 소극장 문화의 씨앗을 뿌렸다. 이후 라트어린이극장(2002), 우림청담씨어터·웅진씽크빅아트홀(2003), 코엑스아트홀·백암아트홀(2004), 브로딘홀·성암아트홀(2005) 등이 잇따라 개관했다. 지난 3월 오픈한 복합상영관 CGV압구정도 1개 관을 공연장(라이브관)으로 운영할 계획이어서 강남 소극장 문화는 한층 활기를 띨 전망이다. ●아직은 흥행 불투명, 지역 특성에 맞는 기획력 필요 강남에서 소극장 공연이 성공한 예는 별로 많지 않다.‘소극장 공연=대학로’라는 인식이 강하다보니 강남 소극장들이 개별적으로 홍보와 마케팅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몇몇 공연들이 뛰어난 기획력으로 대박을 터트리며 강남 흥행의 가능성을 열었다. 유씨어터의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와 우림청담씨어터의 ‘여배우 시리즈’는 강남뿐만 아니라 강북 관객들까지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주부 관객을 위한 여성 연극, 대학로까지 이동하기 싫어하는 젊은 관객을 위한 공연 등 강남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작품들을 잘 고른다면 얼마든지 시장은 열려 있음을 확인시켜준 셈. 무엇보다 강남에도 소극장 문화 욕구가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점은 고무적이다. 강남 소극장이 10여곳을 웃돌면서 공연장간 공동 마케팅, 협력사업 같은 공조체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동양아트홀 김준희 극장장은 “강남 공연장들이 현실적으로 대학로만큼의 밀집도를 갖기는 어렵지만 ‘강남지역 소극장 축제’ 같은 다양한 사업들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맺다보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여성작가 조영아 장편소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그때 동물원에서 여우에게 쓸쓸함을 배운 이후 나는 여우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나에게 쓸쓸함을 가르쳐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엄마도, 아버지도 가르쳐주지 않은 그것을 여우가 가르쳐주었다. 나는 점차 여우와 닮아갔다. 여우처럼 자주 쓸쓸해졌다.”(40쪽) 여우에게 쓸쓸함을 배운 ‘나’는 무허가 옥탑방에 사는 열세살 소년이다. 첫눈 오는 날 아침 날씬한 몸통에 풍성한 꼬리털을 가진 은빛 여우를 만난 ‘나’는 오래 전 동물원에서 보았던 여우의 쓸쓸한 눈빛을 떠올리고, 왠지 모를 위안을 느낀다. 조영아의 장편소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한겨레 출판)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을 앞둔 사춘기 소년 상진의 성장기이다. 소설은 일찍 철들어버린 아이의 눈을 통해 세상의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성장소설의 익숙한 틀을 따라가지만 간결하면서 힘있는 문체, 적절한 인물과 에피소드의 배치 등으로 읽는 맛을 느끼게 한다. 상진은 사고로 다리를 다쳐 실업자가 된 아버지, 포장마차를 하는 엄마, 정신지체장애가 있는 형과 함께 지낸다. 동물원에 갇힌 여우가 아니라 옥상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은빛 여우처럼 상진은 이곳이 아닌 전혀 다른 세상을 꿈꾼다. 드라마광인 아버지가 리모컨을 사수하지 않는 곳, 엄마가 트럭을 몰지 않는 곳, 형이 지금의 모습이 아닌 곳. 여우는 이제 상진의 우상이자 희망이다. 소설은 상진의 가족을 중심으로 상진이 짝사랑하는 소연, 여우의 존재를 유일하게 믿어주는 산할아버지 ‘전인슈타인´ 등 연립주택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집 주인의 부도로 연립주택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마침내 유일하게 남아 있던 상진이네도 이사를 떠나던 날, 옥상 위의 여우도 어디론가 사라진다. ‘여우야’는 지난해 신춘문예로 등단한 늦깎이 작가 조영아의 첫번째 장편소설로 올해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다. 작가는 “중학생 딸아이에게 여우 한 마리를 선물해 세상은 그래도 살 만한 곳이라는 진부하디 진부한 이야기를 물어다주고 싶었다.”고 썼다.9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시문학상 5관왕 문태준 새 시집 ‘가재미’ 출간

    시문학상 5관왕 문태준 새 시집 ‘가재미’ 출간

    이름 난 시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문단의 상찬을 독차지하는 것이 젊은 시인에게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새 시집 ‘가재미’(문학과지성사) 출간을 앞두고 만난 문태준(36) 시인은 인사차 건넨 문학상 얘기에 조심스러워했다.“주변에서 ‘마음고생 많겠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사실 부담도 되고, 불편하기도 하고…. 이제는 ‘시 곁에서 떠나지 말고 살라는 격려구나.’하고 마음을 바꿨어요. 시를 못 떠나게 붙들어매는 끈이 생긴 셈이지요.” ●전통 서정시인 계보 잇는 대표주자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그는 첫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2000)에 이어 두번째 시집 ‘맨발’(2004)을 내놓으면서 주목받았다.2004년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미당문학상에 이어 올해 소월시문학상까지 휩쓸었다.2년 연속 ‘문인들이 뽑은 가장 좋은 시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소월, 백석, 박목월 등 전통 서정시인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평단의 환대에 우쭐할 법도 한데 이 겸손한 시인은 정작 요즘에서야 ‘아, 내가 시인이 되어가는구나.’ 느낀다고 했다. 시에 대한 책임감도 달라졌다. 단어 하나에도 예민해지고, 시의 음악성에도 자꾸 신경이 쓰인다. 미당문학상 수상작인 ‘누가 울고 간다’, 소월시문학상을 받은 ‘그맘때에는’을 비롯해 67편의 시가 수록된 세번째 시집 ‘가재미’는 그렇게 지난 2년간 자신을 시인으로 담금질해온 결과물이다. 그의 시적 관심사는 사라지고, 변화하는 존재의 본질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계절이 순환하듯 모든 존재는 생성하고 소멸한다. 불교의 윤회사상과 맞닿아 있다.“하늘에 잠자리가 사라졌다/빈손이다/…그맘때가 올 것이다, 잠자리가 하늘에서 사라지듯/그맘때에는 나도 이곳서 사르르 풀려날 것이니”(‘그맘때에는’중)에서 드러나듯 시인은 존재의 사라짐을 자연의 섭리로 순하게 받아들인다. 표제작인 ‘가재미’ 연작 3편은 가까운 친척의 죽음을 겪으며 그를 기억에서 떠나보내는 일련의 심정을 담고 있다.“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를 위해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누워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가재미) 떠올린다. 친척이 죽은 뒤 “그녀가 정붙이고 살던 개를 데리고 골목을 지나 내 집으로 돌아”(가재미2)오고,“그녀의 집 아궁이의 재를 끌어”(가재미3)내며 피붙이와의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는 “다섯살 아이에게 수두가 지나가듯 우리 인생도 홍반처럼 돋았다가 사그라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인은 늘 오감이 활짝 열려 있어야” 직장인(불교방송 PD)인 그는 항상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닌다. 언제 어디서든 시를 받기 위해서다.‘시를 받는다’니, 무슨 소리일까.“시골에서 장마철이 지난 뒤 사방의 문을 열어두듯 시인은 늘 오감이 활짝 열려 있어야 해요. 그래야 바깥의 세계를 잘 받아들일 수 있지요. 저에게 시는 쓰는 게 아니라 받는 겁니다.” 경북 김천의 소읍에서 나고 자란 그는 선배의 꼬드김으로 대학 문예창작반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번도 시를 써본 적이 없다. 농사일 돕고, 학교 공부하느라 시를 읽을 형편이 안됐다. 그는 “문학 수업은 못했지만 대신 시적인 자연환경에 몸이 젖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그때부터 몸으로, 오감으로 시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쉬우면서 속 깊은 시 많이 나왔으면…”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 시인 역시 고민이 크다.“쉬우면서 속 깊은 시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소월의 ‘진달래꽃’이나 ‘못잊어’처럼 사람들이 노래로 흥얼거릴 수 있는 그런 시들 말이에요. 그건 시의 품격을 해치는 속된 짓이 아니라 대중과 친밀하게 만나는 귀한 일이지요.”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대기업 문화예술지원 불균형

    대기업 문화예술지원 불균형

    기업들의 문화예술지원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장르별 편중 현상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메세나협의회(회장 박영주)가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문화예술지원 현황을 조사해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 298개 기업이 1800억원을 지원했다. 이는 전년보다 5.3% 늘어난 수치로 2003년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문화예술지원금의 대부분을 출연재단을 통해 집행했다. 전체 지원액 중 문화재단 출연금은 922억원이었고, 개별 기업의 지원액은 878억원이었다. 문화재단으로는 삼성문화재단이, 개별기업으로는 현대중공업이 1위를 차지했다. 협의회는 순위만 공개하고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장르별 지원액은 극심한 쏠림 현상을 보였다. 미술관 건립 및 운영, 소장품 매입 등 미술 분야에만 802억원이 몰렸다. 이어 문화시설 등 인프라에 368억원, 서양음악에 301억원이 지원됐다. 반면 연극(50억원), 무용(49억원), 국악(24억원) 등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기업이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보다는 미술품 투자 등에 더 관심이 많은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영주 회장은 “장르 불균형 현상을 줄이기 위해 중소 기업과 소규모 예술단체의 짝짓기(매칭)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면서 “문화예술 지원금에 대한 세액 감면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외모보다 내면 중시하는 메시지에 공감”

    “외모보다 내면 중시하는 메시지에 공감”

    스크린을 수놓던 특수 효과는 없다. 대신 무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생생한 현장감과 독특한 상상력이 빛을 발한다. 영국에서 건너온 댄스 뮤지컬 ‘가위손’이 원작인 팀 버튼의 동명 영화와 결별하는 지점이다. ‘가위손’의 연출과 안무를 맡은 매튜 본(46)이 19∼30일 LG아트센터에서의 내한 공연을 위해 서울에 왔다. 대사 없이 노래와 춤으로 진행되는 ‘댄스 뮤지컬’의 창시자인 그는 ‘백조의 호수’(2003·2005년)‘호두까기 인형’(2004년) 등의 잇따른 내한 공연으로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18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영화에 감명받아 무대화를 결심한 지 8년 만에 작품을 완성했다. 영화에서 창작의 원천을 얻었지만 영화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가위손’은 ‘할리우드의 악동’ 팀 버튼 감독과 주연 배우 조니 뎁 콤비의 영화로 기이한 외모에 날카로운 가위손을 가진 인조인간 에드워드와 순수한 소녀 킴의 아름답고 슬픈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11월 런던에서 초연된 ‘가위손’은 매튜 본의 명성에 힘입어 개막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팀 버튼이 공연 첫날 보러와서 무척 긴장했는데 다행히 작품에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매튜 본은 영화 ‘가위손’에 끌린 이유에 대해 “연극적인 요소가 많은 음악, 독특한 시각적 이미지, 주인공의 아웃사이더적인 캐릭터, 외모보다 내면을 중시하는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20대 초반에 독학으로 무용계에 입무한 그는 처음부터 추상언어로서의 춤이 아닌 스토리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몸짓에 관심을 기울였다. ‘백조의 호수’ 같은 고전발레 레퍼토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마이 페어 레이디’‘메리 포핀스’ 같은 영화 원작의 뮤지컬 작업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 영국의 올리비에상과 미국의 토니상 등을 휩쓸었다. 다른 장르에 기대지 않은 순수 창작물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없을까. 그는 “이 세상에 오리지널한 스토리는 없다. 어떤 작품이든 깊이 파고들어가 보면 영감의 원천은 어딘가 다른 곳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면서 “다음 작품은 소설이 모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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